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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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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힘,<바람의 검 신선조>

막부에서 천황으로 권력이 이양되던 19세기 말의 일본. 쇼군을 지지하는 신선조에 가입한 하급무사 요시무라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자기만의 정의를 지켜낸다. 근대화의 물결과 함께 천황에게 권력이 넘어가던 막말(幕末) 시대는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이 자웅을 겨루던 전국시대와 함께 일본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으로 꼽힌다. 모든 것이 혼돈이었고, 선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자문해야만 했던 일본의 19세기는 음모와 배신, 전쟁과 암살 등이 휘몰아치던 격동기였다. <바람의 검 신선조>는 막말에 등장했던 사무라이 집단 신선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감동적인 드라마다. 일본 각지에서 몰려든 사무라이들로 구성된 신선조는 쇼군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개화파 유신지사들을 공격하고 참살하는 등 악명을 날려 ‘미부의 늑대’라 불리기도 했다. <바람의 검 신선조>의 주인공은 모리오카에서 올라온 하급무사 요시무라 칸이치로(나카이 기이치)다. 초반에는 돈만 밝히는 시골뜨기 무사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고향에서 존경받는 검술 사범이던 요시무라지만, 가난한 번의 하급무사는 생계조차 제대로 영위할 수 없었다. 영주를 배신하고, 오로지 가족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한 요시무라는 교토로 올라와 신선조에 가입하여 ‘돈’을 번다. 그의 덜떨어진 듯한 말투와 흐물거리는 웃음은,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기 위한 일종의 가면이다. 그러나 결국 시대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천황을 지지하는 세력이 신선조에서 떨어져나가고, 신선조는 패배가 예정된 싸움으로 나아간다. 이미 한번의 배신을 했던 요시무라는, 사무라이로서의 충성과 임무를 지킨다.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검을 버리지 않는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각색한 <바람의 검 신선조>는 드라마틱한 시대 상황 자체보다는 그 안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접근한다. <철도원>과 <파이란>(소설 제목은 <러브레터>)에서 이미 경험한 아사다 지로의 작품들은 한없이 낭만적이면서도, 남성적인 강인함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 나약하고도 고독한 삶이지만, 인간의 따뜻함을 결코 잃지 않으려는 갈망이 배어 있다. 자신의 정의를 위하여 살아가는, ‘살기 위해 죽인다’고 말하는 요시무라는 결국 ‘죽지 못해 살아간다’는 황폐한 마음의 사이토 조장까지 감동시킨다. <비밀>과 <음양사>를 만들었던 다키타 요지로 감독은 원작의 남성적인 서정을, 담담하지만 날카로운 연출로 부각시킨다. 때로 신파가 넘쳐나긴 하지만, <바람의 검 신선조>는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영화다.

[새 영화] <붉은 돼지>

오는 19일 국내 극장가에 상륙하는 <붉은 돼지>(紅の豚)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의 1992년작. <미래소년 코난>, <바람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으로 이어지는 미야자키의 필모그래피에서 <붉은 돼지>의 존재는 도드라진다. 그의 등록상표와도 같은 자연주의 대신 무정부주의와 반파시즘을 내세우고 있으며 일본이 아닌 1920년대 지중해를 무대로 삼아 이색적이다. 그러나 뚜렷한 악역이 없다는 설정이라든지 화해와 평화를 추구한다는 기조는 유지된다. 주인공은 1차대전(1914∼1918) 당시 이탈리아 공군 비행사로 복무하며 빛나는 전공을 세웠다가 전쟁의 무상함을 깨닫고 스스로 마법을 걸어 돼지가 된 포르코 로소. 이제는 아드리아 해 무인도에 은신처를 마련해놓고 붉은 비행정을 몰며 공적(空賊ㆍ하늘의 해적)을 소탕하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일하고 있다. 영화 도입부에서도 포르코는 유람선을 습격해 돈을 털고 어린이들을 인질로 삼은 공적을 멋지게 물리치고 어린이들을 구출해내 영웅이 된다. 공적들은 포르코 때문에 모처럼 노린 `한탕'이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자 미국인 비행사 커티스를 고용한다. 커티스와의 대결로 비행정이 심하게 파손되자 포르코는 밀라노에 자리잡은 피콜로의 수리공장을 찾았다가 피콜로의 손녀 피오의 도움으로 한층 기능이 강화된 비행정을 갖게 된다. 피오와 함께 은신처를 찾은 피콜로는 공적들에게 붙잡힌 뒤 피오를 걸고 커티스와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역사적 사실과는 동떨어진 만화적 설정이기는 하나 1차대전 당시 오스트리아ㆍ독일ㆍ터키 등 동맹국에 맞서 영국ㆍ프랑스ㆍ러시아 등과 함께 연합국의 일원으로 승리했던 이탈리아 공군의 자부심이 배어 있으며 1차대전 직후 부국으로 떠오른 미국에 대한 시샘도 깔려 흥미롭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중전이 첨단 특수효과를 동원한 3D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박진감 넘친다. 상영시간 93분, 전체관람가. (서울=연합뉴스)

2003 한국영화계를 돌아본다 [2]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50%대 - 정태원_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을 것 같다. 과거 음반시장에서 가요보다 팝이 우위에 있다가 가요 시장 위주로 재편된 것처럼 한국영화가 시장을 장악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장르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 특정장르의 영화만 선호했다면 이제는 장르에 상관없이 잘 만든 영화를 찾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공포영화가 잘되는가 하면 사극도 인기를 끄는 등 소재가 무척 다양해졌다.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올드보이>와 <살인의 추억>. 두 영화 모두 극장에서 2번씩 봤는데 처음엔 궁금해서 봤고 두 번째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봤다. 장소헌팅, 촬영, 미술, 음악, 연출 등 모든 면에서 굉장히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영화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지금 한국영화가 잘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오래 가느냐다. 배우 개런티가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너도나도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문제다. 예전에 <흑수선> 찍을 때 주연 4명 개런티가 합해서 3억원대였는데 이제는 어림도 없는 일이 됐다. 이런 식으로 개런티가 올라가면 제작자가 살 수 없게 되고 제작자가 살기 힘들면 영화산업이 어려워지게 된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예상보다 못했다. 지난해 관객을 1340만명 동원했는데 올해는 1천만명도 안 된다. 지금 한달째 칩거하면서 권토중래를 구상 중이다. 내년엔 시네마서비스에서 2편, CJ에서 2편을 투자받아 제작할 예정인데 한편이 성공하는 것보다 꾸준히 잘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낙관적으로 본다. 전체적인 퀄리티가 높아져서 개별 영화간 퀄리티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어느 정도 퀄리티 있는 작품이 전체의 60% 이상 차지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 같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하류인생>과 <태극기 휘날리며>. <하류인생>은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영화가 될 거 같다. 