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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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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에 볼만한 비디오

올해 추석 연휴는 모두 5일. 오래간만에 찾아온 황금 연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계획 짜는 데 머릿속이 분주하다면 그동안 보고 싶었던 비디오를 감상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도 괜찮을 듯하다. 비디오 체인점 영화마을이 한가위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에서 혼자서 외롭게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영화까지 32편의 비디오를 추천했다. ▲가족영화 =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에는 역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좋다. 마법학교의 초대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사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로 아이들과 함께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어도 좋을 듯. 우주를 배경으로 다시 태어난 명작동화 <보물성>과 꼬마 스파이들의 활약상 <스파이 키드2>도 어른이나 어린이나 좋아할 만한 모험담을 담고 있다. 할머니와 외손자의 사랑이야기 <집으로>와 정신지체 아버지가 딸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분투 <아이 엠 샘>, 철없는 시골 선생의 오지 분교 탈출기 <선생 김봉두>는 온 가족을 따뜻한 감동에 빠져 들게 한다. ▲드라마/코미디 = 한가위라고 해도 연인과 떨어질 수 없다면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며 애정을 돈독히 할 수 있다. 상류층 남자와 호텔 메이드의 사랑이야기 <러브 인 맨하튼>, 초짜 부부의 신혼여행기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휴 그랜트 주연의 <투 윅스 노티스>, 그리스 집안의 사위 되기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할리우드산 러브스토리. 여기에 권상우와 김하늘의 매력이 돋보이는 <동갑내기 과외하기>, 조선 최초의 야구단 이야기 , 사춘기 소년들의 엉뚱한 욕망 <몽정기>, 곽재용 감독 감성의 극치 <클래식> 등 국산 코미디 영화까지 선택의 폭은 넓다. ▲액션/스릴러 = 소파에 누워 명절 음식이나 집어먹으며 편안히 감상할 영화를 찾는다면 액션이나 스릴러 장르의 영화도 괜찮다.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룽(成龍) 주연의 액션영화 <상하이 나이츠>, 리롄제(李連杰)의 대륙액션 <영웅>은 명절때면 빠질 수 없는 중국풍 액션영화. 지하철 액션 <튜브>와 잠수부대원들의 사랑과 우정 <블루> 같이 풍부한 볼거리로 가득찬 국산영화도 있다. 올겨울 마지막편 개봉을 남겨두고 전편을 복습한다면 <반지의 제왕2:두개의 탑>도 좋을 듯. 공중전화박스라는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액션 <폰 부스>와 에드워드 노튼,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스릴러 <한니발>도 남들이 대여하기 전에 서둘러야 할 수작. ▲영화 마니아 = 주변에서는 '강추', 흥행에서는 '실패'. 이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던 영화들이 있다면 연휴기간에 '마스터'하는 것도 탁월한 선택.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잔잔한 사랑 <그녀에게>, 손뼉을 치게 하는 기발한 공포영화 <도니다코>와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국산 컬트영화 <지구를 지켜라!>, 스파이크 존즈 감독- 찰스 카우프만 작가의 <어댑테이션>은 일단 보면 후회하기 어려운 수작. 정교하게 보이는 세 여인의 삶 <디 아워스>, 에미넴의 음악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나 재출시된 고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놓치면 후회할 영화들. (서울=연합뉴스)

야하다구요?캐릭터의 강렬함 덕분이죠! <바람난 가족> 배우 백정림

빨래 돌리다 시간 남으면 야한 비디오 보면서 자위하기. 팬티스타킹 차림으로 벌거벗은 남자 몸 위에 올라 몸 부비기. 수컷은 모두 칭얼대는 애라면서 토라진 남자를 불러세워 안아주기. <바람난 가족>에서 유부남인 변호사 영작(황정민)을 품어주는 사진작가 연은 어찌보면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오해를 살 수 있을 만큼 자유분방한 여자다. 백정림(25)을 단번에 사로잡은 매력도 바로 그 점이었다. 카메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몫을 십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돌이켜보면 “캐릭터와 조우했을 때의 강렬함을 촬영 내내 잊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임상수 감독님 영화가 워낙 세잖아요. 시나리오 받아보기 전부터 마음 단단히 먹었어요. 근데 이거 있죠. 유부남과 놀아나는 거야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잖아요. 근데 연이만큼 자기 강단이나 주관이 뚜렷한 캐릭터가 있나요? 연이는 남자를 주도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하죠. 그게 절 잡아끌었을 거예요.” 아무리 강심장이라 해도 첫발을 내디디는 여배우에게 노출은 적잖이 신경 쓰이는 일. 그럼에도 그는 초짜배우답지 않게 “벗는 게 아니라 무얼 얼마나 리얼하게 표현할까” 하는 고민에 휩싸였다고 말한다. 그런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상대배우였던 황정민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컸다. “자상한 분이에요. 구박하는 듯한 말투긴 한데 현장에서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여러 가지 제안을 던져주시는데 막막한 제 심정이나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됐죠. 어떤 기사에선 제가 베드신을 리드했다고 가십을 썼는데 그거 완전히 잘못된 거예요.” 전주에서 찍었던 베드신은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험. “시나리오는 이래요. 영작의 몸 위에서 연이 핥듯이 애무한다 정도로만 되어 있거든요. 근데 그게 그 유명한 꼬리뼈 섹스신이에요.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그 장면만 찍었는데,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아파 혼났어요.” 다음날 친구에게까지 허리 마사지를 해달라고 했을 만큼 힘들었다는 그이지만, 자신의 촬영 분량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나가 검은 파카를 껴입고서 스탭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스탭들이 저보고 배우가 그 꼴이 뭐냐고 여러 번 핀잔을 줬어요. 만날 똑같은 옷 입고 봉두난발하고 나갔으니까.” <바람난 가족>의 일원이 되기 전까지, 백정림은 카메라 앞에 서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혹시 연극무대 출신 아니냐고 묻는 이들도 있지만 무대에서 조명을 쐬 본 기억도 없다. 친척의 소개로 2년 정도 연극연출 하는 이로부터 트레이닝을 받은 게 전부다. “오디션에서 뽑히고 나서 감독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거든요. 왜 뽑았냐고. 근데 웃으면서 딱 한마디 하셨어요. 인간성이 좋아서 뽑았다고. 하하. 털털하고 걸걸한 성격 덕 좀 본 거죠.”대학 입학 뒤 한달도 채 안 돼 “학교 가기 싫다”며 막무가내로 중퇴한 뒤 부모님으로부터 온갖 구박과 회유와 협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안 하고 움츠러들었다는 그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재미없는 애였고, 연기를 시작하기까지 유별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맘속으론 뭔가 표현해보고 싶다는 꿈을 끊임없이 중얼거렸던 것 같다”고 입문 배경을 설명한다. 욕심이 크면 발걸음은 언제나 게을러 보이게 마련. “좀더 자신감이 배어나왔어야 했는데 하는 장면이 많아요”라고 말끝에 여러 번 아쉬움을 다는 그는 언젠가 “푼수나 여전사나 덜 예뻐도 좋으니 좀처럼 잊기 힘든 이미지를 풍기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기다림 끝에 한컷을 낚아올리는 희열을 잊지 못하는 한 그 또한 언젠가 자신의 꿈을 길어올리지 않을까.

