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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칸 스페셜] “스스로를 믿어야 했다” <곡성> 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과 현지 반응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곡성>은 올해 칸에 초대받은 한국영화 세편 중 가장 마지막 날에 공개됐다. 지난 5월18일 기자 시사가 끝난 뒤, 이브 몽마외(기자이자 평론가이며,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2006), <야쿠자 에이가, 히스토리 오브 야쿠자 시네마>(2009), <조니 토 총을 잡다>(2010) 등 아시아영화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바 있다.-편집자)의 사회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는 나홍진 감독, 배우 곽도원, 천우희, 구니무라 준이 참석했다. -데뷔작 <추격자>(2008)부터 신작 <곡성>까지 매 작품 관객을 조종하고, 혼란감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홍진_악의적인 의도는 없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어떤 스타일로 풀어나갈 것인가 고민하다보니 질문과 같은, 곤란한 상황이 자주 등장하는 작품을 만들어온 것 같다. 그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곡성>은 인물의 심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클라이맥스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곡성>의 영어권 국가 개봉판 제목(, 통곡)과 프랑스 개봉 제목(, 외지인들)이 다르더라. =나홍진_그래서 영화 제목이 벌써 한국어 제목을 포함해 3개나 됐다. 이쯤에서 더 늘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계자들께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시작했다가 점점 공포가 극대화되더라. =나홍진_전작이 강한 이미지로 관객을 몰아붙이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영화는 관객에게 (긴장감을)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전작과 다른 방식의 긴장감을 만들어가려고 했다. 그게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이 많았다. 스스로를 믿어야 했다. 배우들에게도 질문을 좀 해달라. -칸에 초대받은 소감이 어떤가. =구니무라 준_한국영화에 출연한 건 처음인데, 칸에 올 수 있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다. 감독의 재능 덕분이다. 천우희_촬영을 끝마쳤을 때 왠지 칸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있었다. 외국에서 우리 영화와 내 연기가 어떻게 평가받을지 무척 궁금하다. 곽도원_나홍진 감독의 전작을 좋아하는데, 세편 연속 칸에 온 사실을 몰랐다. <황해>는 출연작인데도 말이다. 칸에 와보고서 이곳이 얼마나 중요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인지 알았다. (웃음) 우리 영화가 다루는 샤머니즘과 부성애는 전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보편적인 주제이지만 유머 코드가 외국 관객에게 잘 전달될지 걱정이 좀 된다.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은 신체적으로 쉽진 않을 것 같다. =나홍진_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면 그냥 혼자 대답할 걸 그랬다. (웃음) 곽도원_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은 꽤 치열했고, 그래서 서로 다독이면서 작업했다. 천우희_감독님마다 성향이나 스타일이 다르지 않나. 나홍진 감독님과의 교감은 항상 열려 있었다. 맡은 캐릭터가 어떤 초월적인 존재였던 까닭에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정확한 표현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현장에서 여러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감독님 역시 내 연기를 본 뒤 디테일을 덧붙여가면서 만들어가셨다. 일단 몸으로 부딪힌 뒤 디테일을 함께 덧붙이는 식으로 작업했다. 구니무라 준_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이상을 요구해 정말 힘들었다. 나홍진 감독은 스스로 만족하기 전까지 배우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그 힘든 여정의 끝에 아름다운 작품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몸은 힘들었지만 심리적으로 건강했다. 어쨌거나 감독의 재능을 믿고 뛰라고 하면 무조건 뛰었다. 나홍진_이 자리를 빌려 모든 출연배우들께 사죄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구니무라 준 선생님께서 촬영 마지막 날 나를 엄청 혼내셨다. 통역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통역하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 화를 내셨다. 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어봐도 통역을 안 해주더라. -대체 어떤 장면이기에. =구니무라 준_편집에서 잘린 장면으로, 영화에는 없다. 긴 얘기를 할 순 없다. 그 장면을 찍은 뒤 나는 현장을 떠났고, 나 감독은 일이 남아서 현장으로 갔다. 이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웃음) 허무주의 사육제의 탄생 <곡성> 현지 매체 반응 <곡성>은 한국 관객뿐만 아니라 칸도 현혹시켰다. 프랑스 매체와 북미 매체 모두 고른 호평을 보냈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향연을 소개한다. <텔레라마>_“한국은 몇년 전, 정확히 장르영화로 분류할 수 없는, 아주 묘한 카테고리의 새로운 인사를 칸에 보내왔었다. 그가 나홍진이다. 그의 데뷔작 <추격자>는 2008년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의 관객을 마구 뒤흔들어놓았다. 나홍진은 이전의 잔인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호러 효과의 정체, (사건의) 급격한 변화 리듬 변주, 생각지도 않은 시점에서 등장하는 유머로 무장해 칸을 다시 찾았다. 곡성이라는 시골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그는 서양영화의 장치로 장난칠 줄 안다. 가령 몇몇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슬그머니 생각나게 하고, 모던하고 전투적인 굿 장면은 윌리엄 프리드킨의 걸작과 무리 없이 비교할 수 있다. 몇몇 신은 길게 끌거나 작은 결점들이 드러나지만 올림픽(칸)에 복귀한 나홍진의 신작은 참으로 좋은 소식이다.” <르몽드>_“나홍진의 세 번째 장편은 현실에 기반을 둔 거친 수사물영화의 궤도에서 일정 부분 거리감을 두고 있는 듯하다. 거친 몽타주, 건조하면서도 과장된 슬로모션 같은 전작에서 선보였던 스타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전작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리얼리즘을 초현실적인 사건들에 양보한다. 샤머니즘, 기독교, 트랜스 고어, 오페라식 폭력, 기괴함과 비장미 등 허무주의 사육제를 탄생시켰다.” <메트로뉴스>_“경고, <곡성>은 2016년의 가장 순수한 충격 중 하나다. 절대악을 다룬 이 놀라운 그림은 나홍진 감독을 중요한 동시대 감독 중 하나로 격상시켰다.” <에크랑 라르주>_“진짜 걸작이다. 이건 복잡하면서도 완벽한 창작물이다. 이 유능한 감독의 다음 작품을 빨리 보고 싶게 만드는,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다.” <리베라시옹>_“스타일리시한 엑소시즘영화. 나홍진의 광기 어린 재능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을 미학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감독으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가벼운 퍼즐 제작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포지티프>_“나홍진은 전작에서 보여준 재능을 초월해 악에 대한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선사한다.” <버라이어티>_“나홍진은 폭력성이 감춰진 한 시골 마을을 통해 전통적인 샤머니즘, 인간을 현혹하는 악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려낸다. <엑소시스트>와 <이블 데드> 그리고 <아웃브레이크>에서 다룬 주제들을 한데 풀어내고, 인간의 밑바닥까지 지독하게 들여다보는 클라이맥스는 로만 폴란스키를 떠올리게 한다. 또 봉준호 감독의 <마더> <설국열차>를 찍은 바 있는 홍경표 촬영감독은 강렬한 자연광과 황혼, 안개의 장막에 휩싸인 피사체를 예민하게 화면에 담아낸다. 그의 카메라는 클로즈업숏이나 특별히 강조하는 기교 없이도 인간의 본성과 (사건의) 단서를 담아냄으로써 이야기가 가진 모호함을 환기시킨다.”

[스페셜] 프리퀄 3부작의 최종,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선택한 길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와 에릭 렌셔(매그니토)의 과거로 돌아가, 오랜 친구였던 두 사람이 신념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그렸다. 아직 엑스맨 군단이 탄생하기 전의 이야기였다. 프리퀄 3부작의 최종장으로서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이제 엑스맨의 탄생을 보여준다. 찰스 자비에와 에릭 렌셔의 과거사를 정리하는 작품으로서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선택한 길에 대해 살펴봤다. <엑스맨> 시리즈만큼 똑같은 주제를 고집스레 반복해온 영화도 드물 것이다.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녔지만 놀림이나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돌연변이들의 존재론적 고민, 특별한 소수자로서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엑스맨> 시리즈를 관통해온 주제다. 인간과 돌연변이의 공존을 희망하는 프로페서 X 진영과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매그니토 진영, 그리고 돌연변이들의 능력을 탐하는 적대적 인간의 대결이라는 기본 구도 또한 변함이 없다. <엑스맨>(2000), <엑스맨2>(2003),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으로 이어지는 오리지널 3부작은 그렇게 <엑스맨> 시리즈만의 세계를 공고히 다지는 데 주력했다. 울버린의 단독 시리즈 이후 제작진의 선택은 프리퀄이었다.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가 찰스 자비에와 에릭 렌셔의 삶을 살았던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캐릭터보다 세계관을 부각했고 프리퀄 시리즈는 세계관보다 캐릭터를 중심에 두었다. 워낙 캐릭터의 보고(寶庫) 같은 시리즈라 물량 공세를 펼칠 캐릭터도 많지만, 그보다는 각 캐릭터의 전사를 통해 <엑스맨>의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려는 선택이었다. 힘의 통제가 아닌 해방 <엑스맨>의 첫 장면과 같이 과거 아우슈비츠에서 자신의 힘을 발견하는 에릭 렌셔의 이야기로 프리퀄 1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는 시작됐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에릭 렌셔(마이클 파스빈더)의 마음에 똬리를 튼 분노의 기원을 보여주고, 자비에 영재학교를 세운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세레브로를 만든 행크 맥코이(비스트, 니콜라스 홀트),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레이븐(미스틱, 제니퍼 로렌스)을 내세워 프리퀄의 첫 단추를 끼웠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선 휠체어에 앉게 된 찰스의 피폐해진 마음이 드러났고, ‘돌연변이들이 이 땅의 미래’라는 생각을 굳힌 에릭의 신념이 드러났다. 인류의 멸망을 막고자 미래에서 과거로 울버린(휴 잭맨)을 보내면서 엑스맨의 역사도 바뀌게 되는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영리하게 이를 통해 기존 엑스맨들의 이야기가 새롭게 전개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이후, 찰스와 에릭의 젊은 시절을 충분히 들여다본 이후, 프리퀄 3부작의 최종장으로서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선택한 길은 “엑스맨의 기원”을 살피는 일이다. 프리퀄 3편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엑스맨으로 활약한 진 그레이, 스톰, 스콧이 아직 자비에 영재학교의 학생이던 때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라이언 싱어도 말했듯 이러한 선택은 “엑스맨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출발점”이 된다. 시간적 배경을 짚고 넘어가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1960년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1970년대,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0년의 시차를 두고 진행되는 이야기는 캐릭터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유용한 측면이 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 찰스는 자비에 영재학교를 살뜰히 꾸려가면서 스승으로서의 역할에 몰두하고, 에릭은 폴란드의 시골 마을에서 아내, 딸과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1973년의 ‘워싱턴 사건’ 이후 레이븐은 돌연변이들의 영웅이 되었다. 각자의 삶을 살던 찰스, 에릭, 레이븐이 다시 대면하게 되는 것은 아포칼립스의 등장 때문이다. 돌연변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유일신으로 군림하며 자신의 문명을 건설해 세상을 다스려온 아포칼립스는 5천년간의 잠에서 깨어나 1983년의 이집트에서 눈을 뜬다. 아포칼립스는 인간에게 질문한다. “이 세상은 지금 어떤 신을 믿고 있느냐.” 거짓 신들을 믿고, 군사력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 시대에 실망한 아포칼립스는 세상을 엎어버리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계를 건설하려 한다. 냉전의 기운이 가득했던 프리퀄 1편의 1960년대,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차용한 2편의 1970년대를 지나, 3편에선 열강들이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갈등과 전쟁, 파괴의 시대”로서 1980년대를 그린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를 만들려는 아포칼립스의 사고는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세계를 사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돌연변이들의 힘을 흡수해 능력을 키우고 불멸의 존재가 된 아포칼립스는 ‘신’의 존재에 가깝게 묘사되는 악당이다. 