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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이란영화 <내가 여자가 된 날>

탈출하고 싶어, 여성이란 굴레로부터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됐던 이란의 ‘운동권’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1996년 16살이 된 딸 사미라가 영화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가족과 함께 마흐말바프 영화학교를 만들었다. <내가 여자가 된 날>은 마흐말바프의 아내 마르지예 메쉬키니 감독이 거기서 지낸 4년의 결과물이다. 세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여성의 인생을 축약한 이 아름다운 우화는, 마흐말바프 영화학교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대해 함께 사유하고 고민하는 터전임을 보여준다. 소년·아낙·할머니가 한으로 그리는 세편의 에피소드 하버는 생일인 오늘도 동네 남자친구 하싼과 놀러나갈 생각에 눈을 떴다. 하지만 검은색 차도르를 사들고 돌아온 엄마와 할머니는 여자는 9살부터 남자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말한다. 태어난 시간까지 따져 9살 생일까지 얻어낸 단 1시간. 숙제 때문에 하싼이 방 안에 갇히는 바람에 그 시간 동안 하버가 한 일이라곤 모래에 막대기를 꽂아놓고 시간을 재는 것뿐이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아후는 말을 타고 달려오는 남편을 피해 자전거 경주에 나선다. 키쉬 섬의 아름다운 해안가 도로에서 검은 차도르를 쓴 여성들은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삶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려 달리고 또 달린다. 할머니 후러는, 남편이 죽은 뒤에야 쇼핑을 나간다. 손가락에 매듭을 잔뜩 묶고 가서 평생 사고 싶던 물건을 하나씩 살 때마다 매듭을 하나씩 푼다. 그 물건들이 맑은 하늘 아래 바닷가에 진열되는 장면은 에밀 쿠스트리차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신비로움과 상징성을 띠게 된다.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만나는 <내가…>는 한 이란 여성의 삶, 나아가 한 여성의 삶을 말하는 영화다. 억압의 상징이었던 하버의 차도르가 후러가 떠나는 뗏목여행의 돛이 되는 장면에서 감독은 그 갑갑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싶어한다. 백두대간은 31일 씨네큐브에서 이 영화를 개봉하며 이후 2주 간격으로 딸 사미라의 <칠판>, 아버지 모흐센의 <사랑의 시간>을 릴레이 상영할 예정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백두대간 제공

스크린쿼터 어디로 가나?

스크린쿼터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 발언 논란, 미 재계 인사쪽 축소 발언 이어져 “위기상황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마음을 굳힌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앉아서 구경만 할 순 없지 않나.”(한 영화인) “외교적 수사 그 이상은 아니다.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시민단체 관계자) “스크린쿼터 유지라는 원칙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문화관광부 관계자) 스크린쿼터와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타이 방콕을 방문했던 노 대통령이 10월19일 미국 기업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스크린쿼터가) 외국인 투자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영화업계에 대한 설득 노력을 계속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무성한 추측과 해석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쪽은 이날 노 대통령이 “그동안 정부는 영화업계에 대해 설득 노력을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이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음을 문제삼는다. 부처간 이견이 있긴 했으나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가 한-미투자협정의 걸림돌”이라는 미국쪽 주장이 나올 때마다 정부가 “두 사안은 별개”라는 태도를 고수한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한 영화인은 “현 상황에서 정부 책임자 한마디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며 “서둘러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다.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 등은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의 발언은) 휴 스티븐 타임워너 아태 부회장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지금까지 견지해온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의 외교적 발언을 (스크린쿼터) 축소 시사로 예단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정부가 영화업계를 설득하겠다는 것은 “영화업계의 합의없이 이 문제를 무리하게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문화관광부는 “달라진 것은 없다”는 말로 스크린쿼터 축소설을 일축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전후로 미 재계 인사들의 스크린쿼터 축소 발언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웬디 커틀러 북아시아 담당 대표보는 10월22일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해 한국이 융통성을 보이지 않으면 한-미투자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10월30일 문화예술인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스크린쿼터 발언에 관한 해명을 포함하여 정부의 입장을 좀더 명확하게 밝혀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진

