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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김중혁의 바디무비] 아름답고도 격렬한, 몸·몸·몸

오랜만이다. ‘최신가요인가요’라는 난데없는 제목의 음악글 연재 이후 1년 만이다. 돌아오게 되어 기쁘고, 다시 지면을 얻게 되어 기쁘다. 이상하게 <씨네21>에 글을 쓰게 되면 수다스러워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아마도 <씨네21>이라는 잡지를 그만큼 좋아하고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씨네21>의 내용도 무척 좋아하지만, (만드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어도) 주간지라는 형식이 주는 반복 역시 나를 평온하게 만든다. 할 말이 많든 적든, 재미있는 이야기든 아니든, 일주일에 한번은 영화 이야기가 나를 찾아온다는 게 얼마나 안심되는 일인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나를 위해, 오직 나를 위해, 글을 쓰고 있고, 카툰을 그리고 있고, 영화를 보고 있고, 정보를 모으고 있다. 그 결과물을 집결한 다음 일주일에 한번씩, 주간지라는 형식으로 나에게 배송해준다. <씨네21>의 필자들이 오직 나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나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그렇다, 이것은 정기구독 유혹 글이다). 인간은 사소한 반복이 주는 안락으로 삶을 버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요일이 있어야 6일이 경쾌해지고, 월급날이 있어야 나머지 29일이 의미 있고, 생일이 있어야 364일 동안 선물을 기다릴 수 있다. 과장하자면 그렇다. 일주일과 한달과 일년의 구분이 없다면 우리는 아마도 일상성의 도를 깨닫거나,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멸종했을 것이다. 몸과 스포츠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인간은 결국 (맙소사!) 잘 반복하기 위해 태어났고, 반복을 잊을 정도로 짜릿한 욕망을 찾으며 살아간다. 가끔 한 인간이 살아온 삶의 단면을 떠올릴 때가 있다. 수많은 반복의 겹이 차곡차곡 쌓인(음, 제주 오겹살 같은?) 단면을 떠올린다. 흉측하지만 아름답고, 현기증 날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단면의 겹을 생각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의 말처럼 인간이란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층위가 차곡차곡 쌓인 비밀스럽고도 불가해하며 신성한 장소’다. 아, 이제야 알겠다. 우리 배에 둘린 ‘배 둘레 햄’은 반복과 경험이 만들어낸 신성하고 종교적인 장소였다. 살 빼려 애쓰지 말자. 그게 다 훈장이었다. 오래전부터 몸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몸에 쌓이는 반복과 몸이 겪는 스펙터클한 경험과 몸이 말하는 언어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 영화야말로 몸이라는 주제에 가장 어울리는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연기를 할 때 가장 힘든 게 손의 움직임이라고 한다. (중학생 때 교회의 크리스마스 연극에서 예수님이 태어난 걸 원망할 정도로 망신을 당한 이후에는) 연기를 해보지 않았지만, 그게 어떤 말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작가 앞에 섰을 때 그 어색한 손의 움직임 때문에, 내 팔이 조립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사진 찍을 때는 나사를 풀어서 떼어내고, 영화 볼 때도 떼어내고 (거 참, 극장 관계자 여러분, 팔걸이 좀 넓게 만듭시다), 잠잘 때도 떼어내면(팔 저리는 건 막을 수 있겠지만 어디 긁지는 못하겠군) 얼마나 편할까 생각했다. 사진 찍는 데도 그렇게 불편한데, 영화를 촬영할 때면 얼마나 팔을 주체하기 힘들까. 얼마나 어색할까(<설국열차>에서 팔을 냉동시킨 다음 부러뜨리는 장면이 갑자기 떠올라서 팔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취소하기로 했다). 영화를 볼 때면 배우들의 손을 유심히 관찰한다. 배우들의 어깨와 다리를 관찰한다. 거기엔 분명히 뭔가 이야기가 있다. 어떤 배우들은 캐릭터를 위해 어마어마하게 몸무게를 감량한다. 어떤 배우들은 반대로 살을 찌운다. 어떤 캐릭터는 다리를 절고, 어떤 캐릭터는 팔자걸음으로 걷는다. 몸이 더 잘 말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나는 <그래비티>에 등장한 샌드라 불럭의 몸을 보면서 무척 슬펐다. 그 어떤 대사보다도 몸이 슬펐다(언젠가 이 얘기를 길게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일대종사>를 생각하면 주인공 양조위가 한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막고, 또 다른 손으로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는 무술 자세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언젠가 이 영화도…).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에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라이언 고슬링의 등은 보는 사람을 순식간에 압도한다. 그는 정말 ‘등 연기’에 있어서는 최고봉이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 역시 몸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됐다. 언젠가부터 나는 영화를 스포츠 보듯 하고 스포츠를 영화 보듯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저녁 맥주 한캔 앞에 두고 텔레비전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보고 있으면, 선수들의 움직임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때가 많다. 경기의 전개가 드라마틱하기도 하지만 (아스날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맨체스터 시티나 리버풀 같은) 훌륭한 팀의 선수들은 자신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정확히 안다. 자신의 대사와 동선을 정확히 안다(정말이지 아스날팀의 벵거 감독과 선수들은 ‘미장센’이 뭔지를 알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의 몸을 읽듯 축구를 보면서 선수들의 몸을 읽는다. 