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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얼굴, 조재현 [2]

음지 인생, 연극 따라 양지로 열심히 연극을 하며 대학을 졸업하고 조재현은 “올바른 생활을 하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스물넷 젊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대학 방송반 아나운서였던 지금의 아내와. 그해 1989년, 그는 KBS 13기 공채 탤런트가 됐고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 출연하며 대외적인 연기인생을 시작했다. <야망의 세월>에서 그의 역은 유인촌의 막내 동생이었다. 연극은 계속 그의 주무대였다. 친구들과 극단 ‘종각’을 만들고 <세발 자전거>(1989),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1990), <우묵배미의 사랑>(1990) 등을 무대에 올렸다. 방송에서는 웨이터 등 단역을 전전하던 그를 인정한 건, 연극판이 먼저였다. <에쿠우스>로 1991년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을 받은 것이다. <에쿠우스>를 공연할 때 조재현은 세살 난 아들의 아빠였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평화롭게 노는 아이를 보며, 그는 잔혹하고 반항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던 알란을, 순수한 인물로 재창조했다. 너무나 순수하기에 반항적으로 될 수 밖에 없는. <에쿠우스>는 매년 한편씩은 연극을 하는 요즘도, 그가 다시 연기하고 싶어하는 첫사랑 같은 연극이기도 하다. 영화는 <젊은 날의 초상>(1989)과 <영원한 제국>(1995) 사이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 한 작품만 하며 주로 연극계에 머물던 그 이십대 후반, 조재현의 사실상 주업은 레스토랑 경영이었다. 결혼 직후 아이가 생기면서, 그는 생업으로 종로의 레스토랑 하나를 아버지로부터 받아 운영했다. “몸은 살아오면서 가장 편했지만, 마음은 가장 불편했던 시기였어요. 레스토랑 운영이 본업인 양 행세했죠. 연기를 하긴 했지만, 그걸로 버는 돈이 레스토랑에서 버는 돈보다 훨씬 적었으니, 연기가 부업이라는 자괴감에 빠졌어요. 그때 난 40대 중반의, 무슨 대기업 중간간부 같았으니까. 허리 사이즈가 불고, 고민이 없어지면서 얼굴이 평평해지고… 편했지만, 너무나 편하게 안정을 취하고 있는 그런 내 모습이 한편 너무나 싫었어요.” 결국 가게는 세를 주었고, 연기를 ‘주업’으로 하게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독립영화를 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건 돈이 좀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대로, ‘부업’인 레스토랑이 가져다주는 수입은 이후 내내 조재현에게 중요한 후원자 노릇을 해주기도 했다.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그는 지금 평창동에 살고 있고 차는 벤츠다. 그렇게 살아왔고, 놀랄 일만은 아니다. 홍기선 감독의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가 첫 주연작이긴 하지만, 조재현의 첫 영화는 이문열의 동명소설을 1989년 곽지균 감독이 영화화한 <젊은 날의 초상>이었다. 정보석, 옥소리 주연의 이 영화에서 조재현은, 가난과 이념에 대한 고민을 문학에 의지하던 주인공 정보석의 동료 운동권학생을 연기했다. 하얗고 뽀얀 <젊은 날의 초상>에서의 스물넷 앳된 그의 모습은, 지금 보면 낯설기 그지없다. 3년 뒤 <파업전야>의 홍기선 감독이 만든 <가슴에…>에서 절름발이 선원 역을 맡으며 첫 주연. 이 작품으로 조재현은 의도하지 않게 운동권배우라는 소문을 듣기도 했다. 이인몽을 연기했던 박종원 감독의 <영원한 제국>(1995)이 다음 영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던 이 영화 뒤 서른 즈음, 조재현은 오랜 인연이 된 김기덕 감독과의 첫 영화 <악어>를 만났다. 1995년이었다. (그때는, 그가 MBC 카메라맨이던 형의 사고사 이후 연기자생활에 심한 곤란을 겪던 때이기도 했다. 친지의 죽음을 경험한 그는, 지금도 비슷한 일을 겪은 주위의 사람들에게 마음을 쓴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그는 한 아이의 전화에 더할 나위 없이 다감한 태도로 응했는데, 전화를 끊은 뒤 아버지가 없는 아역탤런트라며 조용히 일렀다. 자신의 강점을 뭐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연기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도, 딴 사람한테는 충격이 될 수도 있는 큰일도 나한텐 그렇지 않아요. 의연하게 대처해요. 낙천적인 것과는 다른 건데. 나를 믿는 거죠”라고 답했다.) ‘김기덕의 페르소나’로 굳어져도, 상관 없다 “처음, 출연제안을 받고 감독도 모르는 사람이고 돈도 없는 영환데, 영화진흥공사에서 <무단횡단>이라는 시나리오로 대상을 받았다기에 시나리오는 잘 쓰는 분이구나, 했죠. 근데 처음 만나는 날 누가 ‘김기덕입니다’ 하고 오는데 너무 순진하게 생겨서 감독 아닌 줄 알았어요. (웃음) 그때로서는 그런 거친 역할이 안 해본 거라 연기하면서 쑥스러웠죠. 그래서 김기덕 감독하고 술도 많이 마시면서 친해지려고 했어요. 김 감독, 술 못했는데 나 때문에 술을 배웠죠. 이후 유흥문화가 모두 내 탓인가 하는 생각도 가끔은 들어요.(웃음)” 자신의 수식어처럼 돼버린 말 ‘김기덕의 페르소나’라는 칭호를 그는 예감했을까. 조재현은, 6년 전 김기덕 감독과의 첫 대면을 이렇게 기억한다. 이후 조재현은 잘 알려진 대로 <파란 대문>과 <실제상황>을 제외한 김기덕 감독의 모든 영화에 주·조연으로 출연했다. <나쁜 남자>가 그와의 다섯 번째 영화이니 서른살 이후 조재현은 김기덕의 배우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잘 맞는 감독과의 연속작업은 그저 축복이기만 했을까. 어떤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세간의 고정관념은, 한 배우에게 어느 시기까지는 득이 돼도 어느 시기 이후로는 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나 조금은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레 물어보니 조재현은 딱 잘라서 아니라고 답했다.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지는 않나, 라는 말 자체가 날 구속하는 말이에요. 스스로 내가 그것에 구속돼 있지 않으니까. 또 그렇게 굳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재현에게 김기덕 감독은 “대화를 하며 일할 수 있는 감독”이자 “내가 뭔가 요구할 수 있는 감독”이다. 예를 들어 <수취인불명>은 조재현이 TV드라마와 촬영이 겹쳐 힘들게 찍었던 영화. 첫 촬영을 끝내고 지프에 발을 올리며 매니저에게 “내가 여자라면 원치 않은 남자랑 섹스한 기분이다. 충분히 서로 애무를 한 다음 섹스를 해야 하는데”라고 말했을 만큼 스스로 불만족스러웠기에, 그는 김기덕 감독에게 ‘시간을 다오’ 했고, 다음 작품인 <나쁜 남자>를 할 때, 그는 <악어> 때처럼 김 감독과 붙어다니며 장소 헌팅부터 같이 하며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한다. 김기덕 감독과의 작업에서 조재현은 배우인 동시에 현장의 모니터요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김기덕의 페르소나라고는 하지만, 조재현이 김 감독의 영화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경성대 선배 전수일 감독의 40분짜리 중편으로 나중에 <말에게 물어보렴> <길 위에서의 휴식> 등과 묶여 극장개봉되기도 한 <내 안에 우는 바람>(1997), 늘 남자들 중심의 영화만 하던 그가 유일하게 3명이나 되는 여자들이 주연인 작품에서 남자 캐릭터를 맡아 스스로도 신선했다는 임상수 감독의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주인공 은석(이정재)이 만드는 영화의 프로듀서 송병권 역을 맡아 자주 반복되던 회의실 장면에서 모습을 보였던 변혁 감독의 <인터뷰> 등이 필모그래피에 자리하고 있다. “보고 얼굴이 빨개졌고 그러고나서 얼마 있다 간판이 내려온” 영화라고 소개하는 <얼굴>, 여러 가지로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던 <교도소월드컵> 등 몇몇 하고 싶지 않은 기억도 있지만 후회는 없다고. “지난일에 대해서는 반성은 해도 후회는 않는다”는 말대로다. 조재현은 요즘 많은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있다. <나쁜 남자>에서 악한 인물을 연기했으니 다음엔 착한 역을 맡고 싶다고 할 만도 한데, “더 나쁜 역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더 나쁜 역이란 그나마 한기에게 깔려 있는 운명적 애정마저 없는, “백지장처럼 차갑고 짐승 같은 사람”. 시나리오 중 마음이 끌리는 작품들은 스펙터클한 것과 캐릭터가 있으면서 가볍고 전체적으로 코믹한 것 두 종류다. 김기덕 감독의 바로 다음 작품(<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작품인데 조재현에게 맞는 캐릭터가 없다)에는 출연하지 않을 예정이고, “김기덕식 처절한 멜로”를 감독에게 요구할 생각이다. 아직 제작일정은 잡혀 있지 않지만, 캐스팅이 이미 되어 있는 작품으로는 10년 전 함께 작업했던 홍기선 감독이 장기수 김선명의 일생을 그리는 영화 <선택>이 있다. 2002년, 조재현의 계획 중엔 ‘단편영화만들기’도 들어있다. 