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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검색결과

기사/뉴스(9404)

의 김혜수·송강호 [2]

김혜수씨는 이렇소 “혜수는 연기자로 보면 엄청나게 선배잖아요. 하지만 그 긴 세월 동안 대중적인 스타로서의 변하지 않는 이미지와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외형적 메리트를 뛰어넘는 뭔가 파워풀한 에너지가 있다는 증거란 말이죠. 굉장히 똑똑해요. 단순히 머리가 영리하단 말이 아니라 주변의 일들과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예요. 지나온 세월보다 더 좋은 연기, 더 좋은 영화를 많이 할 잠재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바람난 가족>에 출연하는 걸 결정했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좋더라구요. 이제 김혜수란 배우의 놀랄 만한 진폭을 느낄 거예요. 송강호씨는 이렇습니다 “강호 오빠는 영화와 가족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영화가 생활이고 모든 인생의 중심이고 축인 사람이죠. 의도적인 노력이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사람요. 사실 연기를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같이 작품하기 전부터 알았지만 촬영을 하면서 또 다른 걸 많이 느꼈어요. 오빠는 영화를 이해하는 마인드가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에요. 툭하고 내뱉는 아이디어나 충고도 감독 디렉션 수준이거든요. 사실 아무리 연기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캐릭터에 몰두하느라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강호 오빠는 정말 와이드한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연기자의 리미트를 넘는 배우죠. 음… ‘살짝천재’예요.” (웃음) 김혜수는 얼마 전 큰 결정을 내렸다. 바로 차기작으로 <처녀들의 저녁식사> <눈물>을 만든 임상수 감독의 신작 <바람난 가족>(가제)에 출연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그가 연기할 ‘호정’이란 여자는 시아버지가 지병으로 힘들어하는 동안 남자친구를 사귀는 시어머니를 응원하고, 변호사인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걸 알면서도 쿨하게 그 사랑을 인정하며 자신 또한 고등학생과 아슬아슬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김혜수가 변했다 하오 “나는 왜 영화를 하면 후져 보일까? 왜 더 규격화되어 있고 과장되어 있을까? 어느 순간 내가 영화를 기술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고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했지만 승부근성, 일욕심, 경쟁심… 나 그런 거 정말 없거든요. 물론 그 모든 게 차고 넘치는 사람처럼 비추어졌지만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생겼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욕심이 생겼어요. 연기를 잘해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에 적응하고 몰두하겠다는 의식이 생겼다구요. 솔직히 예전엔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새로운 사람 만나면 불편해하고, 촬영장에서도 잘 안 친해지고 그랬는데 찍을 때는 달랐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런 시간들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예전엔 타고난 성격인 줄 알았던 것이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니까 자연스럽고 바뀌더라구요. 물론 토크쇼 끝내고 진지하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고 상의한 적도 있었지만 막막했고 답이 없었어요. <신라의 달밤>을 선택할 때만 해도 지금의 나는 아니었어요. 과거에도 물론 나를 바꿀 찬스들이 있었을지도 몰라요. 아마 모른 채 지나갔겠죠. 하지만 <쓰리> 을 거쳤기 때문인 것 같아요. 김지운 감독도 그렇고 강호 오빠도 그렇고 명필름 식구들도 그렇고, 영화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바람난 가족>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거고. 옛날 같으면 아마 안 한다고 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결코 혼자 되는 건 아니거든요. 주변 사람들은 내가 변해야 한다는 걸 이미 알았을지도 모르는데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줬던 것 같아요. 내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내가 스스로 깰 때까지…. 그래서 지금이 저한테는, 배우 김혜수에게는 정말로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김현석 감독이 쓴 제작일지·야구일기(4)

