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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빌리지> 도쿄 시사기 [2]

안정된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 △ 앨리스는 신사답고 배려심 깊으며 지혜로운 에드워드 워커에게 같은 원로이자 좋은 이웃으로서 호감을 갖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는 아이비 역을 맡은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다. 와킨 피닉스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루시우스 캐릭터와 반대로, 애초 커스틴 던스트가 하기로 했었던 이 역할은 사람의 육체는 볼 수 없지만 그 내면의 색깔을 볼 줄 아는 강인하고 순수하고 용기있는 캐릭터다. 이를 연기한 하워드는 (아버지 론 하워드의 영화에 크레딧 없이 출연한 한편을 빼고) 난생처음 출연해 주연을 맡은 배우답지 않게 화면을 압도한다. 와킨 피닉스, 에이드리언 브로디 등 젊지만 안정된 배우들과 시고니 위버, 윌리엄 허트, 체리 존스, 브랜든 글리슨 등 노력만으로 도달 불가능한 관록을 획득한 배우들간의 앙상블 연기도 연대감에 가까운 조화를 만들어낸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괴물에 대한 공포, 순수함을 간직한 단순한 삶,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용기와 믿음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빌리지>는 동화적이다. 연결지을 수 있는 주체와 객체가 달라지긴 해도 이 영화의 결말은 빨간 두건 소녀와 늑대의 이야기꼴에 비유할 수 있다. 할머니를 잡아먹은 뒤 할머니인 체 가장한 늑대의 거짓말에 고스란히 속는 빨간 두건 소녀. <빌리지>는 바로 그 거짓말을 믿는 빨간 두건 소녀들에게 마을의 미래를 건다. 조금만 용기를 내도 깨달을 수 있는 진실은 숲 너머에 존재하고 무기력한 아이들은 지하실에 뛰어들어 어른들의 품자락에 몸을 감추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믿는다. 늑대와 샤말란의 마을이 다른 점은, 늑대는 빨간 두건 소녀를 해치려는 의도를 가졌고 샤말란의 마을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졌다는 데 있다. 숲을 지나 이웃 마을에서 약을 구해온 아이비는, 실신 상태에 빠진 루시우스에게 힘차게 말을 건넨다. “나 돌아왔어!” 그 말 한마디가 마을의 균형을 되찾아주고 아이비의 큰 결심을 대변한다. 그녀는 믿기로 한다. 그리고 그 믿음에 따를 것이다. 샤말란은 <빌리지>가 “가장 개인적인 영화이자 관객의 뇌리에 가장 깊이 남을 영화”라고 설명했고,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영화의 궁극적인 목표와 자기만족적 드라마의 깊이 사이에 표리부동한 관계를 지적했다. “샤말란은 마을을 둘러싼 설정들과 관련해서는 근본적인 이슈들을 파고들지 않는다.” 항상 전작보다 더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샤말란의 <빌리지>가 너무 많은 계산과 야심을 두고 출발했기 때문일까. 본인 스스로 개인적이고도 간절하다는 이번 기도가 진실한 감동이 될 지, 반전을 위해 모든 걸 희생시키는 단순한 계산에 불과할 것일지는 9월24일 이후 당신의 오감으로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인터뷰] “익숙하지 않은 것, 그것이 공포다” “영화를 만든다는 건 스타벅스 커피를 파는 것과 같은 비즈니스다.” 그의 영화가 언제나 단순명백한 상징과 은유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샤말란 감독은 자신의 일을 적나라한 비유로 정의했다. M. 나이트 샤말란은 <식스 센스> 이후 맺어온 디즈니와의 두터운 관계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퇴색시키지 않으면서도 전작 세편(<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 <싸인>)으로 13억달러의 전세계 흥행 수익을 거둔 감독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8월25일 도쿄의 파크 하야트 호텔 스위트 룸에서 진행됐다. 자신의 입술 색깔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밝은 핑크빛 실크셔츠 차림에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답게 훤칠한 품새와 우아한 자신감을 몰고 등장한 샤말란은 자신이 스필버그에 비견되는 상업적 감성과 영리한 계산 또한 타고났음을, 기자들을 향한 답변 속에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번 영화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매번 똑같은 것을 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난 매번 전작과 다른 걸 하려고 하고, 전작보다 강하게 어필하려고 노력한다. 내 모든 영화는 전작에 대한 리액션으로 만들어진다. <언브레이커블>은 <식스 센스>에 대한 리액션으로 더 반항적이고 거칠게 만들려고 했고, <싸인>에서는 <언브레이커블>에 대한 리액션으로서 팝콘을 먹으면서 스릴의 고조를 즐기도록 만들려고 했다. 이번엔 좀더 중요한 이슈를 다루면서도 감정적으로 훨씬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로맨스 역시 그 과정에서 생겨난 설정이다. 전작보다 강하게 어필하려고 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 한 영화의 성공은 마약과 같다. 성공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만화책을 정말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 맨>의 연출 제의를 거절했다. 그건 성공이 보장된 프로젝트였고 위험을 감수할 만한 요소가 별로 없었다. 