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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9404)

판타지 대륙, 그곳에 가고 싶다 [1]

2005년 개봉하는 판타지영화의 원작소설 6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이제 다시 프로도를 만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고선 실연이라도 한 것처럼 서운했다. 엘프와 난쟁이가 이상한 존재가 아니고,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마법을 믿는, 거대한 판타지의 대륙. 한해를 거르고 찾아온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있었어도 중간계가 사라진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2005년이 기다려진다. 서사시 같았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보다는 올망졸망하지만, 판타지 문학의 영토에서 거둬들인 수확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J. R. R. 톨킨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C. S. 루이스의 <나니아 나라 이야기: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이교도의 영역이어야 마땅할 판타지치곤 성경에 가깝지만, 누가 뭐라해도 이미지로 보고 싶은 걸작이다. 성스러운 사자 아슬란이 <오즈의 마법사>의 겁쟁이 사자처럼 보이지만 않기를. 게다가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디즈니가 프랜차이즈로 제작하겠다고 선언한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고, <나니아 나라 이야기> 일곱권 중 첫 번째 책이다. 잘만 되면 <반지의 제왕>처럼 서둘러 작별할 필요가 없다.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많은 이들에게 꿈을 현실로 가져다주는 경험처럼 느껴질 것이다. 초콜릿이 강물과 숲과 풀밭을 이루고, 새로운 방에 들어갈 때마다 마술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신기한 과자들이 가득한, 웡카의 초콜릿 공장. 그곳으로 팀 버튼과 조니 뎁이 인도한다. <위험한 대결> 시리즈, <호기심 많은 조지>, 모리스 샌닥의 신비한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 이 많은 영화들 중에서 처음은 올해 말에 개봉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될 테지만, 아직도 두달이나 남았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보냈다고 해도 차가운 바람은 따뜻한 방바닥을 부른다.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맥스처럼, 작은 방이 정글이 되고 바다가 되는 경험을 해보자.

판타지 대륙, 그곳에 가고 싶다 [2]

옷장 문을 여니 나타난 신비한 나라 나니아 <사자와 마녀와 옷장>C. S. 루이스 지음 l 폴린 베인즈 그림 l 햇살과 나무꾼 옮김 l 시공주니어 펴냄 피터와 수잔, 에드먼드, 루시 남매는 공습을 피해서 시골에 있는 디고리 교수 집에 머물게 된다. 낡고 복잡한 저택을 탐험하던 아이들은 오래된 옷장을 발견하지만, 모피 냄새 맡기를 좋아하는 루시만 혼자서 그 옷장 안에 들어가본다. 그리고 마법이 시작된다. 옷장은 사자 아슬란이 노래로 창조한 나라 나니아로 갈 수 있는 통로였던 것이다. 아이들은 루시의 인도로 나니아에 들어서고, 나니아를 차가운 눈으로 뒤덮은 하얀 마녀와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슈렉>의 감독 앤드루 애덤슨이 영화로 만들고 있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모두 일곱개로 이루어진 <나니아 나라 이야기> 중에서 두 번째 대목에 해당된다. C. S. 루이스는 친구이자 <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J. R. R. 톨킨이 호되게 비판했는데도 이 시리즈에 강한 애착을 보였고, 동화와 전설, 천지창조의 신화가 뒤섞인 거대한 연대기로 완성해냈다. 진지하고 외로운 작가였던 루이스. 고통으로부터 구원을 찾곤 했던 그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면서도 속죄와 희생과 배신과 믿음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놓지 못했다. 나니아에 살고 있는 신비한 존재들이 기다리는 사자 아슬란은 구세주와도 같다. 나니아에 생명을 가져다준 그가 다시 나타나는 날, 긴 겨울은 끝나고, 돌덩이 안에 갇힌 동물들이 풀려나고, 천국처럼 따뜻한 봄이 찾아올 것이다. 루이스가 쓴 두 번째 책 <마법사의 조카>는 순서로는 첫 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 디고리가 어린 시절 사악한 마법사 삼촌 때문에 나니아에 들어가게 된다는 전사(前史)를 담고 있다. 루이스는 이 두책 중에서 무얼 먼저 읽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어린 독자에게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먼저 읽는 편이 낫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니아 나라 이야기>는 따로따로 읽어도 좋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라고 답해주었다. 창백한 여배우 틸다 스윈튼이 하얀 마녀로 출연하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루퍼트 에버렛과 짐 브로드벤트 등 든든한 어른들을 조연으로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유머를 몰랐던 루이스와 수다쟁이 같은 코미디를 만든 앤드루 애덤슨이 어울릴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 앞으로도 “나니아에 있는 천개의 이야기”를 엮어가게 될 이 시리즈는 2005년 크리스마스에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70살 노파의 몸에 갇힌 18살 소녀의 영혼 <하울의 움직이는 성>다이애나 윈 존스 지음 l 김진준 옮김 l 문학수첩 리틀북스 펴냄 미야자키 하야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읽으면서 어린 소녀가 노인이 되는 설정에 매혹됐다고 한다. 나우시카와 키키, 모노노케 히메 같은 소녀들을 그려왔던 미야자키는 누군가 자신의 소설을 망치는 걸 원하지 않았던 다이애나 윈 존스에게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강인한 소녀들의 영혼을 알아보는 미야자키. 그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늙고 뻣뻣한 육체 안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소녀의 성장과 첫사랑을 자신의 자유로운 화폭 안에 옮겨 담았다. 판타지 소설의 고전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옛날이야기의 오래된 법칙을 뒤집으면서 시작한다. “잉거리 나라에서 딸 셋 중 맏이로 태어난다는 것은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자식들이 자신의 운명을 찾아나선다면 맏이가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비참하게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터 집안의 맏딸 소피는 마법이 존재하는 나라 잉거리에서 누구와도 다른 운명을 맞게 된다. 맏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은 아버지의 모자 가게에 들어앉아 바느질이나 하고 있던 소피는 영문도 모르는 채 황야의 마녀의 저주를 받아 일흔 노파로 변한다. 소피는 저주를 풀기 위해 혼자 길을 떠나고, 황야의 마녀만큼이나 사악하다고 소문난 마법사 하울의 성에 들어간다. 그러나 철없는 바람둥이 하울은 원하지 않는 임무를 피하기 위해 움직이는 성을 만들고 스스로 나쁜 소문을 퍼뜨린 것뿐이었다. 불꽃 마귀 캘시퍼와 하울의 제자 마이클과 함께 살던 소피는 하울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열여덟 젊은 영혼은 오래된 육체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이애나 윈 존스는 C. S. 루이스와 J. R. R. 톨킨의 강의를 들으면서 문학을 배웠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소설은 아이처럼 천진하면서도 “독자의 나이를 생각하면서 소설을 쓰는 건 아니다”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어른스럽기도 하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2권은 하울과 소피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또 다른 모험담. 존스는 “꿈을 꾸는 것처럼,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어” 현실 세계의 영국과 마법의 나라 잉거리를 넘나드는 이 이야기를 썼다.

