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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이상한 동화나라의 팀 버튼 [2]

임무 완수하는 영웅, 팀 버튼답지 않은 캐릭터 한편 <슬리피 할로우>는 외골수 팀 버튼의 영화로서는 놀랄 만큼 개방적이다. 미스테리의 얼개를 입은 앤드루 케빈 워커의 각본은 그의 어떤 전작보다 강한 스토리에 대한 집착을 영화에 심어놓았다. 썩어 부푼 시체, 잘린 머리를 채운 자루, 구더기 끓는 주검 같은 역한 이미지들도 <쎄븐>의 작가였던 그의 취향이다. 품위있는 위트가 살짝 발라진 대사에서는 각본을 가다듬은 톰 스토파드(<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지문이 묻어난다. 크레인 역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팀 버튼 영화의 히어로다. 크레인은 팀 버튼이 붙잡고늘어져 온, 정상성의 세계에 몸을 밀어넣으려다 거절당하는 아웃사이더 캐릭터와 사뭇 다르다. 누구 못잖은 정신적 외상도 있고 컴플렉스도 깊은 인간이긴 하지만, 걸핏하면 졸도하고 큰 소리라도 날라치면 방금 구출한 여자 뒤에 숨는 심약한 남자지만, 어찌됐건 크레인은 비명을 지르거나 도망치는 일 없이 기어코 직무를 마치는 ‘영웅’이다. 그에겐 심지어 <인디애나 존스> 풍의 액션 클라이맥스를 폭발시키는 기회까지 주어진다. 요컨대 <슬리피 할로우>는 순도 100%의 팀 버튼적 상상력을 고대한 관객이라면 실망을 감수해야 할,감히 ‘관습적’ 이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영화가 됐다. 그럼에도 <슬리피 할로우>가 90년대가 낳은 시각적으로 가장 뇌쇄적인 영화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죽음의 나무에서 부르델의 청동상처럼 위풍당당한 목없는 호스맨이 흑마를 타고 뛰쳐나오는 장면은 어떤 수사도 초라하게 하는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해머 호러, 시대 의상극이라는 유럽 영화의 전통과 다른 아티스트들의 영감으로 둘러싸인 슬리피 할로우의 움푹한 분지에서 팀 버튼은 잠시 엉켰던 스텝을 풀고 말 편자를 갈아끼우며 한숨을 돌린 것처럼 보인다. 1월19일 현재 9천 5백만 달러 수입을 올린 <슬리피 할로우>로 어느 정도 스튜디오의 신용을 만회한 팀 버튼의 차기작은 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의 영화와 조니 뎁과 함께 만들 것이라는 전기물이라고 한다. 그의 말발굽 소리에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신기한 노릇이다. 아무리 이상한 이야기도 팀 버튼이 쓰고 그리면 어느새 그저 그런가보다 수긍하는 자신을 객석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는 분명 우리의 신경이 감당할 수 있는 이미지의 지평을 확장하는 귀한 감독이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풍차의 날개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같은 팀 버튼의 마력은 그의 낯선 영화 <슬리피 할로우>에서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비이성적인 사랑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이성의 감독을 받는 열정은 스스로를 세계에 적응시키는 것으로 끝을 보지만 불합리한 열정은 세상이 자기를 따라오도록 유혹하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의 꿈이 곧 우리의 악몽임에도 불구하고, 매듭 풀린 갑옷에 헝클어진 머리를 흩날리는 기사 팀 버튼의 말발굽 소리가 다가올 때마다 우리의 심장이 대책없이 두근거리는 것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친구없이도 가지고 놀 영화가 참 많았다 디스 보이즈 라이프:팀 버튼의 소년 시절 영화를 통해 핵겨울 같은 정서적 풍경을 보여주는 팀 버튼은 아이로니컬하게도 햇볕 쨍쨍한 캘리포니아의 버뱅크에서 나고 자랐다. 뚜렷한 계절도 없고 대기의 촉감마저 일년 내내 똑같은 버뱅크는 소년 팀에게 죽도록 지루한 곳이었다. 늘 상냥한 가면을 쓰고 있는 이웃 사람에게서도 그는 위선을 냄새맡았다. 팀 버튼은 동네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는 미니어처 골프장의 풍차를 바라보며 암울한 중세 민담의 세계를 그려보는 특이한 아이였다. 마크 살리스버리가 간추리고 조니 뎁이 서문을 붙인 책 <버튼이 말하는 버튼(Burton on Burton)>에 따르면 팀 버튼의 가정은 청교도적이고 딱딱한 전형적인 미국의 50년대 핵가족이었다. 팀 버튼은 군인 인형의 머리를 떼내거나, 옆집 아이에게 외계인이 공습했다고 거짓말로 겁주는 장난을 즐겼다. 잔디에 누워 인근 공항에서 떠오르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공상하는 것도 일과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팀의 주요한 도피처는 텔레비전 앞과 극장 객석이었다. 그림자 놀이 램프에 넋을 놓는 <슬리피 할로우> 속의 한 꼬마처럼, 팀 버튼은 빛과 그림자에 매료됐고 질색하는 책 대신 괴물 영화를 머리맡 동화로 삼으며 자랐다. 학교에서 그는 사람과 사물 사이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학생이었고, 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기 위해 열심이었다. 특별히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진득히 사귀는 친구도 없었다. “친구가 없어도 세상에는 가지고 놀 이상한 영화가 참 많았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이다. 사춘기에 들어선 뒤 작은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 팀은 방세를 내기 위해 방과 후 레스토랑에서 일했고, 그곳에서 인간의 추하고 불친절한 본성에 대해 한두가지 배웠다. “음식과 함께 놓고 보니 인간의 추한 면이 더 잘 보였다”고 그는 회상한다. 어렸을 때 이미 낙서와 스케치만이 자기를 집중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한 팀 버튼의 예술적 재능은 고등학교 무렵 숨길 수 없는 것이 됐다. 아티스트로서 그가 사회의 첫 인정(?)을 받은 것은 공교롭게도 쓰레기를 통해서다. 고교 시절 버뱅크 시 오물 처리 포스터 디자인 공모에서 일등상을 받은 버튼의 작품은 그 지역을 도는 쓰레기 트럭 옆구리에 두달간 붙어 있었다. 이웃집 창에 크리스마스와 할로윈 장식을 그려주는 일은 10대 소년 버튼에게 중요한 아르바이트였다. 할로윈 호박, 눈오는 풍경, 거미, 해골 등이 그의 주요 소재였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졸업 뒤 칼아츠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팀 버튼은 곧 유리창에서 필름으로 캔버스를 바꾸게 된다.

