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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영화가 허구라고?프랭크 오즈의 <보우핑거>

화려한 주류 영화계의 뒤편에서 오직 영화를 향한 열정만으로 악전고투하는, 하지만 재능은 좀 모자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는 쉽사리 보는 이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특히 언젠가 자신이 직접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맘먹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니켈오데온>이나 팀 버튼의 <에드 우드>, 폴 토머스 앤더슨의 <부기 나이트> 그리고 덧붙이자면 톰 디칠로의 <망각의 삶>이 그런 영화들이다. 말하자면 이들 영화 속의 인물들은 펠리니의 과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장만옥의 이마베프>, 혹은 필립 가렐의 <야성적 순수>에 등장하는 ‘예술가형’ 영화감독들과 짝패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를 명감독이라 생각하고 어린 시절부터 착실히 준비해온 한 인물이 자신의 친구들을 데리고 해괴망측한 공상과학영화를 찍고자 한다.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디션 응시자들로부터 응시료를 꼭꼭 받아 챙기고, 카메라는 스튜디오에서 몰래 훔쳐낸 것을 사용하고, 촬영허가증이 필요한 곳에선 게릴라식 도둑촬영으로 일관한다. 팀 버튼의 <에드 우드>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긴 프랭크 오즈의 <보우핑거>는 분명 어느 정도는 팀 버튼의 영화를 의식하고 만들어진, 그리고 보기에 따라선 거의 후안무치한 모방으로도 여겨질 법한 좌충우돌 B급영화 제작기라 불려 마땅할 것이다. 텔레비전용 인형극 제작자로 출발한 (그리고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제다이들의 스승 요다의 목소리 역을 담당하기도 했던) 프랭크 오즈는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뒤 고전기 할리우드 코미디의 전통을 잇는 몇몇 흥미로운 영화들을 줄곧 만들어왔다. <흡혈식물 대소동>(1986)은 로저 코먼의 <공포의 작은 상점>과 그것의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버전을 참고해 만들어진 리메이크작으로, 할리우드 뮤지컬 코미디의 그로테스크한 패러디라 할 만한 영화이다. 그뒤에 만들어진 <화려한 사기꾼> <밥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결혼 만들기> 그리고 <인 앤 아웃> 등도 보는 이에게 제법 상당한 재미를 주는 영화들이다. 프랭크 오즈는 특히 코미디 배우 스티브 마틴과 몇편의 영화에서 함께 작업했는데, <보우핑거>에서도 그는 악전고투 끝에 명작(?)을 만들어내는 감독 보우핑거 역을 맡아 출연하고 있다(스티브 마틴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도 했다). 어느 날 회계사 친구가 쓴 공상과학영화 시나리오를 읽다 영감이 떠오른 보우핑거는 이런저런 삼류인생들을 모아 영화제작에 착수한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 스타급 흑인배우 킷 램지(에디 머피)의 출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고심 끝에 묘안을 하나 짜낸다. 바로 외계인 침공에 관한 황당무계한 대사들을 읊조리는 연기자들을 무작정 그의 곁에 다가가게 만든 뒤, 놀란 그가 반응하는 모습들을 멀리서 몰래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다. <보우핑거>의 몇몇 장면들은 폭소를 유발하지만 동시에 약간은 서글픈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국경을 몰래 넘어오는 멕시코인들을 차량에 태워 싣고 와 스탭으로 쓰는가 하면, 킷 램지를 직접 촬영하기 힘들 경우엔 그와 외모가 유사한 남자를 찾아 먼 거리에서 롱숏으로 찍는 식이다(나중에 그는 킷의 형임이 밝혀진다. 에디 머피가 1인2역을 맡았다). 특히 배우 킷 램지를 유인- 보기에 따라서는 납치- 해 시나리오의 마지막 대사를 읊게 하고자 <보우핑거>의 촬영팀들이 벌이는 소동은 정말이지 가관이다. 촬영용 차량 위로 길게 솟은 크레인 위엔 한 무더기의 나뭇가지들로 몸을 감춘 촬영감독이 올라타 있다. 이들은 주연 여배우와 킷 램지가 탑승한 자동차를 도시곳곳을 누비며 죽을힘을 다해 뒤쫓는다. <보우핑거>는 영화와 삶에 관한 대단한 통찰을 제공해주는 영화는 아니다. 대신 이 작품은 영화란 근본적으로 화면 바깥에서 벌어진 일을 감추기 위해 이런저런 ‘사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허구적인 현실 내지는 ‘현실의 인상’을 주는 허구라는 지당한 사실을 꽤 감칠맛나게 보여준다. 예컨대 서로 다른 시간대에 따로 찍은 장면을 편집을 통해 이리저리 이어붙여 마치 킷이 여자 외계인에게 쫓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장면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메시지가 앞서는 일은 절대로 없는 까닭에 <보우핑거>는 글머리에 언급한 여타의 영화들에 주로 나타나는 음울함의 정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거기 참여한 이들의 기억을 통해 더욱 아름답게 채색되는 법이라고 말한다. <보우핑거>는 기어이 영화를 완성하고 킷을 포함한 모든 이들은 기억을 되새기며 흐뭇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응시한다. 거기에 완성된 영화의 시사회에 참석한 이들의 박수갈채가 덧붙여진다. 믿거나 말거나. 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 Bowfinger|1999년|97분|컬러감독 프랭크 오즈출연 스티브 마틴, 에디 머피화면포맷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1.85:1오디오 돌비디지털 5.1출시사 유니버설 ▶▶▶ [구매하기]