◆ 2002년 8월~ 9월, 명필름 지독하다 2002년 8월2일 촬영이 끝나면 숨 좀 돌릴까 했는데, 바로 편집작업에 들어가다. 지방 촬영을 가 있는 동안 김상범 편집감독님이 작업을 해놓으셔서 순서편집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25분 분량의 순서편집본이 나왔다. 순서편집에서 3시간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감안하면 정말 양호한 길이라고 자평하면서도, 혹시 이야기 구조가 허술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들다. 2002년 8월25일 108분짜리 H편집본을 마지막으로 편집을 완료하다. E, F, G, H본은 매일 한번씩 보고 고쳤다. 역시 명필름 지독하다. 2002년 9월1일 예상했던 바지만, 녹음작업도 쉽지 않다. 현장에서 잡은 음향들을 쓸 수가 없다. 대부분의 신의 효과음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집어넣을 소리가 마땅치 않다. 새소리, 벌레소리, 개소리 등을 번갈아 넣어보지만, 신들을 연결해서 보니, 그 소리가 그 소리 같다. 믹싱을 맡은 블루캡에서는, 그래도 신별로 다른 종류의 새가 지저귀는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개들도 다른 종류의 개들이 짖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이 신에선 진돗개가 울고, 다음 신에선 풍산개가 울고…? 사극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2002년 9월3일 이 역시 예상했던 바지만, CG작업도 만만치 않다. SF영화도 아닌데, 70컷의 CG가 들어간다. 스타일상 CG가 필요한 것도 있지만, 작은 규모의 세트를 보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찍힌 현대식 건물을 지우기 위해, 그리고 야구공을 원하는 위치에 심기 위해 CG가 쓰인 경우도 있다. 오프닝 시퀀스나, 호창이 학을 만나는 장면 등은 너무 만족스럽지만, 카메라를 7대 동원해서 찍은 호창의 홈런 타격 컷에 대해서는 사전에 더 충분한 의사소통과 고민이 필요했던 것 같다. 모팩 장성호 실장이 같은 교회 형제이기에, 혹 남게 될 아쉬움은 신앙(!)으로 극복하리라. 2002년 9월5일 고심 끝에 최종본에서 액자구조를 덜어내다. 그 바람에 러닝타임이 104분으로 줄었다. 2002년 9월11일 미국영주권자인 음악감독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출국명령’이란 것을 받은 상태로, 출국 몇 시간 전까지 블루캡에서 음악을 만지다. 좀더 서둘러 작업을 했었더라면, 그가 9·11에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일은 없었을 텐데…. 최소 60일 뒤에야 돌아올 수 있다고 하니, 음악감독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기 위해서라도 장기 상영이 이뤄져야 한다. 괜히 비장해진다. 2002년 9월12일 애초에 백은하 기자가 원고를 청탁하면서, 야구영화인 만큼, ‘야구 형식’으로 써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이 영화를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 걸린 3년 동안 있었던 (지극히 개인적인 史觀의) 주요 야구사를 곳곳에 삽입하는 식의 ‘무늬만 야구 형식’을 띠었다. 더구나 올해의 경우엔 촬영 때문에 야구소식에 민감하지 못해 많은 부분의 야구사가 누락돼 있다. 내일부터 본 믹싱이 시작되니, 이제 영화의 완성까지는 1주일 정도의 공정이 남아 있다. 3년 전 <한국야구사>에서 처음 만났던 100년 전 최초의 야구단들이 비로소 스크린 위로 뛰쳐나오는 것이다. 100년 전 그들이, 힘들어하는 조선인들에게 힘을 줬듯, 100년 뒤에 나오는 영화 역시, 고단한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줄 수 있었음 한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박철권,강도영의 인터넷 명랑만화

