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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3] - 12월 ③

알게 될거야 Va Savoir 누벨바그의 맏형 자크 리베트의 2001년 칸영화제 진출작. 파리에서 한편의 짧은 연극이 상연되는 동안 세명의 남자와 세명의 여자가 서로의 삶 안으로 들어가 사랑의 삼각구도를 만든다. 유머와 사유가 함께하면서 자크 리베트식의 로맨틱 스토리가 전개된다. 요컨대 자크 리베트가 사랑을 말하면 그건 ’철학’이 된다. 바람의 검, 신선조 壬生義士傳 일본 막부시대 말기, 교토의 도시 치안을 위해 결성된 무사단 신선조에서 활동하는 무사들의 이야기. 칸이치로는 남부 사투리를 쓰는 촌스러움에 오로지 돈을 위해 칼부림을 하지만 검술은 최고다. 반면 사이토는 정통 무사도를 따르는 사무라이. 영화는 이 두 사람의 갈등과 우정을 그린다. <러브레터> <철도원> 등 일본에서 흥행한 영화들의 원작소설을 쓴 아사다 지로의 소설 <미부기시전>이 원작. 요컨대 의를 훼손하느니 할복하리라는 무사도 + 시대를 뛰어넘는 사나이들의 우정. 스노우보더 Snowboarder 스포츠용품 가게에서 일하면서 보드 선수가 되기 위해 연습에 몰두하던 가스파는 스노우보드 챔피언의 권유를 받아 스위스로 떠난다. 가스파는 프로 스노우보더의 세계를 직접 접하곤 황홀경에 빠지지만, 세계 챔피언이 일개 아마추어도 못 되는 친구를 아무 이유없이 끌고왔을 리 없다. 요컨대 2002년 <익스트림 OPS>에 이은 계절액션스릴러. 춤추는 대수사선2-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 踊る大搜査線2 텔레비전 드라마로 시작하여 영화로 이어진 뒤 일본 내 흥행폭풍을 일으켰던 <춤추는 대수사선>이 2편까지 만들어졌다. 1편의 감독 모토히로 가즈유키가 다시 한번 연출을 맡았다. 전편에 이어 주요 배역을 다시 캐스팅하였고, 완간 지역 내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다. 요컨대 열혈 경찰 아오시마가 온다! 아타나주아 Atanarjuat-the fast runner 에스키모 원주민 출신의 감독이 에스키모들을 데리고 그들의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수천년 전. 부족에서 가장 용맹한 형제 아타나주아(빠른 자)와 아막주아(힘센 자)가 겪게 되는 사랑과 복수에 대한 설화.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낯선 인물들과 함께 인류의 보편적 감성까지도 건드리는 신기한 영화. 요컨대 이글루보다 신기하고, 눈썰매보다 유쾌한 영화. 코로나도 Coronado 재력과 미모를 겸비한 것은 물론, 근사한 애인까지 두고 있는, 부러울 것 없는 여인 클레어. 그러나 출장길에 오른 남자친구가 실종된 것을 알게 되고, 그가 사라진 중앙 아메리카 코로나도로 달려간다. 혁명이 진행 중인 위험천만한 그곳에서 클레어는 악몽의 여행을 시작한다. 여성 전사 캐릭터를 내세운 액션 영화로,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 팀이 연출해낸 특수효과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풍성하다는 것이 제작진의 자랑. 요컨대 혁명의 전장에서 남자친구를 구출하라! 8명의 여인들 8 Femmes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개봉이 연기됐던 이 다시 개봉일정을 잡았다.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파니 아르당, 에마뉘엘 베아르, 루디빈 사니에르 등 내로라 하는 프랑스 여배우가 총출동해 200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함박눈이 쌓인 성탄절 아침, 아버지가 등에 칼이 꽂힌 채 발견되고 집에 있던 8명의 여인들이 서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스릴러를 연상하기 십상이지만 오종은 이 이야기를 뮤지컬코미디로 둔갑시킨다. 요컨대 프랑스 최고 여배우들이 협연하는 스릴러 뮤지컬. 더 캣 The Cat In the Hat 짐 캐리의 <그린치>가 성공한 데 힘입어 닥터 수스의 동화가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번엔 <오스틴 파워스>의 마이크 마이어스가 고양이인간으로 분장해 아이들의 혼을 빼놓는데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나타난 이 고양이인간은 집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놓는다. <아이 엠 샘>의 루시로 기억되는 다코타 패닝이 등장하며 <가위손> <배트맨2> <맨인블랙2> 등에서 프로덕션디자인을 맡았던 보 웰치가 감독을 맡았다. 보 웰치는 <가위손>의 프로덕션디자이너답게 영화 전체를 아이스크림 색채로 물들여 어린이들을 동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요컨대 어린이를 위한 마이크 마이어스의 원맨쇼. 12월의 얼터너티브 12월의 시네마테크는 레즈비언, 게이 다큐멘터리로 문을 연다. 12월1일부터 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퀴어베리테’에서는, 목소리를 빼앗긴 성적 소수자들이 스스로 쓴 퀴어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헤드윅> 메이킹 다큐멘터리 <좋든 싫든 헤드윅 이야기>, 니카라과 퀴어 시트콤과 관련 다큐멘터리를 묶은 <니카라과의 호모들>, 레즈비언 음악운동사 <여전사들의 합창> 등 18편이 상영되며 이중 15편은 전주, 청주, 대구, 광주, 대전에서 순회상영된다. 12월5일부터 14일까지 동숭홀과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진행된다. 개막작 <어느날 갑자기> 등 실험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총100편의 장·단편 영화(경쟁작 60편)가 스크린에 오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영화계의 신작 10편을 묶은 ‘비바! 라틴 시네마’ 섹션이 눈길을 끈다. 단편영화축제는 하늘에서도 펼쳐진다. 제1회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는 12월13일부터 16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본선진출작 30여편을 상영하고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12편의 수상작을 국제선 전 노선에서 기내 상영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12월18일부터 20주년 영화축제 ‘성인식’으로 성년을 기념한다. 아카데미의 현실을 바라보는 다큐멘터리, 전설적인 졸업작품과 숨은 문제작들을 상영하고 아카데미 출신 감독 20인이 참여한 디지털 옴니버스 <이공>(異共)도 공개한다. 12월에 회고전이 헌정되는 작가는 클로드 샤브롤과 하워드 혹스. 12월13일부터 26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리는 클로드 샤브롤 회고전은 <아름다운 세르쥬> <암사슴> <의식> 등 15편을 소개한다. 샤브롤 회고전을 내년 1월 초 이어받는 시네마테크 부산의 12월 프로그램은 하워드 혹스. <붉은 강> <리오 브라보> <연인 프라이데이> 등 대표작 12편을 12월13일부터 2주간 상영한다. 12월27일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는 올해 개봉된 수작 중 일찍 종영되어 아쉬움을 남긴 영화를 앙코르 상영한다.