이발소의 남과 여,문소리 + 송강호

변호사의 바람난 아내로 뜨거운 한철을 보낸 문소리가 이발사의 아내로 변신한다. 그녀의 새 남편은 <효자동 이발사>(제작 청어람, 감독 임찬상)의 송강호. 9월 초 크랭크인할 <효자동 이발사>는 평범한 이발사가 대통령의 개인이발사로 운명이 반전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리는 웃음과 역설의 영화다. 문소리는 이발사 보조로 취직했다가 한모와 결혼하는 순진하고 예쁜 여인 경자 역을 맡았다. 파트너인 송강호는 “탄탄한 연기력에 소탈한 성격이 경자 역에 적격”이라며 문소리를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소리는 “평소 18세 이하도 관람할 수 있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효자동 이발사>를 문소리와 송강호의 첫 번째 공연작으로 기록하는 것은 섣부른 일. 두 배우는 8월28일 제17회 십만원비디오페스티발에서 공개된 김지운 감독의 8분짜리 디지털비디오 <사랑의 힘>에 나란히 얼굴을 비쳤다. <사랑의 힘>은 휠체어를 탄 문소리가 애인을 만나러 서울로 가다가 외나무다리에서 물에 빠지지만, 강을 따라 한강 둔치까지 헤엄치는 사이 다리가 말끔히 낫는다는 내용의 코미디. 사랑이 지닌 기적적인 치유력을 예찬하는- 그리고 어찌보면 <오아시스>의 패러디처럼 보이는- <사랑의 힘>에서 송강호는 때마침 다리 위를 지나가다 교각에 매달려 있는 문소리의 손을 밟아서 물에 빠뜨리는 시각장애자로 잠깐 등장해 짧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랑의 힘>의 테마음악은 브렌다 리가 부른 . 김지운 감독은 엔딩 크레딧에서 이 노래의 제목을 ‘나는 문소리다’라고 해석하기도.

건달,<바람난 가족>을 보고 남성이 만든 여성영화에 대해 생각하다

이런 부조리한 쿨함 같으니! 마돈나와 조디 포스트가 자발적인 미혼모로 나섰을 때 세상은 놀라워서 한동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약속한 듯 거의 동시에 갈채를 보냈다. 먼저 박수를 친 것은 여성이었지만, 곧이어 언론도 ‘시대를 앞서가는 행보’로 맞장구 쳤다. 한국 언론에도 ‘아비없는 호로 새끼’를 낳아 기른다는 논조는 없었다. 아니, 미혼모에 대한 세상의 통념이 어느새 이렇게 바뀌었단 말인가! 서울의 평범한 20대 회사원이 그랬다면 세상의 반응은 어땠을까? 우리 몸은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행여 모르겠다고 생각되면, 내 누나 혹은 여동생이 그런 결단을 고지했을 때 ‘나’의 반응이 어떠할지 상상해보라. 평소에 미국 언론이 평범한 미혼모를 보는 삐딱한 시선도 ‘개인주의’와 ‘인권’이라는 좀더 두터운 거름종이를 거친다는 것뿐 한국과 뭐 그리 다르겠는가. 그런데도, 세상은 왜 마돈나와 조디 포스트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냈을까? 짐작하건대, 이들 여성은 미혼모를 배제하면서 사수하고픈 가부장제의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는 ‘강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평생 놀아도 살 수 있는 돈 이미 벌어놓았고, 앞으로도 환금 가능한 명성은 지속될 테고, 미모가 출중해서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연애해줄 남자 줄설 게 뻔한데, 도대체 이들을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로 겁을 준다는 게 가능하기나 한가. 이데올로기는 총명해서 이런 경우에 감당할 수 없는 적을 칼로 내리쳤다 망신을 당하느니 차라리 숭배하는 쪽을 택한다. 그래도 가부장제는 손해볼 게 없다. 마돈나에 대한 숭배의 제스처는 미혼모 마돈나에 대한 갈채가 아니라 그걸 가능케 하는 물질적 권능에 대한 경배이기 때문이다. ‘자발적 미혼모’가 가부장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 온전한 삶을 이룬 여성의 상징처럼 유통되지만, 그걸 이룰 수 있는 길이 ‘돈’밖에 없다는 자각은 페미니즘에 대한 각성이 아니라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뼈저린 확인이다. 그래서 진실로 자발적 미혼모를 꿈꾸는 여성에게 마돈나의 이미지는 자신의 열악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새삼 환기시켜줄 뿐이다. 마돈나는 긍극적으로 문화적 희망이 아니라 경제적 절망의 환유로 작동한다. 종종 슈퍼맨 흉내내서 다리에서 날아올랐다 제명 못 채운 초등학생 얘기가 신문에 나온다. 마돈나는 보통 여자들이 흉내내기는 아직 너무 멀리 있는 여자 슈퍼맨이다. 나는 마돈나가 페미니즘의 상징이라기보다는 페미니즘의 탈을 쓴 미국 자본주의의 첨병처럼 보인다. <바람난 가족>에서 문소리가 고등학생의 아이를 갖고 미혼모로 독립을 선언하는 마지막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변변한 직업도 없는 여자가 돈 잘 버는 변호사 차버리고 나가는 장면, 정말 멋있지 않은가? 그 다음에, 돈 벌러 나가고, 아이 낳고, 세상의 편견과 싸워야 하는 숨 막히는 현실이 없다면 말이다. 일찍이 YS가 통찰했듯, ‘겡제’는 중요하다. 경제는 개인의 몸도 변화시킨다. 이 영화의 후일담에 해당할 ‘바람났던 가족’에서 문소리의 육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보라. 시간에 쓸리고 노동에 마모되면서 찌그러진 남루한 육체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런데, <바람난 가족>은 이미 현재 속에 투영돼 있는 미래의 이 그림자를 말끔히 지워버린다. 이 영화는 여성의 몸에 클리토리스가 박혀 있다는 즉물적 사실을 거듭 환기시키지만, 여성의 몸이 경제 속에 포획돼 있다는 유장한 진실은 한 가닥도 내비치지 않는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남근과 클리토리스의 ‘쿨’한 교환은 있되, 남녀의 ‘핫’한 소통은 거세하고 출발한다. 이건 일종의 남성 판타지다. 즉, 사회경제적 권력관계의 외곽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평등에 대한 상상이다. 여기서 여성 상위는 여성이 능동적으로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체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자의 성적 노고를 덜어주는 체위이기도 하다. 그것이 침실 밖의 경제적 평등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단지 남성의 노고를 덜어주는 도망노예의 주체성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숱한 여성의 성적 도발이 현실에 스며들지 못하고, 등 따스운 여자들을 위한 담론의 재료로 과장되거나, 무심한 남성들의 관음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남성이 만드는 여성영화는 어떤 경로든 남성 판타지가 개입하는 것 같다. 혹자는 그걸 위선이라고 한다. 나는 그냥 부조리라고 부르고 싶다. 침묵하기 어색하고 말하면 불순물이 끼어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 그래도 말하는 게 낫지 않는가. 나는 그 부조리가 발전의 표식이라고 믿고 싶다. 남재일/ 고려대 강사

