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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극 <사랑을 할 거야> 12일 첫 방송

이번에는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 맞붙는다. 불륜, 친형제간의 사랑 등 가족 시청시간대의 주말 연속극이 점점 더 선정적인소재를 찾아헤매더니 12일 첫 방송할 MBC TV <사랑을 할 거야>(극본 박지현ㆍ연출이주환)는 재혼 상대의 자식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꽤 파격적인 소재이지만 으레 그러하듯 '코믹 터치'란 당의정을 입혔다. <사랑을 할 거야>는 가수 겸 연기자로 입지를 굳혀온 장나라(진보라 역)가 2002년 <내 사랑 팥쥐> 이후 처음 출연하는 드라마. 그의 상대인 연하늘 역에는 주가가급상승중인 연정훈이 등장한다. 또 장나라의 엄마로 만화가라는 이색적인 직업을 가진 김옥순 역은 김미숙이 맡아 98년 장동건과 공연한 <사랑> 이후 6년 만에 MBC 드라마에 출연한다. 그의 재혼상대인 명품 화장품 회사 이사 연성훈 역은 최근 코믹배우로 변신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강석우가 출연, 멜로 배우로 다시 탈바꿈한다. 지난해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겼던 영화 <사마리아>의 주연 여배우 곽지민이 장나라의 동생으로 등장해 드라마에서 첫 선을 보이는 것도 눈에 띈다. 여고 3년생인 진보라와 대학 1년생 연하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 그러나 고교시절 연애는 절대 안된다는 김옥순의 요구에 따라 겉으론 아닌 척한다. 이혼 후 전남편으로부터 빚만 떠안은 김옥순은 자신의 팬클럽 회장인 연성훈을 만나 중년의 사랑을 시작한다. 당연히 자식들의 축복 속에 결혼을 하리라 예상하고 가족간의 만남을 갖지만 그자리에서 진보라와 연하늘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 뒤늦게 자식들의 관계를 알게 된 부모들도 고민에 빠지고. <사랑을 할 거야>는 최근 KBS 2TV 주말연속극에 연속 고배를 든 MBC가 사활을 건 작품이다. 현재 방영중인 최진실 최수종 주연의 <장미의 전쟁>은 시청률이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다. 극본은 <사랑해 당신을>으로 주말극에 참신한 바람을 몰고 온 박지현 작가가, 연출은 <인어 아가씨>로 흥행의 법칙을 익힌 이주환 PD가 맡았다.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장나라는 나이답지 않게 "이혼법정에 선 부부들의 갈등을 그린 KBS 2TV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을 즐겨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혼이 이미 일반적인 사회 현상이 될 만큼 많아져 이런 소재가 충분히가능하다고 본다.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로 그려내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방영 전부터 일본 만화와 유사하다는 말이 돌아 제작진을 애태우고 있으나 한국실정에 맞는 이야기 전개로 이를 무마한다는 계획이다. 주연 배우 외에도 임호 김정란 이효정 이두일 나문희 정영숙 등이 출연한다. (서울=연합뉴스)

[주말극장가] 반부시 재난극 vs 아슬아슬 예술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그 첫 주자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재난 블록버스터 <투모로우>가 4일 개봉한다. 전작 <고질라>나 <패트리어트: 늪 속의 여우>에서 보듯 이 감독은 드라마 연출력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사이즈와 스케일로 화면을 휘몰아치게 하는 게 주특기이다. 기상이변으로 재앙이 닥친 상태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찾아 간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빼곤, 이렇다할 줄거리 없이 미국이 자연재해로 쑥대밭이 되는 장면을 묵시록처럼 연출한다. 미국에서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부시를 겨냥해 이 영화를 반부시 영화로 활용할 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일본영화 <완전한 사육>은 장르에서나 스케일에서나 <투모로우>와 정반대이다. 홍보물에는 ‘에로 멜로’라고 적혀있지만 예술영화에 가깝고 등장인물은 주인공 남녀 포함해 10명을 넘지 않는다. 보는 이에따라 남성의 위험한 성 판타지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할지도 모르지만, ‘반(半)’ 포르노로 시작해 ‘반(反)’ 포르노가 돼어가는 일본 로망포르노 장르의 전통을 읽을 수 있다. 