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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절제된 감정의 힘, <독전2> 오승훈
이자연 2023-11-23

300 대 1. 배우 오승훈이 <독전2>의 서영락이 되기 위해 뚫은 경쟁률이다. 몇 단계의 오디션을 통과하고 나서 그는 두 가지 버전의 <독전2> 대본을 전해 받았다. 하나는 격정적인 감정 표출이 담긴 시퀀스, 또 하나는 정적이지만 섬세한 심리 변화가 중요한 시퀀스였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에게 유리한 것은 전자였다. 강렬한 여운의 열연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많은 오디션 지원자가 전자를 연기하는 동안 놀랍게도 오승훈은 두 번째 대본을 택했다. “겉으로 이목을 끄는 것은 첫 번째 시퀀스였다. 하지만 내게 유리한 것보다 마음에 드는 것을 택하고 싶었다. 내가 의지를 갖고 연기하고 싶은 인물,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진심으로 즐겁게 임할 수 있다. 이 판단은 배우에게 무척 중요하다.” 그의 선택은 들어맞았다. 전편의 영락(류준열)을 모사하거나 따라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물을 그려나갔고 그 결과 종열 감독으로부터 이 한마디를 듣게 된다. “이렇게 연기하는 영락은 처음 본다. 그런데 묘하게 설득되더라.”

5년 전, 510만 누적 관객수를 달성한 <독전>은 예상 못한 반전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관객 대부분이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배경은 오승훈에게 일종의 미션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인물의 내적인 확신을 더 강조하려 했다. 사람은 보통 상대방이 확신에 차면 오히려 자신을 의심한다. 이 선생을 향한 영락의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관객의 호기심이나 극적인 모호함도 커질 거라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영락의 믿음을 일차원적으로 그려내지 않으려 했다. 섬세하고 조밀한 심리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백 감독은 오승훈에게 배우 조진웅과의 대본 리딩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조진웅은 선배 배우로서, <독전>을 거쳐온 형사 조원호로서 조언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는 리딩을 마치고 인사를 드리는데 조진웅 선배님이 나를 꼭 끌어안아주셨다. 내가 한명의 동료 배우로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라 많이 뭉클했다. 그날 대본 리딩을 하며 나누었던 교감을 잊을 수 없다.”

영락은 여간해선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가 어떤 개인사를 지녔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독전2>는 관객과 영락 모두에게 서로의 거리를 좁힐 기회를 준다. “노르웨이 엔딩 신은 촬영 내내 울컥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승훈아, 네 감정이 어디까지 올라오는지 알겠지만 그걸 최대한 눌러봐’라고 하셨다. 왜 영락은 슬픔을 드러내면 안될까, 왜 계속 감정을 절제해야 할까. 처음엔 그런 질문이 들었지만 촬영을 거치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떤 감정은 고요하고 차분하게 드러낼 때 오히려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독전2>가 내게 알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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