종반으로 치닫는 베니스영화제

유럽과 아시아 비중 높아져 호평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 섬에서 막을 올린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3일 현재 11일간의 일정 가운데 70% 이상을 소화하며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은 당초 1년 계약을 하고 베를린 영화제에서 베니스로 말을 갈아탄 모리츠 데 하델른 집행위원장의 체제가 순항할 것이냐는 것. 지난해 무난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연임 체제에 돌입한 하델른은 할리우드 선호 경향이라는 세간의 딱지를 떼어내면서도 관객의 눈길은 끌어야 하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부문 리스트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채우되 미국의 스타급 감독의 영화를 비경쟁으로 초청하는 이중전략으로 평단과 관객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 전략이 잘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600편의 참가 신청작 중 140편을 추린 지난 해보다 1천591편에서 143편을 고른 올해가 상영작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약간 높다는 게 중평이고 이탈리아의 마르코 벨로치오와 파올로 벤베누티, 프랑스의 자크 드와이용과 브뤼모 뒤몽, 영국의 마이클 윈터바텀,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 대만의 차이밍량(蔡明亮) 등 경쟁부문에 출품한 감독의 면면도 중량감을 느끼게 한다. 비경쟁부문에는 이탈리아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함께 코언 형제, 짐 자무시, 리들리 스콧 등 미국의 스타급 감독들을 배치해 균형을 이루게 했다. 하델른 집행위원장이 만나는 사람마다 털어놓는 푸념대로 부족한 예산 문제만 해결된다면 현존하는 최고(最古) 영화제답게 독일의 베를린 영화제를 제치고 프랑스 칸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最高) 영화제가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개막작인 우디 앨런의 <애니씽 엘스>(Anything Else)(사진)는 촉망받는 젊은 작가가 천방지축 애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왠지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는 뉴요커들의 심리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꼬집었다는 평을 얻었다. 영화제 일일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는 `필름 TV'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개된 영화 가운데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가 10점 만점에 평균 7.8점으로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의 <말하는 그림>(Talking Ficture)과 차이밍량의 <부산>이 각각 6.8점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또 다른 일일소식지 'CIAK 인 모스트라'도 <자토이치>에 평균 4개의 평론가 별점을 주었으며 <부산>과 <말하는 그림>은 5개와 2개 등으로 양극단의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관객 별점 역시 <자토이치>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비경쟁부문에서는 <꿈꾸는 사람>(Dreamers)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이름값에 걸맞은 수작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크리스토퍼 햄튼의 <아르헨티나 상상>(Imagining Argentina)와 마가레테 폰 트로타의 <로젠스트라스>(Rosenstrasse)는 기대 이하라는 평판이 지배적이었다. 영화제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다양하고 우수한 작품들이지만 영화제를 빛내주는 것은 역시 스타. 비록 니콜 키드먼과 앤터니오 반데라스가 방문을 취소하기는 했지만 평생공로상을 받은 오마 샤리프를 비롯해 조지 클루니, 캐서린 제타 존스, 엠마 톰슨, 팀 로빈스, 조니 뎁, 셀마 헤이엑, 나오미 와츠, 제이슨 빅스, 크리스티나 리치 등만 해도 관객의 환호를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영화제 초청장을 받지 않은 실베스터 스탤런도 <스파이 키드3> 홍보차 모습을 드러내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지난해 신인배우상을 받은 <바람난 가족>(A Good Lawyer's Wife) 문소리도 이들 스타의 대열에 한자리를 차지했다. 거리 곳곳에 나붙은 문소리의 포스터는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으며 개별 인터뷰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베니스=연합뉴스)

한가위 겨냥 4일 개봉영화 7편 쏟아져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개봉일인 지난 14일부터 지난 주말까지 서울 51만명, 전국 143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60회 베니스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의 주인공 문소리는 지난해 〈오아시스〉에 이어 두해 연속 초청되며, 쟁쟁한 세계적 스타들과 함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영화제의 결과는 7일 나올 예정이다. 숀 코너리 주연의 액션영화 〈젠틀맨리그〉와 윌 스미스, 마틴 로런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 2〉 역시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나란히 2, 3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은 영화도 마이클 더글러스, 앨버트 브룩스 주연의 코미디 〈위험한 사돈〉과 한국 공포영화 〈거울 속으로〉로 지난주와 별 변동 없는 순위를 보였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앞둔 극장가의 싸움이 시작되는 이번주부터는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 같다. 5일 개봉하는 영화는 〈오! 