2부 막내린 ‘안녕 프란체스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끌어온 문화방송의 주간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극본 신정구 조진국·연출 노도철)가 지난 1일, 2부의 막을 내렸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루마니아 출신 흡혈귀들의 한국 정착기를 그린 시트콤. 허 찌르는 코미디 세태풍자 패러디 맞춤한 연기 그들이 떠났다… 안녕, 흡혈귀들… 마지막 방송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관심을 모았던 <안녕, 프란체스카>는 깜짝 놀랄 대반전이 아니라, 두일의 죽음과 그를 보내는 프란체스카 가족들의 이별 장면을 그려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이 시트콤은 2부 종영에 이어, 루마니아에서 한국으로 오기 전 프란체스카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 특집으로 내보낸다. 제작진은 현재 체코 프라하에서 이 내용을 촬영 중이다. 또 9월부터는 새로운 제작진과 출연진이 세번째 시즌을 선보인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지난 1월24일 첫 방송 뒤부터 독특한 스토리와 신선한 풍자로 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흡혈귀인 프란체스카(심혜진), 소피아(박슬기), 엘리자베스(정려원), 켠(이켠)과 원래 인간이었지만 프란체스카에게 물려 흡혈귀가 된 두일(이두일)이 가족으로 위장해 지지고 볶으며 함께 살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노도철 프로듀서는 “흡혈귀 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이 시트콤만의 색깔로 사회를 풍자하고 세태를 비트는 데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아닌, 이승과 저승의 중간자적 존재인 흡혈귀가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흡혈귀라는 이색적인 캐릭터를 등장시켜 현대인의 의식과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서 파생되는 문제, 그리고 소비를 비롯한 현실의 문제를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코믹하게 그렸다. 프란체스카와 두일의 뱀파이어 결혼식 장면에서 축의금 대신 수혈을 받는다거나, 뼈다귀 모빌을 달아놓고 아기에게 무시무시한 내용의 책을 읽어주자 아기가 귀를 쫑긋하며 방글거리는 장면 등 이 시트콤만의 허를 찌르는 유머는 시청자들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패러디의 절정은 현실을 패러디하는 것”이라는 조진국 작가의 말처럼 <안녕, 프란체스카>에는 우리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결혼식 전날 ‘대왕고모’ 소피아가 프란체스카에게 울면서 말하는 장면과, 두일이가 결혼식 기념촬영 때 새로운 가족을 얻었다며 감사해 하는 장면 등 이 시트콤은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한 감동까지 함께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정형화에도 성공했다. 심혜진, 이두일, 박희진, 박슬기 등 주요 출연자들이 펼치는 심리 묘사와 극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자연스러운 연기,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흡혈귀 캐릭터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무표정하지만 날카로운 말투나 화려한 것 같지만 실상은 여린 프란체스카역의 심혜진은 20년 가까이 갈고 닦은 연기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이두일도 무능한 노총각이면서 끝없이 따뜻한 가족을 꿈꾸는 두일 역은 그가 아니면 적역이 아니라고 할 정도였다. 또 능청스럽다 싶을 만큼 노년과 10대를 자연스레 넘나든 박슬기의 연기력과 이켠, 정려원 등 신인들의 풋풋하고 열성적인 연기도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여기에 ‘5000원의 궁상’ ‘꼭 한번 만나고 싶다’ 같은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패러디와, ‘안성댁’ 박희진의 끊임없는 변신은 이 시트콤을 ‘흡혈귀들의 인간세계 견문기’에서 ‘인간 세계 일상의 코믹 시트콤’으로 변색시켰다. 매회 적절하게 기용한 카메오도 인기몰이에 한몫을 했다. <안녕, 프란체스카>에는 그동안 최문순 문화방송 사장을 비롯해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 디자이너 장광효, 가수 조성모·김흥국, 개그맨 조혜련·김경식, 연기자 다니엘 헤니, 아역배우 박지빈 등 수많은 연예인과 비연예인이 카메오로 출연해 시트콤의 맛을 살리는 촉매제 구실을 했다. 이 시트콤의 카메오 전략은 비연예인의 경우 가능하면 현실의 삶과 똑같은 역할을 맡김으로써 흡혈귀 캐릭터에서 올 수 있는 황당무계함을 완화시키는 기능을 하게 했다. 또 연예인의 경우는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나 정반대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역할을 부여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즌’ 개념 첫도입 9월 ‘시즌3’ 시작 김수미·현영·강두·이인성 합류 2부가 끝난 <안녕, 프란체스카>는 9월부터는 우리나라 시트콤사상 처음으로 ‘시즌’이라는 용어를 도입해 시즌 3을 시작할 예정이다. 2부까지 이 시트콤을 진행해온 노도철 피디는 “<프란체스카>가 외국 시트콤처럼 시즌제가 되길 바랐다”며, “원작의 독특함 때문에 부담이 크겠지만 바뀐 제작진이 새로운 느낌의 프란체스카를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능국 조희진 피디와 김현희 작가가 함께 만드는 <안녕, 프란체스카-시즌 3>은 오는 9월5일 첫 전파를 탄다. 