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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랜더 SE
2002-07-25

이런 황당한 놈…

Zoolander: Special Collector’s Edition2001년, 감독 벤 스틸러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화면포맷 아나모픽 2.35:1오디오 돌비 디지털 5.1지역코드 3출시사 파라마운트

정확한 제목을 기억하지 못할 만큼, 벤 스틸러가 <VH1>과 손잡고 영화 한편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흘려들었었다. 무엇보다 <VH1>이라는 매체가 정식 영화사가 아닌 음악전문 TV채널이라는 사실 때문에, 한국에까지 출몰할 거라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뜬금없이 ‘Zoolander’라는 영문제목만 달랑 써 있는 테스트용 샘플 DVD를 받아들었을 때, ‘동물의 왕국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물인가?’라는 진짜 어이없는 생각을 하게되었던 것도 그리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메뉴화면이 뜨고 벤 스틸러가 상상을 초월하는 화면분할의 향연 속에 느끼하게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진전해버렸다.

‘<오스틴 파워> 이래 이렇게 충격인 영화는 처음이다’라고 생각했을 만큼, <주랜더>는 재기발랄하다 못해 걱정이 생길 정도로 튀는 영화다. 영화의 스타일이야 자료사진 한두장만 봐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벤 스틸러의 엄청난 재능은 글로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 게다가 화려하다 못해 ‘저런 캐스팅이 가능키나 한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유명인사들의 카메오 출연은 거의 ‘숨은그림찾기’ 수준이다. 영화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알아본 밀라 요보비치를 필두로 <타이타닉>의 빌리 제인, <스타워즈>의 내털리 포트먼, <X파일>의 데이브 듀코브니는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데이빗 보이, 레니 크레비츠, 토미 힐피거 등이 진짜 어이없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기 때문. 이 현란한 카메오들 때문에 엔딩 크레딧을 샅샅이 뒤져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황당함은 서플먼트에도 계속 이어지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VH1 Fashion Award Skits’와 ‘Promotional Spots’ 코너다. 미국 최고의 패션 모델로 인기절정인 벤 스틸러가 인터뷰하는 모습과 그가 운영하는 모델학교에 대한 광고를 담고 있는 이 두 편의 영상물은 보는 이가 포복절도할 수준. 특히 화면에 깔리는 자막의 내용이나 글자형태까지 실제 미국의 TV에서 방영되는 광고문구들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Promotional Spots’는 압권이다. 여기에 덧붙여 감독과 주연을 도맡은 벤 스틸러와 시나리오 작가가 진행하는 오디오 코멘터리는 물론, 삭제장면, NG장면, 또 다른 엔딩 크레딧 등 DVD 타이틀의 기본적인 서플먼트들도 빠짐없이 담겨져 있다.

관객의 취향을 많이 타는 스타일의 영화라 평가는 상반되겠지만, 이런 엽기발랄한 영화와 독특한 서플먼트를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랜더> DVD는 멋지다고 말할 만하다.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