영화제용 영화가 아니라 정통 상업영화로서 뭔가 보여줄 거라고 기대한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굉장히 무거운 소재인데 그걸 어떻게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그간 나온 블록버스터가 무국적 블록버스터인 반면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는 그야말로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삼은 진짜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아닐까 싶다. <태극기 휘날리며> 대작시대 열까 - 김동주_쇼이스트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CJ의 약진이다. 멀티플렉스 경쟁에서 단연 앞서가고 있는데다 제작, 배급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형 스튜디오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퀄리티 있는 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응이 놀랍다. ‘다모폐인’이 나온 것처럼 <올드보이>도 폐인이 나오고 있다. 스포일러에 대해 관객 스스로 격렬히 항의하고 2∼3번 보는 일이 다반사다. 영화가 끝나면 즉석에서 토론하는 등 관객의 참여의식이 높아졌다.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올드보이>. 배급시사 때 기립박수가 나오는 영화는 처음 봤다. 얼마 전 포항의 한 극장에서도 기립박수가 나왔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쉬리> 제작비가 22억원, <친구>가 17억원이었는데 지금은 이런 영화 찍으려면 제작비가 2배 이상 든다. 손익분기점이 자꾸 올라간다는 점이 문제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옆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달마다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한해였다. 곽경택, 박기형, 박찬옥 등 좋은 감독과 작업하면서 느낀 게 많다. 좋은 감독과 작업하면 흥행에 실패할지언정 나쁜 영화가 나오지는 않는다. 과거엔 영화투자에서 시나리오와 배우를 중시했는데 이제는 감독을 더 중시하게 됐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진지한 드라마나 스릴러 등 다양한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완성도 높은 영화를 위해서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하게 된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태극기 휘날리며>. 지금은 순제작비 30억∼40억원대 영화는 무조건 안 된다는 분위기인데 <태극기 휘날리며>가 성공하면 대작 기획도 힘을 받을 것 같다. 한국영화라고 항상 저예산영화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제작비 5억원대 영화가 있는 반면 100억원대 영화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표배우, 대표감독이 만드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주목하게 된다. 강제규 감독은 한국의 영화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수입의 양극화 심화 - 이춘연_씨네2000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게 사건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영화의 해외수출이 전년대비 80% 증가했다는 걸 먼저 언급해야겠다. 또 12월에 통합전산망이 시험가동되는데 배급구조의 투명성을 위해 중요한 사건이다. 그리고 이창동 감독이 문화부 장관에 취임했다는 것과 확실히 해결은 안 됐으나 일단 시간을 벌어놓은 스크린쿼터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살인의 추억>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장화, 홍련> <황산벌> 등 다양하고 진지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는 것도 언급해야겠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플레너스가 프리머스를 내세워 극장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까지 시네마서비스와 CJ의 2강 구도였던 것이 이제 청어람과 쇼박스가 가세해 2강2중 구도로 전환하고 있다. 또 배급에서 와이드릴리즈가 계속 강화되고 있고, 주목할 만한 조연배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 스타들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적역 위주의 캐스팅으로 바뀌면서 캐릭터를 잘 살리면 흥행에 성공하는 변화가 생겨났다. 남도 영상위원회에 이어 제주, 대전에서 움직임이 일고 있는 등 영상위원회가 활발해지고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또 스탭들의 개별 계약이 일반화하면서 처우 개선을 위한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관객이나 연기자들이 연령적으로 낮아진 현상도 보인다. 3.<살인의 추억>. 등장인물이 주역부터 단역까지 나름대로 한 가닥씩 하고 있다. 어떤 인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살렸다. 또 힘들고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에 역사적 배경을 섞어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제작자 입장에서 가장 부러운 영화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영화별 수입의 양극화 현상이다. 무슨 뜻이냐면 와이드릴리즈를 강화하다보니 상영 기간이 일찍 종료되고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 대박영화는 적어지고 흥행에 실패하는 영화는 많아지고…. 전체적으로 손익분기점에 근접하는 영화들의 수가 작아졌다. 스타급 배우의 개런티가 수직 상승했고, 인터넷상에서 영화 파일들의 불법 유통이 심각해졌다. 그리고 나도 잘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 바람처럼 감각에 치우친 표피적인 영화들이 양산될 우려가 엿보인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현상 유지다. 원래 난 버티는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올해만 따지면 성공이다. 외화 수입도 하지 않고 프로덕션만 가지고 한국영화만 만드는 입장이란 점에서 성공적이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낙관적 측면에선 와이드릴리즈가 강화돼 영화 수입이 양극화됨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으로 많이 진출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보인다. 또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 다양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해서 이 기운에 힘입어 장르의 다양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비관적인 건, 제작비 상승에 따라 실험성이나 예술성을 지닌 또 다른 측면의 다양한 영화가 흥행성이 적다는 이유로 제작이 안 되거나 상영기회가 적어지는 문제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실미도> <태극기> <효자동 이발사> <하류인생>. <지구를 지켜라!> 소재·연출 참신 - 오정완_영화사 봄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라간 것. 한국영화 점유율이 40% 이상을 3년 동안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숫자의 이면에는, 독자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되기에는 많이 부족한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영화라는 문화상품이 한-미통상협정 등 경제 논리에 종속돼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다들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작품성과 소재의 신선함, 완성도 등 전체적으로 좋은 작품들이 흥행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코미디영화가 극장가를 평정했던 지난해과 제일 달라진 부분이 아닐까.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스캔들…> <올드보이> 등 올해 흥행 수위를 기록한 영화들은 작품성과 소재의 새로움에서 다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홍콩영화가 망해가던 시절과 비슷한 망조가 든 것이 아닌가?’란 의구심을 희석시켜주었다. 역시 잘 만들면 관객이 반응한다, 라는 반가운 사실의 확인.