브라더스〉(사진) 〈불어라 봄바람〉 〈조폭마누라 2: 돌아온 전설〉 등 한국 상업코미디 영화 3편과 기록영화 〈영매〉, 할리우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패스트&퓨리어스 2〉와 일본 공포영화 〈주온 2〉 등 모두 8편에 이른다(12일엔 개봉작이 아예 없다.) 사전 인지도 면에선 2년 전 추석을 휩쓴 〈조폭마누라 2〉가 앞섰지만 대규모 일반 시사회를 열며 입소문을 내고 있는 〈오! 브라더스〉는 만만찮은 상대다. 조로증에 걸려 30대의 외모를 지닌 12살 동생과 흥신소 직원으로 별볼일없는 인생을 살아가던 형을 내세운 이 영화는 제 옷을 입은 듯한 배우들의 연기와 웃음과 울음의 적절한 타이밍 연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조니 뎁이 연기한 자유로운 해적 잭 스패로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여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느낌이 있는 영화다. 추석 극장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예매순위를 보면 3일 현재 맥스무비 집계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가 33.5%로 1위, 〈오! 브라더스〉가 24.9%로 2위, 〈조폭 마누라 2: 돌아온 전설〉이 24.1%로 3위, 〈불어라 봄바람〉 7.7%로 4위, 〈주온 2〉 3.17%로 5위의 순다. 하지만 좀더 진득한 감동을 원하는 관객들이라면 5일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단관개봉하는 〈영매〉를 놓치지 말길. 전국을 돌며 무당들의 삶의 고통까지 길어온 박기복 감독의 이 기록영화는 당신의 기록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날려줄 것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제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 현장리포트 [1]

베니스, 거장들과 함께 소생의 길로 제6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현지보고 베니스=백은하 lucie@hani.co.kr 잠시 붙인 눈을 떴을 때, 베니스 마르코 폴로 국제공항을 향해 날아가던 파리발 경비행기 속에서는 조용한 탄식들이 흘러나왔다. 몇백 마일 상공에서 바라본 물 위의 도시는 꼬불꼬불한 수로를 따라 도시가 아니라 마치 하나의 거대한 놀이동산처럼 불을 밝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면인지 지면인지 모를 땅으로 비행기가 착륙을 하고, 검게 물든 바다 위에 띄워진 보트 위로 몸을 옮기니 잔잔해만 보이던 베니스의 파도가 얼굴을 때린다. 그러나 8월의 마지막 주, 베니스가 출렁거리는 것은 파도 때문만은 아니다. 거리에 나붙은 포스터와 휘장들, 기차역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까지, 사람으로 친다면 인생의 수많은 파고를 넘겨낸 이 환갑의 영화제는 어느 때보다 성대한 잔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회춘의 중심, 모리츠 위원장 올해로 예순개의 촛불을 밝힌 이 영화제는 파티 케이크를 자르는 첫 번째 영광을 강박증에 시달리는 유대계 뉴요커에게 돌렸다. 우디 앨런의 최근작 <애니싱 엘스>(Anything Else)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베니스는 “난 상 받는 일 따위엔 관심없다. 아니, 도대체 영화에 대해 서열을 매겨 상을 준다는 게 얼마나 웃긴 일인가?”고 주장하며 영화제 나들이를 누구보다 꺼렸던 감독의 발걸음을 리도의 선착장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같은 자신의 영화를 통해 낭만적인 베니스의 풍광에 대한 수줍은 짝사랑을 드러낸 적이 있지만 1997년 개막작으로 선정된 <해리 파괴하기> 등 6번이나 자신을 불러낸 이 영화제에 한번도 제때 인사를 건네지 못한 우디 앨런은 <헐리우드 엔딩>으로 지난해 칸을 찾은 이후 자신의 영화제 역사를 새로 쓰기로 작정한 것 같다. 마이클 윈터보텀의 <코드46>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 22년간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낸 뒤 지난해 베니스로 적을 옮긴 집행위원장 모리츠 데 하델른은 칸, 베를린에 이어 세계 3대 영화제라고 불리지만 여러모로 “죽을 날만 기다리는 늙은 노파”에 비유되던 베니스의 회춘에 큰 공헌을 하며 올해 2년째를 맞았다. 그는 육중한 덩치에 걸맞게 헐리우드 오락영화부터 예술영화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베니스로 불러오는 수완을 자랑하며 잔치를 잔치답게 만들었다. 그러나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하델른과 베니스 시장인 파올로 코스타의 끊이지 않는 언쟁은 계속해서 언론의 관심거리였다. 종합해변서비스시설인 ‘블루문’을 활용하려던 계획이 실패하는 등 넘쳐나는 의욕이 매번 시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되었던 하델른은 “영화제를 흥하게 하고 싶다면 시는 더 많은 돈을 지원하라”, “지역의 보수적인 권력들 때문에 리도의 허술한 하부조직을 새롭게 개편하려던 자신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었다”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고, 파올로 코스타 시장은 “하델른은 제발 투정 좀 집어치우라”며 응수하는 등 그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개막식날이 되어야 겨우 잠잠해졌다. 거장들의 파도타기 제60회 베니스영화제는 올해 유난히 부실한 라인업을 내놓았던 칸영화제로 가는 기차를 놓친 대규모 신작들을 넘겨받아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경쟁부문인 ‘베네치아60’에는 <버터플라이 키스> <웰텀 투 사라예보> 로 이어지며 형식과 주제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마이클 윈터보텀의 미래극 <코드46>을 비롯해 일본 유명시리즈인 맹인 사무라이 ‘이치’의 삶을 그린 기타노 다케시의 첫 시대극 <자토이치>, <용문객잔>에 대한 향수 속에 사라져가는 낡은 영화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차이밍량의 <잘있어요, 용문객잔>(Goodbye, Dragon Inn), <아모레스 페로스>를 통해 인정받은 멕시코의 신예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첫 할리우드 데뷔작인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뽀네뜨>로 알려진 프랑스 감독 자크 드와이옹은 <라자>(Raja)를 통해 소통불능의 상황에서 헤게모니의 전복을 맞게 되는 어린 모로코 소녀와 부유한 프랑스 남자의 사랑을 그려내고 <휴머니티>로 99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메가폰을 든 철학자” 브루노 뒤몽은 LA로 촬영여행을 떠난 한쌍의 남녀를 담은 (Twentynine Palms)로 또 한번의 충격을 안겨줄 태세다. 