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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팝콘&콜라] 기사 따로, 흥행 따로, 영화기자 ‘대략 난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우연히 몇몇 영화 담당 기자만 남은 술자리에서 영화기사의 방향에 대한 짧은 논쟁이 오갔다. 요컨대 영화의 완성도와 관객의 취향을 기사가 어떻게 조율해야 하느냐는 문제였다. 이제 필요한 건 좋은 영화를 ‘띄워주기’가 아니라 얄팍한 사탕발림으로 대중을 ‘우롱’하는 영화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누군가 이야기를 꺼냈다. 갈수록 영화 기사가 지지하는 영화는 흥행성이 부족하다는 쪽으로 해석되어지는 현실에서 나온 일종의 대안이라는 생각을 들지만 수긍하기는 힘들었다. 영화 기사가 무조건 대중의 선택을 지지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취향의 문제인 영화 선택을 계도해야 한다는 것도 좀 낡은 발상이 아닌가 싶었다. 무엇보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두면 나오는 영화지면이 영화 비판에 할애된다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기사들에서 ‘대략 난감’ 정도의 평을 받거나 외면당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는 걸 보면 헷갈리는 기분이다. <투사부일체>는 600만명을 동원하며 코미디 영화의 흥행기록을 세웠고 <구세주>가 개봉 첫주 흥행 1위에 올랐다. 물론 두 영화 모두 방송 홍보 등 막강한 마케팅의 힘을 받으며 좋은 기록을 세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터이다. 코미디 흥행 공식 따위의 기사가 종종 나오기도 하지만 명쾌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팔짱끼고 “관객 수준이…”라고 말하는 건 영화 기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니다. 그럼 뭐지? 난 무엇을 위해 영화기사를 쓰는 걸까?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복잡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방송기자가 아닌 시청자로 주말에 하루종일 텔레비전을 끌어안고 사는 나의 시청 태도를 보면 답이 나온다. 영화 채널에서 평소 보기 힘든 고전영화를 방영했을 때 ‘영화기자로서’ 반가워하며 고정했던 채널은 언제나 20분도 안돼 지상파의 코미디나 농담따먹기 토크쇼 채널로 돌아가있다. “역시 영화는 스크린에서 봐야 돼.” 아무도 추궁하지 않은 자기 변명을 하지만 결국 쉬고 싶은 것이고 쉴 때는 아무 생각없이 허허실실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론이 시청자 아닌 영화기자로서의 고민까지 단순하게 정리해주는 건 아니다. 호들갑을 떨자면 한 때는 예술영화 포스터에 금테처럼 둘려있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따위의 화려한 기록이 이제는 홍보를 위해 ‘숨겨야 할’ 비밀이 된 것처럼, 언젠가 영화 기사의 상찬이 곧 흥행의 걸림돌처럼 여겨지는 꼴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든다. 몇년 전만 해도 신문마다 한 자리를 차지하던 평론가들의 진지한 영화비평이 이제 모두 사라졌다는 건 이 우려가 엄살만은 아니라는 걸 뒷받침한다. 대중영화나 신문이나 대중과의 소통이 관건일진대 관객과 영화 기사가 서로 등을 돌리는 건 누구에게도 행복하지 않을 것같다. 그렇다면 영화 기자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명쾌하게 풀리지 않는 이 고민이 당분간, 어쩌면 영원히 많은 영화 기자들의 머리 속을 짓누를 가장 큰 난제가 아닐까 싶다.

듀나의 DVD 낙서판 <엉클 아돌프>

전기물에 대한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 보통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루는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는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 이르는 단선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건 어떤가? 대상이 되는 인물의 중요한 시기를 따로 떼어낸 뒤 당시 관여했던 주변 사람들의 관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다. 의도적인 건 아니지만, 아돌프 히틀러의 경우 그런 형식의 전기물 시리즈가 조금씩 완성되고 있다. 2002년에 나온 영화 <막스>는 막스 로트만이라는 미술상과 화가 지망생인 아돌프 히틀러의 관계를 다룬 픽션이다. 같은 해에 나온 다큐멘터리인 <히틀러의 여비서>에서는 히틀러의 개인비서였던 트라우들 융에의 회상으로 구성된다. 히틀러의 마지막을 다룬 2004년 작 <몰락>도 융에를 포함한 히틀러 주변 사람들의 회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왜 히틀러일까? 그건 그가 이런 형식에 잘 맞기 때문이다. 히틀러에 대한 인간적인 접근은 조금씩 시도되고 있지만 그에게 완벽하게 감정 이입하는 건 여전히 껄끄럽다. 관찰자를 하나 잡아 외부에서 접근하는 게 더 안전하다. 2005년에 영국 ITV에서 제작한 텔레비전 영화 <아돌프 삼촌>도 이 가상의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영화는 히틀러의 후반 인생 대부분을 커버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건 히틀러와 겔리 라우발의 관계이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겔리 라우발은 히틀러의 이복누이 딸로 자살하기 전까지 히틀러의 집에서 살았다. 하여간 둘 사이엔 별별 이야기들이 다 떠돈다. 애인이었다느니, 성추행의 희생자였다느니… 히틀러가 그냥 지나치게 친절한 아저씨였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둘 사이의 관계가 아주 모범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히틀러가 겔리 라우발의 누드화를 한 점 이상 그린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겔리 라우발은 아돌프 히틀러라는 인물을 해부하기 위한 도구이다. 영화는 일단 히틀러가 우리와 특별히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인간은 성적으로 무척 수상쩍고 기형적이고 사디스틱한 성격의 인간이다. 그리고 영화는 히틀러가 저지른 그 끔찍한 악행의 기원이 그 성격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일부분은. 영화는 성공했는가? 글쎄... <아돌프 삼촌>은 개념을 검토하는 것이 최종 작품을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충분한 상상력을 휘두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주제에 진지하게 접근하지도 못하는 조금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 있다. 아마 겔리 라우발에만 집중하기엔 히틀러란 인물이 너무 컸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미 대부분 관객들이 <몰락>에서 봤을 법한 마지막 나날들에 그렇게 큰 비중을 넣을 필요는 없었다. <아돌프 삼촌>이라는 제목을 고려해보면 이 영화에서 겔리 라우발의 비중은 생각 외로 작은 편이다. 그러나 <아돌프 삼촌>은 감상 자체가 낭비인 영화는 아니다. 일단 아돌프 히틀러와 겔리 라우발을 연기한 켄 스코트와 일레인 캐시디의 연기가 굉장히 재미있다. <몰락>에서처럼 꼼꼼하게 사실을 재현한 연기는 아니지만 그 때문에 연극적인 과장이 첨가되어 오히려 보는 재미가 더 있는 편.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게 풀어진 구석이 있긴 하지만 재현되는 개별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하다. 가진 재료가 워낙 좋기 때문에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코드 2번 DVD의 화질과 음질은 그냥 평범한 편. 아주 좋다고 하기엔 선명도가 살짝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신경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와 음성해설로 구성된 부록은 다소 건조한 편. 하지만 제공하는 정보량은 많다.

[도쿄] 미소녀 애니, 자위대와 변신합체!

