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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9404)

[LA] 한국영화의 LA극장 나들이

LA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접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로 코리아타운 비디오 가게의 담을 넘지 못하던 한국영화가 4월 들어 극장 나들이가 잦아졌다. 4월 끝무렵, 세편의 한국산 영화 및 미국산 한국인들의 영화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LA 관객을 찾아왔다. 한국산 영화로는 <바람난 가족>(사진)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과 <실미도>가 각각 영화제와 한정상영 방식으로 선을 보인다. 4월 초 호평 속에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까지 포함해, 이들 네편의 영화의 경우 한국영화가 미국에 소개되는 대표적인 방식을 각각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해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봄 여름…>이 소니콜럼비아에 의해 예술영화로 배급된 반면, 미주 배급이 확정되지 않은 두 영화는 대안적인 경로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실미도>는 4월23일, LA와 인근 한인 밀집 도시 5개 극장에서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2주간 상영에 들어갔다. 그간 미국 배급사를 통한 한국영화의 상영이 주로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예술 혹은 언더그라운드영화로 둔갑해 이루어지던 것에 비하면 일반 극장 상영방식을 선택한 <실미도>의 경우가 색다르기는 하다. 첫 주말 상영이 매진되는 등 교민들의 전폭적인 성원을 얻고 있지만, 영어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2세 등 관객층이 제한된다는 점, 언론 등을 통해 주류 미국 관객에게 소개될 기회가 없다는 점 등은 여전히 아쉽다. <바람난 가족> <여고괴담3>는 올해로 20회를 맞은 ‘비주얼커뮤니케이션영화제’(VC film fest 2004)에 초청되었다. 임상수 감독이 직접 관객과의 대화 등에 참석한다. 영화제를 주관한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은 미국 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LA의 아시안 아메리칸 미디어운동단체. 1970년에 ‘리틀 도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인 공동체로 설립되어 현재까지 미디어를 통해 아시안 아메리칸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활동을 지원해왔다. 워크숍과 세미나 등을 통해 할리우드와 독립영화계를 망라해 LA영화계에서 일하고 있는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인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네트워크로 한몫하고 있다. 예전의 영화제에 비해 올해 20주년 기념영화제가 눈에 띄는 점은, 한국, 일본, 타이 등 아시아 각국의 영화를 대거 소개하는 것이다. 뉴욕 등 기타 지역의 유사한 아시안 아메리칸 미디어단체들이 잇따라 아시아영화 섹션을 확대해온 것처럼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영화를 초대함으로써 일반 관객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기획으로 보인다. 함께 선보일 아시아영화로는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 구로사와 기요시의 <밝은 미래>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아리산> 등이 눈에 띈다. 미국산 한국인들의 현주소를 생생히 보여줄 <김치 만들기> 등 코리안 아메리칸 2세 신인감독들의 단편 작품들과 박혜정 감독의 다큐멘터리 <북한: DMZ를 넘어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 하지만 영화제의 성격상 2세들의 목소리가 이민 1세대와 일반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도 쉽지는 않을 터이다.

야구 소재의 영화 제작 잇따라

프로야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야구를 소재로 하거나 주인공이 야구선수로 나오는 영화 두 편이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이장호 감독의 <공포의 외인구단>(1986년)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후 영화와 야구의 만남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바람 불어 좋은 날>,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최근의 이 눈에 띄는 정도. 영화에서 야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르지만 <슈퍼스타 감사용>(제작 싸이더스, 감독 김종현)과 <아는 여자>(제작 필름있수다, 감독 장진)의 남자 주인공은 모두 야구 선수다. 두 영화는 각각 SK와이번즈ㆍ현대 유니콘스와 두산 베어즈의 지원을 받아 촬영됐거나 촬영이 진행 중이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프로야구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 감사용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영화의 상당 부분이 녹색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감사용 역에 캐스팅 된 이범수를 비롯해 이혁재(금광옥 역), 류승수(인호봉 역) 등 출연 배우들은 삼미팀의 후신인 현대 유니콘스의 협조로 촬영에 들어가기 전 특별 야구지도를 받았고, 야구장 신은 최근까지 목동 야구장에서 촬영됐다. 제작사는 지난 4월 영화의 제작발표회를 SK의 개막식날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가진 바 있으며 KBO(한국야구협회)와 함께 올스타전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영화는 1982년 프로야구 첫해를 배경으로 해 감사용과 당시 최고 투수였던 박철순과의 선발 맞대결 장면에서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아는 여자>는 야구장이 주요 공간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직업이 프로야구 선수인 만큼 경기 장면을 여러 차례 담고 있다. 대학시절 '잘 나가던' 투수 치성(정재영)은 어깨 부상으로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프로야구 2군선수. 내년에 1군에 올려주겠다고 구단의 보장을 받지만 문제가 한가지 있다. 바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 야구를 열심히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다. 영화는 무뚝뚝한 치성과 그런 그에게 어설프지만 기발한 애정 공세를 펼치는 여자 이연(이나영)의 사랑이야기를 펼쳐낸다. <아는 여자>의 야구 시합 장면은 두산 베어즈팀의 도움으로 진행됐다고. 사회인 야구팀 '베스트 프렌즈'의 멤버이자 야구광인 장진 감독은 두산의 협조로 잠실야구장에서 연습과 촬영을 진행했고 유니폼도 두산에서 제공받았다. 극장 치성의 등번호 27번은 장 감독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박명환 선수의 번호. 박 선수는 촬영장에 들려 정재영의 야구 지도에 손수 나서기도 했다. 경기 장면은 잠실 외에 롯데 자이언츠의 도움을 받아 부산 사직구장에서도 진행됐다. 제작사는 다음달 25일 개봉에 앞서 이달 중순부터 두산의 홈경기의 전후 또는 중간에 영화의 예고편을 방송할 예정. 이밖에 다양한 공동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2004 충무로 파워 50 - [1] 선정원칙과 추천인

기우였던 것일까. 수익률 약화로 인한 자본의 이탈로 한국영화 위기론이 팽배해지던 시점에서 한국영화는 또 한번 회생의 기운을 스스로 불어넣었다.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바람난 가족> <올드보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 이른바 웰메이드 영화는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충무로에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자본의 기갈에 허덕이던 제작사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65편 개봉. 49.5%라는 시장점유율로 2003년을 접었던 한국영화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가 각각 1천만명 관객 동원이라는 믿기 힘든 기적을 일궈내면서 2004년은 탄성과 환호로 시작했다. 소폭이긴 하지만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하면서 신규 자본들의 충무로 유입도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씨네21>이 창간과 함께 매년 선정하는 ‘한국의 영화산업을 움직이는 인물 50인’에서도 이러한 기류가 감지된다. 투자·배급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였던 제작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감독, 배우들을 향한 기대 또한 높아졌다. 이에 비해 극장, 정책부문은 약세를 기록했다. 순위에 오른 이들의 계획과 포부를 통해 올 한해 영화계의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진 않을 것이다. 설문은 영화계 안팎에서 활동하는 인사 61명에게 의뢰했으며, 이중 4월19일까지 수신된 48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집계했다. 순위별 추천횟수에 배점을 곱해 점수를 산출했으며, 총점이 같은 경우에는 지명횟수가 많은 사람순으로 순위를 매겼다. 설문 대상자에게는 아래의 선정원칙과 부문별 주요 인사 명단을 참고로 제시했다. 편집자 · 선정원칙 1) 한국 영화산업의 바탕이 되는 제작·투자·배급·극장·마케팅·정책·비평·매니지먼트 등 관련 부문을 모두 망라하여 영향력이 큰 인물을 선정한다. 2) 순위를 선정함에 있어 단순한 호감이나 지명도가 아니라 산업적인 기여도와 영향력을 평가한다. 2002년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 2003년에 어떤 기대를 품게 하는지 각각 50%씩 감안한다. 3) 급변하는 영화계 안팎의 동향을 충분히 고려한다. 한국 영화산업은 현재 위축 상황에 처했지만, 동시에 영화계 내·외곽의 교감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잦은 이합집산, 합종연횡 등으로 인한 판도 재편을 염두에 두고 순위를 정한다. 4) 제작·배급·마케팅 등 한국 영화산업은 아직 시스템을 완비하지 못한 상태다. 관행에 따른 일처리 또한 여전하다. 인물을 선정함에 있어, 단발성 공적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거나 끊임없이 발전적 대안을 내놓는 이를 우위에 둔다. 5) 같은 부문에 비슷한 업적이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판단한 사람이 복수일 경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쪽을 택한다. 조직 내의 대표성만큼 해당 분야에서의 실질 능력도 중시한다. 물론 선정 대상자는 2002년부터 2003년 사이에 활동 이력이 있어야 하며, 잠재 활동력이 있는 인물 또한 포함한다. 6) 법인 이름 대신 구체적인 인물을 적는다. 참고로 언론매체나 기자는 추천하지 않는다. · 설문에 응답한 추천인 명단(총 69명 가나다 순) 김갑식(<동아일보> 영화담당) 김봉석(<씨네21> 편집차장) 김상일(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대표) 김성제(프로듀서) 김소희(<씨네21> 편집장) 김승범(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장욱(쇼이스트 이사) 김형구(촬영감독) 김혜준(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남동철(<씨네21> 기자) 문혜주(시네마서비스 배급이사) 박무승(KM컬쳐 대표) 박효성(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표) 배장수(<경향신문> 영화담당) 서동욱(메가박스 전략기획본부장) 석동준(CJ 한국영화 제작1팀장) 석명홍(씨네라인-투 대표) 신상한(CGV 프로그래밍 팀장) 신승근(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 신유경(영화인 대표) 심영섭(영화평론가) 오미선(센트럴6 기획팀장) 윤숙희(젊은기획 대표) 이동진(<조선일보> 영화담당) 이동호(롯데시네마 마케팅 팀장) 이승재(LJ필름 대표) 이유진(영화사 봄 제작이사) 이은(MK버팔로 이사) 이지훈(<필름2.0> 편집장) 이진숙(프로듀서) 이현승(감독·영화인회의 사무총장) 이희용(<연합뉴스> 영화담당) 임범(<한겨레> 영화담당) 정승혜(씨네월드 이사) 정태성(쇼박스 본부장) 정태원(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조광희(변호사) 조종국(TTU 이스트-조우필름 대표) 지영준(에그필름 대표) 채윤희(올 댓 시네마 대표) 최용배(청어람 대표) 최완(아이엠픽쳐스 대표) 최재원(아이픽처스 대표) 최평호(CJ엔터테인먼트 상무) 홍지용(씨네와이즈 대표) 황우현(튜브픽쳐스 대표) 황희연(<스크린> 편집장) 허문영(영화평론가)

