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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외신기자클럽] 현대 그리스 비극의 종말? (+영어원문)

마지막으로 그리스영화를 본 적을 기억하는지? 쉰이 넘은 사람이라면 아마 마이클 카코야니스의 영화 중 하나일 것이다. 그의 <희랍인 조르바>(1965)는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었는데, 사실 미국 자본, 멕시코 배우(앤서니 퀸) 주연, 영어대사로 찍은 영화였다. 아직 쉰이 안 된 사람이라면 아마 테오 앙겔로풀로스 작품일 것이다. <율리시즈의 시선>(사진)의 이 감독은 고압적일 정도로 느리고 자만심이 강한 작품을 만들어, 그의 커리어는 전적으로 각종 영화제에 의존하고 있다. 195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는 자국의 영화스타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영화산업이 번창했으나, 1974년 많은 영화사를 지원해주고 있던 우익 군사정권이 몰락하고 텔레비전이 발달하면서 대중영화산업은 무너지고 말았다. 언제나처럼 그 공백은 미국영화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90년대 독일에서 한국에 이르는 많은 나라들처럼 그리스에서도 새로운 세대가 할리우드만이 양질의 주류 엔터테인먼트 세계특허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2천년이 넘는 역사의 도시 테살로니케는 유행에 앞서고 잘 노는 분위기를 풍기는 그리스 북부의 대학도시다. 그리스보다 ‘마케도니아’(알렉산더 대왕의 출신지)에 있다고 자부하며 발칸반도의 분위기가 짙다. 테살로니케는 지난 44년간, 국내 행사로 시작됐어도 이제는 그리스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가 된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본인이 마지막으로 이곳에 왔던 1999년에는 그리스영화의 대중적인 부활이 한창이었다. 남녀관계를 다룬 섹시코미디 <소의 오르가슴>(The Cow’s Orgasm) 감독인 올가 말레아,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를 제치고 흥행선두를 달리고 있던 <안전한 섹스>(Safe Sex)라는 아슬아슬한 코미디를 감독한 방송작가 출신 미할리스 레파스(Mihalis Reppas)와 타나시스 파파타나시우(Thanasis Papathanasiou) 같은 이들이 그 선두에 있었다. 그로부터 4년 뒤 상승세는 여전하여 지난해 20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됐다. 지난 11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를 제치고 현재 70만명 관객몰이를 한 영화는 다양한 문화가 미끈하게 포장된 대중적 취향의 <향신료 한줌>(A Touch of Spice)이었다. 예상 관객 수는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한국 인구의 1/4이 채 안 되는 인구의 나라 그리스에서는 대박이다. <향신료 한줌>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타소스 불메티스(Tasos Boulmetis)는 사실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7살 때 그리스로 이주했다. 그리스어, 터키어, 영어로 이뤄진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감독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동화 같은 분위기와 삶을 대하는 그리스인들의 태도를 표현하는 ‘음식적인’ 요소(요리, 향신료, 정을 쌓는 식사시간)를 가미했다. 다른 참가작들을 제치고 이 영화가 테살로니케영화제 관객상을 차지했다. 그리스와 터키간의 우정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솔직하게 다뤘다는 것이 그리스 내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이유이다. 그러나 <향신료 한줌>의 중심에는 이별- 소년 자신이 태어난 이스탄불과의 이별, 그리고 그곳에 머문 할아버지와의 이별이 있고, 이별이 심정적으로 다가오는 관객이라면 누구에게나 이 영화가 호감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이여, 기립하라. 이 작품은 <희랍인 조르바> 이후 근처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첫 그리스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럽영화의 가장 잘 지켜진 비밀 중 하나, 즉 그리스 주류영화에의 첫 소개가 될지도 모른다. An End to the Modern Greek Tragedy? By DEREK ELLEY THESSALONIKI, Greece - Remember when you last saw a Greek movie? For anybody over 50, it was probably one of the films of Michael Cacoyannis, whose "Zorba the Greek" (1965) was a popular hit around the world, though it was actually made with U.S. money, starred a Mexican actor (Anthony Quinn) as the eponymous Cretan hero, and was shot in English. For anybody under 50, the last Greek movie they saw was probably one directed by Theo Angelopoulos, a filmmaker of magisterial slowness and self-importance ("Ulysses' Gaze," "Eternity and a Day") whose career is entirely dependent on film festivals. During the '50s to '70s Greece had a flourishing film industry with its own movie stars, but after the fall in 1974 of the right-wing military junta (which had supported many of the film companies) and with the growth of TV, the popular movie industry collapsed. As always, U.S. movies filled the gap. During the '90s, though, as in many countries (from Germany to South Korea), a new generation realized that Hollywood did not own the worldwide patent on good quality, mainstream entertainment. Thessaloniki is a hip, hard-partying university city in northern Greece with a history of over 2,000 years. It actually bills itself as being in "Macedonia" (the birthplace of Alexander the Great) rather than Greece, and its atmosphere is heavily Balkan. But for the past 44 years it has hosted a film festival which started as a national one but is now Greece's leading international event. When I was last there, in 1999, the popular resurgence of Greek cinema was in full swing, led by directors like Olga Malea, with her sexy relationship comedies "The Cow's Orgasm," "The Marriage Game" and "Risotto," and the TV directing team of Mihalis Reppas and Thanasis Papathanasiou, whose risque comedy "Safe Sex" was beating "The Thomas Crown Affair" at the box office. Four years later, the upswing is still continuing, with over 20 features made during the past year. In late November, the film that was packing them in, with over 700,000 admissions to date - beating "Pirates of the Caribbean" - was the slickly-made, cross-cultural crowdpleaser "A Touch of Spice." Admissions are expected to top 1 million - big business in country with less than 25% of the population of South Korea. The major backer of the film was the Greek branch of Australian exhibitor-distributor Village Roadshow, which is reputed to have spent as much on promoting the film as it did on making it ($1 million). "Spice" is the second film of writer-director Tasos Boulmetis, who was actually born in Istanbul, Turkey, and only moved to Greece at the age of seven when his Greek parents were deported in 1964. Using Greek, Turkish and English dialogue, the film is essentially his own story, though he's given it a fairytale edge and decorated it with "foodie" elements (cuisine, spices, the bonding quality of mealtimes) that express Greek attitudes towards life. Against all comers, "Spice" won the festival's Audience Award. One reason for its local popularity is its upfront handling of the sensitive issue of Greek-Turkish friendship. At heart, though, "A Touch of Spice" is about separation - the boy's separation from the Istanbul of his birth and his grandfather who stayed behind - and should appeal to any audiences for whom this is an emotional issue. Stand up, Korea. It could well be the first Greek movie you'll be able to see at your local multiplex since "Zorba." And an introduction to one of European cinema's best-kept secrets: mainstream Greek cinema. -Based in London, Derek Elley is Senior International. Film Critic of Variety, the Hollywood-based showbiz paper. He writes here in a personal capacity.