일본의 소설과 실사영화에 불었던 ‘자위대 바람’이 이젠 애니메이션에까지 옮아온 모양이다. 물론 오타쿠들의 애니메이션 문화에 ‘미소녀’와 ‘메커닉’의 조합은 항상 있어왔지만, 이 군사물들이 한 걸음 나아가 현실 속의 자위대를 소재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월부터 지바 텔레비전 등에서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택티칼 로어>(タクティカルロア)는 해상자위대를 꼼꼼히 취재해 만든 작품. 근 미래를 무대로 전원 여성승무원인 민간 호위함이 해상 테러리스트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멋있거나 엉뚱하거나 섹시한 여성승무원으로 가득한 설정에서 알 수 있듯, 언뜻 보면 몇년 전부터 일본을 휩쓰는 ‘미소녀 모에’ 아니메(‘모에’는 열광하고 빠진다는 오타쿠의 신조어)로 보인다. 하지만 함 내의 지휘명령 계통 묘사 등은 상당히 실감나며 리얼한 전투 장면에서는 완전히 분위기가 바뀐다. 가 일요일 심야에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되살아나는 하늘-레스큐 윙스>(よみがえる空-RESCUE WINGS)는 현실의 자위대를 그린 작품이다. 항공자위대 항공구조단의 신입 파일럿이 화재나 사고현장에서 인명구조를 하는 내용이다. <‘모에’ 이해! 자위대 비주얼가이드>(萌えわかり!自衛隊ビジュアルガイド)라는 책까지 나왔다. ‘육상자위대짱’, ‘해상자위대짱’, ‘항공자위대짱’이라는 소녀의 모습을 한 신(神) 견습생 3명이 자위대의 제복과 장비부터 역사와 계급까지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군사 마니아 위주의 전문서가 아니라 진짜 자위대 입문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해상자위대 홍보실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에 ‘협력적 홍보’를 한 건수는 2001년 19건에서 2004년 84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영화 <망국의 이지스>엔 육·해·공 전 자위대가 협력해 화제가 되었고, <남자들의 야마토>는 롱런하며 관객 34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자위대쪽은 “지금의 10대는 어려서부터 해외 파견과 재해 출동의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에 선입견이 없다”며 “특히 애니메이션은 시청자층이 젊어 딱딱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시하의 오타쿠>의 저자 사사키바라 고는 “메커닉과 미소녀가 나오는 80년대적 감각을 갖고 무자각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이전엔 미소녀가 싸우는 작품도 보는 이들이 패러디 내지 비유라고 인식하며 즐겼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엔 그런 전제가 없어져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외신기자클럽] 다큐멘터리영화의 미학 (+불어원문)

다큐멘터리는 몇년 전부터 놀라울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니콜라 필리베르 감독의 <마지막 수업>이 길을 열었고, 마이클 무어 감독의 무자비한 영화들이 있었으며, 거친 영화 <몬도비노>는 세계화 시대의 포도주 시장를 탐색했고, <다윈의 악몽>은 탄자니아의 강가를 가로질러 지구상에서 잊혀진 것들의 초상을 그렸다. 필자는 이미 아홉 시간짜리 다큐멘터리인 중국영화 <철로의 서쪽>도 언급한 적이 있고, 또 동물생태를 그리면서 수만명의 관객을 남극 펭귄들의 자취를 뒤따르게 했으며, 아마도 오스카상쪽으로 향하고 있는 <펭귄: 위대한 모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세계의 다양한 이미지들을 자기 안방에서 볼 기회가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런 성공은 놀랍다. 아무 케이블 방송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 채널>을 통해 우리를 지구의 가장 외진 곳과 우주 공간 또는 바다 깊은 곳 등등의 장소로 이끌어줄 수 있는 이때, 무엇 때문에 그토록 많은 관객이 영화 표를 사서 볼 욕구를 느끼는 것일까? 텔레비전 브라운관 이미지의 수확자들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것은 그들이 세계를 색칠해서 호텔 방의 쓸쓸함이나 한겨울 저녁을 채울 목적의 일종의 거대한 종이로 여기기 때문이다. 펭귄에 관한 영화도 무기 밀매에 관한 영화와 똑같은 화폭 위에 배열될 것이다. 무엇보다 기자의 눈은 세계를 ‘주제’와 ‘증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반면, 다큐멘터리영화 작가는 인물과 이야기를 구축하는 연출자이다. <죽어도 좋아>가 ‘한국의 노인들의 성생활’에 ‘관한’ 영화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 농촌의 교육 시스템’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만약 <펭귄: 위대한 모험>이 그저 ‘남극의 펭귄들의 번식’에 ‘관한’ 영화에만 머물렀다면, 이 작품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가 우리에게 호소력을 갖는 것은, 약간 순진하긴 하지만 보편적인 우화로서 생명체가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꾸려나가는지를 이야기해주기 때문이다. 관객은 펭귄의 이야기 속에서 자기를 재발견하게 되고, 이때 펭귄은 더이상 이국적 동물이 아니라 진정한 인물로서 관객의 반영이 되는 것이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는 당연히 주어진 주제에서 벗어난 모든 것들은 제외한다. <몬도비노>가 캘리포니아 포도주 생산을 다룬 여느 다큐멘터리와 구별되는 것은, 예를 들어 수영장의 청소기 로봇을 오랫동안 찍은 한 장면 때문이다. 텔레비전 촬영기사라면 이런 세부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고, 대신 포도 나무들을 파노라마로 쭉 훑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조너선 노시터 감독은 물속에서 출렁거리는 청소기 로봇에 머무르는 순간, 그것은 다른 것들을 먹어치우는 문어와 같은 포식자가 되어, 유럽의 오래된 포도 나무들을 넘보는 나파밸리 포도의 영향력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소독된 수영장의 물 또한 수공업적인 포도주 생산에 대립되는 산업화된 포도주를 상징한다. 간략히 말해 로봇은 단순한 실체를 뛰어넘어 영화의 한 이미지며, 예술적 창조물로서 모든 종류의 해석, 논평, 비판 등등이 가능하며, 따라서 관객에겐 하나의 제안이고 정신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번주에 레이몽 드파르동 감독이 오랫동안 작업한 프랑스 농촌 세계에 관한 <농부의 초상>이 DVD로 출시된다. 감독이 농부를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우리가 안 지도 14년이 됐네요”라고 덧붙인다. 이제 텔레비전이 관객에게서 앗아간 것, 그리고 그들이 극장에 와서 찾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다. 바로 시간이다. Le documentaire suscite depuis quelques annees un etonnant regain d’interet. Etre et avoir de Nicolas Philibert avait ouvert la voie, il y eut evidemment Michael Moore et son cinema brutal, Mondovino qui part sur les routes du vin au temps de la mondialisation, Le cauchemar de Darwin qui, a travers les rives du lac Tanzanie, dresse un portrait des oublies de la planete. J’ai deja parle d’A l’ouest des rails, film chinois de neuf heures… N’oublions pas dans le registre animalier La marche de l’empereur qui emmena, par dizaines de milliers, les spectateurs sur les traces des manchots de l’Antarctique et qui se dirige sans doute vers l’oscar. Ces succes sont etonnants si l’on songe que jamais nous n’avons eu acces chez nous a autant d’images du monde entier. Pourquoi tant de spectateurs eprouvent-ils alors le besoin d’acheter un billet de cinema quand n’importe quel poste de tele cable vous emmene via National Geographic ou Discovery Channel aux confins les plus recules du globe, dans l’espace ou sous les oceans.... Les moissonneuses a images du tube cathodique decoivent car elles considerent le monde comme une sorte d’immense papier peint destine a meubler la solitude de chambres d’hotels ou des soirees d’hiver. Un film sur les pingouins sera formate selon le meme canevas qu’un film sur le trafic d’armes. Surtout, l’œil du journaliste voit le monde en fonction de ≪ sujets ≫ et de ≪ temoins ≫, alors que le documentariste de cinema est un realisateur qui construit des personnages et des histoires. Etre et avoir n’est pas un film sur ≪ le systeme scolaire dans les campagnes francaises ≫ de meme Too Young to Die n’est pas un film sur ≪ la vie sexuelle des retraites en Coree du Sud ≫. Si La marche de l’empereur s’etait contente d’etre un film sur ≪ la reproduction des manchots en Antarctique ≫, il n’aurait pas connu un succes mondial. Il nous parle car il est une fable universelle, sans doute un peu naive, qui raconte comment des etres s’organisent pour survivre en milieu hostile. Chacun se reconnait ainsi dans le manchot, qui n’est plus un animal exotique mais un veritable personnage, un reflet du spectateur. Le documentaire televise exclut naturellement tout ce qui sort du theme impose. Ce qui fait de Mondovino autre chose qu’un documentaire sur la production de vin en Californie, c’est par exemple un long plan dans une piscine sur un robot nettoyeur. Un cameraman de television n’aurait pas prete attention a ce detail et aurait compose un long panoramique sur les vignobles. Mais quand Jonathan Nossiter s’attarde sur la machine qui ondule dans l’eau, elle devient une pieuvre, un predateur qui represente l’emprise du vin de Nappa Valley s’etendant sur les vieux cepages europeens. L’eau javellisee se fait aussi le symbole d’un vin industriel oppose a celui de l’artisanat. Bref, ce robot n’est pas une information mais une image de cinema, une creation artistique, qui se prete a toutes les interpretations, commentaires, critiques... elle est une proposition au spectateur, elle stimule son esprit. On sort en dvd cette semaine ≪ Profil paysan ≫, long travail de Raymond Depardon sur le monde paysan francais. Alors que le cineaste s’entretient avec un agriculteur, il lache cette phrase : ≪ on se connait depuis quatorze ans ≫. On comprend alors que les spectateurs viennent chercher en salles de cinema ce que la television leur a vole : du temps.

