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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5]

향기= 이해가 가네요. 너무 화가 났을 것 같아요. 거꾸로 그렇게 작은 것에도 감수성을 발휘해서 자신의 삶을 통합시킬 수 있는 게 콜라님의 능력이죠. 콜라= 전 여전히 아픈데, 다른 사람들은 그걸 잊어버려요. 향기= 전 제가 쓴 20자평을 까먹는데, 감독들은 그거 안 까먹어요. 무섭고 미안해요. 콜라= 그런 사람들 아주 밉죠. 그래서 여전히 가족이 힘드네요. 향기=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가족 때문에 힘들어해요. 나이 50이 넘어도 얽힌 가족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봤어요. 나이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향기= 콜라님은 일종의 우주여행을 다녀온 듯해요. 케빈 스페이시가 외계인과 지구인으로 분열된 건데, 얼마든지 그럴 수 있고 그런 사람도 실제로 봤어요. 어떤 환자는 어린 시절을 하나도 기억 못해요. 본인은 기억력이 나쁜가보다 하는데 그런 거 아니거든요. 사람은 그렇게 상처에 취약해요. 콜라= 전 고등학교 때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사람이면 그 다음날 일어나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안 나요. 사람= 희한하네, 편하겠다. 콜라= 처음에 얼마나 황당했는데요, 메멘토 같은 건데. 지금이야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향기= 편하면서 위험한 거죠. 콜라= 상처받기 싫은 거죠. 받는 게 싫으니까 주는 것도 싫어요. 너무 못되진다고 할까. 사람= 나랑 딱 반대로 변하네. 난 지금 뭐든지 퍼주고 싶은 게 극대치예요. 지금 여기서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최대한으로 돕고 싶어졌어요. 난 예전에 팬의 입장을 한번도 느낀 적이 없어요. 근데 지금은 달라져서 팬이라고 하면 설사 내가 상처받게 돼도 손잡고 싶고 그래요. 향기= 힘든 건데, 어떻게 그렇게 됐어요. 사람= 어떤 상처가 커서 전신마비가 온 적이 있어. 친구가 와서 주스 마실래 하는데 몸이 저리면서 움직일 수가 없는 거예요. 저 친구가 내 몸을 좀 젖혀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언의 대화를 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것, 내가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걸 생각하게 됐어요. 설사 내가 상처받아도 뭔가 나누고 싶어졌어요. 향기= 일종의 이타주의인데. 전신마비가 온 상황을 좀더 설명해주실래요. 사람= 딱 이런 거예요. 주위에선 그냥 지루하게 여길 만한 자세로 있는데 전 눈 하나 깜박거릴 수 없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거예요. 가위눌린 것과 또 다르게. 대화소리는 다 들리는데. 몇달 사이에 두번 정도 그랬어요. 향기= 아무런 스트레스도 없는데. 바람= 아뇨,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장 높을 때였어요. 향기= 몸으로 스트레스의 반응이 왔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사람= 글쎄, 생각해본 적 없어요. 심하게 앓았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을 앓았는데 머리 위에 이만한 큰 물집이 생겼어요. 친구가 그 물집이 터지면 너의 아픔과 고통이 다 빠져나갔을거야, 라고 위안을 주는데 도움이 됐어요. 아무것도 아닌 뻔한 영화도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래서죠. 향기= 뭔지 모르지만 사람님 안에 어떤 깊은 어려움이 느껴지고 왜 그게 몸으로 올까 하는 걸 좀더 생각해보고 다른 분들과 나누셔야 할 듯하네요. 사람= 근데 치유가 아주 잘됐어요. 주위 사람 덕분에. 오늘 만난 향기님의 눈빛도 치유가 되고. 옛날에는 이런 자리 정말 안 나왔는데 지금은 너무 좋아요. 여기서 찌리릿찌리릿 신호가 돼서 또 만남이 지속될 수 있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향기= 제 눈빛이 사람님께 가 닿았다니 기쁘고 그건 제 마음에 돌을 던진 것이에요. 언제든 문이 열려 있으니까 필요하시면 열고 들어오세요. 물님은 이런 자리가 힘드셨을 것 같아요. 물= 예. 이런 얘기하는 게 달갑지 않고, 얼마나 진심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죄송합니다. 저의 개인적 취향이라서. 향기= 딱딱한 외투를 입은 분들도 터지면 막 걷잡을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물= 처음 만난 사람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못해요. 향기=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저도 물님이 그렇다는 것 느끼고 있었는데. 이런 말씀드리고 싶어요. 