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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죄의식, 내 사랑의 원죄 프로젝트5- 곽재용 감독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엽기적인 그녀>로 8년 만에 관객과의 재회에 성공한 곽재용 감독의 신작 <데이지>(에그필름 제작)는 오해가 낳은 사랑, 그리고 원치 않는 운명에 끌려다니는 세 영혼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멜로로,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인 2006년에서 현재인 2002년까지 시간을 거슬러온다. 킬러 박의, 경찰 정우, 화가 혜영, 세 사람이 번갈아 1인칭 내레이션을 들려주며 각각의 진술을 통해 사건이 전개된다. 박의는 살인을 저지른 뒤 시골 마을에 숨어든 킬러. 그가 숨어든 집 창 밖으로는 매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예쁜 여자 혜영이 보인다. 그림을 그리러 가는 혜영은 매일 기찻길을 건너다닌다. 냇물을 건너면 안전하지만 다리가 놓여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위험한 기찻길을 지나는 것. 어느날 밤 박의는 그녀를 위해 몰래 냇물에 다리를 놓아주고 다음날 그녀는 다리를 건너간다. 그날 그 시각 기찻길에서 사고가 터지고, 박의는 혜영의 보이지 않는 은인이 된다. 한편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혜영은 매일 자신을 그려달라고 찾아오는 한 남자를 만난다. 혜영은 그 남자가 예전에 자신을 위해 다리를 놓아주었던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경찰인 정우가 그렇게 한 이유는 그곳이 감시중이던 가게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였기 때문일 뿐.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박의는 질투심에 사로잡히고 결국 정우를 죽이려 한다. <데이지>는 원래 96년에 <귀>라는 제목으로 썼던 시대극을 현대판으로 각색한 것이다. 광해군 때 명나라에 파병되었던 병사가 전쟁터에서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말갈기에 피묻은 천을 묶어 보낸 뒤 말이 돌아올 때까지 영혼으로 떠돌면서 여러 귀신을 만나는데, 그들은 남자의 마음속 죄의식이 만들어낸 귀신들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데이지>는 현실에 집착이 강해 죽은 뒤에도 죽은 줄 모르는 영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죽은 줄 모르는 영혼이라는 점에서는 <식스 센스>와 비슷하다. 사실 곽재용 감독은 <식스 센스>를 보러 갔다가 “딱 5분 보니 유령인 줄 알겠더라. 큰일났다” 싶었다고. 하지만 <데이지>는 등장인물이 영혼이라는 것이 <식스 센스>와 비슷할 뿐, 영혼인 상태에서도 사랑과 죄의식에 집착하는 삼각관계쪽에 무게중심을 둔다. 그래서 중반부쯤 그들이 영혼이라는 것을 밝히고, 후반부는 서스펜스로 끌어가려고 한다. 원치 않는 운명의 수렁에 빠진 사람들을 다루는 이야기인 만큼, 스토리보다는 비장미의 표현에 치중할 생각이다. 위정훈 oscarl@hani.co.kr 아날로그 남자, 디지털 여자 프로젝트6- 박광춘 감독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많이 쉬었다고 하는데, 일부러 쉰 건 아닙니다. 더 쉴 생각은 없구요. (웃음) 그동안 할 얘기가 많아진 거겠죠.” ‘한국형 블록버스터’란 수식어를 달고 서울관객 40만명을 동원했던 <퇴마록>으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지도 만 3년4개월. 성공한 신인감독으로서는 꽤 오랜 휴식이었다. “스케줄과 제작비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했던” <퇴마록>의 기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성공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99년 캐스팅까지 끝냈다가 투자사들이 발을 빼면서 접었던 <개미지옥>도, 빠듯한 해외 로케를 전제한 <아나키스트>와 <비천무>도, 혼자 구상해본 투명인간 이야기도, 그의 인연이 아니었다. 그리고? 인간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령과의 고투라는 묵시록을 지나온 박광춘 감독의 두 번째 영화는, 뜻밖에 사랑이야기다. 6개월 전, 중앙대 연극영화과 후배라는 설준석씨가 써 들고온 시나리오를 본 게 <마들렌>의 시작. <마들렌>은 “삶의 매순간을 가슴으로 느끼며 살고 싶어하는 남자, 인생을 빨리 달려가고 싶은 느낌의 여자”의 진솔한 연애담이다. 