사랑에 대한 냉소를 품은 애매한 로맨틱코미디,<참을 수 없는 사랑>

■ Story 잘 나가는 이혼 전문변호사 마일즈 매씨(조지 클루니)는 부유한 부동산업자 렉스의 이혼소송을 맡는다. 렉스의 부인 마릴린(캐서린 제타 존스)은 남편의 불륜비디오를 입수한 상태. 하지만 마일즈는 마릴린이 위자료 챙기기 바쁜 전문 꽃뱀임을 밝혀내어 승소한다. 마릴린에게 첫눈에 반했던 마일즈는 이제 솔로인 그녀와의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패배에 격분한 마릴린은 석유부호 하워드(빌리 밥 손튼)와 보란 듯이 결혼하며 마일즈의 구애를 뿌리친다. 6개월 뒤 그녀는 다시 이혼한 채 나타난다. ■ Review 바야흐로 꽃뱀의 전성시대인지, <버스데이 걸>에선 외국의 홀아비들을 등쳐먹는 국제적 꽃뱀이 나타나더니, <참을 수 없는 사랑>에선 한술 더 떠 멍청한 갑부들을 거덜내는 상류층 꽃뱀이 등장했다. 후자가 한수 위인 까닭은, 남자들에게 이용당하던 순박한 러시아 처녀의 ‘삥땅’이 불법이었다면, 남자들을 구워삶는 베벌리힐스 독신녀(?)의 ‘영업’은 극히 합법적이라는 데 있다. 꽃처럼 어여쁘고 뱀처럼 교활한 이 하이클라스 팜므파탈에게, 결혼은 재테크용 투자이며 이혼은 이윤 회수일 뿐이다. “부와 독립과 자유”를 위한 “살벌한 전쟁터”에서 전리품을 챙기려면 ‘악어의 눈물’과 위장결혼, 위장결혼을 위한 위장결혼까지도 해치워야 한다. 마일즈의 두번에 걸친 청혼마다 “믿어도 돼요?”라고 묻는 마릴린은 실상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것과 다름없다. 세상 속이고만 살았던 그녀는 스스로를 못 믿을 만큼 프로 사기꾼이다. <위험한 관계>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능구렁이 귀부인들이 시대의 제약 속에 사랑 자체를 반문하기라도 했다면, 부티 좔좔 흐르는 눈부신 마릴린은 오직 신자유주의적으로만 사랑을 거래할 뿐이다. 그녀에게 자본주의 결혼제도는 축복 자체다. 중요한 기본적 사실은 <참을 수 없는 사랑>이 안 어울리게도 코언 형제의 로맨틱코미디라는 점이다. 장르부터 정해놓고 비틀기를 궁리하는 이들에겐 고로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천태만상 이혼풍속에도 불구하고 낭만적 사랑을 끌어내는 것과, 바로 그 요지경 세상을 블랙유머로 풍자하는 것. 일단 첫 번째 장르공식은 큐피드가 화살을 날리는 동화적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크레딧에서부터 암시된다. 한차례 우여곡절 뒤 결혼에 골인한 마일즈가 법률학회에서 행한 사랑의 연설은 손쉬운 결말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두려운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닌 좋은 것”인 사랑이 순식간에 배반당함에 따라, 고전적 할리우드 스타일은 ‘그럼 그렇지’라는 조롱 속에 패러디될 뿐이다. 큐피드의 화살은 약발이 다할 무렵에야 뒷심을 발휘하고, 해피엔딩은 쉽사리 성취되지 않음을 증명한 뒤에야 가까스로 성취된다. 반면 장르 뒤틀기는 그나마의 해피엔딩에서조차 엿볼 수 있다. 빈민가 무료변론을 다짐하던 마일즈는 불륜현장 몰래카메라를 방영하는 리얼리티쇼의 바람꾼으로 전락한다. 파파라치가 캐낸 ‘부적절한 관계’는 변호사 돈벌이용에서 엔터테인먼트로 둔갑할 정도니, 사생활을 볼거리 삼던 <컨페션> 속의 쇼프로들이 일취월장한 셈이다. 결혼비디오도 아닌 ‘이혼예감비디오’가 “딱 걸렸네!”의 가학적 관음증에 기대어 상업적 스펙터클을 양산하는 세태는 아무리 웃겨도 뒤끝이 씁쓸하다. 또한, 마일즈의 악몽은 코언 형제다운 환상적 블랙유머를 잘 보여준다. 모차르트 <레퀴엠>에 휩싸인 법률회사 사장은 남들의 이혼을 먹고사는 자본주의적 법률산업의 우스꽝스럽고도 끔찍한 말로를 대변한다. 내러티브를 일탈하는 말장난과 엎치락뒤치락 반전들, 초기영화부터 자신들 영화까지 간간이 삽입된 인용 등도 코언 영화임을 알려준다. 