작은 돌멩이(가능하면 네모 반듯한 돌멩이가 좋다)를 이용해 다른 돌멩이를 넘어트린다. 던지고, 한발에 올리고, 무릎과 엉덩이에 끼고, 어깨와 머리에다 올리고 돌멩이를 넘어트린다. 이 놀이는 비석치기나 망까기라고 불렸고, 한 단계마다 던지기, 도둑발, 토끼뜀, 똥꼬, 훈장, 떡장수, 장님이라는 명칭이 있었다. 마지막 단계, 눈을 감고 돌을 던져 상대편 돌을 맞추려는 순간 돌이 튀어 옆에 있는 어른들의 다리에 맞는다. “아저씨들은 누구세요?” 질문한 아이와 똑같이 생긴 어른이 웃으며 “우리? 하하 그냥 구경한 거야”라며 말을 흐린다. 20년을 거슬러올라간 골목길에서 즐겁게 노는 장면을 지켜보던 나는 아이들이 나를 알아보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길을 떠났다. 어린 시절 골목과 함께 TV는 가장 강력한 엔터테인먼트의 공급처였다. 우리는 TV에서 본 외화의 아이템을 꺼내 골목버전으로 바꾸는 창조적 적응력을 갖고 있었다. 고전에 속하는 <600만불의 사나이>나 <두얼굴의 사나이> <원더우먼>은 물론 화려한 매커닉이 등장하는 <전격Z작전>이나 <에어울프>, 그리고 문화적 충격을 주었던 문제의 작품 까지. 우리는 TV에서 방영한 외화를 즐겼고, 그 외화를 다시 새롭게 해석했다. 전통적인 공동체 놀이와 최신 엔터테인먼트까지를 한꺼번에 녹여내던 골목길은 우리의 주거문화가 대단위 아파트로 바뀌면서 사라져버렸다. 골목이 사라지자 어린이들의 삶을 다른 형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골목에서 놀았던 우리는 추억을 잃어버렸다. 시간이 흐른 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골목길을 발견했다. 우리는 그곳에 함께하는 놀이를 복원했고, 추억의 편린들을 담아냈다. 추억을 먹고 자란 명랑만화를 통해 독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두명의 인터넷 만화가를 소개한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골목 대학졸업 뒤 400군데나 이력서를 보낸 경험이 있는 강도영. 대학 1학년 때 박재동의 ‘한겨레그림판’을 보고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뒤 프리랜서 만화가로 살고 있다.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는 그의 작품은 물론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여러 작품이 여기(http://www.kangfull.com)에 있다. 역시 대학졸업 뒤 다수의 만화단행본 작업에 참여했고, 다양한 만화 일러스트를 그린 박철권의 만화는 여기(http://www.toons.pe.kr)에 있다. 이들 두 젊은 작가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자산으로 만화를 그린다. 골목의 놀이와 TV외화, 따뜻한 가족의 정에 대한 기억들을 끄집어내 어린 시절을 온통 사로잡았던 ‘명랑만화’의 문법으로 만화를 끌고 간다. 그래서 이들 만화는 ‘명랑만화’다. 80년대 후반, 그토록 견고했던 명랑만화의 숲이 사라지고 사막만 남은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명랑만화는 삭막한 사막의 지하에서 오염을 걸러내며 생명수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조그맣게 솟아나는 맑은 물에 자란 명랑만화의 새로운 나무가 바로 이들의 만화다. 명랑만화의 특징은 일상성에 있다. 강도영의 만화에는 코를 후비는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상황을 비틀어버리는 부조리한 만화라면, 코를 후비다가 코피를 쏟거나 거대한 코딱지의 산을 만드는 등 분비물을 활용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명랑만화는 일상에서 우리가 코를 파는 그대로를 만화에 그려낸다. 길창덕의 <꺼벙이>에 꺼벙이가 꺼실이와 자작 보드게임을 하는데, 그 공이 바로 코딱지였던 것처럼 말이다. 늘 코를 후비는 강도영 만화의 캐릭터처럼, 나도 그렇게 코를 후비고 살고 있다. 그래. 이 만화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구나. 명랑만화가 막연하게 웃기는 만화가 아닌 점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코를 후비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일상의 명랑만화와 구토와 배설물이 자주 등장하는 엽기적 부조리 만화는 분명히 장르적으로 다른 지향을 보여준다. 명랑만화에서 볼 수 있는 ‘코 후비기 장면’은 그야말로 일상이고, 부조리 만화에서 등장하는 온갖 장면은 일상을 환기하는 비일상성이다. 강도영의 만화는 대부분 일상성에 기초한다. 귀가 잘 안 들려 생기는 해프닝들은 일상적이다. 70년대 우리가 즐겨보았던 TV외화에 대한 기억도 일상성이다. 심지어 홈페이지 게시판에 독자들이 올린 소재조차도 일상적인 경험이 확인되어야지 만화로 태어난다. 이것은 박철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가 소개하는 놀이문화는 모조리 일상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일상성은 친근함을 만들고, 친근함은 잔잔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다시 기억을 20년 전으로 되돌리자. 그 시절, 여러 잡지와 어린이신문 등에 연재되던 명랑만화들은 대부분 일상성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어처구니없는 탐험(<신판 보물섬> <두심이 표류기>)이나 신기한 물건(<도깨비 감투>), 시간여행(<요술항아리> <원시소년 똘비>)이라 하더라도 그 모든 일들은 일상성의 강력한 자장 속에서 존재한다. 서른 언저리, 공감의 주파수 일상에서 발견한 웃음은 주파수가 동일하게 맞추어질 때 수백배로 증폭되는데, 박철권과 강도영의 만화가 만들어내는 주파수는 20대 후반에서 30대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결혼식 축가를 부탁받고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을 열심히 연습했지만 실전에서는 단지 ‘그토록’이라는 단어로 시작한다는 이유로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를 불러버린 결혼식 축가 실수담은 하객의 날카로운 눈매와 난처한 당사자의 얼굴이 이어지며 자연스러운 웃음을 끌어낸다. 이런 유의 실수담은 역시 우리나라에서 패키지화된 결혼식에 참여해본 적이 있는 동일한 세대의 주파수와 일치한다. 무엇보다도 이 두 작가들은 하루하루 살아간 자신의 일상도 만화를 통해 꺼내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박철권은 만화를 이용해 일기를 쓴다. 강도영은 자신이 경험한 사건과 자신의 생각을 만화에 담아낸다. 관심의 영역도 매우 다양해, 미군의 여중생살해사건과 같은 사회문제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넓은 오지랖은 좁은 눈으로 자기 세계에 갇혀 사는 주류 만화가들과 변별되는 이들의 들풀과도 같은 생명력의 원천이다.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이들 만화는 정말 웃긴다.박인하/ 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