그는 지금 중앙대 예술대학원 영상학과를 3학기까지 마친 대학원생. “졸업작품으로 단편영화 한 편을 꼭 만들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톱배우가 되더라도, 저예산영화한다” 이런저런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저예산영화 시나리오가 한편도 없다며 조재현이 걱정을 전한다. “그런 영화들은 아예 기획이 안 되니까, 시나리오도 안 들어오는 것 아니겠느냐”는 게 그의 근심. “톱배우가 되면 저예산영화에 출연하지 않고, 톱잡지가 되면 저예산배우를 주목하지 않는” 영화판을 비판하며, 그는 독립영화와 함께 12여년을 산 배우로서의 고집을 드러냈다. “배우는 자유로운 직업이다. 나만 해도, 창녀촌에서 살 수도 있고 순경도 돼보고 왕도 돼봤다. 그런데 그런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 안에 너무 부자유스럽게 갇혀 있는 걸 보면, 인기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오로지 그 생각에 좌지우지되는 걸 보면 안타깝다. 톱배우가 되더라도 작품만 좋으면 저예산영화를 택할 거다.”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부터 저녁까지, 간만에 <피아노> 촬영일정이 비면서 대신 몰린 인터뷰며 TV프로 출연으로 바쁜 그를 한 차를 타고 동행하면서, 덕분에 <씨네21> 스튜디오에서, 차 속에서, 방송사 분장실에서, 또 스낵코너의 샌드위치 접시 앞에서, 기자는 조재현과 오후 나절을 함께 지냈다. 그는, 엉뚱한 곳에서 시작해도 결국은 질문의 요지를 찾아가는, 세심하게 구상된 듯한 답변을 말했고, 그렇게 친절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독특한 인터뷰 상대였다. 거칠게 살아왔고, 그만큼 독한 고집과 주관의 소유자인 그는, 인터뷰에서도 프로였다. 참고로 팬들을 위해 밝히면, 그의 단골술집은 평창동의 ‘절벽’. 그곳에 가면, 김갑수, 김규철씨를 비롯, 에도 나온 이한위씨, 방송계의 권혁호씨 등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그의 사이좋은 술친구들과 더불어, 나이 서른여덟, 갈수록 멋있어지는 이 사람 조재현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겠다.

야누스의 얼굴, 조재현 [1]

“나는 대중과는 사이가 멀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일반 관객과 나는 별개라고. 때로는 그렇게 생각하면 편안하고 자유롭기도 했지만, 음… 열등감 같은 것도 있었죠. 어쨌거나 너는 너, 나는 나. 이렇게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그런 ‘네’가 다가와 ‘내’ 손을 살포시 잡은 거예요.” “<나쁜 남자>에서처럼, ‘내’가 휙 돌아서서 ‘너’를 갑자기 안아버린 게 아니구요?” “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강제로 키스했는데 혀가 쑥 들어온 경우라고 볼 수도 있겠어요.” 조재현이, 웃는다. 요즈음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강제로 키스했는데 혀가 쑥 들어온 거라는 다분히 그다운 비유를 들면서 미소 한번, “좋으시죠?”라는 간지럼태우는 듯한 물음에 “그럼요. 기분 무지하게 좋아요” 하며 입이 귓가에 걸리기를 또 한번. 그도 그럴 것이 조재현은 요즘 12여년 연기생활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악어>나 <야생동물보호구역>은 물론, <섬>과 <수취인불명>이 개봉했을 때도 극장에서 그를 만나지 않았던 이들이 한억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에게 뒤늦은 사랑고백을 하고 있다. <피아노>라는 드라마가 그를 ‘띄운’ 뒤, 12월 한달 동안 조재현은 20여개의 인터뷰를 각종 언론과 했고, 인터넷에는 ‘SBS 조재현 연기대상 추진위원회’도 결성돼 있다. 탤런트 인기순위 1위라니, 방송사 복도에서 만나는 동료 선후배마다 악수를 청하며 “잘 보고 있습니다. 축하드려요”류의 인사를 건네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최근작 <나쁜 남자>의 베를린행까지. 좋은 일들의 행진. 그래서 조재현은 웃는다. 그러나, 마냥 웃는 것은 아니다. “기분 무지하게 좋아요. 좋긴 좋은데…” 하고 그의 말은 이어진다. “좋긴 좋은데 이게 없다고 어떻게 된다, 뭐 그런 건 아니에요. 워낙 오랫동안, 이쪽과는 친하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물론 좋긴 하지만.” 밝게도 어둡게도 될 수 있는 명암의 얼굴 1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배우 조재현에게 ‘대중’은 짝사랑의 상대보다도 더 먼 존재였다. 드라마에선 대개 코미디 양념을 주는 조연이었고, 영화도 흥행작은 없었다. ‘컬트’ 수준의 관객만을 모았던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악어> <야생동물보호구역>, 베니스까지 갔지만 여전히 흥행은 잘되지 않았던 <섬>과 <수취인불명>. “짝사랑이 아니라, 완전히 버려진, 사생아 같은 느낌”이었다는 게 그의 표현이다. 오랫동안 그는 인기라는 건 마음에서 접고 있었다. 그게 그의 연기의 목적이 아니었다. 그렇게 걷고 있는 길 위에서 만난 지금의 인기. 조재현은 반가우면서도 담담하다. 어색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호들갑스럽지도 않게, 그는 조금은 다른 시간을 맞았다. 조재현은 독기와 친절함이 섞여 있는 묘한 사람이다. 원초적인 ‘남성’을 느끼게 할 만큼 터프한 이면, 거친 것에 대한 아주 고른 톤의 감성을 갖고 있고, 아픔을 표현할 때도 쉽사리 약함을 내비치지 않는다. “강한 연기와 코믹한 연기, 내 연기는 이렇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죠. 내 성격은 그 중간임에 틀림없어요. 그래서 이쪽저쪽 모두 하기가 편해요”라는 말대로, 그는 밝게도 어둡게도 될 수 있는 명암을 얼굴에 지니고 있다. 몇초만 인상을 굳히고 있으면 쉬 어둠 속으로 침잠되고 그 속에서 인광의 번득임을 비치는가 하면, 반대로 약간의 장난스런 혹은 얼빠진 표정만 지어도 언제 힘이 들어가 있었냐는 듯 쓸쓸하면서도 코믹해지는 얼굴. 어둠에서 비롯했기 때문에 약함과도 통하는 강함이랄까, 뫼비우스의 띠 같은 일련의 정서가 담긴 조재현의 얼굴은 볼수록 묘하다. 그건 꼭 그의 최근작 <나쁜 남자>의 한기 같다. 백주 대로변에서 여대생에게 강제로 키스를 한 뒤 작당을 해서 그녀를 사창가로 넘겨버리고 비밀 창을 통해 그녀를 훔쳐보며 혼자 사랑하는 사창가 깡패 한기, 강함 속에 뭔지 모를 아픔이 있는 인물. 울지 않지만, 후두에 상처를 입어 속마음도 고작 쉰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을 뿐이지만, 독하고 나쁜 이면에 말할 수 없는 약함을 지니고 있는 한기는, 어딘지 조재현을 닮았다. “너 한번 뒈지게 맞아라, 한번에 끝나게. 포장마차 걷어차고 부하 깡패들을 때리던 장면 있잖아요. 그걸 찍을 때 내가 그랬어요. 그리고는 정말 굉장히 세게, 엄청 세게 때렸어요.” “그래요. 분명히. 나한텐 나쁜 남자 같은 기질이 있어요. 사람마음이 선과 악만 있진 않죠. 악적인 선도, 선적인 악도 있어요. 희로애락 중에서 희만 나를 움직일 때가 있듯이, 악만 갖고 내가 움직일 때도 있어요.” 나쁨에 대해, 그리고 순간적으로 자신의 ‘나쁜 남자’의 기질을 내보인 걸지도 모르는 <나쁜 남자> 영화 한 장면에 대해, 조재현이 하는 이야기다. 때리면서, 강하다며 누군가를 ‘뒈지게’ 패면서 약해지는 나쁜 남자 한기의 속내는 그대로 조재현 자신의 것. ‘강한’ 눈빛이 인상적인 이 배우의 눈은, 아닌게아니라 잘 보면 양쪽의 표정이 다르다. 옆집 고기냄새가 괴롭던 산동네 아이 조재현은, 짐작되다시피, 그의 삶 자체가 명암을 한데 품은 것이었다. “새마을운동을 하고 88올림픽을 하고, 대한민국이 지나온 과정을 다 거쳤다”는 그의 성장기는 산동네로부터 시작한다. 어릴 적 아버지가 종로통의 요식업 사업가로 성공하기 전, 조재현은 가난한 시골 산동네 아이였다. 윗집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고기를 구우면, 그리고 그 냄새가 “반경 50가구쯤에 퍼질 때면” 너무나 괴로웠던, 양아치 ‘형’들과 어울려 패싸움도 하곤 하던 소년. 소년기를 벗어날 무렵에는 돌연 자가용을 타고 등교를 할 만큼 집이 부유해진, 그의 성장기는 정말 한국사회의 축소판 같다. 십대가 되고 가정형편은 좋아졌지만, 사춘기 시절, 그는 다른 의미로 어두운 청소년이었다. “집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라는 그 시절, 조재현은 흔히 말하는 ‘문제아’였다. 반항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예고입시를 준비하며 시작한 뎃생은 재미없었다. 그무렵 이강백의 <결혼>이라는 단막극을 보고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그러다 예고입시. 면접 때 아버지가 뭐하시냐는 질문에, “화가이십니다”라고 말하던 앞차례 학생 다음 그는 “술집하십니다”라고 말해버렸다.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낙방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는 부산 을숙도로 먼 가출을 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는 웨이터로 ‘취직’해 돈을 벌었고 검정고시 책을 사서 공부를 했다. 검정고시에도 떨어졌고 서울로 돌아와 어렵사리 학교를 마쳤다. 어린 시절 산동네만의 패거리들을 알았던 ‘산동네 정서’와 이렇듯 질풍노도처럼 몰아쳤던 사춘기는 조재현의 연기에 항상 스며났다.