문제는 자잘한 장난들에도 불구하고 코언식 뒤집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코언의 피조물치곤 지나치게 주류적이고 부유하며 덜 독창적이다. 속물성과 낭만을 겸비한 중년 남성과 그를 사로잡는 미녀는 익숙한 고전 캐릭터의 변주인 만큼, 영화의 축은 이들 프로 사냥꾼이 유혹과 튕김의 언어로 펼치는 스크루볼코미디의 기싸움일 수밖에 없다. 그 매력은 번지르르한 조지 클루니와 화면을 주름잡는 캐서린 제타 존스의 스타성에 의존하는 바 크다. 속내 모를 욕망의 대상이던 그녀가 일순간 함락될 때는 비판적 뒤틀기의 지점들이 장르적으로 봉합돼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메이저급 로맨틱코미디로 만족하려 해도 찜찜함이 남는다. 마릴린의 위장결혼이나 마일즈에 대한 살의가 ‘재신임’으로 변하는 순간 등은 작위적인 구석이 다분하고, ‘재신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확신케 할 신뢰감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 관객에겐 위자료에 관한 혼전서약서 해프닝이 낯설 것도 같다. 코언 형제는 결국 사랑에 대한 냉소를 균열의 씨앗처럼 품고 있는 매우 애매한 로맨틱코미디를 보여준다. 남편 성(姓)을 훈장처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마릴린은 원제대로 ‘참을 수 없는 잔인함’을 밑천 삼아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결혼 놀음에 몰두한다. 거기엔 돈이 튀는 바람둥이들과 떡고물을 얻어먹는 변호사들이 어슬렁거린다. <참을 수 없는 사랑>은 곧 ‘참을 수 없는 사랑의 가벼움’이며, 이때 참을 수 없는 건 사랑이 아니라 가벼움이다. 이 때문에 가볍게 봐달라는 듯한 영화를 보고나도 마음이 가볍지 않을 수도 있겠다. 오 형제여, 얼마나 웃길 건가 코언 형제의 코미디영화들 진지함과 경쾌함의 스텝을 번갈아 밟는 코언 형제는 10편 중 5편을 코미디로 채웠다. 그럼에도 하위장르와 소재는 매번 달라지며, 영화는 현실에 앞서 영화에 대한 영화가 된다. <아리조나 유괴사건>은 당시 유행하던 아기 관련 코미디를 인디영화풍의 슬랩스틱액션코미디로 담아냈다. 카메라 워킹은 전례없이 독자적이며, 집 지키는 개는 <참을 수 없는 사랑>에서도 패러디된다. <허드서커 대리인>은 고전기 스크루볼코미디 색채를 가미해 5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뒤트는 코미디다. 스릴러풍의 <위대한 레보스키>는 백만장자의 계략에 말려든 백수건달의 모험담을 미스터리코미디로 풀었다. 점점 늘어나는 환상장면 중 볼링공 시점숏을 포함한 볼링장 판타지는 압권이다. 오디세이를 근대 미국으로 옮겨온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는 어드벤처로드무비이자 뮤지컬코미디다. 코언 영화들은 모두 인물들이 좇고 있는 공통의 대상 혹은 그들 사이를 떠도는 비어 있는 중심을 통해 구조화된다. <아리조나 유괴사건>의 아기, <허드서커 대리인>의 ‘블루레터’, <위대한 레보스키>의 돈가방,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의 보물과 아내, <참을 수 없는 사랑>의 결혼이나 혼전서약서 등은 끝없는 사건들의 화수분이자 그것들의 바람을 빼놓는 맥거핀이다. 이 떠도는 기표, 전달되지 않는 편지, 부재하거나 조작된 진실은, 유괴와 오인을 낳고 교체와 변질을 겪으며 코언식 내러티브의 처음과 끝을 주파한다. 그에 따라 인물들도 쉼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뒤통수치며 나타나서는 관객의 허를 찌르고 배꼽을 빼간다. 갈수록 능란해지는 코언 형제의 코미디가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듯하다.

