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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

새해 첫날 개봉하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원제 L'auberge Espagnole)>는 유럽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에라스무스에 참여한 유럽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프랑스의 세드릭 클라피시 감독이 각국 배우들을 모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찍었다. 프랑스 청년 자비에(로맹 뒤리스)는 스페인어와 경제학 석사학위가 직장에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아버지 친구의 권유에 따라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홀어머니와 사랑하는 애인 마틴(오드리 토투)를 남겨둔 채 바르셀로나로 떠난다. 마땅한 숙소를 구하지 못한 자비에는 공항에서 만난 안네소피(주디스 고드레시) 부부의 집에 며칠 기숙하다가 영국인 웬디(켈리 라일리), 덴마크인 라스(크리스티앙 파흐), 스페인인 솔레다드(크리스티나 브론도), 독일인 토비아스(바너비 메추랫), 이탈리아인 알렉산드로(페데리코 다나) 등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 입주한다. 여기에 자비에는 학교에서 만난 벨기에인 이사벨(세실 드 프랑스)까지 끌어들인다. 남자 넷, 여자 셋이 펼치는 아파트 생활은 유쾌하지만 자비에는 급작스런 변화에 심한 성장통(成長痛)을 앓는다. 관계가 점차 소원해지는 것을 참지 못한 마틴은 자비에를 만나러 바르셀로나로 날아왔다가 달라진 그의 모습에 실망을 느끼고 귀국한 뒤 결별을 선언한다. 실연의 상처에 시달리던 자비에는 남편 따라 무작정 스페인으로 이사온 안네소피와 가까워져 육체적 관계까지 나누게 된다. 나머지 동거인들의 일상도 순조로울리 없다. 웬디는 낭만적인 미국인과 바람을 피우고 솔레다드와 사귀고 있던 라스는 어느날 한 여자가 아기를 데리고 와서 당신 아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웬디의 남동생 윌리엄(케빈 비숍)이 끼어들어 좁은 아파트를 시끌벅적하게 만든다. 유럽연합판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보는 듯하지만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학생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으면서도 유럽연합(EU) 젊은이들의 고민과 희망을 엿볼 수 있다. 1511년 펴낸 `우신예찬(愚神禮讚)'으로 가톨릭 교회를 조롱한 에라스무스는 당시 최고의 인문학자이자 최초의 세계인이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을 주유하다가 스위스 바젤에서 숨을 거두었다. EU는 1987년 회원국 대학생들의 단합과 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그 이름도 바로 에라스무스이다. 이 영화도 주인공 자비에가 귀국 후 현대 자본주의의 신이나 다름없는 증권 업무에 종사하다가 에라스무스처럼 살기 위해 과감히 직장을 뛰쳐나와 유럽 주유에 나서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상영시간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서울=연합뉴스)

<실미도> 터졌다

개봉 3일만에 전국 71만2천여명 관객몰이 <실미도> 흥행폭풍이 극장가를 강타했다. 2003년 12월24일 서울 82개, 전국 3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실미도>는 전야제를 포함한 3일간 서울 21만7200, 전국 71만2천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시네마서비스는 이같은 추세라면 주말까지 전국관객 170만 동원이 가능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실미도>의 이런 흥행성공은 예매기록에서 예상됐던 일. 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에 의하면 <실미도>의 예매량은 기존 한국영화 최고기록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앞지르는 것이었다. 애초 마케팅 측면에서 여러 가지 약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과 판이하게 다른 결과인 셈. 게다가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개봉한 지 1주일 만에 맞붙은 결과라는 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실미도>는 현재 다양한 관객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네마서비스는 애초 25살 이상 청장년층을 주타깃으로 삼았으나 정작 극장에서는 24살 미만 젊은 관객의 호응이 더 크다고 말한다. “국가의 존재를 의심없이 바라보던 나이어린 관객의 경우 영화에 대한 충격이 크고 감정이입도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실미도> 홈페이지에 감상문을 올린 관객의 대부분도 젊은 층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당장 중정 책임자를 문책하라”, “어떻게 이런 일이…” 등 감상평을 보면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라는 점에 감흥하는 분위기다. 남성 관객 못지않게 여성 관객의 반응이 뜨겁다는 사실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실미도>의 화법이 군대문화를 경험 못한 이들에게도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편 12월17일 개봉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개봉 9일 만에 전국 274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1편과 2편은 개봉 9일간 각각 150만, 210만 관객을 동원, 마지막인 3편에 대한 반응이 가장 뜨거운 상황. 같은 날 개봉한 미국과 비교하면 미국은 개봉일 관객 수가 주말 관객 수보다 많았던 반면 국내에선 주말 관객 수가 개봉일 관객 수보다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이 늘었다는 사실은 영화사를 고무시키는 대목이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12월27일경 전국 3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미도>가 개봉한 12월24일 이후 관객 수에서도 <실미도>과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실미도>가 개봉하면서 스크린 수가 약간 줄었지만 좌석점유율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게 수입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쪽의 설명이다. 어쨌든 <실미도>와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극장가의 양대 태풍으로 부상하면서 다른 영화들의 존재는 묻혀진 느낌이다. 전국 1200여개 스크린 가운데 <실미도>가 300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400개를 나눠갖는 바람에 <러브 액츄얼리>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올드보이> 등은 상당한 타격을 입은 걸로 보인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몇 주간 마땅한 경쟁작이 없어 두 영화의 흥행전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남동철

