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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22살 되는 K1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1월 1~5일 건강정보 특집 연속편성

2000년 12월 초 온나라 약국에 일대 소동이 빚어졌다. 비타민 시를 사려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20~30배나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소동 배후엔 한국방송 1텔레비전의 생활정보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월~금 오전 10시)가 있었다. 서울대 의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비타민 시가 여러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내보내면서 비타민 시 인기가 치솟은 것이다. 갖가지 실용 지식을 전파하며 시청자의 의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끼쳐온 〈무엇이든…〉이 어느새 22살이 된다. 11월1일 마침 한국방송 가을개편과 함께 온 생일을 기념해 1~5일 닷새 동안 건강 관련 궁금증을 풀어보는 특집을 내보낸다. ‘습관을 바꾸면 10년 젊어진다’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었다. 1일 ‘그리스식 식단’, 2일 ‘걷기’, 3일 ‘잠’, 4일 ‘식습관 5계명’, 5일 ‘웃자! 웃자!’ 차례다. 〈무엇이든…〉의 역사는 ‘바보상자’ 텔레비전이 ‘척척박사’로 변신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무엇이든’ 물어왔다. “어제 뉴스에 나온 사람 이름은 뭐예요?” “우리 동네 이름의 유래가 뭐예요?” ‘만물박사’를 넘어 ‘해결사’이기를 바랐던 것일까? 심지어 “우리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일러오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텔레비전이 상식의 표준을 규정하는 존재로 자리잡는 데는 실용 지식 프로그램 〈무엇이든…〉의 고투도 한 꺼풀 깔려 있다. 세월 따라 물어오는 방식에도 변화가 거셌다. 10년 전만 해도 시청자 문의는 거의 엽서나 편지로 이뤄졌다. 지금은 대부분의 문의가 인터넷을 통해 들어온다. 다만 중국이나 미국 등 재외 동포들은 여전히 온갖 궁금증을 담은 편지를 부쳐온다. 이런 왕성한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무엇이든…〉은 1년 365일 중 240일을 생방송한다. 가장 힘든 때는 시청자 관심이 쏠리는 갑작스런 사건이 발생할 경우다. 조류독감이나 극심한 황사, 식중독 따위가 벌어지면 그때까지 준비한 방송 아이템은 전면중지된다. 재빨리 전문가를 섭외하고 자료 화면을 만들고, 대본을 써야 한다. 고생한 만큼 보람도 커, 이렇게 시의성 있는 내용의 방송은 시청률이 평소보다 높게 치솟는 편이다. 급작스레 바뀐 대본을 차분히 소화해 전달하느라 진행자들도 맘 고생이 적잖았다. 83년 ‘김동건·유애리’ 아나운서로 시작해 어느새 ‘전인석·신윤주’(사진) 11번째 짝이 진행을 맡고 있다. 왕종근 또는 이창호 아나운서가 여전히 진행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남아있다. 제작진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현명하고 똑똑한 주부의 생활 동반자, 가족의 건강 지킴이 노릇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생일 다짐을 했다.

단추들

우리 주위에는 평소에 그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하찮은 사물들이 많이 있다. 사람의 시선을 끌며 당당하게 자기를 주장하는 물건들의 그늘에서 이들은 ‘엑스트라’로서 가까스로 제 위치를 지키며 그 나름의 존재를 이어간다. 옷의 단추도 그런 물건들 중 하나다. 셔츠에 달린 단추의 존재는 그것들을 매일 채우고 푸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거의 잊혀지다시피 한다. 셔츠는 주목을 받지만 단추에는 웬만해선 눈길이 가지 않는다. 그것은 목걸이 같은 장신구와 친척관계라 할 수 있으나, 값싼 대량생산의 길에 들어선 이래 그 자체가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남성 정장에서 와이셔츠의 단추는 그나마도 넥타이에 의해 가려진다. 이 영원한 단역의 존재는 역설적이게도 그것의 뜻밖의 부재 또는 왜곡을 통해서 드러난다. 단추가 떨어져서 셔츠의 소매를 채울 수 없게 되었을 때, 또는 채워야 할 단추가 풀어졌거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웠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존재를 의식한다. 어렸을 때 옷의 단추를 채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손가락들을 상당히 섬세하게 다룰 줄 알아야 단추 구멍에 단추를 밀어넣거나 다시 끄집어낼 수 있고, 그 일에 익숙해진 다음에도 단추를 엉뚱한 자리에 끼우고 있지 않은지 항상 주의해야 한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이 동작은 SF영화에서처럼 사람과 똑같은 로봇을 만들려는 과학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단추는 원시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일종의 자물쇠이며, 그것을 열고 닫는 열쇠는 바로 우리의 손가락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는 몇개의 손가락을 단추의 열쇠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요령을 터득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혼자 옷을 입을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로서, 이 일을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아이는 유아의 단계를 벗어난 것으로 간주된다. 단추에 의해서 나는 나와 바깥세계, 나 아닌 것과 나를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그럼으로써 내가 누구인지를 의식하는 독립된 개체로서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한편 이와는 다른 종류의 단추들이 있다. 