그는 돌연변이들에게 자신의 힘을 나누어주고 그들이 자신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샤일록(올리비아 문), 스톰(알렉산드라 십), 엔젤(벤 하디) 그리고 매그니토가 아포칼립스의 네명의 기사가 된다. 아포칼립스 편에 서게 된 매그니토의 이야기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서사의 한축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을 잃고 잠재웠던 분노를 일깨운 매그니토의 서사는 후반 들어 논리가 많이 생략된 채 전개된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 흥미로운 건 오히려 늘 정의롭기만 하던 찰스 자비에다. “네 능력을 최대치로 느껴보아라”라고 말하는 아포칼립스와 ‘힘은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 믿는 찰스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캐릭터다. 찰스는 힘의 통제를 우선시하는 캐릭터인데, 영화 초반 스콧(타이 셰리던)에게 (의미심장하게) 이런 말을 한다. “능력을 이해하는 첫 단계는 능력의 크기를 아는 것이다. 그래야 그 힘을 조정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의 최대치를 확인하라는 것은 아포칼립스의 얘기와 통한다. 이번 영화에서 찰스는 돌연변이들에게 힘의 통제가 아닌 힘의 해방을 가르친다. 그것은 영화의 결말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브라이언 싱어는 “젊은 프로페서 X를 행복한 이상주의자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대를 만난 행복한 이상주의자는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이르러 보호의 수단이 아닌 공격의 수단으로서 힘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새로운 시리즈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오리지널과 프리퀄 시리즈는 물론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를 모두 염두에 두고 제작된 작품이다. 프리퀄 시리즈는 찰스, 에릭, 레이븐을 중심 캐릭터로 활용했다. 이번엔 훗날 엑스맨의 리더로 성장하게 되는 진 그레이(소피 터너), 스콧, 스톰 등에게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아포칼립스와 대결하기 위해 초음속 제트기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에서 진 그레이는 레이븐에게 묻는다. “당신도 첫 임무 때 떨렸나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이제 막 제 능력을 깨닫고 들떴던 레이븐이 어느덧 고참이 되어 젊은 친구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은 괜히 뭉클하다. 그렇게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신구 배우, 신구 캐릭터의 바통 터치를 훌륭히 해낸다. 할리 베리가 연기한 스톰 캐릭터가 여전히 익숙할 테지만 카이로의 좀도둑에서 아포칼립스의 기사로, 포호스맨에서 다시 엑스맨의 일원이 되는 젊은 스톰의 모습도 흥미롭다. “이렇게 빠른데 늘 늦기만 해요”라는 퀵 실버도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금 맹활약을 펼치고, 벗고 쓰기를 반복해야 하는 특수안경을 쓰고 옵틱 블래스트를 내뿜는 스콧(사이클롭스), 순간이동이 가능한 나이트크롤러(코디 스밋 맥피)의 순수한 모습도 귀엽게 그려진다. 사실상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열쇠를 쥔 캐릭터는 진 그레이다. 팜케 얀센이 연기한 오리지널 시리즈의 성숙한 진 그레이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텔레파시와 염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진 그레이는 자신의 능력을 감당하기 두려워하는 소녀로 등장한다. 훗날 그녀는 울버린, 스콧과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데, 스트라이커 대령(조시 헬먼)의 기지에 갇힌 울버린을 직접 해방시켜주는 장면에서 이들의 훗날의 관계를 예측하게 한다. 마지막 아포칼립스와의 대결을 통해서 “진 그레이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감독의 말처럼, 진 그레이는 다음 시즌의 중요 캐릭터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좌의 게임>의 산사 스타크 역으로 친숙한 소피 터너, <머드>(2012), <조>(2013)의 타이 셰리던, <렛미인>(2010), <슬로우 웨스트>(2015)의 코디 스밋 맥피 같은 젊은 배우들도 훌륭하게 <엑스맨> 시리즈에 입성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장차 엑스맨의 주역이 될 캐릭터/배우들의 힘을 업고 새로운 시리즈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을 잘 깔아두었다. “돌연변이는 인간 진화의 핵심 요소다. 인간을 작은 세포에서 지구상 가장 진화된 종으로 발전시켰다.” <엑스맨>의 포문을 연 말이다. 히어로영화치고는 ‘돌연변이’ 같았던 <엑스맨> 시리즈의 이다음 진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손색없다. 다만 아포칼립스라는 너무도 분명한 적이 등장하면서 거대한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로 주제가 좁혀진 점은 아쉽다. 특별한 힘을 지닌 소수자 집단의 내적 갈등과 고민은 이전 시리즈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다. 규모의 미학을 자랑하는 요즘의 블록버스터들과 <엑스맨> 시리즈가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오랜 친구이지만 신념의 차이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본격적 대립의 시작은 다음 장을 위해 비워둔 듯하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와 말말말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에반 피터스, 소피 터너가 국내 기자들과 화상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나온 말들을 정리했다. 브라이언 싱어 “차기 <엑스맨> 시리즈는 10년을 건너뛰어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할 것이다. 어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지는 말할 수 없다. 차기 시리즈 연출에 관해서도 확답할 순 없지만 제작자로든 그 어떤 역할로든 분명 참여는 할 것이다. 20년 동안 관여해온 <엑스맨> 시리즈를 저버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소피 터너 “오디션은 3개월 정도 진행됐다. 진 그레이라는 캐릭터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땐 실감이 나지 않았다. 감격스러웠다. 코믹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사가>도 어렸을 때 읽었다. 그뿐 아니라 <엑스맨> 시리즈를 전부 다 봤다. 캐릭터 준비를 위해서 진 그레이의 성장배경 등 사전 공부를 많이 했다. 감독님이 오리지널 시리즈에 기대지 말고 자유롭게 연기하라고 해서 나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에반 피터스 “퀵 실버의 매력은 가벼우면서 거만하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기에 건방질 만도 하다. (웃음) 촬영 중 퀵 실버가 되고 싶었던 순간은 글쎄… 와이어 액션으로 비행하는 장면을 찍는데, 나도 날 수 있다고 좋아하던 순간 감독님이 ‘컷’을 외쳤을 때? 순간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배순탁의 영화비평] 과거의 향수에 기대어 미래의 희망과 약속 노래한 <싱 스트리트>

※음악에 관한 다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부자라고 해도 현금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감독 존 카니의 언급처럼 1980년대 아일랜드는 실업자 천국이었다. 경제가 파탄나면서 가정이 무너졌고, 가정이 무너지자 10대들은 미래를 향한 약속을 아일랜드 아닌 다른 곳에서 찾기 시작했다. 바로 런던이었다. 영화 <싱 스트리트>는 아일랜드라는 절망 속에서 런던이라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아일랜드 10대들의 이야기다. 영화에서 런던을 상징하는 곡은 다. 신스 팝/뉴웨이브 밴드 듀란 듀란이 1982년 히트시킨 이 곡은 가족이 함께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 뮤직비디오로 나온다. 주지하다시피, 듀란 듀란은 1960년대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에 이은, 제2차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첨병과도 같은 밴드였다. 미국에서도 크게 성공을 거뒀기에 영화에서는 미국에서 활동하느라 직접 출연하지 못해 라이브 연주 대신 뮤직비디오를 방영하는 것으로 대체된다. 이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바로 영국에서 최고의 뮤지션/밴드들만 나올 수 있다는 <톱 오브 더 팝스>(영화에서는 ‘인기 팝송 시간’으로 번역)이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위대한 영국 출신 뮤지션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고 보면 된다. 가 의미하는 바는 지리적으로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이루는 강인 리오그란데다. 그러니까, 는 미국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인 셈이다. 기실 1980년대의 잉글랜드 역시 아일랜드보다는 좀 나았을 뿐이지 경제적으로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아일랜드 청소년들이 런던을 꿈꿨다면, 잉글랜드 청소년들은 미국을 꿈꿨다. 즉, 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 성공을 갈망하는 심리를 상징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다. “음악은 배우는 게 아냐” 영화는 주인공 코너가 방구석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누가 봐도 엉망인 기타 실력으로 밴드 결성을 다짐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여 명쾌하다. 첫눈에 반한 여자 라피나에게 관심받고 싶어서다. 하긴, 저 위대한 기타리스트 에디 반 헤일런이 그랬던가. “온종일 기타만 연습해서 잘 치게 되니까, 여자들이 저절로 주위에 모여들더라고요.” 주위에 조력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모두가 중요한 멤버들이지만 핵심은 멀티 플레이어로 설정된 에먼이다. 에먼을 연기한 배우 마크 매케나는 ‘실제’ 음악을 했던 아버지 덕에 ‘실제’로 온갖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속 첫 만남에서 에먼은 롤랜드 주노 신시사이저로 영화 <베벌리힐스 캅>의 주제가인 해럴드 팰터마이어의 를 연주한다. 이외에 기타, 베이스, 각종 퍼커션에 이르기까지, 가히 더블린의 하림이라고 해도 괜찮을 면모를 보여준다. 자칭 ‘미래파’를 지향하는 소년들은 밴드 이름을 싱 스트리트로 최종 결정하고 연습에 몰두한다. 첫 카피곡은 당연히 다. 코너는 이 연습곡을 녹음해서 형인 브렌든에게 들려준다. 애매한 표정의 브렌든은 곡이 끝난 뒤 문을 여닫으며 이렇게 말한다. “구린내 좀 빼야겠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섹스 피스톨스는 배워서 음악했냐? 니가 뭔데? 스틸리 댄쯤 돼? 음악은 배우는 게 아냐.” 자막에서는 (아일랜드 발음으로) ‘스틸리 단’이 생략되었으니 기억해놓고 감상해보기를 바란다. 음악을 배워서 하려면 테크닉이 스틸리 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미래파’를 추구하면서 고작 카피나 하다니, 그건 내가 있었던 전설적(?) 카피 전문 밴드 ‘연말정산’이나 하는 짓일 뿐이다. 1980년대 영국 음악의 영웅들인 디페시 모드나 조이 디비전급의 밴드가 되려면 창조는 조건이 아닌 필수다. 이 돈오의 깨달음과 함께 싱 스트리트는 연말정산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코너와 에먼을 중심으로 작곡에 몰두하고, 뮤직비디오에 라피나가 참여하면서 조금씩 듣고 볼만한 노래와 영상을 갖춰나간다. 존 카니의 현재까지 최고작 스승이 되어준 건 당연히도 훌륭한 음악들이었다. 밴드는 조 잭슨의 ,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도 삽입되었던 잼의 , 블레이즈의 등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제법 멋들어진 자작곡을 창조해낸다. 음악이 쌓여갈수록 위축되었던 과거는 사라지고, 코너는 패션을 통해 달라진 자신을 표출하는 법도 배운다. 운명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법이니까. 심지어 코너는 자신을 때렸던 배리를 로드 매니저로 기용하고, 앞뒤 꽉 막힌 벡스터 수사를 음악으로 디스하면서 파티에 모인 학생들로부터 커다란 환호를 얻는다. 이외에도 영화는 여러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인상적인 순간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제네시스의 와 이 곡을 작곡하고 노래한 필 콜린스는 코너의 형 브렌든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하고,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정서적 키워드라 할 ‘행복한 슬픔’은 큐어의 명곡 를 통해 대신 표현되는 식이다. 그러나 싱 스트리트가 창작곡으로 승부를 걸었듯이 기존 곡들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도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들이다. 영화를 본 관객 중 대다수가 에 애정을 드러내고 있지만, 글쎄, 나에게 한곡만 꼽으라면 을 선택하겠다. 1980년대 영국산(産) 뉴웨이브에서 기이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 곡은 그때 발표되었어도 꽤나 주목을 얻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 만큼 빼어난 완성도를 들려준다. 그다음으로는 왠지 콜드플레이풍의 구성미를 떠올리게 하는 을 놓고 싶다. 아련하고 애틋한데 발랄하고 경쾌하다. 과거의 향수에 기대어 있으면서도 미래를 향한 약속을 잊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좋은 작품들이 대개 이렇다. 서로 방향성이 다른 정서들을 솜씨 좋은 만듦새로 엮어내고, 그 만듦새 자체를 동력 삼아 저절로 굴러가게끔 할 줄 안다. 국가 경제가 파탄나고, 가정이 무너지는 현실에서도 음악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메시지는 어쩌면 고루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고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각성제와도 같은 영화는 위대해질 수 있지만 때론 마취제 같은 예쁜 영화도 우리에겐 필요한 법이니까 말이다. <원스>보다는 음악영화적으로 ‘더’ 탄탄하고, <비긴 어게인>보다는 ‘덜’ 상업적인 영화. <싱 스트리트>는 존 카니의 현재까지 최고작이다. 최근 개봉작에 한해서 말하자면, <곡성>으로 피폐해진 마음, 이 영화로 치유하면 딱일 것이다.

