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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적 아름다움은 오래 지속된다
“뷰티-풀(beauty-full) 나이트.” 새 천년을 맞은 오스카의 선택을 한마디로 요약한 미국 현지 언론의 평대로,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메리칸 뷰티>로 가득한’ 밤이었다. 현지시각으로 3월26일 저녁, LA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아메리칸 뷰티>는 후보에 오른 8개 부문 가운데 5개 부문을 수상했다. 트로피 숫자만 따지자면 지난해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7개에 못 미치고, 재작년 <타이타닉>의 11개에는 절반도 안 되지만,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까지 노른자위를 휩쓸었다는 점에서는 남부러울 게 없는 성적이다. 수상부문이 주요부문들이라 후반부에 몰리는 바람에 3시간 가까이 박수치기에 바빴던 <아메리칸 뷰티>의 배우와 제작진들은, 촬영상을 필두로 작품상에 이르기까지 아카데미의 하이라이트를 거의 독식했다.
익숙한 소재, 예측된 결과
남우
제72회 아카데미상 [1] - 수상작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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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의 기질에서 처연한 미학이
장 코르미에의 <체 게바라평전>
<반칙왕> 크랭크인 전날, 연출부 제작부와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 가방을 추렸다.
아무 생각없이 가방을 싸다가 “근데 가방을 왜 싸지?” 했다.
지방도 아니고 숙박하는 것도 아닌데. 싸다말고 가방을 골똘히 쳐다보니까 가방이 날 보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쌀 거야? 말 거야? 이 변덕아.”
그러다 이왕 싸기 시작한거 간편하게 시나리오랑 콘티만이라도 넣어 가기로 했다가…. 2분도 지나기 전에 이것저것 다시 집어넣기 시작했다.
C.D를 넣다 꺼냈다, 긴팔 재킷을 넣다 뺐다 갈팡질팡이었다. 매사 이렇다.
시나리오와 콘티마저도 넣다 꺼냈다 하는데 유독 가방 안쪽 한구석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차 뒷자리에 자리잡은 아이들처럼 딱 버티고 있는 두권의 책이 눈에 띄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봉인된 시간>과 <체 게바라&g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9] - <체 게바라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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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것은
<낮은 목소리2> 제작노트
‘다큐멘터리는 영화의 심장이다’ 라는 말이 있다. 영화사는 다큐멘터리로부터 시작되며, 영화가 본격적으로 산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에도 진실을 찾는 카메라의 역할을 다큐멘터리는 훌륭히 수행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동안 다큐멘터리 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획일화된 이른바 문화영화나 TV다큐멘터리만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의미의 극장용 다큐멘터리는 아예 그 전통이 부재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 문화의 부재는 한국영화문화의 폐쇄성을 드러내는 아주 전형적인 예이다.
그런데, 90년대부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는(길을 찾는 것이 아닌) 제작집단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푸른영상이나 보임이 바로 그러한 집단으로, 그들은 사막에 싹을 틔우는 것과도 같은 무모한 그러나 의미있는 작업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최근에 변영주 감독은 만 7년여에 걸친 기나긴 하나의 여정을 마무리지었다.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8] - <낮은 목소리2> 제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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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작가를 만나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
히치콕(1899∼1980)은 이제 신화다. 살찐 이중턱 위로 삐죽 나온 아랫입술과 불룩 나온 배가 그려내는 특유의 실루엣으로 한눈에 그임을 알아보게 하는 이 감독이 영화사에서 거의 신격화된 존재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바로 지난해 전세계 영화계가 이 거장의 탄생 100주년을 ‘경건하게’ 기념한 ‘사건’이다. 세계의 영화인들은 20세기, 즉 영화의 세기를 히치콕에 대한 기억을 반추하고 그에 대한 존경을 표함으로써 보낸 것이다. 영화탄생 100주년과 맞먹을 정도로 자신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인이 도대체 또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 히치콕은 중고등학생 시절 텔레비전의 흑백 브라운관을 통해 다가왔다. 당시 나는 앨프리드 히치콕이란 이름을 ‘서스펜스의 거장’ 정도로 알고 있었다. 여기에 그가 자기 영화에 어떤 방식으로든 한번씩 얼굴을 내미는 독특한 감독이며, 한 장면 한 장면 손수 스토리보드를 그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7] - <히치콕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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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에서 생긴 일
시드니 루멧의 <영화 만들기>
연극의 유산과 텔레비전의 현장성을 잘 결합시킨 시드니 루멧의 영화를 개인적으로 퍽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영화들은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 못 된다. 주목할 만한 데뷔작 <12인의 노한 사나이>나 <전당포> 같은 고전이 비디오로 출시되지 않았을뿐더러, 명작 <네트워크>도 비디오숍에서 금방 찾기 힘들다. 이런 국내 사정을 고려하면 시드니 루멧이 자신의 영화제작과정을 토대로 쓴 <영화 만들기>는 얼핏 흥미가 덜할 수도 있다. 오히려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교과서적으로 충실히 풀이한 다른 이론서가 도움이 클지 모른다.