2004 충무로 파워 50 - [2] 1위~10위

01 강우석 ㅣ감독 · 시네마서비스 회장 01 1위 · 02 1위 · 03 1위 “대중영화 감독, 제작자로서의 막강한 능력과 재력 겸비, 사회적 공기로서의 영화에 대한 사명감도 구비.” “올해도 역시… 의심의 여지없이 1위… 그가 이 자리에서 밀려난다면 그것은 패밀리 비즈니스 방식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장점이며,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올해도 강우석 감독은 1위를 차지했다. 1천만 관객시대를 선언한 <실미도>로 그의 주가는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한해가 순탄하진 않았다. <실미도> 개봉 직전까지 올해는 강우석 감독이 1위 자리를 내줄 공산이 크다는 말이 돌았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들의 흥행성적이 신통치 않았던데다 플레너스와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바로 그때 등장한 <실미도>는 모든 상황을 반전시킨 역전 홈런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그간 잃은 것보다 훨씬 큰 것을 얻어낸 것이다. 현재 플레너스와 분리 일정은 4월26일 주주총회를 거쳐 6월1일 공시를 통해 확정될 예정. 그는 이번 분리 작업에서 CJ엔터테인먼트를 파트너로 택했다. 플레너스의 대주주가 CJ가 된 상황에서 합리적 선택을 했다고 자평하지만 “혹시 무리한 요구를 하면 다른 파트너를 알아봐야 한다”며 상황이 유동적일 수 있음을 암시했다. 올해 안으로 <공공의 적2> 촬영에 들어갈 계획. 그래서 · 10년 연속 1위가 아니고 9년인가? 10년 되면 특집 한번 해야 되는 거 아닌가? 농담이다. 특별한 소감은 없고 지금처럼 끊임없이 지치지 말고 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이제 시네마서비스가 제2기의 도약기에 들어가는데 전보다 힘든 일이 많을 거 같다. 단순히 돈버는 사람이 아니라 영화인으로 남아달라는 말로 알아듣겠다. 02 강제규 ㅣ영화감독 강제규필름 대표 01 5위 · 02 9위 · 03 6위 “한국 상업영화의 지평을 두번이나 연 인물.” “한국 영화산업에 새로운 소재와 완성도로 항상 분기점을 만든다.” “상업영화 감독으로서의 능력은 당대 최고수.”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가져온 응답이다. 강제규 감독의 표현으로 “오로지 <태극기…>밖에 몰랐고 <태극기…>에 묻혀 수많은 밤을 새던” 나날이 끝난 건 아니다. 일본, 아시아, 미국, 유럽 등 <태극기…>의 해외 개봉을 앞두고 국내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감독 자신이 여전히 손을 놓고 있지 않다. “원래 기획했던 의도대로 그 목적이 해외에서 이뤄지는 게 개인적 소망이며 이를 위해 당분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쉬리>와 <태극기…> 사이에 5년의 긴 간극이 있었지만 그 틈은 훨씬 짧아질 것 같다. <태극기…>를 만들면서 구상했던 차기작 후보들을 두편으로 좁혀놓은 상태이고 5월 중에는 최종 결정을 내려 올 연말까지 시나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차기작뿐만 아니라 이후에는 비즈니스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연출에만 몰두하기로 맘을 먹었다. MK버팔로라는 이름으로 명필름과 한 살림을 차리는 5월이 되면 그가 생각하는 시스템이 좀더 안정적으로 돌아갈 테니 “사업감각은 없어 보인다”는 세간의 평가를 떨쳐버릴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래서 · 강제규필름의 기존 인력에 더해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와 이은 감독이 양사의 작품 전반을 잘 기획하고 관리해나갈 것이라 믿는다. 이은 감독은 이미 여러 작품을 추스르고 있다. 나는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회사 운영은 철저히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03 차승재 ㅣ싸이더스 대표 01 3위 · 02 3위 · 03 4위 올해 개봉하는 싸이더스 영화는 무려 7편이나 된다. 개봉한 <말죽거리 잔혹사> <범죄의 재구성> 뒤로 <늑대의 유혹> <슈퍼스타 감사용>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제) <연애의 목적> <역도산> 등이 줄지어 서있다. 이쯤 되면 ‘영화공장’이라 불릴 법하다. 차승재 대표는 올 한해만 이러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도 7∼8편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다작에 몰두한다”는 부정적인 평에 대해서 그는 “다작이 목표다. 좋은 영화 많이 만들고 싶다. 많이 안 만들고 싶은 제작자가 있나. 함량이나 순도가 떨어지면 비판받아야겠지만”이라고 답한다. ‘태극기’ 효과에 밀려 간발의 차이로 3위에 머물렀지만 충무로의 지지는 더욱 굳건해진 듯하다. 지난해 <살인의 추억>이 흥행 톱을 차지한 것에 더해 풍부한 인력 풀과 안정적인 제작시스템을 축으로 삼아 영화 만들기에 진력하는 그의 현재에 영화인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단조로운 강속구 투수에서 변화구까지 갖춘 투수로 거듭난 느낌이다”, “강한 승부근성과 함께 결코 장사꾼으로 전락할 수 없는 영혼과 날카로운 심미안의 소유자”라는 찬사와 함께. 4월26일 크랭크인하는 <역도산>은 순제작비만 80억원에 이르는 대작. 일본쪽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프로젝트라 사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공을 들여왔고 그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수십번 오갔다. 그래서 · 우리 영화 두고 흥행에 자꾸 문제가 있지 않냐고들 하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네. 우리도 흥행 꽤 하는 편인데. 워낙 거포들이 나오니까 그런가. 싸이더스는 교타자로서의 위치를 지키되 나가면 무조건 친다, 안 되면 데드볼로 진루하겠다는 각오로 임할 거다. 04 박동호 ㅣCJ엔터테인먼트 대표 02 15위 · 03 9위 “지난 1년은 CJ의 해였고 앞으로 한해 역시 CJ의 업계 영향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됨.” “영락없는 비즈니스맨. 모든 일을 경제적인 관점으로 해결하려는 시장주의자 마인드는 그를 키울 수도,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CJ의 새로운 수장이 된 박동호씨는 CJ가 영화사업에 처음 뛰어든 시점부터 멀티플렉스 관련업무를 맡아 CGV체인의 성공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현재 CJ CGV와 CJ엔터테인먼트를 총괄지휘하고 있는데 최근 CJ의 움직임으로 보면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가 두드러진다. 게임, 온라인, 공연, 음반, 방송 등 영화 이외의 부분으로 확장하는 CJ의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 조직을 보강하는 조치도 그가 대표가 된 뒤에 이뤄졌다. 한국영화팀을 1팀과 2팀으로 나눠 1팀에는 자체제작과 공동제작을 맡겼고 2팀이 투자를 책임지는 형태. 일부에선 라인업이 코미디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역도산> <태풍> 등 제작비 규모가 큰 대작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새로운 대표로 부임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상황이라 박동호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는 이르다. 영화계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9위에서 4위로 5계단 올랐으나 CJ쪽에선 이번 순위를 실질적인 하락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임 이강복 대표가 2001부터 3년간 2위의 자리를 지켰기 때문. 아무튼 대표가 바뀐다고 조직의 운영방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대기업의 특성상 이강복 대표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 지난 한해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 05 김우택 ㅣ쇼박스, 메가박스 대표 01 18위 · 02 20위 · 03 8위 CJ, 시네마서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포부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박스의 수익을 밑천으로 배급업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라인업 확보가 여의치 않아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 쇼박스가 지난해 배급한 영화는 고작 8편. 관객 수를 기초로 작성한 2003년 배급사별 점유율은 8위에 그쳤다. <오! 브라더스>를 제외하곤 흥행에서 모두 쓴맛을 봤다. “후발주자라 아무래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내부 팀워크를 만드는 과정이 더뎌 견디기 힘들었다”는 게 김우택 대표의 말. 그러나 예상됐던 반전의 순간이 찾아왔다.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운 <태극기 휘날리며>를 기점으로 쇼박스의 파워가 업그레이드된 것. 김 대표의 순위가 5위로 뛰어오른 데는 쇼박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영화인들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배급하는 영화는 대략 22편. 규모로 보면 양강(兩强)이 부럽지 않다. 