SBS 새 수목드라마 <유리화> 주연 김하늘

김하늘(26·사진)은 최근까지 코믹 연기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그의 데뷔작 <바이준>(1998년)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뜻밖’이었을 터다. 청순하고 참신한 얼굴로 젊은 세대의 우울함을 잘 표현해 낸 <바이준>의 김하늘이 덜렁대는 푼수를 유쾌하고 발랄한 톤으로 연기하다니! 결과는 비교적 성공이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년)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년)에서 김하늘은 기존 이미지를 깨고 나름의 변신을 일궜다. 이에 앞서 드라마는 멜로인 에스비에스 <피아노>(2001년)가 대표적인 그의 출연작이었다. 이듬해 문화방송 <로망스>에서 제자와 사랑에 빠지는 푼수 선생님으로 나오면서 청순한 이미지를 벗기 시작했고, 이어 영화를 통해 본격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그런 그가 다시 멜로 연기로 돌아왔다. 오는 12월1일 시작될 에스비에스 수목드라마 <유리화>(박혜경 극본, 이창순 연출)에서 두 고아 출신 남자와 운명적인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여성을 연기한다. “깊이 빠져드는 멜로 연기하고 싶어”“출생의 비밀·삼각관계도 풀기 나름” 멜로 드라마로 복귀한 까닭은 뭘까? 물론 배우에게 다양하고 꾸준한 변신은 언제나 미덕일 테지만, 그는 나름의 설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멜로의 슬픈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멜로 연기는요,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묘하고 기분이 좋아요.” 물론 작품 선택은 그녀의 오롯한 판단에 따른 것이란다. “처음엔 주로 감독이 누군지, 누가 상대 배우인지를 봤어요. 그런데 엠비시 <로망스> 때부터는 어떤 캐릭터이고 어떤 작품인지 그게 마음에 들어야했고, 그 다음에 감독이나 상대배우를 살폈죠.” 그래서인지 작품과 작품 사이의 기간도 짧지 않은 편이다. 신중한 작품 선택이나 비교적 긴 휴식기간 등은 오랫동안 좋은 배우로 남고 싶다는 김하늘의 바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영화에 줄줄이 출연하면서 드라마는 피하고 있나 하는 오해를 살 만했지만, 그렇진 않다고 잘라 말했다. “굳이 영화만 하겠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작품을 보고 결정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확 와닿는 드라마가 없었거든요.”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으로 말을 이었다.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점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해요. (드라마는) 시청률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주시청자층인) 한국 여성들이 좋아하는 내용이 있거든요.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추구해야겠지만, 우선은 정말 재미가 있어야 해요. 이런 점이 한계라면 한계겠죠. 출생의 비밀이나 삼각관계, 재벌 등이 그런 의미에서 자주 나오지만,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정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의 사뭇 진지한 ‘한국 드라마에 대한 변명’이었고, 무엇보다 <유리화>에 쏟아질 비판에 대한 ‘선제 방어’였다. 출생의 비밀은 물론, 재벌2세, 삼각관계 등이 <유리화>의 주된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김하늘이 출연한 드라마들, <피아노> <로망스>는 물론, <해피투게더>(1999년) <햇빛 속으로>(1999년) 등은 대개 시청률 기준으로 성공해 왔는데, 이번에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망각의 세계에 기억을 되돌려 세상을 구원하리, <포가튼>

