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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 어설픈 해피엔딩

평균 가구 시청률 40.1%, 최고 시청률 51.5%(티엔에스 미디어코리아 조사)를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에스비에스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마지막 2회를 남겨두고 있다. 대사 ‘애기야 가자’ 등은 네티즌의 ‘어록’에 담길 정도로 유행어가 됐고, 뭇 여성들은 박신양이 낮은 목소리로 불렀던 ‘사랑해도 될까요’의 찌릿함에 푹 빠져 있다. 협찬사들은 덩달아 높이 뛴 간접 광고효과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인기 비결은 단연 기주(박신양)와 태영(김정은)이다. 소년처럼 순진한 ‘백마 탄 왕자’와 당당하고 천연덕스럽기까지 한 ‘신데렐라’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의외성으로 다가갔다는 분석이다. 당당한 신데렐라는 경기불황과 실업난에 찌든 여성들을 잠시나마 현실로부터 해방시켰고, 돈 많고 능력은 있지만 바람둥이는 아닌 왕자는 여성들을 열광시켰다. 상대적으로 드라마를 덜 보는 남성들도 100명 중 17명(17.5%)이 주말 밤 ‘파리의 연인’ 앞에 모여 거들었다. 모든 것을 가진 기주에 시기심 섞인 ‘짜증’이 솟구쳤을 법도 하지만, 얼짱도 몸짱도 아닌 박신양이 어눌한 말투로 서툰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남성들의 경쟁심리나 반감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닳고 닳은 신데렐라 이야기가 ‘신드롬’까지 불러온 이유들이다. 억지스러운 배역 설정과 작위적인 극 전개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에 널리 쓰이는 ‘출생의 비밀’ 장치는 삼촌·조카를 형제로 만들어버렸다.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하는 수혁(이동건) 등도 자연스럽지는 못했다. 지나친 간접광고는 시청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남은 2회는 어떻게 풀려갈까? 수혁이 모두 뒤집어 쓴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수혁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하며 지금까지의 갈등을 해소한다는 것. 꼬이고 또 꼬인 이야기의 마무리가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기억상실’ 장치만으로 곳곳에 널려 있는 갈등이 모두 마무리될 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기억상실을 연기하는 수혁이 덕에 기주와 태영은 마지막회에서 파리 퐁네프 다리에서 다시 만나 행복한 결말을 이룬다. 김은숙 작가는 “기주와 태영의 재회 장면에 이어 이들이 엇갈렸던 지난날을 에필로그 형식으로 구성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우·송승헌·김희선 주연의 76억원짜리 초대형 드라마가 온다.

권상우 송승헌 김희선이 출연하는 초대형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김종학 프로덕션과 ㈜포이보스가 제작하는 <슬픈 연가>는 갈수록 세계로 뻗어가는 국내 드라마의 외형상 폭을 더욱 넓히는 작품. <올인>, <폭풍 속으로>의 유철용 PD 연출로 사전 제작돼 국내외 방송사에 판매·수출된다. 현재 외주제작사들은 방송사의 주문에 따라 상품(드라마)을 납품하고 저작권마저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반면 <슬픈 연가>는 국내 방송사에도 방영권만 내준채 저작권은 제작사가 갖는다. 10월부터 미국 뉴욕에서 한달 동안 촬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2월 초까지 제작을 마칠 예정. 김종학 프로덕션과 포이보스는 내년 1월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어 <다모>와 비슷한 형식의 불완전 사전제작제에 가깝다. 20부작 드라마에 총 제작비 76억은 회당 제작비가 무려 3억8천만원에 이르는 액수. 특히 권상우 송승헌 김희선이 회당 2천만원(제작사 발표액)의 개런티를 받는 것도 파격적인 일이다. 현재 안재욱이 <오!필승 봉순영>에서 회당 1천500만원을 받고, 송혜교가 <풀하우스>에서 1천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2천만원의 출연료는 사상 처음이다. 발표대로라면 20부작이니 세 주연배우들은 총 4억원의 출연료를 받게 된다. 또한 눈길을 끄는 것은 25분짜리 단편영화 형태의 메이킹 필름을 미리 찍어 이를 국내외 방송과 언론 등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갖는다는 것. CF감독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유명한 차은택 감독과 세 배우들은 이달 30일 호주로 떠나 드라마의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메이킹 필름을 촬영한다. 이 작업에는 극본을 쓰는 이성은 작가와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 만화가 노이정씨 등이 가세한다. 이 필름은 다음달 20일 서울 코엑스내 메가박스에서 열릴 시사회에서 공개된다. 김종학 프로덕션의 김종학 대표는 "이미 한국 드라마는 한국인만의 드라마가 아닌, 아시아에서 사랑받는 드라마"라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미리 대본이 나온 상태에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촬영하는 방식을 통해 국내 드라마 제작의 틀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포이보스의 김광수 대표는 "제작사가 제작비를 전액 조달해 만든 뒤 국내외 방송사를 상대로 판권 및 부가사업 판매에 나서 이익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한 뒤 "드라마가 엄청난 수출 상품임은 이미 <겨울연가> 등을 통해 증명됐으며 <슬픈 연가>는 고품격 드라마라는 이미지로 아시아 시장을 노크할 것"이라 말했다. <슬픈 연가>는 멜로 드라마의 공식대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 미군을 상대로 술을 파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준영(권상우)이 앞을 보지 못하는 혜인(김희선)을 만나 유년 시절의 사랑을 키운다. 둘은 미군 양아버지를 따라 혜인이 미국에 가는 바람에 헤어지고, 혜인은 그곳에서 준영의 친구이자 재벌가의 아들인 건우(송승헌)를 만난다. 훗날 준영은 준규로 이름을 고친 후 작곡가로, 혜인은 가수로, 건우는 음반제작자로 다시 만나지만 이들의 관계는 여러 사건으로 꼬여 있다. 결국 죽음만이 갈라놓는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다. 송승헌은 이 작품 출연을 위해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 이후 다른 작품의 출연을 고사했고, 권상우 역시 당분간 <슬픈 연가>에만 매달릴 계획. 김희선도 성룡과 작업중인 영화 를 마무리한 후 곧바로 합류한다.

