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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소녀의재림/작별/낙타(들)/둘하나섹스/파워퍼프걸/버추얼웨폰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중국집 만리장성의 배달소년 주, 어느 날 성냥팔이 소녀에게 라이터 하나를 사서 라이터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건다. “성소 재림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원하시면 1번을….” 주는 1번을 누르고 성소 재림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성소의 사랑을 얻고 동화처럼 그녀를 얼어죽게 만들어야 승자가 되는 성소 재림 게임, 맨몸으로 플레이어가 된 주는 여기서 붕붕 날아다니며 쌍권총을 쏘는 트랜스젠더 라라를 도와 비련파 악당들로부터 성소를 구한다. 그러나 주를 알지 못하는 성소는 주가 잠든 사이 다시 거리로 나선다(스테이지1 게임 오버). 성소가 시스템을 거부하며 반란을 일으키는 스테이지2, 시스템에 잡힌 성소를 구하는 스테이지3가 이어진다. 장선우 감독, 임은경, 김현성, 김진표, 진싱 출연, CJ엔터테인먼트 배급, 상영시간 125분 김봉석 장선우, 잔치는 끝났다 ★★★ 박평식 한바탕 신명나게 놀았으면 그만이지 웬 설법? ★★★ 심영섭 역사상 가장 비싼, 희대의 해프닝 ★★☆ 유지나 ‘꿈인가, 게임인가, 영화인가?’란 화두 속으로 도망간다.★★☆ 홍성남 지난해 <무사>가 줬던 당혹감 혹은 불만을 다시 갖게 된다.★★★ ■ <작별> 아르헨티나의 두 소녀 메메와 아니따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된다. 게다가 언니 메메는 왼쪽 다리에 부상 후유증이 심하게 남는다. 친척을 찾아 우르과이로 옮겨간 자매는 서로 툴툴거리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친한 사이가 된다. 18살의 메메는 무조건 아이를 갖겠다며 의미없는 섹스에 집착하고 이로부터 상처를 받으면서 점차 담배와 알코올에 중독된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언니 덕분에 9살의 아니따는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한다. 그러나 둘 사이에도 작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에두아르도 미뇨냐 감독, 잉그리드 루비오, 히메나 바론, 프로렌시아 벨토티 출연, 백두대간 수입·배급, 상영시간 110분 김봉석 그래도 삶은 아름다운 것… ★★★☆ 박평식 어둘수록 빛나는 등대불, 다툴수록 다져지는 자매애 ★★★ 심영섭 그녀의 눈물 한 방울에 마음을 헹굽니다 ★★★☆ 유지나 삶이 팍팍할 때 보면 위안이 되는 영화 ★★★☆ ■ <낙타(들)> 40대 초반의 남자, 30대 후반의 여자가 서해안의 포구로 여행을 떠난다. 월곶이라는 곳에 도착한 둘은 저녁을 먹고 한적한 시간을 보낸다. 서로의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도 한다. 노래방에 도착한 두 사람은 노래를 부르다가 어색하게 입을 맞춘다. 모텔에 들어간 뒤 남녀는 성급하게 관계를 맺고 야식을 먹으며 지난 시간을 이야기한다. 학창 시절에 관한 추억들이다. 남자는 우리가 좀더 나이가 어렸을 때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고 묻는다. 아침이 오고 남녀는 모텔에서 나와 다시 식당으로 향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박기용 감독, 이대연, 박명신 출연, 상영시간 91분 홍성남 어색한 친밀감, 친근한 이물감이 두통을 불러오는 영화 ★★★★ ■ <둘 하나 섹스> <서른, 현대의 순교>라는 소제목이 붙은 전반부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 섹스만 하자”고 말하는 서른살 남자와 여자가 주인공. 자동차와 옷과 돈을 훔쳐 달아나지만 돈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다. 둘은 남은 돈을 다 쓸 때까지만 살기로 한다. <열아홉, 풍자가 아니면 해탈>이라는 소제목을 붙인 후반부는 열아홉 소년 둘과 한 소녀가 등장한다. 어떤 여자의 집에 들어가 돈과 보석을 훔친 그들은 도주하다 형사와 마주친다. 이지상 감독, 서정, 김중기, 조형일, 장미루 출연, 인디스토리 배급, 상영시간 74분 박평식 그들의 맹렬한 행위와 김수영 시인은 아무 상관이 없다 ★★☆ ■ <파워퍼프걸> 바람 잘 날이 없는 도시 타운스빌의 과학자 유토늄 교수는 설탕과 향신료, 그리고 온갖 좋은 것들을 넣어 아주 예쁜 꼬마들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실수로 케미컬X가 이 속에 떨어지면서 엄청난 힘을 가진 세명의 소녀가 탄생한다. 유토늄 교수에 의해 블로섬, 버블, 버터컵으로 이름지어진 이들 파워퍼프걸들은 학교에 간 첫날 자신의 막강한 힘을 제어하지도 못하고 온 도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타운스빌의 사람들로부터 지탄받게 된 이 철부지 소녀들은 돌연변이 악당 조조의 꾐에 넘어가 본의 아니게 지구 파괴계획을 돕게 된다. 크레이그 매크라겐 감독, 캐시 캐버디니, 타라 스트롱, 엘리자베스 데일리 목소리 출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수입·배급, 상영시간 80분 유지나 이제 소녀들이 지구를 지킨다 ★★★ ■ <버추얼 웨폰> 란과 아군은 부모가 살해당한 뒤 킬러로 성장한 자매다. 우연히 예전에 사랑했던 옌을 만난 란은 평범한 행복을 찾기로 결심하지만, 범죄증거를 없애기 위해 란을 제거하려는 컴퓨터 재벌의 음모에 희생되고 만다. 홀로 남겨진 아군. 그녀는 자신들의 뒤를 쫓던 형사 홍과 손을 잡고, 아버지가 남긴 인공위성 프로그램 ‘월드 파노라마’를 무기삼아 언니의 복수를 준비한다. 원규 감독, 서기, 조미, 막문위 출연,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수입·배급, 상영시간 110분 김봉석 어쨌건 여성들의 액션은 멋지다 ★★★ 박평식 요즘 홍콩영화는 ‘기름 쏟고 깨 줍는’ 꼴 ★★☆

이 영화가 궁금하다1 -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여보 나, 실은 게이야." 이 고백은 <제리 스프링거 쇼>의 헤드라인이 아니다. <세이프> <벨벳 골드마인>으로 뉴 퀴어 시네마의 꽃을 피운 토드 헤인즈의 신작 <파 프롬 헤븐>이 재현한 티끌 한점 없이 청결한 1950년대 코네티컷 상류층의 세계, 40, 50년대 할리우드를 풍미한 멜로드라마의 무대에 첫 번째 균열이 날카롭게 그어지는 소리다. 울긋불긋한 가을나무 밑으로 파란 자동차가 미끄러져 들어오면 허리를 졸라맨 완벽한 차림의 단정한 주부가 내린다. 캐시 휘태커(줄리언 무어)는 코네티컷 하트포드 일대에서 칭송받는 모범 주부. 그녀와 성공한 남편(데니스 퀘이드), 사랑스런 두 아이의 가족사진은 너무나 완벽한 나머지, 지방 신문기자가 취재를 올 지경이다. 정원사와 대화하는 캐시를 본 기자는 놓칠세라 펜을 달린다. "휘태커 부인은 (심지어)'니그로'에게도 친절하다." 그러나 캐시의 퍼펙트 월드는, 남편의 야근이 실은 다른 남자와의 데이트였다는 발견한 어느 밤 산산이 부서진다. 휘태커 부부는 전기충격 요법을 포함한 정신병 클리닉에 다니기로 하지만 사태는 나아지지 않는다. 비명도 지를 수 없는 고통으로 신음하던 캐시는 사려깊은 흑인 정원사 레이몬드에게서 위안과 애정을 느끼지만 낌새를 챈 이웃은 야수처럼 분노하고 급기야 레이몬드의 어린 딸이 린치를 당한다. 소중히 가꾸어온 울타리가 감옥으로 변하고 캐시에게도 클래식 여성영화의 모든 히로인을 포획한 희생의 법칙이 적용된다. 평생 욕망해온 모든 것을 버리고 버림받는 순간에야 캐시는 목소리를 얻는다. 