훌륭한 스포츠영화가 많지 않은 것은, 아마도, 영화가 보여주고픈 몸의 매력과 스포츠에서 드러나는 몸의 속성이 어긋나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에서는 미장센이 중요하지만 영화에서는 몽타주도 필요하다. 위대한 스포츠 경기의 맥락을 편집하는 순간, 결정적인 순간을 하이라이트로 보여주는 순간, 몸은 사라지고 이야기만 남게 된다. 현명한 스포츠영화들은 아예 다른 방식을 택한다. <머니볼>처럼 몸을 포기하고 야구의 본질에 접근하거나 <록키>처럼 영화의 리듬에 가장 잘 들어맞는 스포츠 종목을 선택한 다음 몸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한 경기가 3분 내외의 여러 라운드로 분리된 권투는 스포츠 종목 중 가장 영화적이다, 라고 쓰면서도 영화적인 게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미장센이네 몽타주네, 거창하게 둘러대고 있지만 결국 몸과 스포츠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어째서 <노브레싱>은 실패한 수영영화인지 <리얼스틸>은 알리의 로프 어 도프(rope a dope) 전략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미식축구와 징크스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전혀 없지만 어쩐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앞서 주간지의 소중함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고서는 격주로 연재하는 게 민망하긴 하지만, 몸의 아름다움과 격렬함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써볼 생각이다. 건강히 시작해보아요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원문의 어감은 전혀 다르다.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는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도 깃들길 기도한다’면서 몸만 가꾸지 말고 정신도 좀 가꾸라는 뜻으로 빈정거렸다. 원문의 의미가 어찌 변했건 간에 나는 저 말을 좀 믿는 편이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는 너무 식상하니까 조금 바꿔 말하면, ‘아프면 만사 다 귀찮다’는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요약한 느낌이고, ‘앉을 기운이 있어야 뭐라도 글을 좀 쓰지’는 너무 작가적인 변형 같고,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가져야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다’는 피트니스센터의 회원 모집 문구 같고, ‘울림통이 좋아야 소리를 제대로 담을 수 있다’는 박진영씨의 심사평 같지만 모두 비슷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새해도 되었으니 모두들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씨네21>에 글을 쓰면 수다스러워지는 경향이 있다. 내 문제가 아니라 <씨네21> 문제다. 본격적인 ‘바디무비’는 다음 회부터 시작.

[유선주의 TVIEW] 추억은 없다

“자, 출발! 스따뜨!” 궁둥이를 철썩 때리는 퀸 미용실 마 원장(이미숙)의 호령이 떨어지자, 잔뜩 부풀린 헤어스타일에 수영복만 입은 여성이 지하철 승객들의 시선을 받아내며 미스코리아 워킹을 선보인다. 몸에서 가장 살이 많은 부위를 후려치는 차진 소리가 귓가에 꽂히고, 외투를 껴입은 승객들 사이로 새파란 수영복이 눈에 박히는 충격에 잠깐 정신이 얼얼했다. 미스코리아 하면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맘에 드는 후보를 점찍고 품평하던 추억이 먼저 떠오르는 한편으론, 대회를 앞두고 수치심을 이겨내는 특훈이 필요할 만큼 남 앞에서 맨살을 드러내 이목을 끄는 일이 지금보다 더 부끄럽고 조심스럽던 것도 같은 시절의 정서였다. 지금은 사라진 직업인 ‘엘리베이터 걸’을 처음 보던 때도 떠오른다. 두꺼운 화장을 한 예쁜 언니가 “올라갑니다”라고 안내하자 흠칫 놀란 기색을 감추고 자연스러운 고객을 연기하려 애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 걸을 그 공간의 일부처럼 무심히 여기게 되었다. 미스코리아를 상징하는 사자머리와 파란 수영복의 이물감을 무대라는 배경과 함께 당연한 규칙같이 받아들였던 것처럼. 그리고 그녀들이 언제 사라졌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대형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상승과 하강을 알리는 녹음된 목소리가 아마 그녀들의 흔적이겠지. 1997년 IMF 무렵을 다룬 드라마 MBC <미스코리아>는 파란 수영복과 대비되는 흰 허벅지의 강렬한 이미지에 ‘철썩’ 하는 살 소리를 입혀 그녀가 ‘사람’임을 퍼뜩 깨닫게 했듯, 점심도 굶고 근무를 서는 스물일곱살의 백화점 엘리베이터 걸 오지영(이연희) 역시 고객들 사이에서 ‘꼬르륵’ 소리를 숨기지 못하는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아무도 없는 틈을 이용해 엘리베이터 모서리에 바짝 붙어 급히 깐 계란을 한입에 우겨넣는 처연한 뒷모습. 구조조정으로 아예 직업군 자체가 사라질 위기 앞에서 지영은 수많은 진을 만들어낸 퀸 미용실의 마애리 원장과 화장품 벤처기업 사장이 된 옛 연인 김형준(이선균)에게 12월로 연기된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 제안을 받는다. 자금 압박으로 사채를 쓴 형준의 뒤에는 연말까지 돈 5억원을 받아내야 하는 깡패 정선생(이성민)이 있고, 투자를 미끼로 형준의 회사를 인수해 되팔려는 기업사냥꾼 이윤(이기우)까지 엮여 있는 형편. <미스코리아>는 위기를 극복하는 인간성이나 도전의식 등이 살아 있던 시절로 과거의 어떤 시점을 포장하는 유의 이야기와 유사해 보이지만, 추억을 파는 퇴행적인 낭만에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열일곱과 열아홉살. 성적인 긴장이 깔린 지영과 형준의 풋사랑은 더없이 싱싱하고 달콤했던 한편, 지영을 ‘발랑 까진 년’, ‘싸고 헤픈 년’, ‘머리에 똥만 든 년’이라고 험담하고 다녔던 형준은 십년 뒤, 한층 더 비겁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고교 동창 이윤에게 투자를 요청하는 자리에서 교복을 연상케 하는 더플코트를 입은 형준은 투자를 거절당하자 화장실에서 뒷돈을 건네려 하고, 지영을 이용해 회사를 살려보려고 접근할 때도 종이비행기와 옛날 안경, 500원짜리 지폐에 메모를 적은 추억 소품을 들이밀었다. 절박해서 추억을 팔고, 거짓말과 허풍을 반복하던 그는 지영이 마 원장을 택한 이후에야 비로소 잘못 끼운 단추를 바로잡기로 결심한다. IMF로 인해 각자의 연약한 지반이 흔들리고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이 전과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97년의 회고담 <미스코리아>는 신뢰와 유대는 앙금 같은 추억만으론 부족하다고 운을 띄웠다. 불황 극복 판타지를 반복하자고 그 먼 길을 돌아가는 건 아닐 것이다. +α 고졸입니다! 서숙향 작가의 드라마에는 유독 고졸 출신의 여주인공이 자주 등장한다. 오지영은 상고 졸업도 전에 엘리베이터 걸로 취직했고, <대한민국 변호사>의 고졸 변호사 우이경(이수경)은 변호사 애인이 변심하자 그가 남기고 간 법전으로 공부해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파스타>의 서유경 역시 고졸 출신의 풋내기 요리사였다. <로맨스 타운>의 노순금도 고졸의 가사도우미. 콤플렉스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꺾이지 않는 단단한 심지가 이들의 공통점이다.

