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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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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여름 개봉영화 올 가이드 [2] - 6월

6월 3일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말하자면 : 바람이 되어 다시 찾아온 연인 감독 곽재용 출연 전지현, 장혁 제작 아이필름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아이러브시네마 4일 <레이디킬러> The Ladykillers 말하자면 : 50년대 영국 코미디를 2000년대 미국식으로 바꿔놓은, 코언 형제의 범죄극 감독 에단 코언, 조엘 코언 출연 톰 행크스, 어마 P. 홀, 말론 웨이언스 수입·배급 브에나비스타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말하자면 : 얼어붙은 뉴욕, 한 발자국만 밖으로 나가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데니스 퀘이드, 제이크 질렌할 수입·배급 폭스 5일 <메트레스 연인> Maitress 말하자면 : ‘그녀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묻는 성장드라마 감독 가시마 쓰토무 출연 미타무라 구니히코, 가와시마 나오미 수입·배급 미디어 소프트 11일 <페이스> 말하자면 : 얼굴없는 원혼을 마주하는 공포 감독 유상곤 출연 송윤아, 신현준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배급 시네마서비스 <나두야 간다> 말하자면 : 만약, 당신과 내가 서로 직업을 바꿔본다면? 감독 정연원 출연 손창민, 정준호 제작 화이트리엔터테인먼트 배급 롯데시네마 <퀸카로 살아남는 법> Mean Girls 말하자면 : 코미디로 만든 10대 소녀들의 연애전쟁 감독 마크 워터스 출연 린제이 로한, 레이첼 맥애덤스 수입·배급 UIP <데스티네이션2> Final Destination2 말하자면 : 계속되는 죽음의 도미노 감독 데이비드 R. 엘리스 출연 알리 라터, 미셸 란데스 수입 나라이필름 배급 UIP 18일 <령> 말하자면 : 주인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참혹한 비극.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다 감독 김태경 출연 김하늘, 류진, 남상미, 신이, 빈 제작 팝콘필름 배급 쇼박스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 The Prince And Me 말하자면 : 왕족과 평민의 성별만 뒤바꾼, 21세기판 <로마의 휴일> 감독 마사 쿨리지 출연 줄리아 스타일스, 루크 메이블리 수입 미로비전 배급 브에나비스타 <슈렉2> Shrek2 말하자면 :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대체 행복이 뭐야? 감독 앤드루 애덤슨, 켈리 어즈베리, 콘래드 버논 목소리 출연 마이크 마이어스, 카메론 디아즈, 에디 머피 수입·배급 CJ엔터테인먼트 <헬보이> Hellboy 말하자면 : 머리에 달고 태어난 악의 뿔을 제 손으로 잘라버린 악마의 자식, 제 핏줄을 향해 총구를 겨누다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론 펄먼, 셀마 블레어 수입·배급 콜럼비아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말하자면 : 난국을 구할 여성 전사로 성장한 소녀의 어느 무림기 감독 키다무라 류헤이 출연 우에토 아야, 오다기리 죠, 다케나카 나오토 수입·배급 스폰지 <몬스터> Monster 말하자면 : 살인을 해서라도, 반드시 지키고 싶었던 사랑 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티나 리치 수입 시네마루 배급 무비즈엔터테인먼트 <블러디 선데이> Bloody Sunday 말하자면 : 피로 물든 슬픈 역사에 대한 성찰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제임스 네스빗, 알란 길디아 수입·배급 백두대간 25일 <아는 여자> 말하자면 : 그저 ‘아는 여자’라고 해도 좋다. 십년 간직한 짝사랑의 결실이 눈앞에 다가왔으니까. 감독 장진 출연 이나영, 정재영 제작 필름있수다 배급 시네마서비스 <대단한 유혹> Seducing Dr.Lewis 말하자면 : 섬마을 사람 120명이 공모한 희대의 사기극 감독 장 프랑수아 풀리오 출연 레이몽 부샤르, 다비드 부탱 수입·배급 필름뱅크 <음양사2> 陰陽師2 말하자면 : 음양사가 맞서야 할 것은, 마귀들만이 아니다 감독 다키타 요지로 출연 노무라 만사이, 후카다 교코 수입 (주)아펙스엔터테인먼트, (주)씨네진 배급 (주)아펙스엔터테인먼트 30일 <스파이더 맨2> Spider-Man2 말하자면 : 막강한 전편에 이은 속편에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감독 샘 레이미 출연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앨프리드 몰리나 수입·배급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인어공주> 말하자면 : 스무살 적 엄마를 만나게 된 스무살 딸의 이야기 감독 박흥수 출연 전도연, 박해일 제작 나우필름 배급 CJ엔터테인먼트 6월 중 <완전한 사육> 完全なる飼育-愛の40日 말하자면 : 여고생을 납치해서 사육한 남자보다 더 엽기적인 것은 납치범을 사랑하게 되는 여고생의 심리 감독 니사야마 요이치 출연 후카우미 리에, 히다 야스히토, 다케나카 나오토 수입 창엔터테인먼트 배급 무비즈엔터테인먼트 <시크릿 윈도우> Secret Window 말하자면 : 잘 나가는 소설가와 집요한 정신이상자가 벌이는 스티븐 킹표 심리스릴러 감독 데이비드 코엡 출연 조니 뎁, 존 터투로, 티모시 허튼 수입·배급 콜럼비아트라이스타 <갓센드> Godsend 말하자면 : 아들의 클론과 함께 잉태된 저주 감독 닉 햄 출연 그렉 키니어,레베카 로민 스타모스 수입 코리아스크린

