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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심의, 인도에서도 말썽

X등급 상영 합법화 주장하던 등급위원장 비헤이 아난 사퇴인도영화등급위원장 비헤이 아난이 X등급 영화상영의 합법화를 둘러싼 마찰 때문에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아난은 <밴디트 퀸> <엘리자베스>를 연출한 세카르 카푸르의 삼촌이자 그 자신도 1980년대까지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던 인물. 그는 1952년 제정된 인도영화 법령이 변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면서 특정 상영관에서는 소프트포르노를 상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건의해왔다. 섹스와 누드, 폭력,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엄격히 제한하는 인도의 영화검열 기준은 보수적이기로 악명높지만, 대부분의 극장은 법망을 피해 삭제된 필름을 상영하기 때문이다. 개봉일 아침에 잘라낸 필름을 끼워놓고 지방경찰에 뇌물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 아난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면 합법화시킨 뒤 감시하는 편이 낫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여성단체에서 아난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포르노영화의 상영은 바람직하지도 건전하지도 않다”는 문서를 보내 아난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난의 사퇴에 대한 인도영화계의 입장은 신중한 편이다. 아난은 퇴임할 때까지도 등급위원회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고집한 반면, 정부는 위원회가 도덕적인 가치를 충실히 반영하는 오락만 대중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믿고 있다. 영화감독 시암 베네갈은 “시나리오에 필요하다면, 영화의 성(性)적 요소는 허락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지 자극을 위해서 삽입된 섹스장면은 금지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섯명으로 구성된 인도영화등급위원회는 텔레비전과 극장에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를 사전심의하고 등급을 결정하는 조직. 그동안 <카마수트라>의 미라 네어와 <밴디트 퀸>의 세카르 카푸르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많은 인도 감독들이 상당 부분의 필름을 잘라내는 수모를 겪어왔다.

카를로비 바리에서 만난 로저 에버트

영화제 취재차 머문 카를로비 바리에서 로저 에버트를 인터뷰한 것은 예정됐던 일은 아니었다.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고 할까? “혹시 로저 에버트를 인터뷰할 생각없나요?”라는 이스트필름 대표 명계남씨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져 대뜸 약속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지난 7월13일 폐막한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에서 두 사람은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아 매번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던 참이었다. 한 차례 약속이 어긋나고 극장에서 우연히 마주쳐 인사를 나누는 우여곡절 끝에 7월9일 에버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인터뷰가 성사됐다. 당신의 영화평은 한국의 영화저널리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많은 영화담당 기자와 영화평론가들이 새로운 할리우드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당신의 영화평을 들춰본다. 당신의 영화평을 미국식 저널리즘 비평의 표준으로 여기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의 비평과 프랑스의 비평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 자신의 비평이 프랑스의 비평에 비해 엔터테인먼트에 비중을 많이 두며 좀더 대중적이라고 생각하나. 음, 그건… 나는 일간지에 영화평을 쓰는 사람이다. 그것은 잡지나 학계 논문집에 글을 쓰는 것과 다르다. 글을 쓸 때 이 글을 읽을 독자가 알 수 있는 말로 써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때로 심각하고, 때로 웃기며, 때로 엔터테인먼트가 되려고 노력한다. 나는 신문장이이며 저널리스트다. 신문을 사서 읽는 사람들이 글을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면 소용없는 것이다. 프랑스의 일간지와는 다르다. 대부분 미국의 일간지는 독자층이 구분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위한 매체다. 하지만 프랑스는 우익 신문, 좌익 신문, 지식인 신문, 대중 신문이 나눠진다. 영국도 비슷해서 <더 타임스> <인디펜던트> <데일리 텔레그래프> <가디언> 등이 각기 다른 성향이다. 프랑스나 영국과 달리 미국의 신문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쓴 글이 어디에 실리는지, 누가 읽는지를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 심각한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쓰는 경우도 있다. <뤼마니테> 같은 영화의 평은 그렇게 썼다. 하지만 <맨 인 블랙2> 영화평은, 그렇게 진지하지 않다. 영화평론가가 된 계기는 어떤 것인가?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직업인가. 그렇지 않다. 난 15살 때부터 신문기자로 일했다. 아마추어 신문이 아니라 진짜 일간지였고 스포츠 지면에 기사를 썼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문학 교수를 꿈꾼 적도 있다. 시카고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 선타임스>에 들어가 일했는데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평을 담당하던 전임자가 은퇴하는 바람에 영화평을 쓰라는 제의를 받게 됐다. 