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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외신기자클럽] <나이트 워치> 등 자국영화 붐… 90년대 중반 한국영화 붐과 비슷(+영어 원문)

러시아가 한국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일까? 지난 7월 개봉된 대규모 예산의 흡혈귀 블록버스터 <나이트 워치>(사진)는 여러모로 러시아의 <쉬리>처럼 보인다. <쉬리>가 <타이타닉>을 이기고 상업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초래한 한편 <나이트 워치>는 <왕의 귀환>을 밀어내고 새로운 흥행 기록을 세웠고, 대중 관객이 자국영화를 보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했다. 러시아 영화업계는 업계 붐에 돌입하기 직전의 한국과 다른 방식으로도 많은 공통점이 있다. 같은 길을 걷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러시아의 영화업계는 향후 몇년간 흥미롭게 지켜볼 만할 것이다. 한국영화는 1990년대 초반, 할리우드 배급사의 지사들과의 경쟁에 시장점유율이 16%까지 밀려내려갔을 때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 소련 붕괴 시절 러시아 영화업계의 와해는 훨씬 심했다. 1980년대 러시아인들은 세계 웬만한 곳의 영화 관람객 못지않은 열기를 띠었으나, 1995년에 이르러서는 한해 평균 1인당 0.25편의 영화를 봤을 뿐이다. 1995년에 필자는 교환학생으로 모스크바에 살고 있었는데, 도시의 커다랗고 충충한 콘크리트 영화관들이 거의 항상 비어 있었던 게 기억난다. 그 시절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연극이었고, 모든 지하철역에서 연극표가 판매됐으며, 매회 공연에 군중이 꽉 들어찼다(지금은 연극계에서 이름을 날린 배우들이 영화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중에 <나이트 워치>의 스타인 콘스탄틴 하벤스키도 포함된다). 초반의 영화업계 부활은 정부 지원금에 의해 이루어졌다. 주로 간접적인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 영화진흥기구인 고스키노는 자국영화 제작지원을 직접적으로 했으며, 2002년에 400억원, 그리고 2003년에 600억원을 지원했다. 정부는 또한 영화에 투자하는 회사에 세금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제작 편수는 매년 100편을 넘기고, 업계에 새로운 세대의 영화인들이 진입하기도 했다. 그들 중 몇명은 영화제 서킷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 예로 (올해 후반기 한국에 개봉예정인) <귀환>으로 2003년 베니스영화제에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데뷔 감독 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와 같은 이가 있다. 그렇지만 최근에 대기업과 텔레비전이 러시아 영화제작에 좀더 상업적인 요소를 이입하기 시작했다. <부머>나 <안티-킬러>나 <안티-킬러2> 같은 영화는 러시아 스타와 강력한 마케팅 캠페인을 활용하여 적당하게 히트했다. 러시아 텔레비전 방송사가 공동 투자한 <야경꾼>은 평균 예산인 6억원에 대조되는 24억원 예산이 들어갔고, 러시아에서 전적으로 제작된 정교한 특수효과를 선보였다. 광고 연출자인 이 영화의 감독 티무르 베그맘베토브는 PPL을 다량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영화는 삼부작 중 첫 번째로 내년 초에 <데이 워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이십세기 폭스사는 이미 삼부작 영화의 미국 판권을 모두 사들인 상태다. 이전에 할리우드영화만 개봉하던 러시아 배급사들도 이제 상업적 사고방식을 지닌 젊은 영화인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예산의 영화제작 역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중 140억원 예산의 칭기즈칸 전기를 다룬 영화, 자동차 경주 드라마, 로마 배경의 스파이 스릴러 등 여러 편의 야심찬 작품들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러시아에는 1억4300만명 인구에 늘어나는 중산층이 있다. 현재 러시아의 전반적인 영화시장 규모가 한국의 시장 규모보다는 작지만 무척 빨리 성장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전국적으로 옛 극장들을 대체하고 있다. 영화제작과 연극의 긴 전통을 지닌 러시아인 만큼 관객이 할리우드영화보다 자국영화를 훨씬 더 선호하게 된다 해도 놀랍지 않다. 그런 경우라면 러시아의 영화업계는 5년 뒤쯤이면 한국의 업계와 무척 비슷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Could Russia be following in Korea's footsteps? Night Watch, a big-budget, vampire-filled blockbuster released last July, looks in many ways to be Russia's Shiri. While Shiri beat out Titanic and ushered in a new age of commercial cinema, Night Watch seta new box-office record by topping Return of the King, and has completely changed the way mainstream audiences look at local cinema. In other ways too, the Russian film industry seems to have much in common with Korea just before it entered its commercial boom. Whether or not it will follow the same path is hard to say, but Russia's film industry is going to be very interesting to watch over the next few years. Korean cinema reached its commercial low point in the early 1990s, when competition with the Hollywood branch offices pushed local market share down to 16%. The collapse of the Russian film industry during the dissolution of the Soviet Union was much worse. Although in the 1980s Russians were some of the most avid moviegoers in the world, by 1995 the average citizen watched only 0.25 films per year. In 1995 I was living in Moscow as an exchange student, and I remember how the city's big, drab, concrete movie theaters were almost always empty. During those days, it was theatre that people were most interested in, with tickets to plays sold at every subway