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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대륙의 안을 엿보다, 제3회 호주영화제

광화문 씨네큐브, 제3회 호주영화제 개최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호주의 영화산업은 정부와 ‘선’을 대고 있는 다양한 영화기구를 딛고 개성어린 입지를 다져왔다. 예컨대 제인 캠피온 감독을 비롯해 <뮤리엘의 웨딩>과 <피터팬>의 P. J. 호건, <꼬마돼지 베이브>의 크리스 누난 등이 모두 ‘호주영화·텔레비전·라디오스쿨’(AFTRS) 출신이다. 피터 잭슨의 아낌없는 지원에 힘입어 이웃나라 뉴질랜드가 세계적 촬영지로 각광받는 바람에 다소 빛이 바래는 듯하나 호주산 영화는 꾸준히 자기만의 향취를 만들어내고 있다. 배우와 배경은 서구적이나 내러티브와 캐릭터는 인종과 민족을 살짝 뛰어넘는 진지함이 특징적이다. ' 광활한 자연을 안고 살아가는 그곳이지만 인간의 삶이란 늘 강퍅하고 위태롭다. 네쌍의 부부가 기묘한 인연으로 이어지는 <결혼의 비밀>(Lantana, 감독 레이 로렌스, 2001)(사진)은 권태의 위기를 쓸쓸하고 불완전한 개인의 내면에 얹혀놓고 보는 이의 호흡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정신과 의사인 한 여인의 실종이라는 스릴러적 변주에 섹스와 배신, 죽음의 다양한 표정까지 담아냈다. 40대의 형사 레온(앤서니 라파글리아)은 번듯한 가정을 두고 있지만 댄스 동호회에서 만난 제인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레온의 아내는 유명한 정신과 여의사를 찾아가 공황상태를 맞이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며, 이 여의사는 외동딸이 강간살해된 사건으로 인해 남편 존(제프리 러시)과 보이지 않는 단절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의 관계는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사건으로 한순간에 엮이며 전환의 계기를 맞이한다. <숭어>(감독·각본 데이비드 시저, 2001)(사진)에서 그려지는 호주 내부의 풍경도 코믹하지만 신산스럽다. 시드니 근처의 해변 도시에서 자란 에디는 가족과 여자친구를 버리고 모종의 꿈을 안고 무작정 도시로 떠나간다. 3년 뒤 허망하게 돌아온 고향은 일견 그를 반기지만 관계의 위험한 변수가 되어버린 그 때문에 점차 갈등이 표면화된다. 호주는 이민과 이산의 땅이기도 하다. <어느 스페인 여인의 이민사>(La Spagnola, 감독 스티브 제이콥스, 2001)(사진)는 호주로 이민 온 어느 스페인 모녀의 갈등과 화해를 관능과 코믹으로 다루고 있지만 여성 내부의 소통에 방점을 찍는 여성드라마이며, 홍콩계 호주인 클라라 로의 <떠도는 인생>(1996)은 이민으로 삶의 업그레이드 혹은 탈출을 꿈꾸는 중국계 이민자의 삶을 서늘하게 펼쳐간다. 호주영화의 또 다른 미래는 장편의 완성도를 뺨치는 단편들에서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2004년 아카데미영화제에서 단편애니메이션 최우수상을 받은 <하비 크럼펫>은 폴란드에서 이민 온 한 사내의 인생유전을 코믹하게 그린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번뜩이는 재치와 위트가 일품이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단편상을 받은 <폭죽이 가득한 가방>(Cracker Bag)은 사춘기 소녀 에디의 소박한 계획이 어이없게 어그러지는 과정에다 성장기의 씁쓸한 단면을 배치했다. <미미>(Mimi)는 경매를 통해 원주민 공예품을 사들인 도시의 세련된 여성이 호주 원주민의 정령인 미미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소동을 유쾌하게 그렸고, <영사기사>는 픽시레이션(Pixilation)이라는 라이브-액션 애니메이션 기술을 사용해 실사를 독특한 속도감과 화질로 만들어낸 실험성이 돋보인다. 또 <영사기사>는 200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단편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영화의 영상이미지로 영사기사의 과거를 회상한다는 설정에서도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이성욱 lewook@hani.co.kr <제3회 호주영화제> 일시 7월10일(토)∼15일(목) 6일간 장소 광화문 시네큐브 주최 호주 외교통상부, 호주영화진흥위원회 주관 주한 호주대사관, (주)영화사 백두대간 후원 호주 정부 관광청, 아시아나 항공 내용 장편영화 8편, 다큐멘터리 1편, 단편 19편 등 총 28편 오프닝 리셉션 7월9일(금) 저녁 6시30분 광화문 씨네큐브 예매 및 문의 02-747-7782, www.ciness.co.kr(씨네큐브), www.australia.or.kr(호주대사관) ※입장객 추첨을 통해 1주일간 호주 무료 여행의 기회가 제공된다(1팀 총 2명)

[현지보고] <킹 아더> LA 현지 시사를 가다

현대적 전장에서 부활한 아더 그가 명예로운 브리튼의 왕위에 오를 때/ 어떻게 적을 물리쳤는지 그들은 노래했네/ 이틀 동안의 격렬한 싸움에 참가하여/ 팬드래건의 아들답게 그곳을 피로 물들이고/ 3백의 섹슨인을 한손에 쓰러뜨렸네. 아더 왕에 대해 경배를 바쳤던 건 중세 음유시인들만은 아니었다. 20세기 들어서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서 아더 왕의 전설은 수없이 윤색됐다. 약한 자를 돕는 정의의 무용담, 여성을 위하는 기사들의 로맨스, 마법사 멀린과 호수의 여인이 안내하는 판타지, 성배를 찾으러 떠나는 이들의 어드벤처. 이만한 이야기 보따리가 또 있을까. 그러나 판본이 많으면 원치 않아도 비교당하는 법. 아더 왕 이야기를 이번엔 어떻게 변주했는가에 관심이 집중됐던 영화 <킹 아더>의 월드 프리미어가 현지시각으로 6월22일 저녁 7시30분, 미국 LA 새뮤얼 골드윈 극장에서 열렸다. 때는 467년. 15년 동안 전장을 떠돌며 전투를 치러온 아더(클라이브 오언)와 여섯명의 사마시안(지금의 러시아 지역에서 거주하던 기마족) 전사들이 성으로 돌아온다. 로마를 위해 싸워야 하는 의무복무 기간이 끝난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제마누스 주교는 이들에게 전역증명서 대신 마지막 임무를 전달한다. 교황의 자리에 오를지도 모르는 소년 알렉토를 무사히 데려오라는 것이다. 사마시안 기사들은 이에 발끈하지만, 고민 끝에 그러기로 한 아더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른다. 그러나 알렉토가 있다는 마리우스의 봉토에 도착한 아더 일행. 이곳에서 그들은 악몽 같은 현실과 마주한다. 