서울영상위로 넘어가는 활력연구소, 최소원 매니저의 고별사

활력연구소가 2003년 12월21일 문을 닫았다. 충무로 역사에 마련되어 오가는 사람들의 이목과 발길을 끌었던 활력연구소는 2001년 5월 서울시가 지하철문화공간 조성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것이다. 9억7천만원을 들여 만든 이 공간은, 그러나 서울시가 위탁을 맡은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쪽에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 개관이 미뤄지는 등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2002년 11월30일, 서울시의 원칙없는 문화행정을 고발한다는 취지에 따라 한독협은 활력연구소의 문을 열었지만 서울시가 11월21일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새로운 위탁사업자를 공모하고 결정하는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끝에 파국을 맞게 됐다. 서울영상위원회가 새 위탁사업자로 선정된 가운데 12월26일, 남은 짐을 정리하고 있던 활력연구소의 최소원 매니저를 만났다. 그동안 활력연구소와 서울시 사이에서 중재를 도맡았던 서울영상위원회가 새 위탁운영자로 선정됐다. 꼭 지금 공모에 응해야 했나 싶다. 유찰이 돼야 서울시의 행정에 제동을 걸 수 있을 텐데. 서울시가 다른 안을 내놓는 등 상황이 좀 바뀐 다음에 재공모하면 뜻을 밝혔어도 늦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어쨌든 운영비 지원 안 해도 하겠다는 곳이 나섰으니 서울시 관계자들은 두발 뻗고 자겠지. 화살은 서울영상위원회가 다 맞고. 서울시와의 갈등은 단지 시가 운영비 지원을 못해주겠다는 것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기획단계에서 우리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전혀 이해 못했다. 한 관계자가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실토하더라. 뭐 시 문화국 담당자 중엔 극장 안 간 지 10년이 다 됐는데 영화표나 좀 구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간섭을 안 하니까 편하긴 했는데. (웃음) 2003년 1월 관계자들이 바뀌었는데 무지한 건 마찬가지였다. 담당 과장이 서울시에는 문화행정 같은 거 없다면서 공청회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갈 정도였다. 그러다 갑자기 공모안이 터져나왔다. 당시 우리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등과 조정을 통해 2004년 프로그램을 짜고 있었는데. 사기당했구나 싶더라. 서울시쪽에서는 한독협이 운영하는 동안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하던데. 회원만 1만3천명이다. 12번 자체 영상전을 했는데 6만6천여명이 들러서 즐겼다. 영상라이브러리를 이용한 수도 3200여명이나 된다. 활력토크도 호응이 컸다. 그런데 서울시쪽에서는 어떠한 근거도 없이 그런 비난을 한다. 어떠한 객관적 평가도 하지 않고서 그런다. 노골적으로 한독협이 싫다는 안승일 문화과장이 공모 사업계획 설명회 자리에서는 또 뭐라 한 줄 아나. 실험영화나 독립영화는 사회적 자본이니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더라. (웃음) 지쳤지만 한편 아쉬움도 클 텐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그만둬야 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 2년 반 동안 활력연구소에서의 경험들이 앞으로 도움이 될 거라는 자위가 얻은 전부다. 서울영상위원회 또한 자리를 잡으려면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가 이벤트적 발상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와줘요~ 홍반장~! <어디선가… 홍반장> 촬영현장