station, and packed, passionate crowds at every performance. (Now, many of the actors who made theirname in the theatre have now turned to cinema, including Konstantin Khabensky, the star of Night Watch.) Initially, the revival of the film industry was led by government funding. In contrast to the Korean Film Council, which provides mostly indirect financial support, Russia's film promotion body Goskino provided $34m [400억원] of direct production support for local films in 2002, and $50m [600억원] in 2003. The government also provided tax breaks to companies that invested in film. As a result, annual production now tops 100 films a year, and a new generation of filmmakers has entered the industry. Some of them are making waves on the festival circuit, such as debut director Andrei Zvyagintsev, who won the Golden Lion at Venice in 2003 with The Return (which will be released in Korea later this year). Recently, however, large businesses and television have been introducing a more commercial element into Russian filmmaking. Movies like Boomer, Anti-Killer and Anti-Killer 2 used local stars and strong marketing campaigns to become modest hits. Night Watch, co-financed by a local television station, cost $4m [24억원] to make compared to the average budget of $500,000 [6억원], and featured elaborate special effects, all done in Russia. Director Timur Bekmambetov, a commercials director, also made heavy use of product placement. The film is the first episode in a trilogy, so we can expect Day Watch early next year. Hollywood studio 20th Century Fox has already bought U.S. rights to all three films. Local distributors, who used to release only Hollywood movies, are now showing a clear interest in young, commercially-minded filmmakers. More big-budget filmmaking is on the way, too, including a $12m[140억원] biopic of Genghis Khan, a car-racing drama, an espionage thriller set in Rome, and several other highly ambitious projects. Russia has a population of 143 million people, and an expanding middle class. Although currently the overall size of Russia's film market is smaller than Korea's, it is growing very fast and will probably pass it soon. Multiplexes are replacing old theaters throughout the country. With a long tradition of filmmaking and theatre, it would not be surprising to see Russian audiences developing a clear preference for local movies over Hollywood product. If that's the case, then Russia's film industry could end up looking a lot like Korea's in five years or so.

선택의 즐거움이 있는 명절이 되길

초등학교 시절 극장에 가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은 텔레비전뿐이었다. 그중에서도, ‘명절’은 절호의 기회였다. 아침저녁으로 영화 프로그램을 틀어주는 텔레비전은 일종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이었다. 물론 모두 다 좋은 영화는 아니었다. 아니 좋은 영화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쉽고 부족한 극장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비디오가 생겼지만, 그건 귀한 물건이었다. 나는 큰아버지집에 가야만 그걸 볼 수 있었고, 대개 그날은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이었다. 추석 때 빌려보지 못한 <쾌찬차>를 7개월이 지난 그 다음해 설날에 겨우 빌려보면서 명절이 3개월에 한번씩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린 생각을 했었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친척집에 가는 대신 친구들과 뭉쳐 동네 동시상영극장을 찾는 것이 명절 행사였다. 편집은 영사기사 아저씨의 전권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릴리아나 카바니의 <우편배달부>와 <천녀유혼>을 같이 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몇년이 더 훌쩍 지나서 진지하게 신문을 읽을 줄 아는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진짜’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생긴다는 기사를 봤다. 더 좋은 영화를, 더 많이 볼 수 있겠다고 무한정 기대했다. 그런데 도래한 세상은 같은 영화를, 그것도 상당수 무미건조한 영화를, 멀티하게 동시상영하는 요상함의 형태로 찾아왔다. 자본의 그늘을 이해하지 못했던 소년의 신천지는 오지 않았다. 올해 설날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실미도>를 본 것은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 영화에 대한 평가를 떠나, 극장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는 그 시스템의 강압에 다시 한번 놀랐다. 명절에 영화를 보러 나온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또는 5천만 중 1천만이 이 한편의 영화를 목매어 본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는 몇달이 지나 접한 또 하나의 허탈한 소식. 