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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기담 –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초자연적 현상과 환상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공포, 판타지 단편영화들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전통적인 괴담의 정서부터 현대적 해석이 더해진 심리 공포, 미스터리, 다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적 결을 가진 작품들이 펼쳐진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감각, 설명되지 않는 불안, 말로 다할 수 없는 정서와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시각적 상상력과 스타일로, 때로는 서늘한 분위기와 서사적 장치로 우리 내면의 그림자를 건드리며 관객을 낯선 감정의 영역으로 이끈다. Q1.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Q2. 좋아하는 영화 혹은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어떤 결입니까. <체화> Chaehwa 홍승기 HONG Seung Gi | 2024 | Fiction | Color | 21min | 12 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10/19(일) 18: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수수께끼의 전학생 ‘다빈’이 초등학교에 전학 온다. 여름인데 일광욕을 즐기고, 밥은 물만 마시며, 몸에서는 꽃향기가 난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다빈이 산에서 내려온 이후, 세상의 모든 꽃들이 만개한다. 홍승기 감독 1. 유년 시절, 어머니와 함께 색칠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제가 흰 쌀밥을 하얗게 두지 않고 분홍색으로 색칠한 것을 보고는 “이 분홍색 쌀밥은 어디서 구할 수 있어?”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신난 마음에 제 마음속 정원에서만 자라는 딸기 맛 쌀이라고 답했죠. 어머니는 제가 보는 세상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제 눈높이에 맞춰, 분홍색 쌀이 자라나는 제 마음속 정원을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꽃들이 피어난 이 정원을 스크린으로 옮겨와 관객들과 함께 꽃구경을 하고 싶었습니다. 2.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상식이 승리하는 서사들이 넘쳐나지만 우리의 삶은 엉망이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 그 자체이지 않나요. 서로 다른 장르 사이, 이미지 사이, 세계 사이에서 하나의 언어로 호명될 수 없는 존재들을 위한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엔터티> Entity 정휘빈 CHUNG Hui Bin | 2024 | Animation | Color | 17min(E) | 12 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10/19(일) 18: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이웃집 살인마와 눈이 마주친 주인공 김영이 살아남기 위해 사회의 금기를 건드린다. 정휘빈 감독 1.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후 프리랜서로 지내다가 6년 전부터 다시 단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작품 제작 과정 전반과 스토리텔링을 기초부터 다시 배운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몇편의 작품을 거치며 뚜렷한 내러티브의 장르물이 제가 감독으로서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깨달음에 기반해 처음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봐줄 만한 장르적 구조를 갖춰 완성한 작품이 <엔터티>입니다. 독립애니메이션을 하는 입장에서 관객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장르물에 도전하는 것이 모험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모험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저 스스로의 한계나 모순이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돕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2. <괴물>(감독 존 카펜터, 1982) <에이리언><사바하>등 오컬트, 호러, 미스터리에 기반한 장르물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합니다.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데에는 <모노노케 히메><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같은 작품의 영향이 컸고요. 결국은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처럼 강한 장르적 개성을 바탕으로 내러티브가 중심이 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갈비뼈> The Rib 임하연 LIM Ha Yeon | 2024 | Fiction | Color | 24min | 15 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10/19(일) 18: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여러 애인들의 집을 전전하면서 사는 이봄의 갈비뼈에서 인간이 나온다. 갈비뼈는 이봄의 공간들을 부수기 시작하고, 이봄은 갈비뼈를 외면하지만 그럴수록 공허해지고 성욕과 식욕이 강해진다. 임하연 감독 1. 영화를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워서 계속 영화를 하고 있습니다. 2. 주인공을 끝까지 책임지는 영화, 희망이 있는 영화, 소소한 기적이 있는 영화, 오늘보다 더 좋은 내일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고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해피 엔딩. 해피 엔딩이야말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마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리아> Planet Spoilia 이세형 LEE Se Hyung | 2025 | Fiction, Animation | Color | 28min | 12 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10/19(일) 18: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해답을 찾기 위해 500년간 우주를 떠돌던 김과 박은 이상한 행성 스포일리아에 불시착한다. 실사 인물과 클레이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영화로, 감독의 자취방에서 2년3개월간 제작된 우주적 대작. 이세형 감독 1. 고등학교 1학년 때 선배들에게 무서운 장난을 당한 적 있습니다. 집합시켜 잔뜩 겁을 준 뒤, 마지막에는 “장난이야~” 하고 끝내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기합은 아니지만 기강 잡는 효과를 누리는 엄청난 전술에 ‘당해버렸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느낍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게 밝혀져도, 그동안 영화 속에서 느낀 감정들은 전부 진짜입니다. 