더글러스 서크, 킹 비도 등의 작가가 대표하는 고전기 할리우드 멜로드라마는, 당대 여성의 사회적 좌절을 거짓된 판타지로 위로하고, 희생을 찬미해 현실을 수용하게 만드는 반동적 장르로 한때 미움받았다. 그러나 훗날의 관객은 불행의 스펙터클에 도취된 이 영화들이 정열을 기울인 표현주의적 의상과 세트, 촬영, 음악이 등장인물이 입으로 하는 말과는 다른 욕망을 호소하고 있음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런데 21세기 영화 <파 프롬 헤븐>은 테크니컬러에 전신을 담그고 내러티브와 캐릭터, 시각적 연출에서 <바람 위에 쓰다> <슬픔은 그대 가슴에> <천국이 허락하는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본뜨면서도 고전 멜로드라마에서 침묵과 암시에 꽁꽁 묶여 있던 오래된 슬픔과 갈등을 관객의 얼굴에 곧장 들이댄다. 여기서 동성애는 노골적으로 질병으로 불리고 '니그로'라는 호칭이 쓰이며 사랑스런 여인 캐시는 계급, 섹슈얼리티, 인종차별이 삼중으로 겹친 철조망 위에 잔인하게 비끄러매진다. 그러나 <파 프롬 헤븐>은 의도된 아이러니도, <플레젠트빌> 같은 조크도 아니다. 게이 커뮤니티 관객을 위한 소수자의 향연도 아니다. 토드 헤인즈의 인물들은 비웃음이 아니라 진지한 공감을 구하며 심각하게 사랑하고 괴로워한다. 그래서 영화 도입부에서 어린 딸이 거울 앞의 마네킹 같은 캐시에게 "커서 엄마 같은 여자가 될래요"라고 말할 때 실소했던 관객은 영화 말미에 가면 소녀의 소망에 공감하게 된다. <파 프롬 헤븐>은 장르의 훈련된 감식자인 퀴어 감독이 많은 것을 말했으나 충분히 말하지 않았던 고전 멜로드라마에 대한 애증을 실어 완수한 우아한 복수다.베니스=김혜리 vermeer@hani.co.kr 토드 헤인즈, 줄리언 무어 인터뷰"연약하고 결국 패배하는, 우리같은 사람들 얘기" 어떻게 이 영화를 시작했나. 토드 헤인즈(이하 헤인즈) = <파 프롬 헤븐>의 스타일은 크나큰 애정의 산물이다. 50년대 위대한 멜로드라마에 대한 나의 사랑에서 나왔다. 줄리언 무어(이하 무어) = 시나리오가 너무 아름답게 쓰여져 나로서는 쉬웠다. 토드 헤인즈는 이미지와 대사에 똑같이 천재적 재능을 지닌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감독이다. 그가 나를 위해 뭘 썼다는 전화를 받은 순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장 팩스로 받은 각본을 헬스클럽 가는 차 안에서 읽고 나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1950년대의 영화와 사회로 완전히 들어가, 현대사회에 대한 정확한 코멘트를 던지는 영화다. 헤인즈 = 1950년대의 멜로영화들 역시 섹슈얼리티와 인종문제에 대해 발언했다. 결코 소리내지 않으면서. 백인으로 통하는 외모의 흑인 여성이 등장하는 더글러스 서크의 <슬픔은 그대 가슴에>는 (정체성을 숨긴 소수자에 관한) 의미심장한 스토리다. 더글러스 서크가 스타로 만든 게이 배우 록 허드슨의 연기는 다른 독법으로 볼 때 새로운 의미와 욕구를 드러낸다. 인종과 섹슈얼리티의 두 위기 틈새에 수동적으로 낀 캐시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은 선정적이고 도전적인 선택이었다. 캐시 역을 연기하며 클래식 여배우 중 모델로 삼은 이가 있었나. 무어 = 헤어스타일은 라나 터너를 땄고 목소리는 다정하면서도 나직나직한 도리스 데이의 음색에서 영감을 얻었다. 고전 멜로드라마로 복귀하면서 장르에 대한 코멘트를 겸했는데. 헤인즈 = 이 영화를 멜로드라마 장르에 대한 나의 앙갚음이라 불러도 좋다.(웃음) 옛날 멜로드라마들은 이제 와서 보면 사람이 진실로 느끼는 감정을 말하는 데 대담하며 급진적이며 오늘날에 와서도 슬픈 이야기다. 그 주인공들은 영웅적이지 않으며 연약하고 결국 패배한다. 우리 중 대다수처럼. 9·11 사태의 여파는 없었나.(토드 헤인즈와 제작자 크리스틴 바천은 뉴욕의 영화인들이며 <파 프롬 헤븐>은 뉴저지 부근에서 촬영됐다.) 무어 = 나중에 영화를 보고 영화 속 캐시가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얼마나 자주 미소짓는지 깨닫고 놀랐다. 그때 그들은 얼마나 낙천적이었고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나. 그러나 캐시는 모든 일을 겪은 뒤 현실을 인식한다. 9·11 이후 한때 미국사회가 가졌던 낙천성은 사라졌다. 그러나 유럽이 그랬듯 미국 역시 경험을 통해 거짓된 환상을 버리고 진실을 앎으로써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플레이 스테이션 2로 즐기는 게임 7편(1)

떠들썩한 차례가 끝나고 의외로 시간이 안 가는 명절 오후다. 게으름이 죄인지라 미리미리 영화 예매는 못 해놓았고, 믿었던 비디오 가게마저 <소림축구>나 <반지의 제왕>은 앞에 앞에 앞 사람에게 벌써 빌려준지 오래다. 올해도 찾아온 <씨네21> 명절맞이 게임 특집, 슬슬 식상할 때도 되었지만 다행히 <플레이 스테이션2>가 정식 발매되었다. TV에 연결해서 쓰는 것이니 비디오나 마찬가지, 게임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도 어색해할 필요 없다. TV의 AV단자와 플레이 스테이션을 연결하면 준비 완료다. AV 케이블이 아닌 S단자나 DVD 케이블이 있다면 더욱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다. 케이스 1 : 온 가족이 모여앉아 리모콘을 꼭 움켜쥐고 졸고 있는 경우 명절이다. 싫으나 좋으나 오늘 하루는 엉덩이 붙이고 버텨야 한다. 다행히 아침부터 술에 취해 인생에 대해 한 수 가르치려들던 막내 삼촌은 곯아떨어졌다. 지지리도 재미없는 프로만 하는 TV에 지친 당신, 아직 끄지 말고 DVD 모드로 돌려보자. <모두의 골프3>SCE 개발/ SCEK 유통 실제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듯한 사실적 느낌보다는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우선한 골프 게임. 게임을 해본 적이 없고 골프에 대해 아는 게 없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머리통은 크고 다리는 짧은데다가 패션 또한 남다른 등장인물들은 행동 역시 코미디가 따로 없다. 얼핏 보기에는 엉성해 보이지만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골프의 묘미를 잘 살린 시스템으로 정평 있는 게임이다. 코스의 특징, 날씨와 바람을 잘 파악해 클럽 종류와 구질을 정한 후 스윙 타이밍을 잘 맞춰줘야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 게임 시스템이 심플하다 보니 진행도 빨라서 18홀을 도는데 2, 30분이면 충분한 것도 장점이다. 누군가 벙커에 빠지거나 헛스윙을 했을 때 너무 노골적으로 기뻐하지 말고 표정관리에는 신경써야 할 것이다. <기타루맨>코에이 개발/ 코에이 코리아 유통 음악에 따라 버튼을 눌러주는 이른바 리듬 액션 게임. 일본의 유명 캐릭터 디자이너 미쓰루의 일러스트를 내세웠다. 원작은 2D지만 3D로도 느낌을 잘 살렸다. 게임 플레이는 전형적인 버튼 액션을 따른다. 화면에 뜨는 표시에 맞춰 정확한 순간 버튼을 누른다. 눈으로만 보며 따라해서는 타이밍을 잡기 힘들고, 음악을 들으며 리듬을 타야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 난이도가 조금 높은 게 단점이지만, 캐릭터가 귀여운데다가 화면이 화려하고 음악이 경쾌해서 나이에 상관없이 온가족이 즐기기 좋다. 성의있는 한글화도 눈에 띤다. 케이스 2 : 마음맞는 친구들끼리 모처럼 여유있는 한때, 그런데 갈 곳이 없고 할 일도 없는 경우 사연이야 가지각색이지만 어찌어찌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명절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길에는 사람들 천지지만 영화관 빼고는 문 연 가게도 별로 없다. 대낮부터 술이나 퍼마시며 칙칙하게 추석을 보낼 것인가? 서브 케이스 1 : 명절은 정말 싫다. 