나로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전에 영화평론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하겠다고 했고 그 결정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 그뒤로 35년간 영화평을 썼다. 1975년에 퓰리처상을 받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로 수상했나. 신문사에서 퓰리처상 후보로 내 영화평 10개를 보냈다. 나로선 놀라운 일이었는데 왜냐하면 연극이든 문학이든 비평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후보로 보낸 영화평에는 잉마르 베리만의 <외침과 속삭임>, 페데리코 펠리니의 <아마코드> 등에 대한 평이 포함돼 있었다. 러스 메이어의 <인형의 계곡 너머>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는. 러스 메이어를 좋아한다. 대학 다닐 때부터 그의 영화를 좋아했다. 그는 위대한 오리지널 미국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섹스영화라기보다 코미디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그의 영화에 관한 호의적인 기사가 난 적이 있다. 기사를 쓴 사람에게 나도 동감이며 러스 메이어에 대해 더 많이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얼마 뒤 러스 메이어와 친구가 됐고 이십세기 폭스사에서 내게 시나리오를 쓰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인형의 계곡>의 속편 시나리오를. 흔쾌히 승낙했고 <인형의 계곡 너머>는 아주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TV프로그램 <시스켈과 에버트>을 시작할 때, 이 프로그램이 영화비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했나. 당시 TV의 영화관련 프로그램은 대부분 단순한 홍보 프로그램이었다. 시청자는 어떤 영화의 나쁜 점에 대해 들을 기회가 없었고 오직 장점만 이야기했다. 감독 인터뷰건 배우 인터뷰건 모두가 프로모션용이다. 우리 프로그램은 영화의 장단점에 대해 터놓게 얘기했다. 내 견해는 이렇다고 솔직히 말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홍보의 기회를 잡을 수 없는 영화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다큐멘터리, 인디영화, 클래식영화들에 대해서 말이다. 모두가 <스파이더 맨>에 대해 떠들 때, 좀더 작은 영화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영화정보가 온통 하나의 영화에 집중돼 있을 때 대중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유용한 일이라 생각한다. <시스켈과 에버트>의 영화 선택에 있어서 어떤 압력을 받은 적은 없나. 모든 영화가 이 프로그램에 나오길 희망하지만 선택은 항상 우리 스스로 했다. 일반적으로는 <스파이더 맨>이나 <스타워즈> 같은 메이저영화들이 전파를 타지만 다큐멘터리나 저예산영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진 시스켈과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궁금하다. 나는 <시카고 선타임스>의 영화평론가였고 시스켈은 <시카고 트리뷴>의 영화평론가였다. 말하자면 나의 적이었다. 두 신문은 경쟁지였고 우리 역시 경쟁하는 사이였다. TV에서 우리 둘을 불렀을 때도 역시 상대에 대한 견제가 만만치 않았다. 수차례 격렬한 공방을 벌였는데 그게 쇼를 돋보이게 하는 데는 좋은 일이었다. 시스켈과 격렬히 논쟁했던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든다면. 자주 논쟁을 했고 그중 예를 들자면 <지옥의 묵시록>이다. 시스켈은 <지옥의 묵시록>을 좋아하지 않았고 나는 이 영화를 걸작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그는 내 견해에 동의했다. 남들이 걸작이라고 말하는 영화를 홀대한 경우는 없었나. 물론 있다. 데이비드 린치의 <블루 벨벳>, 테리 길리엄의 <브라질>(비디오 출시명: <여인의 음모>) 등이 그렇다. 하지만 평론가가 할 일은 대중의 견해를 따르는 게 아니라 자기 견해를 밝히는 것이다. 내 견해가 항상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평은 자기가 보고 느낀 것을 써서 평을 본 사람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평론가의 견해가 나와 다르더라도 좋은 평은 그 영화를 잘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영화평 자체에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 영화평론가에게, 또는 영화평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평론가는 자기 견해대로 글을 써야 한다. 또한 독자가 글을 읽고 어떤 영화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독자가 이 영화를 볼지 말지를 결정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평론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영화에 대한 어떤 뚜렷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가 있다면 평론가가 별로라고 썼지만 나라면 좋아할 영화 같다는 식의 판단을 할 수 있다. 어떤 영화를 나중에 다시 보고 이전 견해를 수정한 경험이 있는가. 일반적으론 없는 일이다. 아주 가끔 있는 일이다. 예를 들자면 <용서받지 못한 자>는 두 번째 봤을 때 훨씬 좋았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봤을 때는 대체로 개봉 전에 다시 보고 영화평을 쓴다. 칸이나 토론토영화제에서 하루에 5편씩 보면서 평을 쓸 시간을 갖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확실히 영화제에서 보고나서 나중에 다시 보면 훨씬 영화에 집중할 수 있다. 느긋하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대체로 나는 처음 봤을 때 견해에 따르는 편이다. 많은 감독들이 영화평론가에게 불만스러워하는 점은 한번 보고 어떻게 단정하느냐는 것이다. 두번, 세번 거듭 보기를 요구하는데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신문장이다. 그건 내가 매일 기사마감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어떤 영화든 대체로 한번밖에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두번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나도 두번 보고 쓰고 싶다. 하지만 대학에서 영화에 대한 강의를 할 때는 한 영화에 대해 10시간 동안 가르친다. DVD로 장면마다, 프레임마다 정지시켜놓고 설명하고 토론하는 식이다. 