시작은 원대했으나 끝은 미약하다. 최근 할리우드영화들은 독창적인 주제를 도무지 감당해내지 못한다. 훌륭한 주제들은 어김없이 샛길로 빠져 결론에 이르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주절대고 있다. 이것도 일종의 포스트모더니즘적 현상이라고 봐주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까. 멀쩡한 이야기에 자본의 잉여가 탄생시킨 쓸데없는 살덩어리가 붙여지고 있다. 이 천박함 속에서 영화는 ‘슬퍼하라, 울어라, 무서워하라’를 강요한다. 그러니 가볍게 웃어줄 수밖에. 영화가 당면한 새로운 비극이다. <포가튼> 역시 기대만발했던 시작의 꿈을 결말은 어김없이 배신한다. 탱탱했던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모성이라는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서사에 기억, 상실의 아우라를 첨가한 영화의 도입부는 꽤 신선하다. 비행기 사고로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 허덕이는 텔리(줄리언 무어). 아들을 떠나보낼 수 없는 그녀는 기억을 통해 아들의 존재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물건들이 사라졌음을 발견하고 경악하는 그녀에게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심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아이는 실재한 적 없고 다만 그녀가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 이 사실을 수긍할 수 없는 텔리는 자신의 기억을 지우려는 사람들과 맞서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그녀는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에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영화는 말한다. 살기 위해 죽은 자를, 과거를, 상실을 잊으려고 애쓰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변명이다.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설사 과장된 기억일지라도 인간은 기억하므로 존재할지니. 영화에서 끝끝내 기억을 포기하지 않는 자는 ‘어머니’이다. 그 어떤 권력이 모든 인간의 기억을 제거한다 해도 ‘초월적인’ 어머니의 심장에는 이미 지울 수 없는 기억의 울림이 새겨져 있다. 어머니는 망각의 세계에 기억을 되돌려 세상을 구원한다. 그러나 모성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순간 영화는 슬프고 절박한 스릴러에서 황당한 코믹SF로 돌변한다. 이야기는 논리를 잃고 <오즈의 마법사>가 되고 <터미네이터>가 된다. 회색빛 푸른 톤의 빌딩 숲을 횡단하는 카메라의 시선과 핸드헬드로 인물들을 급박하게 따라가는 카메라의 과잉된 움직임도 감독의 영화적 야망만을 되새긴다. 영화의 논리적 허점들을 결코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감독의 의도는 ‘모성은 논리를 넘어선다’는 나름의 진리를 전달하기 위한 방식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방식은 처절히 실패했다.