그게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에서 그런 장난은 정중히 사양하지만 영화로 하는 장난은 환영입니다. 2. 닫힌 기승전결의 세계와 열린 부조리의 세계, 그 중간 지대를 찾아서 영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우디 앨런, 테리 길리엄, 코언 형제 영화를 좋아합니다. <미트> meat 정성락 JEONG Sung Rak | 2024 | Experimental | B&W | 10min(N) | 15 10/17(금) 19:3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강가의 나무 아래, 한 남자가 정체불명의 포대를 무자비하게 두들긴다. 검은 액체, 타오르는 불, 탐욕스러운 식사. 씻기지 않는 흔적과 함께 되살아나는 죄의 기억. 남자는 자신이 만든 지옥을 마주한다. 정성락 감독 1. 중학생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을 보고 나도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호기심이 시작이었다. 당시 3D 맥스, 프리미어, 포토숍 등 컴퓨터프로그램을 가지고 놀던 때라 그런 허무맹랑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영생을 위해 친구들의 심장을 염력으로 꺼내 먹는다는, CG가 들어간 첫 호러영화를 만들었다. 이번 단편영화 <미트>는 광주에 있는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하면서 인간의 폭력과 욕심에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약육강식의 정도가 도를 넘어 균형이 깨진 지구, 권력자들의 횡포, 적당히를 모르는 인간의 자연 파괴와 탐식. 제발 균형을 가지고 살자는 메시지를 인간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2.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과 앤드루 니콜 감독의 <가타카>사이 어는 지점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미스터리한 공상을 통해 현실을 마주하는 영화. 예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꽃을 피우는 영화는 장르적일 때 가장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핑크몽키> Pink Monkey 우종빈 WOO Jong Bin | 2024 | Animation | Color+B&W | 12min(KE) | 15 10/17(금) 19:3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캐릭터 ‘핑크 몽키’. 온 세상이 핑크 몽키로 가득하다. 그리고 핑크 몽키를 만든 아티스트 세바스찬. 어느 날 세바스찬은 핑크 몽키에게 살해당하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세바스찬은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핑크 몽키를 제거해야 한다. 창조와 파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세바스찬의 이야기. 우종빈 감독 1. 영화를 음식으로 비유해보겠습니다. 저에게 있어 영화는 ‘과자’의 느낌이었습니다. 그저 ‘맛있다’, ‘달다’, ‘짜다’가 전부였죠. 모든 음식은 다 과자 같은 줄만 알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된장찌개’를 먹게 된 저는 단순히 ‘맛있다’라는 생각을 넘어 ‘어떻게 이런 맛을 냈을까?’, ‘어떤 재료를 사용한 거지?’, ‘이 된장찌개를 끓인 건 대체 누구야?’라는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떤 재료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알게 된 저는 된장찌개의 맛을 더 깊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모두 과자 같은 줄만 알았는데 된장찌개 같은 영화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도 된장찌개를 끓여보고 싶어졌습니다. 깊이 있고, 오래 기억되고, 다시 찾고 싶게 되는 그런 된장찌개를 말입니다. 물론 맛없는 된장찌개보다 과자가 나을 때도 있죠. 저는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여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 <소림축구> <뿌리가 자란다> Roots are growing 김상구 KIM Sang Gu | 2025 | Fiction | Color | 19min | 12 10/17(금) 19:3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공사가 잠시 중지된 구역을 감시하는 보안업체 직원 정훈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신입 직원 규민은 그곳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린다고 주장하고, 두 사람은 함께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김상구 감독 1. 또래들과 달리 한글을 떼지 못했던 어린 시절,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빨간 자동차가 대형 트럭에 쫓기는 영화를 보았다. 완전히 매료되었고, 당장 한번 더 보고 싶었지만 영화의 제목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 영화를 찾기 위해 매일 영화 채널을 돌렸다. 찾는 데 실패하자, 영화의 장면들을 혼자 상상하고 맞춰보려고 노력했다. 10년 넘게 지나서야 인터넷에서 그 영화와 다시 만났다. 제목은 <대결>. 스필버그의 장편 데뷔작이었다. 영화는 여전히 재미있었지만 머릿속에서 맞춰진 영화와는 사뭇 달랐다. 미화된 기억과 실제 영화의 차이를 비교해 감상하면서 더욱 영화에 빠져들었다. 영화를 찍은 건 나중의 일이지만 이 시절의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다. 2. 미국영화를 특히 좋아한다. 농담 삼아 미국의 국기는 야구가 아니라 영화라고 주장하곤 했다. 넘치는 문화적 배경이 영화의 요소들과 충돌, 상호작용하는 걸 지켜보는 게 즐겁다. 한국을 배경으로도 이러한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확장기> Time To Dilate 김나영 KIM Na Young | 2024 | Fiction | Color | 21min | 15 10/17(금) 19:3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두 연인, 명기와 도는 명기가 숨기고 있던 비밀 때문에 이별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되면서, 비밀은 점점 더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데. 김나영 감독 1. 어릴 때, 감정이 수도꼭지처럼 잠그고 싶을 때 잠글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울던 친구에게 “감정이 왜 안 잠겨? 난 수도꼭지랑 똑같은 거 같은데?”라고 말하며 상처를 준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 건 제가 감정을 제대로 다룰 능력도, 망친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능력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던 그 순간 저 자신에게 느낀 답답함을 잊지 못해서 결국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2. 