2004 여름 개봉영화 올 가이드 [4] - 8월

8월 6일 <홈 온 더 레인지> Home on the Range 말하자면 : 음악이 흐르는 ‘천국의 밭’ 목장의 결투 감독 윌 핀, 존 샌포드 목소리 출연 랜디 퀘이드, 주디 덴치, 쿠바 구딩 주니어 수입·배급 브에나비스타 <돌려차기> 말하자면 : <슬램덩크>+<으랏차차 스모부>+태권도 감독 남상국 출연 김동완, 현빈, 조안 제작 씨네2000 배급 시네마서비스 <신부수업> 말하자면 : 함께할 때 서로에게 득될 게 없는 두 남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게 되기까지 감독 허인무 출연 권상우, 하지원 제작 기획시대 배급 코리아픽쳐스 <본 아이덴티티2> The Bourne Supremacy 말하자면 : 적이 불분명한 시대에 나온 고전적 스파이영화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맷 데이먼, 프란카 포텐테 수입·배급 UIP <시실리 2km> 말하자면 : 다이아몬드를 삼켜버린 ‘조용한 마을’에서 소란법석 난투극이 벌어진다 감독 신정원 출연 임창정, 권오중, 임은경 제작 한맥영화 배급 쇼박스 <바람의 파이터> 말하자면 : 맨손으로 세계를 호령한 최배달의 아날로그 액션 감독 양윤호 출연 양동근, 가토 마사야, 히라야마 아야 제작 아이비전엔터테인먼트 <얼굴없는 미녀> 말하자면 : 혼돈에 빠진 남자와 여자, 분명한 건 욕망뿐이다 감독 김인식 출연 김혜수, 김태우 제작 아이필름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아이러브시네마 <인 디스 월드> In This World 말하자면 :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소재로 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도. 감독 마이클 윈터버텀 출연 자말 얼딘 토라비, 에나야툴라 수입,배급 백두대간 13일 <터미널> Terminal 말하자면 : 어디도 갈 수 없는 남자, 비상사태에 처한 공항에서 곤경과 싸우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 존스, 스탠리 투치 수입·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가필드> Garfield: The Movie 말하자면 : 게으른 고양이 가필드, 그도 뛰어야 할 때는 뛴다 감독 피터 휴이트 출연 빌 머레이, 제니퍼 러브 휴이트 수입·배급 폭스 20일 <빌리지> The Village 말하자면 : 시공간과 인물은 변해도, M. 나이트 샤말란의 의식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와킨 피닉스, 브라이스 댈라스 하워드, 에이드리언 브로디 수입·배급 브에나비스타 27일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말하자면 : ‘브레인 서바이버’ 형식의 러브스토리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럿 수입 씨맥스픽처스 배급 코리아픽처스 8월 중 <쓰리, 몬스터> 말하자면 : 3개국 3인 감독이 연출한 3가지 호러 감독 박찬욱, 미이케 다카시, 프루트 챈 출연 이병헌 제작 영화사 봄, 어플러즈픽처스, 가도가와 다이에이 <뉴욕 미닛> New York Minute 말하자면 : 너무나 다른 두 자매의 뉴욕 모험기 감독 데니 고든 출연 애슐리 올슨, 메리 케이트 올슨 수입·배급 워너 <인형사> 말하자면 : 하우스호러의 전통을 <장화, 홍련> 같은 슬픈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감독 정용기 출연 김유미, 임은경, 옥지영 제작 필마픽쳐스, 마인엔터테인먼트 <팜므파탈> Femme Fatale 말하자면 : 필름 느와르와 히치콕을 교묘하게 배합하다 감독 브라이언 드 팔머 출연 레베카 로미진 스타모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수입 태원엔터테인먼트 배급 CJ 엔터테인먼트 <알 포인트> 말하자면 : 어두운 베트남의 정글, 그곳에선 어떤 병사도 돌아오지 못했다 감독 공수창 출연 감우성, 손병호 제작 씨앤필름 배급 시네마서비스 <드래곤 헤드> 말하자면 : 종말을 맞이한 지구위에서 펼쳐질 소년들의 표류기 감독 이이다 조지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사야카, 후지키 나오히토 수입·배급 스폰지 <망치> 말하자면 : 허영만의 소년, 세상을 구하다! 감독 안태근 제작 캐릭터 플랜 배급 스폰지 <크림슨 리버2> Crimson River2 말하자면 : 절대 끝나지 않는 연쇄살인. 이번엔 수도원에서 감독 올리버 다한 출연 장 르노, 브누아 마지멜 수입·배급 엔터모드 <마계환생> 魔界幻生 말하자면 : 이승의 지배를 위해 부활한 악마와 인간이 내통하다 감독 히라야마 히데유키 출연 구보쓰카 요우스케, 사토 고이치 수입 (주)아펙스엔터테인먼트, (주)씨네진 배급 (주)아펙스엔터테인먼트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 말하자면 : 누구도 분노한 그 남자를 막을 수 없다 감독 토니 스콧 출연 덴젤 워싱턴, 다코타 패닝 수입·배급 폭스