최근에 개봉한 <범죄의 재구성>을 비롯, <효자동 이발사> <령> <늑대의 유혹> 등 한국영화 라인업도 지난해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여전히 공부할 게 많다”고 겸손해하지만 “올해를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잘 준비한 만큼 이제는 어느 정도 경쟁할 만한 수준이 된 것 같다”라고 자신감 또한 내비치는 김 대표. “투자결정이 지나치게 느리다”, “좀더 큰 그림을 그리거나 공격적이었으면 좋겠다”는 평가와 주문에 대해 “기존의 배급 방식을 조금씩 바꿔보고 싶다”고 우회적으로 답한다. 전권을 휘두르려 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믿고 맡겨야 할 일을 구분할 줄 아는 합리성의 소유자”라는 긍정적인 평도 있다. 그래서 · 직원들이 바쁜 것 보면 1년 새 많이 달라졌구나 싶다. 나도 열심히 뛰었다. 안 그랬으면 잘렸을 것 아닌가. (웃음) 콘텐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텐데 제작사쪽과 유연한 관계를 맺어가면서 작품을 확보할 생각이다. 미디어플렉스와 쇼박스의 합병은 상장을 위한 것인데 내년쯤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06 송강호 ㅣ배우 01 14위 · 02 19위 · 03 10위 <공동경비구역 JSA>로 2001 14위에 첫 진입한 이후 그 영향력이 꾸준히 커지고 있는 충무로의 파워다. 특히 지난해 출연한 <살인의 추억>은 ‘송강호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로서의 역량이 감독의 연출력과 맞물려 폭발적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모습을 목격한 영화인들은 이번 설문에서 “탁월한 연기력은 때로 자금력과 배급 파워를 능가한다”, “카리스마가 있는 듯 없는 듯한 국민배우 후보 1순위 배우”, “관객을 모을 수 있는 가장 힘있는 배우” 등의 평가로 응답했다. “그의 작품 선택이 한국영화의 신뢰를 만들어낸다”는 또 다른 평가처럼 올해의 높은 순위는 곧 개봉예정인 <효자동 이발사>에 대한 기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 영화의 개봉을 마치고 나면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 가장 격렬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아 <남극일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래서 · <살인의 추억>은 상업영화의 소재적인 면에서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 민감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대중영화로서의 성공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각종 수상에 대한 기쁨보다는 민감하고 힘든 이야기를 진정으로 만들고 진심으로 연기한 것에 대해 관객이 인정해준 것이 지난 한해 가장 기뻤다. 07 이창동 ㅣ영화감독 01 19위 · 02 44위 · 03 3위 “문화예술 행정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문화예술인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첫 인사말로 출발한 이창동 장관의 ‘공익근무’도 1년을 넘기고 있다. 취임의 흥분이 가라앉은 영향인지 순위는 소폭 하락했다. 반면 그에 대한 영화계의 중평은 1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진중했던 그의 영화들만큼이나 진중한 행보”라는 표현처럼 뚜벅뚜벅 문화예술과 관광체육 전반을 잘 아우르며 걸어가고 있는 인상이다. 취임 초부터 강조하던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에 힘을 실어주고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큰 틀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 핵심이 되는 “문예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좌절된 일”이 지난 1년 동안 가장 아쉬웠다고. 그가 바라던 대로 2년으로 임기가 마무리될지 연장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그 이후의 행보에 관해 단호하게 “현장으로 돌아가서 영화 만들어야지. 다른 걸 뭘 하겠어”라고 못 박는 모습에서 그의 본령은 영화감독임을 다시 확인한다. 그래서 · 나한테 어울리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나름대로 노력을 하려고 했다. 문화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실망은 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다. 문화예술계의 변화를 위해서 정부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움직였다. 08 박찬욱 ㅣ감독 01 43위 · 02 32위 · 03 36위 “인터넷 사이트인 에인 잇 쿨(Ain’t it Cool) 선정 세계 10대 영화에 2년 연속 선정된 천재적 감독. 이제 그의 목표는 국내 관객이 아니라 해외 관객의 정복이 아닐까?” “영화광 세대가 배출한 최고의 재능 가운데 하나. 시장과 예술 사이를 거리낌없이 오가며 한국영화의 역동성을 보존해나갈 인물.”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의 성공과 더불어 지난해보다 28계단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복수는 나의 것>이 흥행에서 실패한 뒤로도 꾸준히 30위권에 위치했던 그에 대한 영화인들의 평가는 순수한 영화연출력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올드보이>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는 소식은 박찬욱 감독의 주가를 한층 높이리라는 예상. 그는 최근 3국 감독이 연출하는 옴니버스영화 <쓰리, 몬스터>에 들어갈 영화 <컷>의 촬영을 마쳤고 현재 편집작업 중이다. 다음 영화는 흡혈귀영화와 복수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조만간 선택할 예정. 그래서 · 너무 실감 안 나는 순위다. 최근에 제작사를 하나 만들었다. 모호필름이라고 대학교 후배이자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에서 프로듀서를 했던 이태헌씨가 대표인 회사다. CJ의 투자를 받아서 다음 장편영화를 여기서 찍을 예정이다. 09 심재명 ㅣ명필름 대표 01 4위 · 02 4위 · 03 5위 “투자자들이 외면한 <바람난 가족>을 만들어낸 것, 이것이 진정한 파워다”,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빈틈없이 준비해나가는 완벽주의자.” 몇년간 꾸준했던 순위가 약간 하락한 건 그의 능력이나 명성에 흠이 생겨서가 아니라 약진에 약진을 거듭해온 감독과 배우들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명필름은 <바람난 가족> 덕분에 활짝 웃었고, <욕망> 때문에 조금 우울했다. 심 대표가 늘 하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 “고군분투했던 한해”다. <바람난 가족>이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나 투자의 어려움과 제작 과정의 난항을 거쳐야 했고, 지난해 초 완성해서 올해 개봉했던 <욕망>은 “제작방식이나 배급방식에서 실험적으로 야심차게 했으나 결과는 별로 안 좋았”으니 수긍가는 이야기다. 올해는 근래에 가장 바쁜 한해가 될 수밖에 없다. 시나리오 개발만 10여 작품이어서 “정신없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정지영, 임상수, 임순례, 최호, 김현석 감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 <구미호 가족>이나 <안녕 형아>에선 신인감독의 데뷔전도 치러야 한다. 하이컨셉의 장르영화부터 명필름 특유의 진지한 영화들까지 그간의 행보는 계속된다. 강제규필름과 합쳐지면서 사무실을 함께 쓰기 위해 명필름이 마침내 강남으로 옮겨갈 준비를 하는 것이 당장의 현안이라면 현안이다. 그래서 · MK버팔로로 명필름의 운신이 좀 달라질 텐데 시너지가 뭔지 구체적으로 조율 중이다. 요즘 너무 바빠서 체력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 지경이다. 10 정훈탁 ㅣ싸이더스 HQ, 아이필름 대표 02 36위 · 03 17위 정훈탁 대표는 매년 순위가 상승하고 있다. 매니지먼트에서 시작해 제작과 배급에까지 영역을 넓혀온 그는 이미 촬영을 시작한 <얼굴없는 미녀> 〈S 다이어리>(가제)를 비롯해 올해만 영화 여덟편을 제작할 계획이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인 곽재용 감독의 신작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중국과 대만, 홍콩 등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 동시개봉을 추진 중. 싸이더스 HQ가 보유한 스타들을 콘텐츠의 밑바탕으로 삼은 그의 활동을 보며 “또 다른 독과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듯하다”고 경계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보다 한발 앞서 있다”, “섣불리 일을 추진하지 않는 천재적인 조율가”라는 평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제작자로 나선 정훈탁 대표가 영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는 일본과 중국을 대상으로 시장을 넓혀가겠다는 야심을 피력했다. 그래서 · 과욕 부리지 않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프로덕션으로 기능하고 싶다. 올해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영화들이 결실을 맺을 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하나하나 열심히 꾸려가고 있다.