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2] - 12월 ②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충청남도 유성 온천1동 파출소 소속 순경 성병기는 올 크리스마스에는 오랜 짝사랑을 이뤄보겠노라 굳게 다짐한다. 병기가 사모하는 아가씨는 성탄절 실연 징크스를 지닌 볼링장 직원 민경. 그러나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감방에서 보내온 온천파 두목 석두가 느닷없이 민경에게 애정공세를 펴면서 병기의 작전에는 마가 낀다. 세 남녀가 자신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고민을 하는 동안, 화끈한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유성의 10대들, 에로영화 제작팀, 미인대회 후보도 제각기 크리스마스 소동에 말려든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는 “1년에 한번 섹스를 한다면 단연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통하고, 가족의 명절보다 연인의 축제에 가까운 우리 성탄절 문화에 착안한 코미디. 이건동 감독은 여기에 스스로 “귀여운 에로의 도시”라고 부르는 고향 유성의 나른하고 따스한 공기를 얹었다. 요컨대 크리스마스는 기필코 성스럽게 보내자. 루니 툰: 백 인 액션 Looney Tunes: Back In Action 방자하고 불경스럽고 모난 성품으로 20세기를 풍미한 워너의 루니툰 캐릭터들을 기념하는 한바탕 요란한 파티.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아동 관객 타깃의 영화지만, 성인을 즐겁게 하는 속사포 개그도 넘쳐난다. 워너의 고참 스타 대피 덕에게 난데없이 해고의 날벼락이 떨어진다. 대피는 역시 해고된 스턴트맨 D.J.가 악당에게 납치된 할리우드 스타인 아버지 다미엔을 찾아가는 길에 합류한다. 한편 대피를 해고했다는 이유로 뒤늦게 해고된 워너의 간부 케이트는 대피의 라이벌 벅스 버니와 함께 대피 일행을 뒤쫓는다. <제시카와 로저 래빗>만한 걸작은 아니지만 <스페이스 잼>에 비하면 출중한 루니툰 프로젝트라는 것이 외신의 중평이다. 요컨대 벅스 버니와 대피 덕의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낭만자객 어리버리하지만 순박한 청년 요이는 돈을 벌기 위해 자객단에 합류한다. 전술도 무술도 영 시원찮은, 그래도 실적은 나쁘지 않은 이상한 자객단. 어느 날 이들은 무시무시하면서도 고혹적인 처녀 귀신의 의뢰를 받는다.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는 것. 청나라 퇴마사의 훼방이 이어지는 등 이들의 임무 달성에는 어려움이 많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등으로 만만찮은 관객 동원력을 보여온 윤제균 감독의 세 번째 작품. 영악하진 못해도 순수와 선의를 지닌 인물들, 노골적인 농담과 슬랩스틱을 섞어 만드는 폭소탄, 후반부를 가격하는 묵직한 메시지 등은 <낭만자객>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최성국, 진재영, 신이 등 <색즉시공>의 개성 강한 조연들이 고스란히 합류한 것도 특징. 사극과 호러와 판타지와 코미디 등의 장르를 자유자재로 뒤섞는 시도, 그리고 액션과 멜로 등에서 진지한 연기를 선보여온 김민종의 연기 변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요컨대 떨어진 자객단의 좌충우돌 활약상. 야마카시 Yamakasi 안전기구나 보조장비 없이 맨손으로 고층 빌딩을 오르는 등의 익스트림 스포츠 애호가들로 이뤄진 서클 야마카시는 도시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로 경찰의 추적을 받는 반면, 도시의 소외된 청소년들 사이에 영웅으로 숭배된다. 어느 날 이들을 흉내내던 꼬마가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는데, 병원과 장기 중개업자들의 비협조로 자칫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에 야마카시 멤버들은 경고의 의미로 장기 중개업자들의 집을 털기로 한다. 아프리카어로 ‘초인’을 뜻하는 야마카시는 90년대 후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익스트림 스포츠 게임을 뜻한다. 영화는 야마카시를 창시하고 이에 열광한 이들이 뒷골목 젊은이들이었다는 점에 착안, 사회에서 소외당한 자들의 연대와 우정을 더불어 전하려 한다. 고공 낙하, 장애물 통과, 암벽 타기, 빌딩 클라이밍, 줄타기 등 저마다 다른 장기를 자랑한 배우들은 연기나 스턴트 경험이 전무한 순수 야마카시 멤버들이라고. 뤽 베송 제작으로, 프랑스에서 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요컨대 소년을 구하기 위해 익스트림 스포츠맨들이 뭉쳤다. 팡팡 튤립 Fanfan La Tulipe 뤽 베송이 제작하고 <택시2> <택시3>의 제라르 크라브지크가 연출한 제56회 칸영화제 개막작. 18세기 바람둥이 팡팡은 잠시 즐긴 여자에게 덜미가 잡혀 결혼식장으로 가던 도중 우연히 만난 보헤미안 여인으로부터 “군대에서 명예를 얻을 것이고 왕의 딸과 결혼할 운명”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결국 팡팡은 억지 결혼식장을 빠져나와 ‘7년전쟁’ 시대의 군대에 자원한다. 요컨대 바람둥이, 예언에 눈이 가리워 임자를 몰라보다. 호미사이드 Hollywood Homicide 조와 케이시는 LA 강력계 형사다. 두 형사는 젊은 래퍼 네명이 살해당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클럽과 음반업계가 뒤얽힌 음모를 감지한다. 그러나 이들은 수사만 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다. 부동산 중개업자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조는 클럽 주인에게 집을 팔고자, 배우 지망생 케이시는 오디션 한번 보고자 한눈을 판다. <덩크슛>으로 남자들의 세계에 일가견을 보인 론 셸튼이 감독했다. 요컨대 꿈많은 형사들, 돈도 벌고 사건도 해결하자! 구루 The Guru 어리숙한 인도 청년이 미국으로 건너가 ‘섹스 권위자’로 성장한다는 내용을 그린 코미디. 댄스강사이자 영화 <그리스>의 팬인 인도 청년 라무 굽타는 뉴욕으로 떠난다. 모든 것이 낯선 그곳에서 초짜 포르노 배우 일을 시작하는 라무. 그는 섀로나와 렉시라는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레슨을 받으면서 점차 섹스 분야의 권위자로 성장한다. 요컨대 ‘아담이 눈뜨기까지.’