불어라 높새바람, <하류인생>의 김민선

“풀숏인가요?” 조명기 앞에 선 김민선이 대뜸 어른스런 투로 질문한다. “아니오, 여기까지 나와요”라고 사진기자가 무릎 근처를 짚어주자 알겠다는 듯 바로 대범하고도 드라마틱하게 포즈를 취한다. 하늘거리는 스커트 차림의 그가 가느다란 팔다리를 이리저리 자연스레 흔들어보다 다시 묻는다. “바람 없어요?” 선풍기가 있는데 고장났다는 말을 듣고 포기하려는 찰나, 스타일리스트가 조명기 옆으로 커다란 스티로폼판을 들고와 부채 삼아 부쳐준다. 불규칙하지만 인공적이지 않은 바람이 그의 주변으로 일기 시작한다. 그 바람에 몸을 묻듯, 김민선은 아까보다 더 날아갈 듯한 동작으로 움직인다. 이런 거리낌없는 김민선의 모습은 사실 낯설지 않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와 드라마 <유리구두> <현정아 사랑해> 등에서 보인 당돌함과 발랄함이 그의 똑 부러진 외모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은 이런 그의 이미지를 조금 어긋난 각도에서 비춘다. <하류인생>에서 흐르는 것은 강하지만 물러설 줄 알고, 단호한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한없이 인내할 줄 아는 박혜옥의 넓은 품새다. “단순, 무식, 과격”한 최태웅의 순수함 하나를 믿고 결혼을 결심할 만큼 대담하면서도,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 당당한 자신감의 소유자라는 점은 통하지만, 모 가수의 뮤직비디오에서 현란한 춤 실력을 과시하던 김민선은 없다. 피자를 맛있게 베어물며 생긋 웃는 귀여움도 없다. “감독님이 캐스팅을 제안하셨을 때 사실 의아해했어요. 저에 대해 어떤 걸 기대한다는 말씀 같은 건 없었어요. 저도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임권택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김민선이 “찍기에 따라 대단한 매력을 뽑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저는 알고 있었어요. 사실 저는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는 배우예요. 굉장히 감성적이고요. 영화나 드라마가 워낙 타입캐스팅이 많은지라 여태까지는 그것의 일부만 보여졌던 거죠. 그래서 감사했죠. 저한테서 잠깐 드러난 이미지를 감독님이 캐치하고 믿어주신 게.” 자신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주변에서 “김민선이 왜?”라고 묻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류인생>을 만나기 전까지 쌓아두었던 답답함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분명 나는 가진 게 많은 사람일 텐데. 하지만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인물을, 얼마만큼의 폭을, 얼마만큼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어두운 데서 형광등이 반짝 켜지는 것처럼” 깨달아갔다. 김민선은 끊임없이 감독에게 질문했다. 감독이 읊은 말들로 현장에서 쓰여지는 시나리오의 대사는 “너무 문어체이고 요즘 쓰는 말이 아니어서” 바꾸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시나리오가 없으니 콘티조차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현장에서, 그는 지금 이 장면이 클로즈업인지 바스트숏인지를, 언제쯤 테이크가 끊기는지를 지겹도록 꼼꼼하게 묻고 계산했다. 감독님이 바빠보일 땐 눈치껏 리허설 필름을 보며 감을 잡았다. 상황에 대한 단서를 “툭, 툭, 툭, 툭” 던지시는 감독님의 말을 빠짐없이 “경청했다”. 스쳐지나가는 말을 붙들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수십번 곱씹었다. “많이 배웠죠. 그분의 에너지도 많이 받았고. 제가 드려야지, 했었던 건데.” 에너지의 수혜자가 성숙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성숙함. 그에게 낯설어 보이는 이 단어는 그러나 그의 것이다. 인터뷰에 응하는 김민선의 태도는 능구렁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노련해 보인다. 설명적인 어조와 상황묘사에 애쓰는 손짓, 순간순간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려는 표정까지. 그는 “자신감이 원체 없던 사람이라” 상대방의 얘기를 주로 들으며 자기가 해야 할 말을 소심하게 마음속으로만 재던 아이였고, 겨우 할말을 생각해놓으면 말할 타이밍을 놓쳐 마음에 후회만 쌓아오던 아이였다. 행여 말을 버벅거리면 아이들이 비웃을까봐 발표 한번 제대로 못하면서도, “못하면 또 튀니까” 교실 구석에 처박혀 자기 것만은 열심히 끼적댔더랬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소풍 장기자랑 때, 맨 앞줄에 앉았단 이유로 반 대표로 불려나가 막춤을 추고 난 뒤 “구경하는 것보다 직접 참여하는 것이 창피하고 후회되면서도 오히려 맘은 편하더라”는 걸 알았다. 그뒤로 매년 한번씩 친구들과 팀을 짜서 춤연습을 하고 아이들 앞에 선보였다.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던 자신이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는 순간 성숙한다. 임권택 감독이 잡아낸 김민선의 결도 이것이었으리라. 어머니의 삼일장을 치른 이틀 뒤부터 시작된 촬영현장에 깊이 파묻혔던 그가, 이제 <아프리카> <스물넷>을 선택했을 때에는 없던 책임감과 부담감을 지고 몸을 일으킨다. “빨리 일하고 싶다는 의욕부터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되돌려줄 무언가를 갖춰야겠다는 다짐. 이 다짐은 “바람이 있으면 몸을 움직이기가 더 쉬워요. 저는 느낌이 있는 사진을 찍고 싶거든요”라고 말하는 자유로운 감성과 함께 또 한번 성숙의 기회를 맞을 것이다. <하류인생>으로 삶의 터닝포인트를 발견한 스물다섯의 김민선은 그것을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다.

