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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 해외 박스오피스 1위

<트로이>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스쿠비 두2>로 사상 두 번째로 최단기간에 해외수입 10억달러 워너브러더스가 2004년 해외 박스오피스 경쟁에서 일찌감치 선두를 차지하고 나섰다. 워너브러더스인터내셔널은 지난 6월7일 현재 자사영화가 해외 시장에서 12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워너는 사상 두 번째로 짧은 시간에 해외수입 10억달러 고지에 올라선 스튜디오가 됐다. 최단시간 해외 흥행 10억달러 돌파 기록은 <타이타닉> 흥행 바람을 업은 폭스인터내셔널이 1998년 4월에 수립한 바 있다. 상반기도 완전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워너가 낸 좋은 성적은 <트로이>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스쿠비 두2>의 전세계 동시개봉 전략에 힘입은 바 컸다. 지난해 개봉한 <라스트 사무라이>도 올 들어 2억9700만달러를 보탰다. 6월14일치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지금까지 <트로이>는 해외 박스오피스에서 2억933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5월31일 영국 프리미어 이래 2억480만달러 수입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6월7일 현재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이 1억4천만달러, <스쿠비 두2>가 9300만달러를 벌었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도 워너가 배급을 담당한 지역에서 9500만달러의 수입을 보탰다. 하반기에도 올리버 스톤의 <알렉산더>, 로버트 저메키스의 <폴라 익스프레스> <캣 우먼> <오션스 트웰브> 등 기대작을 거느린 워너는 해외흥행 연말 결산에서 20억달러 돌파도 노려봄직하다. 워너는 미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2001년, 2002년 흥행 챔피언을 차지했으나 2003년 디즈니에 자리를 내준 바 있다.

낙도 주민들의 요절복통 의사선생 유치작전, <대단한 유혹>

망망대해에 쪽배처럼 떠 있는 캐나다 퀘벡의 작은 섬 생 마리. 한때 이곳에서 고기잡이는 엄숙하고 열정적인 제의였고 하루 열네 시간의 노동을 마친 사내들과 여인들의 잠자리는 온 우주의 불화를 다 잠재울 듯 흡족했다. 그러나 어획량이 줄고 경제발전이 낙도를 비껴가면서 섬사람들의 삶에는 이끼가 낀다. 언젠가부터 일거리가 떨어진 어부들은 배를 띄우는 대신 연금을 받기 위해 우체국 앞에 줄을 선다. 먹고사는 건 둘째다. 주민들은 국가의 시혜가 아닌 노동의 대가로 밥을 먹던 아름다운 시절을 그리워한다. 시장과 경찰마저 생 마리 섬을 등지고 떠나자, 터줏대감 제르맹(레이몽 부샤르)과 친구들은 일자리를 돌려줄 플라스틱 공장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선다. 하지만 공장 설립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하나 따르니, 섬에 상주하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항목이 그것이다. 의사들에게 보낸 구인광고가 족족 퇴짜를 맞던 어느 날, 방탕한 도시생활로 눈밑이 그늘진 몬트리올의 성형외과 의사 크리스토퍼(다비드 부탱)가 상륙한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한달간의 봉사활동을 명령받아서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 정착시키는 것만이 섬의 살길이라고 판단한 제르맹은 마을 회의를 소집한다. 이리하여 역사상 유례없이 순박한 성품을 소유한 대형 사기단(?)이 결성되고,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 버금가는 집단적 음모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영화 제목의 ‘대단한’은 유혹의 강도가 아니라 유혹의 규모를 일컫는 표현이다. 의사 선생이 좋아하는 퓨전 재즈로 매일 고막을 고문당하는 마을 청년의 희생이 있는가 하면, 의사가 다니는 길에 날마다 지폐를 흘려두는 은행원이 있다. 레스토랑은 오직 한 손님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듣도 보도 못한 비프 스트로가노프를 오늘의 요리로 선정한다. 의사가 크리켓광이라니까 마을 남자들은 갑자기 규칙도 모르는 크리켓 선수로 변신하고, 의사가 맨발에 끌린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마을 여인들은 죄다 발가락 열린 샌들을 신고 주위를 얼쩡거린다. 몇몇 관객은 <대단한 유혹>에서 어촌의 생명력을 노래한 이자크 디네센의 소설이나 한 사람을 속이기 위해 온 세상이 연극을 하는 <트루먼 쇼>를 연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대단한 유혹>은, <잉글리쉬맨> <브래스드 오프>류의 영국식 공동체 코미디와 마이클 J. 폭스 주연의 미국 코미디 <할리우드 박사>의 노골적 조합이다. 의사의 취향을 알아내겠다고 불법 도청도 불사하는 생 마리 섬의 주민들은, 죽은 친구의 복권 당첨금을 마을에 귀속시키려는 <웨이킹 네드>의 촌로들이나 착한 미망인의 마리화나 재배를 감싸는 <오! 그레이스>의 이웃들처럼 바깥세상의 법과 도덕에 무심하다. 한편 몬트리올에서 온 의사 크리스토퍼는, 성형외과를 차려 성공하겠다고 캘리포니아로 향하다가 교통사고를 내는 바람에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촌락에 주저앉고 급기야 생각을 고쳐먹는 <할리우드 박사>의 마이클 J. 폭스와 같은 길을 걷는다. <대단한 유혹>이 상기시키는 여러 영화 중에서도 신인 장 프랑수아 풀리오 감독이 지목한 직접적 영감의 원천은 <풀 몬티>. 피터 카타네오 감독의 <풀 몬티>가 스트리퍼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남성성과 실업에 관한 영화인 것처럼, <대단한 유혹> 역시 거짓말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낙오한 섬사람들,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섬 남자들의 자존과 자조(自助)에 관한 영화다. <풀 몬티>의 셰필드 철강 노동자들이 그랬듯 노동의 기회를 박탈당한 생 마리 섬의 어민들은 단순하고도 고귀한 협동심을 발해서 노동의 기회를 되찾고 끝내 남자들의 성적인 매력을 회복한다. 그러나 <대단한 유혹>에는 <풀 몬티>나 <브래스드 오프> 같은 영화에서 익살스런 상황이 자아낸 미소가 순간적으로 얼굴에서 얼어붙게 만들었던 슬픔의 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장 프랑수아 풀리오 감독은 유머도 순하게 감상도 순하게 통제해 융화시키는 욕심없는 균형감각을 전략으로 세우고 나름대로 훌륭히 성취한다. 코미디는 어리숙할 정도로 조촐하지만 불발탄 없이 스토리의 적재적소에 배치됐고, 관객의 눈에 금세 얼굴을 익히는 120명의 주민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매스게임하듯 만들어내는 순박한 비주얼 조크도 효과적이다. 비록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생략됐고 인물형도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지 않지만 희화화의 수준은 불쾌감을 자아내지 않는 선을 현명하게 지킨다. 2004년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고 캐나다의 프랑스어 사용권에서 흥행 성공을 거둔 비결을, 영화를 보는 즉시 납득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대단한 유혹>의 스토리는 한 남자와 한 여자 대신 섬 마을과 개인 사이에서 일어났을 뿐이지, 멜로드라마의 구애와 다를 바가 없다. 상대에게 솔직히 곁에 있어달라 청하기에는 가진 것이 너무 없어 고민하던 이의 짝사랑이 기적 같은 결실을 보는 로맨스, 오 헨리의 단편에 곧잘 등장하는 계급을 속인 남녀의 연애 말이다. 그러므로 <대단한 유혹>의 거짓말이 어떻게 수습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오 헨리의 거짓말쟁이 남녀가 어떻게 해결책을 찾았던가를 더듬어볼 일이다. :: 촌락 공동체 영화 조화로운 앙상블코미디의 묘미 이만하면 하위장르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주로 일링 코미디의 전통과 밀착한 영국의 특산물로 알려진 ‘커뮤니티영화’들의 수가 만만치 않다. 1995년 칸영화제에서 예술영화와의 기 겨루기에 지친 관객에게 환호를 얻었던 <잉글리쉬맨>은 ‘언덕을 올라갔다 산을 내려온 잉글랜드인’이라는 제목대로, 잉글랜드에서 측량사가 파견되자 마을의 언덕을 지도 위에 산으로 등재되게 만들려는 일념으로 합심해서 흙을 퍼다 나른 웨일스 사람들의 이야기. 양동이를 들고 무리지어 산을 오르는 무모한 시도가, ‘100명으로 200명인 척하기’를 성공시킨 <대단한 유혹>의 어민들 못지않다. 탄광촌 브라스 밴드 이야기 <브래스드 오프>는 <풀 몬티>와 마찬가지로 산업화의 흐름 속에 잉여인간이 된 남자들이 다른 수단- 음악- 을 통해 사회적 쓰임새와 관계를 재확인했다. 공동체와 비공식적 합의가 자본주의적 질서와 관료적 법의식에 선행한다는 것도 이들 촌락 공동체 영화의 공통점이다.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웨이킹 네드>는 심장마비로 죽은 이웃이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안 주민들이 그의 죽음을 숨기며 당첨금을 받아 나누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위스키 갤로어!>는 스코틀랜드인들의 밀수 소동을 웃음의 소재로 골랐고 브렌다 블리신 주연의 <오! 그레이스>는 남편의 어이없는 죽음 뒤에 빚을 짊어진 선량하고 상냥한 시골 부인이 마리화나를 수경재배하고 성직자를 포함한 이웃의 친구들이 그녀를 돕는다는 이야기다. 중앙 정치권력이 상징하는 지배 질서에 부드럽게 딴죽을 걸면서도 축제 분위기에 안성맞춤인 공동체 영화들은 영화제 관객상의 단골들이다. <오! 그레이스>도 2000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탔다. 이 밖에 <쿠키스 포춘> <로컬 히어로> 등이 있다. 조화로운 앙상블 연기도 공동체 코미디의 묘미. 반면, 지방색에 천착하다보면 순박한 인물들이 캐리커처로 단순화되는 것이 이 하위장르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26일 일본개봉, 흥행 성공할까?

