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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 지원 위해 교도소 첫 공개

<주먹이 운다> 배경. 최민식, 류승범등 출연 법무부가 영화제작 지원에 나서 실제 교도소 시설을 영화에서 볼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교정시설에 수용된 소년수가 권투선수로 재기에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주먹이 운다>의 촬영에 협조키로 하고 영화제작진에게 천안소년교도소내 모든 시설을 공개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법무부는 그간 <광복절 특사> <교도소 월드컵> 등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제작진의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보안문제 때문에 교정시설 공개를 꺼려왔다. 한철호 법무부 교정과장은 "그간의 `교도소' 영화들이 법무부 지원없이 세트에 의존해 촬영하는 바람에 현실과 동떨어진 왜곡된 묘사가 많았다"며 "보안상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교도소를 촬영장으로 빌려주면서 시나리오 작성시 교도소내 용어, 절차 등도 협조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의 새영화 <주먹이 운다>는 길거리 노장복서 강태식(최민식 분)과 19세 소년수 복서 유상환(류승범 분)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주인공 유상환은 현재 헤비급 복서를 거쳐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약중인 S씨가 실존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지난 98년 폭행사건에 연루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98년 2월부터 천안소년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중 교도관의 권유로 권투를 시작, 2000년부터 전국체전 일반부 헤비급에서 2년 연속 은메달을 차지했었다. 제작진은 조만간 유상환이 교도소에 수용될 때부터 출소할 때까지 장면을 천안교도소내에서 촬영하게 된다. 영화는 4개월간의 촬영 과정을 거쳐 내년 4월께 개봉될 예정. (서울=연합뉴스, 사진=씨네21 데이터베이스)