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성장 서사를 좋아하는데, 그런 주제를 공포 장르로 표현한 영화를 특히 좋아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주로 기억과 관계에 관한 것들이고 공포 장르가 이를 담기에 적합하다고 느껴 앞으로도 그 장르로 작업할 것 같습니다. <확장기>를 만든 후에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 미련과 후회의 마음이 남아 새로운 장편영화를 쓰고 있는데, 이번에는 보디 호러 장르 속에서 모녀 관계를 다룬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제 속이 시원해지는 영화인데요, 매번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일종의 살풀이처럼 느껴집니다. <유니폼> Uniform 강다연 KANG Da Yeon | 2025 | Fiction | Color | 26min(E) | 12 10/17(금) 19:3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과학기술연구소 유니트의 청소노동자 가은. 괴담이 도는 D구역을 담당하던 동료 청소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퇴사한 뒤, 가은이 D구역을 새롭게 배정받게 된다. 강다연 감독 1. 갱지로 만화책을 만들던 초등학생 때의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팀 버튼 영화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세계를 만나는 기쁨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들처럼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다. 2. <렛미인><스토커><그녀><컨택트><경계선>. 외로운 인물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발짝 내딛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겟 아웃><유전>처럼 엔터테이닝한 장르영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탈피각> Molted Shell 정길우 JEONG Gil Woo | 2024 | Fiction | Color+B&W | 16min World Premiere | 15 10/18(토) 15:1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2: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청계천이 복개될 때 도망쳐 나온 연준은 사실은 인간으로 변태한 가재다. 연준은 자신의 딸을 닮은 단골 손님 이주를 만나게 되고 가까워진다. 이주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주를 위해 자신의 영생을 포기할지 고민한다. 정길우 감독 1. 처음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고등학생 때, 몰래 학교에서 그래피티로 낙서를 하고 다니는 학생 이야기였다. 팬데믹 시기에 준비했던 작업들이 중단되고 앞으로의 계획들이 막막할 때 만났던 친구와 지금까지 무모하게 이어오는 작업이 있다. 독립 장편영화 작업인데, ‘우리도 한번 영화 찍어보는 거야’라며 두 사람이 무작정 시작했던 작업 덕분에 지금까지 영화할 힘을 얻었다. 영화를 함께 찍자고 제안해주고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오는 윤승비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 좋아하는 영화는 시기마다 달라지는 것 같다. 특히 영화를 만드는 시기에 많이 보게 되는 영화도 있고. <탈피각>을 작업하던 시기에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단편들을 많이 봤는데 <목령>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아 있다. 나무가 된 남자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이 특히 기억에 선명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은 장르이되 더 리얼한 것을 보여주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 때, 영화의 판타지성을 유지한 채 과연 현실을 얼마나 리얼하게 담아낼지가 요즘 최대 고민이다. <폐쇄 회로 텔레비전(CCTV)> Closed-circuit Television(CCTV) 이재혁 LEE Jae Hyeok | 2024 | Animation | Color | 6min(N) | 12 10/18(토) 15:1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2: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코인 노래방 안, 나는 TV 화면 속 어떤 존재와 마주했다. 나는 화면 속 존재를 선망하다 상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 존재는 무엇일까? 이재혁 감독 1. 2022년 여름, 저는 정다희 감독님의 <의자 위의 남자>라는 작품을 비메오(vimeo)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저의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던 고민과 공명하였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이미지적인 연출과 전개 방식이 그 작품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 시선은 자연스레 다른 작품들로 이어졌고, 각 작품들이 가지는 독창적인 스타일에 맞는 스토리나 전개방식,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움직임을 다루는 연출들이 나만의 작품을 하도록 이끌었습니다. 2. 작품을 기획하기 위해 깊이 빠져들다 보면 언제나 비슷한 곳에 도달합니다. 제가 처음 빠져들었던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있는 곳입니다. 좋아하는 작품과 만들고 싶은 작품은 언제나 그곳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곳은 굉장히 혼란스럽고 무질서합니다. 때로는 그런 혼란과 무질서가 제가 이해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곳을 정리해보려 시도하는 것이 작품을 만드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그 혼란과 무질서를 그대로 작품에 담고 싶습니다. <괴인의 정체> The Masked Monster 박세영 PARK Sye Young | 2024 | Fiction, Experimental | B&W 14min(K, E) | 12 10/18(토) 15:1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2: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배가 너무 고픈 누나는 쌀 몇톨과 동생을 바꾼다. 쌀로 배를 채우니 이성이 돌아오지만 이미 늦은 걸 어쩌겠는가? 박세영 감독 1,2. 지난 3년 동안 편집실에서 <지느러미>라는 장편영화의 후반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 찍고 몇주면 편집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적은 예산과 제가 가진 그릇보다 더 큰 야심을 품고 시작해서 그런지 번아웃이 찾아온 이후에도 후반작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작업을 끝내지 못함에 대한 답답함과 초조함이 계속 쌓여만 가서 <괴인의 정체>라는 영화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과정에 대한 정답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각본 없이 카메라를 들고 숲속에 들어가서 순서대로 촬영하고 당일에 집에 돌아와서 편집하고 하루 안에 음악을 녹음하고 색보정도 하루 안에 마무리 지었습니다. 