[해외단신] <슈팅 라이크 베컴> 뮤지컬로 外

◆<러브 액츄얼리>, 영국 1위 고수 11월21일 영국에서 개봉한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츄얼리>(사진)가 자국 내 평단의 부정적인 평에도 불구하고 영국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320만파운드를 벌어들인 <러브 액츄얼리>의 뒤는 232만파운드를 기록한 미국 코미디 <엘프>가 따랐다. 새롭게 진입한 콜린 파렐 주연의 는 196만파운드를 벌었고, 110만파운드의 <마스터 앤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88만파운드의 <브라더 베어> 등이 5위권 안에 포진되어 있다. ◆<슈팅 라이크 베컴> 뮤지컬로 거린다 차다 감독이 자신의 히트작 <슈팅 라이크 베컴>을 뮤지컬로 각색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제작비를 모으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2004년에 초연을 계획하고 있는 뮤지컬 <슈팅 라이크 베컴>에 대해 프로듀서 디팩 나야르는 “뮤지컬은 영화에서 소개한 펀자브 문화를 더욱 화려하고 생생하게 재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굿바이 레닌> 유럽영화상 주요부문 휩쓸어 12월6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6회 유럽영화상 시상식에서 볼프강 베커의 <굿바이 레닌>이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그리고 관객상 3개 부문(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모두 휩쓸었다.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은 감독상과 촬영상을 수상하였으며, <스위밍 풀>의 샬롯 램플링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알린 브로시 매켄나 원작소설 영화화 알린 브로시 매켄나가 쓴 <파더 노즈 레스>(Father Knows Less)가 뉴라인시네마에서 제작된다. 미국 부권에 대한 코미디인 이 영화의 감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매켄나는 최근 줄리언 무어와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연하고 피터 호윗이 감독한 <유혹의 법칙>을 집필했으며, 로맨틱코미디 를 스파이글래스에 팔았다. 또한 <리치 걸>과 <센트럴파크에서의 한철>은 각각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에서 제작준비 중이다. ◆브라이언 싱어 차기작 폭스에서 <엑스맨> 시리즈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엑스맨3>에 관한 협상과 별도로 20세기 폭스와 향후 2년간 연출, 제작 작품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 브라이언 싱어로서는 스튜디오와 맺는 최초의 장기계약인 이번 계약에 따르면 싱어의 제작사인 배드 해트 해리는 폭스 스튜디오 내에 사무실을 갖게 된다. 수 년간 영화, TV, 비디오 게임에 관한 많은 아이템을 축적해온 싱어는 “제작 전초기지와 작업공간을 갖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워너와 섹션 에잇의 신작 조지 클루니와 스티븐 소더버그의 제작사 섹션 에잇이 워너브러더스와 함께, <트래픽>의 시나리오 작가 스티븐 개그헌이 감독하는 정치스릴러 <시리아나>를 제작한다. 조지 클루니가 제작과 주연을 겸할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나>는, 로버트 베어의 회고록 <악마는 없다: CIA의 반테러전에 참전한 어느 보병의 실화>를 가공한 작품이다. ◆알렉산더 페인, <네브래스카> 연출 <어바웃 슈미트>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제작비 1천만달러 미만의 <네브래스카>의 연출을 맡아, 저예산영화의 세계로 귀환한다. 페인 감독이 남의 시나리오로 연출하는 첫 영화가 될 <네브라스카>는 나이든 알코올 중독자와 그 아들이 복권당첨금을 타기 위해 몬태나에서 네브래스카까지 떠나는 자동차 여행을 그린다. 스스로 네브래스카 출신인 페인 감독은 이 영화를 흑백으로 촬영할 예정이다.

