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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귀신이 산다>의 차승원 인터뷰

“왜 또 코미디냐는 저한테 왜 삼시 세끼를 먹느냐와 똑같은 질문이예요. 할 수 있는 거 하는 게 무슨 잘못도 아닌데 말이죠.” 새영화 <귀신이 산다>(감독 김상진,17일 개봉)로 돌아온 배우 차승원(33)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왜 또 코미디냐?”인 건 당연할 수도 있다. <신라의 달밤> 이후 <광복절 특사> <라이터를 켜라> <선생 김봉두>와 이번 영화까지 내리 다섯 영화를 코미디만 했으니까. 그러나 <귀신이 산다>의 박필기 역이 차승원이 지금까지 해온 연기의 답습이라고 단정짓는다면 그건 냉정한 평가이기에 앞서 자신의 부족한 눈썰미를 시인하는 꼴이 된다. <귀신이 산다>는 지금껏 그가 해왔던 캐릭터 코미디와는 다른 영화다. 쉽게 말해 박필기는 ‘못말리는’ ‘어리버리한’ ‘앞뒤 안가리는’ 따위의 특별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아니다. 평범한 회사원인 그의 특징이라면 내 집 마련에 대한 의지가 강한 정도.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 중에 내 집 마련의 꿈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박필기는 정말 평범한 남자예요. 애써서 소원을 이뤘는데 자기로서는 어쩔 수 없는 힘이 자기가 이룬 것을 빼앗아가려는 거죠. 얼마나 속상하고 무섭겠어요. 그건 전혀 웃긴 게 아니거든요.” 천신만고끝 내 집 장만했더니 귀신이 자기집이라고 나가래 영화가 시작되고 한시간 가까이 차승원은 그야말로 혼자 연기한다. 필기와 ‘주택분쟁’에 나서게 되는 귀신(장서희)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움직이는 소파, <링>처럼 배우를 토하는 텔레비전, 위치가 뒤바뀐 손발과 싸우는 필기의 연기는 마임처럼 보인다. 상황은 갈수록 황당해지는데 필기는 갈수록 처절해진다. “더 절실하게, 더 진지하게”는 이번 영화에서 그의 연기 모토였다. “놀라서 도망가는 장면 하나에서도 웃기게 가려면 얼마든지 그렇게 갈수도 있어요. 그런 생각도 들죠. 여기서 내가 좀 더 하면 재미있을 것같은데…. 제 생각에 코미디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독은 그런 거예요. 배우가 웃기려고 하는 순간 영화는 망가지는 거죠.” 짧지만 이야기 중간에 툭툭 내놓는 그의 ‘코미디론’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실생활’이다. 이제 몸 전체를 도는 피의 순환처럼 자연스러워진 그의 코믹 리듬이 빛을 발하는 것도 이런 순간이다. 이를테면 슈퍼에 가서 악착같이 10%를 할인받는 때나 직장 상사(장항선)의 면박에 ‘뻘줌’해 할 때, 거꾸로 매달린 귀신에게 무심코 “너 얼굴 시뻘개졌어” 이야기할 때 피식피식 나오는 웃음이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더 절실하게 더 진지하게”배우가 웃기려면 망가지죠 다시 “왜 또 코미디냐?”라는 질문으로 돌아간다면 여기에는 오로지 망가지기 위해 존재하기에는 완벽한 체격과 그 자체로 누아르 영화 포스터가 되는 강렬한 인상에 대한 아쉬움도 묻어 있다. 이에 화답하듯 그는 차기작인 스릴러 사극 <혈의 누>(김대승 감독)에서 ‘짠한’스타일의 냉혈한으로 출연한다. 그러나 ‘변신’으로 포장하지는 말기를 부탁한다. “한없이 가벼운 것도 싫지만, 반대로 무거운 것도 싫어요. 그 경계를 지켜나가는 게 앞으로의 연기에 대한 답안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일관성’을 지켜나가는 게 배우로서 뿐 아니라 생활인으로서 가장 소중하다고 말하는 차승원은 속없는 허허실실 웃음의 폭과 깊이를 잴 줄 아는 배우처럼 보인다.

[파리] 빛과 소리의 예술, 장애인도 함께 즐긴다

영화 <홀랜드 오퍼스>(1995)의 마지막 신에는 음악가인 아버지가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을 위해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빛을 통해 들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파리시는 오는 9월22일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해 상영관 두곳에 특수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파리 6구에 위치해 있는 아를르켕 극장 3개의 상영관 중 두곳이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이다. 아를르켕 극장은 그동안 한국영화를 비롯한 제3세계영화의 상영에 관심을 가져온 특색있는 극장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수자막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디스크립션 등의 특수시설이 갖추어지면 그동안 영화관람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도 극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9월22일 첫 상영회에서는 올해 칸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오른 아녜스 자우이의 <이미지처럼>(2004)이 실제로 청각언어 장애를 겪고 있는 배우 에마뉘엘 라보리가 참석한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또는 케이블채널 등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수자막이 상대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 중 하나는 시각장애인에게까지도 영화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데 있다.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특별상영은 주중 1일 1회, 주말 1일 2회에 걸쳐 이루어진다. 오디오 디스크립션과 사운드를 설명해주는 특수자막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영화 한편당 7500유로 정도이며 이 비용은 파리시가 부담한다. 한편 적외선 헤드셋의 설비를 위해서는 돌비가 2만유로의 금액을 후원할 예정이다. 파리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출발점으로 향후에는 좀더 많은 극장에 이러한 시스템이 확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시청각 장애인은 물론 시력과 청력이 쇠퇴한 노년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빛과 소리의 매체인 영화를 시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까지도 향유할 수 있다면 영화의 가능성은 좀더 넓어질 것이다.