시즌3에는 정규 멤버 중 심혜진, 박슬기만 남고 나머지 멤버는 빠지는 대신 김수미, 현영, 강두, 이인성이 정규 멤버로 투입된다. 조희진 피디는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되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캐스팅을 했다”며, “김수미씨나 현영, 강두씨는 나름의 개성성이 있기 때문에 이 특성을 최대한 캐릭터에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프란체스카와 동갑내기 친구인 ‘이사벨’역의 김수미씨는 남자를 잘못 만나 정기를 뺏긴 뒤 졸지에 50대 중년 여성의 외모를 지닌 흡혈귀로 분해, 특유의 코믹하고 맛깔스런 연기를 선보인다. 또 에스비에스 드라마 <패션 70’s>에서의 코믹 연기와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엽기적 행동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영은 이번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섹시한 흡혈귀로 나와 남성 시청자들을 얼마나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모을지 관심거리이다. 그리고 이번에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하는 강두는 고민이 많으면서도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멋있는 흡혈귀 역을 맡았으며, 영화 <파송송 계란탁>에서 귀여운 연기를 한 아역배우 이인성이 새로운 프란체스카 식구로 합류한다. 조 피디는 “그동안 시즌 1·2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면 시즌3은 중장년층 시청자도 흡수할 수 있는 캐릭터와 구성 등으로 시청자층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인간사회 현실을 더욱 신랄하게 풍자하겠다”고 덧붙였다.

30대 여배우들 안방극장 점령

30대 여자 배우들이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어느새 이들의 독무대가 돼버렸다. 지난해 기미가 보이기 시작해 올해 눈에 띠게 두드러졌다. 티브이 드라마 주인공 가운데 20대 여성 연기자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파릇파릇하던 20대에 단방에 떴다가 결혼이나 추문으로 홀연히 사라지던 일이 이젠 거의 없다. 결혼·출산·육아 뒤 다시 출연하면서 전처럼 주인공의 누나나 이모 역을 맡는 이도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짧지 않은 시간을 주부로 지낸 뒤 원숙한 연기력을 뽐내며 돌아온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연기에만 매달리는 이들도 드물지 않다. 연륜의 힘 발하며 이제는 돌아와 카메라 앞에 선 누님같은 배우여 다양한 캐릭터로 주인공 꿰차니 시청자 팔할이 동년배 여성이라 30대 여배우들의 맹활약=오연수(34)·김희애(38)·신애라(36)·하희라(36)·채시라(37)가 가장 대표적이다. 오연수는 1년6개월여만인 지난해 한국방송 <두번째 프로포즈>에서 상한가를 친 뒤, 현재 주말드라마 <슬픔이여 안녕>에서도 독특한 캐릭터로 열연하고 있다. 김희애는 <부모님 전 상서>에서 주인공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신애라 또한 6년만에 출연한 <불량주부>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하희라는 올초 에스비에스 특집극 <내 사랑 토람이>로 2년여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으며, 현재 <사랑한다 웬수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채시라(37)는 지난해 한국방송 <애정의 조건>에서 열연한 뒤, <해신>에 출연해 특유의 카리스마를 자랑했다. 올초 <봄날>로 10여년만에 연예계에 복귀한 고현정(34), 우여곡절을 겪으며 조만간 <장밋빛 인생>에 출연키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진실(37)도 빼놓을 수 없다. <한강수 타령>에 출연했던 김혜수(35), <변호사들>에 나오고 있는 정혜영(32),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 출연중인 예지원(30), <사랑찬가>의 장서희(33), <돌아온 싱글>의 김지호(31) 등도 티브이 드라마 주연급으로 활약중인 30대들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31)와 <루루공주>의 김정은(30)은 가장 잘 나가는 30대다. 깊고 넓어진 캐릭터=짧게는 1년, 길게는 10여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캐릭터로 돌아올 것이며 변신의 폭은 얼마나 줄 것이냐다. 결과는 30대 이혼녀부터 당찬 재벌2세 여성까지 다양하다. 예전에 견줘 캐릭터의 폭과 깊이가 확대됐다. 서른 즈음이면 누나와 이모를 거쳐 엄마를 맡으며 조역에 머물던 과거에 견줘, 의미있는 변화다. 1990년대 청순가련한 20대로 나오던 이들이, 솔직담백한 30대 여성으로 과감히 몸을 바꿨다. 사업가로 우뚝 서는 이혼녀(<두번째 프로포즈>의 오연수),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자폐아를 홀로 키우는 여성(<부모님 전 상서>의 김희애) 등 이혼녀에서부터 실직한 남편 대신 생활전선에 나서는 주부(<불량주부>의 신애라), 힘겹게 재활에 성공하는 시각장애인(<내 사랑 토람이>의 하희라), 미모와 지략을 겸비한 여걸(<해신>의 채시라) 등 이들의 배역은 다양하다. 