그럼에도 굳이 <영화 만들기>를 추천하는 것은 이 책이 먼저 연출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서이면서도 동시에 영화에 이론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시드니 루멧은 거장답게 자신의 특수한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6] - <영화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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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비평에 관한 ABC
수잔 헤이워드의 <영화 사전 이론과 비평>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화를 강의를 통해 배운 적은 없었다. 학부에선 생물학을 공부했고, 대학다닐 때 유일한 홍일점 야구선수로 뽀얀 흙먼지 뒤집어쓰고 놀기에 바빴으니, 영화에 관한한 무슨 교양강좌나 무슨 아카데미, 무슨 무슨 학교에조차 얼굴을 들이민 적이 없는 셈이다. 가끔 영화 강의를 하러 가는 곳에 이력서 제출이나 영화에 관한 경력을 물어보면, 그냥 ‘<씨네 21> 평론상을 수상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오히려 그쪽에서 머쓱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긴 자기가 무슨 쿠엔틴 타란티노라고.
실제로 인생의 많은 것들은 환자한테서 배웠다. 무엇이 정말 잔인한 것인지 무엇이 진짜 슬픈 것인지에 관해서 말이다. 영혼이 부서진 정신과 환자의 그림은 놀랍도록 영화의 한 장면과 닮아 있다. 까만 크레파스로 사람들이 둥글게 손을 맞잡고 있는 말기 정신분열증 환자의 그림에서 프에블로 인디언족의 벽화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3] - <영화 사전 이론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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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무엇을 하는가
앙드레 바쟁의 <영화란 무엇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영화 책은 별로 기억이 없다. 대학 초년생 시절, 그 당시로는 영화 책이 가장 많았던 서강대 도서관에 여름방학 동안에 죽치고 앉아서 잉마르 베리만의 비평서나 피터 울른의 <영화의 기호와 의미>를 뜻도 모르면서 붙잡고 있기도 했지만 결국 다 읽는 데는 실패했다. 그보다는 옛 영화진흥공사에서 발간한 월간지 <영화>의 번역 글을 읽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다. 행간에 새마을운동 구호가 적혀 있고 박정희 대통령 어록도 심심치 않게 실려 있던 70년대 유신시대의 그 월간지는 영화가 한국에서 얼마나 구박받던 매체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물이지만 매 호마다 꼭 실리는 번역 글은 재미있었다. 하길종 감독이 번역했던 ‘영화는 메타포가 아니다’라는 잉마르 베리만의 에세이, 배창호 감독이 번역한, ‘70년대 미국영화의 자식들 세대’ 감독의 스타일에 관한 리처드 제임슨의 ‘스타일 대 스타일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2] - <영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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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전>에서 <낮은 목소리2 제작노트>까지
8명의 영화인이 말하는 내 인생의 영화책
“관객의 지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작품이 주는 충격을 최대한 연장시키는 것(앙드레 바쟁)”이 비평가의 지고한 임무라면, 영화감독은 보들레르가 말한 대로,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사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주는 사람”을 꿈꾸는 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이런 염원을 품도록 한 영감의 태반은 무엇이었을까?