‘학교인근 극장금지’ 위헌, 헌법불합치

“일률규제 위헌”, 대학근처 극장운영 길 열려 학교 주변에 극장 영업을 일률적으로 규제한 법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7일 서울지법 등이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내 극장 영업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학교보건법 조항이 위헌적 규정이라며 제기한 위헌법률제청 사건에서 해당 조항 `극장' 중 대학 부근의 정화구역에 관한 부분은 위헌을, 유치원.초.중.고교에 관한 부분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위헌 결정으로 인한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법 개정때까지 일정기간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것이다. 이에따라 학교보건법 조항 중 `대학' 부분은 이날로 효력을 상실, 대학 주변에서는 영화진흥법상 규제를 받는 제한상영관(성인영화관)을 제외한 모든 극장이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게 됐으며, 나머지 교육기관 관련 조항에 대해서는 개정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학교보건법 조항 가운데 대학에 관한 부분은 극장운영자의 직업의 자유, 표현 및 예술의 자유, 극장을 이용하려는 학생들의 문화향유에 관한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치원.초.중.고교 부분도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공연장 또는 순수예술이나 아동, 청소년을 위한 전용공연장, 영화관 등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극장 설립을 금지하고 있어 위헌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만일 이 부분에 대해 단순 위헌을 결정한다면 입법자가 새로운 입법을 하기 전까지 유치원.초.중.고교 부근에 상업영화관을 포함한 모든 극장이 자유롭게 영업을 하게 될 것이고 이는 학교 교육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에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치원.초.중.고교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조항에 대한 효력을 법 개정시까지 중지시켜 이들 교육기관 근처에 있는 기존의 극장 등의 영업활동을 보장해줬다. 서울중앙지법과 광주지법은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학교 출입문 반경 50m)내 극장 영업 제한 규정을 위반, 유치원 등으로부터 10여m 떨어진 곳에서 영화상영관과 연극 극장을 운영하다 기소된 정모씨 등 극장주 2명에 대한 재판을 각각 심리하던 중 작년 1월과 올 2월 위헌심판을 제청했다.(서울=연합뉴스)

<옹박> 감독 프라차야 핀카엡 내한

무에타이 액션영화 <옹박>의 감독 프라차야 핀카엡이 내한했다. 본래 ‘뚝뚝’(세발 달린 오토바이형 택시)을 타고 달리는 액션영화를 찍으려던 그는, 토니 자(<옹박>의 주연)의 무에타이 스승이자 타이 최고의 스턴트맨인 파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이 소재를 착안하게 됐다고 말한다. “주연배우가 잘생기지도 않고 소재에 상업성이 없다는 인식 때문에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웠었다”며 “중국 무술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을 납득시키기 위해 무에타이만의 독특한 기술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고. 그 결과 <옹박>은 타이에서 4천만 바트(1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홍콩, 싱가포르, 일본,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 각지로 수출됐다. 속편격인 <똠양꿍>이 촬영에 들어갔으나 “<옹박>과 관련한 해외 일정이 워낙 바빠 내년 초에나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행복한 걱정도 털어놓는다. 철저히 액션 중심인 전편과 달리 속편에서는 드라마나 캐릭터를 강화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액션으로 즐거움을 줘야 할 영화”라며 “액션을 보러온 관객은 드라마가 강하면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그의 소신은 “드라마, 멜로, 호러 등 다양한 장르영화를 각 장르에 가장 걸맞게 만드는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제작사 ‘바람유’는 한해 라인업이 7∼8편에 이르는, 타이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곳이다. 타이 내 최대 메이저사인 사하몽콜필름이 이곳의 모든 영화를 투자·배급한다. 후배감독들이 만드는 영화의 프로듀서 직함까지 다느라 “감독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손해를 보는 것 같다”면서도 “타이영화감독협회장이기도 하니까 내가 도와줘야 한다”고 프라차야 감독은 사람 좋은 웃음을 남겼다. 글 박혜명·사진 오계옥