드라마 주인공 시청자가 뽑는다

‘서바이블 오디션’을 통해 시청자들이 드라마 주인공을 직접 뽑는 예능 프로그램이 국내 지상파 텔레비전에서 처음 방영된다. 한국방송은 6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청춘어람>(가제·연출 강일수)의 주인공을 시청자들이 선발하는 ‘서바이블 스타 오디션’ 프로그램을 4월2일부터 6주일에 걸쳐 방송한다고 최근 밝혔다. <청춘어람>은 한의대생들의 수련 과정, 꿈과 사랑을 그린 청춘 드라마. ‘서바이블 오디션’은 연출을 맡은 방송사 프로듀서가 배역에 맞는 연기자를 고르거나 공개 오디션으로 주인공을 선발해 오던 기존 방식과 달리, 시청자들의 선택이 주인공 확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한국방송은 홈페이지 공개 오디션 공고를 내고 만 17~28살 남녀를 대상으로 오는 8일까지 오디션 참가 신청을 받은 뒤 1차 서류 심사, 2차 카메라 테스트와 면접을 거쳐 합격자 10명을 가려낸다. 합격자는 6주일에 걸쳐 ‘서바이블 스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주연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들은 실제 드라마 현장에서 대본을 받아와 연기를 하거나 액션신, 수중키스신 등 각종 상황에 맞는 연기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5주 동안 매주 한 명씩 후보자가 탈락한다. 남은 5명이 마지막 주에 주인공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3명을 먼저 떨어뜨린 뒤 2명이 최종 결선을 치르게 된다. 최근 케이블 채널 등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미국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 ‘어프렌티스’ ‘도전! 슈퍼모델’ 등과 비슷한 형식인 셈이다. <청춘어람> 제작진은 “고액 출연료 등 스타 캐스팅을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점 때문에 배우를 시청자들과 함께 직접 키워 보자는 의도에서 기획했다”며, “신인들을 예능 프로에 출연시켜 드라마 방송 전에 팬층을 확보하는 것도 이번 기획의 목표”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주인공에 뽑히지 않은 9명에게도 드라마 출연 기회를 줄 예정이다. 한편 문화방송도 7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첫사랑>(연출 한희)의 주인공을 ‘서바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뽑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영근 문화방송 예능국장은 “‘서바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할 경우 편성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며, “며칠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영상미 압권…‘한국 드라마 미학’ 새로 쓴다

요즘 “영화 같다”는 말을 듣는 드라마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다. 문화방송의 <궁>(극본 인은아, 연출 황인뢰)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미학적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방송 <봄의 왈츠>(극본 김지연 황다은, 연출 윤석호) 또한 지난 6, 7일 방영된 1, 2회분에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낮은 시청률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를 받진 못하고 있지만, <천국의 나무>(극본 문희정 김남희, 연출 이장수)도 일본이라는 이국적인 배경과 백색의 눈으로 통일된 색감과 분위기를 화면 가득 채워 영화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지난해 방영된 <프라하의 연인>(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이나 <이 죽일 놈의 사랑>(극본 이경희, 연출 김규태), <패션70’s>(극본 정성희, 연출 이재규), <불멸의 이순신>(극본 이성주, 연출 한준서), 더 거슬러올라가 <미안하다 사랑한다>(극본 이경희, 연출 이형민), <다모>(극본 정형수, 연출 이재규) 등도 영화적 감성을 주는 드라마로 꼽을 수 있다. 이런 드라마들은 모두 공들여 촬영하고 연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값비싼 고화질 (HD) 카메라 등 특수촬영장비 사용에 새로운 카메라 작업과 컴퓨터 그래픽, 정교한 조명, 제대로 만든 세트로 텔레비전 화면의 미장센을 넓히고 있다. 일부 ‘사전제작’ 방식이 도입되고 있는 것도 ‘영화적 드라마’를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다. 상당수 드라마가 그날그날 ‘쪽대본’으로 촬영을 하고 방송 직전 최종편집을 끝내는 우리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이 드라마들이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데는 여유있는 제작 일정이 한몫을 했다. 앞으로 드라마 제작 현실이 점차 개선되고, 드라마 시장에도 투자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전망이어서 ‘영화 같은’ 드라마 제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청자는 굳이 티켓을 예매하고 극장에 영화를 보러 나가는 번거로움 없이 텔레비전 리모컨만으로 안방극장에서 오감을 만족시켜 줄 드라마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도 영화처럼” 브라운관 바람났네 한류 힘입은 우호적 투자 바탕 제작비용·기간 크게 늘리고 유능한 인력·첨단장비 동원 미려한 영상·광대한 스케일 담아 1980년대 김종학 피디가 만든 <동토의 왕국>은 텔레비전 스케일을 뛰어넘는 스토리와 비주얼을 담아 ‘영화적’인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세트장 건설에만 100억원 이상이 들어간 <불멸의 이순신>은 ‘블록버스터 해전 사극’이란 표현까지 나올 만큼 규모와 특수효과 면에서 영화 못지않은 평가를 받았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가운데는 문화방송의 <궁>과 한국방송 <봄의 왈츠>가 대표적인 ‘영화 같은’ 드라마로 꼽을 수 있다. 입헌군주제 아래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적 가상 역사물 <궁>은 원색이 조화롭게 사용된 궁궐 내부와 주연배우들의 화려한 전통의상,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듯한 상차림 등 세련된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봄의 왈츠>도 새하얀 눈에 덮인 오스트리아의 산과 들, 노란 유채꽃과 푸른 보리밭 사이의 흙길을 따라 넓게 펼쳐진 바다를 담은 한반도 남쪽 섬마을 풍광, 화려한 색감 등 영상미가 돋보였다. ◇ 드라마 미술에 콘셉트 도입=<궁>은 영화 <내 마음의 풍금>, <혈의 누>에 참여했던 민언옥 미술감독이 전체적인 비주얼을 총괄 감독했다.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 개념(작품 전체의 미술, 색감, 배경, 구도, 빛, 의상, 소품 등을 총체적으로 컨트롤하는 개념)을 드라마에 도입해 좀더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진 것. 민 감독은 “<궁>은 세트 디자인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에서 의상, 음식, 테이블 장식까지 모든 미술에 대해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였다”며, “의상의 색깔과 장신구 하나까지 콘셉트를 가지고 작업을 하다 보니 각 개체들이 홀로 빛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쉽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보통 드라마 영상이 아닌, 영화적이면서도 ‘맛있는’ 디자인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촬영을 앞둔 배용준 주연 드라마 <태왕사신기> 역시 영화 <취화선>과 <하류인생>의 주병도 미술감독이 참여한다. <태왕사신기>의 이경석 총괄 프로듀서는 “작품의 전체 콘셉트를 미리 정한 다음, 여기에 맞춰 각 장면을 촬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드라마 세트와 미술의 대형화, 고급화=경기도 오산의 <궁> 세트는 궁 내부 제작에만 15억 여원이 들어갔다. 여기에 가구와 도자기 등 소품비용에 25억 여원을 썼다. 그래서 다른 드라마 촬영 세트와 달리 <궁> 세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가 될 만큼 화려하다. 문화방송 특별기획드라마 <신돈>의 경기도 용인 오픈세트도 110억 여원의 제작비에 1년이 넘는 제작기간이 걸려 고려 후기 왕궁과 사찰, 민가 등을 재현함으로써 장대한 스케일의 비주얼을 보여 주고 있다. 문화방송이 준비 중인 사극 <주몽>도 약 2만평의 터에 대규모 세트를 짓고 있으며, <태왕사신기> 역시 제주도에 2만여평 규모로 고구려 광개토대왕 궁궐 등을 건축하고 있다. ◇ 고화질 촬영장비와 특수기법은 필수=<봄의 왈츠>가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 주는 데는 첨단 촬영장비가 큰 구실을 한다. 