Staccato Green/The Rising/3호선버터플라이.../All About Us(음반)

스웨터라디오 뮤직 발매 경쾌하고 상큼한 모던록을 들려주는 인디 록밴드 스웨터의 첫 정규음반. 보컬과 기타에 이아립, 드럼에 신세철, 키보드에 임예진의 혼성 3인조인 스웨터는 99년부터 홍익대 앞 클럽에서 활동해왔다. 감성적인 선율과 포근하면서도 몽환적인 여운을 지닌 사운드 등 모던록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음반으로, <별똥별> <바람> 등 소녀적인 미성과 무심한 듯 서늘한 울림이 뒤섞인 보컬, 가볍게 쟁쟁거리는 기타의 선율이 맑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소니뮤직 발매 직선적이면서 힘있는 정통 미국 로큰롤의 대부와 같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7년 만의 신보. 84년 이후 모처럼 E-스트리트 밴드와 재결합한 은 9·11 테러 이후의 혼란, 그러한 세상을 살아가는 절망과 희망 속에서 삶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음반. 감상적인 기타 선율과 호소력 짙은 보컬의 부터 박력있는 까지 건강한 기운으로 충만하다. 예당엔터테인먼트 발매 좌충우돌하는 청춘들의 솔직담백한 초상으로 인기를 누린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그리고 극중 인물 전경의 인디밴드를 통해 소개된 3호선버터플라이의 음악 모음. 3호선버터플라이는 보컬에 남상아, 기타에 성기완, 드럼에 김상우 등 세명으로 구성된 혼성 록밴드. 드라마 대사와 함께 <초능력> 등 밴드의 기존 곡들을 다르게 편곡한 음악을 실은 O.S.T와, 노이즈가 많은 기타, 얼터너티브록의 거친 생기와 몽환적인 사이키델릭의 분위기를 오가는 음악이 매력적인 3호선버터플라이의 1집을 만날 수 있다. Steve BarakattAles Music 발매 영화 <하루>의 , 드라마 <맛있는 청혼>의 테마곡 등을 만든 스티브 바라캇의 신보. 스티브 바라캇은 다양한 악기와 오케스트라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록과 월드뮤직 등 많은 장르를 넘나들며 달콤하게 귀에 감겨드는 음악을 들려준다. 타이틀곡인 는 80년대의 록발라드를 연상시키는 일렉트릭 기타가 피아노 연주와 어우러지며 풍성한 느낌을 준다.

영등위, <죽어도 좋아>에 대한 입장 발표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는 영화 <죽어도 좋아>의 `제한상영가' 결정에 대해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에서 비난이 잇따르자 23일 인터넷 홈페이지(www.kmrb.or.kr)를 통해 해명의 글을 발표했다.`영화 <죽어도 좋아> 관련 일련의 사태에 대한 위원회 입장'이란 제목의 글에서 영등위는 '재심과정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졌으며 영등위원 3인(조영각ㆍ임정희ㆍ박상우)의 사퇴는 민주적인 합의절차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심을 결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또한 '지금까지 국내의 경우 일반상영관에서 성기 노출이나 구강성교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장면을 상영한 예가 없다는 점과 이 장면의 허용이 이후 창작물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해 제한상영가 결정을 내렸다'면서 '제한상영가 규정은 신설법안인 만큼 적절한 시기에 세미나나 공청회 등을 열어 바람직한 등급분류 기준을 연구 보완하겠다'고 밝혔다.재심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지금도 각종 매체의 인터넷에는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상소리로 위원들의 인격을 매도하는 글이 넘칠 뿐 아니라 예전에 비디오나 게임물 등 상업성이 짙은 영상물을 등급분류하는 과정에서 위원에 대한 위해 협박도 있었다'고 소개한 뒤 '위원들이 소신껏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제적인 진행상황만을 요약해서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해명했다.서울=연합뉴스

<가문의 영광> 흥행 어디까지 갈까?