어려운 아내 대신 쉬운 여자에게로,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은 ‘여성 예찬’이 아니다 영화평론가 허문영은 다른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을 ‘여성예찬’으로 평했다. 나는 거기에 반대한다. 물이 차오르면 욕망이 차오르고, 섹스를 하면 물을 뿜는 그녀 몸은 ‘남자 몸’의 정확한 유비이다. 한마디로 영화는 “그녀(들)도 나(우리)와 같이 발기하고 사정하면 정말 좋겠네♬ 언제 하고 싶은지, 언제 만족했는지 모두 알 수 있잖아, 그녀(들)의 욕망은 알 수가 없어, 하자면 아니라 하고, 하고도 아니라 하네∼. 그녀는 내숭쟁이♬”의 영상 버전이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 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가 여체를 상징한다는 건 오래된 농담이다. ‘붉은 다리(일본어, 橋하시-脚아시)를 지나 사철 꽃으로 덮인 집’이라… 거기에 ‘단지(꿀단지?) 속의 금불상’이라…. 음담패설의 ABC를 아는 사람이라면, 벌써 감잡았다. 거기에 물과 고기까지… 음… ‘바다 냄새 나는 여자’? 음담패설 연상되는 게 불쾌하냐고? 천만에! 불쾌한 건 따로 있다. 말 그대로 욕망하는 남성 주체의 환상적 현신인 그녀의 다른 한편에 도무지 요해 불가능한 현실의 아내가 있다는 점이다. <붉은 다리…>는 정한석의 지적(<씨네21> 452호)처럼 <우나기>의 속편이다. 배우는 물론 내러티브까지 동일하다. 그러나 <우나기>에 있고, <붉은 다리…>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현실로의 환기-ego의 자각’이다. 두 영화는 모두 남자가 아내와 헤어져 다른 곳에서 새 여자와 사는 이야기다. <우나기>의 첫 시퀀스에서 남자는 아내를 죽인다. 아내는 부정을 저지른 현행범이고, 그는 아내를 죽인 확신범이다. 8년간 복역한 그는 마을에 정착하고, 여인을 만난다. 그는 피하지만, 그녀는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그를 따른다. 그런 ‘비범한 행운’은 감방동기를 통해 지적된다. “아내를 죽이고도 속죄하지 않는 이가 예쁜 여자랑 산다네… 아내를 죽인 것도 성적 무능에서 비롯된 망상 때문이었지?” 무서운 진실의 말은 그에게 끝내 거부되지 못하고, 마침내 “편지는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에 이른다. 의심가는 아내를 죽여버리고, 살갑게 챙겨주는 여자와 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그에게 현실을 환기시켜주는 동기의 말은 기실 감독이 관객에게 누설하는 방백(傍白)이다. 그뿐 아니다. 그녀는 ‘알뜰한 당신’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서, 누구 애인지도 모르는 애를 배고, 옛 애인의 습격에 그는 다시금 칼을 휘두른다. 칼부림 끝에 아내로 맞지만, 여전히 거리낌은 남고(누구 씨인지도 모르는 자식을 키우게 된 자신을 우나기에 비유하며, 그는 가볍게 한숨짓는다), 다만 수긍하게 된다. 그나마도 신접살림은 1년가량 유예된다. 새 아내를 얻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붉은 다리…>에서는 모든 것이 생략된다. 아내는 전화선 너머에서 돈이나 닦달하다 마침내 이혼을 선언한다. “돈 때문이냐, 다른 놈이 생겼냐?”는 말에 “아니다, 싸우기 싫다”고 매정하게 말하는 아내의 태도는, 사실 주인공의 무의식이 투사(投射)된 결과이다. 그는 아내를 이해해오지 않았다. 그에게 아내는 돈만 달라는 여자이고, 자신은 억울하게 이혼당했다 생각하면 되므로 미안한 마음을 품을 필요가 없다. 아내는 “사랑하기에 죽일 수밖에 없었다”며 비장하게 번민되는 대상이 아니라, 간단없이 마음속에서 제거되는 대상이다(유일한 통신선이었던 전화기도 박살난다). 그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아내를 버리고, 더할 나위 없이 에로틱한 여자를 품는다. ‘물’이 장애가 아니었냐고? 장애는커녕 쾌락을 배증시킨다(“당신은 내 물만 좋아하죠?”). 물은 그녀의 성욕과 오르가슴의 확실한 물적 보증이다. 그는 아무런 의심이나 갈등없이 그녀와 섹스할 수 있다. 이 무슨 천복인가? 이토록 이기적인 그의 욕망을 환기시켜주는 장치는 일체 없다. <우나기>의 감방동기와 상동인물인 노숙자는 비단이나 챙겨가고, 그에게 “보물 찾으러왔다”는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 그친다. <우나기>의 옛 애인과 상동인물인 애인친구가 등장하지만, 그녀에 대한 권리주장은 직접성이 없으며, 억지싸움은 주먹다짐이 고작이다. 모든 것이 순탄하다. 게다가 <우나기>의 장모처럼 정신이 나간 할미도 그나마 곱게 미쳤으며, <우나기>의 스님처럼 그를 이끈 철학자는 할미와 연분까지 있었으니, 이 무슨 대를 이은 화목의 헹가래란 말인가? <붉은 다리…>의 그녀는 오묘한 여자가 아니라, 남자들이 바라는 대로 물적 파악이 가능한 여자이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아내, 까다로운 욕망의 구조를 지닌 ‘나쁜 아내’를 버리고 ‘쉬운 여자’를 품고 싶다고 툴툴대는 남정네들에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선화는 말한다. “야∼ 너무 쉬운 거 아냐?”

