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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9404)

해운대의 먹거리, 볼거리, 잘곳 총정리

먹거리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 베니건스 (해운대점)/740-6600 패밀리 레스토랑. 오전 11시에서 오후 12시. 다양한 메뉴와 음료를 즐길 수 있다.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 한하여 하루 전 전화 예약을 할 수 있으며, 주차장이용이 가능.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740-6561 아웃백은 호주풍의 스테이크하우스로 육즙이 풍부하고 두툼한 다양한 스테이크를 맛 볼 수 있다. 하버타운 2층 소재. T.G.I.Friday's/740-6531 패밀리 레스토랑. 100여 가지 메뉴와 음료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하버타운 5층에 위치하고 있다. 미나미 일식 주점/(1호점)/731-5373/(2호점)746-5645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일식 오뎅집. 큰 오뎅솥 가장자리로 둘러앉아 정종을 기울이는 맛이 일품이다. 1호점에 이어 글로리콘도 쪽으로 2호점도 오픈했다. 그랜드 호텔 뒷골목. 가격대 오뎅 10,000/ 안주 15,000~30,000/ 소주 3,000 영업시간 17:00~07:00, 미포 포장마차 지구 포장마차 해변가에 늘어서 있는 포장마차에서 바다를 보며 싱싱한 해산물을 안주삼아 소주 한잔을 먹을 수 있는 곳. 주소 해운대구 중동 가는길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해변을 따라 한국 콘도방면 영업시간 19:00~05:00 스타벅스 커피 말이 필요없는 커피전문점. 여러가지 커피와 간단한 케잌류를 먹을 수 있다. 해운대 앞바다의 파도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일품이다. 하버타운 2층 소재. 해운대 시장 일대 원조할매국밥/051-746-0387 해운대에서만 39년을 이어온 곳으로 저렴한 가격과 놀랄만한 맛으로 유명하다. 얼큰한 쇠고기 국밥과 깔끔하고 담백한 선지국밥, 따로 국밥이 이 집의 전 메뉴. 해운대구 우동 가는길 리베라 호텔 후문에 있으며 영업시간은 24시간이다. 가격은 국밥 2,500 부터 이다. 해운대 할매손/741-7979 정성이 가득 담긴 맛깔스러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맛집. 생콩가루를 넣은 안동 손칼국시와 손으로 직접 빚은 만두로 끓인 황해도식 만두국이 인기 메뉴다. 친정에서 대물림한 50년 손맛을 자랑하는 전통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동 손칼국시 3천원, 황해도 만두국 4천원, 빈대떡 5천원. 부광가든/743-0041 5년 전통의 숯불갈비 전문점.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으며 영어, 일어 통역 직원이 상주하여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좋은 고기와 신선한 야채로 만든 숯불갈비, 생등심, 우설, 육회 등이 자랑거리. 해운대 소문난 삼계탕/741-4545 부산을 찾는 영화인들 사이에도 입소문이 자자한 12년 역사의 이 곳은 구기자, 당기 등 13종류의 갖은 약재로 끓여 만든 진국 삼계탕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메리어트 호텔에서 신시가지 방면. 가격대 토종 삼계탕 8,000. 영업시간 09:00~22:00 새아침 식당/742-4053 작고 허름한 여느 식당과 같은 집이지만,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연예인들의 싸인이 이 집의 맛을 대변해준다. 계란말이, 생선구이 등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준듯한 푸짐하고 정감있는 밑반찬이 비결이다. 미포 선착장 뒷골목. 가격대 정식 5,000. 영업시간 07:30~21:00 금수복국 국내 뿐 아니라 일본까지 소문난 복국집. 다양한 복요리 중에서도 복 매운탕이 인기가 있다. 복매운탕 6천 5백원 복수육 1만 8천원 ~2만 5천원. 24시간 영업한다. 김밥 골목 해운대 시장을 가보면 포장마차에 직접 말은 김밥을 가득 올려놓고 파는 노점상을 만날수 있다. 야채김밥, 우엉김밥 등 다양한 김밥이 있고, 유명한 부산 오뎅도 판매한다. 가격도 매우 저렴한 편이다. 광안리, 민락동 일대 민락동 회센터 회센터(빌딩)에서 횟감을 구입한 후 요리를 해줄 수 있는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1인당 2,000 ~ 3,000원 정도의 가격을 받고 회를 떠주고 해물탕도 끓여준다. 횟감을 구입할때 서비스로 멍게나 해삼을 끼워달라고 재주껏 졸라보면 공짜로 몇 마리를 끼워주기도 한다. 달맞이 고개 일대 언덕 위의 집/743-2212 최초로 달맞이 고개에 카페를 만들었던 집, 발코니가 있어 시원한 바다 바람을 느끼며 휴식을 가질수 있다. 베란다에 앉으면 해운대와 미포항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나무로 지은 집인데 하얀 페인트를 칠하여 보기만해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꼬마 갤러리/747-6301 편안한 안락의자가 특징. 바다가 밀려들어오는 것이 한 눈에 들어온다. 커피전문점이라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마련되어 있다. 해뜨는 집/742-4156 레스토랑에서 카페까지 한 건물에 모두 다 있다. 5층 '알로알로'에 들어서면 우선 천정을 보자. 귀여운(?) 파충류가 그득하게 매달려 있다. <볼거리> 청사포 해운대와 송정 사이에 있는 한적한 갯마을로, 해운대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있다. 원래 푸른 뱀이 나온다고 해서 靑蛇浦 라 하였으나 주민들이 청(淸)자에 모래 사(砂)자로 바꾸어 사용하여 靑砂浦 라 새로 이름을 지었다 한다. 마을 입구에는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죽은 아낙네의 영혼이 깃들었다는 300년 된 15m 높이의 망부석이 있다. 청사포 바다는 해운대와는 다르게 곳곳의 바위들에 부딪혀서 일어서는 하얀 포말을 볼 수 있다. 이곳의 횟집은 주변보다 비싸다는 점을 염두에 둘 것. 일출도 유명하다. 