[홈초이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홈초이스는 전국 케이블TV 가입자에 VOD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회사다. 국내외 유료 방송 시장에서 VOD 산업에 대한 높은 잠재력과 고객들의 수요를 고려하여 지난 2007년 설립되었으며, 전국의 케이블TV 가입자는 ‘디지털케이블 VOD’를 통하여 국내외 주요 최신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VOD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다. 현재 홈초이스가 제공하는 케이블TV VOD 서비스는 15만 편으로, 국내 유료 방송 플랫폼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영화 VOD의 경우 국내 유료 영화 VOD 시장에서 가장 많은 1만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부터는 “영화가 생각날 땐, 디지털케이블VOD”라는 슬로건 아래, 최신 해외 메이저 영화부터 국내외 예술ㆍ독립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발굴하여 소개하고 있다. 또한 시청자들의 영화 VOD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참여를 위하여 다양한 이벤트와 상품을 개발하여 제공한다. 국내외 메이저 신작 VOD의 경우, 영화 출시와 동시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외 각종 영화제 및 시의성 테마에 대해서는 수시로 특집관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화 외에도, 본 방송 종료 후 주요 콘텐츠에 대한 다시보기 수요를 고려하여, 본 방송 종료 직후, 즉시 보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시청자들은 본방송 종료 후, 다시 보기 VOD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정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케이블TV 시청자라면 누구나 드라마, 연예, 오락 등 주요 프로그램을 방송 종료 직후 별도의 기다림 없이 즉시 시청할 수 있다. 케이블TV 하면 자칫 구식이라는 편견을 갖기 쉬운데, 홈초이스는 케이블 TV를 대표하여 다양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와 함께, 최신 방송기술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일례로 홈초이스는 세계 최초 UHD 전용 채널 ‘UMAX’ 개국을 앞두고 있다. 케이블TV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더 좋은 화질로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UHD 시범 방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시청자들은 UHD 전용방송을 통해 기존의 Full HD 방송보다 4배 이상 향상된 초고화질(UHD) 영상을 안방에서 즐기게 된다. 선배가 말하는 ‘내가 경험한 홈초이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사업전략실 홍수미, 2013년 5월 입사 -본인 소개 부탁한다. =사업전략실에서 프로모션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시즌별로 특집관을 구성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이다. 사내 포지션으로는 막내인 입사 9개월 차의 신입사원이다. -디지털 케이블TV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신문방송학 전공자로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하기에 방송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점점 자리를 잡고 있는 VOD 서비스가 영상 콘텐츠를 접하는 대세 플랫폼이 될 것이라 판단되어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 일을 하며 좋은 점은 무엇인가. =수많은 콘텐츠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웃음) 내가 기획한 프로모션을 통해 시청자들의 접속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또한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점점 전문가가 되어간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와 TV를 켤 때마다 감격을 느낀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하는 노래처럼 내 얼굴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내가 구성한 콘텐츠들이 우리 집 TV에 구현되어 리모컨으로 이것저것 눌러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VOD 서비스 기획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은 아니다. 방송이나 영화를 상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영상콘텐츠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제일 중요하다.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우선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때 파악해낼 수 있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 사람들이 영화가 보고 싶을 때 영화관과 함께 디지털 케이블TV까지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꿈이다.

