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찾는 영화 정보를 손쉽게!

‘바람' 검색결과

기사/뉴스(9404)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신혜은,심보경 [3]

변방의 우렁찬 목소리 | 신혜은 | 1995년 <낮은 목소리> | 2000년 <숨결> | 2001년 <거류> | 2002년 <밀애> | 프로듀서의 길 신혜은(37) 프로듀서는 ‘변방’에서 출발했다. 충무로에서 제작과 마케팅 실무를 배워 프로듀서 크레딧을 얻은 것이 아니라 독립영화, 그것도 다큐멘터리라는 생소한 영역을 태반으로 삼은 것이다. 서부영화와 무협영화에 매혹됐던 유년 시절을 거쳐, 대학 시절 “비디오 대여점에서 VTR까지 빌려 하루 10편씩 잠 안 자고 먹어치울”정도의 광이었지만, 그는 그 과정에서 “창작에 대한 동경은 창작자에 대한 경외로 그리고 창작은 자신의 능력 밖이라는 체념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졸업 뒤 곧바로 영화판에 덤비지 않고, 문화 관련 잡지 기자, 광고기획사 카피라이터 등을 전전하면서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만 만족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1991년, 변영주 감독을 만나 다큐멘터리 제작일을 시작한 건 삶의 전회(轉回)였다. 당시 영화잡지를 준비 중이었던 그는 옆사무실이었던 푸른영상에서 기거하던 변 감독의 넉살에 금세 넘어갔다. 마주칠 적마다 “어이, 눈 좀 크게 떠봐. 강아지 같이 생겼네”라며 놀려대는 변 감독이 그리 밉지 않았던 것이다. “투쟁도 좋지만 들국화 콘서트도 빼놓지 않고 가야 하는” 동형임을 직감으로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변 감독과 해만 지면 술잔을 기울이는 동지 사이로 발전한 그는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1993)에 제작 스탭으로 참여한 뒤, 이후 보임을 결성하여 <낮은 목소리>를 만들었다. 1995년부터서 월간지 <키노>에서 취재기자로 일하면서 “촬영현장을 들여다보고, 좋아하는 감독과 인터뷰하는 데 재미붙이는” 등 외도를 하기도 했던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기자를 그만둔 다음 옛 동지가 있는 둥지 보임으로 귀환하여 <숨결>의 제작을 도맡았다. | 프로듀서의 시련 충무로 입성작은 전경린의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한 <밀애>. 4년 전 원작을 읽고서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맘먹었던 그는 본인의 시나리오로 스타트를 끊고 싶다며 저어했던 변 감독이 연출을 맡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프로젝트 진행에 박차를 가했다. 작품 하나를 진수하기까지 그러나 넘어야 할 풍랑은 얼마나 거센가. 파이낸싱 등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제작사가 바뀌었고, 크랭크인할 때까지도 남자배우를 캐스팅하지 못한 상태였다. 촬영에 들어가서도 시련은 계속됐다. 하늘 아래 사정이라곤 개의치 않는 태풍 루사 때문에 촬영일정이 지연된 것이다. 무엇보다 촬영부 스탭들이 국내 인력이 아니라 여름이 끝나는 대로 다른 프로젝트 계약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폴란드 스탭들이었으니 “시간과의 싸움”은 그를 기진케 했을 것이다. “처음 하다보니 겪게 되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그는 극장 개봉한 다음 “내가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부터 들었다고 한다. “의례적인 치사 같아도 작품에 대한 열정이나 의지로 뭉친 스탭들이 아니었다면 끝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 프로듀서의 꿈 “<밀애>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마술피리 오기민 대표에게선 프로듀싱도 창작이라는 걸 배웠고, 좋은영화 김미희 대표에게선 촬영현장에서 프로듀서가 조율해야 하는 실무 등을 익혔다” 그는 요즘 변영주 감독과 함께 <발레 교습소>(가제)(내용은 말해줄 수 없지만, 유쾌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라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가 낸 아이템이다. 감식안이 뛰어나다는 세간의 평을 전했더니 그는 정색한다. “결국 작품은 감독의 것이다. 내가 낸 건 감독의 성향을 잘 이해하는 파트너로서 제안한 정도다. 현장에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굳이 구별하자면, 감독은 공격수고 프로듀서는 수비수랄까” 독립영화 시절부터 “소통의 가능성”에 대해 천착해왔던 변 감독에 대한 이해가 전제됐기 대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만날 변 감독하고만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도 곧잘 듣는다. 그때마다 “이제 겨우 한 작품 했다”고 응수한다는 그는 “장르는 잡식성이라 가리지 않는다. 다만, 한번 작업한 감독들이 다시 일하고 싶어하는 프로듀서로 남고 싶다”는 희망을 마지막에 털어놨다(이 대목에서 갑자기 등장한 변 감독은 “인디 때의 경험은 왜 빼는 거냐”, “나를 언젠가 버릴까봐 무섭다”면서 단짝을 쪼아대더니 시나리오 회의해야 한다며 그의 손을 잡아챘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사진 오계옥 미지의 세계와 접속하고 싶다 | 심보경 | 1997년 <접속> | 2002년 <후아유> | 2003년 <바람난 가족> | 프로듀서의 길 “언니처럼 박봉에 고생하는 일을 하긴 싫었던 거죠.” 세살 터울 언니 심재명씨가 서울극장 기획실에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동생은 그렇게 생각했다. 심보경(37)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언니 못지않게 영화를 좋아했지만 거칠고 힘든 영화계를 곁눈질하며 다른 길로 가겠노라 결심했다. 경영학과에 진학하며 처음엔 회계사를, 나중엔 방송사 PD를 꿈꿨던 그는 방송사 입사시험에 떨어진 뒤 광고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일반적 통념상 선망받는 직업들. 1년6개월간 광고회사 AE로 일한 뒤 옮긴 직장은 매니지먼트회사다. 김혜수, 김민종 등 배우의 매니저로 일하면서 광고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적성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2년 뒤 회사 사정으로 이 일도 계속할 수 없게 됐다. 영화에 관한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이 이 무렵.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는 동안 언니가 아르바이트로 하라고 갖다준 일감이 영화마케팅 기획서를 쓰는 것이었다. 93년 그는 당시 명기획에서 마케팅을 맡았던 <그여자 그남자> 기획서를 쓰고 10만원을 받았다. 그뒤 이런 일은 파트타임 일거리가 됐고 어느새 그는 명기획 홍보, 마케팅 직원이 됐다. “광고회사에서 AE를 했기 때문에 마케팅하는 일은 자신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마케팅 기획서 쓰는 팀이 별로 없던 때라 칭찬을 많이 들었다.” 92년 <결혼이야기>가 제작될 때 처음 ‘기획영화’라는 말이 나왔던 걸 고려하면 심보경씨가 두각을 나타낸 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일. 광고회사에선 일반적인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시도해 시장에서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조사하는 작업이 영화계에 처음 알려지던 때였다. 그는 “누군가 언니 덕에 공짜로 영화계에 들어온 거 아니냐고 하던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언니를 통해 인연을 맺긴 했지만 프로듀서가 되는 과정에서 좀더 중요했던 건 심보경 자신의 능력인 것이다. | 프로듀서의 시련 1997년작 <접속>은 처음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 장윤현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영화이긴 하지만 <접속>이 큰 성공을 거둔 데는 심보경씨의 역할이 컸다. 한국영화 O.S.T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접속>의 음악은 그의 선택과 판단에 따른 것. “음악에 관해선 고집을 부렸어요. 이 영화에선 음악이 주연배우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음악에 관한 예산을 늘려 선곡을 담당할 음악감독를 따로 고용한 그의 판단은 옳았다. <접속>은 영화음악의 새로운 유행을 만든 작품이 됐다. 그뒤 <조용한 가족>에서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다양한 영화에서 심재명, 이은 커플을 도왔고 <후아유>에서 다시 한번 프로듀서 타이틀을 달았다. <후아유>의 흥행실패는 그에게 안타까운 기억. 마케팅 방향의 혼란과 월드컵을 앞둔 개봉시점 선택의 실수로 말미암아 이 영화는 예상보다 훨씬 큰 손실을 안겼다. 최근 개봉한 <바람난 가족>은 명필름에도 그렇지만 심보경 개인에게도 화려한 부활이었다. 초기 캐스팅 과정에서 한차례 홍역을 치른 이 영화는 투자유치에 애를 먹으면서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고난을 안겨줬다. <바람난 가족> 개봉파티가 있던 날, 울고 싶었다는 그의 말은 프로듀서의 희로애락이 어디 있는지를 암시한다. | 프로듀서의 꿈 심보경씨에게 프로듀서는 “나도 몰랐던 창조적 능력을 끌어내주는 일”이다. 취미로 듣고 봤을 뿐인 음악과 영화, 광고 일을 하면서 배운 마케팅 기법이 몸에 스며든 자양분이 되어 작품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는 것.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몇년 전부터 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하는 게 어떠냐는 말도 듣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개인적 취향에 맞는 영화를 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자신이 전혀 몰랐던 세계와 만나는 데도 희열을 느끼기 때문. 김기덕 감독이나 임상수 감독과 작업한 경험은 그래서 소중하다. 그는 지금 <후아유>의 최호 감독이 준비하는 <노근리 다리>와 <접속>의 김은정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는 <안녕 형아>, 두 작품을 준비 중이다. 그중 <안녕 형아>는 소아암에 걸린 형을 동생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어린이가 주인공인 영화. “애를 키우는 아줌마로서 애들의 세계를 잘 안다고 생각해요. 이런 이야기는 잘할 수 있겠다 싶은 거죠.” 그는 자신의 경쟁력에 관한 판단이 아주 선명한 사람이다.남동철 namdong@hani.co.kr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김무령 [1]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김선아,류진옥 [2]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신혜은,심보경 [3]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안수현,오은실 [4]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이선미,이유진 [5]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이유진,현경림 [6]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김무령 [1]