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1] - 12월 ①

겨울 스크린으로 귀환하는 것은, 곤도르의 왕 아라곤만이 아니다. 한국 감독으로는 <실미도>의 강우석,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말죽거리 잔혹사>의 유하가 돌아오고, 팀 버튼과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티외 카소비츠, 오우삼이 신작을 선보인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콤비 마이크 뉴웰과 리처드 커티스는 <모나리자 스마일>과 <러브 액츄얼리>의 감독으로 근황을 알리고, 후카사쿠 긴지 감독은 아들이 완성한 유작 <배틀로얄2>를 통해 늘 뜨거운 생존의 몸부림을 담았던 영화세계를 상기시킨다. 장르로 갈래를 나누자면 2003∼2004 겨울 시즌의 한국영화는 코미디가 양적으로 압도하는 가운데 한국 현대사를 소재로 한 야심작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위세를 겨루는 형국이다. 외화에서는 가을의 <킬 빌>에 이어 일본의 무사도가 유행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 톰 크루즈의 <라스트 사무라이>를 필두로 <바람의 검, 신선조> <사무라이>가 개봉한다. 12월 초부터 2004년 2월 말까지 개봉하는 영화는 여느 해보다 이른 설날 영화를 포함해 모두 68편(한국영화 17편 외국영화 51편). <러브 액츄얼리>식으로 말하자면, 올 겨울에도 세상은 영화로 가득하다.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영화의 제목 ‘러브 액츄얼리’는 “사랑은 사실, (어디에나 있다)”는 표현의 줄임말이다. 워킹 타이틀의 첫 히트작인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주제가가 <사랑은 어디에나>(Love is All Around) 였음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예감할 수 있겠지만, <러브 액츄얼리>는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한 워킹 타이틀표 로맨틱코미디의 자축연 같은 사랑영화다. 이 크리스마스용 핑크빛 선물 상자 안에는 무려 10개의 러브스토리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새로 다우닝가 10번지에 부임한 영국 총리는 다과를 담당하는 관저 직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아내를 병으로 여읜 남자는 아내가 남긴 의붓아들의 첫사랑을 응원한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배신당한 작가는 상처를 달래러 간 마르세유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파출부 아가씨와 마음이 통한다. 신랑 단짝친구의 호의를 얻어보려고 애쓰던 새 신부는 놀라운 비밀을 발견한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혀 있는 이 남녀들이 가는 모든 장소에는 캐럴 송으로 컴백한 주책바가지 로커 빌리의 <크리스마스는 어디에나>가 흐른다. 물론 막판에는 망나니 빌리의 쑥스러운 사랑 이야기도 이 복잡한 태피스트리에 슬쩍 끼어든다. 아름다운 결혼식, 쿨한 장례식, 휴 그랜트의 주름, 중대한 대목에서 물의를 빚는 미스터 빈까지, 워킹 타이틀 코미디에서 당신이 기대할 만한 사탕과 초콜릿이 빠짐없이 서빙된다. 빌리 밥 손튼이 미국 대통령으로 출연해 전임자 블레어와 달리 꼿꼿한 휴 그랜트 총리에게 봉변을 당한다. 요컨대 <네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브리짓 존스의 일기> <노팅힐> <어바웃 어 보이>의 홀리데이 샘플러. 미스틱 리버 Mistic River 지미, 숀, 데이브, 영원한 우정을 다짐한 보스톤의 삼총사. 그러나 괴한에게 유괴당한 데이브가 성적 학대를 받고 풀려난 뒤, 그들은 불편하고 소원해져서 다시 만나지 않는다. 25년 뒤 이들은 예기치 않은 사건을 계기로 상봉한다. 지미(숀 펜)의 딸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이 사건의 수사를 숀(케빈 베이컨)이 맡는데, 유력한 용의자로 데이브(팀 로빈스)가 지목된 것이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비극적인 사건을 마주하며, 이들은 서로를 묶어 놓은 인연의 끈을 저주하기에 이른다. 아직까지도 대중에겐 감독보다 배우로 더 친숙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세 친구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범죄라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 주변인들의 운명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더욱이 그것이 아동에게 가해진 범죄 행위라면, 그 파장은 가늠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 그렇게 과거는 ‘인과관계’를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로 살아 숨쉬고 있다는 이야기.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미스틱 리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진중한 연출과 공인된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드라마. 