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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2003)

축구 좋아하는 영화광들 “클릭만 하세요”

월드컵 열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요즘, 붉은색 천지의 텔레비전 화면이 단조롭다고 느끼는 축구팬 관객들이 찾아갈 만한 영화제가 있다. 집에서 인터넷만 켜면 바로 초대받을 수 있는 온라인영화축제 서울넷페스티벌(www.senef.net)의 ‘축구만세’ 섹션이다. 갓난아이 때 엄마가 흔들어준 미니어처 축구공 모빌을 보며 자란 아이는 어린 시절 마라도나의 발기술에 열광하고 밤낮없이 축구공을 차며 거리와 학교를 누빈다. 이런 꼬마를 구박하던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나란히 앉아 “밋지, 밋지”를 열광할 때 통쾌하게 골을 넣는 텔레비전 속 아이는 장성한 잉글랜드 스트라이커 마이클 오언이다. 영국 배우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엄마로 열연한 7분짜리 짧은 드라마 〈풋볼〉(왼쪽)에는 축구에 대한 어린 아이의 꿈과 관객들의 열광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인 〈잔인한 경기〉(가운데)는 축구장에서 열광하는 관객들과 축구선수들의 잔인할 만큼 치열한 경쟁을 절묘하고 위트있게 보여준다. 월드컵 후원사인 아디다스가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 선수와 함께 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광고 캠페인 〈+10〉(오른쪽)은 김남일과 이호가 10대 아이들을 만나고 그중에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강한 아이들을 뽑아 함께 뛰는 영상을 역동적인 다큐멘터리로 담았다. 이밖에 다양한 방식으로 축구에 대한 재미와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단편 10편을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15일 개막한 제7회 서울넷페스티벌은 주로 영상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으던 영화제의 문턱을 올해부터 대폭 낮춰 일반 관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축구만세’ 섹션뿐 아니라 온 가족이 컴퓨터 앞에 옹기종기 모여 감상할 수 있는 ‘가족극장’도 열린다. 귀엽고 재기발랄한 단편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13편이 관객의 클릭을 기다리고 있다. 또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크게 호응을 얻었던 심야섹션을 도입해 ‘애들은 재우고’ 밤새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장편영화도 상영중이다. 한단계 난이도 높은 온라인 영상을 원하는 기존의 관객들을 유혹하는 건 지난해까지 오프라인에서 상영해온 피터 그리너웨이의 연작 영화 〈털스 루퍼의 가방〉을 인터랙티브 게임으로 만든 ‘털스 루퍼의 여행’이다. 인터랙티브한 광고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한국과 미국, 영국의 대표적 광고 그룹들의 최신작들을 소개하는 ‘인터랙티브 광고 특별전’도 시선을 끈다. 이밖에 국제와 국내 부문으로 나뉘어 새로운 시각적 실험을 시도하는 경쟁작들이 상영중이며 ‘서울영화제’로 영화제명을 바꿔 진행되는 오프라인 영화제는 9월8일 개막한다.

[팝콘&콜라] 작은 영화의 새로운 살길 보여준 <버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한 저예산 스릴러 영화 〈버블〉은 지난 1월27일 미국 전역의 32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또 같은 날 유료 케이블인 에이치디넷에서도 방영을 시작했고, 나흘 뒤인 1월31일에는 디브이디로 출시됐다. 극장 개봉 수개월 뒤 디브이디를 출시하고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하는 홀드백 시스템의 ‘순서와 규칙’을 깬 배급 실험이었다. 미국의 극장주와 배급업자는 물론 ‘영화는 극장에서 먼저 봐야 한다’고 믿는 미국의 많은 영화관계자들이 반발했고, 〈버블〉의 흥행성적을 예의주시했다. 총제작비가 160만달러인 〈버블〉은 미국에서 개봉 첫주 금·토·일 3일 동안 7만2천달러의 극장 수입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디브이디 선주문 10만장 등을 포함해 모두 5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3일 만에 제작비의 3배가 넘는 수입을 거둬들인 것이다. 〈버블〉은 지난 11일 한국에서도 비슷하지만 더 파격적인 방식으로 배급되기 시작했다. 극장 개봉과 동시에 케이블 텔레비전(씨제이미디어, 씨지브이초이스), 디브이디(케이디미디어), 브이오디(케이티에이치), 모바일(에스케이티준, 케이티에프핌, 케이티에프멀티팩) 등 ‘전 윈도를 통한 동시 개봉’ 방식으로 관객들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국내 최초로 시도된 이 배급 실험의 개봉 첫주 흥행 실적이 일부 공개됐다. 극장에서는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단독 개봉했는데, 11일 39명을 비롯해 12일 71명, 13일 118명, 14일 86명 등 4일 동안 314명의 관객이 들었다. 다른 윈도들에 앞서 극장 개봉부터 시작하는 일반적인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들과 비슷한 수치다. 극장 이외에 다른 윈도들의 경우 정확한 통계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흥행성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략적인 수치만 먼저 공개됐다. 