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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욕`의 승부사 강우석 연구 [5] - 인터뷰 ②

비즈니스맨 강우석에게 묻는다 -한국영화계에서 최고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실감할 때는 어떤 순간인가. =캐스팅할 때와 이 영화 해보자 했을 때 주변에서 오는 자신감. 아, 그리고 돈을 집행하는 속도다. 내가 의사결정 전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한번 결정하면 논스톱이다. -그렇다면 ‘파워1위’라는 위치가 부담스러울 때는 언제인가. =내가 워낙 지르고 시작하는 놈이니까, 어? 내가 왜 질렀지, 할 때다. 지금이야 돈 집행을 내가 안 하지만 옛날에는 사람욕심이 많아서 돈 날린 게 수십억 된다. 누가 와서 생활비 떨어졌다, 돈 필요하다고 하면 왜 나만 돈버나, 에이 같이 먹고 살자, 했던 적이 많았다. 결국 그것이 워버그핀커스 들어오기 전까지 회사에 돈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고. -집행사항 중 제일 후회되고 마음에 짐으로 남았던 결정은 뭔가. =후회라고 한다면, 편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을 대기업 하고는 절대 손 안 잡는다는 고집 때문에 삥 돌아서 간 거다. 삼성이나 대우랑 했으면 편하게 했을 텐데 너네들 꺾는다는 마음이 있었다. 실제로 어떤 놈이 돈만 가지고 영화판 들어와서 파워1위 한다면 나는 영화인 안 할 거다, 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으니까. 사실 그때 조금만 양보했으면 돈 많이 벌었을 텐데 하는 거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람은 돈으로 안 된다는 거다. 사람은 애정과 함께 가야 되더라. 한때는 파워게임 때문에 감독 9명을 감독료 먼저 주고 묶어두려고 했다. 남들이 먼저 데려갈까봐 못하게 돈부터 지른 거지. 그런데 결국엔 다 다른 데서 일하더라고. 그렇게 얻은 교훈은 돈만 가지고 뭔가를 도모하지 말자는 거다. -초대 1위를 굉장히 오래 고수하고 있는데…. =그래서 내가 건강이 얼마나 나빠졌는데, 그거 유지하느라고. (웃음) -항상 1위한텐 적이 많고, 나쁜 소리도 많이 나오게 마련이다. =대부분 적이지. 대부분. -그동안 들었던 비난 중에 정말 부당한 것과 정말 뜨끔한 건 뭔가. =뜨끔한 걸 먼저 얘기하자면, 강우석이한테는 웬만하면 좋게 가라, 안 좋아도 당신 좋아합니다, 하는 척해라, 그 사람이 도와주는 건 잘 못하는데 해코지는 전문이다, 이런 거지. 어떤 사람이 이유도 모르게 망가지고 있어. 이건 분명 강우석이가 한 짓인데 전혀 티도 안 나고 이런 거 있지 않나. 내가 정정당당하게 일하자고 했는데 뒤에서 뒤통수친 놈치고 그냥 넘어간 놈이 한놈도 없다. 물론 킬러고용하고 그런건 아니지만. (웃음) 이런 경우엔 그놈 영화가 나오면 같은 날 흥행될 영화 앞뒤로 붙여서 아예 죽여버렸다. 몇년 전에 정말 있었다. 그런 일과 관련된 이야기 들으면 뜨끔하지. 하지만 요 근래는 없었고. 지금은 많이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부당하다고 한다면, 1위라고 해서 그런지 인신공격이 너무 심해. 결국 어느 순간 내가 귀를 딱 막아버렸다. 가장 심하게 매도한다고 생각한 거는 돈에 대한 헛소문날 때 진짜 섭섭하더라. 무슨 영화에서 강우석이가 30억, 50억원 벌었다더라 하면, 정말 같이 일해 보지 않으면 내가 그 돈을 다 사유재산화한 줄 안다. 하지만 김미희, 김상진이나 장윤현이나 다 안다. 내가 돈에 대해 얼마만큼 나약한 놈이고 얼마만큼 마음을 비웠는지. 시네마서비스는 연간 ‘똔똔’만 해라, 남는 돈 가지고 내 밑에서 망하든 벌든 끊임없이 영화찍어라, 그 대신 너네 중에 부자가 나와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아니, 자기 새끼도 못 먹이는 오야붕이 무슨 오야붕이냐고. 나는 편당 얼마 챙긴다거나 이런 건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10억원을 막으려면 100억원짜릴 저지르는 스타일이다고 하던데, 공격적 경영 스타일은 선천적인 것인가.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 내 경영의 가장 큰 장점은 망할 거에 대해선 미리 포기하고, 망한 거에 대해선 후회 안 한다는 거다. 공격적인 경영은 지르는 게 빠르다는 것일 거고 다른 의미는 뒤를 절대로 안 돌아본다는 거다. 회사 망해도 나는 언제나 맨몸으로 돌아갈 자신이 있단 말이다. 감독으로 돌아갈 거라는 거. 또 하나 오버하자면 떠벌려놓고 내가 그걸 지키려고 노력하는 거, 그게 내 가장 큰 장점이다. 예를들어 어떤 기사를 통해 올해 나 영화 15편 만든다 말해놨으면, 야, 너 기사봤지? 2편만 찍어주라, 식으로 안 되더라도 맞추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런 스타일이 아마 공격적으로 보인 이유일 거다. -강 감독이 본격적으로 영화비즈니스맨이 된 계기가 서울극장 곽정환 회장의 권유라고 하던데. =그건 절대 아니고 과정으로 선택했던 것뿐이다. <마누라 죽이기>를 끝내고 나니 내 앞에 제법 큰돈이 있더라고. 물론 내가 돈에 대한 한이 있었던 놈은 아니지만 돈 때문에 불편한 적은 많았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이 돈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가. 자, 내가 지금 이걸 먹고 말 것인가, 아니다, 내가 이 돈을 종잣돈으로 해서 간다, 극장 배급과 편수 늘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네마서비스를 만들었고 극장 체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극장은 내 발로 찾아들어간 거다. -서울극장과 무관한 회사가 된 계기는 외자유치라고 보면 되나. =밀월관계 유지하는 게 과거엔 나하고 곽 회장이었는데 이제 김정상 사장과 곽회장으로 바뀐 거지. 