[현지보고] 크리스마스 동화,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뉴욕 시사기

당신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인가.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는 ‘크리스마스란 선물을 주고받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멋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란 가족과 이웃에 대한, 그들을 위한 것이며, 이들과 함께 나눈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할리우드는 수없이 많은 크리스마스영화를 만들어왔다. 이중에는 세대를 초월해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이 기억 속에서 잊혀져간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는 어디에 포함될까. 추수감사절을 겨냥해 11월24일 미 전역에 개봉된 이 영화는 내용 면에서나 구성원 면에서도 상투적으로 만들어진 홀리데이영화는 아니다. 우선 이 작품은 <레인메이커> <펠리칸 브리프> 등 법정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진 존 그리샴의 원작소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Skipping Christmas)를 바탕으로 했다. 판권을 획득한 크리스 콜럼버스(<미세스 다웃파이어> <해리 포터> 시리즈 감독)가 스크립을 썼고, 영화제작사 레볼루션 스튜디오의 대표 조 로스가 감독을 맡았다. 이 작품의 제작과정을 환상적인 궁합이라고 표현한 프로듀서 마이클 바네이선은 “조는 일요일에 스크립을 읽고 월요일에 스크립을 구입한 뒤 화요일에 연출을 맡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같은 주 금요일에 팀과 제이미 리의 출연을 확정했고, 다음주 월요일에는 프리프로덕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존 그리샴 원작+ 해리포터1,2편의 감독 각본+컬러풀한 조연들 주인공 루터(팀 앨런)와 노라(제이미 리 커티스) 크랭크 부부는 봉사를 자원한 외동딸 블레어를 남미로 떠나보낸 뒤 실의에 빠진다.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블레어 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기 때문. 그러던 중 카리브 해안에 미소를 머금고 선 커플의 모습을 담은 광고 포스터를 본 루터는 “올해만은 크리스마스를 건너뛰어보자”고 마음먹는다. 노라를 설득한 루터는 직장에도 메모를 돌린다. “딸이 자원봉사를 떠난 관계로 올해 크랭크 가족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개최하거나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선물 교환도 하지 않을 것이다.” 직원들의 눈총을 받게 된 루터의 별명은 그때부터 ‘스크루지’가 된다. 이웃 사람들의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크리스마스 보이콧을 부르짖던 부부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새 남자친구에게 미국식 크리스마스를 보여주고 싶다는 블레어의 전화다. 주연을 맡은 앨런과 커티스는 이미 로스 감독과 개인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로 그의 전화 한통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 영화에는 커티스와 <트레이딩 플레이스>와 <마이 걸> 등에서 호흡을 맞춰온 댄 애크로이드를 비롯해 에릭 퍼 설리반, 치치 마린, 제이크 부시, M. 에멧 월시 등이 컬러풀한 조연 캐릭터를 연기한다. 또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이스트릿 밴드’ 뮤지션이자 HBO 히트 시리즈 <소프라노스>에 출연해 주가를 높이고 있는 스티븐 밴 잰트가 뮤직 슈퍼비전을 담당했다. 그는 영화 후반부의 대규모 파티장면을 댄 애크로이드의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멋지게 만들어냈다. 앨런과 커티스는 스턴트도 직접 했다. 앨런은 엄청난 양의 물을 맞는가 하면, 약 15m 높이의 지붕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커티스는 현대적으로 보이는 헤어스타일 때문에 위험부담이 있는 가발을 썼고, 슈퍼마켓에서 사람들과 몸싸움을 직접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힘든 연기는 수영복 장면이 아니었을까. 카리브로 크리스마스 여행을 떠나기 전 창백한 피부를 선탠하려던 크랭크 부부는 초미니 수영복 차림을 목사와 이웃들에게 들킨다. 과거 멋진 몸매를 자랑했던 커티스는 군살이 붙은 중년 아줌마의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고, 앨런은 어딘가 균형이 안 맞는 듯한, 어린이들이 보면 안 될 듯한 모습으로 나온다. 시사회에서 커티스의 비키니 차림은 여성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은 반면 앨런의 수영복 차림은 폭소를 자아낸 건 재미난 반응이었다. 대형 시어터 ‘라디오 시티 뮤직 홀’에서 호화 시사회 <크리스마스 건너뛰기>의 시사회는 영화사 대표가 감독을 맡은 작품답게 뉴욕 크리스마스 공연의 대명사인 ‘크리스마스 스팩태큘러’ 공연이 열리는 대형 시어터 ‘라디오 시티 뮤직 홀’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시작되기 전 공연장을 메운 관객은 영화 외에도 몇 가지 ‘서프라이즈’를 경험할 수 있었다. 우선 좌석마다 놓여진 빨간색 종이 가방이 그것. 가방에는 팝콘과 과자들이 가득 담겨 있고, 그리샴의 원작소설도 포함돼 있었다. 팝콘을 먹으며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관객은 이동식 무대에 등장한 라디오 시티 뮤직 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감상했고, ‘로켓’ 단원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시사회 직전에는 감독 조 로스를 비롯해 크리스 콜럼버스, 존 그리샴, 팀 앨런, 제이미 리 커티스, 댄 애크로이드 등이 무대에 나와 인사를 건넸다. 시사회 뒤에는 센트럴파크에서 전통 크리스마스 음식과 음료가 마련된 파티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유난히 어린이 관객이 많았다. 앨런은 “시사회에 뉴욕 고아원 어린이들을 초청했다”며, “어린이들과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즐거웠다”고 밝혔다. 할리우드가 보여주는 크리스마스란 지나치게 포장을 했거나 과장된 모습으로 관객에게서 억지웃음을 끌어내려 하게 마련이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역시 과장된 코믹장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지나치게 상업화돼 있는 현대의 크리스마스와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노라 크랭크 역의 제이미 리 커티스 인터뷰 “중년 아줌마 되봐요, 이정도 군살은 다 있죠” 신세대 아이돌 스타 린제이 로한과 출연한 <프리키 프라이데이>로 알려졌지만, 제이미 리 커티스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영화팬들이라면 당연히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나 <트레이딩 플레이스>에서의 현대적이면서도 육감적인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올해 46살을 맞은 그녀는 아직도 트레이드마크 같은 숏커트 머리를 스파이크처럼 세우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그녀의 짧은 머리도 어느덧 희끗희끗해져 있었지만,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호탕한 성격은 여전해 보였다. <프리키 프라이데이>가 성공한 뒤 영화 제의가 많이 들어왔을 것 같은데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남편(배우 겸 감독 크리스토퍼 게스트)과의 사이에 18살짜리 딸과 8살짜리 아들이 있다. 딸이 어렸을 때는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딸이 자라는 모습을 많이 놓쳤다. 그래서 아들에게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기 싫었다. 지금은 가족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LA에서 촬영을 해야 하고, 아이들의 스케줄과 맞아야 한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는 이런 모든 조건이 맞았고, 영화 데뷔 때부터 가까운 조 로스가 감독을 맡아서 가능했다. 여주인공 노라 크랭크 역은 지금까지 당신이 맡아왔던 섹시한 역할과는 거리가 있는데.이제 나도 중년을 맞이했다. (웃음) 나이가 들면서 좀더 나 자신에 대해 편안해졌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연기생활을 시작한 지 25년이 됐다. 이 영화로 지금까지 내 연기를 보지 못했던 또 다른 관객층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영화 중 과감한(?) 비키니 장면이 있는데.쇼핑몰에서 선탠을 하는 장면에서 비키니를 입고 나온다. 멋있는 몸매를 보여주려고 입은 것이 아니라 내 나이면 어느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는 군더더기 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장면을 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 아직도 섹시한데 무슨 말을…. 그렇다면 성형수술을 반대하는지.솔직히 유명인을 부모로 둔 덕분에 어릴 적부터 할리우드에서 늙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봐왔다. 그때의 경험으로 내가 나이가 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운 것 같다. 수술해서 젊어 보이려는 사람들을 보면 슬프다. 겉을 고친다고, 속이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배우로서 하고 싶은 역할이나 나를 필요로 하는 역할을 다 해보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브로드웨이 연극도 해보고 싶지만, 가족들에게 불공평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 본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구차하게 연연하지 않고 품위있고 위엄있게 연기생활을 마치고 싶다. 루터 크랭크 역의 팀 앨런 인터뷰 “좀더 현실적이고, 개성있는 캐릭터에 욕심났다 TV시트콤 <아빠, 뭐하세요>와 영화 <토이 스토리> <산타클로스> 등 패밀리코미디로 잘 알려진 팀 앨런은 본래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이다. 하지만 기자회견 중에는 웃음소리는 고사하고 미소조차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아직도 조지 부시가 재선된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산타클로스> 1, 2편에 출연했는데, 또다시 크리스마스영화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왔던 조 로스의 제안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 존 그리샴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고, 크리스 콜럼버스가 각본을 담당했다. 배우라면 욕심이 날 만한 영화가 아닌가. 그리고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를 신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는 좀더 현실에 가깝고, 개성있는 캐릭터들로 가득 차 있다. 크리스마스를 건너뛰기로 결정한 주인공 루터 크랭크가 이웃들로부터 너무 심하게 야유를 받더라.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꼭 파시즘 같지 않았나? 특히 크랭크 가족 집 앞에서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큰소리로 계속 불러대는 장면을 보면 테러리즘을 방불케 한다. 어떤 사람들은 30년대 독일을 보는 것 같다고들 한다. 루터가 조금만 똑똑했다면 자존심을 죽이고, 간단한 제스처만 보여줬어도 모든 게 해결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여자친구는 이웃들을 상대로 끝까지 고집을 피우면서 싸우는 루터의 모습을 보고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화를 내더라. (웃음) 크리스마스에는 어떻게 지내나.딸과 함께 부모님 댁에서 보낸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9형제 가족들이 다 모이는데, 솔직히 정치적인 악몽에 가깝다. (웃음) 정치나 종교를 대화 토픽으로 다루지 않으면 좋으련만….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사실 출연했던 패밀리 코미디영화들의 성공으로 고정적인 배역을 맡게 됐다. 하지만 해보고 싶은 역할은 인디아나 존스 같은 액션어드벤처나 공상과학 캐릭터다. 배우 중에서는 윌 스미스의 커리어가 가장 탐난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어릴 적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악당이 이기는 내용의 스크립을 쓰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주인공은 못하겠지만, 꼭 영화로 만들고 싶다.