버스/100, 139, 140, 141,142, 181, 302번 달맞이 고개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서 와우산이라 전해오는 이 산의 언덕 고갯길에 저녁달을 맞이 할 수 있는 달맞이고개가 있고 황금빛 모래사장이 감싸고 있는 해운대 해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랑의 고개로 알려져 있는 이 고개에는 옛날 사냥꾼 총각과 나물 캐는 처녀가 정월 대보름에 기원을 하여 부부가 되었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언덕 중간 중간에는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고급스런 카페 및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주의할 점! 음료 및 음식의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는 사실. 모 방송사의 쇼 프로그램에 데이트 코스로도 소개되었던 곳이다. 어쩌면 비싼 음식값은 맛보다는 바다를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천혜의 위치에 대한 값이 아닐지.... 해운대 상영관에서 영화를 본후 이곳을 찾는다면 영화에서 느낀 감동을 오래 떠올릴수 있을것이다. 버스/100, 139, 140, 141,142, 181, 302번 하차 후 도보, 택시 이용 광안리 젊음의 해변, 바다는 지저분하지만 젊은이들의 열정을 가득 느낄수 있는 해변이다. 높은 빌딩 숲이 모두 카페로 가득차 있다. 광안리 주변은 또한 자갈치 시장 다음으로 회가 맛있고 신선하며 유명한 횟집이 많다. 먹거리 페이지를 참조하여 회를 한번 즐겨보자. 버스/20, 41, 42, 49-1, 51, 51-1, 51-2, 62, 83, 83-1, 106, 108, 108-1, 131, 131-1, 140, 155번 , 지하철/2호선 광안역 미포 해운대에서 달맞이 고개를 넘어가기 전, 선착장이 있는 미포항으로 한 번 들러보자. 번듯한 횟집들을 지나 방파제 쪽으로 가보면 여기가 해운대 인가 할 정도로, 어촌 냄새가 물씬나는 천막 횟집을 만날 수 있다. 미포항 횟집 협동 조합에서 운영을 한다고 하는데 가격이 아주 싸고, 친절한 아지매의 넉넉한 마음씨도 맛볼 수 있다. 횟집들이 바로 바다와 접해있어, 마치 선상에서 앉아 있는 느낌이다. 미포항 끝에 위치하고 있는 거북선 횟집도 유명하다. 버스/ 100, 139, 140, 141, 142, 181, 302번, BEXCO,올림픽 공원, 부산시립미술관 올림픽공원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서 광안리쪽으로 200여미터 걸어가면, 88년 올림픽 때 조성되었던 넓은 공원이 보인다. 한적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 야외상영 영화를 본 후 친구들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할 코스로 적당하다. 저녁에는 자동차 전용 야외극장인 씨네파크도 운영된다. 부산시립미술관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전시장 면적만 1천 8백 60여평인 부산 최대의 미술전시관. 다양한 분야의 미술전과 야외조각전시장 등 볼거리가 많다. 버스/31, 36, 40, 63, 100, 109, 115, 139, 140, 141, 142, 155, 200, 240, 302, 307번, 지하철/2호선 시립미술관역 송정 송정은 완숙미의 바다라고 할 수 있다. 해변을 따라 도로가 나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적당하다. 황금빛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어보는 것도 운치를 느끼는 한 방법. 근처 대변항으로 가면 이 부근중 가장 싸면서 신선한 회를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멸치회가 유명하다. 또한 송정해수욕장 입구에서 좌측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서 걸어서 30여분 가량 올라가면, 바닷가 바위위에 지어진 사찰인 해동 용궁사도 볼 수 있다. 버스/100, 139, 140, 141, 142, 181, 302번 아쿠아리움 부산아쿠아리움은 우리나라 제1의 해양도시 부산의 최고 관광지인 해운대 해수욕장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국내 최대 해저테마수족관이다. 350여종 40,000여 마리의 해양전시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일수조로는 최대인 3000톤의 상어탱크와 40미터의 해저터널, 그리고 7미터 높이의 산호수조는 마치 바닷속에 있는 듯한 해저세계의 경이로움을 전해준다. 또한 공연시간표를 참고하면 상어, 펭귄, 수달 먹이 주기쇼, 수중 다이버 토킹쇼 등 다양한 이벤트로 특별한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찾아가는 방법은 해운대방면 버스 또는 지하철 이용시 해운대역에서 하차 후 바닷가 방향으로 도보로 10분정도 소요된다. 버스/100, 139, 140, 141, 142, 181, 302번, 지하철2호선/해운대역 3번, 5번 출구, 문의/740-1700/www.busanaquarium.com 용궁사 대부분의 사찰이 산중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해동 용궁사는 이름 그대로 검푸른 바닷물이 발 아래서 넘실대는 동해 바닷가에 자리한 수상 법당이다. 바다와 용과 관음대불이 조화를 이루어 그 어느 곳보다 깊은 신앙의 뜻을 담고 있는 이 사찰은 진심으로 기도를 하면 누구나 꼭 현몽을 받고 한가지 소원을 이루는 영험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버스/181번 동백섬 울창한 동백나무와 송림, 호젓한 오솔길로 조성된 동백섬은 연인들의 산책코스로 유명하며 바닷가 바위에는 옛날 황옥공주의 애틋한 전설이 전해오는 인어상이 자리하고 있다. 동래 충렬제 제10회 동래충렬제는 옛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통문화와 동래를 상징하는 문화행사인 부사행렬과 동래야류 길놀이, 그리고 구민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의 장 등 다채로운 축제가 마련됩니다. 일시/2004년 10월 6일 ~ 10일, 장소/동래문화회관등 5개 장소 <잘 곳> 베스타 찜질방/743-5705~6/해운대구 중동 1509-6 부산유스호스텔 아르피나/740-3275/해운대구 우동 코모도 호텔 부산/중구 영주동 743-80/5 서라벌 호텔/463-3511/중구 대청동1가 37-1/5 부산관광호텔/241-4301/중구 동광동2가 12/4 피닉스 호텔/245-8061/중구 남포동5가 8-1/4 타워관광호텔/241-5151/중구 동광동3가 20/2 삼화관광호텔/246-4361/중구 남포동5가 81/2 부산롯데호텔/진구 부전동 503-15/02-759-7060(서울 사무소)