[결산 한국영화 2003] 정성일·김소영·허문영씨 좌담

2003년이 저문다. 한국 영화에는 좋은 소식이 많았던 해다. 시장점유율이 50% 가까이로 올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조폭 코미디 등 가벼운 기획영화의 흥행주도 현상이 시들해지면서 보다 완성도 높은 영화들에 관객이 몰렸다. 장르나 소재 모두 다양했던 올해의 화제작들에서 어떤 경향을 짚어낼 수 있을까. 또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한 영화 가운데 문제작은 없었을까. <한겨레>에 영화비평을 릴레이로 쓰고 있는 정성일, 김소영, 허문영 세 평론가가 지난 12일 한자리에 모여 2003년의 한국 영화를 정리하고 점검하는 좌담을 열었다. 세시간 반에 걸친 좌담에서 많은 말들이 오갔으나 지면 관계상 중요한 이야기들을 추렸다. 양식미, 금기시돼 온 소재, 동시대성의 빈곤 허문영=2003년은 한국영화에 있어 양식미를 대중들이 본격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한 첫해가 아닐까 싶다. 즉 전통적 드라마의 중심요소인 이야기와 캐릭터 뿐 아니라, 이를테면 호러의 미장센이나 조명, 뮤지컬의 노래 등 특정 장르의 양식적 요소가 대중에게 호소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핍진성의 대중적 시장가치가 저하되는 징후로도 볼 수 있다. 있을 법한 이야기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영화가 젊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양식적 계기를 발견해 나가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같다. 사례로 호러 영화가 수적으로도 늘어났고 대부분이 대중들의 지지를 받았다. 에스에프나 누아르처럼 호러도 가장 양식적 장르에 속하고 소수의 마니아를 중심으로 소통되는 장르인데 올해는 메이저 장르로 보일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사극도 주목해봐야 하지 않을까. 영화에서는 <스캔들> <황산벌> 정도지만 텔레비전에선 <다모> <대장금> 등 젊은 문화소비층의 사극에 대한 소비가 폭발적이었다. 지금까지의 사극은 대체로 궁중 내 권력투쟁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었는데 이 작품들은 그 밖의 요소들, 액션히어로나 성적욕망, 음식, 미술같은 양식적으로 풍부해질 수 있는 요소들을 끄집어내면서 실제로 그랬을까를 묻지 않고 자기의 시공간을 만들어나간다. 이 지점에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왜냐면 많은 영화들이 역사적 체험이나 개인적 고통의 기억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그것과 정면대결한다기보다는 양식적인 틀로 도피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할 것같다. 김소영=올해 대중매체들이 웰빙을 강조했는데 이런 문화도 영화에서 웰빙이나 웰메이드, 장르적 조형미를 가진 영화들을 띄우는 데 한 몫 거든 것 같다. 주목되는 건 그런 와중에서 한편으로 익스트림 영화라고 할까, 다시 말해 이제까지 말해지지 못한 것, 타부시돼온 것들을 다룬 영화가 많이 나왔고 상당수가 흥행했다는 점이다.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올드보이> <아카시아> <장화, 홍련> <바람난 가족> <사인용 식탁>까지 개인적 트라우마나 근친적 욕망, 역사에서 해결되지 못한 것 등 말하자면 극한적인 것들을 다룬 영화들이다. 이중에서도 <지구를 지켜라>는 얘기를 파국까지 끌고간다. <올드 보이> <장화, 홍련>은 영화적 양식미를 갖추면서 트라우마들을 영화적으로 해결하는 쪽인데 반해 <지구…>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다. 거짓 화해도 하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완전 폭파시켜버린다. 나는 <바람난 가족>이 그 중간쯤에 있다고 봤다. 이 영화는 <지구…>처럼 파국으로 끝내지도 않고 <올드 보이>처럼 영화적으로 해결하지도 않는다. 영화적 결말과 현실적 결말의 협상 지점을 아주 잘 찾고 있다고 봤다. 이런 스펙트럼에서 보면 대중들은 개인적 트라우마나 역사적 상처와 직접적 대면하는 것보다는 영화적 해결을 훨씬 선호하는 것같다. 정성일=개인적으로 올해 서울에서 본 영화 중 최고가 뭐였을까 생각해봤더니 허우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와, 텔레비전에서 본 차이밍량의 <지금 거기는 몇시인가>였다. 두 편은 동시대라는 시간, 즉 흔들리는 주체의 자리에 대한 고민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가 생각하는 시간은 무엇일까 하는 화두가 떠올랐다. 앞의 영화들에는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시간성에 대한 성찰이 있었던 반면, 한국 영화들은 이미지로서의 시간이 아닌 이야기의 시간에만 매달려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인의 추억>이 ‘농촌 스릴러’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의 방점은 농촌에 있다. 왜 농촌으로 갔어야 할까. 농촌으로 감으로써 80년대라는 시간에 대한 망각에 매달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만 흥미로운 건, 과거를 다룬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한 반면 미래로 나아간 영화들은 끔찍할 정도로 흥행에서 버림받았다는 점이다. <지구…>나 <내츄럴 시티>는 대중들에게 버림받을 만큼 큰 실험을 한 것이 아님에도 실패했다. 미래의 시간에서 우리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 대중이 반대하는 게 아닐까. 대중의 욕망이 말하자면 과거에 매달리고 싶어한다는 느낌이다. 공포 영화들 역시 시간의 정지상태, 진공상태를 다루면서 과거에 매달린다는 점에서 한국영화는 다가올 시간에 대해 의도적으로 눈감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공포 영화들은 도래할 시간에 대해 스스로 장님되기를 자처하거나 또는 다가오는 시간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올드보이>에서 가장 이상했던 건 마지막 순간에 오대수가 왜 자기의 남근이 아니라 혀를 잘랐냐 하는 것이다. 남근을 자르는 것이 근친상간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일 텐데, 혀를 자른 건 망각에 대해 일정 정도 영화가 동조하는 것 아닐까. 공포영화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표현이 ‘억압의 귀환’인데 귀환한다면 도대체 무슨 억압의 귀환인가. 이 모든 공포 영화들은 공포라는 말만 제외한다면 전혀 다른 계보에 속하기 때문에, 과연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묻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것이 억압의 귀환이 아니라, 김소영씨의 말처럼 유사 트라우마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억압의 귀환이 아니라, 대상의 상실에서 오는 공포가 아니라 결여를 나타내는 데에 실패한 불안의 영화들이 아닐까. 그렇다면 묻고 싶은 건 왜 불안한가. 한국의 시간은 대통령의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웃음) 노무현 대통령 이전과 이후로 말하고 싶다. 마치 베트남 전 끝나고 어떤 영화가 성공할까 했을 때 <조스>가 터졌고, 스필버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 영화가 베트남 이후 미국 대중의 정신상태에 대한 알레고리가 됐다면, 올해 한국 흥행작들은 노무현을 선택한 남한 대중들의 어떤 무의식의 알레고리로 표현된 것일까. 그게 올해 한국영화의 한 담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조스>의 경우는 사후적으로 읽힌 것이고, 아직 1년도 안된 <살인…>과 비교하는 건 좀 다르지 않을까. <살인…>이 사회적 불안의 반영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이 영화가 일종의 알리바이를 제공하고 있다고 봤다. 너는 그때 거기 있었으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알리바이를 준다. 영화에서 피해자는 여자들인데 이들은 수렁에 시체로 박혀 있거나 언덕녀처럼 정신 나간 상태에서 산다. 그들이 전혀 발언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농촌 스릴러가 되는 것같다. 이 영화엔 또 애매한 시점 숏이 있다. 관객의 시점인데 그게 모호하고 무기력하다. 그건 역사인식에서 오는 무기력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 이야기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과거의 알리바이가 필요한 것같다. 피해자들은 수렁 속에 있어야 하고 범인은 찾아지지 않고. 과거의 죄를 완전히 묻는 건 전두환식 망각이니까 반쯤만 묻는식으로 수렁에 박힌 시체나 언덕녀가 나온다. <살인…> 만큼 내게 영화를 만들고 싶은 충동을 준 영화가 없었다. 이 영화의 여자들을 다 깨워서 공포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말 좀 해보라고. 올해의 성취, <바람난 가족> <지구를 지켜라> <선택> 허=어차피 장르영화들은 자기의 시간에 충실하는 일 외에 현실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개입시킬 윤리적 사명이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런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는 건 장르 영화들이 실제 역사와 현실의 상처를 직접적으로 끌어들이면서도 그것과 제대로 대면하지 않고 유사화해로 끝나지 않느냐는 생각 때문인 것같다. 그중에서도 김소영씨는 <바람난 가족>이 남다른 성취를 이뤘다고 했다. 정성일씨는 올해에 진전된 성취를 보인 영화가 없다고 보는가. 정=충무로 주류 영화들 중에선 못봤다. 김=<바람…>이 무인도 갈 때 가져가고 싶은 영화는 아니지만 협상을 잘 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몸에서 피가 솟구쳐 며느리와 아들에게 튀는 건 장준환식 지구 폭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피가 다음세대를 물들이지만 아버지는 죽어야 되는 가부장제의 파국처럼 그려진다. 그 다음세대는 각자의 방식으로 협상하며 산다. 쥐어짠 면이 있지만 그런 점에서 임 감독이 도약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구…>의 파국도 의미가 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재앙으로 볼 수 있지만 협상지점을 너무 못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작품 같은 느낌이 남는다. 정=<지구…>는 성취라기보다 예외적 출현이고, 장준환 감독의 발견이지 영화의 발견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람…>은 김소영씨 의견에 공감이 가긴 하지만 동의하기는 힘들다. 영화를 보면서 부도덕의 일상화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통해 부르주아의 삶을 붙잡은 면이 있지만 거꾸로 그것 때문에 삶에 대해 눈을 감아버리게 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강했다. 나는 아이가 던져질 때 영화가 끝난 것 같았다. 나머지는 결론으로 끼워맞춘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문소리가 아이 죽고 산에 오를 때 영화는 녹색 필터를 사용해 아주 과잉으로 찍었다. 윤리적 파탄상태를 보여주고 여자가 그걸 감당하는 장면인데, 영화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것같다. 그래서 윤리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고 보이진 않는다.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거기엔 동의한다. 녹색필터를 써서 찍었던 그 장면이 올해 한국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저렇게 대담하게 찍다니, 김우형 촬영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허=현재와의 대면이라는 점에서 <바람…>이 올해 주목할 만한 성취를 이룬 작품이라는 건 이론이 없을 것 같다. 98년에 데뷔한, 편의상 ‘98 세대’라고 말할 수 있는 감독들이 올해 대거 새 영화를 만들었고 흥행을 주도했다. 재밌는 건 모두 과거의 기억을 다루거나 아니면 현재를 다루면서도 현실이 공간으로부터 멀어진 곳, 일종의 판타지 공간에서 자기의 무대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김지운의 <장화, 홍련>의 무대, 박기형의 <아카시아>의 시간은 모두 현재이지만 고립적이고 장식적인 공간 안에 들어가 자기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 <여고괴담>이 당대의 여고생의 현실에 대한 긴장을 유지했고 무대도 현실의 교육 공간이었는데, 이재용의 <스캔들>이나 99년에 데뷔하긴 했지만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도 그렇다. 반면 임상수 감독만 현재의 문제를 현실의 무대에서 다룸으로써 데뷔작이 고민을 확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나라의 영화가 어떤 진화과정을 걷는 과정에서 양식적 풍부함은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당대의 문제를 잘 다룬 영화뿐 아니라 한국영화에서 그간의 약점이었던 것 중 하나가 형식에 대한 자의식의 결여라는 점이었다. 쉽게 ‘웰메이드 영화’라고 이야기되지만 적어도 세공술이 뛰어난 장르영화가 많이 나온 건 전체적 수준의 향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동의하면서 한마디만 수정을 부탁드리자면 형식에 대한 배려는 있으나 형식에 대한 자의식은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우스개로 올해 새로 등장한 장르가 ‘명품 호러’와 ‘명품 사극’, 또는 ‘청담동 호러’, ‘청담동 사극’이라고들 말한다. 충무로의 이 자조적인 표현이 형식은 그토록 추구하는 데 자의식은 없다는 말이 아닐까. 허=정선생의 지적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지구…>가 탁월한 성취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 영화에서 부재한 종류의 장르적 상상력을 한계까지 밀고 갔다는 점에서 그렇다. 백윤식이 외계인 왕자고 지구 파멸의 임무를 띤 인물이었고, 결국 지구가 파멸한다는 점만으로 일종의 해방적 설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올해 나온 다른 장르영화와 달리 지극히 누추하고 촌스런 미장센과 캐릭터로 가득하다. 또한 중간에는 70년대를 연상시키는 멜로적 요소까지 등장한다. 그 모든 요소를 망라하고 나서 그 모든 걸 무화시킨다. 우주를 스펙터클로 소비하지 않고 영화적 사유 안으로 끌어들인 이 상상력은 한국 영화의 장르가 진전했다고 말할 때 중요한 징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영화에 대한 두분의 견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주장을 계속 하고 싶다.(웃음) 그리고 개인적으로 올해 중요한 성취를 꼽을 때 <선택>을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선택>은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나의 베스트 원이다. <선택>을 보면서 내가 최근 충무로의 웰메이드 경향에 대해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고 생각한 게 왜인지를 불현듯 깨닫게 됐다. <선택>은 모든 신, 대부분의 쇼트가 하나의 테마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이 영화를 본 다음에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보니까 쇼트들이 잡다하더라. 없어도 되는 쇼트들을 장식으로 늘어놓고. <선택>은 그걸 다 치우고 모든 신들이 하나의 테마로 달려간다. 영화적으로 보면 빈약하고 황폐할지 모르지만, 그게 거꾸로 영화가 세상과 만나는 진정성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모든 담론이 웰메이드 영화를 추종할 때 <선택>은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우리가 질문했던 원래의 지점으로 돌아가 생각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두번째로 오직 <선택>만이 과거의 시간의 무게를 하여튼 견디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개봉 여부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한다면 나에게 올해의 최고작은, <선택>처럼 장기수 문제를 다룬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타리 <송환>이었다. <선택>과 <송환>은 많은 제작자와 감독과 관객들이 웰메이드 영화에 매달릴 때 명품영화가 아니라 진품이 무엇이냐를 찾아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새로운 경향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리고 장진영 박해일 정다빈 정=그 다음에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은 게 <동갑내기 과외하기>이다. 나는 이 영화가 몹시 당혹스러웠다. 이 영화의 대중적 성공이 굉장히 낯설었다. 새로운 영화가 왔다기 보다는 새로운 관객들이 도착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허=개인적으로 <동갑내기…>는 주목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는 만화적 기법인데, <영어완전정복>에도 나오지만 거기선 너무 직접적이라 덜 흥미로웠던 반면 이 영화는 캐릭터 설정, 편집, 그리고 흐름 전반에 만화적 감수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보통의 기준으로 보면 말 안되는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흥미로웠다. 그것이 처음에 말했던 양식적인 것, 즉 비로소 사람들이 양식적인 것에 매혹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돌아가 이야기할 수 있을 것같다. 이제는 이야기가 있을 법한 사건인가가 아니라 영화를 구성하는 갖가지 요소들이 나를 얼마나 매혹하는가 하는 양식들과의 대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동갑내기…> <옥탑방 고양이> ‘귀여니’가 하나로 링크되는 어떤 뉴(new)한, 또는 영(young)한 통속성인 것같다. 스타일의 양식화라는 면에서 새로운 통속성이 도착했다고 느낀 것은 김지운이나 이재용의 명품쪽이 아니라 오히려 이쪽에서 더 강하다. 단지 언어의 새로움만은 아닌 것같고. 우리는 어른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을지 몰라도 한국 대중영화의 새로운 도약은 거기에 준비돼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귀여니 소설을 읽다보니 김지운, 이재용, 봉준호는 너무 올드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암호 같아서 정말 힘들었고 <동갑내기…> 영화 보는 것은 지옥이었다. 내가 보기엔 하나도 안 웃긴데 관객들은 앉았다 일어섰다 난리였다. 영화 감상 태도가 이전엔 인터액티브였다면 이제는 인터미디어블한 것 아닌가. 완성도를 제외하고 새로움 만으로 본다면 올해의 가장 새로운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가 아니라 이 작품일 수있다. 그래서 <동갑내기…>의 성공에 대한 해석은 좀 더 긍정적, 창조적으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웰메이드에만 집착하다 보면 영화가 전반적으로 올드해진다. 이러한 유치하고 영한 힘들을 중재하는 것도 대중영화가 지금 해야 할 역할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봤다. 허=<동갑내기…>나 <옥탑방…> 둘다 멜로드라마인데 주인공들은 트라우마에서 자유롭다. 심지어 계급적인 차이조차 사소한 취향의 차이와 다름없이 드러난다. 두 작품 모두 남녀의 계급차이가 크지만 계급적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노력해서가 아니라 주인공들에겐 그런 게 귀찮은 일일 뿐이다. 게다가 인물들이 노는 세상은 현실에 존재하는 무거운 정치사회적 사건의 개입에서 자유로운 자기만의 공간이다. 여기서 부정성과 긍정성 공존한다고 본다. 그런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극 속의 수평적 질서는 새로운 세대들이 보여주는 긍정성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중압감의 부재가 주는 자기 성찰은 없다는 부정성이 있다. 그러나 그 캐릭터가 주는 해방성은 어쨌든 이전의 캐릭터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것임에는 틀림없다. 김=생각해보니 과외하기라는 서사구조가 임권택 영화에도 등장했듯이 오래전부터 남녀관계, 계급관계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구조이다. 멜로가 발생하고 계급상승도 일어나고. 그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가볍게 환골탈태한 것같다. 지금의 상대적 빈곤감·박탈감은 어느 때보다 심하다고 생각한다. 계급이 아니라 명품, 짝퉁으로 이야기되니까 그렇지, 옛날에는 선생과 제자의 결혼 등으로 정말 과외를 통한 신분상승도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계급간의 차이를 넘을 수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이건 그 어느 때부터 더 판타지인 것같다. 신분상승 드라마도 일어날 수 없는 사회의 판타지. 정=대중들의 관심은 스타에 있는데 올해의 얼굴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김=장진영.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와 비슷한데 훨씬 가볍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한국적이지도 않고, 아바타같은 캐릭터의 얼굴이다. 텅 비어 있는 얼굴. 이영애씨도 그런 느낌이 있지만 장진영씨는 정말 캐릭터같은 얼굴이라서 징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나 역사나 상처도 없고, 그렇다고 어린 것도 아니고. 가장 아름다워서라기 보다 매우 시대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전지현이 그 얼굴과 비교하면 어둠이 있어 보인다. 허=<살인의 추억>의 박해일. 흥미로은 건 이 인물에게서 대학생 이미지가 나온다는 점이다. 대학생인데 뭔가 쫓겨서 운동하러 공장으로 들어온 것같은 느낌을 준다. 80년대 억압을 영화가 말하는데도 억압을 빚어낸 장본인인 살인범이 그 시대에 억압과 맹렬히 싸운 대학생 이미지를 가졌다는 건 흥미로운 아이러니다. 영화가 그 아이러니를 더 밀고 나갔으면 훨씬 더 풍부해졌을 것같다. 박해일의 이미지에는 그런 식의 이상한 아이러니가 있다. 정=나는 영화가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정다빈이다. 남자와 동거해도 아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같은 얼굴이다. 시뮬레이션 같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다른 배우가 나왔으면 안 통했을 것같다. 파워풀하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끄는 힘이 느껴지고 매우 시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국가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숨바꼭질,<실미도>

