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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논리와 공식을 넘어선 감성의 협업, 배우 남궁민
정재현 사진 오계옥 2024-07-16

남궁민을 TV 앞이 아닌 스크린에서 마주하는 광경은 어쩐지 낯설다. 분명 그의 필모그래피엔 <번지점프를 하다> <비열한 거리> 등 21세기 초반 한국영화의 주요한 작품이 자리하지만 중국에서 촬영한 영화 <월색유인>(2015)과 단편 연출작 <라이트 마이 파이어>(2016) 이후엔 좀처럼 그를 극장에서 접할 기회가 허락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흐름과 시리즈 시청 환경 모두가 변한 2024년에도 남궁민의 필모그래피엔 OTT 시리즈가 없다. 현재 시나리오 개발에 몰두 중인 남궁민은 작가로서, 제작자로서 또 배우로서 어떤 꿈을 꿀까. 걸출한 배우이자 좋은 이야기를 알아보는 감식안을 지닌 남궁민에게 현재 그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스토리텔링에 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8년 전 단편영화 <라이트 마이 파이어>를 만들며 영화 연출이나 시나리오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에 이미 탈고한 장편영화 시나리오가 2개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지금도 창작자들과 함께 글을 쓰고 있다. <연인> 촬영이 끝난 이후 배우로서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반년 이상 연기를 쉬어본 적이 없는데 쉴 때도 무얼 해야 할 것 같아 계속 글을 썼다. 작가들의 노고를 알아가는 중이다. 몇번이고 포기했다 다시 도전하는 중이다. 연기도 20년 넘게 하는데도 아직 낯설다. 하물며 6개월 썼다고 일필휘지로 글이 써지는 게 말이 안된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고통을 인내하며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 휴식기에 그동안 못 본 드라마와 영화를 모조리 챙겨봤다고 들었다. 일련의 작품들을 시청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트렌드는 확실히 있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감수성에 이야기가 뒤떨어지면 안되지만 결국 시장의 논리로 유행하는 공식을 반복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핵심은 감성이다. 드라마 덕후들 사이에서 ‘드라마는 까봐야 안다’ (드까알)는 말이 왜 통하겠나. 이야기는 논리와 공식을 넘어선 감성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 좋은 대본을 쓰기 위해 분투하는 작가, 현장에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PD와 열심인 배우, 성실한 스태프가 열정과 온기를 합심할 때만 탄생하는 기운이 있다고 믿는다. 가끔 후배 배우들이 연기 고민을 토로할 때마다 “연기는 원래 어려운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연기가 안 풀릴 때 연기는 원래 어려운 것이라고 전제하면 지금 하는 고민이 자연스러워진다. 애당초 어렵다고 상정하는 일에 끝없이 도전하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거란 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지치지 않을 수 있다.

- 스크린과 OTT 시리즈에서도 배우 남궁민을 만나는 날이 올까.

한때는 미래 계획을 열심히 세우던 때가 있었는데, 계획대로 일이 안 풀릴 때마다 많은 걸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 흐름이 닿는 대로 작품을 만나자는 일념으로 배우 생활을 이어갔다. 영화 제의도 몇 차례 받았던 터라 언제든 영화를 다시 찍고 싶다. OTT 시리즈도 자연스럽게 만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든 OTT 시리즈든 지금 TV드라마에서 할 수 있는 연기와 분명 다른 표현 방식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 배우로 사는 일은 싫증과의 싸움이라 생각한다. 이미 얼굴과 연기가 익숙한 배우는 이전의 장점을 경신하지 못하면 금방 싫증날 수밖에 없다. 낯익지 않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그렇게 오래 살아남으려 한다. 그러다 다른 장르를 만날 때 새롭고 낯선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좋겠다.

주변인이 말하는 남궁민

배우 이청아 (<낮과 밤> <천원짜리 변호사> <연인>)

“현장에서 늘 열정이 넘치고, 연기의 디테일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아름답고 멋있는 선배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함께 연기하고 싶다. 처음 호흡을 맞춘 <낮과 밤> 촬영 당시 남궁민 선배가 편집본을 본 후 ‘우리 연기 합이 좋더라’라며 결과물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업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길 좋아하고, 어렵더라도 먼저 소통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그 점이 참 멋있다. 남궁민 선배는 종종 후배들에게 단일한 장면이 아닌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진중하게 조언해준다. 선배의 진심을 안 채 작품을 만들어가다 보면 자연히 연기가 재밌어지고 배우로서 발전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성실한 후배들에게 특히 깊은 애정을 갖고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선배다.”

배우 온주완 (<미녀 공심이>)

“‘섬세하다’가 사람으로 태어나면 남궁민 아닐까. 캐릭터를 만들고 접근하는 방법이 세공사를 방붙게 하는 배우다. 언제나 자신감과 확신을 장착한 채 연기하는 선배와 한 프레임 안에 서면 사람 남궁민을 넘어 선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믿고 따르게 된다. 사석에서는 언제나 유쾌하고 동생들의 미래를 같이 의논하는 젠틀한 형이다. 다방면에서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꼭 다시 한번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선배다.”

배우 김윤우 (<연인>)

“남궁민 선배는 현장에서 늘 열정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연기의 디테일을 잡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또 연구한다. 그 모습 자체로 아름답고 멋있는 선배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현장에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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