사랑은 지워지지 않아…,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경남 촬영현장

경남 합천의 어느 산 중턱.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7시간여를 달려 산자락에 도착했더니 거기서부터는 포장되지 않은 산길이 덜컹덜컹 시작된다. 한참을 더 올라갔더니 별안간 펼쳐지는 널다란 평원에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시원한 바람을 기대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콧구멍과 목구멍으로 확 쏟아져 넘어오는 열기. 아찔한 태양열이 여과없이 쏟아지는 산 중턱에서 정우성은 연신 무거운 해머를 휘두르며 말뚝을 박고 있는 중이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건망증이 많은 여자 수진(손예진)과 건축사의 꿈을 꾸고 있는 목수 철수(정우성)가 만들어가는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수진의 건망증은 그저 아파트 열쇠를 대문에다 그냥 꽂아놓고 나오는 아줌마들의 건망증이 아니다. 알츠하이머, 그러니까 ‘치매’에 걸린 수진은 지우개로 지우듯이 모든 것을 머릿속에서 지워가고, 마침내 자신이 사랑하는 철수마저 낯선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자를 향한 남자의 아픈 사랑은 그때부터 진심으로 시작된다. 이날의 촬영분은 철수가 건물 시공을 위한 첫 말뚝을 땅에 내리박는 장면이었다. 스타일리시한 양복을 입고 땅속 깊이 말뚝을 박아넣는 정우성은, 여러번 계속되는 촬영에도 지친 표정을 짓지 않는다. 언제나 좀 외롭고 반항적인 역할들만 맡아오던 그로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정통 멜로영화다. “멜로영화를 늘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내가 늘 찾아 헤매던 바로 그런 멜로라는 느낌이 들었다. 비극적인 소재이지만 희망적인 결말을 가진 그런 멜로 말이다.” 그런 정우성을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손예진이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새롭긴 마찬가지다. “아프고 죽는 게 지겹지도 않냐고? 주위에서 다들 ‘또 죽어? 또 아파?’라고들 하지만, 어차피 병명도 다 다르고(웃음), 젊은 나이에 치매라는 게 독특하기도 한데다 몸이 아닌 정신이 아픈 병이라는 것도 끌렸다. 그리고 결혼에 이르는 성숙한 사랑이라는 점도 좋았고.” 여름 향기나는 ‘소녀’에서 기억의 조각들을 부수어가는 ‘여자’로 익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컷 런스 딥>으로 알려진 이재한 감독은 “머릿속 기억이 지워져가는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내 머리속 지우개>를 정의한다. 왠지 눈물짜는 사랑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것만 같아 넌지시 물어보았더니 “억지로 질질 짜고 그런 거 없다. 드라이하고 현실적이면서 유머가 빠져 있지는 않은 비극을 만들고 싶다. 환희와 절망이 함께 공존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라고 조목조목 이야기를 내놓았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현재 80% 정도의 촬영을 마친 상태이며 8월 초에 크랭크업해 11월5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그때가 되면, 머릿속을 지워나가는 여자와 그런 여자의 추억을 움켜잡기 위해 애쓰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조용히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안에 웅크린 몬스터의 소환, <쓰리, 몬스터>