내년 2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더이상의 상영계획이 없다고 한다. 적어도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곳은 상업 시스템에서 채워질 수 없는 교양의 장소이고, 학습의 공간이고, 세계와 영화 사이에 나를 근접시키는 성찰의 영역이다. 이제 볼 기회만이 아니라 생각할 여유까지 박탈당하는 느낌이다.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절날 온 가족이 나와 10개의 상영관에서 10개의 영화를 놓고 어느 것을 볼지 고민하는 즐거움이 필요하다. 한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연휴 중 하루를 버려도 썩 괜찮을 만한 장소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번 추석에도, 다음 설날에도, 그 다음 추석에도 여전히 독점적 상업주의에 선택을 강요당하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별 다섯개짜리 명절이란, 보고 싶은 영화가 잔칫상의 음식처럼 푸짐하여 망설이는 그런 것이다. 그게 미래의 명절에 벌어질 풍경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쉽지 않다는 걸 알기때문에 더 절실하다고 느낀다. 정한석 mapping@cine21.com

상상예찬 영화제작단, 데드라인 앞에서 최선을~

우여곡절이 없는 팀이 있겠냐만 홍성우씨 연출의 <낮잠>과 김세랑씨 연출의 <꼼짝마라, 박찬욱>은 사연이 많았다. 홍성우씨 팀의 경우 영화전개상 꼭 햇빛이 쨍쨍한 날씨가 필요했는데 부산에 온 이후 줄곧 흐리고 비가 왔으니 촬영은 지연될 수밖에. 방에 앉아 대안을 논의하던 그들은 누군가 노란 타이즈를 뒤집어쓰고 태양을 연기해야 하나, 라고 고민할 정도로 절박했단다. 김세랑씨 팀은 스태프들이 한꺼번에 도착하지를 않아 감독 혼자서 외롭게 헌팅을 다니면서 팀원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도 이 두 팀은 촬영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시간이 부족할 법 하지만 “잘 나올 것 같다”라고 한다. 임박한 데드라인 앞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두 팀의 촬영현장을 소개한다. 태양아, 나 잠 좀 잘께 - 코미디 <낮잠> 현장 “날씨예보는 기상캐스터보다 더 환하게 꿰고 있었어요.” 송정 해수욕장은 그야말로 절정이었다. 부서지는 햇빛을 보면서 스태프들은 감격한 표정이다. 흐린 날씨 때문에 잠 좀 자려고 누운 주인공을 햇빛이 방해한다는 시트콤 같은 <낮잠>의 시나리오가 몽땅 바뀌어야 할 판이었으니. 그러나 4일 밤낮으로 태양을 향해 기도한 보람이 있었다. 날씨는 쾌청, 밀려드는 파도 앞에서 촬영은 초스피드로 진행 중이다. 마지막엔 태양이 주인공을 향해 씩 비웃어주는 장면을 합성으로 넣을 거라 했다. 내용이 꼭 햇빛 때문에 살인을 하는 <이방인>같다 하니까 “<이방인>이 아니라 텔레토비죠”라고 응수한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얼마나 우스워지는지를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목표라고. “웃기고 편안한 영화가 될 겁니다” 라고 말하는 홍성우 감독(28)의 표정이 그야말로 구름 한점 없는 맑음이다. 박감독니임, 겁나 존경합니다~! - 코미디 <꼼짝마라, 박찬욱> 현장 10월9일 저녁 8시, 남포동 부산극장 앞 야외무대에서 김세랑씨(28) 팀은 말 그대로 씨름 중이다. 두 남자 배우가 찰싹 붙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감독은 콘티를 쥐고 이리저리 펜으로 지시를 하는 중. 스태프들이 늦게 도착한 탓에 혼자 헌팅을 하고 고생했던 김세랑씨는 이제 막 시작된 촬영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양이었다. 영화는 박찬욱 감독을 존경하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 지금은 박찬욱 감독에게 대본을 건네려는 주인공이 자원봉사자들에게 제지를 당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다. 물론 박찬욱 감독 역할은 대역을 쓴다. 완성하려면 시간이 부족할 텐데 그래도 김세랑 팀은 태연하다. “재밌고 눈물도 나는 영화가 될 겁니다” ‘상상예찬’ 팀 중 박찬욱 감독이 등장하거나 소재가 되는 두 번째 영화이다. 송혜진

환상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유령연습’, <빈 집>

소설가 장정일과의 대담에서 김기덕 감독은 “언젠가 ‘집’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소망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빈 집>을 통해 실현되었다. 하지만 제목의 그 ‘집’은 의미심장하게도 ‘빈집’이다. 굳이 제목에 연연하지 않더라도, 한강다리 아래의 천막(<악어>), 정박 중인 배(<야생동물 보호구역>), 새장여인숙(<파란 대문>), 형형색색의 좌대(<섬>), 빨간색 군용버스(<수취인불명>), 매춘이 이루어지는 트럭(<나쁜 남자>), 그리고 호수 한가운데 뜬 암자(<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등 김기덕의 영화에서 불완전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집의 형상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빈 집>에서 엿보이는 집에 대한 김기덕의 관념(의 변화)에는 어딘지 예사롭지 않은 데가 있다. 우리는 여기서의 그의 관심이 장소(집) 자체가 아닌 장소와 장소 ‘사이’ 혹은 ‘간격’을 만드는 작업에 놓여 있다는 점을 확실히 깨닫게 된다. 이런 점에서 <빈 집>은 전작 <사마리아>에 대한 감독 스스로의 친절한 주석처럼 읽힌다. 주인공 태석(재희)은 값비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집집마다 광고전단지를 붙여놓고는 오랜 기간 전단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집을 골라 몰래 들어가 며칠씩 머무르곤 한다. 영화의 첫 몇 장면을 본 관객은 그를 아르바이트생이나 좀도둑쯤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그런 예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그릇된 것임이 밝혀진다. 그는 그저 주인들이 잠시 떠난 빈집에서 혼자 기거하며 밥을 지어먹고 잠을 청하고 빨래를 하거나 집을 청소한다. 그리곤 또 다른 빈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뿐이다. 어느 날 그는 한 집에서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는 선화(이승연)- <나쁜 남자>의 여주인공과 동일한 이름 - 를 만난다. 이후 둘은 함께 이곳저곳의 빈집을 전전하며 비록 잠깐이지만 그들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빈 집>은 여전히 김기덕이 미완의 작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나쁜 남자> 이후 가장 흥미로운 영화로 여겨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여기서 그는 지금껏 자신이 창조해왔던 많은 인물들이 그들 자신의 삶을 살았다기보다는 죽음을 연기하고 있었던 것임을, 즉 유령과도 같은 (비)존재들이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빈 집> 이외의 작품 가운데 이의 가장 명료한 예는 아마 <실제상황>이나 <해안선> 등일 것이다). 