그것은 미세한 부분까지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며 매우 유용한 방식이다. 일간지의 영화평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그렇게 3∼4번씩 보는 게 불가능하다. 영화를 보고 회사에 돌아와 기사를 쓰면 끝이다. 가능한 시간은 그게 전부다. 나는 프로페셔널 신문장이이지 아카데믹한 교수가 아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본 적 있나?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는데. -못 봤다. 올해 4월에 어깨가 부러지는 바람에 칸영화제에 못 갔다. 올해는 25년 만에 처음 칸영화제에 못 간 해다. 김기덕 감독의 <섬>을 보고 영화평을 쓴 적이 있던데. -와우,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아주 강력한 영화이고 폭력과 아픔이 넘치는 영화다. <섬>은 흥미로운 상황을 제시한다. 상징적인 의미로서 남자는 생존하기 위해 여자에 의지해야 한다. 그러나 남자는 섬에서 혼자 살고 있고, 여자는 해안에 산다. 매우 강한 영화다. 선댄스영화제 때 보고 호평을 쓴 적 있지만 미국에서 상업적인 배급망을 탄 적이 없어서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미국에서 개봉한다 해도 성인영화로 취급받을 것이다. 지나치게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말하고 싶진 않다. 감독은 필요한 묘사를 했고 그것은 영화에 적합한 것이었다. 오늘날 미국영화에서 뉴-뉴 아메리칸 시네마라고 부를 만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나. 인디영화는 여전히 흥미롭다. 매우 적은 예산으로 찍는 디지털영화들 가운데도 주목할 만한 영화가 나오고 있고. 오늘날 할리우드 대작영화들은 대체로 너무나 예측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나는 둘을 인더스트리얼시네마와 아트시네마로 나눠 부르는데 인더스트리얼시네마는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것으로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다. 디지털영화가 적은 예산으로 작업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지만 오늘날의 미국영화가 30년 전보다 덜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미래의 작가로 주목하고 있는 미국 감독이 있다면. <존 말코비치 되기>의 스파이크 존스, <쓰리 킹즈>의 데이비드 O. 러셀, <매그놀리아>의 폴 토머스 앤더슨, <한 가지에 대한 13개의 대화>의 질 스프레처, <너스 베티>의 닐 라뷰트, <줄리안 동키보이>의 하모니 코린 등을 들 수 있겠다. 당신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영화를 꼽는다면. <시민케인>이다. 17살 때 이 영화를 보고 여러 가지를 배웠다. 감독의 존재를 알았고 영화의 내면에 감독의 비전과 메시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까지 영화를 엔터테인먼트로만 대했는데 <시민케인>은 나를 눈뜨게 했다. 또 다른 영화를 든다면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다. 대학 1학년 때 외국영화를 보는 동아리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다. 베리만이나 펠리니의 영화도 이 시절 처음 접했지만 <이키루>는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위대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이키루>에 대한 평은 나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쓰는 ‘그레이트무비’라는 코너에 들어 있다. 당신의 영화평에는 별점이 들어 있다. 영화에 별점을 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별점은 지나치게 단순한 것이다. 신문사에서 시켜서 하는 일일 뿐이다. 미국의 수많은 신문이 별점을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최근엔 별점을 좀 보완하려고 별의 개수를 5개로 늘렸다. 3개가 정확히 중간점수가 되게끔…. 어찌됐든 멍청한 짓이다. 나는 내가 쓴 글을 읽기를 바라지, 내가 별 몇개를 줬는지만 보는 것은 원치 않는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결코 없다. 나는 신문장이다. 어렸을 때부터 신문에 글쓰는 걸 꿈꿨다. 글쓰기를 그만두고 방송출연만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신문장이다.카를로비 바리=글·사진 남동철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머릿속까지 파고드는 음향 ‘짜릿’

장기 매매와 아동 유괴 그리고 그에 얽혀 극악해져 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화제가 되었던 <복수는 나의 것>이, 극장에서 막을 내린 후 채 몇 개월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디브이디로 출시됐다.하드보일드한 스토리, 사실적인 영상과 함께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소름끼치는 각종 음향이 역시 디브이디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요소. 특히 많은 음향 효과들 중에서도 소녀 주검의 부검장면에서 들려오는 뼈를 가르는 소리는, 디티에스(DTS) 사운드로 생생하게 재생되어 순간적으로 귀를 막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강렬하다. 이런 음향효과들은 스페셜 피처 디스크의 메뉴화면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다. 비교적 평이하게 영화의 주요장면을 활용한 본편영화용 메뉴화면과는 달리, 스페셜 피처 디스크의 메뉴화면은 디브이디용으로 따로 제작된 배경화면을 바탕으로 영화에 빈번히 사용되었던 음향을 뽑아서 쓰기 때문. 사람의 숨통을 죄었을 때 나는 소리와 그로테스크한 음악 위로 번지는 끼끽거리는 날카로운 소음 등은, 듣는 이로 하여금 영화의 장면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만들며 소름이 돋게 만들 정도다. 게다가 피가 말라붙은 듯한 이미지를 과감하게 차용한 메뉴화면의 배경들은, 이러한 소리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구실까지 수행한다. 