동아시아 3국의 프로젝트 <쓰리>가 기대만큼 큰 반향이나 흥행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물러간 지금, 후속 프로젝트인 <쓰리, 몬스터>가 도착했다. 전작이 ‘호러’라는 큰 틀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각국 감독들에게 자율권을 넘겨준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여기에 ‘귀신 없는 호러’라는 다소 좁혀진 공통과제가 대신 제출되었다. 룰은 같고, 참여 국가가 하나 바뀌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좀 달라질 수 있을까?적어도 국내에 관한 한, 이번에는 그 모든 키를 <올드보이>의 영광을 안은 박찬욱 감독이 쥐고 있다. 그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억할 만한 인용구를 남겼는데 그것은 “등장인물들에게는 고통을, 투자자들에게는 기쁨을”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쓰리, 몬스터>는 라인업에 누가 들어가고 빠지는가를 세심하게 단속한 흔적이 보인다.최근에 개봉한 <몬스터>에서 보듯, 한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것은 그 조건이 사회의 구조적 압력이든 갑작스레 찾아온 충격이든 기본적으로 내부에 그 괴물이 인간 내부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익숙한 성찰이고, 당연히 욕망과 금지의 기표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심령호러’의 안전한 여집합이 될 것이라 판단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 하긴 따지고보면, <스파이더 맨> 같은 슈퍼히어로는 포지티브 몬스터, 뱀파이어는 네거티브 계열의 몬스터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가시적인 괴물로 비가시적인 우리 안의 (진짜) 괴물을 인양하는 것과 달리, 비가시적인 우리 안의 괴물의 실체를 상정하고 그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작업은 벌써 듣기만 해도 추상적이다. <쓰리, 몬스터> 프로젝트에서 그것을 ‘투자자의 기쁨’으로 환원하는 것은 결국 감독의 역량에 달린 것일밖에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완성도를 불문하고 취지에 가장 잘 부합한 것은, 박찬욱의 <컷>이다. 능력있고 부유하며 마누라 예쁘고, 인간성마저 비단결인 영화감독 류지호(이병헌)의 집에 괴한이 침입한다. 여기서 요구된 선택은 둘 중 하나, 피아노 앞에 마리오네트마냥 매달린 아내의 손가락이 5분마다 잘려나가는 것을 지켜보거나 괴한이 데려온 생면부지의 소녀를 교살하는 것. 제한된 시간, 밀폐된 공간에 개인에게 주어지는 극한 상황, 그리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이와 모든 것이 결핍된 자의 심리적 충돌. 영화는 이 잔혹한 지적 게임을 통해 처음엔 존엄을 지키려는 이들이 점차 허물어져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스타일 과잉이라는 연출가의 손맛 그대로, 손가락이 믹서에 갈리고 피가 사방팔방으로 쏟아지는 참혹극의 와중에도 영화는 폭소를 자아내는 아이러니와 지독한 농담들을 잊지 않는다. 충청도 사투리를 순박하게 구사하는 괴한과 자신이 착하지 않음을 변명하며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 아이러니 같은.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B급 장르영화의 위트와 뉘앙스의 잔재미를 선보인 박찬욱과 달리, 괴력의 상상력을 가진 기인 미이케 다카시는 <박스>에서 유장하고 반복적인 리듬으로 꿈결 같은 이미지 속을 유영한다. <컷>이 현실과 똑같은 세트에서 벌어지는 극중극이라면 <박스>는 꿈속에서 꾸는 꿈이다.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쌍둥이 언니를 질투해 미필적 고의로 의붓아버지와 쌍둥이 언니를 죽게 한 교코, 성인이 된 현재까지 비닐 포대에 싸여 암장되는 악몽을 매일 꾼다. 미이케 다카시는 “서정적인 공포를 보여주겠다”는 그의 공언대로, 몽환적인 이미지들을 회전시킨다. 푸른 필터 속에 잠긴 설원과 그 위에 거짓말같이 세워진 유랑 서커스단의 천막, 애크러배틱한 동작으로 기괴하게 얽혀 있는 쌍둥이 자매들의 이미지 등. 그러나 형제에 대한 질투, 살해, 죄책감, 심판이라는 신화적 원형을 비닐 포대와 상자 속으로 조여오던 공포는 마지막에 또 다른 꿈이 깨자 해석하기엔 또 다른 악몽일 수도 있고 또 다른 현실일 수도 있는 전혀 엉뚱한 출구로 빠져나온다. 프로젝트의 취지와 떼어놓고 생각하자면 가장 인상적인 소품.그러나 이미지가 회전하면서 정작 몬스터란 취지가 원심분리되는 것 같다는 불안감은 프루트 챈의 <만두>에 와서 확연해진다. 공포에 불을 붙이기 위해 지적 게임과 정서적 압박을 각각 정교한 답안으로 제시한 한국, 일본과 달리, 홍콩은 다소 느닷없는 도시 괴담을 제시한다. 젊음을 돌려받기 위해 태아로 만든 인육 만두에 심취하는 부유한 중년 부인을 다룬 <만두>는 사실, 만두를 씹을 때 나는 ‘오도도독’ 하는 소리나 만두를 빚기 위해 태아를 빻는 자극적 이미지들을 빼놓고서는 잘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무간도>의 유위강이 급작스레 하차하고 프루트 챈이 바통을 넘겨받으면서 생긴 간극의 허기는 사회악의 정치지역학을 살짝 잡아채는 크리스토퍼 도일의 유려한 영상이 메울 뿐이다.사실 큰 문제는 러닝타임이 흘러가면서 이 옴니버스가 왜 굳이 3개국이라는 국적을 필요로 했는지가 아연해진다는 것. 기대할 만한 의의는, 우리 안의 ‘지니’가 어떤 세 가지 국적의 소원을 위해 튀어나올 것인가이겠지만, 사실 <쓰리, 몬스터>가 그것에 대해 투자자를 안심시킬 만한 답안을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의는 동아시아 네트워크라는 세계화 시대의 영화산업 전략, 느슨하게는 ‘동아시아 허브 국가 건설’이라는 국가 전략과도 연동되어 있다. 하지만 야박하게 말해 이러한 것은 사실 관객의 소관이 아니다. 톱클래스의 스탭을 짜넣은 이 프로젝트의 약점은 실은, 이 프로젝트가 영화적으로 전위적인 시도라서가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 전위적인 시도라는 사실에 있는 것 같다. :: <쓰리, 몬스터>의 홍콩편 <만두> 튀는 감독 프루트 챈과 망명 배우 메일링 필모그래피에서 호러 장르와의 친화성이 강한 미이케 다카시나 박찬욱과 달리, <리틀 청>이나 <메이드 인 홍콩> 등, ‘홍콩 3부작’ 같은 리얼리즘영화를 찍은 것으로 기억되는 프루트 챈의 존재는 <쓰리, 몬스터>에서 다소 튀는 감이 있다. 유위강이 하차하는 바람에 전격 투입된 것이 하나의 이유겠지만, 홍콩 3부작 이후 판타지가 강화된 그의 최근 행보를 생각하자면 아주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중, <만두>는 창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할리우드 홍콩>을 연상케 하는데, 본토의 태아를 밀수해 만두를 만들다 홀연히 본토로 도주하는 메이의 모습은 홍콩의 뒷골목을 흔들어놓는 대륙 출신 창녀의 모습과 얼마간 겹치기도 한다. 장편 버전이 따로 있는 <만두>에서는 길게 묘사되지 않았지만 본토로 갑자기 공간을 훌쩍 뛰어넘는 편집과 신체절단의 잔혹한 농담은 어쩌면 이때의 흔적이기도 하다. 묘한 분위기의 인육만두조리사 메이를 연기한 베일링은 14살의 나이로 중국인민해방군에서 배우 경력을 시작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우리로 치면 연예인 부대인데, 티베트 근처에서 3년의 복무를 마치고 베이징에서 연기를 하며 <아크라이트>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그녀는 천안문 사태에 연루되어 미국으로 망명한다. 알렉스 프로야스의 <크로우>에서의 악역을 시작으로, 주윤발이 연기한 <왕과 나>의 리메이크 <애나 앤드 킹> 등 할리우드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 사법제도의 인권탄압을 고발하는 <레드 코너>로 리처드 기어와 공연, 97년 전미비평가협회에서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한동안 중국 입국이 제한되기도 했는데 중국 현대사의 질곡과 줄곧 마찰을 일으켜온, 베일링의 면모는 <만두>에서 마녀라기보다 계급적 팜므파탈 분위기를 풍기는 메이와 퍽 잘 어울린다.