독서를 즐기며 소설가를 꿈꾸는 대학생 남자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소신껏 대학 대신 미용사의 길을 택한 여자. 중학교 동창인 이들은 9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고, 사랑에 빠지기 전에 연애를 시작한다. 어딘지 구식인 남자의 느림과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여자의 경쾌함, 서로 다른 이들의 만남이 순간순간 쌓여가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 듯” 사랑이 다가온다. ‘마들렌’은 로버트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빵의 이름. 소설 속 주인공이 어느날 그 빵을 맛보는 순간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던 것처럼, 영화에서 ‘마들렌’은 실제 빵이라기보단 “기억을 끄집어내는 동기가 되는 맥거핀”을 의미한다. 서로를 알아가고 상처까지 보듬어가는 현재진행형의 과정, “혀끝에 저장고가 있는 것처럼 미각으로 느껴지는 사랑의 기억”이 ‘마들렌’인 것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로맨틱코미디도, 왕가위식의 우울한 멜로도 아니고, 가벼우면서도 느낌이 있는, 멜로지만 <청춘 스케치>처럼 청춘 성장영화 같기도 한” 영화가, 박광춘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젊은 사랑의 섬세한 초상이다. 물론 “대중과의 끈을 놓지 않는 선”을 고민하면서. 데뷔 전부터 의기투합했던 서우식 프로듀서와 함께 프리시네마에서 제작할 <마들렌>은, 현재 막바지 수정중인 시나리오를 2002년 1월까지 마무리짓고, 늦봄까지는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황혜림 blauex@hani.co.kr▶ 주목!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하리라 ▶ 프로젝트1-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 프로젝트2-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 프로젝트3- 변영주 감독의 <밀회> ▶ 프로젝트4-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

주목! 2002년 기대작 [4] - 변영주 감독의 <밀회>

“나이 들어서 하는 연애인데, 성공해야죠.” 변영주 감독이 목하 ‘열애’중이다. 그런데 상대가 바뀌었다. 서너달 전만 하더라도 유괴를 소재로 한 <피크닉>이었는데, 지금은 ‘멜로’영화 <밀회>에 빠져 있다. 사실, 동지이자 단짝인 신혜은 프로듀서가 “이거 한번 해보자”고 했을 때만 해도, 그는 일언지하에 싫다고 거절했다. 원작인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99년 다큐멘터리 <숨결>을 완성할 무렵, 읽고서 “영화 하면 죽이겠다”고 호언한 소설이었지만, 아무래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도 그렇고, 내가 찍어온 다큐 속 할머니들도 다들 뿜어내는 발산적인 캐릭터인데, 소설 속 주인공은 정반대로 삭이고 수렴하는 인물이라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다.” 그렇다면, <피크닉>을 연기하고, <밀회>를 즐기기로 맘먹은 이유는 뭘까. 그의 ‘변심’은 어쩌다 나간 동창회에서 시작됐다. “대학 졸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는 친구를 20년 만에 봤는데,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저 친구도 나랑 똑같이 세상과 싸우면서 버텨왔구나 싶더라.”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처음엔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망연자실해하지만, 결국 지금까지 자신이 갇혀 살아왔음을 자각하게 되는 30대 초반의 주부 미흔에게 마음이 가닿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난 지금도 스크루지 영감이 나오는 동화 <크리스마스 선물>을 떠올리면 무섭다. 과거, 현재, 미래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다는 이야기에는 호기심 이전에 두려움 같은 게 든다. 이번 영화도 그런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머물러 있고, 갇혀 있던 미흔이 규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자기가 몰랐던 어떤 이면의 모습을 알게 되는 과정을 쭉 따라갈 생각이다.” 