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한마디로 신선하고 새로운 영화다. 소재와 연출 스타일에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혀주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시도들이 한국영화가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물꼬를 트는 첨병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비록 관객에게는 외면받았지만 말이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올해만의 우려는 아니다. 한국 영화산업이 해결하지 못한 여전한 문제점들. 그러니까 안정적인 투자자본의 부족, 영화별로 다양한 배급구조가 확보되지 않고 있는 점,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의 정착이 안 된 점 등등등.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영화사 봄으로서는 과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준 한해인 듯. 하지만 더 큰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 새로운 양적, 질적 도약의 계기를 찾아야 되지 않을까?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다양한 시도들이 혼재할 것 같다. 일련의 인터넷 소설들의 영화화 레이스가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도 궁금하고 전통의 강호들이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아갈지도 궁금하다. 올해 확인된 것처럼 관객의 트렌드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코미디, 조폭영화만 잘된다, 무거운 영화에는 관객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공식도 없다. 좀더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의 영화들이 나타나지 않을지 기대된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태극기 휘날리며> <올드보이> 220만달러에 일본 수출 - 김미희_좋은영화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올드보이>가 일본에 220만달러에 팔렸다는 사실. 국내 흥행작의 경우 100만달러 이상을 받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친구>의 일본 흥행 성적이 여의치 않은 뒤로 올해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주춤한 상태였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한국영화가 장르적으로 다양한 접목을 시도했고, 관객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살인의 추억>에서부터 <올드보이>까지 영화적 퀄리티로 정면승부한 영화들이 승승장구한 것을 높이 사고 싶다. 이재용 감독이 <스캔들…> 끝내고 외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도 후배들에게나 한국 영화계에나 활력소가 될 것 같다.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살인의 추억>. 결말을 뚜렷하게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 관객이 너무 좋아해서 놀랐다. 내가 너무 정형화된 것 아닌가 싶어 그뒤로 영화계 아닌 다른 분야의 젊은 이들과 일부러 어울리려고 했을 정도다. <황산벌>은 기발한 아이템인데, 생각보다는 흥행 성적이 못 미친 영화 같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투자사가 원하는 배우가 아니면 여전히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영화사들은 많아 경쟁이 더욱 치열하니 개런티는 올라가고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서로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선생 김봉두> 개봉하고, <아라한-장풍대작전> 촬영을 끝냈다. 내년에 들어갈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 변영주 감독의 <발레 교습소>, 장규성 감독의 코미디 <여선생 여제자> 등을 준비했다. 개봉작이 적어 여유 갖고 충전할 수 있었던 해였던 것 같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올해처럼 관객은 트렌드와 퀄리티, 모두 선호할 것이다.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할리우드를 포함해서 해외쪽에 실질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 같기도 하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실미도>는 젊은 관객이 역사적 소재에 어떻게 반응할까, <태극기…>는 드라마와 스펙터클을 어떻게 결합시켰을까 하는 것. 어쨌든 두 영화 모두 잘돼야 한다. 그래야 그런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질 수 있을 테니까.

2003 한국영화계를 돌아본다 [1]

제작·투자자 10인이 말하는 올해의 한국영화 7문7답 지난해 이무렵 한국 영화계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금융자본의 철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2003년을 시련의 계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기회였다. 2003년 한국영화는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했고 대다수 제작자들은 지금 한국영화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과연 그들은 올해 어떤 사건을 겪었고 어떤 영화를 인상깊게 봤으며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강우석, 박동호, 차승재, 최완, 심재명, 오정완, 김미희, 이춘연, 정태원, 김동주 등 대표적 제작, 투자자 10인에게 7개의 질문을 던져 그 답을 들어봤다. 이강복 대표 퇴진 뜻밖의 사건 - 강우석_감독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CJ엔터테인먼트의 이강복 대표가 그만둔 게 가장 큰 사건이 아닐까. CJ를 대표하는 인물로 오랫동안 영화 일을 했는데 승진한 거 같지도 않고 갑자기 바뀌어서 놀랐다. 실로 뜻밖의 사건이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지난해 연말에 예측한 대로 퀄리티가 떨어지는 영화, 말장난에 치중하는 영화, 저급한 영화들이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잘 만든 영화, 정공법으로 승부하는 영화, 내공이 느껴지는 영화가 대접받는 상황이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올드보이>다. 엽기적인 소재인데 관객을 끌고가는 힘, 사건을 전개하는 솜씨 모두 만족스러웠다. 박찬욱 감독이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에 있었던 거 같은데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아직도 제작의뢰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읽어보면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 너무 많다. 올해 몇몇 완성도 높은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렇지 못한 수많은 영화들이 처참하게 죽어나갔는데 그런 실패를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신인감독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드는 한해였다. 앞으로 영화를 많이 만들고 싶다. 감독으로 일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너무 크다. <실미도> 개봉하고 나면 내년 6월쯤엔 <공공의 적2>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한국영화가 잘될 거라고 보지만 한 가지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영화가 잘됐을 경우 다시 한번 제작비 많이 쓰는 영화에 확 몰리는 현상이 벌어질까 우려한다. 기본적으로는 어떤 장르든 상관없이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올 거 같다. 장윤현, 장진, 류승완, 봉준호, 송능한 등 재능있는 감독들이 다 내년에 작품을 내놓을 예정 아닌가. 완성도 높은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불꽃 튀는 경쟁을 하는 한해가 될 것 같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이다. 