같은 주말 개봉작 가운데 감독이 코인 형제라는 이유로 기대를 모으는 <레이디킬러>는 역설이나 페이소스 모두 코인 형제의 다른 영화들에 못 미친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과 곽재용 감독이 다시 만났다는 점에서 주목을 끄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주말 개봉작 한겨레 리뷰 <내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감독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졌을 때, 보란 듯이 그 기대를 져버리는 영화들이 있다. 윤제균 감독의 <낭만자객>, 정초신 감독의 <남남북녀> 같은 영화가 그랬다. 곽재용 감독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그 뒤를 이을 것같다면 속단일까.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을 잇따라 흥행시킨 곽재용 감독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관객들 마음 속에 향수처럼 남아있는 신파적 감성을 적절하게 끄집어내는 솜씨가 있었다. 그런데 <내 여자…>에서는 캐릭터, 드라마 모두 휘발한 상태에서 신파적 연출이 두서없이 남발된다. 여자경찰관 경진(전지현)이 고교 교사 명우(장혁)를 소매치기로 잘못 알고 체포했다가 그 인연으로 둘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무난할 수 있다. 여자는 불의를 못 참는 다혈질의 경찰이고, 남자는 순하고 착하다는 정도를 빼면 이 두 캐릭터에 살을 입히는 게 없다. 영화의 3분의 2쯤에서 남자가 죽고 그 다음부턴 줄곧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자, 전지현을 의상과 무대를 바꿔가며 비추면서 관객에게 그 슬픔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다혈질 여경찰 순둥이 남 교사 그것만으로 ‘끝’ 명우가 남긴 “난 죽어서 바람이 될 거야, 바람이 불면 내가 온 줄 알아”라는 말은 분명 유치하다. 사실 사랑을 그리며 울고 싶은 신파적 감성은 유치한 것이다. 그걸 노리고 누아르와 멜로의 이미지만 섞어 음악의 배경으로 까는 뮤직비디오들이 유행한 지도 오래다. <내 여자…>는 그런 뮤직비디오 여러 편을 이어붙인 듯한데, 그게 대동소이하다. 명우는 죽은 뒤 진짜로 바람이 돼 경진 곁에 수도 없이 불어닥치고, 자살하려는 경진을 구해주기까지 한다. 음악도 대동소이하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스테이> 두 곡의 올드 팝과 일본 엑스재팬의 <티어즈>를 수시로 반복한다. 이쯤 되면 유치함의 남발이자 착취로 보인다. 와중에 경진은 흉악범들을 체포하면서, 차량폭발로 솟아오르는 불길을 등 뒤로 한 채 총들고 긴 머리를 휘날리는 홍콩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전지현 팬에 대한 서비스일 텐데, 전후 맥락에 대한 고려는 없다. 아마도, 제작진은 ‘구태여 다듬을 필요가 뭐 있냐, 멜로의 정수만 뽑아 단순명쾌하게 가자’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 자세한 의도는 알기 힘들지만 영화만 액면 그대로 놓고 보면 안이하고, 무성의하고, 사줄 게 없다. 3일 개봉. 코엔형제의 <레이디 킬러> 세상을 떠난 남편(의 초상화)과 대화하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낙인 시골 노파 먼슨 부인의 집에 한 남자가 세를 들어온다. 자신을 문학박사로 소개하는 G.H. 도어(톰 행크스)는 지적이고 고상한 말투로 노파를 현혹시키지만 그의 실체는 도둑. 이 집의 지하실에서 인근 카지노까지 땅굴을 파 금고를 털려는 계획으로 그는 나름의 ‘드림팀’을 꾸린다. 아마추어 클래식 음악연주단을 가장한 이들의 작전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결정적으로 먼슨 부인에게 도둑 짓을 들키면서 도어 박사 일행이 탄 배는 산을 향해 노를 저어간다. 머리 달리는 5인조, 할머니한테 딱걸렸네 감독과 제작자로 각각의 명함을 팠지만 언제나 공동작업을 해온 조엘 코인·에단 코인 형제의 영화들은 넓은 의미에서 범죄코미디에 속한다. <아리조나 유괴사건>처럼 뒤집어지는 웃음 주변에 어수룩한 범죄를 깔거나, <파고>처럼 사람을 갈아죽이는 잔인함 곁에 어처구니 없는 실소를 배치하는 등 모양과 이음새는 달라도 범죄와 코미디는 이들의 영화에서 중심요소다. 1955년 제작됐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레이디 킬러>는 이들 형제 감독의 작품 리스트 가운데서도 ‘범죄 코미디’라는 장르에 가장 걸맞을 만한 영화다. 풀어 말하면 범죄극들이 자주 차용하는 전형적인 설정(은행강도)과 코미디가 즐기는 전형적인 인물들(지능이 모자라는)이 등장한다. 좋게 말하면 어떤 전작들보다 적재적소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나쁘게 말하면 코인 형제답지 않게 평면적이다. 허허로운 웃음·뿅망치급 반전‘코미디 컴백’반갑다, 톰 행크스 에드가 앨런 포우 전문가인 도어 박사는 신문광고를 통해 4명의 동료들을 꾸린다. 설사병에 시달리는 폭파전문가와 베트콩 출신의 땅굴전문가, 머리는 장식품처럼 달고 다니는 힘전문가와 목적장소인 카지노에 근무한다는 것 외에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흑인 청년이 그들. 