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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북미 최대 영화제로 성장한 토론토국제영화제

다민족 문화의 조화를 관객과 함께 즐겨라 올해 28회를 맞는 토론토국제영화제는 시네마테크를 중심으로 도시의 자그마한 영화제로 시작, 벨캐나다(Bell Canada)와 돈독한 파트너십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어느새 북미에서 가장 큰 국제영화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차분한 성장의 가장 큰 뒷받침은 경제력만큼이나 영화제를 향한 토론토 사람들의 열렬한 호응과 반응이다. 특히 올해는 영화제 건물을 위한 대대적인 선서식까지 아우르면서 내실있고 튼튼한 영화제로 발돋움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성격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할리우드영화에서 독립·아프리카영화까지 올 토론토국제영화제는 9월4일부터 13일까지 총 열여섯개 섹션에 400여편의 영화를 소개, 상영했다. 이 다양한 섹션을 가만히 들어다보면 영화를 개최하는 도시와 묘하게 닮은꼴임을 금세 알 수 있다. 미국과 달리 다민족 문화가 모자이크처럼 나열되어 조화를 이루는 캐나다는 영화제 프로그램 역시 모자이크처럼 나열되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부터 독립영화까지, 미국영화에서 아프리카영화, 거장의 영화에서 신예감독의 영화까지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특히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 아프리카영화를 ‘메이저’ 국제영화제에서 단발성이 아닌 고정 섹션으로 소화해내는 것은 토론토영화제만의 특징이다. 제3세계의 거장감독을 소개하는 삼인삼색 디렉터의 스포트라잇 섹션에서는 시적 영상미로 알려진 터키 감독, 오머 카뷰어(Omer Kavur), 제키 데머큐부즈(Zeki Demirkubuz), 누리 빌제 세일란(Nuri Bilge Ceylan)의 대표작을 각각 즐길 수 있다. 내셔널 시네마 섹션에서는 오늘날 다시 부활한 브라질의 시네마누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영되는 <카란디루>(Carandiru)나 <신은 브라질 사람이다>는 이미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터키와 브라질을 이어, 흑인 문화와 미학을 다룬 플래넷 아프리카 섹션은 6회째 지속적으로 한 섹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쟁이 아니라 축제, 발 가는 대로 즐긴다 토론토영화제는 언뜻 보면 다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들이 많다. 5월에 개최된 칸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베니스영화제, 다가올 부산영화제의 라인업까지 보자. 겹쳐 보이는 영화제목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즉 이런 ‘영화제 거물급’ 영화들은 칸이나 베니스에 먼저 짐을 풀고 토론토로 ‘쉬러’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바로 토론토가 가진 비경쟁이란 성격 때문이다. 영화제는 우열을 매기는 장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하는 축제하는 게 토론토리안의 사고다. 다만 선호도만 존재할 뿐이다. 이에 토론토는 영화제 폐막에 앞서 관객이 뽑은 영화를 집계해 관객 선택 영화(AGF People’s Choice award)를 발표한다. 올해 28회 관객이 선택한 영화는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다. 올해 토론토를 들린 ‘거물급’ 영화들을 프로그램별로 슬쩍 보면 우선, 영화제의 꽃인 특별전(Gala)에서 18편이 상영된다. 올해 부산에서도 볼 수 있는 캐나다 거장 감독 드니스 아르캉의 <야만적 침략>(The Barbarian Invasion)과 리들리 스콧의 신작 ‘코믹’영화 <매치스틱 맨>(Matchstick Man)이 있고, 니콜 키드먼과 앤서니 홉킨스가 커플로 등장하는 <인간 얼룩>(Human Stain), 로버트 알트먼의 춤에 대한 영화 <컴퍼니>(The Company, 제인 캠피온과 멕 라이언이 손을 잡은 <인더컷>(In the Cut)이 그들이다. 또한 90살의 노장 마뇰 드 올리비에라 감독의 <말하는 그림>(A Talking Picture),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 시네마 베리테의 거장 앨런 킹의 <평화로운 죽음>(Dying at Grace), 자크 드와이옹의 <라자>, 케이스 골던의 흥미로운 ‘뮤지컬’ <노래하는 탐정>(The Singing Detective), 차이밍량의 <잘있어요, 용문객잔>, 새로운 미디어로 형식미를 추구하고 있는 피터 그리너웨이의 신작 <털시 루퍼의 가방> 시리즈 등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가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토론토의 이 비경쟁 방식은 여타 유명영화제들이 내세우는 ‘특별하고 고고한’ 이미지보다 관객이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즉 이 잔치는 영화제를 위한 영화제가 아닌 바로 관객을 위한 영화제인 것이다. 줄서서 기다리며 즐기는 영화제 관객을 위한 영화제임은 극장 앞을 늘어선 이들만 슬쩍 봐도 드러난다. 줄지어 서있는 관객은 고교생부터 60살 이상의 노인들까지 다양하다. 특히 나란히 줄 서 있는 노부부 모습은 토론토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토론토의 더 큰 매력은 바로 러시라인(rush-line)에 늘어선 관객이다. 미처 티켓을 구하지 못하거나 또는 이미 매진이 된 영화를 보기 위해 그 시간대 극장 앞을 서 있는 줄을 일컫는다. 티켓을 가진 이가 모두 들어가고 난 뒤 빈 좌석 수만큼 겨우 몇명(많으면 20명 남짓) 들어가게 되는 이 줄은 보통 영화상영 전에 거리를 족히 두 바퀴 이상은 휘감고 있다. 몇 시간을 그렇게 서 있는 그들은 앞뒤로 서 있는 이들과 자신이 어젯밤 본 영화에서부터 기대하고 있는 영화, 자신이 거리에서 만난 영화배우들 등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쉼없이 나누고 있다. 영화를 기다리기 위해 서 있는 그 줄 자체가 이들에게는 영화제인 셈이다. 이런 시민들의 즐기는 태도에 입각해 영화제쪽이 내놓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하나로는 유명감독이나 배우가 그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언급한 작품을 모아 프로그래밍한 다이얼로그: 토킹 위드 픽처(Dialogues: Talking with Pictures) 섹션이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영화상영 전에 추천자가 직접 올라와 자신과 그 영화에 대해 관객과 서로 나누는 데 있다. 올해는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 알트먼의 <내쉬빌> 등이 캐나다, 독일, 브라질 감독에 의해 각각 설명, 상영되었다. 다음으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바로 미드나잇 매드니스(Midnight Madness) 섹션이다. 이 섹션은 보통 밤 11시55분에 상영이 시작해 새벽 2시경에 끝나는 프로그램으로 엽기적이고 이색적인 때론 공포스런 영화들에 집중한다. 올해는 미이케 다케시와 쉬미주 다케시의 엽기적 공포물에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까지 다양한 이색 장르들이 선보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 한국영화 5편 걸려 지난해 임권택 감독이 거장전에 초대받은 것에 이어, 올해 한국영화는 각 섹션을 아울러 총 5편이 토론토행 비행기를 탔다. 각각의 영화가 개성이 강한 만큼 그 앞에 늘어선 관객 역시 각자 다른 성격을 보이고 있다. 우선, 동시대전에 자리잡은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은 이미 한국에서 화제작으로 입소문이 난 덕에 현지인보다 동포들 사이에서 완전 매진소동이 벌어졌고, 외국인들로 장사진을 이룬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그의 브랜드 네임이 외국에서 더 많은 마니아층을 두고 있음을 드러낸다. 디스커버리 섹션에 초대받은 박경희 감독의 <미소>는 비평가의 주목을 받았다. 토론토 유력 일간지인 <토론토 스타>는 <미소>에 대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섬세함을 이미지로 드러낸 뛰어나고도 난이도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드나잇 매드니스 섹션에 상영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는 페스티벌 데일리의 한면에 올해 영화제 중 가장 엽기물이라는 평이 실리기도 했다. 끝으로, 토론토영화제 팀은 이 토론토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봄에는 스프라켓토론토어린이국제영화제(sprockets Toronto International Filmfestival for Children)를 통해 어린이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우수 고전과 동시대 영화를 상영한다. 또한 매달 개최하는 시네마테크에서 고전과 회고전을 개최하고, 영화도서관(www.filmreferencelibrary.ca)을 운영해 손쉽게 학생과 관객에게 다가간다. 그 외에 배급 서킷과 톡시네마(Talk Cinema)를 운영해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관객과 나눔의 자리를 갖는다. 엄밀히 말하면 토론토영화제는 지속적인 활동의 성과물 중 하나에 불과한 셈이다. 또한 영화제는 영화제를 위한 모임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객과 영화를 손쉽게 만나도록 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즐김의 장이다. <인더컷>기자회견(2003년 9월9일 화요일)“여성적 누와르 필름이다” 남성이 장악한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고 의견이 분분하다. 또 한편으로는 장르적으로 규정짓기에는 너무 다양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가. 제인 캠피언: 스릴러 장르는 가장 본능적인 장르이다. 우리 삶의 어두움과 분출하는 성적 에너지는 이를 더 어둡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여성,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이다. 파커(프로듀서)의 해석에 따르면 이 영화는 남성성보다는 여성적 욕구와 갈망을 드러내는 누아르 필름이다. 멕 라이언: 장르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크게 보면 인간의 관계에 대한 영화이다. 내가 연기한 파니는 고루한 영어 선생으로 일상을 살아가다 갑자기 연쇄살인범의 눈에 들게 되고, 강하고 섹시한 검찰과도 사랑에 빠진다. 스릴러 장르라기보다 그녀가 겪는 감정에 관한 영화다. 멕 라이언에게 있어 파니 캐릭터는 많은 변화가 필요했을 텐데… 파니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멕 라이언: 파니는 마음을 많이 다쳤고, 모든 종류의 슬픔을 가지고 있는 여자다. 그녀는 세상에 많이 실망하고 버겨워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녀를 다치게 한 그 장소로부터 다른 사람과 교감할 수 있다. 이 역은 나에게 하나의 큰 실험이었다. 인간관계와 아주 독특한 어떤 여성적 슬픔과 연결짓는 시험이랄까. 물론 그녀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아주 많은 기쁨도 있었다. 검찰로 분한 루팔로는 이 영화에서 여성성을 어떻게 소화시키고 있나. 마크 루팔로: 이 영화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아주 잘 조화시키고 있다. 제인은 조화의 지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고 그걸 배우에게서 뽑아낸다. 경찰관이 가진 육체적이고 난폭하고 거친 힘을 연인인 여성에게 시, 언어, 사랑을 주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제인은 함께 일한 5명의 배우들에게 그들 경력을 통틀어 경험하지 못한 뭔가를 끌어냈다. 우린 모두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고, 그 경험은 하나의 혁명 같은 것이다.