서로 무시못할 관계니까. 우린 영화편수가 너무 많고 우리 입장에선 서울극장이 꼭 필요한 거니까. 나하고 곽 회장은 일을 떠나서 선배고 동료고 곽 회장은 나에게 아버지 같은 분이다. 이건 끝까지 가는 거다. 다만 곽 회장은 늘, 우석아 너무 멀리 가지 마라, 너무 크게 벌리지 마라, 영화는 언제나 망할 수 있는 사업이다, 걱정한 거고 나는 한번 해볼게요 했던 거다. 이제 곽 회장은, 야! 넌 이미 너무 크게 벌려서 강 건너 간 놈이니까 네 길로 가, 그런다. 분배 이런 거랑은 아무 상관없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순간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 볼때 정말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어떻게 그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나. =97년은 그래도 <투캅스2>가 워낙 돈을 많이 벌어놔서 괜찮았지만 98년, 99년은 정말 어려웠다. 아, 진짜 어려웠다. 시네마서비스 만든 이후 부도날 위기를 3번 겪었는데 중소기업 사장들이 왜 자살하는지 이해가 되더라. 12시까지 술이 떡이 되게 먹고 들어와도 새벽 1시에 거실에 앉아서 아침 7시까지 담배피우고 있는 거야. 입이 다 헐게 담배 한갑 다 피우고 앉아 있으면서 이건 감독만 하라는 뜻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참 다행히도 그때마다 살아남을 만큼의 영화가 뒤에서 받쳐줬다. <투캅스> 만들고 교만에 넘쳐 만든 영화들은 다 깨졌다. 18억원 부채 안고 <투캅스2> 찍고 살아났지. 그 이후 또 까분다고 이것저것 찍다보니 또 부도가 닥쳐. 그때 <편지> <여고괴담>이 살려. 마지막 어려움이 닥친 게 99년이었는데 이번엔 <인정사정…>이 살렸다. 이게 망했으면 <텔미썸딩> <주유소…> 개봉도 못했을 거다. 해마다 2달 웃고 10달을 울었다. -처음 그렸던 시네마서비스의 청사진에 얼마나 가까워졌나. =70% 정도? 지금 같은 모습은 배급을 모르던 시절부터 그려왔던 거다. 스튜디오 만드는 것도 즉흥적인 게 아니다. 돈이 들어온다면 편집실, 녹음실까지 들여오고 싶다. 마지막 목표는 감독들이 시나리오만 들고 들어와도 캐스팅부터 유통까지 끝내는 시스템이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하지만 투자·배급할 영화를 결정하는 건 여전히 강 감독의 몫이다. 그런 면에선 여전히 경영의 제일선에 있는 것 아닌가. =돈에 대한 투자 외에, 즉 작품선택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한다면 아직 그렇다. -강 감독의 영화투자 스타일은 대기업이나 금융자본과 다르다. 어떤 때는 시나리오도 안 보고 투자한다. 어떤 생각으로 시나리오도 안 보고 투자하는 모험을 하는가. =시나리오 보고 앞뒤 다 잰 뒤에 영화하면 1년에 1, 2편밖에 못한다. 대신 가능성을 보는 거다. 박기형은 단편영화 하나 보고 <여고괴담> 감독시켰다. 절대 배신하지 않더라. 나도 그렇게 커왔는데 뭐. 누가 시나리오만 보고 흥행을 예상할 수 있나? 그런 사람 데려오면, 내가 연봉 10억 주겠다. 흥행에는 도사 없다는 거다. 그래서 안 되는 놈도 또 시켜보는 거고 되는 놈도 너 가라, 할 수 있는 거지. -강 감독은 영화인과 비영화인에 대한 구분이 확고하다. 대기업 자본, 금융자본 등 외부 투자자에 대해 자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초록물고기>나 <이재수의 난>에 이어 이번에 <취화선>에 투자한 것을 보면 나는 그들과 다른 영화인이라는 자존심의 표현 같다. =지금의 내 논리는 그 차이보다는 이거다. 돈을 번다면 그 돈을 예술영화에 환원해야 된단 말이다. 상업영화가 안 되면 예술영화가 죽는다는 거지. 나 홍상수 감독 영화 별로 안 좋아해. 그래도 같이 일하고 싶어. 왜? 그 사람이 대외적으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뭔가 할 것 같으니까. 그렇다면 일해야지. 만약에 올해 시네마서비스 라인업이 <취화선>이나 <생활의 발견>이 없다면 얼마나 답답하나. 구색맞추기가 아니라 영화를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고 싶은 거지. 까먹는 영화가 나온다면 의미있는 영화를 까먹어야지. 솔직히 <취화선>은 회사에 여유가 있으니까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제보니 장사도 될 것 같다. 만약에 칸 가서 본상받으면 또 얼마나 좋은가. 물론 내가 붉은 계단은 못 밟겠지만 와, 저놈은 예술영화의 흥행도 알아본다, 신문에는, 강우석 타고난 흥행감각…, 뭐 이럴 거 아니겠나. 그러면 그 덕에 파워1위 더할 거 아닌가. (웃음) -29살에 데뷔했는데 그 당시 강 감독의 꿈과 지금 현실은 어떤 차이가 있나. =데뷔 때 꿈은 정말 재미있는 영화 한편 만들겠다는 거였다. 내가 감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결정적인 계기는 <바람불어 좋은날>이었는데, 그거 보고 나니까 나도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더이상 학교 못 다니겠더라. 그만두고 충무로로 들어갔다. 그때는 참, 영화찍는 게 즐거웠다. 장가도 안 갔으니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감독료 받은 돈으로 술먹고, 배만 안 고프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망하면서 내가 찍은 영화 때문에 영화사들이 힘들어져가는 거 보니까 어이구, 이거 남의 돈으로 영화 함부로 찍는 게 아니다 하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게 제작·감독을 겸해보자 하는 거였지. 그렇게 <미스터 맘마>로 스타트를 끊었던 거고. 본격적으로 지금 같은 배급의 꿈을 키운 거는 <투캅스2> 찍고 나서다.

