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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적 스타일리스트, 콜로세움에 서다
리들리 스콧의 신작이란 사실 하나만으로, <글라디에이터>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이미 20년이 다 된 얘기지만,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에서 본 스콧의 묵시록적 세계관과 어둡고 음울한 이미지의 교감이 워낙 매혹적인 자태로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에 작품 한편으로 비교적 과작의 행보를 보인 이 세기말적 스타일리스트가 91년작 <델마와 루이스>를 축으로 점차 내리막을 걸어왔다는 것도 궁금증을 부풀리는 하나의 이유. 콜롬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500주년을 기념하는 92년작 <1492 콜롬버스>에 이어 <화이트 스콜>, 가장 최근작인 <G.I.제인>까지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스콧의 하락세는 신작의 공개무대에도 빛과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 L.A. 현지시각 2000년 3월11일 8시, 중심가인 산타모
[현지보고] 리들리 스콧 신작 <글래디에이터> 시사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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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보류 조치가 불씨가 돼 위헌성을 지적받아온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현행 등급분류제가 법의 심판대에 오른다. 그동안 <거짓말> 소동에 가려 있었지만 지난해 두 차례 등급보류 처분을 받아 상영을 원천봉쇄당한 독립영화 <둘 하나 섹스>쪽에서 서울행정법원에 등급보류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낸 것. 절차상 먼저 행정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정소송을 내고, 만약 등급보류 취소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도 낼 작정이다.
지난 2월24일 <둘 하나 섹스> 제작사 인디스토리의 곽용수 대표와 소송대리인 조광희, 정연순, 이상희, 김희제, 김기중 변호사 등은 “등급보류 처분을 포함한 현행 등급분류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영화진흥법이 헌법에 보장하는 본질적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영화진흥법상의 상영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위헌심판제청 및 그 신청이 기각될 경우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소송은 비단 <둘 하나 섹스
<둘 하나 섹스> 제작진, 등급분류제 위헌소송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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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이탈’이란 간판을 달고 이시이 소고, 차이밍량, 홍상수 등 세 아시아 감독의 영화상영회와 감독초청 포럼이 3월10일부터 12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세 감독은 고전적 극영화의 계율을 벗어던지고 파격적 스타일로 일상의 리얼리티를 예민하게 포착함으로써 국제평단의 이목을 끌고 있다. 행사 동안 매일 한 감독의 주요작품이 상영되며 이어 감독과의 대화 및 패널들이 참가하는 포럼이 벌어진다. 마지막날엔 세 감독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그들의 영화세계를 비교·토론하는 연합포럼이 예정돼 있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다소 모호한 상태로 남용됐던 일상성의 미학이란 용어를 재정립하고, 그를 통해 촉망받는 세 아시아 감독의 성취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상수, 일상으로의 초대
영화에서 일상성이란, 널리 퍼져 있는 생각과 달리, 예술영화의 표지가 아니라 모든 영화가 타고나는 것이다. 그것은 제도나 기관, 권력자 혹은 저항세력처럼 사회적 권력을 기준으로 세
영화, 일상으로의 초대, 아시아 감독 3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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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영화는 말 그대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키아로스타미와 마흐말바프로 대변되는 20세기 말의 이란영화가 올해를 기점으로 또 한번의 엄청난 변신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현장을 테헤란에서 지난 2월2일부터 11일까지 열린 파지르국제영화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파지르영화제는 지난 1979년의 이슬람혁명을 기념해 만들어진 영화제로, 국제경쟁 부문과 국내경쟁 부문이 있지만 해외 게스트들에게는 단연 국내경쟁 부문이 관심의 대상이다. 조직위쪽도 이러한 관심을 반영, 해외의 게스트들만 따로 모아 이란영화를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새 천년 이란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는 징후는 자파르 파나히가 도발적으로 제기한 사회·정치적 영화의 문제, 놀라운 신인감독들의 등장, 그리고 단편 영화의 눈부신 성장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금기에의 도전: 자파르 파나히의 <순환>
이번 영화제 국내경쟁 부문에서 자파르 파나히의 <순환>은 애초에 포
테헤란 파지르국제영화제, 이슬람 금기에 도전하는 영화들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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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는 영화가 없다?
본선 진출작 <비치>의 기자회견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연이어 질문의 화살이 꽂혔다. 역할에 대해, 작품에 대해, 연기관에 대해, 환경문제에 대해, 그리고 어젯밤 파티에 대해. 보다 못한 모리츠 드 하델른 집행위원장이 사회자의 마이크를 빌려 들더니, “지금은 개인 인터뷰 시간이 아니”라고 취재진에게 주지시켰다. 그러자 곧바로 다음 기자가 감독 대니 보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그리고 어떻게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했나?” 장내가 떠나갈 듯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짐작하듯이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영화제인가 배우잔치인가
어찌된 일인지, 올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보다는 사람이, 감독보다는 배우가, 그 중에서도 ‘오로지’ 할리우드 배우가 관심사다. 대중의 사랑은 대개 감독보다 배우 차지이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더 유별나다. 파파라치와 극성팬들을 따돌리기 위해 여러 호텔에 동시에 예약했다는 디카프리오를 필두로
[현지보고]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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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미드나이트-신진들의 학예회?