〈버블〉은 유료케이블인 씨지브이 초이스에서 상영 중인 12편의 영화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꼴찌에서 세번째’이기도 하지만, 함께 방영하는 다른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한 대작 상업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또 브이오디의 경우도, 〈버블〉 개봉 전 1주일 동안 사이트 방문자가 1만2천명이었지만, 〈버블〉 개봉 뒤 4일 동안엔 2만8천명의 네티즌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변수가 없는 상태에서 늘어난 ‘1만6천명’을 〈버블〉 관객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디브이디는 1천장 정도를 찍었는데, 일반적인 예술영화들의 경우 200~500장 정도 판매되는 열악한 디브이디 시장을 감안하면 꽤 많은 수치다. 이 영화를 수입한 유레카픽처스의 강재규 팀장은 이런 결과에 대해 “기대 이상의 성과는 아니지만, ‘작은 영화’들의 살 길을 보여준 의미있는 실험이었다”는 자체평가를 내렸다. “‘작은 영화’는 홀드백 시스템에 따라 순차적으로 개봉할 경우, 그때마다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벅차기 때문에, ‘전 윈도 동시 개봉’으로 마케팅 비용을 한 번만 지출하고도 비슷한 홍보효과를 노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신기자클럽] 일상 속의 고대극 (+불어원문)

언론에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출산을 앞두고 있고, 몇주 전부터- 언론을 피하기 위해- 파리 15구에 둥지를 틀었다. 피트와 졸리의 로맨스가 전세계를 매혹시키는 것은 고대극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우리네 서글픈 인간의 조건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브래드 피트는 올림포스 산에서 떨어져나온, <델마와 루이스>에서 잘 그을린 벌거벗은 상체의 아름다움을 뽐내 보였던 캘리포니아의 아도니스(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은 아름다운 청년-역자)이다. 그 앞에서 패트릭 스웨이지는 빛을 잃었고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톰 크루즈는 겨우 피신하여 서둘러 헬스클럽에 가 몸을 만드는 데 열중할 시간이 있었다. 그리스 조각 같은 이 사내의 마음을 정복하기 위해선 특별한 여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프렌즈>가 전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 피트는 제니퍼 애니스턴을 선택했다. 그녀는 텔레비전의 작은 여배우였다.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기가 시작되고도 눈에 띄지 않는 이웃 소녀였지만, 수학시간의 방정식처럼 그녀의 부드러운 시선이 우연히 우리를 사로잡았다. 수줍은 미소나 자기 얼굴을 발갛게 상기시키는 서투름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이 젊은 아가씨는 세븐 일레븐에서 시리얼 상자 중 어느 걸 고를까 머뭇거리는 사람형이다. 첫눈에 반한 이 사랑은 기적이었다. 니콜 키드먼과 톰 크루즈와는 반대로 피트와 애니스턴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하나의 희망의 빛이었다. 신들은 인간의 단순한 매력에도 호감을 갖는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개성이 육체의 아름다움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의혹 어린 생각이 사실이 된 것이다. 잡지에 나온 애니스턴의 행복해하는 눈빛은 각자가 저 높은 운명의 고지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줬다. 그러더니 졸리가 나타났다. ‘아름다움의 천사’로 풀이되는 안젤리나 졸리의 이름이 의미하듯, 그녀는 평범한 틀을 벗어났다. 배우 존 보이트를 아버지로 둔 그녀는 별들 사이에서 태어난 셈이다. 자연은 그녀에게 풍요로운 봄과 같은 풍만한 가슴과 도톰한 입술을 선사했다. 안젤리나 졸리, 그녀는 최첨단의 가터 벨트를 한 사이버 비너스인 육감적인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였다. 그렇지만 그 꿈같은 육체를 바보 같이 수영장 옆에서 선탠이나 시키려고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인 게 아니다. 아닌 게 아니라 졸리는 자기 혼자서 지구촌 반대편의 아이들을 입양하고, 인류애의 커다란 대의를 적극 옹호한다. 졸리는 육체·정신적인 면에서 우수함을 갖추게 해주는 채식주의 에어로빅 챔피언이고, 피아노를 기가 막히게 연주하는 동시에 맹인들에게 알파벳을 가르치기까지 한다. 그녀에 맞서 애니스턴은 극복할 수 없는 상대 앞에서 말 못하는 임권택 감독 영화의 가련한 아다다일 수밖에 없었다. 애니스턴은 즉각적으로 그녀의 미래는 브래드 피트와 함께 엮어져 있음을 이해했다. 누구나 직업적인 만남이나 정서적인 관계에서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사람과 마주친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애니스턴이 무기력하게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한다. 브래드 피트를 미워하지도 못한다. 그는 단지 자기와 같은 종족의 여자를 만난 것이다. 운명은 얼마나 잔인하며, 졸리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눈물을 머금고 애니스턴은 사이렌들의 노랫소리에 이끌려 올림포스 산을 다시금 오르는 신 같은 남편을 바라볼 뿐이다. 베벌리힐스의 텅 빈 집에서, 그녀는 켈로그 ‘올 브랜’ 시리얼을 담은 그릇을 바라다본다. 그곳은 몇시일까? 파리에선 조금 있으면 피트가 졸리의 품에서 둥근 배에 손을 얹고 잠들 것이다. 