이 드라마 제작사인 윤스칼라 조성우 기획실장은 “<봄의 왈츠>는 영화 촬영용 고화질(HD) 소니 F-900 카메라와 독일제 고화질 특수 렌즈로 촬영해 영화 못지않은 화질과 영상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보통 드라마는 줌렌즈 하나로 촬영하지만, <봄의 왈츠>는 단렌즈 6개에 줌렌즈 2개, F-900 카메라 2대로 찍고 있다는 것. 조 실장은 이어 “장면마다 가장 적절한 노출과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른 드라마보다 촬영에 몇 배 이상의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틀을 벗어난 카메라의 역동적인 동선과 영화에서 많이 사용되던 컴퓨터 그래픽 작업, 와이어 액션 등도 드라마의 영상을 한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영화평론가 남다은씨는 “영화적인 제작기법이 과감하게 드라마에 도입되고 있다”며, “특히 <다모>에서 <불멸의 이순신>, <궁>에 이르기까지 사극과 퓨전 사극에서 이런 기법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변화의 배경과 전망=이런 변화는 일단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민언옥 감독은 “요즘 젊은층은 그림이 좋지 않으면 극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느낀다”라며, “드라마는 줄거리가 우선이지만 이를 완성해 주는 것이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제작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점도 변화를 가능하게 한 이유가 된다. 조성우 실장은 “영화처럼 완성도를 보이는 드라마들은 대부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작에 나선 작품들”이라며, “사전제작제는 풍광이 빼어난 촬영장소를 찾아내는 등 치밀한 사전 준비는 물론이고, 좋은 영상을 만드는 데 필수 요소인 조명 등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세팅할 수 있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유능한 제작진을 기용해 대형 세트와 고품격의 미술작업을 거쳐 값비싼 고화질 촬영장비로 드라마를 사전제작하려면 선결조건이 이에 걸맞은 제작비이다. <쾌걸춘향>, <마이걸> 등을 만든 전기상 피디는 “드라마 한 편 제작에 몇십억원 이상 드는 제작비는 한류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대형 독립제작사들에 몰려들고 있는 국내외 투자자본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피디는 이어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채널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드라마 제작도 이를 고려해 영상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별들의 안방귀환 배용준·손예진·감우성 등 주연으로…출연료 상승·좋은 작품 덕 영화 배우들이 티브이 드라마로 돌아오는 현상이 눈에 띈다. 배용준, 손예진, 감우성, 성현아, 양동근, 윤소이, 천정명 등은 극장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던 스타들이다. 방송작가 김일중씨는 영화에서 ‘몸값’을 높이던 배우들이 일제히 티브이로 돌아오는 이유를 두 가지 작품에서 찾는다. 한국 드라마의 지형도를 바꾼 <대장금>과 <내 이름은 김삼순>이 그것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배우 김선아가 보여줬던 캐릭터 변신은 사건이었습니다. 브라운관의 대중적 파급력을 이용해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나려는 배우들은 전처럼 상대역을 따지지 않고, 배역이 참신하면 출연을 결정하는 추세입니다.” <대장금> 이후 훌쩍 높아진 드라마 출연료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한다. 곧 방영될 드라마 <연애시대>에 출연할 손예진은 회당 3천만원의 출연료를 받는데, 이는 <대장금>의 전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 한류 수출 붐과 외주제작 활성화로 영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에게도 ‘티브이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드라마 독립제작사들이 우수한 제작진 확보 경쟁을 벌이는 덕분에 많은 작가와 감독들이 활발하게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간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장편’을 시도할 기회이며, 작가들에게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다. 영화 <잠복근무>, <여고괴담4>와 드라마 <불량주부>의 시나리오를 쓴 설준석 작가는 “영화는 감독 중심인 데 비해, 드라마는 작가 몫이 크다. 작가로서는 정당한 대접을 받는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밝힌다. 브라운관으로 돌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그 이전에도 방송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다. 대작 기대를 받고 있는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주경도 미술감독과 <궁>의 민언옥 미술감독 모두 문화방송 출신이다. 처음 드라마를 시작한 이들에게는 속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사전제작 비율이 기껏해야 50%에 이르는 드라마의 ‘초치기 제작 환경’은 아직 크게 개선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영화로 대거 진출한 방송인들이 2006년 다시 돌아오는 상황을 두고 드라마가 자축하기는 이르다. 투자 이전에 제작 환경이 개선되어야 지금의 황금기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눈 높아지는 시청자들 무서워” ‘궁’ 연출 황인뢰 인터뷰 문화방송 드라마 <궁>의 황인뢰 피디는 일찍부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드라마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고개 숙인 남자>, <연애의 기초>에서 보인 감수성과 연출력에 힘입어 영화 <꽃을 든 남자> 감독을 맡았으며, 2005년에는 다시 <한뼘드라마>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연출을 맡은 <궁>도 영화 같은 드라마라는 찬사 속에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황인뢰 피디를 만나 제작 과정에 대해 들어 보았다. “<궁>은 2년 동안 공을 들이며 제작사인 에이트픽스가 영화, 방송 가리지 않고 좋은 인력을 찾다 보니 영화인들의 참여가 많았습니다.” <궁>은 영화 <텔미 썸딩>과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인은아 작가가 극본을 맡았고, 영화 <유령>, <내추럴시티>에서 실력을 보인 민병천 감독이 시각 효과를 책임졌다. 영화 <혈의 누>를 했던 민언옥 감독은 미술로 참여했다. “<궁>은 영화 같은 느낌을 주려고 고화질(HD)급 16 대 9로 제작했습니다. 수목 시간대 미니시리즈에서 16 대 9의 화면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왕 시작한 일이라 카메라도 영화 <스타워즈>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기종을 사용하고, 모든 장면에서 다초점 렌즈를 일일이 바꿔 끼우며 최대한 선명도를 높이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다 보니 소품, 의상, 세트의 색을 통일하는 데만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단다. “영화에서는 당연한 작업이지만, 50인치 이상의 화면일 때만 차이를 느낄 수 있기에 여지껏 드라마에서는 이런 시도를 하는 데 인색할 수밖에요.” 황 피디는 “시청자와 관객은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존재”라고 말했다. 한심한 영화에 관객이 몰리기도 하고, 좋은 드라마를 외면하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갈수록 시청자들의 심미안이 높아지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빛의 마술사’ 황 피디도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늘 부담스럽다. “채경이 궁에 들어가기 전과 후의 화면색을 다르게 하고, 주인공 네 사람에게 각각 캐릭터에 맞는 색채를 부여하는 등 여지껏 드라마에서 해보지 않았던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전회 사전제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에서 처음 의도했던 점들을 완벽히 실현할 수는 없었다. “사실 <궁>에서는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의 30%밖에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이 아쉬움은 다음 작품에서 풀겠지요.” 애초 20부작으로 기획됐던 <궁>은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24부작으로 연장 방영된다.

