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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소설이나 드라마에 익숙한 독자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도 시작이 전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고 여길 것이다. 유년 시절 만난 사랑을 어른이 되기까지 지켜온 어느 커플은 결혼에 성공하고 12살 때 첫 키스를 나눈 으슥한 호숫가로 돌아온다. 이 낭만적이고 달콤한 분위기는 소설의 장르에 어울리게 곧 깨진다. 정체 모를 누군가가 그들의 행복을 박살내고 만다. 이 비극으로 아내를 잃고 8년 동안 간신히 삶을 지탱해온 벡은 현재 의사로서 의료보호 대상자인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10대 임신부나 마약 거래가 즐비한 구역의 환자가 벡의 담당이다. 그런 그에게, 간신히 마련한 일상의 평화가 깨지는 일이 발생한다. 의문의 메일이 도착하고, 보안관이 느닷없이 찾아와 벡을 아내 살인범으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예상된다. 아, 주인공은 죄가 없는데 살인 혐의를 받고 고생하게 될 것이고, 한두번은 경찰이나 형사와 마찰을 빚겠고, 과거의 비극을 다시 파헤치게 되겠구나,
씨네21 추천도서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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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_할런 코벤 지음
일주일_김려령 지음
블론드_조이스 캐럴 오츠 지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_진은영 지음
어린 시절-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청춘-코펜하겐 삼부작 제2권, 의존-코펜하겐 삼부작 제3권_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9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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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다움’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에 SF만큼 적합한 장르가 또 있을까 싶다. 그렉 이건의 소설집 <내가 행복한 이유>를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표제작인 <내가 행복한 이유>는 이 한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다 해도 아깝지 않을 작품.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12살 소년이 악성 뇌종양을 앓으면서 시작한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상상하는 이들의 예측에 어긋나는 이 이야기는 소년이 우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이유로, 루엔케팔린이라는 물질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탓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지속적인 행복감에 젖어 있다는 전개로 이어진다. 그리고 뇌종양의 치료를 마치자 행복감은 말끔하게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모든 종류의 기분장애와 강박증을 비롯한 감정 상태만이 남게 된다.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조차 종양과 함께 사라진 까닭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나’와 같
<내가 행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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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더이상 로맨스를 추구하지 않는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더이상 운명적인 짝을 만나 연애하다 결혼에 골인하여 평생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살아가는 꿈을 꾸지 않게 됐다.’(270쪽)
<로맨스라는 환상-사랑과 모험의 서사>는 일단 로맨스가 불가능한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논의를 출발시킨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TV드라마 안에서조차 로맨스를 기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욕망을 추구하기 때문에 로맨스가 환상의 영역으로 분리된다. 하지만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영화 <귀여운 여인>류의 로맨스나 운명적 사랑의 자리를 ‘친밀성’이 대체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니까 길 가다 우연히 교통사고처럼 마주치는 운명적 사랑을 사람들은 ‘비현실적’이라 믿지 않고, 대신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 로맨스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주지했다시피 운명적 사랑이 인기가 없다고 해서 로맨스 장르 자체가 힘을 잃은 것은 아니다. 특히
씨네21 추천 도서 - <로맨스라는 환상 - 사랑과 모험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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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 직장 다니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했을 때 대답은 모두 달랐다. “아니, 절대.” “당연하지. 안 그런 사람도 있나?” 그렇지만 회사 때문에 울어본 적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회사라는 말에는 직장이 속한 건물 안, 내가 일하고 있는 근무시간대, 거기서 만난 사람 등등이 포함되어 있다. 취직의 관문을 넘어서 삶의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직장이다. 프리랜서가 아니라면 거기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고 같이 일하며 관계를 배우기도, 불합리한 권력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월급이 입금되었다는 문자에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한다.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이렇게나 무수한 직장인의 하루하루를 채집해 모두가 겪을 법한 일로 묶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2019년 첫 출간 후 10만부 판매 기념으로 출간된 이번 소설집은 이것을 읽고 힘을 얻었던 선배가 후배에게 ‘너도 한번 읽어봐’라며 새
씨네21 추천 도서 - <일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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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도 다 신의 뜻으로 일어난 것이고, 그것을 이겨낸 너의 삶에는 이전과는 다른 깨우침이 남고 내면은 깊어질 것이다, 류의 교훈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기왕이면 불행을 겪지 않고 상처도 없이 살아간다면 인생이 더 쾌적하고 행복하지 않겠는가. 불행을 겪어야만 얻어지는 깨우침이라면, 그냥 모르고 살아도 좋을 것 같다. ‘영혼의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의 생각은 다르다. <연금술사>와 <순례자> 등을 읽은 파울로 코엘료의 팬이라면 그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 내면의 수련에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다섯번째 산>은 코엘료가 산티아고 순례 여행 이후 얻은 깨달음으로 쓴 작품으로 1998년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문학동네에서 새로 출간된 이 소설은 포르투갈어 원전을 번역해 구판의 오류를 바로잡고 문장을 세련되게 다듬었다. <다섯번째 산>은 성경에 등장하는 예언자 엘리야의 이야기를 코엘료가 가지를 덧붙여 창작한 소설이다. 엘리야는 예언자의 역할을 하다
씨네21 추천 도서 - <다섯번째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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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을 극장에서 보고 각본집을 산 독자라면, 각본집 표지에 실린 ‘산해경’ 속 문장부터 놓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동쪽으로 이백오십 리를 가면 기름산이 있는데… 이 산의 봉우리는 깊이 감추어져,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다.” 기름산에 산다는 구더기가 떨어져 죽으면 터진 머리에서 황금색 파리 떼가 날아오른다니, 기름 바른 듯 미끄럽다는 비금봉에서 떨어져 죽은 기도수와 그 눈의 시점에서 잡은 묘한 화면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이어 각본집 표지를 넘기면, 서래의 집 벽지였던 붉고 푸른 산이 인쇄된 검푸른 종이가 나온다. 영화 속 화려한 벽지와 정갈한 부엌 소품이 놓인 장면이 다시 환기된다.
