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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신라의 달밤> <공공의 적> <라이터를 켜라>의 성지루(1)
2002-07-26

찡그리면 섬뜩,웃으면 코믹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외모를 지닌 성지루(34). 그러나 ‘성지루’라는 이름을 댔을 때 바로 그의 얼굴을 떠올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왜, <공공의 적>에서 마약 파는 사람 몰라? <신라의 달밤>에서 포장마차 하는 그 사람 말이야. <라이터를 켜라>에서 천안역에 뜨는 깡패 만수…. <눈물>에서는 단란주점 사장이었고 <아프리카>에서는 총 찾으러 다니는 경찰이었는데.” 이 정도 말품을 팔아야 그제야 ‘아’ 하고 그의 얼굴을 기억해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이름이지만(그의 이름은 본명으로, ‘지혜로운 사내’라는 뜻이다), 아직 성지루는 이름보다 얼굴로 더 알려져 있는 배우다. 아직 그렇게 ‘유명’한 배우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다레팬더처럼 둥글납작한 얼굴에 살집붙은 짜리몽탕한 몸을 가진, 찡그리면 ‘악역’이 되고 웃으면 금세 ‘코믹 캐릭터’가 되는 이 독특한 외모의 소유자는, 요즘 충무로 영화판에서 누구보다 바쁜 배우 중 하나다. <눈물> <신라의 달밤> <아프리카> <공공의 적> <라이터를 켜라>. 1년 반 사이에 모두 5편의 개봉작에 출연한 그는 몇달만 있으면 필모그래피를 배로 불려놓게 생겼다. 인터뷰가 있던 7월18일 현재 성지루는 의 촬영을 마치고 <가문의 영광>의 막바지 촬영을 하고 있는데다 <휘파람 공주> 촬영을 막 시작했고 얼마 뒤 <마지막 연애의 상상>도 한다는 엄청난 스케줄 속에 있었다.

캐릭터도 가지가지. 에서는 과거의 연쇄살인을 복제한 범죄를 저지르는 살인범들을 쫓는 경찰로, <가문의 영광>에서는 동생을 학벌좋은 사람에게 시집보내 가문의 영광을 얻으려는 졸부 집안의 둘째오빠로, <휘파람 공주>에서는 북한 출신 보디가드로, <마지막 연애의 상상>에서는 주인공 가정의 입양아를 우발적으로 살해하는 이상한 우편배달부로 분한다. 와 <가문의 영광>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것 같아 걱정할 정도.

시간이 나면 잠을 보충하기 바쁘고, 웬만한 영화 시나리오는 다 품안에 들어오고, 여기저기서 찾는 사람이 많은 그는, 확실히 통념대로는 아니지만 한명의 스타다. 그것도 연기생활 통산 15년째인 이상한 신인스타. 결코 잘생기지 않은, 연극판에서 10년 넘게 있다가 영화에는 서른두살이 되어서야 데뷔한, 이 ‘잘날 것 없어 보이는’ 배우가 어떻게 해서 이런 스타가 되었는지, 그 비결을 3시간 동안의 인터뷰에서 캐보았다.

비결 1 화는 안 낸다, 약만 올린다

영화연기라는 게 하나의 투쟁이라면, 그는 결코 ‘맞장’ 뜨지 않는다. 대신 “약을 올린다”. 성지루의 ‘약 올린다’라는 개념은 조금 특이하다. “약을 올려야 상대배우가 열을 받아요. 열을 받아야 상대배우 연기가 나오죠.” 슛 들어가기 전에 사전작업을 해놓는다는 거냐, 아니란다. 조연을 주로 하는 그에게, ‘화를 내는 것’, 즉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터뜨리는 건 그의 몫이 아니다. 그건 주연의 몫이다. 그리고 주연배우가 제대로 ‘화’를 잘 낼 수 있도록 ‘약’을 잘 올리는 게 그의 몫이라는 얘기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성지루는 이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설명한다. “어느 배우나 아무리 잠깐 나오는 장면에서도 욕심은 다 있어요. 그래서 오버를 많이 하게 되죠. 하지만 주어진 신의 톤을 흐트러뜨릴 만큼 튀어서는 안 돼요. 상대배우를 잘 받쳐주는 게 최고예요. 내가 나오는 게 이 한 페이지가 있다고 쳐요. 근데 작품 전체에서 이 신이 아니라 다음 신에서 상대배우가 뭔가 터뜨리게 돼 있다, 그러면 이 신은 비록 내가 나오는 단 한 장면이더라도 다음 신이 포커스가 될 수 있도록 딱 그만큼의 역할만을 해야 되는 거죠. 상대배우가 열을 받아서 다음 장면에서 그걸 터뜨릴 수 있도록 약을 올려놓는다, 이 말이에요.”

주어진 작은 기회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은 욕망을 자제하는 것, 축구로 치면 스트라이커가 좋은 위치에서 좋은 슈팅을 할 수 있게 직접 슈팅하는 대신 절묘한 각도로 어시스트를 해주는 것. 그게 그가 말하는 ‘약 올린다’는 개념이다. 놀랍게도 성지루의 그런 생각에는 어떤 쓸쓸함도 미련도 없다. ‘그 역할’에 대한 솔직한 인식만이 있을 뿐이다. “연기만 놓고 보면 저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작품은 관객에게 환상을 주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잘생긴 다른 배우가 하는 게 낫죠. <토속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면 또 다르지만. (웃음)”

필모그래피

<눈물>(2001년 임상수 감독) 단란주점 사장 용호역

<신라의 달밤>(2001년, 김상진 감독) 왕년 경주고 짱 덕섭역

<아프리카>(2001년, 신승수 감독) 김반장역

<공공의 적>(2001년, 강우석 감독) 마약상 대길역

<라이터를 켜라>(2002년, 장항준 감독) 양철곤의 천안친구 만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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