겨울영화 다이어리 : 개봉영화 완벽 가이드 [2] - 12월

12월 3일 <발레교습소> 지금 이 시간에도 쓴 소주를 폼재며 삼키고 있을 수많은 열아홉 청춘들을 위한, 착한 인생찬가 <까불지마> 코믹 연기의 노대가들이 펼치는 불꽃 튀는 진검승부. 메가폰은 오 박사의 것. <노맨스 랜드> 웃음으로 반전과 비폭력의 구호를 외친다. <마이 제너레이션> 2004년 한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쥘 앤 짐>의 ‘더이상 칙칙할 수 없다’ 버전. <영 아담> 비트 제네레이션 문학의 침대에서 벌이는 이완 맥그리거와 틸다 스윈튼의 파격적인 정사. 12월 8일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의 미다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손수 선보이는 뮤지컬영화의 결정판. 12월 10일 <6월의 뱀> 익명의 목소리가 미지의 관능을 깨우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 사랑은 지키는 게 더 어렵다는 깨달음에 다다르기 위한 한바탕 난리 블루스! <러브 인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광대한 자연을 희망의 기원으로 승화한다. 12월 15일 <역도산> 조국을 등지고 현해탄을 건너 링 위에 선 역도산. 그가 피 흘리며 내다꽂은 상대는 과연 누구였을까. <인크레더블> 슈퍼히어로 가족이 사회 평화와 가족애를 동시에 되찾는, ‘인크레더블’ 패밀리 스토리. <엘프> 이젠 산타 대신 키 큰 엘프 <블레이드3> <블레이드> 시리즈의 완결, 깨어나는 뱀파이어 모체와 블레이드의 세상을 건 마지막 대결. 12월 17일 <팡팡튤립> 대포는 빵빵, 바람기는 팡팡. 12월 24일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드디어, 시차없이 만날 수 있게 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따끈따끈한 신작! <폴라 익스프레스>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된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환상 특급. <룩 앳 미 > <타인의 취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교훈적 코미디. <몽상가들> 정치 혁명의 공간 파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베르톨루치식 에로스. <리컨스트럭션> 사랑의 ‘찰나’를 몽환적인 스타일로 재구성하는 북구의 신예 영화. <서바이빙 크리스마스> 돈만 있다면 크리스마스도 살 수 있을까? 12월 31일 <알렉산더> <글래디에이터>와 <트로이>를 넘어서려는 올리버 스톤의 야망. <신석기 블루스> 얼짱이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미는 현실,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아온 일류병 환자들을 향한 유쾌한 풍자. <내셔널 트레져> ‘규모의 경제학’주의자 제리 브룩하이머의 신상품. 소재, 배우, 감독에 구애받지 않는. 다만 이번엔 모험담이 플러스. 12월 중 <뷰 프롬 더 탑> 캐스팅 비용만 얼마였을까.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크리스마스는 안 챙기기도 힘들어.