재벌집 딸(<루루공주>의 김정은, <사랑한다 웬수야>의 하희라) 도 맡는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30대 배우가 20대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30대 캐릭터에 20대의 취향을 덮어씌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이혼녀나 평범한 주부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30대의 진솔한 고민은 아직도 부족하다. 들뜬 성공담이나 아줌마판 신데렐라 이야이가 많아, 인생 30년을 살아오며 몸소 겪은 배우의 희노애락이 드라마의 에너지로 온전히 쓰이지 못하기도 한다. 30~40대 여성 시청자들의 힘=30대 여성 연기자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티브이 드라마 전면에 등장한 것은 무엇보다 30~40대 여성들이 드라마의 주시청층으로 등장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내 이름은 김삼순>의 시청자 분석에서도 드러나듯, 30~40대 여성이 드라마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이들이 보면 뜬다’는 것이 불문율일진대, 이들이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동년배 여성들의 자연스런 연기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제작진의 입장이다. 이른바 ‘아줌마 드라마’가 부쩍 는 것도 그래서다. 30대 주부들의 결혼생활과 이혼, 재취업 등을 소재로 담아 ‘아줌마’들을 공략하는 것이 필요해진 것이다. 주시청자인 30~40대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고 사회적 지위가 예전에 견줘 급속도로 향상된 것이 드라마의 내용을 바꿨다. 조역에 머물던 드라마 속의 30~40대가 주인공으로 올라서면서 캐릭터가 다양해졌고, 이를 맡아줄 연기자의 수요도 늘어난 것이다. 스타시스템 공고화=이젠 잘 난 외모만으로 연기자가 되기 어렵다. 연기 수업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로 하룻밤 사이에 톱스타로 떠오르곤 하던 일은 옛일이 됐다. 그래서 30대 여성 연기자들은 20대 연기자들과 경쟁할 일이 적어졌다. 달리 보면 30대 여배우들의 활약은 스타 시스템, 즉 스타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공고해졌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있다. 결혼 등으로 연기를 쉬더라도,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복귀할 준비를 한 이들은 성공했다. 외모 관리도 큰 몫을 한다. 소속사가 공식적으로 내놓는, 배우의 나이가 최대 4살까지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겉모습은 거의 10살 이상 젊어보인다. 자기 관리 능력 덕분이지만, 우스개 소리로 ‘과학 기술’의 발달을 지적하기도 한다. 일상화된 성형수술 등을 꼬집는 말이지만, 다르게 보면 사회·경제적 역량이 높아진 여성들이 시간과 돈을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일이 많아지고 자연스러워졌다는 뜻도 된다.

‘챔프’ ‘투니버스’ 서울시청 광장서 애니메이션 축제

덥다고 집안에만 있기 쉬운 여름철, 시원한 밤공기도 쐬고 자녀들이 좋아하는 만화 주제가를 따라 부르며 더위를 물리치는 것은 어떨까?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축제(SICAF) 행사의 하나로 케이블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채널들이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챔프 데이‘,‘투니버스 데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12일(금) 저녁 6시, 13일(토) 저녁 8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코스튬 플레이, 뮤직 콘서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챔프 데이‘는 가족 맞춤형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을 표방하는 ‘챔프‘가 이번에 처음 여는 행사. 회사쪽은 선물 증정 이벤트를 마련해 즐거움을 배가시킬 계획이다. 행사장에서는 챔프의 인기 캐릭터들이 흥을 돋우며 ‘이누야샤‘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주요 캐릭터들의 코스튬 플레이가 진행된다. 미니 콘서트에서는 노브레인을 비롯해 로켓 다이어리, 레이지 본 등 록 그룹들이 유명 만화 주제곡을 부른다. 끝으로 상영회에서는 인간들의 도시 개발 계획에 맞서서 숲을 지키기 위해 각종 변신술 작전을 펼치는 너구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 신선한 웃음을 선사한다. ‘투니버스‘가 개최하는 ‘투니버스 데이‘는 지난해 1회 때 몇만명의 관람객이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번 행사에선 버즈, 박혜경, 박완규 등 인기가수와 성우들이 총출동해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유명 애니메이션 삽입곡들을 부르는 뮤직콘서트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1~2분 가량으로 짧게 편집돼 방송됐던 노래들을 원래 노래 그대로 들을 수 있다. 콘서트 실황 녹화방송은 19일 오후 5시50분.