<씨네21>의 추석 선물세트 [2] - 영화로 만들고 싶은 만화 8편

감기에는 생강차, 귀성길에는 만화책이다. 대한민국 명절 공식 종목 고스톱에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랫목 체질들에게 명절음식을 쌓아둔 채 만화책을 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을 터. 일본 만화 <올드보이>의 한국영화로의 변신합체는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나꿔채는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브라운관에서는 원수연의 <풀하우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바람의 파이터>의 성공과 함께 준비되고 있는 대작 후속타들도 즐비하다. <블루엔젤> <아일랜드> <오디션> 등등. 만화는 한국영화라는 두레박의 또 다른 우물로 깊어간다. 그리하여 영화 속 캐릭터나 스타일 혹은 이야기 방식 등에서 왠지 만화방에서 한세월 보냈을 듯한 감독 8명에게 열독만화를 물어봤다. 단순히 추천만화라면 심심할 것 같아 추천자들의 직업적 특성을 발휘하여 ‘영화로 만들고 싶은’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그들이 추천하는 스크린으로 옮기고 싶은 만화, 그리고 그리운 그 책장을 넘기던 이야기를 우리가 듣고 적어내려간다. <20세기 소년> 우라사와 나오키 작 l 학산문화사 펴냄 봉준호 감독 l <살인의 추억> <플란다스의 개><20세기 소년>은 감독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만화일 것이다. 70년대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친구’라는 세력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주인공들의 열정을 그리는 이 만화는 사소한 디테일에서부터 거대한 상상력까지 오밀조밀 어우러져 있는 플롯이 절묘하다. 또 만화 초반부 70년대 일본 소도시의 변두리 풍경은 우리의 그것과 비슷해, 한국에서 영화로 제작한다 해도 특별히 설정을 바꾸지 않아도 될 정도다. 나오키는 장면 전환의 천재다. 훌륭한 영화의 콘티 같은 그의 만화 속 장면 전환은 〈20세기 소년〉에서도 빛을 발한다. 특히 과거 과학실의 암흑 속에서 벌어진 사건의 미스터리를 묘사하는 대목은 뛰어나다 할밖에. 최근 나온 16권까지 그는 이 사건의 진실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채 아주 조금씩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존 슐레진저의 <마라톤 맨>처럼 〈20세기 소년〉의 이야기는 앞으로 크게 점프했다가 다시 그 과정에서 생략된 무언가를 다시 보여주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과연 영화화할 수 있을까. 이야기가 이리저리 가지를 뻗치다가 다시 뭉치고 하는 특유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장편영화보다는 24부작 미니시리즈 같은 형식이 더 어울리지는 않을까. <아시안> l 이유정 작 l 서울미디어랜드 펴냄 김성수 감독 l <무사> <태양은 없다> <비트>내 영화 <비트>가 허영만 원작 만화라는 점에서 눈치챌 수 있듯, 나는 꽤 만화를 좋아한다. <아시안>을 처음 본 것은 5∼6년 전쯤 되는데, 당시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통합된 아시아가 백인 블록에 점령되자 게토라는 공간에 머무는 ‘불순분자’들이 이에 격렬히 저항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이 흥미로웠던 것은 아시아의 경제 블록화 같은 현실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만화에서 묘사되는 서양인들의 침공은 이라크전이나 베트남전, 나아가 한국전쟁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있었고, 이 작품이 다루는 집단과 집단,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는 꽤 깊이가 있었다. 사실 나도 <블레이드 러너> 같은 SF영화를 좋아하는데, 다 보고 나면 항상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란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아시안>은 우리의 현실에 기반한 미래를 진지하게 상상하는 작품이었기에 무언가 절실히 와닿는 게 있었다. 게다가 사건의 주배경이 황량한 대지이기 때문에 뤽 베송의 <마지막 전투>처럼 값싸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한국에서 SF영화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이 작품을 꼭 봐야 한다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오! 한강> l 허영만 작 l 세주문화사 펴냄 김용균 감독 l <와니와 준하> 데뷔작과 현재 준비 중인 작품만을 갖고 나를 판단하는 사람에겐 의외겠지만, 난 장기적으로 대하드라마, 서사극 이런 데 관심이 있다. 그중에서도 허영만의 <오! 한강>은 영화로 만들고 싶은 의욕을 느끼게 한다. 이강토라는 허영만의 페르소나를 내세워 해방 직전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의 이데올리기 대립을 정면으로 다루는 이 만화는 우선 그 용감함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해방 이후의 혼란한 시절이 구체적으로 영화화된 사례도 적은 것 같고, 또 당시의 이 혼란이 현재의 국가보안법 논란에까지도 영향을 끼치는 좌우대립의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한번 다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사실, 이 만화는 아주 심각한 이야기만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이강토가 여인네들과 벌이는 로맨스도 담고 있으니까. 물론 그런 장면도 재밌었지만, 더욱 인상 깊었던 장면은 거제도 포로수용소 이야기다. 오늘은 우파가 득세하고, 다음날은 좌파가 득세하는 식의 아귀다툼 속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한 포로의 다리가 잘렸다는 등 처절한 상황. 그건 지금에도 유효한 어떤 상징으로도 보인다. <네가 세상을 부수고 싶다면> l 가오루 후지와라 작 l 학산문화사 펴냄 모지은 감독 l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옛날부터 만화를 너무 많이 봐서 만화방에 있는 만화는 더이상 볼 만한 게 없을 지경이다. 그러다보니 절판된 것이나 귀한 걸 구해본다. <네가 세상을 부수고 싶다면>은 절판된 순정만화, 그리고 뱀파이어 이야기다. 그림체와 내용이 모두 철학적이고 환상과 깊이 관련돼 있다. 대강의 줄거리는 아르바이트하는 여자아이가 누군가를 짝사랑한다는 내용.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사람들이 다 죽고 여주인공만 살아남는다. 죽어가던 엄마가 지나가는 남자에게 아이를 살려달라고 부탁해서 그 남자애가 이 아이를 뱀파이어로 만든다. 전체적인 갈등구조가 좋다. 두 사람의 운명이 <맨 인 블랙>처럼 누군가의 장난이었다라는 전환도 흥미롭다. 영화감독들에게 뱀파이어물은 한번쯤 도전하고 싶은 장르다. 이 작품의 매력은 멜로드라마로 뱀파이어물을 풀어낸다는 것이다. 만화에서 뱀파이어라는 소재는 대체로 이야기가 복잡해지기 쉽다. 독자 입장에서는 더 긴 호흡으로 갔으면 했는데 3권으로 딱 끝내버린다. 이러한 야무진 구성은 평범한 고등학생이 뱀파이어가 되는 학원물을 지적인 멜로물로 변화시킨다. 나른한 분위기도 마음에 든다. 만화틱하기보다는 나른하고 칙칙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주인공들이 피를 빠는 장면이나 형사를 묘사하는 장면은 흡사 영화의 그것이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l 황미나 작 l 서울문화사 펴냄 이언희 감독 l <…ing>중학교 때부터 영화화하고 싶었던 작품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황미나 작품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다. 한창 철없던 시절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워낙 할리우드영화밖에 못 보던 시절이니까. 아버지와 같은 걸 보면서 막연하게 영화란 저런 거라고 생각했다. 만화도 마찬가지고.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일종의 대하 로망이다. 그래서 뭔가 영화란 스케일이 크고 선이 굵어야 한다는 생각을 충족시켰던 것 같다. 사극을 좋아한다는 취향도 작용했다. 지금도 사극은 한번 찍어보고 싶으니까. 통념적인 방송사 사극 말고 <순수의 시대> 같은 걸로.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지금 보면 고증이 안 됐거나 지적할 만한 대목이 꽤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당시에는 영국에서 호주로 죄수를 보내던 시절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복수극이며 비극적인 사랑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스터 블랙이 긴 머리를 휘날리는 걸 좋아했던 건 고등학교 때 키아누 리브스를 좋아했던 기억과 비슷하다. 지금이야 왜 그랬나 싶지만. 만화의 구체적인 장면이나 디테일은 떠오르지 않지만 귀족의 아들이 호주로 유배를 간 것, 복수를 한 뒤 슬픈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은 생각난다. 아련한 느낌을 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당시에는 읽으면서 펑펑 울었다. 생각해보면 감수성이 영화하는 지금보다 좋았던 것 같다. 솔직했고. <몬스터> l 우라사와 나오키 작 l 세주문화사 펴냄 조민호 감독 l <정글쥬스>어린 시절 나는 만화광이었다. <소년중앙>이나 <어깨동무>에 투고를 할 정도로 줄기차게 만화를 그려댔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한 <올드보이>도 5년 전쯤 폴 오스터의 <뉴욕 삼부작>과 결합해 시나리오를 써보려고 했다. <몬스터>는 엽기적이고 무시무시한 액션물인데도 유머가 있고 삶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전체를 영화화하기는 부담스럽지만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주인공인 의사가 살린 환자가 악마 혹은 몬스터로 변하고, 그를 추적하는 과정으로 몰아가는 부분이 일종의 성장영화를 연상하게 한다. 이야기 구조가 매우 드라마틱하게 전환된다. 자기가 살린 아이를 다시 죽여야 한다는 운명과 그것을 둘러싼 페이소스가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수련을 받고 카페를 경영하는 킬러다. 그가 원래 킬러였다가 그 일을 그만두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어느 날 그는 총구를 겨눈 대상이 커피에 설탕 세 스푼을 넣는 걸 바라본다. 자기도 커피를 마실 때면 똑같이 세 스푼을 넣는다는 게 문제였다. 처음으로 살해대상을 자신과 동일한 인간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쿨하면서도 다층적이고 유머를 지닌 시선으로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 맘에 든다. 캐릭터의 보고(寶庫) 같은 만화다. <진배> l 아다치 미쓰루 작 l 아마코믹스 펴냄 장규성 l <재밌는 영화> <선생 김봉두>감독이 된 뒤에는 그다지 못 봤지만 조감독 때만 해도 데뷔작 아이템을 찾으면서 엄청나게 만화방을 들락거렸다. 대체로 일본 만화가 재밌는 게 많더라. 그래서 영화 아이템도 일본 만화에서 찾는 경우가 흔했다. 아다치 미쓰루의 <진배>는 1권짜리 짧은 이야기지만 영화적인 코드가 가득하다. 나이 차가 많은 아버지와 딸이라는 설정은 가족 내 관계의 미묘함을 드러내는 간격으로 작용한다. 이야기의 얼개를 이루는 잔잔하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이라는 시련이 두 주인공에게 던져진다. 남겨진 부녀는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로 겹쳐지지만 한편으로는 그것 때문에 서로를 할퀴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대로 영화화한다면 재미없겠지만 생략과 배치를 거친다면 좋은 영화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딸이 목욕하고 나오자 아버지 진배가 그녀를 나무라는 장면이다. 딸은 부녀간에 뭐가 이상하냐고 외려 반발한다. 딸의 남자친구에 대해 아버지가 은근히 경쟁심을 느끼는 구도는 불량스럽거나 억지스럽기보다는 애틋하게 느껴진다. <로봇 찌빠> l 신문수 작 l 바다출판사 펴냄 윤제균 감독 l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 우리는 이현세 세대다. 개인적으로도 이현세 작가 팬이라서 그의 만화는 거의 다 봤다. 그러나 예전부터 영화화를 생각했던 만화는 조금 다른 것이다. <로봇 찌빠>. 신문수 화백이 그렸다. 당시에는 <둘리> 정도로 히트쳤던 작품이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장르가 SF인데 우리나라에서 SF를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을 자주 했다. 할리우드에서 많이 보여준 무게잡는 방식으로 하면 한계가 명확할 것 같았다. 그래서 복고 SF 느낌이 나도록 하는 게 어떨까 싶었다. 찌빠는 신 작가님이 창조한 오리지널이고, 비주얼은 오래된 명랑만화라서 좀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영화로 만들면 그림은 충분히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복고 SF라면 재밌게도 그릴 수 있을 테고 <바이센테니얼 맨>이나 같은 정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로봇이라면 태권브이, 마징가, 그랜다이저 같은 완벽함이나 꿈의 대리만족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로봇 찌빠는 태권브이의 깡통로봇처럼 시쳇말로 약간 ‘하자’ 있는 로봇이다. 그는 번번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머리에 달린 프로펠러도 작고 빈약하다. 그런 점이 도리어 인간적이고 옆집 친구처럼 느껴진다. 만약 미래에 할리우드영화에서처럼 멋있는 로봇들만 득실거린다면 오히려 이런 불량품에 인간미나 공감을 느끼지 않을까. 이를테면 이상은 로보트 태권브이를 지향하지만 감성은 로봇 찌빠에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씨네21>의 추석 선물세트 [3] - 베스트 데뷔앨범 8편