겨울영화 다이어리 : 개봉영화 완벽 가이드 [3] - 1월

1월 7일 <오션스 트웰브> 라스베이거스 한탕으로 고향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 대도들, 유럽으로 가다. <샤크> 엄숙한 갱스터 커플 로버트 드 니로와 마틴 스코시즈가 상어 마피아와 복어 장사치가 돼 벌이는 수중개그쇼. <클리어링> 한 남자의 인생 전부를 무너뜨린 납치사건. <몽정기2> 조금은 칙칙할 수도 있었던 전편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꾼 소녀판 <몽정기>. <레드 아이> 16년 전 열차사고로 죽은 유령들과 동승한 승객들이 겪는 레일 위의 공포담. 1월 14일 <쿵푸 허슬> 무공과 웃음을 양손에 쥐고 나타난 영웅 주성치. <피닉스> 고비 사막 한가운데 추락한 비행기, 살아남을 길은 하나뿐이다. <키다리아저씨> J.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에서 모티브를 따와 수채화 같은 사랑으로 버무려놓은 로맨스. <월드 오브 투모로우> 할리우드의 간판스타 세명과 신인감독 케리 콘랜이 선보이는 SF의 향연. 1월 21일 <마파도> 비밀스런 섬 마파도에서 포착한, 두 남자와 다섯 할매의 못 말리는 동거 현장. <래더49> 희생 정신, 진한 동료애, 소중한 가족. 이 세 가지를 화재현장과 함께 묶은 스펙터클 휴먼드라마. <알피> 여자를 속이는 것은 바로 자신을 속이는 것임을 아는 한 바람둥이의 깨달음. <베니티 페어> 두 여자 미라 네어와 리즈 위더스푼이 만든 한 여자 베키 이야기. 1월 27일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 짐 캐리의 마수를 벗어나라. 1월 28일 <엘렉트라> 분노한 여전사, 잔인한 암살자들과 전쟁을 시작하다. <말아톤> 달리기만 할 줄 알았던 스무살 자폐증 청년의 홀로서기. 1월 중 <스노우 워커> 생면부지의 비행사와 에스키모 소녀, 툰드라 황량한 벌판 위에서 길을 잃다. <먼길> <집으로…>+ <가족>. 남도의 풍광 속에서 발견하는 가족의 의미. <애플시드> 미래의 유토피아에서 격렬하게 펼쳐지는 새로운 일본 애니메이션 기술의 미래. <독일 창백한 어머니> 독일판 잿빛 해바라기. 징집되어 끌려갔다가 돌아온 남편은 예전의 그가 아니다. <블러드 앤 본> 배우 비트 다케시의 악마적인 에너지를 마주할 수 있는 영화. <큐브 제로> 죽음의 미로에 여섯명을 가뒀던 큐브, 그 궁금증을 모두 풀어주마. <길> 길 위의 여행자 배창호가 사색하는 인생의 길. <윔블던> 사랑은 그랜드 슬램도 가능케 할 것 같아.

‘잃어버린 얼굴’ 한미옥씨는 지금?

지난달 25일 에스비에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목 저녁 8시55분)를 통해 사연이 알려지며 ‘성형중독’의 혹독한 결과를 돌아보게 한 ‘선풍기 아줌마’ 한미옥(43·가명)씨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한씨 이야기를 다룬 ‘잃어버린 얼굴-선풍기 아줌마’를 내보냈던 제작진은 1일 “한씨는 현재 서울 은평구의 시립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윤민 피디는 “방송이 나가기 1주일 전에 입원했다”며 “환각증세는 치료가 빠르지만, 분열증은 좀 더 예후를 두고봐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정신과 치료 예후에 따라 얼굴 복원 수술을 받게 된다. 한씨는 2001년에도 복원수술을 받았지만, 정신적 장애로 다시 스스로 얼굴에 손을 대는 바람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 피디는 “복원수술을 맡는 강북삼성병원 쪽이 ‘예전처럼 예쁜 얼굴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얼굴 크기나 피부 상태 등은 보통 사람과 비슷하게 복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한씨는 성형중독에 따른 정신분열증을 앓으며 얼굴에 직접 콩기름, 파라핀 등을 주입한 탓에, 얼굴 크기가 일반인의 3배 넘게 커져 ‘선풍기 아줌마’로 불린다. 사연이 나간 뒤 한씨 가족 계좌로 후원금이 답지하는 등 돕겠다는 반응들도 이어지고 있다. 에스비에스의 인터넷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인 에스비에스아이 쪽은 “한씨 이야기 방송분의 인터넷 다시보기 수익금 1주일치를 치료비용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건당 500원인 다시보기 서비스 이용자는 1일 4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그러나 일부에선 <순간포착…>이 한씨의 예전 얼굴까지 공개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순간포착…>은 2일 방송 도입부에서 한씨의 근황과 의료진의 판단 등을 3분 가량 소개한다.

