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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최고의 영화, 영화인 [3] -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영화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최고, 최악의 영화 과 가 ‘짱’ 온라인 독자들이 2004 최고, 최악의 영화를 뽑았다(12월21일 오후 5시 집계 기준). 최고의 한국영화 및 외국영화 1위는 과 , 최악의 한국영화 및 외국영화 1위는 과 이 차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우선 최고의 한국영화 부문에서는 총투표자 5650명 중 3139명이 을 꼽아 56%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고, 그뒤를 바짝 이어 가 52%로 2위, 3위 , 4위 , 5위 등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이 6위로 선전했다. “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치밀한 시나리오가 탄탄했고 쟁쟁한 캐스팅의 연기가 돋보였던 흥미진진한 한국영화였습니다”(ekchoi7)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최고의 외국영화 부문에서는 와 이 각각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다퉜으나 가 간발의 차이로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3위 , 4위 , 5위 가 올랐다. 한편 최악의 한국영화 부문에서는 과 가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였으나, 결국 영예의 1위는 에 돌아갔다. 3위 , 4위 , 5위 등이었고, 5위 안에 인터넷 소설을 소재로 한 기획영화 2편이 끼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정말… 최고의 영화는 의견이 많이 갈리지만, 최악의 영화는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네요. 저런 영화들은 감독의 이름을 다시 한번 보게 됩니다”(mit2nite), “저런 영화들 제발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영화의 발전에도 크게 걸림돌!”(cloudinrain) 등의 의견들이 올라왔다. 그리고 최악의 외국영화 부문에서는 , 가 각축을 벌인 결과 가 한발 앞서 1위에 올랐다. 시리즈물의 각종 주인공들을 한데 모아 만든 기획용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실망감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였다. 이 밖에도 3위 , 4위 , 5위 등의 순으로 꼽혔다. ■ 2004 최고의 영화는? 네티즌 총 5650명 설문 ∇한국영화 3139명 2951명 1877명 1454명 1351명 ∇외국영화 1481명 1459명 1208명 1121명 890명 ■ 2004 최악의 영화는? ∇한국영화 1883명 1848명 1807명 1722명 1507명 ∇외국영화 1369명 1209명 983명 863명 713명 올해의 외화 베스트5 , 1·2위 장 뤽 다르덴, 장 피에르 다르덴의 영화 이 의 올해 외화 베스트 1위로 선정됐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된 것은 이 처음이다. 그러나 은 다르덴 형제의 전작 과 (다르덴 형제는 이 영화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의 연속적인 주제의식인 ‘주변부 계급에서 벌어지는 죄짓기와 용서의 찰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설교하지 않고 직접 쫓아다니며, 때로는 카메라가 담을 수 있는 물질적인 제약들을 고스란히 인정하면서 독창적인 영화적 장의 한편을 열어젖힌다. 아들을 죽인 살인범 소년, 그를 다시 자신의 목공소로 데려와 일을 시키는 죽은 소년의 아버지. 영화는 끈질기게 과거의 운명과 새롭게 마주한 운명 사이에서 진동한다. 아들의 죽음을 다시 피로 복수할 것인가 아니면 용서로 이 새로운 아들을 받아들일 것인가, 고민하는 순간에 영화는 멈춘다. 은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윤리적 긴장감을 가장 뛰어나게 표현해낸 영화 중 한편이었다.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한 일본영화 의 등수는 조금 예상 밖의 선전이다. 개봉하자마자 조용하게 입소문이 퍼진 주인공 조제와 츠네오의 러브스토리에 힘입은 바 큰 듯하다. 2003년 의 각본을 썼던 이누도 잇신 감독의 데뷔작이다. 3위를 차지한 는 구스 반 산트가 그의 전작 의 뒤를 이어 미학적 혁신을 일으킨 작품이다. 칸영화제에서의 황금종려상 수상도 수위에 드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는 미국에서 벌어진 컬럼바인 총격사건을 음울한 정서와 시간의 입방체 같은 반복구조로 다시 포착해낸 수작이다. 그리고 의 4위는 당연해 보인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은 의 후속작을 기대하던 관객에게 드디어 감성 넘치는 후기를 제공한 셈이었다. 그 밖에도 5위에 오른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 는 감독의 여성적인 섬세함과 낯선 영화적 대화법이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올해의 외화 베스트5 1. 2. 3. 4. 5.