긴 작업 과정에 대한 해소를 휴가나 쉼을 통해 얻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식의 즉흥적이고 휘발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그리고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어디서부터고 언제 끝나는 건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듯이 영화를 찍는 방식 또한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소용돌이> Vortex 장재우 JANG Jae Woo | 2024 | Fiction | Color | 19min | 15 10/18(토) 15:1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2: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바다 일을 하러 떠난 아빠를 대신해 병에 걸린 엄마를 돌보는 윤석. 엄마와 아빠에 대한 최악의 상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괴로워하던 중 바닷가에서 돌을 끄는 소녀를 보게 되고,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장재우 감독 1. 여러 영상 분야 중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좋은 장면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장면이란 회화적인 요소를 잘 활용하여 시각적인 인상을 남길 뿐 아니라 그 안에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좋은 장면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숏과 숏의 연결이나 충돌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고 그 안에서 감정을 만들어내며, 카메라가 비추는 한 인물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는 것은 영화만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소용돌이> 촬영감독 이상현) 2. 현실의 억압을 깨고 자기 세계를 확장하는 순간을 담은 영화를 좋아합니다. <8과 1/2>에서 귀로 안셀미가 꿈과 현실의 경계를 지우고 결국 하나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모습, <버팔로 66>에서 빌리 브라운이 빨간 부츠를 벗는 섬세한 과정처럼 낯설고 실험적인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장면들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소용돌이>에서는 윤석의 곰팡이집과 수인의 소용돌이집처럼 인물의 내면을 공간으로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감각적 몰입을 경험했습니다. 앞으로도 자유와 해방의 진동이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소용돌이> 미술감독 김현아) <엔진의 심폐소생> Reviving The Engine 정혜인 JUNG Hye In | 2025 | Fiction | Color | 25min | 12 1 0/18(토) 15:1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2: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중고차 상사 사무직 직원인 28살 진희. 어느 날 진희 주변의 것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심지어 진희의 몸이 녹슬기 시작한다. 진희는 세상이 미친 건지, 자신이 미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정혜인 감독 1. 내 머릿속 이야기들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해 극도로 우울해진 순간이 있었는데, 그 순간 영화를 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2. 기이하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폭력적인 세상 속에서, 끊임없는 시련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나가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 끝없이 질주하는 영화, 에너지가 폭발하는 영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

BIFF #8호 [스페셜] 60년의 여정, 끊임없이 새로운 ① -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 마스터 클래스와 인터뷰

1965년 26세의 피렌체 출신 젊은 감독이 연출한 첫 장편 영화 <호주머니 속의 주먹>은 그해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을 거부당했다. 가족 제도부터 사회 규범까지 모든 것에 반기를 들었던 이 문제작은 공개 직후 이탈리아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0편이 넘는 작품을 만들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마르코 벨로키오는 여전히 역사와 개인의 경계에 선 채 날카로운 시선으로 시대의 폐부를 찌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영화 여정을 ‘지그재그’와 같다고 설명했던 그의 말처럼 이 문제적인 거장의 영화 세계를 한 단어로 일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마르코 벨로키오라는 이름은 관객이 어떤 작품을 보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허공으로의 도약>(1980)부터 <달콤한 꿈>(2016)에 이르기까지 불안이란 칼날 위에 서 있는 인간을 해부했던 빼어난 정신분석가이자, <내 어머니의 미소>(2002)와 <잠자는 미녀>(2012)를 통해 종교나 존엄성의 딜레마를 탐구하고자 했던 사색가이며, <중국은 가깝다>(1967)로부터 <익스테리어, 나잇>(2022)까지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정치와 역사를 관찰한 정치학자기도 할 것이다. 하나 명확한 점은 마르코 벨로키오의 영화 속에서 우리는 시대와 개인,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은 결코 안과 밖의 대립처럼 분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장편 데뷔 60주년을 맞아 마르코 벨로키오의 영화 세계를 유심히 들여다볼 기회를 마련했다.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라는 제목으로 구성된 특별기획 프로그램에는 그의 장편 데뷔작 <호주머니 속의 주먹>부터 HBO와 함께 제작한 시리즈 <뽀르또벨로>(2025)에 이르기까지 8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씨네21>이 특별전을 위해 부산을 찾은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과 만났다. 인간과 세계가 끊임없이 교차하며 투과되는 그의 영화 철학을 전해 들을 수 있던 귀중한 인터뷰였다. 동시에 9월 21일 14시부터 15시 30분까지 진행되었던 마스터 클래스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에서 그의 연출론을 살펴볼 수 있는 대담의 일부를 세 가지 키워드로 기록하여 옮겼다. - 부산국제영화제의 인연은 2004년 상영된 <굿모닝, 나잇>까지 2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까지 총 10편에 달하는 감독님의 영화를 소개해 온 부산에서 60년 간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본 이번 회고전을 향한 소회가 남다를 것만 같다. 