살다보면 너무 힘들어지고 많이 배운 사람말고 저 먼 어촌에 가서 꼬부랑 할머니와 이야기하다가 위안을 받을 수 있거든요. 콜라= 저는 가족사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10년 이상 사귄 친구들조차도 전혀 몰랐어요. 나중에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어, 라고 말하면서 편해졌어요. 그래서 뻔뻔스럽게 내 이야기 막 하고 다녔어요. 지금도 가족의 화목함이나 유대감은 없지만 최소한 그것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아, 하고 방법을 찾는 거거든요. 글도 쓰다보면 아비는 빠지고 어미는 창녀고 하는 식으로 자꾸 그려지는데, 실컷 말하면서 다 털어보자, 그랬더니 그제야 밝은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향기= 매듭이 생겼을 때 그걸 푸는 건 이야기하는 거예요. 제 내담자들은 한 50번은 반복해요. 시어머니 욕 만날 때마다 하다가도 50번 정도 하다보면 결국은 근데 그 시어머니도 이제 옛날 같지 않아 하는 거예요. 콜라님도 앞으로 저 만나면 서른번쯤 더 이야기하세요. 물님 같은 경우도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있을 테죠. 다른 방법으로 어려움을 처리하는. 만약 없다면 큰일이에요. 언젠가 터져버리거든요. 바람= 저는 이런 자리인지 몰랐는데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니까 좋네요. 최근에 학교를 새로 다니면서 목표했던 것 중 하나가 사람을 피하자 하는 거였어요. 그동안 인복이 많아서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부르면 가서 쏟아내고 그랬더니 별로 가진 것도 없는 게 너무 쏟아내며 살았던 거 같아서. 그래서 입닥치고 살자 하고 학교를 간 거죠. 말도 좀 줄이고, 이제 혼자 스스로 책임지자. 사람이 약한 거 같아요. 향기= 독립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있나요. 사람= 전 기독교인인데, 시간이 되시면 언제 묵언수행해보세요. 한번 해보니까 놀라운 경험이었거든요. 나무-나와 대화하는 건가요. 사람= 어떤 방법은 없어요. 말을 안 하는 게 중요하죠. 향기= 묵언수행은 집단상담 때 가끔 하는 기법이기도 해요. 콜라= 강릉으로 훌쩍 떠나 4년 살고, 속초 가서 1년 살고 서울 온 지 1년 정도밖에 안 돼요. 그 이후 결심을 잘 안 해요. 일을 열심히 해야지 등등. 그렇게 떨어져 있으면서 많이 굶주렸어요. 일부러 내 발로 멀어져 갔더니, 말이, 사람이, 일이 그런 것 같은 게 없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실컷 떠들고 실컷 일하고 실컷 술마시고 다녀요. 향기= 지금 나무님은 떠나가야 할 시기인가봐요. 언젠가 돌아오면 세상이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그게 어떤 식이든 간에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이거 그냥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영화 보고 얘기하는 게 어때요. 바람= 자기가 얘기할 거리가 있는 영화가 있고 아닌 게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아톰 에고이얀의 <패밀리 블루>를 보고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거 같아요. 향기= 만약 제가 바깥에 나가면 <케이 펙스>를 고르지는 않을 거예요. 마침 개봉영화라서 고른 거죠. 폴 슈레이더의 <어플릭션>이나 <파니 핑크>를 골랐을 거예요. 물님은 어땠어요. 물= 일단 구체적 팁이 있으니까 쉽게 얘기가 되는 듯한데요. 향기= 한 가지 주의할 건, 이게 첫 세션이라는 거예요. 첫 세션이 이 정도면 굉장히 성공한 거죠. 보통 자기 얘기 잘 안 하거든요. 이건 아주 긴 여행이에요. 나무에 물 주는 것과 비슷해요. 안 크는 것 같은데 계속 물을 주다보면 언젠가 크죠.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라는 소설에도 나오지만 치유로 사람이 바뀌는 건 3%에 불과해요. 그런데 그 각도가 나중에는 아주 커져요. 사람이 변해요, 하고 묻는다면, 사람은 아주 조금 변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근데 그 변화의 지렛대는, 아주 길어지면 지구도 들 수 있거든요. 그 지렛대의 씨앗을 뿌리는 게 제 일인 거죠. 오늘 그 씨앗의 백분의 일쯤 뿌린 거 같네요.정리 이성욱 lewook@hani.co.kr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1]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2]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3]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4]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5]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4]