무대위의 거만함을 접고 망가진 모델들,<헤드 오버 힐즈>

■ Story 미술품 복원 전문가로 일하는 아만다 피어스(모니카 포터)는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속옷모델과 바람이 나버리자 집을 나온다. 실연의 아픔도 잠시, 네명의 슈퍼모델들이 사는 호화 아파트에 싼값으로 방을 얻어 들어간 아만다는 이곳에서 자신의 혼을 쏙 빼놓을 멋진 남자 짐 윈스톤(프레디 프린즈 주니어)을 만난다. 몇번의 계기를 거쳐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그러나 짐의 집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아만다가 이를 목격하면서 아만다와 그의 룸메이트들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뒷조사에 나선다. ■ Review 멕 라이언이 늙고 줄리아 로버츠가 얌전해진 뒤로 할리우드의 로맨틱코미디들이 힘을 많이 잃은 듯 보인다.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저도 모르게 무릎이 턱 꺾여버리고 마는 주책맞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도 예외는 아니다. <헤드 오버 힐즈>의 원제인 ‘head over heels’는 허둥지둥댄다는 뜻. 이것이 주인공 아만다가 짐 앞에서 늘 보여주는 모습이고, 패션업계의 귀공자 짐이 아만다에게 끌리는 이유다. 제목의 뜻대로 풀리는 사랑의 여정이 훤히 보이는 듯한데, 뜻밖의 장애물이 있다. 짐이 자신의 집에서 한 여자를 죽여버렸다는 미스터리를 덧붙이면서 갑자기 액션스릴러의 분위기로 전환을 시도한다. 문제는 이게 영화의 새로운 긴장이 아니라 무모함이 돼버린다는 것. 그래도 안전판을 두개나 달고 있다. 하나는 러닝타임이 한 시간 반도 못 미치게 짧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슈퍼모델로 활동 중인 이들이 네명이나 나와 귀엽게 망가져준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직업이 슈퍼모델인 이들은 도도해 보이지만 실은 성격이 정말 좋다. 아만다의 ‘성공적인 작업’을 위해서라면 어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성의를 보이니. 눈꼴시린 공주기가 없는 건 아니다. 못생긴 사람들을 메스꺼워하고 예쁜 얼굴을 수시로 고치는가 하면 손톱만한 다이아반지도 약혼용으론 턱없어한다. 결정적으로 이들은 (모델이란 직업에 대한 우스운 선입견 때문인지) 아무 생각이 없는 무뇌아적 캐릭터들이다. 아만다의 뒷조사를 도와준답시고 온갖 실수와 바보스런 언행을 되풀이한다. 그래도 의도가 선하고 심성이 착해서 미워할 수가 없다(혹자에겐 거북하거나 천박하거나 한심해보일 수 있겠다). 실제 패션쇼 무대에서 보여줬던 무표정의 거만함을 접고 한없이 망가지는 네명의 진짜 슈퍼모델들을 보는 건 확실히 흥미롭다. 어쩌면, 이게 유일한 재미일 수도 있다.

<바람난 가족> <불어라 봄바람>의 배우 성지루

은근한 충청도 사투리가 전해주는 투박한 심성. 송아지처럼 물기 어린 시선까지 마주하고 나면 이 사람, 거짓말이라곤 좀처럼 모르는 얼굴이다. 물론 그와 대화를 지속하려면 고통(?) 또한 따른다. 입을 열라치면 손 동작에 얼굴 근육까지 동원되기 때문이다. 귀를 열어두는 것만으로 그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흡사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하다. 녹음기 대신 캠코더를 들고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차, 싶다. 극단 목화에 발디딘 뒤 15년 가까이 연극쟁이로 살아오다 3년 전부터 스크린으로 둥지를 옮긴 성지루(35)가 그 주인공. 요즘 그는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한 방송사 프로듀서는 얼마 전부터 브라운관으로까지 영역을 넓혀 활동하고 있는 그를 캐스팅하려고 집 앞까지 찾아와 진을 치기도 했을 정도다. “추석 때 찾아뵙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그의 영원한 ‘사부’ 오태석 선생(극단 목화 대표)을 모시고 극단 목화의 공연장을 찾았다가 “세트를 만들고 있던 후배들이 안쓰러워 같이 밤샘 작업하고 왔다”며 피곤해하는 그를 붙잡고, 3년 동안 잃은 것과 얻은 것에 관해 물었다. -극단 목화는 친정 같겠다. =틈나는 대로 가서 연습하는 거 보고 오려고 한다. 이제는 전과 다르게 후배들한테도 소주 한잔 사면서 먹고 힘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좋다. 어제는 (오태석) 선생님 찾아뵙지 못한 게 찔려서 직접 연락드렸다. 안산에서 강의 끝나면 공연 준비하시느라 의정부까지 가야 하는데, 매번 지하철로 다니신다. 맘이 안 편해서 직접 운전해서 모시고 갔었다. 처음 하는 후배들이 끼어 있어서 그런지 세트 작업하는 데 낑낑대고 있더라. 그거 거드느라 밤 꼴딱 샜다. -한 방송사의 추석 특집극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엄하시다는 아버지도 좋아하셨을 텐데. =대전 집에 가서 아버지하고 같이 봤다. 근데 뭐 내용은 별로 관심이 없으시고 전화 때리시느라 바쁘셨다. 여기저기 “우리 아들 테레비에 나온다”는 말을 에둘러서 하시는데…. 충청도 양반들, 툭 던져놓고 아닌 척 잘하시잖나. 반바지 입고 계시다가도 아들 오면 옷 갈아입고서 인사 받으시는 점잖은 분인데 그러시니. 부모님이나나 주변분들은 아무래도 TV 나와야 뭐 한다고 생각하시니까. 못 했던 효도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와 드라마쪽에 출연하는 동안 무대는 거의 못 밟았다. =올 봄에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한편 했다. 첫 공연하는데 미치겠더라. 왜 대학 때 공연하면서 드는 긴장 있잖나. 실수할까봐 대사 틀릴까봐 걱정돼서 우황청심환까지 사갔다. 국내에선 안 서 본 무대가 없는데 그랬으니. (주먹을 지그시 쥐고 가슴에 대더니) 이게 방망이질을 하는데 환장허겄데…. 실수 한번 하고나서야 나아지더라. 예전에 했던 게 헛건 아니었구나 싶었다. (웃음) -경제적으로 윤택해졌겠다. =이번에 대전 내려가서 박철수필름 멤버들하고 우연히 합석한 적이 있는데 그중에 한 친구가 선배님은 너무 비싸셔서…, 그러더라. 그래서 그랬다. 뭐가 비싸. 비싼 게 얼만데. 1년 전인가. 어떤 기자가 (내가 받는) 개런티가 많다고 썼는데, 그 기자 꼭 찾아낼 거야. 확인도 안 해보고 기사 쓰고. -<바람난 가족>에 대한 애정이 클 것 같다. 코믹한 설정의 캐릭터가 아니었고, 또 이에 대한 관객 반응도 좋았고. =임상수 감독님이 시나리오 쓸 때부터 내 이름 박아놓고 썼으니까 두말하지 않고 했다. 현장에서도 내게 맡겨주시니까 공부하게 만들어주시는 것도 좋고. 한데 연구한 거 못 써먹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새벽에 논현동 가구 거리를 걸어가는데 흰 수염에 목도리 하고 자기 혼자 나와서 막 떠드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거 소스 삼아서 캐릭터에 비벼볼까 했는데 이번엔 <눈물> 때랑 다르더라. 그땐 술도 먹고 잠도 같이 자고 작품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이번엔 다른 상황들이 임 감독님을 괴롭힌 게 많아서 실제로는 제안을 못했다. 어디 감히 단역이 감독님한테 가서 이게 어떻구요, 할 수 있겠나. (웃음) -<신라의 달밤> 촬영하면서 정광석 촬영감독에게 혼이 났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기 서 있으라 했는데 왜 저기 서 있느냐고 면박 많이 당했다. 끝나고 나서 내 손 잡아주면서 고생 많았지, 다음에 또 하자, 그러시더라. 좀처럼 그런 말씀 잘 안 하신다는데…. 