<태극기 휘날리며>의 26일 일본 개봉을 앞두고 최근 드라마와 가요에서 불기 시작한 일본 내 한류 열풍이 영화로까지 계속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태극기…>가 상영되는 스크린은 전국 320개 이상. 보통 600여개 가량을 확보하는 할리우드 대작들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다른 일본 영화와 비교하면 최대 수준이다. 자국산 화제작 <춤추는 대수사선2>는 300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바 있다. <태극기…>가 '대박'을 터뜨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다. 19-20일 주말 박스오피스까지 <투모로우>는 3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으며 기대작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도 <태극기…>와 같은 날에 첫선을 보인다. 때문에 초반부터 박스오피스를 석권하는 이변은 쉽게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야후 재팬(www.yahoo.co.jp)의 26일 개봉작 기대도 조사에서도 <해리포터…>는 70%를 얻으며 2위 <태극기…>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하지만 <태극기…>의 일본 개봉이 전례가 없는 규모라는 점에서 흥행 맞대결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투자사 쇼박스의 박준경 대리는 "시장의 특성상 관객들이 할리우드 대작들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최근 도쿄와 오사카 등에서 대규모로 열렸던 시사회의 반응이 상당히 고무적이었고 얼마전 출연 배우들이 방일 때 팬들이 보였던 환호도 폭발적이어서 흥행에 대한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봉 규모나 출연배우들의 인지도, 최대 규모의 시사회, 대형 배급사의 배급 등 많은 부분이 전례가 없었던 수준인 만큼 흥행에서 얼마만큼의 대박을 터뜨릴지는 일단 개봉을 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극기…>의 흥행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최근 현지에서 개봉한 <실미도>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선전. <실미도>는 개봉 후 3주 연속 박스오피스 5위권 안에서 할리우드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스캔들…>도 5주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한국 영화에 대한 일본 관객의 친밀감은 어느 때보다도 커져 있다. 한국에 체류중인 일본의 영화 기자 쓰치다 마키씨는 "가요나 방송 등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커졌기 때문에 한국 영화의 흥행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설명하며 "현지 반응을 전해들었을 때 <태극기…>는 적어도 기존 한국영화의 일본 내 최고 흥행 기록은 무난히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영화 시장으로 불리고 있으며 그동안 현지에서 가장 좋은 흥행 성적을 올린 한국 영화는 강제규 감독의 <쉬리>로 1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두 마리 토끼 쫓는 연예인들의 성적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영화와 드라마, 혹은 음반과 드라마. 두 장르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배우들의 결과가 주목된다. 차태현은 23일 첫 방송되는 MBC TV <황태자의 첫사랑>(극본 김의찬 정진영, 연출 이관희)에서 주인공 최건희 역을 맡았다. 그런 그가 최근 각종 연예오락프로그램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며 홍보하는 것은 선배 박중훈과 호흡을 맞춘 영화 <투가이즈>(감독 박현수, 제작 보람영화사)다. 이 영화는 7월 9일 개봉한다. SBS TV <파리의 연인>(극본 김은숙 강은정, 연출 신우철)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시킨 김정은은 다음달 16일 영화 <내 남자의 로맨스>(감독 박제현, 제작 메이필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단 김정은은 <파리의 연인>으로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로맨틱 코미디물의 여주인공으로 새삼 각인된 김정은이 이 기세를 영화 <내 남자의 로맨스>로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는 것. 이들뿐 아니다. 드라마에 출연해 팬들과 친밀도를 높인 이후 음반과 영화 개봉으로 이어지는 '안전한' 길을 택한 경우도 있다. MBC TV 드라마 <불새>로 주목받는 신인 연기자로 훌쩍 커버린 에릭은 다음달 신화의 멤버로 돌아간다. 에릭의 높은 인기로 인해 신화 7집 준비과정이 자연스럽게 홍보됐고, 신화는 에릭의 인기 덕을 볼 수 있게 됐다. 신화의 또 다른 멤버인 김동완도 8월 6일 영화 <돌려차기>(감독 남상국, 제작 씨네2000)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 음반 활동과 영화 홍보를 병행해야 한다. 인기그룹 god의 윤계상도 연기자로 변신한 모습을 잇달아 선보인다. 8월 4일 첫방송될 SBS TV <형수님은 열아홉>(극본 진수완, 연출 이창한)에서 주인공으로 데뷔한다. 이어 그는 올 1월부터 시작했던 영화 <발레교습소>(감독 변영주, 제작 좋은영화)의 촬영을 모두 끝내고 10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근래 들어 전천후 엔터테이너의 길을 택한 연예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지만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각기 다른 장르 활동을 겸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개봉됐던 4월 초에는 주연배우 류승범과 윤소이가 각각 SBS TV <햇빛 쏟아지다>와 MBC TV <사랑한다 말해줘>에 출연중이었다. 영화 후반 작업이 늦어졌던 바람에 이같은 일이 벌어졌으나 류승범과 윤소이에 대한 관심이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건 사실이다. 영화 시장의 활황으로 한때 주연배우들에게 영화 촬영 기간과 개봉을 앞둔 시기에는 드라마 출연 금지라는 계약 조항까지 삽입했던 영화계의 고자세가 확연히 수그러들었다. 드라마로 인해 영화 배역 이미지가 자칫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제는 오히려 드라마의 대중적인 인기를 발판으로 영화 흥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로 바뀌었다. 이는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한 영화가 등장했을 정도로 영화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왜곡된 시장 구조로 여전히 200만-300만 관객 영화가 나오기는 힘들고,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제작사의 흥행 부담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음반업계의 깊은 불황으로 가수들의 연기자 진출은 이미 고정화된 트렌드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발레교습소> 제작사 좋은영화의 김미희 대표는 "주연배우 윤계상이 연기자로서의 이미지가 약해 영화 개봉에 앞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윈-윈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이같은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슷한 이미지가 거푸 보여질 경우 당장은 흥행에 보탬이 될지라도 이미지가 가장 큰 자산인 연예인들에게 오히려 자신의 연예생명을 단축시키는 독이 돼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서울=연합뉴스)