대한민국영화대상 부문별 후보작 공개

<바람난 가족>,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가 12개 부문에서 대한민국영화대상 후보작에 각각 올랐다. 영화제 조직위가 28일 발표한 후보작 목록에 따르면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제작 명필름)은 최우수작품과 감독, 각본ㆍ각색(임상수), 여우주연(문소리), 남우조연(성지루), 여우조연(윤여정) 등의 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구를 지켜라>는 작품, 감독(장준환), 남우주연(신하균), 남우조연(백윤식), 촬영(홍경표) 등에 진출했다. <살인의 추억>은 작품, 감독(봉준호), 각본ㆍ각색(봉준호,심성보), 남우주연(송강호), 촬영(김형구), 조명(이강산) 등에 노미네이트됐다. 이밖에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은 감독, 여우주연(염정아), 음악(이병우), 등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는 작품, 각본ㆍ각색(김인식), 남우주연(황정민), 신인감독 등 8개 부문의 후보로 선정됐다. 한편, <죽어도 좋아>에 출연한 72살의 이순예 할머니는 16살의 문근영과 함께 신인 여우상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영화에 출연한 박치규 할아버지도 74살의 나이에 신인 남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지난해 MBC 영화상에서 올해부터 이름이 바꿔 열리는 대한민국영화대상은 수상작 선정 로비나 나눠먹기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문화예술계 전문위원 500명과 인터넷으로 선정된 일반위원 500명 등 1천 명의 심사위원단이 e-메일이나 우편 투표로 심사를 진행한다. 후보작에 대한 인터넷 투표는 다음달 1-15일 진행되며 심사결과는 전문위원과 일반위원의 표를 7:3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다. 후보작은 정지영 감독을 위원장으로 영화평론가 김봉석, 유지나, 변재란, 영화감독 김태균, 박종원, 이현승, 허진호 등 15명이 참여한 선정위원회에서 5배수로 선정됐다. 시상 부문은 이날 발표한 본상 17개 부문을 비롯해 공로상, 단편영화상 등 19개 부문이며 수상작에는 최우수작품상 5천만원, 감독상 3천만원, 남ㆍ녀 주연상 2천만원 등 모두 2억4천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다음달 30일 저녁 6시부터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열리며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다음은 부문별 후보작. ▲최우수작품상 = 로드무비(싸이더스), 바람난 가족(명필름),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LJ필름), 살인의 추억(싸이더스), 지구를 지켜라(싸이더스) ▲감독상 = 임상수(바람난 가족), 김기덕(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봉준호(살인의 추억), 김지운(장화,홍련), 장준환(지구를 지켜라) ▲각본/각색상 = 김인식(로드무비), 임상수(바람난 가족), 봉준호,심성보(살인의 추억), 장준환(지구를 지켜라), 박찬옥(질투는 나의 힘) ▲남우주연상 = 황정민(로드무비), 송강호(살인의 추억), 신하균(지구를 지켜라), 문성근(질투는 나의 힘), 장동건(해안선) ▲여우주연상 = 김윤진(밀애), 문소리(바람난 가족), 장진영(싱글즈), 염정아(장화,홍련), 배종옥(질투는 나의 힘) ▲남우조연상 = 성지루(바람난 가족), 박노식(살인의 추억), 박해일(살인의 추억), 변희봉(선생 김봉두), 백윤식(지구를 지켜라) ▲여우조연상 = 방은진(로드무비), 윤여정(바람난 가족), 유선(4인용 식탁), 전미선(살인의 추억), 황정민(지구를 지켜라) ▲신인남우상 = 정찬(로드무비), 황정민(로드무비), 봉태규(바람난 가족), 박치규(죽어도 좋아), 박해일(질투는 나의 힘) ▲신인여우상 = 문근영(장화,홍련), 임수정(장화,홍련), 이순예(죽어도 좋아), 손예진(클래식), 임은경(품행제로) ▲신인감독상 = 김인식(로드무비), 이수연(4인용 식탁), 박진표(죽어도 좋아), 장준환(지구를 지켜라), 박찬옥(질투는 나의 힘) ▲미술상 = 오상만(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봄), 류성희(살인의 추억), 이석연(원더풀데이즈), 조근현(장화,홍련), 장근영,김경희(지구를 지켜라) ▲촬영상 = 김재호(로드무비), 김우형(바람난 가족), 김형구(살인의 추억), 이모개(장화,홍련), 홍경표(지구를 지켜라) ▲조명상 = 고낙선(바람난 가족), 박종환(4인용 식탁), 이강산(살인의 추억), 오승철(장화,홍련) ▲편집상 = 이은수(바람난 가족), 김선민(살인의 추억), 고임표(장화,홍련), 박곡지(지구를 지켜라) ▲시각 효과상 = 인사이트비쥬얼(살인의 추억), 인디펜던스(원더풀데이즈),DTI(장화,홍련), 장성호<모팩>(지구를 지켜라), 강종익(튜브) ▲음향상 = 김석원(바람난 가족), 이성진(4인용 식탁), 최태영(살인의 추억), 최태영, 강경한(장화,홍련), 최태영(튜브) ▲음악상 = 이한나(로드무비), 김홍집(바람난 가족), 이병우(장화,홍련), 이동준(지구를 지켜라), 조영욱(클래식) (서울=연합뉴스)

`되풀이 하지 말라`,한국 찾은 베테랑 프로듀서 마이클 하우스만

“자, 뭐든 물어보세요. 자기 프로젝트가 어떤 건지 이야기하든가, 사적인 고민이라도 털어놔봐요. 해결해줄 테니까.” 저마다 필기도구와 녹음기를 꺼내든 충무로 현역 프로듀서들의 초롱초롱한 눈길이 풍채 좋은 벽안의 노신사에게 쏠려 있었다. <갱스 오브 뉴욕> <래리 플린트> <아마데우스> 등의 문제작을 만들어낸 베테랑 프로듀서 마이클 하우스만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 멀리 뉴욕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영화아카데미의 영화인 재교육 과정 중 프로듀서 케이스 스터디의 초청강사와 수강생으로 전날 3시간 남짓한 첫 만남을 가졌던 이들은 서로 할 얘기와 들을 얘기가 넘쳐나 ‘애프터’ 자리를 마련했다. 매서운 겨울 바람으로 체감 온도가 뚝 떨어진 밤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때문에 귀가를 서두르진 않았다. 마이클 하우스만의 이야기보따리는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었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주식중개인으로 일하다가 화가와 사진가를 거쳐 영화계에 입문, 프로듀서, 프로덕션 매니저, 조감독의 직함을 달고 지난 30여년간 만들어낸 영화가 줄잡아 30편을 훌쩍 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마데우스> <야망의 함정> <래리 플린트> <맨 온 더 문> <갱스 오브 뉴욕> 등 다양한 색깔의 화제작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그러나 그는 몇편의 영화를 ‘대표작’으로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내 커리어 중에서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다양한 영화를 ‘골고루’ 해왔다는 사실이다. 큰 영화만 만들다보면 게을러지기 때문에 작은 영화를 통해 고생을 자초하면서 대안 찾기에도 골몰하기도 했다.” 1억달러를 호가한 비싼 영화 <갱스 오브 뉴욕> 뒤에 착수한 영화가 50만달러의 인디영화라는 점만 봐도, 그가 ‘극과 극’ 체험을 즐기는 프로듀서임을 알 수 있다. “영화는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적용해야 한다. 전과 같은 스타일, 같은 진용은, 그것이 아무리 안전한 길이라고 해도, 되풀이하지 않는다. 그게 내 방식이다.” 친형제처럼 각별한 밀로스 포먼과 세 차례나 함께 작업한 것은 따라서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앞면엔 캘린더가, 뒷면엔 팁 계산표가, 이름과 주소는 한 귀퉁이에 자그마하게 박혀 있는 마이클 하우스만의 명함은 그의 성격과 직업관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다. 합리적이고 치밀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로운 성격, 그리고 “프로듀서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을 반영한 것. 그가 생각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은 “감독이 페이스를 잃지 않도록 보좌하고, 팀원 중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조율하고 배려하며,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그는 대작 제작으로 비싼 수험료를 치르는 대신 저렴한 프로젝트 여러 편으로 경험을 쌓는 쪽을 권했다. 시나리오의 시각화 실험, 회계사의 적절한 활용, 스케줄 통제에 대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라 칭하는 작품들은 별 감흥이 없었다면서, “다른 어느 장소, 어느 문화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 영화는 지양하라”고 덧붙였다. 글 박은영·사진 오계옥