[해외뉴스] 고마웠어, 필름영화

필름영화와의 고별을 피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파라마운트가 할리우드 스튜디오로서는 처음으로 필름 프린트를 통한 배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의 보도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최근 미국 내 극장 소유주들에게 2013년 12월 개봉작 <앵커맨2: 전설은 계속된다>가 35mm 필름으로 배급하는 자사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 사실에 덧붙여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극장산업 관계자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디지털 프린트로만 배급된 파라마운트의 첫 영화라고 제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라마운트쪽은 어떤 발언도 삼간 채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다. 필름 매체 포기에 앞장서는 스튜디오로 인식되는 일만큼은 피하려는 모습이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반응은 우려 반 기대 반이다. UCLA 영화&텔레비전 아카이브 디렉터 잔 크리스토파 호락은 “120년 동안 필름은 극장 상영의 표준 포맷이었다. 이제 그 시대가 끝나가는 게 보인다. 내가 놀란 건 그런 변화 자체보다 지나치게 빠른 변화의 속도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더트레이드그룹의 회장 존 피시언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이제 미국 내 배급을 디지털로만 한다는 사실은 새로운 시대로의 역사적 전환을 의미한다. 디지털 시네마는 상영의 질, 프로그래밍의 유연성, 3D, 대안적 콘텐츠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객에게 굉장한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라며 반가운 내색을 드러냈다. 물론 파라마운트의 이같은 결정 이전에도 비슷한 움직임은 많았다. 스튜디오 입장에선 디지털 배급을 통하면 프린트 개당 운송비용을 20분의 1 수준까지 낮출 수 있으므로 그 유혹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2011년에는 이십세기 폭스가 상영업자들에게 “1, 2년 안에” 필름 배급을 중단하겠다고 고지한 바 있고, 이어서 디즈니도 극장 운영자들에게 비슷한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에는 라이언스게이트도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를 일체 디지털로 배급할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했다. 한편 현재 미국 내 극장의 92%는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완비한 상태다. 나머지 8%도 디지털 배급을 종용하는 스튜디오들의 압력을 오래 견디긴 어려워 보인다.

[파리] 내가 뽑는 황금종려상

진보적 일간지의 계열사로 영화, TV드라마, 출판, 콘서트, 전시회 등 대중문화 전반을 두루 다루는 한국의 주간지는? 이 지면을 읽고 있는 한국 독자들은 대부분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혹, 답을 확인하고 싶은 분들은 읽고 있는 페이지를 잠깐 접고 표지를 보길 바란다). 재밌는 점은 같은 질문을 프랑스인들에게 던지면 열에 아홉은 <르몽드> 계열사 소속인 <텔레라마>(Telerama)라고 대답한다는 사실이다. TV와 시네마를 결합한 이름처럼 <텔레라마>는 프랑스 문화 전반을 아우르되 영화와 TV 매체에 가장 주목하는 잡지다. <텔레라마>는 여타 영화지에 뒤지지 않는 수준 높은 영화평을 게재하는 잡지로도 정평이 나 있다. 남의 나라 주간지 소개에 왜 지면을 할애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진짜 소개하고자 하는 건 <텔레라마>가 지난 17년간 매년 1월 중순(올해는 15일부터 21까지 열렸다)에 개최해온 영화 축제다. 이름하여 ‘텔레라마 영화 축제’. 이 행사의 컨셉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잡지 정기 구독자들에게 지난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15편 정도를 선정하게 한 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3유로로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참고로 프랑스의 평균 영화관람료는 극장에 따라 6∼11유로 정도로 다양하다). 영화 선정 기간 동안 독자들은 ‘텔레라마 종려상’ 선정에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뽑은 최고의 영화에 대한 짧은 평을 기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행사에 참여하는 실질적인 스크린 수는 프랑스 전국 240여개에 달하고, 이는 매년 20여개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텔레라마> 독자들이 선정한 15편의 영화 중 가장 유력한 ‘텔레라마 종려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작품은 201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다. 15편의 상영작 가운데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포함되어 있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모르는 세계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극장판>