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의 절름발이 새우잡이 선원, 한강변에 살며 자살자의 시체를 거래하는 <악어>의 부랑자 청년, <섬>의 다방 포주, <수취인불명>의 쇠락한 미군부대 마을 개장수. 그에게 주어졌고 그가 선택했던 인물들이 이렇게 다들 쓸쓸하다 못해 지저분하고 잔혹했던 것을 그저 우연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춘기 조재현의 집 밖의 생활은 그가 부산의 경성대 연극영화과로 대학진학을 하며 자연스레 이어졌다. “1, 2학년은 부산에서 놀 수 있는 문화를 양껏 즐겼고, 3, 4학년 때는 연극을 했다”라는 게 그의 간단한 대학생활 요약이다. ‘점잖은’ 요약이기도 할 것이다. ‘놀던’ 가락은 대학생활 절반 즈음 동안 계속됐고, 그 중간쯤 되는 3학년 여름방학 때 조재현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인간 조재현이 음에서 양으로 돌아선 계기”를 맞았다. 대학 3학년 여름방학, 그쯤 되면 듣게 되는 너무나 상투적인 말, “선배님, 졸업하면 뭐 할 거예요?”라는 후배의 말 한마디에 그는 “명쾌하게 답을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워” 삭발을 했다. 그리고 연극판을 벌였다. 뒤에 <내 안에 우는 바람>(1997)을 연출한 당시 선배 전수일씨에게 기획, 과대표에게 연출을 맡기고 당시 학내 최다 주연배우였다는 조영진씨를 끌어들여 자신이 출연하는 2인극 <아일랜드>를 준비한 것이다. 서울 집에다 여름학기를 다닌다며 받은 30만원을 죄 제작비로 투입했다. <아일랜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억울하게 체포된 흑인죄수 2명이 감옥 안에서 <안티고네>를 연극무대에 올린다는 내용의 번안극. 죄수들이 놓인 상황이 극중극 <안티고네>의 안티고네에 대한 크레온의 단죄와 겹쳐지면서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을 하며 그는 연기라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고, 사춘기 이후 집 밖, 혹은 학교 밖을 나돌던 ‘음지생활’을 마감, ‘양지’로 들어섰다고 회상한다. <아일랜드>의 극 스토리는, 그가 인터뷰 중에서 가장 길고 자세하고 열성적으로 이야기한 대목이었다. 그는 감옥에 갇힌 죄수에게 깊이 동화됐던 그때의 자신에게 아직도 강하게 이입돼곤 하는 건 아닐까.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

선사시대 금수들의 얼음나라 대모험 프로젝트14- 폭스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 Ice Age 제작 폭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블루 스카이 목소리 출연 데니스 리어리, 존 레기자모 셀 기법의 <아나스타샤>, 셀과 일부 3D를 결합한 SF물 <타이탄 A.E.>의 실험을 지나온 20세기폭스가, 세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로 100% 3D 컴퓨터애니메이션 대열에 합류한다. 때는 지구상의 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빙하기. 냉소적인 성격의 거대한 매머드 맨프레드, 방정맞은 나무늘보 시드, 뾰족한 송곳니를 가진 호랑이 디에고 일행은 부모를 잃어버린 인간의 아기와 마주친다. 이 뜻하지 않은 동행을 돌려보내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나서는 위험을 무릅쓰지만, 디에고는 뭔가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다. <토이 스토리>부터 포토 리얼리즘에 가까운 정교함으로 자연을 살려낸 <다이너소어>, 실사배우 같은 인물을 선보인 <파이널 환타지>까지 컴퓨터 테크놀로지 자체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아이스 에이지>가 담아낼 하얗고 투명한 빙하 세계가 궁금해지는 것은, 같은 화구로 어떤 상상력을 펼쳐보일까 하는 기대 때문. 더구나 나방을 쫓아내려 애쓰는 토끼를 풍부한 음영으로 그려낸 단편 컴퓨터애니메이션 <버니>로 98년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크리스 웨지와, 87년부터 컴퓨터애니메이션과 실사의 합성 등 첨단 특수효과를 실험하며 <죠의 아파트> 같은 실사영화 및 광고, 애니메이션에서 경력을 쌓아온 그의 스튜디오 블루 스카이의 장편데뷔작이라니 말이다. 사라진 선사시대의 동물들과 함께 하는 눈과 얼음나라의 탐험이, 장편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부진했던 폭스의 위신을 세워줄지 귀추를 주목할 만하다. 나쁜 외계인, 5살 꼬마 앞에서 회개하다 프로젝트13- 디즈니 애니메이션 <릴로와 스티치> Lilo & Stitch 제작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목소리 출연 더베이 체이스, 빙 레임즈 악동 황제의 수난사, 정교한 SF풍 메커닉 디자인이 이끄는 해저탐험을 거치며 소재와 장르의 영토를 넓혀온 디즈니의 다음 개척지는 어딜까. 바로 악동 같은 외계인 스티치와 동물을 사랑하는 소녀 릴로, 두 콤비의 좌충우돌 모험담 <릴로와 스티치>다. 하와이에서 언니와 함께 살아가는 릴로는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5살배기 소녀. 해변에 뒹구는 캔과 병을 모아서 판 돈으로 바다의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사주곤 할 정도다. 스티치는 자신의 행성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자로 판명, 감옥으로 이송 도중 지구로 탈주한 외계인. 얼떨결에 동물보호소에 가게 된 스티치는 강아지 행세를 하며 애완동물을 사러 온 릴로에게 안긴다. 스티치가 인공 두뇌를 가진 외계인 범죄자임을 알 리 없는 릴로는 생김새가 이상한 ‘개’를 키우기로 맘먹고, 악행을 일삼았던 스티치는 티없는 릴로의 동심에 차츰 변해간다. 결국은 선해지지만 <쿠스코? 쿠스코!>보다 더 못된(?) 주인공에, 외계인과 우주라는 SF적 설정이 더 짙어진 <릴로와 스티치>는 디즈니의 변화가 반영된 시도다. 판에 박힌 동화와 뮤지컬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 디즈니는, 캐릭터의 변주와 함께 스티치를 쫓아온 외계인들과의 우주 추격전 등 미지의 영역이던었 SF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라이언 킹>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뮬란>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로 스티치의 목소리 연기까지 해낸 크리스 샌더스가 시나리오와 연출을, 딘 데블루아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야생마의 천로역정 프로젝트15-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피릿: 치마론의 종마> Spirit: Stallion of the Cimarron 제작 드림웍스 목소리 출연 브라이언 애덤스, 제임스 크롬웰 한 지붕 세 식구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올해 주자는, 아드만도, PDI도 아닌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자체 제작한 <스피릿: 치마론의 종마>다. <스피릿…>은 <이집트 왕자> <엘도라도> 등 자사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작품의 계보를 잇는 신작. 컴퓨터그래픽의 진경은 PDI에, 클레이의 세공술은 아드만에 맡겨두고, 드림웍스가 추구하는 것은 전통적인 셀 기법을 활용하되 실사영화, 특히 서사극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만화적인 디즈니의 캐릭터들과 달리 사실적인 인물과 풍경, 움직임을 회화적인 영상으로 옮겨낸다. 서부 개척시대 미국을 무대로 한 <스피릿…>은 ‘스피릿’이란 야생마가 주인공. 자신을 잡으려는 인간들과 위험, 때로 사랑을 만나기도 하면서 서부의 산과 풀숲을 달리는 스피릿의 여정을 1인칭 시점에서 그리되, 대사없이 내레이션으로만 처리함으로써 사실적인 애니메이션의 전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집트 왕자><엘도라도>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분적으로 3D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를 이용한 웅장한 계곡과 폭포,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장관을 이루며, 인간과 자연을 관조하는 스피릿의 자유로운 질주가 길들여지지 않은 생기를 띠고 있다. 디즈니의 스탭이었다가 <이집트 왕자>의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를 지낸 켈리 애스버리와 로나 쿡, 두 여성감독의 데뷔작. 서부극 <영 건> 시리즈의 존 푸스코가 각본을,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았다. 황혜림 blauex@hani.co.kr▶ 주목!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하리라 ▶ 프로젝트1-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 프로젝트2-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 프로젝트3- 변영주 감독의 <밀회> ▶ 프로젝트4-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복수는 그녀의 것 프로젝트10-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Kill Bill 제작 어 밴드 어파트 배급 미라맥스 출연 우마 서먼, 워런 비티, 소니 치바 <재키 브라운>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가 다시 감독 의자에 앉기까지, 무려 5년이 흘렀다. 