음향과 함께 이 디브이디의 또다른 훌륭한 점은 영화의 일관된 이미지가 부록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있는 정보를 보여주는 부록들은, 근래에 보기 드문 잘 짜여진 기획력의 승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적극적으로 부록 제작에 참여해 자신의 연출 의도와 영화의 제작과정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박찬욱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복수는 나의 것> 디브이디에는 이 밖에도 그와 류승완 감독이 함께 진행하는 오디오 코멘터리, 배우들의 수화연습과 각종 특수분장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인 프로세스 오브 미스터 벤진스(In Process of Mr. Vengeance)' 코너, 동영상으로 표현된 스토리보드인 '무빙 콘티뉴어티(Moving Continuity)' 코너 외에도 많은 부록들이 빼곡이 들어있다. /복수는 나의 것> 이철민/디브이디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23년전 원본 그대로 12회에 담아 - <빨강머리 앤>1985년 9월 우리나라 텔레비전에서 첫 선을 보였던 애니메이션으로, 폭넓은 시청자 층을 형성했던 작품이다. 디브이디로는 전체 12개의 타이틀이 9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1979년도라는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화질과 색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방송 당시 불규칙한 편성시간으로 인해 잘려나갔던 부분이 다시 복원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감독-다카하타 이사오/ 자막+더빙-한국어, 일본어/ 화면비-4:3/ 오디오-돌비 디지털 2.0/ 지역코드-3/ 출시사-매니아엔터테인먼트참신함은 있다…‘부록’은 없다 - <로얄 테넌바움>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 신예감독 웨스 앤더슨의 최신작으로, 너무나도 튀는 개성을 가진 천재가족의 한바탕 소동을 그린 독특한 코미디물이다. 소설처럼 전개되는 특이한 구성과 분위기의 영화 자체도 즐겁지만, 감독의 해박한 음악적 지식으로 선별된 팝의 명곡들을 깨끗한 음질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디브이디의 매력이다. 그러나 너무도 아쉬운 점은 부록이 전혀 없다는 사실. 감독 - 웨스 앤더슨/ 자막 - 한국어, 영어, 중국어(베이징어), 타이어, 인도네시아어/ 화면비 - 아나몰픽 2.35:1/ 오디오 - 돌비 디지털 5.1/ 지역코드-3/ 출시사 - 브에나비스타

한국영화 석달간 극장 점거

올 상반기 한국 극장가는 여섯 달 중 거의 석 달 동안 한국영화를 튼 것으로 나타났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의 상반기 결산자료에 따르면, 실제상영을 기준으로 전국 584개의 스크린을 조사한 결과 한국영화 평균상영일수(날짜 점유율)는 총 상영일수인 173.7일 중 79.19일로 45.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4.3일(37%)에 비해 15일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문화연대는 관객 동원력이 높았던 한국 영화가 추석과 연말 등 하반기에 집중 개봉되어온 관례로 볼 때 올해의 한국영화 평균상영일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극장용 영화에서와는 달리, 텔레비전 영화의 경우는 아직까지 ‘미국영화 편중’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연대에 따르면 방송에서 문화 다양성을 확보하려고 올해 처음 시행된 ‘월간 1개 국가 제작물 편성 비율을 60% 이하로 한다’는 규정은 5개 방송사(KBS, MBC, SBS, EBS, iTV)가 모두 상반기 6회 중 2회 이상 위반했다고 나타났다. 60%를 넘어선 제작국은 물론 미국이다. 그러나 외국영화 중 미국영화의 편성 비율은 평균 58%로 지난해 67%에 비해 9%p 낮아졌다고 나타나 미국영화 편중이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영화 편성 비율’의 경우, 올해 고시인 25%를 문화방송만 위반했다고 나타났다. 이상수 기자

공포의 근원을 오해하고 있는 공포영화,<폰>의 오류와 실수(2)

공포의 공간, 인색한 활용이 공포를 반감시킨다 호정과 창훈 부부가 새로 구입한 저택, 죽은 여고생의 시체가 감추어져 있는 그 저택이 영화 속에서 전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영화 <폰>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원혼은 분명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줄 중개자로 더없이 적격인 직업을 가진 지원을 곁에 불러들였다. 귀신들린 집은 생명력을 지니고 집안 어디에나 편재하는 귀신의 존재를 환기시킬 때만이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집은 어서 뛰쳐나가고 싶은 곳이거나 숨겨진 비밀을 찾아 인물들이 집요한 탐색을 벌이는 그러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휴대폰의 ‘광역성’과 귀신에 의한 희생자 선택의 무작위성은 자꾸 지원의 발길을 엉뚱한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지원은 좌표없는 장소를 찾아헤매는 존재이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휴대폰 벨소리와 노트북 화면에 뜨는 괴이한 메시지로 대치해놓은 것이 장르의 성공적이고 현대적인 변용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토록 널찍한 집을 무대로 삼았으면서도 감독은 공간의 특성을 효율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 영화의 대부분의 공포효과는 심도 얕은 화면과 진부한 포커스 이동이 창출해내는 눈속임에 기반하고 있다. 한갓 만성 딸꾹질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에 불과한 ‘깜짝 효과’들이 스크린과 스피커로부터 지겹도록 터져나온다. 감독은 전작 <가위>에서 휴대폰 화면으로부터 손 하나가 솟아나와 희생자의 눈을 뽑아내는 모습을 다소 어색한 특수효과로 보여준 바 있다. 스크린은 환영들이 펼쳐지는 공간이라는 암묵적인 약속을 깨고 갑자기 스크린을 넘어 관객을 향해 달려드는 무언가가 있을 때 공포의 감정은 극대화된다. 이것은 공포영화 제작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지녀보았을 한없는 이상이다. <링>의 귀신이 텔레비전 모니터를 넘어 희생자에게 다가오던 장면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이상을 반영한 영화들의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크로넨버그의 <비디오드롬>, 웨스 크레이븐의 <영혼의 목걸이>와 <스크림> 연작, 존 카펜터의 <매드니스>, 토비 후퍼의 <폴터가이스트>, 그리고 레니 할린의 <나이트메어4> 등등. 