그에 비한다면 <빌리지>는 대스타가 없고 이야기도 더 복잡하다는 점 등에서 감수해야 될 위험 요소가 많았다. 난 그 점에 매료됐다. 나에겐 감수해야 할 위험이 클수록 성공했을 때의 기쁨도 크다. 전에는 초자연적인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영화는 인간적인 면들이 더 부각돼 있다. <빌리지>의 초자연적인 힘은 사랑이다. 그래서 어떤 비평가들은 나보고 “더 성숙해졌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는 전작들과 달리 복잡성(complexity)을 띠고 있다. 주제, 감정, 캐릭터 등이 이전보다 다층적이고 다양하다. 내 생각이지만 관객들의 뇌리에도 이번 영화가 더 깊이 남을 것 같다. 내 바람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빌리지>는 전작들에 비해 훨씬 야심찬 영화다. 전작보다 강한 반전을 만들어야 된다는 스트레스에서 그런 복잡성이 비롯된 것은 아닌가. 두 가지를 대답하고 싶은데, 우선, 맞다. 반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 복잡한 요소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영화를 만들 때 염두에 두는 여러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다. 또 하나의 대답은 그림과 비교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림은 늘 같은 모티브로 그려진다. 화가들은 대개 하나의 모티브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 이번에 프랑스에 가서 본 드가의 그림들도, 그 많은 것들이 전부 발레리나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까도 말했듯 항상 전작과 달라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사람들도 내 이름이 붙은 영화를 보러 올 땐 다른 감독의 영화들과는 다른 기대를 하고 온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계속 다른 메뉴를 만들어 파는 스타벅스 커피와 같다. 그건 비즈니스다. 숲속 괴물의 모습은 어떻게 떠올린 것인가. <싸인>에서는 인간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괴물을 표현하려 했다면 <빌리지>에서는 실제로 있지 않은 또 다른 종류의 생물체를 생각했다. 중세적인 느낌과 더불어, 숲속에 사는 생물체이기 때문에 인간보다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숲속의 괴물들이 인간보다 더 영리할 거라고 생각한다. 당신에게 공포란 무엇인가. 모르는 것(unknown), 익숙하지 않은 것(unfamiliar)이다. 모르는 도시에 갔을 때, 혹은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게 됐을 때 우린 공포심을 느낀다. (웃음) 방에 늘 걸려 있는 그림들이 어느 날 전부 거꾸로 되어 있을 때도 우린 소름이 돋는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익숙한 것만 찾으려는 건 생물학적인 보호 본능이다.

[현지보고] 뉴욕커들의 새로운 발견, 오! 한국영화

뉴욕한국영화제와 AAIFF, <바람난 가족> <살인의 추억> 인기 뉴욕의 대표적인 아시안영화제인 제4회 뉴욕한국영화제(8월13∼19일)와 제27회 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AAIFF, 7월16∼24일)가 한달 사이로 맨해튼 아시안 전용극장 이매진아시안시어터(IAT)에서 열렸다. 매년 최신 한국영화를 뉴욕에 소개하고 있는 뉴욕한국영화제는 IAT와 브루클린의 BAM 로즈시네마(8월20∼22일)에서 총 15편의 장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소개했다. 미국은 물론 해외 아시안 영화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AAIFF는 IAT 외에도 맨해튼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100여편의 장·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의외의 복병 <여섯개의 시선>, 유쾌한 폭소 <지구를 지켜라!> 영화제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행사의 인기 작품은 단연 <바람난 가족>과 <살인의 추억>. 주간지 <빌리지 보이스>와 주간잡지 <타임 아웃 뉴욕> 등이 호평한 이 두 작품은 관객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20, 30대 관객이 많았던 이번 행사에서는 이외에도 <지구를 지켜라!> <말죽거리 잔혹사> <원더풀 데이즈> <클래식> 등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의 복병은 페스티벌쪽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옴니버스 작품 <여섯개의 시선>. 미디어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맨해튼과 브루클린 극장 양쪽에서 모두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이번 행사에는 <원더풀 데이즈>의 김문생 감독과 의 이종혁 감독,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초청돼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김 감독은 영화제에서 <원더풀 데이즈>를 관람한 한 뉴욕 베이스 프로듀서로부터 작품 제의를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감독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작품 속 캐릭터의 심리상태를 궁금해하는 관객의 질문이 이어졌고, <지구를 지켜라!> 상영 전에는 장 감독이 때밀이 수건과 물파스를 직접 관객에게 나눠줘 폭소를 자아냈다. 한편 올해의 가장 큰 변화로는 지난해 코리안필름포럼(KoFFo)과 공동 주최를 했던 삼성전자가 단독 주최를 한 것. 