<여친소>가 실패한 진짜 이유

<여친소>가 실패한 진짜 이유 다들 곽재용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극장용 장편영화 버전 전지현 CF라고 이야기한다. 전지현은 이 영화에서 그 사람의 트레이드 마크인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곽재용의 트레이드 마크인) 비오는 거리로 뛰어나가 춤을 추고, 중세 서양의 공주에서부터 경찰 제복에 이르는 다양한 옷들을 번갈아 갈아입으며, 신파물 주인공에서부터 터프한 미치광이 경관까지 온갖 역들을 잠깐씩 연기한다. 물론 서비스로 지금 이 배우가 모델로 일하는 수많은 상품들의 간접 광고를 해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영화가 끝날 무렵엔 지금까지 영화와 매스미디어가 활용해왔던 이 사람의 이미지 전부를 속성으로 따라잡았다는 느낌마저도 든다. 이 뻔뻔스러운 전지현 팔아먹기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의무이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처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아시아권 내에서 동시배급이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전지현이라는 배우의 카리스마와 인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사람들이 전지현을 보고 싶어한다고? 그럼 보여주면 된다. 세상에서 이처럼 당연한 일은 없다. 전지현 팬들을 위한 서비스 클립 그렇다고 해서 그 영화가 나쁜 작품이 되라는 법도 없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전지현 페티시스트들을 위한 2시간짜리 서비스라면 <크리스티나 여왕>은 그레타 가르보 페티시스트들을 위한 2시간짜리 서비스다. 그리고 <크리스티나 여왕>은 좋은 가르보팬용 서비스 클립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좋은 영화이기도 하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이처럼 어정쩡한 작품으로 완성된 것은 과연 전지현을 팔아먹으려는 영화의 뻔뻔스러운 상업적 의도 때문인가?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인가? 곽재용의 <엽기적인 그녀>는 국내에서 진지한 비평의 대상이 된 적이 거의 없었다. 영화는 분명 흥행 성공작이었고, 이후 국내 영화계에 인터넷 소설 각색 붐을 불러왔으며, 전지현도 이 영화로 흥행 스타로 떠올랐지만, 영화 자체는 그렇게까지 높은 평가를 받은 편은 아니었다. 이 영화를 진지하게 본 건 오히려 해외의 관객과 비평가들이었다. 곽재용은 종종 이에 대해 공공연하게 불평하기도 했다. 국내보다 해외 관객이나 비평가들이 자신의 의도를 좀더 정확하게 꿰뚫는다고 말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대충 무시한 ‘진흙 속의 진주’를 다른 나라에서 재발견했다고 무조건 믿을 필요는 없다. <엽기적인 그녀>가 해외에서 평가를 더 얻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한국 관객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한국 코미디영화의 관습에 해외 관객이 익숙지 않아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파괴적이고 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코미디라도 어떻게든 무조건 신파 멜로로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처음 접한 관객은 그 어색한 결합이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리고 해외 관객과 비평가들이 <엽기적인 그녀>의 가장 흥미로운 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도 이 아귀가 맞지 않는 장르의 충돌이었던 것이다. 안전한 관습이 국경과 언어를 넘자 어느 순간 영화의 개성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변용 속에서 곽재용의 의도는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는 걸까? 그는 그냥 관습을 따른 것인가, 아니면 그 진부한 관습 속에서 의식적으로 색다른 일탈의 방향을 찾아낸 것인가? 작가 선언:장르의 혼합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단순한 전지현 팔아먹기 영화가 아니다. 차라리 그랬다면 작품의 완성도는 더 높았을 것이다. 의식적인 대자본 상업영화라면 처음부터 어느 정도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곽재용이 만들려 했던 영화는 처음부터 그 안전한 완성도를 포기한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 영화가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을 예술적으로 뛰어넘으려는 야심을 품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곽재용의 이전 히트작 두편들은 모두 참 야심이 작다. <엽기적인 그녀>는 통신망 베스트셀러의 소박한 각색물이고 <클래식>도 70년대를 무대로 한 순진한 멜로드라마 이상을 의도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는 분명히 상당한 수준의 예술적 의도와 야심이 숨어 있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작가 선언이다. 특히 이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에 대한 감독 자신의 소급 해석과도 같다. 어떻게 보면 곽재용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통해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 성공이 자신의 완벽한 예술적 통제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꼭 <엽기적인 그녀>의 재탕 같은 영화를 만들고 있으면서도, 곽재용이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완성도 면에서 앞의 두편을 뛰어넘는 작품이라고 굳게 믿을 수 있었던 것도 그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이전에 갔던 길을 다시 한번 걸으면서 전에는 무시됐던 것들을 드러내고 과장한다. 곽재용의 선언 중 가장 노골적인 것은 장르의 혼합이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는 멜로드라마와 코미디, 경찰물, 유령 이야기가 멋대로 뒤섞여 있다. 여기서 곽재용이 이들을 자연스럽게 하나의 영화적 흐름에 통합시키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초점이 어긋난 것이다. 이 어긋나는 장르들의 어색한 결합은 철저하게 의도적이기 때문이다. 곽재용의 의도는 주인공의 자살기도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애인을 잃고 투신한 주인공이 중간에 뜬 풍선에 걸려 목숨을 부지하는 장면은 절대로 상식수준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감상 대상은 바로 그 말도 안 되고 억지스러운 우연의 일치 자체인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식 사도마조히즘 코미디의 희생자처럼 보였던 남자 주인공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순간에 폼을 잡으며 ‘나는 바람이 되고 싶어!’를 외쳐대고, 코믹한 파시스트 경찰이었던 주인공이 갑자기 홍콩누아르의 액션 주인공처럼 심각하게 총질을 해대는 말도 안 되는 장면들 모두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의도적인 설정인 것이다. 따라서 원칙상 이 설정 자체가 영화의 작품성을 갉아먹는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처음부터 매끄럽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의도한 영화가 아니다. 감독의 의도대로라면 관객은 그 거칠고 조악하고 어색한 느낌이 주는 쾌감 자체를 즐겨야 한다. 물론 중간에 삽입되는 전지현 CF들 역시 그런 어색한 쾌감의 일부이다. 작가적 통제에 실패한 곽재용 문제는 이런 어색한 결합이 과연 관객의 감정을 통제한다는 감독의 의도에 얼마나 부합했느냐이다. <엽기적인 그녀>를 즐겁게 본 관객은 영화에 매우 단순한 반응을 보였다. 전지현과 차태현이 말도 안 되는 해프닝을 벌이면 웃었고 영화가 갑작스럽게 멜로드라마 흉내를 내면 조금 기가 막히다가도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다(물론 극장 안에서 지겨워 죽는 줄 알았던 나같은 관객도 있었지만 이 경우는 해당이 안 된다). 두 장르의 어색한 결합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적어도 그 구조는 생각 외로 단순했다. <엽기적인 그녀>는 어려운 작품이 아니었다. 이 영화를 ‘이해 못해서’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하지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복잡하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던지고 받을 공이 코미디와 멜로 두개뿐이었다면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는 공들이 코미디, 멜로, 유령 이야기, 경찰물 등등으로 갑자기 수가 늘어났다. 곽재용의 야심이 컸던 걸 생각해보면 당연한데, 만약 이것이 성공했다면 겉으로는 아무리 값싸 보여도 굉장한 예술적 성취였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곽재용에게는 그런 까다로운 요소들을 통제할 수 있는 엄청난 신경과 계산 능력이 없다. 여러분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옹호할 수도 있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무리 이 영화를 옹호하고 싶어도 이 작품이 의도만큼 관객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의도만 따진다면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엽기적인 그녀>보다 슬픈 멜로드라마여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카메오 출연은 과연 영화가 의도한 정서적 정점을 살리고 있는가? 바람개비가 뱅뱅 도는 방 안에서 전지현이 죽은 남자친구를 찾아 울부짖을 때 과연 여러분은 충분히 슬프던가? 좋다, 백배 양보해서 이 모든 것들이 더 은밀하고 복잡한 코미디의 일부라고 치자. 그렇다면 과연 그 코미디가 충분히 웃기거나 그에 준하는 다른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던가? 지금까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곽재용의 다른 영화들과 같은 길을 밟고 있다. 초반 흥행성적은 좋은 편이고 해외에서 흥행 성과도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국내의 비평적 성과는 여전히 그렇게까지 좋은 편이 아니다. 심지어 그렇게 넘고 싶어했던 앞의 두편보다도 나쁘다. 만약 이 영화가 내가 지금까지 말했던 것처럼 곽재용의 작가 선언이었고 평론가들과 관객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면 그는 실패한 셈이다. 슬슬 자기 점검이 필요할 때이다. <엽기적인 그녀>는 곽재용의 영화인가? 물론이다. 그 영화의 일등 공신은 통신망 소설 원작과 배우들이지만 그 영화가 곽재용의 개성이 담뿍 담긴 곽재용 영화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과연 <엽기적인 그녀>의 대성공에서 곽재용의 역할은 얼마나 되었는지, 지금 곽재용이 자신의 의도라고 믿는 것이 영화 촬영 당시에도 그의 의도였는지 묻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보고 난 뒤로는 그의 영향이 그렇게까지 크지 않았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엽기적인 그녀>는 그냥 우연의 산물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적당히 인기를 끌 만한 원작과 운좋게 떨어진 전지현이라는 스타의 적절한 개입이 만들어낸 운좋은 우연의 일치. 여기에 뭔가 더 거창한 것을 더해 그럴싸한 예술 작품을 만들려는 시도 자체가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 가장 노골적인 문제점은 한류 스타 전지현의 에고가 아니라 감독 곽재용의 에고인지도 모른다. 듀나 djuna01@hanmail.net