굳이 디카프리오 해프닝 때문만이 아니어도, 원작소설 자체가 일으킨 커다란 반향만으로도 모두가 기다려마지 않았던, 게다가 <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 한편으로 선댄스의 개국공신 중 하나로 추앙받는 매리 해론의 신작이기에, <아메리칸 사이코>에 걸린 기대는 올해 프리미어 프로그램 전체를 대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가는 다소 갈리는 듯. 그러나 대체로 <나는 앤디워홀…> 이후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독은 여전히 강한 카리스마와 인간성 파괴에 대한 심도있는 통찰력으로 여피문화의 세기말적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크리스천 베일의 선한 얼굴 뒤에 숨은 섬뜩한 연기는 압권. 이미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있다. 그외 작품들은 굵직한 작가들이 보따리를 풀어놓았던 예년보다는 최근 몇년간 선댄스를 디디고 막 일어선 감독들의 학예회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사실 많이 알려진 배우들의 등장 외에는 별로 건
[현지보고] 선댄스 200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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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스키휴양지답지 않게 눈이 시원스럽게 내리지 않은 채 2000년 벽두의 선댄스영화제를 맞이한 파크시티. 그러나 올해 선댄스에 모인 모두는 폭설을 맞은 듯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디지털 함박눈이 내린 것이다. 애당초 올해 디지털 상영프로그램이 본격화하고 관련행사들도 많이 마련돼 어느 정도 대세의 흐름이 파악되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구체화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이름하여 ‘닷컴딜’(.com DEAL). 바로 인터넷 판권 구매를 일컫는 신조어. 이 새로운 형태의 거래 덕분에 단편영화작가들이 디지털붐의 1차 수혜자로 지목됨에 따라 올해 선댄스에서는 맘껏 기를 펴고 다닐 수 있었고, 단편상영장마다 포진된 각 배급사 관계자들이 서로 탐나는 영화를 선점하려고 영화도 끝나기 전에 부지런히 휴대폰을 들고 다급한 통화를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선댄스에 디지털 폭설, 단편도 돈이 된다
과연 영화제 중반부터 각종 구매소식이
[현지보고] 선댄스 200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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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입장권 표준전산망’(전산망) 사업에 대해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세청과 문화부가 전산망 사업을 ‘밀어붙일’ 태세여서 주목된다. 국세청이 최근 ‘극장들의 표준전산망 가입 실적이 저조해 1월까지 가입하도록 다시 한번 권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문화부도 ‘적극 추진’ 방침을 천명하고 나선 것.
문화부는 지난 1월2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전산망에 가입하는 극장에는 스크린쿼터 20일을 감면해주고, 전산망을 구축하는 극장에는 영화진흥기금 50억원으로 연리 3.5%에 융자해주기로 했다”며 “전산망에 가입한 극장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2% 환급해 주는 방안도 국세청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문화부가 이런 ‘당근’을 마련한 것은 전산망 가입을 꺼리는 극장주들에게 가입할 명분을 주고, 지지부진한 전산망 구축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실제로 간담회를 연 문화부 오지철 문화정책국장도 그런 의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산망을 설치하기 위해 드는
정부 티켓링크 전산망 시스템 가행, 극장들 가입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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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당당히 자신들의 세기로 규정한 미국인들에게 2000년 1월1일은 또다른 미국의 세기가 시작하는 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오히려 커 보였다. 그래서인지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특별행사들의 주제도 대부분 그들의 위대한 역사와 밝은 미래를 주제로 하는 것들이었다. 문제는 WTO회의중에 이미 한 차례 폭동을 경험한 시애틀이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한 데 이어, 뉴욕의 타임스퀘어 또한 테러리스트들의 목표가 되고 있다는 뉴스가 그런 밝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Late Show>의 데이비드 레터먼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지난 12월29일 방송에서 타임스퀘어 행사에 참가하겠다는 관객을 향해, 새 밀레니엄의 첫 테러 희생자 후보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간담이 서늘한 농담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험악한 분위기에도 12월31일 뉴욕의 핵심인 타임스퀘어는 새 천년을 성대하게 맞이하기 위해 별러온 인파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아침 9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
<환타지아2000> 뉴욕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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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로 베니스 금사자상을 받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로 일본내 영화상들을 휩쓸었던 최양일 감독,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 로버트 알트만과 작업했던 구리다 도요미치 촬영감독, 니시오카 요시노부 미술기사,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난>으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디자이너 와다 에미. 이들 일본 영화 각 분야의 스타들이 한 영화의 배우나 스탭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60년대 일본 뉴웨이브의 기수였던 이른바 '운동권 출신' 오시마 나기사 감독(大島 渚,67)이 13년 만에 발표한 신작 <고하토>(御法度, 금기)가 바로 이같은 '드림팀'의 작업이다. 제작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돼온 <고하토>는 12월18일 일본 전역에서 개봉했다.
<고하토>는 개봉전부터 일본 평론계로부터 만장일치의 반응을 얻었다. 지난 11월8일 첫 시사회가 열린 뒤, 비평가들은 “세기말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13년만의 역작 <고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