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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종합선물세트 [13] - TV영화 가이드 ②

“ 남이 못 보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

<하나 그리고 둘>

대만 뉴웨이브의 기수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은 인생에 관한 하나의 이야기다. 제목 <하나 그리고 둘>은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른(둘) 존재지만, 결국은 같은(하나) 삶의 터널을 지난다는 일종의 경구로도 읽힌다. 이야기는 처남의 결혼식에서 시작해서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끝을 맺는다. 아기는 태어나고 할머니는 죽는다. 인생은 그렇게 세대교체를 하지만, 각자 자기가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엔 변함이 없다. 그리고 깨달음의 끝자락에서 모두 모인다. 중년남자 엔제이는 처남의 결혼식 날 우연히 옛 애인 셰리를 만난다. 같은 날 엔제이의 장모는 손녀 대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다가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아내 밍밍은 의사의 권고에 따라 어머니의 의식을 회복시키기 위해 말을 건네려 하지만 할말이 없다. 밍밍은 나눌 이야깃거리도 없는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잠시 집을 떠나 산사에 들어간다. 밍밍이 사라진 엔제이의 집은 빈 둥지로 변하고, 가족들은 서로에게 소외된 채 각자 삶 속으로 오디세이를 떠난다.

<하나 그리고 둘>에선 대도시의 고층 아파트를 배경으로 가족들은 각자 그들의 삶을 살지만 그렇다고 그 소외감에 침통한 기운은 없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한가로이 일상을 찍고 다니는 초등학생 아들 양양의 천진난만한 장난기가 그렇고, 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하듯 따뜻한 해방감이 느껴지는 카메라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숏컷> 같이 이웃의 삶과 어울려 겹겹이 짜여가는 에피소드들이 제법 풍요롭게 느껴진다. 자유로우면서 때로는 쓸쓸하게 오버랩되는 인물의 일상을 지켜보는 특유의 롱숏은, 도시 풍경을 아름답게 채색하며 더욱 조용히 카메라의 뒤를 따르게 만든다. 밍밍, 엔제이, 그리고 할머니 등은 결국은 우리가 인생의 길목마다 만나게 되는 얼굴들이 아닐지. 어린 양양이 목욕탕 세면대 물속에 숨죽인 채 얼굴을 처박듯 감독 에드워드 양은 고요히 자신 안으로 침잠하자며 관객에게 손을 내민다. 양양이 할머니 장례식 때 낭독한 “남이 모르는 일을 알려주고 못 보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라는 말은 감독 자신의 독백이 아닐까. 2000년 칸영화제 수상작.

물고기의 꿈에 귀를 기울이면

<아리조나 드림>

소설가 잭 런던의 <모닥불>이라는 작품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알래스카의 겨울, 금광을 찾는 한 남자가 하루 동안 길을 떠난다. 개 한 마리를 길동무 삼아서. 평소보다 내려간 기온은 남자를 엄청난 위력으로 사로잡고 끝내 그를 죽음으로 서서히 몰아간다. 죽음 직전의 순간 남자는 자신이 평생 한번도 맛보지 못한 편안한 잠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아리조나 드림>의 도입부는 <모닥불>과 닮았다. 에스키모들은 추위와 굶주림 앞에서, 그리고 죽음의 유혹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그리고 이후 영화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그곳엔 날기를 소망하는 사람과 물고기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 “물고기의 꿈에 귀를 기울이는” 엑셀은 자동차 대리점을 하는 삼촌에게 호출을 받고 삼촌 가게에서 일하게 된다.

엑셀은 하늘을 날기를 바라는 미망인 엘레인, 그녀의 의붓딸이자 거북이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그레이스를 만나 어울린다. 어느 비평가의 말처럼 <아리조나 드림>의 매력은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집시의 시간>(1989) 등 전작에서 그랬듯 쿠스투리차의 영화는 최소한 집 한채 정도는 무너지고 사람 한명 정도는 숨을 거둬야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는, 엉뚱한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아리조나 드림>은 단락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며 영화가 절대 어느 지점에서 멈출 것 같지 않은 ‘쿠스투리차식’ 서사에 충실하다. 초현실적인 것에 관한 동경도 달라지지 않았다. 단지 무대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변했다는 것이 차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여전히 공중에서 떠다니고 구식 비행선에 의지해 하늘을 날아다닌다. 어떤 물고기는 아예 지상에서 유영한다.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아리조나 드림>은 스코시즈의 <분노의 주먹>,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등의 미국영화를 인용한다. 다시 말해서 감독 자신이 미국영화에 바치는 한편의 헌사 같은 작품이자 개인적 기억의 모래성이다.