영화 <폰>에서 휴대폰 너머의 목소리와 비현실적인 환영으로서만 그 존재를 드러내던 원혼의 시체가 마침내 지원을 통해 발견되어 바닥에 쓰러진 호정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는 순간의 묘사만큼은 탁월하다. 이는 파열하는, 혹은 현실로 확장되는 스크린의 이미지를 적절히 변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은 아무것도 아님, 비어 있음, 무가치성, 환영, 완벽한 죽음 그 자체가 존재를 뒤덮으며 엄습해오는 순간이 아니다. 스크린에 재현된 귀신이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는, 그 귀신에 의한 죽음이 존재의 완전한 박탈, 사후 구원의 가능성까지도 완전히 소거시켜버리는 진정 저주스러운 죽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귀신의 존재 자체가 거꾸로 죽음의 공포를 경감시키는 역할을 떠맡게 되는 우스운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를테면 <엑소시스트>에서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 스스로의 영혼을 악령에게 내맡겨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신부의 죽음이 바로 그러한 죽음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폰>은 다소 미심쩍다. 유령의 집 관람은 끝나가고 빛이 들어오는 입구가 저만치 보인다. "공포란 무엇인가?" "관심없음!" 안병기 감독은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가 유발하는 공포의 원천이 악령들린 소녀 리간의 기괴한 몸뚱이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 결국 자신의 영혼- 기독교적 사유에서라면, 존재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질- 을 악령에게 내맡길 수밖에 없는 신부의 딜레마가 없었다면 <엑소시스트>의 공포는 그저 피상적인 것에 그쳤을 것이다. 여기서 존재의 뿌리를 파고드는 공포는 구원의 불가능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폰>에서 귀신들린 아이의 몸짓은 참으로 ‘엽기적인’ 볼거리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한다. <폰>은 공포영화 장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기보다는 친숙한 공포의 소재들을 가지고 ‘유령의 집’을 구성하는 데 훨씬 공을 들인 영화다. <폰>은 공포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건 웃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이지 감독의 관심은 ‘공포’가 아니라 ‘공포영화’에 놓여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관객에게 ‘잘 먹힌’ 공포영화들을 어지러이 끌어들여, 우리로 하여금 이미 익숙한 체험을 다시 한번 반복하게 만든다. 이 체험은 다른 게 아니라 분명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번지점프 줄에 매달리고 자이로드롭에 올라타는 이들이 기대하는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단지 필름으로 찍혀졌고 필름조각들의 조합이 일련의 서사적 이미지들을 구성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폰>을 영화라 불러야 할 것인가? 따라서 이 글은 한 영화에 대한 비평이 아니라 올해 새로 선보인 놀이기구에 대한 시승기(試乘記)이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졸음이 쏟아질 만큼 지루했다.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노출

몸을 드러낸 여자들은 도시의 여름을 긴장시킨다. 탱크톱에 핫팬츠로, 강렬하게 몸매를 드러낸 여자가 저쪽에서 걸어올 때, 더위에 늘어진 거리는 문득 성적 활기를 회복한다. 노출이 대담한 여름 여자를 볼 때마다 나는 내가 그 여자의 옷을 보고 있는지 몸을 보고 있는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이 혼란은 온갖 정의로운 담론들이 아우성치는 이 황폐한 도시에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 나의, 그나마의 즐거움이다. 진보적 자유나 보수적 진실을 절규하는 신문 칼럼을 읽을 때가 아니라, 노출이 대담한 젊은 여자가 그의 젊은 애인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활보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이 나라의 미래에 안도감을 느낀다. 여름 여자들의 그 손바닥만한 탱크톱과 핫팬티, 그리고 그 밖으로 드러난 팔다리 사이에서 나는 흔히 아득함을 느낀다. 여자들의 여름패션이 아무리 바뀐다 하더라도 탱크톱의 긴장감과 해방감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탱크톱은 하나의 완연한 세계를 이룩한 패션이다. 드러내기와 감추기 사이에서 탱크톱은 가장 긴장된 타협을 이루어낸다. 그래서 헐렁한 탱크톱과 꽉 끼는 탱크톱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유혹적인가라는 질문은 성립되지 않는다. 탱크톱은 감추려는 가슴 부분을 오히려 더 드러냄으로써, 드러난 어깨와 팔을 거꾸로 감추는 듯하다. 탱크톱이 이룩한 그 긴장된 타협이 드러내기와 감추기의 경계를 허물어내는 것이다. 탱크톱의 끈은 브래지어의 끈과 함께 여름 여자의 어깨 위로 나란히 나타난다. 아, 그 두개의 끈 사이의 밀고 당김은 얼마나 놀라운가. 그 두개의 끈은 전혀 계층이 다른 끈이다. 탱크톱의 어깨끈은 겉옷으로서의 공식성을 위태롭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브래지어의 어깨끈은 그 최소한 공식성을 벗어나고 있다. 흔히 브래지어의 어깨끈은 속옷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그 질감은 순결한 무방비의 질감이다. 그 두개의 끈 사이의 문명적 거리는 멀다. 그리고 그 두개의 끈은 서로 모순되면서 닮아간다. 탱크톱의 어깨끈은 형태를 버리고 증발하려 하지만, 브래지어의 어깨끈은 형태를 갖추어 세상 밖으로 나오려 한다. 여름 여자들의 어깨 위에서 그 두개의 끈은 충격적 대조를 이루며 평화롭게 공존한다. 그 어깨 위에서 브래지어 끈이 한쪽으로 흘러내렸을 때 평화는 문득 깨어질 듯한데, 나는 이런 어깨는 오래 바라보지 못한다. 올 여름에는 탱크톱의 어깨 위로 브래지어 끈이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투명한 브래지어 끈이 나왔다고 여성잡지 패션광고에서 읽었다. 