유학생과 재미동포로 구성된 KoFFo는 영화제의 직접적인 운영을 더이상 하지 않으며, KoFFo의 일부 멤버들로 구성된 ‘미디어뱅크’가 실질적인 운영과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미디어뱅크의 조윤정씨는 “미디어뱅크로 탈바꿈한 뒤 멤버가 바뀌고, 회사 설립 이후 첫 프로젝트라 부담감이 있었다. 이전 영화제들에 비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이랄까”라며 “관객의 호응 면에서나 미디어뱅크를 알리는 데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디어뱅크는 영화제를 알리기 위해 3회 파티를 개최했고, 영화제 트레일러를 로컬 뉴스채널 NY1과 한국 케이블 방송 TKC에 내보냈으며, 기자회견과 패널디스커션 등의 다양한 행사도 마련했다. 앞으로 영화배급을 기획하고 있는 이들은 올해 상영작 중 하나인 <영매>의 판권을 논의 중이다. AAIFF, 한국영화와 재미동포 참여 작품의 약진 해가 거듭될수록 더욱 참신한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는 AAIFF에서는 올해 특히 한국과 재미동포들의 작품이 크게 늘어 눈길을 끌었다. 재미동포 또는 한국 유학생들의 장편 중에는 1992년 LA폭동 10년 뒤를 다룬 김대실 감독의 다큐멘터리 와 한인배우 존 조가 주연을 한 대니 레이너 감독의 코미디 <해롤드와 쿠마, 화이트 캐슬에 가다>, 미군과 결혼한 뒤 40년간 미국 생활을 해온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이호섭 감독의 다큐멘터리 등이 있다. 이외에도 2004년 선댄스영화제 선정작품인 박진호 감독의 단편 실험작 을 비롯해 박미나 감독의 , 그렉 박과 수지 이 감독의 , 차은희 감독의 , 김송이 감독의 , 애나 상 박 감독의 , 박혜정 감독의 , 헬렌 조 감독의 , 김찬수 감독의 , 장일향 감독의 , 박재우 감독의 등의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들이 소개됐다. 한국 작품으로는 김은숙 감독의 <빙우>와 김학순 감독의 <비디오를 보는 남자>,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 그리고 권오성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강아지똥>이 상영됐다. 2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 7월15일에 개관한 이매진아시안시어터는 아시안영화 전용 개봉관으로 미디어 회사 이매진아시안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한다. 이미 10년 계약을 체결한 이 극장은 기존 극장과 차별을 두기 위해 영화관람 중 관객이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을 따로 마련했으며, 스넥바에서도 아시안 스넥을 판매한다. 이 극장은 7월16일 AAIFF을 시작으로 <해롤드와 쿠마, 화이트 캐슬에 가다> 상영을 비롯해 미이케 다카시의 회고전 ‘미이케 매드니스’, 뉴욕한국영화제 등을 개최했다. 9월3일부터는 <태극기 휘날리며>(Tae GuK Gi)를 2주간 상영하며, 애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2>와 <이노센스>도 개봉할 예정이다. 또 11월부터는 현재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발리우드영화들을 대거 상영할 계획이다. 한국영화의 지속적인 소개, 평단의 관심으로 이어져 미국 내 한국 개봉작은 지난 2∼3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2일 개봉된 뒤 8월26일 현재 23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이어 9월3일부터는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역시 소니픽처스클래식스의 배급으로 개봉된다. 이 작품은 뉴욕과 캘리포니아주는 물론 하와이, 워싱턴, 일리노이, 워싱턴 DC, 버지니아, 메릴랜드주 등 25여개 극장에서 소개된다. 지난 5월7일 일주일간 한정 개봉된 <오아시스>는 1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 2년간 미국 개봉 작품으로는 <취화선>과 <집으로…> <고양이를 부탁해> <섬> 등이 있다. 한편 이같이 지속적인 미국 내 개봉과 페스티벌을 통한 소개로 이제는 미국 영화평론가들의 평론에서도 해당 감독들의 다른 작품을 예시로 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빌리지 보이스>의 에드 박은 이번 뉴욕한국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반드시 봐야 할(must-see) 작품으로 평가하면서, 봉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언급했다. <타임 아웃 뉴욕>의 데이비드 피어는 올 뉴욕한국영화제에서 <여섯개의 시선>을 꼽고, 이중에서도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를 ‘베스트 오브 페스티벌’로 평했다. 피어는 이와 함께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 감독의 <올드보이>와 초기 새로운 발견이라 할 수 있는 작품(an earlier breakthrough film) <복수는 나의 것>을 예로 들면서, 한국영화의 크로스오버를 점치기도 했다. 이매진아시안시어터의 책임자 마이클 홍 인터뷰 “아시안영화, 미국 주류에 소개하고 싶었다” NYKFF와 AAIFF이 개최된 이매진아시안시어터의 책임자 마이클 홍(37)은 지난 8월30일부터 미국 일부 지역에서 24시간 팬아시안 방송을 시작한 이매진아시안엔터테인먼트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이매진아시안 TV와 극장 홍보를 위해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응해준 그는 어려 보이는 얼굴에도 불구하고 파라마운트와 스펠링엔터테인먼트, TBS 미디어 매니지먼트, 넬슨미디어리서치 등 미디어 대기업에서 12년간 마케팅과 배급, 프로그래밍, 리서치 등의 분야 중역진을 맡아온 베테랑이다. -뉴욕의 대표적인 아시안영화제라 할 수 있는 NYKFF과 AAIFF를 어떻게 모두 유치할 수 있었는지. =두 경우 모두 이매진아시안의 뉴스를 접한 영화제쪽 관계자들이 먼저 제안했다. 