애니스턴은 한숨을 쉬고 다음번에는 콘프레이크를 택해야지, 하고 혼자 말을 할 것이다. Drame antique du quotidien. Ma premiere chronique people. La presse est au courant. Depuis plusieurs semaines Brad et Angelina attendent un enfant et se sont installes a Paris, dans le quinzieme arrondissement… pour echapper a la presse. La romance de Brad et Angelina fascine le monde entier car elle renvoie a la fois aux drames antiques et a notre triste condition humaine. Recapitulons : Brad Pitt est un Adonis californien tombe de l'Olympe, apparu d'on ne sait ou, beau, bronze et torse nu dans Thelma et Louise. A sa vue, Patrick Swayze fut aussitot irradie et reduit en cendres. Tom Cruise eut juste le temps de se mettre a l'abri et de s'abonner fissa a un club de fitness. Pour conquerir le cœur d'une statue grecque, il fallait une femme hors du commun. Or, alors que Friends triomphait a travers le monde, Brad jeta son devolu sur… Jennifer Anniston. Jennifer etait une petite actrice tele. C'etait ma voisine, la fille qu'on n'a pas remarquee le jour de la rentree, mais dont le doux regard vous frappe au hasard d'une equation pendant le cours de math. C'etait cette jeune femme qui hesite entre deux boites de cereales au 7 Eleven, qui vous charme d'un sourire timide ou d'une maladresse qui la fait rougir. Ce coup de foudre etait un miracle. Contrairement a Nicole et Tom, Brad et Jennifer representaient une lueur d'espoir pour les gens comme vous et moi. La demonstration etait faite : les dieux sont sensibles aux charmes simples de l'humanite ! Les conseils douteux de nos amis devenaient vrais : la personnalite l'emportait bien sur le physique ! En une des magasines, le regard radieux de Jennifer prouvait qu'il etait possible pour chacun d'acceder aux hautes destinees. Et puis surgit Angelina. Angelina Jolie qui signe d'un nom qui sort de l'ordinaire : ange de la beaute. Par son pere, l'acteur Jon Voight, elle est nee parmi les etoiles. La nature lui a offert des levres et des seins gorges comme un printemps genereux. Angelina c'est Lara Croft la tueuse sexy : une Cyber-Venus en porte-jarretelles high-tech. Cependant, elle ne gagne pas des millions de dollars pour laisser dorer betement ce corps de reve au bord d'une piscine. Non, Angelina adopte seule des enfants du bout du monde, Angelina defend de grandes causes humanitaires. Angelina est une championne d'aerobic vegetarienne qui se permet d'etre premiere en physique-chimie, de jouer divinement du piano, tout en donnant des cours d'alphabetisation aux aveugles. Face a Angelina, Jennifer devient la pauvre Adada, muette devant son invincible rivale dans le film de Im Kwon-taek ! Elle devine instantanement qu'il en est fait de son avenir avec Brad. Nous avons tous croise dans notre vie sentimentale ou professionnelle, une Angelina Jolie. Nous savons donc que Jennifer restera impuissante. On n'en veut meme pas a Brad : il a juste croise une fille de sa race. Que le destin est cruel et qu'Angelina est belle ! Les larmes aux yeux, Jennifer ne peut que regarder son divin mari remonter vers l'Olympe, happe par le chant des siens. Dans la maison vide de Beverley Hills, elle observe son bol de Kellog's All Bran. Et la-bas quelle heure est-il ? A Paris, Brad dormira bientot dans les bras d'Angelina, la main posee sur ce ventre qui s'arrondit. Jennifer soupire et se dit que la prochaine fois, elle prendra peut-etre des Corn Flakes.