`과욕`의 승부사 강우석 연구 [3] - 새 영화 <공공의 적>

유머와 해학, 녹슬지 않았다 90년대 한국영화가 관객을 되찾기 위해 택한 무기는 무엇보다 웃음이었다. 그 웃음의 대표선수가 강 감독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93년작 <투캅스>는 99년 <쉬리>와 <주유소 습격사건>이 나오기 전까지 <서편제>에 이어 한국영화 역대흥행 2위를 지켰다. 96년 <투캅스2>까지 절정의 코미디 감각을 보여줬던 그가 형사액션물의 구도를 가진 <공공의 적>에 불어넣은 생명력도 유머와 해학이다. 경찰서를 드나드는 볼썽사납고 험악한 사내들의 모습에서 강 감독은 웃지 않고 버틸 수 없는 아이러니한 순간을 포착한다. <미스터 맘마>나 <마누라 죽이기>에서 보여준 과장의 정도는 조금 심하다 싶지만 <공공의 적>에서 선보이는 코믹함은 품위를 잃지 않는다. 강 감독의 장기인 뛰어난 편집감각을 느낄 수 있는 코미디 장면이 적지 않다. <공공의 적>의 주인공은 설경구가 연기하는 형사 강철중이다. 경찰의 사명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충대충 살아가는 무식하고 폭력적인 형사 철중은 동료 형사가 자살하는 바람에 내사를 받기도 한다. 사건은 잠복근무를 하던 중에 일어난다. 빗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내가 자기 뺨에 칼자국을 남기고 사라지자 철중은 복수심에 불탄다. 철중은 그 사람이 자기 부모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증거는 없다. 부모를 죽인 살인범을 잡겠다는 철중의 의지는 처음엔 개인적 원한에 불과했지만 차츰 경찰로서의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바뀌어간다. 이야기에서 드러나듯 철중의 캐릭터는 <투캅스>의 경찰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비리에 무감한 그들처럼 철중도 모범적인 형사는 아니다. 사건에 휘말려든 것도 임무수행과는 거리가 멀다. <투캅스>의 안성기, 박중훈처럼 그는 우연히 자기보다 훨씬 커다란 악을 만나 싸우면서 자기가 발디디고 있는 곳을 알게 된다. 살인범 대 경찰의 대립구도로 이뤄진 영화지만 유심히 보면 강 감독이 정작 관심을 두는 것은 다른 대립구도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잠복근무를 하며 현장을 지키는 형사들과 책상에 앉아 이래라저래라하는 인물들의 대립이 그것. <공공의 적>이 제공하는 통쾌감은 현장을 지키는 가난하고 못난 사람들이 깔끔하고 우아한 척하는 책상물림들을 물리치는 순간 절정에 이른다. 강 감독이 영화인 위에 군림하려드는 비영화인을 비판할 때 쓰는 독설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공의 적>은 설경구의 연기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시간가는 줄 모를 영화이다. 한시도 입에서 욕이 떨어지지 않는 인간이지만 설경구가 연기하는 철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친근해진다. 살인범으로 등장하는 이성재는 <아메리칸 사이코>의 느낌이 너무 강한 게 흠이지만 마지막 대결까지 관객을 긴장시킨다. 강 감독은 조연 캐릭터를 잘 쓰는 스타일이다. <공공의 적>에 등장하는 형사들과 깡패들은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강 감독이 이 영화로 작가 대접을 받진 못하겠지만 그의 코미디 감각이 녹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는 충분해보인다.

우수반공영화상의 아이러니, <짝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닥치는 대로 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하는 일과 상관있는 영화들로서 주로 시사회를 통해서 보게 된다. 체질적으로 영화 보기를 중간에 그만둬버리지는 않는 성격이고, 그나마 휴대폰 꺼놓고 누구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휴식시간 같기도 하고, 어떤 영화라도 음미할 만한 약간의 미덕은 지니고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부터 시시한 느낌이 들더라도 끝까지 있어본다. 기대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몰입할 만한 근사한 영화라도 만나면 그날은 이른바 횡재라도 한 듯 흐뭇하고 뿌듯하다. 그런데 거슬러 올라가보면 영화일에 종사하기 이전에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영화를 보는 ‘행사’들은 꽤 있었다. 학창 시절에 단체관람이라는 이름 아래 본 그렇고 그런 영화들이 가끔씩 떠오르면 쓴웃음이 난다. 대학교 일학년 때의 교련시간이었다. 비가 와서인지 원래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를 보여준다고 대형강의실에 모여서 영화를 한편 보게 되었다. 강의실 문에 써 붙여놓은 안내문, ‘반공영화감상, 제목 짝코.’ “짝코? 웬 짝코? 코가 두개인 사람도 있어 코가 짝짝이게.” 강의실을 들어서며 이런 비웃음 섞인 혼잣말을 했었을 것이다, 아마도. “한국영화, 게다가 반공영화? 잠이나 자지. 그래 총검술을 하는 것보단 낫겠지.” 대부분의 반응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시작되었다. 분명히 그리 좋은 감상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단체관람이 으레 그렇듯이 산만한 동료들이 정말로 산만하게 움직이는 법이고 정사신이라도 나오면 괴성이 튀어나온다든지…. 영화가 끝났다. 참 어리둥절했다. 반공영화라고 보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아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깊은 감동과 경이감으로. 6·25전쟁이 끝나갈 무렵 전투경찰대 출신으로 빨갱이를 잘 잡기로 이름난 송기열 경사는 짝코로 악명 높던 백공산을 잡아 호송하던 도중 그를 놓친다. 송경사는 짝코에게 뇌물을 받고 그를 놓아주었다는 혐의를 받아 제복을 벗게 된다. 송기열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짝코의 뒤를 쫓는다. 그 바람에 그가 가정을 돌보지 못해서 아들은 병들어 죽고 아내는 화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것은 백공산에 대한 저주로 변하고 그것은 광기의 차원에까지 이른다. 영화는 갱생원에서 두 인물이 나이 들고 병들어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대결의 본질은 이념이 아니다. 그들은 적(敵)도 아(我)도 아니다. 그들에겐 증오의 추적과 공포의 도피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한없이 느껴지는 연민.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되었다. 충격적이었다, 반공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였음을 감안한다면 더욱이. 그당시의 6·25전쟁을 다룬 영화?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반공영화라는 이름으로. 당시에 볼 만한 전쟁 관련의 그 무엇이라면 소설들 중에 최인훈의 <광장>이나 황석영의 <한씨년대기>가 대표적이었고, 즐기자면 이병주의 <지리산>을 보는 것이 전부였던 때였다. 이러한 ‘짝코’가 대종상 우수반공영화상을 받았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짝코’를 처음 본 그때로부터 대략 10년쯤 지난 어느 때에, 그때는 영화 일을 시작한 뒤일 텐데, 다시 ‘짝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왜 그 영화를 그렇게 인상적으로 보았었는지를 좀더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서 언급한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이외에도 형식미에서 그 비결을 발견했었다. 늙고 병들 때까지도 쫓고 쫓겨야 하는 추적자와 도망자의 평생의 악연을 회상형식으로 전개해나가는데, 두 사람이 함께 겪었던 동일 상황을 두 사람 각각의 다른 시점으로 교차하는 방식이나 회상의 시간순서를 효과적으로 바꾸어 긴장감을 유지하는 방식 등을 채용하고 있다는 면에서 다시 보는 그 시점에서도 놀랄 만했다. 그리고 만든 이들의 무게를 확인했었다. 각색 송길한, 촬영 구중모, 음악 김영동…. 그 이후로 만났던 임권택 감독의 비슷한 주제의 영화 중에서 <길소뜸> 에서 한번 더 감동을 했었지만 ‘짝코’에 비길 만할까 싶고 <태백산맥>에서는 상대적인 허전함마저 느꼈었던 것 같다. 이 글을 마치면서 드는 감회는 교련수업을 듣지 않아서 그 ‘반공영화’를 놓쳤던 당시의 여학생 학우들이 안됐다는 안타까움, 그 ‘반공영화’를 선택한 교련 교관의 정체에 대한 궁금함, 그리고 20살 청춘에 대한 그리움이다.

