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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전설 장보고> 방영시간대 변경 서명운동

KBS에서 새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바다의 전설 장보고>를 둘러싼 방영시간대 변경 서명운동이 인터넷에서 전개되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세 사람의 네티즌이 주축이 되어 ‘잃어버린 시간’(http://www.lost-time.ce.ro)이란 이름의 사이트를 열고, 지난 2월1일부터 매주 금요일 KBS2TV에서 방영되는 <바다의 전설 장보고>를 오후 5시30분이라는 시간대에 배치한 방송 편성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 그들 중 하나로 만화 이야기터 ‘만화인’(http://www.manhwain.com) 지기로 조인스닷컴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만화 관련 기고를 해온 서찬휘씨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장보고> 시간대 변경 서명운동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작품들이 보여질 수 있는 안정적인 시간대를 확보”하는 게 이들의 바람. “12살 이상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기획 의도가 무색한 시간대인 5∼6시를 배정받고, 결국 그 시간에 방송을 볼 수 있는 초등학생 이하 시청자들에게 맞지 않는 표현들을 제작 진행 도중 여기저기 편집당하는” 식의 관행 때문에 <…장보고>뿐 아니라 <영혼기병 라젠카> <가이스터즈> <바스토프 레몬> 등 주목할 만한 작품들도 제 시청자들을 만날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에서다. 현재까지 서명에 참가한 인원은 750여명이며, 당분간은 기간에 제한없이 서명받을 예정.

새 만화월간지 <웁스> 창간

창간 준비단계부터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만화잡지 <웁스>가 지난 2월10일 창간호인 3월호를 발매했다. 만화잡지가 호황이던 때가 언제였는지 이제 그 좋았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기도 힘든 오늘, <웁스>는 ‘스무살 만화세대’를 향해 “만화문화의 중심으로 돌아”오라고 주문한다. 박성식 편집장은 <로보트 태권V>를 볼 때 느꼈던 뜨거운 열기, <철완 아톰>과 <비트> <슬램덩크>에서 보여준 고난에 굴하지 않는 도전과 감동적인 승리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만화 트렌드를 개발하는 데 게으르지 않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웁스>는 새로운 잡지다. 여기서 새롭다는 의미는 기존 잡지가 아닌 새로운 잡지라는 당연한 의미와 함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잡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후자에 주목한다. 만약 후자의 의미가 아니었다면 <웁스>의 창간에 대해 ‘희망’이라는 엄중한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이야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를 만들거나 책을 만들고, CD를 만들 때, 동호회원들끼리 즐기는 작품이 아닌 시장에 나와 수용자들을 만나야 하는 작품이라면 누구를 위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유통시킬 것인가와 같은 다양한 문제를 사전 기획을 통해 정리한다. 기획단계에서 다양한 예측을 통해 프로젝트의 성사 여부를 결정한다. 비록 기획단계에서 많은 돈이 투자되었다고 해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더이상 가지 않는다. 흔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돈 놓고 돈 먹기’나 ‘제로섬 게임’이라 부르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더 치밀한 기획과 예측이 요구된다. 엔터테인먼트의 수요라는 것이 아니면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이야기되는 한국영화는 대기업 진입에 직면한 충무로가 꾸준한 기획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자산이 되어 시작된 것이다. 매체의 르네상스는 결코 우연히 오지 않는다. 