갈수록 무르익는 노장 이스트우드의 연출력과 숀 펜의 신들린 듯한 연기가 과소평가된 ‘사건’이 올해 칸영화제 최대 이변으로 꼽히기도 했다. 요컨대 ‘과거는 오래 지속된다’는 깨달음을 얻은 세 친구 이야기.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The Lord of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관객에겐 3년째, 제작진에겐 7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절대반지의 여정이 올 겨울 드디어 막을 내린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을 통해 할리우드의 특급 감독으로 부상한 피터 잭슨은 애초 3부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절대반지가 파괴되고, 사우론이 패퇴하고, 아라곤이 왕위에 오르는 등의 희망적인 결론을 향해가지만, 그 과정에서 프로도 등은 이기적 욕망과 대의명분 사이에서 갈등하며 어두운 심연을 헤매게 되는데, 그는 이렇듯 화려하고도 비장한 마지막 장의 이중적인 톤을 좋아한다고 했고, 그것을 살려내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개된 3부의 예고편 카피가 “고통없는 시련은 없고, 희생없는 자유는 없다”인 것은 그런 이유. 특히 프로도와 샘, 그리고 골룸의 애증관계가 밀도 있게 다뤄진다고 전해진다. 2부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거미 괴물 셸롭의 위용, 헬름 협곡 전투의 20배에 달한다는 펠렌노르 전투의 스펙터클이 3부의 주요한 볼거리로 예고되고 있다. <반지의 제왕>의 1부 <반지원정대>와 2부 <두개의 탑>은 전세계적으로 18억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보수적인 아카데미로부터도 6개의 트로피를 따낸 바 있다. 수상 내역이 기술부문에 국한된 것을 아쉬워한 팬들은 내년에야말로 3부작을 마무리한 피터 잭슨의 공을 치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주요 부문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요컨대 사상 최대의 전쟁영화, 그리고 어두운 성장 드라마로 귀결될 반지의 운명. 실미도 김일성의 목을 따기 위해 살인기계가 되는 훈련을 받았던 실미도 특수부대의 실화를 제작비 100억원이 투자된 영화로 재현했다. 684부대라고 불렸던 실미도 특수부대는 1968년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 특수부대 31명이 박정희 암살을 목적으로 남파된 사건에 맞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북파계획이 없어지면서 처치 곤란한 존재가 된다. 1971년 그들은 실미도를 지키던 군인들을 사살하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로 가다가 대방동에서 대부분 사살되는데 영화는 그들의 비극을 선이 굵은 드라마로 재구성하고 있다. 설경구는 여기서 뒷골목을 전전하다 사형선고를 받은 남자 인찬으로 등장한다. 북으로 넘어간 아버지 때문에 30여년간 연좌제에 묶여 있던 인찬은 빨갱이에 대한 증오심으로 특수부대의 임무를 철저히 따른다. 인찬을 실미도로 끌어들이는 특수부대 교육대장은 안성기가 맡았다. 그는 오합지졸이었던 실미도 특수부대를 최강의 정예요원으로 키워내지만 끝내 국가에게 배반당하는 군인이 되고 만다. <실미도>의 등장인물은 한마디로 시대의 희생자들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명령에 충실했고 애국심이 투철했지만 그랬기 때문에 치유할 수 없는 역사의 상처로 남는다. 영화는 그 참혹한 배반의 계절에 그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 그려내고 있다. 그간 적은 예산으로 빨리 찍는다고 소문이 났던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를 순제작비 100억원이 투자되는 대작으로 그려냈는데 실미도 훈련장, 대방동 거리 등 세트제작에만 3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북으로 침투한 부대원들이 중도에 작전이 취소되어 돌아오는 장면은 이탈리아 남쪽의 섬나라 몰타에서 촬영했으며, 겨울장면을 찍기 위해 전 스탭이 뉴질랜드행 비행기를 타기도 했다. 요컨대 국가와 역사에 배신당한 자들의 처절한 비극. 동해물과 백두산이 ‘광복절 특사’는 약과다. 감옥으로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 두 남자는 원하던 자유를 잠시나마 맛본 것 아닌가. 그러나 여기 두 청년이 처한 사정을 들어보라. 딱하기 그지없다. 그러니까 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선인민군 해군 제13전대가 자리한 매봉산 기지에 있었다. 말수 없고 매사에 원리원칙을 따지는 북한 장교 최백두(정준호)와 수다 떨다 지치면 제대일 헤아리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병사 림동해(공형진)는 문제의 그날 밤,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걸쳐두고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기억은 딱, 거기까지다. 이튿날 그들 앞에는 피서철에 접어든 남한의 동해안이 펼쳐져 있다. 입 열면 옌볜총각이오, 위에서 내려왔다 자백하면 경찰들까지 굽신대니 기가 찰 일이다. 만취 끝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두 사람의 남한 탈출 작전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오버 더 레인보우>로 충무로에 상큼하게 첫발을 내딛은 안진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요컨대 우리 제발 월북하게 해주세요.