바람이 정말 세다. 아무리 바람 많은 제주도라지만, 따뜻한 햇볕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동네 깡패들과 대적해 서 있는 배우 김주혁의 셔츠 차림이 스탭들의 푹신한 점퍼와 비교하니 더욱 추워 보인다. 그가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은 제주도 법환리라는 동네 공터에서 촬영이 한창이다. 이 영화는 통장도 아니고 이장도 아니고 동네 반장 직함을 갖고 있는 홍두식(김주혁)이 도도하지만 속은 여린 치과의사 윤혜진(엄정화)을 만나 사랑을 이뤄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날 촬영 분량이 많지 않은 엄정화는 늦은 오후에 간단한 신만 찍었다. 걸음마를 못하는 아기도 하루 만에 뜀박질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간단하고 짧은 동작이긴 해도 무경험의 배우가 1시간도 안 돼서 와이어액션을 소화해낸 과정을 보면, 누구라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바람이 심해지고 해도 기울 무렵 액션신 촬영이 시작됐다. 상대를 향해 거침없는 발차기와 주먹 실력을 보인 사람은, 김주혁이 아니라 임세호 무술감독. <두사부일체> <낭만자객> 등을 작업한 그는 빠른 말투로 조연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노련하게 액션신 촬영을 진행한다. 발목이 삐끗해서 바닥에 주저앉다가도 벌떡 일어선다. 이어 커다란 크레인이 도착했다. 와이어액션은 난생처음이라는 점잖은 남자 김주혁이 크레인에 달린 와이어를 몸에 건다. ‘발차고 공중돌기’ 목표를 앞두고 무술감독에게 단계별로 훈련을 받는다. 1단계, 달려나가 발차기. 2단계, 달려나가 발차고 공중돌기. 놀랍게도 30∼40분 만에 그럴듯한 액션신이 연출된다. 모두 박수를 친다. 현재 제주도 촬영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이동한 <어디선가…>는 1월 첫주가 지나면 대부분의 촬영이 마무리된다. 제작은 <두사부일체>를 만든 제니스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은 시네마서비스가 맡았다. <튜브>의 현장편집을 거친 신인 강석범(32) 감독이 연출하는 <어디선가…>는 꽃피는 봄과 함께 올 4월에 개화한다. 제주=사진 정진환·글 박혜명 ◆ 이 키스신은 본래 밤에 촬영했어야 했다. 그러나 제주도에 태풍주의보가 내리는 바람에 이튿날 아침 취재진들 앞에서 “이런 키스신”이라며 소개해 보였다. (아래 왼쪽 사진) ◆ 홍두식은 강석범 감독의 후배를 모델로 삼은 캐릭터다. “그 친구가 한 동네에 굉장히 오래 살아서 저집 아무개는 지금 뭘 하고 그 옆집 누구는 어떻게 됐고 하는 사정이 정말로 훤했다. 게다가 백수였는데, 그 동네에서 비디오가게를 가건 만화가게를 가건 어딜 가도 그 친구가 꼭 있었다.” 본래 시나리오 작가가 되려고 했었다는 강석범 감독은 <튜브>의 백운학 감독에게 연출론과 편집론 등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아래 오른쪽 사진)