지하감옥을 만들어 농노가 되기를 거부한 토착민들을 로마인 마리우스가 핍박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심한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워드족의 전사 기네비어(키라 나이틀리)와 알렉토를 대동한 아더 일행은 귀환 도중에 로마의 세력이 약화됐음을 눈치채고 호시탐탐 세력 확장을 노리던 섹슨족 무리와 맞닥뜨리는 등 위기에 빠진다. 아더 신화를 축출하고 전쟁 영화로 향하다 <킹 아더>는 우리가 알고 있던 아더 왕을 ‘축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첫 전투에서 보이듯 아더와 그의 기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생존과 귀향이다. 첫눈에 반한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무모함도, 사랑하는 여인을 가슴에 품고 마상(馬上) 경기를 벌이는 여유도 그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다. 중세 귀족들의 낭만 가득한 거짓말은 기대하지 말라고 영화는 일찌감치 일러준다. “아더 왕은 중세 작가들이 가공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실존 인물이다.”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의 이러한 확신은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프란조니에게서 나왔다. <글래디에이터>를 쓰는 동안 데이비드 프란조니는 5세기에 살았던 루시우스 아르토리우스 카스투스라는 인물이 아더 왕 전설의 모델이었다는 논문을 봤고, 당시 시대상황을 바탕으로 <킹 아더>의 시나리오를 썼다. 대제국 로마의 힘이 쇠하자 백가쟁명의 시대에 빠져든 영국을 배경으로 아더 왕은 새로 태어난 셈이다. 극중 아더 왕이 로마인과 브리튼의 피가 섞인 혼혈이고, 그를 뒤따르는 기사들은 로마제국에 고용된 용병으로 나오는 것은 당시 시대적 배경을 감안한 설정. 여기서 그치지 않고 <킹 아더>는 원전이 품고 있던 신화적인 기운을 모조리 제거한다. 그게 <킹 아더>가 선택한 차별 전략이다. 욕망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둔한 인간들의 세계를 휘젓는 마법사의 간계를 제쳐두는 것은 물론이다. 아더 왕에 관한 모든 서사에서 주요 캐릭터인 마법사 멀린은 토착민의 정신적 지주로만 나온다. 아더에게 브리튼의 자식임을, 그래서 브리튼 왕국을 건설해야 함을 설득하지만, 그는 현명한 노인일 뿐이다. 앙꼬처럼 등장했던 엑스칼리버 에피소드 또한 빠지고 없다. 엑스칼리버는 그저 아더 왕이 찬 칼이다. 후반부에 엑스칼리버에 얽힌 사연이 소개되지만, 신성스러운 물건이 아니라 아더가 브리튼 사람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란슬롯을 비롯하여 제각기 스타일을 뽐내던 기사들 또한 브리튼 왕국을 건설하는 데 복무하느라 사연을 털어놓을 시간을 갖지 못한다. 다만 기네비어만이 예외다. 란슬롯과의 로맨스를 잃지만, 그녀는 힘을 얻는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모계사회의 부족장으로 설정된” 그녀는 아더와 함께 말을 타고 섹슨족과 맞서는 대열에 합류한다. 그리곤 아더를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가장 총명하고 용맹스러운 기사로 전해져 내려오는 란슬롯(맨 왼쪽)은 이번 영화에서는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 (오른쪽 사진 맨 왼쪽) 제리 브룩하이머가 아더 왕 이야기의 무게 중심을 이처럼 이동시킨 의도는 비교적 뚜렷해 보인다. 인물들이 말을 타고 시대극 의상으로 바꿔입었을 뿐 <킹 아더>는 현대 전쟁영화의 상황들을 고스란히 끌어온다. 사지(死地)에서 벗어나 안락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기사들과 임무를 수행하는 와중에 자신이 믿었던 신념이 틀렸음을 확인하고 고뇌하는 아더 때문만은 아니다. 뮤직비디오와 CF 감독 출신으로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트레이닝 데이> 등의 영화에서 액션장면 연출과 편집에 소질을 보였던 안톤 후쿠아는 <킹 아더>의 전투장면을 20세기 전장처럼 꾸미고 싶어한다. 섹슨족과 벌이는 빙판 전투에서 아더 일행은 고작 칼과 도끼, 그리고 화살밖에 없다. 하지만 전투는 총탄이 빗발치는 듯한 사운드와 컴퓨터그래픽(CG)으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막연한 추측이 아니다. 데이비드 프란조니는 몇몇 장면에서 “베트남 전쟁을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할 정도다. 비교적 원전에 충실한 존 부어맨의 <엑스칼리버>(1983)를 어릴 적에 즐겨봤다는 안톤 후쿠아 감독은 정작 자신의 영화에선 “폭력과 죽음을 그려보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원전의 풍부한 캐릭터와 환상적인 배경을 포기한 대신 <킹 아더>는 액션을 배로 불려넣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를 시작으로 제리 브룩하이머 사단에 합류한 키라 나이틀리를 제외하고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영국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제리 브룩하이머의 배짱이 과연 먹혀들지도 관심의 초점이다. 아더 역을 맡은 클라이브 오언은 영국 로열아카데미연기학교를 졸업한 뒤 드라마 시리즈에 출연했고, <고스포드 파크> 등 10여편의 영화에서 단역을 맡다 엑스칼리버의 주인공이 됐다. <킹 아더>에선 기네비어의 역할이 높아진 데다 개봉을 앞두고 키라 나이틀리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밀렸지만, 극중 정확한 발성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내보인다.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는 하드리안 성벽은 길이만 1km에 달하며, 많을 때는 벽 작업을 위해서 무려 300명이 넘는 전문 스탭들이 달라붙어서 만든 결과물이라 화제를 모았다. 사실적인 느낌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최소한의 CG만을 쓰고, 액션 또한 배우들이 대부분 직접 해냈다고 제작진은 수차례 강조했다. 7월7일 미국에서 개봉한 뒤 국내에선 7월23일 위용을 선보인다. 귀네비어 역 키라 나이틀리 인터뷰 전통적인 귀네비어를 상상하지 말라 <킹 아더>의 기네비어는 아더에게 점찍히는 것이 아니라 아더를 제 편으로 만드는 능동적인 위치를 점한다. 