사춘기 청소년 특유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빗대어 일본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언급했던 ‘중2병’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우리에게는 중2병을 이겨낼 ‘마라톤’이 있지만 일본은 아직 그렇지 않은가보다. 이시하라 다쓰야의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극장판>(이하 <중2병 극장판>)은 2011년 발간된 동명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TV용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극장 버전으로, 지난해 완결됐던 1기 방영분에 몇몇 새로운 에피소드와 등장인물을 추가한 <중2병> 시리즈의 ‘종합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중2병> 2기는 현재 일본에서 방송 중이다). 스스로를 ‘다크 플레임 마스터’라고 부르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중2병 환자 유타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과거를 잊고 새 출발한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어느 날 우연히 유타 앞에 등장한 소녀 릿카는 자신이 중2병 환자임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밝히며 유타를 다시금 ‘중2병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서로를 이해하게 된 유타와 릿카는 이내 사랑에 빠지고, 이야기는 점점 더 미궁으로 흘러들어간다. 이 애니메이션이 신기한 것은 현실과 판타지를 끊임없이 오가면서도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는 매우 느슨하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의 전제에는 단지 ‘중2병’이 있을 뿐이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모르는 세계 혹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가 바로 ‘중2병의 세계’다. 때문에 유타와 릿카가 경험하는 판타지는 대부분 엉뚱하고, 그래서 더 기발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혹은 그 이하의) 판타지가 펼쳐지곤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텔레비전 시리즈를 본 적이 없거나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관객에게 <중2병 극장판>은 생각보다 따라가기 힘든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조금만 더 관객에게 친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그래서 더 크게 느껴진다.

인터넷과 팬문화가 만날 때

세계 속 한류에 대해 몇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알려져 있어도 그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않은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한류 현상이 시작된 동아시아와 그외 지역에서 한류 콘텐츠의 유통 플랫폼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에서의 한류가 텔레비전이라는 각국의 지배적 매체의 매개 과정을 통해 유통되었다면, 세계 속 한류 현상에서 제도권 미디어의 역할은 훨씬 덜 중요하다. 이것은 아직 공중파에서 한국 드라마가 한번도 방송되지 않은 헝가리 서쪽, 서유럽의 경우에서 가장 극단적 사례를 관찰할 수 있다(이 글에서는 한류의 핵심 콘텐츠인 드라마와 K-POP에만 초첨을 맞추어 논의하도록 한다). 둘째, 한류 현상의 핵심을 이루는 드라마와 K-POP은 유통경로와 유통방식,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K-POP은 리듬앤드블루스, 랩,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등 미국과 유럽의 대중음악을 통해 전세계인의 귀에 익숙해진 문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유니버설한 언어인 뮤직비디오의 현란한 색채와 움직임을 통해 한국어라는 언어의 장벽이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는다. 유튜브와 아이튠즈 등 편리한 플랫폼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전세계적인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남스타일>의 빠른 성공이 확인시켜주었다. 그러나 드라마의 경우 제도권 방송이라는 강력한 매개자가 자막을 단다거나 더빙을 하는 매개 작업을 해주지 않는다면, 언어의 지역적 한계를 넘는 유통은 지난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K-POP만의 팬덤 문화 현상 K-POP은 듣기만 하는 음악이 아니라 듣고 보는 음악이라는 남다른 특성을 지녔다. 유튜브에 새롭게 업로드되는 알록달록하기 이를 데 없는 한국의 뮤직비디오 수는 양적으로 많고, 그것과 더불어 팬들이 생산하는 리액션, 플래시몹 비디오도 K-POP 관련 엔트리 수를 높여주고 있다. 소속감에 목마르고 정체성 찾기에 급급한 청소년기에 따라 부를 노래를 공유하고, 함께 동일한 동작의 춤을 추는 것은 강력한 소속감과 정체성 형성의 도구이다. 세계 K-POP 팬들의 반응을 관찰해보면, 이들이 K-POP에 끌리는 이유는 음악 콘텐츠의 특성도 있지만 K-POP의 팬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K-POP 수용자들은 한국의 팬덤과 아이돌 스타와 그룹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팬문화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특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열기와 에너지에 동참하고 싶어 한다. K-POP 아이돌들은 유명해지면서 팬들로부터 멀어지는 서구의 스타들과 달리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팬들이 보낸 선물이나 액세서리를 하고 방송에 나온다. K-POP이 단지 콘텐츠의 유통으로 유지되는 내용이 아니라 팬문화의 공유가 열기와 지속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 K-POP 한류의 지속에 공식 음반유통 사이트와 아이튠즈 같은 음악다운로드 플랫폼과 더불어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가 여전히 중요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싸이의 성공으로 가시성이 높아진 K-POP의 세계 속 유통에 방송 또한 한몫하리라 생각된다. 