제작발표회 때 “작품성이 떨어지지 않는 상업영화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정말 기대가 된다. 코미디 트렌드 하향세 - 차승재_싸이더스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CJ엔터테인먼트 이강복 대표의 퇴진이다. 대기업 출신 CEO이지만 영화계에 잘 적응을 했던 인물이고 문제작에도 투자를 많이 했다. 대기업 출신 경영자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뛰어났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의 퇴진은 사건이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코미디 트렌드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거 같다. 관객이 완성도 높은 영화쪽으로 돌아선 거 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동안 비슷한 코미디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관객이 물린 거 아닌가 싶다.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살인의 추억>이다. 영화를 만드는 여러 요소가 무엇 하나 빠짐없이 오케스트레이션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연출, 연기, 촬영, 미술, 음악, 편집 등 각각의 요소가 잘 맞물린 예라고 할까. 영화제작의 기본이 팀워크와 협업에 있다고 봤을 때 모범적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비용의 상승이다. 마케팅비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이런 상승폭이 지난해보다 훨씬 커졌다고 말할 순 없지만 비용 상승으로 수익을 내는 영화의 편수는 줄어든다는 게 문제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다. 생명유지장치가 다시 작동해서 연명하고 있는 느낌이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올해처럼 전체적으로 좋을 거 같다. <매트릭스> 시리즈도 끝났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끝나서 할리우드영화의 공세가 약해지지 않겠나. 완성도 높은 영화가 많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코미디 트렌드의 끝물을 탄 영화들이 내년 초에 대거 나와서 내년 상반기에 어느 정도 부작용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태극기 휘날리며>다.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로서 흥행잠재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흥행이 전체 한국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하는 점이다. 제대로 준비가 안 된 대작 기획이 뒤를 잇는다면 곤란할 것이다. <살인의 추억> <바람난 가족> 대박 - 박동호_CJ엔터테인먼트 대표 1,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여러 장르의 ‘웰메이드’(Well-made)영화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이다.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바람난 가족> <장화, 홍련>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끌어낸 여러 작품들이 성공했다. 이들 작품의 성공은 기존 기획·컨셉 중심의 한국영화 제작흐름을 바꿔놓았고, 향후 몇년간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웰메이드’영화 제작열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살인의 추억>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모처럼 관객-평단-관계자 모두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란 점에서 가장 인상 깊다. 4월 말 개봉한 <살인의 추억>은 올해 유일하게 4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마침내 전국관객(단매 제외) 510만명을 동원해 올해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조폭코미디’로 얼룩졌던 한국영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라 본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제작비의 전반적인 상승과 전체적인 한국영화 수익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연간 제작된 60여편 중, 10여편 정도만 크게 흥행되는 ‘부익부빈익빈’ 구조가 심화됐다. 또한 제작비 증가분에 비해 마케팅비 증가분이 큰 점은, 영화흥행을 위해 ‘영화 자체의 퀄리티’ 확보보다는 마케팅이라는 외적 ‘포장’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을 낳았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올해 흥행 톱 3까지 CJ 작품이 차지하는 등 그 어느 해보다 큰 성과를 거뒀다. 단순히 관객 수 1위를 차지한 양적인 성공뿐 아니라 작품들의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한해였다. 또한 CJ가 투자배급한 ‘웰메이드’ 작품 성공은 기존 기획·컨셉 중심의 한국영화 흐름을 바꿨다는 점에서 업계 리더로서 합당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기획·컨셉 중심의 제작흐름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작품성으로 관객을 공략할 ‘웰메이드’영화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흐름 향후 3∼4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싸이더스의 <말죽거리 잔혹사>와 힘픽쳐스의 <소금인형> 등을 꼽을 수 있다. 10대 주요 관객으로 부상 - 최완_아이엠픽처스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재미있는 영화, 웃기는 영화에 몰렸던 관객이 완성도를 따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완성도가 중요해지면서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제작사와 감독을 주목하게 됐고.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멀티플렉스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화 배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 10대 영화가 대두된 점을 들 수 있다. 올해는 공포영화가 10대 영화로 성공했는데 모바일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10대가 중요한 관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트렌드도 10대 문화의 영향이다. 투자, 배급사의 변화로 주목할 것은 CJ, KM컬쳐, 청어람, 아이엠픽처스 등이 인하우스 프로덕션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투자, 배급사가 직접 제작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살인의 추억>이다. 연기, 완성도, 재미,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켰고 영화제작의 지향점을 제시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멀티플렉스간 경쟁이 배급사간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CGV체인이 <위대한 유산>으로 도배된 반면 <영어완전정복>은 홀대를 당했는데 이런 식으로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작비 상승도 여전히 문제다. 요즘 영화를 보면 평균 총제작비가 45억원 정도인데 전국 150만명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전국 150만명이 넘는 영화가 1년에 10편도 안 나오는데 이런 구조적 취약점이 문제다. 와이드릴리스로 영화의 회전율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염려된다.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이 50%에 육박한다 해도 극장에 걸리는 날짜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스크린쿼터는 여전히 중요하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와 <영어완전정복>을 만들었는데 2편 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였다. 