[people] “양질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교류할 기회” - 글로벌게이트의 세 대표 폴 프레스버거, 윌리엄 파이퍼, 클리퍼드 워버

한국 버전의 <헝거게임> 시리즈(영•미 라이온스게이트) 또는 <언터처블: 1%의 기적>(프랑스 고몽)을 제작하는 일이 앞으로는 훨씬 수월해질지도 모른다. 세계 유수의 제작사와 배급사가 지적재산권을 교환해 자국영화의 제작을 추진하는 ‘글로벌게이트 컨소시엄’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글로벌게이트라는 창구를 통하면 굳이 현지의 낯선 로컬 프로덕션을 거치지 않아도 파트너사들끼리 콘텐츠를 교류할 수 있으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해외로 수출해 현지 영화로 제작할 수도 있다. 현재 <헝거게임> 시리즈와 <나우 유 씨 미> 프랜차이즈를 제작한 미국•영국의 라이온스게이트, 남미 최대의 미디어 복합기업 텔레비사(멕시코), 프랑스의 유서 깊은 제작사 고몽과 일본의 가도카와, 독일의 토비스, 터키의 TME, 베네룩스의 벨가, 스칸디나비아의 노르디스크 등 10개국 9개 회사가 글로벌게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한국에서는 롯데가 참여했다. 이러한 합의를 이끌어낸 데에는 글로벌게이트의 세 대표 폴 프레스버거, 윌리엄 파이퍼, 클리퍼드 워버가 큰 역할을 했다. 라이온스게이트의 전 임원(폴 프레스버거), 소니픽처스의 전 전략부문 부사장(윌리엄 파이퍼), 전 이십세기폭스, 워너브러더스 임원(클리퍼드 워버)이었던 세 사람은 수십년간 업계에서 쌓은 각 지역에 대한 노하우를 토대로 로컬영화를 보다 수월한 조건에서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냈다.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마켓을 찾은 글로벌게이트의 세 대표를 현지에서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의 칸영화제 마켓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윌리엄 파이퍼_글로벌게이트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마켓에서 좋은 영화 기획 아이템과 시나리오, 이미 완성된 양질의 영화를 찾는 것이다. 칸에서 발견한 작품을 글로벌게이트의 파트너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우리의 업무다. 또 하나는 우리의 잠재적인 파트너가 될 영화사와 미팅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미 우리의 파트너인 회사들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 얘기도 한다. -전세계 많은 제작자와 프로듀서들이 지적재산권 문제 때문에 해외 콘텐츠를 가져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점에서 파트너사들간의 지적재산권을 공유한다는 글로벌게이트의 아이디어는 획기적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폴 프레스버거_나는 윌리엄과 20여년, 클리퍼드와 수년간 함께 일했다. 1년 반 전,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이었는데 두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문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윌리엄은 아시아에 강점이 있었고 나는 북미와 남미, 클리퍼드는 유럽 영화사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다. 그런 우리가 함께 모이면 더 큰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글로벌게이트 컨소시엄에 대한 아이디어를 냅킨에 쓰며 열정적으로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할리우드에서는 현재 마블과 픽사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블록버스터영화를 점령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특화된 로컬 영화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글로벌하게 다룰 수 있는 시도는 부족해 보였다. 그게 글로벌게이트 컨소시엄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국적도, 법도 다른 9개 회사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클리퍼드 워버_두 가지가 과제였다. 우리와 함께할 회사를 찾고 투자 구조를 설정하는 것. 투자 구조에 대해서는 사실 큰 문제가 없었다. 우리 모두 25년 동안 이 업계에서 일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P&A(광고, 마케팅비)와 배급수수료에 대한 각 나라의 기준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점은 나라별로 고유의 산업적 환경에 따른 조항이 있었기에 그걸 해결하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글로벌게이트의 한국 파트너로 롯데를 선택한 이유는. =윌리엄 파이퍼_한국의 다른 회사들도 만나봤지만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제안을 검토해줬던 게 중요했다. 더불어 롯데는 투자 측면에서도 규모와 경험이 있는 회사라 글로벌게이트와 공동 투자제작을 하는 데 적합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또 롯데는 극장체인(롯데시네마)을 운영 중이라 강력한 배급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롯데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롯데의 콘텐츠 중 특별히 눈여겨본 작품이 있나. =윌리엄 파이퍼_롯데와 논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몇개의 아이디어를 제안받은 상태다. 세계 시장에 소개하면 좋을 콘텐츠로, 코미디와 액션 블록버스터 등 다양한 추천을 받았다. 세계의 로컬 시장을 살펴보면 지역마다 원하는 장르가 다르다. 어떤 지역은 코미디에 주목하고, 어떤 곳은 스릴러에 주목한다. 우리는 이 각기 다른 지역의 관심사를 고려해 롯데의 콘텐츠를 매칭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롯데가 흥미를 가질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다. 클리퍼드 워버_이건 한국의 감독, 프로듀서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롯데의 영화 <헬로우 고스트>를 예로 들면, 이 작품을 미국영화로 리메이크하겠다고 발표한 지가 벌써 수년 전이다. 그런데 진척사항이 없고, 그렇게 특정 스튜디오에 발이 묶여버린 영화들은 다른 나라에서 리메이크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박탈당하는 상황이 아닌가. 글로벌게이트를 통하면 단순히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영화를 리메이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예를 들어 멕시코영화 <인스트럭션스 낫 인클루디드>는 현재 프랑스와 중국, 터키와 인도에서 로컬영화로 리메이크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게이트의 파트너사를 살펴보면 할리우드와 더불어 가장 큰 영화시장인 중국과 인도의 영화사가 빠져 있다. 이들 시장에 대한 계획은 없나. =윌리엄 파이퍼_좋은 지적이다. 중국과 인도는 글로벌게이트에 중요한 전략적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는 이 지역에서 특정 파트너를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이 시장은 너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할 수 있는 회사의 폭이 넓고, 매년 새로운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 대해서라면 특정 파트너를 선택하기보다 다양한 회사들과 일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봤다. 하나의 파트너사를 선택하기에는 비즈니스에 대한 기회가 적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글로벌게이트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클리퍼드 워버_곧 브라질 회사가 우리의 신규 파트너가 될 거다. 프랑스와 스페인 회사도 지금보다 더 많은 곳이 참여할 거라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는 데 집중하려 한다. 윌리엄 파이퍼_지금은 1년에 10편 정도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하지만 잠정적으로는 20편을 공동제작하는 게 목표다. 또한 지금은 영화 콘텐츠에 국한되어 있지만 향후 TV 로컬 마켓에도 주목하려 한다. 이 분야에도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

[오승욱의 뒷골목 만화방] 처절한 고통의 기록

달도 차면 기울고 활짝 핀 꽃도 시간이 흐르면 시들어 땅에 떨어진다. 1950년대와 60년대 일본 만화의 대명사와 같았던 데즈카 오사무도 70년대 초에 들어서면서, 드넓은 자기 집 마당에 건물을 보란 듯이 세우고 제2의 월트 디즈니를 꿈꿨던 애니메이션 사업을 접어야 했고, 무시 프로덕션도 부도를 맞아 정리해야 했다. 게다가 만화잡지의 연재도 끊어졌다. 데즈카 오사무가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자신의 어시스턴트들에게 <소년 매거진>에 연재 중이던 가지와라 잇키 원작, 가와사키 노보루 만화의 <거인의 별>을 펼쳐 보이며 이런 만화가 어떻게 재미있느냐고 물었던 일은 이 시기의 유명한 일화다. 60년대 중반부터 반(反)데즈카 오사무를 외치는 만화가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자신들의 만화를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와 구별해 극화라 이름 붙였다. <생존게임>과 <고르고 13>으로 유명한 사이토 다카오가 그 선두 주자였다. 50년대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보고 자란 소년, 소녀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아버지, 어머니가 되었다. 60년대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우주 소년 아톰>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이제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이 되었고, 새로운 독자들은 <거인의 별>과 <내일의 죠>에 열광했다. 나가이 고의 만화 <파렴치 학원>은 학부모들이 증오하는 만화로 연재 중단을 요구하며 연일 신문에 오르내렸지만 소년 독자들은 이 만화를 지지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학복물이라는 명칭으로 중학교 교복을 입은 소년들이 패싸움을 하는 열혈 소년만화 <사나이 카키 대장>은 소년들의 혼을 빼놓았다. 데즈카 오사무의 어시스턴트였던 만화가들이 독립해 자신들의 시대를 열었으며, 그 뒤로 오지에서 가난하게 태어나 배를 쫄쫄 굶으며 희망이라고는 도쿄로 올라가 만화가가 되는 것뿐이라 믿었던 소년들이 그린 손때 묻은 만화 원고들이 독자들과 만났고, 그렇게 만화가로 성공한 그 소년들이 도쿄에 집을 사는 시대가 되었다. 절망에서 부활하다 데즈카 오사무는 시대에 뒤처지고 말았다. 애니메이션 사업을 벌이며 재능을 과도하게 쏟아부은 그에게 남은 것은 지친 머리와 나빠진 시력, 허리 통증이었다. 60년대 말, 70년대 초에 등장한 열혈남아들이 입을 쩍 벌리고 분노를 표현하는 시끄러운 과잉의 만화들을 데즈카 오사무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히 그런 만화들을 그릴 수도 없었다. 그가 찍었던 인감도장들은 빚으로 둔갑해 데즈카 오사무를 온종일 빚 독촉 전화에 시달리게 했다. 그런 그에게 한 사나이가 찾아왔다. 후배 직원을 앞에 두고 업무 지시를 하면서 책상 위에 맨발을 떡하니 올려놓고 성냥불로 발가락 사이를 지지며 무좀 치료를 하는 사내. 임협영화에 등장하는 야쿠자처럼 양복 소매에 팔을 넣지 않고 어깨에 걸친 채 두손은 주머니에 넣고 침을 뱉으며 상대방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무서운 사내. 아즈마 히데오의 만화 <실종일기>에도 등장해 아즈마 히데오를 뻔뻔하게 부려먹다가 단물을 다 빨았다고 생각하자 웃으며 절연!을 말하는 악당. 바로 <소년 챔피언>의 편집장 카베였다. 카베 편집장은 데즈카 오사무가 이제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고 그의 마지막을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소년 챔피언>에서 지켜주려고 그에게 연재를 부탁한다.