<호텔 비너스> 배우 초난강의 남다른 한국사랑

<호텔 비너스>는 솔직히 당혹스럽다. 모든 배우들이 한국어 대사를 하는 일본영화라는 점, 무엇보다 무엇을 위해 저들은 (힘들게) 한국어를 하고 있나라는 의문 때문이다. 어쨌든 이건 초난강(구사나기 쓰요시·30)을 만나야 풀릴 일이었다. 그 없이는 생각도 하기 어려웠을 초유의 시도니까. 최근 몇년간 영화 <환생>, 드라마 <나와 그녀와 그녀의 살아가는 길> 등을 통해 일본에선 단순히 인기그룹 스맙(SMAP)의 멤버가 아니라 진지하고 따뜻함을 지닌 ‘배우’로 확실히 자기 이미지를 구축한 초난강의 한국 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후지TV>가 2001년 시작한 심야 정보다큐멘터리 <초난강>(NHK의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빼놓고 일본 지상파에서 한국어로 진행된 첫 프로그램!)은 애초 6개월 방영예정이었지만 3년 반 넘게 이어지고 있다. 볼터치에 촌스러운 의상의 초난강이 2002년 한국어 음반을 발매하고 한국 텔레비전에 코믹한 모습으로 출연한 것도 이 프로그램의 ‘기획’이지만, 재일동포, 병역문제 등 ‘연예오락’을 뛰어넘는 주제들도 꾸준히 등장시켰다. 11월 방영될 <후지TV>의 특집드라마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에서 초난강은 온갖 차별 속에서 바이올린 제작자로 성공한 실존 재일동포 진창현 역을 맡는다. 이쯤되면 심술궂은 궁금증이 든다. 한국을 좋아한다고? 도대체 어디가 얼마나 좋다는 거지? 한국어 실력은 얼마나 될까? 지난 9월2일 저녁, <스맙×스맙>의 연 이틀 녹화를 막 끝낸 그를 도쿄드라마센터에서 만났다. <호텔 비너스>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조금 긴장돼요, 그리고 영광입니다”라던 그는 이내 <씨네21>을 보고 “와, 송강호다, 유지태다… 대단한 배우들이에요”라고 반색했다. 대답의 7할 이상이 일본어였지만, 인터뷰도 한국어 학습인 양 그는 가끔씩 한국어 표현을 되물어가며 혼자 몇번씩 되뇌었다. <호텔 비너스>를 기획한 배경은 무엇이었나. 처음부터 대규모 개봉(일본에선 최종 150개관 상영, 9억엔의 수입을 올리는 성공을 거뒀다)을 생각했나. <초난강>을 시작하면서 우리끼리 비디오영화라도 한편 만들고 끝내자고 다짐했던 게 시작이다. 이번엔 ‘처음’인 게 많다. 한국어 대사에 일본어 자막(일본 개봉 당시)이 깔리는 일본영화라는 점부터, 감독도 각본도 영화는 처음이다. 보통이라면 상식이나 고정관념을 따를 텐데 전부 처음인 사람들이 모여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던 게 좋았던 것 같다. 촬영과정에서 무리는 없었나. 블라디보스토크의 촬영은 단 열흘이었다고 들었다. 역시 배우들은 다르더라. 나는 한국어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나카타니 미키를 비롯해 모두 해내는 거다. 거꾸로 내가 초조해질 정도였다. 외국어로 연기하는 건 배우에게 불리한 부분 아닌가. 하지만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고 뭔가 재미있는 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일치감 같은 게 현장에 넘쳤다. 낮에는 촬영, 밤에는 탭댄스 연습으로 열흘을 보냈다. 일본어였다면 보는 이들이 훨씬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설정이 한국과 전혀 상관없다는 점도 보는 이들에겐 당혹스러울 것 같고, 인물의 성격이나 관계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물론 완벽한 (한국어) 발음은 안 된다. 하지만 오히려 이국적인 설정, 거기에서 해볼 의욕이 생겼다. 시간도 공간도 알 수 없는 무국적의 상황에서 모두 ‘한국어’라는 하나의 키를 갖고 소통하는 것을 통해 여러 가지 의미를 ‘발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일본어로 하면 그저 보통영화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할까. 한국에서 어떻게 볼지 긴장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아닌가. 좀 실패하면 ‘난 몰라’ 하지, 뭐. (웃음) 초난강에게 한국의 모든 것은 “각코 이이”(멋있다) 한마디로 통한다. 배우도, 한글도, 지저분한 뒷골목조차 그에겐 “각코 이이”다. 타인의 눈을 통해 나를 보는 건 흥미로운 경험이다. “각코 이이”를 연발하며 가볍게 흥분까지 하는 초난강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지겨워하고 눈살 찌푸렸던 일상적인 시간과 공간도 새롭게 느껴진다. <초난강> 프로그램의 당신과 실제 초난강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한국인들이 있다. 사실 <쉬리>를 통해 한석규를 알고 한국영화와 음악을 좋아하게 됐지만, 프로그램 처음엔 한국어를 못했다. 지금은 조금 하지만. 또 깊은 역사인식 같은 것도 없었다. 무지했다고 해야 할까. 물론 프로그램을 하며 공부를 하게 됐지만, 오히려 일반적인 상식이나 선입견 같은 게 없어 눈에 보이는 그대로 한국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지금의 한류 붐에 대해 느낌이 각별할 것 같다. 정말 <초난강>을 시작할 땐 지금과 같은 붐은 상상도 못했다. 그저 나는 내가 좋아하는 한국, 그러니까 개인의 ‘취미’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어 무척 신나했다. 나 혼자 속으로 ‘자식들… 한국영화랑 한국어가 얼마나 멋있는데… 너희는 모르지?’ 이러면서 말이다. 한류는 사실 때늦은 감이 있다. 물론 일시적인 붐으로 끝날 수도 있다. 거기서 흥미를 잃는 사람도 있다면, 그것도 그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정말 한국을 사랑하게 되는 사람도 있는 거고. 