이른바 ‘과욕의 승부사’가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다시 다듬어 내놓은 <해안선>.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어둠이 내려앉은 숲을 가로질러 빠르게 이동하는 한 무리의 사내들을 보게 된다. 이들은 바로 “박정희 모가지 따러” 내려온 북한특수부대원들이다. 그 시간 월북한 ‘빨갱이’ 아버지를 둔 주인공 인찬은 누군가를 칼로 살해한 뒤 쫓기는 중이다. <실미도>의 오프닝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벌어진 이 두개의 사건을 서로 병치시켜 보여준다. 아주 상투적이기 짝이 없지만 그런대로 효과적인 교차편집을 통해서 말이다. 영화 <실미도>의 이 이상한 오프닝은 영화 전체를 요약해 보여주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곧이어 우리는 남파된 북한특수부대원들이 달성하지 못한 목적이 그 방향을 바꾸어 삼류인생 인찬의 간절한 소망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 따라서 <실미도> 오프닝에 묘사된 침투장면은 인찬이 끝내 이루지 못할 그 기괴한 소망- 주석궁에 침투해 김일성의 모가지를 따는 것- 을 거울처럼 뒤집어 반영하고 있는 상상적 이미지들의 연쇄에 다름 아니다. <실미도>는 역사극이라기보다는 국가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숨바꼭질에 가까운 영화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절대 가시화되지는 않지만 가장 강력하게 텍스트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기에 684부대의 31명의 훈련병들, 그들을 훈육하는 교관들, 그리고 중앙정보부의 기관원들 가운데 그 어느 누구도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불릴 수 없다. <실미도>의 떠들썩한 이미지들과 그에 질세라 (어울리건 말건) 언제나 과잉으로 넘쳐나는 사운드 및 음악 뒤에 숨은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국가이다. 그것은 인격화되기를 거부하고 계속 그 정체를 바꾸어가며 ‘기능’하는 국가이다. 누가 뭐래도 <실미도>의 (좀 길다 싶은) 전반부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섬에 끌려온 일군의 남성들이 어떻게 마초적 동지애를 형성해가는가에 관한 장광설이다. 이때 훈련과정을 그토록 상세하게 묘사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그것은 큐브릭의 <풀 메탈 자켓>의 전반부처럼 훈련의 비인간적 속성을 고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684부대원들이 진정 김일성을 암살할 수도 있었을 만큼 탁월한 인간병기였음을 입증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한편 (좀 짧다 싶은) 후반부는 국가를 찾아나선 일군의 돈키호테들에 관한 로드무비이다. 기괴한 것은 강우석이 여기서 텅 빈 국가의 자리를 마련해두고 거기에 인물들을 차례로 대입하는 방식이다. 교육대장(안성기)이 그 자리에 놓여 있는 동안 국가는 하나의 통일된 인격을 지닌 존재로 구체화되지만, 그 자리가 중앙정보부의 관료에 의해 다시 채워지는 순간 국가는 하나의 허구가 된다. 따라서 684부대는 잠시 실체의 탈을 썼던 허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허구가 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옳다. 그런데 별안간 조 중사(허준호)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면서 ‘못다 이룬 꿈’이 부서져가는 것을 애도하고 애석해하는 끔찍한 국가가 허깨비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까닭에 <실미도>는 이중, 또는 삼중의 욕망으로 들끓는다. 그 하나는 국가에 의해 희생당하고 역사 속에 묻혀버린 비운의 684부대원들을 애도하고자 하는 것일 게다. 물론 이는 그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짭짤한’ 상업영화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텍스트 외적인 욕망과 단단히 결부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욕망인 동시에 오늘날 한국영화의 가장 이상하고 뒤틀린 욕망이 <실미도>를 단단히 사로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숨바꼭질하는 국가를 빌미로 죽음을 스펙터클화하려는 도착적인 욕망이다. 결국 <실미도>는 이루지 못한 강요된 꿈을 지닌, 국가에 의해 버려진 낙오자들이 벌이는 자해극에 다름 아니다. 영화 말미에 삽입된 자막을 통해 ‘조국’ 운운할 때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괴한 것은 고무보트를 타고 북으로 향하다 김일성 암살계획의 취소소식을 전해 듣고는 안타까움에 절규하는 684부대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것은 불필요할 뿐더러 용납되기 힘든 장면이다(차라리 그냥 훌쩍 건너뛰어 암살계획이 좌절된 뒤 무료하게 시간을 죽이고 있는 부대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도 <실미도>를 ‘국가가 개인에게 자행한 폭력이 초래한 비극에 관한 영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조 중사가 쏘아대는 기관총을 피해 파도 일렁이는 바닷물 속으로 뛰어든 부대원들은 그 와중에도 간절하게 제발 북으로 보내달라고 외친다. 이 장면은 거의 강요라 해도 좋을 만큼 우리로 하여금 그 부대원들의 감정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만들고자 한다.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여기서의 메시지는 아주 노골적이다. 만일 국가가 일관성 있는 실체였다면, 우리는 진짜로 김일성이의 모가지를 딸 수도 있었을 텐데. :: 684부대는 누구인가 임무는 김일성 암살, 작전명 '오소리' 실미도에 관한 이야기는 백동호의 책, 시사 다큐멘터리나 텔레비전 드라마, 그리고 영화 <실미도> 제작과정 중 그와 관련하여 언론에 실린 기사들을 통해 이제는 꽤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여하간 한번쯤 다시 실미도 부대원들에 대한 몇몇 역사적 사실들을 정리하고 영화를 보는 것도 나름대로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먼저 실미도에 있었던 684부대의 공식명칭은 공군 제7069부대 소속 2325전대 209파견대이다. 684부대라는 명칭은 그것이 1968년 4월에 창설- 684부대의 창설에 빌미를 제공한 김신조 일당의 침투사건은 1968년 1월21일에 일어났다- 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사형수, 무기수 및 일반재소자들로 구성되어 있던 이 특수부대의 임무는 김일성 암살 및 주석궁 폭파였으며 작전명은 오소리였다. 훈련병은 김신조가 이끈 남파특수부대원들의 수와 동일한 31명으로 구성되었으나, 훈련 도중에 사고로 죽거나 탈출하고 처형되기도 하여 최후까지 남은 것은 24명뿐이었다. 684부대가 최초로 북파를 시도한 것은 부대창설 이후 고작 4개월이 지난 뒤였으니, 그동안의 훈련의 강도가 어떠했는가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계획은 취소되었고 훈련병들은 다시 실미도로 돌아와 새로운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훈련병들이 부대의 기간병들 및 부대장을 몰살하고 섬을 탈출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1971년 8월23일이었다. 교육대장을 포함한 총 18명의 교관 및 기간병이 사살당하거나 익사했고 6명만이 살아남았다. 같은 날 오전 인천에 상륙한 24명의 훈련병들은 버스를 탈취해 서울쪽으로 향했고 그들을 막는 과정에서 군인들과 경찰관이 부상당하거나 사살되기도 했다. 그들은 서울로 진입하기에 이르렀으나 결국 교전 끝에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하고 4명만이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1972년 3월10일, 살아 있던 4명의 훈련병들에게도 사형이 집행되었다.