르네상스에는 늘 필연적인 이유가 동반되는데, 그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고 반영하는 일이 바로 기획이다. 놀랍게도 한국만화에서 기획이란 두 글자는 낯선 글자였다. 일본만화의 인기에 기대 시작된 일본식 잡지 시스템의 도입은 청소년 독자들을 만화로 끌어당기며 한국만화의 르네상스를 일으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장을 분석하고 새로운 독자들의 기호에 맞춘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담을 잡지를 만들어본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거대한 바람이 불어온 것이다. 대본소 시장이나 아동잡지 시장에서 낯선 주간만화잡지 시장과 서점용 단행본 시장으로 이행했고 우리는 일본에서 하는 겉모습을 그대로 옮겨 회사를 만들어 잡지를 만들고 단행본을 찍었다. 그렇게 10여년을 지내왔다. 잡지는 출판만화 시장의 기본 시장이 불황에 빠지고 잡지의 부수가 하락하자 편집자들은 혜성처럼 나타나 시장을 평정할 새로운 작품을 기다렸다. 천계영처럼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도 있지만 수많은 신인작가들은 자신의 재능을 채 피우기도 전에 잡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잡지는 작가를 육성하지 못했다. 육성은커녕 차분한 준비도 보장해 주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잡지는 단행본을 팔기 위한 사전 준비단계에 불과하다. 거의 모든 잡지들이 잡지 판매의 손실을 단행본 판매를 통해 메우고 있다. 기획은 작가의 몫이고 마케팅은 우연의 몫으로 주어진다. 콘텐츠의 확산은 요원하며 잡지의 기본인 신인작가의 재생산도 최근에는 찾기 힘들다. 신인작가에게 주어진 단편과 미니시리즈 몇회 연재만으로 떠야만 생존할 수 있다. 이런 암담한 상황이 반전되기 위해서, 전체 출판만화 시장의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서 독자들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그것을 작품에 반영하며, 새로운 작품과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잡지가 필요하다. 더구나 이런 요소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차근차근 진행되고 데이터로 축적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만화 트렌드를 개발하겠다는 <웁스>의 생각을 지지한다. 대상 작품에 대해 1년 동안 잡지 지면을 제공하는 만화공모전이나 예비작가 육성과정과 같은 시도에도 박수를 보낸다. 만화잡지의 새로운 시도 이 모든 새로운 시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작품이다. <웁스>의 창간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가며 희망을 보게 된 것은 작품들 때문이다. 중견과 신진, 그리고 신인들의 작품이 다양한 장르로 섞여들어 만들어내는 화음은 잡지를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미스터 블루>에서 중단된 뒤 수년 만에 새롭게 부활한 <발칙한 인생>은 구질구질한 인생들의 삶을 통해 유쾌함과 페이소스를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야후>와 또다른 윤태호의 매력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꽉 짜여진 이야기와 연출의 승리의 짜릿한 쾌감을 전해준다. <니나잘해>를 통해 독자들의 트렌드를 작품 속에 반영하는 감각을 보여준 조운학, 심경희 콤비는 <하리킥>에서 2002년의 트렌드로 소녀와 열혈이라는 코드를 골라냈다. 전통의 한국 거대 로봇만화 <철인 캉타우>를 사이킥, 사이버펑크와 같은 21세기풍 분위기로 새롭게 각색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유경원, 조민철의 <철인 캉타우 리턴>이나 도발적인 상상력의 소유자 신정원의 이야기 만화인 , 한 에피소드씩 연결되는 4칸짜리 코믹스트립스를 통해 만화의 오랜 관습을 해체하는 석동연의 도 모두 새로운 이야기에 스타일을 자랑하는 작품들이다. 작품의 힘이 잡지를 끌고, 잡지의 힘이 작품을 끄는 행복한 화음을 오랜 시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더불어 만화잡지의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이 길이 한국만화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여섯 공범들 [6] - 맷 데이먼