내 스타일이 모르면 아무나 붙잡고 가르쳐달라고 한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어딨나. -이제는 영화가 입기 편한 추리닝처럼 느껴질 법도 한데. =촬영장에서 실제로 추리닝 입고 다닌다. (웃음) 사실 <눈물>로 영화 시작할 때 많이 망설였다. 임 감독님이 내가 나오는 연극 3편 보고서 나보고 같이 일하자고 그러는데…. 해본 적도 없고, 자신도 없고. 게다가 감독님이 막말로 ‘애들이 떡치는’ 내용이라고 하니.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영화사쪽에도 ‘성지루 아니면 영화 안 찍겠다’고 하셨다니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으면 못했을 거다. -<바람난 가족>은 직접 대사를 만든 것도 많다고 들었다. =수식어 걷어내는 수준이다. 문어체가 많으니까 전달이 쉽도록 어순을 바꾸는 정도. 반대로 전라도 사투리로, ‘난 니가 좋아야’라는 대사를 칠 때 쑥맥 같은 캐릭터면 앞에다 ‘아따거시기참말로’하고 뜸을 들이기도 하겠지만. 김수현 작가처럼 토씨 하나 틀리는 걸 원하지 않으면 물론 그렇게 가야지. 대신 그땐 뉘앙스라든지 감정적인 부분들을 좀 제한시키면 되는 거니까. -조연배우 전성시대라지만, 정작 본인들은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도 받을 듯하다. 코믹한 이미지로 굳어져가는 것도 그렇고. =(중간에 동석한 류해진을 가리키며) 애도 그렇지만, 우리가 범죄형 몽타주라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다(류해진, ‘형 이야기나 하라’며 응수한다). 그래도 내가 갖고 있는 코드가 A, B, C가 있는데, 자꾸 C코드만 쓰려고 하니 속상하다. 왜 이런 시나리오만 들어오나 싶기도 하고. <휘파람 공주> 같은 경우는 캐릭터를 좀더 사실적으로 가져가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종전의 이미지만을 원하시더라. 그 전엔 대놓고 이기동(70년대 인기 코미디언)식 액션을 요구하는 감독도 있었다. (웃음) 사기꾼 연기한다고 치면, 1시간30분 내내 도끼빗 들고 설칠 필요없다. 도입부만 그렇게 가고, 그뒤론 어느 인간보다도 진실하게 가야 한다. 그래야 관객 입에서 저 나쁜 놈 소리가 나온다. 전엔 인간관계니 뭐니 해서 딱 자르지 못했는데 그래서 요즘은 코드가 안 맞으면 ‘못하겠네요, 미안합니다’ 그러려고 한다. -촬영하면서 그런 고민이 불거진 적이 있을 텐데. =제안은 좋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갑시다’고 한 적 없다. 현장 가면 감독하려는 배우들 많은데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감독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잘돼야 하는데. 안 그러면 영화가 잘 나올 리 없으니까.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는 그런 점에서 내 필모그래피에서 빼고 싶은 영화다. 사운드에 관해 문외한이지만, 스크린으로 보는데 이거 톤이 달라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부산 용호농장에서 촬영할 때는 빵빵빵빵 굴착기 소리가 신경에 거슬리는데도 그냥 슛 가더라. 연극하면서 연출도 해봤고, 나도 눈뜨면 드라마트루기 따지던 놈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 결혼은 무횹니다’라는 대사에 강당에 있는 군중이 우는 리액션을 어떻게 줄 수 있는 건지. 뭐든,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유심히 보나. 호흡이 잘 맞는 배우도 있을 것 같은데. =남들 할 때 잘 보는 편이다. 방송에선 풀숏 찍고 나서 4∼5번씩 클로즈업 따고 그러는데 박근형 선생님 보면 언제나 한결같다. 할 때마다 지칠 때도 있고, 오버가 될 때도 있고, 앞하고 안 맞을 수도 있는데, 항상 똑같은 게 대단하시다.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차)승원이나 (안)재욱이랑은 잘 맞는 것 같다. -방송이라는 게 시간 싸움이다. 욕심이 안 채워지면 어떡하나. =다시 가고 싶은 게 많은데, 시간 없다고 걷어버리고 끝내버리니까 속상할 수밖에. 대사 NG만 나지 않으면 그냥 괜찮다고 가버리니까. 내 연기에 대해서 ‘이만하면 됐어’라는 게으름이 몸에 배일까봐 무섭다. -울고 웃기는 나름의 테크닉이 있을 것 같다. =진실이면 된다. 진실한 생각, 진실한 행동거지면 진실한 연기가 나온다. (매니저를 두고) 이 친구가 날 잘 아는데 다른 모습이 많지 않을 거다. 술을 먹든 아니든 항상 그대로니까. 내 생활을 솔직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이게 아닌데라고 다른 식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은 싫고. 차라리 내가 손해보고 말지. 영화도 마찬가지다. (오)지혜가 <한겨레21>에 내가 알바로 영화 시작했다고 드라마틱하게 썼는데 그건 아니다. 영화하니까 돈이 조금 들어온 거지. 보험회사 다닌 것도 연극 때려치우고 한 게 아니라 시간 구애 안 받는 일이다보니 공연하고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했던 거다. 지방에 전화해서 미안한데 새벽에 가야겠다, 전화하고 자는 사람들 다 깨워서 계약서 쓰고 그랬던 때였다. -보험 일도 그렇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겪은 것으로 안다. 그때 경험이 자양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맞다. 도둑질 빼곤 다 해본 것 같은데. (웃음) 식당이나 편의점은 기본이고, 남대문에서 집수리도 해보고, 무면허로 파킹도 해봤다. 수색대 출신이라 산악 교관 하면서 대기업 신입사원들 뺑뺑이도 돌려봤고, 욕먹을 짓도 많이 했다. 연극하면서 차비 없어도 자존심 때문에 강남역에서 옥수까지 걸어다녔는데 나만 그랬던 건 아니고 다들 그 정도는 했던 것이고. 똥구멍이 찢어져도 즐거운 때였다.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내 영화 하나 하고 싶다. 꼭 주연이 아니더라도. 저거는 성지루 아니면 안 되는 영화. <넘버3>의 송강호처럼. 나보고 조폭만 한다고 그러는데 이왕 그렇다면 제대로 찔러죽이는 거 해보고 싶다. 쌈마이 그런 거 말고. 풀어지는 건 지금까지 많이 해봤으니까. 아니면 권선징악이라든가 인간적으로 질펀한 거. -캐릭터와 일상을 혼동하는 적은 없나. =역할 맡으면 일상생활이 거기 따라간다. 히스테리컬한 인물 하게 되면 말하는 것도 전투적으로 하게 되고. 그래서 와이프하고도 많이 싸운다. 그러다가 느물느물해지기도 하고. 결혼한 지 7년 됐는데도, 와이프가 헷갈려한다. -버리고 싶은 게 있나.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꽂히면 몇날 며칠 고민하고 그런 걸 좀 버렸으면 좋겠어. 다른 게 들어올 틈이 없으니까. 연극하면서도 대사 하나 때문에 한달 반 동안 끙끙대고 그랬으니까. 무대에서야 그래도 선생님이랑 선배들이 엄지손가락 치켜세워주는 걸로 감내할 수 있지만, 일상까지 그게 밀려오면 좀 버겁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스님이 됐으면 한다. 산에 가면 안성맞춤으로 항상 거기 있는 절에서 뭔가 비우면서 살고 싶기도 하고. -배우로서 뒤집어써야 하는 굴레가 있을 텐데. =뭐, 이런 거다. 한때는 실내낚시터가 유행했고, 다음에는 노래방이 그 다음에는 또 뭐가. 대중의 욕구들은 빠르게 변하는데, 배우로서는 시류 안 타고 나름대로 버티고 싶은 욕망이 있으니까. 그 경계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

거저 되는 건 없어, 베푼만큼 가져간다!