2004 충무로 파워 50 - [3] 11위~20위

11 최민식ㅣ배우 01 49위 · 02 41위 최민식은 41위였던 2002년에 비해 극적인 상승을 보여주었다. <올드보이>가 성공한 탓이 크겠지만, 그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와 연기력, 카리스마가 없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뛰어난 외모와 최고의 연기력, 존경받을 만한 성품까지 갖추었다. 그의 영향력은 뛰어난 배우 한 사람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평가는 최민식이 한국영화의 기둥이 되리라는 기대 또한 담고 있다. <취화선>에 이어 <올드보이>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최민식은 한층 더 주가가 상승할 듯. 그러나 그 자신은 탄광지대인 강원도 도계에서 트럼펫 연습에 몰두하며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만 생각하고 있다. “영화 찍는 게 내 일의 전부”라고 말하는 그는 연기력과 함께 보기 드문 성실함, 영화를 향한 애정 또한 갖추고 있는 배우다. 그래서 · <꽃피는 봄이 오면>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다. 보고 나서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 한통 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찍다보니 욕심이 나서 직접 연주한 곡을 넣을 마음으로 트럼펫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다. 처음엔 악기가 나를 싫어하더니 이젠 꽤 친해졌다. 12 오정완ㅣ영화사 봄 대표 01 44위 · 03 27위 1년 전 그는 <장화, 홍련> 〈4인용 식탁>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개봉을 마무리할 때까지 특별히 말할 게 없다고 했다. 이들 작품은 모두 지난해의 대표적 화제작들이 됐다. 순위가 급상승한 건 당연해 보인다. “당대의 유능한 소장 감독들의 자질과 생리를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제작자”란 말은 그와 잘 어울린다. “난 크리에이티브를 동경한다. (그와 작업하는 감독들이) 크리에이티브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들의 크리에이티브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상할 수는 없다. 그들이 가진 힘과 크기를 동경한다. 그래서 그들과 만나서 일하는 게 즐겁다.” 명품주의를 지향하는 그의 행보는 올해도 계속된다. <쓰리>의 속편인 <쓰리 몬스터>를 제작 중이고, 김지운 감독의 <모두가 그녀를 좋아한다>(가제)와 <죽어도 좋아>의 박진표 감독의 멜로드라마가 올 여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 다음에는 이재용 감독의 ‘비 프로젝트’다. 오 대표는 늘 공부한다. 영어공부는 물론이고 요즘에는 제작 이외에 배급 등 영화와 관련된 다른 분야를 공부 중이다. 조직도 재점검하고 있다. 그래서 · 판이 급격히 변화되는 것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다. 잘 만든 영화가 시장에서도 잘된다고 믿는 편인데 지난 한해는 이것이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는 결론을 확실히 내리게 해줬다. 13 봉준호ㅣ감독 03 41위 “저런 작품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영화교과서에 나오는 이상적인 영화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이라고 늘 말하면서도 실현된 적 없는데, 그 말을 실현, 제작자와 감독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한 영화감독의 이런 평가는 이제 두 작품을 내놓은 감독이 높은 순위에 올라간 이유를 정확히 짚은 것으로 보인다. 그냥 추억으로 남기엔 지난해 <살인의 추억>의 영향이 컸던 것이다. <살인의 추억> 이후로 그는 단편영화 3편을 만들었다. 한영애의 뮤직비디오, <이공>에 들어간 <씽크 앤드 라이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인 삼인삼색에 들어갈 <인플루엔자>가 그것이다. <인플루엔자>는 이전에 <모자이크 다큐멘터리: 인간 조혁래>로 알려진 디지털영화. 지난 1년간 여러 영화제에 불려다니면서도 꽤 부지런히 작업한 결과다. 그래서 · 맙소사! 이제 순위가 더이상 올라갈 일은 없고 내려갈 일만 남은 거 아닌가 싶다. <더 리버>라는 가제로 작업 중인 장편 시나리오는 6~7월경 초고를 마무리지을 것 같다. 시나리오가 나오면 다시 한번 뉴질랜드에 가서 기술적 문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14 김동호ㅣ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01 12위 · 02 6위 · 03 11위 “연세가 너무 많으신 게 좀….” 추천인들이 가까스로 적어낸 김동호 위원장의 약점이다. 정작 본인은 “건강엔 별 문제없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지난 한해 동안 돌아다닌 영화제만 16개. 70살이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4개월 이상을 해외에서 머물며 ‘한국영화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정력적으로 해냈다. 얼마 뒤면 우디네, 칸영화제 등에 참석하기 위해 또 한번 장기 유럽 순방에 나서야 한다고. 국내 스케줄 또한 빡빡하기 그지없다. 내년이면 열돌을 맞게 될 부산영화제의 장기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하루에도 전국을 돌며 각종 세미나와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 얼마 전엔 국제영화평론가협회, 프랑스 시네마테크 등 47개 조직을 산하에 두고 있는 국제영화TV시청각커뮤니케이션회의(IFTC) 집행위원으로 선출되어 더욱 바쁜 한해를 꾸려가고 있다. 그래서 · 영화제 전용관이 들어설 부산영상센터 건립이 설계 공모에 들어갔다. 내년에 착공해서 2007년쯤 완공될 전망인데 거기에 힘을 보태야겠지. 15 설경구ㅣ배우 02 23위 · 03 12위 최근 한국영화의 폭발을 대변하는 연기파 남자배우 세 명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설경구다. 자신을 발견한 이창독 감독이 ‘공익근무’에 임하는 동안 강우석 감독에게서 불타오른 이 ‘불꽃남자’는 “작품은 재밌으면 한다. 하나가 더 생긴 건 믿을 수 있는 감독이면 간다.”라고 작품을 택하는 자신의 관점을 직선적으로 이야기한다. 2003년 <실미도>의 강인찬으로 보낸 그는 <성난 황소>의 로버트 드 니로를 비웃듯이 ‘고무줄 몸무게 늘리기’를 다시 선보이며, 송해성의 신작 <역도산>에 몸을 던졌다. 11월부터 시작한 일본어와 운동으로 다져진 그에게서 전작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나카타니 미키의 합류로 속도가 붙은 <역도산>은 기획단계부터 현재 한국영화 최대시장인 일본을 겨냥했다. 그에게 처음 용기를 줬던 고 유영길 촬영감독의 “나는 너처럼 생긴 얼굴 참 좋아해”라는 칭찬 한마디는 이제 모든 관객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 <역도산>이라는 영화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라는 사람을 믿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16 김동주ㅣ쇼이스트 대표 01 9위 · 02 5위 · 03 14위 자본의 정글로 급박하게 변해가는 한국영화산업에서 ‘영화는 여전히 사람 비즈니스’임을 몸으로 보여주는 사나이. 혹자의 말처럼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는 작년의 성과를 넘어서는 야심찬 계획을 펼쳐보인다. 장이모우의 <영웅2 : 한국 제목은 ‘연인’>, 이와이 순지의 <하나와 아리스>, 장동건과 첸 카이거의 <무극>, 국내에서는 허진호의 신작 <행복>에 이르기까지 그의 움직임 자체가 하나의 아시아 네트워크이다. 8월 개봉 예정인 <영웅2>와 <무극>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해서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자신의 합작 노하우와 원칙을 피력했다. 홍콩에서 장이모를 만나고 돌아오는 공항에서 <올드보이>의 칸느 경쟁부문 진출 소식을 접한 그의 글로벌한 동선은 예측불허다. 그래서 · 투자조합이나 펀드 없이 지속적으로 영화를 할 수 있게 오랫동안 신뢰해 준 국내외의 배우, 감독, 제작자, 투자자들에게 언제나 감사한다. 17 장동건ㅣ배우 02 27위 · 03 44위 “톰 행크스 옆에는 폭탄이 안 터진다. 하지만 우리는 한다. 장동건이 한다.” 홍경표 촬영감독의 말 속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버팀목으로 완벽하게 전화한 ‘대형영화 전문배우’ 장동건에 대한 믿음이 담겨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박중훈에게 “열심히 하는 건 되게 멋있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다는 그는 이제는 망설임 없는 실행만 남았다는 듯 <태극기 휘날리며>를 끝내자마자 첸 카이거의 <무극>으로 옮아갔다. 노예 곤륜역이다. 스크린 속의 위치가 건달, 군인, 노비로 내려갈수록 그의 작품에 대한 안목과 연기력은 반비례하며 급상승하는 중이다. 중국에서 돌아오는 그를 기다리는 것은 곽경택 감독의 신작 <태풍>. 그래서 · 8월까지는 다른 생각하지 않고 <무극>의 촬영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18 최용배ㅣ청어람 대표 02 49위 · 03 30위 매년 순위가 10계단 이상 상승했다. 3년째 접어든 한국영화 전문배급사 청어람이 시장에서 안정 지분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흥행작 <장화, 홍련> <싱글즈> <바람난 가족> 등을 배급하면서 CJ-시네마서비스 양강 구도의 시장에 작은 균열을 냈다. <선택> <동승> <여섯개의 시선> 등 저예산영화들을 감싸안아 영화인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도 청어람으로서는 큰 자산. 한달 전 아이픽처스와의 법적 분쟁 끝에 자신이 제작한 영화 <효자동 이발사>를 포함해 영화 3편의 배급권을 내놓는 위기에 처했지만, 자체 제작하는 <사과> <더 리버>(가제) 등 외에 <꽃피는 봄이 오면> <순정만화> <소년, 천국으로 가다> <먼길> <구타교실> 등에 메인 투자자로 나서면서 10편 가까운 라인업을 발빠르게 확보했다. 그래서 · 메이저 중심의 배급이 강화되면서 기존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투자사들이 그쪽으로 줄을 서게 됐고, 라인업 확보 차원에서 애초 계획보다 빨리 투자에 뛰어들게 됐다. 19 김정상ㅣ시네마서비스 대표 01 46위 · 02 12위 · 03 7위 요동치는 자본시장에서 시네마서비스의 생존전략을 만들어낸 김정상씨는 시네마서비스의 제2기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분명히 하자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워버그핀커스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면서 이뤄진 시네마서비스의 자립을 향한 몸부림이 플레너스와 분리하는 작업을 통해 완결됐다. “시장에서 밀려나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역량이 축적되고 성숙해서 자립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정상씨가 겪은 어려움은 충분히 짐작가능한 것이다. 지난해 플레너스에 사직서를 낸 사건은 그가 꽤 많은 고충을 감당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 앞으로 계획 가운데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중국영화를 제작하는 일이다. 한국 시나리오를 각색해 중국 스탭, 배우를 써서 중국시장에 진출할 생각이다.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유력한 방안이 중국영화 제작이다. 일본시장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 영화시장이 지금 같은 성장세를 멈출 때를 대비하자면 중국시장 진출이 굉장히 중요하다. 20 이은ㅣ감독 · MK버팔로 이사 01 7위 · 02 18위 · 03 32위 심재명 대표가 약간이나마 순위가 밀려난 데 비해 이은 감독의 순위가 뛰어오른 건, 그의 제작 역량과 영화정책에 미치는 브레인 능력에 더해 강제규필름과의 합병을 성사시킨 효과일 것이다. 영화계 전반의 현안에 두루 관여해온 그였지만 지난 1년간 스크린쿼터쪽을 빼놓고 대부분 정리한 상태에서 명필름의 내실에만 주력해왔다. 그 결과가 올해와 내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올 여름 촬영에 들어갈 임순례 감독의 <무림고수>를 시작으로 정지영 감독의 <아리랑>이 내년 상반기에 촬영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MK버팔로 탄생의 주역이라고? 앞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 해외, 특히 아시아쪽에 신경을 많이 쓸 생각이다. 아시아쪽의 수출이나 공동제작쪽에.” 그렇다고 바깥 일을 게을리 할 ‘팔자’는 아니다. 스크린쿼터 문제가 잠복 중이다. 그래서 ·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이 명확하지 않고 신자유주의자들이 여전히 주류여서 영화계와 약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2004 충무로 파워 50 - [5] 31위~40위