사람들의 충돌을 다루는 코미디, <에어 콘트롤>

늘 좀더 새로운 재료 찾기, 혹은 익숙한 재료를 낯설게 요리할 방법 찾기에 골몰하는 할리우드가 주목한 신소재 하나. 바로 <에어 콘트롤>이 파고든 관제사들의 세계다. <에어 콘트롤>의 시작은 96년 <뉴욕타임스 선데이 매거진>에 실린 기사로 거슬러올라간다. 다시 프레이가 쓴 그 글은 관제탑 업무와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 관제사들에 대한 것이었다. <히트> <파이트 클럽> 등을 제작한 중견 프로듀서 아트 린슨은 일 자체의 극적인 위험과 직업상 독특한 생활문화를 갖는 그들의 세계가 새로운 소재라는 판단에서 이내 영화화 판권을 확보했다. 인기 TV시리즈 작가 글렌과 레스 찰스 형제가 시나리오를 맡았고, 감독 제의를 받은 마이크 뉴웰은 <도니 브래스코>를 마치고 원래 쉬려던 계획을 접고 합류할 만큼 흥미를 보였다. 뉴웰의 말을 빌리자면 <에어 콘트롤>은 “비행기 충돌이 아니라 사람들의 충돌”을 다루는 코미디. 원제 ‘푸싱 틴’은 관제사로서 유능하다는 의미의 은어다. 유능하지만 상반된 성격을 지닌 두 관제사 닉과 러셀은 일상에서 사사건건 경쟁을 벌인다. 일급 인생을 살던 닉의 평화는 자기보다 더 유능한 러셀을 보는 순간 깨어진다. 러셀은 과감하면서 실수없는 항공교통 관리로 닉의 명성을 흔들어놓고, 뭇 남성들의 부러움을 살 만큼 젊고 육감적인 아내를 뒀다. 열등감과 경쟁심에 이성을 잃어가는 닉은 불붙은 성냥을 오래 들고 있는 장난 수준부터, 자유투 내기, 목숨을 건 난폭운전 등 여러 가지 승부를 벌이지만 번번이 동요없는 러셀에게 승기를 뺏기고 만다. 두 사람의 과열된 경쟁은 급기야는 서로 상대방의 아내와 부정을 저지르는 파괴적인 승부에까지 이른다. 안온한 중산층의 틀을 유지했던 닉의 인생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모든 것을 잃은 닉은 벼랑으로 내몰린다. 얼핏 보면 전자오락 화면 같은 레이더스코프를 들여다보며 수신기를 통해 비행고도와 속도를 지시하는 숫자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관제사들의 공간은 색다른 세계다. 한순간에 수백명의 목숨을 책임지고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직업적 특성상 극도의 긴장과 집중력을 요구받는 이들은 거칠고, 자기 중심적이다. 아직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고도의 전문직 사회로, 남성성이 강한 세계이기도 하다. 이런 공간에서 만난 두 남자의 라이벌 관계는 유치할 만큼 단선적인 승부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하나의 정점에서 몰락해가는 전개과정 자체는 제법 사실적이다. 세련된 달변의 이탈리아계 뉴요커 닉과 과묵하고 신비스러운 남부의 인디언 혼혈 러셀의 갈등구조로 끌어가는 만큼, <에어 콘트롤>은 캐릭터 위주의 드라마다. 관제사라는 특수 환경 속에 살아난 일상의 디테일과 냉소적인 유머감각, 설득력 있는 캐릭터에서 뉴웰의 연출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닉이 몰락해가는 과정의 세부묘사에 비해 회복 과정의 단순함과 빠른 결말은 다소 싱겁다. 아름답고 착실한 조강지처 코니, 불안정한 메리 등 여성 캐릭터가 사실상 남자들간 승부의 소모품으로 전락한 감도 없지 않지만, 케이트 블랑슈, 안젤리나 졸리 등 여배우들과 존 쿠색, 빌리 밥 손튼 등 주연급들의 연기는 탁월하다. 감독 마이크 뉴웰 영국과 미국, 장르와 장르 사이의 종횡무진 마이크 뉴웰은 <네번의 결혼식 한번의 장례식> <도니 브래스코> 등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 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마이클 앱티드 등과 함께 60년대 영국 텔레비전의 황금기에 장르를 불문하고 드라마를 찍으며 연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42년생인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으며, 그라나다TV에서 63년부터 3년간 연수를 받았다. TV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던 뉴웰이 감독에 데뷔한 것은 TV일을 하고 약 10여년이 흐른 뒤였다. 초기에 이집트의 유적의 저주를 그린 공포영화 <어웨이크닝>, 2차 세계대전중 일어난 살인사건을 그린 <배드 블러드> 등을 만들었던 뉴웰은 85년작 <낯선 이와 춤을>부터 감독으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낯선 이와 춤을>은 아들과 함께 사는 바걸 루스와 상류층 사내 데이비드의 위험한 사랑, 그리고 의혹의 살인을 그린 수작 범죄드라마. 87년 <좋은 아버지>는 앤서니 홉킨스가 주연한 범작이었으나, 이탈리아의 성을 배경으로 여성 4명의 낭만적인 사랑을 그린 <4월의 유혹>은 뉴웰을 아카데미 수상 후보에 올려놓았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이자 감독 짐 셰리던이 시나리오를 쓴 <오씨>는 고대 켈트족의 신화와 집시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근원을 찾아가는 두 형제의 여정을 다룬 작품. 하지만 그의 대표작은 <풀 몬티>가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한동안 영국 영화사상 흥행 1위였던 <네번의 결혼식 한번의 장례식>이다. 자유분방한 미국 여인과 소극적인 영국 신사의 사랑을 소재로 영국식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이 영화는 일부 작품에서 변주된다. <에어 콘트롤>의 파티장면 등에서도 약간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비밀근무를 하는 FBI와 마피아 세계를 무대로 인간에 대한 신의를 그린 최근작 <도니 브래스코>까지 뉴웰의 연출은 캐릭터를 잘 살리고 냉소적인 재담을 선호하면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희비극이 어우러진 담담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동아TV ‘세기의 여성들’ 다큐 방영