<살인의 추억> 대한민국영화대상 석권

올해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살인의 추억>(제작 싸이더스)이 국내외 영화제에서도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은 이 영화는 대종상과 영평상 주요 부문을 석권하고 산세바스티안, 도쿄, 토리노 영화제 등에서도 수상의 낭보를 전한 데 이어 30일 열린 MBC 주최 제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도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영화배우 안성기ㆍ송윤아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서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살인의 추억>은 최우수작품상과 함께 남우주연상(송강호), 감독상(봉준호), 각본ㆍ각색상(봉준호ㆍ심성보), 편집상(김선민), 촬영상(김형구) 등 6개의 트로피를 독차지했다. <살인의 추억>과 나란히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바람난 가족>은 여우주연상(문소리)과 여우조연상(윤여정)을 받았고 <지구를 지켜라>는 남우조연상(백윤식)과 신인감독상(장준환)에 뽑혀 각각 2관왕에 그쳤다. 10개 부문에 진출한 <장화, 홍련>은 신인여우상(임수정), 음향상(최태영ㆍ강경한), 미술상(조근현), 조명상(오승철) 등 4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원로감독 신상옥씨는 공로상을 수상했고 신인남우상은 <질투는 나의 힘>의 박해일에게 돌아갔다. 음악상에는 <클래식>(조영욱), 시각효과상에는 <원더풀 데이즈>(인디펜던스), 단편영상에는 <빵과 우유>(원신연)가 선정됐다. 제2회 대한민국영화대상의 심사는 문화예술계 전문위원 500명과 인터넷으로 선정된 일반위원 500명이 맡았으며 수상자에게는 최우수작 5천만원, 감독상 3천만원, 남녀 주연상 각 2천만원 등 모두 2억4천만원이 전달됐다. 제1회 MBC 영화상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지난해 시상식에는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취화선>이 출품을 거절해 빛이 바랬으나 올해는 주요 화제작이 모두 후보에 오른데다가 `나눠먹기'나 `밀어주기' 의혹도 제기되지 않아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촬영상과 미술상을 제외하고는 대리 수상도 없었고 주요 부문 후보자들도 대부분 참석한 가운데 수상 결과를 현장에서 발표해 진행도 활기를 띠었다. MBC가 지상파 방송사라는 `파워'와 거액의 상금을 동원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한다는 `영화인의 큰 잔치' 대종상이 머쓱해진 날이었다.(서울=연합뉴스)

[해외단신] 리안 감독 신작은 게이 서부극 외

◆리안 감독 신작은 게이 서부극 <헐크> 이후 뚜렷한 신작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던 리안 감독(사진)이, 두 카우보이의 사랑을 그리는 게이 서부극을 연출할 것이라고 <할리우드 리포터>가 보도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제목의 신작은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E. 애니 프록스의 원작을 각색하는 영화로 1960년대 와이오밍과 텍사스 평원에서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지는 카우보이들의 이야기다. ◆<사우스파크> 작가의 로맨틱코미디 <사우스파크>의 작가인 조시 로비스와 대린 모아젤이 매튜 매커너헤이가 주연하는 로맨틱코미디 <디어 델리아>의 시나리오를 쓴다. <디어 델리아>는 여자 필자를 가장해 조언 칼럼을 쓰는 바람둥이의 이야기. 매커너헤이가 세운 제작사에서 직접 만든다. ◆조지 로메로 신작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의 조지 로메로가 좀비영화 <다이아몬드 데드>를 연출한다. <다이아몬드 데드>는 재능없는 80년대풍 록밴드가 사고로 몰살당한 뒤,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싶어했던 여가수가 사신과 계약을 맺어 그들을 부활시키는 이야기. 록밴드는 기대와 달리 좀비가 되어 돌아오지만 뜻밖의 인기를 얻는다. 현재 제작비 투자를 받고 있는 <다이아몬드 데드>는 <록키 호러 픽처쇼>의 리처드 하틀리가 음악을 맡는다. ◆인디 영화인, MPAA 제소 독립영화단체인 IFP와 인디 영화인들이 MPAA의 스크리너 금지령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뉴욕 법원에 제기했다. 이들은 MPAA가 스튜디오 대표들과 공모해 경쟁의 공정성을 해치고,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와 공모해 다른 비평가협회가 주최하는 영화상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뉴욕 남부법원은 12월3일 이들의 제소 내용을 1차 청취한다. 한편 MPAA의 리치 테일러 대변인은 인디 영화인들의 고소 내용이 불법복제를 근절해 크건 작건 영화산업을 보호하려는 금지령의 본뜻을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실리 섬 주민들 탄원서 작성 이탈리아 시실리 섬 콜레오네 마을의 한 변호사가 마을 이름을 바꾸게 해달라는 탄원서 작성에 들어갔다. 변호사 안토니오 디 로렌조는 “영화 <대부> 시리즈와 동명소설로 인해 마을의 이미지가 나빠졌다”면서 무고한 주민들을 마피아와 연결짓는 일이 더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마을의 고위행정관계자는 “어리석은 일”이라며 “오히려 그 명성을 경제적, 문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에 대한 일종의 인류학적 보고서,<러브 액츄얼리>