31 김광섭ㅣ롯데시네마사업본부 대표 03 22위 ‘수면 밑의 메이저’ 롯데시네마를 맡은 지 1년. “성과보다는 전망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표현처럼 제작·투자·배급 분야를 강화하는 방향의 계획을 언급했다. 상영관은 “2004년에는 14개관, 107개 스크린 수준이며 향후 서울에 영등포와 노원에 상영관 설립 및 진행 중인 것만 27개관, 206개 스크린.” 지방 멀티플렉스 맹주의 본격적인 서울 공략이 시작된다. 투자·배급 분야는 “<나두야 간다>가 롯데의 공동제공과 배급을 겸하는 첫 작품이다. 연간 12편 정도를 제작 및 투자·배급할 계획”이며 펀드조성과 조직개편을 통해 본격적인 영화계 진입을 노린다. 그래서 · “상영관쪽은 3∼4년 내에 300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제작·투자·배급 분야는 전문인력을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갖춰가는 중이다.” 32 김지운ㅣ감독 01 34위 “대중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한다.” “배우나 자본이 없어도 뛰어난 상업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 <장화, 홍련>으로 3년 만에 순위에 재진입한 김지운 감독은 한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고, 평단의 지지도 놓치지 않았다. “코미디 감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홀가분했다”는 것이 지난해를 돌아보는 그의 추억. 영화 한편을 만들고 나면 항상 국제영화제를 순회하느라 바빴던 그는 이번엔 비교적 짦은 휴식을 가졌고, 여름에 누아르 <모두가 그녀를 좋아한다>(가제)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래서 · “누아르는 호러 다음으로 만들고 싶었던 장르다. 어떤 영화가 나올지 나도 참 궁금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1년이 될 테니까, 올해도 지난해처럼 재미있을 것이다.” 33 문소리ㅣ배우 첫 진입 “그럴 리가? 너무 당황스럽다. 내가 무슨 파워가 있다고.” 문소리는 ‘33’이라는 숫자가 맘에는 들지만 너무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스크린에 나선 이래 가장 파란만장했던 1년을 보낸 그에게 충무로는 “한국의 제인 폰다가 드디어 나타났다”(이현승 감독)고 반긴다. <오아시스>로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뒤 “천당과 지옥을 몇번씩이나 오가는 느낌”으로 <바람난 가족>의 험한 여정을 거쳐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당당히 밝히는 똑똑한 여배우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곧 <효자동 이발사>에서 송강호의 야무진 아내로 등장할 그의 다음 순서는 <사과>. 결혼 적령기 남녀의 솔직하고 생동감 있는 연애와 결혼 이야기로 “너무나 평범하고 무난한 영화여서 현실의 내 모습이 그대로 담길 것 같은 예감”에 은근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 “작품 선택할 때마다 주변에서 도전이고 모험이라고 했지만 실제의 난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에야말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가 특별히 두드러질 게 없어서 더욱 그렇다. 중간점검의 필요를 절실히 느낀다.” 34 문성근ㅣ배우 01 8위 · 02 13위 · 03 18위 앞날에 대해 “앞으로는 총선이 없으니 영화에 전념할 터”라고 요약했다. 거듭된 순위 하락에도 불구하고 영화인들은 그를 “영화계를 대변하는 오피니언 리더”라고 말한다.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짤막하게 정리했다. 쿼터에 대해서도 이미 준비한 이들이 훌륭하고 떨어져 있은 지 2년이 넘어서 나설 일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탈진된 심신을 추스르기 위해 바닷가나 산속으로 가고 싶다”는 그의 손에는 이미 시나리오가 들려 있다. 아직 작품을 정하지 못했으나 조만간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그래서 · “영화라는 게 대본 쓸 때부터 어떤 배우를 연상해야 하는데 대선 끝나고 쟤가 가만히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지난해에 일을 못한 건 당연하다. 올해는 걱정 마시고 배우로 써주셨으면 한다.” 35 최재원ㅣ아이픽처스 대표 첫 진입 영화인들은 “아이픽처스 독립 원년”과 “한국영화의 숨은 재정꾼”으로 무한창투에서 독립한 그를 기억했다. 지난해 아이픽처스는 코스닥상장사인 지니웍스와 지주회사를 설립하여 안정적 자본조달을 꾀했다. 그는 배급사인 풍년상회의 안정과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와는 다른 역사적 배경의 영화”인 <효자동 이발사>의 성공을 올해 과제로 제시했다. “스스로도 제대로 된 재정꾼 역할을 하는 것이 희망”이라며 완성보증, 간접투자자산운용, 영화산업 관련 세제 개선 등 향후 영화산업의 인프라 구축에 현장의견을 전달하는 데 한 몫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 “<장화, 홍련>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고, 청어람 분쟁을 겪으며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회사가 사는 것도 중요하고, 한편으로 영화산업 전체에 기여하는 생각을 해야겠다고 판단하는 중이다.” 36 정태원ㅣ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03 13위 <가문의 영광>과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으로, 박스오피스를 석권하며, 높은 순위로 첫 진입했던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사장은 지난해 제작한 <나비>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린 탓인지 약간 주춤했다. 지난해 한국영화와 외화의 투자·배급 창구를 ‘다원화’하기 시작한 정태원 사장의 2004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할 것 같다. 연내 제작, 개봉예정인 영화만 해도 모두 4편. 6월엔 <페이스>로 호러영화의 첫 테이프를 끊고, 7월엔 이병헌-최지우 투톱을 내세운 <누구나 비밀은 있다>를 개봉한다. <역전의 명수> <가문의 영광2> 등이 라인업에 올라 있고, 지난 4년간 준비한 무협 프로젝트 <무영검>도 올 여름 착수한다.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을 마지막으로 중단했던 공연 기획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잡아놓았다. 그래서 · “지난해가 지지난해보다 부진했던 건 사실이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 일희일비하진 않는다. 부족했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올해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37 김형준ㅣ한맥영화 대표 ·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03 45위 “실패를 거듭하는 것도 기회를 마련하는 그의 재능에서 비롯된다.” 그의 충무로 경력과 ‘추진력’을 인정하면서도 제작에서의 실패를 아쉬워하는 영화계의 중평이다. 93년 잡지에서 발견하고 10년을 넘어 제작된 <실미도>로 다시 한번 ‘충무로의 아이디어 뱅크’임을 입증하고 열두 계단을 더 올라선 그는 <실미도>의 미국 개봉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지난 2월 아시아필름네트워크(가칭 AFCN)를 위한 준비모임에서 <천년호> 사례를 제시하며 합작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재정학을 공부했던 원래 배경과 해외제작 경험을 감안하면 아시아합작이나 연대의 큰 흐름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정원 감독의 신작 <시실리, 2km>가 자체 제작으로 진행 중이다. 그래서 · “대작들이 성공하는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스토리의 탄탄함이나 프로덕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중요해질 것이다.” 38 노종윤ㅣ싸이더스 본부장 첫 진입 싸이더스를 이끌고 있는 부함장. 차승재 대표에 가려 활동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영화사 살림을 챙기며 제작 시스템을 조율해온 인물이다. 영화계 안팎에선 “차승재가 벌이고 노종윤이 정리한다”는 말이 돌 정도. 차 대표도 “회사 경영에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작품 선택시 “합리적인 선구안을 갖고 있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이는 각 부문을 두루 섭렵한 이력과 무관치 않다. 영화아카데미를 나와 외화 마케팅 일을 했고, 1993년 삼성영상사업단에 입사해서는 한국영화 제작파트를 맡아 <돈을 갖고 튀어라> <비트> 등을 만들었다. 제작 물량이 많아질수록 ‘싸이더스 공장장’으로서 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 “딴 짓 안 하고 영화 만들면서 후배 양성하는 거지. 지난해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럴 거다. 곧 촬영에 들어가는 <역도산>은 일본시장을 적극적으로 겨냥한 작품인데 한국영화 시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휴가 좀 써봤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39 김동원ㅣ독립영화 감독 01 47위 “충무로 영화인들은 모두 그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의 존재 자체가 영화를 왜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독립영화계의 대부 김동원 감독이 순위권 안으로 재입성했다. 표현의 자유 쟁취, 각종 영화정책 입안 등에 참여해 순위에 랭크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송환>을 만든 지난 10년간의 노고에 대한 지지로 읽힌다. 10년 동안 찍었으나 묵혀놨던 <송환>을 편집하느라,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 참석하느라 지난 한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김동원 감독. 독립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2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고, 7월 일본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 “쓰치모토 노리야키 회고전이 일본에서 열리는데 거기 세미나에 참석해야 하고 그때부터 일본 개봉을 위한 현지 홍보작업에 들어간다. 좀 쉬어야 집에도 면피하는데. 계속 밤샘 작업하고, 배급한다고 돌아다니다보니 집에서도 봐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고.” 40 박무승ㅣKM컬쳐 대표 01 41위 · 02 30위 · 03 21위 “<품행제로>와 <오! 브라더스>의 성과는 자체 제작의 순조로운 출발로 여기고, <이중간첩> <빙우>는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자체 제작 2∼3편과 투자 4∼5편을 예상했다. 투자한 <달마야, 서울가자>는 50% 이상 촬영해서 7월쯤 개봉예정이며, 조근식 감독의 <여름이야기>와 김용하 감독의 차기작도 준비한다. <허브>라는 정신지체아 처녀와 어머니의 이야기도 기획한다. 그래서 · “50위 내에 계속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들락날락하지 않는 꾸준함이면 됐다.”

