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찾는 영화 정보를 손쉽게!

‘바람' 검색결과

기사/뉴스(9404)

인간적 고뇌가 살아 있는 서부극 <실버라도>

Silverado 1985년 감독 로렌스 캐스단 출연 케빈 클라인 7월25일(일) 오후 2시 미국 서부극이 진화하는 양상은 흥미롭다. 서부극의 정점이 1930년대에서 50년대까지 걸친 존 포드 감독의 영화에서 발견되는 것을 부인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이후 서부극은 새로운 액션이나 반영웅의 탄생, 그리고 다른 장르와의 접합 등 다양한 변주를 계속했다. <실버라도> 역시 다르지 않다. 이전 서부극 영화보다 촘촘한 이야기의 짜임새, 그리고 흑인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도 이색적이다. <실버라도>는 영화 <보디 히트>를 만든 로렌스 캐스단 감독의 1985년작이다. 총을 잘 다루는 에메트는 우연히 속옷 바람으로 사막에 버려진 페이동을 만나게 된다. 야숙으로 밤을 보낸 두 사람은 다른 곳으로 향했지만 거기서 페이동의 한때 무법자의 동료 리더였던 컵과 만난다. 컵은 페이동에게 일을 제의하지만 뜻이 맞지를 않고 에메트의 누나가 사는 실버라도로 동행하게 된다. 마을에 들른 두 사람은 에메트의 남동생 제이크가 교수형 직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페이동의 도움으로 남동생을 탈옥시켜 3명이 도망가는데 이들을 흑인 맬이 도와 세명에 합류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실버라도에 도착한 이들은 각기 이주를 계획하지만 이들의 앞길엔 목장주와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실버라도>에서는 의외로 액션장면이 전반부에 많지 않다. 인물들이 길에서 서로 마주치고 동행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드라마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인물들 심리에 주목하고 또한 그들의 인간적 고뇌를 부각하는 것도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만하다. 게다가 진취적인 여성의 등장, 철학적 언어를 구사하는 바텐더, 서부극에서 소외되었던 흑인의 등장 등 영화에선 개성적인 캐릭터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케빈 코스트너는 천방지축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제이크 역할을 맡았고 이외에도 대니 글로버, 케빈 클라인, 로잔나 아퀘트 등이 출연하고 있다. <실버라도>의 진면목은 후반부에서 드러난다. 인물들은 의기투합해 총을 꺼내들고 멋진 총솜씨를 보여준다. 이전까지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던 영화가 비로소 생기를 얻는 대목이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문제, 서부 사나이들의 자긍심 등 영화의 주제가 좀더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이 대목에 가서 가능해진다. <실버라도>는 현대적으로 변형된 서부극이기는 하지만 결국 총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장르 관성에는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로렌스 캐스단 감독은 장르영화에 능통한 연출자이다. 필름누아르 스타일로 만든 <보디 히트>는 평단의 호평을 얻었고 그의 대표작이 됐다. 이후 <바람둥이 길들이기>(1990)와 <프렌치 키스>(1996)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실버라도>는 캐스단 감독의 대표작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후 그가 만든 <그랜드 캐년>(1991)식 구성, 그러니까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복잡미묘한 삶의 단면을 파헤치려는 의도는 높이 사줄 만한 범작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

부천영화제 초대받은 독일 요르그 부트게라이트 감독

아름다운 애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남자가 꿈을 꾼다. 서정적인 피아노 음악을 배경으로 드넓은 평원에서 남자는 천사같은 애인과 함께 뛰어논다. 이들이 활짝 웃으며 꽃다발처럼 던지고 받는 건 점액질이 흘러내리는 해골과 인육. 독일에서 소수의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던 <네크로맨틱>(1985)은 금기 중의 금기인 시체애호증을 소재로 슬픈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과감한 영화들로 가득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가장 충격적이라고 말해도 손색없을 영화는 <네크로맨틱>을 비롯해 특별전으로 마련한 독일 감독 요르그 부트게라이트(41)의 작품들이다. “모두들 나를 만날 때 괴물을 기대하는데 너무 평범한 외모라서 실망한다”고 재치있게 자신을 소개한 부트게라이트는 가장 잔인한 공포영화조차 엄두내지 못하는 시체애호증을 소재로 장편 셋을 만든 이유로 두가지를 꼽았다. “여성이나 10대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징벌하는 미국식 공포영화에 대한 반감”과 “80년대 엄격했던 독일의 검열제도에 대한 저항”. “금기중 금기인 시체애호증 다룬건 미국식 공포·독일 검열제 맞선 것” 어린 시절부터 공포영화와 아시아의 액션영화에 열광하며 자랐던 그는 스물세살 때 친구들과 함께 초저예산으로 <네크로맨틱>(사진)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조악한 촬영과 수공업적인 특수효과에도 불구하고 심장 강한 공포영화광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도발의 댓가도 혹독하게 치뤘다. 팬들의 끈질긴 요구로 4년 뒤 만든 <네크로맨틱2>를 아트하우스에서 상영할 때 경찰이 쳐들어와 그를 비롯한 ‘주동자’들을 체포했고 그는 2년동안 법정 투쟁을 벌여야 했다. “하이델베르그 대학의 영화사 교수가 장시간 준비한 영화에 대한 분석과 탄원서로 무죄판결이 났지만 그때 입은 손실이 너무 커서 이후로 영화를 다시 만들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독일에서도 소수의 지지층만 있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몹시 걱정했다”는 그는 부천에서의 ‘열화와 같은’ 반응(그의 영화들은 모두 매진됐다)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는 관객 중 98%가 남성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여성 관객이 매우 많은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연쇄살인범의 성적 강박을 우아하게 그려 호평받은 <슈람>(1993) 이후 “모든 걸 혼자 하는 게 너무 힘들어” 영화 촬영을 중단한 뒤 이소룡 다큐멘터리, 고질라 등 아시아 괴수에 관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뮤직비디오 등을 연출해온 그는 최근 독일 남자와 아시아 여자의 “기이한 사랑이야기”에 대한 영화를 구상하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제작 파트너를 만나 영화를 만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드라마, 영화 여파, 출판가 이순신 붐 예고