현재 ‘보존과 폐기의 법칙’을 적용, 각색을 마친 시나리오는 원작의 에피소드를 좀 줄이고, 미흔이 본능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남자 규의 직업을 바꾸고 비중을 높이는 정도로 마무리가 된 상태. 대신 원작이 주인공인 미흔의 심리적 내레이션이 주가 되는 터라 영화에선 이를 대신할 만한 공간이나 이미지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요즘 “바다가 아니라 흡사 늪과 같은 느낌의” 남해에서 낮엔 자판기 커피와 밤엔 소주에 의지, 권혁준 촬영감독과 함께 종일 햇빛, 바람 등을 체크하며 헌팅에 몰두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변영주 감독이 멜로영화를?”이라고 놀라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들 또한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높다. 감독의 각오 또한 그에 못지않다. 그는 여성적인 시선과 목소리로 사물을 보고 느낌을 표현하되, 이론이나 비평을 위한 여성주의 대신 통속성을 공격적으로 수용한 원작의 장점을 잘 살려, 대중적인 호소력이 있는 ‘우리 시대, 멜로영화’를 내놓겠다고 말한다. “연애라는 건 누군가를 사랑하고 책임을 부여받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선택한, 어떤 극대화된 감정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걸 통해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영화 속 인물들은 더 그렇다. 특히 그들의 사랑은 상대의 불행이 자신에게 유혹으로 다가온 경우다.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미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사랑을 나눈다. 열정을 거세당하고 일찍 늙어버린, 30대 내 또래 관객이 보고서 안타까워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어떤 영화 행복은 무지의 다른 이름이었을까. 갓 서른살을 넘긴 전업주부 미흔은 성탄 전야에 한 여자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남편 효경의 직장 후배이며, 영우라는 이름을 가진 20대 여자는 할말이 있다며 집을 방문해도 되겠느냐 묻고, 별 생각없이 응낙한 미흔은 이어 효경, 영우와 함께 어색한 술자리를 갖는다. 그러나 만취한 영우는 불쑥 효경에게 자신을 재워달라고 애원하고, 어처구니없어하는 미흔에게 자신은 효경과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말한다. 그 일이 있은 지 2년. 미흔은 효경을 따라 시골로 이사하지만, 여전히 두통과 불면에 시달린다. 그렇게 점점 말라가던 어느날, 미흔은 우연히 의사 규를 만나게 되고, 그의 향기를 맡고 생의 기운을 되찾는다.

창백한 여신, 케이트 블란쳇

코스튬 드라마 두편의 여주인공이 나란히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지난 1999년.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기네스 팰트로가 판정승을 거뒀지만, 진정한 트로피의 임자는 <엘리자베스>의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주장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푸른 숲과 황금빛 햇살을 닮은 소녀에서 밀랍인형처럼 창백하고 근엄한 군주로 거듭나는, 진폭 큰 변신에 성공한 그녀에게, 관객이 특히 평단이 열광했다. 그러나 케이트 블란쳇 자신은 덤덤했다. 최고의 여배우라는 할리우드의 찬사를 뒤로 하고, 그녀가 달려간 곳은 연극무대. 영화제가 사랑한 배우라는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사람들은 경고했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Shut up!” 이 한마디를 남기고 표표히 사라졌다는 후문. 누구는 그녀에게서 젊은 시절의 미아 패로를 떠올리고, 누구는 전성기 때의 메릴 스트립을 떠올린다. 그러나 케이트 블란쳇을 여느 배우에 비교하려는 시도는 무모하다. 