앤서니 밍겔라의 <리플리>에서, 맷 데이먼은 모든 것을 따라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청년 리플리를 연기한다. 재즈 음반을 들으면 피아노 연주를 따라할 수 있고, 말투와 동작을 따라하는 것은 물론 사인까지 똑같이 베낄 수 있고, 마침내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는 리플리. 재능이 많고 따뜻한 청년 리플리는 그러나, 그의 우상을 죽여버린다. 결코 건널 수 없는 강을 뻔뻔스럽게 리플리의 앞에 증명해보이던, 그의 사랑을. 리플리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맷 데이먼을 보고 있으면, 조금 우울해진다. 거친 바람이 부는 겨울의 시카고, 그곳에서 만난 라이너스 캘드웰은 역시 ‘도둑’이었던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가 살아가는 방법 역시 소매치기다. 검은 테의 안경을 끼고, 야구 모자에 배낭. 누가 봐도 순진한 대학 1년생의 외양을 하고서 캘드웰은 전철 승객의 지갑을 훔친다, 아버지처럼. 오션스 일레븐에 합류한 뒤, 캘드웰은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시도의 이면에는, 캘드웰 아니 맷 데이먼의 내부에는 거대한 ‘결락’이 있다. 무엇인가가 비어 있는, 언제나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는 너른 황야가. 줄리아 로버츠의 <미스틱 피자>에 단역으로 나왔던 맷 데이먼은 <커리지 언더 파이어> <레인메이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출세작은 <굿 윌 헌팅>.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고, 영화 동지였던 벤 애플렉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까지 맡은 <굿 윌 헌팅>은 묘한 영화였다.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빈민가의 청년. 대학에서 청소부일을 하며 수학과에서 학생들에게 낸 숙제를 단번에 풀어낸 비범한 아이. 착한 ‘윌 헌팅’은 그러나, 자신을 주체하지 못한다. 자신의 재능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지 못한다. 그가 자라난 황야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안락과 명예와 부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어둠을 보고 있다. 비어 있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누군가가 되고 싶어했지만, 결코 자신의 빈 공간을 채우지 못했던 리플리와 마찬가지로. <라운더스>에서 아무리 계산적으로 도박을 한다 해도, 맷 데이먼에게서는 ‘차가운 피’가 연상되지 않는다. 피곤한 얼굴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건 인간 쓰레기인 친구이건 마찬가지다. 그는 성실하게 배우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간다. 분명히 모범생이지만 ‘윌 헌팅’은 인생을 알고 있다. 좋은 스승, 아버지만 만난다면 그는 바다로 뛰어들지 않고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맷 데이먼은 이 세상이 쓸쓸하고 고된 항해이지만, 여전히 몸을 녹일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배우다. 캘드웰이 ‘오션’과 만나, 돈도 얻고, 인생의 즐거움과 따뜻함까지 얻은 것처럼.