[인터뷰] 칸 영화제 가는 배우 유지태

<올드 보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동시출품 행운누려 올해 칸영화제는 유지태(28)라는 젊은 한국 배우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칸영화제에 참가하는 언론은 대략 70여 개국 4천여 매체. 유지태는 <올드 보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 한국이 출품한 두 편의 경쟁작 모두에 출연해 세계 영화인과 영화팬들을 만난다. 한 배우가 두 편의 영화로 칸영화제를 찾은 것은 영화제 역사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드문 일. 올해는 유지태를 비롯해 장만위(張曼玉)까지 이례적으로 두 명의 배우가 작품 두 편을 경쟁작 목록에 올려놨다. 3일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덤덤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의례적 겸손함은 아닌 듯. 그는 "상이나 영화제 초청보다는 열심히 영화작업하는 것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칸영화제가 왜 대단한지 설득시키려 하는데 아직 설득에 넘어간 적은 없어요. 그것은 달나라 여행과 같아요. 처음에는 소란스럽지만 나중에는 가는지 안 가는지에 관심조차 없어지는…. 영화제(출품이나 수상)도 우리 나라에서 그런 식이 될 때가 있겠죠." 그는 나이가 들수록 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 최근 한 연극 출연에서도 그것을 절실히 느꼈단다. 두 편의 출품작 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5일 관객에게 선보이기 시작했다. 두 남자가 옛 연인 선화를 만나러 가는 이틀간을 그린 이 영화는 스타급 배우 유지태와 작가 홍상수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지태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를 위해 20㎏이나 몸을 불려 출연한 사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극중 유지태가 맡은 역은 대학 강사 '문호'. 그는 "한국 영화계에서의 독특한 위치나 전작들을 보면서 생긴 호기심에서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며 배역에 대해서는 "치졸함과 순수함 등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들이 표현됐고 그런 점 덕분에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촬영중 불어났던 몸은 두 달여 만에 바로 원상복구됐다고. 유지태는 자신의 비대한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울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어머니가 영화를 보시다가 우셨대요. 다시는 벗는 장면은 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베드신에서 보인 처진 뱃살이 가슴 아프셨나 봐요. <올드 보이> 때도 그러셨어요. '올백'으로 헤어 스타일을 바꾸려고 약을 바르고 잤더니 아침에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더군요. 그땐 머리카락을 주우시면서 우셨죠." 그는 자신을 '붉은 돼지'로 표현하면서 어머니와 에피소드를 하나 더 들려줬다. "제가 술 마시면 온 몸이 빨개지거든요. 어느날 술 먹고 집에 들어가서 웃옷을 벗고 자다가 나왔는데 마침 식사중이시던 어머니가 숟가락을 놓으시더군요. 그때 제 모습이 완전히 '붉은 돼지' 같았던 거예요. '돈 안 벌어다 줘도 괜찮으니 살 좀 빼라'시더군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촬영이 끝난 후 이달 초까지 유지태는 연극 <해일>의 연습에 시간을 쏟았다. 아침 9시 연습실에 출근, 하루 내내 연습이 하루 일과. 덕분에 그는 영화 데뷔 후 처음 출연한 연극에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따라서 칸영화제 참석은 그동안 쉴 새가 없었던 그에게 좋은 휴식 기회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칸의 계획을 묻자 "사실, 마음이 편하지 않다"며 향후의 바쁜 일정을 늘어놓았다. "칸에 가서 술도 마시고 해변도 걷겠지만 사실 마음이 편치는 않아요. 귀국해서 3일 있으면 차기작 <남극일기>가 촬영에 들어가고 연출하려는 단편영화도 있거든요. 너무 바쁘지 않느냐고요? 젊은데 바쁘게 지내야죠…." 결혼하면 지금보다 일을 덜하게 될 것이라는 유지태는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라고 말하면서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미고 싶다는 소망을 감추지 않았다. 결혼은 그가 꾸는 가장 큰 꿈 중이다. "쭉 어머니와 둘만 살았거든요. 명절 때 어머니와 외식을 하면 우리 테이블만 유난히 썰렁하더군요. 와이프와 아이까지 꽉 찬 4인용 식탁에서 행복하게 밥 먹고 얘기하고 싶은 게 꿈입니다. 물론 사람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요." 다음은 유지태와의 일문일답 -20㎏이 쪘다가 원상태로 복구됐다. 살 빼는 게 어렵지 않았나. =빼는 것보다 찌는 게 어렵다. 사람이 늘어지니 활력이 없어지고 생활리듬도 깨지고. 살찌고 빼는 것은 배우로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 듯하다. 기자들도 급하면 밤새 기사를 쓰지 않나. 일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주인공 문호는 과거의 여자 선화를 만나러 떠난다. 연애에 있어서 과거를 돌아보는 스타일인가. =나 같으면 선화를 만나러 안 갈 것이다.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지 돌아 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 굳이 만나려 하지 않아도 만날 사람은 또 만나지 않을까. -<영화 속 팔자(八字) 걸음걸이는 의도한 것인가. =예전에 무용을 해서 팔자가 몸에 익숙한 데다 살이 찌니 자연스럽게 그런 걸음걸이가 묻어나더라. 이번 영화에서는 일부러 하려고 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능력있는 감독들과 작업한 경험이 많아 연출에서도 많이 배울 수 있겠다. =소소하게 체득한 것들이 많다. 가장 확실한 것은 영화를 잘 만드는 좋은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확신이 뛰어난 감독이라는 것이다. -<올드 보이>의 박찬욱 감독과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홍상수 감독은 일하는 스타일이 극과 극인 듯싶다. =박 감독은 명석하고 확실한 편이다. 계산도 철저하다. 디테일을 잘 지적해주고 굽힘이 없는 편이다. 반면 홍상수 감독은 시나리오가 아침에 나올 정도로 현장성이 강하다. 홍 감독의 영화를 극사실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머릿속에 상상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을 뿐이다. -계획중인 단편영화에 대해 설명해 달라. =다섯 감독이 다섯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는 HD 프로젝트였지만 계획이 무산되면서 내 돈을 들여 제작할 예정이다. CG도 들어가는 디지털 팬터지 영화였는데 예산이 줄어드는 바람에 다른 식으로 풀어내야 한다. 네 번째 연출하는 단편영화다. -<남극일기>에서 맡은 역은 어떤 캐릭터인가. =막내로 탐험대에서 남극을 처음 접하는 '초짜' 대원으로 출연한다. 2박 3일간 배우들이 합숙하며 리딩을 마쳤고, 이달 말 촬영을 시작해 7월부터 뉴질랜드에 건너갈 예정이다. -연출과 연기 중 앞으로 어느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둘 예정인가. =솔직히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영화를 찍고 찍히는 것 모두 어려서부터의 꿈이고 연극도 마찬가지다. 상업영화 쪽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특별히 물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어서 만들려는 것이니까. 저예산 영화의 배급로를 모색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일본은 알려지지 않은 영화도 단관개봉의 길이 있고, 홍콩도 2만 명의 예술영화 관객이 있다더라. 찾아보면 우리도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중이다. -연극은 계속 병행할 것인가. =앞으로도 소극장에서 계속 훈련하고 싶다. <해일>이 막을 내린 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공연하면서 만들어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도 많았고…. 올 연말쯤 (<해일>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현재는 몸으로 표현하는 신체연극을 기획중이다. 실험적 창작극이 될 것이다. -<거울 속으로>에 출연하기 전 6개월여간 일본에 머물러 일본어 실력이 좋겠다. 최근에는 영어 공부도 한다던데…. =<봄날은 간다>의 홍보차 방일한 자리에서 갑자기 한동안 떠나 있고 싶었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게 됐다. 극장 돌아가는 방식이나 독립영화가 살아남는 법 등에 대해 보고 싶었고 떠나 있으면서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싶었다. 일본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썼고, 한동안 더 일본에 남으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거울 속으로>의 시나리오를 보고 한국으로 돌아 오게 됐다. 영어는 계속 공부해왔다. 바빠서 자주 못 만나지만 개인 선생님도 있고 학원에서 1대1 지도도 받는데 꾸준히 못하는 관계로 잘 안 늘더라.