평소엔 관심도 없으면서 이럴 때만 언제쯤 국수 먹여 줄거냐고 집요하게 묻는 친척들. 차례 끝나자마자 줄행랑을 놓아 비슷한 처지의 동지들끼리 뭉쳤다. 이번에는 조금 화끈하게, 아버지나 조카와는 같이 못 할 게임들이다. <아머드 코어3>프롬소프트 개발/ YBM 시사 닷컴 유통 <아머드 코어>는 플레이 스테이션 뿐만 아니라 모든 비디오 게임기를 통틀어 메크 액션 게임 중 최고로 꼽히는 게임이다. 이 시리즈의 최신작 <아머드 코어 3>가 한글화되어 발매되었다.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다. 플레이어는 레이븐의 로봇 '아머드 코어'에 탑승하는 용병으로 활약한다. 용병답게 철저하게 레벨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처음에는 댓가를 얼마 받지 못하는 쉬운 일부터 해야하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 아머드 코어를 개량하다 보면 플레이어에 대한 평가 역시 올라간다. 전투도 물론 재미있지만 기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 자체가 더 즐겁다. 다양한 파츠와 부품을 선택하고 결합해 수백 가지 조합으로 자신만의 아머드 코어를 만들어간다. 직접 도안한 자신만의 엠블렘을 박아넣을 수도 있다. 멀티 플레이가 가능해서 각자 키운 로봇으로 친구와 대결을 벌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나치게 열을 올린 나머지 패드를 내팽개치고 진검 대결에 들어가는 불상사가 있을 수는 있지만, 지루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재패니메이션 DVD 베스트7(1)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에게.요즘은 기쁘고도 슬픈 시절이다.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DVD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어릴 때 본 추억의 만화영화부터 최신 애니메이션까지. 1지역이나 2지역에 비해서 손색이 없는, 때로는 더 알찬 애니메이션 DVD를 모두 사자니 지갑이 비어버리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좋아하는 작품은 당연히 DVD를 산다는 애니메이션 매니아의 요구에 걸맞게 타이틀의 질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곧 애니메이션 업계의 메이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대원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중심으로 DVD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앞으로는 더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DVD로 나올 것이다. 걸작 중심으로 출시될 것이 뻔한데 그걸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미 출시된 애니메이션 DVD들 역시 한번 보고 잊어버리기에는 너무나 가슴아픈 명작들이다. <자이안트 로보>이마가와 야스히로 감독/DVD 애니 <철인 28호> <바벨 2세>로 유명한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원작만화를 OVA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67년 발표된 원작 만화를 토대로 1992년 1편이 발매된 이후 해마다 한 편꼴로 나왔다. 오랜 기간 준비하고, 한편을 만들 때마다 충분한 시간을 두었기에 편이 거듭될수록 질이 떨어지기 일쑤인 타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1편부터 마지막까지 한번에 제작된 듯 안정된 퀄리티를 보여준다. 모든 에너지가 시즈마 드라이브로 대체된 미래 세계. '지구가 정지한 날'이란 부제대로 빅 파이어단은 모든 시즈마 드라이브를 정지시키고 지구를 암흑으로 몰아넣는다. 빅 파이어단의 음모를 저지하려는 세계 경찰기구요원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왕년의 로봇물과 괴수영화의 장점인 요소들을 전면에 부각시켰다'는 감독의 말처럼 <자이안트 로보>는 화끈하게 몰아붙인다. 악당이 있고, 그것을 저지하는 정의의 편이 있다는 설정은 간단하지만 모든 것을 극한까지 몰고 간다. <자이안트 로보>는 아동보다는 성인들을 위한 작품이다. 세계를 정복하려는 빅 파이어단의 목적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희대의 악인처럼 묘사되던 폰 포글러 박사의 캐릭터도 후반부로 갈수록 전혀 다르게 그려진다. <자이안트 로보>의 선과 악은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이 정도는 요즘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보편적인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이안트 로보>의 성인 취향은 복고풍의 스타일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자이언트 로보>의 많은 등장인물 중에는 유난히 중국 옷을 입은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렸던 <수호전>과 여타 만화의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흑선풍, 청면수 등 낯익은 이름이 마구 튀어나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바벨 2세>의 로뎀과 로프로스 등도 등장한다. 빅 파이어단과 요원들의 싸움은 무협지를 방불케 하는 휘황한 대결로 전개된다. 자이안트 로보가 다른 거대 로봇들과 싸우는 것도 <마징가 Z>에 익숙한 성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요즘의 합체로봇도 멋있지만, 육중한 거대 로봇들이 둔탁하게 벌이는 싸움은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작화의 퀄리티를 한껏 올려 성인의 눈높이에도 맞추는 한편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음악으로 성인의 감성을 자극한다. <자이안트 로보>의 모든 것들은 단 하나 '열혈'에 맞추어져 있다. 모든 캐릭터는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고, 대의를 위하여 목숨을 건다. 엄청나게 심각하고 '열혈'의 극한까지 밀어붙이지만 '과장과 왜곡'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이는 작품. 아무것도 아닌데 묘하게 피를 끓게 하는 그 '과장과 왜곡'이, 이상하게도 작품의 진정성으로 느껴지는 놀랄 만한 경험을 <자이안트 로보>는 던져준다. <자이안트 로보>는 유행이 지난 듯한 캐릭터, 이야기, 정서 등을 한데 모아 전혀 새로운 느낌의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다. 일어, 영어, 한국어 더빙이 모두 지원된다. 국내 방영이 된 적이 없기 때문에 한국어 더빙은 이번에 녹음된 것이다. 음성 믹스용 임시 영상이나 자이안트 로보 배틀 토크 '마에스트로들이 G를 말한다' 등의 스페셜 피쳐도 풍부하다. <카우보이 비밥>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 DVD애니 프로듀서인 미나미는 <카우보이 비밥>에 대해 "간단히 말해서 네 사람과 한 마리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우주선 비밥호에서 기거하는 스파이크와 제트, 페이와 에드 그리고 아인. 전직 경찰인 제트는 한쪽 팔을 기계손으로 대체한 후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한다. 