[충무로 이슈] 저작권은 천부의 인권인가

최근 저작권법 개정과 관련된 공청회장은 예외없이 업자들의 성토대회장으로 변질된 듯하다. 참석자에 따르면, 저작권이 마치 ‘천부의 인권’인 양 인식하면서 이에 대한 사소한 침해 또한 절도라고 표현하는 일부 권리자들이 있다 한다.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는가 싶기는 하지만, 개인의 창작물은 창작자의 노력의 산물임과 동시에 지금까지 해당 공동체, 나아가 전 인류가 쌓아온 창조적 유산을 이어받는 것이며, 그 또한 하나의 공적 자산이 된다. 따라서 저작권에 관한 규정과 관행은 공적 가치와 사적 가치 사이의 갈등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의 절충점을 찾아왔다. 이른바 공공의 영역(public domain) 혹은 공정사용(fair use)을 통한 저작권의 제한이 비교적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저작권에 대한 담론이나 저작권법 개정방안에 대한 논의는 다소 우려스럽다. 지나치게 권리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서다. P2P와 같은 문제들이 문화산업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문제해결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인터넷은 처음부터 자유로운 사용자들의 놀이터이자 터전이었다. 남들의 터전에(비록 그들의 장난감을 만들어낸 주인이라 하더라도) 뒤늦게 자리잡으려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그들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그 대상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수의 대중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소리바다 사태나 최근의 MP3폰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고 있자면, 음반산업 주체들의 조급함과 탐욕스러움에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수많은 대중을 불법자로 몰아세우며, 인위적으로 기술발전을 가로막는 태도는 올바르지도(과연 P2P가 실제 불법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현명하지도 않다(이 태도가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이윤 획득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몇몇 영화사들이 유저들 몇명을 본보기식으로 고발한 것은 개인적으로 유감이라 생각한다. 특히 그 방식을 민사가 아닌 형사적으로 택했다는 것은 더욱 찬성하기 힘든 일이다(비록 일방적인 합의금 부과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영화산업 주체들이 좀더 현명하고, 느리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도대체 없는 것일까. 대중을 불법으로 몰아세우거나, 이들을 불법자로 모는 법안개정을 통해 답을 찾는 것은 음반산업 주체들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답은 산업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천재성은 기술적인 환경변화를 수용하면서도 부가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왔다. 1976년 유니버설은 포괄적인 저작권 침해 위험을 들어 VCR 제조사인 소니를 고소했으나, 1984년 미 연방대법원은 소니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1980년대 미국 영화산업의 르네상스를 불러온 것은 다름 아닌 비디오산업이었다. 산업주체들이 대중과 기술발전에 인위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을 때, 오히려 새로운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구를 발견했던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조급하고 탐욕스러웠던 유니버설의 손을 들어주었더라면 근 20년에 걸친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호황은 다소 다른 양태로 진행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섹스&시티>가 알려주는 싱글생활 6계명