여성들이여 충무로를 바꿔라!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11인과의 조우 <지구를 지켜라!>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바람난 가족> 등 올해 세인의 주목을 받은 영화들에는 얼핏 눈에 띄지 않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5편 모두 프로듀서가 여자라는 사실. <지구를 지켜라!>의 김선아, <살인의 추억>의 김무령, <장화, 홍련>의 김영, 의 안수현, <바람난 가족>의 심보경 등은 심재명, 오정완, 김미희 등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여성 제작자의 뒤를 잇고 있다.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의 안은미와 <거울속으로>의 김은영도 올해 충무로 데뷔작을 낸 프로듀서. <스캔들>의 이유진, <귀여워>의 이선미,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의 이유진(동명이인) 등 올해 하반기에 개봉할 영화 가운데도 여성프로듀서가 제작한 작품은 적지 않다. 이 밖에 <친구>의 현경림, <청춘>의 오은실, <밀애>의 신혜은, 의 류진옥 등도 현재 작품을 준비 중이며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는 중이라 이번 취재에 응하지 못했던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미영, <중독>의 임혜원, 두 프로듀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바야흐로 2세대 여성프로듀서가 충무로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프로듀서가 된 경로를 돌아보면 90년대 초·중반 영화사 기획실에서 막내사원으로 출발한 인력이거나 그무렵 제작부, 연출부에서 경험을 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 한국영화의 산업화 과정을 연구한다면 새로운 여성프로듀서의 등장을 한 챕터로 다뤄볼 만하다. 일단, <씨네21>은 지금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여성프로듀서 2세대들의 면면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 편집자 흥행을 부르는 마케팅의 귀재 | 김무령 | 2001년 <인디안 썸머> | 2003년 <살인의 추억> | 프로듀서의 길 앳되 보이는 용모와 어울리지 않게 김무령(35) 프로듀서는 충무로 13년차의 베테랑이다. 마케팅으로 시작, 차츰 기획업무와 제작부로 옮아간 그의 경력은 전형적인 한국 여성 프로듀서의 행보와 일치하지만, 성취도 면에서는 단연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대학 시절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로드쇼> 기자가 될 뻔했던(당시 기자를 뽑지 않아 그는 번역일만 했다) 그가 졸업 직후 선택한 직장은 이장호 감독의 판영화사였다. 당시 기획실장이던 유인택씨 아래서 <숲속의 방>과 <핸드백 속 이야기>를 홍보한 뒤 다남흥업에 들어간 그는 <사랑과 슬픔의 여로> <위험한 여자> 같은 외화를 극장에 거는 일을 했다. 1년 반 동안의 ‘트레이닝’을 마친 뒤 그는 92년 한국 여성 프로듀서의 산실이라 할 만한 신씨네 기획실에 들어간다. <미스터 맘마> 준비팀으로 결합한 뒤 <백한번째 프로포즈> <구미호> <결혼 이야기>까지 홍보를 한 그는 <은행나무 침대> 때부터 기획실장직을 맡아 <편지> <약속> <거짓말>을 차례로 기획하며 신씨네의 전성기를 함께 누렸다. 현장에 상주만 하지 않는다뿐이지 기획에서 마무리까지 총괄했던 탓에 당시 프로듀서 일의 절반 이상은 했을 거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신씨네의 대표 인력 중 하나로 자리잡았던 그는 1999년 <거짓말> 개봉이 연기된 상황에서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아무 대책없이 뉴욕으로 떠났다. “스스로도 신씨네에 말뚝박는다, 생각했는데… 아마도 오래 함께 일했던 조직과의 애증, 심신의 피로 때문이 아니었을까.” 재충전을 마치고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의 제안으로 2000년 싸이더스 창립과 동시에 결합하게 된 그는 <화산고> <봄날은 간다> <인디안 썸머> 중, 프로듀서 데뷔작으로 가장 현실화 가능성이 높고 자신의 능력을 잘 담을 수 있는 <인디안 썸머>를 선택했다. 신씨네 시절 <백한번째 프로포즈>를 쓰는 등 잘 알고 지내던 노효정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또한 그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 프로듀서의 시련 처음으로 프로듀서 직함을 단 작품 <인디안 썸머>의 작업 초반, 그는 이중의 문제에 직면했다. 한편으로는 현장쪽의 일을 잘 모르는 탓에 나름의 콤플렉스와 조급증이 있었고, 다른 한쪽으론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마케팅 부서와의 조화로운 관계였다. 하지만 막상 나가본 현장은 제작부원들을 잘 활용하고 감독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만 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마케팅 부서와의 관계 또한 감독의 구상을 마케팅에 접목시키는 데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레 풀려갔다. 다음 작품인 <살인의 추억>은 누가 보더라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80년대라는 시대를 재현해야 하고, 워낙 지방 로케이션도 많은데다, 연출은 자신의 영역이 단단한 봉준호 감독 아닌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문제는 순탄하게 풀려나갔다. 꼼꼼하기로는 남 못지않은 봉 감독도 김무령 프로듀서의 ‘왕꼼꼼’에는 혀를 내둘렀다. “배우와 스탭에게만 보여질 뿐인 시나리오 책을 인쇄하는 데도 표지에까지 신경을 쓸 정도였다. 게다가 보기와 달리 천하독종, 철의 여인이다”라고 봉 감독은 회고한다. 결국 <살인의 추억>은 봉 감독의 치밀한 계획과 구상이 김무령 프로듀서의 촘촘한 실행능력과 어우러지며 상승효과를 발휘한 작품이었다. 또 한국영화 기획, 마케팅의 명가 신씨네 출신답게 그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개봉 전까지 일사분란한 마케팅 계획을 주도하며 흥행 돌풍을 이끌었다. 또 하나 그의 능력이 발휘된 지점은 제목이다. ‘인디안 썸머’와 ‘살인의 추억’은 모두 그의 작품. “‘살인의 추억’이란 제목은 감독의 시나리오 작업 노트에서 찾아낸 구절이다. 이 제목을 제시하자 봉 감독은 좋다고 나섰지만 주변의 반대가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안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 프로듀서의 꿈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반짝반짝 빛나는>을 준비 중인 그는 최근 프로듀서의 ‘실속’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신씨네 시절부터 그동안 흥행에 실패한 영화가 하나도 없는데, 제작의 최일선에서 활약한 자신에게는 성공의 열매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 독립도 생각했지만 영화 외적인 요소가 영화제작을 방해할 것 같아 현재는 회사 안에서 문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마케팅쪽의 강점을 바탕으로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영화”를 추구하겠다는 그는 자신의 장점을 영화 속에서 극대화해낼 수 있는 충무로 여성 프로듀서의 전범이 되고 있다. 글 문석 ssoony@hani.co.kr·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김무령 [1]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김선아,류진옥 [2]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신혜은,심보경 [3]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안수현,오은실 [4]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이선미,이유진 [5] ▶ 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여성 프로듀서 - 이유진,현경림 [6]