인간적 매력의 변호사 이야기 <앨리의 사랑만들기>

Ally McBeal NTV 월∼목 오후 9시, 재방송 새벽 1시 ‘극심한 빈부격차에 걸맞게 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보스턴. 사건·사고 많은 보스턴에 걸맞게 늘 사건·사고를 치고 다니는 변호사 집단이 있었으니. 바로 케이지 앤 피쉬 법률회사 직원들이었습니다.’ <보스턴 저스티스>의 쌍둥이 시리즈, <앨리의 사랑만들기>는 참으로 재미있다. 실력은 끝내주는 변호사면서도 사생활에서는 늘 실수연발에 애정문제로 애간장만 태우는 변호사 앨리 맥빌. 그 앨리를 둘러싼 사람들의 괴이할 정도의 폭소연발 코미디가 <앨리의 사랑만들기>다. <시카고 호프> <보스턴 저스티스>의 제작자 데이비드 켈리가 만들어낸 앨리와 친구들은 그야말로 혼자 보기엔 아까운 사람들이다. 남자만 보면 입이 헤벌쭉 벌어지는 앨리, 온갖 괴벽은 다 가진 리처드와 ‘비스켓’ 존, 온갖 말썽에 얄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비서 엘레인, 어쩌다 얽혀든 앨리의 옛사랑 빌리와 아내 조지아 등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난리통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건들, 사람들은 깜찍하고 깨물어주고 싶게 사랑스럽다. 괜찮은 남자만 보면 턱이 바닥에(진짜로) 떨어지고 야시시한 상상만 해대며, 찔릴 때는 졸아들어 의자 밑으로 기어들면서도 소송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는 앨리,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회적 자아와는 별개인 인간적인 자아가 너무나 독특해서 아끼고 보듬어주고 싶다. <앨리의 사랑만들기>는 다 큰 어른들을 가지고 유치함을 발산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 어려운 법률 공부해서 회사까지 차릴 정도로 나이를 먹었으면서, 나이와는 상관없는 자기만족의 해결방식을 추구하는 주인공들, 그 주인공들을 통해서 시청자들까지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아무리 유치만발에 괴벽스러운 행동을 해도, 그 본성은 빛나는 것이다. 시즌 1이 앨리를 중심으로 했다면, 시즌 2부터 넬과 링이 등장하며 <앨리의 사랑만들기>는 ‘막강 사랑스러운 사이코 군단의 앙상블’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한다. 앨리의 개인기에서 케이지 앤 피쉬 회사의 팀워크 플레이로 이전하며 좀더 너른 마음의 판타지가 되려는 시도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일부 캐릭터의 깊이를 보여주느라 다른 캐릭터를 잡아먹어버렸다는 것이다. 게임만이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PK(Player Killing)가 존재했던 것이다. <앨리의 사랑만들기>의 치명적 약점은, 팀워크를 그렇게 중요시하면서도 일부 캐릭터에만 과도한 애정과 합리화를 일삼는다는 점이다. 남자인 존이나 리처드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건 인간적 약점이 되고, 여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나쁜 년이거나 본래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느닷없이 성격 파탄으로 몰고 가고 만다. 그런 폭력 속에서 꽃피는 순수함과 판타지의 향연이라니! 아무리 이야기가 재미있어도(사실 매회 에피소드는 정말 재미있다) 불편하기 그지없다. 배우들간의 환상적인 코믹 성격화와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앨리의 유치함이 도를 넘어 정신착란으로 넘어가면 아무리 막강한 판타지도 사이코 드라마로 전도되고 만다. 똑같이 애들스러운 환상이어도 대인관계에 방해가 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유치함과 정신착란으로 갈리는 법이다. 어린이적인 것의 즐거움은 솔직함에서 오지 순수성에서 오지 않는다. 솔직하기에, 어린이적인 것의 폭력성을 오히려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앨리의 사랑만들기>는 ‘어린이적인 것=순수성’이라는 편협한 공식을 남자들에게만 적용함으로써, 그 폭력성을 어설프게 감춘다. 그래서 존의 유치함이 아니라 강박관념의 폭력성에 염증을 낸 넬의 결별선언은 단지 ‘엘리트주의에 물든 여자가 순수한 남자를 걷어차는 것’으로 전도되고 만다. <사브리나>나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의 어린애성과 사회부적응이 정당성을 지니는 것은 솔직함이 말 그대로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앨리의 사랑만들기>는 사회부적응성을 순진함으로 주장하려다보니 어린이적인 것이 지닌 폭력성을 감춰버리고 만다. 기만의 극치다. 기만의 가면을 쓰고 판타지의 즐거움과 감동을 전파하는 <앨리의 사랑만들기>는 사실 일찍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해서 시즌 3에 들어서면 죽어가는 사람이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것까지 웃음으로 전도하는 중증으로 발전한다. 다행히, 시즌 4에 혜성 같이 등장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살려주었고, 판타지에 근본적인 따뜻함을 돌려주었다. 그러나 악운이었을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본인이 마약문제로 체포되는, 환상을 산산이 깨버리는 사건이 발생했고 앨리는 새로운 남자를 찾아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주제가인 <내 영혼을 찾아서>(Searching My Soul)의 영혼이 단지 이 남자 저 남자가 아니라는 것은 드라마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알았다. 이제 5년차를 맞는 앨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 그 사실을 제발 잊지 않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여전히 아낄 수밖에 없는 앨리에게 보낼 수 있는 내 최대한의 사랑이다. 남명희/ 자유기고가 zoo@zootv.pe.kr