[생활의 발견][집으로…][취화선][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스물넷]

생활의 발견 감독 홍상수 출연 김상경, 추상미, 예지원 개봉예정 3월22일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강원도의 힘> <오! 수정>에 이르기까지 칼날 같은 시선으로 ‘일상의 디테일’을 구사하던 홍상수 감독이 발견한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생활의 발견>은 ‘홍상수 감독의 네 번째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대치가 높아지는 영화다. 영화에 대한 정보는 20여자로 말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1주일간의 여행을 떠난 한 남자와 춘천과 경주의 두 여자가 벌이는 연애담. 기본 줄거리말고는 시나리오도 공개되지 않았고 별다른 정보도 없지만, 남녀의 첫 만남부터 미묘한 내숭과 유혹의 심리전, 적나라한 베드신까지, 특유의 시선으로 연애의 순간들을 세밀하게 포착해낼 듯하다. TV드라마 <초대> 등으로 얼굴이 알려진 김상경이 1주일간 여행을 떠나는 무명의 연극배우 경수로 스크린에 데뷔하며, 경수를 대담하게 유혹하는 춘천의 여인 영숙은 예지원이, 은근슬쩍 유혹하는 경주의 여인 선영은 추상미가 연기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쓴 즉석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배우들에게는 즉석연기를 원했으며, 김상경이 “촬영 끝나면 술 끊겠다, 모 소주회사에서 나 표창장 줘야 한다”고 농담할 정도로 끊임없이 사실적인 취중연기를 요구했다는 것도 알 만한 사람 다 아는 뒷이야기. 춘천과 경주라는 두 공간을 절반씩 배치한 <생활의 발견>은 행동의 반복과 모방에 대한 예민한 관찰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으로… 감독 이정향 출연 김을분, 유승호 개봉예정 4월 프라이드 치킨과 백숙만큼의 간극인 77살 할머니와 7살 손자의 한달 동안의 유쾌한 동거. 데뷔작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기묘한 커플의 절묘한 동거를 잘 짜인 드라마로 풀어냈던 이정향 감독은 <집으로…>에서 다시 한번 그 구도를 활용한다. 이번 커플은 70년이라는 엄청난 세대 차이를 가진 할머니와 손자. 7살난 도시 아이 상우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잠시 시골 외할머니 댁에 맡겨진다. 이야기는 상우의 시선으로 전개되는데, 전자오락과 롤러블레이드에 익숙한 상우에겐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밖에 없는 집, 돌투성이 시골집 마당과 깜깜한 뒷간은 엄청난 시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영악한 도시 아이 상우는 자신의 욕구불만을 할머니를 괴롭힘으로써 드러내지만, 외할머니는 그런 상우를 한번의 나무람도 없이 넉넉하게 품어준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인터뷰에서 “외할머니에게 바친다”고 밝혔던 <집으로…>는 할머니로 대변되는 ‘생명을 주고 키워주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연을 닮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감독은 평생 산골마을에서 살아온 칠순의 김을분 할머니를 주연배우로 모셨고, 충북 영동의 주민들을 카메라 앞에 세웠으며, 촬영 현장도 되도록 손대지 않고 고스란히 담았다고. 취화선 감독 임권택 출연 최민식, 유호정, 김여진, 손예진 제작 태흥영화사 개봉예정 5월17일 19세기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취화선>은 올해 개봉할 영화들 가운데 가장 궁금한 몇편 중 하나일 것이다. 어린 시절 다리밑 거지패였던 장승업은 우연히 그림을 배워 양반들에게 놀라운 솜씨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그는 방랑하며 그림을 그리고 임금님의 부름도 마다한다. 영화는 장승업이 41살 되던 해 더운 여름날에 시작하여 홀연히 사라졌다는 55살까지의 삶을 그린다. 양수리 세트장에 22억원을 들여 19세기 종로거리를 재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권택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장승업은 그런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요. 그러나 난 그게 좋은 것이, 한 작가가 프로로서 끊임없이 거듭나고자 평생을 노력하는 그런 것이 소중하다고 보는 거요.”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감독 전수일 출연 설경구, 김소희 제작 동녁필름 개봉예정 3월1일 97년 <내 안에 우는 바람>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던 전수일 감독의 99년작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가 제작한 지 3년이 지나서야 극장에 걸린다. 영화산업 밖에서 홀로 작업해온 전수일 감독의 영화적 색깔이 극장쪽 이해관계와 어울리기 어려웠던 것이다.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는 전수일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보인다. 지방대학 영화과 교수인 주인공(설경구)은 자신을 가족들에게 소개하려는 애인(김소희)과 다투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애인의 고향집으로 가는 내내 지루한 싸움을 하던 주인공은 영화도 사랑도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어릴 적부터 이유없이 끌렸던 새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는 어린 시절 새와 가장 가까이 있던 주남저수지 근처를 다시 찾지만 새는 사라지고 낡은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스물넷 감독 임종재 출연 김현성, 김민정, 변은정 제작 박철수필름, 유니코리아 문예투자 개봉예정 3월 뒤돌아보기도 앞만 보기도 모호한 나이 스물넷, 어디쯤 서 있는 걸까. <스물넷>은 학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에 발디디기 전, 유예기간과도 같은 젊음의 한때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영화다. 스물넷의 준이는 소집해제를 한달 앞둔 구청의 공익근무요원. 반복되는 일과 속에 세탁소 아르바이트도 하고, 같은 구청 공무원인 연상의 유부녀와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꿈도, 사랑도 불투명할 뿐이다. 우연히 대학 시절 첫사랑인 은지와 맞닥뜨리지만,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대신 나온 것은 동생인 현지. 혼란스러운 감정의 파문과 함께 정해진 길이 없는 만큼 선택의 여백이 희망처럼 남아 있는 젊은 날의 기록을, 포장없이 덤덤한 영상으로 담아낸다. <그들만의 세상>의 임종재 감독이 5년 만에 연출한 두 번째 영화로, <세친구>의 ‘무소속’ 김현성이 주연을 맡았다. ▶ 봄영화 80편 올가이드 ▶ 2002 봄영화 리스트업 ▶ [복수는 나의 것] ▶ [재밌는 영화][울랄라 씨스터즈][해적, 디스코왕 되다][일단 뛰어][정글쥬스] ▶ [버스, 정류장][결혼은, 미친 짓이다][오버 더 레인보우][서프라이즈][후아유] ▶ [아이언 팜][예스터데이][우렁각시][4발가락] ▶ [생활의 발견][집으로…][취화선][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스물넷] ▶ [스콜피온 킹][공각기동대] ▶ [돈 세이 워드] ▶ [프롬 헬] ▶ [스파이더 맨][로얄 테넌바움][샤오린 사커] ▶ [위대한 비상][레퀴엠][케이트 앤 레오폴드][레지던트 이블][롤러볼] ▶ 겨울에서 봄으로 온 영화들 ▶ [천국의 미소][나 집으로 돌아가리라] ▶ [몬테 크리스토] ▶ [모스맨][존 큐][팻 걸][시티 바이 더 씨]