뒤숭숭한 시대에 영웅이 필요해서인지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가에 때 아닌 '이순신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이순신은 헌정사상 초유라는 대통령 탄핵 때 한바탕 출판가를 휘저었다. 2001년 제3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생각의나무 刊)가 그것. 부제가 '충무공-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인 점에서 엿보이듯이 소재를 이순신에서 따왔다. 반대파의 탄핵으로 삼도수군통제사(지금의 해군참모총장)에서 직위 해임된 이순신이 백의종군해 화려하게 부활하고,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를 다룬 이 장편 소설은 국회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기간에 노무현 대통령이 읽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출판가에서 화제란 그것이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곧잘 베스트셀러와 동의어가 된다. 「칼의 노래」 또한 대통령 탄핵이 실로 절묘하게 보직 해임된 이순신의 처지가 오버랩되면서 출판가 불황이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여기에다 독특한 역사소설 쓰기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작가 김탁환(36. 한남대 문예창작과 교수)씨가 「불멸의 신화」(황금가지 刊)를 최근에 냈다. 이는 2002년 서울대 국사학과 박사학위 논문을 손질한 것. 실로 공교롭게도 해군사관학교에서 그와 함께 강단에 섰던 역사학자이자 현역 해군소령인 이민웅(38) 해사 교수는 순전히 역사학적 관점에서 이순신 중심 「임진왜란 해전사」(청어람미디어 刊)를 펴냈다. 이 두 '이순신'은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학자가 사료와의 전투에서 빚어낸 작품이긴 하지만, 합작이라고도 볼 만한 대목이 있다. 이들은 모두 이순신을 둘러싼 신화라는 때를 걷어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성웅화, 영웅화가 오히려 이순신을 망치고, 그에게서 '인간'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버렸다고 말한다. 여기에다가 최근에는 또 부산고법 김종대(56) 부장판사가 자신의 두번째 이순신 평전인 「내게는 아직도 배가 열 두 척이 있습니다」(북포스 刊)를 통해 좌절과 역경을 이겨낸 이순신에 대한 인간적인 면모를 탐구하려 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이순신일까? 다음달 중순 방영이 예정된 KBS 대하드라마 <이순신>과 김승우-박중훈이 주연을 맡은 가운데 이미 크랭크인에 들어간 영화 <천군>(감독 민준기, 제작 싸이더스)을 염두에 둔 출판가 전략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이순신 관련서를 냈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출판사측에서는 무엇보다 드라마와 영화가 성공작이 되기를 누구보다 더 고대하고 있다. 말할 나위 없이 드라마나 영화의 성공이 판매고와 직결되기 때문이다.(서울=연합뉴스)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영화 찍기 집중 탐구