워킹 타이틀식 로맨틱코미디의 정수를 모은 크리스마스용 컴필레이션. <러브 액츄얼리>는 실로 방대한 야심을 품은 로맨틱코미디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로맨틱코미디를 영국 최고 수출품목 중 하나로 만들어낸 리처드 커티스는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한두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만족하지 않고 마치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을 영화 한편에 녹여내겠다는 듯, 20여명의 캐릭터가 동시에 펼치는 다종다양한 사랑을 ‘앙상블영화’로 그려낸다. 크리스마스를 얼마간 앞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막 둥지를 튼 총리(휴 그랜트)는 식음료 담당자 나탈리(마틴 매커친)에게 호감을 가지며, 동생과 바람을 피운 아내를 떠나 마르세유에 온 작가 제이미(콜린 퍼스)는 포르투갈 출신 파출부 오렐리아(루치아 모니즈)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낀다. 대니얼(리암 니슨)은 사랑했던 아내를 잃은 슬픔에 빠져 있고, 양아들 샘은 미국에서 온 조안나에게 잘 보이려고 고민 중이며, 총리의 여동생 캐런(에마 톰슨)은 남편 해리(앨런 릭먼)의 부정을 눈치챈 뒤 시름에 빠진다. 해리의 회사에 근무하는 새라(로라 리니)는 회사 동료 칼(로드리고 산토로)을 짝사랑하지만 한마디 고백도 못하며, 사랑하는 친구 피터와 줄리엣(키라 나이틀리)의 결혼을 접하는 마크(앤드루 링컨)의 표정은 우울하다. 여기에 마약중독에서 빠져나온 나이든 록 가수 빌리 맥(빌 나이히), 화끈한 미국여자들과 즐기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하는 콜린(크리스 마셜) 등이 뒤얽히며 사랑의 갖가지 모습이 펼쳐진다. 이 가운데 드러나는 사랑의 표정은 이들의 배경과 사연만큼이나 다양하다. 신분의 장벽을 넘어서는 사랑, 언어를 뛰어넘는 사랑, 믿음을 잃어버린 사랑, 이성 대신 선택한 가족에 대한 사랑, 우정과 갈등하는 사랑, 진득한 우정에서 배어나오는 사랑 등등, <러브 액츄얼리>는 사랑에 대한 일종의 인류학적 보고서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물론, 리처드 커티스 특유의 유머 감각이 없었다면 이 ‘사랑의 소우주’는 팍팍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소심하던 총리는 미국 대통령이 나탈리를 집적대는 모습을 보고 강경한 대미정책을 주장하며, 빌리 맥은 TV쇼에 나와서 “마약은 사지 마세요. 록 스타가 되면 사지 않고도 즐길 수 있다”고 지껄인다. 총리가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다가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초상화를 보며 “댁도 그랬수?”라고 묻는 장면은 압권이다. 억지스런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보다 캐릭터 자체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커티스식 유머는 커플에서 커플로 시선을 옮겨가느라 정신이 없을 관객에 대한 세심한 서비스인 셈이다. 영화 초반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주제가인 <사랑은 어디에나>(Love Is All Arond)의 개사곡을 등장시키는 데서부터, 브리짓 존스를 연상케 하는 “허벅지가 두꺼운” 나탈리, <어바웃 어 보이>가 떠오르는 학예회 장면, <노팅 힐>과 유사한 총리의 러브스토리 등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워킹 타이틀과 리처드 커티스의 ‘자기반영적 유머’ 또한 흥미롭다. <러브 액츄얼리>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음악이다. 리처드 커티스의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음악은 수십명의 캐릭터와 그만큼의 러브스토리를 설명하는 내러티브의 기능을 수행한다. 결혼식장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스의 , 대니얼 아내의 장례식에서 나오는 베이 시티 롤러즈의 , 총리의 들뜬 마음을 표현하는 포인터 시스터즈의 , 칼에 대한 새라의 감정이 드러나는 노라 존스의 등의 음악은 대사와 설명 대신 캐릭터의 내면을 단박에 드러내는 요소다. 음악은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를 옮아가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사실, 원대한 야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사랑의 ‘모든’ 것을 드러내준 것은 아니다. 이 영화엔 동성간의 사랑이 빠져 있고, 피부색이 다른 사랑에 대한 은근한 불편함도 드러난다. 