아시안엔터테인먼트를 미국 주류에 소개한다는 측면에서 극장의 컨셉과도 잘 맞아 영화제 호스트에 동의했다. 그리고 같은 목적을 가진 단체로서 서로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TV와 라디오 방송 외에도 극장 운영에까지 뛰어든 배경은. =어릴 때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아시아영화를 많이 봐 추억이 많다. 하지만 이젠 그런 극장이 없다(차이나타운 ‘뮤직팰리스시어터’, 2000년 폐관). 영화만큼 문화를 빨리 알릴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해 극장 구입을 결정했으며,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일정 지역이나 나라를 선정하지 않고 팬아시아를 대상으로 해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갖고 싶었다. -7월15일 극장 개관 뒤 한달이 좀 지났다. 지금까지의 반응은. =반응은 상당히 좋다. 아시안 미디어쪽이나 뉴욕과 인근 지역의 아시안 커뮤니티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아시안 이민자 외에 일반 관객을 유치하고 싶어서 일부러 차이나타운이나 코리아타운 인근이 아닌 장소를 찾았다. 아시안영화를 좋아하는 핵심 관객은 장소와 상관없이 찾아온다고 믿었고, 예상대로 고정 관객 외에 일반 관객도 늘고 있다. -TV 방송이 시작됐는데, 뉴욕은 없는 것 같다. =지난 8월30일부터 오전 6시부터 24시간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지역은 시애틀과 캘리포니아주 벤추라 카운티, 라스베이거스, 미니애폴리스, 애틀랜타 등이다. 헤드쿼터가 있는 뉴욕시와 샌프란시스코는 내년 중에 방송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MBC, SBS, CJ, 시네마서비스, 튜브엔터테인먼트, 미로비전 등에서 일부 드라마와 영화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일본과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의 드라마와 영화 등도 방송된다. -현재 미국 경제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데 이에 따른 문제는 없는지. =재단이나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자금을 해결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광고유치로 운영할 계획이다. 사실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반응도 좋고, 추진 중인 프로젝트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상당히 희망적이다. 지난 5월에 회사를 설립한 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직원이 4명이었는데, 지금은 60명으로 늘어났다. 약간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말까지 극장 2개를 더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저지주 에지워터의 한 시어터와 이야기 중이며, 이외에도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추진 중이다. 이매진아시안은 극장만이 아니라 TV,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크로스 프로모션의 효과를 높일 수 있어 큰 기대가 된다. 나아가서는 영화제작과 자체 영화사도 기획할 예정이다.

어린 선재, 업그레이드 이상무! <알 포인트>의 오태경

스물셋 청년에게 대단히 실례되는 말이지만, 오태경은 참 잘 자랐다. 열살 꼬마에겐 요령부득이었을 <화엄경>에서 몸은 소년이면서 부처의 마음을 품은 선재를 연기하며 영화와 맺은 인연을, 요란하진 않지만 진득한 애정으로 가꿔온 그가 건장한 ‘국군 아저씨’가 되어 <알포인트>로 돌아왔다. 어머니에게 소 한 마리 사드리겠다는 소박한 희망으로, 실종자 수색 작전에 참여하는 막내 장 병장 역의 오태경은 이즈음 <알포인트>의 흥행이슈만큼이나 뜨겁게 거론되는 배우. 늦더위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나타난 오태경은 “영화가 잘돼서 너무 좋다”고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도, “싸이 미니홈피에 1촌 신청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고민”이라고 난처한 기색을 보인다. 16년 경력 연기자 오태경은 처음 치르는 ‘유명세’에 영 적응이 안 된다는 표정이다. 다 지난 얘기지만, <알포인트>의 제작과정엔 우여곡절이 많았고, 작품 속 오태경의 운명도 그랬다. 애초 주어진 역할은 장 병장이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유 일병이라는 인물로, 제일 먼저 공포를 감지하고 미쳐가는 ‘쎈’ 연기를 보여주게 돼 있었다. 막상 캐스팅 결정이 나니까 겁이 나서 발을 빼려 했단다. “쫄았던 거죠. 바보처럼.”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연되는 동안 ‘엎어졌다’는 소문을 듣고 ‘그런가 보다’ 했는데, 다시 연락이 왔다. 역할은 장 병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른 가슴앓이를 하는 소년이죠. 돈 벌겠다고 형 영장 들고 군대 오고, 완전히 꼴통이잖아요.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나 향수가 더 사무쳐 보인 것 같아요.” 폭염과 강행군의 3개월, 캄보디아에서의 시간들이 더 힘겨웠던 건, ‘형님들’과의 앙상블을 위해 2배로 열심히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형님들이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다른 욕심을 낼 수가 없었어요. 