[버스, 정류장][결혼은, 미친 짓이다][오버 더 레인보우][서프라이즈][후아유]

버스, 정류장 감독 이미연 출연 김태우, 김민정 제작 명필름 후반작업중 개봉예정 3월8일 구심점 없이 풀려나가기만 하는 실타래처럼 권태로운 삶을 살아가던 서른두살의 보습학원강사 재섭(김태우)과 세상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부터 배워버린 열일곱살의 소희(김민정). 전철역 플랫폼, 비오는 날의 버스정류장, 두 사람은 몇번의 우연한 만남 속에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떠나는 자와 기다리는 자, 스쳐가는 자와 간직한 자. 버스와 정류장에 빗댄 두 사람의 관계는 대위법적 반복 속에 점차 절망보다는 희망으로 기울지만 이들의 사랑은 바로 종점으로 직행하진 않는다. 아역배우로 브라운관에서 15년 넘는 트레이닝 기간을 거친 김민정과 마냥 ‘좋은 사람’의 이미지를 벗고 무색무취의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김태우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의 프로듀서를 거친 이미연 감독의 데뷔작. 결혼은, 미친 짓이다 감독 유하 출연 엄정화, 감우성 제작 싸이더스 개봉예정 4월13일 <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한 감독 겸 시인 유하의 두 번째 영화는 이만교의 동명소설을 옮긴 것이다. 감독은 이 소설에서 두집 살림을 하는 여자주인공의 불온한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다. 결혼을 사랑의 완성으로 취급하는 기존 멜로드라마와 달리 결혼제도 자체를 공격하겠다는 연출의도가 깃든 말이다. 영화는 ‘결혼은 노, 연애는 예스’라는 가치관을 가진 남자(감우성)와 결혼과 연애, 둘 다의 장점을 즐기겠다는 여자(엄정화)의 사랑 이야기다. ‘결혼은’과 ‘미친 짓이다’ 사이에 들어선 쉼표처럼 이들의 사랑에는 우여곡절이 있다. 여자는 연애만 허용하는 남자를 포기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지만 결혼했다고 남편만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위험하지만 짜릿한 연애는 그녀의 결혼 뒤에도 지속된다. 오버 더 레인보우 감독 안진우 출연 이정재, 장진영 제작 강제규필름 한 남자가 소실된 기억을 복원해가면서, 가슴앓이만 했던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멜로영화. 기상 캐스터인 진수(이정재)는 갑작스런 사고로 대학 시절 기억의 일부분을 잃어버린다. ‘내가 8년 동안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주위 친구들은 그가 누군가를 몹시도 좋아했고, 사고가 있던 날도 아마 그 사람에게 전해 줄 꽃다발을 안고 있었다고 전해 주지만, 그는 상대가 누구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대학 동기였던 유실물센터의 연희(장진영) 역시 그런 그가 보기 안쓰러워 진수를 돕게 되고, 두 사람 모두 호감 이상으로 서로에게 끌리지만, 돌연 진수와 연인관계였다는 혜영이 나타나면서 둘의 관계는 어색해진다. 진수는 과연 정체불명의 ‘연인’이 좋아했던 프리지어를 건넬 수 있을 것인가.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연출부를 거쳐,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다듬은 안진우 감독의 데뷔작. 서프라이즈 감독 김진성 출연 신하균, 이요원, 김민희 제작 씨네2000 개봉예정 5월31일 12시간 동안 애인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기. 어찌보면 이만큼 단순명쾌한 컨셉의 로맨틱코미디가 왜 진작 안 나왔는지 의아하다. 유행가의 절반 정도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다고 고백하는 세상인데 말이다. 확실한 한줄의 컨셉에 신하균, 이요원, 김민희라는 싱싱한 얼굴까지 가세했으니 한동안 풀이 죽었던 로맨틱코미디의 부활을 기대봄직도 하다. 이야기는 오랜만에 외국에서 돌아오는 남자친구로부터 시작한다. 여자는 집안의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 친구에게 12시간만 내 남자친구를 붙잡아달라고 부탁한다. 그 시간 동안 친구와 자기 남자친구가 사랑에 빠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작품상, 관객상 등을 받은 <어디 갔다 왔니?>의 감독 김진성의 데뷔작이다. 후아유 감독 최호 출연 조승우, 이나영, 조은지, 이장원 제작 디엔딩닷컴 개봉예정 4월 말 소외된 청춘들의 상처를 감각적인 화면 위로 어루만졌던 <바이준>의 최호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디엔딩닷컴의 창립작품. <후아유>는 63빌딩에서 일하는 사이버 게임기획자인 형태(조승우)와 수족관 다이버로 일하는 인주(이나영) 사이의 온·온프라인을 넘나드는 ‘접속’에 대한 이야기다. 채팅사이트 ‘후아유’를 오픈하면서 ‘별이’를 온라인에서 만나는 형태. 형태는 자신의 존재를 ‘멜로’라는 아이디 뒤에 숨긴 채, 세상을 향해 귀를 닫아버린 인주 혹은 ‘별이’를 향해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에서 이름을 따온 사이버아지트 ‘티티카카’를 공유하고 있는 이 두 사람은 가장 높은 빌딩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쉽게 공유하지 못한다. <춘향뎐>에 이은 <와니와 준하>를 통해 유연한 변화를 보여주었던 조승우와 “털털하고 발랄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이나영이 전하는 촉촉하지만 기름지지 않은 사랑의 메시지.▶ 봄영화 80편 올가이드 ▶ 2002 봄영화 리스트업 ▶ [복수는 나의 것] ▶ [재밌는 영화][울랄라 씨스터즈][해적, 디스코왕 되다][일단 뛰어][정글쥬스] ▶ [버스, 정류장][결혼은, 미친 짓이다][오버 더 레인보우][서프라이즈][후아유] ▶ [아이언 팜][예스터데이][우렁각시][4발가락] ▶ [생활의 발견][집으로…][취화선][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스물넷] ▶ [스콜피온 킹][공각기동대] ▶ [돈 세이 워드] ▶ [프롬 헬] ▶ [스파이더 맨][로얄 테넌바움][샤오린 사커] ▶ [위대한 비상][레퀴엠][케이트 앤 레오폴드][레지던트 이블][롤러볼] ▶ 겨울에서 봄으로 온 영화들 ▶ [천국의 미소][나 집으로 돌아가리라] ▶ [몬테 크리스토] ▶ [모스맨][존 큐][팻 걸][시티 바이 더 씨]