[현지보고] <비포 선라이즈> 그 후, <비포 선셋> 뉴욕 시사기

아름다운 인연은 계속된다1995년작 <비포 선라이즈>는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가깝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미국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필자에게 당시 나이도 비슷한 주인공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의 서투른 사랑 이야기는 낯설게만 느껴지던 외국 생활에 의지할 곳을 만들어주었다고 할까. 9년이란 세월이 지난 2004년 어느 날, <씨네21>의 뉴욕 통신원으로 속편 <비포 선셋>의 시사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지금까지 ‘나만의 영화’(?)라고 굳게 믿었던 <비포 선라이즈>를 사랑하는 팬들이 얼마나 많은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상영이 끝난 뒤 관람객은 물론 기자들까지 모두가 영화팬이 돼 감독과 주연배우들을 기립박수로 맞아줬다. ‘제시’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물어보는 팬들이 종종 있다는 호크의 말이 충분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속편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줄리나 에단과 만날 때마다 속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고, 대화가 계속될수록 놓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주인공들이 다시 만나기로 했던 6개월 뒤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 그를 포함해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제시와 셀린느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바람은 호크가 다른 영화에 출연 중이어서 현실화되지 못했다. 호크는 링클레이터 감독의 이 설명에 “방금 한 말 밑에는 ‘에단이 나 엿먹였어’라는 자막이 필요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감독과 두 배우의 세심한 시나리오 작업 △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각자의 장면을 쓰고 감독과 함께 협의하는 방법으로 <비포 선셋>의 시나리오 작업에 합류했다. 속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생긴 것은 링클레이터 감독의 2001년작 <웨이킹 라이프>에 두 배우가 출연하면서부터. 이들은 2002년부터 영화의 대강을 함께 구상했고, 이메일과 팩스로 1년 이상 함께 작업했다. 델피의 말을 빌리자면 “서로 숙제처럼 써오기 시작했다”. 각자 장면을 맡아서 쓰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3명 모두가 만장일치를 해야 스크립에 넣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감독의 뜻대로 6개월 뒤에 찍지 못했으니, 제시나 셀린느 중 한명이 나타나지 않은 것을 가정해야 했다. 작가가 된 제시는 셀린느와의 하루를 소설로 쓰고, 홍보를 위해 파리에 들렀다가, 셀린느를 다시 만난 뒤 미국행 비행기가 떠나는 시간인 해지기 전까지 또 한번 그녀와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내용. 델피는 “그런데 나중에서야 내가 쓴 장면들을 내가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됐다”며 “왜 내가 연기할 장면을 이렇게 썼을까 하는 고민도 했다”며 웃었다. 이들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비포 선라이즈>를 함께 봤다. 놀랍게도 이들은 지금까지 한번도 전편을 다시 보지 않았다고 한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줄리는 자기가 그때 너무 뚱뚱했다면서 투덜거리더라. 그 말이 재미있어서 영화에도 넣었다”고 했다. <비포 선셋>을 본 사람이라면 중반부에 등장하는 파리 유람선 장면을 쉽게 잊지 못한다. 그때까지 의례적인 대화만 했던 두 캐릭터가 유람선에서 진짜 속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 링클레이터 감독은 “사실 유람선 보트는 관광객만 타기 때문에 줄리가 상당히 반대했다. 그래서 그 내용도 영화에 넣었다”며 델피가 싫어하긴 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참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델피는 여기에 반박이라도 하듯이 “리처드는 에펠탑도 영화의 여러 장면에 넣으려고 했는데, 나의 강력한 반대로 간신히 막았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 영화의 트릭은 대부분의 장면이 롱테이크로 돼 있기 때문에 어떤 장면도 필요없거나 잘라낸 것이 없다고 한다. 말하자면 연극 같다는 것. 링클레이터 감독은 “스크린에서 보는 그대로가 우리가 찍은 모든 것이다. DVD에 추가로 넣을 만한 것도 없다”며 웃었다. 한편 <비포 선셋>에서는 델피의 아름다운 노래도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솔로 앨범을 발매했고, 이중 <월츠 포 나이트> 등 3곡이 영화에도 수록돼 있다. 흥행의 호조, 평단의 호응 <비포 선셋>은 미국 내에서 지난 7월2일에 개봉됐다. 비교적 짧은 1시간20분 길이의 이 작품은 9월20일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 557만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최대 204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95년 1월27일에 개봉됐던 <비포 선라이즈>는 최고 474개 극장에서 상영됐으며, 총 553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비포 선셋>이 여름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개봉 절정기에 절반 이하 숫자의 극장에서 상영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큰 선전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평론가들은 전편에 비해 더 깊이있는 캐릭터 묘사를 높게 평가했다. 미 전국 평론가들의 평론을 모아 수치로 평가하는 웹사이트 ‘라튼토마토스 닷컴’ (rottentomatoes.com)에 따르면 총 134개의 리뷰 중 127개가 호평을 해 95%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번 작품의 개봉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실화도 있다. 지난 95년 <시카고 선타임스>의 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칼럼에는 <비포 선라이즈>를 본 뒤 감동받은 대릴 엔필드라는 한 법대생이 실제로 기차에서 줄리 델피와 닮은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실렸다. 하지만 <애프터 선라이즈>로 표현된 그의 편지에는 연인과 함께 며칠을 보낸 뒤 새로 시작하는 대학에 이틀간 결석을 하게 되고, 솔직히 말하기가 부끄러워 아파서 결석을 했다고 말했지만 거짓이란 것이 발각돼 법대에서 퇴학을 받은 내용이 실려 있었다. 이에 에버트는 엔필드의 연인 제시카와 함께 법대 교수에게 간곡하게 부탁을 했지만 결국 거절당하고, 이후 엔필드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한 것. 당시 칼럼을 기억한 한 독자가 또다시 편지를 썼고, 에버트는 그뒤의 소식을 듣기 위해 신문과 인터넷 칼럼을 통해 엔필드를 찾고 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인터뷰 “끝을 생각해놓고 시작했다” 모든 영화는 만든 이의 일부를 담게 마련이라는 그는 <비포 선셋>은 세명이 같이 썼으니, 모두의 모습이 들어 있다며, “하지만 나 자신을 볼 때 셀린느의 캐릭터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며 웃는다. 지난해 할리우드 코미디 <스쿨 오브 락>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전혀 다른 사이즈의 필름을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는 그는 “하지만 사이즈와 상관없이 영화 만드는 건 어려운 것 같다”며 겸손함을 보인다. 에단 호크와는 다섯 작품을, 줄리 델피와는 세 작품을 함께한 그는 호크와 델피를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한다. 끝장면이 인상적인데. 처음부터 어디서 어떻게 끝날 것인지에 대한 골을 세워놓고 시작했다. 특히 줄리가 니나 시몬의 콘서트에 갔던 이야기를 해줄 때 이 장면을 끝으로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에단 호크의, 부인과의 이혼 스캔들 때문에 제시 캐릭터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에단의 캐릭터 제시는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한다. 하지만 스크립은 에단이 행복할 때 쓴 것이라서,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즉흥적인 연기가 있었는지. 100% 스크립이다. 즉흥연기 같다는 말을 들으면 칭찬이라고 본다.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대사보다는 이들이 말하지 않으면서 보여주는 다른 모든 것들이 더 흥미롭다.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인터뷰 “영화와 함께 성장한 것 같다” 제시는 실제 자신과 얼마나 닮았는지. 에단 호크: 제시는 1/3이 내 모습이고, 나머지 1/3은 리처드, 1/3은 줄리의 이상형 남자라고 보면 된다. (웃음) 제시와 셀린느는 같은 사람으로 남아 있다. 나이가 들긴 했지만. 왜 파리를 택했는가. 에단 호크: 장소는 어디든지 상관없다. 셀린느가 사는 곳을 남자가 방문한 거라지만 어디든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줄리 델피: 이 영화는 이 두 사람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호크: 하지만 파리는 셀린느의 연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파리에서 찍었는데, 얼마나 많이 촬영지를 제안했나. 줄리 델피: 내가 제안한 건 제시와 셀린느가 재회하는 ‘셰익스피어 서점’뿐이다. 나머지 장소는 나도 모르던 곳이다. 영화 덕분에 아름다운 곳을 많이 알게 됐다.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같이 하며 얻은 것이 있다면. 에단 호크: 영화와 함께 많이 성장한 것 같다. 특히 리처드와 줄리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한다. 배우로서 이런 영화를 만나기가 참 힘들다. 영화를 마친 다음 자신있게 ‘내 영화’라고 말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줄리 델피: 리처드와 에단과 일하면서 진짜로 ‘함께’ 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글을 쓰다가 20살 때 그만뒀는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쓰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에단 호크: 줄리는 올 겨울에 영화를 감독할 계획인데, 기회가 되면 나도 함께 일하고 싶다. 줄리 델피: 누가 써준데. (웃음) 에단 호크: 나는 연기와 집필을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하반기 할리우드, <윔블던> <신데렐라 맨> 등 각종 스포츠영화 강세