치명적 여자, 남자들을 농락하다, <얼굴없는 미녀>

그녀는 진정 “할말이 많은 여자”였다. 그러나 쉴새없이 쏟아지는 그녀의 말들 중 과연 몇 퍼센트를 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자는 마치 애매모호한 언어와 표정과 몸짓을 마음껏 남용하며 스크린 안 팎의 존재들을 진실게임 혹은 거짓말게임 안으로 유혹하는 듯하다. 어떤 남자는 그녀가 벌인 게임을 관전하려다 결국 게임의 대상이 된다(석원). 또 다른 남자는 그녀를 위해 의식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며 언제든 그녀의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결과는 앞의 남자와 다를 바 없다(지수의 남편). 그리고 나는 그녀의 게임이 애초 사기였다고 믿으면서도 그녀의 언어에서 감춰진 진실을 발견하려고 무던히 애쓴다.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가 그녀의 게임에 말려든 것만은 분명하다. 그녀의 언어에 진실과 거짓의 형태를 부여하려는 우리는 그녀가 벌인 게임판 안에서 놀고 있다. 얼굴없는 미녀가 벌인 게임판에는 명확한 룰이 존재할 리 없음을, 그녀에게 진실과 거짓 따위는 애초 고려의 대상이 아님을 모르는 채로 말이다. 그녀가 벌인 게임에 남자들과 관객이 말려들다 그녀(지수)의 병은 ‘경계선 장애’. 물론 이를 진단하는 자는 남자 정신과 의사(석원)이다. 석원은 그녀의 복잡한 증상들을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단순하게 규정짓는다. 석원은 치료의 일환으로 그녀에게 최면을 걸어 그녀의 과거를 불러오고 급기야 최면상태의 그녀를 덮치기에 이른다. 나는 석원을 통해 남성의 환상을 충족시키는 영화의 전략이나 본분을 망각한 의사의 부도덕성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석원이 지수를 치료한다”라는 단순한 도식이 이 영화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러니까 지수는 석원의 치료방식에 단 한순간도 응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정상인”이 되기 위한 치료가 아니라 온몸에 쌓여 누적된 증상들의 해방이다. 지수가 쓴 분열적인 글들, 그녀의 과잉된 외모와 목소리, 틈만 나면 지어내는 과거의 이야기들은 영화 초반 지수의 방을 떠다니던 물건들의 환영처럼 여기저기서 부유한다. 그녀는 최면에 걸린 척 과거의 이야기를 창조하고 석원과의 섹스를 연기하고 있다. 그녀가 벌인 게임, 얼굴을 그리려다 파멸하는 남자들 석원의 최면술은 분명 지수의 광기를 컨트롤하려는 그의 이성에서 시작하지만, 그는 자신이 건 최면에 비이성적으로 빠져든다. 최면 안과 밖의 경계를 누구보다 신뢰하던 석원이 그 경계를 허무는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최면 밖에서도 그녀가 날 사랑하는지” 확인하려는 이 정신과 의사는 경계를 비웃으며 끊임없이 날아다니는 지수의 증상을 반복하고 있다. 그녀는 미친 듯이 쓰고 소리지르고 변신을 하며 발산하지만 석원은 날마다 자신의 내부로 고립된다. 그는 자기 자신을 치료하는 법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건 석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수의 남편 역시 그녀에게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지수의 변덕과 광기를 견디지 못하면서도, 심지어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내를 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이는 그 혼자만의 착각이다. 지수는 그를 붙잡은 적이 없다. 회사를 그만두면서까지 아내를 버리지 않는 그는 훌륭한 남편이기보다는 그녀의 주술에 말려든 또 한명의 남자에 불과하다. 이제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는 지수가 아니다. 고착된 관계를 거부하며 그 무엇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그녀와 달리 석원과 남편은 이 여자를 붙잡기 위해 목숨을 건다. 달리 말해, 그건 이 여자에게서 버림받지 않으려고 애간장 태우는 것이다. 순진한 남자들의 욕망은 이 히스테리아의 거짓말 속에 진실이 감춰져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고통을 감수한다. 그러나 그녀의 욕망은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그녀는 죽어서까지 통합된 존재이기를 거부한다(도로를 나뒹구는 시체의 부분들). 하나의 정체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여자와 그녀에 대한 남자들의 두려움. 이것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미쳐가는 석원이 얼굴 반이 사라진 피투성이 여자의 환영을 보는 장면을 떠올리자. 잡힌 순간 달아나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여자는 그들에게 “괴물”이다. 영화가 뜬금없는 호러물처럼 느껴진다면 당신 역시 이 남자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스스로의 병을 연극할 수 있는 사람은 병들지 않았다. 그러므로 환자는 지수가 아니라 남자들이다. 그들은 그녀의 최면에 걸렸다. 시작과 끝이 모호한 회색빛 병원 복도를 걷는 석원의 이미지가 영화 후반 지수의 남편에게서 반복되는 것은 그들이 동일한 운명의 굴레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그 운명은? 얼굴없는 미녀에 얼굴을 그리려 애쓰다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운명.