좀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 같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몇몇 회사가 계속 각광받을 거 같고 쇼박스가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태극기 휘날리며> <역도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 - 심재명_명필름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크린쿼터 축소 논의가 다시 시작된 거다. 스크린쿼터 유지는 노무현 정부의 공약사항이었는데 다시 축소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여론이 98년과는 다른 양상으로 반응했다. 영화계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일반인에게 널리 퍼졌고 언론도 필요없는 거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영화계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상황이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조폭코미디를 비롯한 코미디 트렌드가 약화된 반면 수준높은 영화들이 경쟁력을 되찾은 것이다.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바람난 가족> 등이 대표적인 영화다.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살인의 추억>. 감독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폭넓은 관객과 조우한 사례다. 완성도에서도 돋보였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총제작비 상승에 비해 기타판권에서 나오는 수익이 적어지고 있다. 비디오 시장은 급락했고 DVD 시장은 빨리 커지지 않고 있다. 극장수익에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문제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고군분투했다. 내년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수 있는 의미있는 한해였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더 올라갈 거 같다. 절대 관객 수도 늘어서 전국 1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올해처럼 완성도 높은 영화가 관객의 호응을 얻을 것 같고 하이컨셉의 영화보다 감독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웰메이드한 작품이 많이 나올 거라고 본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태극기 휘날리며>. 국내외에서 얼마나 많은 관객을 불러모을지 궁금하다. 과연 <쉬리>가 했던 것처럼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기능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3 대만영화 국제 심포지엄 - 차이밍량이여, 울음을 그쳐라

1. 허우샤오시엔의 리듬을 느끼다 몇년 전 처음 타이베이를 방문했을 때, 대만국립대학의 캠퍼스를 혼자 걷게 되었다. 밤이었다. 그러나 낮의 뜨거운 지열이 아직 남아 있었다. 잠깐 바람이 불었고 하늘을 쳐다보자 엄청난 키의 종려나무들이 보였다. 옆으로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드문드문 지나가고 나는 그들보다 느리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순간, 어떤 기시감, 데자뷰의 감각이 느껴졌다. 그건 허우샤오시엔 영화의 리듬이었다. <호남호녀>가 아마도 가장 가까울 것이다. 나는 꿈결 같은 그러나 슬픈 그 리듬감을 몸에 새기고 한국에 돌아왔던 것 같다. 지난 몇년을 돌아보면 내가 은밀히 가장 많이 마음을 빼앗겼던 것은 대만영화였다. 차이밍량, 허우샤오시엔 ,에드워드 양만이 아니다.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장초지 감독의 <흑암지광>을 보고는 지나치게 흥분해 남아 있는 다른 영화들을 보지 못한 적도 있었다. 사실 비평이나 이론을 하게 되면 머리가 분석적으로 그리고 가학적으로 회전하게 된다. 황홀경 상태에서 영화를 보는 지고지순한 쾌락을 뒤로 하고 관련 책들을 찾아 읽고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맥락을 생각하게 된다(또 그래야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끔 ‘사무치게’ 좋아하는 차이밍량의 영화에 대해서는 <애정만세>에 대한 짧은 평을 제외하곤 긴 논문을 쓴 적이 없다. 하지만 아뿔싸!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왔으니 바로 이번 학술회의가 그러했다. 대만영화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을 하는데 참석하겠냐는 대만 영화학자 로버트 첸의 연락을 받고 한편으로는 예의 황홀경을 지켜야하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다른 쪽에선 대만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라는 강렬한 바람이 생겨났다. 이럴 때는 욕망이 이기는 법! 더구나 차이밍량이 참석할 것이고, 허우샤오시엔이 경영하는 서점 겸 시네마테크에서 만찬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두말않고 가겠노라고 답장을 했다. 2. 폐허의 미학: 조리개와 스크린으로서의 대만 11월28일부터 11월30일까지 대만국립대학에서 열린 학술회의는 그야말로 당신이 대만영화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두세 가지 것들을 넘어 거의 전부를 알려주려는 기획의도를 갖고 있음이 분명했다. 대만의 루페이, 린웬치, 펭핀치아 등의 영화학자 등과 더들리 앤드루, 지나 마르체티, 크리스 베리, 데이비드 보드웰 같은 외국 학자들이 참석해 대만의 뉴웨이브와 그 이전의 역사, 하위 장르, 대만 영화사,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장초지와 대만의 흥행작 <더블비전> 그리고 리안의 <헐크>에 이르는 영화들을 분석하고 토론했다. 첫날 기조 연설은 더들리 앤드루 교수로부터 시작했다. 한국에도 번역된 <영화이론의 주요 개념들>(1984)의 저자인 그는 1981년 폴 앤드루와 공저한 <미조구치 겐지>라는 개론서로 일찌감치 아시아영화에 대한 관심을 보인 적이 있다. 이번 발표문은 ‘조리개로서의 대만, 스크린으로서의 대만’이라는 제목이다. 그는 홍콩의 “실종의 미학”에 대비, 대만을 ‘폐허의 미학’이라 부르면서 허우샤오시엔의 역사를 향한 조리개가 불안을 반영하는 스크린으로 나간다면 에드워드 양의 와이드스크린은 그 표면을 관통해 인터내셔널 근대성을 일별하게 한다고 진단한다. 허우샤오시엔의 <연연풍진>의 터널장면을 대만과 그 영화에 대한 진입로로 그리고 조리개로 볼 수 있지만, 막상 그 기차는 이미지를 기다리는 스크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리개가 스크린이 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우샤오시엔은 하나의 매개체로서 스크린을 가볍게 두드린 다음, 착시적 현실, 그 고통스러운 역사를 다시 경청하게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플라톤의 동굴과는 정반대되는 영화를 생성시킨다. 더들리 앤드루의 기조 연설에 이어 차이밍량, 허우샤오시엔의 영화에 대한 분석들이 이어졌다. 대만 차오퉁대학 림 키엔 켓 교수는 ‘누아르로서의 국가’라는 발표문에서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살인사건>(A Brighter Summer Day)을 누아르 장르로 읽으면서, 이 잃어버린 시간의 누아르가 냉전시대, 대만 우파의 독재정권 시기에 설정되어 있음을 환기시킨다. 소년 범죄자들이 자신의 조직원들을 관리하는 방식이, 독재정권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필름누아르와 이 영화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마지막엔 국가가 개입해 살인을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대만 누아르는 단순히 외로운 거리들, 쓸쓸한 탐정, 팜므파탈의 장르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를 다루는 장르가 된다. 3. 첫째 날 저녁: 차이밍량의 울음 차이밍량의 영화를 다룬 패널(내가 발표한, ‘영화의 (아시아) 집: 시간, 외상 그리고 초/국가’ 그리고 왕잉오의 ‘욕망의 (탈) 지도화’, 그리고 수젠이의 ‘세계화의 도시에서의 유령주체’로 구성)에는 차이밍량이 직접 참석해 발표를 경청하고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나는 그가 <하류>를 만든 뒤 대만 내의 비판을 견디다 못해 고향인 말레이시아로 가 있던 당시 잡지 <키노> 지면을 위해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 어려운 때도 차이밍량은 예의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얼굴과 맨발로 자신의 다음 프로젝트를 이야기했었다. 