그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내 영화들이 자주 상영되었다. 따라서 부산에서 회고전을 갖는 것은 내게도 매우 의미가 크다. 단 며칠 만에 한국 사회를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번 회고전을 통해서 새로운 광경을 바라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간 텔레비전과 극장에서 본 한국 영화의 걸작들은 매우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완전히 다르고 새로운 영화의 한 갈래로 다가왔다. - 이번 특별 프로그램의 제목은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다. 첫 장편인 <호주머니 속의 주먹>에서 비롯된 이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보통 주먹을 들어 올린다는 건 정치적 표현의 한 형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제 나는 주먹을 주머니에서 꺼낸 상태다. 지금 내 나이가 되면 급진적인 정치적 혁명의 가능성에 대해 곱씹게 된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60년대부터 80년대는 정치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려는 방식의 변화를 모색했던 시기였다. <중국은 가깝다>를 찍었던 6, 70년대 당시 마오이즘 신화가 이탈리아와 유럽 청년들 사이에서 얼마나 유행했는지를 기억한다. 그래서 그때는 모두가 주먹을 쥐었지만, 이제 그 문구는 이전의 시대를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대변하는 키워드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웃음) - 이탈리아의 근현대 역사와 시대를 꾸준히 소환했던 감독님의 영화에는 개인과 역사 사이의 역학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개인의 미시사가 역사의 거시사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 역의 명제도 성립하고 있다. 개인에게 역사란, 역사에게 개인이란 어떤 관계인가. 역사와 개인 그 두 조합이 나를 매료시킨다. 역사의 거시사를 인물을 통해 바라보고 그 안에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개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내려 한다. 단순히 한 개인만 아니라 그 주변의 관계마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익스테리어, 나잇>에서는 앤도 모로(파브리지오 기푸니)가 가족과 함께한 모습과 납치에 얽힌 다른 인물들의 사적인 모습을 통해 이들 모두가 납치와 암살이라는 국가적인 정치 사건 아래에서 어떻게 살아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결합 혹은 관계가 나를 끌어당기는 공식이다. 물론 역사에 충실해야 하지만 내 상상력은 역사에 대해 불충실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다. 그것이 스타일의 일부다. 가능할 수 있다면 인물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에 역사책에 묘사되지 않은 공백을 채우고 싶다. - 한편, 시대의 초상 아래에서 감독님의 인물들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 <육체의 악마>의 자살 시도하는 광인, <종교의 시간>의 정신병자 형, <보모>(1999)의 산후우울증에 걸린 아내, <달콤한 꿈>의 마시모(발레리오 마스텐드리아)까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광인이야말로 진리를 통달한 자라는 낭만적인 관점이 하나의 신화처럼 존재해 왔다. 가령 예술사에서도 반 고흐와 같은 예시가 있다. 그는 천재지만 정신병으로 인해 자살을 택하지 않았나. 그러나 내게 광기란 곧 불행이며, 고통받는 존재이고, 현실과의 관계를 잃어버린 자다. 나는 내 사적인 삶과 가족의 경험 속에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이들을 마주해왔다. 그래서 <호주머니 속의 주먹>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비유적인 의미로서 ‘간질’을 인물에 부여했다. 그러므로 내가 정신 질환을 표현하는 방식은 바로 그 병을 인식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경향으로 읽을 수 있다. 마시모 파지올리의 세미나를 통해 나는 정신질환의 파괴성을 극복하려는 작업을 모색했다. 이를 치유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움직임을 묘사하는 작업이 내게는 중요하다. - 고통과 광기의 인물만큼이나 그들이 처한 상태에도 눈이 간다. 3번이나 다룬 알도 모로 총리의 납치 사건(기독교민주당과 이탈리아 공산당의 협치를 주도하던 전 총리를 붉은 여단이 납치한 사건 – 편집자)을 비롯해, 감독님의 인물들은 자의 혹은 타의로 감금, 납치, 혼수 상태 등 한정된 공간에 자신을 가둔다. 내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움직임이다. 인물들이 갇혀 있는 상황에서도 움직임을 발견하고 묘사하고자 한다. 이 인물들은 집 안에 칩거하거나, 감옥에 투옥되거나,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심지어 자기 자신 속에 갇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닫힘 속에서도 나는 언제나 외부를 향한 움직임을 그리고자 한다. <굿모닝, 나잇>에서는 테러리스트의 꿈속에 납치된 알도 모로가 거리로 나서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마치 닫힌 공간을 벗어나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움직임이다. 나에게 있어 이런 운동은 단순한 신체적 행위가 아니라, 억압과 감금 속에서도 자유를 찾아 나가는 내적인 힘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움직임은 내 작업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 올해는 HBO와 손을 잡고 시리즈 <뽀르또벨로>를 공개했다. 3년 전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를 통해 제작한 <익스테리어, 나잇>에 이어 세계적인 OTT 플랫폼과 함께 협업에 나서게 됐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영화 산업 환경에 발맞춰 창작을 이어 나간 동력이 궁금하다. 언제나 새로운 것에 마음이 끌린다. 내 정신이 깨어있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다. <뽀르또벨로>는 HBO라는 국제적인 플랫폼에서 먼저 프로젝트에 대해 훌륭한 제작 제안을 건넸다. 물론 이 이야기는 지극히 이탈리아적인 이야기다. 이탈리아, 이탈리아 사법 제도, 이탈리아 텔레비전을 다루는 이야기지만, 공동 제작사로 참여한 Rai를 통해 HBO 콘텐츠로 방영될 예정이다. 내게도 신선한 도전이었던 만큼 <뽀르또벨로>는 또 하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 또 다른 응답 - 21세기 영화의 감각 불가능성