돌아온 김형곤의 ‘40대 기수론’

“요즘 어렵긴 어려운 모양입니다. 예전에는 없는 사람만 헐벗고 굶주렸는데 요즘은 없는 사람이나 있는 사람이나 헐벗고 굶주립니다. 있는 여자 연예인들은 누드 찍는다고 헐벗고, 야당 총재라는 분은 단식한다고 굶주리고 있죠.” 개그맨 김형곤(43)이 돌아왔다. 3주 전부터 한국방송 2텔레비전 〈폭소클럽〉 ‘스페셜 클럽 2’의 코너를 맡은 김형곤은 경인방송의 〈김형곤 쇼〉 이후 2년반 만에 텔레비전 무대로 돌아와 40대 개그맨의 재담과 익살을 선사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류의 말장난 개그에 익숙한 20대 관객들은 이 40대 개그맨한테 세대차이를 느끼는지 약간 썰렁한 반응을 보이지만, 1980년대 말 ‘회장님 회장님’을 기억하는 나이든 시청자들은 그의 개그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낀다. 그의 개그 키워드는 정치와 섹스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입담을 과시한다.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풍자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 때로는 진한 성적 농담까지 섞어 정치인의 행태를 야유하기도 한다. “정치인을 가둔 태운 대형버스가 사고가 나 여러 사람이 다쳤는데 농부가 그들을 마구 파묻고 있어 주위사람들이 ‘왜 살아 있는 사람들까지 파묻느냐’고 묻자 농부는 ‘나는 살아 있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을 믿을 수 없어 죽은 줄 알고 파묻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몇백억씩 돈 먹은 정치인들이 있지만 하나같이 ‘저는 모릅니다. 보좌관들이 했습니다’고 발뺌을 합니다. 그래서 ‘사모님이 임신을 했습니까’ 묻자 ‘저는 모릅니다. 저희 보좌관이 했습니다’라고 하더라.” 김형곤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40대는 은퇴하는 나이가 아니라 부활하는 나이임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로 자신의 복귀에 의미를 부여했다. “87년 회장님 회장님을 할 때 27살이었는데 그때는 남녀노소가 다함께 웃고 그랬는데, 〈개그콘서트〉의 경우 35살을 기점으로 40살이 넘어가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질 못합니다. 사우나에서 40대 남자들이 개콘을 보고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다시 방송 복귀를 결심했죠. ” 2000년 총선에서 서울시 성동구에서 출마해 1만2800표를 얻고 정치의 쓴맛을 보기도 한 그는 이때 얻은 경험을 개그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을 빗대 풍자를 했다가 한나라당 관계자한테서 싫은 소리를 듣기도 했다. 2년 전 120㎏의 체중을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단기간에 33㎏의 다이어트에 성공해 화제가 된 그는 지금도 88㎏ 체중을 유지한 결과 “고혈압과 당뇨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와 20살 때도 갖지 못한 건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부터 여의도에서 유기농 식당을 운영하며 수익금의 50%를 백혈병소아암협회에 내고 있다는 그는 각종 사업을 하면서 생긴 구설수에 대해 “유명인이다 보니 과장되게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임수정·봉태규’ 떴느냐? 더 뜨거라! [3] - 봉태규