[인터뷰] <주온2>의 사카이 노리코

"사실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잘 못 봐요" 5일 개봉한 영화 <주온2>의 여배우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ㆍ32)가 내한해 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카이 노리코는 일본에서 아이돌의 시대를 연 주인공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보급 스타. 16살 때인 1987년 '남자아이가 되고 싶어'라는 노래로 데뷔해 <한 지붕 아래에서>, <별의 금화> 등의 TV드라마로 인기를 모았으며 98년에는 스포츠 용품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가 서울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한국에 팬클럽이 생긴 최초의 일본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그는 2002년 일본 국제관광 진흥회가 한국에서 방영한 일본 관광 홍보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말문을 연 그는 방한 소감에 대해 "한국에 오고 싶은 생각은 많았지만 이번에 처음 찾게 됐다"며 "짧은 기간이지만 방한중 한국의 진정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의 팬클럽 회원들이 공항까지 사진이나 현수막, 꽃다발을 들고 공항까지 마중나와 너무 고마웠다"며 "바다 건너에 이런 팬들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의 공포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쉽지만 아직 본 적 없다"며 얼굴을 붉혔다. "사실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잘 못 보거든요. 하지원 씨를 만나기 전 꼭 <폰>을 보려고 했는데 겁이 나서 못하겠더군요.(두 사람은 이날 밤 9시 강남의 한 극장에서 열렸던 무대인사 자리에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일본에 돌아가면 용기를 내서 꼭 보고 싶습니다." 공포영화에 대한 그의 '공포'는 남들보다 한층 심한 편. 사카이는 <링>을 본 후 1주일 동안 잠을 설친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런 그가 일본 열도를 떨게 했던 공포영화 '주온'의 속편에 출연한 것은 시나리오의 재미와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이라고. 촬영 도중 무섭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촬영 현장은 마냥 즐거웠을 뿐"이라며 "영화 속에서 공포의 장치를 심어놓는 것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사카이는 8일 4년만에 싱글앨범 '모멘츠'를 발매할 예정이다. 그에게 '아이돌'의 명예을 가져다 준 것은 연기 못지 않게 가수 활동의 덕도 크다. 그는 "앞으로는 음악으로도 한국 팬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방한에는 <주온2>의 시미즈 다카시 감독도 함께 했으며 일본의 후지 TV 기자 등 10여 명의 취재진들도 내한해 일본 내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기도 했다. 5일 일본으로 떠날 예정. (서울=연합뉴스)

senef 3인의 못 말리는 제작기 [2]