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만화의 길로 들어선 데즈카가 무의식중에 자신의 마지막 만화를 자기가 가지 않은 길인 의사가 주인공인 내용으로 그리겠다고 하자 카베는 1화로 완결되는 단편만화 형식으로 그리는 것을 조건으로 연재 시작을 알린다. 사실 의사가 주인공인 만화는 편집부의 후배 편집자가 공을 들여 준비하고 있는 아이템이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알고도 데즈카 오사무의 마지막 작품을 허락한 것이었다. 당연히 후배 편집자는 항의했고 카베 편집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데즈카 만화는 3, 4회 연재하면 끝이야”라고 말한다. 당시에는 데즈카도 몰랐고, 카베 편집장도 몰랐다. 70년대 초, 열혈 주인공들이 과잉으로 무장하고 날뛰는 시대에 의사가 주인공인 조용한 만화가 절망에 빠진 만화가를 제2의 전성기로 부활시키고, 소년만화잡지의 후발 주자로 위태롭게 생존하던 <소년 챔피언>의 생명을 20년이나 연장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만화 <블랙잭 창작비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3, 4회 연재하면 끝이라던 만화 <블랙잭>이 데즈카를 모르던 소년, 소녀 독자들에게 통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리고 이후 데즈카 오사무는 거칠 것이 없었다. <불새>의 장대한 여정이 다시 시작되었고, <붓다>가 탄생했으며, <아돌프를 위하여>를 비롯해 <추락천사>와 같은 위대한 단편만화들이 만들어졌다. 198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데즈카 오사무는 “어른들은 다들 금방 죽는다고요!”, “정말 죄송합니다. 내일 아침까지는 반드시 완성하겠습니다”를 수없이 말하며 숨어 있던 자신의 재능을 마지막까지 쥐어짜며 만화를 그렸다. 800여 페이지 네권 분량의 <블랙잭 창작비화> 속에는 <캡틴 하록> <은하철도 999>의 마쓰모토 레이지를 비롯하여 <사이보그 009>의 이시노모리 쇼타로, <데빌맨> <마징가 Z>의 나가이 고 등등 수많은 만화가들이 등장하고, 소년만화잡지들의 수많은 편집자들, 무시 프로덕션의 직원들과 어시스턴트, 애니메이터들, 데즈카 오사무의 아내와 아들까지 등장해 데즈카 오사무에 대해 말하는데 그 이야기들은 단 한 가지, 마감 시간에 맞춰 원고를 넘기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만화 원고지에 코를 박고 그림을 그리는 데즈카와 줄담배를 피우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감 시간 전에 데즈카의 만화 원고를 받아내려는 편집담당들, 철야! 철야! 철야!를 외치며 하루에 두어 시간 쪽잠을 자면서 그림을 그리는 어시스턴트들의 이야기뿐이다. 장장 800페이지 내내 단 한가지 이야기만을 그린 만화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데즈카에 대한 용비어천가쯤으로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는 작품이지만, 무명의 신인인 원작자 미야자키 마사루와 만화가 요시모토 고지, 두 젊은이는 데즈카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고통을 또박또박 만화 원고에 기록해놓았다. 그래서 800페이지는 재미있는 만화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그 당시 사람들의 처절한 고통의 기록이 되어버렸다. 더욱더 대단한 것은 이 만화의 주인공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만화 <블랙잭>도 아니고, 데즈카 오사무도 아니며, 그의 어시스턴트들도 아니다. 만화 <블랙잭 창작비화>의 주인공은 데즈카가 누워 있는 병실을 찾아와 마지막 작별 인사로 그의 손을 잡으며 “데즈카는 자신의 편집 인생 그 자체였다”고 고백하는 <소년 챔피언>의 편집장 카베다. 만화의 마지막 권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이 만화는 대단한 기적을 일으킨다. 무명의 두 젊은 작가는 만화잡지 편집자와 만화가 사이의 피를 말리는 고통의 대가로 탄생한 우정을 그린 것이다.

[스페셜] 단념의 정조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가 영화적 호흡을 쌓아가는 법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홈드라마는 언제나 평균 이상의 감동을 준다. 이 장르에서 그가 만든 최고작 <걸어도 걸어도>(2008)의 성취에 못 미친다 해도 상관없다. 좀 이상한 얘기지만 <태풍이 지나가고>는 두 가지 점에서 슬픈 여운을 남기는데, 첫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홈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죽음과 이별을 포함하여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한 단호한 체념 같은 것이 배어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에선 가장 친절하게 관객에게 설명하려드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고레에다의 화법은 이미 충분히 친절한데도 그는 점점 관객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로 가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이는 더 많은 관객을 원하는 게 아니라 더 관객이 줄어드는걸 원하지 않는 연출의 방어심리인 것 같아 슬프다. 묘하게도 이는 영화 속 기키 기린이 연기하는 할머니 요시코가 아들과 딸, 며느리에게 줄곧 중언부언하며 잔소리를 하는 상황과 겹쳐 다가온다. 상황을 돌이킬 수 없지만 그게 안타까워 말을 보태다가도 에잇,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인 것이다. 대안의 삶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태풍이 지나가고>의 주인공 료타(아베 히로시)는 아버지의 인생을 반복하고 있다. 가족을 경제적으로 쪼들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집 안 어딘가에 숨겨둔 비상금을 훔치거나 집 안 물건을 저당잡히며 살았던 아버지의 삶은 한때 문학상을 받았던 소설가지만 흥신소에서 부업일로 연명하는 료타에게 대물림된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료타는 이혼한 아내와 아들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도 못하며 어쩌다 생기는 돈은 경륜과 복권으로 탕진한다. 영화 초반에 그가 아버지 장례식 직후 어머니의 낡은 연립주택을 찾아와 하는 것은 아버지의 값나가는 유품을 뒤지는 일이다. 료타의 어머니는 그런 것이 있을 리 없다고 말하지만 료타는 셋슈 작가의 진귀한 족자를 찾아 전당포에 맡겨 돈을 벌 생각이다. 그 족자는 상자만 진품인 모조품이었다. 료타의 행동은 아버지를 꼭 닮았기 때문에 가족에게 쉽게 들통난다. 어머니는 거짓말을 할 때면 세번 반복하는 료타의 습관을 지적하고 료타의 누나도 료타가 벽장 속에 어머니가 숨긴 돈봉투를 찾아내려 할때 미리 바꿔치기해놓고 약 올리는 메모를 남겨놓을 만큼 료타의 행동을 꿰뚫고 있다. 요컨대 료타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실패자이며 도둑이고 거짓말쟁이다. 아버지를 닮지 않기 위해 공무원이 되려고 했던 그가 이렇게 된 건 인생의 행운을 바라며 도박에 탕진했기 때문이다. 그는 복권에 매달리는 자신을 힐난하는 이혼한 아내에게 자신은 꿈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순수문학이 대접받지 못하는 세태를 한탄하면서도 그는 누구보다 속물적으로 산다. 흥신소에 의뢰 들어온 일들 가운데 불륜 현장을 포착한 것을 미끼로 협잡도 서슴지 않는다. 그가 이렇게 하는 것은 삶을 되돌리거나 다른 방향으로 도약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료타는 아들 싱고(요시자와 다이요)에게 무능한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의 아들 싱고도 아버지 료타를 닮아 있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싱고의 꿈은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칭찬받은 글재주를 할머니가 칭찬하자 이 아이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할머니가 아빠를 닮기 싫으냐고 묻자 이 아이는 “엄마는 아빠가 싫어서 헤어졌잖아요”라고 말한다. 그러곤 아빠가 사준 복권이 당첨되면 커다란 집을 짓고 가족이 다시 모여 살자고 말한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할머니는 기뻐하지만 이 아이의 천진난만한 꿈이 허무맹랑한 것이라는 건 싱고 그 아이 자신도 알고 있다. 싱고는 어느새 아버지의 삶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심하게 야구에서 홈런보다는 포볼로 진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포볼로 진루하는 데 계속 실패하면 이 아이는 홈런을 노려 계속 헛스윙을 남발하며 한방을 기대하는 삶을 사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살았던 삶을 되풀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추측은 다소 침울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대안의 삶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든 그들의 삶에 어떤 극적 전환점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까지 그들이 살아왔던 궤적은 어떤 방식으로든 바꾸기가 힘들고 오직 필요한 것은 단호한 체념에 따른 긍정뿐이다. 영화는 이에 관한 다소 과도한 대사들을 여러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주입한다. 흥신소 소장은 료타에게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를 가져야 남자는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 충고하고 료타의 어머니는 료타에게 ‘행복은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이런 말들은 근사하지만 너무 직접적인 문어체라서 주제를 굳이 확인시키는 보완물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런 부연설명은 좋은 영화가 될 수 없게 하는 독이다. 그런데도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이 말들은 아슬아슬하게 상투형으로 굴러떨어지지 않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견고한 영화적 호흡 덕분이다. 등장인물들이 이 말을 하는 전후 화면 맥락에서 고레에다의 연출은 쉼표를 거듭 찍으며 실내 공간의 아우라를 살리는 마법을 부린다. 음식을 만드는 시간, 음식을 먹는 시간 태풍이 휘몰아치는 밤, 료타와 료타의 전 아내, 료타의 아들 싱고는 료타 어머니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일요일 오전에 싱고를 만났던 료타는 친할머니를 보고 싶다는 싱고의 청을 받아들여 어머니의 집에 왔고 싱고를 데리러 온 료타의 아내 쿄코(마키 요코)도 태풍이 심해져 어쩔 수 없이 이전 시어머니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들이 동상이몽으로 하룻밤을 보내는 이 대목이 <태풍이 지나가고>의 클라이맥스인데, 낡고 오래된 좁은 연립주택 내부에서 능숙하게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잡는 고레에다의 연출은 관객에게 최적의 자리를 마련해준다. 어머니가 카레 국수를 만들고 쿄코와 싱고가 그걸 거드는 사이 료타는 실없는 말을 이어가면서 모처럼 예전과 같은 가족적 분위기를 만끽하려 하는데 물론 상황은 자연스럽지 않다. 어머니는 끊임없이 료타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그걸 듣는 쿄코는 살짝 불편하다. 어머니와 쿄코의 대화 사이에 료타가 끼어들려 하면 대사가 중첩되면서 료타의 말들이 묻히는 가운데 그들의 행동과 표정을 우리는 잘 안무된 프레임 안에서 관찰하게 된다. 수선스럽게 활기를 과장하는 료타의 어머니와 료타에 비해 쿄코는 차분하다. 일찍 성숙한 싱고는 그런 어른들의 상태를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카레 국수를 먹는 과정에서 진행된다는 게 중요하다. 정성스럽게 카레 국수를 만드는 과정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상세하게 보여주는 것은 이들이 붙잡고 있는 과거의 결속에 대한 그리움을 대체하는 이미지다. 함께 준비하고 먹는다는 것은 가족이 하는 가장 흔한 일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다. 먹으면서 그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그 기분을 현재에 불러오고 그 느낌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이 가족에게는 그 기회가 실은 사라지고 없다. 