“학예회 하듯 쑥스럼 내가 이래도 되나, 푸하하” “내가 이래도 되나” 배우 봉태규(22)의 머릿 속에서 요사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 질문이다. 시트콤 <논스톱> 촬영현장에서 주변에 모이는 아이들의 시선을 받을 때도, 스튜디오에서 환한 조명 아래 짓궂은 소년 같은 미소를 지을 때도 이 말이 계속 떠오른다. 순전히 ‘사고’로 - 2001년 초 봉태규는 버스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지는 사고로 미대 실기시험을 포기하고 있다가 압구정동 길거리에서 캐스팅됐다- 충무로에 발을 들여놓은 지 3년 남짓.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시에프에까지 전방위적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스스로에게는 아직도 지금 하고 있는 인터뷰를 포함해 많은 게 낯설고 쑥스럽단다. 막을 통해 걸러져 나온 ‘실없고, 철없고, 대책없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인상이다. “나는 배우다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배우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요, 배우가 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스트레스 받잖아요. 그냥 취미다 생각하면 부담없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숙명’이니, ‘영혼’이니 하는 단어를 써서 배우로서의 사명감과 태도를 보여주려는 코멘트는 영 닭살이라는 그는 이렇게 자신의 ‘연기관’을 피력한다. 신세대적인 경쾌함과 함께 결코 아이답지만은 않은 균형감각이 느껴진다. 그가 연기를 정색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된 것은 우연한 시작이라는 출발지점의 특별함에도 기인하는 듯하다. “<눈물> 찍을 때도 아 내가 연기를 한다, 이런 게 아니라 초등학교 때 친구들 앞에서 학예회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선생님(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그냥 한 거죠. 그래서 칭찬받을 때 좋기도 하면서 빵반죽처럼 부풀려져 사람들에게 보여진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래서 ‘차라리 본색을 보여주자, 그냥 망신당하고 영화랑 결판짓자’고 덤벼든 게 <품행제로>였다. “초반 한 30% 정도까지는 여전히 학예회 수준이었죠. 그게 좀 지나가니까 아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어 이래도 되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연기를 배우게 되더라구요.” 그랬던 그가 6개월 동안 사무실에 음료수 사가지고 출근하면서 스태프들을 설득해 따낸 게 <바람난 가족>의 신지운 역이었다. <눈물> 때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였던 그와 임 감독은 이 영화에서 파트너로 토론하고 함께 대사를 수정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는 ‘취미’라고 말했지만 어느새 ‘배우’가 된 것이다. 봉태규가 주변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는 “너무 민간인 같다”는 말이다. 배우로서 한계가 될 수도 있는 이 말을 그는 수긍한다. 아니 작정한다. “누가 봐도 제가 꽃미남과는 아니잖아요. 내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맡는 역할이 다 비슷하다고 비판하더라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데뷔작 <눈물>에서 지금 방영되는 <논스톱>까지의 모든 과정을 배움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조금씩 변하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조금씩 다르게 가다가 문득 “아, 쟤가 옛날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저런 걸 하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변하고 싶어요. <논스톱> 시작할 때 주변에서 많이들 걱정했지만 순발력이나 상황연구 같은 면에서 많은 걸 배웠거든요. 아직은 변신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 배울 때인 것 같아요.” 최근 촬영을 마친 <안녕! 유에프오>에서 이범수의 동생역을 연기한 그는 앞으로 임순례 감독의 <세친구>같은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큰 입을 활짝 열며 푸하하 웃는 밝은 모습 사이로 ‘내가 이래도 되나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불안함과 세상에 대한 어색함,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냉정하게 인정하는 어른스러움이 툭툭 묻어나는 스물두 살의 배우, 봉태규의 다음 선택이 궁금해진다. ◆심보경 이사가 본 봉태규 긴장감 풀줄 아는 타고난 배우 <눈물> 때 봉태규의 인상을 좋게 보기는 했지만 화면 속의 이미지와 실제의 인상이 매우 달랐다. 다른 사람처럼 나도 그에 대해 코믹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만나 보면 나이보다 어른스럽다. 전에도 젊은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해봤는데 젊은 친구들은 보통 열의있고 진지하면 그만큼 경직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감독이나 제작자의 일 중 하나가 긴장을 풀어주는 건데 태규씨는 오히려 자신이 촬영장의 긴장감을 풀어줄 정도로 유연하고 여유가 있다. 특히 <바람난 가족>에서는 배우들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노출신 촬영도 있었는데 때로는 후배인 봉태규가 선배 문소리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그래서 농담처럼 한국에서 문소리를 다루는 유일한 남자배우가 봉태규라는 말까지 나오곤 했다. 외모로 뜨거나 연기공부를 해서 정규코스를 밟듯 배우에 입문하지 않은 것이 봉태규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고 연기가 자연스럽다. 스타로 출발하지 않아서인지 헝그리 정신 같은 것도 보인다. 이런 면에서 배우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는 송강호씨의 지론처럼 배우 봉태규도 시작한 계기는 우연이었지만 타고 난 배우라고 생각이 든다. 다만 아직 출발선상에 있는 만큼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타인을 통한 경험도 많이 쌓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길 바란다.

일본드라마 ‘우르르’ 몰려오네

금단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일본드라마가 새해 벽두부터 한꺼번에 몰려온다. 내년 1월1일 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함께 오시엔, 엠비시 드라마넷, 에스비에스 드라마플러스, 홈시지브이 등 유료채널을 통해 12살 이상 시청가 등급의 일본 드라마가 한국어 자막방송으로 일제히 방영된다. 이번에 방영되는 일본 드라마는 대부분 일본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올렸던 트렌디물이다. 오시엔은 내년 1월 5일부터 <퍼스트 러브>를 월~목요일 오전 11시(재방송 당일 저녁 8시) 방송하는 데 이어 22일부터 <한 여름의 메리크리스마스>를 내보낸다. 45분짜리 11부작인 이들 드라마는 일본티비에스(도쿄티브이)가 제작한 미니시리즈로 일본에서 여성, 특히 주부에서 인기를 얻었다. 2002년 방영된 <퍼스트 러브>는 교사와 학생이란 신분으로 만나 첫사랑을 느낀 두 남녀가 자신의 감정을 숨긴채 헤어졌다 5년만에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일본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특히 일본의 전지현으로 비견되는 아이돌 스타 후카다 교코(23)와 천의 얼굴을 가진 중견배우 와타베 아츠로(37)가 각각 남녀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됐다. 후카다 교쿄는 국내에서도 방영된 한일합작드라마 <프렌즈>에서 원빈과 함께 주연을 맡아 우리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2000년작 <한 여름의 메리 크리스마스>는 외딴 섬 타케토미를 배경으로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4명의 젊은이들이 18년만에 해후하면서 펼쳐지는 사랑과 미움, 질투와 우정을 다룬 드라마다. 반항적이고 고독한 이미지로 일본 여성팬을 사로잡고 있는 타케노우치 유타카는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냉정과 열정사이>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로 국내에 인터넷 팬카페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나카타니 미키는 공포영화 <링> <라센> 등에서 주연을 맡아 일본에서 21세기를 빛낸 여배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화방송 드라마넷도 <야마토 나데시코>(내년 1월5일 첫방 월~화) <도쿄 러브스토리>(7일 첫방 수~목) <춤추는 대수사선>(8일 첫방 금) 등 일본 후지텔레비전에서 제작한 화제작 3편을 내년 1월5일부터 밤 11시에 집중편성했다. 2000년작 <야마토 나데시코>는 올해 에스비에스가 김희선과 고수 주연으로 방영했던 <요조숙녀>의 원작으로 일본에서는 30% 가까운 시청률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91년 1월 만화를 원작으로 방영된 <도쿄 러브스토리>는 수많은 화제를 낳았던 일본 트렌디 드라마의 효시로 꼽히는 작품으로 국내에서 최수종 최진실 주연으로 방영된 <질투>가 이 드라마를 베꼈다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오브커즈의 보컬리스트 오다 카즈마사가 부른 <러브스토리는 갑자기>는 250만장이나 팔렸다. <춤추는 대수사선>은 이제 막 형사가 된 청년 아오시마를 주인공으로 형사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고 형사란 직업을 가진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로서 눈물과 웃음, 사랑이 함께 어울린 휴먼 직장 드라마다. 영화로도 1·2편이 제작돼 많은 관객을 모았다. 문화방송 드라마넷은 이후 등을 방송할 예정이다. 에스비에스 드라마플러스는 내년 1월6일부터 일본 엔티브이(니혼티브이)제작 11부작 미니시리즈 <골든볼>을 주 2회 방영할 예정이다. 영화 <중경삼림> <친니친니>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금성무가 주연을 맡았다. 에스비에스 드라마플러스는 이외 <고쿠센> <별의 금화> <푸드 파이트> <이상적 결혼> 등 엔티브이 제작 드라마 6개에 대해서도 방영 판권을 구입해 놓고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순차적으로 방영할 계획이다. 홈 시지브이에서도 내년 초부터 일본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었던 <칩 러브>, <런치의 여왕> 등과 같은 트렌디 드라마를 방영할 예정이다. <칩 러브>는 신분차가 나는 남녀의 사랑을 다룬 멜로물이며, <런치의 여왕>은 남자들이 경영하는 한 레스토랑에 미모의 여인이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러브 스토리로 2002 후지 텔레비전의 히트작이다. 국내 시청자들이 일본 드라마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예상이 엇갈린다. 박선진 오시엔 편성팀장은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편한 작품과 여성에게 인기 있는 작품을 고른 데다 같은 동양권 작품이어서 다른 외화보다는 시청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철 문화방송 드라마넷 편성팀장은 “전략적인 편성보다 시험 편성 의미가 강하며 반응에 대해선 반신반의 상태다. 국내 드라마보다 강점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드라마의 경우 전부 사전제작된 데다 전체 길이가 11부작이 넘지 않는 등 한국보다는 선진적인 제작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져 시청률만 높으면 마구잡이로 늘리고 원고가 촬영 1주일 사이에 겨우 나오는 국내의 날림 제작환경에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DVD] 터미네이터3 외