1. 실수하라, 고로 너는 존재한다 “사실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건 실수들이 아닐까?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사랑에 빠진다거나 아기를 갖거나 현재의 우리로 있지 못할 테니까.” _캐리 그녀들은 똑같은 옷은 두번 다시 입지 않지만, 똑같은 실수는 열번이고 되풀이한다. 캐리는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라 다짐하던 미스터 빅의 키스를 매번 받아들이고, 미란다는 고환암으로 더이상 ‘쌍방울’일 수 없는 스티브에게 ‘자비의 섹스’(merci fuck)를 선사한 끝에 임신한다. 결혼의 쓴맛을 이미 맛본 샬롯도 두 번째 불구덩이 속으로 자신을 던져넣는다. 그렇게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조건반사의 희생물들”이자 ‘파블로프의 개’들이다. 하지만 삶은 실수라는 벽돌로 지어진 구조물이다. 그들은 실수를 통해 성숙해가고, 드라마는 실수를 통해 진행되며, 시청자들은 그들의 실수를 통해 안도감을 얻는다. 하바드를 졸업한 변호사도, 잘 나가는 칼럼니스트도, 똑똑한 큐레이터도 실수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간다. 우리가 그러하듯이. Coulda woulda shoulda! 2. 과거를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 “관계가 끝나면 유령도 떨쳐낼 수 있을까? 아님 과거라는 망령에 영영 홀려 있어야 할까?” _캐리 과연 94개의 에피소드 동안 캐리를, 미란다를, 샬롯, 사만다를(!)을 거쳐간 남자가 몇명이나 될까? 이들이 길을 가다 옛 남자친구와, 게다가 “구질구질한 최악의 모습으로 만날 확률”은 어니언링을 먹다가 프렌치 프라이 조각을 발견하는 것만큼 높다. 그러나 대부분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그를 발견하고 다른 골목으로 피해가거나, 황급히 방향을 틀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섹스& 시티>는 과거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유령과 정면 충돌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캐리는 아기를 안고 있는 에이단과 맞닥뜨리고 난 이후에야 그에 대한 오랜 체증에서 벗어나게 되고, 22살에 나눈 원나잇스탠드의 결과로 낙태수술을 받은 트라우마는 결국 그 웨이터가 자신의 존재조차 기억 못함을 확인하고 나서야 치유된다. 그렇게 캐리는 그때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닫고, “13살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아기”와 제대로 이별한다. 심지어 6시즌에는 “부모님이 무서워서 키스까지만 진도를 나간” 고등학교 첫사랑(데이비드 듀코브니)까지 등장해 핑크빛으로 덮어두었던 ‘EX-FILE’(전 애인 파일)을 첫장부터 잔인하게 재기술한다. 3. ‘나’를 잃으면 ‘그’도 잃을지어다 “리차드,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난 나를 더 사랑해요.” _사만다 <섹스&시티>는 결코 독립적인 여성이 되는 법이 남자와의 사랑을 끊고 초콜릿 케이크나 바이브레이터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고 권하진 않는다. 대신 ‘두 영혼, 하나의 생각’이라고 적혀 있는 약혼식 초대장을 보고 “사람은 둘인인데 생각이 하나라면 문제가 있는 거야”라고 반박한다. 리차드가 바람을 피울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몇십층을 뛰어올라온 사만다는 이렇게 의심 가득한 관계를 더는 지속시킬 수 없다고 선언한다. 그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목걸이를 잃어버렸다 찾은 캐리 역시 더이상 자신이 파리에 머무를 이유가 없음을 깨닫는다. 그녀의 귀향은 파리에 왕자님처럼 찾아온 빅의 깜짝 등장 때문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빅은 또다시 심장을 닫고 이기적으로 돌아설지도 모를 일이다. 캐리도, 우리도 더이상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도시 연애의 신화’ 따위에 속아넘어갈 만큼 순진하진 않다. 하지만 캐리는 그 선택에 대해 어떤 원망도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목에 다시 걸려진, 목걸이에 쓰여진 여섯 글자는 ‘Mr. Big’이 아니라 ‘Carrie’였기 때문에. 4. 결혼은 시작도 끝도 아니다 “왜 우리는 결혼을 해야 하지? 혼자 죽기 싫어서 같은 이유 말고.” _미란다 “레즈비언이 될지언정” 커플이 되어야만 주류로 편입될 수 있는 보수적인 사회. 하지만 이 4명의 여자들은 누구도 떨어지는 부케를 잡으려고 허공을 향해 손을 뻗진 않았다. 또한 유부녀, 유부남을 향해 전쟁을 선포한 적도 없다. 그저 ‘노아의 방주’의 일원이 되지 못한 자신을 ‘하자있는 인간’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고 말할 뿐이다. 4시즌 말 ‘미스터 퍼펙트’(혹은 Mr. too perfect)인 에이단에게 또다시 이별의 아픔을 안겨준 캐리의 선택은 쉽게 용납하기 힘든 것이었다. 100만원도 안 되는 은행잔고에, 대출도 어려운 36살 싱글에겐 참 간도 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직감적으로 이것이 옳은 선택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결코 ‘좋은 사람’이 ‘바로 그 사람’(The one)이란 법은 없는 것이다. 반대로 미란다는 모든 면에서 “전혀 수준이 맞지 않는” 스티브를 사랑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그와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다. “완벽한 남자, 완벽한 결혼, 완벽한 가정”을 꿈꾸었던 샬롯은 대머리에, 유대인에, ‘털북숭이 해리’(hairy harry)와 결혼한다. 6시즌의 마지막, 네 친구들 중 둘은 결혼을 했고, 둘은 싱글로 남았다. 이후 모두 결혼을 하게 될지, 모두 다시 혼자가 될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결혼은 시작도 끝도 아니다. 그저 과정일 뿐이다. 5. 친구들을 거룩히 지켜라 “어쩌면 우리가 천생연분일지 몰라, 멋진 남자들은 재미로 만나는 거고, 우리가 서로의 천생연분이 아닐까?” _샬롯 싱글 뉴요커. 그들에게 친구는, 어머니이자, 언니이자, 동생이다. 우리는 안다. 35살의 노처녀의 손을 잡고 장례식에서 함께 행진해줄 사람도, 미혼모가 되는 순간에 기꺼이 이모가 되겠다고 나서줄 사람도, 방금 손톱정리 받은 손으로 루프를 꺼내줄 사람도, 혼자 죽은 채 고양이에게 얼굴 반쪽을 뜯길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일 때 전화를 받아줄, 어깨를 내줄, 등을 두드려줄 사람도, 친구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렇게 피로 맺어진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가족”인 친구들은 고통스러운 순간에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고, 세상에서 가장 독한 조크로 그 아픔을 얼얼하게 만든다. 로맨틱한 밤을 놓치거나 말거나, 큰 맘 먹고 장만한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에 양수가 쏟아져 망가지거나 말거나, 그들은 남편이 아니라 친구의 손을 잡고 아기를 낳는다. 6. 그래도, 사랑만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안 나. 내가 누군가를 정말 좋아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지. 난 단지… 그때 기분만이 생각나.” _캐리 자신의 칼럼을 책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은 캐리는 “당신은 사랑에 대해 긍정적인가요? 부정적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 캐리는 잠시 망설인다. “과연, 나는 사랑을 믿는가.” 연애의 낭만이 현실로 변하는 순간을 경험하고, 결국 진절머리나는 아픈 사랑의 기억을 얻고나면 심장은 스스로 방어기제를 만들게 마련이다. 사랑을 부정함으로써 실연을 극복한다. 하지만 캐리도, 샬롯도, 미란다도 계속 잃을 걸 알면서도 “사랑이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이 징그러운 사랑은 “침대의 네 귀퉁이를 하도 많이 문질러서 이제는 완전히 이쑤시개가 되어버린”, 섹스에서는 남자처럼 진화해버린 사만다에게도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저 하룻밤 상태처럼 보였던 스미스로부터 사만다는 난생처음 믿음과 위로를 경험한다. 이 젊고 믿음직한 청년은 유방암으로 머리가 빠지는 사만다 앞에서 자신의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시키고, 그동안 누구도 점령하지 못했던 사만다의 ‘손의 처녀성’을 차지한다. 4명의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을 찾는 이 시리즈의 결론이 나이브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캐리가 산처럼 쌓인 마놀로 블라닉 구두에 둘러싸인 호호할머니가 되어, 마지막 숨을 거두어야 전복적이었을까? 1시즌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캐리는 떠나가는 빅에게 묻는다. “당신, 진짜 사랑을 해본 적이 있어요?” 시 대신 이메일을 쓰고, 저지방 아이스크림을 먹고, 기름기가 제거된 시대에 사랑을 나누는 도시의 남녀에게 사랑은 정말 있는 걸까? 지난 6년 동안 이 질문에 대한 <섹스&시티>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좆나 당연하고 말고!”(abso- fucking-lutely!). <섹스& 시티>는 “사랑해”라는 고백이 터부시되어버린 시대에, 격렬한 몸동작과 독한 언어로 사랑의 존재를 증명시켜준, 가장 강력한 부정을 통해 가장 강력한 긍정을 이끌어낸 드라마다.