22년 만에 영화 출연한, <말아톤>의 김미숙

“영화는 내게 계속 두려운 존재였다” 의외였다. 20여년간 영화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을 6년째 정기구독하고 있다고 했다. “을 못 봤다. 궁금한데. 최근 을 봤고, 을 찍으면서 우리 영화도 많이 봤다. 과 같은 영화들.” 오랫동안 영화를 하지 않았지만 연극이든 영화든 뮤지컬이든 짬짬이 보아왔다고 했다. 김미숙이 22년 만에 영화로 나들이를 했다. (감독 정윤철)에서 자폐아의 어머니 역으로 나온 그를 만나 삶과 영화 얘기를 들었다. 연인이 아니라 이제 어머니 역을 맡아 돌아온 그를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까를 먼저 망설였다. 김미숙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제 어색하지 않다고 했다. “아무래도 내가 선생님 연배가 된 거 같다. 편하게 언니라고 부르라고 말은 하면서도 그게 어색해.” 18년간 라디오를 진행해와서일까. 마치 라디오 앞에 바싹 앉아 친숙한 DJ에게 편하게 귀를 맡겨놓은 기분이었다. 턱을 괴었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그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이야기 실타래를 풀었다. - 이후 22년 만의 영화 출연 느낌은 어땠나. 필모그래피를 보니 처럼, 예전에 출연한 영화들은 처음 듣는 낯선 이름이다. =을 처음 시작할 땐 담담했다. 연기는 늘 하는 일이었고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했으니까. 다만 오랫동안 영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맞는 역할이 없어서였다. 시나리오를 받아들었을 때는 긴장감이 없었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스탭들이 영화에 대해 목숨을 건다고 할까, 대단하게 여기고 있어 긴장했다. 한편으로는 시니컬한 생각도 들더라. 세상 일이란 게 목숨을 건다고 해서 다 얻어지는 게 아닌데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열정적일 수가 있을까. -그동안 일부러 영화를 멀리 한 건 아닐 듯하다. =어려서 영화를 잘 모를 때 작품을 했다. 그때는 나만의 선택기준이란 게 없었다. 세월이 지나니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알겠고 내가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알겠더라. 마음에 썩 드는 역할이 없기도 했지만 여러 이유가 있어 영화를 하지 않았다. 80년대 후반에 엎어지긴 했지만 에서 여옥 역할을 제안받았는데, 역할은 매력적인데 감당을 못하겠더라. 정신대의 고통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 거절을 한 뒤 영화는 내게 계속 두려운 존재였다. 영화를 하면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적나라하게 모든 것이 드러났으니까. 대신 TV는 베드신도 없고…. -뒤늦게 아이를 둔 것도 영화 선택의 이유가 되었을까. =글쎄. 두 아이를 키우기는 하지만, 보통 엄마의 모성애하고 장애아를 둔 아이 엄마하고 같을까. 감히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까. 아이가 있어 더 잘할 거란 생각은 아니지만, 아이가 있으면 진짜 다르니까. 영화 시나리오가 2년 전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너무 하고픈데 투자가 안 돼 엎어진 것도 있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었다. 세 번째 들어온 게 이었다. 이건 보통 엄마의 범주를 넘어선 역이었고, 좋은 어머니상(실제 모델도 훌륭하고)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할도 주인공 엄마에 그치지 않는, 말하자면 깍두기 같은 역할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다. 시나리오도 마음을 흔들었다. 혼자 읽으며 많이 울고 웃었다. -자폐아 아들로 나오는 상대역 조승우 때문에 작품을 골랐다는 얘기도 있다. =승우씨 몫도 컸다. 연기란 늘 상대방을 고려하게 되는 거니까. 평판이 상당히 좋더라. 어떤 배우인지 자료도 찾아보고 작품도 봤는데 이미지가 깨끗하고 착하게 생겼더라. -영화 속에서는 자폐아인 아들에게 비를 가르치기 위해 아들을 빗속에 세워놓고, 산 정상까지 아이를 이끌기 위해 초코파이로 아이의 발걸음을 이끌기도 한다. 마라톤 선수 출신의 코치를 모셔오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코치님은 왜 뛰셨어요? 깝깝해서요? 아님 엄마가 만날 조졌나요?”라는 대사가 귀에 콱 박혔다. 의지 넘치는, 에서의 엄마처럼. =의 그 정도 중증장애아라면 하지 않았을 거다. 영화를 보기가 힘들었다. 도 잘 봤지만 비슷했다.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고픈 기분이랄까. 영화의 메시지는 알겠지만 그들의 아픔을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더라. 오래전 봤는데 너무 우울했다. 은 그 영화와는 조금 종류가 다른 것 같다. -실제 그런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 =나라면 그래도 그 실제 모델의 엄마 못지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성격으로 보면 말이다. 감히라는 말을 꼭 붙여 얘기해야 할 듯한데, 영화 찍으며 내내 아팠다. 나와 승우씨는 30초든 몇분이든 연기를 하고 그 바깥으로 나오면 행복한 정상인이다. 하지만 그들 모자는 늘 똑같다. 굉장히 미안하고 아프고 감당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찍을 때보다 찍고 나서가 더 힘들다. 