따라가기 바빴으니까.” 틈틈이 족구도 하고 포커도 하고 맥주도 마시던 ‘그 시절 그들’과의 ‘끈끈한 추억’이 그에겐 작품 못지않은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다. 그간 <화엄경>의 선재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조금씩 자라왔다. <육남매>의 첫째, <허준>의 아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이요원의 남자친구, <올드보이>의 어린 오대수,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의 순진한 고등학생 등이 그가 거쳐간 인물들. 7살 때 “극성맞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억지로’ 연기에 발을 들였지만, 스스로 연기를 재밌어하고 좋아하게 된 건 <육남매>부터다. “공부도 안 했고, 기술도 안 배웠고, 할 수 있는 게 연기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재밌어지기 시작했고요.” 주로 어른스러운 역할만 했지만 오태경은 그의 분신들이 실제 자기 모습과는 딴판이라고 잘라 말한다. “오죽하면 친구들이 저더러 이중인격자라 그러겠어요.” 그러면서도 <알포인트>의 마지막 독백신만큼은 장 병장과 오태경을 구분지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일부러 리허설도 안 했어요. 대사 연습만 하고 슛 들어갔는데, 눈물이 철철 쏟아지는 거예요.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 떠오르면서, 3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지더라고요. 촬영 끝나고도 한참을 울었어요.” 오태경은 일찍 연기를 시작했지만, 방황하던 사춘기를 제외하면, 자기 페이스를 잃은 적이 없다.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 중에서 오디션 없이 합류한 작품 없고, 아역배우로 얼굴 알려졌다고 못한 일도 없다. 스스로 용돈 벌어보겠다고 고깃집, 호프집,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기서 왜 이러고 있냐”는 뜨악한 반응에 “일하는 거다”라고 태연하게 응대한 일도 여러 번이다. 그리고 지금의 바람은 ‘아역 탈피, 성인 신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배우’가 되는 것이다. “아역은 아역일 뿐이죠. 저는 지금 성인이거든요. 역할 가리고 싶지 않아요. 연기가 좋아지면 차차 바뀌어가겠죠. TV 오락프로 출연해서 인지도 쌓는 것도 좋겠지만, 거기선 제가 인정받을 게 없거든요. 돈은 많이 안 벌어도 돼요. 영화 보고 나오면서 사람들이 ‘역시 오태경’이라고 인정해주는, 그런 배우가 될 때까지 저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요.” 그랬다. 오태경은 듬직한 성인이 돼 있었다.

[베니스 2004] 베니스는 한국 영화 세계화의 창구

11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제61회 베니스 영화제는 <빈 집>의 김기덕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주며 한국 영화계와의 끈끈한 인연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우리나라가 3대 영화제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 영화제의 문을 처음 두드린 것은 81년. 이두용 감독의 <피막>이 첫 경쟁부문 진출작이었다. 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특별상(은곰상)을 차지한 베를린 영화제에 비하면 20년 늦은 것이지만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처음으로 경쟁부문 리스트에 올린 칸영화제에 견주면 19년이나 빠른 것이었다. 그로부터 6년 뒤 <씨받이>가 경쟁부문에 초대받아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한국 영화사상 최초의 세계 3대 영화제 주요부문상 수상으로 임권택 감독과 주연배우 강수연이 각각 '국민감독'과 '월드스타'라는 다른 이름을 얻는 순간이었다. 그 뒤 임권택 감독은 <아다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서편제> 등으로 해외 영화제 수상행진을 펼쳤고 강수연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베니스와 우리 영화가 다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한국 영화가 본격적인 중흥기에 접어든 90년대 말.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99년)을 시작으로 김기덕 감독 <섬>(2000년)과 <수취인불명>(2001년),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사진)(2002년),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년), 김기덕 감독의 <빈 집>과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2004년)에 이르기까지 6년 연속 경쟁부문 진출작을 냈다. 이 가운데 <오아시스>는 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 그리고 비공식 부문상인 미래비평가상, 국제영화평론가연맹상, 세계가톨릭협회상을 받았고 <빈 집>은 신인배우상을 제외한 4개상을 똑같이 차지했다. 2001년에는 신인 감독이나 대안 영화를 대상으로 '현재의 영화'라는 또다른 경쟁부문을 마련했는데 그해 송일곤 감독의 <꽃섬>이 초대됐고, 이듬해 '업스트림'으로 이름을 바꾼 이 부문에서 한국의 디지털네가가 제작하고 홍콩의 프루트 챈이 연출한 장혁 주연의 <화장실 어디예요?>가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사에서 유럽의 창구 역할을 해오며 임권택, 김기덕, 이창동 등을 세계 무대에 소개해온 베니스 영화제가 앞으로 또 어떤 감독을 주목할지 자못 궁금하다. (서울=연합뉴스)