되놈과 쪽발이,사극 속의 외국인 혐오증

남한은 고립된 섬이다. 삼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한면은 철책선으로 막혀 있다. 반세기 동안 한반도 남쪽은 한국인의 감옥이었다. 게다가 세계사적으로 아주 ‘예외적인’ 단일민족 사회(라고 우긴)다. 물론 단일민족이란 없다(이건 우리 집안의 비밀인데, 사실 내 혈통은 여진족이다. ^^). 순수 혈통이라니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다행히 단일민족은 ‘신화’일 뿐이다. 그래도 여기 ‘이상한 나라’에서는 신화가 현실로 여겨진다. 불행히도 단일민족의 자긍심은 이 땅의 상상력을 가두어왔고, 한국인의 감수성을 닫아버렸다. 그래서 외국인은 언제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드라마에 외국인 혐오증(제노 포비아)이 엿보이는 캐릭터가 나와도 낯설지 않다. 현대극에서는 아예 외국인이 등장하지도 않지만, 사극에서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단골 악당으로 열연한다. 시청률 50%를 넘긴 초절정 인기드라마 <대장금>에서 수라간 궁녀들이 가장 기피하는 곳은 중국 사신들이 묵는 ‘태평관’이다. 명나라 사신들이 어찌나 까탈을 부리고, 트집을 잡는지 태평관에 가면 전혀 태평하지가 않다. 죽어라 고생하고도 좌천되기 십상이다. 때는 최 상궁과 한 상궁이 수라간 최고상궁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던 중. 최 상궁은 음모를 꾸며 수라간 최고상궁을 궁 밖으로 쫓아낸다. 최 상궁이 수라간 대행 최고상궁이 되자, 라이벌 한 상궁과 장금이를 ‘찍어내기’ 위해 태평관으로 보내버린다. 물론 착하디 착한 두 사람은 모질디 모진 명나라 사신을 만나 호된 시련을 겪는다. 소갈(당뇨)에 걸리고도 기름진 음식만 찾는 명나라 사신에게 ‘풀밭’투성이인 상을 올렸다가 엄벌을 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장금이가 명나라 사신을 개과천선시키는 것으로 매듭되지만, 막판의 반전에도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어디 <대장금>뿐인가. 사극에서 중국인은 죄다 무뢰한이다. 일본인 아니 왜구는 모두 냉혈한이다. 언감생심 개과천선이라니. 마구 죽이고 또 죽인다. 올해 들어서만 <천년지애>에 다쓰지(김남진)가 냉혈한으로 등장했고, <다모>에 왜구들이 조선 역모세력과 연합한 칼잡이들로 묘사됐다. 이처럼 중국인과 일본인에 대한 묘사는 상상력이 필요없다. 일본인은 호시탐탐 조선반도 침탈을 노리는 도적떼고, 중국인은 내정간섭을 일삼는 되놈이면 그만이다. 고증이 웬말인가. 중국인에게는 간사스러운 염소수염만 붙이면 그만이고, 일본인에게는 머릿기름만 잔뜩 발라주면 끝이다. 만약 중국, 일본 드라마에서 한국인이 이렇게 묘사되었다면? 아마 인터넷을 타고 사발통문이 돌아 그 드라마를 만든 방송사 사이트는 초토화됐을 게다. 이처럼 우리에 대한 부정적 묘사에는 몹시 민감하지만, 남에 대한 부정적 묘사에는 매우 둔감한 것도 조선의 전통이다. 물론 부정적인 묘사에는 근거가 있다. 중국의 내정간섭과 일본의 침략에 시달린 역사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언제나 내정간섭만 하고, 일본이 항상 침략만 했을까. 글쎄다. 아무리 대표 이미지라 해도 지나치게 ‘단일’하다. 기억에 남는 긍정적인 일본인상, 중국인상은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드라마에서 일본인과 중국인은 주변인물일 뿐이다. 오히려 주변인물에 대한 묘사라서 더 무섭다. 아무 생각없이 만드는 주변인물의 캐릭터에서 편견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라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서 검열을 하겠지만 주변인물은 고정관념대로 만들게 마련이다. 매일 편견덩어리 드라마를 보고 사는 이들이 어떻게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텔레비전의 외국인 혐오증은 거리의 애국주의와 거리가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노 사건으로 촉발되고, 월드컵 4강 ‘신화’로 절정에 달하고, 촛불집회의 열기로 이어졌던 21세기 ‘대한민국’의 애국주의 말이다. 배타적인 감수성에 먹고살 만해졌다는 자신감까지 덧붙여져 만들어진 애국주의는 ‘감히 우리를 건드려’라고 말한다. 하물며 같은 노란 얼굴의 외국인에게도 거부감을 느끼는데 검은 피부의 외국인에게 너그러울 수 있겠는가. 장금이의 승승장구에 이어지는 마감뉴스에는 비보가 날아든다. 이 땅에서 국경을 초월한 노동자의 죽음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제아무리 달리는 전철에 몸을 던지고, 공장에서 목을 매도 공허한 몸부림일 뿐이다. 우리 땅에 감히 허락없이 들어와서 험한 일 마다않고 살았기 때문이다. ‘같은 민족’의 부르주아를 증오하는 한민족 노동자들은 제 몸에 불을 붙이고, 제 목에 밧줄을 매달아도 외롭다. 감히 핏줄로 얽힌 대한민국 공동체의 평화를 깨려 했기 때문이다. 아∼ 대한민국! A 신윤동욱/ <한겨레> 기자 syuk@hani.co.kr

서울독립영화제 다음달 5일부터 열려