비틀스 팔로폰/EMI,1963 이 음반은 비틀스의 이른바 4대 명반이 아니다. 그렇다고 위대한 팝/록밴드로서 비틀스를 예우한 결과도 아니다. 사실 당시 비틀스는 풋내기였다. 프로듀서 조지 마틴은 링고 스타의 드럼 실력을 신뢰하지 못해 스튜디오에 세션 드러머를 ‘5분 대기’시켜놓을 정도였다. 팝과 록을 예술적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비틀스 신화에 ‘눈먼’ 이에게 이 음반은 그저 화려한 맹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비틀스는 ‘될성부른 떡잎’ 이상이었다. “1! 2! 3! 4!” 하는 외침을 신호로 시종 거칠고 단순하게 전개되는 로 시작해 를 거쳐 존 레넌의 숨넘어갈 듯한 절규가 생생한 로 끝나는 이 음반은 당대 청(소)년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바로 그 음악이었다. 이 4인조 비트 그룹이 수년 동안 고향 리버풀과 독일 함부르크의 ‘지하에서 박박 기면서’ 체득한 것은 ‘거두절미’와 ‘단도직입’의 음악이었다. 비록 자신들은 이런 미학, 아니 반미학에서 점점 멀어져갔지만. 단 ‘하루’ 만에 녹음된 이 거칠고 솔직하며 단순한 14곡, 32분3초의 로큰롤은 팝의 역사를 단숨에 바꾸었다. 노래, 악기 연주, 작사·작곡을 자체 소화한 비틀스는 ‘가수는 노래, 연주는 악단, 송라이팅은 전업 작사·작곡가’라는 주류의 관행을 정면돌파하며 수많은 후예들을 낳았고 청(소)년들에겐 ‘세대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에 비하면 이 음반이 30주간 영국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며 향후 ‘비틀스 현상’을 예비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사소하다. 섹스 피스톨스 워너브러더스 ,1977 히피 반문화의 꿈이 일장춘몽처럼 사라진 1970년대 중반, 이미 ‘성년’의 나이가 된 록(큰롤)은 온누리에 빛나고 있었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 있었다. 이런 기성 록음악을 ‘엿먹이는’ 런던발 급보가 타전되었다. 그 이름부터 조야한 섹스 피스톨스의 데뷔작이었다. 록음악, 섹스, 가족, 왕실, 자본주의 등 거의 전방위적으로 씹어대는 가사, 되는 대로 토해내는 보컬, 기교라곤 귀씻고 찾아도 들리지 않는 연주, 거칠고 시끄럽고 단순하게 직진하는 사운드가 음반 전체에 ‘차갑게’ 불을 뿜었다. 은 대표적인 트랙. 본디 악기를 거의 다룰 줄 모르는 불평불만분자이자 ‘양아치들’이었던 섹스 피스톨스와 ‘예술은 실천’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상황주의 운동가이자 ‘접시돌리기 선수’인 매니저 맬컴 맥라렌의 합작품인 이 무정부주의적 부정은 다들 레드 제플린이나 핑크 플로이드 같은 음악이야말로 진정한 록음악이란 미몽에 빠져 있던 시대에 파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No Future”라는 외침대로 섹스 피스톨스는 이 음반만을 남기고 사라졌지만 이를 계기로 록 음반의 상업성의 부재증명(alibi)과 심오한 예술성이 최고의 상업적 광고문 겸 성공요인이 되던 시대는 뒤안길로 접어들었고, 프로페셔널리즘이 당연시되던 록 음악계는 ‘코드 세개면 충분하다’(Anyone can do it)는 문턱 파괴 아마추어리즘과 ‘스스로 하라’(D.I.Y.)는 자발성을 공히 전염시키는 펑크(punk)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되었다. 펫 숍 보이즈 팔로폰/EMI ,1986 댄스음악은 대개 상업적으론 짭짤한 재미를 보기 쉬울지 몰라도 비평적 찬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록 마니아에겐 폄하 혹은 경멸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이런 경향은 록 마니아에게 함정 같은 늪이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호의를 모두 성취한 영국의 댄스 팝 듀오 펫 숍 보이스는 예외에 속한다. ‘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이들의 데뷔음반 는 이들에게 ‘포스트모던 아이러니스트’, ‘댄스 그룹 그 이상의 댄스 그룹’이란 호평을 부여하기 시작한 계기이자 시발점에 해당한다. 영국과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차트 1위를 차지한 를 비롯해 등 주요 히트곡들을 살펴보면, 닐 테넌트의 가늘고 냉정한 보컬과 크리스 로의 적재적소 신시사이저가 독특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댄스플로어에서의 순수한 쾌락과 침실에서의 지적 호기심은 병행될 수 있을까. 언뜻 듣기에 순전히 ‘댄스플로어용’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이 음반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닐 테넌트의 무표정한 보컬과 상징적인 가사는 크리스 로의 밝고 경쾌한 신시사이저 라인이나 드럼머신과 모순적이지만 완벽에 가깝게 어울린다. 이는 현재까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 닥터 드레 데스 로,1992 1990년대 이후 전세계 청(소)년들의 음악문화를 이끌고 있는 랩/힙합의 근거지는 오랫동안 이스트코스트, 그중에서도 뉴욕이었다. 그렇지만 1980년대 말 웨스트코스트에서 갱스터 랩이 등장하면서 이스트코스트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일어났는데 그 과정에서 시금석 같은 역할을 한 것이 N.W.A., 그리고 여기서 독립한 닥터 드레였다. 닥터 드레의 이 솔로 데뷔음반은 갱스터 랩의 신경향을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DJ로 경력을 시작해 프로듀서로서 명성을 날린 닥터 드레는 여기서 자신의 경력과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지-훵크(G-funk)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조지 클린턴(의 팔러먼트 및 훵커델릭)의 영향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미드템포의 베이스 라인과 그루브, 음산한 고음의 신시사이저, 솔풀한 여성 백코러스가 빚어내는 독특한 무드는 랩/힙합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었다. 여기에 폭력과 갱스터의 삶에 대한 찬양, 여성 혐오, 호모 혐오를 삼위일체로, 살벌하고 상스럽게 쏟아내는 랩은(스눕 독의 공이 크지만) 수많은 비보이(b-boy)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힙합 클래식의 자리를 예약한 한곡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비록 랩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사운드를 빚어내고 포장하는 데 있어 닥터 드레의 능력엔 이견이 없다. 