‘엽기’ 콤비, 홍콩서 ‘한류’ 바람몰이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홍콩 프리미어 시사, 현지 열띤 반응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이 `한류(韓流) 바람'을 몰고 2년여만에 홍콩에 다시 상륙했다. 6월 3일 홍콩과 한국에서 동시 개봉할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의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를 위해 26일 홍콩을 방문한 전지현은 첵랍콕 공항에서부터 현지 언론과 팬들의 뜨거운 영접을 받았다. <엽기적인 그녀>의 콤비 곽재용 감독과 타이틀롤 전지현이 다시 손을 잡고 장혁이 상대역으로 나선 <여친소>는 이곳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식 제목도 <야만사저(野蠻師姐)>. 영어 제목은 바람개비를 뜻하는 으로 달았다. 여자 경찰과 경진(전지현)과 여고 교사 명우(장혁)의 유쾌하면서도 가슴 찡한 사랑을 그린 코믹 멜로물로 연예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의 자회사인 아이필름의 창립작이며 <와호장룡>과 <영웅>의 프로듀서로 이름난 빌 콩의 에드코 필름이 제작비 350만 달러 전액을 투자했다. 홍콩 영화사가 한국영화에 제작비를 모두 댄 것도 처음이지만 한국영화가 홍콩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이며 한국과 동시 개봉하는 것도 최초. 홍콩의 58개 극장 가운데 30개 극장에 간판을 내건다.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가 홍콩의 역대 흥행 순위에서 한손에 꼽을 정도의 빅히트를 기록한 터라 이미 `월드 스타'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장혁 역시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와 영화 <화산고>로 중화권에 팬클럽이 결성돼 있을 정도. 곽재용 감독도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의 잇따른 흥행 성공으로 관객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들은 27일 오후 100여명의 현지 보도진이 몰려든 가운데 홍콩에서 처음으로 세워져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리우푸샨(流浮山) 경찰서(지금은 경찰서로 쓰이지 않고 건물만 남아 있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곽재용 감독은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고, 전지현과 장혁은 중국어로 "뜨거운 환대에 감사드린다"고 인사말을 건네 갈채를 받았다. 이들은 28일 밤 IFC 빌딩 극장에서 주윤발 등 홍콩 스타와 영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시사회에 참석한 뒤 29일 귀국할 예정이다. <여친소>는 중국 전역에서도 5일 개봉되며(상하이는 11일), 곧이어 대만ㆍ말레이시아ㆍ태국ㆍ베트남 등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개봉 시기는 올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잡혔다. 곽재용 감독과 전지현ㆍ장혁은 6월 5일 중국 상하이로 날아가 상하이 영화제 개막식과 6일 시사회에 참석하는데 이어 7일 베이징에서 무대 인사와 함께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다. 다음은 현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홍콩에 온 소감을 말해달라. ▶곽재용 = 제 영화에 대해 많은 기대를 표시해 주셔서 고맙다. 굉장히 마음이 들떠 흥분된 상태다. ▶전지현 = (중국어로 인사말을 건네 박수를 받은 뒤) 만나서 반갑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3년 가까이 만에 홍콩에 왔는데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여친소>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장혁 = (역시 중국어로 인사말을 꺼내고) 홍콩에 오니 기분이 좋다. 저희 영화 때문에 많이 와주셨는데 좋은 영화를 보여드리는 마음으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다. 전지현씨와 장혁씨를 <여친소>의 주연으로 캐스팅한 까닭은 무엇인가. ▶곽 = 나는 이들을 캐스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타인 이들에게 내가 발탁된 것이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 ▶곽 = 전지현씨는 물론 장혁씨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다. 둘 다 나와 같은 또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실제로는 20살 안팎 차이가 난다) 편하게 지냈다. 아마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여자 경찰 역할을 해낸 것을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전 = 그건 제 몫이 아니라 관객이 평가해 주실 일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 많은 분들께 달라진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친구처럼 가깝게 지낸다고 들었는데 로맨틱한 장면을 찍다가 민망한 느낌이 들거나 묘한 기분을 느낀 적은 없었는가. ▶장 = 지현씨와 친하기는 하지만, 로맨틱한 장면을 연기할 때마다 극중에서처럼 연정이 싹튼다면 이 세상의 모든 멜로 영화의 남녀 주인공이 스캔들을 일으켰거나 사랑의 결실을 이뤘을 것이다. 지현씨와 무척 잘 통해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마음 편하게 찍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 ▶장 = 그렇게 많이 나오실 줄 몰라 놀랐다. 정말 감사드린다. 이처럼 저희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니 홍콩 관객의 반응도 좋을 것 같다. ▶전 = 홍콩 팬들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도 깊은 애정을 표시해주시니 기쁘기도 하면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저희에게 보여주신 관심을 이제는 영화에 돌려주시면 고맙겠다. (홍콩=연합뉴스)