건달 <오! 브라더스>를 보고, 유아적 탐욕과 유아적 의존에 빠진 현대인을 질타하다 <레드>에는 인상적인 한 인물이 등장한다. 평생 혼자 살면서 이웃의 사생활이나 염탐하며 사는 초로의 남자. 그는 한때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판사였다. 이성의 투명한 힘을 믿어서 법으로 사회를 정화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사랑을 숭고한 열정으로 생각해서 그 힘으로 영혼을 정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그는 사랑을 열정의 레드와 순수의 화이트로 채색했고, 궁극적으로 핑크를 욕망했다. 하지만, 연인이 다른 남자와 동침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 모든 인간관계에서 회색밖에 보지 못하는 정신적 안질을 앓게 된다. 그렇게 평생을 보낸 그는 급기야 타인의 눈에 비치는 천연색 세계를 질투해서 재를 뿌리고 싶은 심술까지 생긴다. 이쯤 되면, 사연을 모르는 이웃의 눈에 이 남자는 벽에 핀 곰팡이 같은 존재다. 그러나 본인은 억울할 거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나는 30대 초반까지는 이런 사람의 처지에 공감했다. 당한 것도 억울한데, 세월이 지날수록 심성까지 찌그러지니 얼마나 억울한가! 발병이 나도 바람피운 여자가 나야지 왜 당한 놈이 두고두고 고통을 당해야 하나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캐릭터를 보면 연민보다 짜증이 앞선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이 남자는 고상한 듯하지만 사실은 남들이 하나도 갖기 어려운 걸 두개나 동시에 갖고자 욕망했다. 단 한번의 열정적 사랑도 겪지 못하고 사망하는 인간들이 숱하다. 또 대부분의 사람은 숭고한 사랑은 근처에도 못 간다. 그런데, 이 남자는 숭고한 열정을 꿈꿨다. 숭고함과 열정이 도대체 어울리는 조합이기나 한가. 남녀 사이의 열정은 에로스의 발호 아닌가. 그리고, 숭고함은 설산에서 육체를 죽이면서 고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종교적 관념의 세계가 아닌가. 물과 기름처럼 불화하는 두개의 욕망을 한 여자를 통해 얻으려 했던 이 남자는 화살이 나가는 총을 사달라고 어머니를 조르는 어린아이와 뭐가 다른가. 이 남자의 ‘상처’는 사실 여자가 준 게 아니라 스스로 자초한 거다. 그 여자가 한 짓이라고는 애인보다 섹시한 남자와 한번 동침한 게 전부다. 남자가 열정에만 몰입했다면 애인의 정부와 경쟁하려는 의욕을 보였을 것이다. 또, 남자가 숭고에만 몰입했다면 연애 작파하고 수도원 들어가서 고행을 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가 취한 태도는 평생을 혼자 살면서 이웃집 남자의 불륜현장이나 염탐하는 것이었다. 그는 숭고한 열정이 아닌 다른 사랑을 상상하지 못했고, 또 스스로 그것을 만들려는 실천보다는 누군가 완제품을 갖다주기를 기다렸다. 기획할 때는 유아적인 탐욕에서 못 벗어났고, 실천할 때는 유아적인 의존에서 못 벗어났다. 그러니까, 그의 상처는 인간에 대한 진지함 때문이 아니라 최고의 물건을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공짜로 갖겠다는 공정거래 의지의 박약이 초래한 게 아닌가. 그는 이 공짜 욕심 때문에 한 인생을 허비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야 천사 같은 여자를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되고, 비로소 누군가에게 먼저 베풀 수 있는 어른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이건 지독한 아이러니다. <오! 브라더스>의 주인공은 어머니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아버지를 원망하며 성장한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지 못한다. 그에게 일탈은 좌절된 사랑의 충족에 대한 집요한 기다림의 포즈 같은 거다.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의 정량을 채워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게다. 이건 유아상태다. 그는 아버지가 죽고 나서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아버지의 범죄의 흔적인 조로증 걸린 동생에게 정을 베풀면서 그는 아버지를 흘려보내고 어른이 된다. 자연은 새끼 이외에는 사랑을 주지 않는다. 사랑은 물처럼 조건없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게 제격이다. 그런데 로맨스영화의 주인공들은 낮은 곳에 아예 틀어박혀 이리로 와달라고 떼를 쓰는 인물들 일색이다. 결혼에 가로놓인 교환의 경제에서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기 위해 사랑이라는 서사에 의존하는 인물들 말이다. 이런 유아적인 탐욕과 유아적인 의존 정서에, 성인의 모습이라고는 합리적인 간지밖에 없는 인물들이 소비주의의 세례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자유란 단어를 혹사시키며 나이들도록 쾌락과 안락의 기회비용을 계산하는 버릇을 신중한 사랑의 기다림이라 말하겠지. 남재일/ 고려대 강사

[인터뷰] <스캔들…>의 배용준

"내 안의 다른 모습 찾아 만족스럽다" 배용준이 다음달 2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감독 이재용)로 스크린에서 영화팬들을 처음 만난다. <사랑의 인사>에서 최근의 <겨울연가>까지 브라운관을 '평정'해온 그가 출연하는 첫 영화는 사극. 연기를 시작한 후 처음 안경을 벗는 셈이다. <스캔들…>는 조선 최고의 요부 조씨부인(이미숙)과 바람둥이 조원(배용준)이 수절 과부 숙부인(전도연)의 정절을 놓고 벌이는 위험한 '게임'을 내용으로 한다. 18세기 말 발간됐으며 이후 '발몽' 등으로 수차례 영화화한 프랑스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가 원작이다. 그가 연기하는 조원은 문무에 능하면서도 벼슬을 마다하고 뭇여성들과 풍류를 즐기는 조선 500년사 최고의 바람둥이. 23일 영화의 기자시사회가 열린 서울 종로의 서울극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배용준은 "완성된 후 처음 영화를 본 것이라서 정신이 멍하다"면서도 "내 안의 다른 모습을 찾은 점이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배용준뿐 아니라 이미숙, 전도연 등 톱스타들을 취재하기 위해 100여 명의 온ㆍ오프라인 기자가 모였다. 이 가운데는 30여 명의 대만과 일본 취재진도 눈에 띄어 아시아권 국가에서 배용준의 높은 인기를 증명해주기도 했다. 그는 이상형을 묻는 해외 취재진에게 "자기 발전에 힘쓰는 현명한 여자"라며 "내년쯤부터 일본이나 대만에서의 해외 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들과 주고 받은 일문 일답. -첫 시사회를 가진 소감을 말해달라. =정신이 멍하다. '내가 그렇게 표정을 지었구나, 내게 이런 표정이 있었나' 하는 식의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한번쯤 더 영화를 본 다음에야 (영화에 대해)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만족하는가. =첫 영화라서 그런지 부족한 부분만 보인다. 연기에 나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아쉬움도 남지만 많이 배웠고, 괜찮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TV에서 작업해본 것과 어떤 점이 달랐나. =연기의 호흡이 긴 것이 달랐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촬영 시간이 단절되는 만큼 연기의 감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앞으로는 매체 상관없이 표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으면 영화든 방송이든 가리지 않겠다. -<스캔들…>를 데뷔작으로 택한 이유는?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 좋아하는 감독, 이미숙 씨나 전도연 씨 등 최고의 여배우, 좋은 영화만 만드는 제작사 등 모든 점이 안성맞춤이었다. -사극 연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조원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역할 모델이 없어 힘들었지만 이재용 감독이 많이 가르쳐줬고 그때그때 상황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컷들이 어려우면서도 즐거웠던 셈이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나. =내 안에 있는 다른 모습 찾을 수 있는 역을 좋아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모습을 찾은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 앞으로 다양한 모습에 도전해보겠다. -영화 연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연출해보고 싶은 장르는? =미스테리물을 해보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레니 리펜슈탈, 존경과 비난의 생을 마감하다