감옥 안에서 태석이 행하는 ‘유령연습’, 영화 속에서 거듭 복선으로 등장하다 두 주인공이 합일을 통해 무게 ‘0’의 유령적 존재가 되었음을 보여주기에 이르는 저울 같은 소도구의 활용은 약간은 우스워 보이고, 지나치게 의도를 투명하게 드러낸다는 단점은 있지만 여기에 김기덕의 진정이 담겨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 것 같다. 사실 <빈 집>에서 좀더 매력적인 점은 김기덕이 <나쁜 남자>에 이어 다시 한번 환상의 구조를 작품 속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데 있다. 다만 여기서 환상의 주체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는데, <빈 집>의 서사적 진행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이 영화와 가장 닮아 있는 것은 김기덕 자신의 영화가 아니라 이창동의 <오아시스>라는 걸 깨닫게 된다. 여기서 김기덕은 더이상 스크린에 인간의 모습을 한 짐승의 형상을 그려내는 작업엔 관심이 없다. 거듭 말하지만 그는 장소, 그러니까 짐승들의 ‘서식지’ 혹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미학적으로 무대화하는 작업으로부터 여러 장소들이 만들어내는 사이 내지는 간격의 존재를 드러내는 작업으로 이행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우리는 태석이라는 인물을 상징적으로 의미화하는 장소를 결코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김기덕은 스스로 장소에 대한 집착을 벗어남으로써 필연적으로 장소와 결부되게 마련인 현존을 의문에 봉착하게 만든다, 라고 말하는 건 지나친 것일까? 어쩌면 아직은 그렇게 말하기엔 <빈 집>은 빈틈이 적지 않은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전작 <사마리아>는 김기덕이 대사의 운용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으며 상투적이기까지 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빈 집>에서 두 남녀 주인공의 대사를 거의 없애버린 것이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많은 대사가 할당된 선화의 남편이 내뱉는 (전형적인 텔레비전 연속극풍의)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사실 ‘한국인으로선’ 웃음을 참기 힘들다. 하지만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 이런 식의 집착을 떨쳐내고 <빈 집>을 들여다보면 분명 이 작품이 최근의 김기덕이 내놓은 가장 사려 깊고 성숙한 작품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 김기덕 감독의 변화 공간의 비정상성, 정상성의 교란으로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지만 <빈 집>은 김기덕의 이전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며 그런 만큼 일종의 ‘숨은그림찾기’의 유혹으로 보는 이를 끌어당긴다. 하지만 우리가 좀더 주목해야 할 것은 김기덕이 공간과 사물과 인물들을 다루는 데서 보여지는 미세한 변화들이다. 물론 사물들을 그 본래의 기능(이라고 여겨지는 것)으로부터 이탈시켜 의외의 용도로 활용함으로써 관객에게 충격- 때로는 웃음- 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여전하다. (골프채) 3번 아이언이 흉기로 활용될 지경이니까. 그러나 제법 공들여 꾸며진 비정상적인 거처들을 인물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규정하곤 했던 영화들- <악어>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까지- 과는 달리 (<사마리아>와) <빈 집>에는 그런 식의 공간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뚜렷이 정주할 거처를 지니지 않은 주인공들이 오가는 공간들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공간들, 즉 이런저런 계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각양각색의 집들이다. 또한 인물들이 그 공간에서 취하는 행동들 역시 지극히 범속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빈 집>에서 특히 태석이 감방에 수감되고 선화가 집으로 돌려보내지기 전까지의 부분에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색다른 공간도, 인물들의 기이한 행위도 아니며 오직 공간과 공간 사이를 옮겨다니는 인물들의 이동 자체이다. 이같은 이동을 우리는 정상성의 ‘섬’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그럼으로써 그 정상성을 교란시키는 일종의 ‘간격 만들기’(spacing)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동해야 할 것들을 멈춰 서 있게 하고- 배(<야생동물 보호구역>), 오토바이(<섬>), 버스(<수취인불명>)- 정지해 있어야 할 것들을 움직임으로써- 모터를 단 좌대(<섬>), 호수 가운데의 사찰(<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혹은 응당 고정된 장소에서 벌어져야 할 일을 이동하면서 벌어지게 함으로써- <나쁜 남자>에서의 트럭을 통한 ‘이동 매춘업’- 낯선 감각을 창출해냈던 김기덕은 <사마리아> 이후로 이제 그런 식의 단순한 아이디어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만일 우리가 김기덕의 ‘성숙’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돌아온 이명세, 신작 <형사>를 이야기하다 [2]

‘액션의 방법’과 ‘감정의 액션’에 대한 이명세의 모색 대신, 이 영화의 전모는 동력이 될 영화적 개념과 구성의 과정을 통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선 <형사>는 범죄자 집단을 쫓는 하지원과 안성기를 신참과 베테랑 형사(포교)의 캐릭터로 놓는다. 그리고는 그 상대 진영에 ‘슬픈 눈’이라는 범죄자를 대치시킨다. “<형사>는 간단하게 말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조선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추적편’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대결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영어 제목도 듀얼리스트이고, 한글 제목도 <형사: 듀얼리스트>로 할까 생각 중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추적신을 공들여 찍고, 영화의 전체 구조를 추적이라는 설정에 맞춰갔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영화의 ‘대결이라는 구조’가 어떻게 표현될지가 궁금하다. 