어찌저찌해서 가까스로 이들은 돈을 훔쳐내는 데 성공하지만 바른생활 노파인 먼슨부인에게 들통이 나자 예정에 없던 먼슨 부인 제거작전이 발효된다. <레이디 킬러>라는 제목이 나온 사연이다. 문제의 출발지와 기착지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레이디 킬러>는 여느 범죄극, 또는 범죄 코미디와 갈라지는 지점을 가지고 있지만 ‘코인 표’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 분기점은 그 표지가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하면 딱 어울릴 것같은 캐릭터들로 손쉽게 관객의 웃음을 끌어내려는 방식이 코인 표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여기에 뒷통수를 후려치는 강도가 ‘뿅망치’ 정도도 되지 않는 반전에 해당하는 등장인물들의 잇따른 죽음도 실없는 농담처럼 허허롭게 느껴질 뿐이다. 반가운 건 코미디 동네에서 성장해 근면성실 동네로 이사가 점잖은 모범시민으로만 지내오던 톰 행크스가 오랫만에 돌아와 펼치는 코믹 악역 연기. 배경이 되는 미국 남부의 끈끈한 분위기를 실어나르는 블루스 선율도 범상한 대사들보다 훨씬 매혹적이다. 3일 개봉. 골방속 욕망, 안쓰럽고 모호하고 <완전한 사육> <완전한 사육>은 40대 남자가 여고생을 납치해 자기 집에 감금해 놓고 자기 여자로 만들려고 하는 이야기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지만, 설정부터가 포르노적 성격이 강하고 영화도 굳이 이를 부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표현수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여고생을 향한 40대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이렇다할 핑계를 대지 않는다. 자칫 불쾌하게 보일 수 있는 여지를 방치해 놓은 채 남녀의 행동과 심리에 미묘한 변화를 낚아채가면서 포르노를 훌쩍 벗어난다. 여고생 하루카(후카우미 리에)는 말 없는 성격에 친구가 거의 없다. 일찍부터 아버지없이 어머니와 남동생과 살았다. 어느날 낮에 하늘에서 유에프오를 보았고, 밤에 다시 그걸 보러 갔다가 40대 회사원인 스미카와(히다 야스히토)에게 납치된다. 스미카와는 하루카를 집에 가두어 놓고 요모조모 살피며 매일같이 몸무게를 재고, 출근할 때는 꽁꽁 묶어 놓는다. 성관계를 갖고 싶어하지만 강제로 할 생각까지는 없다. 보물단지처럼 애지중지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납치는 했지만 실제는 겁많고 소심하다. 제목에서 풍기는 사도매저키즘적인 냄새는 이 영화엔 거의 없다. 문제는 여자다. 처음엔 몇차례 탈출을 시도하더니 그걸 접고 좀 더 지나선 스스로 달아날 기회가 생겼는데도 그러질 않는다. 어느 순간 스스로 먼저 성관계를 허락한다. 여자가 아버지 없이 자랐다는 설정이 힌트가 될 수도 있다.(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을 ‘파파’라고 부를 걸 요구하고, 나중에 여자는 거기에 따른다.) 납치된 이가 납치범에게 동화되는 스톡홀름 신드롬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가 묘사하는 여자의 심리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여자의 마음을 사려고 안절부절하는 남자가 코믹하게 보이고 여자가 거기에 반응을 보일 때, 이 영화는 <감각의 제국>이나 로망포르노의 걸작으로 불리는 구로사와 다츠미 감독의 <빨간 머리 여자>처럼 사회와 담쌓고 골방에 틀어박히려는 남녀의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회적 관계 안에서 욕망을 풀어내지 못하는 이들의 황폐해진 내면이 드러날 때 오는 안쓰러움이 있다. 여고생 납치 길들이려는 중년남 실화 바탕 포르노 경계 넘나들어 하지만 영화는 그 안쓰러움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빨간 머리 여자>처럼 남성의 공격적 성 판타지를 끌어와 포르노처럼 시작해선 그와 전혀 다른, 남녀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로망포르노의 틀을 의도적으로 차용한 듯하다. 그런데 남자의 성욕에 여자가 일찌감치 포획돼 남자보다 더 탐닉하는 <빨간 머리 여자>와 달리 이 영화에서 여자는 포획되지 않는다. “당신이 시켜서 한 거에요”, “이게 그렇게 좋아요”같은 여자의 말은, 남자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드러낸다. 성관계는 가지지만 남자의 여자를 향한 성욕은, 여자가 남자에게 원하는 것과 어긋나 있거나 아니면 매우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의 욕구를 성욕으로 단순화해 일치시키려는 남자의 판타지는 성사되지 않는다. 영화는 둘이 성관계를 가질 때, 서로 전혀 다른 행위를 하고 있는 것같은 느낌을 잡아챈다. 경찰이 찾아왔을 때, 남자는 도피나 저항의 엄두조차 내지 않고 무기력하게 잡혀간다. 남자의 성판타지에 부합하느냐 마느냐는 면에서, 포르노와의 경계선을 오가는 긴장감을 자아내면서 쉽게 설명되지 않는 욕망의 모호함을 드러내는 독특한 영화다. 니사야마 요이치 감독. 4일 개봉.