그동안 다른 영화의 프로듀서 및 연기자로 외도(?)를 즐기던 타란티노가 모처럼 메가폰을 잡은 새 영화는 한 여성 킬러의 복수를 다룬 필름 누아르. 일급 여성 암살단의 일원이었던 ‘브라이드’는 보스인 빌과 동료들이 난사한 총에 맞고 쓰러진다. 혼수상태로 죽은 듯 누워 있던 ‘브라이드’가 고통스럽게 깨어난 것은 5년 뒤. 보너스처럼 연장된 생의 목적은, 자신을 배신하고 파괴한 이들에 대한 응징이다. 빌을 마지막 복수극의 주연으로 남겨두고, ‘브라이드’는 한때는 동료였던 적들을 차례로 제거해나간다. 남성이 아닌 여성의 이야기란 점에서는 <재키 브라운>의 맥을 잇지만,<킬 빌>은 <재키 브라운>에서 영민한 사기극을 꾸미는 데 좀더 치중했던 타란티노가 다시 동정없는 폭력의 향연으로 돌아가는 영화로 보인다. <펄프 픽션>에서 함께 작업했던 우마 서먼이 타란티노가 택한 ‘브라이드’. 서먼을 위해 시나리오를 썼고, 임신으로 출연이 어려워진 그를 기다리기 위해 제작을 아예 미뤘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또 <펄프 픽션>의 존 트래볼타, <재키 브라운>의 팸 그리어 등 왕년의 스타들을 새로운 생기로 살려내곤 했던 타란티노는, 이번에도 60∼70년대 일본 야쿠자영화 등 액션영화의 간판배우였던 소니 치바를 ‘빌’로 모셔왔다. 수십편의 B급 액션물을 만들어온 홍콩 감독 우핑 유엔도 서먼의 무술 지도 겸 출연진으로 합류한 상태. 서늘한 무표정의 여신이 펼치는 복수의 여정에, 평소 타란티노가 애정을 표했던 홍콩 무술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더해질 예정이다. 사랑하며, 유쾌하게 웃자 프로젝트11-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Punchdrunk Knuckle Love 제작 굴라디 필름 컴퍼니, 레볼루션 스튜디오 배급 뉴라인 시네마 도박장, 70년대 할리우드 변방의 포르노산업, 90년대 메이저 방송사 퀴즈쇼. 다양한 욕망이 부대끼는 공간을 축으로, 혼란과 무질서 안에서도 하나의 고리로 뒤얽힌 인간군상의 관계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던 폴 토머스 앤더슨의 신작은, 좀 의외지만 코미디로 알려져 있다. 기울어가는 폰섹스 회사의 사장 배리는 깡패 일당에 쫓기는 신세. 푸딩에 들어 있는 쿠폰 모으기가 취미인 그는, 어느날 하와이로 떠날 수 있을 정도의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얻는다. 깡패 일당을 피할 겸 하와이 여행을 떠나고, 여동생의 주선으로 이상형의 여인 레나를 만나는 배리. 과연 그의 인생은 달라지는 걸까. 아직 완전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는 벌써부터 “폴 토머스 앤더슨답지 않은” 영화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천진한 웃음을 지닌 코미디언 애덤 샌들러가 주연이란 것부터가 좀 뜻밖이다. 게다가 러닝타임도 유례없이 짧은 1시간30분 정도. 2시간을 훌쩍 넘어가는 전작들이 가족 안의 상처를 비롯한 사람들 사이의 틈 하나하나를 파고들며 하나로 엮이는 전체의 그림을 완성하는 구조의 드라마였다면, <펀치드렁크…>는 아무래도 빌리의 행보와 제목만큼이나 모호한 사랑이야기에 좀더 무게가 실릴 듯. 다는 아니지만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 루이스 구즈만 같은 단골배우들, 촬영, 편집 등 감독과 늘 함께 작업하는 앤더슨 사단이 이번에도 참여했다. 나의 남편은 게이였다 프로젝트12-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Far from Heaven 제작 킬러 필름, 섹션 에잇 배급 USA필름 출연 줄리언 무어, 데니스 퀘이드 3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토드 헤인즈의 영화에서 일관된 스타일과 리듬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감옥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내는 동성애자 등 세개의 에피소드를 실험영화와 다큐멘터리, 호러의 각각 다른 그릇에 담은 장편 데뷔작 <포이즌>만 봐도 스타일에 얽매이는 감독이 아니다. 환경성 질환에 걸린 중산층 주부의 이야기를 홈드라마의 리듬으로 들려주는 <세이프>, 화사하고 주술적인 글램록의 매력을 영상언어로 번안한 <벨벳 골드마인>에서도 그는 이야기에 맞춰 형식의 긴장을 풀고 조여왔다. 다만 동성애에 대한 직설적인 변론은 아니지만 이성애 문화로 재편된 사회의 억압성을 드러내는 퀴어 시네마 작가로서의 정체성은, 토드 헤인즈의 영화세계를 관통하는 눈이다. 1950년대 코네티컷의 교외를 무대로 한 그의 신작 <파 프롬 헤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아내는 어느날 남편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다. 아내의 충격도 충격이지만,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가 거의 절대적인 그곳에서 두 부부는 공고한 이성애적 질서의 벽에 부딪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이웃들에게도 소외된 아내는 흑인 정원사와 친구가 되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다. 게이 남성, 그에게 소외되는 여성, 그녀와 연대하는 흑인 등 겹겹의 이야기층을 쌓은 <파 프롬 헤븐>은 성적, 인종적 차별이 엄존하는, 그래서 평화로운 외관과 달리 낙원과는 거리가 먼 삶을 보듬어 안는다. 헤인즈에 따르면 <슬픔은 그대 가슴에>처럼 여성들의 사적인 고통에 동시대의 문제를 얹은 50년대 더글라스 서크의 영화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세이프>에서 섬약하고 정물적인 중산층 여성을 연기한 줄리언 무어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주목!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하리라 ▶ 프로젝트1-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 프로젝트2-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 프로젝트3- 변영주 감독의 <밀회> ▶ 프로젝트4-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특급호텔 살인사건 프로젝트8-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Dirty Pretty Things 제작 미라맥스, BBC Films, Celador Films 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출연 오드리 토투, 체트윌 에지포, 세르지 로페즈, 소피 오코네도, 베네딕트 웡 감독경력 20여년간 대서양을 넘나들며 크고 작은 영화들을 만들어온 영국감독, 스티븐 프리어즈가 2002년 내놓을 영화는, 런던의 고급 호텔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영화 <더티 프리티 싱즈>다. 다양한 규모와 주제, 톤을 가진 영화들을 만들어온 프리어즈가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는 원래는 TV영화로 만들어진 1985년작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1990년 그를 아카데미 최고 감독상 후보에 오르게 한 네오 누아르영화 <그리프터스>, 그리고 가장 최근 영화로는, <그리프터스>에 출연한 바 있는 존 쿠색과 다시 한번 힘을 합친 로맨틱코미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를 꼽을 수 있다. 스티븐 프리어즈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로 <그리프터스> 이후 대중적인 성공과 함께 그의 경력상 또다른 정점에 이른 것으로 여겨졌다. 이 중견감독이 또다른 정점에 이르러 만드는 새 영화는 어떨 것인지, 과연 얼마나 대중적인 영화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더티 프리티 싱즈>의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살펴보면, 런던의 한 고급 호텔,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나이지리아계 불법 이민자인 야간 경비원은 심상치 않은 증거들을 목격하고, 터키계 청소부(오드리 토투)와 중국계 창녀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해간다는 이야기. 겉으로는 일종의 코믹 스릴러영화로 보이는 이 영화는 다시 영국사회의 다인종적인 상황을 건드림으로써 스티븐 프리어즈 초기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와의 연장선에서 그의 달라진, 그리고 새로운 시각을 엿볼 기회로 생각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 보여준 코믹한 상황들을 다루는 숙련된 솜씨가 어떻게 다시 발휘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스티브 나이트는 영국 TV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있는 오락 프로그램인, 퀴즈쇼 의 창안자다. 