모두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하는 거다. 한국에 가면 뭐가 좋나. 전부 다. 한국에 딱 내리면 내 얼굴색이 달라진다고들 한다. ‘마늘파워’인가? 인천공항에서 내리면 한적한 한강변을 따라 차가 북적대는 도심으로 들어가게 되지 않나. 내겐 한국인의 조용하면서도 정열적인 두 가지 이미지와 자연스레 연결된다. 묵는 호텔 앞에 단골 식당이 있는데 이른 시간 아침식사를 하러 가면 식당주인이 우리와 같이 밥을 먹는다. 일본에선 손님 앞에선 밥 먹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 그것도 멋있다. (웃음) 웬만한 한국영화는 다 본다고 들었다. 처음 한국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영화였고. 어떤 점에 끌렸나. 한국 배우들에겐 일본 배우와는 좀 다른 매력을 느꼈다. 내면적인 강함이 번져나오는 듯한 느낌. 나도 한국어로 발음해보고 싶다, 공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배우들은 내 안에 있던 에너지, 혼 같은 걸 흔들어놓는 것 같다. 물론 어떨 땐 한국영화에서 좀더 감정을 억눌렀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 그건 연기를 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폭발적인 상황이더라도 내면의 강함이나 분노나 슬픔을 억누르며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가 있지 않나. 하여튼 한국영화는 ‘볼티지’가 높다. 일본인 안엔 숨겨져 있는 부분이고. 같이 일해보고 싶은 감독을 꼽으라면… 강제규 감독인데, 너무 유명해졌다. 배역을 고를 때 자신의 잣대는. 가리지는 않는데 원래 관객에게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사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고집하는 족족 실패하는 타입이다. 중학교 축제 때 내가 주장한 기획이 대실패였다. “누가 하자 했어? 초난이지?” 이런 식이다. 주어진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나한테 맞는 방식인 것 같다. 배역도 대부분 주변의 의견으로 정한다. 그런 점에서 <초난강>은 예외다.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했는데 성공한 유일한 사례다. (웃음) <호텔 비너스>엔 상대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서툴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타인에게 말을 거는 정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 정도로 하니 내 애정을 알아줘”라는 떼쓰기가 아니다. 누가 알아줄 것도 아닌데 한국차를 타고 다니는 이 일본 스타는 “언젠가 꼭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다”며 “연예인을 그만둬도 한국과의 교류는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충무로는 통화중] 영화 제작 ‘병풍’ 맞고 움찔

병역비리 파동이 충무로 영화제작 진행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캐스팅된 배우의 출연이 불가능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촬영이 지연되고 있는 것. 영화배우 ㅈ씨의 경우 10월 중 크랭크인 예정이었던 A영화사의 영화에 이미 구두계약을 통해 캐스팅을 확정한 상태였으나, 이번 병역비리 혐의에 연루되면서 중도하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주연을 바꿔야 할 상황이다. 몇명 봐둔 배우가 있긴 하지만 올해 안에 스케줄을 맞추고 또 확정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겨울이 지나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영화사쪽은 갑작스런 제작 진행 차질에 난감해하고 있다. 병역비리 혐의 문제 때문에 손실을 빚고 있는 것은 비단 충무로만은 아니다. 텔레비전 드라마쪽도 사정이 급박해지긴 마찬가지다. ㅈ씨의 경우 내년 2월 SBS에서 방영예정인 <파라다이스 카페>에도 역시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본인의 번복으로 제작사 캐슬 인 더 스카이는 다른 주연배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밖에도 ㅈ씨와 같은 질병인 사구체 신염 판정을 받고, 군입대를 면제받은 영화배우 ㅅ씨와 ㅎ씨 역시 지금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에 걸려 있다. 김종학 프로덕션의 김종학 대표(사진)는 지난 9월14일 <태왕사신기> 제작발표회장에서 “방송사쪽과 협의하여 ㅎ씨를 다른 배우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ㅈ씨는 김종학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KBS 사극 <해신>에 출연하여 이미 상당수 분량을 촬영한 상태이다. 한편, 김종학 프로덕션과 포이보스, 두손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하여 내년 1월 방영예정인 드라마 <슬픈 연가>의 주인공으로 결정됐던 ㅅ씨 역시 같은 상황이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ㅅ씨의 드라마 출연여부는 <슬픈 연가>의 뮤직비디오 촬영에서 돌아오는 9월18일 이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선수들로 시작하여, 연예계에까지 번진 병역비리 파문으로 충무로의 영화사 및 텔레비전 드라마 제작사가 때아닌 된서리를 맞고 있다.