[한국영화걸작선] 가족멜로드라마의 고전,<박서방>

“박 서방! 우리집 아궁이 좀 고쳐줘요”, “예, 곧 갑니다 ”, “꼭이요”라는 대사와 함께 타이틀이 오르는 강대진 감독의 1960년작 <박서방>은 한국영화 전성기 가족멜로드라마의 전형이다. 1남2녀의 아버지인 박 서방(김승호)은 연탄 아궁이를 수리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가장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랑거리인 자식들이 있는데, 착하게 자란 두딸(조미령, 엄앵란)과 제약공장에서 사무일을 보는 아들(김진규)이 그들이다. 자식들에게 완고하지만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서 잘살길 바라는 건 아버지로선 당연한 것이었다. 아마 어렵던 그 시절,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는 모두 이런 바람을 가지고 힘든 세파를 버티며 살았으리라. <박서방>은 대표적인 한국 가족멜로드라마다. <마부> <로맨스 빠빠> <삼등과장>처럼 자식들 잘되길 바라는 우리네 아버지의 엄하지만 넉넉한 가슴을 느낄 수 있는 고전 멜로영화다. 1960년에서 1962년까지 만들어진 한국영화들은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상당히 뛰어나다. 50년대 쌓아온 영화판의 힘이 4월혁명이란 역사적 분출구를 통과하면서 사회가 급속하게 문화분야에서도 성숙해진 결과이리라. 하지만 이 시기 영화들이 더욱 좋은 것은 <박서방>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지만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했고, 영화 한편 보고 나면 다시 살아갈 힘을 줄 수 있었던 점인 것 같다. 가정이지만, 이 시절 영화들이 그 성숙한 문화적 토양을 바탕으로 계속 영화적 상상력을 꽃피울 수 있었다면, 영화 속 아버지들처럼 어렵지만 작은 희망을 계속 품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당시 영화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안타까움이다.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