그녀가 속한 부족의 이름 워즈(woads)는 식물즙에서 짜낸 푸른색 물감에서 연유. 전투시에 이들은 청색 물감을 얼굴 등에 바르고 적과 싸운다. 키라 나이틀리는 거침없다. 망아지마냥 요란하게 들어오더니 부끄럼없이 한마디 던진다. 화장실이 급하다고. 인터뷰 자세도 가관이다. 신발을 벗고 선머슴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오렌지 쥬스를 홀짝거린다. 하지만 답변을 할 때만큼은 허리를 곧추세우고는 또박또박 답한다. <슈팅 라이크 베컴> <러브 액츄얼리>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등 지난 1∼2년 동안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각인시킨 키라 나이틀리는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신성. 이번 영화에선 적의 정수리에 화살을 날리는 여전사 귀네비어 역할을 맡았다. 캐릭터가 파격이다. 아더 왕에 관한 이야기라고 들었을 때 회의적이었다. 이미 수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는데 지금 다시 만들 필요가 있나. 그런데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사실에 입각했지만 기존 캐릭터와 달랐다. 귀네비어를 모계사회의 리더로 그린 것이 흥미로웠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귀네비어상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촬영 전에 전투장면을 위해 트레이닝을 했을 텐데. 모든 장면을 대역없이 해야 했다. 강한 귀네비어가 되기 위해서 크랭크인 전부터 석달 동안 훈련에 시간을 쏟았다. 남자처럼 싸우려면 팔에 근육이 붙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복싱, 검술, 활궁 등에 매일 7시간을 투자했다. 촬영이 없을 때에도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체육관에서 연습했다. 성격이 활달해서 운동을 즐길 것 같은데.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웃음) 특히 혼자 헬스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좋아했던 것도 팀을 이뤄 하는 것들이었다. 지금이야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야 하니까 그걸 할 수가 없다.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나? (웃음) 귀네비어의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 도망갔을 것 같다. (웃음) 그녀는 삶을 위해 매일매일 투쟁한다. 그녀의 믿음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나 자신도 만약에 강력한 리더나 신념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목숨걸고 싸우겠지만. 글쎄. 지금의 나는 잘 모르겠다. 작가이고 배우인 부모님이 당신의 지금 모습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나는 매우 창의적인 가족들 사이에서 자라났고 그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다. 연극 같은 것을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만들어준 것도 부모님이다. 반면 프로페셔널한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걱정하셨다. 왜냐하면 안전하지 않은 직업이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언제나 나를 지지해주고 있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중성적이고 에너제틱한 여성을 주로 연기해왔다. 요즘 그런 캐릭터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킹 아더>는 <슈팅 라이크 베컴>과 다르고, <캐리비안의 해적…>과도 다르다. 그런 점에서 난 행운아다. 전과 다른 역할을 계속 할 수 있으니까. 이제 스타덤에 올랐다. 무엇이 바뀌었는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본다는 게 다르긴 하다. 그래봐야 “영화 너무 좋았어요” 하는 정도다. 그러나 나는 2년 동안 일하기를 멈춘 적이 없고, 여전히 이야기꾼으로서의 배우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주말TV] 당신에게 여자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면?

:: 금주의 공중파 TV 영화 프로 7월 둘째주 (7.9-7.11) 7월9일(금) MBCKBS1SBS 밤 12시15분 밤 12시55분 밤 12시55분 <아 유 레디?>독립영화관<투명인간의 사랑> 7월10일(토) KBS2EBSMBC 밤 10시40분밤 11시10분밤 11시30분 <택시3><피의 결혼식><왓 위민 원트> 7월11일(일) EBSEBSKBS1SBS 오후 2시 밤 11시 10분밤 11시 20분밤 11시 45분 <워 웨건>한국영화특선 <월하의 공동묘지><비바 라스베가스><더 헌팅> <워 웨건> Taxi3 2003년 감독 제라르 크라브지크 출연 사미 나세리 KBS2 7월10일(토) 밤 10시40분 존 웨인과 커크 더글러스가 출연하는 추억의 서부극.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가출옥한 타우 잭슨은 뉴멕시코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잭슨은 자신을 형무소에 보내고 그 사이에 토지와 금광을 빼앗은 피어스 일당에게 복수하기 위해 돌아온 것. 피어스는 상금 1만달러로, 잭슨을 살해하도록 로맥스에게 의뢰하지만 그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잭슨과 로맥스는 피어스가 사금을 옮기는 마차를 습격해 탈취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택시3> Taxi3 2003년 감독 제라르 크라브지크 출연 사미 나세리 KBS2 7월10일(토) 밤 10시40분뤽 베송이 제작한 <택시> 시리즈의 세 번째 시리즈. 빠른 화면과 액션이 일품이다. 사미 나세리 등이 출연하고 있다. 계획만 세우고 대책은 전혀 없는 형사 에밀리앙. 그리고 세상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최고의 택시 기사 다니엘. 에밀리앙과 다니엘의 새로운 상대는 정체 모를 인라인 스케이트 집단. 화려한 스포츠의 개인기를 무기로 도시를 질주하며 약탈을 일삼는 인라인 스케이트 집단을 붙잡기 위해 마르세유 경찰청이 발칵 뒤집힌다.