각국 텔레비전의 뮤직비디오 차트로의 진입은 쉬운 일이 아니겠으나, 전세계의 수많은 음악전문 채널들은 향후 K-POP 뮤직비디오를 세계 대중음악의 트렌드로 정당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강남스타일>이 유행일 때 와 유사한 형식의 프랑스 텔레비전의 대중음악 콘테스트에서 동아시아 대중문화 팬이라는 청년이 <강남스타일>을 록으로 편곡해 부르는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 K-POP은 이미 전세계의 수많은 곳에서 음악을 하는 청년들의 레퍼토리가 되어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고, 이러한 지역 매개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정당화 과정을 걷게 될 것이다. 드라마를 포함한 방송 콘텐츠의 경우, 유통의 제약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유통 플랫폼 문제는 기술적이라기보다 ‘문화적’이다. 국내의 시청자들은 실시간 시청의 제약과 비싼 VOD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pooq’나 ‘tiving’의 N스크린서비스나 IPTV의 통합서비스를 이용하는 스마트폰 시청 등 새로운 기술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음이 관찰되는데, 방송이 한류 콘텐츠의 적극적 매개자인 동아시아 또는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도 속도의 차이가 있겠으나 이러한 스마트 텔레비전을 이용한 서비스가 한류 방송콘텐츠의 미래의 플랫폼이 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드라마 수용자를 위한 새로운 전략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각국의 방송이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팬들의 국경을 넘는 팬자막 달기 활동을 통해 유통되었기 때문에, 인터넷의 팬사이트들은 여전히 중요한 플랫폼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의 방송사들도 이러한 인터넷을 통한 드라마 유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튜브 채널에 방송 직후 주요 클립을 올리는 등 공격적으로 프로모션하고 있으며, ondemandkorea.com이나 tvbogo.com과 같은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과 계약을 체결, 한국 방송콘텐츠 탑재를 합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자막이 달리지 않은 ‘원자료’(raw)일 뿐, 절대다수의 세계 수용자가 이해하며 즐길 수 없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유럽의 경우, 2010년에 문을 연 유일한 드라마 VOD 사이트인 ‘드라마파시용’(Dramapassion)이 생겼을 때, 그동안 한국 드라마 비디오를 불법으로 구해 개인적 또는 집단적으로 자막을 달았던 블로거들 또는 팬서빙 그룹과 큰 마찰이 있었다. 유럽에 한국 방송사들과 계약을 맺은 유료 서비스 공급자가 생김으로써 그동안의 모든 팬서빙 활동은 불법이 되었고, 무료노동임에도 밤을 새우며 자막을 달던 이 열성팬들은 하루아침에 한류 콘텐츠의 도용자가 되고 말았다. 이때 일반 팬들의 염려는 그동안 무료로 보던 드라마를 유료로 봐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엘리트 팬(영어, 나아가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방가르드 팬(이들의 대부분이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팬이었다가 드라마 팬으로 전이한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열성팬이며 전문가라는 점에서, 또한 스스로 즐기기에 만족하지 않고 팬 커뮤니티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희생을 실천한다는 점에서)들의 열정노동의 결과인 자막이 사업자에 의해 도용되지는 않을까, 그리 빠른 시간 동안 ‘드라마파시용’이 달아서 유료 서비스하는 드라마 자막이 양질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것은 드라마 제공서비스의 ‘질’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잘 말해주는 사례이다. 드라마 자막 달기는 전례 없이 활발한 자발적인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의 사례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드라마를 방송하는 텔레비전 채널 수가 증가하더라도, 그리고 서유럽의 문화적 장벽이 무너져 언젠가 유럽의 공중파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더라도, 이 공식 채널이 제공하는 한류 콘텐츠의 양과 내용은 하드코어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세계의 팬들은 이 공식 루트를 기다리지 않고 여전히 제3국의 서버를 전전해 접근 루트의 불법성을 세탁해가면서 팬자막을 달 것이고, 갈수록 직접 한국어로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수용자의 수도 증가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제작사, 방송사 등 저작권자들이 이러한 세계의 드라마 수용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는가이다. 각국 방송사나 드라마파시용과 같은 지역 사업자들과 계약을 통해 작은 수입원을 늘리는 방식, 아니면 직접 다국어 자막과 매력적인 보너스가 담긴 드라마 DVD를 제작해 수출하는 방식, 또는 영어자막이 지원되는 온라인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들어 저작권자가 직접 유료 서비스를 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유럽의 한국 드라마팬을 다년간 관찰한 나의 견해는 두 번째, 세 번째 방법이 장기적 전망에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유의미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드라마파시용’이 생겼을 때, 유럽 팬들의 불만 중 하나는 다운로드를 허용하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보는 데 돈을 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문화권마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태도가 다를 것이 예상되지만, 컬렉션 문화를 지닌 유럽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물인 경우 ‘양질’의 것을 컬렉션하기를 원한다. 멀티미디어 서점의 비디오서가를 가득 채운 미국 드라마와 일본 애니메이션 DVD 전집들은 매우 비싼 가격의 선물로 선호된다. 한국 드라마가 동아시아를 벗어난 세계 속에서 대중문화 콘텐츠가 아니라 팬덤에 기초한 현실을 이해한다면, 드라마는 오랫동안 인터넷을 주된 플랫폼으로 하여 유통될 것이며, 한국의 저작권자는 팬문화의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두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 <여배우는 너무해>