동키가 소개하는 장화신은 고양이

아찔한 섹시함, 사랑스런 이중성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슈렉과 피오나의 영원한 가족이자 유쾌한 말발의 소유자, 동키입니다. 우선 3년 동안 저의 컴백을 손꼽아 기다려주신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요. 네? 뭐라고요? 잔소리 말고 빨리 장화 신은 고양이나 소개하라고요? 3년 만에 여러분들을 만났다는 기쁨에, 곱디고운 용부인도 두고 달려온 저한테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뭐니뭐니해도 <슈렉>의 성공에 관한 한 일등공신인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앞뒤 모르는 기자들이 고양이들의 세상이 왔다면서 유언비어성 기사를 쓴다 해도, 저는 인정할 수가 없군요. 그놈 첫인상은 정말 더러웠습니다. 기분 나쁘게 가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가는 눈동자를 번뜩이는데… 엄청난 자객이라도 나타난 줄 알았거든요.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그건 자기도 어쩔 수 없는 생리 현상이라는군요. 갑자기 죽을 듯이 기침을 해대면서 털뭉치를 뱉어내는 것도 마찬가진데, 그게 목에 걸려서 죽는 고양이들도 있다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죠. 그게 다 평소 자기 몸을 혓바닥으로 청소하다가 먹은 털이 뭉쳐서 그렇게 된 거래요. 그러면서도 악착같이 자기 몸을 핥아대는 걸 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뭐 있나, 싶어요. 되는 대로 배 두드리면서 즐겁게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저랑 어긋날 수밖에 없는 것도 다 그런 이유죠. 결정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그 이중성이었습니다. 있는 대로 거드름을 피우면서 발톱을 세우던 녀석이 슈렉의 한방에 그처럼 애교모드로 돌변할 줄 누가 알았겠냔 말이죠. 절 보십쇼. 삐죽한 귀에 짤뚱한 다리, 잘못하단 땅에 닿을 것 같은 배를 안고 살아가는 이 동키가, 원하는 건 뭐든지 얻어낼 수 있을 만한 놈의 커다란 눈이 얼마나 부러웠겠습니까. 저 같은 놈이 서클렌즈 몇개를 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엄청난 공격무기죠. 그러나 외모로만 판단하면 안 되는 겁니다. 사람, 아니아니 모름지기 포유류라면 초지일관, 일편단심… 뭐 그런 맛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왕의 사주를 받고 슈렉을 처단하겠다며 호언장담하던 털북숭이 녀석이 슈렉의 넓은 어깨를 차지하는 건 말도 안 되죠. 내 친구 슈렉이 그런 놈에게 마음을 뺏길 때, 제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는지 짐작하시겠죠? 녀석이 슈렉에게 귓속말을 소곤거릴 때는 아예 슈렉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기침을 해대는 그 얄미운 이중인격자가 <반지의 제왕>의 골룸과 정말 닮은꼴이네요. 아… 샘! 자네를 이제는 이해하네. 하지만 뭐, 알고보면 놈이 사실 표리부동한 건 아닙니다. 원대한 야망이나 목표를 가진 녀석이 아니라서, 그냥 순간순간 자기가 원하는 걸 찾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살 뿐이죠. 그게 ‘미친 인생’(La Vida Loca)이라도 놈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남이 뭐라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우리가 좀 통하는 구석이 있어요. 게다가 그처럼 되는 대로 사는 놈이 한번 마음을 주면 나름의 신의를 지킬 줄도 알거든요. 자신의 공격무기 1호를 우리를 위해 사용하기도 했으니까. 놈의 고고고조 할아버지는 형들에게 아버지의 유산을 모두 뺏기고 빈털터리가 된 주인을 공주와 결혼시키고 왕으로 만들었다나요. 그게 다 자기한테 장화 한 켤레를 구해준 데 대해 보답하기 위해서였다니…. 하여간 고양이들이 사소한 거에 집착하고, 잔꾀 많은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그리고, 녀석이 좀 섹시한 것도 사실이죠.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목소리를 빌려준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이, 놈이 느릿느릿 걸어다니는 모습이나 기지개를 켜는 모습은 확실히 아찔한 구석이 있거든요. 암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해서, 저는 장화 신은 고양이와 잘 지내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와 제가 화끈한 무대를 선보였던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설레는군요. 무슨 노래를 불렀냐고요? 그런 걸 미리 말해드릴 순 없죠. 제가 했던 말 중에 힌트가 있으니까 한번 찾아보시죠. 이런, 서론이 너무 길었군요. 녀석이 지나가던 파리 한 마리랑 놀다가 지금은 느긋하게 햇볕을 쬐면서 졸고 있네요. 자, 여러분~ 빛나는 털을 자랑하는 혈통있는 고양이도 아니지만, 장화와 깃털모자만 있으면 매력이 넘치는 바람둥이, 장담하건대 앞으로 숱한 동물 캐릭터들을 제치고 열렬한 사랑을 받을 것이 확실시되는 스타, 장화 신은 고양이를 소개합니다!