모든 영화 촬영 현장에 있지만 김기덕(44) 감독의 작품 현장에는 없는 것. 감독 의자다. 등판에 영화 제목과 감독 이름이 새겨져 있는 감독 의자는 감독의 권위를 드러내는 상징물이자 현장의 중심점이 되는 자리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늘 서 있다. 그에게 감독 의자는 불필요해 보인다. 보통 감독들이 의자에 앉아 진득하게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찍고 다시 찍고’를 반복하는 동안 그는 이미 컷에서 컷으로, 장면에서 장면으로 재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섬〉(1999) 〈수취인불명〉(2001)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나쁜 남자〉(2002) 〈사마리아〉(2004)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그리고 2004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 한국 감독 중 세계 3대 영화제에 가장 많이 진출한 김 감독의 촬영 현장은 이처럼 감독 의자 하나 없는 소박한 풍경이다. 7월20일 마지막 촬영 현장이 공개된 〈빈집〉에서도 그는 서서 ‘액션’과 ‘컷’을 외쳤다. 올 베니스영화제에서 완성되지도 않은 그의 새 영화를 위해 경쟁부문의 자리 하나를 비워놓았다는 소문이 충무로에서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도 “리허설 한 번, 촬영 한 번입니다”라는 그의 원칙은 수정되지 않았다. 외출하고 돌아온 선화(이승연)가 폭력적인 남편에게 추궁당하는 장면에서 여주인공 이승연씨가 피식 웃어버렸다. “이승연씨 필름값 물어내시고 다시 액션!” 특별한 주문 없이 간결하게 이어지는 그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속도전’으로 영화 찍는 감독의 초조함이 아니라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이 엔지로 ‘촬영 한번’의 규칙이 살짝 깨지기는 했지만 이날 평창동의 고급주택 마당에서 찍어야 할 5장면이 한 시간 남짓한 사이에 완성됐다. 새영화 <빈집> 총비용 10억‥의자 앉을 틈도 없이 ‘속전속결’ 제작·감독·배급 1인3역‥“관객 적어도 제대로 소통하고파” 김 감독의 11번째 연출작인 〈빈집〉은 빈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남자가 우연히 들어간 집에서 남편의 가학적인 집착으로 고통받으며 사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 예상하겠지만 아름다운 로맨스는 아니다. 함께 빈집을 찾아다니게 된 두 사람이 우연히 버려진 노인의 주검을 발견하면서 남자는 납치·살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둘은 각각 다른 처지에서 생의 막다른 골목에 놓이게 된다. 누드화보 스캔들로 활동을 접었던 이승연씨 캐스팅으로 시끌시끌했던 세간의 호기심을 배반하려는 듯 촬영 현장은 매우 차분했고, 작품 역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나 〈사마리아〉처럼 차분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감독은 설명했다. 〈빈집〉의 전체 촬영 횟수는 13회(촬영 일수 19일). 총제작비는 10억원이다. 저예산의 기준이 20억~30억원대로 올라간데다 국외에서 선사한 권위 덕으로 원한다면 몇십억원 정도는 투자받을 만한 여유가 생겼지만 김 감독은 여전히 궁핍하고 급박한 자신의 방식을 고수했다. 어렵사리 끌어들인 3억5천만원으로 1996년 첫 영화 〈악어〉를 찍을 때는 이것이 생존방식이었겠지만 이제는 ‘김기덕식 영화찍기’라고 불러도 과해 보이지 않는 그의 ‘철학’이자 ‘습관’이다. 트랜스 제작 공장에 다녔던 10대 시절 하루 60개 생산하던 기계를 직접 다시 만들어 하루 2300개로 증산시킨 덕에 최연소 공장장이 되기고 했던 그는 속전속결의 추진력이 어린 시절부터 몸에 붙은 습관이라고 말한다. 현장에 나와서 그린 콘티를 촬영, 조명 등 제작진들에게 나눠주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는 그의 스타일이 “제작진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나쁜 방식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감독은 독단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마리아〉 때 ‘김기덕필름’을 설립해 감독 외에 제작자라는 직함을 가진 그는 〈빈집〉에서 배급자라는 직함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만큼 일이 더 늘어났지만 본인의 영화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챙겨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는데다 마케팅을 이유로 영화가 왜곡된 내용으로 홍보되는 것에 지쳤기 때문이란다. “극장수가 많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내 영화의 관객은 10만명 안짝이고 여기서 몇천명 늘어나는 정도가 현실적인 기대 수치다. 수가 적더라도 제대로 영화를 이해하는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감독으로 가장 큰 바람이다.” 데뷔 8년에 11편의 작품목록과 4편의 3대 영화제 본선 진출이라는 재산은 그에게 자부심도 위안도 아니다. 그는 지금까지 전쟁처럼 영화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이런 ‘전투태세’로 감독으로의 삶을 그리고 작품목록을 채워갈 것이다. 김기덕 감독 인터뷰 “촬영은 1번뿐” 액션도 컷도 전투처럼 투자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작품에 대한 권리 자본으로 몇년 전 언론의 ‘오해’와 비평가들의 ‘인신공격’에 지친 그는 인터뷰 거부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오해나 불신 때문에 소통을 포기하는 사람은 아니다. <빈 집>의 기자회견에서 그는 영화에 대한 인터뷰 내용은 쏙 뺀 채 당시엔 확정되지도 않았던 이승연 캐스팅 이야기를 결정된 것처럼 보도했던 스포츠 신문 기사에 섭섭함을 토로했지만 그는 여전히 영화로 이해받기를 원했다. 22일 <빈 집> 후반작업이 한창인 김 감독과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빈 집>은 올 칸에서 세일즈해 해외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해피넷’이라는 일본 비디오회사에서 50만불을 투자받았고 프랑스에 선판매로 10만불을 받았다. 나머지는 감독 지분으로 20%, 스탭 지분으로 20%를 투자형식으로 채웠다. 청어람에서 배급대행을 맡았고. 해외판권은 일본 회사가, 국내 판권은 내가 가진다. 좀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투자를 많이 받을수록 투자자의 권리가 늘어난다. 이건 단지 돈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다. 내 영화에 대한 권리가 자본으로 넘어갈수록 영화는 대중에게 더 다가가려하고 홍보방식도 왜곡된다. ‘누구나 창녀를 꿈꾼다’(<파란 대문>),‘내 여자친구 창녀만들기’(<나쁜 남자>) 식으로 영화가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포장되는 것이 싫다. 작품의 완성도를 고려하면 아무래도 자금의 여유가 있는 것이 유리하지 않은가. 물론 지금 내 영화들이 100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러 적은 제작비를 고수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투자비용과 효과를 대비해볼 때 지금 내 작업방식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스펙터클에 대한 욕심이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다. 화려한 볼거리나 대규모 물량은 자본주의가 가지는 욕심이지 창작자가 가질 욕심은 아니라고 본다. 촬영횟수가 한국에서 가장 적은 감독 아닌가. 작품당 평균 25회 정도 찍었고 <섬>이 30회로 가장 길었다. 베를린에 간 <사마리아>는 11회 찍었다. 특별히 엔지가 생기지 않는 한 원테이크(한번 촬영)로 가면 일단 편집이 편하다. 내용 순서대로 찍기 때문에 배우들이 연기의 흐름을 깨뜨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수십번 반복해 찍는 화면보다 거칠 수 있지만 많이 찍는다고 좋아진다는 데이타가 정확하게 존재하는가. 내 스타일을 아는 스탭들도 모두 긴장하기 때문에 다른 영화들 대여섯번 촬영에 나오는 그림이 내 영화에서는 한번에 나온다고 생각한다.

“여름철 극장 잡기 정말 힘드네”