그런데도 료타의 어머니와 료타는 안타깝게 그걸 되살리고 붙잡으려 한다. 쿄코는 그게 불편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료타가 잘되고 그럴 리는 절대 없더라도 료타가 정신 차리고 유능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료타가 목욕을 하고 쿄코와 싱고가 거실에서 게임을 하며 료타의 어머니가 가계부를 정리하는 무언의 장면들이 흐를 때 화면 바깥에선 태풍이 임박해 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더욱 거세진다. 이들이 시연하는 일상의 절차들은 그 바람 소리만큼 위태로운데 이들은 각자 다른 마음을 품은 채로 겉으로는 과거에 늘 함께했던 일상의 순간을 예외적으로 드물게 현재에 시연한다. 이제 이 영화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상황이 나온다. 싱고가 목욕을 하는 동안 료타와 쿄코는 방 안에서 잠시 속내를 나눈다. 료타는 쿄코가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에 대해 질투를 숨기지 못하고 쿄코는 양육비도 보내주지 못하는 료타의 바뀐 것 없는 무능을 타박하며 그 대화를 종료한다. 그들의 대화가 끊길 때 거실에선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할머니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 틈에 바깥의 바람 소리가 화면으로 치고 들어온다. 잠시 예전의 일상적 공기를 억지로나마 나눴던 료타와 쿄코의 위장된 따뜻함은 사라져버리고 이들의 대화는 양육비를 언제 줄 거냐는 쿄코의 냉랭한 말로 끝난다. 어른은 사랑만으로 살 수 없다는 쿄코의 말에 반응하듯 이어지는 장면에서 료타는 어머니가 잠든 틈을 타 벽장을 뒤져 스타킹에 말아놓은 돈봉투를 찾아내려 애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그 봉투에는 쓸모없는 마분지 조각만 들어 있고 료타의 도둑질을 예견한 누나의 조롱하는 메모만이 적혀 있다. 가정의 원상회복을 원했던 료타의 마음은 절실했어도 그는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고 그는 자기 본성대로 도둑질을 한다. 그는 도둑질마저 실패한다. 화면은 그때 예기치 않은 전환점으로 넘어간다. 어머니의 비상금을 훔치려다 실패한 료타는 아버지를 기리는 향을 켜고 타다 재가 되어버린 향초들을 모아 신문지에 펼쳐놓고 심지를 고른다. 양립할 수 없는 행동을 대사 없이 자연스레 이어나가는 이 장면의 묘사는 여러 면들이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료타는 무능하고 나쁜 아들이자 가장일 수 있지만 아버지의 부재를 자기식으로 애도하는 선한 아들로서의 행동을 동시에 한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이런 식으로 사소해 보이는 장면들에서 잔상을 남기는 상황을 곧잘 묘사한다. 예를 들면 영화에는 이야기의 진행과 상관없이 배치된 이런 장면들이 있다. 료타의 어머니가 칼피스 음료를 컵에 조금 담고 나머지는 물로 채워 자기식의 아이스크림을 만든 다음, 화분에 줄 물을 페트병에 담는 것을 보여준 후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걸 평범한 롱숏으로 담아낼 때 이 일상의 사소하고 평화로운 순간들은 곧 닥칠 태풍으로 사방 사물이 흔들리는 풍경에 압도당한다. 앞과 뒤가 급격하게 달라져도 그게 가능할 수 있는 게 우리 일상이고 지속적인 삶이며 그 삶을 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런 감흥은 길게 이어지는 대사들로 곧잘 깨진다. 료타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했던 행동, 도둑질하는 자식과 아버지를 추모하는 자식이라는 상반된 모습을 같은 순간에 시연했던 그 감흥은 그 상황을 목격한 료타의 어머니가 “저 향이 아버지라고 생각했지?”라고 굳이 부연 설명할 때 단단했던 질감이 살짝 깨지는 실망감을 준다. 이 장면에서 어머니가 하는 말들은 영화의 주제를 직설로 친절하게 풀어낸다. 허름한 연립주택에서 40년이나 살 줄 몰랐다는 어머니의 한탄은 남편과 아들의 무능에 대한 간접적인 힐난임과 동시에 이미 살아낸 삶을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을 드러내며 그럼에도 그 집에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 삶에 대한 미련을 토로한다. 꿈에 나타난 죽은 남편을 거론하며 “네 아버지도 나도 늘 살아 있네, 이렇게 생각하지”라고 말하는 료타의 어머니는 삶의 물질적인 윤기를 체념한 가운데서도 불멸을 바라는 인간의 연약함을 보여준다. 행복 운운하는 말들은 굳어서 생명력을 얻지 못하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등려군의 노래를 들으며 료타의 어머니가 주절거리는 말들은 어떤 경지에 이른 단념을 표시하기 때문에 생생하다. ‘깊이, 바다보다 더 깊이, 푸르게, 하늘보다 더 푸르게’라는 등려군 노래의 후렴구를 놓고 료타의 어머니는 말한다. “난 바다보다 더 깊이 누구를 사랑해본 적이 평생 한번도 없었어.… 없을 거야 보통 사람은. 그래도 살아가는 거야. 날마다 즐겁게. 그런 적 없어서 살아갈 수 있는 거야. 이런 매일매일을. 그것도 즐겁게.” 예기치 않게 속깊은 대화를 나누는 이 장면은 주제를 너무 직접적으로 설명하지만 앞서 꾸준히 쌓아두었던 영화적 호흡 덕분에 가까스로 훼손되지 않고 그 준엄하고 슬프고 약간은 행복한 느낌을 화면에 남겨둔다. 료타가 자신의 아버지와 그랬던 것처럼 싱고를 데리고 태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놀이터 미끄럼틀 속에 들어가 과자를 먹으며 놀다가 그들을 찾으러온 쿄코와 함께 놀이터 근처에서 잃어버린 싱고의 복권을 찾는 그 이후의 장면은 시각적으로 그리 인상적이진 않아도 이 영화의 지향점을 완곡하게 드러낸다. 료타와 쿄코와 싱고는 당첨되면 큰 집을 사겠다는 싱고의 염원을 담은 그 복권들을 다 찾아내지는 못한다. 놀이터에서 잃어버린 복권을 찾는 가족의 이미지는 미련하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따뜻해 보인다. 앞서 기키 기린이 능숙하게 연기한 료타 어머니의 단념을 담은 행복의 이상에 관한 말을 우리가 이미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인생의 행운은 앞으로도 주어지기 힘들 것이고 개별 인간들의 진화도 이뤄질 리 없을 것이며 남은 것은 대개 상실과 이별뿐일진대 그렇더라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한다는, 그것도 태연하게 즐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단념의 정조는 이 분야의 거장인 오즈 야스지로의 홈드라마와 통하는 게 있을 것이다. 물질적 흔적들의 이미지 영화의 끝, 료타의 어머니는 남편의 셔츠를 찾아내 료타에게 입힌다. 아버지의 유품은 다 버린 게 아니었느냐는 료타의 물음에 어머니는 깜빡하고 잊어버린 게 남아 있었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과거에 대한 단념과 애도를 행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을 보여주고 있으나 동시에 다 버릴 수 없는 과거의 흔적, 현재에 이어지는 과거의 느낌이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암시한다. 이는 료타가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들고 나왔던 아버지의 벼루가 상상 이상으로 귀한 고가품이라는 걸 전당포에서 확인하는 장면에서도 되풀이된다. 그 벼루는 흔한 게 아니었으며 버려지지 않고 집 안에 남아 있었다. 버려지고 단념한다 해도 들러붙어 있는 것들을 껴안으며 굳이 재수가 좋지 않더라도 작은 크기의 삶의 행복들을 즐기는 것이라는 언명은 상투적일 수 있으나 그것들의 귀함을 일깨우는 이 영화의 물질적 흔적들의 이미지는 역시 힘이 세다.

[김영진의 영화비평] <터널>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에서 감지되는 불길한 전조

<부산행>에서 시작해 <터널> <덕혜옹주> <인천상륙작전> 순으로 이어진 나의 올해 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관람은 극심한 메슥거림을 느끼는 것으로 끝났다. 극장가에서 자취를 감춰가던 <인천상륙작전>을 마지막회에 관람했는데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과 비례해 속이 계속 울렁거렸다. 생각해보니 <덕혜옹주>를 볼 때도, <터널>을 볼 때도 그랬다. 스크린에선 격정적인 상황이 펼쳐지는데 나 스스로는 납득이 가지 않으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신체적 반응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영민한 창작자는 그 시대에 과잉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표현하지 않는다. 표현한다 해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올여름 한국 블록버스터들은 이미 과잉으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소란스럽게 부연하는 것으로 내겐 보였다. 중요하니까 봐주고 감동해주세요, 라고 호객하는 제스처들이 요란한 가운데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는 기묘한 진공상태의 화면들로 가득 찬 이 영화들을 보면서 한국영화계가 좋지 않은 방향에서 근본적인 변동을 맞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을 느꼈다. 현실의 비극을 착취한 <터널> 비교적 고르게 언론에서 상찬받은 김성훈의 세 번째 장편영화 <터널>은 택한 소재의 특성을 무시하는 작법이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상한 점은 무너진 터널에 갇힌 주인공 정수(하정우)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를 보여주는 데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수 두병과 케이크만 갖고 있었던 정수는 구조가 장기화되면서 초인적으로 버텨야 하는데 별다른 생존 수단이 없다. 터널에 갇혔던 또 다른 희생자 여성(남지현)과 물을 조금 나눈 데다 케이크는 그 여성 희생자와 동승했던 개가 다 먹어치웠다. 구조될 수 있으리라고 여겼던 한계선인 17일을 넘겼는데도 정수는 초인적으로 잘 버틴다. 자기 오줌을 마시며 버티면서 터널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을 웬만큼 받아뒀다 해도 이 생존 알리바이는 잘 성립되지 않는다. 터널을 파들어가는 작업에 오차가 있었고 정수는 구조 예정일을 훨씬 넘겨 30일을 버텨야 했다. 그때부터 서사는 정수의 사정을 보여주기보다는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중단된 주변 터널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벌어지는 사회적 혼란을 서사의 반전 장치로 쓴다. 감독은 단 한 사람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으나 내겐 그의 말이 좀 위선적으로 들린다.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이 영화의 서사는 예상할 수 있었던 희생양을 배치하는데 사람 좋은 작업반장(정석용)이 구조작업 과정에서 실수로 비명횡사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캐릭터를 우리는 이전 몇 장면에서 볼 수 있었는데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이 구조 현장에서 봉사하며 음식을 관계자들에게 내던 중 바닥에 떨어진 달걀부침을 빗물에 씻어 먹을 만큼 순박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그는 구조작업이 장기화되는 걸 불평하는 동료들을 달래며 작업을 독려하는 중에 사고사한다. 그의 죽음으로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구조를 둘러싼 여론은 더 악화되고 급기야 죽은 작업반장의 어머니가 여전히 사고 현장에서 음식 봉사를 하던 정수의 아내 세현에게 날달걀을 던지며 비난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세현이 만들어준 달걀부침이 더러워졌는데도 개의치 않고 먹었던 아들과 세현에게 날달걀을 던지는 그 사람의 어머니를 대비시키며 영화는 세현의 죄책감을 정당화한다. 남편 때문에 인명피해가 나고 사회적 손실이 커지는 걸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없었던 그녀는 달걀세례를 당하면서도 정중하게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한다.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 취급을 받으며 미안해하는 이 상황을 통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세월호 비극의 현재형을 떠올릴 것이다. 이런 유비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영화는 극적 장치로 누군가의 불우한 죽음을 도구로 삼았다. 이건 정당화될 수 있는 극적 장치일까 반문하게 되는 것은 영화가 그런 극적 흐름을 만들어내는 동안에 우리는 잠시 정수의 안위를 잊기 때문이다. 