대전영화제 개막 하루 앞두고 잡음

제1회 대전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두고 콘텐츠유통업체 ㈜니콜라측이 대전영화제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영화제 관련 합의사항 이행 및 공개사과를 촉구, 잡음이 일고 있다. 18일 ㈜니콜라 측에 따르면 대전영화제 사무국은 지난 6월 영화제에 상영할 일본영화 공급을 의뢰, 회사측이 일본 영화사 등을 통해 여러 작품을 제공하자 영화제 폐막작으로 우치다 에이지 감독의 <가차폰>을 선정하고 `한일영화아카데미 교류전'을 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영화제 측은 지난 5일 상영작을 전체 132편에서 100편으로 축소하면서 폐막작을 한국영화 <철수와 영희>로 변경하고 `한일 영화아카데미 교류전'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양우성 ㈜니콜라 대표이사는 "영화제 측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일본작품의 상영을 돌연 취소하는 바람에 영화제에 초청됐던 일본 영화 관계자들이 실망을 넘어서 분노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는 행태는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영화제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을 통해 공식 사과하고, 자문료 500만원을 즉시 지불한 뒤 당초 합의한 대로 폐막작 <가차폰>과 일본영화 4편을 상영하라"고 촉구했다. ㈜니콜라 측은 이와 같은 내용의 진정서와 탄원서를 대전시에 접수하고 합의사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대전영화제는 19일부터 11일 간 국립중앙과학관, 엑스포 자동차 극장, 구(舊)선사시네마에서 분산 개최되며 `가족과 사랑, 그리고 자연'을 주제로 장편 80편과 단편 2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대전=연합뉴스)

한편의 거대한 거짓말 같은 멜로, <거대한 강박관념>

<거대한 강박관념> Magnificent Obsession 1954년 감독 더글러스 서크 출연 록 허드슨 EBS 8월22일(일) 오후 2시 같은 지면을 통해 더글러스 서크의 영화 <바람에 쓴 편지>(1957)와 <하늘이 허락한 모든 것>(1956) 등을 소개한 적 있다. 더글러스 서크의 영화는 어떤 면에선 논쟁의 여지도 있다. 요즘 시각으로 보면 평범한 TV드라마처럼 보이는 구석도 있고, 어떤 견지에선 스타일이 살아 있는 빼어난 장르영화로 평가받기도 한다. 원래 독일 출신인 서크 감독은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감독 중 하나로 꼽힌다. 위에 언급한 영화들로 이른바 ‘여성용 최루’ 장르를 개척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럼에도 이후 비평가들은 서크 영화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것, 예컨대 당대 미국사회에 관한 은유적 비판을 감지하기도 했다. <거대한 강박관념>은 언뜻 줄거리가 기이해 보인다. 방탕한 부잣집 자식이자 바람둥이인 밥 메릭. 밥 메릭은 어느 날 젊은 혈기로 고속 모터보트를 몰다가 사고를 당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구조활동이 벌어지는 동안 필립 박사가 사망한다. 밥 메릭은 유족인 헬렌에게 미안함을 표시하려 헬렌을 찾아가지만 헬렌은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그 결과 실명하고 만다. 시력을 잃고 절망한 헬렌에게 밥은 로빈슨이라는 가명으로 접근하여 위안이 되어주려 노력한다. 밥은 헬렌과 함께 스위스로 간 뒤, 그곳에서 중단했던 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거대한 강박관념>은 어쩌면 채플린의 영화 <시티라이트>를 연상케 할지도 모른다. 앞을 볼 수 없는 여성과 한 남자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만나고 재회하는 과정은 다른 어느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우연이 겹친다. 밥 메릭이 당하는 사고, 그로 인한 누군가의 죽음, 헬렌의 시력 상실 등이 별다른 개연성 없이 계속 겹치면서 플롯을 만들어내고 있다. 거의 강박적이라 할 만큼 깊이 연관되는 밥과 헬렌의 관계는 어이없을 만큼 운명적인 탓에 기이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이에게 역설적으로, 밥과 헬렌 사이에 흐르는 희생과 신념의 모티브가 적절한 것인지, 그리고 당시 미국사회의 가치관이 얼마나 큰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지 반문하도록 하는 것이다. <바람에 쓴 편지> 등이 그렇듯, 서크 영화의 핵심은 풍요로운 스타일과 색채감에 있다. <거대한 강박관념> 역시 다르지 않은데 꽃과 풍경, 유리창 등의 배경과 소품이 영화 줄거리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살펴본다면 의외로 흥미로운 볼거리가 적지 않다. 예컨대, 헬렌이 실명하는 과정이라는 사건을 전후로 해 소품이 화면에서 어떻게 등장하고 배치되고 있는지 본다면 말이다. <거대한 강박관념>은 다수의 서크 영화가 그렇듯, 모호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밥은 의학 공부에 전념해 유명한 외과 의사가 되고 헬렌은 중태에 빠져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헤매다가 다시 살아난다. 연인들의 사랑은 기적과도 같은 순간을 맞게 된다. 운명의 장난, 이라 해도 좋을 만큼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유희를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거대한 강박관념>은 한편의 매우 그럴듯한 거짓말처럼 꾸며내고 있다. 김의찬