혹시 아이가 있나? 아이가 정상이란 것, 그것보다 큰 축복은 없는 것 같다. 진짜로 그렇다. -얼마 전 끝난 TV드라마 를 봤는데 보기 좋더라. 머리에 스카프를 하고 다니는 만화가의 캐릭터가 발랄해 보였다. 기존의 이미지 말고 여러 모습이 있을 텐데 왜 진작 보여주지 않았나. =아무도 내게 그런 색깔이 있다고 생각을 안 하나보다. 전혀 하지 않은 건 아니다. 1998년 SBS 라는 드라마에서, 이름만 들어도 상상이 될 듯한 봉자라는 역할을 해본 적이 있다. 예고편을 찍고 나서도 망설여져서 이장수 PD 앞에서 엉엉 울 정도로 푼수 역할이었는데, 보다 더 파격적이었다. 많은 분들이 보지 않아서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런 역을 할 수 있었던 건 아기 엄마가 되면서 편해져서 그런 것 같다. 싱글일 때 잘난 척하던 걸 털어냈고,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니까. -자식을 낳고 난 뒤 인생과 연기에 변화가 있었나. =아무래도 아이라는 존재는 또 다른 세계다. 나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할 정도의 세계다. 삶이 변화하니까 당연히 연기 표현도 달라지겠지. 기본적인 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하나의 우주고, 내 분신인 아이도 또 하나의 우주이니까 그만큼 넓어지는 거겠지. -뒤늦게 유아교육을 전공했는데, 영화나 방송과는 상관없는 전공을 공부한 계기가 궁금하다. =배우란 직업은 선택되는 거다. 누가 날 선택하지 않으면 가치를 잃는 게 연예인이다. 한창 바쁠 때 앞날을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언제까지 배우를 할 수 있을까. 이 이미지로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다. 자신이 없었다. 연기를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동생이 유치원 교사였는데 교재를 만들면서도 스크랩을 하면서도 늘 깔깔거리고 행복해 보였다. 내가 해도 될까 물어봤더니 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사랑유치원을 하기 시작했는데, 유치원을 꾸려가는 일이 내게 긴장과 보람을 줬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싶은가. =아이답게 키우겠다는 거다. 정말 고민은 많다. 내가 하고픈 걸 시켜야 하나, 애가 하고픈 걸 시켜야 하나 이런 거다. 결론은, 우리 아이들이 부모를 봤을 때 내가 존경할 만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요구하기 전에 내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고. 좋은 엄마 노릇을 하자, 그리고 아이들이 엄마 아빠만큼만 잘살아주기를 바라자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부터 변하는 것 없이, 늘 한결같은 얼굴을 보여줬다. 그 얼굴은 책을 읽거나 성형을 해서 생길 수 없는 얼굴 같다. =라디오를 사랑하는 이유가, 라디오가 나를 다듬기 때문이다. 연기자는 만들어진 캐릭터를 연기한다. 라디오는 내 본모습이 보여져야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러려면 사물에 대해 남다른 시각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40살이 넘으면 자기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는 링컨 얘기는 정말 맞는 얘기다. 주변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니까 얼굴이 편해 보이는 게 아닐까. -분위기와 지성이 당신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키워드일 텐데 그런 면에서 당신은 많은 걸 갖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열등감을 느낀 적은 없는가. =눈도 작고, 열등감 많다. 손도 안 예쁘고. 열등감이라기보다는 나는 나의 한계를 안다. 안 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포기하면 편하지 않을까. 너그럽게 인정하고 이건 내게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내 한계는, 이야기하기 구차한데, 표독스럽고 앙칼진 캐릭터를 못한다는 거다. 그런 역이 들어오면 그래서 포기한다. -당신 목소리엔 모성애가 깃들어 있다. 당신의 결혼도 거기에 기반한 건 아닌가. =남편에게 내가 어디가 좋으냐고 한번 물어는 본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은 것 같지는 않다. 사물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는 내 태도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남편이 나를 좋아한 이유 가운데 모성애가 없지는 않았겠지. 남자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모성애를 원하지 않나. -분위기 있는 얼굴, 교양미, 우아함…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일지는 않나. = 도입부만 봤는데, 바람난 유부녀의 행각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기가 무서워서 그랬다. 도입부만 보면 저런 영화 찍을 만한데, 그 다음을 진행할 자신이 없다. 그게 내 한계다. 스탭과 밥을 먹으면서 농담으로 ‘이번엔 엄마를 했으니 빨리 끝내고 다음엔 진한 멜로를 해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어디 같은 거 없을까. (웃음) -그러니까 퇴폐적이고 정념으로 가득한 영화도 찍고 싶다는 얘기인가. =그럴 수도 있겠지. 