옷의 단추와는 전혀 구조와 기능이 다른데도 우리는 기계들에 붙어 있는 그 사촌들에도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 형태가 서로 비슷하고, 그것들을 다루는 신체부위가 손가락 끝이라는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컴퓨터 자판에, 휴대전화에, 엘리베이터에, 텔레비전 리모컨에 붙어 있는 이 새로운 단추들은 우리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서 매일같이 자신들의 영토를 늘려가고 있다. 그것은 옷의 단추들처럼 여전히 그것에 연결되어 있는 기계장치 본체의 부속품으로서 보조적인 위치에 머물며 얌전히 우리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은 결코 옷 단추와 같은 세계의 단역이라 할 수 없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일에서 이 단추들에 의존하며, 단추가 없으면 불안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미 우리 주변에 급속히 늘고 있다. 이런 유형의 단추는 인류문명을 치명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핵공격 시스템에도 들어가 있다. 이 새로운 단추들의 고전적인 원형은 아마 피아노나 타자기 같은 것이지만, 그것들을 사용하는 데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없다. 손을 대기만 하면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했던 미다스처럼 그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가볍게 누르기만 하면 된다. 아이가 옷 단추를 채우는 법을 배우거나 피아노와 타자를 배울 때처럼 공을 들여 손가락을 훈련시킬 필요가 없다. 필요한 기술은 이 단추 뒤에 프로그램으로 내장되어 있다. 손끝으로 누르기만 하면 되는 이 친절한 단추들에 의해 사람들은 세상과 접속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세계는 단추 뒤에 있으며 그것을 누르면서 나는 누가 만든 것인지도 모르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에 개입한다. 예전에 엑스트라였던 단추가 세상과 우리의 미래를 지배하는 주인공의 지위에 오르고 있다. 글·드로잉 안규철/ 미술가

내 나라는 내가 지키겠다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은 예상대로 전쟁을 하고 있다. 그들의 적들은 그들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다. 그 소식을 전하면서 텔레비전 뉴스는 한가롭게도 새마을운동에 나선 자이툰 부대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파병을 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정말 슬픈 일이지만 이제 우리는 형제와 아들이 흘리는 피를 보게 될 것이며, 슬픔은 분노와 두려움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더욱 두려운 일이 있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NKHRA)안이 9월28일 상원을 통과했다. 이로써 미국은 부시에게 악의 축으로 손꼽혔던 3국 모두에 적당한 미국법 하나씩을 선물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이라크해방법(1998), 이란민주법(2003) 그리고 북한인권법(2004)이다. 알려진 것처럼 현재 미상원에는 북한에 관한 또 다른 법안인 ‘북한자유화법안’(NKFA)과 이란을 겨냥한 ‘이란 자유와 지원을 위한 법안’(IFSA)이 상정되어 있다. 자유와 인권, 민주와 해방 등 이 법들을 수식하고 있는 현란한 미국식 수사가 개입과 간섭, 전복, 나아가 전쟁을 의미해왔다는 점에서 모골이 송연해진다(이 법이 ‘해방’으로 수식되는 날 한반도의 우리는 밤마다 불바다의 악몽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 법에 부시가 서명을 하건 케리가 서명을 하건 달라질 것은 없다. 이라크해방법에 서명한 것은 클린턴이었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인권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은 이제는 구태의연하기까지 한 사실이다. 가깝게는 그레나다 침공 이후 걸프전과 소말리아, 수단, 유고연방,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수행한 전쟁터에서는 예외없이 자유와 인권, 민주, 해방이라는 고귀한 단어들이 검은 포연에 더럽혀져왔다.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노골적으로 법의 이름까지 빌려 ‘인권’을 말할 때 우리는 부득이하게 전쟁의 그림자를 떠올려야 한다. 이라크해방법은 5년 만에 침략전쟁으로 이어졌다. 빌미는 대량살상무기였지만 완벽한 사기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 천인공노할 ‘범죄의 재구성’에 대해 분기탱천하는 자가 없다. 의당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이것을 국제정치의 냉엄함이라고 읊조리며 강 건너 불쯤으로 치부하는 자들은 다음 순서가 북한이, 아니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이른바 북한인권법으로 배가되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시계는 5분 앞으로 당겨졌다. 상황이 이처럼 불길하게 돌아가고 있는 이때에 한나라당이 북한의 인권에 대해 쏟는 정성은 그야말로 눈물겨울 정도이다. 지난 8월 한나라당의 김문수 의원은 ‘인권없는 통일보다는 통일없는 인권을 택하겠다’는 다소 과격한(?) 발언까지 불사하며 인권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소신을 ‘수구꼴통과 반통일분자로 매도하는 한심한 사회분위기’를 질타하기도 했다. 이해한다. 양자택일 이전에 인권도 통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지난 7월 당신과 33명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연명으로 북한인권법안의 상원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의회로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 말하자면 당신들은 전쟁불사론자이거나, 더 낫다고 해봐야 정신 나간 인간들이다. 