[재밌는 영화][울랄라 씨스터즈][해적, 디스코왕 되다][일단 뛰어][정글쥬스]

재밌는 영화 감독 장규성 출연 임원희, 서태화, 김수로, 김정은 제작 좋은영화 개봉예정 5월중 <재밌는 영화>는 ‘본격 패러디영화’를 기치로 내건 작품. <쉬리>부터 <친구>까지, 한국영화 33편을 긁어모았다.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반대하는 일본의 극우파 조직 소속의 무라카미(김수로) 일당이 한국에 건너와 때아닌 난동을 부리게 되고, 한국의 특수요원인 황보(임원희)와 갑두(서태화)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40계단 살인장면이나 <박하사탕>의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 역시 웃음을 위한 비빔밥의 재료로 사용될 듯. 최근 각종 광고에서 깜찍한 멘트로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는 김정은이 이중스파이 상미로 등장, 스크린 데뷔전을 치르는 것도 주목을 끄는 것 중 하나. 도심총격전, 대규모 군중신을 비롯해 전주에서 50% 이상 촬영했으며, 곧 후반작업에 돌입할 태세다. 울랄라 씨스터즈 감독 박제현 출연 이미숙, 김원희, 김민, 김현수, 김보성 개봉예정 4월26일 여성 4인조 댄스그룹, 그들의 소원은 라라클럽 부활! 선대부터 라이벌 관계에 있던 라라클럽과 네모클럽. 현재는 라라클럽의 운이 다한 상태로, 이에 네모클럽은 비열한 음모를 꾸며 라라클럽을 인수하려 한다. 이에 맞선 네 여자가 클럽을 지키기 위해 댄서로 변신하는 이야기 사이사이에 이미숙, 김원희, 김민, 김현수 등 4인조 여성전사의 팀워크가 빚어낼 힙합, 재즈, 라틴, 디스코, 탱고, 로큰롤 등 7가지 춤이 현란하게 스크린을 수놓는다. 화려한 볼거리를 위해 네명의 주인공은 석달 동안 매일같이 5시간씩 춤과 노래를 명렬하게 연습했다고. TV드라마 <퀸>에서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이미숙이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억척스럽고 푼수기 있는 맏언니 은자로 등장하여 다시 한번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를 선보이며, <퀸>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김원희도 ‘터프걸’ 미옥으로 등장한다. <단적비연수>의 박제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 감독 김동원 출연 임창정, 양동근, 이정진 개봉예정 5월중 미인을 얻으려면 춤을 춰라! 80년대 정서를 배경으로 한 달동네 삼총사의 코믹영웅담 <해적, 디스코왕 되다>는 남성성의 상징 같았던 주먹 대신 춤으로 승부를 한다는 아이디어로 웃음을 끌어낸다. 퍼포먼스 느낌이 나는 코믹한 액션으로 낭만적이고 정감어린 정서의 전면에 내세우고 깃 넓은 꽃무늬 셔츠, 판탈롱,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디스코 등 80년대 향수를 자극할 복병도 곳곳에 깔려 있다. 달동네에 살고 있는 삼총사 해적, 봉팔, 성기는 친한 친구 사이. 해적은 우연히 만난 봉팔의 어여쁜 여동생 봉자에게 한눈에 반하는데, 똥지게를 지던 봉팔의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봉자가 나이트클럽에 팔려간다. 클럽이 주최한 디스코대회에서 우승하면 봉자를 보내주겠다는 사장의 제의에 해적은 맹연습을 시작한다. 임창정이 착하고 눈물많은 순둥이 봉팔로, 양동근이 장난기로 똘똘 뭉친 뺀질이 성기로 분한다. 조성우가 선곡한 추억의 디스코 명곡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스코음악도 기대해봄직하다. 일단 뛰어 감독 조의석 출연 송승헌, 권상우, 김영준 개봉예정 5월중 고삐리 삼총사, 27억원이 든 돈가방을 갖고 튀다? <일단 뛰어>는 웃음과 액션을 번갈아가며 가파르게 질주해나간다. 여자를 좋아해 밤이면 호스트 아르바이트를 하는 우섭, 조기유학 갔다가 사고치고 돌아온 21살의 늦깎이 고교생 성환, 엉뚱한 구석이 있는 진환은 ‘좋은 친구들’. 어느날 성환의 아버지 생일잔치에 다녀오던 그들의 차 위로 피범벅이 된 시체와 돈가방이 한꺼번에 떨어진다. 망설임은 잠시, 돈가방을 접수한 세 사람은 일단 마구잡이로 쓰면서 젊음을 즐긴다. 한편 신참형사 지형은 사채업자 김 선생의 집에서 일어난 도난사건을 수사하다 세 고교생에게 혐의를 두고 수사망을 좁혀온다. 송승헌이 늦깎이 고교생 성환으로, <화산고>의 송학림 역으로 낯을 익힌 단아한 인상의 권상우가 우섭으로 등장한다. 이범수가 형사로 등장,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을 선보인다. 정글쥬스 감독 조민호 출연 장혁, 이범수, 손창민, 전혜진 제작 싸이더스 개봉예정 3월22일 청량리 588을 빈둥거리는 두 양아치, 기태(장혁)와 철수(이범수)는 폭력조직에 들어가 화끈하게 살아보는 게 꿈이다. 어느날 그들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조직에서 마약거래하는 현장에 투입된 것이다. 거래상대의 배신으로 일이 꼬이고 조직의 보스가 잡혀들어간 사이 둘은 우여곡절 끝에 엄청난 마약을 손에 넣는다. 김영빈, 이민용 감독 연출부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조민호 감독의 데뷔작 <정글쥬스>는 이처럼 얼결에 마약을 손에 쥐게 된 두 양아치 청년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코믹한 분위기에 갱스터와 스릴러가 가미된 변칙장르영화로 감독은 자신이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 청량리에서 생생한 인물과 대사를 끄집어낸다. <화산고>의 숨은 고수 장혁과 <태양은 없다> <하면 된다>의 코믹 조연 이범수의 연기호흡이 관건일 영화.▶ 봄영화 80편 올가이드 ▶ 2002 봄영화 리스트업 ▶ [복수는 나의 것] ▶ [재밌는 영화][울랄라 씨스터즈][해적, 디스코왕 되다][일단 뛰어][정글쥬스] ▶ [버스, 정류장][결혼은, 미친 짓이다][오버 더 레인보우][서프라이즈][후아유] ▶ [아이언 팜][예스터데이][우렁각시][4발가락] ▶ [생활의 발견][집으로…][취화선][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스물넷] ▶ [스콜피온 킹][공각기동대] ▶ [돈 세이 워드] ▶ [프롬 헬] ▶ [스파이더 맨][로얄 테넌바움][샤오린 사커] ▶ [위대한 비상][레퀴엠][케이트 앤 레오폴드][레지던트 이블][롤러볼] ▶ 겨울에서 봄으로 온 영화들 ▶ [천국의 미소][나 집으로 돌아가리라] ▶ [몬테 크리스토] ▶ [모스맨][존 큐][팻 걸][시티 바이 더 씨]