성공한 그녀들의 애환·인생 담아 올브라이트, 머라이어 캐리 등 11명 정치, 경제, 음악, 영화, 패션, 시민운동 등 각 부문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여성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전파를 탄다. 동아텔레비전은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를 비롯해 세계적인 화장품 사업가 에스티 로더,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 등 11명의 뛰어난 여성들의 인생을 그린 다큐 <세기의 여성들>을 15일부터 방영한다. <세기의 여성들>은 1993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라이프타임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인기 프로그램. 15일 방송되는 제1편의 주인공은 빌 클린턴 2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올브라이트.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나치와 공산당을 피해 체코슬로바키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으로 옮겨다닌 유년시절과 세번째 아이의 죽음, 갑작스런 남편의 이혼 통보, 뒤늦게 유대인임이 밝혀지면서 불거진 논란 등 순탄하지 못했던 삶을 솔직하고도 당당하게 전한다. 유엔대사와 국무장관 시절 굵직굵직한 사건을 맡아 능력을 발휘했음에도, 남성이 주류를 이루는 정치외교계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기도 한 그가 이런 편견을 지혜롭게 극복해낸 과정이 힐러리 클린턴, 동료 정치인, 가족,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올브라이트 자신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또 자신의 이름을 단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한 바비 브라운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서 화장품회사 최고경영자로 성공하기까지의 인생 이야기가 제2편에서 방송된다. 제3편에선 세계적인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가 유명 가수가 되기 전 무명시절에 오디션을 전전하며 고생하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다음 편에는 줄리아 로버츠가 열연했던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의 실제 주인공인 에린 브로코비치가 불우한 어린시절을 이겨내고 방송 진행자, 작가, 환경운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밖에도 헝가리 유대인 출신으로 가족이 개발한 크림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화장품 사업가 에스티 로더, 피겨 스케이팅 선수에서 <보그> 최연소 편집자를 거쳐 유명 디자이너로 성공한 베라 왕, 여성잡지 <미즈>의 발행인으로 다양한 사회운동을 펼치다 70년대 이후 여성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글로리아 스테이넘 등의 인생을 살펴본다. 매주 월요일(오전 7시30분, 오후 5시10분) 방송되며, 수요일(오전 11시, 새벽 1시), 토요일(오전 6시30분), 일요일(오후 2시) 재방송된다.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 재일동포 성우 박로미씨 내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점을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는다.” 일본 최정상급 성우인 재일동포 3세 박로미(33)씨는 12일 내한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재일동포라는 정체성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인정하듯 ‘일본에서 한국 이름으로 활동하는 유일한 성우’다. 박씨는 일본의 메가히트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주인공 에드워드 엘릭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고, 이를 영화화한 <샴바라의 정복자>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다. <강철의 연금술사> 디브이디 발매에 앞서 한국을 찾은 그는 “가슴이 떨릴 정도로 몰입했던 작품”이라며 “애니메이션이라 전쟁의 아픔과 비극, 고통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오히려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중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눈에 띄어 본업을 성우로 바꿨다. 도미노 감독의 <브레인 파워드>로 데뷔했고, 같은 감독의 <턴에이 건담>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연극배우는 상대배우가 있지만 성우는 오직 상상력에만 의존해 연기를 해야 한다”며 “성우의 목소리는 그 자체가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 혼의 소리”라는 말로 성우의 매력을 설명했다. 일본에서 성우는 탤런트나 영화배우에 버금가는 ‘스타’다. 한국에서는 낯선 풍경이지만, 스타 성우인 박씨도 이날 매니저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대동하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한국에도 이미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12일 한국 팬들과 만난 뒤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MBC 월화드라마 ‘변호사들’ 후속작 ‘비밀남녀’