할리우드에 시대극 바람이 그치고, 스포츠영화 바람이 불고 있다. 9월17일 테니스를 소재로 한 유니버설의 로맨틱코미디 <윔블던>(사진)과 디즈니의 야구코미디 <미스터 3000>이 맞붙은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버라이어티>는 최근 올 하반기와 내년으로 이어지는 스포츠영화의 숨가쁜 라인업을 소개하며, 그 인기 원인을 분석해 실었다. 현재 내년 개봉 목표로 제작 진행 중인 영화들은 다종다양하다. 눈에 띄는 것은 권투영화들로, 유니버설에서 전설적인 복서 짐 브라독의 일대기 <신데렐라 맨>에 러셀 크로를 캐스팅했고, 워너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연출, 모건 프리먼과 힐러리 스왱크로 진용을 짠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제작 중이다. ‘미국인의 스포츠’ 미식축구를 다룬 영화도, 유니버설에서 제작하고 빌리 밥 손튼이 출연하는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츠>, 소니와 파라마운트가 제작하고 애덤 샌들러가 출연하는 <최장의 야드>의 리메이크가 있다. 파라마운트와 MTV에서 제작하고 새뮤얼 잭슨이 출연하는 <코치 카터>, 디즈니와 제리 브룩하이머의 제작이 확정된 <영광의 길>, 폭스에서 제작하고 드루 배리모어가 출연하는 코미디 <피버 핏치> 등 야구영화도 풍성하다. 이 밖에 윌 페렐의 축구코미디 <키킹 앤드 스크리밍>(유니버설), 커트 러셀과 다코타 패닝의 승마영화 <드리머>(드림웍스)도 제작 대기 중이다. 스케이트 보드(<도그타운의 제왕>)나 비치 발리볼(<클라우드 나인>)처럼 한번도 영화화되지 않았던 종목도 인기다. 이제껏 스포츠영화는 해외 성적이 신통치 않은 편이었는데, 이즈음 스튜디오가 앞다퉈 스포츠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제작비가 덜 드는데다 DVD시장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씨비스킷>은 해외에서 2800만달러를 벌었을 뿐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1억2천만달러(DVD 포함 3억달러)나 벌어들였다. 추억의 야구영화 <미라클>의 DVD 버전은 판매와 대여 등으로 총 85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사실도, 스포츠영화와 DVD의 ‘유착’을 예감케 한다. 이 밖에 <버라이어티>는 스튜디오의 수장들이 대부분 스포츠 애호가라는 농담 같은 분석도 곁들였다.

신문지 깔고 앉아 위원장이랑 오뎅 먹던 재미

부산영화제는 왜 매번 손홍주만 가냐고 사람들은 내게 자주 묻는다(원래 우리 사진팀은 영화제를 서로 돌아가며 가는편이다). 그때마다 해주는 대답이지만, 이 영화제만큼은 내가 지켜야 겠다는 책임감 비슷한 게 나한테는 있다. 씨네 21이 하는 행사도 아닌데 너무 오버하지 말라고? 그게 아니다. 내가 부산영화제를 기억하는 시간은 씨네 21을 돌아보는시간하고 같다. 그러니까.....우리가 부산영화제 데일리를 만들 게 된건 창간호부터다. 씨네 21과 같이 출발한 셈이다. 그때는 참 열악한 환경이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고, 어려운 점도 많았다. 지금이야 모든 사진 기자들이 디지털로 찍기 때문에 그럴 문제가 없지만, 필름으로 작업하던 그때는 헤프닝도 많았다. 하루에 네가 필름 현상하고, 체크하고, 인화하고 다 해야한다. 그럴 때, 사고가 나면 발로 뛰는 수 밖에 없다. 표지사진으로 들어가야 할 사진이 작게 나오는 바람에 잠자고 있는 인쇄소 주인을 한밤중에 깨워 기계 몽땅 다시 켜고 재작업했던 적도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역시 1회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거다. 어느날이었더라,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외국 게스트들이 길바닥에신문지 깔고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뭔가 작품이 될 것 같아서 급하게 뛰어나가 봤더니, 야 그 진풍경이란...남포동 뒷쪽 포장마차에서 몇몇이 시작한 모양이던데, 전화해서 호텔에 있는 사람 불러내고, 오고 가던 사람 붙잡고 해서 커진 모양이었다. 길거리 포장마차 좁으니까 나가 앉는 수밖에 더 있겠나? 별거 아닌 오뎅 안주 하나 놓고 소주를 먹고 있는데, 사람들 숫자가 이면도로 하나를 완전히 장악할정도였다. 생각해보시라.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외국 게스트들이 길바닥에 신문지 깔고 앉아서 소주 먹는 장면을! 하여튼 그 포장마차 그 날 오뎅 모자라서 온동네 오뎅집 돌아다니면서 공수 해올 정도였다. 그 모습이 굉장히 정겨워 보였다. 나도 같이 앉아서 소주 한 잔 걸칠 정도로. 아마 그런 친밀한 모습이 외국에 부산영화제를 알리는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지금도 베를린 영화제나 칸 영화제에 가면 부산영화제 데일리 만드는 씨네 21에서 일한다고 나를 소개한다. 그냥 바람이지만, 부산영화제도, 씨네 21도 10회가 될쯤에 그동안 사진들 모아서 전시회라도 한 번 하면 어떨까 싶다. 글=손홍주(씨네21 사진기자), 사진=장은주