상하이에 부는 ‘김희선 바람’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上海)에 `김희선 바람'이 뜨겁다. 난징(南京)로 등 시내 중심가는 물론 웬만한 거리의 미용실, 성형외과 병원등에는 어김없이 한국의 탤런트 김희선의 사진이 내걸려 있고, 청소년 사이에서도 김희선과 관련된 소식이 `핫뉴스'로 부상하곤 한다. 중국인들에게 가장 영향력있는 매체 가운데 하나인 소후 닷컴이 최근 `한국 최고의 미녀배우는 누구인가'를 묻는 조사에서도 단연 김희선이 1위에 올랐다. 상하이의 최대 인터넷사이트인 둥팡에도 김희선의 자세한 프로필과 과거 출연작들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을 정도다. 특히 최근 유명한 성룡과 함께 순수제작비만 350억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인 <더 미스>에 출연하며 상하이에서 촬영작업을 하기도 했던 김희선의 동정은 연일 상하이 연예가의 톱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상하이 연예가는 김희선을 "고전물과 현대물을 두루 잘 소화할 수 있는 한국의 대표 미녀"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당신을 김희선처럼'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김희선처럼 예뻐지길 원하는 여성고객을 끌어들이는 상술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김희선을 대표적인 `성형미인'으로 오해하도록 하는 표현이 난무해 한때 김희선 기획사에서 일부 성형외과를 상대로 법적인 대응을 고려하기도 했다. 한편 소후닷컴은 김희선에 대해 `한국 제일의 여배우'라고 소개한 것과 마찬가지로 최지우, 송혜교, 이영애, 전지현 등 대표적인 한류(韓流) 여배우들에 대해서도 예쁜 애칭을 붙여주었다. 예를 들어 `절세가인 최지우'를 비롯해 `어여쁜 보배 송혜교', `산소미녀 이영애', `엽기녀 전지현' 등의 표현으로 한국 여배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상하이=연합뉴스)

[비평 릴레이] <연인>, 정성일 영화평론가

장이머우의 ‘무협’ 낭만은 파시스트적 매혹일뿐 “장이머우가 이렇게 되는 건 필연적인 일입니다. <붉은 수수밭>이나 <홍등>에서 이미 그런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장이머우가 <영웅>같은 블록버스터를 찍는 것은 이상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장이머우는 영웅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예술영화로는 영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또 다른 영웅이 되려는 것입니다. 장이머우는 이런 가치관, 그 중에서도 할리우드의 오스카 콤플렉스가 무척 심한 것 같습니다. (중략) <영웅>은 영웅이 되기 위해 노예가 되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베이징 지하전영 세대인 지아장커는 중국 영화 제 5세대인 장이머우의 <영웅>에 대해서 맹렬한 적개심을 보였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그건 일종의 변절이다. 그런데 장이머우는 거기서 더 나아가고 있다. 그의 두 번째 무협영화 <연인>은 거의 점입가경이다. 장이머우의 시나리오는 부분적으로 <무간도>를 연상케 하는 ‘언더커버’의 반전(의 반전)이 계속되지만 따분하게도 이미 눈치 챈 다음이며, 중국 산수화에 기댄 풍경들은 <와호장룡>을 연상케 하면서 그에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제작자 빌 콩은 장이머우에게 곽재용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시나리오를 보여주었을지도 모른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바람’의 운명론) 게다가 정소동의 무협액션 장면들은 (<매트릭스>의) 원화평의 ‘따분한’ 카피 버전이다. 그러나 그 어느 대목에서도 넋을 빼앗거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 이제는 인정을 해야 한다. 장이머우는 무협영화에 재능이 없다. 그런데도 그걸 하고 싶어한다. 그건 무협영화라는 이 장르가 신화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서 장이머우는 신화를 새로 쓰고 다시 창조해내는 영웅이 되고 싶어한다. 혹은 영웅을 찾아 나선다. 장이머우는 정확하게 홍콩 무협영화가 신화의 죽음을 선언한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사실상 왕자웨이가 질서를 잃은 플래시백의 기억과 스펙터클, 김용과 SFX, 세트와도 같은 모래사막 위에 세워진 한 채의 객잔에서 <동사서독>을 만들었을 때 무협영화는 거기서 끝난 것이었다. 그 다음은 후일담이다. 홍콩의 쉬커(서극)는 그 전통을 리메이크하거나(<칼>), 대만의 리안은 회고하였다(<와호장룡>). 그러나 중국의 장이머우는 반복한다. ‘어떤’ 의미에서 <영웅>은 <동사서독>에 역사를 부여한 원형이판본이고, ‘그런’ 의미에서 <연인>은 <와호장룡>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동어반복이다. 왜 그럴 필요가 생겨난 것일까? 중국어권 영화에서 무협영화는 미국에서 서부극과 같은 장르이다. 서부극은 결국 미국 자본주의의 신화이며, 남북전쟁의 선악의 도덕이며, 이민자들의 거짓 역사이다. 무협영화는 중국 본토에로의 향수이며, 사회주의 중국 ‘이전’의 추억이며, 망명의 신화이다. 그러므로 이 신화는 절대적으로 타자의 담론이 일으키는 소란이다. 그러나 그것을 중국에서 만들 때 무협영화는 역사의 거짓 건설이며, 신화의 (이데올로기로서의) 역사화가 된다. 장이머우는 지금 중국 인민들에겐 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혹은 중국어권 문화의 거대한 통일에로의 욕망을 겨냥한다. 장이머우의 변절은 우스꽝스럽지만 그것은 위험한 제국주의가 꿈꾸는 무아지경의 자기최면술이다. <연인>의 낭만주의는 정확히 그 자리에 있다. 그 미학적 낭만주의는 파시스트적인 매혹이다. 발터 벤야민의 경고이다.