텔레비전 드라마가 그리는 젊은 남녀의 사랑과 결혼은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문화방송 <변호사들> 후속작으로 오는 29일 시작하는 <비밀남녀>가 그 한계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드라마의 ‘비밀 남녀’는 서른 전후반의 남녀 4명이다. 가난하지만 긍정적이고 순진한 고졸 동화작가 지망생 서영지, 첩의 딸이라는 것만 빼면 어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성형외과 전문의 정아미, 모범생으로 자라난 유학파 프리랜서 예술감독 김준우, 신용금고에서 일하다 해고된 지방전문대 체육과 출신 최도경이 그들이다. 서영지는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아미를 알게 되고, 정아미 대신 맞선 보러 나가 김준우를 만난다. 최도경은 축하노래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다, 김준우의 신청으로 각각 정아미와 서영지를 찾아간다. 이렇게 인연으로 엮인 4명은 모든 가능한 짝짓기의 경우의 수를 놓고 갈등한다. 이렇게 보면 요즘 흔한 4각 사랑이다. 게다가 코믹적 요소까지 가미됐다. 또 ‘로맨틱 코미디야?’라는 실망감이 터져나올 법하다. 그러나 지난해 방영된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김인영 작가가 대본을 쓴다는 대목에선 좀 달라진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32살 동갑내기 세 여성들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살이를 경쾌하면서도 때론 가슴 찡하게, 곧 현실감이 살아나게 그려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이번에도 현실감을 담보하는 구어체 대사와 드라마의 정형화된 틀을 깨는 기발한 상상력이 기대된다. 코믹적 요소도 휴머니즘 또는 은근한 세태 풍자와 엮이면, 차별 지점을 얻을 수 있다. 일찌감치 선보인 네 주인공의 톡톡 튀는 대사의 맛은 기대를 더욱 돋운다. 서영지를 좋아하게 됐으나 서영지의 환경이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김준우는 “신데렐라와 결혼한 왕자도 이런 갈등을 겪었을까? 그 자식,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라고 말한다. 최도경은 한 술 더 뜬다. 정아미에게 고백하는 말이 “당신은 모든 남자들의 이데아입니다. 예쁜 데다가 돈도 많잖아요”다. 그런 최도경에게 정아미는 “학벌 후지고 가난한 당신, 나를 갖고 싶나요? 그럼 다시 태어나세요”라고 일갈한다. 정아미도 김준우에게 빠져들며 “하느님… 저 어쩌면 좋아요. 가질 수 없는 걸 원하게 됐어요”라고 속삭인다. 거침없는 대사가 상당한 논란을 낳을 듯하지만, 뒤에는 상당히 날카로운 풍자의 뜻도 읽힌다. <비밀남녀>가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인 김상호 프로듀서 또한, 여러 <베스트극장>을 통해 섬세하고도 세련된 감수성을 인정받아 왔다. 출연자들은 다소 약한 감이 없지 않다. 최근 한국방송 <부모님 전상서>에서 한 단계 연기가 성숙했다는 평가를 받은 송선미가 정아미로 나오지만, 김준우로 나오는 김석훈은 얼마 전 <한강수 타령>에서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서영지 역의 한지혜도 지난해 에스비에스 <섬마을 선생님>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섬마을 선생님>에서 단역을 맡았던 권오중이 <비밀남녀>의 중요 배역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도 적잖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중국, 9월1일부터 문화산업 시장 단계별 개방

중국이 오는 9월1일부터 문화산업 시장을 개방한다. 이에 따라 외국 공연기획사의 중국 공연장 진출이 일부 가능해지고, 외국자본의 중국 내 공연장·영화관 투자가 제한적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제작, 신문·방송 등에는 여전히 외국자본의 직접투자가 금지된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시장 개방 시간표에 따라 1차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문화산업 시장 개방은 매우 제한적이고 초보적인 데 그칠 예정이다. 중국 문화부는 8월9일 오는 9월1일부터 개방할 문화산업 시장을 △외국자본의 직접투자가 허용되는 분야 △중국 기업의 주도 아래 외국자본의 합자·합작이 허용되는 분야 △외국자본의 투자가 아예 허용되지 않는 분야 등 세 등급으로 나눠 발표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중국 문화부가 이날 4개 관련 부처와 함께 제정한 ‘문화 분야 외자 도입에 관한 몇 가지 의견’에 따르면 외국자본의 합자·합작·독자투자 등이 허용되는 분야는 △포장 인쇄 △출판·정기간행물의 판매 △빈 CD 생산 △예술품 경영 기업 등이다. 또 중국 기업이 지분의 51%를 확보하는 조건 아래 외자와 합자·합작이 허용되는 분야는 △출판 인쇄와 CD 복제 △영화 이외의 음향·영상 제품 판매 △기획사·영화기술 지원사 등 △공연장·영화관 등이다. 외국 기업의 참여가 금지되는 분야는 △신문 △방송 △프로그램 제작 프로덕션 △영화 제작사 △인터넷 문화 경영 기구 △인터넷 서비스업 △영화 수입사 등이다. 문화산업 정책에서 진일보한 대목은 외국 공연기획사의 참여를 막아온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고 중국 합작기업이 5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전제조건 아래 외국 공연기획사의 중국 내 공연기획·연출을 허용한 점이다. 중국 당국은 한편으론 외국자본의 중국 내 문화산업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는 조처를 발표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국 민간자본의 문화산업 분야 투자를 촉진하는 장려 정책을 발표해 중국 당국이 문화산업 보호·육성을 ‘발등의 불’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냈다. 