<그 놈은 멋있었다> 전액투자, 배급하는 서울극장 곽정환 회장

“기획실 다 모이라고 해!” 서울극장의 하루는 곽정환(74) 회장의 격한 고함으로 시작된다. 극장 직원들이야 매일 반복되는 일이니 익숙할지 모르겠으나, 바깥으로 새어나오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사정 모르는 이에겐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자신이 투자·배급하기로 한 영화 <그 놈은 멋있었다>(7월23일 개봉예정)의 예고편 시사를 본 뒤 흡족하지 않았는지 곽 회장은 마케팅 담당자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영화판에 발을 딛기 전, 곽 회장은 ‘군인’이었다. 평안남도 용강에서 출생한 그는 소령으로 예편한 뒤 1962년 “영화제작을 하던 삼촌 친구 때문에 우연히” 충무로에 입문한다. 1964년 합동영화사를 차려 지금까지 300편의 영화를 제작한 그는 “지금까지 밑진 영화는 단 세편”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후 승승장구했다. 당시 누구나 그러했듯이 “지방 흥행업자들에게서 받은 돈의 70% 정도만으로 영화를 찍어” 부(富)를 일궜지만, 그는 대부분의 동료 제작자들이 1980년대 도산으로 몰락했던 것과 달리 ‘홀로’ 살아남았다. “여전히 건재하나 힘을 쓰는 방식이 낡았다”는 부정적 평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지만, 그가 ‘뛰어난 수완을 가진 장사꾼’이라는 데 이견은 없는 듯하다. <씨네21>이 선정하는 한국 영화산업 파워 50에 9년 연속, 상위권에 랭크됐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20여년 전 서울극장을 차려 이후 배급·극장업계에서 큰손 대접을 받아온 그는 몇년 전부터 부인인 이경희(고은아라는 예명으로 1960, 70년대 주로 활동한 여배우) 사장과 아들 곽정남 부사장에게 극장을 넘겨주고 2선으로 물러섰다지만,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이는 없다. 서울극장에 오전 9시에 출근해서 퇴근 전까지 극장 곳곳을 둘러보는 순시를 계속하고 있는 한 그는 종로의 터줏대감이다. 몇편의 영화에 소액 투자를 하는 것이 전부였으나 얼마 전 <그 놈은 멋있었다>의 제작비 전액을 내놓은 뒤 배급까지 하기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그를 만났다. 포스터나 예고편에도 신경을 꽤 많이 쓰는 것 같은데. 내가 하는 건 어디에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 거 정도야. 나머진 다 젊은 친구들이 알아서 한다고. 이 분야도 발전해서 그런지 젊은 애들이 이야기하는 걸 못 알아듣겠어. 다만 오늘은 극장 앞에서 체크하는 친구들(입회인을 의미함)이 포스터를 젊은 관객이 별로 맘에 안 들어하는 것 같다 해서 몇마디 했지. 전과 비교하면 마케팅 비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느끼지 않나. 남들 하는 것만큼은 해야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잖나. 옛날로 치면 말이 안 되지만 지금은 프린트 달랑 6개 뜨던 시절이 아니니까. 원작이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이다. 10대가 주요 독자층인데, 어떻게 투자를 결정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진문이라고 우리 방계사 사장이 있는데. 어느 날 나보고 <그 놈은 멋있었다>라는 책이 있는데 그걸 한번 (영화로 제작)했으면 좋겠다는 거야. 애들한테 인기있다면서. 그럼 한번 가서 (판권을) 사봐라 했지. 근데 이미 이황림이 몇년 전에 그걸 샀다는 거야. 이황림이랑 나랑 관계가 있지. 내가 그 친구 만든 영화제작해서 손해도 보고 그랬으니까. (웃음) 그래서 연락이 닿았는데 이황림이 “회장님하고 같이 하려고 사놨죠” 그러더라고. 나랑 친하니까,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렇게 된 거야. 극장업을 20년 넘게 했다. 이번 영화 흥행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영화는 돈 벌고 안 벌고는 별로 안 중요하다고. (잠시 침묵) 괜찮을 것 같긴 해. 해외 판권이랑 비디오쪽에서 15억원 정도는 개봉하면 들어올 것이고. 나머지 15억원만 벌충하면 되니까. 혹시 알아. 200만명, 300만명 될지도 모르지. 전액 투자를 한 이유가 뭔가. 흥행에 대한 확신이 들어서 아닌가. 나보고 충무로 대부라고들 하잖아. 오래된 사람이라며. 그러면 내가 남한테 피해를 주지는 말아야지. 남의 돈 빌려서 했다 쳐봐. 혹시라도 손님 안 들어서 남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 그러면 영화계가 전체로 욕 먹는다고. 현장엔 자주 갔나. 영화 스타트한 다음에 한번도 안 갔어. 내가 가면 너무 잔소리할 것 같아서. 이번에 투자한 것도 어린애들이 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 한 건데 내가 나서면 안 되는 거지. 이번 영화에서 난 멤버가 아니라 아웃사이더야. 한국영화에 남은 건 내리막길뿐이다, 한국영화 흥할 때가 위기다, 라는 말을 자주 해왔는데. 돈이라는 게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거야. 젊은 사람들이 한국영화를 이만큼 올려놨지만 지금 더 잘해야 한다고. 그래야 늙은 나도 예쁘게 추락할 수 있지. 젊은 영화인들이 그럼 뭘 해야 하느냐. 합심해서 투자자들 밑지지 않게 해줘야 해. 그러려면 영화제작도 우리 실정에 맞게 가야 한다고. 한국영화제작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 같은데. 얼마 전에 강우석이 인터뷰하면서 <실미도>로 번 돈 영화 몇편 해서 다 까먹었다고 그러잖아. 배우만 해도 요즘은 현장에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 분 바르는 사람, 가방 드는 사람. 그 사람들만 해도 몇명이야. 밥값만 해도 1만원이면 될 것이 2만원, 4만원이 된다고. 이런 걸 구조조정해야 돼. 물론 포니 타던 놈이 현대차 제일 좋은 거, 거 뭐지? 하여튼 좋은 차 타게 되면 쉽게 그거 포기 못하는 건 알지만 내 노파심으로는 그런 거 낭비라고 생각하는 거야. 10만원이면 집을 지을 수 있는데 20만원, 30만원을 들이고 있다고. 한국영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부문별로 세분화가 이뤄졌기 때문이고, 제작비 상승은 그에 대한 비용 지불이다라는 의견도 있는데. 이만큼 된 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소재 개방한 게 제일 크다고.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나 안 그랬으면 상영 못했다고. 여기에다가 싼 이자로 제작비 융자해주고, 또 유학이나 대학 졸업한 젊은 애들이 영화판에 몰려왔잖아. 그러니까 잘될 수밖에 없지. 전에는 충무로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공부 안 하는 망나니들이었다면 지금은 공부 끝낸 망나니들이니까 낫지. 최근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밝혔는데. 극장 입장에서 이번 발표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스크린쿼터 때문에 한국영화가 잘된 거야. 금방 말한 조건들이 업그레이드된 결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스크린쿼터 때문이지. 미국이 스크린쿼터 없애라고 그러는 바람에 젊은 영화인들이 반미 시위하고 그랬잖아. 관객도 미국영화 보면 나라 팔아먹는 매국노이고, 국산영화 보면 애국자라고 생각하는 게 생겼다고. 그래서 한 3, 4년 한국영화가 잘될 수 있었어. 미국 애들은 괜히 스크린쿼터만 물고늘어지다가 한국시장 뺏긴 거라고. 스크린쿼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좀더 분명히 밝힌다면. 다들 내가 스크린쿼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니야. 원칙적으로야 말이 안 되지. 백화점에서 이번엔 한국 물건 팔고 또 어떤 때는 미국 물건 팔고 그러면 써? 난 애국자도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그게 필요가 있다고 봤어. 극장업자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스크린쿼터제가 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왜 그러냐면 미국 사람들이 약소국에 대해서는 큰 영화 하나 놓고 그뒤에 쓰레기 영화를 네댓개 단다(이른바 끼워팔기)고. 스크린쿼터가 있으면 극장 입장에서는 쓰레기를 하나 정도로 줄일 수 있어. 미국영화협회(MPAA) 애들이 한국 오면 내가 그랬다고. 너희가 흥행될 수 있는 영화를 한국 극장에 못 붙인 경우가 있으면 말해봐라. 내 입장에서도 쓰레기 치울 바에야 한국 쓰레기 치우는 게 더 낫다고 했다니까. 직원들이 어려워하는 걸 넘어서 무서워하는 것 같다. 내가 좀 무섭지. 용서가 없거든. 일에서만큼은. 그래도 꼼짝 못한다고. 왜냐하면 내가 저희보다 부지런하거든. 일 하나 할 때도 난 빨리빨리 정하고 추진하고 그러는데 애들은 만지작거리다가 마는 거야. 또 내가 별장 하나 없는 사람이라고. 어제도 동태찌개 먹었어. 취미도 없어. 도박을 하나 술을 먹나 담배를 피우나. 온니(only) 일이야. 그러니까 뒤에서 씹지도 못한다고.