독자로서 각본집을 읽으며 관객으로서 영화를 본 기억을 떠올리는 체험은 풍요롭다. 경찰서에서 서래가 해준을 향해 미소를 보낸 순간, 각본집에는 ‘해준, 잠시 눈이 부시다’라고 쓰여 있다. 이어 둘이 스시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착착 정리하는 장면은, ‘둘은 손
씨네21 추천 도서 - <헤어질 결심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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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근무하던 형사 핀은 몇달 전 벌어진 살인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고향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로 그곳으로 파견을 간다. 고향은 스코틀랜드 북서쪽 섬들을 지칭하는 헤브리디스 제도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한 루이스섬의 마을 크로보스트. 그곳 낡은 보트 창고에서 시신 한구가 발견되었는데, 죽은 사람은 핀이 유년 시절 알고 지낸 사이다.
18년 전 도망치듯 고향을 떠났던 핀은, 강풍에 차가운 파도가 해변을 때리고 구름이 어둠을 몰고 다니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유년 시절을 회상한다.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지만 많은 것을 앗아가기도 했다”라는 핀의 표현처럼 물에 빠져 죽은 사람, 어선 전복으로 변을 당한 사람 등 거친 자연 속 사고가 끊이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핀은 쓴맛 가득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학교 입학 전까지 게일어 말고 영어를 배우지 못해 창피했던 기억,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양아치 녀석들에게 맞을 뻔했던 사건, 한 소녀를 두고 단짝 친구와 경쟁하던 일
씨네21 추천 도서 - <블랙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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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하우스_피터 메이 지음
헤어질 결심 각본_정서경, 박찬욱 지음
다섯번째 산_파울로 코엘료 지음
일의 기쁨과 슬픔_장류진 지음
로맨스라는 환상 - 사랑과 모험의 서사_이정옥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8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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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쓴 일본의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노후에 접어들며 ‘싱글의 노후’ 시리즈를 펴낸 바 있다.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으로 일본에서는 누적 판매 부수 130만부를 달성했다. “그러나 아직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본의 노인 인구 구분법에 따르면 65살 이상이 전기 고령자, 75살 이상이 후기 고령자인데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은 후기 고령자가 되기 3년 전에 쓴 책이다. 세대간의 가구 분리가 완전히 자리를 잡아, 부모 세대가 배우자와 사별한 뒤에도 자녀와 합가하기보다는 혼자 사는 비중이 늘고 있다. 고령자와 관련한 풍부한 데이터가 존재하는 일본의 사례를 바탕으로, 고령자의 생활 만족도를 말한다. 노인의 경우 1인 가정의 만족도가 가장 높고 2인 가정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데, 미디어에서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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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동을 관찰하여 속내를 읽는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 시리즈가 네 번째 이야기 <고독한 강>으로 돌아왔다. 시작부터 댄스는 위기를 맞이하는데, 갱단의 총기 수송 소탕 작전을 진행하다가 용의자를 놓쳤다는 이유로 민사부로 강등되어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화재 사건을 맡게 된다.
책에는 장르물 독자라면 익숙할 장치들이 여럿 등장한다. 능력 있으나 억울하게 자리 배치를 받은 수사관, 부서간의 알력 다툼, 알고 보니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살인을 노린 사건. 이런 익숙함을 흥미로움으로 바꾸는 것은 제프리 디버가 선보이는 현실적이고 꼼꼼한 관찰과 묘사다. ‘고독한 강’ 솔리튜드크리크가 흐르는 지역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지는 가운데 큰 사건이 터지자 바로 현장으로 달려오는 유력 정치인의 모습이며, 범인으로 지목된 용의자를 보고 분노하여 돌을 던지고 심지어 수사관을 공격하는 군중의 모습도 그렇다. 특히 이 통제 불가능한 아수라장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씨네21 추천도서 - <고독한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