어디로 튈까? 귀여운 여인, <귀여워>의 예지원

아이, 귀여워! 영화 <귀여워>는 귀엽다. 박수무당 장수로도 귀엽고, 퀵서비스맨 963도 귀엽고, 레커차 운전사 개코도 귀엽고, 깍두기 조폭 뭐시기도 귀엽다. 그러나 귀여움의 필살기는 모두 순이에게서 나온다. 궁상맞게 귀여운 네 부자를 치마폭에 가슴폭에 포옥 담고 튀어다니는 여자. <요술공주 밍키>의 주제가를 부르다가 밍키가 되어버리는 여자.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에서 뻥튀기를 팔다가 ‘주워진’ 순이는, 너무나 귀여운 나머지 학대해버리고 싶은 여자다. 섹스하고 싶어지고, 결혼하고 싶어지고, 가슴을 만지고 싶어지고, 사창가에 팔아버리고 싶어질 만큼 귀엽다. 사도-마조히즘의 발로라 욕하지 말라. 순이는 사람이기 이전에 판타지이며, 여성이기 이전에 여신인 캐릭터다. 이 무시무시하게 무성적인 캐릭터를 예지원은 몸속에 품고 연기한다. 순이가 예지원이고, 예지원이 순이 같다. 다른 배우를 재빨리 떠올릴 겨를이 없다. “순이라는 캐릭터는 이유가 없어요. 과거가 필요없는 여자죠. 지금 현재의 모습이 중요한 여자니까요. 이 여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네 부자는 모두 과거에 얽매여 있는 외골수들이잖아요. 그런데 순이가 오면서 그 인간들이 싹 바뀌고 말죠. 순이가 아닌 다른 여자가 그럴 수 있었을까요. 순이는 네명 모두에게 다 진심으로 다가간 여자였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던 거고. 마음을 터놓고 내면으로 그들 한명한명을 올곧게 보아준 유일한 여자였고. 게다가 순이는 사람을 ‘귀엽게’ 사람으로 좋아해주는 존재니까요. 그 순이가 제 안에 있어요. 당당하게 자신을 믿는 여자. 하지만 실제로는 저 역시도 언제나 시선을 조심하며 살아가게 되니까, 순이라는 아이의 당당함이 부럽기도 하죠.” 예지원이 <귀여워>에 참여하게 된 것도 운명이었다. 영화가 정말 좋으면 남의 말은 절대로 듣지 않고 달려든다는 예지원은 김수현 감독이 ‘그려온’ 시나리오를 보고 씨익 웃고 말았다. 감독의 시나리오는 글이 아니라 만화로 되어 있었고, 게다가 퀵서비스맨 963의 얼굴이 모두 감독 얼굴로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웬만한 여배우라면 ‘지금 장난치냐’며 신인감독의 얼굴에 시나리오를 휘익 집어던졌을 테지만, 예지원은 이거야말로 내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무작정 뛰어들었다. 개봉이 심각하게 미루어지긴 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현장에서 롤러스케이트도 타고, 혼자서 미친 듯이 동요를 불러젖히기도 하고, “순이는 모든 사람에게 반말을 하니까 나한테도 그러라”는 친구 같은 감독과의 작업도 “놀기에는 딱”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니까 그냥 씨익 웃음이 나는 거죠. <귀여워>라는 제목만 보고는 이게 무슨 로맨틱코미디인가 싶었는데. 배경은 희한하게도 황학동인데다가 직업들도 굉장히 특이하고. 그런데 뭐 결국은 다 ‘귀여워’인 거죠. 처음 접하면 당혹스럽고 ‘뭐야! 하나도 안 귀여워!’ 하다가 결국 나중에는 씨익 웃으면서 ‘아이 귀엽네’ 하고 나오게 되는 거. 그리고 2년여가 흘렀죠. 대본부터 너무 좋아했던 터라 저한테는 굉장히 특별한 영화가 되었어요. 스탭들도 여전히 저를 순이라고 부르고 있고, 찍는 동안도 축제 기간처럼 보냈고, 친구도 많이 생겼고. 하나 걱정이 있었다면 이런 거였죠. 그런데 이걸 과연 사람들이 제대로 받아들여줄까?” 인터넷으로 예지원을 검색하면 ‘예지원’(禮智院)이 제일 먼저 다가온다. 제34기 규수반 단기과정을 모집한다는 예절의 전당. 그런가 하면 제사음식 문화를 올바르게 정착시키는 것이 최대의 목표라는 전통제수차림전문점 ‘예지원’도 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배우 예지원의 이름은 이렇게도 유쾌한 반동의 트릭이다. 케이블 방송계의 컬트영화인 <96 뽕>으로부터 “우리 사회도 다양한 체위를 경험해봐야 한다”며 국회 담을 넘던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의원출마 윤락녀, 거기에다 “키스할래요?”라며 넌지시 남자를 유혹하던 <생활의 발견>까지.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와 “만져주세요. 더더더더더러워지고 싶어요”라고 노래하는 뮤지컬 <록키 호러 픽처쇼>의 자넷까지. 출연작마다 예지원은 (남성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온전한 여자의 욕망을 까르르르 발산시키며 몸부림치는 그릇이었다. 예지원 제34기 규수반의 특강 강사로 초빙될 재원은 아닌 셈이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도 그렇고, <96 뽕> 역시도 갇혀 있는 여자를 뻥 터뜨리는 역할이었다는 데 동의해요. 사실 출연할 당시에는 ‘이게 여자영화구나’ 하는 생각 같은 건 없었는데, 나중에는 ‘오호, 여자를 이렇게까지 생각하다니’ 하며 무척이나 감동했어요. ‘남자들이 여자 캐릭터를 두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감동. ‘평생 이런 걸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연기자로서의 자긍심. 그리고 그런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서 찾아오는 배우로서의 대리만족이죠. 내 진짜 모습들이 그런 역할들에 다 투영돼 있는 것 같아요. 순이는 길들여지지 않은 지원이.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미자는 적당히 길들여지고 타협하고 소심한 지원이. <96 뽕>은 망가지고 밝히는 색광 지원이. 지금까지 제가 맡았던 역할들은 거의 다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는 역할이어서 좋았어요. 그래서 여성팬도 많고….” 예지원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쉬는 날에는 요가를 배운다 그랬던가. 사진기자의 셔터 누르는 속도조차 그 변화무쌍한 포즈를 좇기 쉽지 않다. 한발로 섰다가, 주저앉았다가, 상체를 애크러배틱한 자세로 기울인다. “잘리든 말든 카메라 돌아가는 앞에서 순간적인 애드리브를 하는 게 너무 좋다”는 그는 ‘몸’의 연기자다. “목숨 걸고 찍었다”는 레커차 장면에서 차창 밖으로 상체를 고스란히 내놓고 바람의 맛을 느끼던 순이. “너무 튀다가 크게 다칠 뻔했다”는 영화의 시작장면에서 중력을 거스르듯 허공으로 튀어오르며 ‘아이 귀여워’를 외치던 순이. 8등신과 풍만한 가슴이 여배우의 몸의 미학이라 뻣뻣하게 믿는 이들에게, 예지원은 쉽게 수긍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로운 몸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큰 스크린에 어울린다고요? 의견이 분분해요. 역시 넌 TV야! 하는 사람도 있고, 스크린으로 볼 땐 크더니 왜 작아? 하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은 너무 예쁘다고 그러고, 어떤 분은 너무 못생겼다고 그러고. 친구들 반응도 다 달라요. 이렇게 의견이 분분하니 어쩌겠어요. 그냥 내 소신대로 살아야지. 사람들 말은 안 들을려고 해요. 마음 내키는 대로 그때그때 소신껏 살아야죠.” 결국 순이는 떠나간다. 치마폭에 포옥 싸두었던 황학동 아파트의 네 남자를 뒤로하고, 원래부터 거기에 없었던 신기루처럼 팡! 하고 사라진다.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마친 예지원이 시간에 쫓겨 드레스 차림 그대로 스튜디오를 빠져나가자 거기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늦은 밤의 신기루 같은 착시현상이었을까. 가벼워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새빨간 럭비공 하나가 3시간 동안 마음껏 놀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튀어가버린 것처럼, 예지원은 내키는 대로 튀어가버릴 것이다. “오늘은 어떤 일이 펼쳐지∼일까” 하고 노래 부르며, 변신하고, 변태하고, 탈태하면서. 그렇게 자유롭게.