21세기가 되었을 때 영화는 몸을 감각하며 20세기 영화의 질문을 연장했다. 20세기에 영화는 기억을 생산하고, 기억을 보관하는 창고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스크린 위로 우리가 기억하는 얼굴이 투사되었고, 스크린의 얼굴이 우리의 기억을 만들었다. 우리가 보았던 얼굴, 우리를 바라보는 얼굴의 예술. 21세기를 여는 영화가 기억을 잃은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은 영화가 여전히 기억의 예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근교 자동차도로에서 교통사고를 겪은 여성이 있다. 여성은 자기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여성은 낯선 가옥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데, 이름을 묻는 주인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이때 여성은 집 안 욕실 벽에 붙은 고전 할리우드 시기 영화 <길다>(1946) 포스터에서 리타라는 이름을 훔친다. <길다>는 이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에 리타 헤이워스의 이름, 매혹하는 여성의 이미지, 정체성과 속임수, 죽은 자의 회귀라는 모티브를 빌려준다. 이처럼 21세기의 영화는 20세기 영화의 줄을 붙잡고 망각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하룬 파로키는 <공장을 나서는 사람들> <손의 표현>과 같은 자신의 일련의 아카이브 영화 작업에 ‘이미지 어휘집’(Bilderschatz)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철학자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은 파로키의 ‘Bilderschatz’를 ‘이미지 어휘집’(Cinematic thesaurus)으로 번역하는 대신 보물창고(schat, 寶庫)라는 뜻을 살려 이미지 보고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인류가 이미지 안에 쌓아온 고통과 비애의 형식의 원천에 ‘고통의 보고’(Leidschatz)라는 이름을 붙였던 미술 사학자 아비 바르부르크의 생각을 빌리고자 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다이안/리타는 영화라는 이미지 보고에서 이름을 훔쳤고, 환상을 훔쳤다. 그러므로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20세기를 새롭게 연장하는 21세기의 영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데이비드 린치는 킹 비더, 빌리 와일더, 앨프리드 히치콕, 잉마르 베리만 등 20세기 고전 할리우드영화와 유럽 모던 시네마의 탁월한 거장들이 집요하게 다루었던 문제, 위태로운 정체성이라는 문제를 다룬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전적으로 새로운 주제를 다루는 21세기의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린치가 위태로운 정체성에 대해 부재와 불가능성의 스크린으로 응답했던 모던 시네마와 다른 응답을 모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데이비드 린치는 부부가 참여한 한밤의 파티와 산책이 끝나고 아침이 밝아올 때 끝나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모던한 <밤>의 방식으로 부부의 위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데이비드 린치는 얼굴의 위기, 얼굴과 몸의 위기를 통해 정체성과 관계의 위기를 보여준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또는 <로스트 하이웨이>와 <트윈 픽스> 등에서 데이비드 린치는 자주 스테디캠을 사용해 정지화면을 찍었는데 특히 이 방법으로 부서지듯 제자리에 있고, 몸과 분리된 채 몸 위에 있는 얼굴의 악몽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이미지의 세계는 데이비드 린치가 악몽으로 표현했던 사태, 곧 얼굴과 몸의 분리가 일상화된 세계가 되었다. 디지털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함께 얼굴 이미지의 수정, 조작, 생성, 공유가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얼굴은 정체성을 표현하는 안정적인 대상이 아니다. 얼굴은 나의 통제 아래 내 몸에 붙어 나를 드러내는 대신 나의 통제를 벗어나고, 나의 몸을 벗어난다. 이에 얼굴에 대한 통제권을 지키기 위해 얼굴의 가시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역설적 상황이 생겨난다. 카메라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으로서 카메라가 가득한 매체 환경에서 ‘안 보이게 되기’를 실천할 것을 촉구하는 시대(히토 슈타이얼)에 이름 없는 사람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으며 감각의 세계를 확장했던 영화는 이제 어떻게 얼굴의 가시성을 다루어야 할까? <멀홀랜드 드라이브>처럼 2000년대를 열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영화, 마찬가지로 기억을 잃은 인물을 다루는 영화 <과거가 없는 남자>(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2002)가 떠오른다. 특히 주인공이 병원에서 얼굴에 감고 있던 백색 붕대. 한 남성이 기차를 타고 핀란드 남부 항만도시인 헬싱키에 도착한다. 불량배들이 그를 두들겨 패고, 그가 가진 유일한 재산, 유일한 기억, 유일한 과거를 파괴한다. 의식불명 상태로 사망을 선고받았다가 갑자기 부활하는 주인공은 얼굴과 온몸에 백색 붕대를 감고 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속 리타의 기억상실은 정체성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계기다. 리타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쫓기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누구에게 쫓기는지, 무엇 때문에 쫓기는지 알지 못한 채로 리타는 변장을 시도한다. 이런 리타와 비교하자면 <과거가 없는 남자>는 과거의 완전한 삭제와 갱신을 뜻하는 백색 붕대, 사망 선고, 부활을 경험하고서도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름이 없는 이 남자는 권력, 제도, 시장에 신원 정보를 제출할 수 없다. 도시의 주변인인 룸펜들이 이 남자에게 빼앗은 것, 이 남자가 잃어버린 것은 인구학적 통제 수단인 신원 정보다. 반면 이 남자는 음악에 대한 취향과 노동하는 신체의 기억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용접공으로 일했던 그는 기꺼이 낡은 레퍼토리를 가진 악단에 음악적 취향을 조언하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자신의 직업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용접 능력을 발휘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인류가 영화에 기댈 때, <과거가 없는 남자>는 (육체)노동에 기댄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서류, 일련번호, 통계자료로 개인을 환원하는 권력에 노동을 대조한다. 얼굴을 가시화하는 대신 노동을 가시화하기. 그런데 영화 초반부 주인공을 공격했던 불량배 중 하나는 주인공 가방에서 꺼낸 용접공 보호구를 얼굴에 쓴다. 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에서 보호구를 뒤집어쓴 불량배는 예수를 끌고 가던 로마 병사나 <스타워즈>의 어둠의 전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 장면에 중요성을 부여하자면 주인공을 예수적 형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딥페이크 시대 이전의 영화인 <과거가 없는 남자>에서 영화는 노동하는 신체에 대한 낙관에 기댄다. 