‘예스 브레인’ 코미디, <노브레인 레이스>

텔레비전 프로그램 한 코너의 이름을 빌린 제목과 코미디언 정준하가 얼굴을 들이미는 포스터 때문에 <노브레인 레이스>는 막가파 영화처럼 비칠지 모른다. 그러나 제리 주커 감독에 녹록지 않은 배우들이 포진해 있는 이 영화는 반듯한 짜임새를 가지고 제대로 웃기는 코디미영화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당기던 이들 가운데 6명이 호텔 사장이 참석하는 파티에 초대된다. 거기서 사장은 사물 보관함 열쇠 6개를 나눠주며 뉴멕시코의 실버시티역 1번 사물함에 현금 200만달러가 든 가방이 있으니 먼저 가서 가지라고 한다. 초대된 이들 가운데 몇은 그 말을 안 믿고, 몇은 “바보 짓 안 하겠다”며 버티다가 실버시티를 향해 사막길을 달려간다. 원제 ‘Rat Race’는 영한사전에 ‘무의미한(극심한) 경쟁’이라고 번역돼 있다. 그 뜻이 돈에 눈이 멀어 미친 듯 달려가는 이들의 경주에 어울리지만, 정작 경주 결과에 돈을 벌고 잃는 이들은 따로 있다. 돈 많고 할 일 없어 내기 중독증에 걸린 전세계의 갑부들이 이 호텔에 모여 누가 돈을 챙길지에 내기를 건다. 열쇠 6개엔 위치 추적장치가 달려 있어 호텔방의 대형 지도에 경주상황이 중계된다. 그 상황판이 마치 쥐들이 경주하는 경기장을 연상케 한다. 예상할 수 있듯 경주자들은 지적인 변호사부터 <덤 앤 더머>를 연상케 하는 얼간이 형제까지 성격, 나이, 인종이 다양하다. 다종다양한 인간들이 모여사는 미국 사막엔 별의별 이벤트가 벌어질 터. 경주자들의 개성에 맞춰 이 이벤트를 일대일 대응시키는 조합이 재치있다. 토실토실하면서도 탄탄한 근육질의, 아줌마들이 좋아할 타입인 쿠바 구딩 주니어는 60년대 드라마의 루시처럼 가꾼 루시 열혈팬 아줌마 군단과 동행하게 되고, 도무지 정치에 무관심할 것같이 생긴 존 로비츠는 친나치 박물관과 반나치 집회를 오가며 죽을 고생을 한다. 내기중독증 갑부들은 맛깔난 양념을 친다. 심심하니까 하는 일이 내기다. 억지스럽게 우연이 겹치는 경우도 많은데, 제리 주커는 그럴 때일수록 정신없이 몰아붙인다. ‘점점 빠르게’와 ‘점점 세게’가 합쳐 상승효과를 낼 때 폭소를 참기 힘들다. 코미디의 리듬을 잘 알고 마무리도 깔끔하게 한다. 예상과 달리 가장 기대를 했던 로완 앳킨슨이 좀 썰렁하다.

[외신기자클럽] 세련된 몬트리올 vs 화려한 토론토 영화제 (+영어 원문)

음과 양은 잘 살아 있다. 캐나다의 영화제 세계에서 말이다. 여기엔 선언되지 않은 전쟁이 이런 행사의 미래에 대한 큰 암시를 갖고 절정에 다다르고 있을 것 같다. 나는 캐나다의 어느 호텔방에 앉아서 이 글을 쓴다. 북미 최대 규모의 가장 중요한 영화제인 토론토국제영화제(9월9∼18일)가 29회째 개최 중이다. 일주일 전쯤에도 캐나다에 있었는데, 그때는 28회째를 맞은 몬트리올세계영화제(8월26일~9월6일)에 있었다. 이 두 영화제와 두 도시는 불과 몇백 마일 떨어져 있지만, 서로 다른 나라나 심지어는 서로 다른 대륙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어권 퀘벡주에 있는 몬트리올은 특색이 있으면서 꾀죄죄하고, 산이 많고 역사에 전 듯한 도시로 막강한 세인트 로렌스 강가에 자리해 있다. 말하자면 유럽 도시인데 공교롭게 북미에 위치해 있을 뿐이다. 영어권 온타리오주에 있는 토론토는 밋밋하고, 티 한점 없이 깨끗하고, 평탄하고, 역사성이 떨어지는 도시로 거대한 온타리오 호숫가에 있다. 이는 미국 도시인데 공교롭게 캐나다에 있는 것과 같다. 두 도시 모두 다중문화권이다. 몬트리올은 라틴계 인구 요소가 큰데 특히 스페인어를 하는 쪽이 많다. 토론토는 동아시아계 공동체가 형성돼 있는데 특히 중국인과 한국인이 많다. 그런데 두 도시가 공유하는 특징은 이뿐이다. 자기 정체성에 안심하고 있는 몬트리올은 마을 행세를 하는 도시와도 같은데,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토론토는 도시 행세를 하는 마을과 같다. 각 도시의 영화제 또한 그 고장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창립자이자 오너인 크로아티아 태생의 세르지 로지크가 여전히 원맨쇼처럼 운영하는 몬트리올영화제는 국제경쟁 부문에 더해 커다란 세계 파노라마 부문을 갖췄다. 칸 마켓에 열흘 동안 있는 것과도 같은데, 언제 작은 보배를 우연히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이 고장 관객은 영화를 잘 아는 사람들로 편견이 없고 감상 능력이 세련됐다. 토론토영화제는 떼를 지은 위원회들로 운영되며, 경쟁부문이 없고, ‘명성이 있는’ 영화와 감독들에 상당히 치중한다. 고장 관객은 사회적 겉치레에 더 관심을 가지고, 뭘 볼지 선택할 때는 남에게서 행동방침을 내려받길 좋아한다. 70년대 중반에 몬트리올은 화려함, 스타와 영화에 우세를 갖췄지만 당시 토론토는 아직 보수적인 벽지였다. 그런데 프랑스어를 쓰는 퀘벡이 캐나다로부터 탈퇴하겠다고 위협하자 미국 투자자본은 남쪽 영어를 쓰는 토론토영화제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80년대 토론토영화제는 점점 더 기꺼이 할리우드의 가을 개봉작 정켓을 치르는 장소가 되어줬다. 할리우드=스타=인지도=후원자란 공식은 90년대부터 영화제 세계를 지배한 것이다. 로지크는 이제 정부 지원 기관인 텔레필름 캐나다가 의뢰한 보고서에 면해 있다. 보고서는 불투명한 영화제 경영과 공식이사회의 부재나 재무 관련 비밀스러움을 비판하는 것이다. 텔레필름 캐나다는 지원금(현재 영화제의 20% 정도를 차지함)을 취소하겠다고 위협하고, 다른 이들이 도시에 새로운 가을 영화제 운영을 신청하기를 청했다. 로지크는 과거에도 몇번 정부의 위협과 맞서기도 했고, 캐나다는 일반적으로 비대결적인 스타일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영화제 세계는 변하고 있다. 국제영화를 사랑하는 독립입장을 취한 개개인이 운영하는 행사들에서, 할리우드의 마케팅 플랫폼으로 이용당하기를 기꺼이 좋아하는 위원회와 후원자가 운영하는 기업형 행사로 변하는 것이다. 영화제들은 스타와 유명한 영화를 필요로 한다. 또한 화려함도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스타와 영화와 화려함은 오로지 미국에서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국제영화제- 칸과 베니스를 포함한 영화제- 들이 그렇다는 잘못된 생각에 은밀히 결탁할 때 관객에게는 슬픈 날이 되는 것이다. A Tale of Two Cities By DEREK ELLEY Yin and yang are alive and well and...living in Canada's film festival scene, where an undeclared war, with deep implications for the future of such events, may be reaching a climax. I write this sitting in a hotel room in Canada, in the midst of North America's largest and most important festival, the Toronto Intl. Film Festival (9-18 Sept.), now in its 29th year. A week or so earlier, I was still in Canada, at the Montreal World Film Festival (26 Aug.