한편 좀더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작품으로 차별화한 또 다른 경쟁부문 ‘업스트림’에는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몬락 트랜지스터>의 타이 감독 펜엑 라타나루앙의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 <컵>으로 데뷔한 부탄의 고승 키엔체 노르부의 신작 <여행자와 마법사> 등 18편의 경쟁작이 각축을 벌일 예정이다. 이런 고매하거나 새로운 영화들이 ‘영화제용’이라면 대중의 관심을 끄는 진짜 주인공은 비경쟁으로 선보이는 화려한 영화들이다. 68년 5월혁명을 겪는 세 젊은이들의 사랑과 섹스를 통해 2003년판 ‘파리에서의 탱고’를 선보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드리머스>(Dreamers)는 남녀 주연배우의 정면 전라장면이 나온다는 이유로 영화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끌어모으고 있다. 또한 후반작업을 막 마치고 따끈따끈하게 공수되어올 조엘, 에단 코언 형제의 <참을 수 없는 잔인함>(Intolerable Cruelty)은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를 통해 궁합을 확인한 조지 클루니와 새롭게 합류한 캐서린 제타 존스 사이에 벌어질 ‘개와 고양이의 전쟁’을 베니스 현지에서 생방송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또한 이미 3편의 단편을 통해 ‘커피와 담배’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던 짐 자무시의 장편 <커피와 담배>, 올해 베니스영화제의 황금사자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는 오마 샤리프의 5년 만의 복귀작인 따뜻한 우화 <이브라힘 아저씨>(Monsieur Ibrahim et les fleurs du Coran), 제임스 아이보리의 <프렌치 아메리칸>(Le divorce), 리들리 스콧의 <매치스틱맨> 등이 성냥불을 붙일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베네치아60’에 선정되어 9월3일 언론에, 9월4일 밤 대중에게 첫선을 보이게 될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에 대해 베니스의 유력 일간지인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re della sera)는 “예고된 스캔들, 한국영화에 유전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에로틱 스캔들의 인자는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이란 새로운 제목을 달고 다시 숨을 쉰다”고 보도했다. <거짓말> <섬> <오아시스>로 이어지며 “엽기와 가학의 나라”로 인식되어진 한국에서 또 어떤 도발적인 영화를 들고 왔을지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해 <오아시스>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문소리는 ‘올해 베니스를 찾는 유명인’이라는 일간지 기사에 할리우드 유명배우들과 나란히 사진이 실리면서 2년차 대접을 톡톡히 받았다. ▶ 제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 현장리포트 [1] ▶ 제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 현장리포트 [2]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이유진,현경림 [6]

주류만 좇는다고 해피할까 | 이유진 | 2000년 <오! 수정> | 2003년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 프로듀서의 길 영화계에서 동명이인을 발견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유진이라는 이름의 여성프로듀서가 둘 있다는 사실은 다소 신기하다. 여성프로듀서가 많아진 걸 입증하는 상징처럼 보인다. <오! 수정>의 프로듀서 이유진(35)씨는 96년 명보극장 기획실에서 영화 일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대학에서 영화동아리 활동을 했고 졸업과 동시에 극장 업무를 맡게 됐다. 개관부터 프로그램 섭외까지 관련된 여러 일을 했지만 “극장이 안정되면서는 커피타는 일만 하게 돼서” 1년 뒤 극장을 나와 곧장 기획시대를 찾아갔다. 당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준비 중이던 기획시대는 월급은 극장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비로소 영화를 하고 있다는 들뜬 느낌을 심어준 곳. “<아름다운 전태일>을 하면서 많이 배운 거 같아요. 제작비가 모자라서 정말 절박한 느낌으로 일했고 박광수 감독을 비롯해 당시 연출부로 있던 허진호, 박흥식, 이종혁 감독 등을 만났죠. 보도자료 한장 쓸 때도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하면서 했던 때죠.” 돈 못 버는 힘든 일에 뛰어들었지만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개봉하던 날,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벅찬 희열로 확인했다. 표를 사기 위한 행렬이 극장을 한 바퀴 돌아 늘어선 광경을 보면서 극장에서 일할 때 느끼지 못했던 감격을 경험한 것이다. 기획시대에서 <지독한 사랑> 홍보까지 담당했던 그는 그뒤 유학을 결심한다. 처음엔 6개월간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다음엔 AFI 프로듀서 과정에 응모해 합격했다. 그러나 부푼 꿈은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5번씩 인터뷰를 했지만 미국 비자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유학은 무한정 연기됐다. 미라신코리아에서 입사제안을 한 것은 그렇게 2년을 흘려보낸 뒤였다. | 프로듀서의 시련 미라신코리아에서 일하면서도 유학의 꿈은 버리지 않았지만 프로듀서가 되는 길은 학교에서 발견되는 것은 아니었다. 영화사에서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을 준비하게 되자 그는 자연스럽게 <오! 