어떤 이는 차이밍량을 만나면 그 작은 키의 사람으로부터, 태산을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생생한 활기로 빛나는 다정다감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그는 학술회의장 밖에 이강생의 새 영화 <불견>(The Missing)과 새로 만든 <부산>의 입장권을 준비해놓고, 사람들에게 그것을 사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이어서 대만영화 관객에 대한 그의 불평은 10여분 정도 이어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학생회관에서 차이밍량과의 대화의 시간이 있었는데 빨간색 옷을 입은 이강생이 동반했다. 차이밍량은 <안녕! 용문객잔>이 비평적으로는 가장 많은 찬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배급이 되지 않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거기에다 이강생의 <불견>, 또 자신의 신작 <부산> 등의 제작으로 두 사람 모두 집을 은행에 담보설정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대만 관객이 완전히 할리우드에 침식되어 자신의 영화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중국이나 한국에 가서 영화를 찍을까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제영화제의 정치도 비판했는데 어떻게 공리와 같은 배우가 심사위원을 맡을 수 있는가를 개탄하면서, 공리가 말하길 대중이 좋아하는 영화에 수상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앞으로도 불쌍한 공리는 차이밍량 영화에는 나오지 못할 것 같다. <하류>의 강에 떠오르는 시체 역할이면 모를까). 그래서 국제영화제를 돌아다니는 것도 이제 매우 피곤하며, 생활이 곤란하다고, 급기야는 눈물을 흘렸다. 이강생도 짧게 몇 마디를 했는데 자신의 첫 번째 영화 <불견>이 부산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그것이 상당한 위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잠깐 <불견>과 <안녕! 용문객잔>의 장면들을 보았다. 차이밍량은 이제 극장표를 팔 시간이라면서 만원 정도의 가격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화감독으로서는 정말 할 수 없는 이야기까지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영화를 보지 못하더라도 표를 사달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표를 샀지만 차이밍량이 느끼는 위기감을 가늠할 길이 없었다. 그는 현재 중요한 잡지나 신문에 세계에서 중요한 20명 혹은 40명의 감독 중 한 사람에 꼽히고 있고, 그에게 헌정된 웹사이트들도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저토록 긴급한 호소를 하고 있고, 개별적으로 극장표까지 팔고 있으니 그 안과 밖의 간극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또 그런 차이밍량의 모습이 대만의 평론가들이나 다른 독립 영화작가들에게 그리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한 평론가가 차이밍량에게 이제 제발 그만 하라고 말했다고 해서 내가 그럴 것이 아니라 제작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 아니냐고 힐난하자, 다른 감독들보다 차이밍량의 상황은 훨씬 좋다고 설명했다. 4. 둘째 날: 여성 복수극과 갱스터영화 이튿날 세명의 여성학자로 이루어진 패널에서는 대만 뉴웨이브가 등장하기 이전의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의 영화를 다루었는데, 펭 핀치아는 1970년대의 블랙스플로이테이션영화(타란티노가 이 장르의 여성영웅 팜 그리어를 기용 <재키 브라운>을 만들었다) <클레오파트라 존스> 등과 대만의 여성복수극 영화 사이의 비교연구를 시도하려 했으나 바로 그 복수극 영화들이 대만 필름아카이브에 한편도 보관돼 있지 않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서 양 유안 링은 ‘대만의 지하세계를 다룬 영화에 대한 분석: <상해의 사회 파일에 관해> <분노> <사랑하면 죽여라>’라는 발표문에서 한때 ‘범죄영화’로 불렸던 영화들이 대만 영화연구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이 영화들이 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초, 대만사회의 정치·경제적 변화와 세계 지정학의 변화와 관계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즉 1975년에 미국과의 외교 관계가 단절되고 장제스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고 오일 파동이 있었으며 독재에 대항하는 시위가 일어나면서 사회적 불안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라는 것이다. 여성복수극 영화에 이어 만들어진 범죄영화는 당시의 이러한 공포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같은 패널의 랴오 잉 치의 논문 ‘계엄령 이후 시대의 정체성과 새로운 대만 갱스터영화’는 위의 관심에 이어 허우샤오시엔과 장조치의 영화들이 그 이전 대만의 갱스터영화에 깊은 영향을 받았음을 지적한다. 즉 1983년 대만의 뉴웨이브가 등장하기 이전 익스플로이테이션영화가 대만 영화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면서 117편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섹스와 폭력, 갱들이 주로 다루어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허우샤오시엔의 <비정성시> <남국재견>에도 갱들이 등장한다. 장초지의 <흑암지광>도 대만 원주민들과 본토인들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위의 발표문들은 이제까지 대만의 뉴웨이브를 작가적, 예술영화의 관점에서 균질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그 이전의 대중문화와 하위 장르 영화들과 만나게 하는 생산적인 연구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5. 셋째 날: 허우샤오시엔의 서점에 놀러가다! 마지막 날, 데이비드 보드웰의 허우샤오시엔의 텔레포토 미학에 대한 기조 강연에 이어 장초지의 영화를 대만의 뉴웨이브와 다른 ‘또 하나의 영화’로 설정하는 루 페이의 시도, ‘장초지 영화의 홀린 시간’이라는 크리스 베리의 발표가 이어졌다. 지나 마르체티는 리안의 <헐크>가 미국 내 이라크 사막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건드리고 있다고 보고, 비평적, 흥행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옹호되어야 할 영화라고 주장했다. 이어 로버트 첸의 <더블비전>의 스페셜 이펙트 효과와 영화의 디지털화에 대한 주목, 그리고 해적복제를 대만영화의 새로운 대안적 배급 경로로 보자는 카피레프트, 왕슈젠의 용감무쌍한 발표를 끝으로 3일간의 학술회의는 끝이 났다. 전반적으로 대만의 영화연구자들은 한해에 장편영화가 7편밖에 제작되지 않는 상황에 깊은 절망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한국의 영화정책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독일 뉴저만 시네마의 운명처럼 대만의 뉴웨이브가 한줌의 학자들과 미래를 위한 영감을 남겨놓고 끝날 것인가 아니면 장초지처럼 국제영화제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작가들과 <더블비전>과 같은 흥행작으로 명맥을 잇다가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인가는 여전히 미지수다. 드디어, 학술회의가 끝난 저녁 허우샤오시엔이 기획했다는 성품문고로 향했다. 옛 미국대사관 자리에 들어선 이 새로운 타이베이의 명물은 그야말로 영화광들의 천국이었다. 특히 오주의 <만추>가 상영되는 와중에 홍콩, 대만, 일본의 DVD들을 마음껏 고를 수 있었고 영화책들도 상당했다. 우리는 서로 부딪치면서 열심히 희귀 DVD를 찾아냈다. 이층에는 카페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 대만국립영화학교 학생들이 만든 영화를 함께 감상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작품으로 판단하건대 대만 학자들의 우려는 기우로 보였다. 다만 할리우드에 경도된 관객을 대만의 포스트 뉴웨이브의 영화로 어떻게 다시 유혹해낼 것인가, 는 여전히 문제로 보인다. 여하간 차이밍량 감독이 울음을 그치고 이런 새로운 젊은 감독들과 더불어 대만영화에 또 한번의 변화를 가져오길 바랄 뿐이다.