그 이발소에 가고 싶다, <효자동 이발사>

건달, <효자동 이발사>에서 포스트-386의 희망을 보다 효자동 이발소에 가고 싶다. 안마사 문소리 때문이 아니다. 송강호에게 머리를 깎아보고 싶어서이다. 대한민국 일번지 강남의 이발소들이 가위를 버린 지 오랜 이 땅에 가위 하나로 폭력의 시대를 이겨낸 효자동 이발사 아저씨. 그에게 머리를 맡기면 좌우 어느 쪽으로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 철사 같은 내 머리카락도 순순히 아저씨의 이팔 가르마에 순응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성 성(誠)씨 가문의 후손인 아저씨는 홀리(holly) 성(聖)으로 겁주지 않고, 섹스 성(性)으로 유혹하지 않으면서 정성 하나로 머리카락을 길들이는 고수이기 때문이다. 그의 손길에는 독재자도 항거불능이어서 날선 면도칼 아래 순순히 목을 내밀지 않던가. 효자동 이발사의 특기는 ‘정 주고 뺨 맞기’지만 사실 그건 발언권을 얻기 위한 전략이다. 진짜 그의 특기는 목소리 큰 가짜 ‘깎쇠’들이 설쳐대는 바람에 봉두난발이 된 한국 근대사를 예쁘게 깎아 가르마 타주기이다. 그는 먼저 “열심히 일했다”를 발언권의 근거로 30년 이상 다른 발언을 금지했던 개발독재의 논리를 싹둑 자른다. 그는 “나도 열심히 일했지만 내게 돌아온 건 상처밖에 없으니 그건 뻥이다”라고 개발독재의 논리가 열심히 일하지 않은 자들의 사기극이었음을 밝힌다(물론 이 사기극은 현재에도 박정희의 유령을 주연으로 캐스팅해 삼류극장에서 시도 때도 없이 앙코르 공연을 하고 있다). 그 다음 그는 가르마를 타는데, 어쩐지 ‘열심히 일했다’의 반대편인 ‘열심히 싸웠다’쪽으로 훌쩍 넘어가지 않고 망설인다. 이미 가고 없는 적의 유령을 불러내어 무용담을 늘어놓는 이쪽도 미심쩍었던 모양이다(하긴, ‘열심히 싸웠다’는 학생회장 출신들이 모조리 열린우리당 아니면 한나라당에 가 있는 걸 보면 이 무용담이 이미 철지난 유행가 같기도 하다. 그래도, 최근까지 이 무용담은 ‘열심히 일했다’를 침묵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가장 확실한 발언권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열심히 싸운다’고 몸으로 보여주는 액션 극단 민노당이 무대에 올라오면서 전사 인형 뒤에서 무용담을 늘어놓던 변사들은 입이 더욱 바빠지게 생겼다). 어쨌거나, 효자동 이발사는 좌우 가르마를 포기하고 올백으로 방향을 결정함으로써 근대사를 전혀 색다른 스타일로 깎아놓는다. 올백은 ‘열심히 일했다’와 ‘열심히 싸웠다’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도 자체를 의심한다. 혹시 이 구도 안에 정작 심히 일한 자와 열심히 싸운 자는 다 빠지고 케케묵은 한강의 성공신화와 상하기 시작한 무용담만 남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올백은 총칭 박정희 세대와 386세대의 대립구도에서 어느 쪽에도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새로운 정치적 관점을 상징한다. ‘효자동 이발사’에서 내가 인상 깊게 본 것은 386이후 세대의 조심스런 정치적 발언이다. ‘열심히 일했다’와 ‘열심히 싸웠다’에 밀려 ‘열심히 공부했다’고 목소리 내지 못했던 이 세대가 바라보는 한국의 근대사, 그리고 거기서 유추되는 정치적 감수성은 무척 흥미롭다. 이 영화에서 박정희는 경제성장 공로상을 주든지 독재자의 낙인을 찍든지 서둘러 역사 속으로 흘려보내야 할 과거의 흔적이다. 박정희의 영정에서 도려낸 눈을 국화와 함께 끓인 탕약을 먹고 서야 고문후유증으로 마비됐던 ‘낙안’의 두 다리는 움직인다. 박정희의 유령을 보내고 나서야 새로운 세대는 역사의 질곡을 넘어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 박정희를 역사 속으로 보내는 것은 ‘투사’가 아니라 효자동 이발사이다. 그는 아무런 정치적 신념이 없던 무구한 ‘깎쇠’였다. 하지만, 아들로 인해 혹독한 체험을 하면서 스스로 ‘의식화’된다. 그래서, 더이상 정치적 구호에 동원돼 무엇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게 됐지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확신하는 정치적 신민이 된다. 그는 대머리인 2대째 각하에게 “머리가 다 자라면 다시 오겠다”고 말한다. 남들 눈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자신의 노동의 의미를 내세워 국가의 동원을 거부한 것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조금 발언하지만 무엇을 위해 발언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 가장 소박한 노동을 통해 사나운 노예에서 온건한 주체로 성장한 사람. 효자동 이발사는 우리 정치에서 결핍된 무언가를 호명한다. 요란한 음향효과가 아닌 소박한 실천을 위해 구호에 짓눌려 있던 그대들의 발언권을 찾으라는 것. 난마 같은 한국 근대사의 지형에서 가족주의, 집단주의, 감상적 휴머니즘의 늪을 아슬아슬 비껴가며 ‘개인’과 ‘정치’를 연결하는 그 감수성이 놀랍다. 너무나 개인적이면서 정치적인 영화! 이건 분명 희망이다. 남재일/ 고려대 강사 commat@freechal.com

동심의 힘

한때 <쟁반노래방>을 즐겨보았었다. 한 소절 한 소절 우리 동요를 따라 부르다 보면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우리말의 정겨움과 순진함이 가슴속으로 배어들어와서 아무도 옆에 없어도 혼자 즐거워지곤 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인가는 <과꽃>을 따라 부르다가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아니 실제로 난 잠겨 있던 슬픔을 몰아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렸다. 누구나 다 아는 1절에서가 아니었다.