터미네이터3 감독 조너선 모스토/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 닉 스탈, 크리스티나 로켄/화면비율 2.40:1 아나모픽/오디오 DD5.1, DTS 5.1 올 여름 기대 속에 개봉했으나 흥행이나 비평에서 모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를 낸 <터미네이터>3편. 내용 뿐 아니라 특수효과에서도 1,2편에 처진다는 편을 받아서 그닥 매력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디브이디에 실린 DTS 5.1사운드는 중량감과 힘이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감독과 아놀드 슈워제네거, 닉 스탈 등 주요 인물들의 코멘터리와 미공개 장면 특수효과 기법 등이 담겨 있다. 우성엔터테인먼트. 에일리언 SE 4부작 박스세트 감독 리들리 스콧(1부), 제임스 카메론(2부), 데이빗 핀처(3부), 장 피에르 쥬네(4부)/출연 시고니 위버, 톰 스케릿/화면비율 2.35:1,1.85:1,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오디오 DD 5.1 에스에프 명작 에일리언 시리즈를 하나의 박스로 묶었다. 각각의 편이 두장의 디스크에 스페셜 피처가 1장에 담겼다. ‘에이리언 혁명’, ‘공포의 경험-프로모션 특작단편 ‘79’ ‘리들리 스콧 Q&A’등 3편의 다큐멘터리를 실었고 디지털로 새롭게 리마스터링한 화질과 음질이 돋보인다.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 등 제작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그 과정을 낱낱이 공개한 방대한 서플이 무려 35시간이 이른다. 20세기폭스. 프렌즈 시즌5 감독 샘 사이먼, 제니퍼 애니스톤 등/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커트니 콕스, 리사 쿠드로, 매튜 페리/화면비율 4:3 풀스크린/오디오 DD 5,1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해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5번째 시즌. 94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4개의 디스크에 담겼다. 출연진 중 가장 많은 사랑을 얻은 제니퍼 애니스톤이 직접 연출한 에피소드도 있다. 출연진들의 코멘터리와 텔레비전 방영에서 잘려진 장면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워너브라더스.

[새 영화] <루니 툰:백 인 액션>

영화에는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넘버 투’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캐릭터들이 종종 등장한다. 미국의 워너사가 40년대에 창조한 애니메이션 루니툰 시리즈의 대피 덕도 그 중 하나다. 언제나 쿨한 벅스 바니와 달리 요란스럽게 설치고 다니지만 사냥꾼 엘모어의 총탄을 비롯해 온갖 수난을 당하면서 스타일 다 구기는 검은 오리, 대피 덕. 사람처럼 늙어 죽지도 못하는 탓에 정말이지 ‘영원한’ 넘버 투로 살아가야 하는 이 대피의 슬프면서도 우스운 운명을 모티브로 루니 툰 시리즈의 실사 애니메이션 <루니 툰:백 인 액션>이 <스페이스 잼> 이후 7년 만에 극장에 돌아왔다. 워너사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절대강자인 벅스 바니에 가려져 지내온 대피는 어느날 부사장 케이트(지나 엘프만)로부터 해고당한다. 모든 계층에서 고른 사랑을 받는 벅스 바니와 달리 “오로지 루저(실패자)들에게만 사랑받는다”는 것이 그 이유. 조그만 두뇌에 자존심을 관할하는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이는 대피는 낙심할 새도 없이 넘버 투 근성을 발휘해 자신과 함께 해고된 스턴트 배우 지망생 디제이(브랜든 프레이저)에게 들러붙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납치사건으로 인해 디제이가 엄청난 음모에 휘말리면서 대피도 얼떨결에 모험에 휩쓸린다. 모든 실사 애니메이션의 운명이 그렇듯 <루니 툰:백 인 액션>에서도 무대의 주인은 실제 인물들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다. 근육질의 힘이 넘치는 브랜든 프레이저라 하더라도 커다란 상자에 깔렸다가 쥐포처럼 납작해진 몸에 공기를 불어넣거나 떨어져 나간 신체의 일부를 태연하게 갖다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촬영 스튜디오에서 라스베가스, 파리와 아프리카 정글까지의 갈짓자로 종횡무진하는 이 모험에서 항상 시끌벅적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건 대피 덕과 벅스 바니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고 실제 인물들은 허덕거리며 쫓아가기 바쁘다. 그러니 실제인물인 악당 에크미 주식회사 회장(스티브 마틴)의 실패는 불보듯 뻔한 결과일 수밖에. <루니 툰:백 인 액션>의 재미는 악당과의 한판 승부라는 큰 줄기보다 텔레비전 시리즈 때부터도 유명한 ‘어른 취향’의 지적인 유머가 버무려진 잔가지들에 있다. 벅스 바니가 샤워를 하다가 케이트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 베낀 <싸이코>의 유명한 샤워 장면을 비롯해 <스타워즈>의 광선검으로 변하는 벅스의 당근 등 고전영화의 패러디가 줄줄이 등장한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에서 벅스와 대피가 엘모어에게 쫓기며 달리의 <기억의 영속>, 뭉크의 <절규> 등 유명한 회화의 일부로 그림의 패턴과 스타일에 따라서 위장하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그렘린> 시리즈를 비롯해 <이너 스페이스> <마티니> <스몰 솔져> 등 할리우드 안에서 조금씩 옆으로 새는 영화를 만들어 온 조 단테의 개성이 제법 잘 버무려진 작품이다. 24일 개봉.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 그 신화의 현장 도쿄를 가다 [2]