어린이 SF드라마도 100억원 시대

비행 물체에 달린 줄이 훤히 보였던 어린이용 에스에프 드라마의 수준이 달라진다. 제작사 청암엔터테인먼트(대표 김종학)는 모두 100억원을 끌어들여 실사와 3디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이레자이온〉(감독 박찬율·윤민항, 극본 윤민항, 사진)을 만들고 있다고 최근 제작 발표회를 열어 밝혔다. 30분짜리 26부작으로 완성해 올해 말께 지상파 텔레비전에 방송할 계획을 잡고 있다. 2년 전부터 기획된 이 에스에프 드라마의 3디애니메이션은 〈엘리시움〉을 만들었던 한국의 ㈜빅필름이 진행하고 있다. 특수의상은 영화 〈고질라〉에 참여했던 일본의 ㈜몬스터즈가 맡았다. 노력과 돈을 들이는 만큼 이익을 뽑을 통로도 여럿 모색 중이다. 이철희 청암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세트는 테마파크로, 캐릭터는 인쇄물, 놀이도구, 게임까지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작사는 수출도 낙관하고 있다. 실제 국외시장에서 한국 창작 방송 애니메이션의 수출실적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쪽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방송 콘텐츠 시장 ‘밉티브이’ 등에 진흥원 주관으로 참여한 업체가 따낸 수출계약 액수는 2002년에 비해 지난해 48.36%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아이언키드〉는 미국 망가엔터테인먼트로부터 150달러, 스페인 비알비인터내셔널로부터 13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배영수 콘테츠진흥원 대리는 “제작사들이 예전의 주문생산하던 방식을 2002년께부터 창작 쪽으로 바꿔갔고 그 결과물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의 마술 [1]

나는 수술대요 재봉틀이다. 내 위에서 영화는 사지가 꿰맞춰지고 이음매없이 매끄럽게 연결된 뒤 마침내 숨결을 얻는다. 예전 내 주인들은 무비올라니 스탠백이니 하는 내 선조의 몸 위에서, 손으로 일일이 필름을 확인하고 자르고 붙이는 중노동을 했다. 이제 주인들은 한결 편해져 자판 한번, 마우스 한번 옮기는 것으로 가위질과 바느질, 순서 바꾸기, 속도 조절, 화면 전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장에서 영화를 찍은 필름과 필름을 텔레시네하여 비디오테이프로 옮긴 것이 편집실에 오면 나와 내 주인의 일과가 시작된다. 그날 찍은 것을 보내오는 현장이 있고 며칠분의 촬영치를 묶어서 보내오는 곳도 있다. 비디오테이프를 컴퓨터 하드디스크로 옮겨 입력시킨 뒤 OK 컷만으로 영화 순서를 이어붙이는 순서편집은 편집의 초벌구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촬영이 다 끝나고 수십개의 비디오테이프가 쌓이면 본격적인 편집이 시작된다. 내 앞으로 감독과 현장의 모든 걸 기록하는 스크립터와 편집기사가 옹기종기 모여 순서 편집본에서 110여분의 상영시간을 넘어서는 분량을 쳐내는 작업부터 한다. 편집이 끝난 뒤 편집된 순서대로 원판 필름을 잘라 현상소에 보내는 것으로 편집의 모든 과정이 끝난다. 마틴 스코시즈가 3개월, 쿠엔틴 타란티노가 8개월을 내 곁에서 산다지만, 보통 제작자들은 내 앞에서 3주 이상 감독과 편집기사가 진치고 있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다. 월터 마치 같은 전설적인 기사는 영화 캐릭터의 복장을 입고 오지 않는 한 배우를 들여놓지 않는다고 하는데 가끔 배우가 편집기사에게 자기 분량을 늘리기를 요구하기도 하고, 그래서 편집기사가 8kg씩 몸무게가 빠지는 사태도 벌어지며, 제작자가 나타나 삭제를 요구하는 바람에 감독이 위경련으로 쓰러지기도 한다. 자존심 강한 나의 주인님들은 자율적인 편집기사의 리듬 감각을 존중받고 싶어하지만, 가끔 편집기사가 무시된 채 제작자나 감독의 의향대로 자판만 치는 오퍼레이터가 되기도 한다. 그때 주인님들의 시무룩한 입술이란. 그런데 편집이란 게 촬영된 필름의 순서를 배열하는 일만은 아니다. 푸도프킨의 스승인 쿨레쇼프가 실험한 걸 예로 들어보겠다. 배우의 무표정한 얼굴 클로즈업에 각각 수프가 담긴 접시, 여자의 시체가 담긴 관, 뛰노는 어린 소녀를 연결해보면 이상한 효과가 발생한다. 배고픔, 깊은 슬픔, 아버지가 느끼는 긍지의 정서가 차례로 느껴진다. 배우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는데 말이다. ‘무엇을 어디에다 연결할 것이냐’가 바로 나의 과제인 바, 나로 인해 이런 예기치 않은 드라마와 정서의 리듬이 창조된다. 나는 수백만년 떨어진 시간을 이어주기도 한다. 유인원이 던진 뼈다귀 다음 장면에 우주선을 놓으면, 인간의 도구의 역사를 단 두컷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는 또 시간을 엿가락처럼 늘이기도 하고 압축시키기도 한다. <분노의 주먹>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슬로모션과 빠른 교차편집으로 실제 상대 복서에게 맞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길게 얻어터진다. 