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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우샤오시엔의 마술적 리얼리즘, 대만영화주간 <밀레니엄 맘보> 4K 황원잉 미술감독, 윤단비 감독 대담 현장을 가다
김경수 사진 최성열 2024-07-31

지난 7월13일 토요일 저녁 4K로 리마스터링된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의 국내 최초 상영을 기념하는 스페셜 토크가 CGV홍대에서 열렸다. 작품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책임진 황원잉 미술감독이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감상한 후 관객과의 대화에 나섰고, 그의 대화 파트너로 <남매의 여름밤>의 감독이자 대만 뉴웨이브 영화에 애정을 수차례 표한 윤단비 감독이 함께했다. 90분 가까이 이어진 행사 내내 관객들이 영화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질문을 던지던 그날의 현장을 전한다.

윤단비, 황원잉(왼쪽부터).

“<비정성시>로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보았다. 에드워드 양 감독과 비교하자면 현대 대만의 모습보다는 근대사를 조망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두 거장 감에 관한 윤단비 감독의 고백으로 긴 대화의 문이 열렸다. 윤단비 감독은 “근대사를 주로 다루던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남국재견>(1996) 이후 동시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허우샤오시엔 필모그래피의 흐름을 정리한 후 “<밀레니엄 맘보>는 <카페 뤼미에르> <빨간풍선>과 함께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현대사 3부작’으로 묶을 수 있다”며 영화의 위치를 설정해주었다. 이어 “이전까지 섹스 심벌로 소비됐던 배우 서기가 자유로운 연기를 하며 그 속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매력이 빛을 발하는 영화”, “청춘의 낭만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한 <중경삼림>과는 또 다른, 청춘의 원색적 색감이 두드러지는 영화”라는 본인의 감상을 나누며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황원잉 감독은 <밀레니엄 맘보>는 “시나리오 없이 영화 속 모든 캐릭터의 관계가 500자도 안되는 분량에 적힌 두장짜리 시놉시스에 기반해” 촬영됐으며, 허우샤오시엔 감독으로부터 “캐릭터가 진짜 생활할 법한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현실적 공간과 그에 따른 상황과 스토리를 마련하면 배우가 캐릭터에 온전히 이입해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포착할 수 있다”는 허우샤오시엔 감독만의 연출 철학이다. 이 지침에 따라 직업이 없고 질투심에 눈먼 남자가 “항상 의심이 가득 찬 시선을 보낼 수 있”으면서도 “배우의 동선이 동물처럼 쫓고 쫓길 수 있”는 대만의 작은 아파트가 섭외됐다. 황원잉 감독에 따르면 작은 아파트의 제한된 공간감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청년들과 소통하면서 느낀 “인생의 방향성을 모색하려 방황하지만 마음 둘 곳 없는 청춘의 고독감”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여기에 “주홍빛의 어슴푸레한 조명과 마약과 일렉트로닉 음악”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한 대만의 밀레니엄 문화를 상징하는 여러 오브제가 더해”져 <밀레니엄 맘보>만의 몽환적 미술이 탄생했다. 황원잉 감독은 이를 “마술적인 리얼함”이라고 요약했다.

황원잉 감독은 같이하지 못한 감독을 향한 그리움을 표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황원잉 감독은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를 선언한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복귀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비치며 <내 곁에 있어줘> 촬영 당시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내 곁에 있어줘>의 프로덕션 진행 과정 중에 허우샤오시엔 감독님에게 살짝 반항해보려고 일부러 다른 제작진을 섭외했지만 결국 오랫동안 함께 호흡한 동료들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황원잉 감독도, 윤단비 감독도, 객석의 관객들도 <밀레니엄 맘보> 상영과 이어진 대담 내내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자신들에게 남긴 흔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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