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 2000년 감독 낸시 마이어스 출연 멜 깁슨 MBC 7월10일(토) 밤 11시30분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진 낸시 마이어스의 감독작. 여성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어느 남성의 이야기다. 멜 깁슨의 코믹연기가 볼 만하다. 광고기획자이자 알아주는 바람둥이 닉 마샬에게 시련이 닥친다. 기획실장 자리를 경쟁사에서 스카우트된 달시 맥과이어라는 여자에게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딸을 전처가 여행 간 사이에 떠맡게 된 것. 닉은 우연히 자신에게 여자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음을 알게 된다. <아 유 레디?> 2002년 감독 윤상호 출연 김보경 MBC 7월9일(금) 밤 12시15분 여섯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추억, 악몽과 만나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액션대작. 시나리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많았다. 아무 관계가 없는 6명의 사람들이 테마파크에 모인다. 여학생에게 굴욕적인 모욕을 당한 뒤부터 악몽에 시달리는 유강재, 어머니가 죽은 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주희, 베트남전의 아픔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황 노인 등. 이들은 롤러코스터처럼 몰아치는 예측불허의 사건들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셀프 컨설턴트의 다음 단계, <스파이더 맨2>의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 맨은 뭐랄까, 생계형 슈퍼히어로다. 흥행 도달불능점으로 여겨졌던 개봉 주말수입 1억달러를 보란 듯이 돌파한 1편부터, 스파이더 맨은 그 모양이었다. 피터 파커가 초능력을 최초로 발휘하는 무대는 고작 돈내기 레슬링의 링. 거기서 피터는 상금으로 중고차를 사서 좋아하는 소녀를 태워주겠다는 일념으로 공중제비를 넘었다. 지금쯤이면 영웅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응이 되지 않았을까 싶건만, 2편은 스파이더 맨의 생활고를 더욱 강조한다. 2년을 기다린 관객은 한손에 네댓판의 피자를 들고 마천루 사이를 날아다니며 배달에 여념이 없는 스파이더 맨과 재회한다. 틈틈이 시민을 구조하느라, 수업은 빼 먹고 아르바이트는 해고되고 사랑하는 여자의 공연에 지각하는 피터의 청춘은 눈물겹다. 그는 꽉 끼는 스판덱스 의상이 민망하다고 생각하는 슈퍼히어로다. 세탁기에서 다른 빨래를 물들이는 원색 거미옷처럼, 영웅의 사명은 그의 일상을 망쳐놓는다. 토비 맥과이어(29)는 뭐랄까, 아슬아슬한 스타다. 배우로서 맥과이어는 아슬아슬하지 않다. 그는 <아이스 스톰> <플레전트빌> <원더 보이즈> 같은 영화가 이력서에 박힌 중견이다. 다만, 할리우드 스타로서 토비 맥과이어는 초보다. 그는 <스파이더 맨>의 보수로 집을 사서 베벌리힐스 주민이 됐다. <스파이더 맨2> 제작 과정의 해프닝은 시사적이다. 만성 허리통증을 이유로 일정- 그리고 아마도 출연료- 조정을 요구한 맥과이어에게 소니는 “다른 배우랑 할 테니 몸조리 잘해라”는 투의 통보를 보냈다. 민망하게도 맥과이어는 여자친구 아버지인 유니버설 CEO 론 메이어의 강력한 권고와 지원 사격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피터 파커 역을 되찾았다. 2편에서 초능력이 감퇴하는 바람에 자동차 위로 추락해 “아이고, 허리야” 신음하는 스파이더 맨의 모델은 맥과이어 자신인 셈이다. 소니는 8억달러가 넘는 돈을 번 힘이 토비 맥과이어라는 배우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하는 한편, “너는 출연작 흥행과 무관하게 대스타인 브래드 피트나 조지 클루니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래도 미라맥스의 하비 웨인스타인은 맥과이어에 동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아무리 <스파이더 맨>이라도 안 맞는 배우 다섯명 데리고 찍어봐라. 박스오피스고 영화고 물건너간 거다.” 그러나 어찌보면 배우 토비 맥과이어를 몰아세우는 고민은, 피터 파커 역에 완벽한 배우라는 바로 그 점인지도 모른다. <스파이더 맨>뿐 아니라 맥과이어는 재능과 미덕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심신이 굶주린 청년 역을 탁월하게 연기해 기반을 다졌다. 갓 10대를 넘어선 철부지 부모의 첫아이로 태어나 친척집을 전전하며 13살부터 “스스로를 양육한” 맥과이어는 고아의 얼굴을 갖고 있다. 좀처럼 깜박이지 않는 큰 눈은, 불안정한 환경에서 성장한 좋은 배우들이 흔히 그렇듯 끈질긴 내성과 관찰을 드러낸다. 괄호로 묶인 모양의 얇은 입술에서 한 박자 늦게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고음은, 거절에 익숙한 것처럼 들려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한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언제까지나 사춘기의 비범한 초상으로만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집 저집 떠돌이로 유년을 보냈고 연예계 입성 뒤에도 한동안 변두리에 머물렀던 맥과이어는 경력 관리에 정원사 같은 정성과 집념을 기울이기로 유명하다. 커티스 핸슨 감독은 <원더 보이즈>를 찍던 2000년에 맥과이어가 이미 스파이더 맨 역을 어떻게 따낼지 궁리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그는 피터 파커처럼 “영웅(스타)이 되어야만 하나?”를 놓고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토비 맥과이어는 자신을 세상 속에 못질해두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할리우드 스타덤이라는 미덥지 않은 거미줄이라 해도. “4편의 시나리오가 최고로 좋고 소니의 지분을 주겠다면 마음을 바꿀지도 모르죠. 큰 회사잖아요?” <스파이더 맨> 3편까지만 계약한 그의 최근 농담이다. <버라이어티>의 편집장은 공개서신으로 “브랜드는 스튜디오 재산이다. 당신 같은 젊은이들은 자신이 자율적이라고 믿겠지만 그건 위험한 습관”이라고 훈수를 뒀지만, 그것은 이미 제작사를 차려 스파이크 리의 〈25시>를 비롯한 여러 편의 ‘프로듀서’로 나선 토비 맥과이어에게는 불필요한 충고였다.