“정말 식상한데요~”, <가족>과 <도마 안중근>

<가족>은 <도마 안중근>과 세 가지 점에서 닮았다. 첫째, 장르가 느와르인 점, 둘째 상투성을 자신의 스타일로 삼는다는 점, 셋째 가족주의와 민족주의를 방패로 삼지만 결국 두 이데올로기의 본질을 폭로하고야 만다는 점이다. 두 영화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른데, 이는 순전히 ‘이름의 효과’로 추정된다. 후자에 대한 악의적 평가가 감독의 이름과 무관하지 않으며, 전자에 대해 ‘그래도 감동’ 운운하는 것은, 제목이 <가족>이고 명절도 다가오니, 영화의 내용과 무관하게 각자 자기 ‘가족’을 생각하며 눈물짓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 가지 공통점-가족/민족주의를 뒤집어쓴 상투적인 느와르 <가족>에 무심한 듯 삽입된 장면에, “날씨 추워지면 생태찌개 만한 것도 없죠”라는 아버지의 대사가 나온다. 실로 ‘결정적인 대사’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찬바람이 불고 경기가 어려울 때 땡기는 매운탕 같은 영화다. 얼큰해야 하므로 가벼운 웃음은 절대 금물이고, 정서는 한없이 음울해야한다. 음울이라...신파 멜로도 있겠지만 느와르가 좋겠는걸. 폭력과 액션도 가미할 수 있고, 무엇보다 한동안 느와르가 없지 않았나? 조폭이 비장미를 잃고 희화화되어 민간인 수준에서 놀고 자빠진 영화들 일색이었으니, 대국민 친화사업도 좋다지만 ‘후까시’ 사수궐기대회라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그런데 조폭의 폭력을 미화하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테니, 느와르로 가되 주인공을 깡패가 아닌 착한 쪽으로 설정해야하고, 찐한 폭력에도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되렷다...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가족을 사수하기 위해 조폭과 싸우는 아버지와 민족을 사수하기 위해 일제와 싸우는 열사의 진지한 희생-무용담이다. 가족주의와 민족주의는 여론의 빗발을 피하기 위한 판초우의로 착용된다. ‘기스’가 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두 이데올로기는 막강 대의(大義)이지 않은가? 덧씌워진 판초는 해리포터의 망또처럼 안의 것을 안보이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이를 통해 내부의 허다한 단맥상이 부정(父情)으로 애국으로 커버(!)된다. 두 영화는 치명적인 문제를 지닌다. 첫째, 주인공에 대한 이해가 부재하고, 둘째, 극단적 클리세들이 대담무쌍하게 차용되고, 셋째, 갈등 해소가 느닷없다. <가족>의 딸은 24세에 절도전과 3범에 폭력전과가 1범이다. 마지막은 남이 했다 쳐도 그 정도면 상당한 경력이다. 조직의 돈을 훔쳐 숨겨둘 배짱에, 중간보스랑 말 트고 지내는 인맥에, 어쨌든 청부가 가능한 칼 쓸 줄 아는 인물이라면, 이는 그저 그런 불량소녀가 아니다. 영화에서 별로 재현된 적도 없는 지하세계 대모(代母)감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의 전도연보다 깡다구가 세야 하며, <범죄의 재구성>의 염정아보다 눈치가 빠삭해야 될 것 같은데, 그녀는 너무 평범해 보이며 민간인 마냥 미장원 개업이나 운운하고 있으니, 그녀의 폭력세계와의 깊숙한 연관성은 단지 조폭을 끌어들여 가족과 대립시키고자 고안된 장치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도마 안중근>의 안중근 역시 민족지사라기보다는 열혈 청년에 가깝게 묘사되어있는데, 이는 명백한 사실왜곡일 뿐만 아니라, 자막을 통해서까지 설명하고자 했던 영화의 주제와도 배치된다. 둘째, 두 영화의 클리세 남발은 상상을 초월한다. 백혈병이라....듣기만 해도 “정/말/ 식상한데요~” 거기에 딸이 아버지를 미워하는 이유 또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 때문이고, 조폭은 꼭 애를 납치하겠다고 협박하고, 아버지는 굳이 조폭 앞에 무릎까지 꿇는 극단적 상황을 연출한다. <도마 안중근>의 어머니에 대한 묘사는 또 어떠하며, 이토오 히로부미에 대한 묘사는 어떠한가? 안중근은 이토오에 대한 개인적 원한 때문이 아니라 국가간의 엄숙한 전쟁이었음을 말하지만, 카메라는 이토오를 악당이자 호색한으로 잡는다. 모든 것이 너무나 상투적이고 극단적이라 영화 전체가 “일명 내시경 개그”의 연속이다. 셋째, 단순한 대립 구도일 망정 갈등해소과정에 개연성이 있다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었을 텐데 갈등해소 역시 우격다짐이다. <가족>의 부녀는 짧게 잡아도 6년의 골이 있었지만 그들의 갈등은 몇 주만에 기필코 해소된다. 이를 위해 백혈병에 조폭의 협박이라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동원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 때문에 내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해 왔던 것(“내가 누구 때문인데?”)에서, 아버지의 인생이 나로 인해 망쳐졌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 해서 그간의 아버지의 모든 악습, 가령 어머니를 구타했던 것(“때린 것 미안하다” “엄마인줄 알았나보지”)이나 폭음(“눈 때문이었다 하지마, 술 때문이지”) 등이 모조리 용서된다. <도마 안중근>에서 일본 검사가 안중근에게 감화되는 과정은 진짜 부지불식간(?)이다. 카메라는 이토오에게 ‘적장에 대한 예우’를 갖추지 않으면서, 일본 검사가 안중근에 대해 ‘적장에 대한 존경심’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냥 부과한다. 파생되는 의미들-가족주의의 난망함과 민족주의의 민망함 이들 영화는 단순히 못 만든 영화로 머물지 않고, 특별한 의미들을 산출한다. <가족>의 부녀는 엄청난 재난과 부채감의 교환을 통해서 비로소 화해한다. 이 상황은 결코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가족화해의 상황이 아니다. 단편 <미친 김치>나 <자전거 경주>, 장편 <인어공주>에서와 같은 화해를 향한 건강한 내부동력이 없다. (골수도 안 맞는다.) <가족>은 가족의 화해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상한 방식으로 밖에 화해할 수 없는 부녀를 통해, 역설적으로 가족화해의 불가능성과 난망함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딸은 ‘아버지가 내 인생을 망친 것이 아니라 내가 아버지 인생을 망쳤고, 내가 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엄청난 (원)죄의식과 부채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 막중한 부채감이야말로 이 영화가 제시하는 부모자식관계의 본질이자 참을 수 없는 가족주의의 무거움이다. 부모가 내 인생을 망친 것도 아니고 내가 부모 인생을 망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부모로부터 가뿐해지고 싶은 우리들에게 이 영화는 엄청난 족쇄를 들이댄다. 진짜 느와르다. 한편 <도마 안중근>의 우스꽝스러움은 민족주의라는 진중한(?) 정치이념이 기실 천박한 대중추수주의적 정서나 노골적인 상업주의와 얼마나 잘 내통되는지를 실존적으로 증명한다. 80년대까지 문학에서 ‘민족주의’는 ‘순수(문학)주의’에 반대하는 ‘참여주의’와 비슷한 맥락의 말이었고, ‘상업주의’와는 전혀 괘를 달리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1993)같은, 민족주의와 상업주의가 존재론적으로 결합된 소설은 민족주의를 둘러싼 담론의 지형을 바꾸었다. 영화에서도 <장군의 아들>(1990) 이래 민족주의 정서를 표방하며 상업적인 성공을 꾀한 예들은 많으며, 최근작 <바람의 파이터> 역시 같은 전략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흥행의 성공이 영화의 성공으로 오인되는 통에 민족주의와 상업주의의 결합이 본격적으로 반성되지 못했다. 그런데 <도마 안중근>은 두 이데올로기간의 적나라한 계간(鷄姦)을 화끈하게 노출시킴으로써 둔감한 사람들조차 민족주의를 외화(外化)시켜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 영화의 콘텍스트적 의의는 참으로 긍정적이다.