영화는 내 위에서 자기만의 리듬과 자기만의 시간 배열을 얻은 뒤에야 온전한 드라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숀 펜의 말대로 편집은 감독을 자살로부터 구해내는 성모 마리아인 것이다. 오늘도 내 주인님들은 타란티노의 말대로 ‘한 프레임 차이로 쓰레기가 되느냐 오르가슴이 되느냐’의 문제에 목을 맨다. 그러나 주인님들은, 그때 ‘거기에 없는 사람’이다. <라스트 타이쿤>에서 상영 중에 죽어가면서도 상영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는 편집기사 에디처럼. 내 소개가 늦었다. 나는 컴퓨터 영화 편집 프로그램으로 아비드, 파이널 컷 프로, 프리미어 등등으로 불린다. 내가 모시는 열분의 기사들과 내가 함께 만든 빛나는 창조의 순간을 소개할까 한다. 오늘 나를 만난 순간부터 당신이 보는 모든 영화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편집의 마술 [8] - <취화선> 박순덕 기사

데뷔작/ <똘이장군-간첩잡는 똘이장군>(1979) 나의 데뷔 경로/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한양녹음실로 들어가 녹음과 편집 일을 배웠다. 나의 대표작/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장군의 아들> <서편제> <춘향뎐> 나의 이 장면/ 장승업(최민식)과 매향(유호정)의 마지막 조우. *임권택 감독 영화의 편집은 기교를 잘 부리지 않는다. 템포를 중시하는데 다 설명하지 않고 점프하면서 설명을 단순화한다. 군더더기 장면은 미리 배제한다. 첫 장면의 축은 매향과 오원의 만남이다. 시대 상황 속에서 카메라가 들어가면 매향의 시점으로 오원이 보인다. *오원이 확인하는 리버스 숏. *매향이 프레임 아웃된 뒤 들어오지 않고 화면 오른쪽에서 나온다. 바로 클로즈업으로 오원을 잡거나, 또는 오원과 매향을 크게 잡으면 재미가 없다. 매향이 프레임 아웃된 뒤 바로 오른쪽에서 잘라서 들어오면 느낌이 덜 온다. 만남 과정을 넓게 안 보여주면 만나는 과정의 슬픔이 덜해진다는 거다. 더 정감있고 미묘하고 풍부해진다. 최민식을 크게 잡은 다른 컷도 있었는데 버렸다. *집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발로 갔다. 드라마 후반부에서 늘어지면 안 된다. 끝으로 갈수록 드라마로 몰고 가야 하는데 시선을 다른 곳에 분산시키면 매향과 오원의 관계가 늘어지고 구구절절해진다. *다음 풀숏에서 귀퉁이에 평범한 도자기를 잡아준다. 앞에서 보여준 뒤 뒤에 오원에게 끼칠 영향을 암시한다. 도자기가 여러 번 잡혔으나 두 사람 사이의 드라마가 약해져 잘랐다. 도자기를 보는 오원의 시선, 매향이 자기 손으로 빚은 도자기에 대해 너그럽고 여유있고 따뜻하다고 말한다. 거의 처음으로 오원의 시선이 너그러워진다. *시간 경과를 알려주는 컷. 오원의 컷이 없이 간결하게 간다. 마지막 남겨둔 그림으로 오원이 사라졌음을 알려준다. 내가 꼽은 명편집/ 최근엔 <범죄의 재구성>을 잘 봤다. 박곡지가 한 <쉬리>가 생각난다. 다리 교전 장면은 많이 찍었는데 2, 3컷만 쓰고 버렸더라. 그렇게 힘들게 찍고 버리기가 어렵다. 편집자가 과감하게 했다. 나의 편집론/ 거칠어도 드라마를 살려야 한다. 컷 하나하나가 아니라 드라마 전체가 중요하다 드라마가 깨지면 안 된다. 고생스레 잘 찍은 것, 애착이 가는 컷, 그림 좋은 컷들을 자르는 게 제일 어렵다. 드라마에 거슬린다면 필요없는 장면이다. 나의 편집실 에피소드/ 밤을 새워 편집하고도 아침이면 선배에게 세숫물과 수건을 갖다바치는 도제제도를 거쳤다. 스탠백으로 할 때는 <진짜 사나이> 같은 경우 18만자를 찍었는데 자르는 분량도 엄청났지만 35mm를 16mm로 축소하면 키코드가 없어져서 양쪽에 일일이 다 키코드를 적어야 한다. 적는 일이 지겨워서 내가 뭐하는 인생인가 싶기도 했다. 물론 필름을 직접 하는 맛이 있지만 말이다. <취화선>은 처음엔 2시간35분 버전이 나왔는데 그걸 국내용으로 하고 칸에는 2시간짜리를 보내려고 했다. 그랬더니 너무 복잡해지는 거다. 필름이 15만자(6900자가 한 시간 분량)인데 듀프(사고를 대비한 복사본)를 뜰 제작자가 어디 있는가. <취화선>은 촬영 중에 그때그때 편집실로 온 촬영분량을 편집하면서 그때마다 찍은 것과 편집한 걸 35mm로 봤다는 게 특이한 점이다. 텔레시네한 것으로 보면 색감이나 여러 가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색상이 다르게 나올 수도 있으니까. 필름을 먼저 본 뒤 아비드로 편집하고, 그 편집에 따라 포지티브 필름을 편집해서 양수리 시사실에서 영사기 걸고 봤다. 새벽 2∼3시에 호출하기도 하는데, 제작부가 차를 가져오면 양수리에 가서 느슨한 필름 컷들을 잘라내고 아침에 돌아오기도 했는데 편집 끝까지 항상 대기해야 한다.

제59회 칸영화제 중간보고 [4] - 작가 4인의 신작②