앞으로도 역사적인 힙합음반으로 손꼽힐 음반. 펄 시스터즈 <펄 씨스더 특선집> 킹/대지 ,1968 1969년 12월2일, 서울시민회관(지금의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MBC 10대 가수 청백전은 풋내기 신인 듀엣이 가수왕을 수상하는 이변으로 막을 내렸다. 대미를 장식한 주인공은 펄 시스터즈. 미8군 쇼 무대 출신의 이 자매 듀엣을 데뷔 1년여 만에 단숨에 정상의 자리에 올린 것은 바로 <님아> <커피 한잔> <떠나야 할 그 사람>이 실린 데뷔음반 <펄 씨스더 특선집>이었다. 잔잔하면서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어쿠스틱 기타 반주로 시작해 점층적으로 스트링과 오르간이 가세하여 마침내 “님아∼”란 클라이맥스로 끝맺는 <님아>는 새로운 감성의 청(소)년 음악의 출현을 알린 1969년 최대 히트곡이었다. 섹시한 외모를 겸비한 이들이 TV에 나와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충격이기도 했고. 다시 말해 이들의 데뷔는 ‘비디오형’ 가수의 출현을 알린 사건이기도 했다. 펄 시스터즈의 성공을 음악적으로 직조한 인물이 신중현이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가창 지도, 기타 연주, 밴드 지휘). 통기타 포크와 함께 1970년대 청년문화의 한축을 이끈 이른바 ‘솔 & 사이키’의 첫 스타트를 끊은 음반이자, 당대를 풍미한 이른바 ‘신중현사단’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 음반. 참고로 수록곡의 절반은 인기 팝송의 번안곡이다. 김민기 <아하 누가 그렇게/길> 대도음반 ,1971 발매된 지 1년도 안 돼 판매금지되었고, 십수년을 고가의 희귀음반이나 복사한 카세트 테이프로만 은밀히 떠돌다 1987년과 1990년 두 차례 LP로 재발매되었을 뿐인 김민기의 유일한 정규음반이자 역사적인 음반 <아하 누가 그렇게/길>을 제대로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국 모던 포크의 ‘클래식’이라고 할 만한 수록곡들은 ‘들어보지 않아도’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악보를 통해 듣고 불렀던 곡들이다. 이 오리지널 레코딩의 절반가량은 섬세한 코드 진행과 주법으로 클래식 기타, 피아노, 스트링이 어우러진다(<친구> <꽃피우는 아이> <아침이슬>). 나머지 절반쯤은 정성조 쿼텟의 재즈풍 편곡과 연주를 외투로 걸치고 있는데 이 오리지널 버전들을 처음 듣는 이들에겐 놀랍고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아하 누가 그렇게> <바람과 나> <길> <종이연>). 유럽과 미국의 대중음악을 받아들였으나 한국어와 한국적 정서의 고갱이를 잃지 않았던 김민기의 곡들이 15년간 ‘불온’의 딱지를 달고 금지되었던 것은 1970∼80년대 군사독재정권의 ‘정체성’을 방증한다. 한국 모던 포크의 기념비적 음반이자 이 땅의 현실에 대한 사려와 번민을 뛰어난 예술적 형상화로 갈무리한 음반이다. 대학가와 노래운동 단체들에 원형이자 극복대상이기도 했던. 서태지와 아이들 반도음반 ,1992 설명이 필요없는, 현재의 대중음악 판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음반. <난 알아요>는 최초의 랩 가요가 아니지만 한국어와는 조화되지 않을 것으로 간주된 랩을 한국화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랩 가요였다.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이 음반의 폭발적인 반응은 무엇보다 랩을 ‘댄스’라는 뇌관과 결합함으로써 가능했다. 분방하고 산문적인 언어에 신체적 자극을 동반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랩 댄스음악은 발라드와 록음악을 적절히 가미하고 진지한 문제의식을 곁들이면서 지지자의 숫자를 승수화할 수 있었다. 음반은 절충적인 <난 알아요>부터 현재의 모습에 대한 통렬한 자성을 유도하는 <환상 속의 그대>, 달콤한 연가 <너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 메탈과 댄스를 뒤섞은 까지 상이한 스펙트럼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철저히 주류적인 구성방식이었지만 뒤에 수없이 쏟아져나온 유사 ‘아이들’(의 음반)과 구분되었던 것은 서태지라는 출중한 송라이터이자 전략가가 멤버였다는 점이다. 이 음반은 다소 어설프고 수록곡들 사이에 편차도 있으며 사운드 역시 조야한 수준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른바 ‘신세대’의 감수성을 정확하게 파고들며 대중음악 신을 ‘판갈이’한 1990년대의 가장 중요한 음반이자 가요의 적극적 수용자를 10대 초반까지 끌어내린 음반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의견은 엇갈리겠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을 통틀어 가장 알토란 같은 음반이기도 하다. 삐삐밴드 <문화혁명> 송 스튜디오/DMR,1995 ‘골 빈 여자애’처럼 보이는 여자애가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딸기가 좋아” 같은 시답잖은 걸 노래랍시고 하고, 그녀보다 열살은 많아 보이는 아저씨 둘은 시늉인지 진짜 연주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무성의하게 연주하고 있었다. ‘문화혁명’이란 음반제목과 펑크(punk)라는 홍보문구를 보곤 차라리 웃는 이들이 많았다. 뭐야 이건! 이 말을 짜증이 아니라 쌍수든 환영의 의미로 쓴 이들도 반대편에 있었다. 1995년 가요계 ‘사고뭉치’ 삐삐밴드의 등장은 표면적으로 그랬다. 베테랑 록 뮤지션 강기영과 박현준의 삐삐밴드는 엄숙주의와 프로페셔널리즘으로 굳건하던 가요계에 ‘발랄한 똥침’을 날렸고 이는 ‘똥꼬 깊숙이’ 꽂혔다. 유치하고 만만해 ‘보이는’ 삐삐밴드와 이들의 음악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들끓었지만 처음부터 이들의 계산된 의도를 읽어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펑크를 특정 ‘록 스타일’이 아니라 기성 시스템에 대한 부정 전략으로 구사한 삐삐밴드는 뒤이어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으로 더욱 가벼워졌고, 끝내는 삐삐롱스타킹으로 이름을 바꾸고 TV에 나와 카메라에 침을 뱉는 사건으로 ‘장렬히 전사’했다. 이후 ‘심각한 기예 같았던’ 한국 록에 유머와 재미가 소생한 점, 통념과 상식을 넘어 좀더 분방한 음악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점, 여성을 보컬로 앞세운 이른바 모던 록 밴드도 줄을 이은 점은 삐삐밴드의 똥침의 후일담이다. 뭐, 그게 다 이들 때문이란 건 아니고 그저 얼마간의 거름은 되지 않았냐는 정도지만.