<여친소>에 대한 ‘편견’을 버려요, 감독 곽재용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는 담론상 직격탄을 맞았다. 크게 이유는 두 가지다. 상업적 노출의 관용도를 넘었기 때문이고, 영화적 형식 자체가 설득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기애애한 문답만 오갈 상황은 아니었다. 그리고 곽재용 감독 역시 ‘그런’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고 온 것처럼 보였다. 그는 먼저 이 인터뷰의 목적이 무엇인가 물었고, 어떤 형식으로 지면이 구성되는지를 물었다. “뭐라고 대답하든 미리 결론을 갖고 오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설명했다. 저널리즘은 한편의 영화가 완성될 때마다, 특히 ‘어떤 이유로든’ 논란이 되는 작품일수록, 감독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려 한다. 그러나 이번에 <여친소>에 관련한 감독 자신의 인터뷰는 어느 지면에서도 쉽게 발견하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대부분 이 영화가 지독한 혹평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스스로가 그 혹평들에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해명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또 반론도 가능한 자리이다. 하지만 기사의 형식은 문답 인터뷰로 나갈 것이므로, 솔직한 대화만 가능하다면 관객과 독자들의 판단에 따라 선고가 갈리는 정당한 지면이 될 것이다. 대답은 이러했다. “아니 뭐 감출 건 없다. 항변할 것도 없다. 솔직한 생각만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갖고 얘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면서 “되도록 길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인터뷰를 찾아보기 힘들다. 제의가 없었던 것인가? 일부러 거부한 것인가. 개봉하고 나서 많이 바뻤다. 중국, 홍콩 왔다갔다 하느라 인터뷰할 시간이 없었다. 또 별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인터뷰 하나는 거절했다면 한 건데, 그쪽에서 어떻게 쓰겠다는 의도가 너무 분명해서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요즘 기자들하고 말해보면 결론을 미리 가져와서 자꾸 유도심문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 미리 가져온 결론이란 무엇인가. 이 영화가 굉장히 불순한 영화라는 거다. 자기들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함으로써 감독이 얼마나 틀렸는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 같은 거다. 영화 보고 나서 곽재용 얘기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씨네21>을 포함하여 저널에 반론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가. 너무 성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드는 사람들의 어떤 성의가 있는 거다. 한번 흘려보고, 자기들의 기대치만을 갖고 판단한다. 너무 사적인 편견들을 많이 갖고 영화를 본다. 그 사적인 편견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주변 상황이 있지 않나. 전지현이 등장하고, 정훈탁 대표(<여친소>는 전지현의 매니지먼트 소속사 싸이더스 HQ의 자회사인 아이필름의 창립작품이다-편집자)가 만든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를 순수하게 바라보기보다 이 영화에 있는 불순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그 면만을 자꾸 보려 하는 것 같다는 거다. 다른 영화들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이 영화에 대해서는 그 조심스러움이 없다. 대놓고 물어뜯기는 느낌이다. 하지만 언론 시사 뒤 123분 버전에서 114분 버전으로 줄여 개봉했다. 그렇다면 그 불평들에 일정 정도 수긍한 것 아닌가. 그건 저널의 비평하고 상관없는 거다. 나는 어떤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니까, 저널에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 정도는 했었다. 문제는 시사회하기 전날까지 CG 작업을 했다. CG 때문에 무지 고생했다. 네거필름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CG는 안 돼 있고, 날짜는 다가오고, 듀프 네거를 잘라서 네거에 새로 갖다붙이는 그런 작업을 했다. 원래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개인적으로 CG 부분은 창피하게 되어버렸다.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른 거다. 그래서 홍콩과 한국 CG 버전이 또 다르다. 계속 수정을 했으니까. 정 대표도 한달만 늦게 개봉했어도 우리가 더 좋은 CG를 보여줄 수 있을 텐데 하는 말을 했다. 하지만 상업영화이다 보니까 개봉일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서 다시 작업을 하면서 필름 버전이 엄청나게 많아진 거다. 국내 버전과 해외 버전의 러닝타임이 다른 이유는 단지 CG 때문인가. 그렇다. 국내 관객 정서와 해외 관객 정서를 다르게 판단했기 때문은 아닌가. 정서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나는 해외, 국내 다르게 해본 적 없다. 홍콩쪽에서도 내게 자르려면 자르라고 했다. 기술적인 완성도를 보강하고 싶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 <여친소>에 대한 비판의 근거는 두 가지다. 상업적인 CF처럼 보인다는 것과 플롯없는 뮤직비디오처럼 보인다는 것. 하지만 저널이 텍스트에 대해 너무 질문을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훈탁 대표가 원안을 제공했을 때의 상황을 듣고 싶다. 저널이 무성의하게 보인다는 점이 그거다. 정 대표에게 아이디어가 있었다는 거지, 하자고 한 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불순한 의도로만 본다는 거다. PPL이 너무 눈에 잘 띄고,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었고 등등의 이유로 작품의 좋고 나쁨에 대해 편견을 갖는다. 정훈탁 대표가 전지현을 앞세워서 팔아먹기 위한 편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또 곽재용이 이용당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영화에 대해 말이 오갈 때부터 이미 ‘전지현을 위한 영화’라고 결정을 했었던 것처럼 보인다. 절대 그럴 수가 없다. ‘전지현을 위한’이라는 식으로 말이 도는데, 나는 시나리오 쓰면서 누구에게 한 번 터치받아본 적도 없고, 정훈탁 대표가 원안을 얘기할 때도 아주 단순하게 건넸을 뿐이다. 나는 시나리오 쓰면서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의 모습에 사람들이 어떤 향수를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윤발의 <영웅본색>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그런 것처럼. 