집요하게 파고드는 한 남자의 마음 누리 빌게 세일란의 <기후> 대학교수 이사(누리 빌게 세일란)는 방송국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는 연인 바하(에브루 세일란)와 여행을 하다가 갑자기 이별을 통고한다. 그가 내세우는 이유란 바하가 자신에 비해 너무 젊다는 것뿐이다. 이스탄불로 돌아와서 홀로 한 계절을 보낸 이사는 지금은 자신의 친구와 사귀고 있는 옛날 여자친구 세랍을 찾아가 정사를 가진다. 겨울을 맞은 이사는 바하가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는 터키 동부로 휴가를 떠나고, 자신이 변했다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지겠으니, 다시 만나달라고 애원한다. <우작>으로 200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던 누리 빌게 세일란은 <기후>에서 아내와 함께 주연을 맡았다. 오랫동안 일해온 <우작>의 배우 에민 토프락이 사고로 죽은데다가 터키 전역을 돌아야 하는 촬영에 참여하겠다는 배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사진작가였던 세일란처럼 카메라로 유적을 찍는 이사는 그의 분신처럼 느껴진다. 시나리오를 촬영 도중에 쓰고 리허설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연기를 했다는 세일란 또한 자신의 감정과 이사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스크린 인터네셔널>은 “이사가 세일란과 닮았다면 <기후>는 영화사에서 냉혹한 자화상 중 하나일 것”이라고 썼다. 그 때문에 <기후>는 세일란의 전작처럼 시적인 풍경과 서사의 여백이 많은데도 한 남자의 마음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닥에 떨어진 땅콩을 여자에게 억지로 먹이는 데 몰두하거나 헤어진 연인과 하룻밤을 보낸 다음 하품을 하는 이사는 분명 치사한 인물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등장했던 몇몇 남자들처럼. 그러나 “시도는 해봤지만 도무지 나의 스타일을 버릴 수가 없었다”는 세일란은 수평으로 펼쳐지는 터키의 풍경과 오랜 시간 머물며 인물의 마음에 다가가는 클로즈업에 기대어 자신만의 감정을 창조한다. 애정은 아니지만, 바람에 날리는 모래처럼, 동정과 공감을 희미하게 흩뿌리는 것이다. 세일란은 아직 이별을 깨닫기도 전인 바하가 멀리서 사진찍는 이사를 바라보며 왜 눈물을 흘리는지 결코 알려주지 않지만 그 마음은 대사가 아닌 공기를 통해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스며든다. 그 침묵의 연기는 감독이 바하와 이사, 혹은 에브루 세일란과 자신에 관해 잘 알고 있지 않다면 얻어내기 힘든 결과였을 것이다. 누리 빌게 세일란 감독 기자회견 "나의 관심은 내적인 풍경에 있다" -당신은 아내인 에브루 세일란과 함께 연인을 연기했다. 그 때문에 <기후>는 당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는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배우를 묘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다만 배우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우작>을 찍으며 이미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HD카메라 덕분에 결심했다. 모니터로 내 연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 스타일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카메라를 고정하고 정지된 미장센을 찍는 방식 덕분에 나는 나의 연기를 컨트롤할 수 있었다. -<기후>는 당신의 전작인 <우작>에 비해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다. 이런 변화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우작>은 터키의 정치·경제적인 상황에 영향을 받는 인물들이 주인공이어서 그런 요소가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기후>도 바하가 동부로 떠나는 설정을 보며 많은 터키인들이 그곳으로 이주하고 있는 현재 상황과 연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나의 관심은 내적인 풍경에 있었고, 인물이 자신의 내면에 머무르기를 바랐다. 나는 지나치게 감상적이 되었다고 느끼면 외국으로 여행을 가곤 했는데, 그곳의 풍경은 텔레비전을 보는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기후>의 여행도 그렇게 보이기를 원했다. -감정과 드라마의 표현이 모호한 편이다. 이사가 바하와 헤어지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이사의 감정이 변하는 대목도 느닷없을 때가 많다. =<기후>의 시나리오는 촬영을 하며 즉흥적으로 쓴 것이다. 처음엔 그저 단순하게 연인이 다투었다고 생각했고, 그 이유를 찾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관계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본질적인 문제보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 관해서만 떠들어대지 않는가. 