될까? 나이 더 먹기 전에 해야 하는데.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이 함께 만든 같은 영화도 좋지. 잘 아는 방송작가도 그러더라고. 몸매 관리만 하면 그런 영화 찍을 수 있다고. 그런데 내가 바람 피우는 영화 하면 대한민국 여자들이 다 피우는 거 아닐까.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오래 했고 플루트도 한때 즐겨 불었다고 들었는데 무슨 곡을 좋아하나. =풀루트를 왜 좋아했냐 하면 바흐의 작품번호 BWV 1031부터 시작하는 플루트소나타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너무 명료하고 예쁜 음색이어서 반했다. 음대생에게 배웠는데 너무 바쁘고, 이 악기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연습을 하면 골이 띵해지니까 20분 쉬어야 하고. 20대 중반에 배우다가 말았다. 음악이란 게 묘해서 분위기와 시간, 장소에 따라 적절한 감흥을 일으키지 않나. 친구가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 가사의 절절함도 좋고 재즈나 클래식도 좋고. -미숙동 사람들이라는 팬클럽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오나. =두 사람으로 시작해 어느덧 700명으로 불어났다. 회원들이 거의 서른살이 다 넘었다. 700이란 숫자는 턱도 안 되는 숫자지만 그러나 모두 골수팬들이다. 영화나 방송을 새롭게 할 때마다 와서 격려해준다. 고등학교 3학년이 제일 어리고, 환갑을 넘기신 분도 있다. 지난 일요일에 함께 송년회를 했다. 올해는 미숙동 사람들이 유난히 활동이 많았던 해다. 지금 하는 드라마 를 보러 원정대까지 꾸려 하동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현장에서 의아해하며 팬클럽이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그랬지. ‘내가 5만원씩 주고 풀었어.’ (웃음) 가족 단위가 많다. 엄마와 아빠가 좋아해서 딸까지 좋아하기도 하고. 사실 내가 이 안에서 무슨 역할을 맡아서 이끌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부담감도 있다. 쉬고 싶을 때도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이분들이 힘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제대로 쉬기도 어렵다. 농담으로 그런다. 팬클럽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서라도 내가 일을 해야지, 하고. -여러 일을 하고 있는데 가장 큰 애착이 가는 건 뭔가. =내가 오래 하고 있는 일은 모두 내가 애착을 많이 갖고 있는 일들이다. 라디오를 18년 넘게 해오고 있으니 애착이라고 할 수 있다. 데뷔 이후 25년 넘게 연기를 하고 있으니 애착을 가질 만큼 했다. 사랑유치원도 18년을 했다. 이젠 엄마를 조금 더 오래 하려고 한다. 그걸 가장 잘해야 할 것 같다.

[TV 성인관] 사실적이어서 더 에로틱하군! <싱글 섹스>

미드나잇채널 1월6일(목) 오후 2시45분 결혼생활에 위기를 맞는 세 부부가 있다. 남편의 외도를 이해하지 못한 한 부부는 헤어지기로 한다. 다른 한 커플은 심약한 남편을 대신할 ‘물건’에 심취한 아내 때문에 결혼생활이 위태롭게 된다. 또 다른 남편은 아내와의 관계가 지겹기만 하다. 최근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부부와 섹스트러블 등 부부간의 문제를 그려 큰 인기를 얻고 있는 SBS 금요드라마 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은 미드나잇채널이 2005년을 맞아 특별 편성한 영화 (More Married People Single Sex) 속 주인공이다. 이 영화만큼은 긴긴 밤이 외로운 싱글이 아닌, 함께 있어 더욱 외로운 밤을 보내는 커플에게 ‘강추’하는 프로그램이다. 영화 는 1993년 마이크 셰던 감독이 연출한 (Married People Single Sex)의 세 번째 이야기로, 원작은 ‘누드와 섹스가 푸짐한 30대의 성 보고서’라는 평가를 얻었던 작품이다. 마이크 셰던이 감독했던 의 속편격인 는 앞의 두 작품의 제작에만 참여했던 챈다 풀러가 감독을 맡았다. 챈다 풀러는 2002년 를 시작으로 국내에는 아직 소개가 안 된 와 도 감독했다. 시리즈의 강점은 위기에 처한 커플들의 각기 다른 사례 연구에 좀더 초점을 뒀다는 사실이다. 하여 정사장면만을 동원해 ‘에로틱함’을 이끌어내려는 다른 에로틱 영화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삽입된 당사자들의 인터뷰는 극의 사실감을 더해준다. 주인공들은 아주 진지하게 “사진이나 비디오가 저는 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시드니를 흥분시킨다는 게 더럽게 느껴져요”라든가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다만 좀 약해졌어요. 음… 가브리엘과 멀어진 진짜 이유는, 좀더 자극받고 싶어서죠” 혹은 “원하는 대로 해주면 ‘내 마님’, ‘아뇨 마님’, ‘좋아요 마님’, 이래요. 그는 강아지 같아요. 언제든지 준비돼 있죠. 제 남편이 그랬으면 좋겠어요”라고 고백한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도입한 덕분에 는 일부러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에로틱한 작품이 됐다(남편을 잠시 잊은 두 아내가 전라의 몸에 보디페인팅을 하며 부둥켜안고 노는 장면은 신기하게도 ‘삽입’보다 더한 쾌감을 불러온다). 사실적인 에피소드와 인터뷰 때문에 방영 당시 인터넷 게시판에는 실화 논란까지 있었다. 부디 2005년에는 ‘건강한 상대를 내버려두는 죄악’에서 벗어나 서로 즐길 수 있는 에로틱한 밤을 보내시길.