제4회 방콕국제영화제 견문록 [2]

국경을 넘는 범아시아 프로젝트 <보이지 않는 물결> 푸미콘 국왕이 재위 60년 다이아몬드 희년을 맞는 2006년은 타이 곳곳에서 축제가 꼬리를 무는 ‘타이 대초청’(Thailand Grand Invitation)의 해다. 타이 정부는 영화제 개막 전야인 16일 정부청사 앞마당에서 파티를 열고 ‘타이 대초청’의 축포를 울렸다. 권력 남용과 탈세로 제기된 위헌 심판 탄원이 그날 아침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돼 한숨을 돌린 탁신 친나왓 총리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축제의 개막을 선언했다. 왕의 그림자는 영화제 어디에나 일렁였다. 엄밀히 말해 영화제 관객이 맨 처음 본 타이 필름은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의 개막작 <보이지 않는 물결>이 아니라 모든 출품작 앞머리에 꼬박꼬박 상영된 150억원 예산의 시대극 블록버스터 <나레수완>의 예고편이었다. 차트리찰레름 유콜 왕자가 감독한 <나레수완>은 미얀마에 대항해 아유타야 왕국의 독립을 지킨 왕의 전기영화로, 감독은 타이의 국가적 이벤트였던 자신의 전작 <수리요타이>(2001년, 3억2100만바트 수입)에 도전하고 있다. <나레수완>은 프레스센터 문 위에 배너를 드리웠을 뿐 아니라 상영관으로 통하는 길목 입구에는 아예 테마파크식 성채를 짓고 성문과 망루에 분장한 보초들을 종일 세워두었다. 타이의 영화관과 공연장마다 흐르는 <왕의 노래>도 국제영화제라 해서 예외를 두지 않았다. 첫 상영인 개막작 기자 시사에서 앞줄에 앉았다가 일동 기립하는 장내 움직임을 뒤늦게야 알아차린 기자는, 백성을 보살피는 왕의 덕을 칭송하는 영상과 노래가 흐르는 내내 타 문화를 존중하지 못한 자의 부끄러움에 몸을 움츠려야 했다. 반면, 개막작 <보이지 않는 물결>은 “국적은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온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의 다국적 프로젝트답게 정주하지 못하는 자의 관점으로 인생과 운명을 그리는 영화였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무심한 카메라 앞에 선 일본의 아사노 다다노부와 한국의 강혜정, 홍콩의 증지위, 그리고 타이의 툰 히라니아섭 등은 자신과 상대방의 언어 때로는 제3의 언어까지 동원해 가까스로, 하지만 진심으로 대화한다. 보스의 여자와 얽히면서 천천히 수레바퀴 밑으로 끌려들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달콤한 인생>을 추억하게 했으니 꼭 초콜릿 무스가 영화에 등장해서만은 아니었다. 방향을 잃은 여행자의 혼미한 감각을 재현해냈다는 점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물결>은 먼 이방에서 찾아간 관객에게 개막작으로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전문 프로듀서군이 탄탄하지 않은 타이 영화계는 이름을 알 만한 감독들이 서로의 영화를 제작하는 품앗이 풍습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 경쟁부문에 나온 <세 친구>는 <보이지 않는 물결>을 공동제작한 평론가 출신 밍몽쿤 소나쿤이 아디티아 아사랏, 푸민 친나라디와 함께 감독한 청춘영화. 화보 촬영을 위해 섬에 온 10대 모델 마미와 그녀와 동행한 두명의 단짝 친구의 여름날을 현장의 자발성을 수용한 시나리오와 디지털카메라로 따라잡았다. 비디오 다이어리 같기도 하고 연예정보 프로그램 같기도 한 이야기 안에 진실의 사금파리들이 반짝인다. 아시아 경쟁부문의 또 다른 타이 청춘영화 <주석광산>은 <세 친구>와 동시대 영화라고 믿기 힘들었다. 실화에 기초한 베스트셀러를 각색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타이 대표로 출품됐다는 이 영화는 대학에서 제적된 뒤 호주인이 운영하는 광산에서 4년간 노동규율과 인생의 참지식을 터득하는 청년의 ‘도제 시절’을 교육용 산업영화의 필치로 그린다. 1997년 논지 니미부트르, 펜엑 라타나루앙 등의 감독들이 ‘타이영화 르네상스’를 일으키기 전까지 시장의 주류였던 타이 청춘영화는 들쭉날쭉하게 진화하고 있었다. 2월21일 짐 톰슨 하우스(타이 실크의 명가)에서 젊은 타이 감독들의 차기작 간담회를 진행한 <방콕 포스트>의 평론가 콩 리트디는 “가장 흥미로운 타이 청춘영화는 인디 진영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순스카 판시티보라쿤 같은 퀴어 뉴웨이브 감독이 그가 지칭하는 인디 진영의 예. 순스카는 일본, 타이, 영국의 젊은이들이 결성한 밴드의 생활을 그린 <푸통>을 만들고 있으며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 <인티머시>의 촬영을 끝내는 10월에 그를 제작자로 맞아 <핫브레이크 파빌리온>을 찍는다. 이날 간담회에는 판시티보라쿤 외에도 성공한 로맨스 <디어 다칸다>의 콤크릿 트위몰과 <셔터>에 이어 <얼론>- 이 영화는 한국 배우와 로케이션을 쓴다- 을 함께 연출할 반종 피산타나쿤과 팍품 윙품이 상업영화를 대표하는 차세대로 초대됐고, 다큐멘터리스트 산티 타에파니히 감독이 독립영화 진영을 대표해 순스카와 나란히 앉았다. 평론가 콩 리트디는 타이영화에 세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논지 니미부트르, 펜엑 라타나루앙, 위시트 사사나티앙 세대는 광고계 출신이지만 이들은 영화학교 출신이다. 선배들보다 더 어린 나이에 영화 만들기를 시작했고 덜 무거운 주제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다가오는 1, 2년 안에 어떤 성취를 보여줄지가 타이영화 미래의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이형석의 <공사중>, 아시아 단편영화상 수상 방콕국제영화제는 국제 경쟁, 아시아 경쟁, 심사위원 선정 신인, 국제 다큐멘터리, 아시아 단편의 다섯 개 부문으로 나누어 골든 키나리 상을 수여한다. 왕족이 참석하기 때문에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소감을 발표하지 못한다는 것도 방콕영화제의 독특한 풍경이라고 한다. 2월25일 발표된 올해의 국제 경쟁부문 작품상은 “종교의 부작용을 시의적절하게 환기한” 디파 메타 감독의 <물>에, 감독상은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에게 돌아갔다. 최우수 남우주연상 수상자로는 남아공과 영국이 합작한 <초치>의 프레슬리 차웨네야게, 최우수 여우주연상 수상자로는 <트랜스아메리카>의 펠리시티 허프먼이 호명됐다. 아시아영화 경쟁부문에서는 도안 민 푸옹과 도안 탄 은기아 감독의 베트남영화 <침묵의 신부>가 수상했고 이형석 감독의 <공사중>이 아시아 단편상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타이 관광청이 기자들에게 제공한 견학 프로그램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방콕영화제는 영화 예술의 현재를 관객, 영화인과 공유하는 과제보다 영화 촬영지와 후반 작업지로서 타이가 지닌 장점의 프로모션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그 또한 영화제가 가질 수 있는 방향성의 하나임은 틀림없지만, 모든 국제영화제의 장기적 생명력은 자국 영화산업과 영화 문화의 건강과 풍요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방콕영화제 집행부는 “투자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하라”는 타이 영화인들의 바람을 좀더 심각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고급스러운 상영시설과 이채로운 문화, 상냥한 시민과 풍족한 관광 요소를 갖춘 도시 방콕의 국제영화제가 정작 작심하고 지어올려야 할 구조물은, 타이 영화산업과 문화의 인프라와 남아시아영화의 독보적 창이 되겠다는 정당한 야심일 것이다. 지어라, 그러면 부르지 않아도 그들이 올 것이다. 태국 최초의 3-D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깐 꾸앙> 조국의 독립을 지킨 왕의 코끼리 영화제를 찾은 기자단의 마지막 방문지는 칸타나 스튜디오의 후반작업 시설과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이었다. 1951년 라디오 방송에서 출발한 칸타나는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 영상물 후반작업, 애니메이션 제작, 출판, 음반을 사업 분야로 아우르고 있는 멀티미디어 그룹이다. 특히 칸타나가 자랑하는 것은 필름 스캔, 현상, 텔레씨네, 사운드 등 원 스톱 방식으로 후반 작업 전체 공정을 처리할 수 있는 자회사 ‘포스트 방콕’이다. 