스파이크는 한때 폭력조직의 일원이었지만, 연인 줄리아와 함께 도망치려다가 동료 비셔스의 공격을 받고 겨우 살아난다. 스파이크는 몽키 펀치 원작의 <루팡 3세>와 마카로니 웨스턴의 주인공을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캐릭터다. 페이는 냉동캡슐에서 깨어나 과거의 기억이 없다. 충동적이고, 도박을 좋아하고, 틈만 나면 돈을 훔쳐 달아나거나 목표물을 가로채는 여인. 천재적인 해커 에드는 역시 천재적인 지능을 가진 개 아인과 동등한 파트너쉽을 자랑한다. 먹을 때도, 잘 때도, 놀 때도 에드와 아인은 늘 함께다. <카우보이 비밥>은 2071년을 배경으로, 스파이크 일행이 현상금 걸린 범인들을 잡는 에피소드의 연결이다. 에피소드마다 모두가, 혹은 어느 하나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해결한다. 아무 의미 없을 것 같은 희극적인 에피소드들도 가끔 끼어들면서, <카우보이 비밥>은 각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조금씩 드러내고 그들의 가슴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비밥호의 사람들은 저마다 상처를 지니고, 미래 없는 현재를 살아간다. 그들이 모이게 된 것도 우연일 뿐이다. 그러나 각자 따로 노는 것만 같던 그들은 어느 순간에 이미 '가족'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서로 질긴 끈으로 엮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다시 각자 떠나간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 자신의 길을 향하여. 우리들의 삶처럼, <카우보이 비밥>은 다사다난하면서도 무료하다. 격렬하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증오하면서도, 모든 것이 한순간에 시들해지기도 한다. 인생은 무거우면서도 바람 같은 것이다. 명확한 결말이 지어지기보다는, 그냥 시간의 흐름에 맡겨진다. 이런 것들이 <카우보이 비밥>이 말하는 것이다. 결말이 분명하지도 않고, 악당들의 행방도 때로 묘연해지고 분명한 이유 없이 만남과 헤어짐이 이루어진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시간들 속으로 네 사람과 한 마리가 달려간다. 작화와 액션, 연출은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상급이다. DVD 한 장에 3개씩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마지막 1장의 디스크에 셔플이 담길 예정이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영화음악 스탭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1)

조성우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봄날은 간다> 등 영화음악 ① <블레이드 러너> (감독 리들리 스콧/ 음악 반젤리스) <블레이드 러너>는 영화음악을 기능의 수준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킨, 즉 영화음악이라고 하는 것에 음악적인 스타일을 창조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전자음악, 클래식 악기, 대중악기를 한데 모아 아주 이상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만들어냄으로써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은 오케스트라 악기들을 팝에 쓰는 경우가 보편적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팀퍼니 같은 클래식 타악기를 영화음악에 사용한다는 것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훌륭한 영화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즉 리들리 스콧의 상상력이 없이는 나오기 힘든 음악이란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영화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감독 빔 벤더스/ 음악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음악이 주연인 영화. 아프로쿠반 음악을 세계적으로 알렸던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감독 시드니 폴락/ 음악 존 배리) 존 배리의 영화음악 중 가장 베스트다. 그의 장기이기도 한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이용, 휘몰아치는 듯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음악. <플란다스의 개>(감독 봉준호/ 음악 조성우) 이 영화의 영화음악 작업은 하나의 음악적인 이벤트에 가까웠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이 이 영화를 위해 다 모였다. <꽃잎>(감독 장선우/ 음악 원일) 아쟁 같은 전통악기를 이용해서 독특하고 새로운 음색의 창조를 이뤄냈던 독특한 영화음악. 이동준 <은행나무 침대> 등 영화음악 ① <싸이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음악 버나드 허만) 버나드 허만의 손에서 창조된 <싸이코>의 영화음악은 영화음악에 대한 사고의 범위를 넓혀준 작품이며 영화음악의 전환점 중 하나로 기억될 만하다. <현기증>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등부터 히치콕과 작업해왔던 버나드 허만은 재능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싸이코>에서는 현악기 편성만으로 구사한 화성을 이용하여 심리적으로 죄어오는 상황 등을 소름돋게 묘사하는 등 음악적으로 매우 신선한 시도를 보였다. 영화 속에서 영화음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훌륭히 보여주는 작품. 히치콕과 불화 끝에 할리우드를 떠난 버나드 허만은 공백기간 중 클래식음악을 작곡하며 지내다가 <택시 드라이버>로 다시 복귀했는데 그 영화의 개봉을 몇 시간 앞두고 운명을 달리했다. ② <워터프론트>(감독 엘리아 카잔/ 음악 레너드 번스타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로 알려져 있지만 작곡가로서 레너드 번스타인의 재능은 <워터프론트>에서 드러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모니, 기법, 구성면에서 훌륭한 현대음악이자 (영화음악적으로) 숨겨져 있는 수작. ③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감독 엘리아 카잔/ 음악 알렉스 노스) 재즈적인 요소와 현대음악적 요소 그리고 영화의 빛깔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영화. ④ <가위손>(감독 팀 버튼/ 음악 대니 엘프먼) 대니 엘프먼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 영화. 동화적이고 전설적이면서 지극히 감성적인 음악, 보편적이지 않으면서도 보편적인, 묘한 영화. ⑤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음악 니콜라 피오바니) '음악은 아름다워!', 주제를 음악으로 대변한다. 이재진 <박하사탕> <파이란> <오아시스> 등 영화음악 ① <혹성탈출>(감독 프랭클린 J. 샤프너/ 음악 제리 골드스미스) 내가 영화음악을 작곡할 때 가장 의미를 두는 것은 영화 속 주인공의 귀에서 들리는 음악이다. 제리 골드스미스는 바로 그 점을 직시한다. 