영화사신문 제27호(1964∼1965)

영화사신문 제27호 The Cine History 격주간 · 발행 씨네21 · 편집인 김재희 1964 ~ 1965 '마카로니 웨스턴' 나가신다 개척정신은 없다, 단지 냉혹한 총잡이의 세계만 있을 뿐 세르지오 레오네 <황야의 무법자>/b> 세르지오 레오네,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리고 엔니오 모리코네. 세 사람으로 충분했다. 60년대 들어 시작된 서부영화의 탈신화화는 이 세 사람의 협업으로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형식의 장르를 탄생시켰다. 64년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65년 <속 황야의 무법자>(For a Few Dollars More)는 ‘마카로니 웨스턴’(macaroni western)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원조격인 미국 서부극을 압도할 정도의 인기를 얻었다. 동시에 기존의 미국 서부영화가 왜곡했던 미국 역사에 대한 비판적 텍스트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스페인에서 촬영한 광활한 풍광, 심도를 왜곡시키는 광각렌즈의 사용 등 레오네의 화려한 시각적 양식은 서부영화 장르의 관습을 완전한 의식(儀式)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는 평을 얻고 있다. <황야의 무법자>는 한 사나이가 강력한 두 패거리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며 이익을 챙기고, 끝내 그들을 제거한다는 내용. 플롯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61년작 <요짐보>(Yojimbo)에서 따왔다. 찌푸린 인상에 담배를 씹어 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별다른 명분도 없이 그저 냉혹하고 자기 자신만을 챙기는 새로운 총잡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잔혹하고 강렬한 서부극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낸 레오네 감독은 사실 밥 로버트슨이란 미국식 가명으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고, 다른 이탈리아 스탭 역시- 심지어 엔니오 모리코네는 댄 사비오라는 이름으로- 가명을 사용했다. 10만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야외촬영은 스페인에서, 실내신은 로마의 시네시타에서 찍었다. ‘무법자’ 시리즈, 다시 말해 ‘마카로니 웨스턴’의 출현을 얘기할 때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애초 클래식의 대가를 꿈꾸었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음악을 맡기 시작했는데, <황야의 무법자>로 뜨기 전에도 몇개의 가명을 쓰며 <일 페데달로> 등 영화작업에 참여해왔다. 모리코네의 음악은 웅장한 현악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영웅화하거나 갑작스러운 휘파람 소리로 그것을 조롱하기도 했다. 레오네는 모리코네를 자신의 ‘각본가’라고 부를 정도였는데, 그것은 감정을 표현해주는 그의 음악이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레오네 감독은 66년 개봉을 목표로 ‘무법자’ 시리즈의 완결판격인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The Ugly)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컬러는 ‘마음 상태로서의 풍경’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붉은 사막>으로 현대적 미감 창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자신의 첫 번째 천연색 영화 <붉은 사막>(The Red Desert, 1964)에서 상징적이고 표현주의적 색채를 사용, 현대영화의 새로운 미감(美感)을 창조했다. 이 영화는 신경증에 시달리는, 부유한 엔지니어의 아내 질리아나(모니카 비티)가 산업사회의 불모지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개인적인 혼돈, 그리고 자연과 산업사회가 복잡하게 충돌하는 과정을 안토니오니는 상징적 색채와 추상적 형식미를 통해 모던하게 드러냈다. 공장에서 뿜어져나오는 파도치는 거대한 노란색 연기, 항구의 회색 안개를 뚫고 계속해서 오가는 선박들, 그리고 공장 쓰레기에 불쾌한 빛을 던지는 산업염료들, 이 모든 것이 마을의 자연적 풍광을 침입해 들어가는 것들로 제시된다. 또한 깊은 붉은색과 녹색은 남편의 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주인공의 정신상태를 드러낸다. 반면 밝은 색조는 그녀가 공상의 나래를 펴 판타지로 진입할 때 쓰였다. 여주인공의 정신질환은 현대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소외와 고독에 대한 징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안토니오니가 산업 구조물에서 발견한 단아한 선들과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순도의 색채, 매혹적인 질감 등은 그를 가장 현대적인 감독 중 한 사람으로 자리잡게 했고, 1964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안겨주었다. 영화계도 비틀스 열풍 일상 다룬 <하드 데이즈 나잇> 개봉, 리처드 레스터 자연스런 카메라와 신선한 영상으로 큰 반향 미국의 리처드 레스터 감독은 별다른 플롯없이 희대의 스타 비틀스의 일상을 그냥 쫓아다녔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같기도 한 독특한 영화 한편을 만들어냈다. 주연이야 당연히 비틀스의 멤버인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64년작 <하드 데이즈 나잇>(A Hard Day’s Night)이다. 영화는 비틀스 멤버들이 리버풀에서 ‘비틀마니아’(Beatlemania)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TV쇼 출연차 런던행 기차에 오르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런던에 도착한 비틀스 멤버들은 리허설 도중 무대를 빠져 나와 TV 연출진을 당황하게 한다. 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캔 바이 미 러브>(Can’t Buy Me Love)를 배경음악으로 공터를 달리는 비틀스 멤버들은 영화팬들을 열광시켰다. 비틀스 멤버들의 무정부적인 성향을 반영이라도 하려고 했을까. 레스터 감독은 비틀스 멤버들을 그냥 내버려둔 채 영화를 찍었다. 때로는 헬기를 동원하기도 하면서. 그리고 파격적으로 의외인 장면에 비틀스의 음악을 배치하고, 과감한 점프 컷(jump cuts)과 플래시백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메라 기법을 자유롭게 동원했다. 이 작품은 막 스타덤에 오른 비틀스의 하루를 따라가보자는 감독 리처드 레스터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고, 이를 계기로 레스터는 유명세를 얻었다. 영화 내엔 타이틀곡인 <하드 데이즈 나잇>을 비롯해 히트곡 13편이 들어 있다. 이 영화는 비틀스가 TV쇼인 <에드 설리반 쇼>에 출연, 미국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한 뒤 얼마 되지 않아 개봉되었다. 중국 문화혁명 바람 마오쩌둥 “사회주의적 혁신” 성토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이 ‘문화’ 개념의 재정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중국 영화계에도 한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 영화계의 쇄신 조짐은 마오의 아내인 장칭(江靑) 휘하에 있는 연극계에선 이미 기정 사실화된 것이다. 모든 고전적인 레퍼토리는 진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마오 주석은 64년 2월 <인민일보>를 통해 “작가들, 극작가들, 영화감독들이 당의 노선을 따르고 있지 않다”며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마오는 이어 “그들은 수정주의라는 미끄러운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라며 “온 나라가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지난해(1963) 12월에도 마오는 “많은 영역에서 사회주의적 혁신은 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과거의 것들이 아직도 군림하고 있다”고 성토한 바 있다. 매년 480여편의 작품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 영화계에 이데올로기 측면의 급격한 변화가 찾아올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줄리 앤드루스 ‘즐거운 비명’ <메리 포핀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사운드 오브 뮤직> 흥행 신기록 줄리 앤드루스는 연극무대에서 자신의 출세작인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의 영화화 과정을 보며 크게 실망했다.