속옷 끈이 몰고 오는 연상작용을 꺼려하는 새침한 속성이 여자들에게 남아 있는 모양인데, 뭐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탱크톱은 겨드랑살을 드러낸다. 살이 접혀서, 작은 고랑을 이루는 부위다. 마릴린 먼로는 이 부위의 살이 아름답게 접혀 있었다. 먼로는 죽어서 다 썩었겠지만, 후세의 여자들은 이 부위의 살을 먼로 살이라고 부른다. 너무 두껍지만 않다면 먼로 살은 아름답고 에로틱하다. 먼로살 주변에서 평화와 도발은 다르지 않다. 나는 그 모순 속에서의 긴장이 즐겁다. 더구나 지금은 찌는 여름인 것이다. 화장품 광고를 보았더니, 올 여름에는 틴트(TINT)라는 입술화장품이 나왔다. 이것은 장미에서 추출한 천연물감이다. 젊은 여자후배를 불러서 이 틴트를 실험해보게 했다. 틴트는 놀라운 화장품이었다. 립스틱이나 립글로스의 중량감, 작위성, 번들거림을 모조리 제거하고, 틴트는 여자의 입술을 편안하고 가벼운 여름입술로 바꾸어 주었다. 여자의 입술은 수많은 잔주름으로 덮여 있다. 립글로스는 그 잔주름들을 기름기로 덮어서 끈끈하게 번들거리는 공격성을 드러내지만 틴트는 그 주름들을 그대로 살려내면서 입술의 자연성을 되살려내고 있었다. 틴트의 아름다움은 그 헐거움과 그 빈약함에 있다. 잘 익은 수박을 식칼로 쪼개면 그 속에서 펼쳐지는 바다와 같은 선홍색은 천연의 색깔이다. 틴트는 그 수박의 식물성을 닮아 있었다. 립스틱과 립글로스는 바깥쪽을 지향하지만, 틴트는 입술과 미세하게 교섭하면서 입술의 안쪽을 지향하고 있었다. 립스틱과 틴트의 관계는 탱크톱 끈과 브래지어 끈의 관계와 유사하다. 틴트의 유혹은 그 평화와 무작위에 있었다. 밀고 당기면서, 여름 여자들의 노출과 화장은 스스로 긴장된 자리를 찾아간다. 나는 우리나라 여자들이 다들 예쁘고 다들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젊은 여자들의 성적 매력은 나라의 힘이고 겨레의 기쁨이다. 올 여름 여자들의 노출이 너무 심하다고 텔레비전은 개탄하고 있지만, 너무 그러지들 말아라. 곧 가을이 오면 여자들은 다시 옷을 입을 것이다. 좋은 것을 좀 내버려두라는 말이다.김훈/ 소설가· <한겨레> 기자

˝카메라 덕분에 목숨을 건진 적도 있어˝

1984년, 김기영 감독과 <바보사냥>(엄심정·김병학)을 찍는 도중 태백의 탄광촌에 머무른 적이 있어. ‘갈 데까지 갔다’는 뜻의 막장을 그때 처음 경험했는데, 한 사람이 겨우 무릎걸음으로 기어다닐 수 있도록 만든 작은 굴 안에서 질식과 압사의 공포를 느껴야 했지. 당시, 촬영팀을 따라 굴 안으로 들어가려던 나를, 주위에선 “거기까지 뭣하러 동행하냐? 그냥 밖에 있어라”고 만류했지만, 장소를 가리면서 찍는 스틸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극구 함께 갔지. 그런데 공간이 그렇게 작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 좁은 굴 속을 떠나니는 매캐한 석탄매연과 쉴새없이 흐르는 땀으로 얼굴과 손이 온통 까만 연탄반죽으로 뒤덮였지. 얼마 안 가 카메라도 작동을 멈추고 말았어. 탄가루가 렌즈와 셔터 등 미세한 기계의 부품에 날아들면서 생긴 일이었어. 결국 카메라 한대를 버리고, 지독한 폐쇄공포를 경험한 것이 그날을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한 거지. 카메라가 고장났지만, 촬영을 마치기 전까진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던 터라 지옥 같은 더위에 시달리면서도 갱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기다리던 탄차가 도착하고,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와 햇살을 느끼는 순간 ‘살았구나’ 그런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온통 탄가루를 뒤집어쓴 통에 배우나 스탭이나 누가 누군지 모르겠더라고. 지금 생각하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저 스틸을 찍겠다고 막장으로 뛰어든 행동이 충분히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지. 영화를 위해 어디라도 달려가는 사람들이 바로 감독이고, 배우고, 스탭들이야. 영화 이외엔 자신의 안전도 부차적인 문제인 거지. 같은 해 찍었던 <아가다>(김현명 감독, 유인촌·이보희 주연)에서 이보희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거야. 아버지의 간호를 위해 환속한 아가다 수녀가 사모하던 이의 배신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눈밭을 헤매는 장면을 찍을 때였어. 눈밭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뛰어가라는 지시를 받자마자 이보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바로 옷을 벗고 몇번이고 같은 장면을 연기했어. 영하 20도의 추위에 모두들 오그라 붙었지만, 이보희는 마치 추위를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지. 컷 사인이 날 때마다 코디네이터와 스탭들이 입혀준 점퍼로 눈사람 모양이 되어선 방금 촬영한 장면을 재차 확인했어. 그런 그녀를 보며 ‘아, 배우는 정말이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저렇게 자신을 생각지 않은 채 감독의 지시에 무조건 따른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책임감이 무서운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지. 우스갯소리긴 하지만, 배우의 배(俳)자를 가만히 살펴보면, ‘사람(人)이 아니다(非)’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거든. 그게 딱 내 생각이야. “배우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 바로 배우다.” 보통 현장을 나설 땐 두대에서 세대의 카메라를 기본으로 갖추고 다녀. 흑백, 컬러, 스냅사진을 따로 찍을 수 있도록 말야. 카메라의 모델도 많이 바뀌었지. 니콘 F2까지는 취급해봤는데, 요즘엔 니콘 F5가 최신형이라고 하더군. F3까지는 수동카메라로 출시됐는데, 그중 F2는 완전 기계식 카메라의 명기라고 할 수 있지. 프로용으로 만들어져 가장 많이 썼던 모델은 니코마트(Nikomat)였어. 줄잡아 네댄가 다섯대가 내 손을 거쳐갔을 거야. 니코마트는 70년대 등장한 모델로, 무겁긴 해도 내 입맛에 딱 맞는 기종이었어. 무거운 반면 흔들림이 없고, 어디 부딪혀도 큰 고장이 안 났지. 그만큼 내구성이 좋았고, 마운트 호환도 자유로웠어. 또한 니콘에서 나온 다양한 렌즈를 쓸 수 있었지. 그 밖에도 내 손을 거쳐간 카메라는 독일 카메라 롤라이 플렉스와 롤라이 코드, 일본 교세라 그룹의 야시카 카메라 등이 있었어. 차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부 장식과 개조, 옵션 장착에 온통 돈을 들이붓듯이, 카메라 만지는 사람은 그저 돈만 생기면 좋은 렌즈, 신형 카메라와 기자재에 눈독들이기 바쁘지. 그나마 아이들이 크면서 크지 않은 벌이에 사치를 부리긴 힘들었지만 나도 그런 욕심이 없었던 건 아냐. 