영화 속 주인공 조지의 귀에는 바로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말도 되지 않는 상황 자체가 의심스럽고 이상하고, 정리가 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과연 그런 주인공의 감정을 현재 대중적인 음계와 악기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현대음악적 기법 중 하나인 시리얼리즘(Serialism)을 통해 그의 귓가에서 들리는 기이한 소리를 포착했고, 더불어 악기를 악기로서가 아닌 소리로서 사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혹성탈출>은 그의 실험적인 음악적 깊이를 느낄 수 있고 그것이 <혹성탈출>을 완성짓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② <싸이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음악 버나드 허만) 현악기만으로 이뤄진 오케스트라와 리듬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영화음악 사상 가장 뛰어난 스릴러 영화음악을 만들어냈다. ③ <원초적 본능>(감독 폴 버호벤/ 음악 제리 골드스미스) 안개처럼 뿌연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하나의 테마를 통해 전부 받아들인 뛰어난 영화음악. 그것이 영화 어느 부분에 이 메인 타이틀을 가져다붙여 보아도 잘 맞는 이유. ④ <그랑블루>(감독 뤽 베송/ 음악 에릭 세라) 꿈결처럼 자신을 뒤엎는 바다가 있고, 악기를 통해 그 바다에서 함께 노닐던 돌고래의 음성이 들린다. 거대한 푸른 빛, 이것이 에릭 세라가 뤽 베송과 콤비를 이뤄 들려주는 선물. ⑤ <황금 연못>(감독 마크 리델/ 음악 데이브 그루신) 도입부에 화면 가득 보여지는 뉴 햄프셔의 황금 연못. 그 안에서 한가로이 자연을 즐기는 새들과 바람과 하늘이 데이브 그루신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에 의해 고스란히 영화 속에 배어온다. 강기영 (달파란)/ <거짓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영화음악 <미녀 삼총사>(감독 매그, 조셉 맥긴티 니콜/ 음악 에드 셔머) 이것저것 섞은 '짬뽕' 선곡, 그러나 저마다 개성을 가진 음악들이 그 안에 조화를 이루며 무리없이 어울리는 것을 바라보는 즐거움. 현재 미국 블록버스터영화라는 건 어떤 음악이 나와도 '그저 영화음악'으로 느껴질 뿐 영화음악의 크리에이티브한 면을 잘 못 살리고 있다. <미녀 삼총사>의 음악은 거의 선곡 위주에다 그나마 선곡된 음악도 장르도 '왔다갔다' 하는 이상한 영화음악지만 기존의 음악을 어떻게 배치하는가에 따라 매우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시킨다. 지극히 현대적이고 상업적이고, 음악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무난했고 재밌게 다가왔다. <스내치>(감독 가이 리치/ 음악 존 머피) 음악 자체로서의 저마다 특징과 색깔을 가지면서도 영화음악으로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감독 조엘 코언/ 음악 카터 버웰) 지극히 미국적인 한편 무국적의 느낌. 베토벤의 <월광>을 테마로 한 심플한 변주. <레퀴엠>(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음악 클린트 맨셀) 현대적이면서 '현재적'인. 뉴욕의 공기와 우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음악 히사이시 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등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히사이시 조의 음악. 할리우드 냄새가 많이 나긴 하지만 결코 일본인의 감성을 잃지 않는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2)

이미지 대표작 <하루> <킬러들의 수다> ① 브라질(감독 테리 길리엄/ 프로덕션디자인 노만 가우드) 내가 영화미술을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미술이 그 영화의 컨셉을 서포트하는가, 또는 앞서서 끌고 나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분명 이 영화보다 미래의 생활모습을 더 뛰어난 시각적 효과로 보여준 많은 작품들이 있음을 나 역시 인정한다. 그러나, 장면장면에서 테리 길리엄은 우리에게 위트와 재치, 그리고 진지한 사고가 듬뿍 칠해진 그만의 상상력으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촌스러운 느낌과 세트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고전적인 디자인 언어를 현재에 사용하여 지나친 개인주의 성향, 도시를 탈출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허구와 과장의 욕구를 모든 공간의 시각적 표현에 의해 느껴지도록 한다. ②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 프로덕션디자이너 로렌스 G. 폴) 더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할 불멸의 걸작. 스토리와 주제가 모든 장면의 미술과 일체감을 보여준다. ③ 위험한 관계(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프로덕션디자이너 스튜어트 크레그) 역사물의 장대한 스케일의 위대함을 택할 수 없었던 저예산의 사극. 그러나 클로즈업된 공간과 소품의 디테일의 화려함으로 원근감의 매력을 누른 수작이다. ④ 천국보다 아름다운(감독 빈센트 워드/ 프로덕션디자이너 유제니오 자네티) 현실과 회화의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어린 시절 꿈꾸었을 듯한 그림책의 한 장면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영상미학을 성인의 감성으로 경험할 수 있다. 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미술 레자 나미) 주인공이 처해 있는 심리적인 상황의 압박감을 세트가 아닌 훌륭한 로케이션 스카우트로 잘 표현하고 있다. 뛰어난 로케이션은 또 다른 개념의 영화미술임을 보여주는 리얼리즘적 시각이 잘 반영된 영화. 류성희 대표작 <꽃섬> <피도 눈물도 없이> ① 순응자(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프로덕션디자인 페르디난도 스카르피오티) 이 영화의 비주얼은 독창적이고, 용감하고, 우아하다. 이 섞이기 어려운 세 가지 퀄리티는 이후로 내가 가장 동경하고 도전하고 싶은 미술적 조합의 그 무엇이 되어버렸다. 연출, 촬영, 미술의 진정한 협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예. 촬영과 미술은 그 색과 톤, 콘트라스트, 상황에 따른 이상한 앵글과 프레임 등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동원하여 상징적으로, 때로 직관적으로 시나리오 상에서 드러나지 않는 요소들을 완벽히 가시화하였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주인공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과 역사를 대사가 아닌 어떠한 느낌과 정서로써 아주 가깝게 이해하게 된다. 심지어는 주인공이 깨닫지 못하는 어떠한 뉘앙스까지도 비주얼을 통해 느끼게 된다. 