콜라= 케이 펙스라는 존재가 있으면서 없는 것 같아. 케빈 스페이시도 프롯이었다가 아니기도 하고. 향기= 실제로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죠. 콜라= 각자 선택의 문제죠. 제가 보기에 케이 펙스는 그 병동이에요. 가족은 없는데 관계는 있거든요. 전 자꾸 관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되네요. 전 관계를 일부러 끊을 정도로 가족과 상처가 많아요. 같은 일을 하는 형제와도 관심을 끊고 지내요. 아주 가끔의 전화통화로 생사만 확인하는 정도? 가족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들이 아주 잘됐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가족이란 살과 피로 나눈 게 아니라 관계를 나눈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타인에게서 그 절실함을 느꼈고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관계라는 것만 이뤄질 수 있다면 또 다른 케이 펙스가 내 안에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 동감입니다. (나무를 가리키며) 우리 둘이 섹스를 했어요. 그러면 부부의 관계는 아니지만 가족이 되는 거죠. 혈연이 아니라 같은 것을 나누면 가족이 되는 거 아닌가요. 향기= 그 병동이 일종의 유사가족이죠. 좀더 개인적인 얘기로 들어갈까요. 여러분의 파랑새는 뭔가요.(영화에서 케빈 스페이시는 동료 환자에게 파랑새를 찾으라고 권한다. 일종의 자가치료 과정으로) 콜라= 저는 영화요. 영화를 하기 때문에 꿈꿀 수 있고 영화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향기= 외롭군요. 콜라= 많이요. 고질이에요. 향기= 전 개인적으로 영화와 아이를 병행하는 게 상당히 힘들어요. 오늘은 집에서 아이와 있으면서 글 쓰는 날인데, 이렇게 늦게 들어가면 죄책감 들어요. 저에게 파랑새가 뭐냐고 묻는다면 정말 고민될 것 같아요. 영화인지 아이인지. 물= 파랑새가 뭐냐라고 했을 때 그게 어떤 종류의 희망이냐에 따라 다들 다를 것 같아요. 저에게 영화 일은 현실이고, 파랑새가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종류의 것이라면 저는 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향기= 일도 100점, 아이 일도 100점을 받을 수 있나요. 물= 그게 가능하겠어요? 그렇지만 죄책감은 없어요. 향기= 그런데 저한테는 실질적으로 일이 터져요. 아이가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다거나 하는 빵구가 나는거죠. 물= 저도 그래요. 다만 집에서 생기는 문제를 다른 데서 채워서 상쇄하는 거죠. 콜라= 부족한 걸 스스로 자위하는 건 아닌가요. 물= 아이도 저도 서로 독립된 거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그 아이도 커서 독립해 나갈 것이고. 콜라= 가족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만 할 수 없는 게 있잖아요. 남편이 동의해야 할 문제 아닌가요. 물= 그렇지 않은데, 저와 딸의 문제이고 나아가 내 문제죠. 향기= 아이와 엄마 사이에 자아의 경계가 없다기보다 경계를 짓고 소통하는 쪽이 좋다고도 하죠. 그렇다면 아이가 불만이 없나요. 엄마가 바쁘다는 것에. 물= 어렸을 때는 불만스럽다는 말 많이 했는데, 지금은 현실적으로 많이 깨닫고 있어요. 엄마가 버는 돈으로 필요한 걸 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나이가 들면서 이해하더군요. 11살인데. 향기= 딸에게 자신이 파랑새라는 걸 어떻게 알려줄 수 있죠. 물= 네가 책 읽는 거 보는 거, 플루트 부는 걸 보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자주 말해요. 네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존재이고 너 때문에 내가 행복하다는 걸 끊임없이 말해주죠. 어떤 형이상학적 대화를 하는 건 아니고. 솔직히 고백하면 아빠보다 네가 훨씬 더 좋아, 라고 해요. 향기= 아하, 그런 비법이 있군요. 바람= 한국의 엄마들이 다 그렇지 않나. 향기= 전 아니에요. 애보다 남편이 더 좋아요. 전 제가 다른 여자들과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남편도 그걸 알고 있어서 가끔 싸워요. 우리 둘만 여행을 했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우리끼리 가는 게 죄책감이 든다는 거죠. 좀 바뀐 거 같죠. 사람= 그러면 파랑새가 남편이네. 향기= 그것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할게요. 바람= 지금까지 저의 파랑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바뀌고 있어요. 예전에 저는 영화보다 엔딩 크레딧이 더 좋았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환상이랄까. 그들에 대해 더 궁금했어요. 팸플릿보면 보통 배우소개만 있는데 감독이나 스탭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어렸을 때 이그제큐티브(executive) 프로듀서 같은 영어가 있으면 형에게 이게 뭐냐고 물어보고. 그러다가 문화학교 서울 등에 영화보러 다니는 시네필로 전이가 됐죠. 단편영화도 찍고, 씹히기도 하고. 그런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충무로라는 케이 펙스에 너무 급박하게 동참하게 된 거 같아요. 그러고나니까 혼돈이 온 것 같아요. 단편 찍고 나서부터 더 모호해졌다고 할까. 영화를 찍으면서 행복해야 하는데 더 두렵고 힘들고. 파랑새를 찾는 재조정이 필요한 듯해요. 그런데 28살이라는 나이가 다른 일을 하기에 너무 걸리지 않나요? 저는 목수도 하고 싶은데. 고등학교 때까지 디자인했는데 그것도 영화를 위한 방편이었어요. 미술도 음악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방향이 너무 하나였다는. 지금은 파랑새를 날려버리고 초록새나 빨강새를 찾아보려고 해요. 향기= 아무런 준비가 안 됐는데 케이 펙스에 갔다는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이렇게 각자 파랑새가 다른데, 파랑새는 날아다니기 때문에, 새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 같아요. 늘 나무에 붙어 있는 박제된 거라면 그렇게 아름다워하지 않잖아요. 사실 그 새가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 주관적인 거죠. 콜라= 그렇죠. 영화에서 의사한테는 그냥 파란색 새였죠. 향기= 콜라님은 이 영화를 보고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는데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을까요. 콜라= 영화하고 싶었으나 집에서 반대해 국문과를 다니다가 군대 제대하고 다시 영화과에 들어갔어요. 그걸 들킨 뒤에 40만원만 주면 이제부터 혼자 하겠다고 했어요. 그거 가지고 부천의 아는 형 집에 얹혀살면서 서울까지 걸어다니고 그랬어요. 25∼26살 때 왜 지나가는 개도 안 물어가는 자존심이 그렇게 셌는지. 부모가 일찍 이혼하고, 아버지는 다시 재혼해서 살면서 뿔뿔이 흩어져 살았어요. 동생도 누이도 이혼해서 혼자 살게 됐고. 제가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인 거예요, 다 아프니까. 그래서 너무 힘들었어요. 아버지가 발 닦다가 푹 쓰러져 누나 이혼한다더라, 그러면 같이 우는 게 아니라 ‘그래도 잘살 거야 누이는 그런 사람이야’라고 웃으면서 말해야 하는 거예요. 이런 게 안팎으로 막 겹쳐졌을 때 이틀 동안 방문 잠그고 내내 울다가 면도칼을 팔목에 댔어요. 얼마나 아픈지 시험 삼아 손등에 대보니까 너무 아픈 거야. (웃음) 웃기게도 그 순간 이틀 동안 아파한 걸 잠시 잊은 거예요. 시나리오 쓰다보면 그 상처가 나와서 주위에서 읽고 가슴 아파했는데, 이틀 아파한 뒤부터 말랑말랑한 글을 쓸 수 있었어요. 한번은 누나네 집에 가다가 “해가 너무 맑아” 하고 꺼이꺼이 운 적이 있어요. 그런 게 사는 이유가 되는 거 같아요. 충분히 살 만한 이유가 있다, 겪는 일은 다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1]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2]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3]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4]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5]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3]