그리고 나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사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않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격렬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고 생각한다. 실재하지 않는, 그러나 실체가 있는 전쟁 브루노 뒤몽의 <플란더스> <플랑드르>는 실재하지 않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그 실체가 분명한 어떤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의 이라크전 참전을 암시하는 건조한 사막으로 파병된 플랑드르 지방의 청년들과 그들 뒤에 남겨진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플랑드르>는 풍성한 녹색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플랑드르의 풍경과 대비되는 메마른 사막의 풍경과 인물들의 건조한 섹스, 건조한 시선, 건조한 표정들로 이루어진 영화다. 플랑드르에 살고 있는 데메스테는 바르브와 어렸을 때부터 친구로 지내고 있다. 둘은 가끔 섹스를 하기도 하지만 연인 관계는 아니다. 바르브를 좋아하고 있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데메스테는 어느 날 전쟁터로 떠나게 된다. 브루노 뒤몽은 시나리오보다는 이미지와 사운드, 배우들에 의존해서 영화를 만든다. 비전문 배우를 즐겨 기용하는 그는 이번에도 주인공 데메스테 역에 플랑드르에서 살고 있는 사뮈엘 보아댕을, 바르브 역에 아델라이드 르루를 캐스팅했다. 뒤몽은 “그들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내가 그들에게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믿는 그는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을 있는 그대로, 감정에 충실하게 드러내게 하는데, 이러한 시도는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플랑드르>에서도 성공적으로 표현되었다. 플랑드르와 전쟁이 일어나는 사막이 주요 무대로, 이 장소들은 인물이 겪고 있는 감정을 드러내는 구실을 한다. 카메라가 데메스테의 시선으로 전장인 사막을 바라볼 때 데메스테 마음속의 황량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플랑드르>는 보기 편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 속 전쟁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데메스테의 무표정은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데메스테와 그의 동료들이 파병된 사막에서 적은 쉽게 눈앞에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윤간에 대한 보복은 잔인하게 이루어진다. 살상은 대개 무의미하게 벌어지고, 인물들의 이동경로는 쉽게 생략된 채 불친절하게 다음 장소로 넘어가버린다. 뒤몽은 “TV는 전쟁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매우 끔찍한 일이다. 나는 영화감독으로서 텔레비전으로 본 전쟁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라크 전쟁을 암시하는 몇 가지 요소들을 배치하면, 관객은 이 전쟁을 믿게 된다”고 영화 속 전쟁을 설명했다. 지옥을 경험하고 나서야 데메스테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을 할 수 있게 된다. 전쟁을 겪고서야 욕망에 솔직해질 수 있는 것이다. 브루노 뒤몽은 99년 두 번째 작품 <휴머니티>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지만 천재적 재능이라는 극단적 찬사와 역겨운 현학주의라는 극단적 비판을 동시에 들었다. 사막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에로틱스릴러인 <29 팜스>(2003)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플랑드르>는 그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번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브르노 뒤몽 감독 기자 회견 "내 작업은 암시이고, 감정이며, 시선이다" -<예수의 생애>와 <휴머니티>에 이어 <플랑드르>로 다시 칸영화제를 찾은 소감은. =작업의 출발점은 제목인 플랑드르에서였다. 내 영화에서 풍경은 첫 번째 요소인데, 이는 배경이면서 하나의 몸이고 토대이며, 이야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풍경은 영감을 주는 결정적인 요소다. 플랑드르는 내게 익숙한 풍경임에도 늘 낯설고 신비스럽게 다가오며 또한 깊은 감동을 준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배우들의 존재인데, 주인공 데메스테 역에 사뮈엘 보아댕이라는 플랑드르 지역 사람을 배우로 선택한 이유는 그의 몸과 시선이 이 풍경과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영화다. 