텍스트적 한계를 뛰어넘는, 영화만이 이를 수 있는 곳에 이르는 그러한 영화들 중 하나이다. ② 거울(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프로덕션디자인 니콜라이 드비굽스키) 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길을 잃거나 혼란스러울 때 이 영화들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③ 파이트 클럽(감독 데이비드 핀처/ 프로덕션디자인 알렉스 맥도웰)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느끼게 해주며, 그의 작품들을 보게 될 날을 기다리는 것이 인생의 낙 중 하나이다. 비주얼로 사고하며 유희하는 감독. ④ 밀러스 크로싱(감독 코언 형제/ 프로덕션디자인 데니스 가스너) 시대극이 가지는 모든 화려한 디테일과 전형성을 거부하고 미니멀하고 심플하다. 군더더기가 없고, 강력하며, 소박한 듯하지만 세련되기도 하다. 게다가 때때로 위트있기까지 하다. ⑤ 샤이닝(감독 스탠리 큐브릭/ 프로덕션디자인 로이 워커) 호러영화 중 단연코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영화. 신보경 대표작 <접속> <찜> ① 욕망(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아트디렉터 아셰톤 고튼) <욕망>은 눈으로 본 것과 카메라로 찍힌 것 사이에서 진실을 추적해가는 구조의 영화로, 카메라에 찍힌 것이 과연 사실이냐 허구냐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난해한 화두에 걸맞게 전체적인 미술의 컨셉은 포스트모던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데, 난삽하거나 산만하거나 얽매어 있지 않으면서도, 묘한 느낌을 준다. 주인공이 작업하는 암실장면이나 추적의 과정들, 사진이 놓여지는 이미지들, 마지막 마임장면들이 특히 강렬하게 남아 있다. 전체적으로 미술이 연출과 잘 어우러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②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 프로덕션디자이너 로렌스 G. 폴) 보이지 않고 알지 못하는 어떤 세계의 표현에서, 언제나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영화. ③ 중앙역(감독 월터 살레스/ 프로덕션디자이너 카시오 아마란테) 도드라지진 않지만, 정확한 미적 배치가 이뤄진 작품. 이조백자처럼. ④ 화양연화(감독 왕가위/ 프로덕션디자인 장숙평) 미술과 음악이 하나된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색감과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 있는, 흔치 않은 영화. 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감독 스탠리 큐브릭/ 프로덕션디자인 켄 애덤) 수평, 수직의 구도감이 독특한 작품. 모양새나 구조의 느낌이 감독이 감춰둔 또 다른 상징으로 보인다. 오상만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빅터 플레밍/ 프로덕션디자인 윌리엄 카메론 멘지에즈) 남북전쟁 즈음 미국 남부지역의 자연 풍광과 저택, 의상 등이 너무 아름답게 표현됐다. 영화의 방대한 스케일에 걸맞게 방대하면서도 역사적인 디테일과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이 영화의 세트는, 지금 봐도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영화미술의 교과서라고 부를 만한 작품이다. ② 타이타닉(감독 제임스 카메룬/ 프로덕션디자인 피터 라몬트) 완벽한 고증에 의한 충실한 재현의 예. ③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감독 피터 그리너웨이/ 프로덕션디자인 벤 반 오스) 색채에 의한 공간의 구별이 명확하게 와닿으며, 감독의 의도에 충실한 미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④ 흑수선(감독 배창호/ 프로덕션디자인 강승용) 메시지를 함축시킨 세트만으로 암울한 시대상과 역사가 느껴지는 듯하다. ⑤ 섬(감독 김기덕/ 미술 김기덕) 고립, 외부와의 단절, 엽기적인 이미지의 미술적 표현이 우수하다. 강승용 대표작 <흑수선> <리베라 메> ① 아멜리에(감독 장 피에르 주네/ 프로덕션디자이너 알리네 보네토) 미술이 시나리오를 제대로 소화해낸 작품. 이렇게 시각적으로 강렬한 영화들은 미술이 먼저 눈에 띄어 드라마에 대한 집중도를 흐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오히려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감성과 감정, 느낌을 ‘눈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미술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는 작품. 색감과 질감, 공간에 감정을 담아낸 솜씨, 또한 애니메이션과 콜라주 등 여러 기법들도 감각적이고 독창적이다. 참 부러웠다. 현실과 환상을 접목하는 등 시각적 표현이 힘든 영역까지 아울러, 영화의 퀄리티를 끌어올렸다는 측면에서 <아멜리에>의 미술은 최고다. ②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 프로덕션디자이너 로렌스 G. 폴) 철학적이고 획기적인 드라마의 환경 속에 빠지게 만드는 ‘근거’가 미술이라는 면에서, 이 영화의 미술은 매우 교과서적이다. ③ 흑수선(감독 배창호/ 프로덕션디자인 강승용) 내가 한 작품이지만… 실재하지 않는 시대와 공간을 현실감 있게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④ 땡볕(감독 하명중/ 미술 김영훈) 토속적인 것이 아름다울 수 있고, 미술이 드라마의 희로애락을 담아낼 수 있다는 깨달음. ⑤ 쎄븐(감독 데이비드 핀처/ 프로덕션디자이너 아서 맥스) 조명과 촬영, 미술이 매우 혁신적이었던 작품. 인위적인 표현이 때로 효과적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정리 박은영 cinepark@hani.co.kr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1)

이근아 대표작 <세기말> <인디안 썸머> ① 공각기동대(감독 오시이 마모루/ 프로덕션디자인 와타베 다카쿠) 이 작품이 미친 영향력이란! 사이버 펑크적 근미래의 도시적 이미지의 향연은 이 작품 전의 영화와 이후의 영화를 구분짓게 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 현실과 허구의 구별이 점점 모호해져가는 산업화 단계에서 그 작품의 주제나 철학을 구현하는 가장 적합하고 뛰어난 비주얼(시간과 공간, 시대성)을 표현했다는 측면에서, 또한 이후의 작품들에 끼친 인식론적 측면 못지않은 강력한 비주얼 이미지들의 절대적 영향력- 굳이 특정 장면이나 이미지의 인용을 차치하고라도- 으로 볼 때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② 씨클로(감독 트란 안 훙/ 프로덕션디자인 베누아 바루) 구체제가 남긴 빈곤과 밀려오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혼재된 베트남의 현실을 페인트, 어항, 코피 등 강렬하고 상징적 색채와 이미지로 표현. ③ 화양연화(감독 왕가위/ 프로덕션디자인 장숙평) 불안한 듯 미세한 사랑의 감정, 사라져버린 공간과 시간에 대한 애틋함, 그 정조를 기막히게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이미지로 표현한 장숙평. ④ 바스키아(감독 줄리앙 슈나벨/ 프로덕션디자인 댄 레이) 현대미술의 정취와 바스키아의 예술혼이 매력적인 영화. 한 시대를 풍미한 아티스트들의 스튜디오와 갤러리 순회를 한 기분. ⑤ 집시의 시간(감독 에밀 쿠스투리차/ 프로덕션디자인 밀렌 크레카 크라코빅) 현실과 판타지의 기막힌 조화. 정구호 대표작 <정사> <텔미썸딩> ① 배리 린든(감독 스탠리 큐브릭/ 프로덕션디자인 켄 애덤) 영화미술로 최고라 생각되는 작품. 