현장에 가면, 싸움도 있고 카섹스도 있고~ # 촬영현장은 온갖 종류의 기(氣)가 부딪히고, 뒤섞이는 곳이다. 지칠대로 지친 감독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드는 훼방꾼들의 돌발 행동과 캐릭터와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배우들의 성스러운 감정이 한데 뒤엉켜 묘한 긴장감을 생성해낸다. 현장은 끊임없이 분출하는 용암, 그 자체다. 임필성 넋놓은 박해일, 넋 잃은 여고생 그리고 정신 나간 주정뱅이 뭐라. 영진위쪽에 <튜브> 촬영 뒤, 남은 지하철 세트가 있다고? 임필성 감독은 침을 꿀꺽 삼켰다. 실제 지하철을 옮겨타고 다니며 촬영하다보니 원하는 상황을 잡아내려면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얼마나 힘들었던지 한 스탭의 귀띔에 감독은 자칫 홀릴 뻔했다. 그러나 지하에서 빛이 쏟아져들어오는 외부로 나가는 순간을 찍기 위해 2호선 타고 같은 역을 2번씩이나 지나쳤던 강행군의 과실을 모두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정신을 다잡고 의자에 앉아 멍한 표정의 박해일을 찍고 있는데 이번엔 한 취객이 카메라에 접근한다.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며 시비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4명의 스탭들이 달라붙어 떼어내려고 했지만 이내 모두 튕겨나간다. ‘과연 괴력의 소유자군.’ 알코올로 인해 헐크로 변한 사내의 소동에도 불구하고 대각선에 앉아 있는 박해일은 여전히 초점 잃은 눈망울을 굴리고 있다. 연기를 위해 부러 전날 밤을 꼴딱 새우고 와서 넋놓은 연기를 보여주는 박해일과 어서 찍어야 한다며 헐크를 제지하는 스탭들. 그런 아수라 속에 박해일을 가까이서 보겠다는 일념으로 몇 시간째 지하철에서 머물고 있는 어린 소녀들의 수다만이 생기를 반짝인다. 中 남기웅 감독의 <준비된 악당은 속도가 다르다> 남기웅 깁스 부분만 안 나오면 되는 것을… 강원도 평창 산골에서 휴대폰이 잘 터지기나 하는 걸까. 벌써 4시간째 휴대폰을 들고 여배우를 수소문하는 안철호 프로듀서가 안쓰럽다. 카섹스하는 장면에 출연하기로 한 여배우가 갑자기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다리 한쪽을 깁스했고 이 때문에 출연 못하겠다는 전갈을 보내와서다. 남기웅 감독으로선 이해가 좀 안 된다. 다리 다쳤다고 그걸 못하나 싶기도 하다. 앵글에만 안 잡히면 되는데, 쩝. 안 PD는 아는 연극 배우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학생 배우들까지 섭외하는 듯하지만 그게 신통하게 먹힐 리 없다. 몇 장면 안 나오는 단역인데다 시나리오도 주지 않고서 카섹스 장면을 위해 강원도행을 권유하는 건 무리인 듯싶다. 다들 여자 배역을 머리 긴 남자가 하면 어떻느냐면서 안 프로듀서를 흘깃거린다. 안 프로듀서는 그걸 아는지 전화 거는 데 정신없다. 이 상황에선 다른 장면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설화의 세계로 들어간 건태와 떡호랑이(‘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위협하는 호랑이로, 실제 원하는 ‘떡’은 좀 다른 종류의 것이다)가 직접 대면하게끔 설정을 바꾸어 촬영을 진행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안 PD라도 출연시켰어야 했나. 中 남기웅 감독의 <준비된 악당은 속도가 다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synopsis 백수 건태(기주봉)는 인사동을 쏘다니다 한 골동품 가게에서 ‘벼락부자 설화지도 판매’라는 광고를 본다. <대동여지도>의 별책 부록이라며 이 지도를 손에 넣으면 설화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 건태에게 골통품 가게 주인은 지도 한장을 헐값에 내어준다. 제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길을 떠난 건태는 어느 낯선 곳에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다’는 호랑이와 마주치고 주인의 말을 믿게 된다. 현실로 돌아온 건태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지도책 값 100만원을 구하러 다닌다. 연출의 변 “혹부리 영감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건데. 좀 크게 보면 도깨비 방망이를 얻으려고 애쓰는 이들이 벌이는 해프닝을 통해 돈이 돈을 낳고, 권력이 권력을 낳는 그런 세상을 비꼬고 싶었다. 힘을 갖게 되면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세상은 무서운 것 아닌가. 잘 보면 세상에 그런 방망이가 많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 지휘관들이 들고 있는 지휘봉이 대표적이다. 그거 조금만 까딱해도 사병들은 아무 말 못하고 연병장을 돌아야 한다.” 임필성 허진호, 김지운! 이 악마! 4년 만에 영화를 찍으려다보니 임필성 감독은 촬영 초반 영 버벅거렸다. 인물들의 동선이 엉키고, 언제 컷을 불러 끊어야 할지도 감이 잘 안 왔다. 무엇보다 박해일이 함께 교회에 다녔던 여자친구와 우연히 조우하는 장면에 대한 부담은 지기 힘들만큼 컸다. “4년 전에 결혼한 이후론 남녀 애정묘사에 자신이 없다. 그러고보면 매번 영화에 여배우를 출연시키는 (임)창재 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형은 여배우를 무려 2명이나 등장시키지 않았는가.” 임필성 감독은 이런 현상이 비단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징후가 아님을 알아채고 자신을 다독인다. “<피도 눈물도 없이> 현장에서 류승완 감독은 전도연과 연기에 관한 대화를 나눌 적에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항상 먼산 바라보는 늙은이 흉내를 내지 않았던가.” 그에 비하면 난 약과다. 자, 자 박해일이 자신을 좀 안아달라고 말하자 안아주는 환상장면을 어서 끝내자, 라고 임 감독은 맘먹는다. 그러나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어떻게 알았는지 청담동을 배회하며 에스프레소를 양식으로 삼는 좀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당도하자마자 허진호 좀비가 말한다. “필성이는 멜로를 왜 저리도 못 찍을까. 게다가 동선도 좀 이상하네.”모자를 눌러쓴 김지운 좀비는 옆에서 비웃는 듯하다. 결국 이 장면은 상당 부분 못 썼다. 혹시 좀비들의 저주 때문? 남기웅 프로 배우란 이런 것이다! 도깨비 다섯이 대거 등장하여 악당들과 대결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이다. 도깨비로 분하는 데만 한 사람당 6시간이 걸린다. 팀 버튼의 <혹성탈출>에서 배우들이 분장하는 시간이 4시간이라고 하니 대단한 정성 아닌가. 이들은 모두 극단 목화를 비롯해서 무대에서 한가닥하는 배우들이다. 남기웅 감독의 청탁을 거절하지 못해 이번에도 프로 배우들은 커다란 가면을 써야 했다. 