그가 실력있는 각본가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끄는 극적이면서 오락적인 상황을 이끌어낼 줄 아는 이가 쓴 스크립트가 어떨 것인지, 또 <아멜리에>의 ‘스위트하트’ 오드리 토투가 처음으로 영국영화에 출연해서 어떤 연기를 선보일 것인지도 관심거리 중 하나다. 11월 말 런던에서 촬영을 시작한 이 영화는 내년중 미라맥스에 의해 선보일 예정이다. 런던=이지연 통신원 일본 뉴웨이브의 재림 프로젝트9- 요시다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鏡の女たち제작 그루브 코퍼레인션, 현대영화사, 그루브 시네마 도쿄 감독 요시다 요시시게 출연 오카다 마리코, 다나카 요시코, 이시키 사에 개봉예정 2002년 나이를 거듭 먹으면서도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낸 감독들이 많은 일본영화계. 2001년도 이치카와 곤, 이마무라 쇼헤이, 오카모토 기하치이 등 70대, 80대 감독들이 작품을 발표했다. 그런 가운데 2002년에는 베테랑 감독 중 하나인 요시다 요시시게가 14년 만에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1933년생인 요시다는 55년 쇼치쿠에 조감독으로 입사했다. 몇년 뒤에는 1년 선배인 오시마 나기사, 2년 선배인 시노다 마사히로 등과 함께 ‘쇼치쿠 누벨바그’라고 불린 그룹의 일원이 됐다. 62년의 <아키쑤 온천>이 평가를 받고 2년 뒤에 그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던 여배우 오카다 마리코와 결혼했다. 64년 쇼치쿠를 나온 뒤에는 독립프로덕션에서 제작을 계속했다. 그리고 70년에는 23년에 학살된 아나키스트 오스기 사카에의 생애와 70년 당시의 프리섹스 지향의 풍속이 시간축, 공간축을 넘어서 교착하는 전위적 작품 <에로스+학살>을 발표했고, 이 영화는 일본 뉴웨이브의 상징이자 만가가 됐다. 그뒤에도 의욕적인 작품을 감독해왔지만 88년의 <폭풍 언덕> 이래 극장 공개작이 없었다. 신작 <거울의 여자들>은 45년 히로시마에서 원폭을 체험한 노부인인 아이가 24년 전에 실종된 딸 미와의 소식을 알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와는 기억상실이어서 아이의 진짜 딸인지 확인되지 않지만 미와의 딸인 나쯔키와 함께 셋이 아이의 고향인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아이와 미와의 뇌리 속에서는 원폭 체험을 포함한 여러 가지 기억이 되살아난다. 이 영화는 이들이 서로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가운데 드러나는 여성들의 생명력을 담아낸다. <거울의 여자들>은 각본도 함께 쓴 요시다 감독이 6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기획으로 “여성의 존재 자체를 거울삼아 사람을, 사랑을, 시대를 비춘 새로운 여성영화를 의도한다”는 것. 또 “여성영화임과 동시에 사람의 유대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홈드라마로 만들고 싶다. 과거 일본영화의 고유한 장르인 셈인데, 이번에는 여성의 세계를 보여줘 국제적인 공감을 받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주인공 아이 역은 감독의 부인이며 11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오카다 마리코가 맡았고, 이마무라 쇼헤이의 <검은 비>에 나왔던 다나카 요시코와 젊은 여배우 이시키 사에가 출연한다. 9월26일 도쿄에서 크랭크인해 히로시마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요시다 감독이 90년 프랑스의 오페라 드 리옹에서 <나비 부인>을 연출한 경험 덕에 이 작품은 ‘프랑스 문화에 공헌한 외국 예술가에 대한 조성금’을 처음으로 받은 일본영화가 됐다. 일본에서는 2002년 6월 개봉되며 칸영화제 출품도 계획중이다. 도쿄=사토 유 통신원▶ 주목!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하리라 ▶ 프로젝트1-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 프로젝트2-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 프로젝트3- 변영주 감독의 <밀회> ▶ 프로젝트4-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50살의 순수 프로젝트6-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Pinocchio 제작 멜람포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출연 로베르토 베니니, 니콜레타 브라치, 카를로 지우프레 개봉예정 2002년 로베르토 베니니는 블록버스터 감독이라기보다 순진하고 작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러나 할리우드 대작 감독들만큼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이탈리아영화 제2전성기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감독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이제 흥행 보증수표가 되었고,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베니니표 영화’를 창조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그의 새 영화 <피노키오>가 현재 이탈리아에서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영화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50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감히 피노키오를 연기하겠다는 그의 생각 자체가 매우 위험한 시도이기도 하지만, 아무도 그의 피노키오 역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20년 전부터 어쩌면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 내 코가 길어지는 것을 상상했다. 결국 하루는 침대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길어진 코가 손으로 만져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황당한 상상력이 <피노키오>를 영화화하는 시발점이 됐는데, 그의 ‘피노키오적 상상력’을 일찍이 알아차린 이는 바로 페데리코 펠리니였다. 그는 베니니를 자주 피노키오라고 불렀고, 그와 피노키오 영화를 계획하기도 했다고 한다. 피노키오의 창조를 위해서 베니니가 찾은 곳은, 이제 그의 꿈의 동산이 된 멜람포 세트장이다. 페루자, 피렌체 등 그가 태어난 토스카나 지방에서 이뤄진 야외촬영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촬영이 이곳 멜람포 세트장에서 촬영됐는데, 이곳은 펠리니, 파졸리니 등 이탈리아 최고의 감독들과 작업했던 미술감독 다닐로 도나티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도나티는 “피노키오를 위한 작업은 1800년부터 70년 동안의 이탈리아 예술을 반영하는 데서 시작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소품은 세트장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고, 수천벌의 의상과 신발들, 병정 인형들, 심지어 초콜릿과 비스킷 모양에도 그 당시의 예술 성향을 반영하는 데 애를 썼다”며 성경과 코란 다음으로 많이 읽힌 우화의 새로움을 보여줄 것을 자신있게 말한다. <피노키오>의 배경을 만드는 데는 전통예술 요소만 쓰인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는 컴퓨터그래픽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나티는 컴퓨터그래픽의 특수효과(Special Effect)를 ‘특수결함’(Special Defect)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CG로 표현되는 것 모두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순진한 상상력과 전통예술의 접합을 시도중인 베니니는 이렇게 기대감을 표했다. “피노키오는 하나의 환상이고 그는 환상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피노키오 자신에게 환상은 우리의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 것인데, 이것이 바로 피노키오가 가지고 있는 대단함이다. 모두가 순수함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어떤 이는 그 순수함에 머무르게 된다. 마치 피노키오처럼…. 이 영화가 내 자신이 순수함으로 세상을 안는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 어쩌면 그는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순수함을 되찾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촬영을 마친 <피노키오>는 현재 후반작업중이다.로마=이상도 통신원잠들면 죽는다 프로젝트7-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Rabalaire 감독 알랭 기로디 개봉예정 2003년 새해 준비되는 프랑스영화 중 가장 주목을 끄는 작품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알랭 기로디 감독의 첫 장편 <라발레르>(Rabalaire)이다. 