해외신작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

배우 잭 니콜슨은 할리우드가 공인하는 능구렁이 바람둥이다. 그런 잭 니콜슨이 서른 미만 여성만 전문으로 상대하는 60대 플레이보이로 분한다면 원맨쇼를 상상하는 것도 당연하다. 혹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어바웃 슈미트>에서 그가 연기한 노년의 개과천선을 내심 가증스러워했던 관객이라면 “이번에는 연기할 필요도 없겠네!”라는 심통맞은 코멘트를 덧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원맨쇼가 아니라 엄연히 두 사람의 노련한 선수,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의 혼성 듀엣이다. 잭 니콜슨이 분하는 해리 샌본은 훈장을 수집하듯 젊고 아름다운 여자만 골라 데이트하는 62살의 음반제작자. 하지만 주인의 리비도를 감당하기에 지친 해리의 몸은 최악의 시점에 배반을 저지른다. 근사한 주말을 위해 방문한 애인 어머니의 집에서 최고로 로맨틱한 순간에 심장발작을 일으킨 것. 하지만 해리의 일생일대 위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닥친다. 무기력한 자신을 보살펴주는 여자친구의 어머니 에리카(다이앤 키튼)를 올려다보는 동안, 해리의 아픈 심장에는 깊은 감정이 싹튼다. 설상가상으로 왕진 온 젊은 심장전문의 줄리안(키아누 리브스)이 에리카의 매력에 사로잡히면서 모처럼 시작한 해리의 참사랑은 누가 봐도 불리해 보이는 경쟁에 돌입한다. 연애는 오래전에 은퇴했다고 믿어온 에리카의 인생 역시 두 남자의 갑작스런 애정공세에 대책없이 흔들린다.자신이 시나리오를 쓴 <베이비 붐> <신부의 아버지>에서 다이앤 키튼에게 매료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이혼한 50대 극작가로 남자없이 사는 일에 숙련된 여성 에리카 역할을 특별히 다이앤 키튼을 위해 썼다. 1981년 <레즈> 이후 처음으로 잭 니콜슨과 재회한 다이앤 키튼은 탁월한 코미디언으로서 솜씨를 유감없이 겨뤘다는 소문. 두 대가의 화음은 더할 나위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잭 니콜슨이 “신사답게” 레이디 퍼스트를 선언하고 다이앤 키튼에게 가장 빛나는 자리를 양보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평이다.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에리카의 자매인 여성학 교수로 분하고 <매트릭스>에서 막 탈출한 키아누 리브스가 의사 줄리안을 맡아 대선배들과의 삼각관계에 감히 뛰어든다. 대충 봐도 ‘배우의 영화’지만, 격조한 노라 에프런의 자리를 낸시 마이어스가 얼마나 채워낼지도 구경거리다. 김혜리

[DVD] <선택>, <거울속으로> 외

<선택> 감독 홍기선/출연 김중기, 안석환/화면비율 1.86:1 아나모픽/오디오 DD 5.1 최근 개봉했다가 호평에도 불구하고 주제의 무게때문에 대중과 만나는 데 실패한 홍기선 감독의 영화. 비전향장기수 김선명씨의 반세기 삶을 극화했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상업영화 못지 않은 화질과 음질로 완성됐다. 이제까지 DVD를 한번도 본 적 없다는 감독과 주연배우 김중기의 해설이 영화가 주는 여운을 좀 더 묵직하게 만든다. 그밖에 30분짜리 단편 <바람이 분다>와 메이킹 필름, 관계자 인터뷰가 서플먼트로 담겨 있다. 유니버설. 감독 김성호/출연 유지태, 김혜나, 김명민/화면비율 1.85:1/오디오 DD 5.0 문득 거울 속의 자신이 낯설게 다가올 때의 스산한 느낌에 착안해 거울 속에 또 다른 나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공포스릴러. 분열된 자아라는 영화의 의도에 맞게 감독 뿐 아니라 정신분석 전문의가 하는 해설이 흥미롭다. 서플먼트에 들어있는 김성호 감독의 단편 두 작품은 <거울 속으로>와 비슷한 정서로 감독의 예민한 감각적 스타일을 보여준다. 비트윈. <신밧드:7대양의 전설> 감독 패트릭 길모어, 팀 존슨/출연(목소리) 브래드 피트, 캐서린 제타 존스, 미셰 파이퍼/ 화면비율 1.85:1 아나모픽/오디오 DD 5.1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목소리 출연에 최고의 배우들을 투입했음에도 처절하게 흥행에 실패한, 그러나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에서만 흥행에 성공한 독특한 애니메이션. 3D애니메이션만큼 깨끗하지는 않지만 채도와 색농도가 매우 높아 화려한 색채감이 잘 살아난다. 웅장한 사운드와 입체감이 뛰어난 효과음도 장점이다. CJ엔터테인먼트.