여기에 실린 8명의 필자들은 한결같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첫 번째로 꼽는다. 현재 감독과 비평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의 시작은 영화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은 상이한 사유의 궤적을 거쳐 지금 이곳에 이르렀으며, 그 여정에서 평생 가슴에 품을 만한 책 한권씩을 발견했다. 그 중에는 <영화사전>처럼 영화를 ‘넓게’ 보도록 안내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히치콕과의 대화> <낮은 목소리2 제작노트>처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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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지금부터 카메라와 마이크를 로스앤젤레스 시라인 오디토리엄으로 옮겨, 제72회 아카데미 타이틀매치 실황을 독점 생중계해드리겠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노련한 사회자 빌리 크리스털이 링에 올라와 심사위원을 소개하고 있군요. 네 그런데, 웬 뜰채를 들고 나왔을까요?
해설: 네, 이탈리아에서 실어온 팔팔한 꼴뚜기 한마리 때문이죠. 지난해에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난장판을 만들어놓은 로베르토 베니니가 올해에는 시상자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진행: 이제 막 주요 부문의 시상이 시작되고 있네요. 여우주연상 부문에서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힐러리 스왱크군이, 아니 힐러리양이 수상했습니다. 남자로 출연해서 여우주연상을 타다니, 무척 의외지요.
해설: 93년에는 <크라잉 게임>의 여장남자 가수, 제이 데이비슨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죠. 동성애에 적대적인 아카데미의 결정이라 더욱 놀랍습니다. 강력한 상대인 아네트 베닝은 임신한 몸으로 나와 ‘여자면
[이명석의 씨네콜라주] 아카데미 타이틀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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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대중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공포의 외인구단>은 <이장호의 외인구단>으로 개명되었다.)
1985년 영화법 개정으로 극영화 제작은 누구나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어 우후죽순처럼 영화제작사들이 등장했다. 24개의 영화사만이 영화제작을 할 수 있었던 과거 독과점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이다. 이태원 사장의 도움과 배려로 태흥영화사에서 일했던 이두용 감독과 나는 비슷 한 시기에 각기 독립하여 프로덕션을 만들었다. 한국 영화제작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산업이 대기업화하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새로 등장한 군소 프로덕션들도 기존의 독과점의 위세를 떨쳤던 영화제작사들과 그 모습이 전혀 다를 바 없었다. 모두 사무실 중심의 독립 프로덕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뒤 몇년이 지나 영화제작에 손을 뻗친 대기업들의 전위대 앞에서 영화판이 맥없이 그 오랜 전통을 무너뜨리는 모습은 아주 당연한 결과였다. 어쨌던 <공포의 외인구
이장호 [49] - 성공과 실패의 희비곡선, <이장호의 외인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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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잘 돌아가는 감독답게, 스파이크 리의 영화치고 따분한 장면이 별로 없지만, 그런 만큼 앞뒤가 맞는 작품 또한 별로 없다. 디테일은 물샐틈 없는데, 구조는 기우뚱거린다. 아이디어는 엄청 좋은데 뒷감당이 안 되는 이런 측면에서, 할리우드 감독 중에 스파이크 리 따라올 사람이 없다.
비록 못지않게 삐그덕거리기는 하지만, 그의 초기작들은, 심지어 <말콤X>조차도, 새로운 정치적 수사학을 기약하는 바가 있었다. 사회적 만족보다는 사회적 갈등에 기반한 과시적 교훈주의라고나 할까. 그러나 <브룩클린의 아이들>(Crooklyn) 이후, 리의 영화는 브레인스토밍 결과 탄생한 아류작들 냄새를 풍겼다. 저예산 소품이건 광활한 도시의 풍경이건간에, 붓은 내달리되 형상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일필휘지의 화폭이었다. 예외없이 꼭 봐둘 만한 영화이긴 했으되,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성취를 거둬낸 영화들은 또한 결코 아니었다.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 개봉에 맞춰 서둘러 제작된
세 마리 토끼를 쫓다 망한 스파이크 리, <썸머 오브 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