지난해 <거지들을 위한 햇살>과 <오래된 꿈>이란 두편의 중편을 발표한 기로디 감독은 여전히 비평가역을 자청하는 고다르를 비롯해 <카이에 뒤 시네마> <르몽드> 등 이곳 주요 언론들의 극찬을 받았다. 상복도 많아서 <오래된 꿈>은 팡텡영화제 대상, 장 비고상을 받았고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올해 광주영화제를 통해 그의 작품이 소개된 바 있다. 지방 소도시의 노동자 문화 속에서 성장해 대학 시절부터 공산당 당원으로 활동하고, 사생활에서는 동성애자인 기로디 감독의 정체성에서 이곳 평론가들은 영화학교 출신의 동세대 감독들과 다른 독특한 시선을 찾아내기도 한다. ‘Rabalaire’는 프랑스 지방에서 쓰이는 말로, 항상 돌아다니고 절대 집에 머물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영화제목 그대로 <라발레르>는 한 젊은 남자의 방황을 쫓아가는데, 죽음의 의미나 성인 세계로의 진입이란 방황의 내용에 비해 그 출발점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주인공 바실은 어느날 밤 ‘그 꿈을 꾸고나서 다시 잠이 들면 죽게 된다’고 알려진 꿈을 꾼다. 이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어떻게든 잠들지 않는 것. 잠을 피할 방법을 찾는 주인공은 이 도시 저 도시를 전전하며 자기 못지않게 엉뚱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면서 이들이 사는 지방 소도시들을 지형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재발견하게 된다. 영화가 현실과 판타지란 두축을 화해시킬 수 있는 매체라고 믿는 기로디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이 두축의 영화적 표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한다. 현재 헌팅과 캐스팅이 모두 끝난 상태로, 주인공을 포함해 40여명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은 이전 작품처럼 신인배우나 연기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이 맡게 될 예정이다. 1700만프랑(약 30억원)이라는 프랑스영화 평균치 제작비를 조달하는 문제는 현재 영화진흥센터의 사전제작지원금을 받는 것이 결정돼, 이후 방송채널 중 아르테와 카날플러스의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용이해진 상태다. 프랑스영화의 가장 중요한 투자자인 카날플러스가 비방디 유니버설에 합병된 뒤 특히 중저예산 작가영화의 제작환경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중편들로 인정받았음에도 스타 없는 첫 장편영화인 <라발레르>의 준비과정은 여느 작가영화들이 부딪히는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제 본격적인 촬영준비에 들어선 <라발레르>는 3월에 촬영에 들어가 2002년 칸영화제 시기에 맞춰 완성될 예정이다. 파리=성지혜 통신원▶ 주목!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하리라 ▶ 프로젝트1-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 프로젝트2-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 프로젝트3- 변영주 감독의 <밀회> ▶ 프로젝트4-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어제의 용사들, 다시 뭉쳤다 프로젝트4-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Men in Black2 제작 소니 픽처스 출연 토미 리 존스, 윌 스미스, 라라 플린 보일 “같은 행성, 새로운 말종.”(Same Planet, New Scum) 단순의 극치를 달리는 주인공들의 패션만큼이나 무뚝뚝한 카피를 단 <맨 인 블랙2>는 1997년 소니 픽처스에 화려한 여름을 선사했던 전편의 행운을 반드시 재현하겠다는 듯, 주연과 감독은 물론 ILM의 특수효과 전문가 존 버튼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릭 베이커, 갑각류 곤충을 닮은 주책바가지 외계인까지 원년 멤버들을 몽땅 다시 소집했다. 다시 초대받지 못한 사람은 검시관 역의 린다 피오렌티노 정도. 배리 소넨필드 감독이 예고하는 <맨 인 블랙2>의 드라마적 재미는 <투캅스>나 <리쎌 웨폰> 같은 형사 버디무비 시리즈와 궤를 같이한다. 1편에서 어리둥절한 신참이었던 윌 스미스가 과연 MIB 조직에 젊은 피를 수혈했을까 궁금해하는 관객에게 소넨필드는 “2편의 즐거움 중 한 가지는 초반에는 마치 1편의 토미 리 존스처럼 권위적으로 행동하다가, 선배가 복귀하자마자 ‘형님, 명령만 내려주세요’식의 낮은 포복자세로 돌변하는 윌 스미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이번 영화의 첫 무대는 우체국. 전편 말미에서 기억을 말소하고 ‘민간인’으로 돌아간 제이(토미 리 존스)가 소동을 피운다. 1편 첫머리의 불법 입국자 수색을 연상시키는 능수능란한 솜씨로 수사관 케이(윌 스미스)가 현장을 진압하고 제이를 연행한다. 사실은, 사악한 외계인 세리나가 25년 전 일을 문제삼으며 지구에 들이닥치자 MIB 본부가 당시의 우여곡절을 유일하게 아는 전직 요원 토미 리 존스의 기억을 복구하기로 결정한 것. 하이힐과 원색 손톱을 내두르고 다니는 세리나 역에는 라라 플린 보일이 캐스팅됐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윌 스미스의 주연작 <알리> 앞에 예고편을 상영한 <맨 인 블랙2>는 이미 알려진 대로 라스트신 원경에 붕괴 전 무역센터빌딩이 들어 있는 바람에 교체 소동을 빚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이 깜짝출연을 하지만 ‘놀랍게도’ 외계인 역할은 아니라는 것이 <버라이어티>의 짓궂은 전언. 미국 개봉은 독립기념일 직전인 7월3일로 예정돼 있다. 김혜리 vermeer@hani.co.kr 외식, 절대로 하지마라! 프로젝트5-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Seared 제작 인델리블 픽처스 출연 브래드 피트, 베니치오 델 토로 개봉예정 2003년 뉴욕의 레스토랑 주방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올 가을에 크랭크인할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신작 <시어드>(Seared)를 기다려봄직하다. <쎄븐> <파이트 클럽>으로 컬트영화 팬들의 우상이 된 핀처 감독과 브래드 피트, <트래픽>의 베니치오 델 토로가 뭉쳤다는 소식만으로도 일단 시선집중. 브래드 피트와는 이번이 세 번째 작업이다. 그러나 이 근사한 미남들이 활약할 무대는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그 어느 뒷골목이 아니라, 뉴욕의 레스토랑 주방이다. 실제 주방장이었던 앤서니 부르댕의 자전적 베스트셀러 <주방 일급기밀>을 바탕으로 할 이 작품은 소재에서부터 이미 핀처 작품들의 특징인 ‘숨겨진 악(惡) 들추기’를 엿볼 수 있다. 스토리는 우리가 절대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 특히나 고급 식당의 비싸고 화려한 음식의 뒷면에 숨겨진 주방의 실상을 몸으로 보여주는 뉴욕의 인기 주방장 브래드 피트의 모험담(?)일 듯하다. 공개된 시나리오에 따르면, 별 하나를 위하여 미모의 음식평론가를 꼬셔 침대로 모시고 가는 것쯤은 약과라는데. 원작자 부르댕은 <뉴요커>에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절대로 외식하지 말 것”이라는 기사를 써서 뉴요커들에게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그에 따르면 뉴욕 레스토랑의 주방은 온갖 정신병자, 마약중독자, 도망자, 술주정뱅이, 좀도둑, 창녀로 가득한 지하세계다. 사실 정상적인 것의 이면에 숨겨진 이 아웃사이더의 세계야말로 핀처 세계의 핵심 열쇠이다. <파이트 클럽>에서 무기력한 샐러리맨의 내면에 숨겨진 파괴적 남성성을 현란한 스타일과 테크닉으로 강렬하게 그려냈던 핀처가 이번에는 어떤 무기로 주방의 비밀을 폭로할지 자못 긴장하며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앞치마를 두른 브래드 피트와 베니치노 델 토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그러나 좁은 공간을 중심으로 폐쇄공포증적 스트레스를 세련되고 음울한 색조로 표현해온 전작들의 초현실주의적 혹은 정신분열증적 미학을 고려할 때, 영화감상 뒤 외식이 즐겁지만은 않으리라 예견된다. 시나리오는 신예 제스 위구토가 맡았고 주연 이외의 캐스팅은 확정되지 않았다. 스티븐 소더버그, 스파이크 존즈, 알렉산더 파인느 등의 감독들과 함께 창립한 ‘인델리블 픽처스’가 제작을 맡았다. 인델리브 픽처스가 투자사와 계약상 제작해야 할 세편 중 한편이며, 뉴라인 시네마가 배급한다. <시어드>의 촬영에 앞서 현재 핀처는 올 봄 조디 포스터 주연의 스릴러 <패닉 룸> 개봉을 앞두고 있다. 뉴욕=옥혜령 통신원▶ 주목!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하리라 ▶ 프로젝트1-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 프로젝트2-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 프로젝트3- 변영주 감독의 <밀회> ▶ 프로젝트4-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나는 결백하다! 