[서브웨이] 창고에서 잠자는 일본영화들

수입은 됐으나 개봉이 지연된 까닭은? 일본영화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998년 12월 <하나비>로 시작된 일본영화 개방 뒤 3년, 초반의 우려가 호들갑이었음이 분명해졌다. 최대어로 손꼽혔던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가 서울관객 68만명이었고, 디즈니를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는 소문이 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는 서울관객 14만여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올렸다. <화이트아웃> <쥬바쿠> <고> 등 기대작들조차 저조한 성적으로 간판을 내리자, 일본영화를 서둘러 사두었던 영화사들은 개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또는 등급이나 자격조건이 맞지 않아) 창고에서 묵히고 있다. 지금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일본영화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관객과의 조우는 언제쯤 가능할까. 대표적인 일본영화 수입사는 튜브엔터테인먼트, 동아수출공사, 대원동화, 디지털네가, 스타맥스, AFDF 등이다. 이와이 순지 작품들을 포함해 21편을 보유한 튜브는 올해 4편 정도 개봉할 예정이다. 지난해 여름 개봉하려다 보류한 기타노 다케시의 <기쿠지로의 여름>과 애니메이션인 가와지리 요시아키의 <뱀파이어 헌터 D>, 곤 사토시의 <퍼펙트 블루>, 그리고 이와이 순지의 <스왈로우테일>이다. 영화제에서 수상하지 않았고,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극영화는 개봉할 수 없는 제3차 일본영화 개방안의 제한 때문에 <언두> <피크닉>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 이와이 순지의 다른 작품들은 4차 개방이 없는 한 개봉여부가 불투명하다. 튜브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2002 월드컵이나 선거를 기점으로 이벤트성 개방발표를 하지 않겠나 기대가 퍼져 있는 상태다. 원래 지난해에 한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교과서 파동, 어업협정 파동 때문에 밀렸다는 말도 있다”며 4차 개방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을 전했다. 그러니 진짜 문제는 ‘개방’보다도 시장상황이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는 영화제 수상작이고, 심의도 마쳤지만 관객의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묵혀두고 있다. 그 밖에 튜브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큐어>, 쓰카모토 신야의 <총알발레>와 <철남1, 2>, 미이케 다카시의 <표류가>, 사카모토 준지의 <新의리없는 전쟁> <멍텅구리> <패줄까보다> <얼굴> <철권>, 그 밖에 <탄환러너> <언럭키 몽키> <상어가죽남자와 복숭아여자> <고닌> <먼데이> 등도 가지고 있다. 스타맥스는 미이케 다카시의 <오디션> <링-라센>의 감독 이이다 조지의 <어나더 헤븐>, 이토 준지 원작의 <토미에 리플레이> 등 공포영화 3편을 묵히고 있다. <토미에 리플레이>는 2000년 9월 개봉예정이었지만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는 바람에 개봉하지 못했다. 외계 생물체가 사람 뇌 속을 돌아다니며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의 <어나더 헤븐>은 뇌의 뚜껑을 여는 등 잔인한 장면이 많아 18세 이상 관람가가 틀림없다는 자체 판단 때문에 보류하고 있다. 수입추천 불가판정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던 공포영화 <오디션>은 올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 “일본영화 시장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영화가 힘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묵힌다고 상황이 좋아지지도 않을 것이니,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개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입장. AFDF는 <링> 시리즈의 서장격인 <링0>, 요괴를 퇴치하는 소녀의 SF무협판타지 <사쿠야>, 심령호러 <다중인격소녀 이소라>, 액션스릴러 <크로스 파이어>, 서스펜스미스터리 <사자의 학원제> 등 5, 6편을 갖고 있다. <링0>와 <사쿠야> 2편은 판권만료 시한 때문에 반드시 올해 개봉해야 한다. 한편 일본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배틀 로얄>은 경쟁이 붙었지만, 중학생들과 선생이 서로 죽인다는 설정 때문에 수입추천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50만∼60만달러에 이르는 비싼 판권료도 걸림돌. 개방만 하면 한국시장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일신픽처스와 대원 C&A 홀딩스가 소유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마녀배달부 키키> <추억은 방울방울> <귀를 기울이면> <천공의 성 라퓨타> <모노노케 히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붉은 돼지>. 대원 C&A 홀딩스에서 수입한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는 올해 봄,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겨냥하고 있다. <붉은 돼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도 이미 심의를 마쳤다. <반딧불의 묘>는 “왜색이 짙어서 개봉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나중에 관객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졌을 때 개봉할 방침”라는 수입사의 판단 때문에 한참 밀릴 듯. <아키라> <스프리건> <에반게리온 1,2> 등도 대원 C&A 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지만, 당분간 개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위정훈 사진 설명 일본영화 개봉 1호인 <하나비>

<원더풀 데이즈>의 김문생 감독, <마리이야기>이성강 감독을 만나다 (2)