이건 해도 너무한다. 현재의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의 그 어느 지역보다 전쟁의 가능성이 농후한 지역임이 세계적으로 공인되어 있다. 전후사정, 특히 이라크의 선례로 보건대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이 시작하는 것이다. 북한인권법과 같은 도발적 법안에 대해 그것을 촉구하고 또 쌍수를 들어 환영한 당신들은 미국의 전쟁도발 가능성을 고무하고 거들고 있는 것이며, 인권이 아니라 전쟁을 고무한 것이다. 그렇게도 불바다 구경이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철부지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열린우리당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나라당보다 낫다고 할 것인가. 언감생심이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수구꼴통들보다 더 위험한 집단이다. 노무현과 이들은 이라크해방법의 예고된 종장인 이라크 침략전쟁에 미국의 또 다른 푸들을 자청하며 3위권의 파병을 결행했다. 이들이 한 짓은 미국에 북한을 침공한다면 국군을 앞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끔찍한 판단에 힘을 실어준 것이며 한편으로 전쟁의 위기를 한층 고조시킨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네 나라는 네가 지켜라.” 어금니를 꽉 물고 나는 대답한다. “그래,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 xXXXXXXxxx아.” 유재현/ 소설가·<시하눅빌 스토리> ※http://stopwar.jinbo.net/의 게시판에 “xXXXXXXxxx”의 원래 말을 올려주세요. 맞히시는 분에게 이번 원고료의 절반을 드립니다(1분 이상일 경우는 10월17일 국제공동반전행동에 참가하셨던 분에게 우선권을 드립니다. 마감은 10월30일).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 윤광용씨 한달간 패스트푸드만 먹으며 부작용 체험

하루 세끼를 꼬박 패스트푸드만 먹는다면 우리의 몸은 어떻게 변할까. 패스트푸드 생체실험으로 화제가 된 영화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가 한국에서 제작돼 화제다. 생체실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주인공은 ‘환경정의 시민연대’ 상임활동가 윤광용(31)씨로, 16일부터 하루 세끼를 패스트푸드에 의존하고 있다. <슈퍼 사이즈 미>는 모건 스펄론 감독이 직접 30일간 맥도날드 음식만을 먹으며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작자인 모건 감독은 영화를 끝낼 당시 체중이 84kg에서 96kg으로 12kg 늘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상승했다. 모건 감독은 패스트푸드로 부작용에 시달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줘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안겨줬었다. 그렇다면, 윤광웅씨가 이런 무모하고 위험한 실험에 동참한 이유는?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을 직접 체험해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윤씨는 “다큐멘터리 제작 참여를 결심하기 전 미국에서 먼저 한 일(모건 스펄론 감독의 <슈퍼 사이즈 미>)을 왜 따라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모방은 했지만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오만한 자세를 고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두렵고 긴장됐다. 하지만…….” “솔직히 패스트푸드를 한 달 동안 먹을 생각을 하니 두렵고 긴장됐어요. 모건 스펄론 감독의 <슈퍼 사이즈 미>를 봤는데,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충격을 받았죠. 하지만 실험 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건강상태가 좋았고 딱 한달만 실험에 참여하는 거라고 위안하며 고통을 참겠다고 결심했죠.” 패스트푸드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윤씨는 “평생 먹을 패스트푸드를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먹고, 몇 달 치료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이달 16일부터 실험에 참여했다. 그는 하루 매끼를 맥도널드나 롯데리아에서 나오는 패스트푸드로 해결하고, 중간에 1~2회씩 프라이드치킨 등으로 간식을 해결한다. 그는 하루 평균 3100kcal 정도의 열량을 섭취하고, 1만보 가량을 걷는다. “제 하루 섭취 열량은 권장치보다 조금 높지만 운동량은 일반 사람들보다 두배 가량 많다고 보면 되요.” 실험 참여 열흘째 그의 체중은 1kg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체지방은 3.5kg이나 늘었다. 근육이 오히려 지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험 전 23이었던 간 건강 정도를 나타내는 효소수치는 정상치(43)를 넘어, 50까지 높아졌다. 심각한 간 손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울증 등의 조짐이 보인다는 진단도 받았다. 간 수치란? 간 기능을 진단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 간 효소검사(AST, ALT/일명 GOT, GPT)다. AST, ALT는 간세포 내에 있는 효소인데 간세포가 망가지면 혈액 속으로 흘러나온다. 따라서 혈액에 이 두 효소의 수치가 높을수록 간세포가 많이 손상됐음을 뜻한다. 흔히 ‘간수치’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이 간 효소검사 수치를 말한다. 수치는 30IU/L이하가 안전하며, 간수치가 높아질수록 간의 기능이 저하됐다고 보면 된다. “도대체 어떤 재료를 사용했기에 내 간이 이렇게까지 나빠졌는지 모르겠어요.