창백하다 못해 투명한 피부, 마린 블루의 서늘한 눈매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영묘한 기운은 그녀를 이 시대의 여왕 또는 여신으로 추앙하게 한다. <엘리자베스>의 깊은 위엄과 <반지의 제왕>의 천상의 신비는 케이트 블란쳇이 아니고는 그렇게 리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은 아니지만, 한번 보면 좀처럼 잊기 힘든, 강하고 이색적인 마스크는, 어쩌면 다양한 캐릭터로 뛰어드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출세작이 <엘리자베스>이고 보면, 시대극 전문 배우로 굳어갈 위험도 분명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케이트 블란쳇의 직관과 재능은 한 가지 스펙트럼으로만 분사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뒤에는 <에어 콘트롤>에서 평범한 주부가 됐고, <우는 남자>에서는 밤무대 댄서가 됐으며, <기프트>에서는 카드점을 보는 심령술사로 분했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요정의 여왕 갈라드리엘로 돌아왔다. 더도 덜도 없이 ‘딱 좋은’ 캐스팅. 케이트 블란쳇은 종종 영국 아가씨로 오해를 받지만, 실은 호주 출신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호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케이트 블란쳇은 조용하고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 가입하면서 연기의 맛을 알았지만 확신이 부족해 대학에서도 순수미술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배우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깨달은 순간,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고, 국립 드라마 스쿨로 이적했다. 졸업 직후에 <햄릿> <올레나> 등으로 호주 연극계를 평정했고, 몇몇 TV드라마를 거친 뒤, 브루스 베레스퍼드의 <파라다이스 로드>로 스크린 데뷔를 했고, 질리언 암스트롱의 <오스카와 루신다>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호주 출신의 풋내기 배우는 <엘리자베스>의 캐스팅 단계에서 고운 시선을 받지 못했지만, 결국엔 자신의 모함꾼마저 팬으로 만들기에 이른다. “니콜 키드먼, 멜 깁슨, 제프리 러시, 러셀 크로…. 인구 2천만명의 나라치고는 스타 배출을 정말 많이 하지 않았냐”고 자랑삼아 이야기하면서도, 케이트 블란쳇은 ‘국제적인’ 배우이길 고집한다. 영화에 국적이 무슨 의미며, 동질성과 이질성을 언급할 필요가 무엇이냐는 것. 2001년 지난 한해는 케이트 블란쳇 생애 가장 바쁘고 의미 깊은 시간들이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촬영을 마무리지었고, <밴디트>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호흡을 맞췄으며, <쉬핑 뉴스>에서 악처 변신에 성공했고, <샬롯 그레이>에서 레지스탕스가 됐다. 그 와중에 극작가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그토록 소원하던 아기도 얻었다. 케이트 블란쳇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에 시도한 적 없는 새로운 작품과 역할을 다시 물색할 것이라고. “스타덤, 부와 명예는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다.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던 감독,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을 만한 위상을 지키는 것, 그게 내 바람이다. 나머지는 다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거품을 뺀, 연기의 정수, 삶의 정수를 향한 케이트 블란쳇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꽃은 지고, 일출은 한순간일지라도

남녀를 불문하고 <작은 아씨들>에 좋은 기억을 갖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책과 글을 좋아했던 소녀라면 자신 역시 조세핀이 된 기분으로 꿈에 잠겼을 법하고, 소년들은 사랑스러운 자매들과 점차 가까워지는 로리 로렌스처럼 수줍은 기분으로 각 소녀들의 매력에 가슴을 설을 법하다. 위노나 라이더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출연했던 영화판들 역시 매력이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작은 아씨들’이다. 크리스마스날 아버지에게서 온 편지의 ‘다음에 만날 때까지는 모두들 작은 아씨들이 되어 있기를’이라는 강령에 따라 모두들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천로역정을 매뉴얼 삼아 밤낮 분투하는 소녀들의 모습은 왠지 우스꽝스럽고 귀여운데 동화용으로는 교훈적인 면만 강조한 때문인지 이들의 인간적인 면은 꽤 사라졌다. 