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 지 어언 삼년 소식이 없는/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1절만 열심히 따라 부르던 어린 시절, 나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도 왜 과꽃을 좋아하는 누나를 그토록 애절하게 부르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꽃밭 가득히 피어 있던 과꽃은 실은 시집간 누나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 누나는 아마 기저귀를 갈아주고 얼러준 사람이었을 것이며 과꽃이 핀 계절에는 아예 동생을 업고 들어가 꽃밭에서 나오지 않고 즐겼을 것이다. 그렇게 온몸으로 누나와 과꽃은 하나가 되어 기억의 덩어리로 뭉쳐 있는데 지금 그 누나가 시집을 가고 소식이 없다. 올 가을도 꽃밭에 과꽃은 어김없이 피었건만 누나는 여기 없었다. 그리워하는 대상은 부재하지만 그와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꽃을 노래하는 그 애절함이란! 순간 난 말을 잊었다. 1절이 아니라 2절에서 다시 화들짝 놀랐던 동요는 바로 <달맞이>였다. “비단물결 넘실넘실 어깨 춤추고/ 고개 숙인 수양버들 거문고타면/ 달밤에 소금쟁이/ 맴을 돈단다.” 달빛이 교교하게 비치는 냇가가 그림처럼 내게 다가왔다. 달빛에 어른거리며 반짝거리는 물결과 그 옆으로 달밤의 바람결에 흔들리는 수양버들이 소금쟁이와 함께 어우러져 춤추고 맴돌고 연주하는 그 정경이 내 주위를 감싸면서 나도 어서 저 달밤의 냇가로 달려나가고 싶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나고서야 과꽃이 가득 핀 꽃밭, 비단물결과 거문고 타는 수양버들과 맴도는 소금쟁이를 내게 알려준 것은 단지 가사의 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내 속에 묵혀져 있던 어린 시절의 리듬과 멜로디의 힘이기도 했다. <우리 동요 80년>을 보면서 난 그 힘이 무엇보다도 어른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을 통한 ‘우유쏭’과 ‘당근쏭’에 익숙해 있으며 더이상 <반달>이나 <꽃밭에서>를 부르지 않는다. 뛰어노는 놀이터를 잃어버린 우리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키우고 있는 어른들이 진정으로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동요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는 간절한 그리움도 그에 동반되는 순수한 동심도 아득히 멀다. 그러나 티베트고원을 고향으로 가진 인도 북부 다람살라의 아이들의 얼굴에는 순수한 그리움이 있었다. 돌아갈 고향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그들의 눈동자에서 순진하고 티없는 진심을 보았다. 티베트의 어린 망명자, 다와가 하염없이 흘러내리던 콧물을 쓰윽 닦으면서 신발을 벗고 앞뒤로 구멍난 양말을 신은 발을 들어올리면서 짓던 미소를 난 영원히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박형준 시인은 “고물이 된 금성 라디오를 잘못 틀었다가 우연히 맑은 소리를 만났을 때 우리의 상심한 가슴이 덥혀지듯이, 세월에 닦여 그 집에 길들여진 오래된 가구야말로 추억의 힘이며 전통의 힘”(<가구의 힘> 중에서)이라고 하면서 ‘가구의 힘’을 규정했다. 난 그 추억의 힘과 전통의 힘을 ‘동심의 힘’으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가슴에 묻혀 있던 추억이 빛바랜 사진들처럼 구멍난 양말과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콧물로 상기되듯이 동심의 힘은, 지난 세월을 닦아 지금의 황폐함을 덮어주는 것, 진정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추억하게 해주는 것이다. 손때가 묻어 생채기가 나고 얼룩이 져 있어도 새롭고 화려한 가구에서는 결코 위로받을 수 없는 데면데면함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흐뭇한 웃음과 뿌듯함이 밀려오게 하는 것, 바로 그런 것이다. 해마다 5월이면 가정의 달이라는 미명 아래 어린이들을 위하고 어버이들을 위하고 스승들을 위한 쇼핑이 상점가를 휩쓴다. 게임기에, 화려한 옷가지에, 온갖 상품들이 우리의 주머니를 유혹하고 평소에 등한시하던 ‘가정’에 잠시 봉사할 구실을 마련해준다. 음반가게 옆을 지나다 나는 어느 해쯤이면 아름다운 우리 동요가 훌륭하게 편집되고 제작되어 기꺼운 마음으로 선물할 수 있는 상품이 되나 하고 기대해본다. 진정한 동심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지난한 문제를 끙끙대기 전에 80년의 전통을 가진 우리 동요를 먼저 살려주는 것이 도리이지 않겠나 싶어서이다. 素霞(소하)/ 고전연구가

대종상 작품상에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공동제작 LJ필름ㆍ판도라필름)이 4일 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41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로써 <봄여름…>은 지난해 12월 청룡영화제에 이어 지난 1년간 열린 세 개의 주요 영화제 가운데 두 개에서 작품상을 차지하게 됐다. 최근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의 영광을 안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공동제작 쇼이스트ㆍ에그필름)는 작품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최민식), 음악상(조영욱), 편집상(김상범), 조명상(박현원) 등 5개 부문을 석권하며 가장 많은 부문에서 수상자를 낸 영화가 됐다. 이밖에 각각 전국 1천만명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공동제작 한맥영화ㆍ시네마서비스)와 <태극기 휘날리며>(제작 강제규필름)는 각각 4개와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실미도>는 기획상(김형준), 각색상(김희재), 남우조연상(허준호),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고 <태극기…>는 음향기술상(이태규ㆍ김석원), 미술상(신보경), 촬영상(홍경표)을 가져갔다.