그 예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어떤 영화에서건 한번 찾을 수 있으면 찾아보라고 장담한다) 오버 더 숄더 숏- 한 인물의 어깨를 걸어 건너편 인물을 담는 숏- 을 들 수 있다. 왜 지금까지 의미없다고 생각한 그 숏이 필요해진 것이냐고 묻자, “거기에 왜 뒤통수를 보이고 서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후경에 잡힌 인물의 얼굴과 전경에 잡힌 인물의 뒤통수가 똑같이 중요해지는 순간. 대결의 구도를 보여주는 그 일각이다. 사실 이런 점이 이상하긴 했다. 말하자면 첩보요원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사용하려던 아이템이 어떻게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무협영화의 일면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사이의 간격은 어떻게 좁힐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이명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중점을 두는 바가 “액션의 새로운 방법”이라고 응축하여 대답한다. “액션을 어떻게 유니버설하게 만드느냐, 내 모든 관심은 거기에 있다. 나는 액션의 승부가 무술의 움직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습적인 무술에 이제 사람들은 많이 익숙해져 있다. 그런 점에서 <형사>는 무술과 영화의 결합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처럼 격렬한 격투장면을 한밤의 다정한 댄스로 바꿔놓는 걸 기억한다면 <형사>에서의 무술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무술과 동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은 비밀인데…”라며 그가 가리킨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사진들이 그것을 추측하게 한다. 그것들의 대부분은 다정하게 춤을 추는 두 남녀, 아름다운 포즈로 상대방을 찔러 들어오는 펜싱선수, 역동적인 육체의 모습을 선보이는 미식축구 선수들, 솟아오르는 발차기를 서로 나누는 태권도 선수 등이다. 이명세 감독은 지금 그 사진들 속에서 ‘액션의 방법’에 대한 영감을 간절히 구하고 있다. 한편, “패밀리와 패밀리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감정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액션이라는 것이 꼭 물리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의 액션도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걸 보면, 여주인공 하지원과 아직 캐스팅이 완료되지 않은 ‘슬픈 눈’ 사이에 기묘한 감정이 쌓일 것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형사>는 심신의 액션이 어떻게 파장을 이루는지 관심을 두어야 할 영화가 될 것이다. ‘이명세표 영화’, 여전히 진화 중 ‘무슨무슨 표’라는 말은 흔하지 않은 칭찬이다. 감독 이명세는 ‘이명세표 영화’라는 고유의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런 별칭을 얻을 수 있는 건 그의 영화가 좀처럼 자신만의 리듬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그런 점에서 그의 첫 번째 액션영화라는 전환점을 이루었다. 그 영화는 여타의 액션영화들이 갖는 표현의 관습을 피하고 자신의 양식으로만 최선을 다한 영화였다. 이제 <형사>는 감독 자신의 질문처럼 그 성공을 재심받는 자리가 될 것이다. 지금 이명세 감독은 거기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다.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숏마다 다른 영화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그때마다 다 다르다. 촬영감독에게도, 배우들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내가 달려가는 방향만큼은 안다. 대결의 구조라고 말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갖고 갈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내 영화를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누구도 그 구조 자체만을 놓고 볼 때 흔들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형사>는 액션의 방법을 연구하는, 감독 이명세의 새로운 화두이다. 신작 <형사>는 어떤 영화인가? 조선 시대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는 18세기 후반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원래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조선, 정도로 특정시기 구분이 가지 않도록 설정했다고 한다). 왕권의 찬탈을 둘러싸고 반역을 꾀하는 무리와 그들의 음모를 캐내는 포교들이 서로 대결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두 명의 주인공인 안성기, 하지원은 마치 “<투캅스>의 경찰처럼” 한명은 베테랑이고, 또 한명은 신참이다. 영화속에서는 노련한 ‘안포교’(안성기)와 왈가닥 신참 ’남순’(하지원)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텔레비전드라마 <다모>에서 이미 걸출한 여장부 역을 해냈던 하지원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 것인지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명세 감독은 “하지원 같은 경우 무채색이기 때문에, 내 상상으로 다시 색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여배우”라고 말하면서, <다모>에서의 이미지는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반역의 무리 중에, ‘슬픈 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또 한명의 인물이 가세하면서 육체의 액션은 감정의 액션으로까지 연결될 것이다. “<형사>는 조선 시대판 <인정사정 볼 것 없다>”라고 못박은 이명세 감독은 <형사>에 등장하는 이 세명의 캐릭터를 비유적으로 설명한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온순한 장동건이 맡았던 이미지가 이번 영화에서 안성기씨가 맡을 ‘안포교’역의 이미지와 같고, 박중훈이 연기했던 거친 이미지가 하지원이 맡을 ‘남순’의 성격이다. 아직 캐스팅되지 않은 ‘슬픈 눈’은 안성기씨가 했던 장성민 역할에 가깝다. 그러니까 <형사> 역시 두 형사와 한 범인이 부딪치는 이야기다. 부딪치면서 만들어지는 관계가 있다. 살인사건이 있지만, 사실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박중훈의 연기 영역을 몇배나 더 넓혔던 그 저돌적인 이미지의 ‘영구’가 하지원의 ‘남순’ 캐릭터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욕하고, 패고, 건들거리고, 막가는 조선의 여자 포교다. <형사>는 경북 포항 보경사 근처의 세트를 포함, 현재 여러 곳을 헌팅 중이다.