이를테면 갸륵하게도 어머니의 여비를 위해 아끼는 머리채를 잘라 판 조가 침대에서 울고 있는 것을 보고 메그가 “울지 마, 아버지는 곧 나아지실 거야”라고 위로하자 “난 내 머리 때문에 그러는 거야”라고 대꾸하는 장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범의 화신들보다 얼마나 깜찍한가. 미와 다정함의 아이콘 같은 메그 역시 삽질에서는 동생에게 지지 않는다. 부르크 선생이 은근히 마음에 들지만 막상 그의 청혼은 마구 튕기면서 뻐기다가 때마침 방문한 마치 할머니가 다짜고짜 메그에게 “저런 놈과 결혼할 생각이냐”라고 흥분하자 갑자기 “내 결혼은 내가 하는 거예요”라고 같이 발끈한다. 이러다 상황이 우습게 돌아가 그만 그와의 약혼에 이르고야 마는 것이다. 언니가 능글맞은 구혼자를 격퇴했을 것이라 믿었던 조의 눈에는 믿을 수 없는 러브신이 펼쳐지고, 뛰쳐나와 “누가 이리 와 봐요, 부르크가 메그에게 이상한 짓을 하고 메그가 그걸 좋아하고 있어요!”(!!)라고 생생하기 짝이 없는 표현으로 고래고래 고자질하지만 아무도 동조해 주지 않고 되레 새로운 커플을 축복하자 조는 다락으로 뛰어가 충직한 쥐들에게 이 슬픔을 하소연한다. 주인공답게 조의 기박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속편 <행복한 신부들>에서 가족들에게 “나는 누구 신세를 지는 것 따위는 딱 질색이야”라고 토하는 열변을 하필 오랜 꿈인 유럽여행 동반을 제의하러 온 친지들이 밖에서 듣는 바람에 “신세 지는 것이 저렇게 싫다니 어쩔 수 없겠군…”이라는 상황이 전개되어 행운을 잡은 것은 엉뚱한 에이미. 조에게 걷어채인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도피성 유럽여행을 떠났다가 에이미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뒤 집으로 돌아온 로리는 조에게 고백한다. “내 마음속에서 너와 에이미는 한 사람과도 같아.” 갓 결혼해서 처음 처가를 방문한 새 신랑이 처형에게 하는 말치곤 참으로 걸작이 아닐 수 없다. 이만하면 어린이 명작은커녕 치정소설의 반열에 올라도 전혀 모자라지 않을 터인데, 메그가 돈없는 가정교사한테 시집가서 밤낮 살림에 허덕거리는 모습이 리얼한 것을 보면 어쩌면 진정한 성장소설 같기도 하다. 소녀들에게 ‘자 봐라. 이런 것이 인생이다!’라고 말하는…. 전편에서도 죽을 고비를 넘겼던 베스는 로리에 대한 외사랑을 품고 상사병으로 끝내 세상을 뜬다. 죽기 전에 ‘왜 다들 집을 떠나려고만 하지? 언제까지나 같이 살면 좋을 텐데. 나는 집이 가장 좋아’라며 호러영화 분위기로 섬뜩하게 중얼거리는 장면은 ‘나는 죽어서도 집이 좋아’라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집귀신으로 재등장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이 오싹하다. 어쨌거나 결국 우리의 조세핀 마치는 주변의 경악을 뒤로 하고 무지 늙은 프레드릭 선생과 결혼해버린다. 작은 아씨들의 ‘우먼’과 같이 ‘레이디’를 밤낮 강조하는 애니메이션 <작은 숙녀 링>의 원작 코믹스의 엔딩은 더더욱 고단하다. 아버지는 돌아가셔, 사랑하는 남자는 형부가 돼버려, 계모가 아들을 낳는 통에 상속권이고 뭐고 넘어가, 참으로 인생이란 심란하기 그지없다. 혹여 어린 시절의 추억을 훼파하였다고 분노하지는 마시길. 어찌 그들은 밤낮 이슬만 먹고 살겠으며, 좋아하는 사람들을 언제까지 열여섯살로 남길 수야 있으리. 꽃은 지고, 일출은 한순간인 법. <빨간머리 앤>의 몽고메리가 쓴 ‘에밀리’의 한 구절로 마무리하자. 열렬한 작가지망생 에밀리 스타는 격한 성격의 단짝인 아일즈 번리와 종종 다투곤 하는데, 어느날 장난감 집 문제로 머리끝까지 화가 난 아일즈는 에밀리에게 말한다. “내가 너보다 좋은 시를 쓸 수 없다면 목을 매달아 자살해 버리겠어.” 에밀리는 대답한다. “내가 밧줄 살 돈을 보내주마.” 사실 소녀들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멋진 존재다. 김현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서식중. 정확한 거처 불명. 키워드는 와일드터키, 에반윌리엄스. <누가 뭐래도 버번은 007이라는 메리트가 있는 것이다!> NEO_HEART_BREAKER@HOTMAIL.COM(하트브레이커는 <하트브레이커스>가 아니라 하트브레이커 ‘더 키드’ 숀마이클님이심.)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원작과 영화