“따지고보면 내가 충무로 1세대다”, <도마 안중근>의 서세원

서세원이 돌아왔다. 문화개혁 시민연대와 시청자 운동에 떠밀려난 토크쇼의 제왕. 2003년 문화계 10대 사건에서 1위를 차지했던 연예계 비리 사건에도 연루되었던 그가 자신의 혐의를 온몸으로 부인하며 방송계 복귀를 선언했다. 그의 손에는 <도마 안중근>이라는 무거운 느낌의 서사영화가 들려 있다. <조폭마누라> <긴급조치 19호> 〈4발가락>을 만들었던 그가 ‘안중근’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내놓은 것은 흥미롭고 동시에 생경하다. 심지어 이번에는 제작자에 그치지 않고 16년 만에 직접 메가폰도 잡았다. 한줄의 뉴스도 제공하지 않고 1월26일부터 3월13일까지 상하이에서 촬영한 그의 두 번째 연출작 <도마 안중근>은 8월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스원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약간 상기되어 보였다. 사진을 위한 포즈를 취하면서 “1년 만에 갑자기 하려니까 어색하네”라고 너스레를 떨던 그는 인터뷰를 위해 자신의 책상에 앉자 진지해졌다. 왜 <도마 안중근>인가. 7∼8년 전부터 기획했다. 내가 안중근 한다니까 사람들이 다 반대했다. ‘니가 그걸 왜 하냐. 너말고 할 사람 많은데’라고. 하얼빈, 대련, 여순까지 여행하며 안중근에 대한 10권의 책을 들고 나가서 아이템을 잡았다. 시나리오는 미국 가서 쓰고. 한국에 와서 유오성씨 만나고 스탭들 꾸렸다. 면죄부를 얻으려고 한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쉽게 면죄부 운운하는데 면죄부 얻으려면 아침방송 나가서 아줌마들한테 수다떨면 금방 면죄부 얻는다. 대법원 사이트 가서 내 죄를 살펴봐라. 사건의 본질이 없다. 방송 복귀에 대한 의견이 제작 초기와는 달라졌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영화도 열심히 하지만 본질인 방송을 안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타의에 의해 그만뒀으니까. 아직까지 KBS나 모든 부분에 방송계약은 유효하고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 방송에 들어가면 인터넷의 애들 떠들거나 말거나 내 고정팬은 분명히 있다. 내가 연예계 복귀가 힘드니까 안중근을 들고 나온다고? 천만에. 안중근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고. 현실에서 부딪치는 건 방송이다. 내 자리로 가서 정리하고 이후에 계속 할지 말지는 내 자유다. 자유 민주주의라면서. <도마 안중근>에서 안중근의 어떤 면에 집중했나. 잘 알려진 요소는 배제하고 내 방식으로 뼈대를 잡았다. 안중근은 테러를 하려던 게 아니다. 숨어서 쏘고 쥐새끼처럼 안 나타나는 건 테러다. 오사마 빈 라덴도 마찬가지야. 나타나야지. 자동차 폭탄 터트리고 까만 복면 쓰고 그러면 테러라고. 안중근은 이토를 쏘고 태극기 흔들면서 대한민국 만세를 소련말로 했다. 소련 애들한테도 경고한 거지. 니들도 쏠 수 있다. 자기가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고 일본 경찰에게 끌려가서 동양평화론을 펼쳤다. 마지막에 그는 이토가 목적이 아니라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앙인 개인으로는 진짜 미안하다고. 그리고 이토 개인, 그의 가족, 옆에 총 맞은 놈들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했다. 나는 그 화해와 용서의 15분을 그렸다. 그게 이 영화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그 전 1시간은 누구나 그릴 수 있지만 라스트 15분은 내 세계다. 덧붙이면 일본 사람들이 안중근뿐만 아니라 9살 먹은 안중근 아들도 독살했다. <긴급조치 19호> 〈4발가락> 같은 예전 작품의 실패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본인 생각은. <조폭마누라>는 많이 벌었다.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 궁금하다. 두편의 손해를 모두 만회할 만큼이었나. 여러 명이 나누긴 했지만 벌 만큼 벌었다. 〈4발가락>은 지방까지 80만명(서울관객 3만5187명, 〈2003한국영화연감> 참조)이 들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이게 편견이다. 무조건 내가 하면 망했다고 매도한다. <긴급조치 19호>도 영화적으로 좋은 영화다. 한번 이야기해보자. 박정희 시대 독재 이야기를 요즘 영화에서 흔히 한다. <긴급조치 19호>는 시대를 풍자해서 미리 앞서갔어. 그런 영화를 코미디언이 만들었다고 무조건 코미디로만 취급한다. 반대로 말하면 그 작품은 한국 영화계에서 다시는 못 만들 프로젝트다. 다시 그 많은 사람이 모여서 작업하는 게 가능할까? 그럼 장점을 봐야지. 단점만 보지 말고. 서세원이 연예계 생활 30년 해서 그런 영화 못하라는 법이 함무라비 법전에라도 있나? 외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한류 시작되면서 그 영화가 DVD 인기 최고다. 거기 다 나오잖아. 그거 하나 가진 아이들이 중국에서는 최고야. 그럼 됐어. 한류에도 도움이 됐으니까. <긴급조치 19호>도 흥행 안 죽었어. 60만명(서울관객 4만1034명, <연감> 참조)으로 손익분기점 넘겼다. 그렇다면 착수해서 손해를 본 영화는 없다는 뜻인가. 다 털어서 보자. 죽고 살고 죽고 살고 평균을 내면 많이 벌었어. 그렇게 평가해야지. 영화적으로도 나는 외국 걸 베낀 적은 한번도 없어. 까놓고 이야기해보자. <태극기 휘날리며>? 당신들 만날 그러잖아.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밴드 오브 브라더스> 흉내냈다고. <쉬리>? 홍콩영화. <투캅스>? <마이 뉴 파트너>라는 유럽영화. 당신들도 다 알잖아. 왜 그런 건 안 씹고 내가 영화만 내놓으면 뭐라고 하나. 내가 언뜻 아까 지나가는 말로 그랬어. 차라리 ‘돈텔마마’ 아니 <돈텔파파>가 최고다. 무슨 호러냐. <알포인트>고 뭐고. 그거 미국 놈들이 더 잘 만들어. 한국적인 게 최고야. <늑대의 유혹>이 최고. 그걸 누가 따라오겠어. <바람의 파이터>? 그냥 <옹박>이나 만들라고 해. 민족적인 감정이 있고 우리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한국영화 중에서 내가 제일로 치는 게 <미워도 다시 한번>. 그건 독재 속에서 영화가 나아갈 길을 찾았어. 멜로. “아빠 찾지 말아라.” (웃음) 얼마나 좋아? 그 작품이 내 인생의 최고작이다. 두 번째는 <뻐꾸기 둥지 몸으로 울었다>(<앵무새 몸으로 울었다>와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를 혼동하여 나온 표현인 듯)의 정진우 감독. 그 시대 쿼터 따려면 어쩔 수 없어. 개성있는 작품이 좋아. 물론 모방이 창조를 하고 성공도 하지만. 그거는 깊은 내면의 만족은 없다 이거지. 망가져도 정소영, 정진우 감독은 그게 있을 거라는 거지. 최근 한국영화 중에는 맘에 드는 건 없는지, 있다면 어떤 작품인가. 최근에는 없다. 