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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너라는 희망이 자리한 곳에서, <러브 달바> 에마뉘엘 니코 감독
유선아 2024-08-15

<러브 달바>는 어른의 옷을 입고 화장한 소녀의 모습에 사건이라 부를 만한 이야기를 숨겨놓는다. 달바(젤다 샘슨)는 이웃의 신고로 사랑하는 아빠와 강제로 떨어져 보호 쉼터에 도착한다. 스스로 이해하지 못할 일을 겪은 한 소녀의 내외적 변화를 따르는 이 영화는 에마뉘엘 니코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보는 이의 공분이나 죄의식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영문도 모른 채 무너진 자리에서 달바가 스스로 일어서기를 바라는 시선에 관해 에마뉘엘 니코 감독에게 질문을 건넸다.

- <러브 달바>를 영화로 만든 계기가 있나.

= 이 영화는 6년 전부터 준비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청소년 보호 쉼터에 들어갔다. 학대 의심 아동을 보호시설로 보내는 교사를 알게 되었는데 언젠가 신고를 받고 6살 여자아이 집을 방문했을 때 아버지와 딸이 유혹 게임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 아이가 사춘기와 첫사랑을 겪을 나이에는 어떤 모습일지, 엄청난 일을 겪은 후 어떻게 스스로를 회복할지 생각했다. 달바 이야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 쉼터에서 직접 겪은 경험이 <러브 달바>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나.

= 준비 기간에 많은 법률과 복지, 교육, 심리상담 전문가와 피해자를 만났고 엄청난 자료 조사에 매달렸다. 쉼터에서 몇주간 지냈던 일이 가장 건설적인 경험인데 거기서 만난 두 아이, 사미아와 디미트리와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이 아이들은 영화 속 사미아와 곱슬머리 소년 디미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 4:3 화면비와 핸드헬드 촬영은 영화 주제의 무게에 비해 비교적 평범하다.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 각본 단계에서부터 주인공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카메라를 상상했지만 연기가 처음인 배우의 동선에 제약을 두거나 즉흥성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촬영감독인 카롤린 김발은 영화학교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인데 다큐멘터리를 주로 작업한다. 매 순간 호흡에서 오는 진동을 전달하기 위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촬영했고 4:3 화면비는 우리 둘 다 좋아하는 앤드리아 아널드 감독의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를 보고 결정했다. 한 소녀가 억압과 통제에서 서서히 자유로워져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다.

- 달바를 연기한 젤다 샘슨은 촬영 당시 12살로 <러브 달바>가 데뷔작인 것이 믿기지 않을 연기를 펼친다. 어떻게 캐스팅을 확정했나.

= 발레, 승마, 체조, 음악 학교에 배우 모집 광고를 낸 후 약 5천개의 지원서를 받았다. 그중에서 젤다 샘슨이 나를 사로잡았다. 원래 체조선수 같은 선을 가진 우아한 10대 소녀를 찾으려 했는데 젤다는 구부정한 자세에다 선머슴 같은 면이 있었다. 하지만 소개 영상에서 구사하는 풍부한 어휘에서 성숙함과 자신감, 당돌함을 보았고 특히 나이 추정이 불가능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연기 연습은 촬영 3개월 전에 시작했고 자세 교정은 무용수가 맡았다. 메이크업, 헤어, 의상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캐스팅 완료 즈음에는 젤다가 곧 달바였다.

- 연기와 연출을 위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12살 소녀와의 소통과 작업에 어려움은 없었나.

= 달바의 아버지가 달바에게 들려주었을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젤다는 달바와 아버지 사이에 일어난 일을 바로 알아차렸다. 이 이야기를 더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나도 그런 젤다의 선택을 존중했다. 촬영지인 프랑스와 벨기에는 아동근로법이 아주 엄격해서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 촬영할 수 없고 야간 촬영에도 제약이 많았다. 그 밖엔 주연배우의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젤다가 이성과 논리로 생각하는 편이라 소통 방법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가능한 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기에 캐릭터뿐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과 생각, 상상까지 젤다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 룸메이트인 사미아(판타 기라시)는 처음에는 부루퉁한 얼굴로 말도 잘 안 하다 서서히 친해진다. 이 인물과 배우에 대해 더 말해준다면.

= 사미아 역으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솔직하고 진실한 소녀를 원했다. 판타 기라시는 오디션을 보러 온 친구를 따라왔다가 내 부탁으로 대본을 읽었다. 긴장해서 내내 웃더니 웃지 않고 한 문장을 말했을 때 확신이 들었다. 사미아 역의 대사 일부는 판타가 자기만의 언어로 다시 썼다. 나중에 진짜 사미아가 이 영화를 보고 영화 속 사미아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 영화를 보면서 달바가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유혹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제이든 선생에게 애정을 구하거나 춤을 추는 장면에서처럼 달바를 묘사하는 데 고민이 있었다면.

= 민감하지만 이 영화에서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였다. 달바가 화면 밖에서 겪은 일을 전달하려면 화면 안에서 남성과의 관계를 보여줘야만 했다. 달바는 사랑하는 일과 사랑을 나누는 일을 혼동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달바와 남성 인물들 사이에 일어날 일을 암시하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충분히 이해할 거라 생각했다.

- 아버지에게서 오랜 기간 지배를 받아온 폭력의 증후는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각본 집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장면이 있다면.

= 달바에게 남은 상처와 회복의 희망으로 영화를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고심한 부분이 바로 달바와 아버지가 대면하는 장면이다. 아버지를 등장시키는 결심만큼은 도저히 할 수 없었는데 둘이 만나지 않으면 영화도, 달바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4년 반에 걸쳐 각본을 썼지만 그 장면은 촬영을 몇달 앞두고야 겨우겨우 써낼 수 있었다.

- 앞선 한편의 단편과 <러브 달바>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억압을 받은 아이들을 반복해서 다뤘다.

= 내 안에 뒤엉킨 매듭을 풀기 위한 이야기가 나를 영화감독으로 이끌었다. 지배라는 주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내 영화적 관심사다. 내가 그러했듯 어쩌면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보며 혼자가 아님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마음 깊은 곳에서 늘 영화로 받은 것을 영화로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러브 달바>를 촬영하기 몇달 전에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된다는 건 감동적이지만 어려운 일이기도 한데 그래서 이 주제를 놓고 작업 중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어딘가에 희망이 자리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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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오드(A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