칸타나 애니메이션과 록슬리 비디오 포스트가 1:1로 출자해 1998년 설립한 ‘포스트 방콕’은 현재 타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체류비용과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적 장점을 활용해 세계 시장에 구애하고 있는 포스트 방콕이 후반 작업한 장편영화로는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셔터> <메콩의 만월파티> <뉴 폴리스 스토리> 등이 있다. 제작분야에서 올해 칸타나가 기대를 걸고 있는 프로젝트는 태국 최초의 3-D 장편애니메이션 <깐 꾸앙>이다. 칸타나 관계자는 “운이 좋았다. 우리가 마침 창작에 욕심을 품었을 때 타이 정부도 애니메이션 산업에 의지를 가졌다. 일단 정부 지원을 약속받자 그걸 단초로 소니, 타이항공, 방콕 은행 등의 스폰서를 구할 수 있었다.”고 귀뜸했다. 80%가 완성된 85분 길이의 <깐 꾸앙>은, 1592년 버마로부터 아유타야의 독립을 지킨 나레수완 왕을 보좌한 코끼리의 일대기다. 아버지 없이 자란 개구쟁이 깡 꾸안은 온갖 모험 끝에 강한 어른으로 자라 코끼리 전투에서 왕의 승리를 돕고 최고의 명예를 하사받는다. 방문한 기자들에게 공개된 <깡 꾸안>의 10여분 분량은, 디즈니적인 영웅 성장담의 스토리 라인을 짐작하게 하는 한편 할리우드보다 단순미를 추구하는 캐릭터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깐 꾸앙>의 정체성에 대한 칸타나 애니메이터들의 생각은 확고했다. 애니메이션 부서 책임자 오차라 키즈칸자나스는 코끼리가 타이 문화에서 차지하는 특수한 지위를 언급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타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를 일으킬 수 있는 스토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시각적 스타일에 관해서는 “타이의 조형적 전통과 색감을 취했다. 커브와 직선이 어우러진 배합은 타이 문자와 비슷하며 이는 인도나 버마의 보다 복잡한 곡선, 네모반듯한 중국과 한국의 선 사이에 있는 중간적 형태다.”라고 설명했다. <깐 꾸앙>은 타이 메이저 사하몽콘에 의해 올해 5월 자국에서 개봉되고 이후 해외 배급을 모색할 예정이다.

<올웨이즈 3초메의 석양>, 일 아카데미 싹쓸이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올웨이즈 3초메의 석양>이 일본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이 영화는 3월3일 도쿄 신다카나와의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제29회 일본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요시오카 히데타카)을 비롯, 남녀조연상(쓰쓰미 신이치, 야쿠시마루 히로코), 각본상, 미술상, 촬영상, 조명상, 음악상 등 총 12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는 1997년 13개 부문을 석권한 <쉘 위 댄스>에 이어 가장 많은 부문 수상이며, 2003년 <황혼의 세이베이>와는 동일한 성적이다. <올웨이즈…>는 1950년대 도쿄를 배경으로 실패한 소설가가 고아 소년과 함께 살아간다는 내용의 영화로 2005년 일본에서 약 27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감독상을 수상한 야마자키 감독은 “마치 텔레비전의 몰래카메라 같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남우주연상의 요시오카 히데타카는 “작품상을 받은 게 가장 기쁘다. 연기가 하기 싫어 현장에 가기 싫을 때마다 천국에 계신 아쓰미 기요시(일본의 국민배우, 서민적인 연기로 유명하다) 선생님을 생각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올웨이즈…>가 수상에 실패한 유일한 부문인 여우주연상은 <북의 영년>의 요시나가 사유리에게 돌아갔다. 그녀의 111번째 출연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메이지 유신 시대를 배경으로 동토인 홋카이도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의 이야기. 그녀는 시상대에서 “<북의 영년>에서 수상자가 나오지 않아 마음이 괴로웠다. 영화의 신이 미소를 보내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다”며 일본아카데미상 통산 4번째 여우주연상 수상의 기쁨을 토로했다. 그녀는 이미 1985년 <오항>과 <천국의 역>, 1989년 <꽃의 란>과 <학>, 2001년 <나가사키의 한가롭던 시절>로 세 차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의 <박치기!>에서 재일 조선인으로 분했던 여배우 사와지리 에리카는 화제의 배우상과 신인상을 수상했고, 노래 <눈의 꽃>의 가수로 더 유명한 배우 나카시마 미카는 <나나>로 신인상을 차지했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문소리

<오아시스> <바람난 가족> 등에 출연하면서 배우 문소리(32)에게는 ‘센 캐릭터’라는 표현이 자주 따라 붙었다. 도발적인 표정과 자세를 드러낸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포스터는 다시 이 표현을 떠오르게 한다. 포스터나 노출장면 등 겉꺼풀만 보자면 조은숙이라는 캐릭터 역시 세다. 그러나 한꺼풀 벗기고 들여다 보면 예쁜 척, 우아한 척, 지적인 척, ‘척’으로 둘러싸인 그 인물에서 보통 사람들의 ‘뒷담화’에 오르내리는 주변의 누군가, 그리고 문득 뜨끔거리는 내 뒷통수를 느끼게 된다. “나도 센 거 하기 싫었어요. 도발, 모험 이런 거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그런데 정답처럼 딱 떨어지는 영화나 인물은 재미없잖아요.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어떤 게 나올까하는 긴장감이 좋고. 생각해보니 이것도 악취미네(웃음)” 내숭과 위선으로 둘러싸인 은숙의 캐릭터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편인 문소리의 성격과 판이하다. 문소리 자신도 은숙이라는 여자를 주변에서 알고 있었다면 “재수없어했을 인물”이다. “처음에는 이 여자의 빤한 내숭과 ‘척’하는 성격을 만들어가는게 즐거웠어요. 웃기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내가 그녀의 진짜 욕망에 무심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진심이 별거겠어요. 잘 살고 싶고, 쪽팔리기 싫고, 사랑받고 싶고.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한 거 잖아요. 그런 점에서 좋아할 수는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죠.” 진심이야 어쨌거나 연기와 제스추어로 하루하루를 사는 은숙은 어떻게 보면 진짜 ‘배우’다. 그러니까 문소리는 이 영화에서 배우를 연기하는 배우인 셈이다. “잘난 척하는 은숙이 정신나간 거 처럼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배우라는 직업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누군가 만들어준 세계에 퐁당 빠져서 그게 진짜 자기의 세계인 것처럼 착각하기 쉽잖아요.” 배우 문소리 역시 가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헷갈린다고 한다. “일 때문에 좋은 옷 입고, 비싼 화장하지만 배우가 아니라면 이러고 살겠어요? 그런데 이런 게 익숙해지면 마치 내가 진짜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도취에 빠져 살 수도 있는 거죠.” 지금 대학로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슬픈 연극>은 문소리에게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예방 주사 한방과도 같다. “프로 무대는 처음인데 연극을 하면서 밥맛이 좋아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사람과 부딪힌다는 게 이런 거구나 매일 새로워요.” 다음달부터는 텔레비전 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에서 연극으로, 텔레비전으로 바쁜 걸음을 시작한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영화하다가 텔레비전 한다고 하면 인지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저는 지금이 좋아요. 문소리 이름은 많이 아는데 얼굴은 잘 몰라서 사는데 별 지장이 없는 정도(웃음). 그냥 연기고 연출이고 다양한 분야가 장르를 넘나들면서 작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야 서로 도움이 되면서 발전하는 길이 아닐까 하는 거죠.”