여러분의 파랑새는 뭔가요? 영화인 4명, 임상심리학자 심영섭과 <케이-펙스>를 보고 집단상담하다 심영섭 지금 이 자리는 집단상담치료의 한 섹션으로 마련된 거예요. 원래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많다거나 해서 치료를 받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하는데, 동기가 있는 분들과 없는 분들이 어떤 차이를 보일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평소에 상담하고 싶었던 게 있다면 이 기회에 나누면 좋겠어요. 제가 영화평론가라는 건 생각하지 마시고 상담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중요한 건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거고, 마음 가는 대로 얘기하면 된다는 겁니다. 이질집단이면 좀 힘든데 영화를 한다는 공통점이 상당히 크게 작용할 듯싶기도 하네요. 그럼, 하나 정하고 가죠. 이 프로그램은 항상 익명으로 해요. 자기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사물이나 자연물로 별칭을 정하자고요. 그러면 우리 안에 있는 권력관계를 없앨 수 있어요. 나이나 직책, 치료자, 환자 같은. 전 향기로 할게요. 박경수 (가명·시나리오 작가·35·남)=전 콜라로 할게요. 이진아 (가명·배우·37·여)=전 사람. 박진희 (가명·프로듀서·36·여)=전 물. 최규현 (가명·감독·28·남)=전 나무가 좋겠어요. 이름 정하기도 치료의 과정인가요. 향기= 어떻게 보면요. 영화치료는 영화를 고르는 게 아주 중요하거든요. <케이-펙스>가 치료에 딱 부합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정신과적인 것을 다루면서 인간회복을 얘기하고 있고 또 개봉작이기 때문에 시의적절해 보이네요. 처음에는 영화와 관련된 질문을 할 거예요.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자기 생각이 있으면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말씀해주세요. 사람= 저는 영화인이라기보다 영화지식이 거의 없는 보통 사람이니까 아주 좋은 재료네요. 제 관심사도 사람이고. 향기= 스스로를 마루타로 여기지는 마시고. (웃음) 이거 보통 때는 비싼 돈 주고 하는 건데 여기선 돈 받고 하는 거니까. 영화를 다들 보셨을 텐데 사람님은 울기까지 했다고 하셨죠? 다들 다르게 보셨을 텐데 소감부터 말해볼까요. 콜라= 저는 눈물이 나올 듯하다가 안 나오는 게 자꾸 이성적으로 영화를 판단하게 되더라고요. 미국에서 만든 가족주의라는 뻔뻔스러움, 그러면서 잘 만든 할리우드영화라는 점이 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런 대사가 있어요. ‘지구가 그나마 버티는 건 관계 때문이다.’ 제가 요즘 관계 때문에 힘들어요. 일에서도, 가족에서도. 그러나 그 관계 때문에 회복되기도 하는데, 관계에 대한 영화라는 점이 좋았어요. 사람= 저는 아주 좋았어요. 전쟁 벌이는 미국에서 이 영화가 얼마나 돈벌이를 할지는 모르나 이 영화를 보고 한명이라도 감동받았다면, 완전히 썩어빠진 흙에서 하나의 싹을 터트려주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향기= 좀더 개인적으로 어떤 점에서 사람님의 맘을 움직였나요. 사람= 저는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때 비정상쪽이에요. 타인의 아픔을 직접 체감할 정도로 흡수력이 빠른 쪽이거든요. 그 영화가 정신병동에서 일어나는데, 각 환자의 상처가 다 다른 모습이지만 본질이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아픔과 연결됐어요. 그 상처가 후벼파져서 주변 관객에게 방해될 정도로 울음이 나오는 바람에 맘을 진정시키면서 봤어요. 영화를 보면서 내 상처가 희석이 됐다고 할까요. 향기= 아주 감성적으로 보셨군요. 나무= 아쉬웠다는 생각이에요. 처음에는 스스로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온다고 해서 어떻게 진행될까 기대가 됐어요.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거기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들을 다 깔았지만 독창적이지는 않았고, 결론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렇다 할 감정의 변화도 받지 못했어요. 물= 남다르게 기억에 남는 건 선글라스를 쓴 케빈 스페이시를 통해 빛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거였어요. 그가 자꾸 하늘을 보는데 그런 면이 의사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이 일상에 있으면서 보지 못하는 거죠. 향기= 이렇게 같은 영화도 백이면 백 사람 다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선글라스 얘기가 나왔는데 이 영화에선 빛과 물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빛이 케빈 스페이시가 갖는 이질적인 면, 세상 사람과 다른 면을 보여준다면 물은 죽음의 이미지로 나오죠. 어둡고 불안하고. 그것이 대인관계에 심리적으로 상당한 함의를 준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선글라스를 써야 할 때가 있죠? 케빈 스페이시처럼 혹시 바깥의 빛이나 사람이 너무 밝아서 선글라스를 쓰고 싶어야 한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물= 전 선글라스를 끼고 영화를 봤는데. (웃음) 너무 밝은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자주 쓰는 편이에요. 감독이 선글라스 끼면 괜찮은데 프로듀서가 그러면 이상하게 봐서 많이 자제하는 편이지만요. 향기= 다른 사람 앞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싶어할 때, 외계인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나요? 일상에서. 콜라= 선글라스가 내 눈을 노출시키지 않고 타자를 본다는 의미도 있지 않나요? 전 렌즈를 끼는데 보기 싫은 사람이 있거나 불편한 자리에선 렌즈를 빼버려요. 그러면 보이는 것 같지만 실은 안 보이거든요. 편해지고 싶을 때 그러는 거죠. 선글라스 착용과 같은 의미인가요. 향기= 연관이 있어 보이네요. 사람님은 아예 선글라스를 끼고 오셨어요. 사람= 저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선글라스 많이 써요. 그러면 바깥이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이거든요. 선글라스를 끼고 영화를 보면 색감이 더 좋기도 하죠. 향기= 물리적인 선글라스가 아니라 마음의 선글라스를 쓰고 싶은 건 어떨 때인가요. 나무= 외계인이라는 개념이 선글라스를 끼고 남들을 피하고 싶거나 그들과 다르다고 느끼고 싶어하는 게 아니냐는 말씀인데, 전 선글라스를 쓰거나 반지를 끼는 등 저를 꾸미는 데 아주 서툴러요. 스킨이나 향수도 어떻게 쓰는지 몰라요. 지금까지 뭐 했나 생각해보니 몽상 속에 산 듯해요. 영화에 대한 것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같은 또래의 관심사, 예컨대 자동차나 어디로 놀러가나 하는 것에서 완전히 배제돼 살아왔어요. 보통의 스물두살짜리가 해야 할 것들, 연애도 하지 않고. 이러면 외계인이 아닐까요? 아니면 사회부적응자 혹은 지진아? 사람= 전 정신병자 취급 많이 받았어요. 연극을 할 때, 한여름에 체온 유지를 위해 두터운 모직코트를 입고 다닐 때가 있었어요. 아주 쨍한 날, 왜 우산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버스 탔더니 사람들이 피하더군요. 타인의 편견으로 정상이 아닌 비정상, 외계인으로 취급받았다고 할까요. 콜라= 내게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도 타인에게 곡해의 여지가 있다면 이걸 고민해야 하는 건지, 그냥 내 나름대로 계속 살아야 하는 건지, 영화 보면서 그런 질문이 들었어요. 향기= 우리가 영화를 하니까 좀 특이한 것들이 많이 양해가 되는데 다른 장에 가면 쉽지 않죠. 영화도 그런 면이 있는 듯해요. 그런 면에서 케이 펙스란 행성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왜 하필 그 별을 이야기할까요? 또 만약에 자신이 케이 펙스에 가고 싶다면 그 이유는 어떤 게 있을까요. 물= 전 여기 있는 어떤 분들보다도 가족에 얽매어 있는데, 가족만큼 편한 게 없지만 어떤 때는 그것만큼 두려운 게 없기도 해요. 현실적인 문제를 꾸려나가는 데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가족이란 개념조차 없는 케이 펙스에 가고 싶다, 고 얘기할 수 있나? 사람= 고백한다면, 가족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가족은 인생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아픔이에요. 죄악이지만, 때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족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어야 한다, 내 가족의 병, 나의 병을 낫게 해줄 수 있는 건 다른 이들의 관심밖에 없다는 것 느꼈어요. 케이 펙스에 가고 싶진 않고, 그 별이 나에게 준 건 내 속의 희망이에요. 내 주변 사람들을 놓치지 말고 붙잡고 싶다는 거. 향기= 저는 가끔 상담자들에게 딴죽을 거는데요, 가족이 진짜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가요. 사람= 징글징글맞고 힘들지만 그렇다고 생각해요.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1]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2]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3]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4] ▶ 마음의 고통 영화로 치유하기 [5]