감독의 진심과 아쉬움이 담긴, <선택>

1951년 유엔군에 체포되어 국내에서 장기 투옥생활을 한 비전향 양심수 김선명의 45년 세월을 103분 동안 담은 <선택>은 반자본주의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사상으로 중무장한 무거운 영화도 아니다. <선택>은 밖으로는 사상의 자유를, 안으로 소박한 인간 양심의 자유를 요구한다. 광복절 특사로 출옥하는 김선명을 바라보는 교도소장 오태식이 오히려 수감되는 것처럼 처리한 장면을 통하여 감독은 관객에게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0.75평에 갇혀 산 평범한 사내의 인생이 잊혀진 양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뒤흔든다. 70살이 되어 출옥한 김선명이야말로 청년의 꿈을 늙어서까지 변함없이 지켜간 영원한 청년이다. 그러한 청년이 더이상 감옥에서 탄생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좀더 성숙한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DVD를 재생하면 최초로 떠오르는 유니버설의 로고에 타이틀을 잘못 집어넣었나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선택> DVD가 직배사인 유니버설에서 출시되는 최초의 로컬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유니버설은 향후 지속적으로 국내 타이틀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프닝 화면은 극장 상영시의 푸른색 톤과는 달리 흑백 톤으로 색보정이 되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선택>은 일반 상업영화 못지않은 화질을 보여준다. 굳이 문제점을 지적하라면 최신 영화답지 않게 작은 알갱이 모양의 노이즈가 과다하게 눈에 보인다는 점과 텔레시네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장면 전환시 잠시 화면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현상 정도뿐이다. 소량의 국악기와 서양악기로 연주된 스코어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하게 5.1채널을 이용하고 있어 만족도는 높으나 중반 이후 두번가량 사운드가 끊어지는 흠이 있다. 서플먼트로는 1회 세네프에서 상영된 33분 분량의 단편 <바람이 분다>, 메이킹 필름, 영화 관계자들의 인터뷰 영상 그리고 텍스트로 꼼꼼하게 짜여진 ‘영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김선명 역을 맡은 김중기와 함께하는 코멘터리에서 감독은 좀더 많은 관객과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한다. ‘메이킹 필름’을 선택했는데 영화 본편이 상영되는 서플먼트 메뉴의 오류가 있다. 조성효 2003년 I 홍기선 I 103분 I 1.85:1 아나모픽 I DD5.1 한국어 I 영어 I 유니버설 ▶▶▶ [구매하기]

제임스 딘의 유작, <자이언트>

Giant 1956년 감독 조지 스티븐스 출연 제임스 딘 EBS 1월3일(토) 밤 10시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대표작으로는 <셰인>(1953)과 <젊은이의 양지>(1951), 그리고 <자이언트>가 있다. 이 세편의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삼부작이라 불리기도 한다. 서로 다른 시간 배경을 다루고 있지만 삼부작은 미국 사회의 역사적 변화를 고찰하는 공통점이 있다. <셰인>은 서부 개척 시기가 끝나가는 미국, <젊은이의 양지>는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시기, 그리고 <자이언트>는 1920년대 석유가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텍사스에 방대한 땅을 소유하고 있는 농장주 빅 베네딕트는 레슬리를 만나 호감을 느낀다. 둘은 곧 신혼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빅의 목장에 도착한 레슬리는 일꾼인 제트 링크의 안내를 받으면서 목장생활에 적응한다. 한편, 우연하게 작은 땅을 상속받은 제트는 땅에서 석유가 나오자 순식간에 재벌이 된다. 늘 무시당하는 기분으로 살았던 제트는 빅에 대한 복수심을 키우고 한편으로는 레슬리에 대한 열정으로 괴로워한다. 영화 <자이언트>는 세 사람의 캐릭터가 중심에 놓인다. 표면상으로 영화는 빅과 제트라는 남성간의 대결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이야기 전개를 위한 일종의 눈속임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연기하는 레슬리, 즉 여성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빅과 가정을 이룬 그녀는 사사건건 남편과 의견이 대립하고 성대결의 양상을 띠기도 한다. 요컨대 ‘가정’의 울타리 내부에서 미국사회의 변화가 요약되는 것은 영화가 이후 할리우드 가족멜로드라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음을 짐작게 한다. 영화의 숨어 있는 캐릭터는 텍사스라는 광활한 공간. 개발과 변화가 되풀이되는 이 공간에 관한 연구는 더글러스 서크 감독의 멜로드라마 <바람에 쓴 편지>(1956) 정도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자이언트>는 배우 제임스 딘의 유작이다. 반항적이고 충동적인 젊음을, 그는 이 영화에서도 연기하고 있다. 특히나 중년에 접어든 퇴락한 제트, 술에 절어 세상을 비웃는 듯한 모습은 아련한 슬픔으로 영화팬들을 인도하고 있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