또 캐런과 새라의 에피소드에서 그렇듯, 중년에 가까운 여성들의 사랑은 소외돼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분명 백인 중산층이 느낄 수 있는 팬시한 사랑에 한정해 따사로움을 베풀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러브 액츄얼리>는 이러한 약점에 대해 눈감아버리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한편의 영화에서 동시에 만나기 힘든 당대의 대배우들이 등장하며, 푸근한 로맨스와 기분 나쁘지 않은 웃음이 행복하게 공존하는데다, 무엇보다 삶의 진실이 투명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브 액츄얼리>는 모든 사랑을 보여주진 못한다 해도, ‘모든 곳엔 사랑이 정말로 있다’는 점만큼은 설득력 있게 일깨운다. 액추얼리! :: 리처드 커티스에 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여러 편의 시나리오와 한편의 연출작 “워킹 타이틀이 훌륭한 성적을 유지해온 건 사실이지만 알고보면 그것은 순전히 리처드 커티스(47)라는 한 작가의 공적이다.” 한 영국영화계 인사의 말은 약간의 과장이 있을지언정, 거짓은 아니다. 워킹 타이틀이라는 영국의 소규모 독립 영화사를 세계에 알린 1994년의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은 일종의 신화였고, 이 신화의 최고 영웅은 바로 커티스의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을 닮은, 소심하면서도 우유부단한 남자와 미국 여자, 그리고 떠들썩한 주변 인물들의 이 소박한 사랑 이야기는 워킹 타이틀을 세계 영화계에서 중요한 제작사 중 하나로 끌어올렸고, 휴 그랜트를 모든 여성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스타로 격상시켰으며, 450만달러로 전세계 수익 2억5천만달러를 기록했을 뿐더러, 영국 영화산업의 지형도를 일거에 바꿔놓았다. 사실, 커티스가 <네번의…>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둔 것은 요행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영국에선 손꼽히는 TV 시리즈 작가였다. 옥스퍼드대학을 나온 그는 TV코미디쇼 의 각본팀에 합류하면서 경력을 쌓기 시작해, 곧 영국 역사를 코믹하게 변주한 80년대 최고 인기시리즈 <블랙애더> 시리즈의 각본을 맡아 성공의 가도에 섰다. 80년대 말 그는 <블랙애더>의 주인공이자 공동 각본 저술자이며, 옥스퍼드 친구이기도 한 로완 앳킨슨과 함께 <미스터 빈> 시리즈를 만들었고, 첫 영화 시나리오인 <톨 가이>를 통해 에마 톰슨을 무명배우에서 톱스타로 올려놓았다. 워킹 타이틀에 합류해 팀 비번과 에릭 펠너, 던컨 켄워시 등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그는 2001년 영국의 언론 <가디언>에서 선정한 ‘미디어계에서 영향력 있는 100인’ 중 10위에 오르며 위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복잡한 영화를 감독 데뷔작으로 삼은 것에 대해 그는 “새 작품을 구상하던 중 내가 로버트 알트먼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쉬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또 내가 좋아하는 우디 앨런의 중기작 <한나와 그 자매들> <범죄와 비행>에도 마찬가지로 멀티 캐릭터, 멀티 스토리가 존재한다. 또 <스모크>나 <펄프픽션>도 그렇다. 언제나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에 이런 구상을 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차기작으로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 중이며, 올해 12월31일 특집방송될 30분짜리 <블랙애더> 스페셜과 현재로선 영화가 될지 TV시리즈가 될지 불투명한 <미스터 빈> 프로젝트도 챙기고 있다.

보고싶은 스토리의 나태한 진행,<낭만자객>

한을 풀기 위해 자객을 고용한 귀신들, 그런데 잘한 일일까? <낭만자객>은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을 만든 윤제균 감독의 세 번째 영화다. 그는 스타나 대규모 자본 없이도 경이에 가까운 성공을 거두어왔고, 기획에 승부를 거는 그의 전술은 제작비 35억원을 확보한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어리숙한 자객 일당과 한을 풀기 위해 그들과 연을 맺는 원혼들. <낭만자객>은 무협과 코미디를 포함할 수 있는 이런 설정을 바탕으로, 가능한 모든 웃음의 코드를 재봉질하듯 박아넣기 시작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낭만자객’은 예랑(최성국)이 이끄는 자객집단을 칭한다. 예랑은 구박덩어리 요이(김민종)를 데리고 어느 흉가에 들렀다가 귀신 신이(신이)가 모아놓은 눈물 999 방울을 마셔버린다. 그 눈물이 없으면 신이와 그 친구들은 승천할 수 없다. 대안은 그들을 죽인 자를 찾아 원한을 갚는 것. 귀신 향이(진재영)는 예랑에게 조선에 머물고 있는 청나라 최고의 자객 사룡을 살해하라고 주문하지만, 자기 몸 하나 건사할 줄 모르는 이 사내들은 비참하게 두들겨맞고 돌아온다. 참다 못한 향이와 신이, 다른 친구들은 자객들에게 영혼검법을 전수하기로 결심한다. 윤제균 감독은 <낭만자객>을 전작들보다 더 빨리 마음속에 떠올렸다고 한다. 그에게 영감을 준 영화는 <천녀유혼>이었지만, 두편의 코미디로 성공을 거둔 지금, <낭만자객>은 그 두편의 장점을 끌어와 뒤섞은 영화가 되었다. 뭘 하든 백발백중 실패만 하는 청년들과 그들보다는 능력도 있고 아름다운 처녀들의 만남은 <색즉시공>과 비슷하다. 영혼검법을 전수받던 자객들이 귀신들의 농염한 춤에 넋을 잃더니 제각기 짝을 짓고 밤을 보내는 식이다. 신이는 지난번과 똑같이 사투리로 걸쭉한 욕설을 뿜어대고, 최성국도 위엄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마찬가지로 허무하게 무너진다. 