수정>의 프로듀서로 발탁됐다. “박광수, 장선우, 이명세, 세 감독과 작업해보면 영화계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적 있어요. 박광수, 이명세, 두 감독과는 일해봤고 다음 기회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였죠. 의욕이 생기더라구요.” <오! 수정>을 하면서 그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할 때만큼 스탭과 배우가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봤다. 촬영 직전 원래 투자하기로 했던 곳에서 투자를 못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애태우기도 했지만 각자 자기 개런티를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열의를 보인 사람들 덕에 촬영은 원활히 끝날 수 있었다. <오! 수정> 다음에 준비한 작품이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캐스팅과 투자유치 문제로 2년을 끌었던 이 영화는 올해 5월 첫 촬영에 들어갔다. 프로듀서에겐 제작이 무한정 연기되는 일이 가장 견디기 어렵지만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는 참을 만한 일이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이건동 감독과 연애를 했고 결혼을 했으며 지난 3월 출산까지 했다. “영화촬영 끝날 때쯤이면 임신 6개월쯤 되겠지, 했는데 막상 촬영 들어간 거는 애를 낳고 나서였죠. 결혼하고 출산하는 일이 없었으면 견디기 힘들었던 2년이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일이 예상대로 안 풀리는 것이 즐거운 건 아니다. 특히 이번 장마는 프로듀서의 마음을 너무 몰라준다. “비온다고 촬영 취소해놓으면 활짝 개고 촬영하려고 하면 비가 내리고. 요즘 날씨 때문에 배우들 스케줄도 꼬이고 난리예요.” 그는 인터뷰를 하던 날도 비 때문에 밤 촬영을 급히 취소해야 했다. | 프로듀서의 꿈 “여자가 먹여살린다고 하더라구요.” 이유진씨는 결혼 전에 본 궁합에 그렇게 나왔다고 말한다. 이건동 감독의 집에서 얼른 결혼하라고 한 것도 그것 때문인 거 같다며 웃는다. 하지만 작품경력을 보면 그가 돈욕심을 많이 내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메인스트림을 무작정 쫓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메인스트림이란 것도 시기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거니까요.” 그는 프로듀서를 하는 즐거움으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오! 수정>의 촬영기사 최영택씨를 대표적 인물로 꼽으면서. 말은 안 했지만 분명 남편이 된 이건동 감독도 그중 한 사람일 것이다. 글 남동철 namdong@hani.co.kr··사진 이혜정 socapi@hani.co.kr 나는 소망한다 철저한 기획영화를 | 현경림 | 2001년 <친구> | 프로듀서의 길 현경림(35)씨는 국내 흥행기록을 세운 <친구>의 프로듀서지만 일반에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친구>가 프로듀서로서 만든 첫 작품이었고 그뒤로 개봉한 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가 우연히 나온 작품은 아니다. 93년 처음 영화 일을 시작했으니까 영화계 경력이 올해로 만 10년이다. 그는 어린 시절 ‘할리우드 키드’였다고 말한다. 부지런히 삼류극장의 한구석을 차지했던 그는 대학에서 영화동아리 활동을 했고 시네마테크를 찾아다니며 희귀한 영화를 보곤 했다. 하지만 막상 졸업했을 때 영화계로 들어갈 길은 잘 보이지 않았다. 92년 막 생겨난 시나리오작가교육원을 다니면서 영화계 진출의 기회를 엿보던 차에 93년 영화세상이 창립하면서 기획실 직원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디뎠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과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두편의 영화를 홍보하고 영화세상을 그만둔 다음 96년부터 3년간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프로그램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기회가 됐죠. 정말 낯선 영화를 많이 보면서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99년 영화사 씨네라인2에 입사한 것은 그에게 좋은 계기가 됐다. 마침 창립작품을 준비 중이던 씨네라인2는 그에게 기획팀장을 맡겼고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계기로 알게 된 곽경택 감독의 <친구> 프로듀서를 하게 됐다. | 프로듀서의 시련 “프로듀서는 사람과 돈으로 영화를 만드는 거잖아요.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게 사람과 돈이죠.” 그는 프로듀서의 고뇌를 명쾌하게 정리한다. <친구>를 만들면서 투자유치와 캐스팅의 곤란을 절실히 경험한 탓이다. 그는 이처럼 힘든 관계를 풀어가는 비결은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현장에서 경험없는 프로듀서가 신뢰를 얻는 데는 이보다 나은 비법이 없을 것이다. <친구>의 성공 이후 그는 씨네라인2에서 <야생화>와 <연이>라는 두 작품을 준비했다. 그러나 <친구>로 엄청난 흥행을 터트렸다고 다음 영화가 쉽게 진척되지는 않았다. 2년 동안 준비한 두 작품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늘 다음 행보에 대해 고민하는 편”이라는 현경림씨는 그렇게 두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대학원에 진학했다. 세종대 영상대학원에서 그는 디지털매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단편영화 3편의 프로듀서도 하면서 내공을 쌓는 데 주력한 것이다. “유익했던 시간이에요. HD를 비롯한 디지털카메라 촬영에 대해 공부했고 주관객층이라고 말하는 20대 초·중반 젊은이들의 호흡도 따라가보는 시간이었죠.”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진인사필름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곽경택 감독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아직 영화의 내용을 밝히기 어려운 단계라며 그는 이 영화의 제목이 <태풍>이라고만 귀띔한다. | 프로듀서의 꿈 그는 드라마가 강하고 기승전결이 분명한 영화가 취향에 맞는 거 같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영화는 실험적인 작품에서 SF영화까지 다양하지만 프로듀서로서 잘할 수 있는 영화는 그런 작품이라고. “잘난 척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시나리오를 읽는 능력은 있는 거 같아요. 