<시티즌 독>의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

수은주가 35도를 가리키는 비현실적인 2월의 일요일. 방콕의 수쿰윗 99 구역에 자리한 프로덕션 ‘필름 팩토리’의 문을 두드렸다.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은 촬영 중이었다. 그가 찍고 있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CF였다.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에게 CF는 기분전환용 일거리가 아니다. 낙숫물이 고이길 기다리듯 장편영화의 투자를 끈기있게 추진하면서 부지런히 CF를 연출하는 것은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의 일상이다. CF는 그에게 생계 기반일 뿐 아니라 장편영화에서 시도하려는 기법을 테스트해보는 호사스런 실험실이기도 하다. 어렵사리 착수한 장편영화에서 시행착오를 범하는 사치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 광고주는 그 사실을 아냐?”고 묻자 감독은 의젓한 개구쟁이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물론 낙숫물이 대야를 채우려면 만만찮은 시간이 필요하다. 데뷔작 <검은 호랑이의 눈물>(2000) 이후 4년 걸려 두 번째 영화 <시티즌 독>(2004)을 내놓은 위시트 사사나티앙은 아직 세 번째 영화 <핫 칠리 소스>의 스케줄을 기약할 수 없다. 위시트 사사나티앙의 영화들도 더디게 시간을 새긴다. 그의 영화들은 대사가 있는 무성영화라는 평을 얻곤 한다. 극중 인물이 무엇을 말하고 행동하느냐보다 어떤 색깔로 칠해진 방에 어떤 구도로 서 있는지가 종종 더 중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최초로 공식 상영된 타이영화로 기록된 그의 입봉작 <검은 호랑이의 눈물>은, 1950년대 타이영화와 할리우드 서부극의 양식과 정서를 시침 뚝 떼고 재현하는 뚝심으로 관객을 항복시켰다. 서구의 평자들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에 빗대어 그의 영화에 부랴부랴 ‘톰양쿵 웨스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시골 청년이 방콕에 상경해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인해 도시의 소시민으로 길들여지기까지를 그린 두 번째 영화 <시티즌 독>은 ‘방콕판 <모던 타임즈>’라는 반응을 얻었다.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은 “따뜻한 슬픔이 깃든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를 버스터 키튼의 그것보다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그의 주인공 포드는 채플린의 작은 떠돌이보다 훨씬 순응적이고 체념도 빠르다. 아마도 그건 포드가 환생을 믿는 타이 청년인 때문이겠지만. 중간중간 스탭의 연락을 받으면서도 위시트 사사나티앙의 눈빛과 말투는 호젓했다. “너무 열렬히 찾으면 도망치는 것들이 있다”는 <시티즌 독>의 슬로건은 감독의 일기장 속표지에 씌어진 다짐 같았다. -CF 출신 감독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평론가들은 당신이 시각적 화술에 능한 동시에 상업적 감각이 발달해 있다고 평가하곤 한다. =타이 국내의 평가는 훨씬 인색하다. CF 출신이라 진지함이 없고 단편적인 영상미에 치우치는 예술성 낮은 감독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1999년 흥행작 <낭낙>의 각색 작가로 참여한 것이 영화 경력의 시발점이었다. 전통적인 원혼 이야기를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로 로맨틱하게 재해석한 것이 <낭낙> 각색의 핵심인데 당신의 의견도 반영된 결과인가. =타이에서 공포영화는 많이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이 보는 주류 장르다. 그래서 <낭낙>의 감독과 나는 거꾸로 드라마쪽에 무게 중심을 두려고 결심한 거다. -데뷔작 <검은 호랑이의 눈물>은 할리우드 서부극 또는 산을 폭파하고 마을을 불태우는 액션이 등장하는 1950년대 타이영화 양식을 차용했다. 기존의 타이영화와 차별되는 참신한 영화를 추구한 신인으로서 모던한 영화양식보다 오래된 스타일에 끌린 이유에 호기심이 간다. =요즘 영화보다 옛날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1950년대와 1960년대가 예술적으로나 사회 전반에서 최고의 황금기라고 생각한다. 음악도 건축도 영화도 1970년대부터는 혼합과 쇠퇴의 길을 걸었다고 본다. 디스코와 가라오케의 1980년대는 얼마나 끔찍했나. 홍콩영화건 할리우드 영화건 타이영화건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옛날 영화’라는 이름으로 국적에 상관없이 한 덩어리로 내게 영감을 주었다. -<검은 호랑이의 눈물>은 칸영화제에서 최초로 공식 상영된 타이영화였다. 그런데 칸영화제쪽이 재편집을 요구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사실이라면 그 요구가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지는 않았나. =재편집은 배급사의 요구였고 칸에서는 온전한 편집본이 상영됐다. 문제는 미국 배급사 미라맥스였는데, 그들은 내 의사와 무관하게 필름을 멋대로 재편집해서 마지막을 해피 엔딩으로 바꾸었다. 그것도 극장 개봉이 아니라 선댄스영화제에 상영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 강간당한 느낌이었다. -당신의 두 장편은 스타일의 일관성이 인물이나 여타 요소보다 중요한 영화다. 이것은 많은 영화적 요소들이 선험적으로 결정돼 있다는 뜻이며 바꿔 말하면 배우에게 운신의 폭이 좁을 수도 있는 영화라는 뜻이다. 배우 캐스팅과 연기 연출에서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보통 TV 드라마 출신의 타이 배우들은 과장된 연기를 하는 일이 많다. 나는 내 영화 스타일에 맞는 신인을 캐스팅해 감독의 방식대로 훈련한다. 예컨대 <시티즌 독>의 마하사무트 분야락은 극중 포드처럼 말이 느리고 과묵한 성격이다. 한편 진 역할의 상통 켓우통은 진과 비슷하게 예민하고 조증이 있었다. <검은 호랑이의 눈물>은 외국계 여배우 스텔라 말루치를 기용했는데, 그것은 1950년대 영화들이 타이영화나 외국영화나 모두가 인도 여성 같은 짙고 검은 머리칼을 가진 여배우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영화들을 포함해서 타이영화를 보면 타이 국민들에게 방콕은 단순히 일반적인 수도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도시 같다. 주인공이 방콕으로 떠나는 것이 내러티브의 대전환을 이루는 경우가 잦다. 방콕은 당신들에게 어떤 곳인가. =타이는 개발이 심하게 편중돼 방콕과 다른 지방도시의 차이가 크다. 돈을 벌거나 공부하고 싶거나 다른 식으로 발돋움하고픈 젊은이들은 모두 방콕으로 온다. 대학도 모두 방콕에 몰려 있고 졸업 뒤 일자리도 거의 다 방콕에 있다. 