<잊혀진 아이>, 美 주말 박스오피스 1위

무서우면서도 불가사의한 스릴러물 <잊혀진 아이>(The Forgotten)가 주말 북미영화 박스오피스에서 정상에 올랐다. 1년여전 여름캠프를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가 아들이 실종하는 바람에 슬픔에 잠긴 뉴욕 브루클린의 한 출판사 편집장 텔리 파레타(줄리언 무어)의 이야기를 그린 <잊혀진 아이>는 27일 미국 영화흥행집계 전문업체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가 지난 24일 이후 주말 사흘간 미국과 캐나다 상영관을 상대로 입장 총수입을 집계한 결과 2천 100만달러를 벌어들여 1위에 올랐다. 지난 주 1위에 오른 <월드 오브 투모로우>(Sky Captain and the World of Tomorrow)>는 660만 달러에 불과, 한 계단 밑으로 내려섰다. 흑인 코미디언 버니 맥과 안젤라 배셋이 주연한 야구 코미디 <미스터 3000>(Mr.3000)은 500만 달러로 3위였다. 비디오게임을 원작으로 한 2년전 작품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Apocalypse)을 리메이크한 제2탄은 403만 달러로 4위를 차지했으며 대학에서 사랑하는 이를 찾아 갖은 해프닝을 벌이는 미국 대통령의 딸을 소재로 한 <퍼스트 도터>(First Daughter)는 400만 달러로 5위로 기록됐다. 킴 베이싱어가 납치된 여인 제시카로 출연한 액션 스릴러물 <셀룰러>는 360만달러로 6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산 송장 션>(Shaun of the Dead)은 333만 달러로 7위였으며 <윔블던>은 332만 달러로 8위, <노도 없이>와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은 각각 230만 달러, 220만 달러의 입장수입을 거둬 9, 10위로 집계됐다.(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영화가 단신] 배용준 화보집 11월 발간 外

배용준 화보집 11월 발간 톱스타 배용준의 화보집 『像 The Image Vol.one』이 11월 첫선을 보인다. 소속사 BOF는 30일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화보집은 국내 발간 이후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곧바로 수출될 예정이며 이에 앞서 10월 8일 배용준의 홈페이지(ww.byj.co.kr)을 통해 일부가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용준은 화보집 촬영을 위해 한동안 '몸만들기'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OF는 "배용준이 더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최근 수개월간 트레이닝을 하면서 음식조절을 해왔다"고 전했다. 화보집은 말레이시아, 태국의 이국적인 모습을 배경으로 담은 이미지북과 남성미를 드러내는 또다른 이미지북, 인터뷰와 함께 작업과정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 DVD 등으로 구성된다. BOF는 "화보집은 배용준이 10년의 연기생활을 정리하며 기념이 될만한 작업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팬들에게 진심을 다해 준비한 선물이라는 의미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1954년 월드컵 이야기 영화화 한국이 최초로 출전했던 월드컵인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진다. <불어라 봄바람> <라이터를 켜라>를 만든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시네마서비스가 투자 배급을 하는 이 영화의 가제는 <꿈의 실현>. 현재 시나리오 마무리 작업중이며 올 연말께 크랭크인 목표다. <꿈의 실현>은 일본, 스위스 등 해외 로케이션이 포함된 순제작비 50억원 규모의 휴먼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이민호 프로듀서는 30일 "당시 생존자가 세 분이 계셔서 현재 부지런히 만나고 있다"면서 "국가의 지원도 별로 없이 글자 그대로 우여곡절 끝에 스위스 땅을 밟게 된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오직 월드컵에 나가야겠다는 꿈으로 뭉친 그들의 애환과 노력을 담겠다"고 밝혔다. 불법 복제물 적발 지난해보다 감소 음반, 비디오, 게임 등의 불법복제 적발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가 지난해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관광부가 열린우리당에 제출한 음반, 비디오, 게임물 등의 불법 복제 적발 현황에 관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4년도(7월말 현재)의 불법 복제물 적발 수량은 41만8천479개(건수는 4천603건)로 나타나 지난해 97만7천551개(건수 9천680건)의 42%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12개월 중 7개월의 통계임을 감안할 때 비교적 많이 감소한 수치로 풀이된다. 2002년에는 89만7천518개(8천673건)가 불법 복제물로 적발된 바 있다. 올해 통계를 보면 전체 복제물 중 음반의 불법 복제가 가장 많아 33만7천719개로 나타났고 비디오물 7만1천329개 ,게임물 9천431개 등으로 뒤를 이었다. 문화부는 올해 적발된 수량 중 19만8천79건에 대해서는 형사의뢰했고 2만221건에 대해서는 수거 및 지도 조치, 179건에 대해서는 행정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청소년영화제 본선진출작 발표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회(위원장 성낙원)는 10월 9일부터 5일간 열리는 제4회 영화제의 본선진출작을 30일 발표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출품작 200여편 중 예심을 거친 51편이 본선에서 상영된다. 중·고등부 상영작은 (이재환), <내동생>(전수연) 등 25편, 대학부에서는 <바람처럼>(김동한), <사면초가>(김민용)를 포함한 26편이 선보인다. 본선 진출작들은 청소년과 성인 등 일반인 99명이 전문 심사위원과 함께 심사한다. 이밖에 한국청소년 제작영화 기획전과 과학을 찾아 떠나는 판타지 영화속 과학이야기 등이 특별전 형태로 마련된다. 제4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는 <꿈과 희망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국제회의장과 자연생명관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사진=씨네21 데이터베이스