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이 비만 유발이라고 할 때 체지방이 늘어난 것은 이해하지만, 간 수치가 심각히 나빠졌잖아요. 엄청난 양의 식품첨가물을 사용한다는 증거죠. 이런 ‘쓰레기’같은 음식을 자라나는 아이들이 먹고 있다니, 가슴이 아프네요.” 패스트푸드의 문제는 환경 뿐 아니라 고유 음식문화까지 파괴 “‘알아보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실험에 참여했지만, 직접 체험해 보니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네요. 의욕이 떨어지고, 짜증도 많이 나고.” 그는 요즘 우울증을 비롯 만성 피로와 무기력증에 시달린다. 스스로 “이러면 안 된다”고 달래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안티패스트푸드’ 카페(http://cafe.daum.net/antifastfood)에 올라오는 음해성 글이 그의 짜증을 돋울 때도 있다. “대부분 패스트푸드 업계 종사자들인 것 같다는 생각을 들어요. ‘환경단체가 왜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을 하느냐’부터 ‘다른 음식을 한달 동안 먹어도 지금과 같은 부작용이 올 거다’ 등등……. 하지만 그것은 패스트푸드 사업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죠. 밥, 불고기, 김치를 열흘간 먹었다고 가정했을 때도 제 간이 이 정도까지 나빠졌을까요?” 그는 이번 실험을 통해 패스트푸드의 위해성과 관련 비만문제를 떠나 산업 전반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싶다고 했다. 우선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대에는 무분별한 패스트푸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건강과 관련해서는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이 단지 몇 그램 포함됐는지 수치적으로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원산지 표시와 식품첨가물까지 공개하도록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엄청난 조미료가 패스트푸드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공개되지 않고 있어요. 이는 패스트푸드점이 수십조 원의 경제규모를 갖는 거대기업이지만 현재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법적인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죠. 패스트푸드 점포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재료를 튀기거나 데우거나 해서 내놓을 뿐인데, 정작 재료를 공급하는 공장문제를 지적할 법이 없다는 거죠. 또 배출물의 환경파괴 문제나,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가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는 점 역시 패스트푸드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죠.” 원래 고기를 좋아했지만 1년 전부터 채식을 실천해 왔다는 윤씨의 실험은 11월 1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만약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생겨 의사가 그만두기를 권유하면, 그 전에 실험이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과 환경을 위해서라도 “햄버거를 밥, 콜라를 된장찌개, 감자튀김을 김치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먹어보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윤광용 씨와의 일문일답,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을 몸으로 알리고 싶었다 보름째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데, 몸상태는? 패스트푸드를 먹고 난 뒤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었다. 지금은 하루 3번 이상 간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무거운 몸이 하루 종일 지속된다. 몸무게가 많이 늘어서 그런가. 일주일에 한번씩 진찰을 받고 있다. 몸무게는 1kg 늘었지만 체지방은 열흘 째 3.5kg 늘었다. 근육이 오히려 지방으로 전환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을 말할 때 비만을 흔히 떠올리는데 닷새 지나서 간수치가 23에서 43(정상치)이 됐고, 열흘이 됐을 때는 50이 됐다. 심각한 간 손상을 가져온다는 얘기다. 지금 하루 열량 섭취량이 평균 3100kcal 정도고, 하루 1만보 가량을 걷고 있다. 성인평균 권장 칼로리가 2700~3000kcal인 반면 운동량이 일반인의 두 배로 폭식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체지방이 늘고 있으니 문제 아닌가. 이 실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환경정의에서는 5년째 대안먹거리 운동을 해오고 있으며, 4년 전 내가 이 단체에 들어올 때부터 식품 관련 업무를 했다. 처음 접했던 운동이기도 하고, 관심도 있어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하겠다고 했다. 실험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나. 후회하지 않는다. <슈퍼 사이즈 미> 영화를 봤을 때 충격을 받았지만 감수했던 부분이다. 다만, 혼자서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이때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패스트푸드를 ‘쓰레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인터넷카페에서 인신공격을 당할 때 오는 스트레스도 있다. 햄버거는 밥, 콜라는 된장국, 감자튀김은 김치라고 생각하면서 먹고 있다. 실험은 언제까지 하게 되나. 매주 월요이 병원에 가는데, 수치상으로 위험요소가 증가하면 그만둘 의사도 있다. 예정대로 한달을 채운다면 11월12일까지 하게 된다. 