16세기 이슬람 미술계의 문명충돌 다룬 그림 소설, <내 이름은 빨강>

나는 소설을 ‘좀처럼’ 읽지 않는다. TV드라마, 영화, 하다못해(?) 신문 사회면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재미있는데 굳이 소설책 붙잡고 있기 싫은 것이다. 그래도 전혀 읽지 않는 건 아니어서 아는 사람이 강력 추천하는 소설을 마지 못해 하는 심정으로 읽을 때가 있다. 술자리에서 작가 김영하가 강력 추천하는 바람에 읽게 된 소설이 바로 오르한 파묵의 이 작품이다.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버렸다. 그러나 나를 죽인 그 비열한 살인자 말고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16세기 말 이스탄불 외곽의 한 우물 밑바닥에 살해돼 버려진 금박세공사 엘레강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엘레강스의 시체의 독백이다. 누가 왜 그를 죽였을까? 사건의 실마리는 책의 속표지를 꾸미거나 본문 내용을 부연하는 이슬람의 전통 장식 미술, 즉 세밀화다. 술탄의 밀서 제작 책임자 에니시테는 베네치아 궁정에서 봤던 초상화에 매료된 나머지 유럽 화풍을 도입한 삽화책을 만들자고 술탄에게 건의한다. 술탄은 에니시테의 건의를 용납했고, 에니시테는 궁정화원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들을 뽑아 서양화풍으로 그림을 그려넣은 책을 만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도제식 교육에 따라 전통적인 그림 기법을 철저하게 답습해오던 화가들에게 새로운 양식의 그림은 충격 그 자체였다. 서양 화가들이 원근법을 구사하고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면서 인간 중심의 세계를 그린다면, 이슬람 화가들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대상을 평면적이고 투시적으로 묘사해 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담아냈다. 전통과 새로운 양식의 갈등 속에서 신성 모독 여부를 둘러싼 논쟁마저 일어나고 화가들 사이에 갈등과 불안이 고조되면서 급기야 엘레강스에 이어 에니시테마저 살해당하고 만다. “유럽인들의 그림에서처럼 사물이 신의 마음속의 중요성을 따르지 않고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려졌다고 하더군. 그건 아주 커다란 죄라는 거야. 가장 큰 죄는 물론 그림에 유럽인의 관점을 수용하여 술탄의 얼굴을 크고 실물처럼 세세하게 그린 거라는 거야.” 다른 사람에게 한권의 책을 진심으로 추천하는 일처럼 아름다운 일도 없다. 김영하가 내게 베푼 아름다운 일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면서, 나도 아름다운 일 한번 해보자. 이 작품을 포함한 오르한 파묵의 작품 모두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정이현의 해석남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

결핍이 있는 매력남은 여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그래서일까. 위험한 남자에게 유독 끌리는 여자들이 있다. 즉, 어떤 여자들은 ‘뭔가 비밀이 많으며, 하는 일이 베일에 쌓여있고, 과거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암시를 풍기며, 헤어스타일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난장판인 집안을 절대로 청소하지 않는’ 부류의 남자를 좋아한다. 소피의 경우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마법사 하울은 보기 드문 미청년이 아닌가. 더욱이 소피는 아줌마들만 득시글거리는 모자가게에 콕 틀어박혀 살던 소녀였다. 위험에 처한 순간에 흑기사처럼 등장해 자신을 구해내고는 하늘을 날아오르는 멋진 경험까지 맛보게 해준 젊은 꽃미남에게 마음을 뺏겨버린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더구나 그 남자, 하늘을 나는 내내 소피의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마법에 걸려 졸지에 파파할머니로 변한 소피는 마법을 풀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 하울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막상 그를 마주 대하고는 자신이 그때 그 소녀였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생뚱맞게 무보수 가정부로 들어앉는다. 허리도 잘 펴지 못하는 몸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며 먼지투성이 실내를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고, 시장을 보고, 아궁이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다. ‘왜 내가 이걸 해야 하지?’ 라는 불경한 의문 따위는 품지 않은 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의 모든 재생산 노동을 수고로이 전담하는 것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행하는 가사노동의 고귀한 가치를 폄하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기껏 힘들게 욕실 청소를 해줬더니 뭘 잘못 건드렸냐며 도리어 팔팔 뛰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일방적인 희생은 애 저녁에 관두는 게 낫다는 게 내 견해다. 살면서 억장 무너질 일, 부지기수일 테니. 밖에서 힘들게 싸우고 들어오는 남자-집안일을 하면서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능청맞지만 귀여운 사내아이-치매할머니-애완견’ 으로 이루어진 하울 성의 구성원들은 그럴싸한 ‘유사 가족’이다. 움직이는 성은 일견 이주와 유목의 상상력의 산물인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안의 사람들은 기능적 성역할 분담에 충실한, 이를테면 퍽 농경적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 소피는 하울의 연인일 뿐 아니라 ‘엄마’로서의 임무까지 맡아, 하해와 같이 무한한 사랑으로 그를 지켜주어야 한다. 나아가 그 뜨거운 사랑으로 세상을 감읍시켜 전쟁을 멈추게 하고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 아, 그러니 소녀는 위험한 남자 하울을 사랑한 순간 그를 구원했을 뿐더러 ‘사랑과 돌봄의 윤리’로 전 세계를 구원한 것이다. 혹시라도 이런 거대한 이상을 품고서, 불우한 눈빛을 가진 남자에게 접근하는 제 2의 소피가 현실에 있다면? 미안하지만 나는 일단 뜯어 말리고 보겠다. 차라리 그 대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변함없이 소피 곁을 지켜주고 묵묵히 궂은일을 해결해준 무대가리 허수아비에게 한 표를 던지련다.