개봉 11일 만에 전국 200만을 돌파한 영화 <가문의 영광>이 2002년 최고의 히트작 <집으로…>(전국 416만)나 '조폭영화'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던 <조폭마누라>(전국 525만)의 기록을 깨고 최근 침체된 한국영화계에 활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 영화의 흥행성적은 개봉 11일째인 23일 현재 215만여 명. 135만여 명을 동원하면 제작비(마케팅비 포함) 38여억 원을 회수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을 한참 넘어섰다.개봉 2주 차까지의 기록(전국 193만7천23명)만으로 기존의 흥행작들과 비교해 볼 때는 상당히 고무적인 상태. 전국 820만을 동원했던 <친구>(전국 198만5천528명)나 <조폭마누라>(229만7천600명)에는 조금 못미치지만 <집으로…>(97만2천명)보다는 훨씬 나은 성적이다.물론 <가문의 영광>의 경우에는 이 기간에 추석 연휴가 끼어있고 <집으로…>는 관객들의 입 소문에 뒤늦게 흥행성적이 좋아졌다는 사실 등의 이유로 단순비교는 바람직하지 못하다.하지만 제작사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진짜 재미있다'라고 대답했으며 청소년들 뿐 아니라 30~40대 관객들까지 관객층이 넓다는 점을 들어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영화인들도 <가문의 영광>의 흥행 강세에 고무된 표정. <공공의 적>, , <집으로…>나 <폰> 등 몇몇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블록버스터나 기대작들이 흥행에 참패하자 충무로에는 '한국영화의 침체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예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가문의 영광>의 흥행전선은 일단 순조로울 것 같다. 28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도둑맞곤 못살아>나 10월 3일 개봉 예정인 명필름의 야심작 , 혹은 11월 초 개봉하는 <광복절특사> 등과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선전할 것인가에 따라 <가문의 영광>의 '롱런'과 '대박'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서울=연합뉴스)

국감 <죽어도 좋아> 등급 놓고 논란

25일 서울 대학로 한국문예진흥원에서 열린 영상물 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에 대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죽어도 좋아>(제작 메이필름)의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에 대해 의원들은 엇갈린 의견을 표명했다. <죽어도 좋아>는 70대 노인들의 성과 사랑을 다룬 영화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본심과 재심에서 성기노출과 구강성교 장면 등의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후 영화 표현의 한계와 등급 심의에 대해 찬반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소속 위원들의 요청으로 국정감사 도중 영화가 상영된 다음 감사가 속행되기도 했다. 질의시간에 의원들은 이 영화의 심의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 비교적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췄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영등위의 제한상영등급 분류 기준 어디에도 성기노출, 구강성교 금지 조항은 없다’며 ‘이런 기준은 과거 위헌판결이 난 등급보류 판정의 기준과 다를 바 없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죽어도 좋아>를 본 소감에 대해 ‘선정적이기 보다는 애절한 느낌이 들어 지역 노인정을 돌며 상영해도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하며 ‘개방된 시대에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기준을 들이대서는 안된다’며 ‘있는 그대로 표현하게 하고 판단은 국민들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민주당의 조배숙 의원은 ‘제한상영관 하나 없는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은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등급보류와 다를 것이 없다’고 밝혔다. 자민련의 정진석 의원은 ‘<죽어도 좋아>의 제작의도에는 동의하지만 묘사방식은 지나치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한 뒤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 두 가지 차원에서 영화 심의 기준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원은 또 ‘심의위원을 전문인과 비전문인 반반으로 구성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한편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결정은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밝힌 뒤 ‘삶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고 노인문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는 등 작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영등위의 판정을 받아들일 만한 장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제한상영가 제도에 대해서는 ‘제한상영관이 청소년 보호지역ㆍ주거지역에서 설립이 불가하며 일반 상영관과 같은 건물에 지을 수 없고 비디오나 DVD 등 다른 영상물로 제작하면 안 되는 등 설립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며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제한상영관 설립을 위한 제도적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강신성일 의원은 ‘한국 영화가 90년대 이후 한편으로는 시원스럽고 친근한 영화를 선보였지만 동시에 선정성과 폭력성도 말할 수 없을 만큼 심해졌다’며 최근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탄 두 작품과 <죽어도 좋아>를 비교하며 ‘선정적이지 않더라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영화는 많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친정팀에 돌아온듯 작전이 딱 맞아떨어졌죠”