디지털 기술이 아니라 사람 마음이 중요 김 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려서 직접 만드는 사람이 아니니까 가끔 소외감도 느껴요. 애니메이터들은 대부분 애니메이터 출신의 감독을 원하거든요. 애니메이션 파트나 업계에서 다들 날 이방인으로 보고 있는 거죠. 내 생각을 전달할 때 그림으로 그려보일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할 때도 있지만, 꼭 그림을 그려야만 애니메이션 연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진 않는데…. 이 감독은 그림 그리죠? 이 많이 그리긴 하지만, 저도 뭐, 수정할 때나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하고 그려보이는 거죠. 애니메이션 업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해 봤고요. 연출이 가능하다는 건, 사람들과 같이 얘기를 쉽게 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리테이크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건데, 그러기 위해선 내가 잘 아는 방식으로 가야 되겠다 싶었죠. 그게 기존 애니메이션 프로덕션과는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었어요. 내가 했던 경험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람들을 끌어오면서 그게 어느 정도 잘됐기 때문에….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그분들이 가진 경험을 충분히 가져올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거예요. <마리이야기>는 내가 편한 방식으로 꾸려온 거지만. 김 전 그렇게 이방인으로 보는 게 후지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만드는데, 아니 감독이 연기자 출신 아니라고 연기 지도 안 하나? 애니메이터는 연기자예요.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하는 데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기자를 통해서 내 표현을 하고 싶은 건데, 좋은 연기자, 좋은 애니메이터가 필요하죠. 하지만 오케스트라에서 악기 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지휘자가 없으면 조화를 이루기 어렵잖아요. 감독은 교통정리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영화는 감독 생긴 대로 나온다고 하잖아요. 이 감독님 만나니까 <마리이야기> 하고 똑같구나 싶은데. (웃음) <마리이야기>는, 성과로 볼 때 선배들이 해왔던 것에 이어 애니메이션에 다시 한번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 것 같아요. 우리도 이럴 수 있구나 하는. 개인적인 욕심으론 제가 첫 단추를 끼우고 싶었는데, 첫 단추를 잘 끼우셨어요. 전 또 다르겠죠. 좀 방방 뜨길 좋아하고, 활동적이고 그러니까 작품도 그렇게 나오겠죠. <마리이야기> 이후로는 이보다 떨어지는 작품들은 용서를 안 할 거예요. 개봉을 해? <건드레스>? 어휴. 그런 면에서 맛의 미감을 한 단계 상승시켰다는 게 좋았고, 제 영화도 그런 단계를 딛고 더 나아가길 바라요. 이 사실 감독은 전체적으로 얼마나 잘 아우르는가의 문제죠. <마리이야기>가 애니메이션의 어떤 견본이 될 수 있다면 좋고, 기쁜 일이에요. 하지만 <마리이야기>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테크닉을 연구해서 만든 게 아니라 결국 사람이 한 거예요. 이런 얘기를 하고 싶고, 어떤 방식의 그림, 어떤 음악을 써서 할 건가 하는 창작적인 바람에서 출발한 거죠. 뭔가 달라야 한다, 그런 건 아니에요. 뭘 생각하느냐 하는 주제서부터 기술도 사람도 끌고 들어오는 거죠. <마리이야기>를 얘기할 때 디지털을 강조하는데, 그게 다는 아니거든요. 디지털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게 더 컸고요. 회화적인 느낌이 강한 것이나 정서적인 느낌 같은 걸 전달하고 하는 것도 기계가 아니라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죠. 김 스타트는 저와 완전히 반대예요. 난 달라야만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최고가 되려면 유일해야 한다, 유일해지면 그 자체로 최고다. 하지만 서로 반대라고 생각했는데, <마리이야기>를 보면서 역시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우리를, 문화를 지켜주지 않을까. 난 디즈니 싫어하거든요. 작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태도가 싫어요. 몇몇 작품들말고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싫어해요. <마리이야기>를 보고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여기에 아마 우리의 정체성 같은 게 있지 않을까. 난 ‘달라야 한다’는 출발을 앞세웠지만, 이 감독이 만든 것도, 또 내가 만드는 것도, 결국 다 각자의 모습이죠. 사실 뒤집어보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레테르도 외제투성이고, 그런 환경에서 살면서 한국적인 것 주장할 필요도 없고, 그냥 있는 그대로, 그것이 유일하게 달라지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같은 마음일 거란 생각이 들어서 참 재밌다 싶었죠. 행복한 감독들, “즐기면서 일하자” 김 <원더풀 데이즈> 하면서 전 성공지향적인 인물에서 많이 바뀌었어요. (웃음) 모자라든 어떻든 내가 이 일을 평생 할 거라는, 그런 계기가 됐죠. 현실적인 여건은 어려웠지만, 어느 누구는 돈이 있어서 1천호에 그릴 걸 난 10호에 그리는 것뿐이죠. 그렇다고 10호가 1천호보다 꼭 더 못한가? 아니에요. 더 작을 뿐이죠. 예술이 되려면 자기 정신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건이 좋아지고, 환경이 좋아진다고 꼭 작품이 좋아질까. 이 전 <마리이야기>를 만들고 좀더 능숙해졌다고…. (웃음)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조직에 대해 알게 됐죠. 재미없어졌어요. 내 작업실에서 혼자 작업하고 그럴 때 만났던 자유스러운 사람들을 많이 잃어버리고, 딱딱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김 난 10년이 지나면 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상상했는데, 그 모습이 된 거엔 불만없어요. 예전에 광고하면서 거의 10년을 1주일에 3일씩 자고 살 땐 인생이 왜 이럴까, 불행하다, 그랬는데, 지금도 1주일에 두세번 집에 들어갈까 말까지만 편안해졌어요. 영화를 만나면서 변화한 거죠. 전엔 꽤 잘 살았던 것 같은데, 가난해져서 좀 슬플 뿐. (웃음) 그건 불행한 게 아니라 불편한 거고. 이 생활 전선으로 친다면 전 항상 아르바이트로 살아왔죠. <마리이야기>도 아르바이트 같았고. 사람들이 많으니까 몇시에 나와야 되고, 몇시에 퇴근하는 게 정해지고, 경직된 사람들도 만나야 했던 게 좀 달랐지만. 이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면 다시 아르바이트 인생의 여유만만함이…. (웃음) <마리이야기> 땐 중단되지 않게 끌어가야 되니까 긴장을 했었어요. 좀 반성이 되는 게, 더 즐기면서 했어야 하는데…. 앞으로는 좀 즐기면서 해야죠. 주5일근무제를 실시하고(웃음) 사람을 생각하는 작업으로…. 김 전 1주일 내내 즐기자, 즐겁게 일을 하자, 그러면서 1주일 내내 회사 나와, 그러는데요. (웃음) 이 저도 일할 땐 일하는 걸 즐겨라, 난 무지하게 즐겁다, 너희들은 즐겁지 않니? 그랬죠. 김 진짜 즐겁지 않아요? 이 대체로는 즐겁다는 생각은 잘 못해요. (웃음) 특히 애니메이션은 즐기기 힘든 작업인 것 같아요. 김 그래도 이미 푹 빠져 있는데…. 전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는 말을 좋아해요. 애니메이션 작업은 시작할 때 제일 기분 좋고, 끝날 땐 그 두배로 좋죠. 그러기 위해 그 과정을 즐겁게 견디는 게 감독의 숙명 같아요. 글황혜림 blauex@hani.co.kr 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 사진 1 김문생 감독 , ☆ 사진 2 이성강 감독 ▶ 이전 페이지로 가기 ▶ 김문생/ 이성강 감독의 베스트 5 영화