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픽처스는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의 스타인 앤드루스를 버렸다. 대신 대중적 인기에서 앤드루스를 능가하는 오드리 헵번을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주연으로 기용했다. 그러나 앤드루스는 헵번을 포함, 쟁쟁한 여배우들을 물리치고 1965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것도 영화로는 데뷔작인 <메리 포핀스>(1964)의 주인공 자격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출연작인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은 20년 넘게 깨지지 않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며 영화사에 남을 명화로 기록됐다. 로버트 스티븐슨 감독이 연출한 <메리 포핀스>에서 ‘신인’ 앤드루스는 탁월한 노래와 마술사 연기로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이어놓았다. <메리 포핀스>는 특히 영화사 최초로 실사(實寫)와 애니메이션의 합성을 시도하며 영화 기술사적으로도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작사인 월트 디즈니는 이용 가능한 영화 기술을 총동원해 특수효과의 전형을 만들어냈다.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운 <사운드 오브 뮤직>은 앤드루스의 전공 장르인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할리우드에서의 영화화에 앞서 50년대 말 이후 1400여회의 장기 공연 기록을 세웠다. 또 뮤지컬에 앞서 56년 <트라프 가족>이란 이름으로 이미 독일에서 한 차례 영화화되기도 한 폰 트라프 일가의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감독 로버트 와이즈는 이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뮤지컬영화의 대가로 인정받은 인물. <도레미 송> <에델바이스> 등 걸작 삽입곡은 뮤지컬에서 이름을 떨친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와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의 합작이다. 뒤늦게 영화에 데뷔, 60년대 중반 영화계를 석권한 줄리 앤드루스는 영국 태생으로 12살 때부터 무대에 섰고, 54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역시 뮤지컬 배우였던 줄리 앤드루스의 부모들은 네 옥타브를 내지르는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일찌감치 줄리에게 노래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단 신 들 시나리오작가 유니버설과 판권 소급 계약 65년 12월 미국 시나리오작가협회(The Screen Writers Guild)는 1948∼60년에 만들어진 영화에 대해 효력이 소급되는 새로운 판권 계약을 유니버설픽처스와 맺었다. 이 계약으로 시나리오작가들은 그들이 쓴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당시 영화들이 텔레비전에 방송될 경우 유니버설픽처스가 얻는 수익의 1.5%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 뤽 고다르 SF스릴러 도전 장 뤽 고다르는 신작 <알파빌>(Alphaville, 1965)에서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소외’문제에 대한 우화를 만들기 위해 SF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 시간적 배경은 미래의 어떤 시점. 비밀 요원인 레미 코숑(대중적인 스릴러 배우인 에디 콘스탄틴이 맡음)은 우주 밖 외계의 나라로부터 알파빌이라는 도시로 우주여행을 하는 중이다. 알파빌이라는 도시에서 그가 행해야 할 임무는 폰 브라운 박사를 파괴시키는 것. 폰 브라운 박사는 알파빌 시민들을 무감각하게 하고 생기없이 멍청하게 만들는 ‘알파 60’이라는 컴퓨터의 발명자이자 조정자이다. 코숑은 폰 브라운 박사와 알파 60을 파괴한 뒤 브라운 박사의 딸과 함께 산산조각이 난 알파빌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다. 원래 <타잔 vs. IBM, 알파빌>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고다르가 가장 공을 들인 작품 중 하나. 내러티브와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SF임을 느끼게 해주는데, 촬영기사 라울 쿠타르는 현대의 파리 시내를 그대로 찍어냄으로써 비인간화된 미래도시를 화면에 창조해내는 놀라운 솜씨를 보였다. 카트린 드뇌브 사이코 변신 인간 내부에 있는 사악한 본능과 악성(惡性)에 대한 탐구를 세밀하게 다루는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1965년작 <혐오>(Repulsion)에서 우아한 카트린 드뇌브를 사이코로 등장시켰다. 런던의 사우스 켄싱턴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차가운 금발 미녀(카트린 드뇌브)는 정신분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성적인 공포로 인해 자신의 남자친구인 존 프레이저를 살해하기에 이르고, 또 호색한인 집주인 패트릭 와이마크를 면도칼로 난자해 죽인다. 관객은 포장도로에 난 균열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그녀의 강박증에서부터 그녀 안에 자꾸만 떠오르는 무시무시한 망상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눈을 통해 광기의 끝을 경험하게 된다. 이 영화의 숨막힐 듯 부패한 감각은 드뇌브의 핸드백에 쑤셔박혀 있는 태아(胎兒) 같은 피부를 한 토끼 이미지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내년 한국영화 안녕하신가

내년 한국영화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각 배급사들이 내놓은 스케줄로 보면 2004년 한국영화는 올해와 비슷한 편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 두 메이저의 각축과 더불어 제3의 메이저를 노리는 배급사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네마서비스는 1월16일 <내사랑 싸가지>를 시작으로 2월20일 <그녀를 믿지 마세요>(사진), 3월12일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등 3편의 개봉일정이 확정된 상태.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후 스케줄은 다음과 같다. 3월26일 <아홉살 인생>, 4월2일 <바람의 전설>, 4월23일 <돌려차기>, 5월5일 <아라한-장풍대작전>, 5월21일 <하류인생>, 6월4일 <페이스>, 6월18일 <아는 여자>, 7월 중 , 8월 중 . 반면 CJ는 1월16일 <말죽거리 잔혹사>, 2월 <어깨동무>, 3월 <맹부삼천지교>, 4월 <인어공주>, 5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철인28호>, 6월 <소금인형>, 7월 <슈퍼스타 감사용>, 8월 <쓰리2>, 9월 <우리 형> 등이 대기 중이다. 이중 <철인28호>와 <우리형>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프로젝트. <철인28호>는 소아암을 앓는 아들에게 희망을 주는 아빠의 이야기이며 <우리 형>은 천사처럼 착한 형과 늘 엇나가기만 하는 동생의 이야기다. 양대 메이저에 도전장을 내미는 쇼박스는 2월까지 4편의 한국영화를 개봉한다. 12월31일 <동해물과 백두산이>, 1월16일 <빙우>, 1월30일 <그녀를 모르면 간첩>, 2월6일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그것이며 4월23일 <범죄의 재구성>, 5월28일 <늑대의 유혹>, 6월18일 <령> 등 상반기만 모두 7편이 대기 중이다. 한동안 제작을 중단했던 코리아픽처스도 2004년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1∼2월 <목포는 항구다>, 6∼7월 <신부수업>, 9월 <청연>, 10월 <라이벌> 등을 내놓을 예정. <목포는 항구다>와 <신부수업>은 기획시대에서 제작하는 작품이며 <라이벌>은 LJ필름이 제작하고 문승욱 감독이 연출한다. 올해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청어람은 1월16일 <고독이 몸부림칠 때>, 2월13일 <마지막 늑대>, 4월 <효자동 이발사>, 5월 <거미숲>, 6월 <바람의 파이터>를 준비 중이고 <올드보이>로 역전홈런을 터트린 쇼이스트는 4∼5월 <투가이즈>, 6월 <사마리아>, 7∼8월 <행복>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밖에 튜브엔터테인먼트는 1월16일 <안녕! 유에프오>, 2월13일 <귀여워>, 4월 <가족>, 6월 <삼수생의 사랑이야기> 등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