전지현을 전면에 내세울 의도는 없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전지현의 매력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지, 전지현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나리오를 쓴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너무 전면에 나와서 문제가 되긴 했지만. 우리가 너무 순진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어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상관이 없다고 본다. 내가 만드는 영화의 연장선상이니까. 하지만, 정훈탁 대표는 첫 번째 영화인데 사람들에게 좀더 평범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생각들을 미리 우리가 못했던 거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배우 전지현’과 ‘그녀’는 잘 어울렸다. 그러나 <여친소>에서는 캐릭터 ‘경진’과 배우 전지현이 아니라 ‘CF 모델 전지현’ 사이의 연관관계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게 바로 PPL에서 생긴 문제인 것 같다. 전지현이 CF에서 많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크게 차별화되어 있지는 않다. 우리가 지금 반성하는 점이 그 점이다. 그걸 생각 못했다. <클래식>을 할 때만 해도 PPL이 안 됐다. 영화 제작비가 부족해서 PPL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안 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쉬웠다. 마케팅팀에서 PPL을 따오는 데 제일 편한 곳이 전지현이 출연한 상품들이었다. 40억원이 넘는 시나리오를 썼고, 제작비도 모자란 상황에서 영화 제작에 충분한 도움이 되겠다 정도만 생각한 거다. 제일 큰 데가 VK휴대폰하고, 엘라스틴하고, 비요뜨, 라네즈 같은 거였는데 이왕 휴대폰 필요한 장면 있으니까 그걸 쓴 거고, 엘라스틴은 원래 시나리오부터 명우 얼굴에 샴푸 바르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썼다. 콘티에까지도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엘라스틴 애드벌룬 같은 경우는 미술팀들이 너무 바빠서 그쪽 회사에서 제작해준 것으로 썼고, 로고가 너무 안 보인다고 해서 다시 크게 쓰면서 그렇게 됐는데, 그 정도까지 영화의 판타지를 깰지는 몰랐다. 동남아쪽에 잘 팔리는 상품을 골라서 PPL 했다는 말도 들리는데 그건 아니다. 한마디로 전지현의 이미지를 팔아먹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콘티가 바뀐 부분이 없다는 말인가. 콘티 바꾼 장면 거의 없다. 애드벌룬도 원래 콘티에 있던 거고, 거기에 로고만 들어간 거다. 아, 그거 하나, 비요뜨 먹는 장면. 원래는 둘이 식사하는 거였는데 전지현이 비요뜨를 먹는 걸로 바꿨다. 어느 정도 노출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데 나는 원래 전지현이 먹는 건 원치 않았고, 형사가 먹는 장면만 원했다. 형사가 원래 먹는 건 햄버거였다. 그런데 그게 제작비에 얼마 도움이 안 되는 액수였다. 그럼 하나마나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제작비도 부족한 입장에서 그냥 쓰게 된 거다. 그 상품이 나오고 홍보효과로 사용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된 거지, 개봉 직전까지도 그런 게 있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어떤 소도구가 사용되느냐, 후경에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카메라의 포지셔닝도 달라져야 할 테고, 인물들의 상황도 바뀔 수밖에 없지 않은가? PPL 때문에 연출의 고충이 생길 것이고, 텍스트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겠나. 그런 장면이 있긴 하다. 라네즈 현수막 같은 경우도 원래 장소가 따로 있었다. 좁은 벽 틈으로 멀리 보이는 라네즈의 큰 눈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장소가 없어졌다. 그럼으로써 전체가 다 보이게 됐다. 라네즈도 그 당시에는 이나영이 모델이었지 전지현이 하는 건 아니었다.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쳐다보는 듯한 눈이 더 중요했던 건데, 상품이 더 중요하게 돼버린 거다. 지금의 상황에서 PPL 제안을 좀더 거절했어야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 지금으로서는 그렇지만, 당시에는 아니었다. 특별히 클로즈업으로 따로 보여준 장면도 없지 않은가. 할리우드영화 <터미네이터>에서 하듯이 나이키 상표 보여주기 위해서 클로즈업 따로 찍는다거나 하는 그런 방식도 쓰지 않았다. 원래 애드벌룬에도 뒤에 ‘엘라스틴 하세요’ 하는 현수막 같은 것까지 있었다. 그런데 거절했다. 그외에도 거절한 건 많다. 하지만 전지현이 비요뜨 들고 먹는 장면은 지금 봐도 거슬린다. 아마도,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간다면 주인공이 전지현이기 때문에 PPL에 대해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영화에서는 PPL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PPL로 제작비 보태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웃음) 영화의 순수성을 의심받는 빌미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장르에 대한 규모도 완벽하게 조정할 수 있는 선에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은 수동적이지만, 매력적이다. 그런데 <여친소>에서 장혁의 존재감은 너무 미비한 것 아닌가. 전지현을 너무 앞세우다 보니까 장혁이 전지현에 비해 너무 약한 것 아니냐 하는데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혁도 그걸 알고 있다. 명우는 살아 있는 사람 바람개비이다. 그래서 전지현을 둘러싸고 도는 거다. 360도 회전도 그런 의미이다. 명우의 존재감은 경진의 마음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해외에서 전액투자받고 해외 관객을 타깃으로 하는 이유 때문에 감독의 생각이 꺾인 부분이 있을 거라는 의심도 있을 것이다. 그 부분 역시 불순하게 보는 시선인데, 정 대표도, 지현이도, 프로듀서도 내가 상처를 가장 많이 받았을까 걱정한다. 이 영화를 나는 다른 영화보다 편하게 만들었다. 정훈탁 대표도 빌 콩도 이 영화의 촬영장에 딱 한번 왔었다. 단 한번도 터치해본 적 없다. 누구도 이렇게저렇게 해라 말한 적은 없다. 감독의 의도대로 갔던 영화다. 중국권을 의식 안 한 건 아니지만, 홍콩이나 중국 사람들이 초반 시나리오 과정에서 제시한 것들 중에서 골라 쓴 건 단 하나도 없다. PPL 부분을 떠나서 편견없이 영화를 봐주기만 하면, 그렇게 심하게 욕먹을 영화는 아니라고 보는데…. 내가 말하는 편견이란 그거다. 요즘 한류가 유행이다. <엽기적인 그녀>가 그 전초기지를 마련했고, <여친소>는 다시 거기에 불을 붙이고 있는 셈인데, 그런 점에서 <여친소>가 지닌 의의는. 꼭, 아시아영화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든 것은 아니다. 홍콩에서 프리미어를 하면서도 이 영화가 아시아영화다, 하기보다는 한국영화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번 영화를 외부에서 투자받아서 한국영화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이 영화를 한국영화라고 봐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시장은 큰 시장이지만, 중국, 일본 사람만을 위해서 만든 영화가 아니다.