촬영과 조명이 인공적이지 않고, 분장이나 세트 등이 어우러진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그 시대의 유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세월의 때, 삶이 묻어나는 색감을 실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분장도 그냥 화장이 아니라 얼굴의 윤곽과 뼈대를 살려서 구조적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스틸을 잡았을 때 그것이 회화의 한 장면 같은데,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장면이 몇초간 머물렀다 움직일 때, 마치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저녁 만찬장면의 촛불 조명도, 그 은은한 빛이 주변 사물과 잘 어우러졌다고 기억된다. 어떤 면에선 기록영화 같으면서도, 동세대 예술인이 만든 현대 최고의 미술이라고 생각한다. ② 순수의 시대(감독 마틴 스코시즈/ 프로덕션디자인 단테 페레티) 그 시대 실제 상황보다 더 화려하게 그려졌고, 화려함이 과장된 영화. 그 과장의 정도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튀지 않는다. ③ 가타카(감독 앤드루 니콜/ 프로덕션디자인 얀 로엘프스) 초미니멀 SF영화. 기존의 SF는 대개 기계적인 부분만을 강조했지만, 이 영화의 미술엔 미래의 휴머니즘이 묻어난다. ④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감독 장 피에르 주네/ 프로덕션디자인 장 라바스) 영화라기보다는 연극이고, 영화미술이라기보다는 설치아트적이다. ⑤ 더 셀(감독 타르셈 사인/ 프로덕션디자인 톰 포덴) 설치미술 작품으로 현대영화의 현실과 판타지 속 이미지의 차별화를 보여주는 작품. 김진철 대표작 <고양이를 부탁해> ① 천국보다 아름다운(감독 빈센트 워드/ 프로덕션디자이너 유제니오 자네티) 누구나 한번쯤은 천국과 지옥에 대해 상상을 한다.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이 영화에선 두 세계의 실감나는 대조로 표현하고 있다. 화면에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묻어날 것 같은 총천연색 물감이 섞여가는 모습, 상당히 감각적인 고흐나 모네의 그림 같은, 그리고 간절히 원하는 것이 현실이 되고 아름다움과 평화가 흐르는 천국의 표현들. 반대로 지옥에는 불타는 난파선과 전쟁, 일그러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암흑색의 차갑고 고딕풍의 길과 건물이 그런 느낌을 더한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함과 우울함, 그리고 스펙터클이 놀라운 영화다. 특히 아내가 그린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그래픽은 환상적이다. ② 위대한 유산(감독 알폰소 쿠아론/ 프로덕션디자인 토니 버로) 원작의 무대인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습지를 플로리다 해안과 뉴욕으로 옮긴 한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섬세하고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인다. ③ 유령수업(감독 팀 버튼/ 프로덕션디자인 보 웰치) 강렬한 원색과 검은색의 대립,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이 가득한 팀 버튼의 존재를 입증한 작품. ④ 글래디에이터(감독 리들리 스콧/ 프로덕션디자인 아서 맥스) 화면 가득한 색채는 수려하고, 스펙터클한 영상미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⑤ 정사(감독 이재용/ 미술 정구호) 비현실적인 공간과 소품, 절제된 무채색을 잘 접목시켜 드러낸 영상미. 최병근 대표작 <신장개업> <공공의 적> 욕망(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아트디렉터 아셰톤 고튼) 안토니오니는 영화의 무대인 런던의 실제 모습 대신에 스토리에 따라 거리의 색들을 변화시키고, 색채관계를 주의깊게 유지함으로써 색의 상대적 가치를 높인다. 극적 장치로서 색의 남용을 억제하면서 주의를 끌고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시선을 끄는 색의 성질을 이용, 영화의 테마와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진작가 토마스가 공원에서 잔잔한 사랑장면을 카메라에 담다가, 그것이 살인현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공원의 초록색은 잔혹한 살인사건으로부터 우리의 주의를 벗어나게 하는 효과를 낸다. 초록색이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에 회색의 하늘은 눈에 띄지 않고, 토마스의 움직임 때문에 거친 바람소리는 잠식된다. 제인과 그 남자가 입고 있는 회색톤의 옷들은 즐거운 사랑을 방해한다. 감독은 이런 세부 사항들을 감추기 위해 공원의 초록색을 두드러지게 한다. 이것은 색이 자동적으로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아름답고 부드럽게 만든다는 사실에 입각하고 있다. 이것은 이 영화의 주제인 표면적인 현실이 지닌 거짓됨과 연관된다. 스위티(감독 제인 캠피온/ 아트디렉터 피터 해리스) 미장센의 요소들이 풍부한 은유적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며 정신분열증을 잘 그려낸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 프로덕션디자이너 벤 반 오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각각의 공간마다 다른 색을 써서 각 공간이 내재하고 있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정사(감독 이재용/ 미술 정구호) 무채색, 젠 스타일, 미니멀리즘으로 차분하고 정적인 여백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인간미 없어 보이는 이런 공간이 불륜을 더 합리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블루 벨벳(감독 데이비드 린치/ 프로덕션디자이너 패트리샤 노리스) 색채의 컬트적인 사용이 돋보인다. 김기철 대표작 <비트> 8월의 크리스마스(감독 허진호/ 미술 김진한) 베스트라기보다는 한국영화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과 그런 사실을 모르는 채 그를 사랑하는 여주인공의 삶과 정서가 담담하게 그려진 것은 촬영과 조명, 미술 등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비주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 유영길 기사님이 적절히 쓰신 자연광이 인물들의 정서를 잘 살렸다.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미술은 미장센이 화려한 것보다는 드라마 속에 비주얼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 작품을 꼽게 됐다. 쎄븐(감독 데이비드 핀처/ 프로덕션디자이너 아서 맥스) 세기말의 느낌을 낮은 채도의 색감, 특히 회색 계열로 몰고간 느낌이 좋았다. 아멜리에(감독 장 피에르 주네/ 프로덕션디자이너 알리네 보네토) 아멜리에의 가치관과 정서가 보색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잘 드러났다.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감독 피터 그리너웨이/ 프로덕션디자이너 밥 링우드) 화이트와 블랙, 그린 등의 제한된 색채로 차분한 이미지를 자아내면서, 추리를 이끌어갔다는 점이 인상깊다. 슬리피 할로우(감독 팀 버튼/ 프로덕션디자이너 릭 하인리히) 팀 버튼의 다른 영화도 좋아하지만, 채도가 낮은 그레이 계열의 색감이 스토리와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한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Review] 루키