작가교육원을 다니면서 공부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은데 드라마에 대한 이해 같은 거죠.” 자신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그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자신에겐 창작하는 일이 아니라 객관적 입장에서 조언하는 일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는 임순례 감독처럼 마음에 맞는 다른 훌륭한 감독과 작업을 해보거나 철저한 기획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어느 쪽이든 배울 것이 많을 거라는 이유다. 다음 단계로 영화사를 차려 독립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냐는 질문에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아직은 한참 멀었어요”라는 그의 말은 착실히 한 걸음씩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남동철 namdong@hani.co.kr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김무령 [1]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김선아,류진옥 [2]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신혜은,심보경 [3]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안수현,오은실 [4]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이선미,이유진 [5]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이유진,현경림 [6]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안수현,오은실 [4]

즐거움을 팔고 싶다 | 안수현 | 2003년 | 프로듀서의 길 역사를 전공하기는 했지만 많은 80년대 학번이 그랬듯 안수현(33)씨도 “역사 자체보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더 집중했다. 운동권으로 3학년까지 지내다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 휴학을 하고 “도대체 뭐 하며 먹고 살아야 하나”를 화두처럼 안고 배낭여행을 떠났다. 복학해서는 취업이 아니라 졸업을 위해 밀린 학점 따기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학교 근처에 있던 신씨네의 공채 공고를 봤다. ‘시네키드’는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니 처음으로 거짓말하고 돈을 훔쳤던 게 영화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극장에서 보고 기절할 뻔했다. 화면의 사이즈와 컬러에 압도당해서.” 그뒤로 틈만 나면 “어두컴컴하고 큰 극장에서 빛으로 영사되는 순간의 쾌감”을 찾아 극장에 드나들었다. 옆집 중학생 언니의 교복을 빌려 입고 육성회비를 입장료로 바꿔치기 하면서. 그 기억을 가지고 영화사에 들어갔는데, 영화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곳에선 생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작가주의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무성했다.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지면서 일이 붕 떠버렸고, 그 참에 영화가 보고 싶어 뉴욕으로 갔다. 4년 동안 밀린 숙제 해치우듯 하루 서너편씩 열등감을 부추기던 영화를 봤고, New Schol University에서 영화공부도 하며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 사이 감독의 개인적인, 철학책 같은 영화보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업영화를 더 좋아한다는 걸 확인했고, 감독보다는 프로듀서로 미래를 설계했다. | 프로듀서의 시련 뉴욕에서 만난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가 ‘프로듀서가 되려면 현장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해주어 <봄날은 간다>의 제작부장으로 일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봄, 영화사 봄에 합류해 프로듀서를 맡게 된 게 이었다. 캐스팅이 한번 어그러지면서 오리무중에 빠진 상태였다. 아쉬움은 영화의 시작부터 함께하지 못한 데서 생겨났다. 틀을 짜기보다 제작진행에 더 힘을 줘야 할 시점이니 감독과 작품에 대해 논의할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의미있는 작품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을 다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유연한 시각으로 큰 것을 보고 가야 하는 프로듀서의 임무를 다하며 감독과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지 않았다. 또 현장에서 프로듀서가 필요한 건 촬영지 섭외가 어그러지는 등 어떤 ‘사고’가 나서 판단을 내려야 할 때인데, 그때마다 작품의 퀄리티를 위한 최적의 선택을 했는지 자꾸 되묻게 됐다. 그래도 1세대 여자프로듀서에 비하면 훨씬 홀가분해진 시절이라고 본다. “1세대 프로듀서는 투자문제를 포함해 영화의 리스크까지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제작자의 처지이기도 했다. 그래서 여자들이 하기에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그냥 프로듀서다. 투자, 마케팅, 배급 등이 모두 분업화돼 있다. 프로듀서는 감독과 함께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다.” | 프로듀서의 꿈 대학 시절, 선배인 김귀정이 열사의 이름을 얻게 되는 비극적 사건이 벌어졌다. 굳이 운동권이 아니더라도 모두들 분노에 차 거리로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런 공감대 속에서 소외받는 이가 있었다. 오렌지족이라고 손가락질받던 한 친구가 있었고, 자신을 포함해 누구 하나 ‘함께 가자’며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시위 대열에 합류한 그 친구를 거리에서 만났고, 나중에 편지를 받았다. “너희가 먼저 나를 소외시켰다.” 