추억의 본질:<충킹 익스프레스>

#1 어릴 때 소원. 지내놓고 보면 유치하기 그지없는 것. 당시의 절실함과 오늘의 유치해보임이 맞물림. 맞물림으로 인해 유치함이 더 커짐. 소원 내용의 비객관적, 비맥락성. 오로지 상상 속에 구축됨. 판타지와 다르지 않음. 어릴 때 소원이 첩보원인 사람. 그게 생겨난 건, 머리털나고 처음 본 영화가 이었기 때문. 소원은 그랬으나 큰 다음에는 군대 빠질 궁리부터 하게 마련. 당해봐라.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가끔 기특한 소원도 있음. 거듭거듭 기특해 보이는 소원. 빨리 어른이 되는 것, 빨리 늙는 것, 빨리 죽는 것.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음. 조숙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아이들이 유치해서가 아니라. 그냥. 이건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고. 결국 다 죽음의 문턱에서 보면 부질없는 사건들일 뿐이라는 자각이 들어서도 아니었음. 어리다는, 젊다는 이유만으로 겪게 되는 열병 따위를 두려워해서도 아니었음. 어른들의 느긋함이 부러웠을 뿐. 제일 바쁜 사람 임청하. 담배 피운다. 끊임없이 피운다. 하이힐 신었다. 그거 신고 부산하게 돌아다닌다. 다른 사람들은 덜 바쁨. 주크박스 음악에 맞춰 몸을 비벼대는 아이. 아예 늘어져 있음. 세상을 다 살아버린 어른 같음. 임청하만 어린아이 같음. “날마다 똑같은 건 아니잖어∼ 이러기도 하고 저러기도 하는 거 아녀∼.” 진짜 세상을 다 살아버린 건 임청하. 권태롭게, 담담하게 권총을 쏜다. 또박또박 걸어간다. “it’s not everyday… there must be a change….” 그의 담담함에 갈채를. #2 촐싹대는 것들에게 옆차기를. 머리를 등 뒤로 길게 기른 적이 있음. 전혀 폼이 나지 않았음. <황혼에서 새벽까지>에 나오는 지배인 흡혈귀 같았음. 캘리포니아 기후의 특징. 건조함. 관절염 치료에 좋음. 묶은 머리를 풀어헤친다. 뚜껑이 열리는 스포츠카에 편승한다. 캘리포니아의 프리웨이로 나가자고 조른다. 프리웨이에서 악을 쓰면서 차를 달린다. 건조한 바람. 따갑기만한 햇빛. 물기가 쫙 빠져나간 몸. 버석버석해짐. 캘리포니아는 이제 기회의 땅이 아님. 노년의 땅. 영어 쓸 줄 아는 사람이 드문 땅. 9살에 영어 읽는 게 교육의 목표가 되어버린 땅. 결론. 관절 부실한 노인들 요양지로 추천함. 뉴욕 사는 아가씨들이 가끔 가서 희한한 경험하기 좋은 곳으로 추천함. 타인의 삶에 슬그머니 끼어들어감. 도플갱어 아님. 재밌는 일. 그것도 어깨가 깨질 정도로 복작복작한 공간에서. 촐싹대는 사람 밥맛없다. 그 짓 하면서 촐싹대는 거. #3 추억은 노란 비옷과 같은 것. 언제나 몸에 걸치고 다니는 것. 시도 때도 없이 입고 있는 것. 누구나 걸칠 수 있는 건 아니지. 기억이 있어야 한다. 기억. 외부에서 벌어진 일을 내부로 집어넣는 육체적 정신적 행위. 집어넣고 차곡차곡 쌓는다. 정리정돈한다. 데이터베이스 만든다. 어른이 되어, 죽을 때가 되어 돌아본다. 굴곡도 보이지 않음. 순간 순간의 장면만 솟아났다가 가라앉았다가. 추억이 그거다. 사람은 추억을 가질 수 없다. 기억을 가질 수 없으니. 날 때부터 노란 비옷을 걸치고 나온 사람만이 추억을 가질 수 있다. 그게 맞나? 그게 본질인가?강유원/ 회사원·철학박사