김문생, 이성강 감독의 베스트 5 영화

김문생 감독이 추천하는 베스트 5 1. 인생은 아름다워 제일 좋아하는, 존경하는 사람, 로베르토 베니니. 어쩌면 그렇게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렇게 웃기게 그렸는지 정말, 쇼크 먹었다. 영화 한 편이 인생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했는데, 나한테는 변화를 줬다. 영화를 보는 눈을, 세상을 보는 눈을 확 변화시켜 줬으니까. 2.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꿈을 꿨다고 생각했을 때 느낄 만한 감정들이 다 들어있는 이미지. 숲, 오무, 낯선데 낯설지 않은 이미지를 보면서, 영화를 만든다면 이렇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바람이 부는 계곡, 마치 내가 그 안에 서서 바람을 맞는 것 같은 이미지. 영화를 보면서 꿈을 꾸는 것 같다. 3. 더 월 음악이 영화 전체를 이끌며 충격적이고 도전적인 실사장면과 상징적인 애니메이션들이 어우러져 마치 현대적인 오페라를 본 느낌. 85년에 처음 보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 겠다는 욕구를 가져다준 작품. 4. BARAKA 전세계의 상징적인 풍습들과 사람과 도시를 어우러서 만든 다큐멘터리. 이 작품에서 나오는 많은 시퀀스들이 삶과 죽음의 문제를 되짚어보게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5. 헤어 히피들의 자유와 우정을 노래한 영화. 그들이 자유로워지기 위해 사는 정신이 좋았고 또한 우정을 지키려고 주어진 자유를 포기하고 친구 대신 죽음을 맞게 된 그들이 사랑스러웠다. 이성강 감독이 추천하는 베스트 5 1. 아버지와 딸 사람의 일생을 저렇게 간명하게, 단순하게 그릴 수 있을까. 딸이 커 가고, 잃어버렸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그동안의 성장사를 생략해버렸지만 인생이 느껴진다. 그런 암시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좋다. 2. 이야기 속의 이야기 전체적으로 굉장히 애매모호한데, 그 애매모호함이 정서적으로 계속 남아 있다. 널뛰기를 한다거나 그림자놀이를 하는 듯한 절지애니메이션의 장면들. 뭘 나타내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언젠가 알 수 있을 것 같은, 시적이고, 정서적인 애매모호함. 거기에 빠져들었다. 3. 여인의 음모 봤던 SF 중 <블레이드 러너>와 더불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색채가 아주 고전적이고, 주인공의 심리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고. 특히 거대한 우물처럼 생긴 고문실에서, 치과 기구같은 걸로 고문하는 모습. 전체적으로 카프카의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4. 거미여인의 키스 게이, 그것도 예쁘지 않은 게이 역할의 윌리엄 허트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작은 공간에서, 거의 두 사람만 두고, 게이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것 같다. 주인공의 사랑을 확인하는 거나 꿈 속을 왔다갔다 하는 몽환적인 연출도 좋았다. 5.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진솔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음악가들과의 얘기 속에서 서서히 그들 인생의 갈등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마지막에 개사해가며 노래할 때 음악을 계속 하고 싶었는데 못 했다는 자기 인생을 담을 때. 비슷한 직종이라 더 정서적으로 밀착됐는지, 음악 자체보다 그 사람들의 인생의 회한이 남았다. ▶ <마리이야기>이성강 감독 VS <원더풀 데이즈> 김문생 감독 대담

[2002 신인감독 14인] 의 이종혁 감독

“아니, 저렇게 선비 같은 사람 머릿속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나오다니….” 지난 99년 <반칙왕> 개봉 직후, 사무실에 날아든 시나리오 <살인비가>를 읽은 영화사 봄 식구들은 시나리오와 이종혁 감독의 얼굴을 번갈아 들여다보며, 그 엄청난 간극에 당황해 마지않았다고 회고한다. 잔혹하단 말로는 부족한 느낌이 드는, 엽기적인 살인행각, 그 모방범죄를 소재로 한 <살인비가>의 시나리오는 그날로 봄 식구 전원의 만장일치를 얻어 인큐베이팅에 들어갔다. 캐스팅이 늦어지는 바람에 숙성 기간이 2년 반으로 길어지면서, 제목도 ‘너무 정직한’ <살인비가> 대신 ‘신비스런 여운’이 남는 로 바뀌었다. 첫 장편의 크랭크인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데뷔를 앞둔 감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바심을 냈을 법한데, 이종혁 감독, 과연 선비의 기품을 담은 목소리로 느긋하게 답한다. “제가 박광수 감독님, 박종원 감독님 연출부를 했거든요. 그분들 보통 2년 넘게 준비하세요. 장편은 다 그렇게 걸리는 줄 알았죠. 크게 걱정하진 않았어요.” 군대가 아니었다면, 이종혁 감독은 지금쯤 영화 아닌 다른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용산 미부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하던 당시, 영화에 늦바람이 들어버린 것이다. 직배영화도 없던 시절, 미국에서 건너온 신작들을 챙겨 보다보니 고전도 궁금해졌고, 마침 군대에 있던 비디오 라이브러리까지 유랑하게 됐다. 장르, 감독, 국적, 가리지 않고 보기 시작한 영화들이 데이터베이스를 이룰 무렵, “그 좋은 영화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데 생각이 미쳤다. 제대 뒤에 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갔고, 독립영화 워크숍에도 부지런히 따라다녔다. 재학중에 만든 단편 와 <네크로필리아>는 “이미지들로만 구성한, 표현주의적 성향이 강한” 작품들. 졸업 뒤에 뛰어든 충무로 현장에서 그는 두명의 스승을 모시게 된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연출부와 <송어>의 조연출을 거치면서, 박광수 감독에게서는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과 한결같은 자세”를, 박종원 감독에게서는 “머릿속의 이미지를 영상으로 정확히 표현해내는 과정과 그 해석 방향”을 배웠다. 그의 영화세계 가장 깊숙이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다. 스릴러는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로 알려져 있지만, 이종혁 감독은 그런 선입견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사건 해결을 지연시켜서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이야기 방식이 서스펜스잖아요. 이런 영화는 오히려 대중적인 요소가 크죠. 멜로도 일종의 서스펜스인걸요.” 는 그 ‘서스펜스’를 잘 활용한 스릴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생명을 위해선 죽음을, 선을 위해선 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매력적인 역설”에 끌려 이야기를 만들게 됐고, 어울리는 틀을 찾다보니, 스릴러였던 것뿐, 특정 장르를 고집하는 건 아니라고. 기본적으로 두뇌 싸움에 초점을 맞춘 심리스릴러이지만, 형사물로서 필요한 액션은 확실하게 보여줄 작정. 지난 연말 크랭크인해, 촬영에 여념이 없는 이종혁 감독은 장기적인 플랜 공개를 유보하는 대신, “나는 나, 영화는 영화, 관객이 그 둘을 이어준다”는 믿음을 전했다. 글 박은영 cinepark@hani.co.kr 어떤 영화?? 제작사 영화사봄 출연 염정아,지진희,성지루 촬영중(2002년 여름 개봉) 6명을 죽인 연쇄살인범 신현은 자신이 죽인 여자의 토막난 시체를 들고 시경으로 걸어들어와 자수한다. 담당 형사는 이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정신 이상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고, 신현은 수감돼 사형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로부터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여고생과 임산부가 참혹한 사체로 발견된다. 이상한 우연은 그 살해방법이 신현의 범행수법과 일치한다는 것. 이 사건을 맡은 미연(염정아)과 강 형사(지진희)는 신현의 모방범죄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여나간다. 이들의 직감대로 신현의 살인패턴과 유사한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미연과 강 형사는 수감중인 신현을 찾아가지만, 연쇄살인사건의 단서를 캐내는 데 실패하고 수사는 미궁에 빠진다. ▶ 2002 신인감독 14인 출사표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김현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아유레디?>의 윤상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데우스 마키나>의 이현하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김동원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귀여워>의 김수현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명랑만화와 권법소년>(가제)의 조근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정글쥬스>의 조민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일단 뛰어!>의 조의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서프라이즈> 김진성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오버 더 레인보우>의 안진우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연애소설>의 이한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로드무비>의 김인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이종혁 감독