영화독립군 거침없는 대학로 점령 한국 독립영화 최대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 2003년 행사가 12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극영화, 다큐멘타리,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지난 1년 동안 만들어진 독립영화 가운데 엄선된 60편이 이번 행사기간 동안 경쟁을 벌인다. 또 해외초청작 19편을 포함해, 국내외 독립영화 42편이 비경쟁 초청작으로 함께 상영된다. 상영장은 서울 대학로의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과 하이퍼텍 나다 두곳이다.(서울독립영화제 2003 홈페이지 www.siff.or.kr, 전화 02-362-9513) 이번 행사는 전신인 ‘한국독립단편영화제’부터 치면 29회이고, 이름을 ‘서울독립영화제’로 바꾼 뒤로 2회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의 표어는 ‘충돌’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충돌 안에서, 새로운 흐름과 에너지를 감지해 내자는 취지를 담았다. 올해의 표어는 거기서 한발 나아가 ‘거침없이’이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말끔하고 말쑥하자는 게 아니라, 거침없이 발언하고 구애받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여건들을 넘어서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 표어를 반영하듯 올해 경쟁작들의 큰 특징은 IMF 구제금융 이후 다시 닥친 경제란 속에서 발생하는 지금 이 사회의 문제들에 직접 다가서는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쉽게 나오기 힘든 장편 다큐멘타리들이 여러편 출품됐고, 애니메이션 분야의 선전도 눈에 띈다. 국내 초청작 중엔 김명준 감독의 <‘하나’를 위하여>, 거식증에 걸린 한 여자의 이야기인 <그집앞>(김진아 감독) 등 화제작이 많다. <‘하나’를 위하여>는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여성 독립영화 감독 조은령이 찍던, 일본의 조선학교를 다룬 영화 ‘하나’의 미완성 촬영분에 남편인 김명준이 부인의 이야기까지 함께 보태 완성한 다큐멘타리이다. 해외초청작은 브라질과 칠레의 독립 장편영화 10편, 오스트레일리아의 단편 9편 등 19편이다. 우발적으로 동네 건달을 죽였다가 영웅이 되자 내친 김에 킬러가 돼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그 남자 최고의 해>(브라질, 호세 엔리크 폰세카 감독)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색채를 빌린 사회드라마이며,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섹스와 우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살피는 <어느날 갑자기>(아르헨티나, 디에고 레르만 감독)는 이번 영화제 개막작이다. 단편 경쟁작 단편 경쟁작은 애니메이션 10편 포함해 37편. <여기가 끝이다>(박인제 감독)는 남한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탈북 청년의 이야기이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남한의 풍경을 익숙한 듯 낯선 것으로 만드는 세련된 연출이 소재의 직설성을 녹여버린다. <나무들이 봤어>(노동석 ˝)에서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나선 어린이는 어른들의 장난으로 고생한다. 그 어린이의 눈높이로 잡아챈 골목길의 세계가 거꾸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성인 버전 같다. 달팽이를 키우면서 달팽이의 온갖 습관, 달팽이가 병에 걸렸다가 약을 먹고 회복하는 과정까지를 담은 <달팽이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최수영)는 화자의 감정을 담아 쓴 수필같은 다큐멘타리이다. 정리해고된 한 중산층 남자의 악몽같은 판타지 (하준원)는 올해 칠레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극영화상을 받았고, 영어를 둘러싼 실험영상으로 한국사회의 식민성을 드러내는 <제3언어>(손광주)는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수상작이다. 올해 단편은 실사영화 못지 않게 애니메이션들이 눈에 띈다. <볼록이 이야기>(김진만)는 이제껏 선보인 적이 없는 ‘국수 애니메이션’이다. 삶지 않은 국수 묶음의 종단면에, 뒤쪽에서 밀고 당겨 생기는 굴곡을 가지고 화면을 만든다. 내용도 그 기법에 어울린다. 오목이들이 사는 별에서 왕따가 된 볼록이의 사랑이야기다. <지옥>(연상호)은 죽음과 지옥의 강박증에 쫓겨 사는 이의 악몽같은 삶을 다루는데, 화면이 <공각기동대>나 <인랑>같은 저패니메이션을 연상케 한다. 테두리선이 분명한 삽화체의 인물들이 정확한 데생에 힘입어 생동감을 얻는다. 중장편 경쟁작 올해 중편경쟁에 상영되는 작품은 총 14개. 20분에서 한시간 미만의 작품들로 다큐에서 SF까지 다양한 장르들의 성찬이다. <목두기 비디오>(윤준형)는 얼마 전 텔레비전에 소개되면서 ‘귀신이야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소문난 가짜 다큐멘터리. 여관방 몰카 비디오에서 귀신의 형상이 나타나면서 귀신의 사연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간다. 촬영과정만 2년이 걸린 <편대단편>(지민호)은, SF는 자본력의 결과물이라는 통념을 깨는 신선한 저예산 SF물. 미래사회에서 기억을 삭제당한 군대의 요원이 전투과정중 기억의 조각을 발견하면서 겪게 되는 혼란을 음울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렸다. 켄 로치의 <빵과 장미>에 대한 헌사로 제목을 달았다는 <빵과 우유>(원신연)는 해직통보를 받고 자살을 결심한 철도원 노동자가 철로에 누워있다가 엉뚱한 곳에서 굴러떨어지는 낙석을 피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블랙 코미디 영화다. 지난해에 비해 두배가 넘는 출품작들이 경합을 벌인 장편부문에서는 9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이 가운데 7편이 우리 현실의 문제를 응시한 다큐멘터리다. 