시사회장에 나타난 송강호씨의 얼굴이 새까맸다. 영화 찍는 내내 그늘 한점 없는 흙바닥에서 뛰고 구르며 그을린 얼굴이, 곧바로 이어진 <살인의 추억> 촬영 때문에 더 거칠어졌다. 반면 송씨 옆에 선 김혜수씨는 하늘하늘한 실크 원피스 차림에 얼굴마저 화사했다. 훈장 아버지 밑에서 한문 공부만 하던 선비 호창과 외교관 아버지 밑에서 서구의 신문물을 익힌 신여성 정림만큼이나 두 사람은 대조를 이뤘다. 김씨의 표현대로 “한사람은 전형적인 연기자, 한사람은 전형적인 연예인 이미지”인 탓도 있을 것이다. 두사람은 이 영화에서 조선 최초 ‘베쓰볼’팀의 감독과 4번타자로 만났다. 그리고 첫인상이 주는 우려를 배신하며 멋진 팀플레이를 해냈다. 영화에서는 죽을사(死)자라 4번타자가 싫다는, 철없는 선비 호창을 정림이 다독이지만 스크린 밖에서는 “강호 오빠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김혜수씨가 스스럼없이 고백한다. “정림이 밝고 씩씩한 인물이어서 망설이기도 했어요. 오랫동안 굳어진 나의 이미지와 겹치니까요.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송강호씨랑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어요. 도대체 이 대단한 배우는 현장에서 뭐가 다를까 궁금했죠.” 시나리오 초고를 보고 일찍부터 출연을 결정했던 송씨는 김씨가 정림역을 맡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단다. “시나리오만 보면 정림은 전형적인 인물에다 비중도 크지 않거든요. 신인연기자가 맡겠구나 예상했어요. 혜수씨가 한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고 전 그냥 기뻤죠 뭐.” 정림 뿐 아니라 호창도 관객들이 간직하고 있는 배우 송강호의 이미지를 이어간다. “상것들이나 하는” 야구를 하다가 들켜 아버지(신구)로부터 바둑알통으로 얻어터지는 장면에서는 <반칙왕>에서 아버지(당시의 아버지역도 신구였다)에게 파리채로 맞던 임대호가 떠오른다. 두 배우가 전작인 <쓰리>와 <복수는 나의 것>에서 각각 보여주었던 변신을 생각하면 친정에 돌아온 것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전의 이미지로 되돌아간다는 부담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딱 송강호 스타일이네라고 주변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쉽지도 않았죠. 작품의 뼈와 살이 되는 연기를 해야지 악세서리가 되서는 안 되거든요. 튀지 않는 웃음을 만들어내기란 튀는 것보다 사실 훨씬 더 힘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전제하면서도 김혜수씨는 이 “연기자로 경험할 수 있는 최상의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왜곡되고 상투적인 나의 이미지를 연기자 송강호의 힘으로 상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은근한 기대도 있었어요. 그런데 송강호씨를 가까이 지켜보면서 연기자로 내가 선 지점을 돌아보게 됐죠. 좋은 연기자가 가져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도 많이 배웠고….”“어, 왜 이래 이거, 쑥스럽구만.” 영락없는 조필(<넘버3>)의 하이톤으로 낄낄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송씨는 ‘오빠’다운 이야기로 응수한다. “연기도 때가 있는 것같아요. 20대 때는 힘은 있지만 깊이가 부족하고 40대를 훌쩍 넘으면 연륜은 있지만 육체적 에너지가 많이 고갈되죠. 30대 중반부터 10년 정도가 다양한 진폭의 연기를 해낼 수 있는 기간이라고 봐요. 그런 면에서 혜수씨는 이번에도 훌륭했지만 앞으로의 연기가 훨씬 더 많이 기대됩니다.” 송강호씨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영화화한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에서 거칠고 투박한 토박이 형사를 맡아 요즘 한창 촬영중이다. 을 끝내고 짧은 휴식시간을 보낸 김혜수씨는 10월 말부터 <바람난 가족>의 주인공으로 다시 바빠질 예정이다. 시아버지가 병으로 누워있는 동안 시어머니의 ‘작업’을 지원하고 남편의 바람을 슬쩍 눈감으며 자신은 고등학생과 아슬아슬한 연애를 하는 이 기묘한 여주인공은 그에게 새로운 모험이다.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예요. 변신을 위한 변신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비슷한 상황이나 비슷한 표정이라도 어느 구석 하나 같은 게 없는, 디테일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연기가 더 소중하고 더 어렵다는 거 강호 오빠 보면서 많이 느꼈거든요.” 인터뷰 도중 송씨의 말이 끝날 때마다 김씨는 궁금해 못견디겠다는 듯한 눈망울로 “왜”, “정말”을 연발했다. 두달 여 촬영기간 동안 쏟아놓은 말로도 부족해 끊임없이 상대방에 접속하고자 하는 두사람이다. 김씨는 촬영 전 “비슷한 코드가 전혀 없는 커플”처럼 보일까 염려했었다. 그러나 실제는 그 반대였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주먹세계 오야붕은 연기도 오야붕, <야인시대>서 구마적 열연 이원종씨