투자자 찾아 부산에 온 화제의 세 감독 새작품 윤곽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장선우, 봉준호, 한국계 중국 가수 최건 등 관심가는 감독들의 신작이 윤곽을 드러냈다. 감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PPP(부산 프로모션 플랜) 올해 행사에서 이들 감독의 신작 개요가 발표된 것이다. 봉준호 감독 <괴물> 한강 괴물과 한 가족의 사투 지난해 <살인의 추억>이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하면서 차기작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은 <고질라> <에이리언> 같은 괴물 장르 영화로 제목도 <괴물>이다. 67년 김기덕 감독의 <대괴수 용가리>와 심형래 감독이 만든 일련의 괴수영화를 빼면 한국에선 드문 장르다. 괴물이 한강에 나타나 고수부지 공원에서 장사하는 박강두의 아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 이런저런 사건이 얽혀 박강두의 가족은 괴물과의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게 발표된 개요다. 봉 감독의 보충설명. “괴물이 클수록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이 영화의 괴물은 <고질라>보다 <에이리언>에 가깝다. 백두산 천지에 괴물이 나타났다는 뉴스를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처럼, 영화에서 괴물만 뺀 나머지는 다 현실적이다. 50~60년대 괴물영화가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에이리언>이 에이즈에 대한 공포의 반영이다 하는 식으로 이 영화도 괴물이 만들어진 배경을 두고서 나중에 정치적 맥락을 부여하는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을 것같다. 그정도 선에서 장르의 관습을 따를 것이고, 영화는 드라마가 강하게 있고 또 어디까지나 괴물보다 인간이 주인공이다. 한국적인 괴물영화를 만든다는 게 목표다.” 인간이 주인공인 만큼, 톱 스타가 나오지 않는 할리우드 괴물 영화와 달리 <괴물>엔 관객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톱 스타가 내정된 상태다. 봉준호 감독에 톱 스타도 있다면 투자자 구하기가 힘들 것같지 않다. 봉 감독은 부산에 와서 “너까지 (투자자 못 구하는 감독들이 모이는) PPP에 오면 어떻게 하냐”는 말도 들었다. 예상 순제작비 60억~70억원인 <괴물>은 PPP에서 상금 1천만원의 MBC무비상을 받았고, 일본 투자자들과도 얘기가 잘 돼 투자 계약이 곧 성사될 전망이다. 장선우 감독 <마두금> 몽골 배경 평화 전하는 동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참패한 뒤 2년 동안 잠수해 있던 장선우 감독은 몽고의 악기이름에서 따온 <마두금>을 들고 부산에 나타났다. 몽고의 설화를 각색했고 1800년전 몽고가 배경이다. 흉노족이 대륙을 오가며 전쟁을 벌이던 당시에 할머니와 둘이 사는 아이가, 엄마 말이 죽고 홀로 남은 새끼 야생마를 집에 데려온다. 아이가 말과 함께 자며 자라 소년이 됐을 때 말이 전쟁에 징발된다. 말은 전쟁터에서 도망쳐 소년에게 오다가 화살을 맞고 죽는다. 소년은 그 말의 가죽과 뼈, 갈퀴로 현악기를 만들고, 이 악기 마두금의 소리는 세상에 평화를 전파한다. 개요가 비교적 자세하지만 장선우의 영화를 줄거리로 판단하는 건 무리다. “소년에게 말은 엄마에 대한 사랑일 것이고 그걸 잃고서 고통과 집착에 괴로워한 끝에 악기를 만들어 평화를 준다는 건데… 한 1,2년 어린이처럼 살아보고 싶다. 난 영화를 닮아가니까 어린이 영화를 만드는 거다. 현지배우를 쓸 거고 동화를 들려주는 구연(口演)자를 쓸거다. 그 구연자가 각국의 언어로 대사도 들려줄거다. 그러니까 그림을 보면서 동화같은 이야기를 듣는 영화다. " <마두금>은 이스트필름이 제작하고, 전부 몽골 현지촬영할 예정이다. 최건감독데뷔작 <색을 보여드립니다> 3색음악에 녹인 중국의 오늘 조선족 3세로 중국 록의 대부인 최건이 부산에 들고 온 감독 데뷔작 <색을 보여드립니다>는 ‘세가지 색과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뮤지컬’이다. 70년대에 음악인 남녀가 문화혁명으로 배신과 이별을 하게 된다. 30년 뒤 이들의 아이들이 커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부르던 노래를 듣고 각기 다른 길을 간다. 이 셋의 삶을 노랑, 빨강, 파랑의 세가지 색과 락앤롤, 힙합, 재즈 세가지 음악 스타일에 견주며 그려간다. 최건이 밝힌 연출 의도. “사람들이 영화 속 폭력에 몰두하지만 생활에서는 폭력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힘있는 음악 역시 폭력이 충만한 것이라고 본다. 그건 건강한 것이며 정복할 수 없는 영원한 자유의 원천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요즘 중국 젊은이들이 결코 어리석지도 폭력적이기도 않으며 음악 안에 잠재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PPP 직후 한국의 쇼이스트가 이 영화에 5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해 내년 4월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나 그냥 콩가루로 살아가게 해주세요∼ <가족>