김상진표 코미디영화의 새로운 시도, <귀신이 산다>

“넌 꼭 네 집을 사야 한다.” 지긋지긋한 셋방살이를 마감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나는 아버지가 외아들 필기(차승원)에게 남긴 유언은 다름 아닌 ‘내집 장만’이었다. 버젓한 조선소에서 기사로 일하는 그가 야간엔 대리운전을 하며 ‘투잡스’ 대열에 낀 것도, 슈퍼마켓에서 부득불 10%를 깎아대는 알뜰한 생활을 한 것도 따지고보면 아버지의 유언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거제도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을 장만하게 된 필기가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린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그 집에는 딱 한 가지 사소하다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으니, 그건 귀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기가 아무리 ‘귀신 잡는 해병’ 출신이라지만 소파를 춤추게 하고 식칼을 날려보내며 ‘이 집에서 나가라’고 협박하는 귀신의 존재는 두려움 그 자체다. 피눈물 모아 애써 마련한 집을 귀신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한 필기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김상진 감독의 7번째 영화 <귀신이 산다>는 <주유소 습격사건> 이후 어떤 틀로 굳어진 ‘김상진표 코미디’와 궤를 달리한다. <주유소…> <신라의 달밤> <광복절특사>가 공히 아이러니한 상황 속을 좌충우돌하며 휘젓고 다니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난무’(亂舞)형 코미디였다면, <귀신이 산다>는 CG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볼거리와 슬랩스틱 연기에 의존하는 코미디다. 박영규가 <링>의 사다코처럼 TV 브라운관 밖으로 기어나온다든가, 필기의 손과 발이 뒤바뀌는 장면 등은 완벽하게 표현되진 않았지만 감독의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귀신이 산다>가 힘을 쏟는 지점은 코미디 코드나 호러영화 스타일의 ‘서프라이즈 효과’가 아니다. 필기가 이 집에 더불어 살고 있는 연화(장서희)의 존재를 보게 되면서 비로소 시작되는 ‘원귀의 해원(解寃)’이라는 멜로드라마 코드야말로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야심이며, 여타 김상진 감독 영화와의 가장 뚜렷한 변별점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구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승을 헤매는 연화의 이야기는 우리 전통 괴담에서 흔히 등장하는 플롯이지만 멜로드라마 구성이 꽤 단단해 그 절절함은 상투성을 넘어서는 구석이 있다. 귀신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묘사하는 것 또한 흥미로운 점이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장 반장(장항선)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귀신이 산다>의 귀신들은 악의를 품고 있기보다는 이승에 대한 미련이 남은 안타까운 영혼들이다. 하지만 <귀신이 산다>를 ‘잘 만든 따스한 코미디’로 보기에 어려운 점들도 많다. 귀신으로부터 자신의 집을 사수하려는 한 남자의 분투기로 시작한 이 영화는 귀신과의 우정과 해원이라는 이야기로 궤도를 갈아타는 듯하더니 또다시 악덕 부동산 업자와의 대격전으로 뜬금없이 흘러간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 필기라는 캐릭터 또한 모호해진다. 그가 연화의 한을 풀어주려는 것은 집을 지키기 위함인가, 연화와의 우정 때문인가. 한때 집을 팔기 위해 안달했던 필기가 부동산 업자와 철거반에 맞서는 건 연화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선가,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기 위해선가. 이처럼 필기가 행동하는 근거가 애매해지면서 영화는 집중력을 잃어버린다. 어쩌면 김상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할 이야기가,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지도 모른다. “단순한 캐릭터 혹은 상황 코미디를 넘어서… 새로운 코미디 장르의 진화를 예고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감독 자신의 포부를 무시한다 하더라도 <귀신이 산다>는 김상진 감독 필모그래피의 ‘2기’를 마감하고 ‘3기’를 여는 과도기의 영화일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 변화의 방향은 자칭 타칭 ‘쌈마이영화’로부터의 탈출과 탄탄한 드라마 구조와 다양한 영화적 장치를 확보한 새로운 코미디의 개발일 것. 그렇다고 기발한 상황설정이나 확실한 캐릭터 같은 김상진 감독 특유의 강점마저 포기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변화가 심하다 해도 <귀신이 산다>가 김상진 감독의 영화임을 알아차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신라의 달밤>에 나왔던 ‘허공 발차기’ 장면이나 <주유소…> 이후 빠지지 않는 집단난투 장면, 김상진 감독 자신의 출연, 그리고 스톱모션으로 처리된 엔딩신 등이 ‘낙관’처럼 곳곳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한발 더 나아가 <주유소…>에서 박영규가 “아마 나는…” 하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을 패러디하는 ‘자기반영 유머’까지 선보인다. 이 장면들을 애교로 받아들이든 자아도취로 받아들이든, 그건 보는 이의 자유겠지만. :: <귀신이 산다>의 연기자들 인어아가씨, 왕년의 청춘스타, 연극배우 총출동 <귀신이 산다>는 김상진-차승원 콤비의 세 번째 영화다. ‘찰떡궁합’이라는 말이 상투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에서 차승원의 개인기는 빛을 발한다. 하지만 차승원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에는 다른 연기자들의 도움 또한 큰 영향을 발휘했을 터. <귀신이 산다>에서 우선 눈에 띄는 배우는 귀신 이연화 역의 장서희다. <인어아가씨>의 은아리영의 이미지를 벗고 영화 전업을 선언한 그는 못다 이룬 사랑 때문에 필기의 집에 붙어살며 이승을 떠도는 귀신으로 나온다. 2002년 장길수 감독의 <초승달과 밤배>에 출연했으나 아직 미개봉 상태라 이 작품이 사실상 영화 데뷔작인 셈이다. 그는 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장에서 “순발력을 요하는 TV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해 어려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미 김상진 감독으로부터 계약금 ‘1만원’을 받았다며 그의 차기작에 출연할 계획 또한 암시했다. 유덕화 등과 함께 서극 감독의 <칠검하천산>에 출연할 예정이기도 하다. 미스코리아 출신 손태영도 필기의 애인 수경 역을 맡아 스크린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수경은 연화의 훼방으로 필기와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끝내 필기를 감싸는 ‘대가 센’ 여인. 또 하나 반가운 배우는 악덕 부동산 업자로 출연하는 왕년의 청춘스타 진유영이다. 7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얄개 시리즈’를 통해 이승현, 김정훈 등과 함께 청춘 스타로 군림했던 그는 80년대에는 감독을 겸업하며 <인간시장> 시리즈 등을 만들어 액션스타로 거듭났던 인물이다. 이후 방송 외주 제작사를 꾸려 <도전! 지구탐험대>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1991년 <인간시장3> 이후 1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는 <귀신이 산다>에서 예전처럼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변영주 감독의 <발레교습소>에서는 주연인 윤계상의 아버지로 출연한다. 필기에게 연신 추파를 던지는 슈퍼 아줌마로 출연하면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황석정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날 보러 와요> <상사주> 등으로 대학로 무대에 올랐으며, <정글쥬스>에서 갈매기파 우두머리로 나오며 영화계에 데뷔했다. <마지막 늑대> <바람의 전설>에서도 인상적인 조역을 맡았다. 장 반장 역의 장항선이나 필기 아버지 역의 윤문식, 연화 남편 역의 장현성 등도 영화의 맛깔을 살려주는 데 큰 몫을 했다.