나치의 마녀 혹은 영화천재 레니 리펜슈탈, 존경과 비난의 생을 마감하다 김미숙/ 베를린 훔볼트대 영화학 박사·경기대 대우교수 21세기가 시작된 지 불과 몇년 지났지만 20세기의 기나긴 시간은 어느새 과거의 역사로 반듯이 자리를 잡고 지난 100년간 일어난 무수한 일들은 이제 잊혀지거나 묻혀서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며 해결과제로 남아 있는 것 중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끼친 영향이고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되는 것이 가해자가 범한 죄의 행위이다. 비록 독일이 통일이 되고 유럽이 하나로 가고자 하지만 여전히 기록영화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를 단순한 역사의 기록으로서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상기하고자 하는 의미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독일의 영화감독이었던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의 죽음은 잊혀졌던 또는 잊혀지길 원했던 과거사에 대한 논쟁의 불씨를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9월8일 밤 뮌헨 근교의 자택에서 101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리펜슈탈은 100년이 넘는 삶을 통해 20세기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인생의 긴 시간만큼 다양한 삶을 살았고 그녀의 삶과 업적에 대한 평가 또한 삶만큼 다양하게 다뤄졌다. 그녀의 사망소식이 다음날 모든 언론에서 보도되고 특집기사로 다루어지고 장례식에 500여명의 각계각층의 유명인사 및 일반인들이 참석했을 만큼 리펜슈탈은 사람들의 주목의 대상이었지만 그들의 관심은 우호적이지만은 않았고 냉소가 담긴 것이었다. 존경의 대상이자 질타의 대상이었던 리펜슈탈에 대한 평가는 예술적 천재성을 발휘한 자신의 영화에 정치라는 민감한 문제가 가미되어 예술작품과 선전도구의 양면적 특성을 동시에 지닌 그녀의 선전영화에 대한 평가에서 나온 것이었다. 예술과 정치의 측면에서 예술가의 윤리적 양심과 책임감에 대한 논쟁은 리펜슈탈을 평생 따라다닌 굴레였고 그녀의 명성만큼이나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에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의 예술가 중 유일한 여성으로 선정된 리펜슈탈은 결국 영화사에 가장 논쟁적인 감독 중 한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댄서에서 영화감독까지, 다섯번의 삶 그녀 스스로 언급한 “다섯번의 삶”처럼 무용수, 영화배우, 감독, 사진작가 그리고 스킨스쿠버였던 레니 리펜슈탈은 1902년 8월22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처음엔 무용수로서 성공적인 삶을 시작했지만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됨으로써 영화배우의 길을 가게 되었다. 1926년 독일영화의 독특한 장르인 “산악영화”의 선구자인 아놀드 팡크(Arnold Fanck)의 영화 <신성한 산>(Der heilige Berg)으로 데뷔하여 수많은 모험영화와 산악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던 리펜슈탈은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스타배우로 성장하였다. 배우로서 활동하며 영화감독으로의 길을 준비하던 그녀는 드디어 1932년 신비롭고 로맨틱한 산악영화 <푸른 빛>(Das blaue Licht)에서 주연 및 감독으로 감독데뷔를 하고 이 영화는 그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큰 성공을 거뒀고 이는 나치당수인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다. 히틀러와의 첫 만남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을 토대로 친한 친구관계를 맺게 되었고 이후 그녀가 히틀러의 여인이었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사실은 밝혀지지 않은 채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히틀러의 관심과 믿음으로 리펜슈탈은 1933년 나치정당을 위한 첫 번째 기록영화 <신념의 승리>(Sieg des Glaubens)를 만들게 되고 나치당의 모습을 미화시켜 선전영화의 표본을 제시하여 히틀러의 총애를 받는 기록영화 감독이 되었다. 다음해 히틀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제작한 <의지의 승리>(Triumph des Willens)는 나치당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담은 기록영화로서 영화사뿐만 아니라 나치와 히틀러에 대한 대표적 인용자료로 이용될 정도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선전영화 중 하나로 꼽히게 되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전성기를 맞은 리펜슈탈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계기로 막대한 비용과 당시의 최신기술과 최고인력을 이용하여 최고의 스포츠영화로 기록된 <올림피아>(Olympia)를 만들어 기록영화의 독보적인 존재로 올라섬과 동시에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 두편의 영화로 리펜슈탈은 기록영화의 예술성과 창조성을 제시한 영화의 천재라는 찬사와 함께 정치의 선전도구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게 되었다. 1935년작인 <의지의 승리>는 나치를 위한 완벽한 선전영화였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기록한 <올림피아>는 최고의 스포츠영화였지만 이 역시 나치를 위한 선전도구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었다 이후 오페라 <낮은 땅>(Tiefland)을 영화로 만들었지만 전쟁과 건강상의 이유로 완성하지 못한 채 종전이 되고 결국 리펜슈탈은 전범으로 1948년 재판대에 섰지만 석방되었다. 이 영화는 비로소 1954년에 완성되어 상영되었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나치의 협력자라는 과거의 행적으로 더이상 영화작업을 하기 힘들었던 리펜슈탈은 이제 감독의 길을 접고 사진작가로의 인생을 시작하였다. 조국을 떠나 아프리카에서 원주민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의 자연적인 모습을 사진에 담고 노년의 나이에 스쿠버다이빙을 배워 해저의 아름다움을 직접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냈던 그녀의 사진작품과 사진술은 그녀에게 다시금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지난해 100살의 생일을 앞두고 발표한 해저의 생태를 담은 <수중의 인상 >(Impressionen unter Wasser)으로 최고령 기록영화 감독으로 기록된 것처럼 노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00살이 될 때까지 리펜슈탈은 끊임없이 작업하고 활동하여 그녀가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건강한 육체의 산 표본으로 생명력 넘치는 강인한 삶을 살았다. 오랜 세월 그녀에게 향했던 비난은 사진집이 편찬되고 회고록 및 전기가 쓰여지고 주요 도시에서의 전시회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지만 최근의 그녀의 죽음은 그녀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두편의 영화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재평가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완벽한 선전영화 <의지의 승리> <의지의 승리>는 1934년에 촬영되어 35년에 완성된 2시간가량의 기록영화로서 나치독일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제작되어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 상영되었고 베니스영화제 등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의 제작의도가 선전선동의 효과를 최대한 노리는 데 있었기에 영화의 중심에는 전당대회의 중심인물인 히틀러가 있어야 했고 대규모의 대회모습을 보여주어 강함과 거대함을 느끼게 해야 했다. 리펜슈탈의 감독으로서의 재능은 이 뻔한 장면을 특이하게 연출하는 데 발휘가 됐으며 비록 선전영화였지만 형식의 새로움으로 가득 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히틀러의 모습과 그를 맞이하는 군중의 환호를 시작으로 영화는 히틀러를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오는 신의 모습으로 상징화하면서 그의 위대함을 묘사한다. 영화의 중심에는 늘 히틀러가 서 있고 히틀러가 내려다보는 광장에는 엄청난 규모의 군사와 군중이 정렬하여 환호를 보낸다. 감동과 존경의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충성을 맹세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정렬하여 행진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화면을 채우고 히틀러의 연설모습과 사열하는 장면은 강하고 위대하게 보이는 데 빛을 발한다. 이런 역동적이고 박진감 있고 웅장한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 리펜슈탈은 대형 나치깃발이 펄럭이는 깃대에 카메라맨이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광장 위에 직접 도로를 건설하고 소방차나 사다리차를 이용하고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각도로 대상을 잡을 수 있었다. 또한 히틀러의 모습과 그를 우러러보는 군중의 모습을 교차편집 하여 마치 성스러운 종교의식을 보여주는 것처럼 연출하고 나치표시, 깃발 그리고 독수리 모습 같은 대표상징물들을 조명과 음악효과를 통해 강조하여 나치당을 신비스럽게 보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영화 이후로 히틀러에 대한 영화는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았고 만들어질 필요성도 없었던 것은 그가 보여지길 원했던 모습은 여기서 다 보여졌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이 영화는 선전영화로서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1945년 이후 이 영화는 당시의 살아 있는 기록으로 각종 영화나 TV에서 인용되었고 히틀러의 신격화로 보여졌던 장면은 정반대로 악마적인 존재로서의 히틀러를 묘사하는 데 이용되어 지금까지 나치즘의 일반적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논쟁의 기록영화 <올림피아> <올림피아>는 2편의 장편영화로 이루어지는데 1부는 <민족의 제전>(Fest der V lker), 2부는 <미의 제전>(Fest der Sch nheit)으로 건강한 육체의 찬미를 위해 모든 기술적 예술적 방법이 만들어낸 대작이다. 4시간가량의 영화는 무려 18개월간의 후반작업 뒤에 1938년에 개봉하여 나치독일이 올림픽을 통해 국제적인 강국의 위용을 보여주려고 했던 의도대로 외국에서 경탄과 찬사로 받아들여져 영화제 및 IOC로부터 수상하였다. 