문제는 도깨비 머리를 뒤집어쓰고 나면 밥도 못 먹는다는 것. 빨대로 미싯가루를 홀짝일 수밖에 없다. 얼굴도 안 나오는데 다들 열심을 부려 남 감독 입장에선 황공할 정도다. 서로 다른 극단 소속이지만, 특별한 리허설 없이도 촬영에 들어가자 단번에 오케이를 내려도 좋을 만큼 호흡과 안무가 완벽했다. 대사를 일본어로 했으면 좋겠다 싶어 시나리오 지문에 (일본어)라고만 적어놨는데, 이분들은 이날 진짜 일본어 대사로 바꿔 외워오기까지 했다. 프로는 역시 프로였다. 이쯤되면 남기웅 감독을 비롯한 스탭들이 나자빠질 뻔 했다는 말도 과장은 아니다. 의 영화 ③ 임창재 감독의 <멀고 가까운> 임창재 공무원도 철야할 땐 합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촬영현장에서 임창재 감독은 공무원 스타일이다. 야간촬영을 밥먹듯 하는 것이 예술하는 이라면 무릇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거늘, 그는 해 떨어지면 곧바로 철수한다.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다. 밤 새우고 나면 어차피 다음날 한나절은 곯아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리하게 일정을 강행한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졸음을 막아낼 장사도 없다. 과부하에 걸려 스톱할 바에야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찍고서 편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의 합리적인 지론도, 그러나 이번만은 지켜질 수 없었다.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산장을 며칠 동안 빌려 그 기간 안에 촬영을 종료해야 했기 때문이다. 세트가 아닌 일반 숙소를 빌려 찍었던 탓에 찍기도 힘들었거니와 배우와 스탭들 또한 새우잠을 쪼개 자야 했다. 몇 시간의 리허설 끝에 소녀가 계단에서 총을 맞는 장면 촬영이 시작됐지만, 첫 테이크에서 붐 마이크를 들기까지 했던 조감독의 팔이 처지는 바람에 NG가 줄을 이었고, 촬영은 새벽 5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의 영화 ③ 임창재 감독의 <멀고 가까운> 선녀를 가둔 나무꾼, 정말 착한 사람일까? synopsis 엘스 자이트라는 카페. 이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다. 단골인 형사와 사냥꾼을 제외하곤 여주인과 보석을 찾아내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소녀, 그리고 웨이터 청년이 전부다. 웨이터는 소녀를 사랑하지만, 어느 날 숲속에서 사냥꾼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분노에 찬 웨이터는 사냥꾼을 쏘아죽이고 소녀와 함께 탈출하려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연출의 변 “선녀와 나무꾼 설화에서 나무꾼은 항상 착한 인물로 묘사되어왔다. 그런데 가만 보면 선녀의 옷을 빼앗고, 날 수 있는 능력을 빼앗아버리고 자신이 소유하려 든다. 카페의 주인공의 성을 중성적으로 변주했지만, 실은 소녀를 착취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설화의 캐릭터 설정 틀을 빌려와서 현대사회의 인간관계 양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스크린 뒤의 마지막 전투 # 세 작품 모두 미완성이다. 무슨 소리냐고. 감독들은 극장 개봉을 위해서라면 사운드와 색보정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1주일 남짓한 기간에 소리 만들고, 색 다듬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는 것이다. 실제로 8월23일 첫 상영 때 임필성 감독의 <모빌>은 편집 중이라 상영되지 못했고, 26일에도 상영시간을 20분 늦춰서야 시간을 댈 수 있었다. 마무리 작업까지도 백병전이라 할 만큼 정신없는 전투를 치러야 했던 이들의 남은 스토리. 임필성 <낭만자객>팀 미안하오 상영 2시간 전. 임필성 감독의 무리들은 영상원 사운드실에 모여 있었다. 이쯤 되니 전문 인력을 운용할 시간적인 여유는 사치였다. 대사를 따는 ADR은 배우들이 했지만, 인물이 걷는 모습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폴리 작업 등은 모두 제작부장이 도맡았고, 음악을 맡았던 별 또한 그 옆에서 타이틀 디자인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원래 <자장가>라는 제목이었으나 같은 제목이 너무 많아 임 감독은 상영 직전 <모빌>이라고 개명했다고 털어놨다). 며칠 전 편집할 때도 방식은 무데뽀였다. 노트북 화면만으로 편집을 하려니 인물의 표정이 보일 리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단편 때 편집을 맡았던 함성원, 김선민 기사의 작업실로 쳐들어가서 점거했다. 편집실 조명이 맘에 안 든다며 전구까지 갈아끼우는 못할 짓을 하는 바람에 눈총을 받기도 했다는 이들은 자신들 때문에 편집실에서 진행 중이던 <낭만자객> 작업에 차질을 빚지 않았나 미안하다는 말은 남긴다. “일률적인 시스템 공정 아래선 맛볼 수 없는 스릴이죠.” 임 감독의 변명이다. 임창재 실수도 역시 비범하시다 저건 뭔가. 임창재 감독의 <멀고 가까운>이 상영되던 8월26일, 상영관이었던 시네마 오즈의 관람석에선 일순 침묵이 흘렀다. 요염한 의상의 여인이 의자에서 일어나 걷는 장면이 정지된 것이다. 디지털영화 상영 때는 흔히 있는 사고였는데도 객석에선 “역시, 이번 실험도 평범하지 않은데”라는 수군거림이 뒤이어 나왔다. 정지화면이 미세하게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사실은 스크린 크기에 맞게 영사 사이즈를 재조정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임 감독의 전작들을 봤던 이들은 오랫동안 멈춰선 이미지가 감독의 범상치 않은 재기의 발산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상영이 끝난 뒤, 안철호 프로듀서는 감독들과 배우들을 무대 앞으로 불러내 인사하는 과정에서 “영사 착오로 인해 감독님과 스탭들에게 죄송하다”고 하자 또 한번 상영관은 술렁였고 이내 웃음으로 화답했다. 임필성 감독은 곧 크랭크인 시점을 발표할 것이라 했다. 남기웅 감독은 일단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며 어딘가에 돈벌러 간다고 했다. 임창재 감독은 쓰고 있던 장편 시나리오를 마무리할 예정이라 했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흩어져 자신의 욕망을 그려나갈 것이다. 그러나 한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작은 영화를 한편씩 만들었던 올해 여름의 기억은 혹여 가물가물해졌을지도 모를 초심을 그들에게 일깨워준 좋은 보양식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편집 권은주 ▶ senef 3인의 못 말리는 제작기 [1] ▶ senef 3인의 못 말리는 제작기 [2]