단관 개봉, 개봉 연기 영화 잇따라 여름 시즌을 겨냥한 국산영화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 대작영화가 쏟아지면서 극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이에 따라 개봉일을 뒤로 미루거나 한 극장에서만 선보이는 '단관 개봉' 영화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게 하루이틀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한국영화 산업의 건강한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이런 극장 편식 탓에 재미와 감동, 작품성 등을 골고루 갖춘 영화마저 관객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사장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따뜻한 가족애로 세파를 헤쳐나가는 쿠르드 족 다섯 남매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린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사진)은 가슴 뭉클한 가족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하고 오는 30일 서울 신문로 씨네큐브에서만 선보인다. ☎(02)747-7782 쿠르드 인의 힘겨운 삶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이 영화는 제53회 칸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인 황금카메라상 등 3개 부문상을 차지하는 등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란 계 최초의 쿠르드 족 출신 영화감독인 바흐만 고바디의 장편 데뷔작으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준다. 성 호르몬의 과다분비를 주체 못하는 10대 젊은 군상의 성적 고민을 경쾌하게 풀어낸 이탈리아 성장기 영화 <나에게 유일한> 또한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과 같은 처지. <나에게 유일한>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계보를 잇는 가장 촉망받은 젊은 감독으로 떠오른 가브리엘레 무치노 감독의 초기작으로 오는 8월 6일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만 개봉한다.☎(02)766-3390 이 영화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이끌리는 질풍노도 시기의 발정난 사춘기 청소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해 내는 등 힘이 넘친다. 2000년 브뤼셀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받았으며, 2000년 파리 영화제 그랑프리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또 못생겼지만 귀여운 꼬마 돼지의 성장기를 코믹하게 그린 홍콩 애니메이션 <맥덜>(토 유엔 감독. 스폰지 수입배급)은 애초 지난 16일 개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8월 20일로 개봉일이 연기됐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했을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최고상이나 다름없는 안시 애니메이션 영화제 대상을 차지해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던 작품. 이와 함께 데뷔작 <꽃섬>으로 호평을 받았던 송일곤 감독의 두번째 영화 <거미숲>(제작 오크필름)도 당초 23일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9월 3일로 개봉날짜가 미뤄졌으며, 미국 공포영화 <프레디 VS 제이슨> 역시 오는 8월 13일 개봉에서 8월 27일로 늦춰졌다.(서울=연합뉴스)