패스트푸드의 어떤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던 것인가. 비만문제를 떠나 패스트푸드 산업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단백질과 지방 몇 그램이 포함됐다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원산지 표시와 식품첨가물 공개 등이다. 원산지 표시와 식품첨가물 공개라니? 패스트푸드에는 조미료가 엄청나게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패스트푸드점은 수십조원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거대기업이지만 현재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 텔레비전 시청 시간대에 무분별한 패스트푸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자각이 완전하게 발전하지 않은 아이들이 광고를 보면 뉴질랜드에서는 패스트푸드를 먹지 못하게 하는 날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환경파괴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미국은 국내에서 패스트푸드 붐이 불면서 햄버거 소비량이 급증하자 브라질 등 남미국가에 목장을 짓도록 유도해 고기를 충당해 왔다. 이 때문에 브라질의 경우 지구의 산소 25%를 공급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급속히 파괴되는데 일조했다. 또 패스트푸드 음식을 먹고 난 뒤 배출되는 쓰레기도 무시할 수 없으며, 패스트푸드로 인해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가 파괴된다는 점도 패스트푸드의 악영향 중 하나다. 패스트푸드 뿐 아니라 다른 음식을 한 달 동안 먹는다면, 편식 때문에라도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밥, 불고기, 김치를 매일 한식집에서 열흘간 먹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처럼 간수치가 나빠졌겠나? 아니라고 본다. 난 지금도 패드스푸드업체에서 웰빙제품이라고 선전하는 샐러드도 먹는다. 필수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 있다면 이 정도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시도해보려고 한다. 라면하고 김치만 먹어도 내 간이 이렇게 망가질까…. 이 정도로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상시 패스트푸드 음식을 좋아했나. 가끔은 먹었지만 좋아하지는 않았다. 환경정의에 처음 들어와서 경험한 것이 대안 먹거리 운동이었다. 특히 육식과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하게 됐는데, 지난 1년간 채식만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이 채식을 용납하지 않더라. 아침은 집, 점심은 도시락을 먹었는데, 저녁에는 회식이 있거나 하면 채식만 고집할 수 없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없나. 의도적으로 연출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우울증에 빠지고 매사 무기력해졌다. 의식적으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최면을 건다. 신경질을 내기보다 기분을 좋게 가지려고 한다. 음식도 맛있게 먹고. 하루 일과는. 집에서 아침을 먹고 나와야 하는데, 아침식사를 패스트푸드점 개장시간에 맞추다보니 출근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또 이 실험에 참여하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하다보니까 본연의 일은 다른 사람에게 50% 이상 넘겨졌다. 원래 내가 했던 일은 우리 단체에서 하는 일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고 홍보하고, 시민들이 우리 단체를 후원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 독립영화 쪽에서 일하고 유정우 씨가 찍고 있다. 전에 우리 단체에서 일했었다. 우선 한달 동안 실험이 끝나면, 1차 편집을 할 거다. 그 뒤에는 내 몸이 회복되는 과정도 찍을 예정이다. 다큐멘터리를 빠른 시일 안에 완성해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겠다. 주변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위험한 일이다. 무모한 일이다”라고 걱정하면서도 먹거리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격려해 준다. 요즘에는 길거리에서 아는 척 하는 사람도 있고,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 이 실험에 대해 언론보도가 많았다. 어떤 느낌이었나. 우리나라 기업의 문제점은 잘되면 무조건 확장하고 보는 것이다. 지금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패스트푸드 매장이 몇 개 주는 줄어든 것은 경기가 나빠진 것에 비하면 큰 타격도 아니다. 또 최근에는 웰빙제품이 나오면서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다. 하지만 마치 안티패스트푸드 운동 때문에 패스트푸드 업계가 ‘휘청거린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은 언제부터. 환경정의는 식품첨가물 등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햄버거를 비롯 분유의 문제도 다뤘다. 본격적으로 패스트푸드 산업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한 것은 안티맥도날드운동 20주년을 맞는 올해부터다. 동네 음식점이나 중국집 등에 대해서도 대안먹거리 운동을 하라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다 하면 좋지만 3~4명의 인원이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기업을 모두 상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지쳐서 포기하게 될 것이다. 현재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김치찌개다.