서로 다른 성격의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 싸우다 정드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이야기의 뼈대로 삼고 있는 <여배우는 너무해>는 연예가 가십과 노출 연극이라는 소재를 적극 활용한다. 걸그룹 출신의 연기자 나비(차예련)는 출연한 텔레비전 드라마를 말아먹는 발연기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온갖 가십의 먹잇감인 나비는 톱스타로서 유명세와 부를 가졌지만 배우로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신예 홍진우(조현재) 감독은 세계 영화제에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노출 수위 때문에 국내 개봉을 못하고 있는 처지다. 편집된 베드신 동영상이 떠돌고 있는 현실에 분개한 홍 감독은 연극 무대에 자신의 작품을 다시 올려 관객의 평가를 받겠다고 선언한다. 문제는 노출 수위가 높다보니 출연하려는 여배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애국가 시청률’ 때문에 배역이 없어 고민인 나비와 여배우를 구하지 못해 곤혹스러운 홍 감독의 첫만남은 냉랭했다. 날선 자존심을 세우며 상대를 비난하지만 현실은 서로가 구원하지 않으면 대안이 없다. 필요에 의해 결합한 두 사람이니 사사건건 부딪히고 서로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노출 장면에 대한 좁힐 수 없는 의견 차이로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나비는 연기자를 꿈꾸는 친구 사라(이엘)를 대역으로 내세우자고 제안하고 홍 감독이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여배우는 너무해>에 나오는 다양한 연예가 가십은 상당히 익숙하고 어떤 장면은 실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아기자기한 영화지만 친숙한 것이 오히려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관객은 이미 기획사의 횡포, 여배우의 이면, 동영상 파문 등을 너무 많이 접했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 관한 영화라 매체의 차이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김중혁의 바디무비] 시간을 고의로 잃어버렸던 적이 있나요

코언 형제의 신작 <인사이드 르윈>에는 나처럼 좌우대칭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 탄성을 지를 만한 장면이 등장한다. 지질하기 이를 데 없는 르윈 데이비스(오스카 아이작)가 친구의 여자친구이자 자신과 하룻밤을 보낸 뒤 임신을 하게 된 진 버키(캐리 멀리건)의 집을 찾아가는데, 좁은 복도 끝에는 두개의 문이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복도는 어찌나 좁고 양쪽의 문은 어찌나 사이좋게 대칭이던지 핏줄에 연결된 인간의 뇌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복도와 두개의 문은, 말하자면 르윈의 ‘내부’(인사이드)로 들어갔을 때 만나게 되는 풍경인 셈이다. 흔히 알려진 대로 좌뇌는 말과 계산 등 논리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우뇌는 음악과 그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기능을 담당한다. 좌뇌는 논리적인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우뇌는 직관적 판단에 의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것은 스포일러일지 모르겠지만) 진 버키의 집은 오른쪽이고, 르윈 같은 경우는 직관적 판단으로 문제를 망치는 쪽이다. <인사이드 르윈>은 어쩌면 우뇌에 옹기종기 모여서 음악하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농담이다. 지나치게 미셸 공드리적인 상상이었다. 코언 형제는 내가 이런 농담을 할 것을 미리 예측했는지, 좌와 우를 나누고 무엇이든 구분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잔인한 농담을 던진다. 우리의 우뇌 사용 지질이 르윈 데이비스는 진 버키 앞에서 또 잘난 체를 해본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 세상은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뉘어져 있어. 우선 이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누는 사람과….” 르윈의 말을 끊고 진 버키가 비아냥거린다. “그리고 루저?” 이런, 폐부를 찌르는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이 세상을 두 종류로 끊임없이 분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진 버키의 말을 자세히 생각해보면 ‘이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누는 네가 바로 루저’라는 말 같기도 하다. 세상이 전부 루저투성이다. 원래 나 같은 루저들이 그렇지. 분류하는 걸 좋아하고, 나누는 걸 좋아하고, 정의 내리는 걸 좋아하지. 시간이 무척 많으니까. 그래도 어쩌겠나,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데. 나는 르윈 데이비스가 마치지 못한 말이 궁금해 죽겠다. 르윈 데이비스의 정답은 무엇이었을까. 이 세상은, 이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누는 사람과 또 어떤 사람으로 이뤄져 있는 것일까. 이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눈 걸 다시 네 종류로 나누는 사람일까. 그러면 상대방이 그걸 다시 여덟 종류로 나누고, 그걸 또 열여섯 종류로 나누고…. 코언 형제에게 편지라도 보내볼까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나에겐 두 종류의 문학이 있다. 