■ Story 지미 모리스(데니스 퀘이드)는 어려서부터 야구 투수가 꿈이다. 그러나 군인인 아버지가 자주 이사하는 바람에 한 야구팀에 오래 있질 못한다. 급기야 학교나 동네 야구팀이 없는 텍사스의 한 마을로 이사를 가 정착한다. 20년 뒤 지미는 고등학교 화학교사가 됐다. 그 사이 군에서 야구를 시작해 프로구단 마이너리그에서 뛰다가 어깨 인대가 끊어져 중단했다. 그가 감독을 맡은 야구팀 학생들이, 그가 무척 빠른 공을 던지는 걸 보고 다시 야구를 시작하라고 독려한다. 지미는 중년에 아이 셋의 아빠로, 마이너리그 선수선발에 지망한다. ■ Review 접었던 어릴 때의 꿈을 다시 살려 성취하는 인간 승리극. 식상하기 쉬운 이야기인데 작은 차이로 <루키>는 마음을 파고든다. 황량한 텍사스 벌판, 마을은 번듯한 야구장 하나 없고 가난하고 초라하다. 학교 야구팀 학생들은 이기려는 의욕이 없다. 지미가 말한다. "너희들 졸업하면 이곳의 유전에서 일하거나 타이어 수리공이 될 거다. 그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나도 그렇게 산다. 그러나 뭔가 다른 걸 원한다면, 너희들 마음에 꿈이 있다면 그래선 안 된다." 학생들이 되받는다. "감독님은 어떤데요? 다른 걸 보여주실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번에 우리가 우승할게요. 그러면 감독님이 보여주셔야 해요." 이 약속이 마음을 건드린다. 경쟁사회의 승자가 되라거나, 구체적인 지위나 결과물을 따내라는 게 아니다. 대를 이어오는 보잘것없고 단순한 삶이 뻔히 예견돼 풀죽은 청소년들이 같은 마을의 한 어른에게 몸소 꿈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돼달라고 부탁한다. 그 부탁의 대가로 학교대항 시합의 우승을, 그것도 선불로 지급하겠다 다짐한다. 그 앞에 태연할 수 있는 어른이 있을까. <루키>를 꿈과 성취에 관한 영화로 보는 건 인색한 태도다. 그보다 이건 약속에 대한 이야기다. 세대간의 약속, 다음 세대가 최소한 절망하지는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학생들은 우승하고, 이제 지미의 차례다. 마이너리그 구단에 들어갈지를 두고 고민한다. 식구들의 생활비도 문제고, 그보다 젊을 때 어깨 인대가 끊어져 절망하던 지미를 지켜본 아내가 말린다. 매일 아버지를 따라다니는 5∼6살쯤 된 아들의 잠자는 모습을 보고온 뒤 아내가 마음을 바꾼다. "아들에게 뭐라고 말하겠어요. 어떻게 꿈을 가지라고 하겠어요." 진솔하게 연출된 영화가 그렇듯, 결말이 어떻게 되느냐가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갈등하는 지미가, 어릴 때 자신의 꿈에 대해 무심해서 미워했던 아버지를 찾아가 더듬거리며 충고를 구하고, 선수 선발장에서 자기 차례가 돼 아이 기저귀 갈다 말고 뛰어가는 모습 등 어쩔 수 없이 이어지는 세대간의 정을 잔잔하게 쌓아간다. 그러면서 황량한 텍사스 마을은 우리가 사는 지금 이곳이 된다. 지미가 마지막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건 덤이다. 임범 isman@hani.co.kr

공존

올 한해에도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생명은 죽지 않고 쭉 계속되고 있다. <패밀리>에 이어 <보스상륙작전> <가문의 영광>이 이어지고 있고, 가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이 룸살롱을 개업했다’는 카피로 모 정당을 자극, 정치면에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던 <보스상륙작전>이 개봉주 흥행성적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조폭 가문이 명문대 졸업생인 엘리트 청년을 사위로 끌어들이고자 고군분투하는 코미디 <가문의 영광>이 금주 개봉예정 영화의 예매 성적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여자가 조폭 우두머리가 되거나, 조폭이 절로 가거나, 조폭이 학교에 가거나, 조폭이 신분 상승을 하려 하거나 하는 등 조폭을 소재로 한 다양한 ‘변주’가 쉼없이 가열차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조폭과 비슷한 코드로 ‘검찰’이 등장, 수사를 위해 룸살롱을 직접 차린다거나, ‘검찰’이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신문을 위장한다는 식으로 이 역시 ‘변주’되고 있다. 가히 조폭과 검찰이 한국 대중영화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형상이다. 한국 영화계의 ‘암흑기’라고 이야기되는 70년대 유신정권하에 무수히 쏟아져 나왔던 이른바 ‘호스티스’물 영화의 양산이 상기되기도 한다. 정부로부터의 검열 압박과 관객으로부터의 무시로 힘들었던 그 시절과, 한국영화의 국제적 경쟁력이 제고되고 관객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지금의 양상이 무척 다르기는 하지만. 고전적이고도 영원한 소재로 쓰이는 영화 속 ‘폭력’과 ‘섹스’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불멸의 코드이다. ‘조폭’은 그 두 가지를 가장 쉽게 영화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키워드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는 한국영화의 질 저하를 우려하거나, 한국영화의 다양화를 가로막는 원흉이니 비판을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이 그러하듯 우리 모두가 ‘불량식품’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처럼 ‘조폭’ 소재의 영화를 계속 찾아 그 맛을 보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이창동 감독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자신의 세 번째 작품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제 영화 연기경력 두 번째인 문소리씨는 신인연기자상을 수상했다. <취화선>에 이은 낭보이니 참으로 놀랍고, 또 반갑다. 영화인으로서 바람은, 영화제 수상으로 <오아시스>의 관객동원에 굉장한 가속도가 붙었으면 하는 것이다. 영화제용 영화, 작가주의 혹은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 수상작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례를 남겨, 한국영화 다양성의 근간을 이루는 데 보기좋게 큰몫 했으면 하는 것이다. 자국은 갱스터 소재의 액션영화나 코미디로 넘쳐나고, 이른바 시장에서 만들어지기 어려운 영화의 파이낸싱을 위해 예술영화 감독들이 난민처럼 해외를 전전하는 과거의 대만이나 홍콩영화계의 행보가 아닌, 철저한 오락영화와 <오아시스>류의 영화도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세계에서 드문 ‘한국형 영화시장’의 모습을 이 마당에 꿈꿔본다. 이창동 감독님, 문소리씨,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축하드립니다.심재명/ 명필름 대표 shim@myungfil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