터키영화 <우작> 5일 개봉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터키 영화 <우작>이 5일 개봉한다. 이스탄불의 이혼한 중년 사진사의 황폐한(또는 황폐해 가는) 삶을 비추는 이 영화는 줄거리가 간결하고 대사도 적다. 쇼트들의 길이도 긴 이 영화는 그러나 때로는 노골적이고 때로는 은근한 유머들을 간간히 배치하면서 그 유머와 보잘것 없는 일상이 만나는 풍경을 즐긴다. 이혼한 뒤 혼자 사는 마흐무트(무자파 오즈데밀)는 가끔씩 정부와 섹스를 나누지만 그 역시 활력이 없다. 이혼한 아내는 조만간 다른 남자와 함께 캐나다로 이민갈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 찍어 출판사에 파는 일을 빼곤, 그의 삶을 구성하는 별다른 요소가 없다. 그런 마흐무트에게 시골에서 공장 다니던 사촌동생 유스프(에민 토팍)가 찾아온다. 취직할 때까지 일주일 정도 머물게 해달라고 했지만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히 의지가 강하지도 못한 유스프는 하릴 없이 마흐무트 집에 머문다. 이스탄불 시가지를 배회하며 여자들을 쫓아다녀 보지만 소득이 없다. 마흐무트는 그런 그가 보기 싫다. 영화는 마흐무트의 전 부인이 캐나다로 떠나고, 정부마저 다른 남자를 만나면서 더 고립돼 가는 마흐무트를 중심에 놓고서 그와 유스프 사이의 갈등을 곁길에 배치한다. 마흐무트는 유스프가 있을 땐 텔레비전에서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보다가, 유스프가 방에 들어가면 포르노 영화를 본다. 유스프를 구박하면서도 관음증 환자처럼 그를 훔쳐본다. 이런 마흐무트와, 그와 정반대로 우직하고 미련한 유스프의 모습을 긴 쇼트 속에 대조시키는 연출엔 능청스런 유머가 있다. <빌리지 보이스>는 이 영화의 감독·각본·편집을 맡은 누리 빌게 세일란을 두고 “반복과 우스꽝스런 침묵이라는 점에서 키아로스타미, 차이밍 량과 동시대에 있다”고 평했다. 마흐무트의 냉대 속에 결국 유스프마저 떠나는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는 쓸쓸하지만 구원이나 속죄같은 관습적 해결책을 넘보지 않는다. 세상을 혼자 버텨내기 힘들어하면서도 마땅히 기댈 관계를 찾지 못하고 또 남이 기댈 언덕도 내주지 못하는 한 지식인의 자폐성 안에 낮은 수준의 동시대성을 담아낸다. 마흐무트 역의 무자파 오즈데밀과 남우주연상을 공동수상한 유스프 역의 에민 토팍은 이 영화가 칸 경쟁부문 후보로 발표된 직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12월의 열대야> 신데렐라 입성이후…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는 신데렐라 스토리다. 오영심(엄정화)은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에 성공한 듯 보인다. 남편(신성우)은 실력있는 신경외과 전문의에, 시아버지(이순재)는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재벌급 의료계 원로다. 시놉시스를 보면 시어머니(박원숙)는 “교양있고 기품있는, 홍라희 호암미술관장 같은 이미지”다. 지지리도 가난한 집에서 나 고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오영심이 이런 집안의 맏며느리가 됐다면, 그건 당연히 왕자비가 된 재투성이 이야기다. 그런데 는 결혼 뒤 이야기다. 안방극장을 명멸한 무수한 신데렐라 이야기와 달라지는 지점이다. <파리의 연인>도 <황태자의 첫사랑>도 모두 결혼 또는 사랑의 성립 직전까지가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다. 재투성이는 왕자 주변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감동적인 사랑의 꼭지점에 도달한다. 여기까지다. 신데렐라가 그 뒤 왕궁에 들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는 그 얘기를 들려주고픈 모양이다. 결론적으로 재투성이는 여전히 재투성이인 채다. 그는 예전 자신의 신분과 비교되지 않는 시집의 휘황한 광휘 안에서 오히려 예전보다 더 힘겨워 보인다. 평균 학력이 석사 이상인 시집 식구들 사이에서 그는 “너는 그것도 모르니”로 아침을 시작해 “도대체 니가 아는 것은 뭐니”로 하루를 마감한다. 집안 일은 모두 그의 몫이고, 누구도 그를 왕자비로 대접해 주지 않는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경멸적 시선에 내몰린다. 그럴 것이 그는 시집의 분위기와는 너무도 이질적인 존재다. 그는 아랫동서될 새 신부 집에서 보내온 예단을 둘러보다, 자신에게 배당된 수표가 2000만원인 걸 알고 경악한다. 그리곤 “난 이런 큰 돈은 못 받겠다”고 한다. 식구 수를 꼽아보며 총액이 얼마가 될까 놀라워한다. 그런 그가 시어머니는 더 할 나위 없이 한심스럽기만 한다. “어디서 예단 봉투를 쑥쑥 맘대로 열어 보느냐”는 것이다. 못 배운 티 낸다는 것이다. 그에게 결혼이 돈잔치가 되는 세태는 이해할 수 없는 허영의 발로로 느껴진다. 하지만 시어머니에게 그건 당연한 문화일 뿐이며, 중요한 건 그런 ‘관습’을 우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감수성이다. 그와 시어머니는 한 집에 살고 있어도 여전히 계급이 다르다. 왕자조차도 그에겐 힘이 될 수 없다. 클래식을 즐겨듣는 남편과 텔레비전으로 코믹 영화를 보며 깔깔대다 잠드는 그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남편은 옛 여자친구의 적극적 구애를 받으면서도 결코 바람만은 피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러나 그건 도덕적 다짐일 뿐, 아내와의 관계는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부부의 다름은 취향의 다름이며, 그건 이미 돌이킴이 불가능한 계급적 취향의 다름이기 때문이다. 는 수많은 신데렐라 이야기들이 간과해 온, 결혼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한국 사회 구성원 사이의 계급적 분할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나아가 그 계급의 차이는 단지 돈만이 아니라 취향을 포함하는 문화적 자산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데 의 독특함이 있다. <파리의 연인>에서 보여준, 강태영(김정은)과 한기주(박신양) 사이 계급적 취향의 섞임이란 실은 실현될 수 없는 판타지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품게 하는 것이다.