거장 예감, 세계의 新星 감독 10인 [1] - 가와세 나오미

세상에는 거장이라 불리는 영화감독들이 있다. 이들은 영화가 120분짜리 롤러코스터가 되어선 안 되며, 팝콘과 콜라를 먹기 위한 배경화면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의 영화에는 세계와 사람과 진실이 견고한 스타일에 녹아들어 있다. 물론 거장의 영화만으로 가득 찬 멀티플렉스를 상상할 수는 없다. 대다수의 관객에게 그건 불행한 일이다. ‘다행히도’ 현실의 멀티플레스는 즐겁고 행복한 영화로 대부분의 스크린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거장의 영화가, 세상과 인생과 진리를 말하는 작품이 사라진다면, 이 또한 불행한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홀로 앉은 어두운 객석 안에서 세상의 비정함과 인생의 쓴맛과 진리의 고통을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 소개하는 10명의 감독은 아직 거장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그 반열에 이름을 올릴 세계 영화계의 샛별들이다. 이들은 노동계급의 현실에 주목하거나 인위성을 배제한 영화를 꿈꾸거나 외설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접근하는 등 각각 추구하는 색깔은 다르지만, 세상과 인간과 진리를 좇아간다는 점에선 매 한가지로 보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 10명 감독의 영화를 지금, 여기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다행히도 이들 중 일부 감독의 신작은 10월7일 개막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왕차오의 <낮과 밤>을 비롯,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열대병>,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21그램>, 리산드로 알론소의 <죽은 사람들> 등 네 감독의 신작이 선보이는 것. 이들의 영화를 허름한 극장에서라도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될 날을 바라 마지않으며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예비거장 10명을 소개한다. 소녀의 가슴 저미는 하소연 가와세 나오미는 너무 일찍 부모와 헤어졌다. 먼저 떠난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가와세가 세살 때 바람이 나서 그녀 곁을 떠났다. 그 다음에는 어머니가 새로운 삶을 찾아서 그녀 곁을 떠났다. 가와세는 외할머니 곁에 남았다. 어린 그녀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걱정한 외할머니는 그녀의 딸로 외손녀를 입양시켰다. 그러나 여기는 도쿄가 아니다. 나라현의 이 작은 동네에서 가와세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자란 아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안다. 아마 어린 가와세도 그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친구가 없었으며, 친구들도 가와세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혼자 그렇게 십대를 통과했다. 처음에는 혼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8mm카메라로 관심을 옮겼다. 무얼 찍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벌써 스물세살. 가와세는 외할머니에게 불현듯 물어보았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외할머니는 화가 나서 대답했다. 니 애비는 딸 생각할 사람이 아냐, 그러니 찾을 생각도 하지 말거라. 그것이 가와세의 여덟 번째 8mm영화 <따뜻한 포옹>의 시작이었다. 가와세는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아버지를 찾아나섰다. 아무도 그녀에게 영화를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처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저지르는 모든 실수를 하고야 만다. 종종 초점이 안 맞고, 녹음은 대부분 잘못되어서 잡음과 뒤섞여 있으며, 삼각대가 없어서 시종일관 화면이 흔들린다. 이 영화는 연출, 촬영, 편집, 녹음, 음악을 그녀 혼자서 했다. 그 말은 그녀에게 친구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와세는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이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외할머니의 앨범 속의 사진을 꺼내들고, 거기에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을 보면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이름을 혼자서 불러본다. 그런 다음 그 사진을 찍은 장소를 찾아 나라에서 머나먼 고베까지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여행한다. 그리고 기어이 사진 속의 그 장소에 가서 카메라를 세우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 있던 그 자리에 서서 영화를 찍었다. 가와세는 중얼거린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나는 왜 슬픈 거지. 푸른 하늘, 힘겹게 자라는 양파 뿌리, 바람에 흔들리는 안테나, 흩날리는 민들레 꽃씨, 잠자리의 날개.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전화를 한다. 야마시로 기노요부입니까? 저는 가와세 나오미입니다. 말하자면 당신의 딸입니다. 이 영화는 그 이듬해 야마가타영화제에 출품되었다. 40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 실수투성이의 8mm영화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일본 다큐멘터리의 전설적인 존재인 오가와 신스케의 촬영감독이었던) 다무라 마사키가 이 소녀의 진심을 보았다. 그는 이제 막 스물네살이 된 소녀를 위해서 프로듀서를 소개하고, 스탭을 꾸리고, 그리고 그 자신이 카메라를 잡았다. 가와세는 이 팀을 이끌고 외할머니의 고향 니시요시노의 산속 작은 마을에 들어가 그 기억을 찾아간다. 딸을 떠나보내고, 그 딸의 딸을 키우면서 살아간 외할머니와 그 마을의 이웃을 이해하려는 저 필사적인 노력은 아무런 미동도 안 하는 카메라의 기나긴 롱테이크 화면 앞에서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가와세의 맹세이다. 그녀의 (열다섯 번째 영화이자) 첫 번째 35mm 장편영화 <수자쿠>는 1997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그녀 나이 스물일곱살 때 일이다. 이것은 (그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최연소 수상이다. 사실상 그녀의 영화는 수줍은 고백이고, 가슴 저미는 하소연이며, 슬픈 질문이다. 오직 일본에만 있는 사소설(私小說)의 전통 속에서 사적(私的) 영화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불가사의한, 난처한, 기이한, 불편한, 하지만 결국에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야마는 그 진심의 영화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아니, 점점 더 깊이를 얻어갔다. 가와세는 느리지만, 점점 세상을 감싸안을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의 가족에게서 마을 사람들을 껴안기까지 거의 십년이 걸렸다(<따뜻한 포옹>에서 <사라소주>까지, 그리고 내 생각으로 <사라소주>는 2003년 칸 경쟁작 중에서 가장 좋은 영화 중 한편이었다). 아마도 언젠가는 자기를 버린 세상을 용서하고, 그 세상의 너비만큼 그녀는 성장할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당신을 기다릴 수 있다.

검찰, 저작권침해 네티즌 무더기 ‘공소권없음’