프로젝트2-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제작 20세기폭스, 드림웍스 출연 톰 크루즈, 캐스린 모리스 2002년에도 스티븐 스필버그는 ‘전자 양의 꿈’에서 한동안 깨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가 뚜껑을 연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오는 6월28일 미국 전역에서 개봉될 그의 신작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무대는 서기 2080년의 워싱턴DC. 미래의 경찰은 진보한 테크놀로지가 가져다준 예지력에 근거해, 범행이 저질러지기도 전에 범죄자들을 체포한다. 그러나 과연 인간은 자신이 아직 범하지도 않은 죄에 대한 고발과 응징을 순순히 수용할 수 있을까?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의 씨앗을 발본색원하는 특수수사과 형사로 활동하던 존 앤더튼이 본인에게 씌워진 혐의를 발견하고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벌이는 분투를 추적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은 SF영화의 교범인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을 탄생시킨 작가 필립 K. 딕의 단편. 원작에 따르면 ‘마이너리티 리포트’란, 테크놀로지로 예견한 범죄 혐의를 확정하는 3인 협의회에서 ‘2:1’로 의견이 갈렸을 때 소수자인 한명의 평결이 옳을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 동화적인 서사시였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청사진은 서스펜스와 액션으로 충만한 미래 스릴러. 스필버그는 본인과 주연 스타 톰 크루즈에게 다같이 중요한 도전이 될 이 영화의 각색을 <토탈 리콜>에 참여한 게리 골드먼, <프리잭>의 로널드 슈세트, <조지 클루니의 표적>의 스콧 프랭크의 펜에 맡겼다. <그린 마일>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도 스크립트 닥터로 한몫 거들었다는 소문. 조연 리스트에는 막스 폰 시도, 메릴 스트립 같은 거물의 이름이 올라 있다. 2001년 10월 제74회 과학기술공로상 시상식에서 살짝 공개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일부 촬영분(촬영감독 야누츠 카민스키)이 아쿠아 캠, 포커스 이동 등 최신 촬영기술의 용례를 선보였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가운데, SF 팬들을 설레게 하는 또다른 기대는 스필버그가 창조할 80년 뒤 근접 미래의 풍경화. 현재의 마지막 숨결이 서려 있는 개연성 있는 미래상이야말로 를 포함한 걸출한 SF영화들이 관객에게 제공해온 가장 짜릿한 스펙터클이기 때문이다. 김혜리 철학하는 두 얼굴의 사나이 프로젝트3- 리안의 <헐크> Hulk 제작 마블 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 픽처스, 발할라 모션픽처스 출연 에릭 배너, 제니퍼 코넬리, 닉 놀테개봉예정 2003년 올해 제작되는 기대작 중 뭐니뭐니해도 리안이 연출할 <헐크>를 빼놓을 수 없다. 섬세한 드라마에 강한 뉴욕의 감독이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SF 소재의 영화를 연출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되짚어보면 대만 출신 리안이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영화화한 <센스, 센서빌리티>나 미국 남북전쟁을 다룬 <라이드 위드 데블>, 중국 무협영화의 전통을 변용한 <와호장룡>을 만들 때도 고개를 갸웃거린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전작들이 입증하듯 리안의 장점이 어떤 장르를 만들건 탄탄한 드라마로 깊이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번에야말로 ‘괴물 헐크’의 현란한 액션에 묻히지 않은 ‘헐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작은 마블사의 코믹북 <놀라운 헐크>. 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이들에게는 기억 속에 가물가물할 TV시리즈 <두 얼굴의 사나이>도 이 코믹북을 바탕으로 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은 과학자 브루스 배너가 군부대에서 우연한 사고로 감마선을 맞고 헐크로 변하는데, 사건 은폐를 위하여 군인들이 끝까지 헐크를 추적하지만 결국에는 헐크가 나쁜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비교적 단순한 플롯이다. 그러나 원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모티브를 응용한 원작에서는 모범적인 과학자 브루스 배너 속에 숨겨진 욕망과 인간적인 갈등 등 캐릭터의 심층 탐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볼 때, 리안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결국은 인간 실존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시나리오 작가가 세명째 이르고 있는 이유도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와의 인터뷰에 의하면, 리안은 <딥 임팩트>의 작가 마이클 톨킨의 시나리오가 값싼 액션 중심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엑스맨>의 작가 데이비드 헤이터의 2차 수정도 성에 안 찬 리안은 결국 자신의 영원한 동지 제임스 샤무스를 마지막 시나리오 작가로 모셔오고야 말았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ILM)사가 특수효과를 전담하는 만큼, 할리우드 메이저다운 볼거리도 기대할 만하다. 특히 원작의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헐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100% 특수효과로 헐크를 창조할 예정이다. 이에 걸맞게 사이버 헐크의 상대역으로는 <터미네이터2>의 변화무쌍한 악당 모티브와 유사한 ‘흡수맨’(The Absorbing man)이 추가된다. 닥터 배너 역은 의외로 남성적인 이미지의 에릭 배너가 맡았다. 헐크/닥터 배너가 사랑할 여인으로 제니퍼 코넬리가, ‘번개’ 장군 로스 역에는 닉 놀테가 캐스팅됐다. 올 3월에 크랭크인할 예정인데,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최근의 속편 열풍에 동승하려는 듯 벌써 주연배우와 2년 장기계약을 맺고, 속편 제작계획에도 착수했다. 뉴욕=옥혜령 통신원▶ 주목!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하리라 ▶ 프로젝트1-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 프로젝트2-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 프로젝트3- 변영주 감독의 <밀회> ▶ 프로젝트4-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Star Wars: Episode II-Attack of the Clones 제작 루카스필름 출연 헤이든 크리스텐센, 내털리 포트먼, 이완 맥그리거 2001년 겨울 박스오피스의 거물 트리오 <몬스터 주식회사>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의 공통점은? 털북숭이 괴물의 열연? 그것도 틀리지 않지만, 세편은 모두 미국 개봉 당시 본편에 앞서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의 예고편을 상영했다. 애써 예매한 표로 예고편만 보고 극장을 뛰쳐나와 인터넷에 뜨거운 ‘목격담’을 올린 스타워즈 마니아들의 반응은 아미달라 여왕의 새 스타일에 대한 예찬부터, 아드레날린을 펌프질하기에는 박력이 모자란 것 같다는 근심에 이르기까지 날카롭고 구체적이다. 총 6부로 구성된 장엄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제2막에 해당하는 <에피소드2>의 연대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협>의 나부 행성 침공이 있은 지 10년 뒤. 콰이곤 진의 제자였던 오비완 케노비는 원숙한 제다이가 됐고, 강력한 포스를 지닌 소년 아나킨은 어느덧 오비완의 젊은 수제자로 성장했다. 은하계의 정치적 분리주의자 일파의 위협으로부터 아미달라 여왕을 보호할 사명을 받는 아나킨. 그러나 암살계획 뒤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거대한 흉계가 숨죽이고 있다. 예고편을 접한 팬들의 인상기에도 살짝 드러나듯이 <에피소드2>의 키워드는 ‘어둠’이 될 것 같다. 루카스필름은 <에피소드1>에 대해 쏟아진 “지금까지 <스타워즈> 시리즈 중 가장 가볍다”는 마니아들의 불만을 <에피소드 2>로 깨끗이 불식시킬 수 있으리라고 내다본다. 연대기적으로도 아나킨은 어떻게 악의 심연으로 하강하는지, 포스의 균형은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줄 <에피소드2>는 시리즈 중 두 번째로 만들어진 <제국의 역습>과 대구를 이루게 될 암울하고 통렬한 악장이며 배타적인 팬들의 결속을 강화시킬 고비. 예고편에 스쳐간 오비완의 수난 또는 희생을 암시하는 장면도 <에피소드2>의 분위기를 점치게 한다. 그런가 하면 공개된 아미달라와 아나킨의 키스신은 <에피소드2>가, 시리즈의 주요 공간과 관계를 지도에 그려넣는 데에 주력한 ‘창세기’ <에피소드1>과 달리 상당한 중량감의 로맨스를 함유하고 있음을 내비친다. 