어느 동정없는 세상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의 울림,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트럭 뒤칸에 몸을 실은 아이들이 노래를 부른다. “인생이라는 놈은 나를 산과 계곡으로 떠돌게 하고 나이들게 하면서 저승으로 이끄네….” 이때에 영화를 보는 우리가 어떤 당혹감을 느꼈다면, 인생의 경로라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이런 식의 노래는 인생의 여러 험한 굴곡들을 거쳐온 어른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느낀 당혹감의 원인은 또 있었다. 영화 속 쿠르드족 아이들, 어린 나이에 생존을 위해 힘쓰다 삶의 쓰디쓴 맛을 본 그 아이들은 그 같은 노래를 부를 ‘자격’(?)이 충분히 있는 이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에 무엇보다도 우리는 당혹해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후 독일의 참상을 다뤘던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독일영년>(1947)에서 이미 봤듯이, 통상적인 것에 훨씬 못 미치는 삶의 조건 속에 처해 있을 때 아이들의 성장은 보통의 속도를 넘어서며 이뤄진다. 바흐만 고바디의 인상적인 데뷔작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은 지금 우리 시대에도 그런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아주 슬픈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아윱은 열두살의 나이에 가장의 부담을 짊어지게 된 소년이다. 부모 모두를 잃어버린 그는 자신을 포함한 다섯명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하는 것이다. 식구 가운데에는 퇴행성 질병을 앓아 막내보다도 작은 열다섯살의 마디가 있는데, 그는 지속적으로 약과 주사가 제공되어야 삶을 이어갈 수 있다. 어느 날 아윱은 의사로부터 마디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곧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몇달 더 삶을 연장할 수 있을 뿐이라는 말도 덧붙여서. 마디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아윱은 이라크 국경을 넘나드는 밀수꾼들과 동행한다. 동생(나이로 치면 형이지만)의 삶을 조금이라도 연장해보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혹한과 지뢰와 무장강도 등의 위험 요소들로 가득한 지대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어린아이들의 시선을 채택한 이란영화라고 하면 우리에게 절대 생소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하나의 운동화를 같이 신을 수밖에 없었던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천국의 아이들>(감독 마지드 마지디, 1997) 같은 영화를 이전에 우리는 이미 보았다. 그렇지만 두 영화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컨대 <천국의 아이들>은 힘든 삶의 조건을 견뎌내는 아이들을 그린 영화였지만 강조점은 가난한 상황 속에서도 용케 이어가는 아이들의 순수함쪽이어서 그들 삶의 조건과 그 가혹함은 결국 슬그머니 배경으로 밀려나버렸다. 오히려 그런 시선의 순진함 때문에 그것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그리 불편하게 다가오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은 반대의 예를 보여준다. 이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야 하는 쿠르드족 아이들이 놓인 그 혹독한 현실을 직시하려 한다. 그 냉정한 시선이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을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 없는 영화로 만들어준다. <천국의 아이들>에서와 비슷하게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의 아이들도 힘겨운 삶 속에서 순수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착한 이들이다. 동생들을 위해 삶의 현장으로 뛰어드는 아윱, 아파하는 마디에게 진심 담긴 위안의 입맞춤을 건네는 여동생 아마네, 마디를 고치겠다며 이웃 마을로 팔려가다시피 시집가는 누나 로진, 그들 모두는 영화를 보는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맑은 눈을 가진 이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이 가진 진심과 선의가 그만큼의 보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함으로써 한층 냉정해지고 또 좀더 리얼해진다. 이들 사이의 우애는 결국 서로간의 이별을 낳을 뿐이다. 마디를 위하는 마음을 가졌던 로진은 시집을 가면서 가족을 떠나고, 마디와 아윱은 밀수길에 오르면서 사랑하는 여동생과 헤어진다. 이들은 그들의 착한 마음을 결코 헤아려주지 않는 동정없는 세상 속에 던져져 있는 것이다. 자연히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은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정서적인 흡인력을 포기하지 않는 영화가 되었다.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간간이 우리의 마음을 울리곤 하던 영화의 그 정서적인 힘은 종결부에서 절정에 달한다. 아윱은 이번에는 이라크로 가서 로진의 신부값으로 받은 노새를 팔아 꼭 마디를 수술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와 일행의 앞길을 무장강도들이 가로막는다. 필사적으로 도망을 쳐야 할 상황이지만 추위를 견디도록 술을 너무 많이 먹인 탓에 노새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버린다. 일어나라며 노새의 뺨을 때리는 아윱의 눈물 가득한 얼굴 속에 담긴 것은 마디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다. 이때의 아윱과 마디의 고운 눈을 주의 깊게 본 사람에게 이건 가슴속에서라도 눈물 한 방울이나마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정말이지 슬픈 장면이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이 무려 1년을 기다려 찍었다는(눈이 가득한 배경이 필요했기에) 이 장면의 서정성은 냉혹함의 수준에 오르고 그 시각적 아름다움은 지켜보기에 괴로운 것이 된다. 결국 마지막에 우리가 보는 것은 철망을 넘어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는 아윱과 마디와 그들의 노새이다. 그렇게 프레임 밖으로 나가는 그들의 발걸음, 그것은 곧 그들이 스크린 너머 현실로 진입하는 발걸음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머릿속으로 걸어들어오는 행보이다. 이제 우리는 그들에 대한 걱정을 거둬들일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이라도 들면 더 그렇게 된다. 혹시 (진정한) 주인공도 아니면서 굳이 아마네가 내레이터 역할을 맡은 것은 그 애가 유일하게 집을 지키고 있는 ‘생존자’이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면. :: 감독 바흐만 고바디 “나의 영화들은 가혹한 풍토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영화를 만들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이란에서 주목받는 젊은 감독 바흐만 고바디(1969∼)는 흥미롭게도 이란영화의 두 거목,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모흐센 마흐말바프 둘 다와 긴밀히 작업한 적이 있다. 우선 그는 키아로스타미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1999)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다. 그러나 그는 키아로스타미는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나는 키아로스타미를 매우 존경하지만 그가 하는 식으로 영화를 만들 순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겨울과 혹독한 분위기를 좋아하고 나의 모든 영화들은 가혹한 풍토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반면 고바디는 마흐말바프로부터는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마흐말바프의 딸인 사미라가 만든 <칠판>(2000)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는 마흐말바프와 가깝게 지낼 기회를 가졌고 마치 영화 학위를 딴 것처럼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고바디의 장편 데뷔작인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은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과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하면서 그를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에 등극시켰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그는 이전에 이미 여러 편의 뛰어난 단편영화들을 만들어 그 가운데 다수가 이란 밖에서 갈채를 받은 바 있다. 