[충무로는 통화중] 인터넷 펀드 ‘불법 스캔들’

<천사몽> <눈물> 등이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긴 했지만 <반칙왕> <친구> <해피엔드> <바람난 가족>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네티즌 펀드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자 투자금 모집 방법으로 각광받았다. 강제규&명필름의 <안녕, 형아> 인터넷 펀드 모집이 불법이라는 주장이 흘러나오면서 인터넷 펀드가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안녕, 형아>의 순제작비 19억5천만원을 인터넷으로 모집하겠다는 모 일간지 광고가 지난 9월7일 나간 뒤 맥스무비와 머니투데이는 금융감독원이 네티즌 영화펀드를 불법이라고 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이야기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위법 여부를 검토 중이다. 무엇이 위법인가. 지난해까지 없던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이 올 1월부터 시행되면서 명필름의 신작 <안녕, 형아>의 순수제작비 전액 인터넷 공모는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이 법에 따르면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영화, 음반 등에 투자할 목적으로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집, 펀드를 구성·운용한 뒤 수익을 분배하는 간접투자는 위법”이다.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야 직접투자라는 것이다. 명필름 주장은 또 다르다. “영화펀드는 직접투자이므로 간접투자 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엇갈린 법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불법’이란 단정적 표현은 너무 빨리 나왔다. 명필름은 영화 <안녕, 형아> 인터넷 펀드 관련 일부 언론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벌써 불은 난 뒤다. 명필름은 <안녕, 형아> 인터넷 펀드의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저촉 여부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토와 그에 따른 공식적인 유권해석이 2∼3일 뒤에 내려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대가 꼭 들어맞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업무팀 박삼철 팀장에 따르면 검토 시간이 꽤 오래 지체될 전망이다. “위법으로 보이지만 금융적 문제만도 아니고 외부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신중한 자세다. 앞으로 인터넷 펀드를 수시로 운용해 제작비를 모으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대박’ 드라마에 방송사 웃고 제작사 울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중국 사람의 낮춤말)이 번다고 했던가. 방송사의 외주제작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외주제작사들이 이른바 '대박' 드라마를 제작하고도 남는게 없는 반면 방송사들은 앉아서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톱스타 비와 송혜교를 전면에 내세워 인기를 끈 KBS 드라마 <풀하우스>가 광고 순수입으로 36억2천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금액은 광고 총수입 43억8천여만원 중에서 방송발전기금 1억5천만원(광고총액의 3.5%), 방송광고공사 운영비 6억1천여만원(광고 총액의 14%)를 제외한 것이다. 여기에 KBS는 <풀하우스> 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에 제작비로 16여억 원을 지출했다. KBS는 <풀 하우스>로 20억여원의 순수익을 챙겼다. 사정은 SBS의 <파리의 연인>도 마찬가지. 최근 신데렐라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민드라마로 각광받은 <파리의 연인>도 광고순수입으로 45억3천여 만원을 벌어들였다. 여기에 제작사로 준 회당 8천여만원(총 20부작)의 제작비를 감안하면 SBS는 이 드라마 한 편으로 29억원의 순수익을 얻었다. 이의원 측은 "KBS는 <풀 하우스>로 36억원을 벌었고 외주 제작사에 16억원을 지급했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20여억 원을 번 셈"이라며 "외주제작이라는 근사한 이름아래 사실상 전파장사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 측은 이어 "해외판권의 경우도 외주 제작사는 방송사보다 불리한 상황이고 방송 이후 수익구조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 측은 "결론적으로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경우 외주제작사의 수익구조를 감안해 광고판매액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 방송법에는 KBS는 전체 편성의 30% 이상, MBC와 SBS는 전체 편성의 35%이상을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편성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