● “언젠가는 풍성했던 것들이 이젠 다 사라져버렸다.” 이것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피터 잭슨 감독의 수백만달러짜리 영화 <반지의 제왕>의 맵싸한 오프닝 멘트다. 충실함의 부재는 잃어버린 시간에 비하면 별로 화젯거리도 못 될 것이다. 영화화하기로 한 J.R.R.톨킨 컬트 3부작 중 상당히 무절제해 보이는 이 첫편에는 어딘가 애조띤 톤이 섞여 있다. 호빗 거실의 아늑한 한구석에서부터 어둡기 이를 데 없는 모르도(Mordor)의 척박한 산야에 이르기까지, 북구 요정에서부터 푸른 얼굴의 오르크에 이르기까지, 홍콩 장인들의 손을 빌려 디자인하고 장치한 마법사들의 전쟁에서부터 느릿느릿 결말에 이르기까지, 피터 잭슨의 각색과 영화화 작업은 확실히 그 나름대로 성공적이다. 역사적 유물이 마침내 삶을 얻은 것이다. 미국에서 <반지의 제왕>이 개봉하자 특정 연령대(그리고 어쩌면 특정 성별)의 비평가들은 스스로의 해리 포터를 얻은 셈이 돼버렸다. 정말, 컴퓨터그래픽 처리된 군중과 부패한 악귀들과의 전쟁과 연기에 싸이고 뒤틀린 이미지들을 보노라면, 혹은 간달프 더 그레이(알아보기 어려운 이안 매켈런)의 재치와 잠언을 듣노라면, 나는 톨킨의 상상 속의 세계가 12살 시절 내 머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었는가, 그리고 시간을 초월한 선과 악의 영원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이제 와선 내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가,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게서 그 삼부작의 매력은 신기한 지도들과 새로운 언어들과 마지막권 끝에 수백페이지에 해당하는 부록에 의해 더욱 증폭됐었다. C.S. 루이스의 <나르니아>와 달리, 톨킨의 중간계는 특정 종교와 관련있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반지의 제왕>이야말로 신성한 텍스트 그 자체였다. 무슨 말이냐면 이 책은, 야구와 통계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추상의 기쁨을 향한 문학적 아날로그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주었다는 뜻이다. 그 당시 <반지의 제왕>의 영화화란 신성모독쯤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랠프 박시가 만든, 불운했던데다 이젠 거의 잊혀져버린 애니메이션 버전은 중심없이 흔들렸고, 절대악의 힘에 대항하는 보잘것없지만 용맹한 족속들에 대한 톨킨의 테크놀로지 이전의 판타지(pre-technology fantasy)를 나타내기 위해 잭슨은 온갖 디지털 마법을 다 부리고 지휘했다. 그 효과는 문학적이라기보다 자구대로의 기계적 해석에 가까우며, 고풍스럽다기보다 최신 유행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들인 공과 기술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불가능한 크레인숏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시각적으로 영역이 한층 확장돼 보인다. 부자연스럽게 푸르고 둥근 뉴질랜드의 풍경조차 불가능한 협곡과 계곡에 힘입어 보기 나아졌다. 톨킨의 종종 과장된 묘사들에 부응하는 잭슨 감독의 유일한 이미지는 아마도 떨어지는 낙엽들과 냇물처럼 흐르는 햇살(땅거미 속의 팬파이프 소리야 말할 것도 없고) 등을 포함할 것이다. 가장 강한 시퀀스는 실질적으로 단색이다. 무너진 신전들이 광활한 지하도시의 무너진 기둥들 사이에 세워졌으니 말이다. 나는 한때 <반지의 제왕> 신도였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이 책을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았었다. 이젠 더이상 그런 충실한 신도는 아니지만, 과거 이것은 확실히 종교의 면모마저 얻었었다. 이것은 60년대 반문화의 화려한 날개 위에 뿌려진 마법의 주문이었다. “프로도 만세” 배지들과 엘프어로 쓰인 반전 낙서와 구호들은 이제 어찌되었는가? “간달프의 가든” 등의 이름을 단 언더그라운드 신문들과 중간계의 노래들을 부르던 살짝 돈 듯한 사이키델릭 음유시인들은 또 어떻게 되었는가? 이 작품의 은유들은 확실히 적절했다. 이 세계가 호빗과 오르크, 혹은 리처드 닉슨을 일종의 우울한 골럼(<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괴물)으로 파악하고 있는 이들로 불쾌하게 나뉘어져 있다는 환각에 빠졌던 것은 나뿐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구상중이던 30년대 후반에 쓴 에세이집 <마법의 이야기에 관하여>에 따르면, “‘다른 세계’를 만들거나 꿈꾸는 것이야말로 마법(fairy) 이야기의 심장”이다. 어떤 이들은 확실히 톨킨의 우주적인 투쟁과 우리의 오늘날 투쟁에 어떤 평행선을 찾을 수 있겠지만 이 세계를 참조하고 싶은 생각은 <반지의 제왕>한텐 눈곱만치도 없을 것이다. 톨킨에게서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바람직한가”였을 뿐, “무엇이 가능한가”는 별 고려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새로운 욕망을 일으켜 깨어나게 했다면, 때로는 버겁더라도 때로는 만족시키기도 하면서, 그들은 성공한 것이다….”