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은 신인감독상과 각본상 부문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다관왕을 노리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의상상(정구호ㆍ김희주)만을 받는 데 그쳤으며 나란히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장화,홍련>과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수상에 실패했다.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은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의 김가연에게 돌아갔고 남녀 신인상에는 <어린 신부>에서 부부로 출연했던 김래원과 문근영이 나란히 뽑혔다. 올해 대종상은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예심과정에서 일반인들의 수치화된 심사를 반영했으며 본심에서는 심사위원장인 이두용 감독을 비롯해 정용탁 한양대 교수, 평론가 조혜정씨, 영화촬영감독협회 안상우 이사장, 영화배우 이혜영씨 등 9명이 참가했다. 이밖의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영상기술상=문병용ㆍ신재호ㆍ정도안(내츄럴시티) ▲특별연기상=박동룡ㆍ김인자 ▲특별기술상=홍기영ㆍ이정일 ▲영화발전 공로상=강신성일 (서울=연합뉴스)

버스터 키튼, 요리스 이벤스 회고전 열려

무성영화 코미디의 거장 버스터 키튼 회고전 문화학교 서울은 13-25일 소격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아크로바틱 액션 코미디의 원조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 1895-1966)의 회고전을 마련한다. 버스터 키튼은 찰리 채플린과 함께 초기 무성 코미디 영화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감독 겸 배우. 장-뤽 고다르나 홍콩의 스타 성룡 등도 그를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고 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절대로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그레이트 스톤 페이스(Great Stone Face)'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이웃>, <허수아비>, <유령 들린 집>, <극장> 등 대표작을 포함해 장단편 31편이 상영되며 19일과 20일에는 각각 류승완 감독과 영화평론가 김성욱씨가 '버스터 키튼의 액션 스쿨'이라는 특별 강연을 한다. 상영 작품은 다음과 같다. ▲바보(Saphead) ▲일주일(One Week) ▲하이 사인(The High Sign) ▲허수아비(The Scarecrow) ▲하얀 얼굴(The Paleface) ▲피고 13(Convict 13) ▲백일몽(Day Dreams) ▲극장(The Playhouse) ▲경찰(Cops) ▲유령 들린 집(The Haunted House) ▲북극(The Frozen North) ▲제물(The Goat) ▲내 아내의 인간관계(My Wife's Relations) ▲일렉트릭 하우스(The Electric House) ▲불운(Hard Luck) ▲대장장이(The Blacksmith) ▲이웃(Neighbors) ▲보트(The Boat) ▲사랑의 보금자리(The Love Nest) ▲셜록 주니어(Sherlock Jr.) ▲손님 접대법(Our Hospitality) ▲세 가지 시대(The Three Ages) ▲항해자(The Navigator) ▲기구 조종사(The Balloonatic) ▲일곱 번의 기회(Seven Chances) ▲서부로 가다(Go West) ▲싸움왕 버틀러(Battling Butler) ▲제너럴(The General) ▲전문학교(College) ▲스팀보트 빌 주니어(Steamboat Bill Jr.) ▲카메라맨(The Cameraman) 관람료는 6천원. 맥스무비(www.maxmovie.com)와 무비OK(www.movieok.co.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743-6003(문화학교 서울),745-3316, 720-9782(서울아트시네마), www.cinematheque.seoul.kr 네덜란드 출신의 다큐멘터리 거장 요리스 이벤스 회고전 일주아트하우스는 18∼24일 서울 신문로의 일주아트하우스 아트큐브에서 요리스 이벤스 회고전을 개최한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요리스 이벤스(1898∼1989)는 네덜란드 출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거장으로 1911년 가족영화를 시작으로 1988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바람의 이야기>를 유작으로 남길 때까지 전세계를 돌며 스페인 내전, 중일전쟁, 베트남전쟁 등 분쟁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헤밍웨이, 오손 웰스, 피카소, 브레히트, 쇼스타코비치 등 각 예술분야의 거장들이 스탭으로 그의 영화에 참여하는가 하면 마오쩌둥, 아옌데, 호치민, 네루다 등 20세기를 움직인 사람들과 교분을 나누기도 했다. <강의 노래>와 <바람의 이야기>가 각각 개막식과 폐막식을 장식하며 19일 오후 3시 30분에는 `요리스 이벤스의 삶과 작품세계'란 제목으로 강연회도 마련된다. 개폐막작과 함께 5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세느가 파리를 만나다>, <필립스 라디오>, <스페인의 대지>, , <위도 17도>, <이태리는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미스트랄>, <발파라이소>, <로테르담-유로포트> 등 11편이 매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4차례씩 상영된다(18일은 오후 4시부터). 입장료는 4천원(현장 구매만 가능). 강연회 참석은 선착순 무료. 문의www.iljuarthouse.org, ☎(02)2002-7777(서울=연합뉴스)