`P2P'방식 영화공유 네티즌들 `술렁'.."우리는 구제 안되나?" 인터넷에서 영화를 무단복제해 유통시킨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고소된 네티즌 수십명이 함께 고소된 인터넷 웹하드 업체가 합의를 통해 고소를 취소시킨 바람에 덩달아 구제받은 일이 발생했다. 최근 영화 수입업체 등이 `P2P' 방식을 통해 영화를 공유한 네티즌들에게 e-메일을 보내 수십만∼수백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며 합의에 불응하는 네티즌들을 무더기 고소하는 추세인데 이번 일은 합의 종용에 `시달려온' 네티즌들에게는 희소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김상도 부장검사)는 4일 영화수입 배급업체 S사가 "영화 <더티댄싱:하바나 나이트>(사진)를 불법 유통시켰다"며 김모씨 등 일반 네티즌 72명을 고소한 사건과 관련, 최근 이들에 대해 일괄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 등 네티즌들은 인터넷 웹하드 업체인 T사 사이트에서 <더티댄싱> 영화를 공유하다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S사로부터 고소됐고 T사도 인천에서 따로 고소됐지만 몇주전 S사가 T사와 합의를 보고 고소를 취소했다. 문제는 저작권법 위반죄는 고소인의 고소가 있어야 성립하는 친고죄이고, 친고죄에서 공범에 대한 소가 취소될 경우 다른 공범에 대한 소도 자연 취소되는데, 고소인측이 T사에 대한 소를 취소했기 때문에 T사와 공범 관계인 다른 네티즌들의 고소도 취소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피소 네티즌들에 대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범인 T사에 대한 소가 취소된 사실을 알게 돼 나머지 네티즌들에 대해서도 일괄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이들에게 통지서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 까페 등을 통해 이 소식이 퍼져 나가자 P2P 방식을 통해 파일을 공유했다 금전적 합의와 고소의 선택의 기로에 선 다른 많은 네티즌들은 부러운 시선과 함께 인터넷 업계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네티즌은 "P2P 방식을 이용한 파일 공유는 인터넷에서 만연하고 있지만 특정 네티즌만을 본보기로 찍어 책임을 물리는 것은 억울하다"며 "저작권 소유자측과 P2P업체가 원만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서울=연합뉴스)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 22일 개막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가 22-26일 서울 스타식스 정동과 시네큐브,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은 송일곤, 이영재, 장진 감독(사진)이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 각각은 우도에서 만난 두 남녀의 소통(<깃>.송일곤), 자전거와 자동차를 애용하는 남녀의 소통(<뫼비우스의 띠-마음의 속도>.이영재), 황순원의 '소나기' 이후의 이야기(<소나기는 그쳤나요?>.장진)를 다룬다. 개막식은 22일 오후 6시부터 이화여자대 대강당에서 열린다. 개막작을 포함한 전체 상영작은 19개국 100편. 이들은 ▲세계의 환경영화들을 소개하는 '널리 보는 세상' ▲한국 감독들을 대상으로 한 경쟁부문 '환경영화 경선' ▲숲과 나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담은 영화들이 상영되는 '테마 기획전-나무' ▲미나마타 연작으로 알려진 일본의 다큐멘터리 감독 쓰치모토 노리아키 감독을 조명하는 '회고전' ▲유ㆍ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들이 선보이는 '지구의 아이들' 등으로 나뉘어 선보인다. 이 중 환경영화 경선에서는 <길 위에서 길을 물었다>(오종환), <바람>(민제휘), <에스쎄티마002>(송주명), <브로큰 모닝>(박선욱), <호흡법 제2장>(이형석) 등 14편이 경쟁을 벌인다. 임순례 감독,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달시 파켓 기자, 플로스톤 워싱턴 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상금 1천만원이 주어지는 대상을 비롯해 다큐멘터리 부문상, 픽션 부문상, 부문별 가작 등이 시상된다. 이밖에 특별상영으로 샹탈 아켈만 감독의 삼부작 <남쪽>, <다른 쪽에서>, <동쪽>이 상영되며 러시아의 거장 니키타 미할코프의 <우르가>가 선보이며 그림자 애니메이션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로테 라이니거)과 성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담은 <남자가 되기 싫어요>(에른스트 루비치) 등 두 편의 무성영화가 타악 라이브공연과 함께 상영된다. 올해 영화제에는 회고전 참석차 내한하는 해외 게스트는 노리아키 쓰치모토 감독을 비롯해 영화 감독과 배우, 프로듀서 등 30명 규모. 부대행사로는 '환경영화, 그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하는 포럼과 쓰치모토 노리아키 감독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컨퍼런스, 환경영화인의 밤, 참여미술 프로그램인 '서울역사박물관 앞 난장', 얀 페어벡 비디오 설치 작품전, 개막작의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들과 만나는 ' 감독들과 가을 나들이'(서울역사박물관 앞마당)가 마련된다. 관람료는 4천원(개막식ㆍ심야상영 1만원. 폐막식ㆍ특별상영 7천원)이며 영화제 홈페이지(www.gffis.org)나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www.interpark.co.kr)에서 표를 예매할 수 있다. ☎(02)725-3654 서울=연합뉴스, 사진=씨네21 데이터베이스

SBS 첫 금요드라마 <아내의 반란> 변정수

“여자도 섹스를 즐길 권리가 있어. 그것을 외면하는 남편은 직무유기를 하는 거고, 그런 남편은 남편도 아니지.” “짙은 내용이 많아요. 좀 더 ‘찐’하게 해드릴게요~.(웃음) 극중 남편은 밝힘증 있는 여자로 보지만, 항상 남편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게 아내의 본심 아니겠어요?” 차례대로 에스비에스 새 금요드라마 <여자의 반란> 속 김정강과 이 역을 맡은 변정수의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하는 분위기나 그 안의 뉘앙스가 크게 다르지 않다. 있는 대로 솔직하게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모양새가 그렇다. 문제 남편 둔 세 여고동창의 ‘반란’2회연속 2시간 12차례‥15일 첫방송 실제로 7살짜리 아이를 둔 10년차 주부 변정수가 ‘대한민국 30대 아내’들의 대변자로 나섰다. 차이가 있다면 가정에 충실한 억척 주부이면서 동시에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것. 극중 김정강은 성공한 호텔리어에 빼어난 미모와 운동으로 다져진 날씬한 몸매를 갖춘 뭐하나 빠지지 않는 여성이다. 그런 김정강에게 딱 한가지 불만이 있다. 부부관계에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남편이 문제다. 남편인 대학교수 조준기(조민기)는 ‘너무나 잘 나가는 아내’에게 질렸는지 기가 죽었는지, 아내의 샤워 소리만 들어도 떨고 괜히 공부하는 척하며 잠자리를 피하기 시작한다. “좀 저질이라고 보일 수도 있죠. 남편한테 보약 해먹이다 혼도 나고. ‘부부관계는 올림픽 정신에 준한다’며 남편을 설득하기도 하죠. 올림픽 정신이요? 항상 메달을 딸 수는 없다는 거죠.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는 거지.” 이처럼 드라마는 부부의 성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갈등 해결을 시도하는 일종의 ‘섹스 코미디’다. 노출신도 적잖게 나온다. 변정수는 “첫 신부터 목욕신이 나와요. 남편과 잘 해보려고 거품 목욕을 하죠. 노출이 좀 있어서 속옷이나 수영복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여하튼 보여줘요”라고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털어놨다. 성인 시청층 특히 30대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금요일 밤 시간대에 방송될 드라마임에도 ‘너무 야하다’는 지적이 예상되지만, 연출자 곽영범 피디는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드라마에는 이밖에도 선우재덕과 홍리나가 바람둥이 남편과 어리숙한 아내로, 이상우와 양정아는 마초 근성 다분한 남편과 이에 못지 않게 당찬 아내로 나와 다양한 갈등과 해법을 선보인다. 제목에서 보이듯, 여고 동창생인 세 ‘아내’가 서로 자신의 문제-특히 남편과 관련된-를 털어놓으며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24부작 <아내의 반란>은 15일 밤 9시55분 첫 전파를 타고, 2회연속 2시간 동안 방송된다.