10년 이상 비전향 장기수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의 삶을 응시한 <송환>(김동원)엔 장기수 할아버지들에 대한 애정과 남·북한 사회에 대한 감독의 단순치 않은 생각이 오롯이 담겨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김환태)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처음 스크린 안으로 끌어왔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경순)은 말많고 탈많았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내부의 갈등과 모순을 담았다. ‘짬뽕 장르’임을 내세우는 옴니버스 프로젝트 <제국>은 7팀의 독립영화 제작 집단이 만든 7개의 작품을 엮은 것으로 ‘제국’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다양한 소재를 통해 각자의 생각을 서로 다른 장으로 풀어냈다. 글 임범 김은형 기자 isman@hani.co.kr

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3] - 12월 ③

알게 될거야 Va Savoir 누벨바그의 맏형 자크 리베트의 2001년 칸영화제 진출작. 파리에서 한편의 짧은 연극이 상연되는 동안 세명의 남자와 세명의 여자가 서로의 삶 안으로 들어가 사랑의 삼각구도를 만든다. 유머와 사유가 함께하면서 자크 리베트식의 로맨틱 스토리가 전개된다. 요컨대 자크 리베트가 사랑을 말하면 그건 ’철학’이 된다. 바람의 검, 신선조 壬生義士傳 일본 막부시대 말기, 교토의 도시 치안을 위해 결성된 무사단 신선조에서 활동하는 무사들의 이야기. 칸이치로는 남부 사투리를 쓰는 촌스러움에 오로지 돈을 위해 칼부림을 하지만 검술은 최고다. 반면 사이토는 정통 무사도를 따르는 사무라이. 영화는 이 두 사람의 갈등과 우정을 그린다. <러브레터> <철도원> 등 일본에서 흥행한 영화들의 원작소설을 쓴 아사다 지로의 소설 <미부기시전>이 원작. 요컨대 의를 훼손하느니 할복하리라는 무사도 + 시대를 뛰어넘는 사나이들의 우정. 스노우보더 Snowboarder 스포츠용품 가게에서 일하면서 보드 선수가 되기 위해 연습에 몰두하던 가스파는 스노우보드 챔피언의 권유를 받아 스위스로 떠난다. 가스파는 프로 스노우보더의 세계를 직접 접하곤 황홀경에 빠지지만, 세계 챔피언이 일개 아마추어도 못 되는 친구를 아무 이유없이 끌고왔을 리 없다. 요컨대 2002년 <익스트림 OPS>에 이은 계절액션스릴러. 춤추는 대수사선2-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 踊る大搜査線2 텔레비전 드라마로 시작하여 영화로 이어진 뒤 일본 내 흥행폭풍을 일으켰던 <춤추는 대수사선>이 2편까지 만들어졌다. 1편의 감독 모토히로 가즈유키가 다시 한번 연출을 맡았다. 전편에 이어 주요 배역을 다시 캐스팅하였고, 완간 지역 내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다. 요컨대 열혈 경찰 아오시마가 온다! 아타나주아 Atanarjuat-the fast runner 에스키모 원주민 출신의 감독이 에스키모들을 데리고 그들의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수천년 전. 부족에서 가장 용맹한 형제 아타나주아(빠른 자)와 아막주아(힘센 자)가 겪게 되는 사랑과 복수에 대한 설화.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낯선 인물들과 함께 인류의 보편적 감성까지도 건드리는 신기한 영화. 요컨대 이글루보다 신기하고, 눈썰매보다 유쾌한 영화. 코로나도 Coronado 재력과 미모를 겸비한 것은 물론, 근사한 애인까지 두고 있는, 부러울 것 없는 여인 클레어. 그러나 출장길에 오른 남자친구가 실종된 것을 알게 되고, 그가 사라진 중앙 아메리카 코로나도로 달려간다. 혁명이 진행 중인 위험천만한 그곳에서 클레어는 악몽의 여행을 시작한다. 여성 전사 캐릭터를 내세운 액션 영화로,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 팀이 연출해낸 특수효과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풍성하다는 것이 제작진의 자랑. 요컨대 혁명의 전장에서 남자친구를 구출하라! 8명의 여인들 8 Femmes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개봉이 연기됐던 이 다시 개봉일정을 잡았다.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파니 아르당, 에마뉘엘 베아르, 루디빈 사니에르 등 내로라 하는 프랑스 여배우가 총출동해 200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함박눈이 쌓인 성탄절 아침, 아버지가 등에 칼이 꽂힌 채 발견되고 집에 있던 8명의 여인들이 서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스릴러를 연상하기 십상이지만 오종은 이 이야기를 뮤지컬코미디로 둔갑시킨다. 요컨대 프랑스 최고 여배우들이 협연하는 스릴러 뮤지컬. 더 캣 The Cat In the Hat 짐 캐리의 <그린치>가 성공한 데 힘입어 닥터 수스의 동화가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번엔 <오스틴 파워스>의 마이크 마이어스가 고양이인간으로 분장해 아이들의 혼을 빼놓는데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나타난 이 고양이인간은 집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놓는다. <아이 엠 샘>의 루시로 기억되는 다코타 패닝이 등장하며 <가위손> <배트맨2> <맨인블랙2> 등에서 프로덕션디자인을 맡았던 보 웰치가 감독을 맡았다. 