육체의 자연적 미와 그 모습을 담아낸 촬영과 세련된 편집을 통한 인위적인 미의 완성은 이 영화를 최고의 기록영화 중 하나로 인정받게 한다. <의지의 승리>의 시작처럼 1부는 고대 그리스의 신전에서 출발하여 베를린까지의 긴 여정을 사실이 아닌 연출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발휘하여 육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서곡을 울린다. 육상경기와 마라톤경기를 다룬 1부는 카메라의 다양한 촬영기법을 통해 역동성과 생동감을 전하고 클로즈업이나 느린 동작, 그림자의 모습을 담아 감정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선수와 환호하는 관중의 모습을 교차편집하여 박진감을 전하는데 이는 음악, 음향, 환호성 등의 후반 더빙작업을 통해 더욱 실감나게 느끼게 한다. 기구에 자동카메라를 설치하여 하늘에서 떠다니며 촬영한 개회식 장면이나 높이뛰기 도약대 옆에 구덩이를 파고 트랙 주변에 카메라용 레일을 설치하거나 운동장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담아낸 장면은 경기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낸다. 마라톤 장면은 선수들의 인간승리와 건강미 넘치는 육체의 모습을 담아내고 특히 복부에 채워진 카메라는 배 아래로 향해 선수의 발을 느린 동작으로 촬영하여 마치 발이 땅에 달라붙는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마라토너의 지친 몸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기록영화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2부는 기타 다른 경기를 보여주면서 육체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다. 조정경기는 자동카메라를 보트에 설치하여 한팀의 선수의 시점에서 본 조타수의 구령하는 모습을 담아 역동성을 강조하고 다이빙 경기는 아름다운 육체의 연출의 절정을 이룬다. 카메라맨이 물속에서 선수를 아래에서 잡아 하늘을 배경으로 새처럼 하늘을 나는 모습을 담아 날고자 하는 인간의 꿈을 실현시킨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신비로움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다양한 촬영기법과 독특한 편집리듬을 살려 새로운 기록영화를 보이지만 후반작업의 더빙이나 실제 경기가 아닌 연출된 장면, 선후 촬영은 엄격한 의미에서 기록영화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영화에선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는 선전영화의 요소를 거의 발견할 수 없으나 나치의 이상적 인간상으로 보여진 대중의 모습이나 근육질 선수들의 건강한 육체의 강조를 통한 숭배적 요소는 선전영화의 일면을 제시한 것이었다. 개봉 뒤 흥행에도 성공했으나 국제정세의 악화로 적대관계의 국가에서 상영금지되거나 냉대받다가 이 영화는 1952년 이후 다시 상영이 가능해졌고 그 이후 끊임없이 논쟁거리가 되었다. 나치의 여신. 혹은 희생양? 이 두 영화는 그 예술성과 창조성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나 예술가의 윤리적 책임에 대해선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리펜슈탈의 90살을 계기로 레이 뮐러(Ray M ller)가 만든 그녀에 대한 기록영화 <영상의 힘>(Die Macht der Bilder)에서 리펜슈탈은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시키고 희생양으로 주장했던 것처럼 그녀는 늘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자 했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무지하기조차 했던 그녀는 그러나 “히틀러의 카메라 눈”, “나치즘의 여신”이라는 오명을 떨칠 수는 없었다. 만약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고 순순히 받아들였다면 훨씬 더 빨리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 예술가의 명예가 과연 도덕적 양심에서 벗어나서 단지 예술가의 욕망을 채우는데 정당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 독일이 낳은 또 다른 전설적 배우였던 마를렌 디트리히(Marlene Dietrich)의 행동은 리펜슈탈과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베를린 출신으로 한 해 먼저 태어나 10년 먼저 타계한 디트리히는 스타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미국으로 망명하여 나치를 반대하는 운동에 목소리를 높여 자기 민족으로부터 매국노라는 냉대를 받아 그 명예가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그녀는 독일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리펜슈탈이 한 인터뷰에서 “죽음이 속죄하는 데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던 것처럼 이제 그녀가 속죄의 마음으로 편안히 잠들길 바라며 더불어 두 작품 이외의 다른 창조적 작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창조적 예술가로서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또 한편으론 조디 포스터가 리펜슈탈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계획을 한다는 보도에 “20세기의 그 어떤 여자도 그녀처럼 찬사와 비난을 받지 않았다”는 인물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지 기대해본다.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8]

Key Word No. 05 도 * 전 * 영 * 화 패기만만 활력생성(覇氣滿滿 活力生成) ----- 영화제의 즐거움 중 하나는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일일 것이다. 내일의 작가를 내 눈으로 고르는 즐거움을 누리려는 관객을 위한 영화를 소개한다. ‘내가 찍은 감독, 스타 만들기 프로젝트’로의 동참. 솔트 Salt 크리틱스 초이스 | 미국, 아이슬란드 | 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 | 2003년 | 82분 10월5일 오후 7시 메가박스4관, 8일 오후 2시 대영2관 반극적 도그마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사는 힐더는 대도시 레이캬비크로 떠나버린 언니와 함께하려 언니의 남자 친구 아기와 길을 떠난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여정은 자동차가 고장나버리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정체상태에 놓이게 된다. <솔트>는 이렇게 발목이 묶인 여정 속에서 일어나는 극적이지 않은 이야기 안에다가, 한 젊은 여성의 성장을 서두르지 않으면서 설득력 있게 담아놓은 영화다. 비직업 배우들을 기용하고 흔들리는 카메라를 이용함으로써 꾸밈을 거부하는 형식은 다분히 도그마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토니 레인즈 같은 평자는 “도그마의 공모자들이 결코 만들어내지 못한 최고의 도그마영화”라고 이 영화를 상찬하기도 했다. 사랑은 죄가 아냐 Love Is Not a Sin 아시아영화의 창 | 마카오 | 덕첸 | 2002년 | 83분 10월3일 오후 9시30분 메가박스1관, 5일 오후 7시 메가박스1관 오락가락, 이성동성(異性同性) 동성애, 근친상간, 트랜스 섹슈얼 등 민감한 주제를 가벼운 리듬으로 담아낸 작품. 여고생 만만은 어느 날 단짝 친구 문이 남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는다. 이 의심은 야릇한 동성애로 나아가지만, 문에게 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안 뒤 그 감정은 다시 이성애로 기운다. 문의 집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난 뒤 일은 묘한 방향으로 꼬여만 간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이 영화는 연애담일까 괴기담일까’라는 자막처럼 멜로와 호러, 미스터리 요소를 뒤섞어가며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는 영화다. 양복 한벌 The Suit 아시아영화의 창 | 타지키스탄, 독일, 러시아 | 바흐티아르 쿠도이나자로프 | 2003년 92분 | 10월5일 오전 11시 대영3관, 7일 오전 11시 부산3관 우리가 크는 방식 해안가 마을에 살고 있는 세 말썽꾸러기 소년들은 어느 날 여객선을 타고 도시로 놀러나갔다가 옷가게 쇼윈도에 전시되어 있는 고급 양복 한벌을 보곤 넋이 나간다. 이후 그들은 갖은 수단을 동원해 양복을 손에 넣기 위해 분투한다. <루나 파파>(1999)의 감독 쿠도이나자로프의 이 신작은 세 소년이 일으키는 자잘한 문제들로 시종일관 떠들썩한데, 유연하고 역동적인 카메라워크가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성장기의 방황과 혼란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흥미로운 영화. 로빈슨 표류기 Robin’s Crusoe 아시아영화의 창 | 대만 | 린청셩 | 2003년 | 90분 10월3일 오후 7시 메가박스4관, 6일 오후 8시 대영3관 그 섬에 가고 싶다 린청셩의 여섯 번째 작품 <로빈슨 표류기>는 제목 그대로의 영화이다. 