독일,진정한 첫번째 통일을 이루다,<굿바이 레닌>

수많은 은유와 장르의 모자이크 <굿바이 레닌> 대한민국에 <친구>가 있다면, 독일에는 <굿바이 레닌>이 있다. <친구>처럼 자국 흥행에 별천지 신기록을 세우면서 바야흐로 <친구>처럼 통일독일에 복고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굿바이 레닌>은 독일사회에 그 옛날 못 먹고 못 살아도 정 많은 동독사회가 좋았다며 다시 한번 ‘오스트’(Ost)와 향수의 ‘노스탤지어’(Nostalgia)가 결합된 ‘오스탤지어’(Ostalgia)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물론 <굿바이 레닌>에는 사시미칼에 찔려 죽어가는 친구들은 나오지 않는다). <굿바이 레닌> 이전의 통일독일은 통일 이후에도 외적 장벽이 아닌 내적 분단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동독인들은 하루아침에 자유를 찾아 멀쩡한 집을 버렸고, 서독인들은 동독에 있는 분단 이전의 내 땅을 돌려달라고 정부에 떼를 썼다. 하루아침에 ’금강산 참기름‘ 대신 ’오뚜기표 참기름‘이 동독 시장을 점령하고 동독 화폐의 가치는 폭락했다. 한마디로 서독인들 눈에 동독인들은 게으름만 피우며 공짜를 바라는 “오시”(Ossi)였고, 동독인들의 눈에 서독인들은 돈만 밝히고 거만을 떠는 ”베시”(Wessi)였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굿바이 레닌>의 흥행자릿수, 700만명은 한국 시장의 저력을 넓힌 <친구>의 800만명이란 숫자만큼이나 의미가 있는 상징이다. 90년대 이후 이른바 로맨틱코미디영화들의 관객동원이 최대 500만명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도 할 수 있듯이, 서독의 풍요로운 삶 속을 기반한 영화 속 뜬구름 잡는 자유연애 이야기가 동독지역 관객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단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 <굿바이 레닌>이 나타남으로써 독일 국민은 오시, 베시 할 것 없이 함께 영화를 보았다. <굿바이 레닌>은 독일 영화사에 진정한 의미에서 통일을 성취한 최초의 영화였던 것이다. 책임 추궁의 전통 대신 신·구 화해를 SF-코미디-멜로-정치풍자-가족영화인 <굿바이 레닌>은 지구 근처에서 자세히 보면 통일을 즈음한 독일의 상황에 대한 수많은 은유로 모자이크된 우화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우주비행사와 버거킹에 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다시 없는 독일 효자가 산삼 대신 비디오 클립을 어머니께 드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설하는 주인공 알렉스는 TV에서 방영되는 동독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1978년 동독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갔지만, 우리 가족은 몰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얼핏 동독의 우주로의 비상과 교차하는 가족의 몰락은 대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는 동독사회의 내적 몰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독은 외적으로는 고공 비행을 계속했지만, 국가의 기간이 되는 고급두뇌이자 가족의 주체인 의사 아버지의 망명이 암시하듯, 내적으로는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1년이 지난 뒤, 건국 40주년을 기념하는 사열식이 진행되면서 탱크가 거리를 지나가자, 주인공의 허름한 아파트는 아예 사정없이 ‘흔들린다’. 이러한 면에서 알렉스의 어머니, 남편의 서독 망명 이후 “사회주의 조국과 결혼한” 크리스티아네는 기호학적으로 동독이 끝까지 포기 못했던 이상적 사회주의의 어떤 표상일 것이다. 말 그대로 순수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붉은 옷과 흰 옷을 걸친 그녀는 심장마비 한번에 통나무 쓰러지듯 의식의 세계를 저버린다. 동독은 심장마비에 걸려 쓰러졌고, 말 그대로 현실에서는 더이상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그녀는 혹은 동독의 이상은, 한줌의 재가 되어 우주로 날아간다. 이러한 면에서 아버지로 대변되는 보호자와 모범이 부재했던 알렉스 역시 동독의 젊은이들이 처한 과거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는 인물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도 어머니를 위해 옛 동독의 물건들을 그대로 재현하고 TV를 통해 동독의 현실을 오도하는 알렉스의 행동은 과거 동독 정부가 국민들을 기만하고 서독 타도를 외쳤던 전례를 풍자적으로 비판하는 것 같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근대 독일은 동과 서뿐 아니라 구세대와 신세대가 사정없이 충돌하는 뇌진탕의 역사를 갈피마다 지니고 있는 나라였다(그 기간과 강도에 있어서 우리의 4·19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셔야 한다). 바이마르공화국 시절 사회주의를 신봉했던 부모들은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아이들로부터 비판당했고, 나치를 추종하던 부모들은 전후 자식들로부터 전 인류적 범죄인 유대인 학살에 대해 죽도록 추궁을 당했다. 예술 분야에서도 “0시 Stunde Null, zero hour”는 과거 세대와의 역사적, 미학적 단절을 표명한 표어가 되었고 뉴 저먼 시네마 감독들은 “낡은 영화는 죽었다”고 외쳤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놀던 가락이라면 <굿바이 레닌>에는 통일 이후 40년 동안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맹신했던,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위대한 조국”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광경을 목격했던 구세대가 실업과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했던 “통일세대”로부터 책임 추궁을 당하는 장면이 한번쯤은 있음직 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굿바이 레닌>은 이러한 책임 추궁 대신 신·구세대의 화해를 제안한다. 쓰러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독일 통일을 실패로 받아들인 교장 선생이나 학업을 팽개치고 햄버거 가게에 취직한 누나는 영화의 말미에 힘을 합친다. 