빛고을에서 만난 일본 영화인 3人- 하스미 시게히코 [2]

----------임재철 | 세대를 내려와서 말해보자. 당신에 의해 알려진 감독이 바로 스즈키 세이준과 가토 다이다. 그런 감독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즈키 세이준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가토 다이의 경우는 한국 관객에게 낯설다. ----------하스미 시게히코(이하 하스미) | 스즈키 세이준은 전위적이다. 거칠고, 자유롭다. 가토 다이는 굉장히 클래식한 면이 있다. 가토 다이는 무성영화를 비롯해 영화보기를 무척 즐겨한 사람이지만, 스즈키 세이준은 자신이 감독이면서도 영화라는 것을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두 감독은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스즈키 세이준은 1981년에 최초로 소개했고, 가토 다이도 비슷한 시기에 소개했는데, 가토 다이는 이탈리아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 ----------임재철 | 가토 다이의 영화 중 추천을 해준다면. ----------하스미 시게히코(이하 하스미) | <바람과 여자와 방랑까마귀>, 그 밖에도 다른 감독을 꼽자면, 야마시다 고오사쿠, 구도 에이이치 등이 외국에 소개하고 싶은 감독이다. 그렇게 소개하고 싶은 감독을 얘기하면 끝이 없다. (웃음) ----------정한석 | 그렇다면, 당신의 일본 영화감독 베스트 5를 꼽는다면? 야마나카 사다오, 미조구치 겐지, 오즈 야스지로, 나루세 미키오, 우치다 도무 그리고 한명을 더 꼽는다면 마키노 마사히로. 혹시 마스무라 야스조라는 감독이 한국에 소개된 적이 있나? ----------임재철 | 아직 없지만, 곧 소개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시네필들이 많다고 할 수는 없고 영화를 볼 기회 측면에서도 일본에 비해 많이 뒤지는 편이다. 한국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많은데, 시네필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그 두 가지가 일치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실제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영화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뉴욕에 있을 때 느낀 점은 미국에 영화보기를 별로 즐기지 않으면서도 영화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었다. ----------하스미 시게히코(이하 하스미) | 그렇다. 영화연구는 영화가 존재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시네필이 영화를 지속시키는 것이다. 요즘은 당신이 말한 그런 학자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많다. 영화를 보아야만 계기가 생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DVD가 해가 될지 이익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영화학교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들을 하는데, 세계 각국에서 그나마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사회주의권 영화학교뿐이다. 다른 자본주의 국가의 영화학교는 별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영화학교를 충실히 운영하면 좋은 감독이 나온다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영화학교들이 많지만 과연 그것들이 영화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겠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자들 중에 수오 마사유키, 구로자와 기요시 등이 있는데 이들이 전문 영화학교를 나온 것은 아니다. 예산도 없이 시작했고, 그럼에도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 ----------정한석 | 구로자와 기요시, 수오 마사유키, 아오야마 신지 등이 당신의 수업을 듣고 감명받아 영화를 시작했다는 일화가 유명한데. ----------하스미 시게히코(이하 하스미) | 구로자와 기요시의 경우는 나를 만나기 전에 이미 8mm영화를 만들던 작가였다. 다만 내가 충고해준 바는 오즈 야스지로를 좀 보라고 한 것이다. 수오 마사유키는 불문학도였기 때문에 불문학 수업에서는 본 적이 있지만, 글쎄 영화강의 수업에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오야마 신지의 경우는 1학년 때부터 문장력이 정말 뛰어났다. 맨 처음 제출했던 레포트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에 대한 것이었는데, 정말 굉장한 문장력이었다. ----------정한석 | 덧붙이자면, 한국에서는 ‘영화를 읽는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하스미 시게히코(이하 하스미) | 미국의 영화연구는 어떻게 읽을까 하는 점에 치우쳐 있다. 시각적인 문제들을 놓쳐버린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 보이는지 자꾸 물어보면서 학생들에게 흥미를 자극했다. 읽는다는 것은 대상과 거리를 두면서 선별과 취합을 해야 한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지만, 기억에 담아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의 세대는 비디오가 없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영화를 보아야만 했다. 영화를 보는 모든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비디오는 단지 기억을 확인하는 작업일 뿐이다. 영화란 바로 그런 보는 것,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나 같은 ‘신경증환자들’을 위한 것이다. " 돌멩이를 던지면, 새로운 상황이 발생한다. 하스미 시게히코 시네포럼 '포드와 던진다는 것 ' 요약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마의 질주’, 혹은 ‘남자들의 난투’ 그리고 ‘합창, 댄스, 행진’ 같은 누구나 반사적으로 상기해내는 그런 포드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오히려 한편의 영화 속에서는 사소한 세부로 나타나 쉽게 흘려버리게 되면서도 작품을 넘어서서 반복됨에 의해 확실한 의미를 띠게 되는 이미지를 말하는 것으로 그것을 나는 포드적인 ‘주제’라고 이름붙이려 한다. 작품에 따라 그 의미도, 기능도 달라지게 되는 그 주제의 배치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여기서는 존 포드 영화에서 ‘무언가를 던지는’ 장면을 정리해보려 한다. 다양성 | 존 포드의 영화에서 던져지는 물건들은 매우 다양한 것들로서 보통은 별로 던지지 않는 것들이다. <아파치 요새>에서 계곡 아래로 던져지는 위스키 병, <리오 그란데>에서 바위의 비탈진 곳에서 던져지는 통조림 등은 ‘던진다는 것’의 순수형태라 할 만한 상쾌한 운동감을 영화에 도입한다. ‘던진다는 것’이 전자에서는 시퀀스의 끝을, 후자에서는 그 시작을 알린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내러티브적인 구조 자체가 ‘던진다는 것’의 주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돌 | 땅바닥에서 작은 돌을 주워 던지는 것은 두드러지게 포드적인 몸짓의 하나이다. 그 표적은 두개가 있다. 첫 번째는 의도적으로 말을 향해 던지는 경우로 <역마차>의 존 웨인은 <황야의 결투>의 빅터 마추어 이상으로 돌멩이를 던지는 것이 채찍을 사용하는 것보다 유효하게 말을 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른 서부극에서 말에게 돌을 던지는 동작은 극히 드물며 조지 뱅크로프트가 던지는 돌멩이에 의해 마차가 달리게 되면서 <역마차>가 끝난다는 것을 상기할 때 ‘던진다는 것’의 내러티브적인 기능의 중요성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돌멩이는 또 가까운 연못이나 강을 향해 절망적으로 던져지는 경우가 있다. <수색자>에서 사막의 호수를 향해 존 웨인이 돌을 던지자 마치 그 몸짓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그 앞의 모래언덕에 내털리 우드의 그림자가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가 땅바닥에서 돌멩이를 주워 던질 때 포드의 작품에서는 반드시 새로운 상황이 생기게 된다. 행복한 몸짓 | 행복한 만남을 예고하는 몸짓으로 모자, 성냥 그리고 담배를 던지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황야의 결투>에서 모자를 던지는 행위는 <조용한 사나이>에서보다 큰 규모로 반복되며 던지는 남자를 주위의 여자에 접근시키게 한다. <롱 그레이 라인>에서는 여자의 머리로부터 모자가 떨어지는 순간에 남녀의 접근이 일어나게 된다.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에서는 그것이 어둠 속에서 램프를 켜는 주제와 맺어지며, <리오 그란데>와 같이 포옹의 전주곡이 된다. 비극적인 몸짓 | <리버티 발란스를 쏜 사나이>에서는 예외적으로 라이플 총이 두 인물 사이를 왕복한다. 이것은 포드에게는 불길한 이미지이다. 사실 그뒤 존 웨인은 주위에 동전을 집어던지게 되는데 그것은 <밀고자>에서 바닥에 떨어지는 동전처럼 주인공을 궁지에 몰아세우는 것으로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에서 어머니의 에이프런 위에 던져지는 동전의 행복한 의미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몸짓이다. 미장센 | ‘던진다는 것’은 포드에게 드물게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고독한 몸짓이고, 하워드 혹스의 <탈출>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로렌 바콜에게 던지는 성냥처럼 두 인물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을 성립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사실은 포드적인 인물이 집단의 이익에 봉사하는 개인에게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흉포한 고독을 자신속에 감추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던진다는 것’은 보는 자를 ‘이야기’와는 다른 ‘연출’(미장센)의 영역으로 불러들이는 주제론적인 세부이고 그 의미는 작품마다 다르며 분노나 희열 같은 전혀 이질적인 개인의 정동적인 변화를 필름에 새겨넣게 된다. 오즈의 작품처럼 포드의 작품도 ‘내러티브’는 단조롭지만 그 ‘주제’의 의미는 극히 풍부하고 때로는 모순되기조차 한다. 그 풍부함과 모순을 앞에 두었을 때 우리는 포드가 아직 ‘너무나 알려지지 않은’ 영화작가라는 점을 다시금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정한석 mapping@hani.co.kr · 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 빛고을에서 만난 일본 영화인 3人- 하스미 시게히코 [1] ▶ 빛고을에서 만난 일본 영화인 3人- 하스미 시게히코 [2] ▶ 빛고을에서 만난 일본 영화인 3人- 야마다 요지 [3] ▶ 빛고을에서 만난 일본 영화인 3人- 야마다 요지 [4] ▶ 빛고을에서 만난 일본 영화인 3人- 이노우에 히로미치 [5]