같은 뼈대와 같은 캐릭터, 같은 관계가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색즉시공>과 다르다. <색즉시공>은 한국영화가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했던 스무살 무렵 성애를 향한 갈망과 소박한 애정을 담은 영화였다. 신선하고 진솔했지만, <낭만자객>은 그 허물에 불과하다. 매사가 신기하고 즐거운 대학생들은 나이트클럽에 가서 춤을 추고 파트너를 사냥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복수를 염원하던 귀신들이 왜 느닷없이 옷을 벗어던져야 한단 말인가. <낭만자객>은 너무 자주 옷을 벗고 화장실을 뒤지는 영화고, 거기에는 이렇다 할 이유도 없다. <낭만자객>의 웃음이 <색즉시공>이라면 눈물은 <두사부일체>다. <두사부일체>는 조폭 두목이 고등학교에 편입한 코미디가 절반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그가 사학재단의 비리에 맞서는 눈물의 드라마였다. 이번에는 효순과 미선의 죽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조선의 기생들이 청나라 자객에게 살해당한 것도 모자라 어린 조선 소녀가 청나라 관료의 화살에 맞아 죽는 것이다. 아이의 작은 몸이 화살에 꿰뚫리고, 공중으로 떠올라 나무에 못박히는 장면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관청에 몰려가 항의하는 군중, 홀로 떠도는 아이의 투명한 영혼, 아끼느라 들고만 다녔던 꽃신을 아이에게 신겨주는 오빠의 손길이 이어진다. 영화 한편을 다 보고나니, 다른 영화 하나를 더 보여주는 것 같다. 단점이 많았지만, 윤제균은 관객과 친한 감독이었다. <두사부일체>의 말장난이나 <색즉시공>의 화장실 유머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선 웃음을 주었다. 그러나 <낭만자객>은 나태하다. 신이가 ‘ㅡ’와 ‘ㅆ’ 발음을 못해 놀림받는 장면은 닳고 닳아 구멍이 날 정도로 오래된 유머다. 예랑이 펼치는 고수검범, 장난을 쳐서 고수의 정신을 흐리게 한 다음 칼을 들이대는 검법도 너무 낡았는데, 틈만 나면 자꾸 나온다. 게다가 이 영화는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요이가 사모하는 듯한 페이페이는 청나라 여인이다. 그녀가 왜 조선에서 가족과 살고 있는지는 보도자료를 봐야만 알 수 있다. 동료들과 함께 납치 임무를 완수한 요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혼자 떨어져 페이페이의 집에서 놀다가, 숲속에서 길을 잃고 처음 보는 흉가에 들어간 동료들을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찾아낸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낭만자객>은 누구나 보고 싶어할 만한 스토리를 찾아낸 영화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대담한 윤제균의 유머도 여전히 허를 찌르는 재미를 준다. 거침없이 욕설과 비속어를 주고받으면서 신세를 한탄하는 귀신들이나 무도장에서 댄서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자객들은 장르나 시대구분에 조금도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이 그처럼 성공하지 않았더라면, <낭만자객>은 좀더 자유로운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배우들역전의 용사들과 새로운 지원군들 윤제균 감독은 <색즉시공>을 찍으면서 다른 감독들이 돌아보지 않던 배우들로부터 절묘한 코미디 연기를 뽑아냈다. 그 배우들 최성국과 진재영, 신이는 이번에도 만날 수 있다. 차력시범을 보여주던 선배 최성국은 준수하고 위엄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자객단 두목 예랑으로 출연한다. 요이와 거의 같은 비중을 가질 만큼 중요한 캐릭터로 성장한 경우. 최성국은 “감독의 연출도 자신있고, 선후배 배우들의 연기도 자신있는데, 제가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신이는 <색즉시공>에서처럼 거친 욕설을 달고 사는 경상도 출신 귀신 신이를 연기했다. <노랑머리2>에 출연하기도 했던 신이는 얼마 전 <위대한 유산>에서도 무표정하고 터프한 연기로 코미디의 재능을 증명한 배우. 몇년 동안 잊혀졌다가 <색즉시공>으로 재기한 진재영은 지난번과 달리 신이에 버금가는 욕설과 폭력으로 무장했다. 아름다운 귀신 향이로 출연한 그녀는 경상도 억양으로 “이런 고릴라 씨받이같은 *”이라고 욕을 퍼부으면서 몸싸움도 불사한다. 이들 외에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MC로 활동했던 이매리다. 박수무당과 바람이 난 그녀는 남편의 사주로 낭만자객에게 납치당하지만, 며칠 동안 이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인물. 그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나와 콩까려는 게냐”는 <낭만자객> 최고의 대사로 꼽힐 만하다. 이외에도 리포터 조정린이 예랑의 정혼자였지만 무사들에게 살해당하는 정린 공주로 출연하고, <똑바로 살아라>의 김흥수가 낭만자객의 일원으로 출연한다. 페이페이를 연기한, 공리를 닮은 듯한 배우는 <아리랑>의 황신정. 뜬금없이 중간중간 출연할 뿐이지만, 현지인과 비슷한 억양에 단아한 외모는 눈여겨보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