비주얼 롤러코스터 <스파이더 맨2> [3] - 프로덕션디자인(1)

2년 전, <스파이더 맨>은 코믹북의 영화 버전은 이런 것이다, 라는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샘 레이미와 그의 스탭들은 원작의 본령을 놓지 않으면서도, 과감하고 창의적인 시도들로 스파이더 맨과 그의 악당과 연인에게 3차원의 무대와 그만큼 입체적이고 활력적인 삶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돌아왔다. 무대는 똑같이 뉴욕이지만, 적수는 더 막강해졌고, 사랑과 우정엔 바람 잘 날이 없다. 전작의 성취를 넘어 그들은 무엇을 또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전세계에서 8억2천만달러라는 경이적인 흥행을 기록한 <스파이더 맨> 팀은 속편 제작에 전편의 2배에 달하는 2억1천만달러의 예산을 받아들었다. 토비 맥과이어의 허리 부상으로 주연배우 교체 위기를 겪었던 것을 제외하면, <스파이더 맨2>의 제작 과정은 순탄한 편이었다. 지난해 4월에서 8월 말까지 진행된 촬영의 결과물에 대해선 몇 가지 예측이 나돈다. 프린트에 윤기와 광채가 넘쳐흐르리라는 당연한 예상과 샘 레이미가 초심으로 돌아갔을 거라는 조심스런 예상. 닥터 옥토퍼스가 핵 실험 사고로 괴물로 돌변하는 과정의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을 “<이블 데드> 모멘트”라고 소개한 한 열성팬의 눈썰미를 믿어본다면, 샘 레이미의 초기작에서 빛나던 개성과 장기가 다시금 발휘된 것으로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매트릭스> 시리즈로 특급 스탭이 되기 이전에 <다크맨> <이블 데드3> 등에서 샘 레이미와 호흡을 맞췄던 촬영감독 빌 포프를 2편에 새로 ‘영입’했다는 사실이 이 가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스파이더 맨2>의 예고편과 현지시사기를 접하고, 더욱 그 ‘실체’가 궁금해진 우리는 몇 가지 질문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프로덕션 과정을 기록한 귀한 자료 사진들과 메인 스탭들의 증언을 토대로, <스파이더 맨2>의 비주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보았다. 닥터 옥토퍼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스파이더 맨은 어떻게 해서 더 잘 날게 됐을까? 무대는 얼마나 늘고 또 바뀌었을까?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흥미로울 때가 있다. <스파이더 맨2>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닥터 옥토퍼스는 어떻게 탄생했나? 그린 고블린이 떠나간 뒤에 뉴욕은 평화를 찾았을까? 물론, 그럴 리는 없다. 악당이 떠나가면 더 강력한 악당이 나타나게 마련. 그것이 속편 블록버스터의 법칙이고 도심에 사는 슈퍼히어로의 운명이다. 무려 40년간 이어져온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등의 코믹북에는 샌드맨, 블랙 캣, 미스티리오, 일렉트로 등의 개성있는 악당들로 넘쳐났지만 1편이 낙점한 그린 고블린만큼 강력하고 악독한 캐릭터는 드물었다. “그린 고블린 다음으로 인기있는 캐릭터는 옥토퍼스였다. 아마 아이들은 옥토퍼스를 보고 싶어할 거다.” 제작자 아비 아라드의 제언을 따라 마음을 굳힌 샘 레이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등에 달린 거대한 무쇠 촉수들로 걷고 서고 부수는 옥토퍼스만큼 위협적인 악당이 또 있겠는가. “벽을 타고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옥토퍼스는 또 한 마리의 거미다. 거대한 거미와 싸우는 또 한 마리의 거미라는 대결 구도가 마음에 들었다.” 이제 문제는 그 무시무시한 악당의 ‘실물’을 어떻게 만들어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었다. 샘 레이미는 먼저 그 악당에게 ‘사연’이 있길 바랐다. “삶의 균형을 맞추려 애쓰던 피터는 옥타비우스 박사를 모델로 삼지만, 그를 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현실에 번민하게 된다.” 대체에너지 개발 실험에 열중하고,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는 ‘변신 전’의 지적이고 성실한 모습과 ‘변신 뒤’의 사악하고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아우를 수 있는 배우로 에드 해리스, 크리스 쿠퍼, 크리스토퍼 워컨 등이 물망에 올랐고, 최종적으로 <프리다>에서 열연했던 앨프리드 몰리나가 선택됐다. 핵 처리 작업을 위해 개발한 기계 촉수가 등에 달라붙는 사고로 괴물이 되는 옥토퍼스를 연기하기 위해 몰리나는 캐릭터디자이너는 물론 애니매트로닉스 기술자들과 동고동락해야 했다. 기계 촉수를 ‘내 몸처럼’ 익숙하게 느끼고 다룰 수 있어야 했기 때문. 원작에서 이 촉수는 빠르고 힘이 세서 사람을 들어올리거나 날려버리는 건 기본이고 바위나 콘트리트를 한방에 부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미술팀은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감독의 소신대로 기계 촉수 활약상의 절반은 모형과 기계로, 나머지 절반은 CG로 그려냈다. 때문에 무려 50kg에 이르는 네개의 기계 촉수와 몸에 붙는 쇠 코르셋을 착용하고 지내야 했던 몰리나는 “나는 연체동물이다”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 채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닥터 옥토퍼스의 뒷면 스케치. 핵처리 실험을 위해 개발한 기계 촉수가 등에 붙어버린 모습이 영화 속에서 이렇게 형상화됐다(맨 위). 앨프리드 몰리나가 촉수를 붙인 의상을 입어보고 있다. 개별 움직임이 가능한 76개의 마디로 이뤄진 촉수는 따로 만들어져 착색, 크롬 도금을 한 뒤에 다시 색을 입혀 조립한 것이다. 촉수 무게만 50kg에 달한다(가운데). 해리를 찾아가 협박하는 옥토퍼스의 모습을, 해리의 베란다 세트에서 대형 블루스크린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있다(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