<우먼트랩>의 감독 앵키 빌랄 (+영문)

인류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 <우먼트랩>의 감독 앵키 빌랄은 당대 최고의 유럽 예술 만화가중 한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니코폴이라는 정치범, 독수리의 신(神) 호루스와 푸른 머리칼의 여자 질의 모험을 그린 그의 만화 <니코폴>은 한국에서도 출간되어 소수 마니아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지난 10월 8일 저녁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상영된 <우먼트랩>은 <니코폴>에서 기본적인 영감을 가져와 만들어진 SF 대작. 앵키 빌랄은 "강한 바람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외상영장을 메운 관객들에게 감동했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3부작으로 구성된 방대한 만화 <니코폴>을 스크린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불가능해 보여서 더욱 도전을 결심하게 되었다. 원작을 전혀 직접적으로 참고하지 않은채 3부작 만화에 대한 기억과 느낌만을 토대로 작업했다. 다행히 프랑스에서는 1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비평적인 성과도 좋았다. -헐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특수효과가 매우 인상적이다(여배우 샬롯 램플링(<스위밍 풀>)등 3명의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조연은 CG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모두 프랑스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영화속 CG 캐릭터들의 퀄러티에 대해서는 만족하기가 힘들다. 인간 배우를 CG 캐릭터로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당신의 만화와 <우먼트랩>에는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시각들이 존재한다. 당신이 구(舊)유고 출신이라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그렇다. 전쟁과 혼란으로 가득찬 인위적인 국가 유고에서 태어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출신과는 상관없이, 정치적인 색깔을 배제한 작품이라도 지정학적인 메세지를 전달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먼트랩>에서는 ’기억’이 중요한 모티브다. 여주인공 질은 지난 기억을 제거시키는 파란색 알약을 계속해서 삼킨다. =오늘날 세계를 보고 있노라면 ’기억의 나약함’이 느껴진다. 홀로코스트나 수많은 학살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인류는 기억을 할 줄 모르는 종족이거나, 기억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종족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대자본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예술가로서 일정정도 타협해야만 했던 것들도 있나 =처음에 영화를 만들고자 했을때 제작자에게 이 작품이 미국식 블록버스터가 아닌 유럽식 작가주의 영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었다. 물론 영화를 위해 새로운 요소들을 첨가했다. 하지만 원작의 맥락은 사라지지 않고 잘 전달이 되었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4번째 영화를 작업할 게획이다. 만약 원작만화 <니코폴>을 읽은 사람이라면 파란 알약을 먹고 다 잊어버리라. 그런후에 <우먼트랩>을 보도록!(웃음) 글=김도훈 사진=손홍주 Enki Bilal, director of is very well known European cartoonist. describes the adventure of Nikopol, the political prisoner, Horun, the falcon-headed god and blue haired Jill Bioshkop. It brought much attention among those few mania as soon as it came out on screen in Korea. On Oct. 8, and played at the Haeundae Yachting Center Outdoor Theater were the masterpieces in science fictions. -It doesn't seem easy to move the large scaled animation on the screen. =That it seemed impossible actually made me to do it. I didn't consider the original film, but I did work based on my feeling and memory of three parts. Surprisingly, there were one million audiences watched this film with good comments as well. - The special effects were very impressed. (Except for Charlotte Rampling of and other three starrings, all supporting actors were made by the computer graphic work.) =all were done by the France techniques. In fact, it is hard to be satisfied with the quality of the CG characters in the film. I realized that these CG characters can't be substituted for human actors and actresses. -I see the political and argumative perspectives in your film and animation . Is that because you are from Czech? =right. the reason I were born in Czech where was in war affected me the most. However, I think that it is necessary to deliver the geopolitical message. -'Memory' is the important motivein . In the film, Jill tried to remove her old memory by swallowing the blue pills. =I feel weak as I view today's world. I want to emphasize that people can be either who can't remember or who don't want to remember. -Have you as an artist, ever been affected by money to make a film? =First of all, I pointed out clearly to the production company that I want to make the European writer focused film not the American Blockbuster movie. I, of course, added new things this time in the film. However, the original plot was still well delivered in it. -your future plan? =The 4th film would be totally different from the past. For those of who have read the original , eat the blue pills to erase everything on you head first. Then, watch ! 영문번역=김미진

표 구하기 대란, 노숙은 필수?(+영문)

주말 예매 폭주로 표 구하려는 노숙족 늘어 “표를 구할 수만 있다면 노숙이라도 해야죠” 10일 새벽 1시, 해운대 메가박스 매표소 앞. 통로에서 불어오는 차디찬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20여명의 관객들이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뒤늦게 노숙 대열에 동참한 이들은 영업을 마치고 문을 닫으려는 점포 주인들을 붙잡고서 침구 대용으로 쓸 신문지와 박스를 구하느라 정신없다. 일찌감치 눈을 붙인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서도 독서를 강행하는 이들도 있다. 노숙 행렬에 가담한 이수진(24) 씨와 이후용(26) 씨는 집이 코 앞. 그러나 전날 새벽 6시에 왔는데도 불구하고 예매 취소분을 확보하려고 극장 앞에 늘어선 기다란 인파에 놀라 “이러다간 주말에 원하는 영화를 보지 못하겠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해” 하룻밤 노숙을 결심하게 됐다. “<슈퍼 사이즈 미><월드 다큐멘터리3>를 보려구요. 나머지 2편은 시간도 많은데 천천히 골라야죠.” 마명한(19) 씨는 노숙 이틀 째다. 수능시험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고3 수험생인 그는 “<하나와 앨리스>를 보기 위한 방법은 극장 앞에서 밤을 보내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이곳에 모인 이들은 다음날 뭘 볼지 전혀 말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귀뜸한다. “몸은 좀 힘들어도 표 구하는데 있어 이보다 더 공정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는 그는 “예년보다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 많아서 올해 표를 구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노숙을 택한 이들이야 표를 거머쥐었겠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휴일에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주말을 맞아 예매가 폭주하는 바람에 관람을 포기해야 했던 것. 영화제 쪽에 따르면, 주말 120회 상영 중 95회가 완전매진됐으며, 2~3석 정도가 남아 매진을 기록하지 못한 작품도 14편이나 됐다. 주말 이틀동안 6만3254석 중 5만3558석이 팔려나가 평균 좌석점유율은 83.3%를 기록했다. 개막일이었던 7일 좌석점유율은 56.7%였으나 주말을 넘기면서 좌석점유율은 10일까지 80%를 넘길 것으로 영화제쪽은 예상하고 있다. Hard to get ticket "If I can get the tickets, I will sleep in the open." 1 A.M. 10th, in front of Haeundae Megabox. Despite the cold wind blowing through the aisle, about twenty movie-goers are seeking for sleep on the floor. Those joining the ranks are busy trying to find newspapers and boxes for bedding materials from the shop owners closing their stores. Most have long fallen asleep, but under the dim lights, some are steadily forging onwards with their reading. Lee Soo-Jin(24) and Lee Hu-Yong(26), among the crowd sleeping in the open, live across the street. However, having witnessed just a day earlier, despite having arrived 6 A.M., a long waiting line for canceled advance tickets, they decided to sleep in the open. "We figured, unless we do something else, we wouldn't be able to see the movies we want on weekends," says the two. Mah Myung-Han(19), at his second day of sleeping in the open tells, "I am trying to see and . I will take my time on my other two choices." A senior in high school with the college entrace exam drawing near, he carried on to say "Only way to get to see seems to be staying the night out in the movie theater. Those who are here don't tell the others what they are going to see the next day." He gave his analysis, "although it's hard on the body, it's the most fair way to get tickets. With more films drawing high expectations, this year's competition for tickets appears to be tougher than last year's." Those who have slept in the open may have got the tickets, but most of the movie-goers were left impatient as advance sales skyrocketed on weekends. As of 1 P.M. of the 10th, all sold out films totalled 69 out of 262 films, and 173 films were sold out more than once. Seat occupation rate is expected to climb over 80% percent by the 10th, from 56.7% from the opening day of the 7th. 영문번역=김미진