-6 Sept.), which celebrated its 28th edition. The festivals, and cities, are only a few hundred miles apart - but they might just as well be in different countries, or even different continents. Montreal, in the French-speaking province of Quebec, is a characterful, scruffy, hilly, history-soaked city on the banks of the mighty St. Lawrence River. It's a European city that happens to be in North America. Toronto, in the English-speaking province of Ontario, is a bland, spotless, flat, history-light city on the edge of the huge Lake Ontario. It's a U.S. city that happens to be in Canada. Both are multi-cultural. Montreal has a large Latin element, especially Spanish-speaking; Toronto has a sizable East Asian community, especially Chinese and Koreans. But that's the only characteristic they share. Montreal, secure in its own skin, is a city pretending to be a village; Toronto, conflicted about its identity, is a village pretending to be a city. Each of the city's festivals exactly reflects the local mindsets. Still run like a one-man show by its founder-owner, Croatian-born Serge Losique, Montreal has an international competition plus a large world panorama. It's like being in Cannes' Market for 10 days: you never know when you'll stumble across a small gem. Local audiences are film-savvy, open-minded and sophisticated. Toronto is managed by hordes of committees, has no official competition and is heavily into "name" films and directors. Local audiences are more into social posing and like to be led by the nose in choosing what to watch. In the mid-'70s, Montreal had the edge on glamour, stars and films, while Toronto was still a conservative backwater. But as Francophone Quebec threatened to "separate" from the rest of Canada, U.S. investment capital started to move south to Anglophone Toronto, which was increasingly happy during the '80s to oblige Hollywood, as a place to junket its autumn releases. Hollywood = stars = profile = sponsors - an equation that has come to dominate the film festival world since the '90s. Losique now faces a report, commissioned by government funding agency Telefilm Canada, that criticizes his untransparent management of the festival, its lack of an official board and secrecy with finances. Telefilm has threatened to withdraw its funding (around 20% of the festival's budget) and has asked others to tender for a new autumn film festival in the city. Losique has faced off other government threats in the past, and Canada in general is famous for its non-confrontational style. But the film festival world is changing - from events run by individual mavericks with a love of international cinema to corporate-style events run by boards and sponsors happy to let Hollywood use them as marketing platforms. Festivals need stars and name films. They also need glamour. But stars, movies and glamour are not exclusively U.S. inventions. It's a sad day for audiences when international film festivals - including Cannes and Venice -collude in the lie that they are.

[팝콘&콜라] 거저 먹은 TV영화 배부르지만‥허전한

추석 연휴는 극장가 최대의 성수기지만 개인적으로는 북적대는 극장에 가기 보다 집안에서 뒹굴거리며 ‘안방극장’을 즐기는 게 더 좋다. 특히 이번 추석은 ‘중고제품’이기는 하지만 개봉관보다 질적인 면에서 더 성찬에 가까운 영화들이라 매일 밤 채널을 오가면서 영화삼매경을 즐겼다. 특별 상차림이 차려지는 연휴 때가 아니더라도 나는 텔레비전 영화를 꽤 즐기는 편이다. 그것도 외화에 자막처리를 하는 케이블이나 교육방송이 아닌 더빙된 공중파 채널의 영화를 말이다. 이번 추석에도 지금까지 나온 디브이디 가운데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 확장판 디브이디를 책장에 처박아 둔 채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영화를 신나게 봤다. 도덕교과서 방식의 문체로 더빙된 대사는 때로 실소를 자아냈지만 그 역시 꽤나 즐거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영화를 사랑하는 순정파들에게는 ‘변태’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랄 작태다. 올드 버전 가운데도 한참 늙은 텔레비전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는 건 아니다. 남들처럼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로 길들여진 관람태도에 게으름이 보태져서 만들어진 습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굳이 한가지 변명을 보태자면 텔레비전 영화에는 극장 관람이나 비디오 대여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발견’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개봉관을 찾거나 비디오를 고를 때는 내 의지만이 100% 작동을 하지만 텔레비전 영화에서는 전원만 켜면 퍼주는 밥을 먹어야 한다. 