타이베이에 살고 있는 로빈슨은 부동산 중개업자이다. 그러나 자신은 집도 가정도 없이 호텔에서 생활한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언젠가는 쿠바와 플로리다 사이에 있는 크루소 섬에 정착해서 사는 것. 인터넷 사이트 한 귀퉁이에서 발견한 신기루에 그는 나머지 삶의 모든 희망을 걸고, 끝내 현실의 마지막 귀착지가 되기를 염원한다. 그러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와 위치들은 점점 더 허망하게 다가올 뿐이다. 로빈슨은 여자친구 비키와의 관계에서도 염증을 느낀다. 또, 먼 친구의 죽음을 접하면서 이 타이베이의 삶에 점점 더 지쳐간다. 린청셩은 성공한 도시인, 그러나 도피를 꿈꾸는 유랑자인 로빈슨을 통해 타이베이의 거리를 표류하도록 한다. 로빈슨이 갈 곳을 잃고 표류하는 데에는 특정한 사건이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하이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어머니와 대만의 생성적인 역사가 그가 느끼는 이 도시에서의 좌절감과 상실감을 대만의 모더니즘으로 이해하도록 요구한다. 대만에 대해서 고민하는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이 끝내 정착을 통해 희망을 얘기한다면, 린청셩은 아직 그 점을 믿지 못한다. 때문에 이런 궁금증이 든다. 과연 그는 정말로 그 섬에 갔을까? 절망으로 불타는 우리집 The Matchbox 월드 시네마 | 그리스 | 야니스 에코노미디스 | 2002년 | 81분 10월3일 오후 7시 메가박스5관, 5일 오후 1시 메가박스4관 만났다하면 화염을 내뿜는 사람들의 이름, 가족 ‘하이 컨셉’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망으로 불타는 우리집>은 단일한 컨셉으로 초장부터 대단원까지 밀어붙이는 아이디어의 영화다. 역기능을 일으킨 현대 가족의 정경을 테마로 다룬 영화는 무수히 많았지만, <절망으로 불타는 우리 집>처럼 곧이 곧대로 표현한 영화도 드물다. 감독은 마치 종일 방송 라디오처럼 짝을 바꿔가며 벌어지는 독설과 언쟁으로 영화를 채웠다. 쉼표라고는 참담한 표정으로 굳어버린 인물의 음화 이미지에 멈추는 몇초간뿐이다. 여기서 잘 꾸며놓은 중산층 가정의 쾌적한 집은, 원제가 말하듯 서로의 머리만 스쳤다 하면 불꽃이 튀는 성냥갑일 뿐이다. 커피숍을 정리하고 레스토랑 개업을 계획 중인 가장 디미트리스는 목청 큰 폭군이다. 평범한 어느 날 오후, 그가 부양하는 아내와 아이들, 처남, 처사촌은 저마다 이슈를 갖고 디미트리스에게 덤벼든다. 백생천당 An Estranged Paradise 새로운 물결 | 중국 | 양푸동 | 2003년 | 75분 10월5일 오후 4시 메가박스6관, 8일 오후 5시 메가박스6관 처량한 천국, 그 안의 삶 베이징영화학교 출신들을 중심으로 나누는 중국영화의 세대별 계보에 속해 있지 않은 양푸동은 그나마도 외곽이다. 그는 중국예술학원에서 공부했으며, 화가이고, 데뷔작 <백생천당>을 완성하기 위해 어렵게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백생천당>은 중국 남방의 ‘천국’ 항저우에 대한 풍경으로 가득 차 있다. 이곳에 애정을 느끼면서 살고 있는 주인공 쭈찌는 자꾸만 어딘가 아프다고 느낀다. 그러나, 병원을 찾아 이런저런 검사를 받아보아도 의사는 이상이 없다고만 할 뿐이다. 쭈찌는 어디가 아픈 걸까? 중국의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백생천당>은 전통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함과 동시에 체제 속의 상실감을 우회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영화이다. 역장 The Station Agent 월드 시네마 | 미국 | 톰 매카시 | 2003년 | 89분 10월3일 오후 2시 대영1관, 6일 오후 2시30분 부산2관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쓸쓸한 사람들 아주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 보듬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왜소증에 걸린 핀버는 자신을 이상한 듯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그는 상처없는 삶을 살기 위해 어느 마을의 폐쇄된 간이역사에 살림을 푼다. 하지만 이동 핫도그 가게주인 조, 고독한 화가 올리비아 등 이웃과 교류하면서 그는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세 사람이 묘한 관계를 맺는 과정을 정적이고 쓸쓸한 화면 안에 담아낸다.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미국의 광채 American Splendor 월드 시네마 | 미국 | 샤리 스프링어 버먼, 로버트 펄치니 | 2003년 | 101분 10월4일 오전 11시 부산1관, 7일 오후 5시 부산1관 선댄스가 승인한 기묘한 전기영화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형식은 새롭고, 내용은 반(反)일상적이다. 강박증과 소심증에 휩싸인 듯한 페커는 병원에서 서류 정리를 하며 지내는 신경질적 인간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간과 삶의 아이러니를 세심하게 관찰하기 시작한다. 이는 만화와 시로 형상화되고, 인기를 얻는다. 재즈를 좋아하고 철학하기를 좋아하는 강박적인 페커는 도무지 세상과 조화를 이룰 것 같지 않지만 그런 방식이 독창적인 작품을 낳는다. 실제 인물을 등장시켜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를 뒤섞는 연출 방식이 과용되지 않아 신선하게 다가온다. 내 이름은 노이 Noi Albinoi 월드 시네마 | 아이슬란드, 독일, 영국, 덴마크 | 다구르 카리 | 2003년 | 93분 10월3일 오후 8시 대영3관, 4일 오후 7시 메가박스5관 빠져나올 수 없는 백색의 감옥 사방이 온통 흰 눈으로 둘러싸인 노르웨이 한 지방의 소년 노이는 온몸이 창백한 색소결핍증 환자. 이 밀실과도 같은 하얀 대지와 조그만 마을 속에서 갑갑함을 느끼는 노이는 점점 사고뭉치가 돼간다. 그의 바람은 햇빛 찬란하고 기온이 따뜻한 태평양의 섬으로 떠나는 것. 노이는 여자 친구 이라와 함께 이곳을 탈출할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불견 The Missed and the Missing 새로운 물결 | 대만 | 이강생 | 2003년 | 82분 10월4일 오후 7시 메가박스6관, 6일 오후 10시 메가박스6관 당신의 소중한 사람, 아직 곁에 있습니까? 새로 단장한 공원. 한 할머니가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손자 샤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방송을 하고, 심지어 남자화장실까지 뒤지지만 손자는 온데간데없다. 한편, 수업을 빼먹고 종일 게임에 빠져 있다 집에 돌아온 소년은 날이 어둑해졌는데도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문득 불안해지고 공원 주위를 배회한다. <청소년 나타> <애정만세> <하류> <구멍> <거기는 지금 몇시니?> 등 차이밍량의 페르소나인 이강생의 감독 데뷔작. 가족의 부재를 메우려는 인물들의 행위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1]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2]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3]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4]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5]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6]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7]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8]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9]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4]

방직성 경찰 A Policeman In Textile City 새로운 물결 | 중국 | 디아오 이난 | 2003년 | 92분 10월3일 오전 10시 메가박스2관, 7일 오후 7시 메가박스2관 가면을 쓴 진실들의 조우 샤오지앙은 마을에서 솜씨를 인정받는 재단사. 하나, 병든 아버지 대신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의 생은 반복된 마름질과 다림질로 건조하기 짝이 없다. 어느 날 그에게 변신의 유혹이 손을 내민다. 제복을 맡겼던 경찰관이 교통사고로 죽었음을 알게 된 것. 우연히 걸친 제복으로 인해 돈과 여자친구를 얻게 된 그는 이때부터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가면이라는 안경을 통해서만 보이는 진실의 세계, 그리고 그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물들에 대한 독특한 스케치. 설정은 차이니스 버전의 <총잡이> 또는 <반칙왕>이라 명명할 만하다. 올해 상영작인 <명일천애>의 주연배우인 디아오 이난의 장편 데뷔작. 사막의 춤 Dancing In The Dust 새로운 물결 | 이란 | 아쉬가르 파르하디 | 2003년 | 95분 10월4일 오후 4시 메가박스6관, 6일 오전 10시 메가박스6관 그녀를 위한 손가락 나자르는 버스 안에서 만난 레이하네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 한다. 그러나 레이하네의 어머니가 매춘부라는 이유로 그들은 이혼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다. 레이하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치 않은 나자르는 그녀의 새로운 결혼 지참금을 마련해주는 것만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땅꾼 하지의 차를 타고 사막에 도착한 나자르는 그곳에서 뱀을 잡아 돈을 마련하려다가 도리어 손가락을 물려 절단하게 된다. 