“온다고 해놓고 왜 안와”

<태극기 휘날리며> 장동건, 원빈 방문취소에 대만팬 발끈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대만 홍보 일정에 맞춰 기획되던 주연배우 장동건과 원빈의 대만 방문이 지난 2개월간 엎치락뒤치락 끝에 결국 취소되자 대만 팬들의 원성이 대단하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홍보 기획사측은 이 영화가 오는 9일 '태극기, 생사형제(太極旗,生死兄弟)'라는 제목으로 대만 전역에서 개봉하는데 발맞춰 두 주연 배우의 팬 미팅은 물론, 이들의 사진을 핸드폰에 새긴 '태극기 형제 핸드폰' 추첨 이벤트 등 대대적인 홍보를 펴왔다. 이 때문에 현지 팬들은 물론 뉴욕 등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대만 팬들이 오는 13일로 예정됐던 장동건의 대만 홍보 방문에 맞춰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장동건이 묵기로 한 위앤산(圓山) 그랜드 호텔에 방을 예약, 팬 미팅에 대비했으나 방문 계획이 취소되자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장동건은 현재 중국에서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무극>을 촬영 중이며 촬영 진도가 늦어져 대만.홍콩.싱가포르의 동남아 홍보 방문을 취소했으며, 원빈도 스케줄 조정이 안돼 대만 방문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언론들은 연예면 톱기사로 '태극기 형제, 대만 팬 바람 맞히다!'라는 등의 제목으로 두 배우의 대만 홍보 방문이 취소됐다며 팬들의 아쉬움을 전하는 한편 방문이 이뤄지지 못한 책임이 한국측에 있는지 대만 배급사측에 있는지 책임 소재를 추궁하고 있다.(타이베이=연합뉴스)

[오디션 특집]“100번째 응모는 축에도 못낀다”

로토 복권 당첨자와 배우 오디션 합격자의 공통점과 차이점. ‘이번에는’ 하는 기대 속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다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설마’하던 행운의 열쇠를 쥐었다는 점에서 둘은 비슷한 강도로 기쁨의 ‘날벼락’을 맞는다. 그러나 오디션 합격은 주사위 놀이판의 기다란 지름길 통로가 될 지언정, 그것이 바로 목표지점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잭 팟’이 될 수는 없기에 둘이 누리는 행복의 질은 완전히 다르다. 반짝 단역으로만 세편의 영화에 출연했다가 <태풍태양>에서 주인공 ‘갑빠’역을 거머쥔 이천희(25)씨는 30여 회의 낙방 끝에 합격의 행운을 얻었다. 드라마, 시에프 오디션을 합하면 그의 오디션 응모 회수는 100회가 넘지만 그 또래의 배우지망생에 비하면 그의 경력은 그리 고된 편도 아니라고 한다. “<고양이를 부탁해>를 너무 좋아해서 정재은 감독님과 꼭 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인라인 하키 선수출신이라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지만 정작 오디션 때는 너무 떨려서 대사도 제대로 못했어요.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아요.”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이천희씨는 극단 옥랑에서 수습단원을 하다가 매니지먼트사에 발탁돼 패션모델을 하면서 배우의 꿈을 키워나갔다. 죽도록 야구연습을 하면서 찍었지만 야구장면은 모두 잘려나간 <빙우>의 송승헌씨 남자친구, <바람난 가족>에서 팬티차림으로 한 장면 출연한 연이의 남자친구,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강동원씨의 친구로 나온 시골 경찰관이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 개봉을 앞둔 <늑대의 유혹>에서는 주인공 조한선을 따라다니는 학교 ‘투짱’으로 비교적 비중있는 조역을 맡았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2년 전부터 열심히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최근에는 <발레교습소>같은 영화에서 떨어졌고, 한번은 축구영화에 장애인역으로 뽑혔는데 제작이 엎어진 것도 있구요. 항상 준비한다고 하지만 오디션장 가는 길은 늘 초긴장이죠. 돌아올 때는 후회와 아쉬움이 늘 남구요.” 설경구, 조재현 같은 배우를 좋아한다는 그는 이번 오디션 합격 이유를 ‘운’으로 겸손하게 돌리면서 “저 배우 딱 저 역할이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하나의 포부는 “다음 오디션에서는 떨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최고의 배우가 될 때까지 이천희씨의 오디션 ‘도전과 응전’은 ‘쭈욱’ 이어질 계획이다. 오디션 ‘족집게감독’ 김지운씨의 조언 최고 아니라 맞는 사람 찾는것 사실 오디션을 볼 때마다 느끼는 심정이란게 있다. 제한된 시간이라고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에 제작진이 원하는 적역을 찾아내는 일이 기대감 보다는 회의감이 먼저 드는게 사실이다. 게다가 혹시 우리가 가진 미천한 눈썰미 때문에 정말 비범한 연기자를 못 알아본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와 자책감에 곤혹스러워 할 때도 있다. 매번, 오디션에 참가한 배우 지망생 또는 연기자들에게 “여러분 중 최고를 뽑는게 아니고 필요한 사람 찾는것이다. 그러니 여기서의 평가가 연기자로서의 보편적인 평가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모자라도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특정 프로젝트의 오디션인 것이다. 정말 끊임없이 하는 말이다. 입술 가장자리에 염증이 생기고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하지만 기회를 잃은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그 말의 효력이 얼마나 있겠나. 그럼에도 이것은 진실이다. 얼마전 운명을 달리한, 보통 우리가 세기의 명배우 라고 칭하는 말론 브랜도가 오디션을 보기 위해 수십킬로를 걸어가서 문짝 하나 고쳐주고 돌아온 에피소드와 이미 빅스타 였던 그가 <대부> 때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스스로 양볼에 솜뭉치를 집어넣고 스크린 테스트를 자청한 일화는 세대를 걸쳐 두고 두고 인구에 회자되는 이야기다. 오늘날 미국 영화의 저력은 사실 이러한 연기자들의 저력이나 다름없다. 셀 수 없이 수많은 엉터리 미국 영화중에서도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반짝 반짝 빛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독이 꽝인 미국영화는 봤어도 배우가 후진 미국 영화는 많이 못봤다. 오디션 문화에 대한 정서가 보편화 되어있기 때문에 거부감없이 신인과 기성들이 함께 참여해서 경쟁하게 되고 거기서 살아 남는 사람이 인정 받고 존중 받는 사회. 그런 공개적이고 증명적인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문화. 그것이 힘이 되는 사회. 이런 게 저력이다. 그러니 제발 겁내지 말고, 다칠까봐 감싸지 말고, 귀찮다고 피하지말고, 체면보고 허송시간 보내지마라. 히딩크만 배고파야 되는게 아니고 진짜 연기자들이 배고파야 된다. 배고픈 들짐승처럼 달려들어라. 그리고 얻어가길 바란다. 김지운/ 영화감독, 연출