이란에서 출생한 쿠르드인인 고바디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이후에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 <고향의 노래>(2002)에서도 자신의 인종적 뿌리인 쿠르드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두 아들과 함께 악단을 결성해 사라진 아내를 찾는 쿠르드족 악사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 고바디는 지난해 <다프>라는 영화를 가지고 전주영화제 디지털 3인3색 섹션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 영화는 다프라는 이름의 이란 악기를 만드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세 자매와 한 남자의 은밀하고 발칙한 욕망론, <누구나 비밀은 있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발칙한 영화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지지고 볶다가 결국 인연으로 맺어지는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이 이 영화에선 여러 번 틀어진다. 우선 여자 셋에 남자가 하나다. 여자 셋은 심지어 우애 좋은 친자매간이다. 그들 모두가 한 남자와 은밀하게 연애를 한다. 그러다 결국 그중 누구 하나와 맺어질까? 글쎄다. “세상에 한 가지 사랑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남자는 말한다. 여자들도 그 말에 공감한다. 동방예의지국, 많이 컸다, 싶다. 그 남자 수현(이병헌)은 <왓 위민 원트>의 멜 깁슨처럼 여자의 속마음을 훤히 읽어낸다. 한술 더 떠, 여자의 억눌린 욕망과 무의식까지 흔들어 깨운다. ‘사랑은 쇼핑’이라고 생각하는 자유분방한 셋째 미영(김효진)에겐 순진한 듯 무심한 듯 다가가, 밀고당기는 기술로 옴짝달싹 못하게 사로잡아버린다. 경험으로 알아야 할 세상사의 이모저모를 책에서 구하는 학구파 둘째 선영(최지우)에겐 인문학적 교양을 과시해 접근한 뒤에 ‘남 몰래 흘리는 눈물’로 모성에 결정타를 날린다. 유부녀인 첫째 진영(추상미)이라고 의연할 수는 없다. “가족끼리의 섹스는 근친상간”이라고 주장하는 무덤덤한 남편의 그늘에서 자기가 ‘여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고 살던 그는 ‘섹시하다’거나 ‘목선이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수현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는 걸 느낀다. 수현의 복잡한 연애 행각은 <라쇼몽>식의 오버랩을 통해 드러난다. 영화의 초반, 막내 미영과 수현은 연인으로 맺어지고 부부가 되기로 한다. 동생의 결혼 발표 자리에서 선영은 울음을 터뜨리고, 진영은 과장된 웃음을 짓는다. 이때부터 관객이 알지 못한 선영과 진영의 이야기가 연달아 소개된다. 미영과 수현뿐이었던 것 같은 시공간 한켠에 선영이 있었고, 또 선영과 수현만이 존재했던 것 같은 시공간 한켠에서 진영과 수현의 밀애가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세 자매와 남동생은 거의 동시에 수현과 얽히게 된 사연을 1인칭 시점에서, 각자가 보고 듣고 느낀 만큼 보여준다. 수현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그의 실체와 본심은 점점 알 수 없게 돼버린다. 수현은 끝내 입을 열지 않고 수수께끼 같은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다. 그는 완전 범죄의 스릴을 즐기는 ‘바람둥이’일까, 아님 세상 모든 여성을 사랑하겠다는 선의를 가진 ‘박애주의자’일까, 그것도 아님 사랑의 욕망과 기술을 전파하는 ‘사랑의 천사’일까. 그를 어떤 캐릭터로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랑 놀던 날라리고, 신데렐라는 가진 건 쥐뿔도 없는 주제에 몰래 파티 갔다가 왕자 만난 거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멀쩡한 집 놔두고 공연히 숲에서 자다가 왕자 만난 거잖아.” 백마 탄 왕자 기다리는 건 미친 짓이라는 미영의 전복적인 발언이 예고하듯, 영화는 여자들의 내숭 혹은 억눌린 욕망을 흔들어 보인다. 행동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 특히 남자 경험이 없던 선영의 ‘학습과 실천, 그리고 응용’ 과정에서는 ‘여성판 <몽정기>’라 부를 만한 성적 상상력이 두드러지게 묘사된다. 남동생의 도색잡지와 포르노를 밤새 보고나서 세상 모든 먹을거리가 음란해 보여 식사도 못하던 그는 어설픈 사극 톤으로 “불 끄세요”, “힘 빼세요” 하며 잠자리를 주도하는 장족의 발전을 이룬다. 영국 독립영화 <어바웃 아담>을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원작의 기본 설정과 많은 장면들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국민 정서’를 의식한 듯 코미디와 판타지 색채를 가미해놓았다. 이를 테면 세 자매의 캐릭터를 타입화해 나열하면서 다소 과장된 듯한 리액션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나, 걸어다니는 ‘연애 바이블’ 수현을 너무 완벽하고 너무 노련해서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인물로 묘사한 것이 그런 증거들. 폭풍 같은 연애를 경험한 세 자매에게 굳이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하는 것도 일말의 불쾌함이나 불편함을 남기지 않으려는 배려 혹은 강박으로 비친다. 그런 장치들 덕에 ‘비윤리적 소재’를 접하는 부담은 훨씬 덜었지만, 인물들간의 밸런스가 맞지 않게 돼버린 듯한 느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내에서 개봉되기도 전에 일본에 고가로 수출될 수 있었던 배경에 주연배우들의 이름값이 크게 작용했듯이 배우들의 변신과 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다. :: 원작 <어바웃 아담>은 어떤 영화인가 아담을 추억하는 네 남매들 원작영화 <어바웃 아담>(2001)의 배경은 흑맥주로 유명한 아일랜드 더블린이다. 아름다운 세 자매 앞에 ‘아담’이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의 매력적인 남자가 나타난다. 자유분방한 셋째 루시에겐 “먼저 유혹해오지 않은 남자라서”, 고지식한 둘째 로라에겐 “뭔가 아픔이 있는 남자 같아서”, 권태로운 첫째 앨리스에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남자라서”, 자신감 없는 남동생에겐 “물건을 서게 한 남자라서” 아담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세 자매와 남동생이 아담을 추억하는 ‘한마디’로 각자의 챕터를 여는 식의 구성이다. 세 자매의 캐릭터가 명확한 ‘타입’으로 나뉘거나 대별되지 않고, 아담과의 관계에서 훨씬 능동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 그리고 은근슬쩍 아담의 거짓말을 드러내 그의 위선을 고발하는 점 등이 한국판과 다르다. 영국 개봉 당시 ‘세 자매를 동시에 유혹하는 남자’라는 설정이 비윤리적이라는 질타와 함께, ‘왜 엄마는 유혹하지 않느냐’는 비아냥을 사기도 했지만, 배우들의 매력이 돋보이고 만듦새가 뛰어난 독립영화로서 각종 독립영화제에서 화제를 몰고다녔고, 영국과 미국에서 상영관을 늘려가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TV에서도 활동하는 제라드 스템브리지가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신비로운 남자 아담을 연기한 배우는 샤를리즈 테론의 연인으로 더 잘 알려진 스튜어트 타운젠드. 마이클 윈터보텀의 런던 이야기 <원더랜드>에서 주목받았고, 알리야의 유작 <퀸 오브 뱀파이어>에 출연했으며, <젠틀맨 리그>에서 세월과 악행의 흔적을 초상화에 남길 뿐 그 자신은 늙지도 추해지지도 않는 도리언 그레이를 연기한 바 있다. <어바웃 아담>은 스튜어트 타운젠드에게 초현실적인 느낌의 ‘옴므 파탈’의 이미지를 심어준 결정적인 작품. 할리우드에서 <올모스트 훼이모스>로 유명해지기 전의 케이트 허드슨이 셋째딸 루시를, 프랜시스 오코너가 둘째딸 로라를 연기했다. 일부에 워킹 타이틀 영화로 보도됐으나, 영국 BBC사와 아일랜드 프로덕션의 공동제작 영화다.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어바웃 아담>의 판권을 산 뒤에, 리메이크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를 제작했다.

