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인터뷰] 계속 쓰기로 결심했다, 우수상 당선자 이병현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24-08-09

이병현 당선자는 신인이 아니다. 201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에 당선된 후 2023년 박인환상 영화평론부문에도 수상했다. 올해 <씨네21> 영화평론상까지 받으면 이른바 3관 수상이다. 올해 초에는 단독비평집 <영화가 거기 있으니까>도 출간했으니 그야말로 왕성히 활동 중인 젊은 평론가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한 결핍과 목마름으로 글을 쓴다. 지면과 독자를 찾아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이병현 평론가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에서 영화비평을 쓴다는 일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계속하기로 했다”라는 그의 다짐은 어떤 계획보다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 이미 두 차례 평론부문에 당선됐는데, 올해 <씨네21> 영화평론상에 다시 응모한 이유가 궁금하다.

=3이 길한 숫자니까. (웃음) 농담이고, 2019년에 등단했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개점 휴업 상태였다. 고정적인 지면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글을 쓰면서 브런치 등 개인 채널을 통해 활동해왔다. 경력 무관한 공모전에는 여기저기 계속 투고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당선된 박인환상도 그런 결과 중 하나다. <씨네21>에도 여러 번 도전했는데, 드디어 응답이 왔다.

- 등단 이후 달라진 것이 많지 않았나.

=등단한다고 뭔가 극적으로 달라질 거란 기대는 처음부터 없었다. 몇 차례 쓰다가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다른 일 하는 분들도 많이 봤다. 어쨌든 나는 그만둘 생각은 없었고 뭐가 됐던 계속 쓸 생각이었다. 대단한 야심이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재능이라는 단어로 한정해서 말할 순 없지만 사람마다 각자 타고나는 게 있는 거 같다. 이것저것 해보며 살았지만 영화평론을 쓰는 게 즐겁고 좋았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도 같고. (웃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잘하는 일이다.

- 영화평론은 어떻게 시작했나.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길이 모아졌다.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했다.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고 여러 분야 중에 소설보다는 평론이 더 몸에 맞는 옷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해서 공부하면서 점점 재미를 느꼈다. 먼 길을 돌아온 셈이지만 막상 비평을 시작하고는 손에 잡히는 결과를 비교적 빨리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 버티는 기간이 훨씬 길었지만. (웃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적어도 내가 ‘영화평론을 계속 쓸 사람’이라는 사실에는 고민도, 의심도 없었다.

- 스티븐 스필버그를 서부극의 맥락에서 풀어낸 글은 선명한 관점과 영화사에 대한 이해가 엿보인다.

=선생님들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다. 이 정도의 지식은 영화비평을 쓰는 데 기본으로 필요한 소양이라 생각한다. 자의적인 해석보다는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설득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나 역시 여전히 쌓아가는 중이다. 경험과 세월이 보태질수록 점점 나아지리라는 걸, 존경하는 평론가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믿으며 쓴다. 청탁이 하나도 없을 때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자기 확신에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나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준 아내에게 감사한다. 누군가의 지적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글을 쓰겠다. 이런 경험들을 쌓아 언젠가는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영화연구자로 돌아가, 세월이 지나도 기억될 만한 글을 쓰고 싶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