날자, 훨훨 날아보자, <인 더 컷>

“네 몸 속에는 교통경찰이 있어.” 친구가 내게 던진 말이다. 무너져내릴 듯 바스러질 듯하다가도 끝내 망가지지 못하는 나의 희미한 ‘범생이’ 기질을 말함일까. 그 교통경찰의 호루라기를 빼앗고 오토바이 타이어에 펑크도 내고 싶지만, 몸은 매번 제자리다. 그래서 난 더더욱, 변화하는 것들에 넋을 놓는다. 특히 ‘불혹’을 넘은 나이에 무언가에 진정 ‘혹’해버리는 사람들에게는. 멕 라이언도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인 더 컷>에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멕 라이언’은 없다. 영화 속 그녀는 선연한 잡티와 주름 사이로 지친 눈물을 떨구는,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프래니가 되어 있다. 그녀가 모르는 그녀의 열망과 섬광처럼 조우할 때, 변신은 시작된다. 다시는 대면하고 싶지 않은 상처와 꼿꼿이 마주함으로써, 아니 온몸을 상처 속으로(in the cut) 깊숙이 들이밂으로써 프레니는 변화한다. 끔찍이 사랑하는 이복동생이 토막살인당하는 극한의 상처.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살인범으로 몰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걸레가 된 동생의 잘린 머리를 끌어안고 놓지 않는다. 혀가 잘리고 폐가 도려내어지고, 몸 구석구석 빈틈없이 난자된 동생의 죽음, 그 모든 과정을 낱낱이 기억한다. 그녀는 상처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상처가 되어버림으로써 상처를 안으로부터 파괴한다. 그뒤, 머릿속으로만 섹스를 상상하던 소심한 그녀가, 수갑을 채워 남성을 꼼짝 못하게 만들더니, 마침내 그를 ‘천천히 삼킨다’. 자신의 욕망을 두려워하던 그녀는 연인이 바로 동생을 죽인 연쇄살인범이라는 강렬한 의혹 속에서 비로소 한껏 쾌락을 향유한다. 연쇄살인범의 심장에 총을 겨누어 폭력의 고리를 끊는 것도 경찰이 아닌 그녀다. 그러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자신을 둘러싼 ‘시선’을 바꾸는 것이다. <인 더 컷>을 페미니즘 영화로 보는 시선은 영화를 그 자체로 즐기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페미니스트라는 꼬리표는 끝없이 새로운 존재로 비약하려는 제인 캠피온에게 일종의 ‘화인’(火印)이 아닐까. 내가 <인 더 컷>에서 읽어낸 것은 페미니즘적 시선만은 아니다. 프래니가 흑인속어집을 만들기 위해 지하철 광고판, 행인의 티셔츠에 박힌 글자들, 흑인 제자가 뇌까리는 슬랭에 넋을 빼앗기는 장면들. 프래니는 주류적 역사 속에 틈입할 수 없는 버려진 욕망들, 세상 속에 분명 존재하지만 ‘불결함’을 이유로 방치되는 언어들, 누군가 불러깨우지 않으면 흐느낌 한번없이 사위어갈 존재들의 흔적을 맹렬하게 기록한다. 영화 속 뉴욕은 <섹스&시티>에 등장하는 화려한 뉴요커의 활동무대가 아니라 차라리 인도의 뒷골목을 연상시킬 정도로 잡스럽고 불온하다. 아무도 말을 섞지 않는 대상(속어나 은어로 대변되는 미국의 ‘쌈마이인생’들)에게 말걸기를 통해 익숙한 대상(아메리칸 드림의 상징, 뉴욕)은 섬뜩한 대상으로 거듭난다. 로맨틱코미디가 멕 라이언의 안전판이자 걸림돌이었다면, 페미니즘 역시 제인 캠피온의 알리바이이자 지우고 싶은 문신일 수 있다. 이제 비상을 시작한 멕 라이언, 매번 다른 존재로 날아오르는 제인 캠피온 모두, 날개를 쉬기 위해 안전한 암반을 찾지 않기를.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은 ‘발없는 새’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에는 발없는 새가 있대.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단 한번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라디오를 듣다 루시드 폴의 <왜 날려고 하는데 발이 필요할까>라는 곡에 흠칫 놀라, 읽던 책 덮고 한동안 멍해진다. 빗속에서 루시드 폴의 들리지 않는 속삭임을 듣는다. 왜 착륙하지 못하는 비행은 실패일까. 비상에는 오직 비상이 있을 뿐. 왜 굳이 착륙하려 하지? 착지를 위해 필요한 발바닥을 돌보는 사이 죽어버린 나의 날개를,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정여울/ 미디어 헌터 suburbs@hanmail.net

생동감 넘치는 신선한 “신데렐라”가 되야죠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여주인공 김정은 인터뷰 "어떻게 하면 신데렐라 역을 구태의연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제가 다른 여배우들보다는 웃기니까 뛰어다니고 사고치고 다니면 생동감있는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충무로의 정상급 코믹 여배우로 꼽히는 김정은이 6월 5일 첫방송되는 SBS 특별기획드라마 <파리의 연인>(극본 김은숙 강은정, 연출 신우철)의 여주인공 강태영 역을 많은 소감이다. <파리의 연인>은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모든 것을 다 갖춘 재벌2세와 가난하지만 독특한 매력이 넘치는 `신데렐라'가 만나 펼치는 달콤한 로맨스를 다룬 순정 멜로 드라마다. 김정은이 맡은 신데렐라 강태영은 부모님이 서로 처음 만났다는 도시 파리에 대한 동경을 간직한 가난한 영화학도로 무작정 6개월 예정의 파리 어학연수를 떠난다. 돈을 벌기 위해 최고급 아파트의 가정 도우미로 일하던 중 집주인인 재벌 2세 한기주(박신양)와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진다. 후에 태영은 기주의 조카인 윤수혁(이동건)의 짝사랑을 받게 된다. SBS <아버지와 아들> 이후 2년 3개월 만의 드라마 복귀인 그는 "영화는 갇혀서 작업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지만 드라마는 첫 방송 이후 반응이 즉각즉각 오는 것이 흥미롭고 신이 난다"고 복귀 소감을 말했다. 또한 기획단계인 1년 전부터 "이 드라마는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것도 좋지만 드라마는 어차피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픽션이니까 환상과 이상향을 제시하기 위해 약간의 과장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돈 많은 남자를 만나는 신데렐라 이야기는 너무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시청자를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잖아요. <별은 내가슴에>, <사랑을 그대 품안에> 같은 로맨스 드라마를 저 역시 얼마나 설레어 하면서 봤는지 몰라요. 로맨틱한 드라마들은 1시간이라도 시청자를 기분 좋게 해 줄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촬영현실은 드라마의 환상만큼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고. 이달 초부터 약 2주간 프랑스 현지 로케이션을 하고 돌아온 김정은은 프랑스에서 무척이나 고생을 많이 했다. "피부 알레르기가 심해서 몇시간씩 촬영이 중단되기도 하는 등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물도 안 맞는 데다 촬영 분량도 많고 여러 상황이 열악해서 솔직히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오기 직전 3-4일은 잠도 못 자고 강행군을 하는 바람에 예고편에 보면 엄청 부어서 나오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캐릭터의 설정이 연수온지 얼마 안 되는 `초짜' 유학생이라 프랑스어가 서투른게 더 자연스러웠다는 점이다. "동생이 파리에 있어서 자주 전화해 프랑스어를 공부했는데 감독님이 프랑스어를 못하는 설정이니까 더이상 연습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유학간지 얼마 안 됐으니까 실수하고 모르면 사전 찾아보는 편이 더 자연스러우니까요." 극중에서 태영은 가정 도우미를 하면서 누구인지 모르는 집주인 기주에게 계속 메모를 남기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서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확인하고 서서히 사랑하는 사이로 변해간다. 기주란 남자가 왜 좋으냐고 물었더니 "드라마를 보시면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는지 반문하실 거예요. 돈 많죠. 멋 있죠. 세련되죠. 그런데 보자마자 돈 보고 사랑하는 건 아니예요. 기주 역시 저한테 오해살 만한 행동들을 많이 하게 돼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남자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겠어요?" 박신양과 처음 호흡을 맞춘다는 그는 "파리에서 처음 보자마자 왈츠를 추는 신부터 촬영을 했다"며 웃음지은 뒤 "극중에서 호흡이 잘맞고 조언을 많이 해 주셔서 든든하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최근 부러워했던 드라마 배역을 물었더니 "`장금'이가 부럽긴 한데 저는 아마 죽어도 못했을 것"이라면서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서울=연합뉴스)