‘가족주의’라는 말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표현은 공포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가족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걸러 엄마와 싸우고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때면 싸돌아다니기 바빴던 당신이 왜 가족을 좋아하는가 묻는다면 답변으로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현우가 화장실에 앉아 있는 장면을 제출하겠다. 집 안의 창문은 하나도 열지 않고 화장실 문은 활짝 열어젖힌 채 텔레비전을 켜놓고 담배를 피우면서 응가를 하는 현우. 담배 냄새, 똥 냄새로 뒤덮인 집 안에 들어선 엄마는 잔소리를 하지만 “우리 헤어져”라거나 “호적 파가라” 따위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대신 창문을 연다. 물론 엄마의 이런 행태가 현우를 더욱 한심한 인간으로 키웠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래도 가족이란 이런 거 아닌가. 그러나 정작 제목마저 결연한 <가족>이라는 영화는 정말 아무나 가족하는 거 아니라는 두려움만 잔뜩 안겨줬다. 이 영화는 가족간의 사랑과 이해를 목청 높여 외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임무라는 걸 보여준다. 가족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데 조폭이 왜 등장하는가. 이 질문은 주인공 주현이 왜 훤한 인물을 가발로 가리고 나오느냐고 흥분하는 것보다 더 멍청한 질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조폭의 노골적인 위협이 가족을 결속시키는 모티브로 나오는 건 납득 불능을 넘어서 차라리 슬픔을 던진다. 사시미 칼을 든 조폭이 목을 따겠다고 공갈협박하는 수준의 위기가 오지 않는 한 어떤 자극도 가족의 의미를 환기시키거나 해체된 가족을 복원할 수는 없다는 단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전과 3범의 정은이는 훔쳐간 돈을 가져오라는 과거 동료의 위협을 받는다. 정은에게 “빨리 집을 나가라”고 성화하던 모진 아빠는 문제의 깡패를 찾아가 무릎을 꿇는다. 돈도 갚아준다(생각해보니 용기도 용기지만 그 못지않게 가족의 화해에 중요한 건 돈이다. 역시 돈 없으면 가족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안 된다). 결정적으로 몸소 칼을 드신다. 정말이지 살떨리는 부정이다. 나는 백만이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돌아가는지 정말 궁금하다. 나로서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우리 가족 중에 운나쁘게도 조폭과 어울릴 만큼 호기있는 구성원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단란, 화목 따위의 단어와는 거리가 멀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용서? 화해? 다 필요없다. 난 그냥 내 한 목숨 보존에 신경쓰며 앞으로도 쭈욱∼ 콩가루로 살아가련다. 김은형/ <한겨레> 기자 dmsgud@hani.co.kr

[왓츠 업] 리처드 링클레이터, 영화에 고교동창생 이름 썼다가 소송당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지만 스크린의 경우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 텍사스주 헌츠빌에 사는 세명의 40대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사진)과 유니버설픽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을 보면 말이다. 링클레이터의 고등학교 동창들인 이들은 1993년에 발표된 <라스트 스쿨>(Dazed and Confused)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허락없이 사용된 이후 끊임없는 모욕 속에서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1976년 학기의 마지막 날,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이 영화에서 리처드 플로이드는 랜달 ‘핑크’ 플로이드, 바비 우더슨은 데이비드 우더슨, 앤디 슬레이터는 론 슬레이터로 이름만 바뀌어 나오며, 이들 캐릭터는 실제 자신들의 삶과 무관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영화에서 플로이드는 70여명의 캐릭터 중 몇 안 되는 제대로 정신이 박힌 인물로 나오고 우더슨은 졸업한 지 오래됐는데도 여고생들에게 ‘작업’을 일삼는 인물로 등장하며 슬레이터는 대마초에 환장한 ‘또라이’로 보여진다. 현재 플로이드는 자동차 딜러이며, 슬레이터는 건축회사 사장, 우더슨은 기술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당사자인 리처드 플로이드는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을 즐겁게 보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사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변호사는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그들 삶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라면서 “잔인하게 괴롭히고 당혹감을 주며 조롱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93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별 반응을 얻지 못했던 이 영화는 얼마 뒤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후 이들 세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동일시되면서 사인 공세에 시달렸으며 “의도치 않은 명사가 돼 사생활을 대중에게 빼았겼다”.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질 것을 기대했으나 2002년 DVD가 출시되며 다시 주목을 받게 되자 소송을 준비해왔다. 자신의 실제 삶에서 영화 캐릭터를 뽑아내는 감독들이여, 미리미리 ‘이름 사용 승낙서’를 받아놓을지어다!