미국 가족드라마와 뮤지컬의 원형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

스타의 파워는 때로 시대를 뛰어넘는다. 주디 갤런드는 MGM 영화사가 내세운 간판스타였다. <오즈의 마법사>(1939),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 등의 영화는 그녀를 뮤지컬 스타로 만들었다. 세계대전을 겪을 당시와 이후 미국인들에게 주디 갤런드의 미소는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여신의 손길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실제 주디 갤런드의 삶은 비극에 가까웠다. 많은 팬들은 주디 갤런드의 모습에 감탄사를 내뱉었지만 그녀 자신은 외모에 대해 심각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었으며 다이어트와 우울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는 빈센트 미넬리 감독과 주디 갤런드 ‘커플’이 만들어낸 뮤지컬영화의 고전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봐도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수려한 미장센과 양식미, 그리고 주디 갤런드의 모습은 감동을 준다. 영화는 어느 대가족에 관한 것이다.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스미스 가족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살고 있으며 몇달 뒤에 개최될 박람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에스더는 옆집에서 살고 있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 어느 파티에서 존을 만난 에스더는 자신의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아버지가 뉴욕으로 이사할 것을 결심하면서 가족의 일상은 순식간에 붕괴된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에서 할아버지로부터 손녀딸에 이르는 대가족은 크고 작은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지만 결코 가족의 틀을 깨지 않는다. 부부는 화목하며 아이들은 순종적이고 어른들은 예의바르다. 이것은 절대적이면서 완벽한 가족 판타지를 구성하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설득력이 있다. 아마도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가 미국 가족드라마와 뮤지컬의 원형에 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데이비드 보드웰 등의 학자는 영화에서 음식과 조명 모티브에 주목했다. 맛있는 음식과 화려한 조명, 색채의 사용이 가족 화합의 주제를 좀더 명시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 등의 시기에 다시 챙겨봐도 손색이 없을 만한 영화다.

<스파이키드>

전직 스파이인 잉그릿과 그레고리는 카르멘과 주니 두 아이를 낳고 단란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비밀요원들의 실종사건이 잉그릿과 그레고리에게 전달된다. 두 사람은 옛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다시 스파이 업무에 뛰어든다. 그러나 인질이 되어버린다. 뒤늦게 부모의 과거를 알게 된 카르멘과 주니는 위험에 빠진 부모를 구출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한 특수무기들이 볼 만하다.

<버티칼 리미트>

사진기자인 피터는 다큐멘터리 방송팀으로 K2 등반대에 합류한 여동생 애니와 상봉하고, 그녀의 무모한 행동을 만류한다. 하지만 계획대로 등반은 강행되고 어려운 기상조건 때문에 팀은 고생한다. 속수무책인 등반대는 하나둘씩 죽어가고, 부유한 사업가이자 등반을 계획한 엘리엇과 애니, 그리고 톰 등의 생존자는 눈 덮인 골짜기에서 고립된다.

<미션 임파서블2 >

러시아의 생물공학자인 네코비치 박사는 어느 날 이단 헌트에게 구조 요청을 한다. 그는 그리스 신화를 인용해 ‘키메라’라는 바이러스를 만들고, 또 이를 억제할 ‘벨레로폰’도 만들었음을 밝힌다. 그러나 앰브로즈는 박사에게 벨레로폰을 탈취한 뒤 비행기 추락사고를 가장하여 그를 살해한다. 모든 음모를 알아낸 헌트는 제약 회사에 보관되어 있는 마지막 남은 바이러스를 파괴하기 위해 제약회사 건물에 침투한다.

<불의 전차>

스코틀랜드 출신의 에릭은 독실한 기독교도이며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달린다. 해롤드는 잉글랜드 출신 유대인으로 유대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육상선수가 되었다. 두 사람이 경쟁을 위해 훈련을 하는 삶이 차례로 보여진다. 스포츠를 통한 인간적 고뇌와 헌신, 열정, 그리고 승리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반젤리스의 주제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아카데미에서 각본상 등을 받았다.

<2001 로스트 메모리즈>

장동건과 나카무라 도오루가 주연했다. 가상의 역사를 부각하는 SF액션물이다. 2009년 현재, 동아시아 일대는 일본제국이란 이름하에 대동아공영권으로 통합된 지 오래다. 일본은 강대국으로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지만, 여전히 반정부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테러를 진압하기 위해 일본연방수사국의 특수수사요원 사카모토와 사이고가 투입된다. 사카모토는 이들의 테러 목적에 의문을 품게 된다. 액션장면은 영화의 백미.