김기덕과 <빈 집>에 관한 모든 것 [2]

그 집들은 자기들의 주인의 마음의 실내화이며, 삶의 환유이자, 그들 자신의 작은 세계이다. 집은 세상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이다. 그러므로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세상에 흩어져 있는 작은 섬들을 찾아 그들이 잠시 머물기 위해서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 여자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반복이 아니다. 차라리 그것은 잉여지식과의 동거이다. 혹은 <빈 집>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유령연습”이다. 견딜 수 없는 현실을 뒤집어서 견뎌내다 그러나 <빈 집>은 여기서부터가 핵심이다. 혹은 다시 시작한다(이것은 이제 김기덕 영화에서 하나의 패턴이 되었다. 그는 영화를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중단하고 다시 시작한다. 이를테면 <나쁜 남자>의 마지막 장면, 혹은 <사마리아>의 세 번째 에피소드). 이제 그 (유령과 같은, 혹은 유령인) 남자는 자기의 존재에 대해서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한다. 여기서 그 남자는 연습한다. 혹은 그것은 다시 태어나려는 노력이다. 거기에는 김기덕의 영화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초인에의 간절한 소망이자, 숭고한 영혼에로의 다가감이 있다. 이를테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의 마지막 대목에서 그 험난한 언덕을 ‘기어이’ 올라가려는 그 안간힘을 생각해보라. 아무 대가도 없는 목적을 향하여 ‘하여튼’ 그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거기에는 소망도 없고, 바람도 없다. 그것은 육신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안간힘이다. 그 연습은 다시 한번 반복된다. 그래서 닫힌 감옥 안에서 그 모든 육신에게 부여한 한계, 그러니까 180도로 설정되어 앞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끊임없이 뒤집어서보려는 불가능한 노력을 한다. 여기서 육신은 덧없는 것이 되고, 혹은 그림자와 비슷한 것이 된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 남자가 깨닫는 것은 자기 자신을 누구에겐가 기대야 한다는 배움이다. 그가 다시 찾는 것은 그 여자이다. 혹은 그 여자는 끊임없이 그 남자를 다시 한번 부르는 것이다. 그 남자는 추억의 끈을 찾아, 먼길을 우회해서 그 여자의 집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여자는 떠나지 않는다. 혹은 그 남자는 비로소 떠돌지 않고 머물고자 한다. 그 남자는 그 여자의 그림자, 혹은 그 여자의 남편 곁에서 함께 있을 것이다. 그 남자는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섹스를 할 것이다. 그들은 비로소 모두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것은 이인삼각의 게임이다. 이제 그 여자의 그 집은 더이상 빈집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해피엔딩일까? 그렇지 않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자막은 이러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장자의 말이다. 그것은 환상 위에 환상을 덧씌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남자와 그 여자가 함께 체중계에 올라섰을 때 그들이 함께한 무게는 제로가 되는 것이다. 거기서 더이상 현실의 무게는 무의미해진다. 혹은 거기 더이상 실재는 남아 있지 않다. 그것이 비로소 해방된 것인지, 혹은 그것이 결국 자살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지금 제로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해피엔딩이야말로 김기덕의 영화에서 가장 절망적인 소멸을 맞이한 순간이다. 내 생각에 이것은 나쁜 것을 피하기 위해서 더 나쁜 것을 택한 것이다. 그의 다음 영화는 총이 주인공이라고 한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빈 집>에 대한 외신 반응 ‘침묵’속에 기적적인 리듬이 있다! ‘침묵’에 대한 호응은 놀라웠다. 대부분의 외신들은 인물들에게서 대사를 뺏는 대신 그 자리에 침묵으로 빚은 새로운 영화적 리듬을 불어넣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의 <빈 집>에 대해 극찬을 내놓았다. 영화제 폐막식을 전후로 베니스 현지에서 나온 <빈 집>에 관한 아래 해외 언론들의 코멘트 중 <할리우드 리포터>만이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서 다소 아쉽다는 평을 실었다. “두 주인공의 대화의 부재 위에 강력한 유머가 흩뿌려져 있는 이 영화 안에 기적적인 리듬이 있다. 특히 인물들의 침묵과 눈빛은 도발적인 아이러니들로 가득한 시적 유머 중에서도 보석과도 같은 것이다.”(이탈리아 일간지 <일 가제티노>) “한국의 이단아는 침묵으로 일관된 영화를 갖고서 우리에게 새로운 색채의 영화를 보여주었다. <빈 집>은 김기덕이 내면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를 만화적인 언어로 표현한 듯한 느낌이다.”(이탈리아 일간지 <라 누오바>) “<빈 집>은 마법 같은 영화이다. 한번쯤 있을 법한 기묘한 이야기를 영화가 그릴 수 있는 한계 안에서 표현하고 있다… (중략)… 특히 마지막 10분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상기하게끔 한다. 그 장면은 피날레로 치닫는 순간의 감정의 상승을 멋지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훅 불어온 바람에 날리는 깃털을 보는 듯하다.”(이탈리아 영화잡지 <필름업>) “<빈 집>은 춤곡인 미뉴에트 같다. 가볍고 고귀한 송가이다. 소리없는 영화로 만든 함축의 시(詩)다. 보이지 않는 기하학의 기교이며, 말하고 보여지는 메커니즘의 최대 산물이다.”(이탈리아 잡지 <인테르나치오날레>) “소음으로 가득 찬 도시에서 말없는 두 남녀가 불명(不明)의 그림자처럼 선(Zen) 수련이라도 하듯 지내는 영화의 중반까지는 분명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두 사람이 경찰에 결국 잡히는 순간부터 내러티브는 기운을 잃고, 젊은 남자가 감옥에 갇히면서 영화는 형이상학적인 영역으로 이동한다. 변증법의 전개를 지향하는 영화의 결론은 정연하며 전작 <사마리아>보다 좀더 희망적이지만, 하나의 철학적 주장으로서 볼 때만 만족스러울 뿐이다.”(<할리우드 리포터>) “대부분의 관객은 (감독의) 암시와 (인물의) 외양에서 태석이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나 교육을 잘 받은 젊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아웃사이더이고 사회적인 룰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고, 무엇보다 마조히즘이 느껴지는 깊은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태석은 여전히 김기덕의 히어로다. 다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주인공과 달리 태석은 원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영화 또한 슬픔 보다는 희망적인 결말을 갖는다.”(<버라이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