[뉴욕] 영화배우의 정치연극 바람

뉴욕에서 유명 영화배우들이 이라크전과 부시의 정책을 소재로 한 연극을 시작, 시어터 관객은 물론 영화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인공은 얼마 전 <미스틱 리버>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팀 로빈스와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연기파 배우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다. 이들은 각각 자신들이 아티스틱 디렉터로 몸담고 있는 극단과 함께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 퍼블릭 시어터에서 각기 다른 작품이지만, 비슷한 소재의 공연을 하고 있다. 로빈스는 LA에 베이스를 둔 극단 액터스 갱과 함께 연극 <임베디드>(Embeded)를 지난 2월부터 뉴욕에서 공연하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초 로빈스가 이라크 반전시위 이후 자신은 물론 어린 자녀까지도 보수파로부터 인신공격을 받은 뒤 쓴 희곡으로, 부시 정권과 이라크 전쟁을 풍자한 작품이다. 로빈스가 연출도 담당한 이 작품은 평론가들에게는 혹평을 받았으나, 관객에게는 큰 호응을 얻어 이미 세 차례나 연장 공연에 들어갔다. 지난 4월27일부터는 4주간 한정적으로 로빈스가 직접 공연에도 출연하고 있다. 호프먼이 동료배우 존 오티즈와 공동으로 창단한 래비린스 시어터 컴퍼니는 현재 뉴욕에서 가장 촉망 받고 있는 신예극단. 이들은 지난 4월20일부터 뷔히너의 <보이체크>를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각색한 연극 <기니피그 솔로>(Guinea Pig Solo)를 공연하고 있다. 존 오티즈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이라크전에서 돌아온 한 미군이 9·11 테러 이후 변해버린 뉴욕에서 방황하는 내용을 다룬 것으로, ‘현대 미국 비극’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로빈스와 호프먼은 오랫동안 정치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과거 정치풍자영화와 연극들을 여러 차례 발표했던 로빈스는 수잔 서랜던과 함께 반전 시위에 참여해왔다. 그리고 호프먼은 2000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파티는 끝났다>(The Party’s Over)를 지난해 겨울 뉴욕과 LA에 개봉하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로빈스와 서랜던의 인터뷰도 포함돼 있다.뉴욕=양지현 통신원

돌아온 탕자의 어머니, <화산댁>

1968년 컬러 89분 감독 장일호 출연 황정순, 김진규, 신성일, 남정임 EBS 5월9일(일) 밤 11시10분 제7회 대종상 특별장려상 제12회 샌프란시스코영화제 출품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라도 마다지 않고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람이 한국의 어머니다. 1960∼70년대 한국 여성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현모양처였다. 그런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은 당시 영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했는데, 그 한국적 어머니상에 가장 잘 맞는 배우가 황정순이었다. 1960년대 전형적인 가족드라마인 장일호 감독의 <화산댁>에서 황정순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인내하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을 가슴 진한 감동과 함께 연기한다. 당시 한국영화에서 황정순이 빠지는 영화는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에 출연한 그였지만, 정작 주연을 맡은 영화는 그리 많지 않았다. <화산댁>은 황정순이 주연을 맡은 몇 안 되는 영화들 중 대표작이다. 서울에 있는 작은아들 부부를 만나러 시골에서 올라온 화산댁은 아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했던 기쁨도 맛보지 못한 채 아들 내외에게 무시와 냉대를 당하고 황망히 시골로 내려온다. 큰아들이 동생을 찾아가 혼을 내지만, 출세에 눈이 먼 작은아들은 오히려 형에게 불법적으로 돈을 벌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부도수표를 남발하던 작은아들은 결국 실패하고 감옥에 간다. 화산댁은 정성으로 아들 옥바라지를 하고, 화산댁의 회갑날 출소한 작은아들은 어머니의 큰 사랑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새사람이 된다. 신상옥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 장일호 감독은 <석가모니> <난중일기> <호국팔만대장경> 등의 사극과 스케일 큰 스펙터클영화의 연출을 많이 했지만, <화산댁>을 비롯해 1980년대판 <미워도 다시 한번>인 <사랑하는 사람아> 등의 멜로영화 연출에도 능한 멀티플레이어였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