영화는 누구든 찍을 수 있고 만들 수 있으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할 수 없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 나는 흉내내기 싫으니까 그렇게 안 하고 그쪽은 그렇게 가라 이거야. 그래야 발전을 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나도 건들지 말라는 거야. 너희들 그렇게 가는 건 참견 안 하는데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냐고. 코미디언, 방송인이라는 입장에서 영화제작이나 연출을 하는 가장 큰 어려움을 꼽는다면. 전 스탭들이고 배우고 일단 의심부터 하지. 치사하게. 편견이지. 유오성이 그러더라고. 첫날 촬영 끝나던 날.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다고, 형하고 작업을 하면서. 자기도 굉장히 반성하고 쉽게 생기는 편견을 버리기로 했다고. 영화제작자 혹은 영화감독으로서의 본인의 장·단점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 일단 아날로그 세대니까 제작비를 상당히 안 쓴다. 아날로그라서 없으면 대충 넘어간다. 아날로그는 그리고 콘티가 없다. 머릿속에 그림을 갖고 들어가지. 그래서 스탭들이 2회차까지는 헷갈려 한다. 한 3회차까지 가면 안다. 각자 콘티가 그려지지. 그러면 진행이 빨라진다. 아침에 회의 10분 하면 오늘 찍을 분량에 대해 딱 나오지. 그래서 이번에도 속도가 빨랐다. 28회차에 끝냈으니까. 그런 게 장점이고. 단점은 디테일이 아무래도 부족한데 그 부족한 디테일을 중국 세트나 소품으로 보완하고, 미술감독을 좋은 사람 만나서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중국 촬영시 어떤 중국 PD를 기용하는가가 관건이라고 하더라. 이번 프로젝트는 어떠했나. 직접 다 했지. 직접 다이렉트로 붙어서. 중국 애들 모르게 되게 늦게 찍는 척하면서 우리 찍을 분량을 다 찍고. 그러고 나왔지. 그러니까 중국처럼 음흉하게 찍었다. 시나리오 검열문제도 심각하다던데. 사실 부끄러운 게 우리나라보다도 중국이나 북한에서 안 의사를 매우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 덕에 시나리오 검열도 쉽게 갔고 찍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금강산, 평양 시사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밝힌다면. 7월5일날 갔어야 하는데 조문단 파동으로 무산되었다. 우선 금강산에서 남북 공동시사회를 8월23일날 가질 예정이다. 영화를 다시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발이 심했을 것 같다. 애들은 별말 안 하는데 마누라는 반대했지. 내가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는 내 성향이 김구 선생처럼 민족주의다. 좌우 치우치지 않고 우리끼리 잘살자. 미국 놈, 일본 놈, 북한 놈 다 나쁘고 우리끼리 잘살아보자. 나의 내면을 재판받고 싶다고 아내한테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연출이 따로 있었다고 알려졌었다. 어떤 사정이었나. 원래 투자만 하고 빠지려고 했다. 그러다가 다들 못하겠다고 해서 직접 하겠다고 결심했는데 만들기 전에 시끄러워지는 게 싫었다. 하네 안 하네. 찍네 안 찍네. 왜 찍네. 하도 말들이 많아서 다른 사람 앞세우고 내가 찍어버렸다. 항간에 소문처럼 개인적인 재정 상황은 문제가 없는지 궁금하다. 없다. 살 집 있고. 애들 다 키워놨다. 여기서 더 망하면 집 팔아서 전세로 가지 뭐. 애들 시집 장가 보내면 되는 거고, 지들 알아서 취직할 텐데. 이제 대학생인데 아르바이트도 알아서 하겠지. 막말로 마누라랑 나는 농사지어도 되고, 이민 가서 불고기집을 해도 그만이다. 내 얘긴 그런 차원에서 두려움이 없다는 거다. 정 망가져도 통닭집이라도 해서 배달하고. 삼겹살집이라도 하고. 그래도 이름이 있으니 굶기야 하겠어. 배급이 엔터모드인데 주요 배급사와는 접촉하지 않았나. 왜 배급을 CJ나 시네마서비스가 독식하나. 배급회사가 30개는 있어야 돼. 좋은 영화가 있으면 너도 나도 배급할 수 있어야지. 주요 배급사와는 기분 나빠서 안 해. 어리거나 후배한테 가서 내 영화를 왜 부탁해. 쪽팔리게. 개인으로 따지면 인격이 나보다 나아, 돈이 더 많아. 인기가 더 많아. 길거리 다니면 누구를 더 많이 알아봐. 차라리 내가 배급하고 말지. 다음 작품 계획은, 있다면 어떤 내용인가. 바로 간다. 안시성의 양만춘 장군. 되도록이면 남북 합작으로 하고 싶다. 고구려 역사 세우기니까 북한도 참여해야지. 사실 <도마 안중근> 시사회는 둘째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것을 빌미로 접촉해서 꼭 안시성을 하고 싶다. 시나리오 작업이나 세트 부지 물색도 거의 끝나서 세 군데로 좁혀졌다. 그쪽도 협조적이다. 파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별 생각없다. 다만 김선일 사건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이스라엘처럼 엔테베작전 같은 걸 펼치도록 왜 특공대를 보내지 않았을까. 왜 안 구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난 분명히 민족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파병을 하고 안 하고는 별 생각이 없다. 돈 많이 준다면 해도 좋고, 이익이 없다면 안 해도 좋다. 김선일 사건은 파병이랑 상관없이 쳐들어갔어야 한다고 봐. 전쟁도 불사해야 했다고. 단호하게. 두 매체를 모두 거쳐본 입장에서 영화와 TV를 비교한다면. TV야 자빠져서 보건 싸움질하다 보건 관계없다. 영화는 돈 내고 들어와서 정신차리고 보는 거니까. 집에서 아버지한테 삥쳐서 여자친구랑 약속하고 보는 거니까. 만드는 건 내 생각이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찬스는 있다. 영화는 세탁소 하다가도 만들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 TV 스타였다가 충무로로 돌아온 경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것도 웃기는 이야기다. <머저리들의 긴 겨울>이라는 영화로 1978년 충무로에서 처음 시작했다. 그전에는 충무로 스탭이었다. 그리고 85년에 <납자루떼>를 했다. 따지고보면 내가 충무로 1세대다. 그런데 어느날 새로 애들이 나오더니 내가 충무로 사람이 아니고 반충무로래. 나 같은 놈이 안중근이라도 만들면 고맙게 생각해야지. 나 같으면 업고 다니겠다. 서세원이가 방송해서 돈벌어서 싸갖고 와서 이런 좋은 작품 했구나. 그러겠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서세원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영화는 내 고향이다. 스타트도 연출부로 영화에서 했다. 그런데 고향에 돌아온 놈을 왜 자꾸 고향에 왔냐고 묻는 게 어딨냐고. 어느 날 보니 안성기는 국민배우고 나는 안티충무로더라. (옆에서 누군가가) 국민 개그맨이잖아.