러시아 영화 <귀향>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러시아의 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 감독이 제작한 <귀향 The Return>(사진)이 6일 오후 폐막된 제6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출품작에 주어지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귀향>은 10년간 집을 떠나 있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돌아와 사춘기의 두 아들을 혹독하게 훈육시키는 과정을 다룬 가족영화로, 메인 경쟁부문인 <베네치아 60>에 초청된 다른 19편을 제치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즈비야진체프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 내놓은 첫 작품인 이 영화는 아들로 출연한 청춘 스타 블라디미르 기린(15)이 촬영직후 영화의 비극적인 결말처럼 촬영장소인 호수에 빠져 숨진 사실이 알려져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메인 경쟁부문에 출품된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은 아쉽게도 수상작에 들지 못했다. 또 지난해 이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로 신인배우상을 탔던 문소리가 <바람난 가족>으로 2회 연속 수상을 노렸으나 아깝게 탈락했다. 남우주연상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 감독의 에서 열연한 숀 팬에게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추방을 다룬 <로젠스트라스(Rosenstrasse)>에서 열연한 독일의 카트자 리만이 차지했다. 또 레바논 출신인 란다 차할 사바그 감독이 중동분쟁을 배경으로 제작한 <연(The Kite)>이 심사위원들이 주는 대상인 <은사자상>의 영예를 안았고, 일본 키타노 타케시 감독은 맹인 사무라이 얘기를 그린 <자토이치>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1978년 발생한 좌익 테러분자들의 알도 모로 전 이탈리아 총리 납치.살해사건을 다룬 <굿모닝, 나이트(Good Morning, Night)>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던 이탈리아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은 대본 분야 공로상을 받았다. 현지 언론들은 벨로치오 감독이 베니스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에 기분이 상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인감독이나 비교적 덜 알려진 감독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또다른 경쟁부 문인 <업스트림>에서는 하이너 살림 감독의 다국적 작품인 <보드카 레몬(Vodka Lemon)>이 이 부문 최고 영예인 <산 마르코>상을 차지했다. 업스트림 부문의 남우주연상은 태국 작품인 <우주에서의 마지막 인생(Last life in the Universe)>에서 열연한 아사노 타다노부, 여우주연상은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로스트 인 트랜스레이션(Lost In Translation)>에 출연한 스칼렛 요한손이 수상했다. 한편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는 메인 경쟁 부문인 <베네치아 60>과 혁신적 작품 등을 소개하는 <업스트림>을 비롯해 비평가주간,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등에 걸쳐 총 250여편이 출품됐다. (베니스.=연합뉴스)

[베니스영화제] 이변 속에서도 전통 재확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도 섬에서 막을 올린 제6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6일 폐막식에서 <귀향>(원제 The Return)에 황금사자상을 안겨주는 것으로 11일 간의 영화 잔치를 마감했다. 영화제에 참석한 각국 관계자들은 2000년 TV 시리즈 <검은 방>을 만든 뒤 이 영화로 데뷔한 신인 감독 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가 최고 영예를 차지한 것을 이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현지 언론과 평론가들의 평가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데다 그동안 베니스ㆍ칸ㆍ베를린 등 메이저 영화제들이 관록과 명성을 배려해온 전통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귀향>은 10년간 집을 떠나 있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돌아와 사춘기의 두 아들을 혹독하게 훈육시키는 과정을 다룬 가족영화. 촬영 직후 숨진 청춘스타 블라디미르 가린과 함께 이반 다브론라바프, 콘스탄틴 라브로넨코 등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제 일일소식지 `필름 TV'에 따르면 17명의 평론가들은 <귀향>에 대해 10점 만점에 평균 7.5점을 매겨 20편의 메인 경쟁부문 초청작 가운데 3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또다른 일일소식지 'CIAK 인 모스트라'의 별점은 평균 두 개 반을 겨우 넘겨 7위권에 머물렀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 레바논 여성감독 란다 샤할 사바그의 <연>(The Kite)에 돌아갔다. <연> 역시 평론가 평점은 낮았지만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꽃핀 사랑을 그린 소재가 심사위원들의 호감을 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돌스>(Dolls)로 베니스를 찾았다가 빈손으로 귀국했던 일본 기타노 다케시는 감독상을 챙겼다. 97년 <하나비>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겨주었던 베니스가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한 셈이다. 남녀 주연상은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의 할리우드 데뷔작 (21Grams)에 출연한 미국 배우 숀 펜과 <로젠스트라스>(Rosenstrasse)의 독일 배우 카트자 리만이 나눠가졌고, 지난해 문소리가 차지했던 신인배우상은 프랑스 영화 <라자>(Raja)의 주연배우 나자 베살렘에 돌아갔다.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해 유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떠올랐던 <굿모닝, 나이트>(Good Morning, Night)의 이탈리아 감독 마르코 벨로치오는 시나리오 공로상에 머물러 또다른 이변으로 기록됐다. 기타노 다케시와 함께 평론가들의 평가에서 선두권을 형성해 수상 기대를 부풀렸던 <부산>(Busan)의 대만 감독 차이밍량(蔡明亮)도 무관에 그쳤다. 메인 경쟁부문 `베네치아 60'의 수상 결과를 보면 이변 속에서도 아시아와 미국, 유럽 각국 등에 안배하는 관행을 어기지 않았다. 또한 중동 분쟁, 나치의 유대인 탄압, 이탈리아 붉은 여단 등 현대사의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에 손을 들어주는 경향도 재확인했다. 2회 연속 수상을 노리던 <바람난 가족>(사진)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평가를 받았으나 불륜과 가족의 해체라는 소재가 유럽에서는 그다지 새롭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데다가 무거운 주제와 실험적인 접근방법을 비교적 선호하는 영화제 경향에도 맞아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상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영화 <자토이치>의 평판이 좋았던 것도 악재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짙다. (베니스=연합뉴스)