정수는 여전히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는 게 나중에 밝혀지지만 어떻게 버텼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잘 버티고 있던 그에게 그의 아내 세현이 라디오 음악방송에 나와 메시지를 전한다. 이게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정수 역시 일시적이나마 희생자가 정당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비극의 도구로 이용된다. 라디오를 들으며 난 아직 살아 있다고 중얼거리는 정수의 말이 관객을 향한 것은 자명하다. 그는 세현의 행동을 보며 느꼈던 것과 비슷하게 관객으로 하여금 죄책감을 갖게 만드는 극적 도구다. 여기서 거듭 질문해볼 수 있다. 그는 어떻게 고통을 견뎠는가. 하정우는 정수의 캐릭터를 능란하게 연기하지만 우리가 불편하지 않게 그 캐릭터와 동화될 수 있게끔 적절한 선을 긋는다. 터널 구조물 잔해들에 둘러싸인 좁은 차 안에서 그는 영웅적으로 버티는데 느물느물 혼잣말을 하며 어떤 상황에서든 유머를 잃지 않는 캐릭터다. 조난된 그와 멀지 않은 곳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차에 갇힌 젊은 여성을 발견했을 때 그가 보여주는 행동들도 인간적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보살피려 하지만 생수를 나눠 마셔야 하는 것과 같은 자기 안위와 관계된 선택을 해야 할때 슬쩍 망설인다. 정수는 극한의 상황에 대처하는 영웅적 자질이 있는 사람이지만 연약하고 흔들릴 수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이다. 반복하지만, 그런데 그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구조반 대장 대경(오달수)의 의지 덕분에 그는 마지막에 살아남는다. 대경은 모두 저만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이 세상에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능력이 있는 상식적인 윤리감각을 갖춘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그는 정수의 구조에 절대적인 책임감을 품고 있다. 관계 장관이나 공무원들이 구조를 둘러싼 과정에서 자신들의 성실함과 유능함을 위장하는 거짓 연기를 하고 이를 언론이 생중계하는 아수라장의 현실에서 그는 정수가 오줌을 받아먹을 때 자신도 오줌을 먹어볼 만큼 타인의 고통에 예민하다. 누군가는 기를 쓰고 몸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확인시키는 또 다른 영웅이기도 하다. 우리가 감동할 수 있는 연대를 그려내고는 있으나 이 대목에서도 영화는 인물들의 고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정수가 오줌을 마시는 것도 대경이 그를 따라하는 것도 설정으로만 제시돼 있다. 오줌을 마시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한가.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어떤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피해자가 된 사람을 보여주는 구조의 맥락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그 피해자의 고통을 다룰 의무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겪었던 고통을 견딜 만한 것으로 관객에게 제시한다. 그가 갇혀 있는 상황은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의 고통은 그의 고통을 대리해 느끼는 세현과 대경을 통해 암시적인 수준으로만 묘사된다. 그만큼의 극적 시간을 메우는 것은 우리의 기시감을 확증시키는 에피소드들, 국가기관의 무능과 언론의 선정적 작태와 사회 구성원들의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들이다. 이것들을 보며 분노하고 잠깐 슬퍼하는 건 쉽지만 대신 정수의 고통을 대리 체험하는 것은 어렵고 불편하다. 정수가 낙천적인 천성으로 고통을 견디는 능력을 타고났다고 해도 좋다. 그렇더라도 영화는 그의 고통을 스크린에 더 담아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영화의 후반부 대목은 과학적으로도, 극적 맥락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생략과 비약으로 관객을 추상적인 정서로 몰고 가 즐기게 만든다. 많은 언론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 영화가 세월호를 의식하지 않고 볼 수는 없는 영화라고 한다면 그것의 핵심은 현재형의 고통을 얼마나 스크린에 영화적으로, 아니면 최소한의 사실성에 기초한 디테일로 묘사할 것인가에 있다. <부산행>이 약간의 의구심을 자아내는 부분을 <터널>은 더욱 노골적으로 전면화한다. 이 영화는 현실의 비극을 반영한다고 했지만 실은 현실의 비극을 착취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비극을 음미하고 슬퍼하게 한 다음, 분노하게 만들고 이윽고 승리의 감정까지 쥐여주면서 안전하게 빠져나가도록 돕는다. 한달여를 터널에 갇혀 있던 정수가 이윽고 구조되는 순간에, 대경은 정수를 대신해 공무원들과 기자들에게 욕을 퍼붓고, 정수는 들것에 실려가면서 엄지를 척 치켜든다. 재미있는 설정이지만 이것은 정수의 고통의 연대기를 클라이맥스에서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면서 얻은 것이다. 아울러 정수의 고통에 따른 현실적 비극을 교묘하게 환기시키기 위해 극중 인물을 한명 더 죽이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설정이다. 나는 이런 대목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며 거기에 세월호 비극의 메타포라는 결론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본다. 역사를 다루지 않고 착취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현실의 반영이 아닌 착취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재한의 <인천상륙작전>은 감당하기 힘들 만큼 흉물스러운 영화이다. 첩보전으로 시작하는 플롯이지만 피아가 잘 구별되지 않는 총격전으로 상당수의 상영시간을 채우고 배우들은 시종일관 머리보다는 기운으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식으로 행동한다. 실존 인물들이 나오는 성공한 작전을 다룬 영화로서 역사적 기초 상식이 없는 관객을 계도할 목적이 있었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방식이 세련되지 않아 보기 피곤하다. 일단 이범수가 연기하는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은 살인광이자 전쟁광이라는 것까지 인정하더라도 머리가 너무 나쁘고 기세등등한 것에 비하면 자기 임무에 늘 실패한다. 겉으로는 세 보이지만 군인으로서 무능한 데다 적당한 시점에는 늘 살인을 교사하거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악함을 시연하는 캐릭터다. 악당이 흡인력이 없으니까 그 앞에서 늘 주눅든 채 긴장을 견디는 표정으로 일관하는, 북한군으로 위장한 대한민국 해군 대위 장학수(이정재)도 덩달아 기계적으로 행동하는 캐릭터 같다. 이 영화에서 묘사된 전쟁의 지표들은 잔인하고 처절하고 어쨌든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의 흔적들이 아니라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악당들의 제지를 뚫어내는 국군의 성실함과 용감함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이미지들로 제시된다. 북한군은 아군에 비해 훨씬 많이 죽고 그들을 제압하는 아군들의 대다수는 영웅적으로 죽음을 택하며 특히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전쟁터가 아니라 게임 공간을 대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주인공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병사들을 제압하는 판타지가 전개된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이 과장된 전투담의 영웅이자 도구로 쓰인다는 인상을 강화하는 건 맥아더 캐릭터다. 리암 니슨이라는 존재감 있는 배우를 캐스팅한 영화 속의 맥아더는 늘 신처럼 군림하면서 좌우를 압도하는 구원자의 형상을 하고 있다. 심지어 걷는 모습조차도 배제된 이 인물은 맥아더에 대해 어떤 역사적 지식도 생산하지 않는 대신, 이 모든 상황을 집전하는 초월적 존재로 묘사된다. 회상 장면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그가 장학수의 용맹스런 모습을 보며 자기 아들처럼 생각했고 그들을 위해 작전을 집행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아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온,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절대자이고 그의 권능에 기대어 한국군은 초인적인 활약으로 작전을 미리 대비하고 있던 북한군대를 초토화시킨다. 인물들을 특정 의도에 맞게 기계처럼 배치한 이 영화는 역사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역사를 착취하는 영화이다. <덕혜옹주>, 역사 왜곡에 따르는 착취의 흔적 가리기 <덕혜옹주>를 연출한 허진호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데 따르는 착취의 흔적을 가리기 위해 상당히 고심한 흔적을 드러낸다. 덕혜옹주(손예진)의 인간적 고뇌를 정서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유효한 수단인 멜로드라마적 장치를 억제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고종에게 데릴사위로 간택됐으나 덕혜옹주와 결혼하지 못했던 김장한(박해일)은 일본에 끌려간 덕혜옹주 앞에 일본 군인의 신분으로 나타나 호위무사처럼 그를 보호하고 그를 상하이로 망명시키려는 계획을 주도한다. 개인의 관계를 축으로 역사를 병풍처럼 위치시키는 방법을 취한 셈인데, 문제는 주인공에게 저항의 아이콘이 될 만한 서사를 부여하는 상상력을 적용하면서 또 다른 방향에서 <인천상륙작전> 못지않은 목적 드라마로 향했다는 점이다. 국민이라는 근대적 개념이 성립되기 전인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멸망한 왕조의 딸을 국가적 정체성의 대변인으로 재옹립하는 게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시도인지를 따지기 전에 이 영화는 그런 시도 때문에 상당수의 화면을 덕혜옹주의 고뇌하고 슬퍼하고 미쳐가고 결단하는 표정에 할애한다. 중국에서 찍은 <위험한 관계>(2012) 때부터 허진호는 이전의 자기 스타일을 버렸지만 그 영화에서 희미하게 배어 있던, 인물의 내면을 수식하는 전체 분위기에 대한 감성은 이 영화에선 송두리째 사라지고 없다. 고종의 말년부터 덕혜옹주의 일본 감금 생활을 묘사하는 중반부까지 이 영화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상투적인 컷 연결 기법으로 일관한다. 등장인물의 대사들이 독립과 주권 회복으로 한정돼 있는 사이, 허진호적인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상실과 쇠락의 삶에 관한 고유한 정조는 화면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늙은 김장한이 등장하는 영화의 첫 장면을 빼면 이 영화의 대다수 장면은 허진호가 아니더라도 연출 가능한 기계적인 배치로 이뤄져 있다. 데뷔할 때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던 재능으로 지금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공간을 뛰어나게 환기시켰던 감독이, 부재와 상실은 과거와 같지 않은 현재의 공간에서 아프게 재생된다는 걸 보여줬던 감독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린 국권을 갈망하지만 결코 투사는 될 수 없었던 여인의 비극을 다루면서 텔레비전 드라마의 컷 연결을 고수했다는 것만으로도 <덕혜옹주>는 올해의 화제작이라 할 것이다. 이 모든 영화들에서 주인은 감독이나 제작자가 아니라 화면 맨 처음에 명기되는 투자자들이다. 언제부터인가 관례로 정착된 이 크레딧 배치를 보는 건 새삼스럽지 않지만 올여름 극장가의 한국영화들은 유난히 자본에의 종속성을 실감하게 했다. 개별적으로 창작자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든 간에 올여름 한국영화를 통해 확인된 자본가들의 작업지침은 현실을 착취하라는 것이었다. 손톱만큼의 새로운 지식도 재생산하지 못하는, 앎에의 욕구에 전혀 봉사하지 못하는 이 영화들은 오락과 예술의 균형 추를 잡는 영화라는 매체에서 예술이라는 이름을 당분간 추방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조로 읽힌다.