보 웰치는 <가위손>의 프로덕션디자이너답게 영화 전체를 아이스크림 색채로 물들여 어린이들을 동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요컨대 어린이를 위한 마이크 마이어스의 원맨쇼. 12월의 얼터너티브 12월의 시네마테크는 레즈비언, 게이 다큐멘터리로 문을 연다. 12월1일부터 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퀴어베리테’에서는, 목소리를 빼앗긴 성적 소수자들이 스스로 쓴 퀴어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헤드윅> 메이킹 다큐멘터리 <좋든 싫든 헤드윅 이야기>, 니카라과 퀴어 시트콤과 관련 다큐멘터리를 묶은 <니카라과의 호모들>, 레즈비언 음악운동사 <여전사들의 합창> 등 18편이 상영되며 이중 15편은 전주, 청주, 대구, 광주, 대전에서 순회상영된다. 12월5일부터 14일까지 동숭홀과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진행된다. 개막작 <어느날 갑자기> 등 실험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총100편의 장·단편 영화(경쟁작 60편)가 스크린에 오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영화계의 신작 10편을 묶은 ‘비바! 라틴 시네마’ 섹션이 눈길을 끈다. 단편영화축제는 하늘에서도 펼쳐진다. 제1회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는 12월13일부터 16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본선진출작 30여편을 상영하고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12편의 수상작을 국제선 전 노선에서 기내 상영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12월18일부터 20주년 영화축제 ‘성인식’으로 성년을 기념한다. 아카데미의 현실을 바라보는 다큐멘터리, 전설적인 졸업작품과 숨은 문제작들을 상영하고 아카데미 출신 감독 20인이 참여한 디지털 옴니버스 <이공>(異共)도 공개한다. 12월에 회고전이 헌정되는 작가는 클로드 샤브롤과 하워드 혹스. 12월13일부터 26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리는 클로드 샤브롤 회고전은 <아름다운 세르쥬> <암사슴> <의식> 등 15편을 소개한다. 샤브롤 회고전을 내년 1월 초 이어받는 시네마테크 부산의 12월 프로그램은 하워드 혹스. <붉은 강> <리오 브라보> <연인 프라이데이> 등 대표작 12편을 12월13일부터 2주간 상영한다. 12월27일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는 올해 개봉된 수작 중 일찍 종영되어 아쉬움을 남긴 영화를 앙코르 상영한다.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니모를 찾아서>

픽사의 DVD들은 풀 3D로 제작된 디지틀 데이터를 아날로그 텔레시네 과정을 거치지 않고 데이터 자체를 디지털로 전송하는 다이렉트 디지털 트렌스퍼 방식으로 제작함으로써 디지틀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극상의 화질로 AV 애호가들로부터 절대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특이하게 바다 속을 무대로 삼음으로써 <벅스 라이프> 이후 다시 한번 자연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주목한 <니모를 찾아서>는 깊은 바다 속에 사는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과 주변의 해초와 바위 등이 보여주는 놀랄 만큼 다채롭고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화면 가득히 펼쳐 보여줌으로써 시각적 쾌감을 만끽하게 한다. 아나모픽 1.78:1 영상은 픽사의 전작들이 보여줬던 극도로 투명하고 명징한 고해상도 영상과는 전혀 다른 경향의 화질을 보여주어 다소 당황하게도 만든다. 화면 전체에 여러 겹의 반투명한 막들을 쳐놓은 것처럼 뿌옇고 흐리게 보여지는 영상은 언제나 프랑크톤과 부유물들이 떠다니고 햇볕과 조류에 따라 밝기와 색깔이 시시각각 변하는 바닷속의 실제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내기 위한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그 결과 해상도에서는 약간의 손실이 있지만, 디지털 특유의 차가운 질감을 아날로그적인 느낌으로 바꿔놓는 주목할 만한 효과를 얻어냈으며, 경탄할 만큼 화사하고 현란한 원색들로 묘사된 물고기와 해조류들의 높은 채도와 색농도는 현재까지 출시된 모든 DVD를 통틀어 단연 최고이다. 전체적인 톤을 맞추기 위해 약간 불투명하게 설정한 물 바깥 장면들에서 질감이 거칠고 지글거리는 노이즈가 드러나는 점이나 원경에서 물고기 몸 주위에 의사 윤곽 노이즈와 아트팩트가 보이는 점 등은 DVD 매체의 용량의 한계를 보여준다. 국내판의 DTS ES 6.1과 돌비 디지털 EX는 미국판의 돌비 디지털 EX와 기본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음향 역시 전달이 제한되는 물속의 특성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탓에 또렷한 대사나 음악에 비해 효과음은 날카로운 임팩트감이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 어뢰의 연쇄 폭발이나 잠수함의 충돌 등에서는 양감이 부족하지만, 물속의 거품 소리나 상어의 공격, 물고기들의 움직임 등은 매우 우수한 방향감과 이동감을 들려준다. 서플먼트 디스크의 구성도 푸짐하다.김태진 화질 ★★★★★ / 음질 ★★★★☆ / 부록 ★★★★ Finding Nemo | 2003년 | 앤드루 스탠튼, 리 언크리치 | 100분 | 1.85:1 아나모픽 | DTS ES 6.1, DD EX 5.1, 영어, 한국어 | 자막 한국어, 영어 | 브에나비스타 ▶▶▶ [구매하기]

[인터뷰] <오구> 무당딸 미연역 이재은