[2002 신인감독 14인] <연애소설>의 이한 감독

이한 감독이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던 건 영화를 꿈꾸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고교 시절, 분방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방을 들락거리고 담배를 피우다가, 막상 대학에 가려다보니 아무리 찾아봐도 가고 싶은 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생각해낸 것이 예체능계였고, 연극영화과는 이과 과목에 한 과목만 추가로 시험을 보면 된다는 이유로 선택했다. 좋아서는 아니었지만, 싫지도 않았던 과였던 셈이다. 각성은 늦게 왔다. 주말마다 허름한 재개봉관에서 <차타레부인의 사랑> 등의 에로영화, 이소룡 영화, 007영화를 섭렵하던 어느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허름한 극장에서 봤던 <욕망의 낮과 밤>의 분방한 표현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충격이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좋아하게 되었고, 대학 졸업작품에서 그 색감을 흉내냈는데 주변의 평은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프랑스영화 같다”와 “<우뢰매> 같다”. 결론은, “컬트다”. 대학 졸업반 때부터 광고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느날 영화의 부름을 받았다. 불현듯 영화를 ‘무지’ 찍고 싶어진 것. 1년이 못 돼 회사를 때려치웠고, 배창호 감독을 찾아갔다. 배창호 감독 밑에서 영화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그 말을 잊지 않고 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청운동 배창호 프로덕션에서 배 감독을 처음 만난 날, 너무 좋아서 다리가 막 떨렸던 기억이 난다. <러브스토리> <정> 연출부를 하며 현장체험을 했다. <연애소설>은 <정> 끝나고 조금 쉬다가 생각해서 쓰기 시작했다. 원래 초고는 금방 쓰고, 다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수시로 고쳐쓰는 스타일이라 수없이 고쳐쓰고 있다. 스스로의 경험을 많이 집어넣는 편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수인은 대학 때 낯선 도시에서 우연히 만나 한눈에 반했던 여자 이름에서 따왔다. 다섯번쯤 만난 뒤 연락이 끊겨 지독한 가슴앓이를 했던 그 느낌이 어느 정도는 <연애소설>에 녹아들 것이라고. 신파는 싫지만 감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랑 영화를 좋아하고 모든 영화에 사랑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이한 감독은 첫 '사랑' 영화 <연애소설>이 " 같은 정조의, 그러나 그보다 조금 밝은 톤의 멜로 드라마"로 모습을 드러내길 바란다. 영화의 마지막을 지켜보면서 슬프지만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아련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글 위정훈 oscarl@hani.co.kr·사진 이혜정 hyejung@hani.co.kr 어떤 영화? 제작사 팝콘 필름 출연 차태현, 이은주, 손에진 2월중 크랭크인 (가을 개봉 예정) 넉넉지 않은 살림으로 학업과 택시운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25살 남자 지환은 지쳐 있다. 그런 지환에게 어느날 발신인을 알 수 없는 한장의 사진이 배달된다. 그 사진 속에는 나무, 꽃, 바람, 아이들의 싱그러운 미소가 담겨 있다. 오랜만에 웃음을 지으며 지난날을 떠올리던 지환은 사진을 보낸 이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그를 찾아나선다. 5년 전 스무살 시절, 지환은 두명의 여인을 만난다. 첫눈에 반한 여인 수인과 그녀의 오랜 친구 경희. 지환의 수인에 대한 구애는 실패로 돌아가지만 세 사람은 서로에게 깊은 우정을 느낀다. 만남이 지속되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생겨난 감정에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세 친구. 지환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쪽지에 전해보지만 그 쪽지를 보낸 뒤 수인과 경희는 자취를 감춘다. ▶ 2002 신인감독 14인 출사표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김현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아유레디?>의 윤상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데우스 마키나>의 이현하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김동원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귀여워>의 김수현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명랑만화와 권법소년>(가제)의 조근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정글쥬스>의 조민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일단 뛰어!>의 조의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서프라이즈> 김진성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오버 더 레인보우>의 안진우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연애소설>의 이한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로드무비>의 김인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이종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