[CineChoice 1] <굿바이, 레닌!(Good Bye, Lenin!)>

오픈 시네마/독일/2003년/118분/감독 볼프강 베커/ 오후 7:30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관 동독의 열혈 공산당원이자 서방으로 가버린 남편 뒤에 남아 혼자 힘으로 남매를 키워낸 헌신적인 어머니 크리스티아네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심장마비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8개월 뒤. 아들은 위성방송 안테나 세일즈맨으로, 딸은 버거킹 점원으로 전직한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엄마는 의식을 회복한다. 그러나 조그만 충격도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에 효자 알렉스는 블록버스터 급 거짓말에 착수한다. 그 규모란 에미르 쿠스트리차 감독의 <언더그라운드>에서 저질러진 사기극에 맞먹는다. “사회주의 체제는 번영 중”이라고 엄마에게 말한 알렉스는 가게 선반에서 이미 사라진 공산주의 사회의 상품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진다. 이미 사장된 동독 시절 패션을 가족에게 강요하고 갓난아기 조카에게까지 물자 부족한 시절의 플라스틱 기저귀를 채운다. 압권은 감독 지망생 동료의 도움으로 제작한 가짜 9시 뉴스. 알렉스의 어머니가 창 밖에서 코카콜라 광고판을 보고 경악한 날 저녁, 알렉스의 ‘사제(私製) 뉴스’는 본디 동독의 것이었던 코카콜라의 상표권이 이제야 돌아왔다고 전한다. 알렉스는 마치 구 동독의 지배자들처럼 통제 노이로제에 사로잡힌다. 한편 그가 지어낸 동화는 부지불식 중에 대안적 통일의 내러티브를 지어낸다. 그 상상의 나라에서는 서독인들이 동베를린을 향해 장벽을 넘고 물욕과 출세주의가 공생을 도모하는 바람직한 사회주의적 가치에 무릎꿇는다. 어머니의 정신적 평화를 위해 시작된 거짓말은 어느새 이상적인 통일의 형태에 대한 순수한 젊은이의 상상으로 탈바꿈한다. 결국 열성당원이었던 엄마와 데모 대열에 섰던 아들의 꿈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던 것. “엄마가 살았던 곳은 엄마가 믿었던 나라였다. 그러나 정확히 그 형태로는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던 나라였다”라고 알렉스는 뇌까린다. 그러던 어느날 가족 소풍에서 엄마는 사라진 아버지에 관한 놀라운 비밀을 털어놓는다. 가족 멜로드라마, 성장영화, 사회풍자극으로서 고루 만족스런 작품이며 모든 대사와 세부적 설정이 의미심장한 메타포로 잘 조립된 어른을 위한 동화다. 특히 어린 알렉스의 영웅이었던 동독 최초의 우주 비행사와, 소년에게는 ‘낯선 우주’나 다름없는 서방으로 떠나간 아버지를 연결짓는 대목은 몽환적이다. 단 몇 달 만에 물적, 윤리적 토대를 갈아치운 동독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패스트 모션 등 코미디 기법으로 소화한 센스도 발랄하다. 독일인의 유머감각에 대한 인색한 평가를 얼마간 업그레이드시킨 영화다. 글 김혜리

PIFF 2003 단신들

홍보부스 20여개 설치 영화제에 들른 관객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전개할 홍보부스들이 주요 상영관 주위에 자리를 펴고 호객 채비에 들어갔다. 올해 차려지는 부스는 <씨네21>, 강제규필름, 쇼이스트, 메가박스, 영화진흥위원회, <프리미어> <영화언어> 등 20개로 남포동 PIFF 광장에 12개, 해운대 스펀지 몰에 8개가 각각 자리한다. 야외상영관 공연 시작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때론 은은하게, 때론 격렬하게 만들어줄 야외상영관 공연이 3일부터 시작된다. 이 공연은 9일까지 매일 오후7시30분부터 30분간 이뤄진다. 3일은 국악 퍼포먼스 그룹 이바디의 공연이 벌어지고, 4일은 모던록 그룹 더더 밴드, 5일은 탭 댄스 그룹 탭윙 컴퍼니, 6일은 포크록 밴드 여행스케치, 7일은 펑크밴드 타카피, 8일은 포크록 그룹 자전거 탄 풍경, 9일 전자 현악 그룹인 일렉 쿠키가 각각 무대에 설 예정이다. 부산영평상 시상식 부산영화평론가협회에서 주최하는 제4회 부산영평상 시상식이 10월3일 오후8시 매리어트호텔 볼룸에서 열린다. 작품상은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수상하게 되며, 감독상은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 각본상은 봉준호, 심성보, 촬영상은 <장화, 홍련>의 이모개 촬영감독에게 각각 돌아간다. 남우주연상은 <지구를 지켜라!>의 신하균, 여우주연상은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가 받게 된다. 한편 예술공헌상은 유현목 감독이, 이필우 기념상은 지난 8월 타계한 이성춘 촬영감독이 수상한다. 상영작 비디오자료 공개 해운대 스펀지 3층에 마련된 비디오 룸(743-7410)을 찾으면 개·폐막작을 포함한 참가작의 비디오 자료를 볼 수 있다. 심사위원, 게스트(빨간색, 주황색 ID 패스 소지자), 프레스(스티커가 부착된 ID 패스 소지자)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1회 방문에 최대 2편까지 관람할 수 있으면 외부 반출은 불가능하다. 인터뷰 신청 접수 개별 인터뷰 신청은 프레스 센터에 비치된 신청서에 대상, 매체명, 희망일자 등을 적어서 제출하면 된다. 프레스 센터는 해운대 스펀지 5층 웨딩홀(Tel.743-0827~9, Fax. 743-7107) 에 마련되어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신청서를 받는다.     라디오 들으며 거리축제를 PSB와 삼성전자가 주최하는 ‘하우젠 영화 라디엔티어링’이 10월 3일 오전 10시에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PIFF 야외상영관에서 출발한다. 라디오를 들으며 이동하는 거리축제인 이 행사에는 영화감독 곽경택, 영화배우 정우성, 장진영, 이서진등이 참여한다.(문의: 051-850-9250/ www.psb.co.kr)

[PIFF 2003 개막식 화보] 별들은 반짝, 영화제도 반짝!