[DVD] 2004년 기대작 라인업

비트윈에서 신라판과 백제판의 두 가지 패키징으로 <황산벌> DVD를 선보일 예정이다. "박중훈의 코멘터리가 겁나게 재미있다"는 제작사쪽 자랑이 대단하다. <배틀로얄2>가 극장개봉 이후 4월경, <실미도>는 5월경 출시계획이다. <스위밍 풀>은 원제작사쪽의 출시일자 제한으로 연기되었으나 현재로서는 2월로 예정되어 있다. CJ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예정대로 1월 발매계획이며 콜럼비아의 는 2월, 로드리게즈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가 3월 출시예정이다. 다우리에선 <프레디 vs. 제이슨>을 3∼4월 극장개봉 뒤 출시할 예정이다. 디즈니의 <알라딘>이 10월 또 하나의 플레티넘 시리즈로 발매될 예정이고 대원에선 상반기 중 <붉은 돼지>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발매할 계획이다. 폭스에선 1∼2월에 시즌 2∼3 박스 세트를 한국어 더빙을 담고서 발매하고 4월 <핑크팬더> 시리즈가 박스 세트로 출시되는데 독일의 경우처럼 6장의 디스크로 발매될지는 미정이다. 파라마운트에서 2월 1969년작과 함께 <이탈리안 잡>(2003)이 출시된다. 스펙트럼에서는 3월 <킬 빌> 1부가 출시예정인데 극장판과는 달리 12초의 삭제신 없이 무삭제로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완전한 컬러버전인 일본 개봉판의 삽입여부는 부정적이라는 게 출시사쪽의 답변이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일반판이 8월, 확장판은 11월 출시된다. 스타맥스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3월 출시할 예정이고 유니버설에서는 <쉰들러 리스트>를 3∼4월경 출시할 예정인데 2장짜리 스페셜 에디션 외에도 전세계적으로 극소량만을 발매할 예정인 한정판 기프트 세트도 100장 정도 국내 출시될 가능성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워너에선 <채플린 컬렉션>의 1월 발매 이후 4월에는 <매트릭스3: 레볼루션>이 발매된다. <매트릭스> 삼부작 DVD에 대한 계획은 아직까지 잡혀 있지 않다. 특이하게 <마징가 Z> TV시리즈의 DVD출시가 내년에 계획되어 있다고 워너쪽에선 밝히고 있는데 92화에 달하는 시리즈가 어떤 형태로 출시될 것인지에 대해선 2∼3개월 뒤 확정될 예정이다.

영화음악그룹 ‘복숭아 프레젠트’의 강기영, 장영규, 방준석, 이병훈 [1]