죽은 어머니의 재를 우주선 모양에 담아 쏘아버리는 그들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서로를 용서한다. 볼프강 베커는 죽은 공산주의의 이상을 비료 삼아 다시 한번 독일이 명실상부하게 우주 끝까지 도약하기를 바라는 것일까? 영화는 스탠리 큐브릭과 테오 앙겔로풀로스를 인용해도 끝까지 독일적이다. 스타일보다 이야기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마치 신성처럼 나타난 듯 보이는 볼프강 베커란 이 감독은 과연 누구인가. 일단 그가 나타나기까지, 독일영화에는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 파스빈더가 죽고, 보수정권이 등장하면서 예술영화에 대한 돈줄이 막히자, 80대 중반부터 뉴 저먼 시네마는 쇠퇴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명 새로운 감수성으로 무장한 이른바 “조이스틱 세대” 감독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사회적 발언에 치중하는 작가영화 대신 개인의 사적인 문제를 발랄하게 풀어가는 감각적인 영화들을 추구했고, 그 결과는 볼프강 베커와 그와 동년배인 도리스 되리의 처지를 비교해보면 쉽게 드러난다. <남자들>(Maenner)과 <파니 핑크> (Keiner liebt mich) 등을 감독한 도리스 되리는 데뷔작과 후속작의 엄청난 국제적 성공으로 뉴 저먼 시네마 이후 새로운 독일영화의 시작을 알린 대표적인 감독으로 부상하였다. 반면 1988년 졸업작품이자 데뷔작인 <나비>(Schmetterlinge, 1988)로 아카데미 학생영화상과 로카르노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던 베커는 평단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를 거듭하였다. 사실 도리스 되리는 뮌헨파의 거봉인 빔 벤더스처럼 사회적인 문제보다는 개인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뮌헨영화학교’를 나온 반면, 베커는 사회적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노동자들의 삶을 담고자 했던 이른바 “노동자영화”(Arbeiterfilm)를 만들어내던 ‘베를린영화학교’ 출신이었던 것이다. 결국 영화를 통한 사회적 발언이 쇠퇴했던 독일 영화계의 상황은 켄 로치를 존경하는 ‘베를린파’ 감독 베커에게 지속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커는 TV형사물 <현장>(Tatort) 시리즈로 기획된 <소시지 왈츠>(Blutwurstwalzer, 1991)와 역시 TV용으로 기획되었다가 극장에서 상영된 <아이들 놀이>(Kinderspiele, 1992)를 만들었고, 1994년 신세대 감독들인 <롤라 런>(Lola rennt)의 톰 티크베어와 <고요한 밤>(Stille Nacht)의 데니 레비와 함께 “X-Filme creative pool”을 설립했다. 이후 그는 <인생은 공사장>(Das Leben ist eine Baustelle, 1996)을 거쳐 <굿바이 레닌>(2003)을 내놓기에 이르른다. 독일 영화역사에서 베커는 특히 독일에서 사회로 향해 있는 시선과 함께 늘 가족의 문제를 영화 핵심에 놓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독일사회의 문제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연골이 베커 영화에서는 가족이고, 그 취약한 영점에서부터 베커는 다시 독일사회의 비판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데뷔작인 <나비>에서 그는 실업으로 인한 가족 해체와 청소년의 방황을 그렸고, <아이들 놀이>에서는 이혼과 가정폭력으로 인한 가족파탄의 문제를, <인생은 공사장>에서는 통일과 실업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 가족을 다루었다. 그런데 더욱 더 흥미로운 점은 그가 존경하는 켄 로치처럼 정말 베커의 초기 영화들이 정통 사실주의에 근거해서 현실의 세밀한 모습들에 냉정하게 거리를 두었다면, <인생은 공사장>부터는 후반기의 켄 로치가 그러하듯 인간미와 따뜻한 유머가 꿈틀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다음 영화를 만들기 위한 타협인지 인생에 대한 감독의 개인적인 연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되었건 베커는 스타일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를 중요시 여기고, <굿바이 레닌>에서도 독일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메스보다는 결국 웃음으로 소독한 붕대를 꺼내든다. 무엇보다도 <굿바이 레닌>은 중견감독의 젊은 영화였다. 영화는 젊은이들의 우상인 신세대 스타와 옛 동독의 늙은 배우가 어우러지고, 버거킹과 스프리발 오이 피클 (옛 동독의 피클 상표)이 함께 나온다. 또한 <굿바이 레닌>이 젊은 까닭은 주인공 알렉스 역의 다니엘 브뢸과 함께, 참신한 아이디어로 가득 찬 각본가 베른트 리히텐베르그가 젊기 때문이다. 특히 <굿바이 레닌>의 어떤 설정은 독일이 낳은 저명한 소설가 하인리히 뵐의 단편 <크리스마스 때만은 아닌>과 비슷해서 흥미롭다. 소설은 아주머니의 발작으로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 파티를 치르는 한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하인리히 뵐은 이 이야기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는 인간의 무모한 집착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보냈었다. 침실 안에서 신기루 같은 동독을 재건한다는 <굿바이 레닌>은 이렇게 이미 타계한 하인리히 뵐이 통일과정을 목도했다면 썼음직한 인간에 대한 유머와 풍자가 넘치는 수작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아카데미협회는 모처럼 나온 좋은 독일영화 <굿바이 레닌>에 최우수 외국영화상의 월계관을 씌워줄 것인가? 지난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 수상작인 카롤리네 링크 감독의 <노 웨어 인 아프리카>가 <굿바이 레닌>보다 두배는 눈물을 짜는 평범한 신파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카데미가 연속해서 두번씩이나 같은 국가에 오스카를 안기고 싶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볼프강 베커는 이번에 ‘굿바이 아카데미!’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진한 예감이 든다.