<섹스 & 시티>의 주드 로 버전, <나를 책임져, 알피>

여성을 녹이는 법을 주드 로가 강연한다. 의 주드 로 버전인 는 1966년 영국 원작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마이클 케인을 스타로 만들었던 루이스 길버트 감독의 영화다. 원작 무대인 런던이 맨해튼으로 바뀌었지만 실제 촬영 장소는 그대로 런던. 마이클 케인의 젊은 날을 쏙 빼닮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주드 로는 번들거리는 말솜씨와 구치에서 프라다에 이르는 명품 목록으로 모든 여자의 마음을 연다. 맨해튼에 사는 영국인 알피는 리무진 운전사. 리무진은 좀더 많은 여성으로 인도하는 매직 카펫이다. 의 휴 그랜트처럼 아이를 좋아하는 척하며 아이 엄마인 줄리(마리사 토메이)를 사귀기도 하고 남편이 바라보지도 않는 외로운 유부녀를 넘보기도 한다. 바람의 목록은 점점 길어진다. 화장품 업계의 거물 리즈(수잔 서랜던), 모든 남자들이 꿈에 그릴 법한 모델 니키에서 만족하지 않고 목록에 불법 작업까지 포함시킨다. 절친한 친구의 여자친구는 절대 넘지 말아야 하는 경계선이지만 알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알피에게 경계선은 넘으라고 만든 것이다. 거짓말과 부드러움, 잘 훈련된 사기술로 알피는 윤리와 도덕의 경계를 하나둘씩 넘어간다. 1966년판의 터프한 알피보다는 때때로 이타적이기까지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는 여성화되고 업데이트된 알피라는 게 평론가들의 견해. 물론 여자들도 변했다. 여자들은 한국어판 제목과 달리 알피에게 목을 매지 않는다. 알피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남자를 사귀고 알피에게 “너보다 젊거든”이라며 약을 올릴 줄도 안다. 이제 문제는 알피가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 페미니즘과 낙태와 에이즈의 문제들을 알피는 어떻게 헤쳐나갈까. 여성들이 더 현명해지고 더욱 힘이 세진 시대, 그리고 생각없는 바람둥이들이 살기 어려운 시대에 알피는 어떤 생존법을 보여줄 수 있을까.

브라운관은 지금 ‘무지개빛’ 케이블·위성채널 동성애 프로 만발

티브이는 지금 무지갯빛이다. 무지개로 상징되는 ‘동성애’ 담론은 더이상 티브이가 외면하는 ‘금기’가 아니다. 물론 지상파 방송의 장벽은 아직 깨지지 않았지만, 케이블과 위성 채널에선 사정이 다르다. 남성 동성애자를 뜻하는 ‘게이’ 관련 프로그램들이 인기 프로그램 반열에 올라선 가운데, 여성 동성애자인 레즈비언 소재 프로그램도 국내 시청자 앞에 첫 선을 보인다. 케이블 채널 캐치온플러스는 12일부터 레즈비언의 삶과 사랑을 다룬 외화 시리즈 (수·목 밤 10시)를 송출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소설가, 커피숍 주인, 저널리스트, 큐레이터 등 8명의 레즈비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미국 케이블 채널 쇼타임을 통해 지난해 1월 처음 공개됐으며, 미국 방영 때도 최초의 레즈비언 티브이 시리즈로 화제를 불렀다. 제작자 아이린 샤이켄과 감독 로즈 트로셰, 극중 저널리스트로 나오는 레이샤 헤일리 등이 모두 실제 레즈비언들이다. 의 제니퍼 빌스가 레즈비언 애인과 함께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미술박물관 큐레이터 베트 역을 맡았다. 모두 14편으로,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과 자녀 양육, 커밍아웃을 둘러싼 고민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캐치온플러스 쪽은 “국내에도 동성애 코드에 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게이 프로그램은 이미 앞다퉈 티브이 화면을 후끈하게 달궈온 지 오래다. 홈시지브이의 (월·화 밤 12시)와 온스타일의 (월~목 밤 10시35분), 캐치온플러스의 (수·목 낮 12시) 등 3편이 현재 전파를 타고 있고, (온스타일)도 13일부터 재방송에 들어간다. 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배경으로 남성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특히 게이들의 사랑과 섹스에 초점을 둔 탓에 집단 섹스신 등 과감한 섹스 장면이 날것으로 펼쳐진다. 인터넷 팬카페가 여럿 만들어지는 등 열렬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는 이성애자 여성과 게이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룬 시트콤이다. 미국 의 간판 시트콤으로, 남녀 사이면서도 성적 긴장감이 개입되지 않는 특별한 관계가 웃음을 빚어낸다. 와 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는 5명의 게이 전문가들이 추레한 이성애자 남성을 멋장이로 바꿔놓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회적 권력구도와는 반대로 게이들이 ‘패션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흥미롭다. 에선 여성 출연자가 14명의 남성 가운데서 이성애자(스트레이트)를 찾아내야 100만달러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게이와 스트레이트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성애 프로그램의 유행을 두곤 소수 담론의 확산과 사회적 다양성의 확대를 돕는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자칫 동성애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를 두곤 지지만큼이나 비판도 거세다. 지나치게 섹스 코드를 중심으로 게이의 일상을 풀어가는 바람에 오히려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이성애자 시청자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고민을 담기보다는 게이를 섹스기계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슬픈연가> 진짜 슬픈건 의존형으로 퇴행한 여성상