이혜영 `날 소개하는데 손색없는 영화`

지난 1998년 전도연씨와 함께 출연한 악극 <눈물의 여왕> 이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나있던 배우 이혜영(39)씨가 <피도 눈물도 없이>로 화려한 스크린 나들이를 했다. 그동안 연극, 뮤지컬 등에는 간간이 얼굴을 내비췄으나, 영화는 95년 <헤어드레서> 이후 7년만의 외출이다.“해본 경험이 없는 여자의 모습이고, 한국 영화계에서도 유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여자 주역을 맡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도 많았는데, 두 명이 주역이라 부담도 적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나를 잘 모를텐데, 그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데 손색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이씨가 맡은 경선역은 전과기록이 화려한 전직 금고털이로 지금은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며 남편이 진 빚을 갚기 위해 택시운전을 하는 여자다. “그 많은 인물이 다 성깔이 있고, 경선은 제일 성깔이 있음에도 죽이고 사는 사람이다. 불뚝불뚝 성깔을 부리긴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삶에 지치면서 어쩔 수 없이 성깔이 마모되고, 참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삶에 찌든 스산한 모습 보다 경선의 성깔이 좀 더 살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류승완 감독은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이씨를 모델로 경선이란 인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류 감독은 이씨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해보지 않은 역이라 내 생각이나 주장 보다는 처음부터 감독의 뜻에 맞추려고 했다. 두 장면 찍고 나더니, `선배님, 선배님의 그게 없다`며 무언가 부족함을 얘기했으나, 그렇게 말을 하고도 결국은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하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경선이 이혜영의 컨디션에서 최선의 모습은 아니지만, 류 감독이 만들어낸 경선에서는 최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이씨는 상당히 솔직하고 똑부러질 만큼 명쾌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배우였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 한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컨디션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거나, 새로운 역을 맡으면 그 역에서 연상되는 걸음걸이나 몸짓 등 외형적인 변화가 잘 안된다는 등 배우로서 스스로 느끼는 한계를 숨김 없이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끝까지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고, 육체적인 변화도 많이 연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의 이씨는 목까지 차오른 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꾹꾹 누르며 살지만 때로는 불끈 성깔을 보이는 경선역으로 관객들의 마음에 때로는 안스러움을, 때로는 가슴 한 켠의 서늘함을 안겨준다.“요즘 한국영화를 보면, 탐나는 역은 다 남자역”이라는 이씨는 다섯 살 난 딸을 돌보느라 옛날과 같이 바쁘게 활동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나이,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들 안에서 표현해낼 수 있는 그런 역을 하는 게 앞으로의 바람이다.신복례 기자borae@hani.co.kr 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Review]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 Story 지방대학 영화과 교수인 김(설경구)은 유부남이지만 아내와 자식들과는 잠시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 그에게는 중학교 교사인 영희(김소희)라는 애인이 있다. 영희는 김에게 그녀의 고향에 함께 내려가 부모님에게 인사드릴 것을 요구하지만 김은 주저한다. 결국 마지못해 영희를 따라나선 김은 그녀를 여관방에 남겨둔 채 홀로 돌아오고 만다. ■ Review 데뷔작 <내 안에 우는 바람>(1997)에 이은 전수일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가 드디어 우리 앞에 도착한다. 완성되고 나서 거의 3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도착한 이 영화는 오염된 진흙탕 속에서 퍼덕거리던 철새처럼 애처로워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영화가 자리를 잘못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역사와 현실을 장르 속으로 밀어넣고 덧없는 웃음과 거짓 비장함이라는 양날의 칼로 곤죽을 만드는 동안, 전수일은 우리의 영화가 왜 텅 빈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어쩌면 무심결에)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의 화면은 장시간 촬영을 통해 얻어진 고정숏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화면을 채우는 것은 지방대학 영화과 교수 김의 남루하고 지리한 일상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선 다소 시시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세세한 일상의 묘사보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주인공 김의 영화가 끝내 완성되지 않을뿐더러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새에 집착하는 김의 행위는 자신도 잘 모르는 무언가를 단지 새라 명명하면서 허망하게 뒤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새조각상을 든 남자를 김이 뒤쫓아갈 때 갑자기 카메라는 인물의 움직임을 불안하게 따라가는데, 영화에서 가장 격렬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이 순간이 거꾸로 가장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중의적이다. 그저 자신이 그린 지도에 따라서만 이동하는 새의 모습은 어떤 폐쇄성, 관습적인 반복이기도 하지만 새의 회귀와 반복운동은 언제나 하나의 생성, 탄생을 예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김이 오염된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새를 바라볼 때, 전시회에서 한 그림- 상단에는 날갯짓하는 새가, 하단에는 폐곡선이 그려진 그림- 을 주시할 때 전수일은 쉽사리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제목 뒤에 생략된 말은 ‘우리도 폐곡선을 그린다’일 수도 ‘왜 우리는 폐곡선을 그리지 못하는 것일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는 많은 아쉬움과 함께 오히려 전수일의 다음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뒤늦은 귀환에 충분히 값하는 작품이다. 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