MBC 라디오 ‘문화속으로’ 진행맡은 오지혜

“당대 문화의 여러 빛깔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아마 단순한 공연 소개 프로그램이었다면 굳이 저를 택하지도 않았을 거라고 봐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잘 알려진 배우 오지혜(사진)씨가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선다. 오는 31일 첫 전파를 타는 에이엠 및 표준에프엠(95.9Mhz) <오지혜의 문화 속으로>가 그가 맡게 될 프로그램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10분부터 50분 동안 방송된다. 제목대로 연극과 영화, 음악, 미술 등 문화 전반을 다루게 된다. “굳이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를 짓고 어느 쪽에만 틀어박힐 생각은 없어요. 문화라는 게 가방끈 긴 사람들만 이해하는 얘기가 아니잖아요. 연극도 어려운 말 많고 난해한 게 좋은 게 아니듯이 말이예요. 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대중적인 화법으로 쉽고도 재미난 문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렇다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또 하나의 그렇고 그런 단순 정보 프로그램을 보태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좀 다른 색깔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해요. 문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는 거라고 봐요. 개인적으로는 이번주 토요일 열리는 ‘국가보안법 폐지 문화제’ 같은 행사도 많이 소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지혜의 문화 속으로>를 기획한 홍동식 문화방송 라디오 제1책임피디는 “오지혜씨의 서민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이미지가 프로그램과 딱 들어맞는다고 봤다”며 “오지혜씨 색깔에 맞춰나갈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라디오 진행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교통방송 <오지혜의 여행스케치>라는 주말 교통정보 프로그램을 1년 동안 맡은 적이 있고, 최근엔 두달째 교육방송 에프엠의 <만나고 싶었습니다>(오후 1시40분)란 20분짜리 일일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통방송에선 교통이 주인공이었고, <만나고 싶었습니다>는 음악과 음향 등은 전혀 없이 대담만 하는 프로그램이예요. 이번엔 저도 뭔가 알고 할 말도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니 제대로 궁합이 맞는 것 같네요.” 최근 영화 <안녕 형아>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출연 등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진행 제의를 받곤 별 고민없이 덜컥 받아들였다고 한다. “라디오를 좋아해요. 매력 있잖아요. 집에서도 아이는 텔레비전으로 유아 프로그램 보는 동안 저는 살림하면서 라디오 들어요.” 그는 “26일 첫 녹음인데, 벌써부터 설렌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화계 위기는 입장료 할인 때문”

서울예대 강한섭 교수, 젊은영화비평집단의 포럼에서 밝혀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은 계속되는 정부의 투자과잉, 카드사와 연계한 극장료 할인 정책이다." 지난 22일 열린 젊은영화비평집단의 포럼에서 이색 주장이 나왔다. 정부의 영화진흥정책의 과잉과 극장료 할인이 지금의 영화계 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서울예대 강한섭 교수는 "한국영화계는 완전히 속았다. DJ정권 경제 정책과 영화 진흥정책은 쌍둥이 같다. 소위 '대박 마케팅' 때문에 지금 한국영화계의 거품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500억원이 움직이던 시장에 2000년 정부가 갑자기 1700억원의 영화진흥기금 조성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은 대책없이 커졌다"면서 "정부는 돈이 너무 많아 문제인 산업에 국민세금으로 돈 벼락을 내린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는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아이디어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펀드가 조성한 돈은 엄청나기 때문에 스타급 연기자들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제작비가 급증했고 어느 순간에는 마케팅비가 순제작비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흥행에 대한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영화의 붐은 돈의 흐름과 속도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 점만으로는 한국 영화 붐의 가장 특이한 현상인 '극장의 이상 호황과 비디오 시장의 이상 몰락'은 설명되지 않는다"면서 "비디오 시장 몰락의 가장 중요하고도 치명적인 이유는 극장요금의 덤핑이다. 특히 부실 운영으로 정부 공적지원을 받는 카드사와 연계한 할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요즘 7천원 입장료 다 주고 영화보는 사람은 아줌마나 아저씨뿐이다. 카드할인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박스 오피스의 99%는 의미가 없다. 박스 오피스의 25-30%를 카드사와 이동통신사들이 대납해주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극장요금의 덤핑은 필연적으로 영화가격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온다. 극장요금이 할인되면 박스오피스는 증가하지만 비디오, 케이블 등의 시장은 축소되기 마련이다"고 주장했다. 강교수는 "대학생이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는데 정부가 돈을 대주는 형국이다. 전국 대학에 오전에 학생이 없다. 다 극장에 가 있다. 과수요이고, 교육 파탄이다"면서 "극장요금을 이렇게 깎아주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불법복제와 다운로드 때문에 비디오 시장이 죽은 것이 아니라 덤핑 때문이다. 이것을 정상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큰일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강교수의 주장에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2000년 정부의 영화진흥기금 조성은 가뭄의 단비 같은 것이었다. 당시 대우, 삼성 등 비디오를 통해 영화계에 진출했던 대기업들이 서서히 영화에서 손을 떼던 시기라 영화계에서는 자본이 말라갔다. 그러던 차에 정부가 1천700억원을 지원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CJ의 김종현 상무는 "극장의 제휴사 중 카드 사업자는 10%에 불과하다. 카드 보다는 정부의 공적 자금을 하나도 받지 않는 텔레콤 3사의 비중이 훨씬 크다"며 강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