드라마 가 지난 5일 문화방송에서 시작했다. 국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오랜 기획 기간을 거쳤다는 이른바 ‘한류 드라마’다. 그래서인지 한류의 물줄기를 튼 의 흔적이 제목과 소재 등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난해 몰아친 ‘한류 바람’에 대한 분석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 가운데 일본의 중년 주부들이 가장 먼저 에 열광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순애보’에 주목했다. 일본 경제 부흥기인 1970~80년대 결혼한 중년 여성들은 결혼 생활에서 일에 바쁜 남편한테 애정 표현 따위는 기대하지도 못했는데, 20~30년이 흘러 경제적 안정을 찾은 뒤 를 보면서 “나도 저런 사랑을 받아봤으면…” 하는 동경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풀이에 따라 ‘한류’를 목표로 한 드라마들은 순애보를 쉽게 채택한다. 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더 ‘강한 순애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 여성 주인공은 지난해 대세를 이뤘던 이른바 ‘캔디렐라’와는 한참 동떨어진 모습이다. ‘왕자’를 통해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 앞에서 심리적인 당당함 또한 잃고 싶어하지 않는 여성들의 욕구가 ‘신데렐라와 캔디의 짬뽕’으로 나타났다면, 순애보의 여주인공은 더 직접적으로 남성에게 의지하는 연약하고 눈물많은 ‘청순가련형’에 가깝다. 의 혜인(김희선)은 순애보의 전형적인 청순가련형 여성상을 보여준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고아 출신에 시각장애인이 덮어씌워졌다. 밤무대 3류 가수이자 도박빚에 쫓기는 이모는 혜인이 기댈만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 여기서 그의 구세주를 자처하는 남성 캐릭터가 창조된다. 남성은 가족 없는 혜인에게 가족이 돼주고, 각막 이식 수술로 시력까지 되돌려준다. 에선 최지우가 가련한 유진 역을 맡았다. 유진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준상(배용준)에게서 구원을 찾는다. 연민은 이들이 끊임없이 흘려대는 ‘눈물’에서 더욱 증폭된다. 이렇게 보면, 의 혜인은 의 유진보다 더욱 상황이 나쁘다. ‘남성의 구원’은 더욱 절실하고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애절하다. 그러나 퇴행적인 여성 캐릭터가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현실 속 여성들은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자신만의 당당한 존재 의의를 살려가고 있는 참이다. 남성들도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눠지며 행복해질 날을 기다린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지만’ 결국 ‘왕자’의 품이라는 안온함 속에 숨어버리는 ‘캔디렐라’도 모자라 이젠 다시 남자 없인 아무 것도 안 되는 청순가련의 의존형 여성이, 일본 공략이라는 미명 아래 등장한다는 것이 한국 드라마의 퇴행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가 과연 일본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을지, 한국 시청자들은 과거로 회귀하는 여성상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진다.

시청자 눈길 사로잡는 아역스타들

△ 최근 뛰어난 연기력으로 높은 인기를 끈 아역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에서 서희로 나온 배나연(8)양, 의 갈치 박건태(10)군, 의 어린 김희선 역을 맡은 최지은(11)양, 의 길상으로 나온 서지원(13)군. 지난 7일 오후 편집국이 환해졌다. 싱그러운데다 귀엽기까지 한 ‘새싹’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에스비에스 의 어린 서희(배나연·8)와 길상(서지원·13), 한국방송 의 갈치(박건태·10), 문화방송 의 어린 혜인(최지은·11)이 차례로 들어서자, 기자들 사이로 수군거림이 번져갔다. “야, 쟤 길상이 아냐.” “어머, 서희도 있네.” 어떤 이들은 “갈치 안녕” 하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답하는 갈치한테 스스럼이라곤 없다. 지난 한해, 그리고 올 초까지 한국 드라마들은 이 어린 별들의 존재로 반짝반짝 빛났다. 어른 배우 뺨치는 연기와 집중력으로 출연 드라마 인기에 불을 붙였고, ‘아역 스타’의 설 자리를 넓직하게 넓혔다. 하긴 이들 뿐이랴? 며 , …. 요즘 드라마들은 어느 때보다 어린이 배우들의 열연에 빚지고 있다. 