복숭아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복숭아 프레젠트’는 음악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면서 하나의 회사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주로 영화음악 일로 먹고산다. <복수는 나의 것> <해안선>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ing>…. 2002년 이후 이들이 소화해낸 영화 몇편의 소개만으로도 이들은 한국 영화음악계의 주력부대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딱히 이 모임의 뮤지션들이 영화음악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달파란(강기영)은 ‘모조소년’이라는 전자음악 밴드를 하며 DJ도 하고 있는 첨단 뮤지션이며 장영규는 어어부 프로젝트를 하면서 피나 바우쉬 등 저명한 서구의 예술가들에게 음악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방준석은 ‘유 앤 미 블루’라는 록 밴드의 보컬, 기타리스트였고 지금도 틈틈이 록 공연을 한다. 그러면서도 <공동경비구역 JSA>나 같은 큰 스케일의 영화음악 스코어를 써왔다. 이병훈은 화성적으로 훈련된 음악을 많이 만들면서 가요계에서도 적잖은 히트곡을 냈으며 옛날에는 ‘도마뱀’이라는 뉴 웨이브 밴드를 한 적도 있다. 이들은 네 사람이지만, 딱 네 사람이 아니다. 수많은 음악들 속에서 이들의 아이덴티티는 유연해진다. 이들은 작은 전체를 이루는 ‘하나’이면서 동시에 그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들로 인해 분산되는 독특한 정체성 속에 서로가 미끄러지며 존재한다. 이 음악가들이 장민승이라는 기획자와 만나 김포에 하나의 독특한 음악공간을 이루고 있다. 별로 말들이 없는 사람들이라 평소에 알고 지내면서도 많은 이야기는 할 수 없었지만 뭔가 속 깊이 이야기를 담고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도 전략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그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거나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확실히 이들은 현재 한국 영화음악의 한 거점이다. 그들과 함께 한국 음악의 현주소에 관한 오리무중의 탐색을 해본다. 느슨한 하나이면서 여럿인, 독특한 연루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답게, 이 대화는 어떤 주제로 모이기보다는 여러 갈래의 주제 속에서 순간순간 포인트를 찾았다가도 놓쳤고, 집중되었다가 다시 흩어진다. 느슨한 전체- 복숭아의 사람들 성기완 _복숭아의 아이덴티티는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느슨함.’ ● 방준석_느슨함이 허용되는 하나의 모임이다. 각자 자기 일도 하면서 전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가기도 한다. 성기완_언제 모였나? ▲ 장영규_ 3년 전쯤인 것 같다. 당시 영화음악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늘 붙어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따로 일할 필요없이 한 공간에 모여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당시 우리는 욕심이 좀 있던 때였다. 우리에게 들어오는 일들을 놓치지 않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다가 2002년 늦여름쯤 장민승씨가 구체적으로 모임에 대해 제안하여 모임이 이루어졌다. 성기완_한국의 음악판을 한켠에서 견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 달파란_특별히 그런 생각은 없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성기완_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것이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어떤 공통적인 색깔이 있고, 유연하게 각자의 개성도 담보되고 하는 방향이 복숭아 특유의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 방준석_점점 구체화돼가는 것들도 있다. 지난번에 나온 한영애씨의 프로젝트를 복숭아 뮤지션들이 공동으로 기획하기도 했다. 성기완_뮤지션의 입장에서 영화음악, 공연음악 등의 매력은 무엇인가. 밴드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 ▲ 장영규_ 나 같은 경우는 도마뱀이라는 밴드를 하기 전, 처음에 음악을 시작할 때 공연, 무용음악 등의 음악을 만들어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샘플링을 통한 ‘이어붙이기’ 방식을 열악한 공연음악의 현장에서 구체화했던 것 같다. 정말 많은 음악들을 들었고, 그중에서 공연에 부합되는 음악들을 찾아 새롭게 이어붙인 것이 지금의 방식으로 이어진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사람 만나는 재미도 있었다. 음악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이야기하며 풀어나가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는 영화음악이나 공연음악이 별로 다를 게 없다고 본다. 성기완_방준석씨는 원래 ‘유 앤 미 블루’라는 밴드도 했었고 좀더 스트레이트한 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듯한데, 영화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 방준석_<텔미썸딩>이 장편 첫 작품이었다. 