[17:50] KTB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의 하성근 이사

매서운 바람보단 웅크려 있던 한기가 더 오싹하다. 끓기 시작한 커피메이커의 수증기도, 틀어놓은 지 꽤 된 것 같은 온풍기도 별반 효과가 없다. 그런데도 새해 첫날 오후부터 홀로 회사에 나와 이것저것 둘러보는 하성근 이사의 얼굴은 왕성한 원기, 혈색 가득이다. 금연을 다시 시도한 지 채 하루가 안 됐으니 그 때문은 아니고. 7년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은 운동 덕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마음고생 심했던 신사해를 뒤로 젖혔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약 180억원을 10편의 영화에 투자했지만, 개봉한 6편 중 충족감을 안겨준 건 <번지점프를 하다> 한편. <무사>의 경우, 본전은 찾았지만 품었던 기대가 컸던 터라 남는 아쉬움을 지우기도 수월치 않았고, <눈물> <소름> <베사메무쵸>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관객의 외면을 묵묵히 견뎌야 했던 영화들에 투자심사를 맡았던 이로서의 부담감도 심심치 않았을 것이다. “돈 벌려고만 투자하는 건 아니지만 그전까지는 운 좋은 놈이라는 소리 들을 정도로 잘 나가다 최악의 해를 맞았으니… 뭐 허허 좋다고 다닐 수만은 없었겠지요.” 두달 전 모회사인 KTB네트워크로부터 분가, KTB엔터테인먼트라는 새 명찰을 큼지막하게 대문에 내건 화사한 이층집으로 옮긴 것도 주저없이 휴일 회사행을 택한 이유 중 하나. “넥타이 매고 금융가로 출근할 땐 하다못해 야근할 때도 수위 아저씨 눈치를 봐야 했는데 그런 게 없어 좋고, 이젠 영화사들이 몰린 압구정으로 옮긴 탓에 좀더 많은 영화인들과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는 그다. 더 배우려면 더 어울려야 한다는 신조에 한결 자유롭고 가벼워진 회사 크기만큼 하성근 이사가 내보인 올해 KTB엔터테인먼트의 영화투자 부문 구상은 좀더 공격적이다. 몇편 하겠다고 못박는 대신 유동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적어도 올해는 다양한 장르영화 15편에 쏟아부을 투자액이 200억원이 넘는다. 또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시작으로 상반기 라인업에 <울랄라 씨스터즈> <해적, 디스코왕 되다> >H> 등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고, 하반기에 강제규필름이 제작하는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2002년부턴 배급사를 정해서 주도적으로 간다는 복안이다. 현재 배급에 뜻을 두고 있는 투자사, 제작사들과 논의를 진행, 조만간 발표한 뒤 시동을 걸 채비를 하고 있다. 내일이면, 하루에도 20명씩 찾는 방문객들과 다시 마주 앉아야 한다는 그는 그전에 몸을 풀 요량으로 전날 심야에 극장을 찾았다 매진 사례로 보지 못한 <반지의 제왕>을 만나겠다고 서둘러 눈길에 나섰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 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미치겠다! 우린 1월1일 0시부터 달린다 ▶ [00:00] <반지의 제왕> 개봉한 메가박스 앞 ▶ [03:30] 쿠앤필름의 시나리오 작업실 ▶ [09:00] <마리 이야기> 배급 준비하는 배급전문회사 청어람 사무실 ▶ [11:00] 음악감독 이동준 작업실 ▶ [12:40] <서프라이즈> 크랭크인 고사 ▶ [14:00] <예스터데이> 프로덕션 디자이너 김석민 사무실 ▶ [15:30] 서울극장 <나쁜 남자> 이벤트 홍보현장 ▶ [17:50] KTB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의 하성근 이사