지난 세기에 세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던 빅토르 에리세는 ‘이미지의 시세가 하락한’ 21세기에 새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2023)를 만들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처럼 영화와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를 연결한다. 영화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자동차 주행이 만들어내는 원근법과 파노라마가 매우 영화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무엇보다 사고를 겪지 않는 자동차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자동차는 영화적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사고를 겪고 다른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나 <과거가 없는 남자>의 주인공은 모두 사고를 겪었다. 반면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우리에게 실종을 둘러싼 사고에 대한 아무런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에게 그가 어떤 사고를 겪었는지 알려주는 대신, 이미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를 보여줄 뿐이다. 그는 이름뿐 아니라 신체의 기억도 잃은 것 같다. 요양원 벤치에 앉아 있는 그는 예술에 대한 취향이나 예술에 대한 직업적 능력, 죄의식과 불안조차 잊은 것 같다. 그리고 영화는 극장이 아니라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20세기 영화의 필름은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야 인물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의식적으로 준비한 상영에 소환된다. 영화는 일상의 아무 곳에서나 우리를 불러 세우지 않고, 우리를 응시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불안과 사랑을 알려주지 않는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영화가 이제 일상적인 세상을 보는 우리의 두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영화는 보기 위해 눈을 감으라고 말한다. 눈을 감고 영화와 얼굴의 잔상, 한스 벨팅이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 신체 이미지라고 부른 이미지를 보라는 뜻일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배심원#2>(2024)와 루크레시아 마르텔의 <머리 없는 여인>(2008)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다. 그런데 카메라가 도처에 있는 시대에 만들어진 두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일어난 일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가정된다. 운전자가 모두 악천후 상태에서 운전했기 때문이다. 디지털매체 환경 시대의 사용자들이 대체로 여러 가지 일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처럼 이들도 산만한 상태에서 운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편의 영화는 편재하는 카메라 시대, 감각과 시선 사이의 분리가 문제시되는 시대에 대한 우화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두 영화의 비가시성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교통사고를 다룬 20세기의 고전 중 하나를 떠올려보려고 한다. 크리스티안 페촐트가 텔레비전용 장편영화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클로드 샤브롤의 <야수는 죽어야 한다>(1969)다. 샤브롤의 영화는 아들의 뺑소니범을 뒤쫓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한국영화와 넷플릭스 드라마 복수극에서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피해자의 전형과 유사하다. 그는 자식을 잃은 피해자지만 복수를 시행하기 위한 치밀함과 체계성을 갖추고 있다. 복수를 다짐하며 정신을 잃은 듯 절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착오 없이 적에게 접근하기 위한 스토리를 꾸민다. 피해자는 관객의 주목을 이끌어내면서 가학적이고 즉흥적이며, 경제적으로 성공한 범인에게 접근한다. 물론 샤브롤은 전형적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서사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 그러나 샤브롤이 이 영화의 도입부에서 희생자의 얼굴과 이름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 <야수는 죽어야 한다>는 아이의 얼굴과 함께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노란색 우비를 입은 아이가 멀찍이 해안가에서부터 마을로 돌아오고 있다. 이 사이 한적한 마을을 향해 질주하는 자동차 숏이 끼어든다. 시끄러운 자동차 엔진 소리와 카 오디오의 클래식음악이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빠르게 전환된 화면에서 카메라는 마을 성당 앞 삼거리로 걸어오는 아이를 천천히 줌인한다. 카메라는 우리에게, 심지어 우리가 바닷가에서 보낸 시간에 만족하듯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막 확인했을 때 자동차가 아이를 들이받는 걸 보여준다. 자동차 앞좌석의 승객이 비명을 지른다. 운전자는 그대로 차량을 몬다. 자동차는 화면 밖으로 사라지고 카메라 크레인은 바닥에 쓰러진 아이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비춘다. <배심원 #2>과 <머리 없는 여인>의 운전자들은 차 바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지 못하고,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런데 두 운전자 모두 모종의 충돌을 감각했음을 인정한다. 사태는 이 감각에서부터 역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 영화들은 감각의 자극과 고양이 감각의 분별로 이어지지 않음을 확인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더는 기억의 주관성이나 관점의 주관성이 아니라 감각의 무분별함이다. 감각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정의, 진실에 대한 불가능성의 조건이 된다. <머리 없는 여인>은 이와 함께 ‘보지 못함’의 근원에 있는 계급적이고 인종적 배경을 지적하는 영화다. 치과의사인 주인공이 모는 차가 저소득층 유색 선주민 거주 지역의 외딴 도로에서 무엇인가를 친다. 겁에 질린 주인공은 자신이 사람을 친 것인지, 산짐승을 친 것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로 현장을 벗어난다. 영화는 도로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여주는 오프닝과 주인공과 다수의 선주민 가정부, 정원사 등을 화면 곳곳에 배치하면서 식민주의는 가시화와 비가시화를 결정하는 권력이고, 식민주의의 유산이 우리의 감각의 무능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21세기의 문을 연 영화들은 몸과 감각을 통해 영화와 정체성의 위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오늘의 영화가 근심하는 것은 아마도 굴과 몸, 시선과 감각, 감각과 영화의 공존 불가능성일 것이다.