[인터뷰] 최용배 청어람 대표

"영화의 진정성 찾는 관객층 기대" 흥행 영화 위주로 간판을 덮고 있는 요즘 극장가에 뜻밖의 영화들이 잇달아 걸린다. 사상전향을 거부하고 45년간 감옥생활을 한 장기수 김선명씨의 이야기 <선택>은 흥행을 기대하기 힘든 영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찬욱, 임순례, 박진표, 박광수, 정재은, 여균동 등 6명의 감독을 모아 인권을 주제로 만든 옴니버스 영화 <여섯개의 시선>도 관객들에게 익숙한 상업영화와는 거리가 있다. 보통 같으면 예술영화 전용관 한두곳에서 개봉하고 말 영화다. 세번 보고 세번 운 <선택>, 관객 1만명도 안돼 아쉬워 <여섯개의 시선> 은 영화적 미덕 있고 세계 인권 향상에 도움, 2·3편 계속 만들었으면 그런데 <선택>은 지난 24일 전국 20개 극장에서 개봉했고, <여섯개의…>는 오는 11월14일 적으면 30곳, 많으면 50곳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둘다 배급사가 ‘청어람’이다. 2001년 11월 한국영화 전문배급사를 지향하고 출범한 이 회사가 아니었다면 두 영화를 전국 어디서나 가까운 극장에서 만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청어람이 예술영화 전문 배급사도 아니다. 2002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 <묻지마 패밀리> <품행제로>, 2003년 <장화, 홍련> <싱글즈> <바람난 가족> 등의 흥행작을 배급했고 올 3분기까지 미국영화 직배사를 포함해 전체 배급사 중 관객동원수 3위를 기록한 준 메이저 회사다. 이 회사를 만들고 꾸려온 최용배(40) 대표이사를 29일 만났다. 최씨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서울예전 영화과를 거쳐 <남부군> 등의 연출부에 있다가 (주)대우 영화사업본부, 시네마서비스 배급담당 이사를 거쳤다. -<선택>은 관객수가 무척 저조하다. 예상했던 일 아닌가? =24일 개봉 뒤 지금까지 1만명이 안 들었다. 이번 주말에 상당수 극장이 간판을 내릴 것 같다. 3~4곳 유지하는 게 목표다. 서울은 씨네큐브 극장에서 계속 틀기로 했고. 지금 같으면 배급 수수료도 받기 힘들 것 같다. 사실 여러 면에서 배급이 힘든 영화였다. 극장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인데, 청어람의 배급력에서 몇 퍼센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위험부담을 갖고 간 건데, 왜 그랬나? =그래도 이런 영화를 찾는 관객층이 있을 거라고 봤다. 그들만 다 봤더라도 이렇진 않을 텐데. (배급을 결정한 데는) 물론 영화의 진정성이 대전제다. 나는 <선택>을 세번 보면서 세번 모두 울었다. 완성도도 높고 충분히 잘 만든 영화다. 아쉬운 건 <선택>이 잘 됐다면 이런 영화를 또 하나 배급할 수 있게 되는 건데, 그 기회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거다. -<여섯개의 시선>은 어떤가? =‘인권과 차별’이라는 주제의식이 있지만 영화적으로 소화가 잘 돼있다. 영화적 미덕이 살아있다. 단체 관람 분위기를 활성화시켜서 가보려고 한다. 이번엔 마케팅 비용도 청어람이 댄다. 현금은 2억원 들어가지만 이런저런 부대지원을 합하면 4억원 정도 규모로 홍보한다. 안성기, 송강호 등이 이 영화를 보고서 홍보를 위해 뭐든지 도와주겠다고 했다. -배급하게 된 계기는? =작년에 <씨네21>에서 이 영화 기획자인 인권위 공보담당 남규선씨의 인터뷰를 봤다. 국제사면위원회가 보내온, 세계 유명 영화인들이 인권문제를 얘기하는 테이프를 보고서 이 영화를 기획했다는 내용을 읽고, 이 영화 만들면 우리도 인권을 원조받는 입장에서 원조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도 이 영화를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에 보낼 수 있겠구나, 그 멋진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가 완성된 뒤 바로 배급하겠다고 나섰다. 돈 벌면 기금으로 적립해 2편, 3편 만들자고도 했다. 이런 영화가 잘 돼야 한다. 그래야 청어람의 신뢰가 쌓이고 정체성도 드러낼 수 있다. -송강호, 문소리 주연의 <효자동 이발사>를 청어람이 직접 제작하는데? =우리가 배급한 영화 중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흥행을 예상했던 영화는 거의 없다. 그러니까 (CJ엔터테인먼트나 시네마서비스 같은) 메이저 배급사가 꺼렸던 탓에 우리한테 왔다가 터진 거다. 이런 일이 계속 되리란 보장이 없다. 그래서 스타들을 캐스팅해 직접 제작도 하는 거다. 1년에 세편 쯤 하는게 희망사항이다. 지금 봉준호 감독의 다음 영화를 우리가 제작하기로 했고, 민규동, 김태용, 박종원 감독 순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