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20주년
MTV엔 뮤직비디오가 없다.
미국의 MTV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려는 것은 붕어빵을 먹으며 담백한 생설살의 감촉을 느끼려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사실 `Music Television`이라는 MTV에서 뮤직비디오를 만날 수 없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자매채널인 VH1, M2, MTV 베이스 등으로 터전을 옮긴 뮤직비디오의 자리를 메우는 프로그램들은 일반인들이 참여해 환상과 사랑의 모험을 펼치는 <리얼 월드><로드 룰스>, 또는 엽기적인 일만 골라서 행하는 <앤디 딕 쇼><잭 애스>, 대학생들의 봄방학 철인 3월이면 어김없이 방송되는 비치 댄스 파티 <스프링 브레이크>, 우리의 <주부가요열창>의 10대 버전쯤 될 등이다. “우리 오빠가 내 친구와 `거시기`하는 것을 봤어요”등등의 `고민`을 낄낄거리며 토론하는 토크쇼, `치정극`을 스포츠로 표현한 프로레슬링 게임, 스타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생활을 과격하게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역시 이 채널에서 선보이는 주요 메뉴들이다.
이같은 변화에서 읽을 수 있는 점은 MTV가 이제 다이상 음악 전문 방송사가 아니라 일종의 종합엔터테인먼트 채널로 탈바꿈했을 뿐 아니라, 강력한 타깃층인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변신하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과 같은 변화는 1992년 <리얼 월드>가 시작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젊은 남녀들의 일상생활과 고민, 갈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공중파 방송에서도 이와 비슷한 유의 `실제상황 소프 오페라`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추동했고, 결국 이는 <서바이버>로 발전했다. <리얼 월드>의 뒤를 이은 <언드레스드><로드 룰스><스파이더 게임스>등 최근 MTV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을 자극하는 다양한 소재, 실제상황과 가상을 오가는 극 구성, 기존 소프 오페라 뒤틀기 등을 통해 실험적 `다큐-드라마`프로그램 제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55년 히트 싱글들을 틀어 주는 AM라디오의 , 1967년 `프로그레시브 록`을 방송했던 FM라디오의 <앨범 록 스테이션>이후 “음악방송에서 세번째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MTV가 이처럼 `5반세기`만에 음악과는 별 관계가 없는 방송으로 변신한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MTV의 역사를 살펴보면 엉뚱하게 모태가 흔히 `아이멕스`라 불리는 신용카드업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79년 아멕스는 워너 케이블 코퍼레이션의 주식 50%를 매입했고, 이 기업은 워너-아멕스 케이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뒤에 워너-아멕스 위성 엔터테인먼트사(WASEC)로 독립했다. MTV는 이 WASEC가 소유하고 있던 네개의 채널 중 하나로 편성되었고, 1981년 8월 1일 `24시간 논스톱 채널`로서 세상에 태어났다. “(텔레비전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잇는 일군의 청년들이 존재한다”는 MTV 초대 CEO 존 슈나이더의 일성과 더불어. 그런데 1981년의 청년들이 누구한테 무엇을 무시당한 것일까?
록문화를 다림질하고 미국의 `별`을 찾아서
그 이전까지 청년문화의 꽃은 `록음악`이었다. 지겨운 이야기라고? 어쨌든 록문화는 거리와 클럽의 문화였고, 1970년대에는 대형 스타디움으로 `재영토화`되는 양상이 없지는 않았지만 `거실에 놓인 TV`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었다. 어쩌다가 록스타가 TV에 등장하는 일이 있다고는 해도 라이브연주 비슷한 세팅 위에서 어색하게 립싱크를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소파나 침대에 앉아 TV를 보는 일은 `계집애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것이 록문화의 `편견`이었다. 하지만 록음악도 1970년대 말 음악산업의 대불황앞에서는 용빼는 재주가 없었다. 더구나 대불황은 음악산업에 떼돈을 안겨주던 바로 그 시스템이 삐걱거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MTV는 가정의 거실 분위기에 맞게 록문화에 남아 있는 거친 요소들을 말끔하게 다림질하는 것을 자신의 소임으로 삼았다. MTV가 처음으로 송출한 작품이 버글스의
2001-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