아이들 모두 저마다 자신을 도드라지게 한 대사나 표정이 있다. ‘서희’ 나연이는 “너는 누구냐?” 한마디로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았다. 집안의 재산을 노리는 아저씨뻘 되는 인척 조준구를 향해 흰자위가 드러나게 째려보며 일갈하는 모습이 앙칼진 귀여움의 역설을 만들어 냈다. 지원이는 그런 서희의 투정을 받아내는 길상이 역을 듬직하게 해냈다. ‘갈치’ 건태는 눈물 연기로 ‘미사 폐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15회 소지섭을 향해 “삼촌 죽지 마”라며 절규하는 장면이 방영된 뒤, 인터넷 게시판엔 “가슴이 아파 한참을 울었다”는 ‘미사 폐인’들의 시청소감이 줄지어 올랐다. 가 드라마 첫 출연이라는 지은이는 성인 연기자도 어려워하는 맹인 연기로 단번에 올해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빗속을 홀로 헤쳐가는 처연한 모습이나 수돗물을 마시다 입맞춤할 뻔한 장면 등을 흔들림없이 소화해냈다. 그런 연기가 나오기까지는 타고난 자질만큼 노력 또한 컸다. 지은이는 집에서 손수건을 접어 두눈에 묶고는 지팡이만으로 다니는 연습을 했다. “어디 부딪칠까 두렵고 답답하고, 지팡이에 동생이 맞을 뻔한 적도 있어요.” 그러고도 연기하다보면 바람이나 먼지 때문에 눈을 깜빡여 엔지도 많이 냈다. 연기를 하노라면 힘들 때가 더 많았다. 지원이는 진주에서 때론 강원도 횡성까지 오가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건태는 지난해 2월인가 라는 영화를 찍다 사흘 밤을 꼬박 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엄마는 가고 혼자 남아 촬영을 마무리해야 했다. “서러워서 촬영하다 울기도 했어요.” 나연이도 상복 입고 밤샘 촬영할 때가 제일 힘들었단다. 지은이는 친구들이 도시락에 지렁이더미를 부어놓고 놀리는 장면을 꼽았다. 지렁이가 파고 들어간 밥을 모른척 떠먹어야 했죠” 하는데, 눈살이 절로 찌프려진다. 학교 공부 따라가기도 벅찬 과제의 하나다. 건태는 “학교를 많이 빠져 촬영이 없을 때도 친구들처럼 놀지 못하고 집에서 학습지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다들 연기를 떠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엄마가 한번은 너무 힘들다며 그만 두자 하신 적도 있지만, 제가 더하겠다고 고집했어요.”(건태) 지난 연말 한국방송 연예대상에서 아역상을 받은 건태는 새해 소망으로 “연기 잘하고, 모범적인 어린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원이는 “다니며 사람들이 알아볼 때 진짜 보람이 크다”고 했다. “연기 더 잘해서 시청자들 정말 울고 웃게 해야겠다 싶어요.” 나연이는 “집에서 볼 때는 부끄러워 이불 덮고 본다”며 배시시 웃으면서도 “그래도 재미있어 더 잘 하고 싶다”고 했다. 지은이는 “좀 더 커서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보아 언니가 제일 좋아요.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다들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엄마·아빠는 ‘로드매니저’ “그림자 뒷바라지 고돼도 TV에 아이 나오면 뿌듯” 드라마를 빛내는 아역 배우 뒤에는 부모가 있다. 촬영이 있을 때마다 손수 운전으로 아이들을 태워 현장에 나가고, 밤샘 촬영이라도 있으면 꼬박 잠 못자고 촬영을 지켜봐야 한다. 말로 다 못할만큼 힘든 일이지만, 아이들이 티브이 드라마에 멋지게 나오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옛날 아역배우들이 주로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활동을 했다면, 요즘은 연예인이 꿈인 아이들이 먼저 나선다. “지원이가 어릴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해서 기타를 가르쳤고, 창과 판소리도 배우게 했죠. 그러다가 연기학원에 다니게 됐고, 출연으로 이어진 겁니다.” 서해석(43)씨는 아들 지원이의 꿈을 살려주기 위해 경남 진주 집에서 서울까지 매주 수차례 운전하는 것도 마다지 않았다. 매달 연기학원 학원비 20만~30만원을 포함해 창과 판소리 배우는 데도 돈이 상당히 든다. 지은이는 광고모델 활동을 먼저 시작했다. 어릴 적 잡지사에 보낸 사진을 보고 들어온 광고모델 제의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다 오디션에서 뽑혀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연기학원은 다니지 않았고 2주간 개인 연기지도를 받았다. 아역배우들의 출연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1~5등급으로 구분해 10만~20만원까지 차등적으로 지급되고, 때에 따라 수당이나 출장·숙박비 등이 조금 더 붙는다. 가장 경력이 긴 건태만 5등급이고, 나머지는 모두 신인이라 1등급이다. 드라마 출연을 위해선 오디션 정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주로 학원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피디 등에게 직접 연락이 오기도 한다. 오디션은 방송사의 정기 개편 때 주 1회 정도로 가장 많고, 대개는 한달에 한번 꼴로 있다. 건태의 어머니 정은희(41)씨는 “연기를 시키고 싶은 부모들은 아이를 잘 관찰하면서 여유있게 기다리는 것이 좋다”면서도 “주위 사람들이 아이를 배우로 키우고 싶다고 하면 ‘너무 힘드니 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