“주연 조연 안따져요 강한 캐릭터면 그만이지” 〈오구〉를 찍기 위해 사람을 찾던 이윤택 감독이 식당에서 밥먹는데 텔레비전에서 〈명성황후〉가 방영 중이었다. 이재은이 소리하는 장면이었다. “쟈가 누고 … 영화 나온 것 있나” 이재은이 나온 영화를 비디오로 본 이 감독은 여러 다리를 건너 이재은을 찾아냈다. “〈오구〉의 미연이를 내가 하면 잘할 것 같았어요. 부전공이 소리인데 그것도 살릴 수 있고요. 죽음을 축제로 표현하고 거기에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작품 자체도 좋았고.” 항상 새로운 면 보이고 싶어 〈오구〉에서 이재은(23)은 확실히 도드라져 보인다. 그가 연기한 미연은 무당의 딸로 태어났다가 동네 청년들에게 봉변을 당해 미혼모가 된, 또 그 사건 때문에 애인이 자살해버린 비극적 사연의 소유자다. 처연함이 느껴지는 캐릭터이기는 〈내츄럴 시티〉도 마찬가지였다. 디스토피아 같은 미래도시에서 몸을 팔고 사는 소녀를 연기한 이재은은 그 영화에서도 도드라져 보였다. 나이보다 먼저 어른들의 추한 세계를 알아버린, 그럼에도 앳된 얼굴. 그 묘한 부조화가 눈길을 잡아챈다. 연민을 품을라치면 바로 그 틀을 벗어나버린다. 〈오구〉에서 두눈 부릅뜨고 앙칼지게 싸울 때 이재은은 무섭다. 〈노랑머리〉 〈세기말〉 〈자카르타〉 〈내츄럴 시티〉 〈오구〉, 5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이재은이 성인으로 출연한 다섯 편의 영화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가 맡은 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남자들의 음습한 욕망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상처입지만 기죽지 않고 자신을 위해 열심히 싸운다. 한국영화에서 드문 캐릭터들임과 아울러, 이미지 관리를 중시하는 여자 배우들이 아직도 잘 안 맡으려는 역이다. 이재은은 잔 계산 하지 않고 용감하게 달려왔다. 충무로에선 그런 태도를 높이 사는 이들이 많다. “주·조연 잘 안 따져요. 역의 비중보다 그걸 내가 해서 눈에 띌 수 있는 강한 캐릭터면 좋겠다 싶죠. 색다르고 이미지가 강한 것, 그런 역 하는 게 좋고 연기도 팍팍 늘고. 착한 역도 좋겠지만 악역을 잘해서, 사람들이 쟤만 나오면 죽이고 싶어지게 하는 것, 그런 거 매력있지 않아요” 연기경력 19년, 비움의 덕 알아 이재은은 스스로도 욕심이 많다고 했다. 뮤지컬, 연극,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가리지 않고 ‘배우’이길 원하고 새로운 역과 일들을 찾아 나선다. “이런 연기를 잘하던데 이것도 잘하는구나, 그런 말 듣고 싶어요. 쟤가 이번엔 또 무슨 일을 저지를까 궁금증을 자아내고 싶고. 〈어을우동〉(이재은이 공연중인 마당극) 하면 ‘쟤 창도 해’ 같은 반응 있잖아요.” 색다른 역을 선택해 왔는데, 그러다보니 영화에서 그의 배역들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커 보이는 역설이 빚어진다. “크면서 차가운 이미지가 풍기는 건지, 착하고 똑똑한 건 해 봤는데 멍청한 역은 한번도 안 해 봤어요. 그런 역이 안 들어와요. 제가 똑똑하게 생겼나 봐요. 부드럽기보다 날카로워 보이나 봐요. 착한 푼수, 바보 같고 그런 귀여운 여자를 해보고 싶은데 ….” 연기경력 19년. 이재은의 연기관은 뚜렷해 보였다. “촬영 전날까지 대사만 외워놓고 아무것도 안 해요. 미리부터 고민해서 준비하고 연습하면 사심이 많아지거든요. 연기가 계산적이 되고 사족이 많아져요. 저는 공부 안 하기로 유명한 배우예요. 그 인물에 빠지려고 하기보다 그 인물도 내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죠. 이 인물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만 알고 있고 나머지는 감독에게 맡겨요. 내 작품이긴 하지만 전체를 조율하는 건 감독이니까. 저는 비어 있으려고 한다고 할까. 마른 스펀지가 물을 많이 빨아먹는 것처럼.” 글 임범 기자 isman@hani.co.kr ,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나친 `비주얼`만의 승리,<매트릭스3 레볼루션>

추상적 사고의 여지를 남기지 않은 <매트릭스3 레볼루션> <매트릭스3 레볼루션> 속의 혁명은 혁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역(逆)혁명에 가깝다(물론 이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매트릭스3 레볼루션>이 세계의 숨겨진 비밀을 당신에게 알려줄 거라고 성급히 기대하지는 말라. 지난 세기에 시작된 이 시리즈물의 인간 내면을 향한 격렬한 여정은 스펙터클의 대혼란 속에서 이제 한 차례의 연습을 마무리짓고 있는 듯 보인다. 사실 <매트릭스> 본편이 애초에 보여준 독창성은 이 영화가 시각적 혼란보다는 형이상학적 내용을 통해 우리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는 데 있다. 모순되게 들리지만,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만한 <매트릭스> 본편은 총알의 속도에 가까운 슬로모션을 통해 영화사상 가장 기억할 만한 “폭력”장면을 펼쳐 보인 “지적인” 액션영화였던 것이다. 거기에다 <매트릭스> 본편은 90년대 후반의 두 가지 영화적 유행을 (비디오 게임의 이야기 구조를 따르는 영화적 조류와 맥루한적인 견지에서 역사를 바라보며 텔레비전 형태의 새로운 사이버-전체주의에 착안한 좀더 편집증적인 조류의 두 가지) 성공적으로 버무려놓았다. 닷컴 시대 천재들의 등장을 알린 <매트릭스> 무엇이 우리가 <매트릭스>에 그토록 열광하도록 만들었던가? 이 영화는 주도면밀하게 다문화적이고 (물론 가장 처음 홍콩영화의 창조성을 흡수한 할리우드영화 중 한편이기도 하다) 닷컴시대의 천재들을 미화하고 있으며, (1999년 당시를 돌이켜보건대) 시각효과에 있어 하나의 기술적 경의였다. 