중견 탤런트들, 영화 주연상 노린다

주로 TV에서 활약하던 중견 탤런트들의 영화 진출이 눈부시다. 이 기세라면 언젠가 영화제 주연상까지 노려볼 만하다. 최근 <가족>의 돌풍에는 주현(사진)이 온몸을 내던진 연기가 단단히 한몫 했다. 그가 중심을 잡아줬기에 영화는 진한 부성애를 표현할 수 있었다. 8일 개봉한 <우리형>에서 김해숙도 마찬가지. 원빈과 신하균이라는 젊은 배우들을 '어머니'라는 근원에 묶는데 성공한 연기를 보여줬다. 올초 <범죄의 재구성>에 출연한 백윤식은 작년 <지구를 지켜라>에 이어 뛰어난 연기 실력을 발휘했다. 이미 영화계에서 백윤식은 모시고 싶은 주연급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영화에서 재평가받은 덕분에 그는 CF에서 맹활약하는 등 신세대 스타 못지 않은 대중적 인기까지 누리고 있다. 전도연 주연의 <인어공주> 역시 고두심이라는 걸출한 연기력의 중견 배우가 있었기에 나이든 어머니의 비중이 결코 기울지 않았다. 목욕관리사로 등장해 속옷 차림의 몸매까지 공개할 정도로 배역을 성실히 소화했던 고두심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 <먼길>을 촬영 중이다. 영화계에서 중견 연기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건 불과 몇년 전부터이다. 에서 신구는 한석규와 밀착된 연기를 보여줬고, 작년 <바람난 가족>에서 윤여정은 한 영화제의 여우조연상까지 차지할 정도로 내실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단순한 어머니, 아버지에 머물던 차원을 떠나 이제 이들의 연기가 관객들을 향한 주요 공략 코드가 되는 수준까지 이른 것. 그만큼 한국 영화의 소재가 다양해졌고, 연기 잘하는 배우는 언젠가 인정받는다는 진부한 명제가 새삼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견 배우들의 태도 역시 달라지고 있다. 전성기를 지나 한풀 꺾였다는 소극 자세에서 벗어나 자신의 나이에 맞는 또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김해숙은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요즘 중견배우들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늘어나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두심 역시 "영화는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해보니 그렇지 않더라. 힘들게 찍지만 내 작품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담감과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신인 배우 못지 않은 각오를 보여줬다. 서울=연합뉴스, 사진=씨네21 데이터베이스

<1.3.6> 프로젝트, 환경영화 <깃> 촬영현장

일출봉 산자락 아래 성산항에서 15분을 달리면 닿는 곳 우도. 산호초 해변인 하고수동 해수욕장에는 파도가 일렁이고 풀밭에는 소와 말들이 평화롭게 노닌다. 영화 <깃>의 촬영장은 ‘섬 속의 섬’ 비양도. “예전에는 배를 타고 다녔다”는 송일곤 감독의 귀띔대로 지금도 밀물 때면 비양도와 우도가 물길로 갈린다. 그 물길 사이에서 저녁놀을 배경으로 파도치는 등대 앞에서 여주인공 소연(이소연)의 아름다운 솔로 탱고신이 펼쳐졌다. 우도는 <거미숲> 후반작업을 마치고 극도의 피로에 시달리던 송 감독에게 안식을 선사했던 휴식처. 그러나 지금 섬은 다시 촬영을 위한 전쟁터로 변해 있다. 발 근처에는 메뚜기와 여치들이 꼬물거리고 어깨 위로는 잠자리들이 쉴새없이 날아다닌다. 가장 힘든 건 “제주도 사람들도 알 수 없다는” 천변만화하는 우도의 날씨. 팔뚝과 얼굴을 단숨에 그은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다가 순식간에 소나기가 몰아친다. 소나기와 작열하는 태양이 겹쳐져 여우비도 얼굴을 내민다. 이야기보다 다양한 풍광과 동식물을 보여준다는 점으로도 <깃>에 달린 ‘환경영화’라는 꼬리표는 제격이다. 주인공 현성(장현성)이 공작새를 데려오고 피아노를 치던 소연이 그를 반기는 장면. CG로 하느냐는 질문이 무색하게 돌담길 뒤에서 현성이 공작새를 안고 터벅터벅 마당으로 들어선다. 뙤약볕 아래 9번이나 진행된 고난의 테이크. OK 순간까지 현성의 셔츠는 땀으로 흥건하고 힘이 다 빠진 공작새의 혀가 빨랫감처럼 늘어진다. 촬영장의 귀염둥이 흰강아지 미미는 속도 모르고 화면 속으로 뛰어들어와 공작새 꽁지를 물어댄다. <1.3.6> 프로젝트 중 한편인 <깃>은 사랑하는 여자와의 과거의 약속 때문에 섬을 다시 찾은 영화감독 현성이 그곳 모텔에서 일하는 소연과 만나는 사랑 이야기다. “일주일간 하루 4시간도 못 자고 찍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촬영 분량은 이미 100시간을 넘겼다. DVX-100 2대로 촬영된 디지털영화 <깃>은 대부분 롱테이크로 구성되며 다양한 방법론이 시도되었다. 밤장면의 시작인 모텔 옥상에서는 바람과 습기 때문에 소품인 불꽃에 불이 안 붙어 곤욕을 치른다. 앞부분을 갈아보고 라이터 오일도 부어보지만 별 반응이 없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 연출부는 가스레인지를 안고 온다. 그 와중에도 서울예대 동기인 송 감독과 주인공 장현성의 의견 교환은 여느 평범한 친구들의 속삭임처럼 친근하다. 무엇이든 물으면 ‘그럼’이라고 답하는 그럼 게임을 하는 현성과 소연. 멀리서 비치는 배의 불빛과 타오르는 불꽃, 옥상 아래에서 비치는 조명이 어우러지며 밤은 깊어만 간다. <깃>을 필두로 장진, 이영재 감독이 동참하는 <1.3.6> 프로젝트는 10월22일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될 예정.