그래서 방콕은 실체와 무관하게 ‘낙원’ 같은 상징성이 있다. -당신의 동료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방콕에 대한 혐오감을 여러 번 표명한 바 있고,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은 국적으로 인해 규정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영화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방콕 토박이인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방콕은 수도가 된 지 200년밖에 안 된 신도시다. 방콕 시민의 90%는 중국 혈통과 섞여 있고 나의 경우 거의 100% 중국 혈통이다. 나는 혈통이나 국적보다 고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방콕을 싫어하진 않는다. 그러나 좋아하는 인간도 미울 때가 있듯이 이 도시도 교통체증, 물신주의 등의 어둠이 있다. 하지만 <시티즌 독>의 주제도 그렇듯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행복은 나의 생각에 달렸다. -<시티즌 독>은 “방콕에 가면 꼬리가 생긴다”는 할머니의 예언으로 시작한다. 꼬리는 부패나 타락의 상징으로 짐작되는데, 나중에는 방콕에서 유일하게 꼬리가 돋지 않은 시민이던 포드에게도 꼬리가 돋는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그것을 한탄할 만한 전락으로 묘사하지 않고, 삶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긍정한다는 점이다. =꼬리가 의미하는 것은 일종의 트렌드다. 남들이 좋다면 너도나도 소유하고자 하는 물건 같은 거다. 그런데 유행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급기야는 꼬리가 없는 포드가 스타가 된다. 당신 말대로 <시티즌 독>은 그것을 긍정한다. 포드는 내게 이상형의 인간이다. 그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런 인간에게는 꼬리가 돋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그의 세계는 보존된다. 홀로코스트 속에서도 한줌의 행복을 찾는 것이 인간 아닌가. -<검은 호랑이의 눈물>이 전형적인 비극적 엔딩이었다면 <시티즌 독>은 비전형적인 해피 엔딩이다. =실제로도 해피 엔딩이라고 하기 어렵다.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아갈 것을 인정한 셈이니까. -<검은 호랑이의 눈물>은 한줄로 이어지는 전형적 줄거리를 갖고 있는데, <시티즌 독>은 다양한 캐릭터의 에피소드들이 사슬처럼 사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부인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들었는데 이야기에 살을 붙여간 과정이 궁금하다. =방콕을 조롱하는 유머들을 먼저 구상한 다음 그들을 사랑이라는 한줄의 주제로 꿴 결과가 <시티즌 독>이다. 내용은 러닝타임에 맞추기 위한 생략을 제외하면 엔딩을 포함해 원작소설에 충실하다. -짧은 출장이었지만 현세에 집착하지 않는 타이 사람들의 심성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것은 너무 찾아 헤매면 도망간다. 그러나 찾기를 멈추면 먼저 찾아오기도 한다”는 <시티즌 독>의 슬로건은 타이 특유의 사고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은 일상생활에서 나온 이야기다. 어떤 물건을 쓰려고 찾으면 절대로 나타나지 않다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불쑥 눈에 보이는 일이 있지 않나? 하지만 타이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말해도 좋다. 타이는 농경사회이기 때문에 씨를 뿌리고 수확의 때를 기다리는 문화를 갖고 있다. 서둘러도 소용없는 것이다. -<검은 호랑이의 눈물>은 마치 영화를 모방한 극장 간판 그림을 다시 모방한 듯한 영화였다. 위시트 사사나티앙의 영화라 하면 독특한 팔레트부터 떠오른다. 나비파 화가인 고갱이나 보나르의 그림 같은 색감이다. 전작과 <시티즌 독>의 색채를 내는 기술적 과정에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 =색채 구조는 타이 전통 민간 예술에서 색의 영감을 받았다. 보통의 타이 사람들은 예술적 지식이 없어서 쓸 수 있는 가장 많은 가짓수의 색깔을 쓰곤 한다. 시골의 극장 간판이 예다. 글씨 한자에 27가지 색깔을 쓰기도 하는데, 그런 색의 조화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기술적으로 <검은 호랑이의 눈물>은 CG를 쓰지 않고 옛날 영화의 촬영기법을 그대로 시도했다. 반면 <시티즌 독>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했다. 텔레시네(필름을 비디오로 전환하는 작업)를 떠서 색을 일일이 보정하는 과정을 ‘포스트 방콕’(칸타나 스튜디오의 후반작업 전문회사)에서 했다. -색 보정뿐 아니라 <시티즌 독>에는 인형 애니메이션, 초점거리가 다른 렌즈, 소도구 등을 동원해 다채로운 시도를 했다. 혹시 4년에 한번 영화를 만들다보니 축적된 아이디어를 한번에 쏟아낸 건 아닌가. =(웃음) 그보다는 원작소설의 비현실적 에피소드에 충실하려다보니 동원된 기법들이다.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이 <시티즌 독>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타이 감독들은 동료의 작품에서 제작자 역을 맡는 일도 드물지 않다. 동세대 감독과 서로의 창작에 영향을 끼치는 커뮤니티가 존재하나. =펜엑 라타나루앙, 지라 말리쿤, 용유스 통큰턴, 논지 니미부트르 등 4∼5명의 감독과 가깝고 술자리도 자주 한다. 필름 팩토리에서 함께 일하는 펜엑은 사무실이 바로 여기 위층이다. 그는 목소리가 좋아서 내 영화뿐 아니라 많은 CF에서 내레이션으로 올리는 수입이 짭짤하다. “하이네켄” 이렇게 딱 한마디해서. 물론 부럽다. (웃음) -당신의 영화를 포함한 일련의 타이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개인이나 제도와 빚는 갈등을 끝까지 밀어붙여 상대를 파괴하거나 자신을 파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달관이나 포용의 대단원이 많다. 반면 대부분의 할리우드영화나 한국영화는 적을 부수거나 자폭하는 길을 간다. 피상적인 연상이지만, 타이 국민에게 피식민지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어떤 흔적을 남긴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역사적 경험 차이가 아시아 각국 영화에 차이를 남겼을 거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타이는 식민 지배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 욕구를 치열하게 표출하고 끝까지 싸우는 의지가 엷다. 또 농경사회인데다가 천혜의 환경이라 논에는 항상 벼가 풍성하고 물속에는 물고기가 그득해 굶주림을 경험하지 않았다. 게으르다기보다 “더이상 바랄 게 있나?” 하는 안분지족의 심성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