좋지 않은 형편이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재산 현황을 체크해오라는 숙제를 받으면 카메라만큼은 꼬박꼬박 적어낼 수 있었어. 카메라가 텔레비전만큼이나 귀하던 시절의 얘기야. 그렇게 목숨같이 아끼던 카메라 덕분에 목숨을 건진 적도 있어. 국내 영화제작 사상 최대의 참사로 꼽히는, 93년 <남자 위에 여자>의 헬기 추락사고 현장에 바로 내가 있었어. 그때도 스틸을 찍고 있었어. 아침에 현장을 가려고 길을 나서는데, 카메라에 달린 줌 렌즈(Zoom lens)가 툭 하고 떨어져 깨진 거야. 현장에 도착해서 촬영감독과 조명기사에게 그 이야길 했더니, “아, 백 기사님, 오늘 일은 다 하셨네요. 어쩌죠” 하고 놀림 반, 걱정 반을 하는 거야. 하긴, 남자주인공이 헬기를 타고 신부가 기다리는 결혼식장에 도착하는 장면을 찍는데, 줌 렌즈가 없으면 말짱 헛일이었지. 구술 백영호/ 스틸작가 54년간 영화현장 사진에 몸담음 <유관순> <생명> <임꺽정> <만다라> <바보사냥> <바보선언> <아다다> 등 100여 작품 5만여컷의 스틸작업 정리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문화관광부, 일본문화 4차개방 의견수렴 나서

지난해 역사교과서 파동 때문에 물밑으로 잠겼던 일본대중문화 개방과 관련해 문화관광부가 의견 수렴에 나섰다. 최근 영화·애니 관련단체에 3차개방까지의 평가와 남은 분야 개방에 대한 의견수렴을 요청한 것이다. 거의 전면개방에 가까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는 4차 개방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미 대세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분야별로 내용이나 시기 면에선 조금씩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영화 분야는 지난 몇년간에 걸친 한국영화의 성장세에 힘입어 “자신있다”는 분위기다. 유일하게 묶여있는 ‘18살 이상 관람가’ 부분까지 풀어도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인회의의 경우 자율등급 체제인 일본에서 등급을 받지 못한 ‘로망 포르노’ 같은 영화도 한국의 에로 비디오 보다는 덜 선정적이라 판단하며 개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이 기회에 위헌여지가 있는 수입추천제까지 없애자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작품을 ‘걸르는’ 역할을 했던 이 제도는 일본의 ‘저질 영화’의 수입을 막을 수 있는 장치라는 것 외에는 존속해야 할 명분이 사실상 없다. 하지만 일본 대중문화의 선정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터라 이 부분은 좀더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애니메이션 분야는 조심스런 분위기다. 영화인회의는 한국 애니의 수준을 고려해 “산업의 위협정도가 높은 전체 관람가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며 15살 이상 관람가 등급 정도부터 개방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반영화와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자는 얘기다. 이에 반해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는 “텔레비전의 경우엔 사실 개방과 관련없이 이미 들어올대로 들어온 상태”라며 극장개봉작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선정적·폭력적 작품 등은 선별적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과 국산창작물에 대한 지원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센과 치히로의 대모험>의 엄청난 성공과 관련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사를 우려한 쪽도 있지만 일부에선 “<라이온 킹>의 대성공으로 한국에서 애니 제작바람이 불었다”며 오히려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김영희 기자

킹카녀와 푼수녀 사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김서형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는 여성 캐릭터의 종합선물세트 같다. 착하면서 실수투성이인 여자, 둔하면서 감상적인 여자, 터프하면서 마음약한 여자, 푼수에 과격한 여자…. 대부분 ‘착한 나라’에 발을 걸치고 있는데 비해 ‘나쁜 나라’의 기운을 풍기는 이 여자, 단연 튄다. 또랑또랑한 하이톤의 목소리. 극중 정준호의 옛 애인으로 등장한 커리어우먼, 일명 ‘네! 실장님’을 연기한 김서형은 첫눈에 보기에도 ‘딱이다’ 싶을 만큼 서늘한 눈매에 길고 가는 팔다리를 가진 서구적인 미인이다. “세련되고, 섹시하고, 화려했으면 좋겠어요.” 캐스팅 때의 주문이었다. 등장부터 신은경을 긴장시켜야 하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주인공과 대조되는 설정을 요구하는 인물이었다. 대사 중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 ‘이강연’ 대신에 처음 시나리오에는 그저 ‘킹카녀’로 표기되어 있었던 역할. 즉 ‘도도하고 잘 나가는 현대 여성’의 이미지만 담아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김서형이 연기하는 이강연은 조금 다르다. 외모상으로는 100% 시나리오 그대로지만 이면에 왠지 모를 어긋남과 빈틈을 가진, 그래서 정이 가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단순한 ‘설정’에서 생명을 가진 캐릭터로 만들어간 것이다. “솔직히 신이 많은 건 아니거든요. 총 6신 정도? 그런데 보는 분들마다 내 신이 그보다는 많은 줄 알았다고 하세요.”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얘기다. “사실 많이 신경을 쓰지 않은 역할인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좀더 욕심을 부렸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도 들어요.” 미스 강원 출신의 김서형은 KBS공채 탤런트로 연기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드라마 <딸부잣집>부터 시작해 몇년 동안 조역, 단역까지 텔레비전 활동을 했지만 “마음 상하는 일을 몇번 겪고” 잠시 연기생활을 접었다. 가끔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CF로 소일하던 그는, 어느 순간 “이건 어릴 때의 막연한 동경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다.