1. 오즈를 추억하는 일본의 풍경 이제 오즈 야스지로가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났고, 그가 죽은 뒤로 40년이 흘렀다. 그는 태어날 때 이미 약속이나 한 듯이 12월12일 육십 번째 생일날 다시 돌아갔다. 자신의 영화처럼 ‘완전한 구도’로 살다간 그 우연성을 작은 신화로서 보고 싶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오즈 100주년에 맞춰 현지의 공기를 직접 느낀다는 취지하에 도쿄로 향하기 전날, 엘비스 프레슬리를 찾아 멤피스로 향하는 <미스터리 트레인>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때때로 제어할 수 있는 신화가 동기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오즈 100주년에 맞춰 일본의 NHK는 거의 매일 저녁 그의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상영하고 있었다. 행선지 곳곳에서 그들의 취재카메라를 마주하기도 했다. 아카이브이면서 상영관이기도 한 도쿄필름센터는 11월18일에서 2004년 1월25일까지 예정되어 있는 오즈의 회고전을 상영 중이었다. 우선 회고전의 상영목록에는 현존하는 오즈의 가장 오래된 영화 <젊은 날>(1929)이 들어 있다. 오즈 영화의 영원한 아버지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배우 류치슈가 두 주인공의 친구로 잠깐 등장한다. <젊은 날>은 류치슈가 오즈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첫 작품이다. 그리고, 1989년 평론가 야마네 사다오가 극적으로 발견해낸 <못 말리는 꼬마>와 1997년 필름센터가 발견해낸 <일본식 싸움친구> 역시 포함되어 있다. 오즈 회고전의 기획자이기도 한 오카다 히데노리는 도쿄필름센터가 “개인 소장자에게 9.5mm 축소판 필름으로 기증받은 <일본식 싸움친구>가 이토 다이스케의 <창인창마> 이후 두 번째로 디지털 작업을 통해 35mm로 복원된 작품”이라는 점과 그 보관 형태인 “9.5mm 필름은 전쟁 전 지금의 비디오처럼 일반인들에게 팔 수도 있고, 개인 소장할 수 있는 축소판”이라는 사실을 들려준다. “주로 개인 소장용으로서의 축소판이었기 때문에 일부분만 갖고 있다”는 아쉬움까지 토로하면서. 도쿄필름센터의 7층 전시장에서는 ‘젊은 날: 쇼치쿠 가마타 스튜디오 시기의 오즈와 시미즈’라는 제목의 포스터 및 스틸 사진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 전시는 시미즈와 오즈가 활동하던 가마타 스튜디오 시절 쇼치쿠 작품 중 현존하지 않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시미즈 히로시는 오즈와 같은 해에 쇼치쿠에 입사했으며 오랜 기간 오즈의 친구이기도 했다. 시미즈 히로시의 경우에는 포스터까지 남아 있지만, 오즈는 17편의 작품에 해당하는 스틸 사진들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오즈의 최초 서민극으로 알려져 있는 <회사원 생활>에 대해 그가 직접 스토리와 작품을 소개한 글이 실려 있는 <제국간 뉴스>라는 팸플릿이다. 오즈는 “시나리오 작가 노다 고고, 그리고 애써준 출연자들과 함께 열심히 한편을 만들었다. 비판과 조언을 주시면 달게 받겠다”라는 말로 맺음하고 있다. 만약 올 초 기타 가마쿠라 박물관에 갈 수 있었더라면 오즈의 유족들이 내놓은 오즈 유품 전시회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을 것이다. 2. 묘비명의 단 한 글자, 無 그러나 그 지나가버린 경험을 대신하여 <지금, 오즈>라는 책에서 얻은 간접적인 몇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이 책에 의하면, 오즈는 촬영 중에 항상 면으로 된 모자를 썼고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중절모를 썼다고 한다. 촬영장에서도 정장 바지를 입었고 작업복을 입는 일은 결코 없었다. 양말조차 “이게 아니면 안 되지”라는 신념으로 미국제와 영국제를 신었고, 그가 사용한 물품 중에는 수입품과 주문제 작품이 많았다. 또한, 그는 좋아하는 식당의 이름과 약도를 적어둔 ‘식도락 수첩’을 따로 들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생활에서도 예의 패턴을 유지했으며, 또한 불균질한 ‘모던 보이’였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 데에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되돌아가, 취재 첫날 방문한 곳은 도쿄 근방 기타-가마쿠라 지역에 있는 엔가쿠지 사원이다. 사실, 공인된 ‘길치’가 도쿄의 전철을 탄다는 것은 난수표 같은 전광판에 하루를 맡기는 일이나 진배없다. 그러면서도 찾아간다. 그곳에 오즈가 묻혀 있기 때문이다. 막부시대에 지어진 사원이라는 관광책자의 설명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즈를 찾아간 사람에게 그곳은 아버지와 며느리가 같이 산책을 하고,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풍경을 바라보고, 헤어지기 직전의 가족이 슬픈 나들이를 하는 ‘오즈의 사원’일 뿐이고, 그가 묻힌 곳일 뿐이다. 그의 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기념품 가게 아주머니조차 그가 여기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느낄 수 있다. 그의 무덤 앞에 서자, 오즈가 엔가쿠지의 스님에게 받아 평소에도 마음에 두고 즐겼다는 단 한 글자가 새겨져 있다. ‘無.’ “깊고, 모순된 감정을 수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한 그 감정을 일체화된 영원의 초월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은 형식”으로 오즈의 영화를 설명한 폴 슈레이더였다면 묘비에 새겨져 있는 ‘무’라는 한 글자가 자신의 불교철학적인 해석을 증명하는 개념으로 보였을 것이다. 한편, 일본영화 연구가 도널드 리치는 ‘무’에 대해 “비어 있음 그리고 침묵은 작품의 일부분으로서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말하면서 오즈 영화의 의미없어 보이는 사물들의 포착이 사실은 감정을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하고, 그것은 새로운 틈을 만들어내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비어 있음 그 자체를 오즈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전통주의와 규범 파괴 서구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영화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한 오즈 자신의 예언은 그의 영화를 ‘일본적인 전통’ 혹은 동양적인 ‘선’(zen)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으로 먼저 나타난 것이다(하지만 오즈의 영화가 ‘일본적’이라는 데에는 외국뿐만 아니라 실상 일본에서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오즈의 영화를 지배하는 로 포지션의 카메라는 일본 가옥에 맞춰진 일명 ‘다다미 숏’으로 설명되었고, 그의 영화에서 앙상하게 남아 있는 스토리는 어떤 정신적인 것의 반영이자 효과로서 인식되었다. 도널드 리치는 오즈가 <그 여인은 무엇을 잊어버렸나>를 만들기까지 “한계에 다다름, 스토리 없음”이라고 자주 불평했다는 것을 주시한다. 그리고 <도다가의 형제 자매들> 이후로 그런 말이 오즈의 노트에서 사라진 것은 바로 무언가 해결점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신형식주의자 데이비드 보드웰은 오즈의 영화를 전통문화에 근거해서 설명하는 이런 해석틀을 반박한다. 오히려 고전적인 할리우드 규범(norm)에 대한 혁신적인 저항자로 오즈의 위치를 바꾸려 한다. 그는 180도 가상선의 파괴와 360도 화면구성(하지만 이런 형식을 지닌 감독은 오즈의 동세대에도 역시 있었다), 그리고 짜여진 프레임 안에서 도상적으로 맞춰져 있는 피사체들의 구도 등을 들어 오즈를 모더니즘 예술가로 탈바꿈시킨다. 이런 형식이 할리우드의 관습적인 연속성을 뛰어넘는 대안으로서 오즈에게서 채택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보드웰의 논점은 오즈를 모더니즘 논쟁의 예시로 몰아갔고, 그뒤로 이어지는 반론과 재반론은 애초 제기되었던 ‘오즈의 영화를 둘러싼 전통과 모더니즘의 논쟁’이기보다 ‘모더니즘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하는 원론적인 문제로 선회하게 된다. 논쟁은 일단 오즈의 영화가 쉽게 설명될 수 없는 자의적인 논리로 완성되었기 때문에 생겨난다. 오즈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옳다고 믿었다. 하나의 예가 있다. 오즈의 편집기사였던 하마무라 요시야수는 오즈에게 시선의 매치가 틀렸으니 다시 찍자고 건의했다. 그러자고 동의한 오즈는 숏과 리버스 숏의 시선이 불일치하는 항상 그대로의 ‘틀린 방식’과 하마무라가 제기한 원래 ‘맞는 방식’ 둘 모두로 촬영했다. 그리고 이 둘을 비교해보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음, 별 차이가 없군.” 그는 자의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누군가를 구체적으로 납득시키려고 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