[trans x cross] 반려자의 자격 -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반려견 교육법 알리는 강형욱 동물 행동 전문가

개와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2인자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들이 우리를 더 사랑한다. 그럼에도 개와 함께 사는 일은 난해하다. 혹시나 쉽다고 느낀다면 개를 막 대하거나 인간의 방식을 곧장 적용하기 때문이다.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은 반성(反省)의 달인이다. 개를 가족으로 맞고도 노력하지 않는 보호자의 게으름을 단호히 지적하고, 개를 교육하는 자신의 방법론을 훈련소 견습생으로 일한 열여섯살 이후로 줄곧 반성하며 발전시켜왔다. 저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2014)와 같은 해 설립한 반려견 행동 클리닉 보듬의 활동, 그리고 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통해 강형욱은 “누가 보스인지 인식시켜라”라는 원칙에 입각한 압박 훈련법을 반박하는 안티테제를 보급해왔다. 그는 처벌이 아닌 보상을 개에게 동기로 제시하고, 즐거움을 조건반사의 방아쇠로 쓴다. 국회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 8월31일 강형욱 훈련사를 만났다. 서글서글하지만 단단한 그의 인상은 픽사 애니메이션 <업>(2009)의 골든 리트리버 더그와 무척 닮았다. 훈련사의 반려견 다올과 바로가 따라들어왔다. 애정과 신뢰에 주리지 않아 평온한 강아지들은 기자의 발을 건드리며 책상 밑을 오갔다. -출연한 방송에서 개보다 강아지, 견주보다 보호자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예전에는 나도 “개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에서 ‘개’는 누군가에게 우스갯소리고 놀림의 뉘앙스가 있다. 그래서 ‘강아지’, ‘반려견’이라는 말을 쓰게 됐다. 하지만 차차 개라는 단어를 되찾아가야겠다. 견주는 마치 차주처럼 소유의 뉘앙스가 강해서 보호자라는 명칭을 선호한다. 의뢰인을 “보호자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아, 내가 보호자구나’ 하는 책임감을 느끼며 달라지는 태도를 감지한다. -목소리가 나직하고 손동작이 풍부하다. 일로 형성된 습관인지. =내 목소리 톤은, 강아지에게 자극을 주지 않는 동시에 보호자에게 확실히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긴 시간 다듬어진 거다. 개에게 하는 “앉아!”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목소리 톤을 달리하면 강아지는 내가 다른 생각을 한다고 여긴다. 두 다리를 바닥에 고정하고 되도록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얼굴과 보디 랭귀지를 많이 써서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출연 중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실시간 댓글이 달리는 프로그램이다. 한국 사회에서 반려동물이 화제가 되면 늘 그렇듯 시비를 거는 댓글도 있을 것을 짐작하고 섭외에 응했을 텐데. =압박 훈련에 반대하는 교육법을 소개하면서 7, 8년 전부터 전화로 메일로 욕을 많이 먹었다. 짧은 목사슬로 행동을 강제하는 훈련을 해온 사람, 그 훈련을 시킨 보호자들에겐 내 방법이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선의로 한 일이 잘못됐다고 말하니까. 다행히 스스로 숙고해서 판단한 길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편이다. 남들이 던져오는 질문을 이미 내가 더 길게 자문하고 답을 얻었기 때문이다. -기존 한국의 TV가 동물을 보여주는 방식에 문제의식이 있었나? 출연 중인 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하 <세나개>)는 로고송 가사부터 당신의 생각이 기초가 된 프로그램처럼 보이는데 기획부터 참여했는지. =심리학에서 행동의 근저에는 회피동기와 접근동기가 있다고 말한다. 회피동기는 더우면 에어컨을 켜듯 순간의 불편을 모면하려는 욕구다. 접근동기란, 당장은 얻는 게 없지만 미래와 꿈을 위해 투자하는 케이스다. 많은 보호자들은 회피동기로 훈련사를 찾는다. 당장 개의 짖음과 배변 실수를 멈춰달라고. TV 시청자의 주의를 끄는 내용도 보호자의 필요를 즉각 채워주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내 관심은 접근동기다. 장후영 PD와 제작진이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믿어줘서 방송에서도 내가 믿는 바를 꺾지 않고 보여줄 수 있었다. -유전, 환경, 후천적 경험으로 성격과 행동이 결정되긴 인간도 마찬가지인데 <세나개>를 보면, 제목대로 문제가 보호자의 변화로 대부분 해결된다. 사람에 비해 개의 경우 환경과 후천적 경험이 더 결정적인가? 유전적 요소로 교정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나. =개의 유전력은 인간보다 강하다. 그래서 부모견에 대해 충분히 알고 강아지를 입양해야 하는데 펫숍에서 개를 사면 불가능하다. 펫숍이 없어지고 브리더(breeder)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하면 된다”라는 사고가 뿌리 깊어 모두가 일단 강아지를 입양하고 그래서 유기견이 양산된다. 선진국일수록 개의 두수가 적다. 그 사회의 조정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진짜 반려할 수 있는지 철저히 조건을 검토하기 때문이다. 유전력이 강해도 훈련사들은 가능한 변화를 믿고 교육한다. 방송을 보면 착각하기 쉽지만 나는 마법사가 아니다. 다만 문제가 된 이 강아지가 향후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보여주는 능력은 있다. 나는 단 6시간 녹화에서 강아지의 6개월 뒤 모습을 보여줘서 보호자에게 접근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보호자가 함께 변하려는 의욕이 없다면 교육이 아니다. 결혼과 같다. 내 아내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걸 받아들이고 서로의 모습을 재밌게 바라본다. “하하, 괜찮아. 나도 그럴 때 있어.” -개를 사랑하게 된 계기를 기억하지 못할 만큼 언제나 개가 생활의 일부였나. =아버지가 운영하는 개 농장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너무나 개를 좋아했고, 동시에 먹고살기 위해 개를 팔았다. 남들은 호랑이, 나비 같은 단어로 한글을 뗐다면 나는 골든 리트리버, 요크셔테리어 같은 말로 뗐다. (웃음) -어린 시절부터 개들을 관찰 기록하는 일을 취미로 삼았다고 들었다. =군대에서는 선임에 대한 관찰 일지를 썼다가 걸렸다. 군에서 기록은 간첩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으니까. 회사 직원들도 싫어한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각각 어떻게 머리를 넘기고 시선을 돌리는지 다 안다. (웃음) -노르웨이 반려견 행동 전문가 투리드 루가즈(Turid Rugaas)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는데. =루가즈에게 무작정 메일을 보냈는데 친절하게도 동료인 앤 릴 크뱀(Anne Lill Kvam)을 소개해주었다. 노르웨이로 가서 크뱀의 옆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선생님이 사는 모습까지 보는 것이 배움이라고 생각했고, 그녀의 가르침이 본인의 개에게 하는 행동과 일치하는지가 내겐 중요했다. 크뱀은 개 훈련이 아니라 나의 유년기와 부모와 감정적 추억에 대해 물었다. 그런 대화로 강아지의 불안이나 공격이 기인한 감정을 유추하는 태도를 배웠다. 이미 9년차 훈련사였는데도 깨지고 반성했다. 지금도 나는 계속 배우는 중이다. 5년 후에는 또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개도 사고와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존중하는 것과 과도한 의인화의 차이가 무엇일까. =내 생각을 개에게 입히는 것이 의인화이고 강아지의 행동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관찰이다. 많은 보호자가 비싼 강아지 용품을 사주고 그 보상을 원하지만 그것은 의인화이고 개의 필요는 다르다. 홈리스의 개가 패리스 힐튼의 개보다 행복하다. 개들에게 앙케트를 하면 최고의 보호자 직업은 언제나 함께 있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이직자, 백수, 노숙자일 거다. -영화가 만들어낸 개에 대한 오해가 있을까. =줄을 풀었는데도 옆에서만 맴도는 이상화된 모습은 좀 위험하다. <베토벤>(1992)의 경우는 현실성이 있다. 개들은 좋은 관계에 있다면 아기를 돌보려고 한다. 솔직히 개 영화 잘 못 본다. 보고 있으면 어떤 식으로 촬영했을지 보여서. -한국의 동물 관련법 중 가장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항은 무엇인가. =변 치우기와 줄 매기, 인식표 착용을 어기는 보호자들에게 과태료를 철저히 징수해 그 돈으로 공공 유기견 보호소의 보호기간을 늘리고 단 열흘이라도 최선을 다해 주인을 찾아주고 좋은 걸 먹이고 보살펴야 한다. 실제로는 열흘 동안 유기견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변을 치우지도 않는다. 99.99%가 입양되지 않기에 담당자들은 “어차피”라고 방기한다. 수요일 12시가 안락사라면 11시 55분까지 수액을 맞히며 돌봐야 한다. 거기엔 돈이 필요하고 그건 법을 정확히 시행하면 확보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강아지 공장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슬로건이 있지만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골든 리트리버,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걸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입양 신청자를 엄격히 심사하는 브리더는 유기견을 방지하는 큰 역할을 한다. 펫숍과 브리더 입양 중 무엇이 바람직한지 이해가 확산된 다음, 펫 공장을 제재해야 실효성이 있다. -유기견을 입양할 때 유의할 점이 있나. =입양하고도 강아지를 계속 유기견으로 바라보는 예가 많다. 계속 불쌍히 여기고 부정적 감정으로 대하면 개도 항상 긴장하거나 응석받이가 된다. 유기됐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개는 두번 다시 보호자를 놓치고 싶지 않아 불안해한다. 어제도 오늘도 똑같고 내일도 같을 것이고 넌 이제 계속 여기서 살 거라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한다. -개 아닌 다른 동물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의 이해가 적용된다고 보는가. =모든 동물들한테 적용돼야 한다. 안 되더라도 해야 한다. 때리고 강요하는 교육이 실효가 있다 해도 믿지 않을 거다. 인간으로서 중심을, 존엄을 잃고 싶지 않아서다. 코담요 개가 코를 쓰도록 독려하는 교육(nose work)은 반려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강형욱 훈련사가 강조하는 방법 중 하나다. 작은 주머니와 나풀거리는 천조각이 부착된 담요 곳곳에 뿌린 간식을, 코로 찾아내는 과정에서 개들은 인간으로 치면 입, 눈, 귀를 합쳐놓은 감각기관인 코를 활성화하고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운다. 물론 최상의 노즈 워크 환경은 깨끗한 자연이지만, 동네 산책길이 지저분해 걱정스러운 초보 반려가족, 혹한과 혹서로 외출하기 힘든 환경이라면 코담요는 차선책이 된다.