에스비에스 드라마 <야인시대>(월·화 밤 9시55분)가 35%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야기는 김두한(안재모)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는 드라마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긴장을 유지하게 하는 균형추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구마적을 맡은 이원종(37)은 주먹뿐만 아니라 두목으로서의 통큰 통솔력을 선굵게 연기해 드라마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의 한 극장 근처에서 최근 그가 출연한 영화 <남자 태어나다>의 시사회가 끝난 뒤 그를 만났다. 사실 손가락이 좀 굵어 손이 다른 사람에 비해 좀 크다는 점을 빼고는 그에게서 `조선 주먹의 오야붕’ 이미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청바지와 검은 재킷차림에다 그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인 것은 극중에서와 같은 두툼한 궐련이 아닌 가는 담배였기 때문이다. 구마적이 본 ‘구마적-쌍칼-하야시’=구마적은 아주 정치적인 인물이다. 그는 김두한이 등장하기 전 강한 주먹과 포용력을 두루 갖춰 10여년간 주먹세계의 ‘오야붕’으로 군림했다. 대단한 사람이다. 최근 야쿠자와 손잡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하야시의 마수에 걸려 발을 잘못 내디딘 것이다. 이에 대한 스스로의 변명은 나중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쌍칼은 참으로 멋진 인물이다. 성급하게 구마적에게 도전장을 던져 깨지지 않았더라면 구마적의 후계자로 삼을 만하다고 본다. 하야시도 제대로 된 건달이다. 안하무인적인 신마적은 오히려 구마적의 정치성을 잘 드러나게 한다. 신마적이 구마적 앞에서 막되먹은 행동을 해도 구마적이 절대 건드리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액션연기 어렵지 않나=쉽지 않다. 매일 운동을 할 수도 없고 기본체력으로 버티는데 점점 힘들어진다. 다행히 드라마에서는 실제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두번밖에 없다(그는 `오야붕’으로 그동안 싸울 일이 없었다). 지난번 쌍칼과의 대결장면을 뒤에 모니터해보니 많이 아쉽더라. 연기인생과 가족=대학재학중이던 86년 극단 `미추’ 입단으로 시작해 마당극 등 연극을 30여편 했다. 텔레비전은 `용의 눈물’로 데뷔해 <왕과 비>, <야망의 전설>에 출연했다. 영화도 <달마야 놀자>, <신라의 달밤>, 이번에 섬마을의 코믹한 권투선생역을 맡은 <남자 태어나다> 등 10여편 출연했다. 연극은 내 연기인생에서 `젖줄’이자 `삶을 돌아보는 공간’이다. 지금도 1년에 1편씩 꾸준히 출연하려 하고 있다. 아내 김영화는 국악방송(99.1㎒)에서 <우면골 상사디야> 진행을 맡고 있다. 그리고 큰딸은 7살, 작은딸은 다음달 12일이 돌이다. 오셔서 축의금 좀 내고 가시라. 이원종은 최근 인기 바람몰이를 하면서 유명세도 많이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길 가다 아는 체하며 사인을 부탁하는 팬들 때문에 때론 “불편할 정도”라고 한다. 그는 다음달 4일 경기 부천 세트장에서 <야인시대>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김두한과의 마지막 결투장면을 찍는다. 주먹세계에서 진자는 말없이 떠나듯 시청자가 그를 볼 날도 머지 않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상심의 시대 뚝심의 사람들 진심의 드라마