8년만에 드라마 출연한 최수지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영화도 있지만, 1980년대 후반 청춘의 한 시기를 거친 이들에게 ‘최수지’라는 이름은 그가 세상물정 모르고 파견돼온 스파이인지, 조금이나마 이땅에서 대중문화의 세례를 맛보고 자란 토착 시민인지를 가르는 한 시금석으로 삼을 만하다. 최수지라는 이름이 갖는 광휘는 그만큼 찬란한 바가 있다. 그는 87년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한 이래 각종 드라마와 영화 주연으로 인기를 누렸으며, 특히 88년 대하드라마 <토지>의 서희 역을 통해선 당대의 히로인으로 우뚝한 자리를 차지했다. 공채 2주만에 주연, 10여년 늘 봄날이었지만 <토지>의 그늘 아래였다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8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그가 기억되는 데는 데뷔와 동시에 순식간에 대중들의 눈길을 붙잡은 그의 빼어난 미모가 자리잡고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86년 롯데제과의 ‘찰떡아이스’라는 신제품이 인기 상품 반열에 오른다. 최수지가 달나라 항아로 분해 출연한 광고가 전파를 타면서다. 하늘하늘한 선녀옷을 입은 채 절구공이를 찧던 그의 모습은 묘한 성적 긴장감까지 창출하며 단순한 상품광고 이상의 미적 감흥을 자아냈다. 이 광고로 그는 드라마 데뷔 전에 이미 주목받는 신인의 위상을 확보한다. 당시엔 스타들의 브로마이드를 ‘코팅’해 책받침 등으로 쓰는 게 유행이었는데, 그는 브룩 실즈와 피비 캐츠, 소피 마르소 등 서구 미녀들이 판치던 이 시장에서 일대 선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87년 4월 한국방송 신인탤런트 12기 공채시험에 붙은 지 2주만에 <사랑이 꽃피는 나무>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것도 그의 도드라진 외모의 힘을 말해주는 사례다. 공채시험 직전 한 유명 피디는 따로 그를 불러 대본연습까지 시키며 합격을 예고했다고 한다. 그가 대단한 연기천재가 아니었던 이상 그런 예외를 가능하게 했던 데는 놀랄만한 미모 외에 달리 까닭이 있을 리 없었다. 결혼과 함께 떠난 방송 <빙점>으로 돌아왔다. 딸역 아닌 어머니역으로‥ 그의 아름다움은 두번째 작품 <토지>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창출하기에 이른다. 쇠락해가는 명문가를 홀로 지탱하는 주인공 서희의 서늘한 분위기는 갓 스물이 되며 절정에 오른 그의 도도한 아름다움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이후로도 그의 이미지가 늘 서희를 중심으로 공전하기에 이른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신인으로서 자신의 아우라를 갖는다는 건 큰 행운이었지만, 너무 일찍 한 절정에 도달한 데 따른 골도 적잖이 깊었다. 그는 이후로도 <수요일엔 모짜르트를 듣는다> <삼국기> <아그네스를 위하여> <땅끝에 선 연인> <부자유친> 등에 출연하며 존재를 과시하지만, 서희를 넘어서는 새로운 미의 영역은 끝내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96년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은퇴한다. 그가 8년만에 다시 드라마로 복귀했다. 지난 4일부터 방송되는 문화방송 아침드라마 <빙점>(극본 조희, 연출 서병문)의 주인공 하윤희 역이다. 일본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에서 그는 남편의 후배와 밀회를 나누다 유괴범의 손에 딸을 잃고, 남편이 복수를 위해 입양한 유괴범의 딸을 키우는 비극적 배역을 연기한다. 겉으로는 현숙하지만, 내면엔 뜨겁게 농익은 정념이 흐르는 여인이다. 세월이 무심하다고? 눈가에 주름은 늘었지만 연기도 사람도 편한걸 “사실 처음 제의를 받으면서는 윤희가 입양한 딸 역할이 아닐까 기대도 했어요.” 드라마는 30대 중반에서 시작하는 윤희 연배의 이야기와 십수년이 지난 뒤 대학생이 된 유괴범의 딸과 윤희의 아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 등 크게 두 겹으로 이뤄진다. 90년대 초반 이미연과 선우재덕, 손창민 등이 주연으로 나왔던 드라마 <빙점>에선 딸 세대 이야기를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번 <빙점>에선 세대를 건너뛰어 남편 역을 맡은 선우재덕과 함께 하게 됐으니, 세월의 무게 앞에 어떤 상실감을 느끼지나 않았을까? “이 나이에 이런 드라마 하는 게 감사할 뿐이예요. 눈가에 주름이야 늘었죠. 이등병이 일병, 상병 되듯 훈장같은 거라고 봅니다.” 그는 극중 쇼팽을 연주하는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아는 대학교수로부터 틈틈이 개인 레슨을 받을 정도로 윤희 역에 푹 빠져 산다고 했다. 화려한 인기스타의 생활을 접고 미군 군의관인 남편을 따라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온 세월에 아쉬움은 없을까? 그는 미국에서 6년간 생활하며 딸 진아(7)를 낳았고, 2년전 남편의 근무발령을 따라 대구로 왔다. “5년 동안 연애했는데 살아보니 더 좋더라고요. 이전엔 저도 모르는 새 스타가 돼 혼자만의 삶에 익숙했는데,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 귀한 시간이었어요.” 남편은 “심장이 떨려” 아직 그가 나오는 드라마를 못본다고 하면서도, 그가 고속철도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있을 때면 아이 숙제도 도와주고 엄마 역할을 척척 해낸다고 한다. “그동안 함께 한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다시 가족 지지를 받으며 연기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봐요. 옛날보다 연기도, 사람 대하는 것도 훨씬 편해졌어요.” 그래서일까? 8일 상명대 캠퍼스에서 만난 그의 모습에선 적당한 여유가 묻어났다. 이날 촬영분인 윤희의 대학시절 회상 장면을 위해 그는 예전의 긴 생머리를 한 채 카메라 앞에 섰다. “정말 옛날 그대로예요, 언니.” 그의 코디네이터가 몇차례 탄성을 냈다. 평소 촬영 땐 퍼머머리를 했더니, 나이들어 보인다는 지적이 적잖이 들어오는게 코디네이터 입장에선 꽤 불만이었단다. “감독님이 극중 배역에 맞는 분장을 강조하니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연기자란 직업의 매력 아닌가요. 그래도 젊게 보인다니 기분은 좋네요.” 가을에서 갑자기 여름으로 돌아간 듯한 날씨 탓에 촬영에 몰두하는 그의 콧등에 잠깐 옅은 물기가 어렸지만, 곧 언덕바지 숲그늘 사이로 바람이 불더니 그의 생머리를 가볍게 흩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