완벽한 남자의 세가지 얼굴,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이병헌

이병헌을 잡아라! <올인>이 히트하던 무렵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충무로의 시나리오 대부분이 이병헌에게로 간다는 소문이 있었다. 부르는 곳이 많아서였을까. 이병헌은 차기작을 결정하는 데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거의 동시에 두편의 영화를 선택했다. 하나는 로맨틱코미디 <누구나 비밀은 있다>였고, 또 하나는 옴니버스호러 <쓰리, 몬스터>였다. 두 영화가 개봉을 앞둔 시점에 그는 차기작으로 액션누아르 <달콤한 인생>을 점찍었다. “하고 싶은 영화를 고를 수 있는 특권을 지금 내가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행복하죠.” 그런데 그 행복의 정점에서 그는 의외의 고백을 했다. 배우로서 이병헌은 여전히 “목이 마르다”고 했다. 이 남자, 멋있다 “자기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잖아요. <중독> 끝난 뒤에 제 이미지가 어둡고 이중적이고 사이코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진 말아야겠다, 생각했죠.” 처음 시도한 로맨틱코미디 <누구나…>에서 이병헌은 세 자매를 동시에 유혹하는 ‘선수 중의 선수’로 나온다. 하는 짓이 뻔뻔하긴 해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그 인물을, 관객에게 설득시키는 것은 이병헌의 몫이었다. “나쁜 놈이죠. 그런데 <정사>나 <해피엔드> 같은 영화가 아니잖아요. 장르가 코미디라는 점이 면죄부가 될 것 같았어요. 세 자매를 모두 해피하게 만들어주잖아요. 바람둥이긴 하지만, ‘테이크(take)’만 하는 게 아니라 ‘기브(give)’도 한다는 점에서, 유쾌하게 보여지길 바랐고요.” 그런데 연기의 톤을 잡아가는 과정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로맨틱코미디라서 워밍업하는 느낌으로 선택했는데,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줄 거냐, 다소 오버하는 듯한 느낌으로 갈 거냐, 그 선을 정하는 게 많이 힘들더라고요.” 상반된 두편의 영화에서, 이병헌은 똑같이 ‘완벽한 남자’의 캐릭터를 맡았다. <누구나…>가 그 남자를 둘러싼 여자들의 반응과 변화에 기댄 코미디라면, <쓰리, 몬스터>는 극한 상황에 맞닥뜨린 그 남자의 섬뜩한 변화를 그린 “코믹잔혹극”이다. 8월에 크랭크인하는 <달콤한 인생>에서도 그는 ‘멋있는 배우’를 찾던 김지운 감독의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영화와는 관계없는 얘기지만, 그는 아우디 자동차와 오메가 시계의 홍보 대사이기도 하다. 이 마당에 ‘이병헌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설문조사를 한다면, ‘멋있다’로 중론이 모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세간의 평가를 이병헌 자신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저 멋있다고 생각 안 해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려서,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데, 금세 입꼬리에 장난스런 미소가 걸린다. “쓸 거예요? 그럼 안 되지. 리와인드! 리와인드!” 이 남자, 웃긴다 이병헌은 재밌다. 스스로 유머 감각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즐기는 편이다. <누구나…>의 촬영현장에서 한 기자가 그에게 상대 세 여배우와의 러브신 농도를 집요하게 물었더랬다. 셋 모두와 베드신이 있나요? 키스신은 물론 있겠죠? 이병헌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혹시 북에서 오셨어요?” 폭소가 터졌고, 그뒤로 러브신 얘긴 쑥 들어갔다. 무표정하게 농담을 던지는 품새, 기막힌 순발력과 박자 감각을 지닌 이병헌의 ‘생활 유머’는 비유하자면, 장진식 코미디다. 그렇게 웃기는 그가 그간 코미디를 하지 않았다는 건 아이러니처럼 느껴진다. “코미디를 싫어해서라기보다는 가깝게 느껴지지 않아서였을 거예요. 내가 해야 할 연기라면, 스스로 납득이 되고 설득이 돼야 하는데, 코미디는 사실성이 결여된 느낌이 있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코미디는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쓰리, 몬스터>에서 완벽한 남자가 결국엔 무너지거든요. 연기는 사실적으로 가지만, 극한상황에 부딪혀서 의외의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공동경비구역 JSA> 초반에 지뢰 밟고, 살려주세요, 눈물 흘리면서 애원하는데, 관객은 박장대소를 하거든요. 그건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코미디뿐 아니라 판타지나 SF도 그 장르적 상상의 베이스 위에서 사실적으로 연기해야 하거든요. 그래야 그 장르의 느낌이 배가된다고 생각해요.” 이 남자, 진지하다 5년도 더 된 일이다. <내 마음의 풍금>의 개봉 즈음에 만난 이병헌은 “두렵다”고 했다. “다시 영화배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기쁘다”고도 했다. 영화에서 부진했던 그는 한동안 TV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돌아와 ‘재기작’격인 작품을 내놓는 참이었다. 눈과 어깨에 힘을 뺀 그는 달라져 있었다. 이어진 <공동경비구역 JSA> <번지점프를 하다> 등에서도 그의 눈빛과 음성은 참 풍부했다. 어떤 변화라도 있었던 것일까. “내가 철이 든 게 중학교 3학년 2학기부터다,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거잖아요. 주변에서 하는 얘기로 아는 거죠. 솔직히 옛날 작품들은 내 눈으로 못 보겠어요. 그런데 사람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세상과 사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고, 감정의 기억 안에 저장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고 발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배우의 재산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면, <내 마음의 풍금> 이후, 그리고 <올인> 이후를 제2, 제3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에는 동의할까. “지금이 전성기구나 싶다가, 이런 게 슬럼프고 딜레마인가보다 싶다가, 저한텐 그 주기가 반복돼왔어요. 그래서 휩쓸리지 않아요.” 얼마 전 일본에서 출시할 DVD 영상집 촬영차 하와이에 다녀온 그는 요즘 영화 두편의 홍보 활동을 다니는 동시에 <달콤한 인생>의 “쎈 액션”에 대비해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아무것도 결정해두지 않고, 나를 비워두는 편이에요. 흥행영화 했다가 초저예산 실험영화 했다가, 하는 식으로 왔다갔다 하고픈 욕심도 있고요. 그러려면 자기 계발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사천만의 시선에 노출됐던 연애에 대한 남은 궁금증은 접어두기로 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누구나 비밀이 필요하다”는 영화 속 그의 대사처럼, 사생활까지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 드러내야 하는 공인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을 가질 권리, 그래서 행복해질 권리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해서다. “<달콤한 인생>을 12월까지 촬영할 텐데 그거 끝나면 당분간 쉬고 싶어요. 올해는 일이 너∼무 많았어요.”