제 9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7]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오즈의 그늘에서 전진한다” 아시아 감독과의 조우2 - <아무도 모른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원래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영화계에 뛰어든 사람이다. 그를 영화로 이끄는 데 주요한 계기를 마련했던 것은 20대 초반에 보았던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이다. 대학 신입생 때 오즈의 영화를 접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전까지 몰랐던 이상한 형식의 힘을 느꼈다. 주인공의 의미없는 듯한 대사가 반복되는 가운데 어느 순간 리듬이 생겨난다는 것을 알아내고 궁금증은 더해졌다. 그리고는 그것을 모방하는 시나리오를 써보기 시작했다. 그의 20대 오즈 습작시기는 그렇게 갔다. 30살이 막 넘어가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환상의 빛>으로 데뷔한다. 그 첫 번째 영화는 수작이었지만, 오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습작이었다. 그는 “내가 찍은 것이 정적인 느낌이라면 오즈의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정적이지만 그 안에 역동적인 감정이 흐른다”고 뼈아프게 고백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이제 자신이 추구할 태도는 오즈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다짐한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시기의 자유분방한 감각으로 돌아가자고 스스로 종용한다. 이번에 부산을 찾은 그의 세 번째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보면 그 힘겨운 ‘독립’의 싸움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1988년 도쿄, 아버지가 서로 다른 네명의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아무도 모르는 아파트 한구석에서 몇 개월간을 버티며 살아가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 극영화를 정적인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이제 그는 오즈로부터 벗어난 걸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내년에 만들 시대극 <꽃보다 조금 더>에서 그는 오즈만큼 형식적인 영화에 도전해보겠다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일본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나. =그 사건이 일어났던 1988년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빈번한 어머니들의 육아 포기 현상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건 도쿄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사건이다. 많은 언론에서 다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나를 포함하여 몇몇 작가와 언론은 그 사건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다. -어떤 동기로 시작했나. =나는 이 사건이 일어난 도쿄에서 태어나고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다. 주인공 아이의 눈을 통해 도쿄라는 도시를 그려내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이 센세이셔널하긴 하지만, 영화의 중심은 이 소년이 만나고 헤어지는 성장과정에 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연출 경험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것이 극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어떤 도움을 주는가. =뭔가 세상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그것이 내 마음으로 들어와서 씨앗을 낳고, 그 사이에 물이 뿌려져서 점점 커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큐멘터리 감독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극영화로 그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도 다큐멘터리 작업은 병행하고 있다. -이 실화를 영화로 옮기면서 갖고 있던 각색의 원칙은. =도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실화의 드라마화라고 받아들여지면 곤란할 것 같다. 실제 사건과 비교해보면 인물의 구성이나 연령 설정이 다르다. 버려진 네 아이들이 6개월간 어떻게 살았는지를 실제로 그러했던 것처럼 그려내자는 것이 아니었다. 상황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것에 얼마나 접근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재현드라마가 아니다. -오즈를 벗어나기 위해 좀더 자연스러운 리얼리즘을 추구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그 말뜻을 설명해달라. =첫 번째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오즈를 의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영화에서는 나만의 색깔을 가진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움의 문제였다. 그런데 그 시도들을 거치면서, 한번 더 오즈 감독의 형식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전과 비교해 영역이 확장되었다. 그것은 처음 내가 의식했던 오즈 감독의 형식이나 위상과는 관계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다음 영화인 시대극 <꽃보다 조금 더>에서는 좀더 인공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계획 중이다. 이 시대극에서 오즈가 갖고 있는 그 부자연스러운 형식과 다시 한번 재회하게 될 것이다.

[비평 릴레이] <썸> <21그램>, 김소영 영화평론가

예컨대, 비 오는 날. 마포대교 북단 어디쯤에서 자동차의 브러시를 튼 채 서울의 교통지옥을 맞는다고 하자. 새삼스러울 리 없는 그 경험에, 도심 무한질주의 판타지가 더해지면 영화 〈썸〉이 탄생한다. 영화의 중요 소도구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 그리고 자동차. 교통방송 리포터인 서유진(송지효)은 하루 종일 서울의 교통 흐름을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통해 보고 있다. 반면, 강남 경찰서의 강성주(고수)는 그 교통지옥 속을 용케도 질주하는 마약 밀수단을 잡아야 한다. 디카와 감시 카메라 그리고 핸드폰이 매개하는 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그러나 프로이트가 말한 바 있는 언캐니, 즉 친숙한 낯섦, 낯선 친숙함이라는 기시감이다. 또한 그 언캐니에 동반되는 초자연적 예정설, 운명설과 그 운명을 바꾸려는 헛된 의지 등이 이 영화의 기조를 이룬다. 주로 서울 도시 근교에서 촬영된 영화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일촉즉발의 위험과 그것을 누그러뜨리는 사랑과 같은 정감의 교환, 피어싱족이나 디카족과 같은 동아리 구성 등을 동적 이미지와 정적 이미지 교환을 통해 표현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참 배우들은 늘 초조하기만 한 표정이고, 정적 이미지는 자동차 광고를 위탁받은 광고회사에서 환영할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접속〉과 〈텔미썸딩〉에서 보여준 장윤현 감독의 테크노 문화에 대한 민감한 강박과 도시의 위험지대에 대한 예민한 지정학적 촉수를 존중하는 나는 사실 〈썸〉을 그것을 완성시키는 길로 가고 있는 흥미로운 실패작으로 보고 싶다. 하위문화에 젖은 20대가 이 영화를 본다면 수백 개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저 시나리오로 어떻게 자본을 끌어들여 영화를 제작했을까? 라는 꼭 자본가의 편에서 던지는 것만은 아닌 질문을 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가끔 있다. 〈21그램〉이 그렇다. 이 영화는 심리적으론 잔인하고 상황적으론 비관적이다. 남편과 두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남편의 심장을 기증받은 남자 폴 리버스(숀 펜)와 관계하는 크리스티나 펙(나오미 와츠)의 이야기는 영혼의 무게라는 21그램을 짜내기 위해 가학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촬영은 대부분의 장면에 푸른 필터를 끼워 영화 전체를 흐려놓아,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작동할 수도 있을 법한 계급적 코드를 뭉개놓았다. 편집 역시 미국식 리얼리즘의 구태의연함을 걷어낸다고 시간을 뒤섞어 놓고, 다음 장면이 늘 앞선 장면을 충격 속에서 잊혀지게 하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정말 영혼 21그램의 무게를 지닌 채 살아가야 하는 많은 관객들을 심리적으로 착취하는 방식이다. 아마도 숀 펜의 출연 승낙과 멕시코 영화 〈아모레스 페로스〉로 글로벌한 히트를 친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에 대한 기대가 이 영화를 탄생시키고, 부시 집권 하에 지친 관객들의 자학적인 마음이 〈21그램〉을 시장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인 영화로 만든 것 같다. 그래도 역시 불가사의는 불가사의다.