멕시코 ‘한류 열풍’의 전도사 이종률씨

"보통 `한류(韓流)'하면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만 생각하지요. 하지만 멕시코에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정홍보처 해외공보관 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주멕시코 한국대사관(대사 조규형)의 이종률(39) 공보관은 6일 멕시코에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에 대해 이처럼 운을 떼며 그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한류의 시작은 2002년 이 공보관이 본부로부터 입수한 <별은 내 가슴에>, <이브의 모든 것> 등 2편의 국산 드라마의 방영문제를 놓고 멕시코의 공영방송 `메히껜세(Mexiquense)'와 협의한 끝에 이 방송이 같은 해 10월 첫 방영되면서부터. 메히껜세는 처음엔 오전이나 심야 등 한가한 시간대에 드라마를 방영했다. 낯선 한국 드라마가 제대로 먹히겠느냐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시청률은 계속 올라갔고 종영 뒤엔 재방영을 요청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지금 두 드라마는 멕시코 국민의 저녁식사 시간이자 프라임타임인 밤 10시로 방영시간을 옮겨 5번째 `재탕' 방영되고 있으며, 이에 영향을 받은 듯 멕시코 제2의 민영 TV방송인 `아스테카(Azteca)'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류 열풍이 서서히 불더니 `한국 연예인 팬클럽'이 구성됐다. 안재욱과 장동건 팬클럽의 회원수는 2천명을 훌쩍 넘어버렸다. 이들이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자국어인 스페인어로 더빙해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대사관에 쇄도하고 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대사관 직원들도 팬클럽 회원들이 대사관을 직접 찾거나 전화를 걸어 "한국 드라마 O.S.T를 구해달라"거나 "드라마 주인공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사진과 개인자료를 얻을 수 없느냐"는 등의 문의를 쉴 새 없이 해와 `한류'를 실감했다. 이 공보관이 직접 만난 팬클럽 회장 롤레타 까리나(24.여.회사원)씨는 "인터넷을 이용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 안재욱의 콘서트 실황 등을 다운받아 보고 있다. 회원끼리 함께 보고 싶은데 그럴 공간이 없다. 또 돈을 주고라도 구하고 싶은데 스페인어로 더빙된 게 없어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 공보관은 이런 `불만'을 수렴, 곧장 한국의 아리랑TV에 연락해 안재욱이 출연한 영화 <찜> 등을 스페인어로 더빙해 입수했으며, 지난해 11월엔 아예 대사관 강당에서 팬클럽 회원 200여명을 초청, 드라마 상영 등 `임시 한국의 날' 행사까지 벌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참석자들은 "보아, 베이비복스 등 한국 가수들도 정서에 맞는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자주 해달라"고 요청했고, 대사관 측은 아예 분기별로 한 번씩 행사를 갖기로 했다는 것. 이 공보관은 "드라마의 주제가 연인간의 사랑, 젊은이들의 패기와 성공 등인데 이게 멕시코 사람들의 정서와 비슷해 호소력을 갖는다. 가족의 반대로 결혼을 못한다는 등의 배경 설정은 가족주의가 강한 멕시코에서도 어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한 뒤 "지금은 안재욱 팬클럽이 2개, 장동건 팬클럽이 1개, 그리고 한국 자체에 대한 팬클럽이 1개 등 모두 2천여명의 회원이 생겼으며, 이들 연예인을 멕시코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은 지난 2월 멕시코의 명문 국립자치대학(UNAM)에 한국어과를 신설하는 계기가 됐다. 이 학과에는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으나 수용 규모가 한정돼 있어 대학측은 다음 학기엔 수강생을 200명까지 늘릴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공보관은 "중남미 전체 6억 인구 가운데 멕시코 인구만 1억으로,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인데 한국 연예인들이 한국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임기를 마칠 때까지 멕시코뿐 아니라 중남미 지역에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킬 생각"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또 ‘첩있는 본처’역 맡은 고두심

"<꽃아름(꽃보다 아름다워)>에 빠져들었던 진한 감정을 얼른 잊기 위해 드라마 선택을 앞당겼다" 고두심(53)이 14일 시작될 KBS 1TV (극본 구현숙, 연출 이강현)에 출연한다. <꽃보다 아름다워>에 이어 공교롭게 이번에도 역시 첩을 본 조강지처 역이다. 그는 "남편에게 후처가 있다는 건 같지만 성격은 다르다. 이번 배역은 남편에게 큰소리도 치고, 방앗간을 운영해 경제적 자립도도 높은 어머니역"이라고 설명했다. 올초 시청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던 <꽃보다 아름다워>가 올해로 연기생활 23년째를 맞는 이 중견 배우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대표작으로 남아 있나 보다. 그는 인터뷰 내내 <꽃아름>에 대한 애착을 내비쳤다. "그렇게 좋은 작품을 하면 연기자로서 행복하고 그 날들이 꿈만 같지만, 그 작품을 하는 내내 너무 아팠다. 