할리우드 한국계 형제배우 뜬다

한국계 2세 칼 윤(29.한국명 윤성권)이 보르네오 정글을 배경으로 한 공포 스릴러물 <아나콘다스(Anacondas:The Hunt for Blood Orchid)>로 할리우드에 데뷔한다. 지난 7월 존 조가 <해럴드와 쿠마 화이트 캐슬에 가다>에서 주목을 받았듯 오는 27일 개봉될 칼 윤의 <아나콘다스>도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칼 윤은 007시리즈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북한군 장교로 출연,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릭 윤(33)의 친동생으로 이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에 이름을 올려 사상 첫 한국계 형제배우로 탄생한다. 그는 19일 캘리포니아 할리우드의 필름홍보대행업체 플랫폼 퍼블릭 릴레이션스에서 가진 미디어 인터뷰에서 스크린 젬스가 배급할 <아나콘다스>에서 "형과 전혀 다른 캐릭터로 팬들에게 다가 서겠다"고 말했다. 로레알, 팻 팜, 랄프 로렌 등 미 패션업계에서 모델로 활동하던 그가 연기에 뛰어든 것은 약 10년전. 워싱턴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연극을 공부할 때 같은 과목을 수강하던 여자친구가 '로미오와 줄리엣' 오디션에 응시, 로미오역을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혹시나 하고 나섰다가 덜컥 붙는 바람에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대학 2학년부터는 아예 전업배우로 변신하다시피 했으며 이번에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 출연했던 조니 메스너, <블랙 호크 다운>의 매튜 마스덴 등과 함께 출연, 제법 폼나는 <아나콘다스>에 얼굴을 내밀었다. 아나콘다스는 1997년 미 박스오피스 히트작인 제니퍼 로페즈, 아이 큐브가 주연한 <아나콘다>의 속편으로 피지에서 촬영됐다. "형이 더 많이 알려졌는데..."라는 질문에 그는 "형과 나는 다르다. 네 살 터울도 있지만 학교도 달랐고 성격도 다르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으며 영화에서 우열을 가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짬짬이 운동하길 좋아하는 칼 윤은 근육질로 태권도를 4년동안 수련한 유단자로 복싱, 검도, 유도, 브라질유술, 킥복싱 등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칼 윤은 <아나콘다스>에 이어 올 겨울 배급될 미라맥스사의 고대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포비든 워리어(Forbidden Warrior)>에도 출연한다. 한편 그는 <포비든 워리어>는 "<반지의 제왕>과 <와호장룡>을 한데 묶어놓은 듯한 엄청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