중국 국무원은 8일 ‘비공유자본의 문화산업 진입에 대한 국무원의 몇 가지 결정’을 발표해 ‘비공유자본의 문화산업 진입을 고무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은 중국의 민간자본이 공연,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의 제작과 상영, 공연장, 박물관, 전람관, 인터넷 서비스, 예술교육, 문화예술 기획, 관광, 인터넷 게임, 광고,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제작 등의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전했다. 국무원의 이런 조처는 문화산업 분야의 대외개방에 대비해 민간자본의 투자 기회를 넓힘으로써 중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미국선 대박영화…한국 오니 ‘찬밥’

미 흥행 1위 <은하수를 여행하는…> 예술영화상영관으로 직행 단관 개봉 극장 근처도 못가보는 화제작들 많아 소극적 배급·관객 편식에 다양성 위축 최근 할리우드 흥행작들 가운데 한국에서 단관 개봉을 하거나 개봉도 못한 채 디브이디 시장으로 직행하는 작품이 줄을 잇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 영화 가운데 할리우드 영화와 유럽 영화로 흥행 기대치가 갈렸지만 이제 할리우드 영화 안에서도 ‘한국인의 입맛’이라는 잣대가 좁게 적용돼 상당수의 할리우드 상업영화들조차 개봉기회를 놓치면서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가 더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말 미국에서 개봉돼 주말 흥행 1위를 차지했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오는 26일 예술영화상영관인 필름포럼에서 단관 개봉한다. 할리우드 흥행작이 한국 시장에서 저조한 성적을 낸 경우는 적지 않지만 이 작품처럼 예술영화관으로 직행한 영화는 없어 이례적이다. 디즈니 계열사인 브에나비스타가 배급한 이 영화는 미국 개봉 당시 높은 수익을 거뒀을 뿐 아니라 평단의 반응도 좋았던 영화다. 그러나 한국에서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개봉이 불투명해졌다가 필름포럼을 통해 예술영화 대접을 받으며 가까스로 스크린 빛을 보게 됐다. <은하수...>는 ‘철거 직전’의 지구에서 탈출한 지구인과 외계인들이 우주를 떠돌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엮은 에스에프 코미디이다. 1978년 영국의 라디오 드라마로 처음 만들어졌다가 열광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소설과 텔레비전 드라마, 게임 등으로 만들어졌으며 소설은 에스에프 걸작에 수여 되는 휴고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를 깨는 플롯과 지적, 철학적 농담이 버무려진 ‘썰렁한’ 유머, 한국 시장에서 유달리 대접을 못 받는 에스에프 장르라는 이유 등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은하수...>가 비록 단관이나마 개봉 기회를 잡은 반면, 개봉조차 못 하고 디브이디 시장으로 직행한 화제작들도 많다. <로얄 테넌바움>의 웨스 앤더슨 감독이 만들고 올해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올랐던 <스티브 지소의 해저생활>과 주드 로, 마크 월버그, 더스틴 호프만, 이자벨 위페르, 나오미 왓츠 등 출연진 목록만으로도 궁금증을 일으킬만한 <아이 ♥ 허커비>, <레인맨>의 베리 레빈슨이 감독했고 벤 스틸러, 잭 블랙이 주연한 <엔비>도 미개봉인 채 디브이디 시장으로 직행했다. 네편의 영화는 모두 코미디 장르로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유머 감각’이 개봉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됐다. 그러나 2~3년 전이라면 출연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극장행이 어렵지 않았을 작품들이다. 극장 흥행수익이 좋지 않더라도 이를 보완할 만한 부가판권, 즉 비디오 시장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소니픽처스코리아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부의 구창모 상무는 “3년 전만 해도 극장 개봉만 하면 비디오가 평균 1만장 이상 팔리면서 극장의 마이너스 수익을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웬만한 흥행작이 아니면 디브이디가 1천장도 판매되지 않아 극장에서 실패할 경우 손해를 줄일 완충장치가 없다”면서 “‘안전한’ 작품이 아니면 개봉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흥행작이라고 해도 한국에서는 홍보와 프린트 제작 비용을 줄여 소규모 개봉을 하거나 이조차 불확실할 때는 아예 개봉을 포기하고 1천장 미만의 디브이디와 비디오를 출시하는 ‘(돈)안 쓰고 안 벌기’식 소극적 배급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니픽처스의 <아직 멀었어요?> 역시 올초 미국에서 흥행 1위에 올랐던 영화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개봉일정을 못 잡고 있다. 랩퍼 출신의 아이스큐브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로 한국에서 유달리 인기가 없는 ‘흑인영화’이기 때문이다. 올해와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한 미국 흥행 1위작 5편 가운데 4편이 흑인이 주인공인 드라마로 이 역시 “흑인이 주인공인 데다 액션까지 없으면 시장에서 죽는다”는 한국 영화시장의 불문율 때문에 극장에 도착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