마이어스와 니콜슨의 구수한 토크쇼,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Something’s Gotta Give 2003년 감독 낸시 마이어스 상영시간 128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워너 극작가 에리카와 노련한 바람둥이 해리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 해리가 힙합 음반사 사장이라면 에리카는 샹송을 즐겨 듣고, 에리카가 침대에서 홀로 자는 것에 여전히 익숙지 않을 때 해리는 섹스 뒤라도 여자는 돌려보내고 잠은 혼자 자야 한다고 말한다. 그랬던 두 사람이 서로의 안경을 바꿔 쓰고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점차 더 많이 바라보게 된다. 코멘터리에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이 영화가 자전적 이야기임을 밝힌다. <신부의 아버지>나 <사랑의 특종> 같은 영화에서 샤이어-마이어스 부부팀은 각본을 공동집필하고 남편이 연출하는 식의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이혼 뒤 갑자기 넓어진 침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남편과의 식사 도중 사귀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있는 것을 봐야 했던 감독의 경험이 영화에 고스란히 표현되었던 것이다. 결국 영화 속의 작가 에리카는 감독 자신이었다. DVD에는 두개의 코멘터리가 담겼는데 스케줄 관계상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이 함께하지 못하고 감독을 서로 공유하며 별개의 코멘터리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 시작 뒤 40분이 흐른 뒤 참여하여 90분에 떠나버리는 다이앤 키튼의 코멘터리는 의외로 무덤덤하지만 잭 니콜슨과 감독간의 코멘터리는 올해 발매된 타이틀 중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기술적 부분과 잡담에 치우친 DVD들에 비하면 <사랑할 때…>의 코멘터리는 구수한 토크쇼에 가깝다. 영화에선 감독과 배우 관계였지만 코멘터리에선 잭 니콜슨이 주도권을 쥐고서 걸쭉한 입담으로 감독을 압도해버린다. 매력적인 키아누 리브스에겐 질투를, 여성감독에겐 농을 거는 것 외에도 니콜슨은 영화와 연기철학을 이야기하므로 집중해 들을 필요가 있다(잭 니콜슨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도 밝혀진다). 2시간45분의 최초 편집본에서 45분이 잘려나간 영화는 삭제신 부록으로는 아쉽게도 해리가 에리카에게 가라오케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들리는 바로 그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만을 수록했다. 그외 짧막한 메이킹 다큐와 아만다 피트가 촬영현장을 설명하는 영상이 부록으로 수록되었다. 화질과 사운드 또한 흠잡을 데 없이 영화를 자연스럽게 받쳐준다. 조성효 여름이다. 그래서 이번주엔 즐거운 영화 <스쿨 오브 락> DVD를 선택했다. 체질상 뜨거운 여름은 싫기 때문이다. <스쿨 오브 락>은 나이에 상관없이 보는 사람을 어린이로 만들고, 시들어버린 꿈에 물을 마구 뿌려준다. <빅 피쉬> DVD는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해서 뺐다. 지금 대니얼 월러스의 <큰 물고기>를 읽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래서 <빅 피쉬>의 선택은 다음주로 미루어둔다. <스트레이트 스토리> DVD는 각각 출시가 한달, 한주씩 밀려서 이번주에 선보이며, <토탈 이클립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예쁜 몸을 보던 시절을 기억하는 수준에서 마감해야겠다. 랭보의 삶만큼 생명력이 짧았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러브 액츄얼리>를 볼 때만 해도 당분간 이만한 로맨틱코미디가 나오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도 되지 않아 낸시 마이어스는 리처드 커티스를 능가하는 작품을 내놓았다. 이주의 선택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외엔 달리 생각할 타이틀이 없다. <지구를 지켜라!>도 좋았지만 백윤식은 <범죄의 재구성>에서 자신에게 더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았다. <파랑새는 있다>에서의 사기꾼 백관장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조금 더 생각해본다면 <스트레이트 스토리>와 반값으로 할인되어 재출시되는 <스파이크 리 삼부작 박스 세트> 또한 구매 희망목록에 올려놓아보겠다. 난 여름을 아주 싫어한다. 더위에 맥을 못 추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보내고자 매년 여름이면 버릇처럼 되풀이해서 보는 영화들이 있다. 보기만 해도 더위가 달아날 것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다. <죠스> <포세이돈 어드벤처> <어비스>는 여름에 보면 재미가 곱절이 된다. 이 때는 영화의 다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푸른 바다가 장시간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즐거워진다. 이번 B급 세계에서 소개한 <디프> 역시 진짜 같은 바다를 오래도록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번주 나의 선택은 재발매된 <영웅 UE>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 뺨치는 엄청난 사운드의 위력. 그것이 선택의 이유다.

로또 복권 찾아보세요, <범죄의 재구성>

DVD에 담긴 인터뷰 영상에서 최동훈 감독은 <바람난 가족>에 단역으로 출연했었다고 밝힌다. <바람난 가족>을 다시 보니 멱살이 잡혔으면서도 웃고 있는 경찰2가 바로 최 감독이다. 그런 넉살스러움이 <리피피>로부터 내려온 전통, 즉 실패하는 직업으로서의 은행강도를 성공하게끔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우들은 이 영화를 해피엔딩이라 말하지만 진작 감독은 실패한 범죄로 규정한다. 실제 큰 사기를 당하기도 했던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조금이나마 사기 근절에 도움이 되길 코멘터리에서 염원하며 앞으로 범죄 삼부작을 완성시키겠다고 말한다. 해상력이 뛰어나 근래 출시된 한국영화 DVD 중에서도 괜찮은 화질을 보여준다. 배경과 사물이 간혹 들썩거리고 등고선 노이즈가 보이지만 모니터에 근접감상을 하지 않는 이상 느끼기 힘들다. 돌비디지털과 DTS 5.1 채널을 지원하는 데 우퍼활용도가 낮아 5.0 채널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다. 두장의 디스크에 꽉 채워넣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부록이 풍성한데 디스크 1에는 2개의 코멘터리 외에도 NG컷과 확장신을 담은 이스터 에그 2개가 숨어 있으니 잘 찾아볼 것. 디스크 2에는 특이하게 로또 메뉴가 있는데 동봉된 로또 복권에 따라 사인판 DVD에서부터 최창혁이 말하던 칠레산 포도주 등의 다양한 경품이 주어진다(이건 사기가 아니다). 부록에 담긴 부가영상들의 사운드가 너무 낮게 녹음되어 있는 것이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