■ Story 때는 일본의 식민통치가 기정사실로 굳어져가던 1905년, 암행어사가 꿈이었던 서당 훈장(신구)의 둘째아들 호창(송강호)은 과거가 폐지되자 하릴없는 청춘을 보내다 야구를 하는 미국 선교사들을 보게 된다. 선교사와 함께 일하는 민정림(김혜수)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한 호창은 조선 최초의 야구팀 YMCA야구단의 4번타자가 되고 YMCA야구단은 승승장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군대가 야구 운동장을 점령하고 YMCA야구단은 일본 군대의 야구팀인 성남구락부와 시합을 갖게 된다. 8:0의 참패, 업친 데 덥친 격으로 민정림과 투수 오대현(김주혁)이 항일운동과 관련된 죄목으로 수배당하면서 YMCA야구단은 해체 위기를 맞이한다. ■ Review ‘그들은 이길 수 있는가?’ 모든 스포츠영화가 던지는 공통된 질문은 이것이다. 제 아무리 소림사 무술의 달인인 주성치(<소림축구>)라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알리(<알리>)라도, 아버지의 크리켓 재능을 물려받은 제스(<슈팅 라이크 베컴>)라도, 승리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들 앞에 놓인 장벽은 높고 몰아치는 눈보라는 매서우며 밀려드는 파도는 사납다. 조선 최초의 야구팀 YMCA야구단이 헤쳐갈 길도 그렇다. 나라는 기울어가고 세상은 종잡을 수 없게 뒤엉켰으며 선비는 지조를 잃었으니 시름에 젖은 백성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과거제도의 폐지로 암행어사의 꿈을 접은 젊은 선비 호창 앞에 떼구르르 공 하나가 굴러온 것은 그때부터 의미심장해진다. 은 호창이 자기도 모르는 새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데서 시작한다. “운동 좋아하십니까?”라는 신여성 민정림의 질문에 괜한 헛기침을 하며 “나, 선비올시다”고 답하던 호창은 “지금 베이스볼을 하게 되면 조선 최초가 됩니다”라는 민정림의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인다. 옛것이 남아 있지 않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리라. 호창의 타고난 타격감각은 암행어사의 꿈이 가로막힌 것에 값하는 보상이다. 물론 여기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쉘 위 댄스>의 야쿠쇼 고지가 그랬듯 호창은 혼란에 빠진다. 그가 사랑하게 된 것은 야구인가? 여자인가? 혹은 야구와 신여성으로 대변되는 신문물인가? 정치적 의미부여를 피할 수 없는 개화기 시대상이 배경이지만 이 천상 스포츠영화인 것은 이런 대목에서 드러난다. 혼돈은 야구를 통해서만 극복되고 정리된다. 그것은 호창과 아버지의 관계에서 좀더 뚜렷하게 표현된다. 명륜동 선비골에 학이 사리진 것을 탄식하는 아버지, “너만큼은 날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는 아버지, 호창은 아버지의 바람이 낡은 것이라는 걸 알지만 거역하기 어렵다. “제가 보기에 요새 황성에 학이 뜸한 것은, 금세기에는 학처럼 살아서는 힘들다는 일종의 자연의 계시가 아닌가” 하며 너스레를 떨다 노한 아버지가 던진 바둑알 통에 머리를 맞는 장면은 폭소를 불러일으키면서도 가슴이 아프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꿈은 국운이 다하면서 이미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어느날 한마리 학이 집마당을 찾지만, 그건 의병이 됐던 형이 이승을 떠나며 하직인사차 들른 것인지 모른다. 서당 훈장을 이어받는다 해도 아들의 미래가 밝지 않으리라는 것은, 그 큰아들의 죽음으로 유추할 수 있다. 아버지는 고집을 접어야 하고 호창은 다시 야구방망이를 들어야 한다. 아버지는 낙향한 아들에게 야구기사가 실린 <황성신문>을 던져주며 말한다. “거기 좋은 글 많이 실렸더라.” 스포츠의 감동이 그렇듯 도 장벽을 허물고 한계를 극복하는 순간,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9회말 역전 드라마를 펼치는 익숙한 패턴을 전개하지만 은 정정당당한 스포츠정신이 실종된 수많은 조폭 소재 코미디와 달리 정석대로 플레이하는 영화다. 웃음은 차곡차곡 쌓인 드라마에 상승의 리듬을 부여하는 데 충실하고 종횡으로 짠 플롯은 허튼 낭비가 별로 없다. 1905년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양반과 머슴이 서로를 위하고 친일파의 아들과 항일운동가가 우정을 나눌 수 있게끔 고안한 마지막 시합의 정경은 게임의 규칙을 제대로 숙지한 연출자의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마패나 학처럼 단순한 상징을 다용도로 쓰는 재능은 판타지의 입구와 출구를 단단히 봉인한다. 실제로는 불가능했을 의 승리가 마패 하나로 홈런을 치는 감독의 지략으로 가능해진 셈이다. 하지만 대개의 경기가 그렇듯 따라주는 선수가 없으면 감독은 유명무실하다. 선수로서 MVP는 단연 송강호다. <반칙왕>의 임대호나 <공동경비구역 JSA>의 오경필 중사가 그랬듯 송강호는 대사의 타이밍이 예술의 경지에 오른 배우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말하고 반응하지만 그 모습을 보노라면 배를 부여잡게 된다. 에서 두보의 시를 적은 호창의 연애편지가 을사조약 체결 뒤 자결한 민정림 아버지의 유언처럼 낭독되는 순간 난처하면서 태연한 척하는 모습이나 학이 사라진 걸 개탄하는 아버지에게 오리를 가리키며 저게 학이 아니냐고 우기는 장면은 정녕 4번타자다운 파괴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사랑하기 좋은 날>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 야구가 소재인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다 이 영화로 데뷔한 김현석 감독은 우연히 접한 <한국야구사>라는 책에서 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 땅에 야구가 처음 들어온 1905년, 최초이자 최강이었던 황성YMCA야구단, 열혈야구팬인 김현석 감독에겐 그 시절 이야기가 <시네마천국>에서 소년 토토가 지녔던 영화에 대한 기억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아름답고 가슴시린 이야기 한 토막을 만들어내고 싶게 마련이다. 이 100년 전 기록영화필름에서 시작해서 YMCA야구단의 오래된 흑백사진으로 끝나는 것은, <시네마천국>을 연상시키는 음악과 포근한 황금빛 영상에 물들어 있는 것은, 아련한 옛사랑이 거기 있었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 척박한 시절에도 작은 희망이, 승리의 환희가 있었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순정과 진심이 YMCA야구단을 응원하게 만든다.남동철 namd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