오랜 세월 인간의 실제 행위를 기록해온 카메라 촬영술과 새롭게 떠오른 컴퓨터그래픽 이미지, 실제 배우들과 그들의 스턴트 대역들, 그리고 실제 로케이션 장면들과 스튜디오 세트장면들을 결합해내기 위해 워쇼스키 형제가 감내해야 했을 복잡다단함을 생각해본다면, 영웅 해커 네오(키아누 리브스)와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가 컴퓨터에 의해 구현된 가상의 현실을 상대로 펼치는 이 무용담은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난 지금 너의 정신을 해방시키려는 거야”라는 영적 지도자 모피어스의 주장이 당신의 흥미를 더욱 자극했던 것이다. 하지만 <매트릭스3 레볼루션>에서의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는 전편에 비해 그 비중이 커진 니오베(제이다 핀켓 스미스)와 짝을 이룬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주창하는 계급이론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사실 네오가 매트릭스에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매트릭스 내부에 (혹은 다른 곳 어디에) 남겨져 있다는 영화의 첫 설정 자체가 하나의 미스터리이다. 뒤바뀐 오라클의 모습은 글로리아 포스터의 사망으로 인한 메리 앨리스로의 배역 교체를 설명하기 위해 의도적인 설정이라 치더라도,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별거 아니야”라는 뜻으로 시온 사람들의 대화 속에 은근슬쩍 기어들어 와 있는 “It’s the big bupkes-nada”(역자: bupkes, nada는 모두 nothing을 의미하는 고어 및 은어)라는 할리우드 은어의 존재는 정말 하나의 미스터리라 할 것이다. 그리고 “전체 방어 시스템을 상대로 겨우 전함 한척이 무슨 희망이 되겠는가?” 따위의 대사나 지껄이는 코넬 웨스트의 끈질긴 등장 역시 그 못지않은 미스터리이다. 무엇이 진짜 희망인가? 네오를 구하기 위해 지하세계로 들어선 트리니티는 우선 유로트래시 음악이 죽음의 향연처럼 울려퍼지는 디스코텍에서 메로빈지언(람베르 윌슨)과 그의 배우자 페르세포네(모니카 벨루치)를 상대로 전투를 치러야 한다. 여지없이 등장하는 트리니티의 공중 발차기와 완벽한 구형에 가까운 페르세포네의 빵빵한 가슴, 그리고 지독하리만치 악의에 찬 메로빈지언의 중얼거림 모두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메로빈지언은 오라클의 한쪽 눈을 가져오라고 요구하지만 트리니티는 시간낭비하기 싫다는 듯 총을 빼들고, 이제 한바탕 총격전이 벌어진다. “그녀가 우리 모두를 죽여야 한다면 그녀는 정말로 사랑에 빠진 거야”라는 페르세포네의 설명처럼 <매트릭스3 레볼루션>은 초반 한 시간 동안 사랑이라든지 카르마라든지 하는 단어들의 의미를 분석한다거나 오라클이 미래를 알고 있었는지 아닌지 아님 알고 모르고가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등등에 어리둥절해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굉장한 전투장면 뒤에 남은 것 간단히 말해서 영화 <매트릭스3 레볼루션>은 시온의 병사들이 육중한 전투 로봇에 자신들의 몸을 싣고 무지막지하게 밀려드는 기계충 무리를 상대로 포화를 퍼부어대기 전까지 전혀 딴짓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서 우리는 버로스의 SF소설 속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위용마저 느끼게 되는데, 이쯤 되면 필자의 해설 역시 버로스를 모방한 학부 때의 습작을 닮아가기 시작한다. “BX 케이블, 오징어 스파게티, 전기 충격파! 기관총, 기계 지옥, 최후의 성전! 지긋지긋한 주황빛-푸른빛 안광들, 무시무시한 촉수들의 회오리여!!!” 니오베의 우주선이 나타나 전장을 정적으로 몰아넣기까지 한 시간쯤 이어지는 이 전투장면은 초반부에 비해 훨씬 나을 뿐 아니라 한마디로 굉장하다고 할 수 있겠다. <매트릭스2 레볼루션>은 그 이야기 구조면에서 <반지의 제왕> 최종편을 예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곤도르 방어는 여기서 시온에서의 전투로, 둠산으로 향하는 샘과 프로도의 이야기는 여기서 홍수와도 같은 기계충들의 화염을 거슬러 어둠의 심장, 검청색 기계 도시의 영토로 향하는 네오와 트리니티의 이야기로 각각 치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실체의 사막인가? 아님 네오와 (말하자면 사우론의 존재에 해당하는) 스미스 요원이 들이치는 번개와 폭풍우 속에서 공중 격투를 벌인 끝에 추락한 진흙 웅덩이마저 복구된 매트릭스 속에 존재하는 초록빛 기호의 협곡일 뿐이라는 것인가? 무슨 상관인가. 아무튼 그래픽 이미지는 훌륭하지 않은가! <매트릭스3 레볼루션> 속에서 특수분장을 통해 만들어진 상처들은 가히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며, 영화 속에 즐비한 시신들은 <킬 빌> 속의 그것보다도 훨씬 뻔뻔스럽게 미화되어 있다. <매트릭스3 레볼루션>은 (가장 부정적인 형태의 니힐리즘이라고 할) 최고의 사랑과 가장 설명하기 힘든 우주론을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휘황찬란한 만신전의 약속과도 같은 광활한 하늘과 그 속으로 펼쳐진 무지개는 피땀으로 적셔진 도피처 시온의 존재를 허용하는 것과 동시에 또 다른 매트릭스 후속편이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매트릭스> 시리즈를 현대판 성경 서사극이라고 (헐뜯기라도 하듯) 말한 동료 비평가의 지적은 물론 옳은 것이겠지만, 당신이 영화 속의 육중하고 어리석기까지 한 테크놀로지를 무시해버리기로 한다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마치 고약한 대중 선동가와 같이 영화 <매트릭스3 레볼루션>은 지식에 대한 진실의 우위를 주창한다. 하지만 일단 영화가 당신 앞에서 가동(?)되기 시작하면, 가히 “승리”라고 평가할 만한 영화 속의 비주얼들이 당신에게 그 어떤 추상적인 사고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곧 발견하게 될 것이다.