바야흐로 우리는 오래 전부터 슬픈 종말을 알고 있는 사랑의 시작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처녀 자살소동>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 등 짧은 필모그래피만으로 <에피소드2>와 <에피소드3>의 아나킨으로 전격 발탁된 헤이든 크리스텐센과 이미 팬들의 지지를 확보한 내털리 포트먼의 듀엣도 <에피소드2>의 성패를 짊어진 중요한 변수. 새로운 <스타워즈> 영화가 나올 때마다 자연히 스타덤에 오르는 것은 신입 캐릭터들. 2001년 8월6일 타이틀이 공표된 이후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클론’의 존재는 예고편에 별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으나 언뜻 보기에 스톰트루퍼와 닮은 외양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으며, 다스 베이더의 첩자로 악명 높았던 현상금 사냥꾼 보바 펫의 아버지를 <에피소드2>에서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높아지고 있다. <에피소드1>에서 인종주의 스캔들로 물의를 빚었던 자자 빙크스의 모습은 적어도 예고편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한편 새뮤얼 L. 잭슨이 검투 연기의 현란한 풋워크를 따라잡기 위해 댄스 교습을 받고 있다는 정보는, 언제나 스타워즈 마니아들의 쾌락에 클라이맥스를 제공해온 광선검 결투가 한층 화려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폭스는 <에피소드2>를 되도록 많은 국가에서 동시 개봉할 예정. 국내 배급사인 20세기폭스 코리아가 점찍은 한국 개봉일은 7월5일이다. 사라진 왕국을 은밀히 동경하는 팬들의 카운트다운도 이미 시작됐다. 김혜리 ▶ 주목!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하리라 ▶ 프로젝트1-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 프로젝트2-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 프로젝트3- 변영주 감독의 <밀회> ▶ 프로젝트4-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연가 프로젝트7- 김정권 감독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동감>이 같은 공간이되 다른 시간이어서 공유할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였다면, <화성으로 간 사나이>(강제규필름, 디토엔터테인먼트 제작)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임에도 공감하지 못한 사랑 이야기다. 영화의 톤도 <동감>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억지로 울리지 않는 멜로, 무엇보다 동화처럼 따뜻한 판타지로 갈 예정이기 때문. 고향 진안에서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아이디어는 시작되었다. <동감>을 끝낸 뒤 여행을 떠났던 김정권 감독은 호남지구에서 가장 큰 댐이라는 용담댐을 건설하고 있는 모습, ‘고향’이 수몰지구가 되어 있는 황량한 풍경 앞을 만났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달라지다니…. 그곳을 본 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고향을 잃은 사람들’을 어떻게 그려나갈까 생각하면서 수몰지구에 관한 자료들을 하나둘 모았다. <화성으로 간 사나이>는 고향이 수몰지구인 두 남녀 소희와 승재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을 부르는’ 영화다. 소희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여자. 병으로 죽어가던 아버지는 어린 소희에게 차마 죽는다는 말을 못하고 “아버지는 화성에 간단다”라고 한다. 소희는 커서도 아버지가 화성에 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 소희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데, 단 한 사람 승재만이 진심으로 그녀를 믿어준다. 쌀쌀맞은 소희는 승재의 마음은커녕 존재 자체에도 관심이 없지만, 승재는 고집스럽게 소희를 사랑하고, 고향을 떠나버린 그녀를 오래도록 기다린다. 승재의 캐릭터는 초등학교 때의 여자를 못 잊어 서른세살이 된 지금도 다른 여자를 못 사귀는 친구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그 친구는 예전에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무작정 그녀를 18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는데, 하도 답답해서 “그 여자가 뭐가 그리 좋냐”고 물었더니 “그냥 보기만 해도 좋다”라고 답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승재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정신병자’ 남자로 그릴 생각이라고. 이야기는 2001, 1999, 1997, 1984년이라는 4개의 연도로 쪼개진다. 2001년 어느날 소희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메시지를 듣는데, 그건 승재가 화성에서 보내는 것이다. 메시지를 들은 소희는 기차를 타고 승재를 찾으러 떠난다. 시간은 1984년으로 거슬러올라가고,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 각자의 생활에서 재회까지 순차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초고는 김정권 감독이 썼고, <동감>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있다. 시나리오 수정만 스무번도 더 했는데, 수정 원칙은 단 하나. ‘수몰지구’ 속에 아름다운 추억과 이야기들이 잠겨 있음을 알게 해주자는 것이다. 위정훈 oscarl@hani.co.kr “너 소냐? 나, 최영의야” 한국 최강8- 양윤호 감독의 <바람의 파이터> “아… 아… 앞에 딱 서! 너 소냐? 나… 나… 나, 최영의야. 그리고 딱 뿔을 잡어! 그리고 내… 내리쳐. X나게 내리치는 거야…. X나게….” <넘버3>의 조필, 송강호가 오합지졸 똘마니들을 여관방에 꿇어앉혀놓고 풀어놓던 무용담의 주인공, ‘일본가서 맞짱뜨고 미국가서 맞짱뜨고 심지어 스페인의 투우소와도 맞짱을 떴다’는 전설적인 파이터 최영의(최배달). <리베라 메>의 양윤호 감독이 2고를 털어내고 3고째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 신작은 방학기의 동명의 만화를 각색한 <바람의 파이터>다. “<리베라 메> 끝나고 지난해 봄부터 바로 <바람의 파이터>를 준비했었다. 중간에 <남벌>이나 <빨치산>으로 방향을 틀었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가장 마음이 이끌렸던 최배달의 이야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일제시대 태어나 1938년 일본으로 건너가 실전무도 ‘극진 가라데’라는 새로운 무술을 창안해 현지 무도계를 평정했다는 실존인물 최배달은 1950년대 이후 ‘신의 손’이라고 불리며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고수와 대결하며 가라데를 세계적인 무술로 끌어올리게 되는데,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최배달의 어린 시절과 함께 그가 파이터로 성장하여 일본을 휩쓸고 미국 하와이 특설링에 서기까지를 담을 예정이다. 이후 최배달이 스페인으로 건너가 투우소를 상대로 대결했던 이야기나 프랑스 고수들과 붙었던 이야기 등은 연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배달과 관련된 자료는 생각보다 방대해서 자료수집의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일본에는 ‘극진 가라데’를 신봉하는 ‘가라데기파’에 의해 최배달에 대한 조사가 잘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포장된 최배달과 방학기의 <바람의 파이터> 속 최배달은 다른 느낌이었다. 영화는 원작인 만화에 충실하게 될 거다.” 세계의 고수들을 찾아가 하나씩 쓰러트리고 점점 강한 자들과 대결한다는 점에서는 단계별로 업그레이드되는 게임과 비슷한 형식이지만, 감독은 그 과정 속에서 최배달이란 인물의 내적인 성장 드라마를 보여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특히 자신과의 혈투 끝에 죽은 ‘료마’의 모자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고행을 하다가 결국 료마의 아들하고 화해하는 장면은 광활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담겨질 예정이다. 최배달이 고수를 찾아 일본 전역을 도는 로드무비 형식인 <바람의 파이터>는 요코하마, 교토, 고베 등의 필름 커미션을 통해 로케이션을 물색중이며, 최배달 역을 비롯한 파이터 캐스팅을 위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진행될 신인배우 공모를 거쳐 3월 말이나 4월 초 크랭크인한다. 백은하 lucie@hani.co.kr ▶ 주목!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하리라 ▶ 프로젝트1-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 프로젝트2-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 프로젝트3- 변영주 감독의 <밀회> ▶ 프로젝트4-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