1.보랏빛 드레스를 입은 장진영은 플래시 세례를 한 몸에 받았다. 2.제8회 부산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본 박중훈과 방은진. 방은진이 개막식 단골 사회자인 반면, 박중훈은 개막식 사회는 처음이다. 3.‘영원한 동지’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이 포즈를 취했다. 정일성 감독은 세련된 패션감각을 또다시 과시했다. 4.아역 시절부터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안성기와 강수연이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5.이혜은이 여성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는 모습. 6.박해일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7.“어머 병헌 오빠닷!”이날 여성 관객으로부터 가장 많은 환호성을 받은 이는 이병헌이었다. 8.<바람난 가족>으로 주가가 상승 중인 문소리가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9. 원로배우 황정순씨와 남궁원씨가 함께 자리했다. 10.이창동 문화부 장관(오른쪽)과 안상영 부산시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창동 장관은 3일 오전11시 <초록물고기>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11. <내츄럴 시티>의 서린과 윤찬이 팬들을 위해 포즈를 취해 인기를 얻었다. 12. <쁘아종>의 이수아씨가 오랜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씨네21 PIFF daily 사진팀 손홍주 조석환 허우영 김형근 김미향 >

[People 1] ˝관객들이 까악~ 하면 등줄기에서 쏴아~˝

<바람난 가족> 배우 봉태규 유쾌한 사나이 봉태규가 부산에 떴다. <바람난 가족>의 상영을 앞두고 만난 봉태규는 여기저기 몰려드는 인터뷰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람난 가족>에 이어 <옥탑방 고양이>를 끝낸 이후 봉태규라는 이름도, 그 서글서글한 얼굴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눈물> 끝나고 하도 잘했다는 칭찬을 많이 받아서인지 그 다음엔 뭘 해도 그 이상을 해야겠다는 부담 때문에 힘들었어요. <품행제로> 들어가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나 엄청 고민을 했죠. 그런데 갑자기 연기를 취미로 하면 어떨까? 이것만큼 재밌는 취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게다가 돈도 벌구요(웃음).” 물론 직업배우로서의 고민도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어느샌가 연기를 즐겨야겠다고, 인기도 유명세도 크게 괘념치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바람난 가족>은 여러모로 봉태규에게 의미있는 작품이다. 먼저 ‘데뷔 은인’인 임상수감독과의 재회이기도 했고, <눈물>과 <품행제로>를 끝내고 너무 세거나 코믹한 역할로만 인식되었던 자신의 이미지가 보다 다양하게 인식된 영화기도 했으니까. “부모님은 제가 TV에 나오면 늘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거든요. 그런데 <바람난 가족> 기술시사를 보는데 제 입에서 그 비슷한 미소가 나오더라구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자신감은 아닌 것 같고, 뭔가 뿌듯함이랄까?” 지금은 재미있고 자신과 닮은 역할을 주로 해 나가겠지만 좀 더 나이가 들면 <봄날은 간다> 나 <세 친구>처럼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풀어내는 영화와 만나고 싶다는 이 소년 같은 81년생의 말투엔 더 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그 나이만큼의 무게감이 묻어 나왔다. 3년만에 부산땅을 밟은 그에겐 2000년 <눈물>로 부산을 찾았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기차를 타고 내려왔거든요. 임상수감독, 같이 출연했던 다른 친구들하고 기차 안에서 맥주먹고 놀았던 게 엊그제 같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마음에 명징하게 남아있는 건 톰 크루즈 부럽지 않게 반겨주었던 부산관객들에 대한 추억이다. “저는 뒤에 다른 유명스타가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서 꼭 다시 한번 부산영화제에 오리라고 다짐했죠.(웃음)” 관객들이 “까악~” 할 때 자신의 등줄기에선 “쏴아~” 하는 뭔가가 올라온다는 그에겐, 역시 대중의 열광을 자양분 삼아 살아야하는 ‘천상 배우’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Special] 국민배우, 국민배우를 만나다