조화를 이루는 것. 그 두 요소에서 나는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랑해”라는 대사로 마무리되는 <플랑드르>는 당신의 다른 작품들과 매우 다른 것 같다. =왜 사랑영화냐 하면…. 내 인생에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을 찾고 있다. 전쟁은 무엇인가? 전쟁은 욕망하는 것을 위해 싸우는 것을 말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란 여자를 욕망하는 것이고,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영화는 화산 같은 이야기이다. 내가 해야만 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감독은 화가와 같다. 나는 시나리오에는 관심없다. 이미지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북아메리카 관객은 <플랑드르>를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연결지을 것 같다. 영화 속에 낯선 나라에 참전하기 위해 떠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설정은 현재 미국의 상황과 관련이 있는가. =영화에서 특별한 것은 한 군인을 사막에 놓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 전쟁은 불확실하지만, 내 작업은 일으키는 것이며 암시하는 것이며 확실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라크 전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의 관심은 오직 시선에 있다.

푼수 엄마, 낯선 모성을 완성하다, <가족의 탄생>의 김혜옥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 드라마에 좀 이상한 엄마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식과 남편을 위해 무작정 침묵하고 희생하는 헌신의 어머니상은 분명 아니었다. 자식에게 도리어 투정부리는 혹은 남편의 사랑보다 자기의 애증을 더 소중하게 품고 있는 듯 보이는 그런 엄마. 그때마다 김혜옥이 그 역할을 했다. 아니, 김혜옥이 그런 역할들을 각인시켰다. 조심스럽게 그 인상에 대해 묻자 의외로 명쾌하게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죠, 요즘 내가 맡고 있는 역할들이 대개 그래요. 모자라고, 푼수 같고, 변태 같은 엄마, 호호호.” 처음부터 ‘모자라고, 푼수 같고, 변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믿기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때는 일어나서 국어책도 못 읽는” 수줍은 소녀였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연극을 10년 정도 하고, 뒤늦게 텔레비전 드라마에 뛰어들어 활동하다보니 바뀐 점이 많았다.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기점으로”는 완전히 달라졌다. “촬영 나가면 초등학교 애들이 버스 앞에 줄서서 사인해달라고 데모한다니까. 정신 수준이 자기네랑 똑같다고 생각하나봐. 호호호. 그런데 너무 좋아요. 순수해지는 것 같고. 내가 원래는 너무 왕내숭이고, 차가워서 재수없다는 말도 들었다니까요.” <가족의 탄생>에서도 김혜옥은 여지없이 엄마 역할을 맡았다. 처음에는 고두심이 맡은 첫 번째 에피소드의 ‘무신’ 역할이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선배 고두심이 오히려 자신이 맡은 엄마 역할을 탐냈다는 후문을 듣고는 이내 “내 거나 잘해야지” 마음을 돌려 세웠다. 영화 속 그 엄마는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냥 푼수가 아니라, 아프고 서글퍼도 울지 않는 낯선 모성에 가까워졌다. 병으로 죽어가지만 딸에게는 결코 말로 그 슬픔을 전하지 않는 사람이다. 영화 속에서 엄마는 한번도 자식을 품에 안아 울지 않고, 자기의 죽음 앞에서도 서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딸을 사랑하는 티는 역력하다. 그 캐릭터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김혜옥은 카메라가 꺼진 자리에서만 많이 울었다. “영화 속에 들어가는 영정 사진을 찍는 날에도 그랬어요. 나중에는 우리 딸로 나온 공효진 얼굴만 봐도 눈물이 막 뚝뚝 떨어지는 거예요.” 그 말을 하면서도 눈물이 비쳤다. 사랑하는 가족을 갑작스럽게 잃었던 실제 경험의 이야기도 그 순간 잠시 내비쳤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내가 울면 안 되잖아요. 우는 것보다는 그걸 참는 게 더 슬픈 거거든요.” 그러고보니 <가족의 탄생>의 에피소드 중 슬픈 건 두 번째다. 창문을 보며 무심하게 던지는 김혜옥의 대사. “올해는 눈이 많이 오려나. 난 눈이 좋은데….” 그 아련함을 표현할 때도 엄마 김혜옥은 눈물을 참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