새로운 물결, 디지털 장편영화 [7] 대안2-상상과 표현의 신천지 : 윤영호

경험 자체를 많이 줄 수 있는 매체다 윤영호(34) 감독의 <바이칼>은 도시에 관한 묵시록적 예언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시베리아에 있는 바이칼 호수에 관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떠올린 것이다. 그의 말대로 “시원”에 관한 영화이기도 한 셈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자극받은 구상은 “사막이 항상 끝이고, 거기에 다시 땅이 만들어지고, 강이 들어서고, 숲이 형성된다는 자연의 순환 고리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전했고, “땅으로서 생명을 다한 것이 도시라고 할 때, 그것을 사막과 연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영화의 두 공간이 결정되었다. 서울 한복판의 정경과 단편을 찍으며 눈여겨봐뒀던 화성쪽 간척지에서 촬영한 사막장면이 교차한다. 주인공 라반과 석치는 황량한 사막을 헤매고 다닌다. 그들은 이 사막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길은 없다. 도시가 무너지고 사막이 들어섰는지, 도시를 사막처럼 느끼는 이들의 감정적인 공간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바이칼>의 주인공들은 모두 상처받은 사람들이고 희망을 구하는 사람들이다. <바이칼>은 윤영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일간 13회 촬영으로 전력질주할 만큼 어렵게 찍은 영화이다. 그런 장편이 극장에서 관객에게 제대로 보여지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 주말 강변CGV에서의 상영은 당혹스러웠다. “영사기 기종과 궁합이 안 맞았는지, 아니면 영사실과 스크린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였는지, 어두운 부분에서는 힘을 발휘 못해서 인물들의 얼굴톤이 상당수 암부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남들도 그렇게 키네코를 하려 하나보다”고 씁쓸해한다. 하지만 일면으론 사운드의 효용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은 그에게 현재 디지털은 보완이 필요한 최선책이다.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작품 안 찍을 때는 구상하면서 집에만 있는데, 그러다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됐다. 새벽에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고, 속이 메스꺼우면서 쓰러질 뻔한 적이 있었다. 자는 친구를 깨워 병원에까지 가서 정밀진단을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의사가 나중에 상담하면서 말해주기를 일종의 공황장애라고 하더라. 그러고보니 그전에도 복잡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가다 답답해서 내리곤 했다. 그런 걸 경험하면서 나도 몰랐던 도시의 답답함을 생각하게 됐고, 도시라는 공간 자체를 새롭게 보게 됐다. 영화 속에서 모래가 흘러내리는 장면은 내가 자주 꾸던 악몽 중 하나였다. 그런 경험들이 영화에 많이 반영됐다. 나보다 더 절박하고 힘든 사람들에게는 이 도시가 더 낯설고 생소하고 힘들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디지털 작업에 대한 아쉬움 또는 만족은. =미학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일단 디지털은 경제적이다. 후반작업에서도 상당히 유리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 점을 제일 먼저 생각했다. 단순히 돈이 적게 든다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는 작품 내용에만 신경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표현이 양식적이다. =다른 단편들도 그래왔지만, 내 의지대로 공간과 시간을 뒤틀어볼 수 있다는 것이 영화를 할 때 내가 가장 흥미를 갖는 지점이다.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많이 생각한다. 그래서 헌팅도 많이 하고.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한다. 이 영화도 그런 점에서 서울이라는 낯익은 공간을 낯설게 보여주고 싶었다. -전반적으로 디지털 장편영화의 가능성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무엇이라도 일단 해볼 수 있다는 것. 창작자의 생각을 어떻게든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거다. 영화라는 것이 한순간에 뭘 해내는 게 아니고, 자꾸만 해보면서 자기 표현력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디지털은 필름보다 조금 더 부담없이 그런 과정을 겪을 수 있고, 한 작품씩 찍으면서 자기 색깔을 찾아갈 수 있으니까 좋다. 경험 자체를 많이 줄 수 있는 매체가 디지털인 것 같다. 그건 창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