동화, 구호보다 힘센

애니메이션에 대해 글을 쓰다보면 가끔 범하는 오류가 있다. 만화나 동화가 원작인 작품을 소개할 때 원작자를 감독으로 착각하는 경우이다. 쉽게 말하면 <아마겟돈>이나 <아기공룡 둘리>의 감독을 원작자인 이현세와 김수정이라고 소개하는 것이다. 원작자가 애니메이션 작업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으면 별로 문제가 없는데, 대개 캐릭터 설정이나 각색, 제작, 또는 총감독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종종 이런 혼동을 일으킨다. 애니메이션 담당 초창기 때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로 극장판과 TV 시리즈의 시나리오, 캐릭터 디자인, 제작, 감수 등 각종 분야에 마쓰모토 레이지를 극장판 감독이라고 잘못 소개했다가 한 독자로부터 단단히 훈수를 듣기도 했다. 사실 <은하철도 999>의 극장판 감독은 린 타로이다. 해마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이면 텔레비전에서 자주 소개되는 <스노우 맨>이나 <파더 크리스마스> 같은 애니메이션도 혼동을 일으키는 작품들이다. 두 작품 모두 영국의 유명한 동화작가 레이몬드 브릭스의 동명 동화가 원작인데, 종종 애니메이션 감독도 레이몬드 브릭스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레이몬드 브릭스가 애니메이션 스토리와 캐릭터 디자인에 관여했지만, 감독은 ‘지미 데루 무라카미’(Jimmy Teru Murakami)가 맡았다. 애니메이션을 꽤 안다고 자부하는 팬들에게도 조금 낯선 이름인 지미 데루 무라카미는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애니메이션 작가이다. 33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 호세 태생이니까 이제 우리 나이로 67살인 노장 작가이다. 그의 작품 스타일은 그가 젊은 시절 UPA에서 일했다는 것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디즈니의 안온한 가족주의와 틀에 박힌 그림에 반기를 든 작가들이 스튜디오를 나와 결성한 ‘UPA’의 모토는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다’였다. 사회적인 풍자나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성적 유머도 담을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정치적인 메시지도 담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UPA에 오래 몸담지는 않았지만, 무라카미의 작품에는 그런 반골정신이 배어 있다. 무라카미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을 돌아다니며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제작했다. 이 시절 미국에서 건너간 많은 B급 영화감독과도 교류를 가졌는데, 그중 한명이 로저 코먼이다. 국내에서도 출간된 로저 코먼의 자서전을 보면 자신의 영화에서 공중촬영감독으로 활약했던 무라카미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무라카미는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67년 <속삭임>으로 앙시페스티벌 대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72년부터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자신의 스튜디오인 ‘무라카미 필름’을 세워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앞서 말한 <스노우 맨>을 비롯해 몇편 되지 않는데, 최근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바람이 불 때>(When the Wind Blows)가 영국 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소개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스노우 맨>과 <파더 크리스마스>와 마찬가지로 레이몬드 브릭스의 동명 동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내용은 앞선 두편과 전혀 다르다. 앞의 두편이 유년 시절의 추억이나 꿈을 귀엽고 친근감 넘친 캐릭터로 표현했다면, <바람이 불 때>는 그처럼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 핵전쟁의 잔인함과 공포를 비판한 사회성 짙은 작품이다. 2차대전을 겪은 짐과 힐다라는 노부부의 모습을 통해 감독은 관료주의의 허구성과 이데올로기와 정권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죽을 수 있는 핵전쟁의 무서운 모습을 얄미울 정도로 차분하고 절제된 톤으로 그리고 있다. 시각적으로 현란한 그래픽이 등장하거나, 긴박감 넘친 움직임과 편집으로 긴장감을 높이는 것도 아니다. 마치 아이들 머리맡에서 동화를 들려주는 잔잔하고 편한 어조로 말하는 전쟁의 잔인함은 목소리 높인 구호보다 더 절실하게 와닿는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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