영화 <바람난 가족> 포스터 표절시비

제60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에 실패한 영화 <바람난 가족>이 포스터 표절논란에 휘말렸다. 표절 의혹은 6일 오전 이 영화의 홈페이지(www.baramnan.com)에 영화의 메인 포스터가 모 의류브랜드의 광고 비주얼과 흡사하다는 주장의 글들이 올라 오면서 제기됐다. '디자이너'라는 ID의 네티즌은 두 이미지를 같이 올리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후 게시판에는 관련 글들이 줄줄이 올라와 표절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표절 대상으로 의심받고 있는 것은 이탈리아의 명품 'ㅂ' 브랜드의 광고물 비쥬얼. <바람난…>의 메인 포스터에는 문소리가 <바람난 가족>이라고 쓰인 검은 판자로 가슴 등 주요 부위만을 가린채 나체로 다리를 벌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고, 'ㅂ' 브랜드 광고의 모델은 팔의 위치와 얼굴의 각도를 빼고는 흡사한 자세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작사 명필름은 6일 ‘<바람난 가족> 포스터에 대해서 설명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해명에 나섰다. 제작사는 "문소리가 영화속 거실 한 구석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여배우의 파격적 변신이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제작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여러 광고와 포스터 등의 비주얼을 참고했고 'ㅂ'브랜드의 광고는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명필름은 이어 "노출 여성이 중요 부위를 도구로 가리는 컨셉은 지금까지 수없이 사용된 바 있는 광고적 컨셉의 흐름 안에 있는 것이지 단순히 모방해 제작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바람난 가족'은 지난 3일 전국관객 15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미개봉 일본영화 한자리에

‘일본영화 여행’ 상영회, <오디션> <스왈로우 테일> 등 상영 미개봉 일본영화를 대거 소개하는 영화제가 열린다. 9월1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리는 ‘일본영화 여행’이 그것. 장르별 여행과 감독 특별전 등 2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되는 50편의 영화 중엔 미이케 다카시의 <표류가> <오디션>,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카우보이 비밥>(사진), 이와이 순지의 <피크닉> <스왈로우 테일> <언두>, 쓰카모토 신야의 <철남> <총알발레> 등 국내 미개봉작이 포함되어 있어 관심을 끈다. 메가박스 프로그래밍팀의 김수연씨는 “멀티플렉스가 많아졌지만, 오히려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었다는 비판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극장 비수기인 9월에 여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관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행사 개최 배경을 밝혔다. 메가박스는 서울에 이어 조만간 대구에서도 영화제 행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비수기를 활용해 여러 기획전을 꾸준하게 열 계획이다. 이번 행사 기간에는 일본전통문화 전시회, 코스튬플레이 등 갖가지 부대행사도 열린다. 입장료는 편당 6천원으로 좀더 자세한 문의는 홈페이지(www.megabox.co.kr)로 하면 된다.

추석연휴 앞두고 영화 흥행경쟁 치열

<캐리비안의 해적>(사진), <조폭마누라2>, <오! 브라더스>가 추석 연휴를 앞둔 6-7일 주말 흥행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배급사 브에나비스타 코리아가 밝힌 <캐리비안의 해적>의 서울 주말 스코어는 14만2천 명. 5일 개봉 이후 전국 55만 2천760명을 동원했다고 배급사는 전했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조폭마누라2>는 이 기간 서울 54개 스크린에서 10만 9천97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5일 개봉 이후(4일 전야제 포함) 전국 226개 스크린에서 불러들인 관객은 54만 7천538명으로 서울보다 지방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범수ㆍ이정재 주연의 '오브라더스'의 성적은 서울 10만 8천583명. 스크린수가 서울 43개인 점을 감안하면 스크린당 관객수는 비교적 높은 편.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5일 개봉 이후 전국 177개 스크린에 48만 8천484명의 관객들이 찾았다. 그러나 <캐리비안의 해적>의 배급사 브에나 비스타 코리아가 밝힌 수치에 대해 <조폭마누라2>의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오! 브라더스>의 제작사 KM컬쳐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했다.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주요 극장과 입회사로부터 받은 관객수 자료로 어느 정도 다른 회사가 배급하는 영화의 관객수도 파악이 가능하다"며 "<캐리비안..>의 경우 4만 명 이상 차이가 나는 만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KM컬쳐의 심영 이사는 "자체 파악하고 있는 전국 관객 수치에 따르면 <조폭…>의 경우 CJ측이 밝힌 수치와 비슷하지만 <캐리비안의 …>의 전국 관객수가 15만 명 가량 많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캐리비안…>의 배급사 브에나 비스타 코리아는 "개봉 전날 전야제인 4일 밤 상영에서 관객 반응이 워낙 좋았다"며 타 배급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관객수 시비는 극장가가 가장 큰 호황기를 맞는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일. 올초 설날 연휴에는 <영웅>과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중간첩>의 배급사들이 상대 영화의 관객동원수치를 놓고 설전을 벌였으며 이는 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가 박스오피스 집계를 중단하는 계기가 됐다. 관객수와 관련된 이런 시비는 영진위가 올해 입장권 통합전산망 시험 운영을 시작할 올해 11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ㆍ김승우 주연의 코미디 <불어라 봄바람>은 서울 37개 스크린에서 6만 명의 서울 주말 관객을 동원했다. 전국 160개 스크린에서 개봉 후 사흘간 20만 명의 관객이 극장에 다녀갔다. 일본산 공포영화 <주온2>의 첫 주말 흥행성적은 서울 3만8천 명으로 5-7일 전국 93개 스크린에서 15만 명을 동원했다. 같은날 개봉한 <패스트&퓨리어스2>는 서울 26개 스크린 3만3천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주 1위를 차지했던 '바람난 가족'은 스크린 수가 서울의 경우 41개에서 17개로 크게 줄어들면서 1만6천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전국 스크린 수는 61개. 지난달 14일 개봉 이후 전국 156만 명이 다녀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