김현진의 오! 컬트 <마네킨2>

그나마 원고료라는 녹을 먹어본 많지 않은 경험 중, 이렇게까지 도대체 뭘 쓰지 하고 머리를 굴려본 적도 없었고, 굴렸는데 잘 안 돌아가서 절망한 적도 많았고, 기껏 굴렸는데 편집 단계에서 슥슥 바뀐 적도 없었고, 마감에 맞춰 보내놓고 잘릴지 말지 스트레스 받아본 적이 없었고, 이렇게까지 마음이 부서진 상태에서 영화를 보며 글을 만들어본 일도 없었습니다. <마네킨2>를 다시 보다가, 갑자기 와락 울고 싶어졌습니다. 한없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지던 마네킨 미녀 크리스티 스완슨이 천년 동안의 잠에서 깨어나 80년대의 新문물들을 보면서 내내 ‘amazing! I love 20th century!’라고 꽥꽥 소리질러대는 것을 보다가 갑자기 그녀의 텅 빈 플라스틱 주먹으로 뒷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아니, 고작해야 깃털침대, 샌드위치, 네온사인 따위를 보고서 저런 말이 저렇게 쉽게 나온단 말이야. 마치 늘 공부 안 해도 잘해서 부럽던 친구가 남 눈 몰래 열나게 단어장 외우는 광경을 목격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우아하고 도도하게 결혼 안 한다고 천명해서 멋지던 선배가 술취해서 실은 이번 이혼이 세 번째며 남자는 다 개새끼는 고백을 우연히 듣기라도 한 것처럼 순간 민망하기 그지없었던 것입니다. 아, 이 빈곤한 시대. 겨우 샌드위치나 펩시콜라에라도 의지해서 “난 행복해요!” 라고 떠들어야 되는 시대라니, 비록 증세의 말똥냄새는 안 난다 하더라도 말똥보다 더한 인간들이 있고, 콜라가 맛있어도 사실 그 콜라에는 엄청난 설탕과 카페인이 들어 있어서 곧 그대의 새하얀 치아도 치과 신세를 져야 할 텐데. 진정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여. 그토록이나 글을 쓰면서 굴착기 수준으로 삽질을 한 셈이지만, 황당하고 잡스런 헛소리를 하고, 정녕 그러한 취급으로 일생을 끝내더라도. 어른만은 되고 싶지 않다고, 그런 어른만은이라고 강렬하게 느꼈습니다 잠시 이빨의 즐거움을 위해 남을 아작꿀꺽할 수도 있고 발톱을 들어 상황을 자기를 위해 살살 조정하는 그렇게 할 재주가 없어서 언제나 지면에서 2cm 붕 뜬 인간은, 영화는 땅에서 아무도, 아무것도 잡아주지 않지만 하늘로 날기에는 뱃속에는 쓰레기가 꽉꽉 바람이 반쯤 빠진 채 너덜거리는 실꾸리에 묶인 시시한 풍선 같은 인간은, 영화는 철없는 채 영원을 퍼덕거리는 채. 언제나 우리는 흔하게 개무시, 개수작, 개나 줘버려, 개새끼란 말 잘하지만은 허나 개는 얼마나 정직합니까, 속이지 않고, 화가 나면 달려들고 밥을 주면 기뻐하고 개같이만 살 수 있다면, <개같은 내인생>만 살 수 있다면.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좋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릅니다만 사람의 마음을 1cm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창작자에게는 좋은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이 졸필로 행여 단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움직인 적이 있다면, 그것으로 일백 퍼센트 행복합니다. <들장미 소녀 캔디>의 명대사로 마무리하죠.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어- 캔디가 훗날 테리우스를 다시 만났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언젠가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으로 여러분을 만나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nd of season, 김현진/ 21 the Suicide Blonde

코믹 갱스터 <4발가락> 촬영현장

김포공항이 멀지 않은 인근의 폐공장. 검은 교복 차림의 조금은 나이들어보이는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이어서 강풍기가 톱밥과 먼지를 동반한 바람을 뿜기 시작하고 호흡을 고르고 있던 학생들은 “웃지 말고 레디∼ 액션!” 소리와 동시에 순식간에 한 덩어리가 되어 주먹이 오가는 패싸움을 시작한다. “컷.” 감독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몸을 던져 싸움에 몰입한 학생들이 다른 스탭들의 외침을 듣고서야 몸을 털며 일어난다. 4명의 고교 동창들이 건달로 살아가며 그들의 세계를 그리게 될 코믹갱스터영화 의 촬영현장이다. 무식함에 고집까지 세고 오륜기를 아우디 차에 달고 다녀서 아우디(허준호)라 불리는 첫 번째 발가락. 단순, 무식, 과격의 대명사로 그랜져 승용차 중에서도 각진 그랜져만을 고집해 각그랜져(박준규)로 불리는 두 번째 발가락. 주먹의 달인으로 하얏트(HYATT)호텔을 해태호텔로 착각하고 있어 해태(이원종)라 불리는 세 번째 발가락. 주먹과 머리 모두를 겸비하고 얼굴에 난 상처가 르까프 모양이라 르까프(이창훈)라 불리는 네 번째 발가락. 이들 들 사이에 학내의 패권을 두고 한판 대결이 벌어지고 이 싸움을 계기로 영원한 라이벌 관계와 우정이 시작된다. <돈을 갖고 튀어라>와 <똑바로 살아라> 등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이 영화를 위해 직접 조직에 들어가 그들만의 이야기를 쓴 계윤식 감독은 “주인공들은 모두 실존 인물들이고 그래서 더욱더 사실에 근접한 갱스터들의 삶을 표현하고 싶다.”며 먼지가 가득한 현장을 지휘한다. 현재 60% 이상의 촬영을 마친 영화 은 5월 초 진짜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갱스터들의 모습을 사실감 넘치는 웃음에 실어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글 손홍주 사진설명 1. 강한 직업의식으로 사는 절대 프로 갱스터 첫 번째 발가락 아우디는 나중에 양복은 물론 팬티까지 유명 상표로 도배하는 고집불통. 2. 무식해도 나만큼만 하면 갱스터가 된다는 두 번째 발가락 각그랜져는 한글을 모를 정도로 무식하지만 한글 사랑이 남다른 독특한 애국자로 그 앞에서 외래어는 곧 죽음. 3. 나중에 친구 아우디 대신에 옥살이를 할 정도로 의리 넘치는 보기 힘든 갱스터인 세 번째 발가락 해태는 왼손이 오른손보다 한배 반 정도 커 스치기만 해도 중상. 4. 4인방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온 엘리트 갱스터가 될 네 번째 발가락 르까프는 명석함과 빠른 판단력을 가지고 매사에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일을 처리하고 물건과 여자 다루는 기술이 최고. 5. 강풍기에 섞여서 현장에 뿌려지는 톱밥과 먼지, 그리고 배우들의 액션연기로 촬영이 끝나면 온통 톱밥천지. 6. 은 “미화된 시각과 비장미, 코미디언 같은 그들의 모습을 거둔 채 그들의 진짜 모습을 다루고 싶다”는 계윤식(왼쪽) 감독의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