가슴앓이가 심해 얼른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계속 그 감정을 안고 살아갈 것같았다" 숱한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아침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 1주일에 6일간 방송되는데다, 9일 크랭크인하는 영화 <엄마>도 촬영해야 해 몸이 버틸지 걱정이다. 매일 아침 5시반-6시에 일어나 북한산을 9년째 오르고 있는 게 건강의 비결. 겹치기 출연을 걱정하면서도 "<그대는 별>은 오래되지 않은 우리네 이야기라는 점에서, <엄마>은 요즘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게 어머니 역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웠다"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설명이 필요없는 연기력으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고두심은 "데뷔 이후 줄곧 엄마 역을 맡은 까닭에 멜로 연기를 해보지 못해 황혼의 멜로를 해보고 싶은 게 바람이라면 바람"이라며 웃었다. <그대는 별>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동갑내기인 첩의 딸 하인경(한혜진 분)과 본처 딸 서화연(임지현)이 민정우(김승수)를 놓고 벌이는 삼각관계와 하인경이 적극적인 여성으로 서가는 과정을 그린다. 본처 역에 고두심을 비롯, 첩 애심은 이응경, 아버지 서동필은 송기윤이 맡는다. 그외 김병세 김정학 윤영주 한인수 등 출연. (서울=연합뉴스)

니콜 키드먼 주연의 <스텝포드 와이프>뉴욕시사기

천상에서 구름을 밟고 산다고 해도 믿어버릴 것만 같은 미모의 여배우 니콜 키드먼(37)이 번잡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지상의 대도시, 뉴욕으로 ‘내려’왔다. 지난 2일 저녁(현지 시각) 뉴욕에서 시사회가 열린 <스텝포드 와이프>(감독 프랭크 오즈)에서 키드먼은 잘 나가는 뉴요커 커리어 우먼으로 등장한다. 전직 방송사 간부가 이사간 조용한 마을서 벌어지는 얘기 부드러운 금발머리를 길게 나리던 전작들과 달리 검게 염색한 짧은 커트머리 차림으로 변신한 키드먼은 방송사의 야심만만한 고위간부 조안나 역으로 분했다. 자신이 제작했던 프로그램이 문제가 돼 회사에서 잘리고 난 뒤 가정을 되찾으려는 남편(매튜 브로데릭)의 권유로 스텝포드라는 조용한 마을에 이사온 그는 동화 속에서 뛰쳐나온 것같은 집들과 사람들의 어색한 행동에 의문을 느끼고 이 마을이 가진 어마어마한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시사회 다음날 센트럴파크 옆의 한 호텔 기자회견장에 감독, 동료배우들과 함께 나타난 키드먼은 예의 금발머리와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나부끼면서 우아한 걸음거리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러나 기자화견 도중 거리낌없이 깔깔 웃거나 기자들의 질문에 소탈하게 대답을 하면서 자신이 천상의 뮤즈가 아니라 지상에 땅을 딛고 선 사람이라는 걸 새삼 확인시켜줬다. “일도 중요하지만 재미있게 살기 위해 노력해요.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요리는 무척 좋아해요. 바느질같은 건 잘 못하고, 아,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도 잘 하는 것중 하나죠” 왠지 거짓말같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생활인 키드먼으로서의 모습을 강조했다. 톰 크루즈와 이혼한 뒤 입양한 두 아이들과 생활해온 그는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솔직한 감정을 토로하면서도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다”며 애교섞인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스텝포드 와이프>는 드물게 키드먼이 생활인으로 등장한 영화이면서 또한 코미디에 도전한 영화다. 글렌 클로스, 배트 미들러 등 쟁쟁한 중견배우들의 보조에 맞춰 무난하게 영화의 호흡을 이끌어간 키드먼은 같은 테이블에 앉은 두 배우들에게 마치 여동생처럼 친근하게 귀엣말을 나누기도 했다. 사람 만날 시간 없어 좋은 남자 만나고 싶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건 굉장한 축복”이라고 동료들에게 헌사한 그는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처럼 “완벽주의자가 아니며 완벽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때문에 전세계를 돌아다녀야 하는 엄마로 아이를 키우는 힘겨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평소 인터뷰에서 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철저히 함구했던 그가 이런 이야기를 공개석상에 꺼낸 건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바빠서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디브이디같은 걸 볼 때 등급같은 것도 꼭 신경을 써서 보여주려고 해요. 한번은 아이들과 어떤 행사에 갔는데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영상이 나와서 아이들한테 눈감으라고 소리를 빽 지른 적도 있죠.(웃음)”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난 엄마니까” 엄마의 유명세 때문에 아이들까지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좀처럼 공식행사에 데리고 나오지 않는다는 그는 이런 점에 불만을 가진 두 아이에게 “너희들이 커서 하고 싶은 게 생길 때까지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난 엄마니까”라고 말하는, 평범한 엄마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11일 개봉하는 <스텝포드 와이프>는 올 가을 국내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