[정이현의 해석남녀] <내 남자의 로맨스>의 현주

만 서른 두 살인 두 여자, J양과 H양은 환한 주말 오후 사이좋게 영화를 보러갔다. 주 5일 근무라나 뭐라나 세상이 좋아진 건 분명한데, 덩달아 주말은 길어지고 특별한 스케줄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약속 없는 주말의 무료함이 싱글여성의 정신세계에 미치는 복잡한 영향에 관해서라면 둘은 이미 박사학위 논문 정도는 가볍게 쓸 수 있는 처지의 처자들이었다. 영화에는 멀쩡한 남자친구가 바람났다고 오해하며 ‘생 쇼’를 펼치는 스물 아홉 살 짜리 여주인공이 등장했다. “야. 스물 아홉 살이면 몇 년 생이냐” “몰라. 75 76 그냥 네가 태어난 해에다 4를 더해 봐. 그럼 답 나오겠네.” “누가 듣겠다. 그런 걸 큰소리로 말하면 어떻게 해!” “어머, 내 목소리가 좀 컸나 걱정 마. 우리가 나름대로 이렇게 어려 보이게 하고 다니는데 설마 삼십대로 보이겠냐. 서른 넘고 나서는, 정장 브랜드에서는 절대 옷 안 사 입고, 노숙해 뵈는 빨간 립스틱은 아예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니까.” “하긴 나도 그래. 그나저나 현주인가 하는 걔. 좀 짜증나지 않냐. 결혼 못해서 아주 안달이 났더라. 스물 아홉이 뭐 대수라고 난리야, 난리가. 지금 제가 얼마나 좋은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스물아홉이 뭐 대수라고 결혼 못해서 ‘생 쇼’라니‥언니들 정말 짜증난다 “그러게. 내가 지금보다 네 살이 어리다면 매일 춤추고 다니겠다. 근데 <싱글즈>의 나난도 그러더니 왜 영화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노처녀들은 죄다 스물 아홉 살 인 거야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걔들 서른 살 맞이하는 자세가 너무나 비장하지 않아” “꼭 일이냐, 결혼이냐,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놔야 삼십대를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스물 아홉 살 짜리 남자가 자기 나이의 무게 때문에 괴로워하는 영화 본 적 있어 이게 바로 서른 넘은 여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재생산하는 거라고!” “또 걔들 성격은 왜 하나같이 비슷비슷한 건데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도 그렇고,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도 그렇고 다 귀여운 푼수잖아. 사회생활이 어떻든 간에 일상에선 살짝 ‘어리버리’ 하다고. 하이힐 신고 또각또각 걷다가 맘에 드는 남자 앞에서 갑자기 삐끗 넘어져주는 바로 그 사랑스러움. 괜찮은 남자주인공들은 또 다 그 면에 혹하잖아. 아 진짜 식상해.” 갑자기 J양이 심각한 표정으로 H양에게 속삭였다. “그런데 말야, 혹시 무슨 학원 같은 게 있는 건 아닐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처녀 되기 속성 반 같은. 온 세상 여자들 다 아는데 바보처럼 우리만 모르고 앉아있는 거 아냐” “우리처럼 사사건건 냉소적이고 분석적인 여자들도 받아줄까” “아마도 수강료 두 배로 내라고 하고, 열등 반에 집어넣지 않을까.” “거기 나오면 김상경 같은 애인이 짠, 하고 나타나려나” “야, 정신차려. 넌 영화 잘 보고도 그러냐. 오늘 영화의 교훈은 그거잖아. ‘안됐지만 멋진 남자는 운 좋은 X이 일찌감치 채갔다!’”

비·윤계상·전진, 신세대 가수 삼색 매력 드라마서 인기몰이

가장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다는 밤 10시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전면에 나서 전쟁중이다. 우선 KBS 2TV 수목 드라마 <풀하우스>(극본 민효정, 연출 표민수)에서 비는 '정지훈'이라는 본명이자 연기자용 이름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파트너는 송혜교. 같은 채널 월-화요일 오후 10시에는 그룹 신화의 전진이 미니시리즈 <구미호외전>(극본 황성연 이경미, 연출 김형일)에 출연중이다. 그는 김태희 한예슬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어 지난달 28일부터 인기그룹 god의 윤계상이 SBS TV 수목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극본 진수완, 연출 이창한)에서 연기자로 변신해 첫 선을 보였다. 이들 인기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경쟁과 연기자로서의 평가는 방송계의 화제였다. 이번이 두번째 작품인 비, 시트콤에 이어 정극에 도전하는 전진, 드라마 출연 전 영화 촬영을 마쳤던 윤계상까지 모두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신인 연기자급의 가수들이 한꺼번에 경쟁을 하는데다 이들의 성공으로 인해 <불새>의 에릭으로 시작된 '가수 겸 연기자' 바람이 대세로 굳혀질지 관심이 모아졌다. 비는 패션 스타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무대에 섰을 때만큼이나 몸매가 받쳐주는 화려한 패션이 우선 눈에 띈다. 드라마 속에서도 톱스타 영화배우로 출연하느니만큼 감각적인 의상이 필수적. 이에 비해 아직까지 어색한 시선 처리 등 연기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송혜교와 '맞고'를 치듯 주고받는 대사는 주시청층인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며 만화 속 주인공 이미지를 무리없이 화면으로 옮겨놓고 있다. 전진은 분위기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맡은 캐릭터 자체가 별 말이 없이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카리스마를 발휘하지만 연기의 폭도 단순한 편이고 주인공으로서는 대사도 많지 않아 흔치 않은 주연배우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신화의 열렬한 팬들이 전진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중. 열아홉살 청춘을 연기하는 윤계상은 온 몸을 던져 연기하고 있다. 자신있게 대사를 내뱉고 연기도 적극적으로 하지만 장면마다 소리지르듯 전하는 대사 톤이 일정한 패턴을 지닌다. 이 같은 약점에도 인기 가수로서의 뒷배경을 버리고 신인연기자로서 진지하고 열심히 연기에 임하는 태도는 눈에 보일 정도다. 이들의 경쟁에서 지난주 시청률 30%를 넘긴 <풀하우스>의 비가 기록면에서는 앞서가고 있다. 전진의 <구미호외전>도 선전하는 편. 윤계상의 <형수님은 열아홉>은 같은 시간대 <풀하우스>로 인해 더욱 신발끈을 조여매야 하는 상황. 이들에 대한 방송가의 시선은 "연기의 하향평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혹평과 "늘 연기자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방송가에 단비 같은 존재"라는 호평 등 두가지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