사랑의 낙원을 보여줄 듯한 낭만적인 첫 장면 이후, 붕대를 감은 손을 뒤로 하고 돈뭉치를 넘겨주는 슬픈 마지막까지, 착하고 순진한 나자르에게 현실은 장애로 가득 찬 사막일 뿐이다. 그래서 <사막의 춤>은 현실에서 길을 잃고, 사랑을 위해 돈을 구해야 하는 슬픈 신밧드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이다. 투쟁 Struggle 크리틱스 초이스 | 오스트리아 | 루트 마더 | 2003년 | 74분 10월3일 오후 2시 부산2관, 6일 오후 5시 메가박스4관 오스트리아에도 차이밍량이 살고 있었네 이 영화의 제목은 ‘절망적으로 행복을 구하는 몸부림’ 정도로 해석된다. 외로운 남자가, 고단한 여자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꺽꺽 오열할 때까지, 한 줄기 눈물로 뺨을 적실 때까지 영화는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그들의 퍼석한 마음에 천천히 물기가 차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투쟁>은 옴니버스 구조를 취한다. 환자에게 모욕당한 여의사는 귀갓길 혼자뿐인 차 안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눈물을 훔친다. 두 번째 인물은 계절노동자로 딸을 데리고 딸기 수확 품팔이를 하려고 오스트리아에 온 폴란드 여인 에바. 길가의 예쁜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에바는 불법체류의 길을 택하고, 카메라는 끊임없이 딸기를 따고 고기를 정육하고 인형케이스를 닦는 그녀의 과묵한 노동을 주시한다. 세 번째 인물은 가족에게 내쳐진 부동산업자. 위험스런 방식으로 성욕을 자극하고 달래는 그는 추잡한 중년이지만, 혼자 커피를 마시고 차고문을 여닫는 그의 얼굴은 더러움도 기름기도 없이 텅 비어 있다. 선택 The Road Taken 새로운 물결 | 한국 | 홍기선 | 2003년 | 103분 10월3일 오후 8시 부산1관, 5일 오후 7시 메가박스6관, 7일 오후 5시 메가박스6관 살아서 만나리라, 장기수 김선명의 자유를 향한 투쟁 김선명, 1951년 체포되어 1995년 석방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 감옥에 갇혀 있던 정치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로 데뷔한 홍기선 감독은 10년 만에 연출한 두 번째 영화에서 결코 양심을 버리지 못했던 이 인물의 삶을 그린다.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끊임없이 전향서를 요구하는 체제와 양심에 오물을 묻히고 싶지 않았던 개인의 대립과 갈등이다. 따라서 <선택>은 김선명의 사상적 투철함이나 인간적 성숙을 따로 부각시키지 않는다. 하등 남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젊은이, 김선명은 두들겨맞고 굶주림에 창자가 뒤틀리고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굳건해진다. “사람들은 자유가 감옥 밖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자유는 감옥에 있었다”는 그의 말이 어떤 뜻인지 곱씹어보게 만든다. 1995년 석방되던 날, 감옥을 나서는 김선명과 그를 배웅하는 교화과장의 모습은 진짜 감옥에 갇힌 인물은 김선명이 아니라 교화과장임을 암시한다. 김선명을 감옥에 가둬놓고도 안절부절 못했던 불의의 시대, 증오의 역사가 고개 숙인 교화과장의 모습에 투영돼 있다. 맹정 Blind Shaft 아시아영화의 창 | 중국 | 리양 | 2003년 | 92분 10월4일 오후 4시 메가박스3관, 7일 오후 2시 대영1관 현대 중국 리얼리즘영화의 현주소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수상한 중국 감독 리양의 데뷔작. 부도덕한 중국 현실의 단면을 예리하게 잘라 보여주는 영화다. 불법 광산을 옮겨다니는 두 남자가 있다. 탕과 송, 그들은 탄광 깊은 곳에서 한 청년을 곡괭이로 찍어죽이고 갱도에 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한다. 자기들이 죽은 청년의 친척이라며 탄광 사장을 협박하는 탕과 송. 사장은 탄광 사고가 알려져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될까봐 돈으로 탕과 송의 입을 막는다. 탕과 송은 한몫 단단히 챙겨서 광산을 떠난다. 그들은 살인과 협박으로 먹고사는 2인조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영화의 시선은 천인공노할 2인조를 살인마로 그리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쉽게 돈을 버는 일을 알게 된 것뿐이다. “중국엔 모든 것이 부족하지. 하지만 사람은 넘쳐나거든”이라는 대사가 의미하는 대로 그들은 중국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인 사람 몇 사람을 없앴을 뿐이다. 탕은 도시에서 또 다른 희생자를 물색하다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온 16살 소년을 발견한다. 소년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탄광에서 일할 것을 제안한다. 송의 조카라고만 말하면 함께 탄광에서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하지만 소년을 본 송은 마음이 개운치 않다. 고향에 두고온 아들이 떠오른 탓이다. 소년과 함께 일하게 된 광산에서 송은 악마의 유혹과 싸우는 시련을 겪는다. 새인간 이야기 Bird-Man Tale 아시아영화의 창 | 인도네시아 | 가린 누그로호 | 2003년 | 90분 10월7일 오후 2시 대영3관, 9일 오후 5시 메가박스6관 독립을 염원하는 섬 파푸아의 투쟁, 최초로 영화화 2000년, 수하르토와 군부가 저지른 양민 대학살 사건을 영화화해 인도네시아 영화인의 양심을 대변하는 인물로 떠오른 가린 누그로호의 신작.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파푸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립운동을 다룬 작품이다. 소년의 눈에 비친 파푸아의 현실과 사랑을 갈구하는 소년의 욕망을 교차해 보여준다. 여기서 ‘새인간’은 파푸아 독립운동 활동가인 소년의 아버지로, 인도네시아 군인을 피해 새(파푸아섬을 상징하는 새인 카소와리) 가면을 쓰고 산속에 숨어 있다 체포되고 만다 오후 5시 At Five in the Afternoon 아시아영화의 창 | 이란 | 사미라 마흐말바프 | 2003년 | 106분 10월6일 오후 8시 메가박스4관, 7일 오전 11시 메가박스5관 여성, 전쟁의 잔해 위에서 대통령을 꿈꾸다 사미라 마흐말바프는 더이상 마흐말바프의 딸이 아니라 엄연하게 이란을 대표하는 또 한명의 감독이다. 그녀의 세 번째 영화 <오후 5시>는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자문자답한다. 200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오후 5시>는 최초로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을 꿈꾸는 노크레를 주인공으로 한다. 부르카를 뒤집어쓰고, 황폐화된 국경을 오가면서도 그녀는 그 꿈을 빼앗기지 않는다. 언젠가는 대통령이 되어 이 모순으로 뒤덮힌 현실을 바꾸고자 한다. <오후 5시>는 그녀의 개인적인 소망에 같이 기도해주는 영화일 뿐만 아니라 지금 지구 한쪽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공존으로서의 영화이다. 슈퍼마켓의 야고다 Jagoda in the Supermarket 월드 시네마 | 독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이탈리아 | 두샨 밀리치 | 2002년 | 92분 10월7일 오후 8시 대영3관, 9일 오후 2시 부산2관 유고의 허약한 ‘람보’가 펼치는 블랙코미디와 로맨스 은행강도가 코믹한 인질극을 펼치는 알 파치노 주연의 <뜨거운 오후>(Dog Day Afternoon)의 유고 슈퍼마켓 버전. 에미르 쿠스투리차가 제작한 작품답게 에너지 과잉의 블랙코미디가 매력적이다. 딸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야고다는 이제 막 개장한 대형 슈퍼마켓의 계산대 담당 점원. 폐점이 다가올 무렵 얄미운 동료가 자신의 데이트 기회를 가로채자 손자에게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할머니에게 화풀이성 모욕을 가한다. 다음날, 유고의 전사였던 할머니의 손자가 기관총을 들고 가게로 들어와 점원들을 인질로 삼는다. 그의 목표는 돈이 아니다. 경찰과 특공대가 들이닥쳐 묘한 말로 그를 설득하려 든다. 그 슈퍼마켓은 100% 미국 자본으로 세워진 것이어서 당신은 지금 외국 영토에서 테러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바깥의 군중은 경찰을 야유하고 범인에게 환호를 보낸다. 바람에 쓴 편지 Letters in the Wind 아시아영화의 창 | 이란 | 알리 레자 아미니 | 2003년 | 76분 10월3일 오전 10시 메가박스7관, 9일 오후 5시 부산2관 녹음기가 전해준 세상의 공기 이제 막 징병된 청년들은 2년 동안 제복을 입고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살벌한 분위기의 군대 생활은 청년들에게 낯설기만 하고 몸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들 중 한 병사가 어떤 여성과의 전화통화가 녹음된 테이프를 듣기 시작한다. 그들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화이건만 여성의 목소리는 그에게 바람과 같은 자유로움을 준다. 머지않아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모든 신병들의 낙이 된다. 한 병사가 첫 휴가를 맞자 동료들은 그의 녹음기에 자신의 안부를 녹음하고, 그는 공중전화로 그들의 안부를 전해준다. 바흐만 고바디의 조감독을 했던 아미니 감독은 병영현실을 고발하기보다 인간의 원초적인 그리움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인다.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1] ▶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2] ▶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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