영화에 대한 정보도 남다른 애정도 없던 시절 텔레비전이 떠 주는 밥의 반 이상은 그저 그런 것이었지만 때로는 돈주고도 사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 차려지곤 했다. 이를테면 승용차와 트럭, 달랑 차 두대 만으로 한시간 반동안 아찔한 긴장과 공포를 만들어냈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초기작 <대결>이나, 비디오 출시도 안돼 그때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못봤을 우디 앨런의 <바나나 공화국>같은 영화가 그렇다. 일요일 내내 빈둥거리다가 무심코 켠 텔레비전에서 발견한 이 보석들은 우연한 발견이기에 더 큰 포만감을 안겼다. 그러나 공중파 3사가 경쟁적으로 화제작 상영에 열을 올리면서 ‘발견의 즐거움’을 찾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같다. 물론 여기에는 영화에 대한 정보를 홍수처럼 쏟아내는 매체들의 역할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 우연한 발견이 이뤄지기에는 매체들이 너무 일찍부터 요란스레 떠들어대고, 반면에 텔레비전 영화담당자들은 ‘안전한’ 시청률이 보장된 흥행작으로만 가려고 하니 떠주는 밥을 먹어야 하는 시청자로서는 별 도리가 없다. 하루 빨리 디브이디족으로 업종전환을 하든지, 텔레비전 영화가 좋은 그럴싸한 이유를 새로 만들어내든지, 하는 수 밖에는.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총력가이드 [4] - 다채로운 장르영화 15편 (1)

No.3_대중영화 : <에쥬케이터> 등 다채로운 장르영화 15편 로맨스부터 느와르까지, 관객을 부탁해 너무 긴장하지는 말자. 영화가 우리를 잡아먹는 일은 없을 테니까. 솜씨좋은 이야기꾼에서부터 장르의 숙련가들까지 우리를 마냥 즐겁게 해줄 영화들이 이렇게 많지 않은가! <에쥬케이터> The Edukators 감독 한스 바인가르트너 l 독일 l 2004 l 126분 독일영화로선 7년 만에 올해 칸 경쟁에 초청받았고, 호평받았던 이 영화를 대중영화로 소개한다는 건 어색하지만 틀린 것도 아니다. 다큐멘터리 느낌으로 촬영했지만 픽션이고, 부자들의 세계를 뒤집고 싶어하는 21세기의 젊은이들과 변절한 68세대를 맞세운 이데올로기극이지만 삼각 로맨스의 갈등이 중요한 축을 이룬다. <굿바이 레닌>으로 우리에게 낯을 익힌 다니엘 브륄은 지금 독일에서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단호하면서도 불안한 눈빛의 그가 맡은 얀은 비폭력적 혁명가다. 친구 페터와 함께 밤이면 “돈이 너무 많은 자본주의 돼지들”의 고급 저택에 침입해 경고의 메시지를 남긴다. 노예, 억압, 착취 등의 단어를 쏟아내는 그들의 입이 어쩐지 상투적인데, 이 영화의 진정한 ‘혁명’은 본의 아니게 얀과 페터, 그리고 페터의 여자친구가 한 부르주아를 깊은 산속으로 납치하면서 일어난다. 그 부르주아는 너희들의 이상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며 살갑게 다가선다. 자신이 68혁명 당시 독일 지도부의 일원이었고, 지금의 아내는 함께 코뮌을 이뤘던 동지였다는 것. 젊은이들은 “세상을 구하기 전에 자신부터 구원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옛 혁명가와 화해하는 것으로 끝나는 듯하더니 뜻밖의 메시지로 마무리한다. 70년생인 한스 바인가르트너 감독은 90년대 중반까지 의학공부를 했고 신경전문의로 일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위스키 Whisky 감독 후안 파블로 레벨라, 파블로 스톨 l 우루과이 l 2003년 l 94분 야코보는 우루과이에서 초라한 양말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독신의 유대인 늙은이. 어느 날 그는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던 동생으로부터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는다. 동생은 브라질에서 성공적인 양말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어엿한 가장. 불타는 경쟁심을 느낀 야코보는 공장 인부인 마르타에게 아내인 척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세 사람의 여행이 시작되면서 거짓부부 마르타와 야코보는 어느 순간부터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그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우루과이영화의 발견’이라 일컬을 만한 <위스키>는, 정적인 화면 속에 터져나오는 웃음의 순간과 짙은 페이소스를 동시에 담아낸 서글픈 블랙코미디다. 대국 브라질과 실패한 복지국가 우루과이 사이의 사회·경제적 알레고리를 읽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세계의 끝과 여자친구 World’s End/Girl Friend 감독 가자마 시오리 l 일본 l 2004년 l 112분 양성애자 친구와 함께 살면서 분재가게를 운영하는 시노스케. 그는 남자친구와 헤어질 때마다 집으로 찾아오는 하루코를 위해 사귀는 여자친구도 버려둘 정도지만, 정작 하루코는 그런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행복한 순간 파국을 염려하며 눈물 흘리는 하루코, 바니 래빗 탈을 뒤집어쓰고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 패닉상태에 빠진 시노스케를 진정시키기 위한 키스에 진심을 담는 그의 동거남…. 이들이 그리는 사랑의 화살표는 물론 어긋난다. 그러나 영화는 영원을 이야기하며 힘겨워하는 대신 동그란 하늘을 함께 올려다보며 순간을 음미하는 경쾌함을 택한다. 그것은 좌충우돌 젊은 날의 진실을 보여주는 나름의 방법이다. <마이제너레이션> My Generation 감독 노동석 l 한국 l 2004년 l 85분 웨딩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감독지망생 병석과 돈을 벌고 싶어 각종 직장을 전전하는 재경. 좀처럼 가벼워질 것 같지 않은 지리멸렬한 일상의 무게는 이 커플이 함께 나누기에 다소 버거워 보인다. 흑백디지털 영상에 담긴 모든 출연자들은 스탭을 겸한 비전문배우. 그러나 감독은 적절한 캐스팅과 세심한 연출을 통해 이들의 얼굴과 행동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았다.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하지만 단 한순간도 연민하거나 후회하지 않는 그들의 씩씩함이 인상적인, 청춘의 기록.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 감독 월터 살레스 l 미국, 프랑스 l 2004년 l 126분 브라질 감독 월터 살레스(<중앙역>)가 우직하고 아름답게 재현해낸 체 게바라의 라틴아메리카 여행기. 순진무구한 의학도 시절의 체 게바라는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대륙 횡단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는 여행 중에 만난 민중의 불행한 현실을 자각하며 혁명가로서의 씨앗을 가슴속에 품기 시작한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한 이 영화는,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을 통해 현재진행형인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캐산 Casshern 감독 기리야 가즈아키 l 일본 l 2004 l 142분 50년 동안의 전쟁 끝에 아시아 연방이 유럽연합을 제압한 시점, 과학자 아즈마는 방사능, 화학무기 등으로 오염된 인간의 세포를 재생시킬 수 있는 신조세포(新造細胞) 연구에 성공한다. 