‘다르다’는 평가는 싫다, <효자동 이발사>의 배우 문소리

조연이지만 <효자동 이발사>에서 문소리의 존재는 맑게 빛난다. 화면 중심에서 비껴 있지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겨주는 연기는 그가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음을 알린다. 그런데 문소리는 차기작 <사과>의 출연을 앞두고 예상 밖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단순히 연기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자배우로서 이제껏 가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는 형편과 맞물려 있다. 4·15 총선 때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간판 선수처럼 떠올랐던 것에도 말 못할 속앓이를 했다. 그가 “난 자유로운 배우가 되고 싶은데”라고 주저주저하면서도 그동안 쌓아왔던 속내를 용기있게 보여줬다. 문소리가 배우로서 간절히 원하는 영역의 확장은 한국영화의 경계를 넓히는 것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효자동 이발사>에서 문소리가 또 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맙다. 솔직히 말하면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 <바람난 가족>이나 <오아시스>는 초반에 그 캐릭터로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렇지 페이스에 오르고 나면 괜찮았다. 캐릭터의 내적 의지가 굉장히 중요한 영화여서 그 엔진이 가동되면 톱니바퀴 물려 돌아가듯 끝까지 갔으니까. <효자동 이발사>는 내가 언제 들어가 이 톱니에 끼어야 하는지가 너무 어려웠다. 송강호, 감독, 영화는 맞물려 돌아가는데 어디서 발맞춰 들어가야 하는지, 내가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있는 건지, 이 캐릭터가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건지 계속 고민하면서. 청와대 뒷길을 내려오는 장면이 있다. 송강호 선배가 애 업고 가는 데 면박주고 그런다. 감독이 구시렁구시렁하면서 가라는데 정말 구시렁구시렁할 수는 없지 않나, 어떤 대사든 해야지. 이런 컷 하나하나에 생사가 달린 것이었다.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오버할 수는 없고. 그러면 영화가 삐그덕거리게 되니까. 이야기에 활력을 주는 조연이 돼야 하는데 처음이니까. 예전에는 카메라가 나에게 들어오거나 나와 동등했는데. 어떻게든 그 안에서 자리잡아보려고 애썼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들이 하는 역할 이외에 또 다른 활력이 됐다고 하니까 다행이다. <바람난 가족>은 굉장히 정치적 영화였고 문소리는 정치적 발언을 우회적으로 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바람난 가족>은 시대와 사건을 정면으로 가져오는 작품이 아니었다. 반면 <박하사탕>과 <효자동 이발사>는 정면으로 시대와 사건을 이야기하지만 여자는 개인적 비애를 보여주는 조연에 불과하고 남자들이 앞서서 이야기한다. 어떤 느낌인지. 이렇게 철저하게 남성의 역사였나 하는 생각이 들지. 정치라는 게 곧 역사가 돼버렸는데 그 정치가 남성의 정치였고. 여성이 그 이야기에서 끼어들고 그려낼 여지가 없다. 사실 이 영화가 격동의 역사나 정치적 사건을 뒤에 우스꽝스럽게 세워둔 알록달록한 세트 같은 거라고 생각했고 그 앞에서 펼쳐지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서민의 삶, 애환이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니 감독님이 의도했는지 어땠는지 알 수 없으나 소시민의 삶보다는 권력과 아버지 성한모의 관계가 좀더 전면에 나왔다. <씨네21> 창간호 특집이었던 ‘한국영화 파워50’과 관련해 통화했을 때 중간점검이 절실하다고 했다. 왜, 어떤 종류의 점검이 필요한 건가. 처음부터 내가 한국 영화계에 받아들여지느냐 아니냐가 중요했고, 그것이 어려운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걸 넓혀보려고 노력 중이다. <바람난 가족> <효자동 이발사> 모두 다양한 역할을 해보려는 시도다. 촬영 준비 중인 <사과>를 하면서 한국 영화계에서 내가 어떤 필요의 배우인지 다시 질문해보고, 연기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에 따라,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가진 것 없이 오래 왔다고 생각한다. 여러 면에서 나를 더 키울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과>라는 작품 자체가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가 독특한 것도 아니어서 나 자신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을 만큼 일상적이면서도 보편적 연기가 요구된다. 그런 연기, 그런 드라마, 그런 캐릭터에서 뭔가 중요한 걸 담아내려면 다시 기본이 중요한 것이고 달리 기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라는 느낌이 안 드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부담이라는 건가. 그렇다. <오아시스>는 장애인이라는 요소가 있고, <바람난 가족>는 영화적으로 얼마나 센가. <효자동 이발사>에는 송강호 선배가 있고 스케일도 있다. 운 좋게도 나는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왔을 뿐이다. 그런데 <사과>는 본전 갖고 시작한다는 느낌이다. <오아시스>가 상대적으로 감독의 영화라는 색깔이 강했다면 <바람난 가족>에선 비로소 배우 문소리의 개성과 매력이 돋보였고 지금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뿌리가 뽑히지 않은 나무가 되겠다는 건 아니지만 있는 동안은 튼튼하고 건강하게 서 있고 싶다. 그런데 작은 흔들림에 상처받지 않고 제대로 발딛고 서 있는 건가 하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사과>라는 작품이 그 분기점이 될 것 같다. 20대에서 30대가 되는 여자의 마지막 성장기를 다룬다. 가족, 직장, 사랑에 대해. 정말 사랑하는 게 뭔지 파고드는 데 30대로 접어드는 내 고민과 겹쳐진다. 개인 문소리가 드러나는 게 부담스럽다는 말인지. 배우가 자기를 드러내는 직업이지만 사실 자기가 아닌 탤런트를 하는 거다. 자기를 드러내는 연기가 있고, 감추는 연기가 있어서 작품에 유용한 만큼만 하는 건데 성격상 나의 어떤 면이 드러나는 걸 안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과 젊은 여배우가 <효자동 이발사>처럼 파마 머리에 생활력 강한 어머니로 나타나는 것 중 어느 게 더 부담스러운가. 전자가 훨씬 크다. 아줌마든 할머니든 작품 안에 내가 녹아들어가 있으면 상관없다. 관객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나를 이해해줄 테니까.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는데 어떤 종류의 영역을 뜻하나.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거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각인된 면이 있었는데, <바람난 가족>과 <효자동 이발사>에서 또 다른 걸 했다. 장르적으로 넓어졌고, 대중도 이제야 좀 알아본다. 많이는 아니고. 4·15 총선에서 영화인들이 민주노동당을 대대적으로 지지했는데 대표선수처럼 언급된 이가 문소리였다. 부담감을 느꼈다고. 그것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부담을 느낀 건 아니다. 선생님을 했든 가정주부를 했든 다른 뭘 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목소리를 소신껏 내고 싶다. 다만 배우라는 이름으로 과장되고 과다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싫었다. 혹시 문성근, 명계남씨가 정치쪽에 발을 내딛을수록 연기에서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부담감을 느낀 건 아닌가. 그런 것도 있는데 사실 그분들은 십자가를 진 거나 마찬가지다. 난 그런 위치도 아니고 그런 의도도 아니다. 난 소신껏 목소리를 냈을 뿐이고 그분들은 희생과 의무가 있었다고 본다. 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분들을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처럼 보는 사회적 시선이 있는데 나에 대해서도 민노당을 지지한다든지 등의 사안에서 영화인 문소리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정당인이나 정치에 뜻을 둔 사람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게 문제다. 오해의 여지가 없는데 사회적 흐름이 오해하기 쉽게 만든다. 내가 실제로 하고 있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당비 내고 지지한다고 말할 뿐이다. 배우라는 이유로 과다하게 부풀려지는 게, 사실이 아니니까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영화인으로, 직업인으로 나 자신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어떤 사회활동이나 봉사활동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인이라는 게 내 정체성의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자칫 어떤 영향을 받을까봐 우려했다. 이번 총선에선 라디오 CM 하나 했고, 당비 낸 것밖에 없다. 영화인 지지선언하는 데 가지도 않았다. 라디오를 한 것도 민노당이 원내 진입하는 데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작은 걸 한다고 한 것이다. 신문광고 등 다른 것도 있었으나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거라서 하지 않았다. <효자동 이발사>가 개봉하는 데 이미지가 연결될 수도 있어서 진솔한 목소리만 들려주자는 뜻에서 라디오만 했다. 어쨌든 지금 문소리는 뭔가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왜 내 인생은 계속 그래야 할까. 어떤 배우여야 하는가의 문제에서의 개척일 텐데, 이현승 감독이 문소리를 가리켜 “한국의 제인 폰다가 나타났다”고 했다. 말하자면 지적이고 똑똑하며 자기 주관이 뚜렷해서 정치적 발언도 당당히 할 수 있는 배우가 나타났다는 환영일 수 있는데, 대중 전체가 바라지 않더라도 일부 영화인들과 일부 대중이 이런 배우가 되기를 원한다면. 이끌려가지 말자고 생각한다. 내가 맞춰가면 끝내는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 스스로 걸어간 걸음이 아닐 때 진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 요구가 있다는 건 안다. 그걸 바라지 않는 사람도 있고. 나쁜 요구는 아니지만 자꾸 역할이 주어지다보면 그 역할에 맞춰서 가게 되지 않나. 그러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고 한다. 사실 한국에 역할모델이 없기 때문에 가다보면 더 상처받고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두려운 건 아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 지금 내가 한국에서 배우를 하고 있는 것만 해도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앞으로 10년 뒤의 행보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내 가치관에 위배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앞으로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겨레>에서 시평 원고를 청탁했는데 사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겨레>의 정치적 주장은 분명하나 정당지는 아니고 신문사가 명망과 식견을 가진 이를 선별해서 청탁하는 칼럼이라는 점에서 배우의 이미지를 위해서 해볼 법도 했을 텐데. 10년 뒤면 모를까 지금은 힘들다. 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한다. 나에게 글쓰는 건 아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가능하다. 편지 한장 쓰더라도 밤새 쓴다. 얼마 전 최형인 선생님(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극단 한양레퍼토리 대표)에게 연기를 배우고 싶어서 밤새 편지를 썼다. 이건 이렇게 오해하지 않을까 저건 저렇게 오해하지 않을까 하며. 밤새 쓰고나서 아침에 보니까 너무 창피하고 부질없어 보여서 버렸다. 다음에 뵐 기회있으면 부탁해야지 하고. 시나리오 받고 거절하는 편지도 몇자 안 되는 걸 밤새 쓴다. 그런데 신문 칼럼은 얼마나 힘들겠나. 세상에 대한 눈이 넓어지고 분별력이 더 좋아졌을 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몇몇 프로듀서와 감독에게 물어봤다. 배우 문소리에게 대중성을 좀더 넓히는 길과 정치적인 것이든 뭐든 자기 발언을 확실히 하면서 이제껏 한국에 없었던 여자배우의 길을 가는 것 중 어느 게 좋겠냐고. 반으로 갈리더라. 나를 아끼는 사람도 반으로 갈린다. 어느 쪽이 성공할지, 더 확률이 높을지는 그들 전문가도 모르더라. 결국 문소리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데. 영화를 한다는 건 대중에게 말을 걸고 내 맘을 보여주는 거다. 그건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내가 사회적 발언을 많이 한 건 아니지 않나. 최대한 아껴왔고 조금씩 늘려가려고 한다. 내 입지가 확고해지고 영향력이 커질수록 신중해야겠지만 더 늘려가려고 한다. 오히려 기다리고 있는 셈이네. 뭐, 음~. 신문 사회면에, 뉴스에 자꾸 나오고 그러면 관객이 별로 안 좋아한다고들 한다. 영화보는 데 방해가 되는 데까지는 안 하려고 최대한 노력할 거다. 그런데 지금 이것도 최대한 자제하는 건데 더 줄이라고 하면 입다물고 아무 생각 하지 말라는 건데 그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 아무리 배우라고는 해도. 언론에서 과장해서 그렇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발전하고 이 사회가 진보하는 만큼 관객도 달라질 거고 거기에 발맞춰가겠다. 아~, 이런 얘기 너무 많이 한다. 어디서 한 적 없는데. 한국 영화계가 연기력이 뛰어나면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지점에 도달했다고 보나.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느끼기에는. 설경구, 송강호와 연기를 해봤는데 성차가 다른 배우로서 느낀 게 있나. 내가 체감하기 이전에 존재하는 게 남자배우들은 연기말고 다른 덕목도 많이 평가받지 않나. 인간적으로 존경받기도 하고. 여배우는 연기 좀 잘한다, 예쁘다 말고 평가하는 기준이 없다. 이런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게, 나를 주변의 여배우들과 차별화하면서, 사실 큰 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나를 상품화하는 전략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작품마다 열심히 했을 뿐인데 본의 아니게 자꾸 기존 여배우와 차별화하면서 이미지를 만드는 게 두렵고 싫다. 그런 차별화가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닮아가려 한다. 전도연 선배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도, 이미숙 선배가 그 나이에 중년의 섹슈얼을 뽐내는 것도. 요즘 몇몇 CF 등장하고 있는데 많이 가린다고 들었다. 어렵더라. 간단하게 생각하면 간단한 건데. 깊이 생각하면 광고하고 싶지 않은 기업이 있을 수도 있고 또는 사회적 영향이 나쁘다고 생각되는 제품이 있을 수도 있다. 내 주위에선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몇달 동안 잠깐 하면 되는 건데 그게 뭐 중요하냐고 하지만 고민되는 게 사실이다. 이러니 사는 게 피곤하지. 그 상품이 나를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그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광고를 이용해 얻는 대중성도 있으니까. 일단 지금 이용할 수 있다면 해보자는 생각이다. 일단 서로 잘 이용한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이 공익근무 끝내고 같이 하자고 하면. 좋다. 그런데 그럴 것 같지 않은데. (웃음) 같이 하고 싶은 다른 감독은. 여성감독과 해보고 싶다. 남자주인공과 남자감독이 작업하면서 갖는 관계와, 여자배우와 남자감독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방식은 다르다. 특히 시나리오를 직접 쓴 감독에게 남자주인공은 자신의 분신이고, 여자는 판타지이거나 자신을 억압하는 바깥의 존재다. 여자감독이 시나리오 쓴 작품에 출연하면 감독의 내부에 있는 것과 소통하면서 또 다른 내용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해보고 싶은 사람 많다.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를 보고 아주 새로웠다. 그런데 모호하다. 또 어떤 영화를 할지. 새롭고 도전정신이 있는 영화를 할 것 같아서 함께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