그때 느꼈던 일종의 부채의식과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영화에 소외감을 느꼈던 초기의 경험이 어우러졌기 때문일까, 그는 만들면서도 보면서도 즐거운 영화를 만들겠다고 한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소외받지 않는 영화. “딱히 장르로 말하기는 어렵고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가 좋다.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영화가 좋다.” 최근에는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바람난 가족>이 좋았다. 절망적이고 힘든 상황을 과정으로 거치게 되더라도 결국은 희망을 갖게 되는 영화. 다음 작품이 그 희망과 딱 맞아떨어지긴 어려워 보인다. 그가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닌 호러 장르인 <쓰리> 2편을 맡게 됐으니까. 글 이성욱 lewook@hani.co.kr·사진 이혜정 socapi@hani.co.kr 오기와 근성은 나의 힘 | 오은실 | 2000년 <청춘> | 프로듀서의 길 프로듀서로 크레딧을 올린 작품은 <청춘> 한편뿐이지만 오은실(39)씨는 영화계 경력이 만만치 않은 프로듀서다. 92년에 <첫사랑> 연출부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영화일을 했다. 그가 처음 영화에 매력을 느낀 것은 대학 4학년 때 노래, 공연, 연극, 영화를 망라하는 총체극을 하면서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당시 영화운동단체였던 ‘영화마당 우리’를 드나들다 이곳에서 단편영화를 연출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91년 동국대 영화과 대학원에 들어간 그는 연출부를 하고 싶다며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지인의 소개로 참여한 작품이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 그는 이 영화의 연출부를 하면서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 “<첫사랑>을 하면서 사부를 만난 거죠. 그런데 그 사부가 워낙 대단한 분이라 옆에서 지켜보면서 감독이란 일은 결코 내 능력으로 안 되겠다는 걸 깨닫게 했어요.” 감독이 아니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궁리한 끝에 찾아간 곳이 하명중영화사. 그는 93년부터 1년간 여기서 외화 5편을 홍보했다. 그뒤 한국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프리랜서로 독립,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 구임서 감독의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배창호 감독의 <러브스토리> 등의 홍보, 마케팅을 담당했다. 차츰 작품 전체를 책임지는 일에 욕심이 생긴 그는 프로듀서로 크레딧을 올리지 않았지만 씨네락픽처스가 제작한 <박대박>(1997)에서 실질적인 프로듀서의 일을 수행했다. 그러나 기획부터 감독, 작가와 함께 일했던 <박대박>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때부터 그는 프리랜서 프로듀서로 독립해 일하기로 결심한다. | 프로듀서의 시련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영화계에서도 프리랜서는 고달프다. 특히 오은실씨처럼 회사에 소속돼 있을 때 성공작을 내놓지 못한 프로듀서라면 말할 것도 없다. 97년부터 2년간 그는 여러 영화를 기획했지만 한편도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다. “너무 무모했던 거 같아요. 메이저급 영화사도 작품 들어가기가 어려운 형편인데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경력이 없었으니까요.” 99년 그는 신생영화사인 원필름(대표 이원기)에 들어갔고 이곳에서 기자의 세계를 소재로 <엠바고>라는 영화를 준비했다. 그러나 <엠바고> 역시 카메라에 담길 기회는 없었다. 기획하는 영화마다 좌초되던 불운은 곽지균 감독의 <청춘>으로 비로소 끝났다. 하지만 곽지균 감독이 시나리오까지 써서 들고온 이 영화도 쉽게 촬영에 들어간 작품은 아니었다. 서둘러 봄장면을 찍지 않으면 촬영을 1년 연기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투자사가 없는 상태에서 첫 촬영에 들어갔고 순제작비 9억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전체 촬영을 마쳐야 했다. “다행히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었지만 아쉬운 점이 많죠. 감독이 최고를 뽑아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프로듀서의 일인데 그만큼 할 수 없었거든요.” | 프로듀서의 꿈 <청춘>으로 프로듀서 데뷔를 했지만 그는 아직 새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그간 꽤 많은 영화를 기획했지만 번번이 투자유치나 캐스팅 과정에서 무산됐기 때문. “일단 기획을 하면 버리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믿고 함께 일하는 감독, 작가, 스탭을 생각하면 오기와 근성이 생겨나요. 그런 책임감과 내가 하는 영화가 괜찮은 작품이라는 자신감이 빨리 그만두게 만들지 못하는 이유 같아요.” 지금 그가 준비 중인 작품은 어느 가족이 접하는 기괴한 살인사건을 코믹하게 그린 <장수만세>, 변종 로맨틱코미디인 <내 사랑을 우습게 보지 마세요>, 호러판타지인 등 세 편. “제 취향이나 능력으론 제작비 50억원 넘는 대작은 못할 거예요. 20억원 내외의 작지만 단단한 영화가 어울리고 판타지나 코미디를 좋아해요.” 물론 아직은 그가 만들고 싶은 이상적인 영화 이전에 준비 중인 영화가 빨리 촬영에 들어가는 게 급선무. 감독, 배우, 스탭이 합심해서 한 컷을 찍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는 그는 지금 몹시도 촬영현장을 그리워하는 듯 보인다. 남동철 namdong@hani.co.kr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김무령 [1]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김선아,류진옥 [2]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신혜은,심보경 [3]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안수현,오은실 [4]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이선미,이유진 [5]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이유진,현경림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