이는 죽어가는 아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군부 집단의 후원 속에 연구를 진행시키던 그는 유럽연합 반군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아들의 시체와 맞닥뜨린다. 아들의 장례식날, 실험실에서 신조인간이 스스로 탄생하고, 경비대로부터 가까스로 살아남은 신조인간들은 인류를 향한 복수를 선언한다. 절망한 아즈마는 아들의 시체를 신조세포 용액에 담근다. 복수심에 불타는 신조인간들과 또 다른 신조인간 캐산의 대결이 시작되는 것이다. <캐산>은 70년대 한국 TV에서도 소개됐던 만화영화 <신조인간 캐산>을 실사로 옮긴 블록버스터영화다. 일본 정상의 가수 우타다 히카루의 남편이자 사진작가인 기리야 가즈아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사이버펑크적 세계관을 현란한 CG 영상에 녹여 지독히 음울한 미래세계를 그려낸다. 영화적 문법보다는 이미지의 충돌을 강조하는 영상은 언뜻 <풍운>류의 홍콩영화를 연상시키지만, 암담한 디스토피아의 이미지는 일관된 톤을 확보하고 있어 훨씬 정제된 느낌을 준다. 대사건 Breaking News 감독 두기봉 l 홍콩 l 2004년 l 90분 1955년생의 두기봉 감독은 한국에서 그리 많은 팬을 두고 있지 않으나 홍콩 영화계에선 평단도 인정하는 ‘중요 인물’이다. 자기 사단을 이끌고 후배를 양성하며 장르 안에서 작가적 개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갱과 경찰 사이에 텔레비전 뉴스를 끼어놓은 미디어 전쟁의 외양을 띠지만, 실은 홍콩 갱스터물의 면모를 쇄신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장르영화다. 첫 총격 시퀀스는 하나의 카메라로 건물 내부와 바깥, 위와 아래, 거리 좌우를 물 흐르듯 이어가며 갱과 경찰의 전쟁을 선포하는 멋진 도입부다. 경찰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장면이 TV 생방송으로 중계된 뒤 경찰은 위신을 되찾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갱들이 잠입해 들어간 아파트를 경찰과 미디어가 에워싸고 숨바꼭질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재미가 펼쳐진다. 건물 내부를 미로처럼 연출해 갱과 경찰을 마치 거미줄에 포획된 듯 배치해놓고 그들의 아우성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저항의 로커, 영화를 찍다, <색을 보여드립니다>

최건은 붉은 머리띠로 눈을 가리고 천안문 광장에서 노래하던 모습으로 선명하게 남아 있는 조선족 로커다. 최건의 노래 <일무소유>는 솔직하다는 이유만으로 선동적이었고,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천안문 시위의 상징이 되었다. 콘서트를 위해 한국에 온 적도 있었지만, 그동안 수많은 노래를 불렀지만, 오랫동안 부모의 땅에서 잊혀졌던 최건. 그가 첫 번째 영화를 준비하는 감독이 되어 올해 부산영화제 부산 프로모션 플랜(PPP)를 찾아온다. “내 마음속에만 존재해서 나 자신조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영화 <색을 보여드립니다>. 우수한 아시아 프로젝트들이 투자와 배급 경로를 찾는 PPP에 오기 전, 최건은 제작자인 필립 리와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과 함께 조금 일찍, 글로 적은 답변을 보내왔다. 최건은 몇년 전부터 영화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는 베이징 젊은이들의 현재를 기록한 장위안의 영화 <북경잡종>에 록가수로 출연했고, 7년 뒤인 2000년엔 장원의 <귀신이 산다> 영화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마흔셋, 딥 퍼플과 공연을 할 정도로 확고하게 명성을 쌓은 뮤지션이, 새삼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최건은 “내 노래는 모두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영화는 조금 더 긴 이야기에 불과하다. 나는 영화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좀더 깊이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까지, 다른 길을 걸어서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으로부터 태어난 영화. 최건의 뮤지컬에 바탕을 두고 있는 <색을 보여드립니다>는 하나의 노래가 세개로 변주되고, 세개의 삶이 그 노래 위에 실리는 뮤지컬이다. 세 젊은이의 고민을 노래하는 뮤지컬 <색을 보여드립니다>는 세 젊은이의 인생을 <잃어버린 계절>이라는 노래로 묶는 영화다. 노란색과 붉은색, 푸른색이 그 젊은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하는 색채. 노란색을 부여받은 여가수 진은 오직 <잃어버린 계절>을 부를 때만 그 영혼을 느낄 수 있다. 그녀에게 노란색은 햇살과 온기를 의미한다. 모험을 좋아하고 언제나 한계를 향해 돌진하는 레이는 붉은색의 남자다. 그는 열정적이지만, 위험에 이끌리고, 결국엔 파멸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푸른색의 남자는 유일하게 남은 혈육이 죽어가는 비극에 처하지만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어머니를 만나면서 균형을 회복한다. 이 이야기에서 푸른색은 힘과 지혜라는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 장위안 감독의 <북경녀석들>은 최건과 그의 친구들을 담은 영화였다. 1993년작은 <북경녀석들>은 중국영화의 6세대를 널리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최건은 색채가 갖는 전통적인 이미지와는 관계없는 개인적인 느낌만을 담았다. 4년 전부터 이 영화를 구상하기 시작한 최건은 “붉은색은 열정과 모험, 노란색은 휴식, 푸른색은 영혼과 지성”이라고 말했다. “내 영혼의 색깔은 붉은색이다. 나는 등산가와도 같다. 정상에 이르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지만, 나는 그저 정상에 오르기만을 원한다.” 그리고 세 가지 색 위에 흑백으로 살아온 부모 세대의 기억이 덧칠된다. <색을 보여드립니다>의 프롤로그가 되는 문화혁명은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에게까지 유전자 같은 패배감을 물려준 사건이었다. 최건은 “내 부모 세대와 내 세대는 비슷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무언가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먼저 그들 자신부터 두려워한다”고 했고, 어쩌면 그 때문에 프롤로그는 무채색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최건은, “<색을 보여드립니다>는 모든 세대의 젊은이들을 위한, 특히 젊은 시절 우리 부모 세대를 위한 영화”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최건과 크리스토퍼 도일은 <색을 보여드립니다>를 베이징과 그 부근에서 촬영할 계획이다. 