<카우보이 비밥>의 신화는 계속된다

투니버스 오늘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울프스 레인’30부작 방영 98년 일본 도쿄텔레비전과 위성채널 와우를 통해 방영돼 선풍적인 화제를 모은 〈카우보이 비밥〉의 제작사 ‘본즈’사가 다시 내놓은 일본 애니메이션 〈울프스 레인〉이 8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애니메이션채널 투니버스를 통해 방영된다. 〈카우보이 비밥〉의 각본을 쓴 노부모토 케이코와 일본의 천재 음악가로 평가받는 칸노 요코가 다시 손잡고 〈울프스 레인〉에 참가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늑대의 이야기를 그린 〈울프스 레인〉은 올 1월 후지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5분분량 총 30편이 방영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방영 직전까지 줄거리조차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을 정도로 비밀리에 작업이 이뤄진 본즈사의 야심작이다. 폐허가 된 돔 모양의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인간의 형상을 한 늑대들과 이들을 쫓는 늑대 사냥꾼, 인간 위에 군림하는 귀족, 그리고 잃어버린 낙원으로 가는 열쇠를 지닌 꽃의 소녀가 물리고 물리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작품에는 늑대, 인간, 꽃이라는 세가지 상징적 존재가 등장한다. 늑대는 소외되고 버림받은 상처투성이의 존재를, 인간은 늑대를 멸종시키고 꽃을 불태워버리는 전쟁의 존재를, 꽃은 이 둘 사이에서 고통받지만 늑대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희망의 존재로 그려진다. 노부모토 케이코의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칸노 요코의 감칠 맛나는 음악, 음미해 볼 만한 메시지까지 담겨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외신기자클럽] 스타탄생 (+불어원문)

1999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칸영화제의 심사위원단은 일군의 비전문 배우들에게 상을 주었다. 이로 인해 논쟁이 일어났다. 이들의 연기는 분명 설득력이 있었으나 본격적인 배우의 작업에 속하지는 않았다는 것 때문에 칸이 높이 평가한 것에 대해 격한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로제타>로 상을 받은 에밀리 드켄은 이제 출연요청이 쇄도하는 배우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늑대의 후예들>에서 연기를 했고, 올해 로버트 드 니로와 나란히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The Bridge of San Luis Rey)를 찍었다. 그녀는 <휴머니티>(L’humanit)의 세브린 카닐과 여우주연상을 공동수상했다. 오늘날 세브린 카닐은 여전히 자기 공장의 극단에서 연기를 하고 있으며 <하늘 한 조각>(Une part du ciel)에서 그를 볼 수 있었다. 한 사람은 전문배우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아니지만, 두 사람 모두 재능있는 여배우들이다. 그 수상자 명단의 이점은 ‘전문배우’의 정의가 무엇인가를 묻는다는 데 있었다. 따끈따끈한 <오아시스>(사진)의 프랑스 개봉은 이 낡은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많은 관객은 이 영화가 거북하게 느껴진 것에서 나아가 심적으로 뒤틀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그들이 한국 관객처럼 배우 문소리를 그 배역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면, 또는 <박하사탕>이 좀더 이목을 끄는 개봉을 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특히나 텔레비전이나 잡지에서 그녀를 보았었다면 그렇게 반응했을까? 더스틴 호프먼이 <레인맨>에, 톰 행크스가 <포레스트 검프>에 나왔을 때, 우리는 전문가의 어려운 묘기를 목격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놀라워 감탄을 하건 회의하고 무덤덤해졌건 우리는 그들을 곡예사 재주꾼처럼 바라본다. 그러나 문소리가 화면에 등장할 때, 우리에게 그녀는 비틀어지고 침흘리고 눈은 뒤집힌, 완전한 장애인의 몸뚱어리로 보인다. 영화홍보를 위해 잠시 프랑스에 들른 그녀는 지난달(지난 11월) 파리와 리옹에서 열린 시사회에 몇 차례 참석했다. 조명이 다시 들어왔을 때 상영관 안에는 갑자기 희미한 술렁임이 퍼져나갔다. 아름다움의 확신에 찬 채 무대에 오른 그녀는 영화계의 스타들만이 지니고 있는 부드러운 자신감을 보여줬다. 그 모습에 한결 가벼운 마음을 갖게 된 관중은 박수를 쳤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고로 ‘전문배우’란 관객이 그 배우에게 두는 시선으로 정의된다. 이들 상영회에 참석한 프랑스인들은 영화상영 중에, 그리고 상영 뒤에 문소리를 바라보았던 방식을 통해 <오아시스> 주제의 적절성을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었다. 문소리는 이미 위대한 배우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멋진 배역을 맡아 보여줄 것이고 훌륭한 커리어를 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재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기는 <오아시스>가 갖는 원초적인 힘을 되찾지는 못할 것이다. 무엇인가가 죽은 셈이며, 이것이 바로 스타 탄생이다. A star is born. En 1999 le jury du festival de Cannes présidé par David Cronenberg récompensa une brochette d’acteurs non professionnels. Il créa une polémique comme la presse culturelle française les affectionne. On lui reprocha vivement de saluer des performances certes convaincantes, mais qui ne relevaient pas d’un travail de comédien. Emilie Dequenne, récompensée pour « Rosetta », est devenue une actrice très demandée. Elle a joué notamment dans « Le pacte des loups » et tourné cette année « The Bridge of San Luis Rey » aux côtés de Robert de Niro. Elle partageait son prix avec Séverine Caneele pour « L’humanité ». Aujourd’hui, celle-ci joue toujours dans la troupe de son usine. On a pu la voir dans « Une part du ciel ». L’une est professionnelle, l’autre pas, toutes deux sont des comédiennes talentueuses. Le mérite du palmarès était donc de poser la question de ce qui définit un « comédien professionnel ». La sortie française toute fraîche d’Oasis vient nourrir ce vieux débat. Beaucoup de spectateurs, ont déclaré se sentir gênés, voire profondément dérangés par le film. L’auraient-ils été autant si comme les spectateurs coréens, ils avaient connu la comédienne Moon Sori avant son personnage ; si Peppermint Candy avait bénéficié d’une sortie moins discrète, et surtout s’ils l’avaient vue à la télévision et dans les magazines ? Lorsque Dustin Hoffman apparaît dans Rain Man ou Tom Hanks dans Forest Gump, nous savons bien que nous assistons au tour de force de professionnels. Ebahis et admiratifs ou dubitatifs et blasés, nous les regardons un peu comme des acrobates. Mais quand Moon Sori surgit à l’écran, elle nous apparaît pleinement comme un corps handicapé, tordu, bavant, les yeux révulsés. De passage en France pour la promotion du film, elle assista le mois dernier à quelques avant-premières à Paris et à Lyon. Lorsque les lumières se rallumaient, la salle était soudain parcourue d’un frisson. Elle montait sur scène, forte de sa beauté, portant cette douce assurance que seules possèdent les stars de cinéma. Soulagée, la foule applaudissait. Les choses reprenaient leur place. Un « acteur professionnel » se définit donc par le regard que le public pose sur lui. Les français qui assistèrent à ces projections ne purent que vérifier la justesse du propos d’Oasis à travers la façon dont eux-mêmes regardaient Moon Sori, pendant et après le film. Moon Sori est déjà une grande actrice. Elle nous offrira encore de beaux rôles et fera une très belle carrière. Mais en dépit de son talent et de son travail, jamais ses interprétations ne retrouveront la force primitive d’Oasis. Quelque chose est mort : A star is born. Adrien Gombeaud Journaliste et critique à la revue Posit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