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시작하자”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기회는 오히려 영화쪽에서 찾아왔다. <찍히면 죽는다>의 양호선생님, <베사메무쵸>에서는 발레선생님,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무지개’가 아닐까 의심되던 무용과 경희로 조금씩 비중을 높여가던 무렵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저 알고보면 푼수예요.” 생긴 것 같지 않게 털털하고 소박한 편이라면서도 김서형은 “적어도 내 공간에 있는 것,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물론 어릴 적부터 시작한 배우들보다 늦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구하다고 봐요. 초조하거나 불안하지 않아요. 저는 여전히 백지인 걸요. 그려나갈 일만 남았죠.” 적어도 그에겐 채워진 공간보다는 채워나갈 공간이 많은 듯 보인다. 게다가 그 백지의 크기 역시,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아니, 당신 살아 있었어?˝

(저번호에 이어) 이날은 <남자위에 여자>의 첫 장면으로 쓰일, 신부가 기다리는 선상결혼식장으로 신랑을 태운 헬기가 도착하는 장면을 찍을 예정이었어. 촬영준비가 갖춰진 건 오후 4시가 다 돼서였고, 잠실선착장 하류 200m 지점인 한강 위로 헬기가 날아오르면서 촬영이 시작됐어. 당시 헬기에는 모두 8명이 올랐는데, 정원보다 조금 많이 탄 거지. 예정대로라면 당연히 나도 동승해서 스틸을 찍어야 했겠지만, 줌렌즈가 없어 먼 거리 촬영이 불가능했으므로 탑승을 포기했어. 사고가 난 건 이륙을 마친 헬기가 약 10여분가량 한강 상공을 두어 차례 배회하던 찰나였어. 촬영기사 손현채씨가 “앵글이 잘 잡히지 않는다”며 기장에게 고도를 낮춰달라고 부탁을 했던가봐. 근접촬영을 위해 수면 위 10m까지 고도를 낮추는가 싶더니 갑자기 헬기가 기우뚱거리며 수직추락한 거야.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래서 대기하고 있던 배우들과 스탭들은 할말을 잊었고,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어. 헬기는 처음부터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고, 기체가 어느 정도 수면 위로 보이는 상태였어. 잠시 뒤 헬기의 깨어진 창문에서 누군가 기어나오더니 구조를 요청했어. 나중에 보니 취재차 함께 탔던 KBS 프로듀서 김일환씨였어. 자기 발로 걸어나온 사람은 그 사람뿐이었어. 다행히 세모유람선 보트구조요원들이 인근 선착장에 있다가 사고 현장의 김씨를 발견하고, 구조를 도왔지. 이어 사고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강 순찰대 구조대원들이 몰려와 보트 2정에 나누어 사고자들을 건져올렸지만, 이미 5명은 목숨을 잃은 뒤였어. 조금이나마 의식이 있던 남자 주연 변영훈과 미도영화사 대표 이상언씨는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으나 차례로 숨을 거두었어. 결국 살아난 사람은 제 힘으로 헬기를 탈출해 물 밖으로 나온, 해병대 출신의 김 PD밖에 없었어. 영화사상 현장에서 7명의 사망자를 낸 최악의 사고였지. 그때 선착장에서는 여자 주연 황신혜가 신부복 차림으로 신랑 역인 변영훈을 기다리다 사고 현장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말았어. 목숨을 건졌다는 다행함보단 그녀에게 큰 공포와 마음의 상처를 남긴 일이었을거야. 나 역시 처음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그저 멍하게 서 있다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부랴부랴 카메라로 현장을 담아나갔어. 헬기가 강물 위로 머리를 삐죽이 내밀고 서서히 가라앉던 장면은, 줌렌즈가 없어 작게나마 촬영해 놓은 게 있어. 손은 떨리고, 머릿속은 하얘져버렸지만, 지금 이 순간을 남길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뿐이었어. 비명횡사한 이들의 명복을 맘속으로 빌고 또 빌며, 울음을 삼켰지. 줌렌즈가 그날따라 왜 금이 갔는지 모르지만, 그걸로 인해 목숨을 건졌다는 생각만큼은 변하지 않아. 헬기에 탑승했다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엔 김 PD와 일행인 백아무개 사진기사가 있었는데, 우리 집사람은 텔레비전에 촬영기사 백씨 사망이라고 나오자 내가 죽을 줄 알고 거의 실신하다시피 했어. 친척들과 이웃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안부를 전하러 전화를 건 나는 세 시간 만에 가까스로 집사람과 통화할 수 있었지. 그때 그 사람이 건넨 첫마디가 “아니, 당신 살아 있었어?”였어. 하긴 촬영헬기에 탄 촬영기사 백씨라면 누구라도 나를 떠올렸을 거야. 나조차도 그런 우연에 가슴이 떨렸지. 숨진 사람은 헬기 기장 최씨를 비롯해 영화제작자 이상언, 배우 변영훈, 촬영기사 손현채, 촬영조수 김종만, 기획실 직원 김성준, KBS 카메라맨 백순모씨였어. 그런 큰 사고를 당하고 나서 한동안 카메라를 드는 것조차 두려웠어. 사고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크게 남았지. 현장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즈음, 최수종과 오연수가 주연을 맡은 <아래층 여자와 위층 남자>(신승수 감독, 1992)에 투입됐지. 같이 일하던 스탭들과 배우들이 어리긴 했지만, 금세 친해져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일을 할 수 있었어. 그 작품이 공식적인 내 필모의 마지막인 듯했어. 그걸 끝으로 한동안 현장에 나가지 않다가 얼마 전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국방부 영화를 찍고, 다시 ‘부활한 현역맨’으로 돌아온 거지. (웃음) 나에게 끝이란 아마 현장에서 쓰러지는 날이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해. 그게 끝이라면 아마 행복할 거야. 웃으면서 눈감을 수 있을 거야. 고희기념 전시회를 마치고 영상원에 자료를 기증하기로 했을 때 제일 먼저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어. 40여년간 간직한 스틸이 방 하나에 가득히 들어차는 동안 “이것 좀 어떻게 버릴 수 없냐”고 구박을 하기도 한 그녀지만, 막상 스틸을 실으러 트럭이 도착하자 울먹이더라구. 솔직히 내가 없는 사이 스틸 박스들을 치워버렸대도 할말이 없었지만, 어느새 아내도 그 박스에 담긴 나의 정성을 알아서인지, 정이 들어서인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어. 꼭 잘 키운 딸 시집보내는 기분이라더군. 구술 백영호/ 스틸작가 54년간 영화현장 사진에 몸담음 <유관순> <생명> <임꺽정> <만다라> <바보사냥> <바보선언> <아다다> 등 100여 작품 5만여컷의 스틸작업 정리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