홍콩과 중국, 아시아 각국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할리우드영화에도 여러 차례 프로듀서로 참여한 필립 리가 이 영화의 제작자. 저항이라는 이미지도, 조선족이라는 핏줄도 부인하고, 오직 자유만을 강조하는 최건은 정말 국경과 언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프로젝트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바로 지금의 이야기”인 <색을 보여드립니다>는 “그저 서로를 좋아해서” 만난 세 남자와 함께 부산에서 그 단서를 보여줄 예정이다.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 “최건의 영혼에 이끌렸다” 크리스토퍼 도일은 왕가위뿐만 아니라 장위안, 펜엑 라타나루앙, 박기용 등 다양한 아시아 감독들과 작업을 해왔다. 놀라운 에너지를 가진 그는 영화보다 사람을 보고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모험가다. 최건은 영화를 처음 찍는 사람이다. 어떻게 그와 함께 일할 결심을 했는가. 나는 최건의 영혼에 이끌린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사랑의 고백, 조금 다른 우정의 표현이 될 것이다. 최건과 나처럼 같은 종류의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를 멀리서 존중하거나 그에게 사랑과 에너지를 쏟아붓거나.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색을 보여드립니다>는 세 가지 색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것은 촬영감독에게는 제약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나는 최건과 내가 색채에서 의견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영웅>도 몇 가지 색으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이번보다는 좀더 작위적으로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었다. 이 영화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느낌은 있지만 색을 좀더 공부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최건과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서로 알고 있다. 최건의 연출 태도는 매우 힘있고 상징적이다. 아마도 결국엔 우리가 고른 공간 안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색이, 적절하게 채워질 것이다. 최건은 <색을 보여드립니다>가 자신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컬영화라고 말했다. 당신도 그의 음악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 최건 같은 뮤지션과 일하다보면 멋진 재즈를 연주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메인테마, 잼 세션, 솔로…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는 카메라를 고정하거나 움직일 거고, 심지어 카메라의 존재 자체를 잊을 수도 있다. <색을 보여드립니다>는 그런 스타일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인 영화다. 나는, 영화는 스스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믿는다. 촬영을 시작하고 몇주가 지날 때까지도 내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왕가위는 시나리오도 없지 않은가. 당신은 공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색을 보여드립니다>는 어떤 곳에서 찍을 계획인가. 아마도 중국 본토에서. 적당한 장소를 찾고 있는 중이다. 내가 펜엑 라타나루앙과 찍은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이나 내 대부분의 영화들은 공간이 또 하나의 캐릭터인 영화였다. 최건과 나는 매우 가깝기 때문에, 적절한 공간을 찾으면 같은 반향을 느낄 것이다. 프로듀서 필립 리“영화에 들어갈 노래를 들었을 때 눈물이 났다” 필립 리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참여하기도 했던 프로듀서다. 주로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와호장룡> <영웅> 등의 프로듀서를 맡았고, <툼레이더2> <스파이 게임>의 로케이션을 책임지기도 했다. 필립 리는 자신의 회사 옥토버픽처스를 세워 텔레비전과 영화, 광고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시아 외부로 세일즈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색을 보여드립니다>는 상업적인 영화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됐는가. 하루는 크리스토퍼 도일에게 술을 마시러 가자고 했는데, 중요한 일이 있다면서 거절했다. 도일이 술을 마다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며칠 뒤 그가 최건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프로젝트는 당장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베이징에 있는 최건의 스튜디오에 가서 이 영화에 들어갈 노래를 들었을 때는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최건은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가 놀라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내 자신의 재능과 취향, 능력도 신뢰한다. 제작비와 배급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제작비 150만달러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아시아 관객을 주요 대상으로 삼겠지만, 이 영화는 유럽과 미국시장에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나는 우리가 뭔가 다르고 특별하고 흥미로운 프로젝트, 국적과 상관없이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 PPP가 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무엇보다도 전세계에서 온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다. 나 역시 몇년 전에 PPP에 참석했다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발견한 적이 있다. 그리고 PPP는 좀더 넓은 세계시장의 관심을 끄는 데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