[정이현의 해석남녀]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의 페이지

신데렐라도 진화한다. 지금은 21세기. 반반한 얼굴 하나 앞세워 킹카 왕자님을 낚아챈 재투성이 아가씨의 신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제 손에 아무 패도 쥐지 않은 채로, 모든 것을 선사해줄 남자를 기다리는 소녀는 한심하다기보다 차라리 애처로워 보인다. 더구나 신분상승을 목적으로 ‘계획적인’ 접근을 꾀한다면? 세상물정 모르는 왕자님은 혹시 넘어갈지 몰라도, 여자들 사이에서는 바로 왕따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무도회에서 왕자님이랑 눈 맞았다는 신데렐라 얘기 들었니?” “흥. 그 계집애. 일부러 유리구두 한 짝 흘리고 왔다고 소문이 자자하잖아. 솔직히 지가 예뻐 봤자, 어차피 왕자님 눈에 콩깍지 벗겨지면 끝장이잖아.” “하긴 친정도 별 볼 일 없고, 배운 것도 없고, 능력도 없고. 왕궁에 들어가면 뭐하겠어? 평생 좌불안석일 텐데.” 여배우 줄리아 스타일스의 팬들께는 미안한 얘기지만,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의 여 주인공 페이지는 눈에 띄게 예쁜 소녀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은 계속 진짜 주인공은 언제 나오는 거냐고 의아해 할 만큼 ‘씩씩한’ 외모를 가진 페이지. 덴마크 왕실의 적통 후계자인 에디의 열렬한 사랑을 받기에 그는 너무 수수해 보인다. 존스홉킨스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공부하는 졸업반 여대생 페이지는, ‘미모’ 대신 ‘꿈’으로 무장한 아가씨다. 내 인생을 통째로 떠넘길 만한 멋진 남자를 물색하는 대신 두터운 안경을 걸치고 실험에 몰두한다. 그렇다고 공부만 들입다 파는 ‘똘똘이 스머프’도 아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 학교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또래의 여자친구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이런 페이지의 모습은 ‘2004, 바람직한 여대생 뽑기 대회’에의 출전을 권유하고 싶을 정도로 가히 모범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 페이지는, 남자 하나 잡아 팔자 고쳐 보려는 허황되고 골빈 여자애가 아니다. ‘예쁜 바보’는 가라. 이제 바야흐로 ‘능력녀’의 시대가 도래 했나니. 죄가 있다면 다만 ‘모르고’ 사랑했을 뿐, ‘알고 보니’ 왕자님이라는데 어쩔 것인가! 이 새로운 신데렐라는 또한, 갑자기 찾아온 행운에 대해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마냥 즐거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꿈을 접고 왕실의 인형으로 살아야하는 삶에 회의를 품고, 과감히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줄도 안다. 결국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결말답게, 졸업식에 나타난 왕자님은 학사모를 쓴 페이지를 뜨겁게 껴안으며 속삭인다. “나와 국민들은 너를 기다릴 거야.” 사랑과 커리어. 현대 여성들의 영원한 골칫거리인 이 두 마리 토끼를 페이지는 한번에 거머쥐었다. 사랑도 어렵고, 성공도 어려운 세상. 이 시대 젊은 여성들에게 ‘불가능한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전파했다는 점에서, 페이지는 새로운 신데렐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