[03:30] 쿠앤필름의 시나리오 작업실

그동안 별별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지독한 ‘감금’ 생활을 참아내지 못해 누군가는 탈출을 시도했고,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해 심한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이들의 처소에 멋모르고 찾아들었던 남자들은 심지어 ‘봉변’을 당했다는 등등…. 두문불출한 지 300일,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세 마녀를 둘러싼 풍문은 그러했다. 침입을 강행하면 거처를 옮기겠다는 위협이 없지 않았지만, 연금술을 행하느라 기진한 이들이 깊은 새벽의 느닷없는 방문을 막아낼 만한 여력은 없었을 터. 특히 쿠앤필름의 험상궂은 남자스탭들(구본한 대표를 포함, 이들은 모두가 거의 밀다시피 한 ‘빠박이’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에 바리캉을 준비해놓고 조금이라도 웃자라는 머리카락은 가차없이 쳐낼 정도다. 물론 그동안 쿠앤필름이 내놓았거나 현재 갖고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이같은 헤어스타일의 상관관계는 확인된 바 없다)이 휴가를 간 것도 입성을 수월케 했다. 그렇게 들여다본 마법의 성은, 그러나 상상과는 딴판이었다. 2층에 마련된 작업실은 안온했고, 세 마녀들이 모여 앉은 테이블 위에선 ‘또도독’ 거리는 자판소리와 진한 귤 향기만이 얹혀 있었다. 어지럽게 놓여져 있을 법한 폐지 또한 없었다. 대신 신 별로 간단한 내용을 적어, 순서대로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화이트 보드만이 병풍처럼 둘려져 있었다. “마무리 손질중이지요.” 김은숙 마녀, 아니 감독은 인사 대신 5월에 촬영에 들어갈 산악멜로영화 <빙우>(가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내놓는다. 20대의 우성과 30대의 중현이 험준한 고봉을 오르다 조난을 맞게 되는 상황을 씨줄로, 실은 두 사람이 과거에 한 여자를 사랑했던 사이였다는 회상이 날줄로 정교하게 묶였는지 체크하고 있는 중이라고. 문득 스치되 오랜 파문을 남기는, 쿨한 멜로영화였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을 돕는 이는 박미영 작가와 서지영 기획실장. 처음엔 서로 다른 출신성분 때문에 같은 장면을 합의된 전제하에 써도 전혀 다른 장면이 제각기 튀어나왔다는 이들은 지금은 아파도 함께 앓는 정도가 됐다. 소화불량과 위염으로 투병중인 탓에 하루 한끼는 적어도 생식을 취한다는 이들이 위에 좋다며 건네준 홍삼캔디의 단맛 때문이었을까. 임오년 새벽의 공복은 더디게 찾아왔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 사진 정진환 jhjung@hani.co.kr ▶ 미치겠다! 우린 1월1일 0시부터 달린다 ▶ [00:00] <반지의 제왕> 개봉한 메가박스 앞 ▶ [03:30] 쿠앤필름의 시나리오 작업실 ▶ [09:00] <마리 이야기> 배급 준비하는 배급전문회사 청어람 사무실 ▶ [11:00] 음악감독 이동준 작업실 ▶ [12:40] <서프라이즈> 크랭크인 고사 ▶ [14:00] <예스터데이> 프로덕션 디자이너 김석민 사무실 ▶ [15:30] 서울극장 <나쁜 남자> 이벤트 홍보현장 ▶ [17:50] KTB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의 하성근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