내 작품이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작품들, 그리고 내가 쓴 작품.” 오, 이건 알 듯 말 듯 오묘한 자뻑 같기도 한 말이고.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는 “문학을 하는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누면 천진무구하고 소박한(naive) 문학을 하는 사람과 성찰적인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라고 했으며, (나는 아마도 소박한 문학쪽이겠지) 부동산계의 큰손이자 매번 4천만 ‘땡겨달라’고 말하는 (개그맨 김숙이 연기하는) 난다김 여사님은 세상의 땅을 두 종류로 나눈다. “내 땅과 내 땅이 될 땅.”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누는 게임을 하다보면 은연중에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극단은, 위험하지만 명료하다. 분류는, 난폭하지만 편리하다. 아니 바꿔서 말해야겠다. 극단은, 명료하지만 위험하다. 분류는, 편리하지만 난폭하다. 야구 경기를 볼 때마다 ‘야구야말로 우뇌와 좌뇌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스포츠가 아닐까’ 싶다. 야구는 빠르면서 동시에 느리고, 격렬하지만 정지해 있는 순간 또한 많으며 본능적이지만 논리적인 스포츠다. “타자는 0.25초 만에 본능적으로 공의 궤적을 판단해야 하며, 공과 배트의 중심선이 정면으로 맞을 수 있는 폭은 1.2센티미터에 지나지 않는다.”(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 던지고 치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그 사이엔 수많은 작전과 움직임이 포함돼 있다. 투수가 공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던지고, 타자는 망설이지 않고 빨리 치고, 안타를 친 주자가 무조건 계속 달린다면 야구 경기 시간은 엄청나게 단축될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그만큼 재미없어질 것이다. 나는 박찬호 선수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7년과 2000년 사이에 야구의 묘미를 알게 됐다. 2000년에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나는 여러 가지 일을 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해도 마땅한 직업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시간이 무척 많았다. 백수일 때 백수이더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자는 취지에서 아침 9시에 눈을 뜬 다음, 야구를 봤다. 9시에 시작한 야구는 1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처음엔 박찬호 선수의 경기를 주로 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전 처음 보는 팀들의 경기를 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재미없는 경기를 어떻게 참고 보나 싶을 정도로 지루했는데, 나중엔 서너 시간이 눈 깜빡하는 사이에 지나갔다. 메이저리그의 중계 기술이 워낙 뛰어난 까닭도 있겠지만 텔레비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투수의 손가락, 타자의 습관, 주자의 신발 각도, 포수의 사인, 감독이 의자에 앉은 모습, 외야수의 선글라스, 그 모든 것들을 용광로에 넣어 녹인 것이 야구라는 스포츠였다. 어쩌면 그 시절의 나는 야구처럼 지루한 스포츠를 원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느리게 진행되고, 휴지부가 많은 스포츠를 원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시간을 견디는 자만이 이길 수 있다는 교훈을 얻기 위해 야구를 본 것인지도 몰랐다. 나에게는 시간이 많았고, 이야기가 필요했다. 야구는 느리게 진행되고, 빈 시간이 많고, 이야기가 끼어들 여지가 많다. 미국에서 야구가 발전한 이유가, <꿈의 구장>부터 <머니볼>에 이르기까지 미국에 그토록 많은 야구영화가 생산된 것은 신화와 이야기가 필요한 미국이라는 나라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미식축구가 몸으로 부딪치는 전투적인 미국을 상징하는 스포츠라면, 야구는 자신들만의 이야기와 전설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기록하는 스포츠일 것이다. 야구광인 소설가 폴 오스터는 자전적 에세이인 <겨울일기>에서 야구에 대한 정의를 멋지게 내려놓았다. “공을 던지고 받기, 땅볼 처리하기, 경기 내내 매 순간 아웃이 몇개나 있고 주자가 몇명이나 출루해 있느냐에 따라 어디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하는지 파악하기, 야구방망이에 맞은 공이 당신쪽으로 날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예측하기, 홈으로 송구하고 2루로 송구하고 더블플레이 시도하기, … (중략) … 야구 평론가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항상 기대에 차 준비된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수많은 가능성들이 들끓었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확 폭발했다. … (중략) … 스윙을 하고 난 뒤 들려오는 바로 그 소리, 그리고 외야 멀리 날아가는 공을 볼 때의 느낌. 그 기분에 비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폴 오스터는 야구 선수로 뛰었을 때의 환희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보는 사람으로서 똑같은 환희를 느꼈다. 르윈처럼 뻔뻔하게 말해보자면, 세상에는 시간과 맞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시간을 쪼개서 얻는 것이고, 둘째는 시간을 고의로 잃는 것이다. 아마도 1997년 즈음 야구가 사라지기라도 했다면 나는 불안하고 지루하던 20대의 시간들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시간을 고의로 잃으면서 다른 시간을 벌었던 것 같다. 야구가 그걸 가능케 했다. 그 시절의 내가 진정한 루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