국민배우, 국민배우를 만나다 - 야쿠쇼 고지와 안성기의 오픈 토크 국민배우, 국민배우를 만나다. 한일 양국의 두 국민배우 안성기와 야쿠쇼 고지가 부산영화제에서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1995년 오구리 고헤이의 <잠자는 남자>에 함께 출연해 인연을 맺어 8년간의 우정을 지속해 왔다. 이들은 얼굴이나 분위기도 닮았지만 1월 1일생으로 생일도 같다. <오픈 토크: 한·일 두 국민배우, 영화와 인생을 논하다>라는 이름 아래 10월 3일 오후 5시부터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이날의 만남은 파라다이스호텔 야외 가든에서 약간 쌀쌀해진 바닷바람과 함께 시작되었다. 국민배우 야쿠쇼 고지: 일본에서는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없다. 그러나 안성기씨를 “한국의 국민배우”라고 소개받았을 때 그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느낄 수가 있었고 설득력이 느껴졌다. 물론 안성기씨가 뒤에서 얼마나 나쁜 일을 많이 하고 다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왠지 청렴결백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아마 그렇게는 못 살 것 같다.(웃음) 안성기: 국민배우라... 엊그젠가 이승엽 선수의 56호 홈런을 기념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측에서 곁다리로 ‘국민’자가 들어간다고 나에게도 인터뷰를 청해왔다. 조용필씨도 나간다더라(웃음). 진짜 쑥스러운 말이다. 성실하게 다른 일 안하고 영화에 쭉 몰두해왔기 때문에 붙여준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부담도 많다.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해, 이걸 벗어나면 실망할거야’ 같은 족쇄 같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껏 잘 살았으니 앞으로도 잘 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부담을 안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야쿠쇼 고지: 아까 <잠자는 남자>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영화에서 안성기씨의 역할은 정말 잠만 자는 남자였다. 아마도 안성기씨는 역할을 떠나 일본과 한국의 교류에 대한 의의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자세 하나만으로도 국민배우라는 느낌이 묻어난다. 안성기: 그땐 참 암담했었다. 오구리 고헤이 감독이 대본을 주면서 출연을 해달라고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누워만 있는 역할이었다. 분명 매스컴에서는 ‘안성기 일본영화 출연하다’식으로 나올텐데 이거 한국에서 상영하면 곤란하겠네, 고민 많이 했다.(웃음) 누워만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움직임을 느끼면서 연기했다. 게다가 그렇게 심각한 영화를 언제 한번 찍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지한 영화였다. 연기 야쿠쇼 고지: 지금까지 연기생활을 해오면서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았고 가끔 지저분한 역할도 많이 해왔다 <도플갱어>는 배우로서 매우 흥미로운 역할이었고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불안했던 것은 아무리 분열된 두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 화면에는 내 얼굴만 나오니까 관객들이 지겨워하지 않을까가 걱정되었다.(웃음) 사실 연기란 것은 늘 여러 가지 인격을 표현하는 것이고 이번엔 그 안에서 두 가지를 뽑아낸 것뿐이다. 안성기: 벌써 영화를 시작한 지 47년 되었다. 보는 사람들에게는 늘 비슷해 보일런지 몰라도 나이가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새로운 해석이 되기도 하고 그 나이가 아니면 안되는 역할도 있어서 연기란 게 늘 새롭다는 생각이 든다. 도통 싫증이 안 난다. 사실 배우만 하는 것도 꽤나 큰 즐거움이다. 나의 베스트 안성기: 사실 이런 질문이 제일 밉다.(웃음) <바람불어 좋은날>은 성인배우로 인정받은 영화였고 <만다라>는 이후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 작품이었고 <고래사냥>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좋아했고. 음... 이걸로 시간을 다 보낼까? 야쿠쇼 고지: 그런 질문은 정말 어렵다. 처음에는 연극무대와 TV를 했는데 영화를 중점적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한 영화가 바로 <잠자는 남자>였다. 그 영화를 찍고 <쉘 위 댄스?>를 촬영했는데 만약 그 순서가 뒤바뀌었더라면 아마도 <쉘 위 댄스?>에서 그런 연기를 할 수 없었을 꺼다. 물론 지금 가장 소중한 영화는 <도플갱어>다. 스크린 쿼터 야쿠쇼 고지: 일본에는 스크린 쿼터란 게 없다. 어제 한국의 스크린 쿼터에 대한 이야기 들으면서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단관 상영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도 자신들의 영화를 지켜가는 움직임을 해야 할 텐데. 일본 대중문화 전면개방 안성기: 예전에 일본에 가면 늘 받던 질문이 일본영화는 언제쯤이면 자유롭게 한국에서 상영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개방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마음의 짐을 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일본, 한국, 중국, 대만, 홍콩까지 포함한 동북아시아는 어떤 면에서 비슷한 정서를 기자고 있다. 자본, 장소, 아이디어가 원활히 움직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것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역할이고 우리가 그 교류의 주인공일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술, 음식 야쿠쇼 고지: 술이 많이 약해지긴 했는데 굉장히 좋아한다. 주량? 기억이 안 날 정도로는 마신다. 몇 년 전에 안성기씨가 불고기를 사줬는데 한국 불고기집은 일본과 달리 채소, 김치 종류가 많아서 행복했다. 전통적인 한국음식은 너무 맛있다. 안성기: 나는 잔을 센다.(웃음) 2, 3잔 정도는 확실히 마신다, 어젯밤에 둘이 술 한 잔 할까 생각했는데 아쉽게 헤어졌다. 아직 야쿠쇼 고지씨가 밥을 안 사줬는데 앞으로 가면 사주겠지?정리 백은하

PIFF 2003 단신들 및 행사

하우젠 라디엔터링 성황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기념 하우젠 영화 라디엔터링이 6천여명의 부산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오전10시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관 앞에서 출발한 대열은 라디오 방송에 따라 해운대 해수욕장 쪽으로 옮겨갔다. PSB와 삼성전자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안상영 조직위원장, 김동호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장진영, 이서진 등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열린 팬사인회에는 윤소이도 모습을 보였다. <내츄럴 시티> 야외무대 10월4일 오전 12시 남포동 PIFF광장 야외무대에서 <내츄럴시티>의 ‘야외무대 인사’를 갖는다. 민병천 감독과 리아 역을 맡은 서린이 참석할 예정이다. ‘영화와 기호학’ 세미나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후원하고 기호학 연대가 주최하는 ‘영화와 기호학- 부산국제영화제를 읽는다’ 세미나가 3일에 이어 4일에도 메가박스 10관에서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열린다. 이창동 문화부장관, 관객과의 대화 이창동 문화부장관이 잠시나마 다시 감독의 자리에 섰다. 10월3일 오전11시 대영시네마 1관에서 <초록물고기>가 상영되기에 앞서 60여명의 관객들과 함께 간단한 대화를 가진 것. 이 장관은 이에 앞서 영화인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현안에 대해 묻고 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장관은 오후에는 <바람난 가족>을 문소리 등과 함께 관람했다. 완전 매진 71작품 10월3일까지 상영작 전체 좌석의 56.1%인 10만4018석이 채워진 것으로 집계됐다. 좌석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6% 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완전 매진은 71작품, 1, 2회 매진은 98작품으로 크게 늘었다(지난해 같은 시기 완전 매진 40편, 1, 2회 매진 76편). 오늘의 행사(4일) 10:00 영화와 기호학: 부산영화제를 읽는다 세미나2/ 메가박스 10관 11:10 얀 트로엘 핸드프린팅/ PIFF광장 16:00 한국영화 공로상 시상식/ 파라다이스 파노라마 룸 19:00 오픈토크: 경계에 선 영화: 중국독립영화특별전/ 메가박스10관 19:30 더더 밴드 공연/ 야외상영관 21:00 Film Makers's Party/ 파라다이스호텔 카프리 22:30 캐나다 파티/ 웨스틴 조선호텔 오킴스 내일의 행사(5일) 10:30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 공동 마케팅, 프로그래밍 대안모색포럼/ 씨네마테크 부산 12:00 EFP 참가단 공식 기자회견/ 파라다이스 호텔 16층 파노라마홀 16:00 독립 다큐멘터리와 방송채널과의 연계교류방안 세미나/ 메가박스9관 16:30 NDIF 프리젠테이션/ 파라다이스호텔 16층 파노라마룸 18:30 2003 BIFCOM & PPP 개막파티/ 파라다이스 호텔 신관 가든 19:30 탭윙 컴퍼니 공연/ 야외상영관 20:00 쇼박스 파티/ 조선비치 그랜드 볼룸 22:00 EFP 파티/ 할매집 22:30 아이픽처스 파티/ 해운대 그랜드호텔 레저2층 '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