당시 조영욱씨와 함께 작업할 때 스코어링을 하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유 앤 미 블루’를 할 때 밴드의 음악을 <꽃을 든 남자>에 실었는데, 곡이 화면에 붙는 걸 보는 것이 즐거웠다. 영화라는 것을 항상 좋아해왔지만, 그 이후로는 이런 매력 때문에라도 열심히 영화음악을 하게 된 것 같다. <…JSA>나 할 때 각각 영화에 맞는 음악들을 유연하게 만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더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만들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성기완_만일 지금 <…JSA>의 음악을 다시 만들면 어떻게 될까. ● 방준석_글쎄, 모르겠다. 아마 그때의 그 음악처럼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하게, 간소하게 성기완_자기가 원래 하고 싶은 음악과 영화음악을 하면서 만들어 ‘주어야’ 하는 음악 사이의 간극이 있을 수도 있다. 그 간극이 너무 크면 안 되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음악만으로 먹고살기도 힘들고 그런데, 복숭아 사람들은 그 간극을 잘 조절하면서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둘 사이에서 괴롭지는 않나. ● 방준석_그 두개가 다 있다. 때로는 내가 어디 있는지 나에게 되물을 때도 없지는 않다. ■ 달파란_그렇지만 ‘나는 누굴까’라는 밑도 끝도 없는, 함정 같은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성기완_그런 것도 복숭아다워 보인다. 우리는 누구, 예를 들어 ‘펑크 로커’, 뭐 이런 식으로 확실히 규정짓지 않고 함께 가는 것 같은데…. ■ 달파란_‘다양함’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체 속에서 개인의 다양함도 생각할 수 있지만 ‘나’ 안에서의 다양성 역시 존재한다. 개인의 생각이나 여러 가지가 변할 수도 있고 유동적인데도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풍토는 뭘 꼭 유지해야 하고 한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해온 것 같다. 왔다갔다 하거나 변화가 많은 사람은 오히려 질이 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전체적이고 획일적인 바탕에서 선입견을 가지고 개인의 다양성을 바라보면 안 된다. 개인의 유동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전체적인 다양성도 이루어진다. 그래서 ‘복숭아’를 영화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렇게 딱 규정짓는 것도 별로 좋지는 않다. 나는 복숭아가 사람들의 시선을 혼란스럽게 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이 사람은 전자음악 하는 사람, 이 사람은 공연음악 하는 사람, 이 사람은 가요 작곡가, 이렇게 획일적으로 지정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성기완_그런 면에서는 장영규씨도 여러 개성을 지닌 음악을 한다고 생각되는데. 예를 들어 음악과 <반칙왕>에서의 음악은 매우 다르다. ▲ 장영규_ 음악이나 <반칙왕>의 음악이 나에게는 모두 자연스러운 음악이다. 내 안에 장르가 나뉘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억지로 나온 음악이 아니라 영화에서 어떤 음악이 필요할 때 그에 따라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끄집어낸 것이다. 물론 내 개인의 작업을 할 때, 예를 들어 내 이름을 걸고 음반을 낼 때 어떤 음악이 나올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음악의 경우 다양한 방식의 음악이 가능하다고 본다. 성기완_그런 다양한 것들이 한 사람 안에서 소화되고 공존하는 것을 보면 영규씨는 소화력이 좋은 분 같다. (웃음) ▲ 장영규_ 어렸을 때 공연음악 하면서 들었던 수많은 음악들, 그때 이어붙였던 수많은 음악들이 나도 모르게 소화되어 내 안에 있나보다. 성기완_‘이어붙이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복숭아 프레젠트의 뮤지션들은 어떤 때에는 하나로 모이지만 음악 하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고 음악에 접근하는 특유의 시각도 있는 것 같다. 음악을 만드는 방법을 좀 공개해달라. ■ 달파란_나는 요새 ‘간소화’를 주로 생각한다. 컴퓨터를 위주로 하면 다른 악기들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음악 만드는 수고는 줄어들고 장비도 많이 줄었기 때문에 큰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도 음악하는 사람이 음악을 재생산해나갈 여건이 된 상태다. 물론 컴퓨터를 사용하여 음악을 할 때 ‘프로그램’에 매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의 함정이다. 그러나 뮤지션들이 그 함정을 경계하면서 훌륭하게 개성있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고 본다. ▲ 장영규_ 나는 미디 작업이 친숙하지 않는데다가 공연음악을 만들 때 하던 ‘샘플링’의 방식을 심화하고 싶다. 소리들을 디지털로 녹음하여 자르고 붙이는 방식을 통해 하나의 소리와 다른 소리가 만나는 과정에서 부딪히고 의미가 변화한다. 아직도 이 영역에서 할 일들이 많다. ● 방준석_나의 경우는 컴퓨터의 영향을 받고 그것의 편리함을 이용하긴 하지만, 악기를 섬세하게 다룰 때 느껴지는 미묘한 변화들, 그 감정의 흐름들을 중시하는 편이다. 공연 등을 통해 좀더 그 흐름을 붙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