<여친소> 홍콩에서 세계 관객에 첫선

<엽기적인 그녀>의 콤비 곽재용 감독과 타이틀롤 전지현이 다시 손잡고 만든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가 28일 밤 홍콩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여친소>의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린 88층짜리 IFC(International Finance Center) 건물의 복합상영관에는 2시간 전부터 보도진과 팬들이 몰려 북적거렸다. 현지 마케팅 파트너인 한국계 휴대전화 회사 VK모바일 직원들이 홍보용 막대풍선과 전단지를 나눠주며 분위기를 돋우는 가운데 <여친소> T셔츠를 입은 전지현 팬클럽 회원들도 자리를 지켰고 이곳을 지나는 홍콩 주민들도 극장 입구에 설치된 <여친소> 하이라이트 화면을 지켜보며 발걸음을 멈췄다. 시사회가 시작되기 직전 곽재용 감독과 주연배우 전지현-장혁은 극장 입구의 간이무대에 올라 간단한 인사를 건넨 뒤 시사회장에 들어섰다. IFC 복합상영관의 5개 전관에서 진행된 시사회에는 세계적인 홍콩 감독 쉬커(徐克)ㆍ천커신(陳可辛)ㆍ프루트 챈(陳果)ㆍ옌하오(嚴浩),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중국명 杜可風) 등을 비롯해 현지 기자들과 영화계ㆍ투자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장혁이 전지현의 상대역을 맡은 <여친소>는 이곳에서 <엽기적인 그녀>(중국제목 아적야만여우ㆍ我的野蠻女友)의 속편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제목도 <야만사저(野蠻師姐)>로 달았고 영어제목은 바람개비를 뜻하는 . 여자 경찰과 여고 교사의 유쾌하면서도 가슴 찡한 사랑을 그린 코믹 멜로물로 연예매니지먼트 싸이더스HQ의 자회사인 아이필름의 창립작이며 <와호장룡>과 <영웅>의 프로듀서로 이름난 빌 콩의 에드코 필름이 제작비 350만 달러 전액을 투자했다. 사명감과 의협심에 넘치는 순경 경진(전지현)은 비번 날 목욕탕 문을 나서면서 날치기 사건과 마주치자 범인을 뒤쫓다가 엉뚱하게도 범인을 잡으려던 시민 명우를 체포한다. 이 일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거듭되는 해프닝 끝에 사랑을 키워가는데 명우가 탈주범을 체포하려는 경진을 돕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엽기적인 그녀>에 비해 멜로 분위기가 강해지기는 했지만 코믹 요소는 여전히 관객의 웃음보를 자아내고 격투 신과 자동차 추격 신에 폭파 장면까지 등장한다. 곽 감독의 장기로 꼽을 수 있을 만한 극중극 형식의 패러디 대목에는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도 동원됐다. 스타성에 기대면서도 장르적 요소를 두루 결합시킨 구성방식이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흥행의 관건. 시사회가 끝난 뒤 5관에서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곽재용 감독은 "저승과 이승, 그리고 전생을 관통하는 남녀의 운명적 인연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전지현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울부짖는 대목이 많아 부담스러웠는데 감독님과 장혁씨의 도움으로 후회없이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으며 장혁은 "지현씨가 내 손목에 수갑을 채우기 전에 투덜대는 대사가 입에 붙지 않아 가장 많이 NG를 냈다"고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6월 3일 홍콩과 한국에서 동시 개봉될 <여친소>는 홍콩의 57개 극장 190여개 스크린 가운데 30개 극장 40여개 스크린에 간판을 내걸 예정이며 한국에서는 300개 가량의 스크린을 확보해놓았다. 곧이어 중국 전역에서 5일 개봉되고(상하이는 11일) 대만ㆍ말레이시아ㆍ태국ㆍ베트남ㆍ일본 등에서도 올해 안으로 선보인다.(홍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