[스페셜] 닛카쓰 스튜디오의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가 보여주는 일본 로망 포르노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

올봄, 일본의 닛카쓰 스튜디오가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 계획안을 발표했다. 현재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섯 감독들, 나카타 히데오, 소노 시온, 유키사다 이사오, 시라이시 가즈야, 시오타 아키히코가 지금은 사양된 장르인 ‘닛카쓰 로망 포르노’를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다시 제작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8월24일, 도쿄에서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 제작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닛카쓰 스튜디오의 사토 나오키 사장이 프로젝트를 소개했고, 다섯 감독들이 각자의 영화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의 기자회견 내용을 지면에 옮기며 닛카쓰 로망 포르노가 이 시점에서 왜 다시 제작되는지도 살펴보았다.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과의 개별 인터뷰도 덧붙인다. 닛카쓰 로망 포르노가 부활한다. 1960년대 후반, 일본의 영화 스튜디오들은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점차 불황에 접어들었다. 닛카쓰도 그 무렵 도산 위기에 처했다. 닛카쓰 스탭 노조는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저비용 고효율’을 모토로 극장용 성애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닛카쓰 로망 포르노의 시발이다. 닛카쓰는 첫 작품으로 중산층 주부의 부도덕한 성생활을 그린 <단지처: 오후의 정사>(1971)를 만들었고 영화가 흥행하자 로망 포르노 제작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로망 포르노를 만드는 감독들은 스튜디오에 월 2회 이상 배급을 목표로 편당 평균 제작비 750만엔, 70분의 러닝타임으로 열흘 안에 순발력 있게 영화를 내놓아야 했다. 성애영화인 만큼 10분마다 한번씩 섹스 신이 등장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이를 뒤집으면, 기본적인 제작 조건만 지키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해도 관계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저예산으로 제작된 성애영화이지만 스튜디오의 전문 인력과 시스템 덕에 비교적 완성도 높은 드라마와 작가적 개성을 갖춘 영화가 다수 배출될 수 있었다. <이치조 사유리의 젖은 욕망>(1972), <방황하는 연인들>(1973), <빨강머리의 여자>(1977) 등을 만든 구마시로 다쓰미와 <창녀 고문 지옥>(1973), <실록 아베 사다>(1975) 등을 연출한 다나카 노보루가 닛카쓰 로망 포르노의 대표 감독들이다. 포르노영화는 아니지만 이마무라 쇼헤이의 <신들의 깊은 욕망>(1968), <복수는 나의 것>(1979) 등은 이 시기 로망 포르노에 깊이 영향을 준 작품이다. 와타나베 마모루, 히가시 요이치, 소마이 신지, 모리타 요시미쓰, 다키타 요지로, 구로사와 기요시 등 현재 그 이름이 익히 알려진 감독들도 커리어 초반엔 로망 포르노를 만들며 창작력을 다듬었다. 그렇게 성애영화의 탈을 쓴 명작이 숱하게 탄생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비디오 대여점 등을 유통망으로 장악한 AV시장이 확대되면서 로망 포르노는 시장에서 사장되었고, 닛카쓰는 18년간 제작한 1100여편의 작품을 남기고 1988년 로망 포르노 제작을 중단했다. 로망 포르노 시장을 새롭게 발견하다 그리고 올해 닛카쓰는 로망 포르노를 다시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사토 나오키 사장은 “2012년 닛카쓰 100주년을 기념해 일본과 뉴욕, 유럽 등지에서 로망 포르노 상영회를 열었다. 예상치 못한 큰 반향이 있었다. 새로운 세대의 젊은 관객이 대거 극장을 찾았다는 점, 그 관객의 60%가 여성 관객이라는 점이 뜻밖이었다. 우리는 로망 포르노의 시장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말로 로망 포르노를 리부트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나카타 히데오, 소노 시온, 유키사다 이사오, 시라이시 가즈야,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은 각자 사랑과 관련된 키워드를 하나씩 가지고 과거 닛카쓰 로망 포르노의 규칙을 활용해 만든 신작을 발표했다. 촬영기간은 단 일주일이었다. 나카타 히데오는 ‘레즈비언’으로 <화이트 릴리: 백합>을, 소노 시온은 ‘예술’로 <안티 포르노>(가제)를, 유키사다 이사오는 ‘로맨스’로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를, 시라이시 가즈야는 ‘사회’로 <암고양이들>(가제)을, 시오타 아키히코는 ‘싸움’으로 <바람에 젖은 여자>를 연출했다. 나카타 히데오의 레즈비언 로맨스 <화이트 릴리: 백합>은 도예가 도키코와 견습생 하루카의 성애를 다룬다. 과거의 남자로 트라우마가 생긴 도키코는 하루카의 사랑을 시험하듯 여러 남자와 난잡한 잠자리를 갖는다. 하루카는 인내와 관용으로 도키코를 지켜본다. 그런데 공방에 젊고 잘생긴 남자 견습생 사토루가 들어오면서 도키코와 하루카의 관계는 변한다. 나카타 히데오와 닛카쓰의 인연은 깊다. 나카타 히데오는, 1961년 닛카쓰에 입사해 <꽃의 유혹>(1971)으로 데뷔 후 꾸준히 리얼리즘 계열의 로망 포르노를 만들었던 감독 고누마 마사루의 조감독 출신이며 고누마 마사루에 관한 다큐멘터리 <새디스틱 마조히스틱>(2000)을 연출한 경력도 있다. 그는 레즈비언을 주제로 영화를 찍은 이유에 관해 “<새디스틱 마조히스틱> 상영회의 관객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로망 포르노가 여성에게 주요하게 호소하는 지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소노 시온은 “굳이 포르노를 찍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닛카쓰의 제안을 거절했다. 재차 ‘그렇다면 내가 안티 포르노를 찍겠다’고 하자 마음대로 하라더라. (웃음) 이 시장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를 고민하며 <안티 포르노>를 만들었다”는 연출의 변을 밝혔다. <안티 포르노>는 액자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자기애 넘치는 21살의 젊은 예술가 교코는 언제나 36살의 어시스턴트 노리코에게 ‘여왕’으로 군림한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컷!” 소리가 들려오고, 교코와 노리코가 배우들이었음이 드러난다. 실제 상황에선 노리코를 연기한 배우가 교코를 연기한 배우보다 선배다. 두 여자는 ‘여왕과 노예’로서 위치 바꾸기를 반복한다. 유키사다 이사오는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 <짐노페디>를 들으며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에 제목을 비슷하게 지었다”고 한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는 영화감독 신지가 낯선 여자의 등장으로 무기력에서 벗어나 열정을 되찾는 한편,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다시 그의 내면을 채우게 될 슬픔과 우울감에 괴로워한다는 내용이다. 유키사다 이사오는 “처음의 시나리오는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이었다. 나는 만족스러웠지만 닛카쓰에선 여성 작가와 여성 프로듀서를 내게 붙여주었다. 덕분에 여성성이 주인공을 어떻게 구원하는지가 더욱 잘 드러나게 됐다”는 비화를 언급했다. 시라이시 가즈야의 <암고양이들>은 이케부쿠로의 가난한 세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마사코는 큰 빚을 안고 있고 리에는 나이 든 홀아비를 돌보는 주부이며 유이는 두 아이를 데리고 사는 싱글맘이다. 세 여자가 사랑의 역설과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혐오와 불만 등 부정적 감정을 주요하게 그린다. 경제적 문제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사연은 현재 일본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지고 있기에 <암고양이들>은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촬영됐다. 시라이시 가즈야도 다른 영화사에서 핑크영화를 만든 경력이 있는 와카마쓰 고지의 조감독으로 일하며 일정 부분 성애영화와 연을 맺은 전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암고양이들>은 “다나카 노보루의 <고양이들의 밤>(1972)으로부터 ‘세 여자’란 설정을 빌려오며 다나카 노보루에게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오리지널 창작물 제작에 힘이 실리다 사토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영화 제작의 다양성에 관해 다시 생각한다. 자유가 재능을 배출한다. 닛카쓰는 젊은 감독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영화적 자유로움을 허락하는 스튜디오로 발돋움하고 싶다”는 포부를 강조했다. 그의 말마따나 새로 리부트되는 로망 포르노 프로젝트의 두 가지 의의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영화 찍기가 힘들어진 일본영화계에서 감독의 온전한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는 것과 여성 관객을 타깃으로 한 작가영화, 성애영화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일본영화계에서 작가들의 오리지널 창작물이 다시 예전의 활기를 되찾는 것은 여전히 힘겨워 보인다. 다만 104년 전통을 가진 대형 스튜디오가 창작자들을 위한 발판을 구축하려 노력한다는 점은 일본영화계에 약간의 환기가 될 수도 있겠다. 이날 시오타 아키히코는 “감독 자신의 오리지널 기획물을 영화화하는 것은 현재 일본에서 무척 힘들다. 닛카쓰는, 마치 하이쿠처럼 장르영화의 틀 안에서 마음껏 작가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우리에게 기회를 준 셈이다”라고 발언했다. 일본의 메이저 남성 감독들이 ‘포르노’라는 장르 안에서 여성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들겠노라 선언한 일 또한 유의미하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취급돼온 성애영화 장르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일본영화계의 유리천장을 두들기는 신선한 시도로도 읽힌다. 닛카쓰 로망 포르노 프로젝트 신작들은 시오타 아키히코의 <바람에 젖은 여자>를 필두로 11월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화이트 릴리: 백합>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바람에 젖은 여자> 세편이 미드나잇 패션 상영작으로 초청돼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culture highway] French Spirit!

French Spirit!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잔다라 페스타 2016>에서 프랑스의 인디밴드 여섯팀의 무대가 열린다. 마르세유 출신의 3인조 밴드 차이니스 맨은 록, 솔, 펑크, 일렉트로닉 장르를 아우르며 턴테이블 스킬을 선보일 예정이다. 밴드 컬러스 인더 스트리트, 3인조 콜트 실버스는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자랑한다. 통렬한 사회비판으로 유명한 더 디지 브레인스, 듀엣 코코모의 70년대풍 사운드도 놓치기 아쉽다. 여기에 밴드 텔레페릭의 록 사운드도 귀를 자극한다. 10월2일 밤 10시 홍대 무브홀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의 자세한 소식은 www.facebook.com/zandarifesta에서 확인 가능하다. 대륙의 북디자인을 만나다 중국 북디자인계의 스승처럼 여겨지는 1세대 디자이너 뤼징런의 북디자인 전시가 열린다. <전승과 창조-뤼징런의 북디자인과 10명의 제자展>이다. 뤼징런이 지금까지 40년간 작업해온 도서 표지, 삽화, 포스터, 영상물 등을 전시하며 그의 영향을 받은 유망한 젊은 작가 10인의 작품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니 북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필히 관람할 것을 권한다. 중국 전통에 바탕한 우아한 북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9월24일부터 10월23일까지 한달간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시리즈 강연 스토리가 매체의 경계를 점점 허물고 있다. 마블과 DC 코믹스가 히어로영화로 만들어지는가 하면,웹툰이나 웹소설이 영화로 각색돼 제작되는 경우도 많다. 아카데미 로카가 배주연 박사, 슈퍼히어로 전문가 제이&시드, 헤드플레이 권재현 대표, 기린제작사 박관수 대표 등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등 여러 매체에 해박한 전문가를 모시고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시리즈 강연을 연다. 강연은 9월21일부터 10월12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30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아카데미 로카 홈페이지(www.theloca.kr)를 참조할 것. 홍대에서 즐기는 문학과 과학 제12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9월29일부터 닷새간 홍익대 주차장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질문하는 문학, 상상하는 과학’을 주제로 폭넓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국내 대표 출판사 90여곳이 참여하는 거리 도서전, 인간과 기술 발전에 대한 과학자들의 강연, 프랑스 작가들을 초청한 북토크, 3D 프린터 전시, 어린이책 놀이터 등이 예정돼 있다. 신인 그림책 작가 공모전인 ‘상상만발 책그림전’을 통해 나온 수상자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늦가을, 몽환의 끝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록밴드, 시규어 로스가 내한공연을 갖는다. 올해 6월, 2년 만의 신보《Overdur》를 발표한 이들은 1997년 데뷔해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대자연을 상기시키는 음악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특유의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사운드는 <바닐라 스카이> <127시간>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등 숱한 영화들의 O.S.T로 활용되기도 했다.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11월22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애 극장의 비결 한 사람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극장이 되기까지, 극장이 기울이는 다방면의 노력을 담은 책 <극장은 콘텐츠로 말한다>가 나왔다. 책은 기획전, 영화제, 관객 대면 프로그램, 캠페인, 수입과 프로그래밍으로 분야를 세분화해 보다 상세하고 실용적인 극장 운영 노하우를 전한다. 다양한 극장 콘텐츠 기획을 선보인 바 있는 저자 강기명은 CGV 다양성영화 팀장으로 현재는 영화 비즈니스 전문 아카데미 로카를 창립해 실무교육을 돕고 있다. 저자의 오랜 극장 운영 경험이 책 곳곳에 생생하게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